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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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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日 간병휴직 임금의 40% 지원… 한국은 무급에 간병가족 제한

    인구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20년 이상 빠른 일본은 환자는 물론 돌보는 가족에게도 세심한 배려를 한다. 일본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는 가족간병인이 직장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픈 가족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 경제적 궁핍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간병실직 제로(0)’를 약속했다. ●독일, 간병휴가 10일·휴직 6개월 도입 일본은 가족을 돌봐야 할 경우 잠시 직장을 쉴 수 있는 간병휴가(연간 5일)와 휴직(93일)을 1995년 도입했다. 휴직기간 중에는 임금의 40%를 고용보험이 지원한다. 이용률을 끌어올리고자 2016년 대대적으로 제도를 손봤다.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가족 범위를 ▲조부모 ▲형제자매 ▲손자·손녀 등으로 확대했다. 또 연간 세 차례까지 나눠 휴직할 수 있게 했다. 독일도 2008년 간병휴가(10일)와 휴직(6개월)을 도입했고, 2012년에는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가족간병을 하는 직원은 2년간 회사에 주당 15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간병과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독일 역시 간병휴가 시엔 수당 지급, 휴직인 경우는 무이자 대출 등으로 경제적 지원을 한다. ●우리나라 간병휴가 이용 업체 4% 불과 우리나라는 2012년 간병휴직(가족돌봄휴직제도·90일)을 의무화했지만 무급이 원칙이다. 휴직이 가능한 간병 가족 범위는 배우자와 자녀, 부모(배우자 부모 포함)로 한정돼 있다. 단기간만 쉬는 간병휴가는 없다. 한번 휴직하면 최소 30일을 쉬어야 한다. 이런 탓에 이용률이 매우 저조하다. 2015년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1명이라도 이 제도를 사용한 근로자가 있는 사업체는 4%에 불과했다. ●日, 환자·간병인 분리 ‘쇼트스테이’ 지친 간병인이 잠시 환자와 떨어져 쉴 수 있는 겨를을 마련해 주는 건 매우 중요하다. 영국은 ‘레스핏 케어’(respite care)로 불리는 제도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레스핏은 ‘잠시 중단’ ‘한숨 돌리기’라는 뜻으로 도우미나 시설이 잠시 환자를 돌봐주는 걸 뜻한다. 레스핏 케어 기간 동안 간병인은 뭘 해도 상관없다. 여행을 가거나 심지어 클럽에서 춤을 춰도 된다. 일본 역시 환자와 간병인을 잠시 분리시키는 ‘쇼트스테이’(단기보호서비스)가 있다. 공적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해 하루 5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가족간병을 사회가 할 일을 대신 하는 ‘노동’으로 인정하고 ‘보답’하는 나라도 많다. 영국은 주당 35시간 이상 간병하면 9만원가량을 수당으로 지급한다. 독일은 주당 14시간 이상 간병하고 30시간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를 대신 내준다. 최인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간병으로 인해 신경쓰지 못하는 간병인의 노후를 정부가 대신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가족간병인 교육 프로그램 등 지원 가족간병인 건강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사업도 활성화돼 있다. 일본은 40세 이상 가족간병인이 자신을 위한 건강검진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간병에 익숙지 않다는 걸 고려해 ‘남성간병교실’을 활발하게 운영한다. 미국은 주정부가 가족간병인에게 정보 제공과 상담, 교육, 휴식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고 ‘미국노인법’으로 규정한다. 연간 70만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독일서 아프간 난민과 싸운 남성 사망…극우 폭동 우려

    독일서 아프간 난민과 싸운 남성 사망…극우 폭동 우려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州) 쾨텐에서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밤 한 독일인 남성(22)이 아프가니스탄 난민 2명과 드잡이를 벌인 뒤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다음 날 밤 현장에는 무려 25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난민 반대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 및 검찰 당국은 사망한 남성은 시내 공원에서 아프가니스탄 남성 2명과 말다툼 끝에 드잡이를 벌였다고 밝혔다. 남성의 사인은 싸움에 의한 부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남성은 원래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병원에 도착한 이후 사망했다. 현지 검찰은 아프가니스탄인 2명 중 18세 남성을 상해 혐의로 또 다른 20세 남성을 상해 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2주 전에도 동부 켐니츠에서 난민 신청자로 알려진 남성 2명이 독일인 남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켐니츠에서는 사건 직후, 난민 반대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잇따랐으며 일부 참가자는 법으로 금지돼 있는 나치식 경례를 반복하거나 겉모습이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습격하기도 했다. 쾨텐에서도 사건이 뉴스화 되자, 극우 세력이 앞장 서 추모 행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찰 추계 2500명이 참여해 시위가 벌어졌으나 오후 9시쯤 평화적으로 해산했다. 라이너 하젤로프 작센-안트힐주 총리는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쾨텐을 제2의 켐니츠로 삼으려는 어떤 시도에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베른트 하우실트 쾨텐 시장은 “폭력적인 사람들이 대거 퀘텐에 온다는 정보가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극우 시위를 피하도록 페이스북에 올려 호소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아프가니스탄인 남성 3명이 임신한 여성에게 누가 아이의 생부인지 따지던 것에 있었다. 거기에 독일 남성 2명이 다가오면서 말다툼이 싸움으로 발전한 것. 싸움에 가담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인 남성 1명은 구속되지 않았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난민 수용’ 반대하는 스웨덴민주당, 스웨덴 총선서 약진

    ‘난민 수용’ 반대하는 스웨덴민주당, 스웨덴 총선서 약진

    9일 실시된 스웨덴 총선 개표 결과,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약진했다. 유럽 내 핵심쟁점인 ‘난민 수용’ 문제가 이번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오나치즘’(신나치주의)을 표방하는 스웨덴민주당은 지난 2014년 총선에서 12.9%의 지지율은 얻은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는 더 높은 득표율을 보일 전망이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서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이 선전했다. 반면 중도 좌파 성향의 연립여당과 중도 우파 성향의 야권 4개 정당 연맹은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때문에 향후 스웨덴의 차기 정부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립여당과 야권연맹은 집권 이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스웨덴민주당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스웨덴민주당이 향후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후 11시쯤 절반가량 진행된 개표 결과를 살펴보면, 스테판 뢰벤 총리가 이끄는 현 연립여당(사민당·녹색당·좌파당)이 40.6%, 야권 4개 정당 연맹(보수당·자유당·중앙당·기독민주당)이 40.3%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해 박빙으로 나타났다. 스웨덴민주당은 17.7%를 득표해 지난 총선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편 연립여당과 야권연맹 모두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과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소수 연립여당이 재집권하므로 스웨덴 정국은 계속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유럽에서 난민 문제가 공론화된 2015년 이후 처음 실시된 총선이다. 스웨덴은 지난 2012년 이후 40만명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특히 2015년엔 16만 3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인구 대비로 따져보면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한 셈이다. 그러나 난민에 의한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지난해 4월 우즈베키스탄 출신 남성이 난민 신청을 거부당하자 스톡홀름에서 트럭을 몰고 행인을 향해 돌진했다. 이 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예테보리에선 차량 80대가 불에 타기도 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핵심 기술 빼내고 고금리 장사… 안보·경제 흔드는 차이나머니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핵심 기술 빼내고 고금리 장사… 안보·경제 흔드는 차이나머니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지난 7월 들여온 외채 4억 3900만 달러(약 4900억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2억 9000만 달러를 중국에서 빌렸다. 올해 초에도 39억 달러의 중국 자금을 들여온 바 있다. 파키스탄이 7월에 빌린 돈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관련 사업에 대부분 투입된다. 1억 6600만 달러와 9500만 달러는 ‘오렌지 라인’으로 알려진 라호르 경전철 사업과 수쿠르~물탄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각각 사용된다. 2200만 달러도 CPEC 사업인 하베리안~타코트 도로 건설에 투자될 예정이다. 파키스탄에 각종 물류 및 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620억 달러 규모의 CPEC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중국 서부와 유럽,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육상 개발 중점사업 중 하나다.파키스탄 영자지 익스프레스 트리뷴은 지난달 29일 “파키스탄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CPEC 프로젝트가 주요 원인이라며 파키스탄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려면 260억~280억 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머니가 국제사회의 공격 타깃으로 등장했다. 개발도상국을 상대로는 ‘고금리 사채놀이’를 하고 선진국에 대해서는 투자가 아닌 ‘핵심 기술 빼내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파키스탄과 중국이 맺은 일부 에너지 프로젝트에는 중국에 30년간 연 34%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이면계약 합의 사항도 있는 만큼 중국 자금을 멋모르고 끌어들인 게 파키스탄 외환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또 다른 일대일로의 인질’(Another Belt and Road Hostage)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차이나머니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스리랑카는 앞서 지난해 7월 남부 함반토타 항구의 장기 운영권을 중국 정부에 넘겼다.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중국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그룹으로부터 11억 2000만 달러를 받고 이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이전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인도양의 해상교통 요충지인 함반토타항은 스리랑카 전 대통령 마힌다 라자팍사의 고향이다. 2015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와 함반토타항 건설을 승인했던 라자팍사는 중국이 빌려준 항구 건설 비용 대부분을 자신의 대선 홍보비로 써 버렸다. 수도 콜롬보항이 번성하고 있는 만큼 함반토타항의 사전 타당성 조사도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라자팍사는 건설을 강행했다. 함반토타항은 연간 정박 선박 수가 34척에 불과할 정도로 제 구실을 못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중국은 처음 3% 안팎으로 시작했던 차관의 금리를 라자팍사의 묵인 아래 6.3%까지 올렸다. 빚더미에 오른 스리랑카는 함반토타항뿐 아니라 주변 60㎢(약 1800만평)의 땅을 중국 회사에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같이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은 항구는 세계 35곳에 이르고 주로 아프리카 서해안에 밀집돼 있다. 개발원조 전문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는 지난 3월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국 68국 가운데 23개국이 중국 부채로 재정 기반이 취약해졌고, 이 중 파키스탄·라오스·키르기스스탄·몽골 등 8개국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상환 불가능한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인프라 운영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대일로 사업 자금이 제도권 금융보다 문턱은 낮지만 갚지 못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채업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무역전쟁의 ‘첨병 역할’을 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 “중국은 수표책을 흔들며 막대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한 뒤 천연자원 독점 사용권과 현지 시장 개방을 얻어 낸다”며 중국의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중국이 수단에서 석유를 중국산 송유관으로 뿜어 올리고, 중국이 세운 항구로 운반해 중국산 유조선에 선적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신식민주의’를 비판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 건설의 시공을 중국교통건설이 맡고 사업비의 85%를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빌려 오는 구조를 문제 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차이나머니는 선진국들에도 ‘음습하게’ 진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내 시장은 각종 장벽을 높이 쌓아 올려 막으면서도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한 외국의 첨단기술 기업 인수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분석한 독일 베텔스만재단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투자의 3분의2가량은 중국 정부의 차세대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핵심 10개 분야에 해당됐다. 중국이 반도체와 로봇, 에너지 등 첨단기술 기업과 기간산업 M&A에까지 손을 뻗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 국제사회가 차이나머니에 퇴짜를 놓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거부 움직임이 가장 세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모바일 결제 업체 마이진푸(蟻金服·Ant financial)의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 엑세라가 중국 후베이신옌(湖北炎) 자산투자 컨소시엄과 맺은 M&A 계약도 파기했다. 올해 초 무역 제재의 하나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미 기업 간 거래를 중단시켜 영업 활동을 제한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가 AT&T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려는 계획에도 정지 신호를 보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국영기업 민영화에 대규모 중국 자본을 끌어들였던 호주 정부는 기간산업이 중국 기업에 의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2016년 전력업체 오스그리드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신청을 거부한 데 이어 목장업체 키드먼의 인수도 승인을 거부했다. 영국도 2015년 8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 측에서 중국에 투자를 먼저 요청한 힝클리포인트 원전 사업을 보류시켰다. 독일은 지난달 1일 독일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중국 옌타이타이하이(煙臺泰海)의 정밀기계장비·부품업체 라이펠트메탈스피닝 인수를 불허했다. 직원 200명 규모인 라이펠트메탈스피닝은 항공우주와 원자력 산업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안보 관련 업체다. 독일 정부 소유의 독일재건은행(KfW)도 벨기에 기업 엘리아로부터 전력회사 50허츠 지분 20%를 사들였다. 중국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公司·SGCC)에 50허츠 지분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독일은 앞서 지난해 1월 자국 산업로봇업체 쿠카에 대한 중국 전자업체 메이디(美的)의 M&A를 승인했다. 독일의 첨단기술 유출로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독일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구애 공세에 펼치는 바람에 글로벌 최대 로봇업체인 쿠카의 중국행을 승인한 것을 두고 곱씹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 크리스티안 드레거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민간 기업으로 보이지만 정부와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다”면서 “중국의 유럽연합(EU) 투자는 활발하지만 반대로 EU 기업의 중국 진출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차이나머니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국제사회에서 따돌림 당하는 차이나머니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지난 7월에 들여온 외채 4억 3900만 달러(약 4900억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2억 9000만 달러를 중국에서 빌렸다. 올해 초에도 39억 달러의 중국 자금을 들여온 바 있다. 파키스탄이 7월에 빌린 돈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관련 사업에 대부분 투입된다. 1억 6600만 달러와 9500만 달러는 ‘오렌지 라인’으로 알려진 라호르 경전철 사업과 수쿠르~물탄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각각 사용된다. 2200만 달러도 CPEC 사업인 하베리안~타코트 도로건설에 투자될 예정이다. 파키스탄에 각종 물류 및 에너지 인프라를 건설하는 620억 달러 규모의 CPEC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중국 서부와 유럽,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이른바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육상 개발의 중점사업 중 하나다. 파키스탄 영자지 익스프레스 트리뷴은 지난달 29일 “파키스탄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CPEC 프로젝트가 주요 원인이라며 파키스탄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나려면 260억~280억 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차이나머니가 국제사회의 공격 타깃으로 등장했다. 개발도상국을 상대로는 ‘고금리 사채놀이’를 하고 선진국에 대해서는 투자가 아닌 ‘핵심기술 빼내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파키스탄과 중국이 맺은 일부 에너지 프로젝트에는 중국에 30년간 연 34% 수익률을 보장하는 이면계약 합의사항도 있는 만큼 중국 자금을 멋모르고 끌어들인 게 파키스탄 외환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또 다른 일대일로의 인질’(Another Belt and Road Hostage)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차이나머니 위험성을 지적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스리랑카는 앞서 지난해 7월 남부 함반토타 항구를 장기 운영권을 중국 정부에 넘겼다. 스리랑카 항만공사는 중국 항만기업 자오상쥐(招商局)그룹으로부터 11억 2000만 달러를 받고 이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이전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인도양의 해상교통 요충지인 함반토타항은 스리랑카 전 대통령 마힌다 라자팍사의 고향이다. 2015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와 함반토타항 건설을 승인했던 라자팍사는 중국이 빌려준 항구건설 비용 대부분을 자신의 대선 홍보비로 써 버렸다. 수도 콜롬보항이 번성하고 있는 만큼 함반토타항의 사전 타당성 조사도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라자팍사는 건설을 강행했다. 함반토타항은 연간 정박 선박수가 34척에 불과할 정도로 제 구실을 못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중국은 처음 3% 안팎으로 시작했던 차관의 금리를 라자팍사의 묵인 아래 6.3%까지 올렸다. 빚더미에 오른 스리랑카는 함반토타항뿐 아니라 주변 60㎢(약 1800만평)의 땅을 중국 회사에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이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은 항구는 세계 35곳에 이르고 주로 아프리카 서해안에 밀집돼 있다. 개발원조 전문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는 지난 3월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국 68국 가운데 23개국이 중국 부채로 재정기반이 취약해졌고, 이중 파키스탄·라오스·키르기스스탄·몽골 등 8개국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 국가에 상환 불가능한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고 인프라 운영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대일로 사업 자금이 제도권 금융보다 문턱은 낮지만 갚지 못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채업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무역전쟁의 ‘첨병 역할’을 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은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 “중국은 수표책을 흔들며 막대한 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한 뒤 천연자원 독점 사용권과 현지 시장 개방을 얻어낸다”며 중국의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중국이 수단에서 석유를 중국산 송유관으로 뿜어 올리고, 중국이 세운 항구로 운반해 중국산 탱커에 선적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신식민주의’를 비판한 모하메드 마하티르 총리가 말레이시아 동부해안철도(ECRL)건설의 시공을 중국교통건설이 맡고 사업비의 85%를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빌려오는 구조를 문제 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차이나머니는 선진국들에도 ‘음습하게’ 진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내 시장은 각종 장벽을 높이 쌓아 올려 막으면서도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한 외국의 첨단기술 기업 인수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를 분석한 독일 베텔스만재단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투자의 3분의 2 가량은 중국 정부의 차세대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핵심 10개 분야에 해당됐다. 중국이 반도체와 로봇, 에너지 등 첨단기술 기업과 기간산업 M&A에까지 손을 뻗치는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 국제사회가 차이나머니에 퇴짜를 놓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거부 움직임이 가장 세다.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모바일 결제업체 마이진푸(螞蟻金服·Ant financial)의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반도체 테스트장비 제조업체 엑세라가 중국 후베이신옌(湖北鑫炎)자산투자 컨소시엄과 맺은 M&A 계약도 파기했다. 올해 초 무역제재의 하나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미 기업 간 거래를 중단시켜 영업활동을 제한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가 AT&T를 통해 미국에 진출하려는 계획에도 정지 신호를 보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국영기업 민영화에 대규모 중국 자본을 끌어들였던 호주 정부는 기간산업이 중국 기업에 의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2016년 전력업체 오스그리드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신청을 거부한 데 이어 목장업체 키드먼의 인수도 승인을 거부했다. 영국도 2015년 8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영국 측에서 중국에 투자를 먼저 요청한 힝클리포인트 원전사업을 보류시켰다. 독일은 지난달 1일 독일의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중국 옌타이타이하이(煙臺泰海)의 정밀기계장비·부품업체 라이펠트메탈스피닝 인수를 불허했다. 직원 200명 규모인 라이펠트메탈스피닝은 항공우주와 원자력 산업에 사용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안보 관련 업체다. 독일 정부 소유의 독일재건은행(KfW)도 벨기에 기업 엘리아로부터 전력회사 50허츠 지분 20%를 사들였다. 중국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公司·SGCC)에 50허츠 지분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독일은 앞서 지난해 1월 자국 산업로봇업체 쿠카에 대한 중국 전자업체 메이디(美的)의 M&A를 승인했다. 독일의 첨단기술 유출로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지만 독일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구애 공세에 펼치는 바람에 글로벌 최대 로봇업체인 쿠카의 중국행을 승인한 것을 두고 곱씹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 크리스찬 드레거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민간기업으로 보이지만 정부와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다”면서 “중국의 유럽연합(EU) 투자는 활발하지만 반대로 EU 기업의 중국 진출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스페인, 성매매 노조 승인 번복… ‘매춘 합법화’ 논란 재점화

    스페인, 성매매 노조 승인 번복… ‘매춘 합법화’ 논란 재점화

    노동부 오락가락 입장… 소송전 불가피 산체스 총리 “성매매 폐지 지지” 쐐기 스페인 정부가 성매매 종사자 노조 설립을 승인한 뒤 한 달 만에 이를 취소하기로 하자 매춘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 6월 여성 인권 향상을 주요 과제로 내걸고 집권한 사회노동당 정부는 뒤늦게 성매매에 반대한다며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정부 내부에서조차 성매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립하지 못해 혼선을 빚은 것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노동부는 지난달 4일 관보를 통해 성매매종사자노동조합(OTRAS) 설립을 승인했다고 고시했다. 이에 따라 사회노동당 정부가 그동안 음지에 있었던 성매매를 양지로 끌어올려 합법화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스페인에는 현재 성매매를 규율하는 법률이 없으며, 공공장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인신매매 등 범죄와 관련이 없는 한 당국이 매춘 행위를 단속하지 않고 묵인해왔다. 하지만 여성인 막달레나 발레리오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매매 노조 설립 신고에 기술적 문제는 없지만 노동부가 이 같은 노조를 승인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나는 장관으로서 이 같은 승인을 내린 적이 없으며 (관료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성매매는 여성과 남성이 경제적 궁핍 등 문제로 타인에게 자신의 신체를 제공하면서 기본권을 어기는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이같이 오락가락한 입장을 두고 정부가 성매매 노조 승인 결정을 성급하게 내렸다가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한 뒤 혼선의 책임을 일부 관료들에게 전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 내각은 ‘페미니스트 내각’이며 불법 조직은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성매매 폐지를 지지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지난 6월 산체스 총리는 정부를 구성하면서 각료 18명 가운데 11명을 여성으로 채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었다. 스페인 정부는 이에 따라 이미 승인한 성매매종사자노조 설립 취소를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정부가 설립을 승인했기 때문에 노조 측과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콘차 보렐 성매매노조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성매매 종사자들도 다른 국민들처럼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성매매를 철폐한다는 발상은 페미니즘의 장막 뒤에 숨어 궁핍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국가 가운데 네덜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돼 있다. 여성운동가 마리사 솔레토는 이에 대해 “매춘은 직업이 아니며 여성을 노예화하고 남녀를 불평등한 상황에 고착시키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바른미래 당대표 손학규… 올드보이들 다 돌아왔다

    바른미래 당대표 손학규… 올드보이들 다 돌아왔다

    이해찬·정동영·김병준 이어 당 수장 귀환 “文정부·양당 정치 맞서 골드보이 되겠다” 安·劉 빠진 당 화합·정체성 확립 등 과제 바른미래당이 지난 2월 창당 후 처음 연 전당대회에서 손학규(71) 후보가 당대표로 뽑혔다. 이로써 여야 지도부가 10여년 전 정계의 중심이었던 ‘올드보이’들로 채워졌다. 손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대표·최고위원·전국청년위원장 선출대회’에서 27.02%를 득표해 당대표에 당선됐다. 후보 6인에 대해 1인 2표제로 진행된 이번 투표는 최다 득표자가 당대표를, 득표순 4위까지 후보가 최고위원을 맡았다. 이에 따라 최고위원에는 2위 하태경(22.86%) 후보와 3위 이준석(19.34%) 후보, 여성인 권은희(6.85%) 후보가 선출됐다. 득표율은 정운천(12.13%) 후보가 권 후보를 앞섰지만 4위 안에 여성 후보가 들어가지 못하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여성 후보를 최고위원으로 선출하기로 한 규정에 따라 권 후보가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전국청년위원장에는 단독 출마한 김수민 의원이 당선돼 당연직 최고위원이 됐다. 손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이해찬(66)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동영(65) 민주평화당 대표 등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후보로 경쟁한 세 사람이 11년 만에 여당과 제2·3 야당의 수장을 맡게 됐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병준(64) 혁신비대위원장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손 대표로서는 올드보이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 과제다. 당내에선 인재영입과 정책개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역동적인 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정치를 얼마나 새롭게 할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올드보이냐 골드보이냐로 나뉜다”고 말했다. 창당의 원동력이었던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가 없는 바른미래당을 안정시키는 것도 큰 숙제다. 합당 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화학적 결합 방안에 대해 손 대표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통해 당내 개혁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에 대해 손 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을 견제하기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강조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앵무새 노릇에 앞장서는 민주당과 틈만 나면 막말하고 시비를 거는 한국당이라는 수구적 거대 양당이 의회정치를 망치고 있다”며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나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국민을 찢어 놓고 있다”며 “한쪽을 살린다며 또 한쪽을 죽이는 것이 무슨 개혁이며 혁신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당대회를 앞두고 측근인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만나 ‘안심’(安心) 논란이 있었던 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공언한 대로 지난 1일 독일로 출국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BMW 피해자, 독일 총리에 조사 요청 공개 서한

    BMW 피해자, 독일 총리에 조사 요청 공개 서한

    2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이광선(왼쪽부터) BMW피해자모임 대표, BMW 차주 이희숙씨와 톰 달 한센, 법률대리인 하종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보내는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BMW 화재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BMW 화재 원인 규명 시험을 실시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독일 정부가 BMW에 대한 직접 조사에 나서 달라는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기금 고갈’ 프레임에 갇힌 국민연금…국민불신 차단 고강도 조치

    ‘기금 고갈’ 프레임에 갇힌 국민연금…국민불신 차단 고강도 조치

    정부 “어떤 경우에도 연금은 계속될 것” 정부 부채로 잡혀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국부펀드 지위 상실…과세면제 사라져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반대의견에 무산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언급한 것은 ‘기금 고갈’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고 국민 불안이 계속 높아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기금 고갈이라는 말 때문에 근거 없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지급 보장 명문화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낸 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불식하고 싶다”며 “어떤 경우에도 연금은 계속될 거라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조를 같이 했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은 모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논쟁이 일었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법에 명시된 지급 보장 규정을 근거로 지난해 각각 2조 3000억원, 1조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금처럼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혀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은 우리처럼 거액의 적립금을 쌓지 않고 해마다 보험료를 받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급 보장이 필요 없다. 논란이 거세지자 주무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추상적인 내용일지라도 지급 보장 명문화를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지급 보장 명문화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대외 신인도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지급 보장 명문화 시도가 있었지만 기재부가 “국민연금이 정부 부채로 잡히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국가 재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반대해 번번이 무산됐다.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면 정부 자산으로 투자하는 ‘국부펀드’ 지위를 유지할 수 없어 미국 등 해외 국가가 제공하는 과세 면제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전문가도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상적으로 지급 보장을 하면 더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할 것이고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며 “중병(重病)이 되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는 개혁안 중심의 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창우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지급 보장 명문화로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연금 개혁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기본 원칙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돈과 규제만 풀면 일자리가 만들어지나/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돈과 규제만 풀면 일자리가 만들어지나/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자동차 총리’. 자동차산업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에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1992~93년 독일이 전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져 모든 사용자들이 ‘독일은 노동시간이 너무 짧고 임금이 너무 높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면서 정리해고를 강하게 요구할 때 폭스바겐 자동차는 주 28.8시간제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독일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고용보장형 노동시간 단축’으로 훗날 개념화된 이 모델의 핵심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연봉을 삭감하는 대신 정리해고 없이 고용을 유지하는 교환이었다. 폭스바겐 본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폭스바겐사의 대주주인 독일 니더작센주 주지사였던 슈뢰더가 이 모델에 관한 노사 합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이 모델은 독일 전역으로 확산됐고 2008~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실업은 증가하지 않은 ‘고용기적’을 낳은 토대가 됐다. 슈뢰더는 또한 체코에 공장을 지으려는 BMW 자동차를 설득해 구동독 라이프치히에 5500명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노사가 합의하는 데 앞장섰다.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창의적이지 못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일자리 대책이 박근혜류의 타성적인 ‘돈 풀기’와 ‘규제 풀기’뿐이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동원한 정책 수단이 ‘일자리 추경’ 11조 2000억원이었다. 내년도 일자리 예산도 22조원 규모로 올해보다 크게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으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발상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도 세 차례나 있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재정의 효율성이나 효과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채 지출 금액 자체가 성과인 것처럼 내세워지고 있다. 일자리 정책에서 정부의 무책임함은 규제 풀기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간 투자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원포인트 규제완화’는 필요할 수 있겠지만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테니 알아서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접근 방식은 무책임의 극치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론’의 희생양이었던 ‘위험의 외부화’는 사실상 인건비를 사업비로 위장한 꼼수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공공부문의 괜찮은 일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 자율로 넘긴 시장감독 업무도 다시 정상적인 정부 활동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세종병원 화재, BMW 차량 화재 등 수많은 사건에서 드러난 ‘정부 부재’ 상황을 속히 타파해야 할 것이다. 공공서비스도 확대돼야 한다. 초인적인 희생으로 온 국민을 감동시키는 소방관과 외상센터 의사 및 간호사가 속히 확충돼야 한다. 자녀수당보다는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과 교사의 확충이 더 절실하다. 정부의 조달사업 또한 일자리 만들기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입찰 자격에서 직접 시공이나 정규직 등 고용 요건을 강화하면 시장에서 고용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제도의 범위를 확대해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투자를 하지 않는 사내유보금을 정부가 세금으로 징수해 공공투자에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 스스로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활동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할 때 우리는 가령 ‘부품 굴기’를 하면 어떨까. 작금의 고용 대란의 핵심 원인은 기존 주력 산업의 혁신 부재와 이를 방관한 ‘정부 부재’ 때문이다. 4대 주력 산업 모두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는 소식만 들릴 뿐 미국, 독일, 일본 추격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다. 독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독일의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혁신을 촉진해 국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노조, 전문가, 시민사회의 상호협력을 촉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위원회 하나에 맡겨진 한국의 4차 산업혁명과 달리 ‘총력전’인 셈이다. ‘나라다운 나라’의 기본은 ‘정부다운 정부’다. 지극히 노동 배제적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장과 규제 혁신이 우려되는 이유다.
  • [사설] 백화점식 자영업 지원 대책보다 김&장 ‘원 팀’이 먼저다

    당정이 어제 7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놨다. 5인 미만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금액을 현행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리고 근로장려금(EITC) 지원 규모와 대상을 확대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카드수수료 경감안도 들어 있다.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월 30만원을 3개월간 지원해 구직도 촉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번 백화점식 종합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근본적 해결보다 일자리 안정자금 등 기존의 지원 규모와 폭을 늘리는 ‘미세조정’에 그쳤기 때문이다. 당정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한 건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가 최근 내수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서다.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주 중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은 13.8%나 떨어졌다. 그 결과 1분위 가계소득은 역대 최대 폭인 전년 대비 8.0% 뒷걸음질쳤다. 소상공인의 월평균 1인당 영업이익(209만원)은 근로자 평균 급여(329만원)의 3분의2에도 못 미칠 정도다. 자영업이 경쟁이 심한 ‘레드 오션’이라는 구조적인 요인도 크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해 21.3%로 미국(6.4%)은 물론 10% 안팎인 영국이나 일본, 독일 등보다도 월등히 높다. 지난해 음식점 10곳이 문을 열 때 9곳꼴로 문을 닫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임금 노동자들이 은퇴한 뒤 자영업자로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도 폐업 뒤 재취업 등의 ‘퇴로’가 충분치 않다. 따라서 이들이 편의점이나 음식점을 여는 대신 임금노동자로 전환되는 등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중·장기적 계획이 병행되지 않으면 구직 지원금 등은 자칫 재정만 낭비하고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전에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빠진 점도 아쉽다. 무엇보다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킨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경제주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면 미세 조정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니다. 내수 활성화 등 경제 활력을 되찾는 작업도 필요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원 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조화롭게 보고 같이 간다”는 발언대로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 ‘평화전도사’ 코피 아난, 평화 속에 잠들다

    평직원서 최고수장 오른 입지전적 인물 유엔 개혁 등 업적…2001년 노벨평화상 文대통령 “고단한 길 걸었던 친구 잃다” 전세계 추모 물결…트럼프는 아직 침묵 “그가 태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남겼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코피 아난(80)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코피 아난 재단은 트위터에 “그는 고통이 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많은 이들을 어루만져 주었다”고 그의 죽음을 기렸다. 아난 전 총장은 유엔 사상 처음으로 평직원으로 시작해 최고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며 아프리카 출신 첫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유엔 회의실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그는 2003년 “나는 근본적으로 아프리카인이라고 느낀다. 내 뿌리는 아프리카”라고 말했다. 1938년 영국 식민지였던 가나 쿠마시에서 태어난 아난 전 총장은 콰메 은크루마과학기술대 재학 중 미국에 유학했다. 미네소타주 매칼레스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4세 때인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유엔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기획예산 책임자 등 요직을 거쳐 유엔평화유지군(PKO) 담당 사무차장이 됐고, 1997년 7대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유엔 입성 35년 만에, 평직원으론 처음이다. 그는 유엔 개혁과 에이즈(AIDS) 확산 방지, 세계 빈곤 퇴치, 지역분쟁 중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현직 사무총장으로 이 상을 받은 것도 그가 처음이다. 2002년 사무총장 재선에 성공했고 2006년 42년간의 유엔 생활을 마감하고 제네바 인근 한적한 마을에서 살며 세계 원로정치인의 비영리단체 엘더스 회원으로 활동했다. 1998년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과 유엔사찰단 문제와 관련해 직접 협상을 하면서 그와 악수를 한 게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양심과 도덕적 중재자로서 유엔과 자신을 내던졌고, PKO가 지킬 평화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인도주의적 개입’을 통해 유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적지 않다. 1998년 서울평화상을 받은 그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북한 방문을 희망했지만 실현되진 못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에선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세계인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며 대한민국 국민의 슬픈 마음을 함께 전한다”며 “우리는 평화를 위해 고단한 길을 걸었던 친구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그는 (세상을) 선으로 이끄는 힘이었고, 나는 그를 친구이자 멘토라고 부르는 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도 “유엔의 원칙과 이상을 지키려고 했던 그의 비전과 용기는 늘 존경받고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헌신은 말할 필요도 없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차분하고 단호한 접근법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기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글로벌 문제의 공동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이후 10개에 가까운 ‘폭풍 트윗’을 올리긴 했지만 정적들이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을 뿐 아난 전 총장을 애도하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르켈·푸틴, 트럼프 보란 듯 ‘가스관·시리아’ 입맞춤

    메르켈·푸틴, 트럼프 보란 듯 ‘가스관·시리아’ 입맞춤

    “양국 연결 천연가스관, 정치화 말아야” 메르켈에 ‘러 포로’ 비난한 트럼프 때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천연가스관 연결, 이란 핵합의, 시리아 내전 문제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3월 러시아의 영국 이중 간첩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악화됐던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변화를 방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독·러 양국의 견제 심리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 인근 메제베르크궁에서 3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스트림2’ 천연가스관 건설 공사가 완료돼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기존 가스관은 계속 사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동유럽 국가들은 노드스트림2의 건설이 완료될 경우, 우크라이나 가스관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노드스트림2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시리아는 재건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고 시리아 난민들이 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이를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에서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시리아에서의 러시아가 발휘하는 영향력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는 걸 전제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메르켈 총리가 100만명에 가까운 시리아 난민 문제로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들 난민을 다시 시리아로 돌려보내려면 시리아 안정과 재건이 필수적이라는 셈법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시리아 재건 비용을 확보하려면 유럽 맹주인 독일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서방의 반(反)러시아 전선을 이완시키는 부수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의 화기애애한 회담 분위기는 독일이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경제적 혜택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었다. 무엇보다 두 정상 모두 트럼프와의 관계가 점차 불편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독일이 러시아에서 60~70%의 에너지를 수입한다”며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독·러 정상이 노드스트림2가 유럽을 위협하는 러시아의 지렛대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천명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시리아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후원해 온 러시아를 비판했고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을 직접 공습했다. 미 국무부는 17일 시리아 재건 지원 명목으로 배정된 예산 2억 3000만 달러(약 2600억원)를 집행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러시아의 영향권 안에 있는 시리아에 대한 원조를 철회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쓴 이란 핵합의는 지난 5월 미국이 이탈했다. 유럽 국가들이 다 만류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 파괴 후 곧바로 보란듯이 지난 7일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독일과 러시아의 두 정상이 공동으로 이란 핵합의 유지 의사를 분명히 한 것도 트럼프에 반대되는 선택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기념 촬영은 무슨”…손사래 친 與

    홍영표 “경제구조 전환에 유럽도 10년” 이해찬 후보 “고용 쇼크는 전 정권탓” 野 “소득성장론 장 실장 등 교체하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발표에 따른 ‘고용 쇼크’에 당·정·청이 19일 국회에서 긴급 회동을 했다.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306호에 들어서는 참석자들의 표정이 심각했다. 회의 진행을 맡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례대로’ 기념촬영을 하겠다고 하자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손사래를 쳤다. 한가하게 사진 찍을 때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곧바로 회의가 시작됐고 무거운 발언이 이어졌다. “국민께 책임을 통감한다”(홍 원내대표), “다른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김동연 경제부총리), “청와대는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은 반성의 발언으로 입을 뗐다. 취재진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당·정·청의 이견도 감지됐다. 김 부총리는 “필요한 경우엔 관계 부처, 당과 협의해 개선 또는 수정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며 정부 정책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이 효과를 내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장 실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 조선업의 고용 구조조정이 완료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말엔 다시 (고용부진)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도 “2000년대 초반 독일은 극심한 실업률 탓에 ‘유럽의 환자’로 불렸으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구조를 바꾸려 노력해 유럽 최강국으로 도약했다. 그 구조를 바꾸는 기간만 10년 걸렸다. 우리도 시간이 걸려도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 실장에게 힘을 실었다.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도 고용 쇼크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연결 지어서는 안 된다며 엄호에 나섰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통계 당국이나 전문가의 분석 등을 보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때문에 고용 쇼크가 온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속성상 효과가 나올 때까지 3년 걸리니까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참모들과 노조·시민단체·교수 그룹 등의 회유와 협박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라”며 “소득주도성장론에 사로잡힌 장 실장 등 측근 그룹을 인사 조치하라”고 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생일상 기다리다 굶어 죽는다는 시중의 얘기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을 전면 철회하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결혼식에 깜짝 하객? 푸틴 대통령!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결혼식에 깜짝 하객? 푸틴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하객으로 초청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의 결혼식에 끝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남동부 작은 마을에서 진행된 카린 크나이슬(53) 오스트리아 외무장관과 사업가인 볼프강 메일링어의 결혼식에 초청받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전용기를 타고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에 내린 뒤 자동차 편으로 결혼식이 열린 슬로베니아 접경을 이루는 개믈리츠 마을로 향했다. 차량 안에는 신부에게 줄 꽃다발을 실었고, 러시아 전통 카자크 합창단원들을 대동한 채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동 경로에는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각 대장’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는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결혼식에 10분 늦게 도착해 예식 시작을 다소 늦췄다. 푸틴은 식장에서 독일어로 짧은 연설을 했고 오스트리아 전통 의상을 입은 신부 크나이슬 장관과 춤을 추기도 했다. 크나이슬 장관은 카자크 합창단원과 카자크 춤을 추는 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무소속인 크나이슬 장관은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반대하며 친러 행보를 보여온 극우 자유당의 천거를 받아 장관직에 기용된 학자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과의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랑 메일링어는 푸틴 대통령과 유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그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밝혔다. 대변인은 또 푸틴 대통령이 신랑신부에게 그림 한 점과 오일 압착기, 차 주전자인 사모바르 골동품을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외무부는 크나이슬 장관이 결혼식에 푸틴을 초청한 것은 사적인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 일이 알려진 주초부터 논란이 일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크림병합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독살 시도 사건 등을 놓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 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외교 수장이 푸틴을 결혼식에 초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인 사회민주당 소속 외르크 라이히트프리트 의원은 “이번 일로 중립적인 중재자로서 오스트리아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객 약 100명이 초대받은 이날 결혼식에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쿠르츠 총리가 이끄는 우파 국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당 당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도 참석해 자연스럽게 즉석 정상회담도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예식을 마친 뒤 독일 베를린 근처 메제부르크 성으로 이동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들어가기 전 “시리아는 재건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고 시리아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메르켈 총리는 우크라이나 분쟁과 시리아 내전, 이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 스트림 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인권문제와 양자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독일에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그릇된 역사인식 어떻게 자라났나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그릇된 역사인식 어떻게 자라났나

    한중일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오누마 야스아키·에가와 쇼코 지음/조진구·박홍규 옮김/섬앤섬/272쪽/1만 6000원일본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는 1993년 8월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지난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침략 전쟁이었다. 잘못된 전쟁이었다고 인식한다”고 답한다. 이어 1995년 8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아시아 국가에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2001~2006년 매년 전쟁 전범이 묻힌 신사참배를 반복한다. 2012년 취임한 아베 신조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변국의 시선이 또다시 싸늘해졌다. 왜, 어째서 일본은 이런 태도를 보일까.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난 것일까.●국제법 연구자 오누마 교수 신간 국제법 연구자이자 1970년대부터 한·일 관계를 연구한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신간 ‘한중일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그 해답을 알려 준다. 일본인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생겨난 지점을 짚고, 한·중·일의 역사인식 차이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한다.우선 제2차 세계대전 후 1946~194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부터 보자. 미국, 영국, 중국, 소련, 인도 등에서 온 11명의 재판관이 일본 전범자 도조 히데키 등을 재판했다. 28명이 기소돼 재판 도중 사망한 2명과 정신장애로 면소된 1명을 제외한 25명 전원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 저자는 도쿄재판에 관해 ‘평화에 대한 죄’로 피고인을 단죄했다는 점에서 사후법에 따른 처벌이며 근대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이 치른 전쟁이 국제법상 위법한 침략 전쟁이 분명하고, 그 과정에서 일본이 수많은 전쟁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음은 전 세계가 공유하는 인식이라 설명한다. ‘승자에 의한 일방적인 단죄’라며 이를 부정하는 ‘도쿄재판사관’에 관해서는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일본이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위안부 문제, 희생자 입장서 고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공개한 게 계기가 됐다. 일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2011년 한국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충분히 교섭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 결정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차례로 짚어 가며 “종군 위안부 문제를 오로지 한·일 관계의 틀 속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위안부 피해자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네덜란드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의 핵심이 ‘한국을 만족시키는 정도의 사죄와 보상’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 자체와 희생자의 입장을 고려한 보상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1995년 일본의 민과 관을 연결해 ‘아시아 여성 기금’을 만드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 진보 신문과 한국 언론이 일본군 위안부를 자극적으로 다루며 오히려 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총리의 사죄 편지를 비롯해 기금 마련 등 일본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든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주범국이지만 전쟁 책임에 관해서는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독일의 경우, 지도자가 알기 쉬운 형태로 자기 반성과 사죄를 한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유대인 격리 시설인 게토의 영웅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묵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日, 잘못된 것도 역사로 받아들여야” 저자는 전후 일본의 역사인식 형성 과정을 설명하며, 될 수 있으면 일본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상대의 처지에서 일본이 어떻게 보이는가 냉정하게 생각하고 자신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역사를 인식하는 일”이라 거듭 강조하는 부분에서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식민지 시절을 겪은 우리로선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한·중·일 삼국이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와 해석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근거와 원인을 알아야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본이 자신의 시각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 단순한 반일 감정으로도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맛있는 독일 맥주의 비결…500년 역사 ‘맥주순수령’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맛있는 독일 맥주의 비결…500년 역사 ‘맥주순수령’

    맥주 만들때 맥아·홉·물 이외 원료 금지 밀맥주 인기에 빵 원료인 밀 부족 사태 식량문제 해결하고 품질 높이기 위해 1516년 바이에른 공국 빌헬름4세 반포 최근 소규모 양조장 발전 제한 비판도 독일은 ‘맥주 천국’으로 불립니다. 독일 전역에 맥주 양조장은 1300개가 넘고, 세계 최대 홉 산지인 할러타우 지역이 있으며 모든 마을에는 주민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는 큰 규모의 ‘비어할레’(독일식 펍)가 존재합니다.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청년 시절 비어할레에서 ‘통일 독일’에 관한 명연설을 한 뒤 독일노동당 지도부에 합류해 본격적인 정치가의 길을 걷게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당연한 말이지만 독일인에게 맥주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독일에서 맥주를 수입하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독일 맥주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죠. 독일이 맛있는 맥주를 생산해온 비결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500년 이상 지켜진 ‘맥주 순수령’을 꼽습니다. 맥주순수령이란 맥주를 만들 때 맥아와 홉, 물 이외의 원료는 사용하지 못하게 한 법령으로 1516년 4월 23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반포했습니다. 효모의 존재가 아직 밝혀지지 않을 때였으니 순수령의 원료에 효모가 들어가진 않았죠. 빌헬름 4세가 맥주순수령이라는 법률을 만든 이유는 우선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맥주는 보리로 만든 술이지만 16세기 바이에른 지방에서는 ‘밀맥주’가 성행했습니다. 독일식 밀맥주는 보리와 밀을 50%씩 섞어서 에일 방식으로 만든 ‘헤페바이젠’(바이스비어)을 일컫습니다. 당시에도 밀맥주는 보리 맥주보다 목넘김이 부드러워 특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수요가 많아 너도나도 밀맥주를 생산하다 보니 주식인 빵의 원료 ‘밀’이 부족해지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제빵업자와 양조업자들은 원료인 밀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했고, 양측 간 갈등도 깊어져 사회 문제로까지 커졌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맥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양조업자들은 맥주에 향초나 향신료, 과일 등을 넣거나, 심지어는 빨리 취하게 할 목적으로 독초를 넣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빌헬름 4세는 맥주순수령에 따라 정해진 원료로만 맥주를 만들게 되면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하고 품질이 좋은 맥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빌헬름 4세는 바이에른 일부 지역에서 실시됐던 맥주 관련 규제를 맥주순수령으로 통합해 바이에른 공국 전체로 규제를 확대시켰습니다. 이후 1871년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1797∼1888)가 독일을 통일하고 황제가 되었을 때 바이에른 공국은 맥주순수령을 독일 전역에 적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에 1906년부터는 독일 전역에서 맥주순수령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독일 양조장들은 일정한 품질 이상의 예측 가능한 맛이 나는 맥주를 생산하는 데 강점을 갖게 됩니다. 반면 맥주 원료에 대한 제한이 없었던 이웃 벨기에의 양조장들은 맥주를 만들 때 과일이나 향신료를 부재료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죠. 오늘날 ‘독일식 맥주’, ‘벨기에식 맥주’의 특징이 확연하게 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500년 이상 맥주순수령이 이어져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맥주순수령에 어긋나는 ‘밀맥주’인 헤페바이젠이 아직까지 독일 남부의 상징적인 맥주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밀맥주가 사장되지 않고 지금까지 내려올 수 있었던 건 ‘맥주순수령’을 지키지 않고 맥주를 만들어 마셨던 당시 특권층의 역할이 컸습니다. 맛있는 밀맥주를 계속해서 마시고 싶었던 귀족들은 몰래 밀맥주를 독점해 만들어 팔았고, 밀맥주는 지하에서 그 명맥을 이을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맥주순수령은 독일 맥주 정통성의 핵심이며 지금의 독일 맥주를 있게 한 일등 공신입니다. 2016년 열린 맥주 순수령 500주년 기념식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참석해 맥주잔을 기울일 정도로 맥주순수령에 대한 독일인들의 자부심은 매우 강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맥주순수령 때문에 ‘소규모 양조장의 개성을 죽이고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맥주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창의성,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크래프트맥주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간 동안 독일의 소규모 맥주 양조장의 활약은 미미했던 것도 맥주순수령이 뿌리 깊게 자리한 환경 탓도 큽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오늘날 ‘맥주 천국’ 독일에서 맥주순수령은 독일 맥주의 강점이자 극복해 나가야 할 대상이기도 한 ‘양날의 검’인 셈입니다. macduck@seoul.co.kr
  • [박건승 칼럼] 국민연금 고해성사가 필요하다

    [박건승 칼럼] 국민연금 고해성사가 필요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각각 자국의 연금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지도자다. 동시에 연금개혁으로 정권을 내놓은 이들이기도 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연금 수령 나이를 67세로 두 살 연장하는 개혁안을 밀어붙여 큰 반발을 불렀다. 2005년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중도 우파 기독교민주연합에 패해 정계를 떠났다. 당시만 해도 독일인은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이 통일 이후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게 된 데는 연금개혁이 큰 몫을 했다. 사르코지는 2010년 연금 수령 시기를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대거 올려 지속 가능한 연금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그 역시 반발에 부닥쳐 2012년 대선에서 프랑수아 올랑드가 이끄는 사회당에 17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지난 한 주 우리 사회는 국민연금 개혁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공식적으로 첫발을 떼기도 전에 사달이 났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내일로 예정된 공청회에서 4차 재정계산위원회 국민연금 개혁 정책자문안을 발표할 참이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법에 따라 5년 만에 발표하게 돼 있다. 원래대로라면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카드를 먼저 꺼냈어야 했다. 그런 연후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높여 ‘더 내고 더 받자’고 국민 설득에 나서는 게 순서였다. 그런데 지난 10일 이후 정책자문안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가타부타 설명이 빠진 정보를 단편적으로 접한 국민이 크게 화를 냈다. 그 단편적인 정보란 연금 의무 가입 나이를 대폭 연장한다거나 연금 받는 나이를 크게 늦춘다는 것 등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한 정권을 넘어 국가의 명운을 가를 만한 사안이다. 그래서 연금 개혁은 백년대계 차원에서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 없이는 결코 달성하기 어려운 장기 과제다. 그런 면에서 당국이 이렇다 할 설명 하나 없이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식의 개혁안을 흘린 것은 간단한 시행착오로 볼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재정계산안부터 흘려 민심을 떠보려 했다면 그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운 죄´, ‘사회적 갈등을 확대한 죄´로 추궁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내가 봐도 말이 안 된다”고 했겠는가. 지난 한 주 연금 개혁 논쟁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더 커진 불신감과 사회적 갈등뿐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갈등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짐이 돼 버렸다. 이미 뒤틀린 판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뜻을 모으느냐가 이제 ‘발등의 불’이다. 뾰족한 수는 없다. 비록 때늦고 순서가 뒤바뀌긴 했지만, 국민연금에 관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 국민의 동의를 얻으려면 ‘고해성사’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솔직 담백’ 이상의 방책이 있을 수 없다. 내일이면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4차 국민연금 개편 내용을 공개한다.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연금개편 보고서를 테이블에 올려 본격 논의하기에 앞서 책임 있는 당국자가 나서야 한다. 우선 왜 이 시점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한지를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왜 하필 지금이냐’에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재정 고갈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것이 과연 운용수익률이 나빠서인지, 5년마다 재정 추계를 다시 계산해 발표하고 재정 안정화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어서인지도 밝혀야 한다. 왜 투자수익률이 예전만 못한지도 솔직한 설명이 필요하다. 투자수익률 저하가 지난 1년간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를 공석으로 놔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면 이 또한 입을 다물 일이 아니다. 635조원의 기금 적립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적격자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면 국적에 관계없이 돈을 제대로 굴릴 인사를 찾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한다. 일각에선 ‘워런 버핏 데려와라’, ‘히딩크 데려와라’ 따위의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현실이다. 국민은 판에 박힌 설명보다 ‘진심’을 원한다. 그 출발점은 허심탄회함과 ‘고해성사’가 돼야 한다. ksp@seoul.co.kr
  • [전문]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남북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

    [전문]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남북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기념 경축식에 경축사를 통해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매우 뜻깊고 기쁜 날입니다. 독립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는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께도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한말 의병운동으로부터 시작한 우리의 독립운동은 3·1운동을 거치며 국민주권을 찾는 치열한 항전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우리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건설하자는 불굴의 투쟁을 벌였습니다.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독립투쟁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했습니다.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겨낸 결과였습니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힘을 모아 이룬 광복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광복의 그날 우리는 모두가 어울려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에 높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곳은 114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비로소 온전히 우리의 땅이 된 서울의 심장부 용산입니다.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조선을 착취하고 지배했던 핵심이었습니다.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용산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온 기반이었습니다. 지난 6월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으로 한미동맹은 더 굳건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입니다. 2005년 선포된 국가공원 조성계획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서 허파역할을 할 거대한 생태자연공원을 상상하면 가슴이 뜁니다. 그처럼 우리에게 아픈 역사와 평화의 의지, 아름다운 미래가 함께 담겨있는 이곳 용산에서 오늘 광복절 기념식을 갖게 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용산이 오래도록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것처럼 발굴하지 못하고 찾아내지 못한 독립운동의 역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독립운동은 더 깊숙이 묻혀왔습니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였던 강주룡은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미터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습니다. 당시 조선의 남성 노동자 임금은 일본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조선 여성노동자는 그의 절반도 되지 못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저항으로 지사는 출감 두 달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지만 200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습니다.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는 일제의 착취에 맞서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다섯 분의 해녀로 시작된 해녀 항일운동이 제주 각지 800명으로 확산되었고 3개월 동안 연인원 1만7천명이 238회에 달하는 집회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구좌에는 제주해녀 항일운동기념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광복절 이후 1년 간 여성 독립운동가 이백 두 분을 찾아 광복의 역사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중 스물여섯 분에게 이번 광복절에 서훈과 유공자 포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계속 포상할 예정입니다. 광복을 위한 모든 노력에 반드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하겠습니다.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입니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 함께 만든 나라입니다.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함께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에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되살려 전 세계를 경탄시킨 나라, 그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분단과 참혹한 전쟁, 첨예한 남북대치 상황, 절대빈곤, 군부독재 등의 온갖 역경을 헤치고 이룬 위대한 성과입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전 세계에서 우리만큼 역동적인 발전을 이룬 나라가 많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선대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세대가 함께 이뤄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위상과 역량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보면 누구나 느끼듯이 한국은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나라이고 배우고자 하는 나라입니다. 그 사실에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자부심으로 우리는 새로운 70년의 발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길입니다. 분단은 전쟁 이후에도 국민들의 삶속에서 전쟁의 공포를 일상화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과 역량소모를 가져왔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북부지역은 개발이 제한되었고 서해 5도의 주민들은 풍요의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조업할 수 없었습니다. 분단은 대한민국을 대륙으로부터 단절된 섬으로 만들었습니다. 분단은 우리의 사고까지 분단시켰습니다. 많은 금기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막았습니다. 분단은 안보를 내세운 군부독재의 명분이 되었고 국민을 편 가르는 이념갈등과 색깔론 정치, 지역주의 정치의 빌미가 되었으며 특권과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분단을 극복해야 합니다.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입니다. 저는 국민들과 함께 그 길을 담대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국민들의 힘 덕분입니다. 제가 취임 후 방문한 11개 나라, 17개 도시의 세계인들은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되살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깊은 경의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그것이 국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합의했습니다. 평화적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G20의 정상들도 우리 정부의 노력에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과도 ‘더불어 잘사는 평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고 지금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는 남북러 3각 협력을 함께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베 총리와도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그 협력은 결국 북일관계 정상화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은 그와 같은 국제적지지 속에서 남북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남과 북은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남북은 군사당국간 상시 연락채널을 복원해 일일단위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분쟁의 바다’ 서해는 군사적 위협이 사라진 ‘평화의 바다’로 바뀌고 있고 공동번영의 바다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의 시범적 감시초소 철수도 원칙적으로 합의를 이뤘습니다. 남북 공동의 유해발굴도 이뤄질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되었습니다. 앞으로 상호대표부로 발전하게 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사상 최초로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뜻깊은 일입니다.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또한 함께 평화와 번영으로 가겠다는 북미 양국의 의지로 성사되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양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틀 전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판문점 회담’에서 약속한 가을 정상회담이 합의되었습니다. 다음 달 저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정상 간에 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담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남북과 북미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걷힐 때 서로 간의 합의가 진정성 있게 이행될 수 있습니다.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닙니다.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입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뒷받침 합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평화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날도 앞당겨질 것입니다. 국책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30년 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철도연결과 일부 지하자원 개발사업을 더한 효과입니다. 남북 간에 전면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때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이미 금강산 관광으로 8천9백여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강원도 고성의 경제를 비약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습니다. 지금 파주 일대의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도 남북이 평화로웠을 때 이뤄졌습니다. 평화가 경제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입니다. 많은 일자리와 함께 지역과 중소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입니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입니다. 1951년 전쟁방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유럽 6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습니다. 이 공동체가 이후 유럽연합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저는 오늘,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합니다.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식민지로부터 광복, 전쟁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이뤄내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국민들이 기적을 만들었고 대한민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고 있습니다. 독립의 선열들과 국민들은 반드시 광복이 올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 살리기라는 순탄하지 않은 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까지처럼 서로의 손을 꽉 잡으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우리가 어떻게 하냐에 달렸습니다. 낙관의 힘을 저는 믿습니다. 광복을 만든 용기와 의지가 우리에게 분단을 넘어선, 평화와 번영이라는 진정한 광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쉽고 값싼 ‘살인 드론’… 전 세계로 공포 배달

    [글로벌 인사이트] 쉽고 값싼 ‘살인 드론’… 전 세계로 공포 배달

    값싸고 치명적인 ‘살인 드론’이 몰려온다. 드론은 인간 조종사가 기체에 탑승하지 않고 원거리에서 전파로 조종하는 무인 항공기를 통칭한다. 미국 공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무인정찰기 겸 공격기 프레데터(MQ1)가 모두 드론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군이 파키스탄, 예멘 등지에 실전 배치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전투용 드론이 1000회의 암살 작전을 수행해 300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원거리 조작으로 공격자 신원 알기 어려워 최근 레저 또는 상품 배달 등 업무용으로 각광받는 소형항공기 역시 드론이다. 이들 개인·사업용 드론은 휴대 가능한 수준의 크기에 3~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베네수엘라에서 ‘제4형 복합 폭발물질’(C4)이 부착된 드론 2대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드론으로 국가원수를 암살하려 한 역사상 첫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마두로 대통령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한다. 사건의 진위와 별개로 인간을 공격하는 ‘살인 드론’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 드론은 재래식 무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대체로 살상 능력은 떨어지지만 상황에 따라 더 유용하다. 원거리에서 조작해 공격자의 신원을 은폐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드론을 활용한 요인 암살, 군사적 요충지 공격 등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전략·전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드론의 특징을 언급하면서 “드론은 가난한 자들의 첨단 무기”라고 평가했다. 또 “드론은 자살폭탄 테러와 같은 충격을 전달하면서도 공격자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드론 테러는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은 드론을 십분 활용했다. IS는 2016년 10월 이라크에서 처음으로 드론 테러를 자행했다. 이후 시리아 등지에 드론을 집중 배치해 공중을 배회하게 하는 식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 최근 지리적 거점을 잃고 지도부가 궤멸되면서 IS는 그 세력이 상당히 약화됐다. 이와 관련, 미 육군사관학교 대테러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IS가 드론을 사용한 방식이 다른 테러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면서 “다른 테러 집단에서도 드론 테러를 시도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온라인서 개조법 배워 수류탄 달면 테러 가능 영국 일간 익스프레스 주말판 선데이익스프레스는 “드론 테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마두로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에 쓰인 것과 같은 살인 드론을 만들려면 5000파운드(약 720만원)와 폭발물만 있으면 된다”고 평가했다. 인디펜던트는 “위협을 현실화하는 것은 능력과 의도다. 능력은 온라인에서 쉽게 살 수 있다”면서 “범행에 사용한 중국 드론 제조사 DJI의 M600 모델은 사진 촬영 전문 드론이지만 약간의 개조만으로 치명적인 폭발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M600은 약 시속 65㎞로 이동 가능하며 5㎞ 밖에서도 무선 조종이 가능하다. 단번에 드론 수백대를 띄울 수 있는 전술적 측면도 위협적이다. 현존 최다 드론 공중 동시 비행 기록은 1218대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막식 드론쇼에서 인텔사의 드론 ‘슈팅스타’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장착해 오륜기를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 당시 한 명의 조종사가 컴퓨터로 1000대가 넘는 드론을 조작했다. 이외에도 2016년 독일에서 600대가 동시 비행한 기록 등이 있다. 마두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세력이 2대의 드론을 썼기에 망정이지 폭탄을 장착한 드론 100대를 투입했다면 마두로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백악관·日총리관저 등 드론에 무방비 노출도 마두로 대통령 암살 시도 이전에도 드론 관련 사건 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했다. 2015년 1월에는 고장 난 드론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잔디밭에 추락했다. 테러와는 무관한 상황이었지만 대통령 경호에 구멍이 뚫린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4월 일본에서는 정부의 핵 정책에 반대하는 한 남성이 후쿠시마 원전 지역의 방사능 모래를 드론에 담아 총리관저에 떨어뜨렸다. 지난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왕궁 근처를 비행하던 드론을 보안군이 격추했다. 환경시민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프랑스 원자력 방어의 취약성을 보여 주겠다면서 슈퍼맨 모양의 드론을 원전 외벽에 충돌시켰다. 지난 6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남부 지중해 연안 봄레미모사의 브레강송 요새 인근에 정체불명의 드론이 접근해 비상이 걸렸었다. 드론은 별장 앞바다에 빠졌다. 이 드론이 추락한 것인지 마크롱 대통령 경호실이 격추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연방항공국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개인용 드론은 2014년 50만대에서 지난해 300만대로 폭증했다. 커스틴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최근 WP 기고에서 “미국은 점차 커지는 드론의 위협에 대처할 준비가 안 됐다”면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의 분석가 콜린 클라크는 “세계 각국의 규제가 드론의 확산 및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서 “이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교란 주파수를 발사해 드론을 무력화하는 ‘드론건’을 생산하는 호주 업체 드론실드의 최고경영자(CEO) 올레그 보르닉은 “현재 2차원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모든 자산은 공중 공격에 대비한 3차원 보호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0.5㎏짜리 저가 드론에 수류탄 하나만 장착하면 그게 바로 살인 드론”이라고 선데이익스프레스에 말했다. 미국의 유명 민간 정보기업 스트래포의 분석가 스콧 스튜어트는 “드론의 공격은 심리적 측면에서 물리적 피해를 훨씬 능가할 수 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이 드론으로 대량학살을 저지를 수는 없지만 대중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사모펀드 KKR 산하의 지정학적 전략기관 KKR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반스 세르추크 상무이사는 “현대 방공망은 비행기와 미사일에 대응해 제작됐다. 소형 드론은 작고 비행고도가 낮으며 느리다. 이를 막을 방공 체계는 아직 없다”고 평가했다. ●드론 등록·전파 방해 등 규제로는 안심 못 해 각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WP에 따르면 각국은 대개 400~500피트(154m)의 높이 제한, 인구 밀집 지역 또는 공항·군사시설 등 주변에서의 비행 금지, 드론 등록 및 면허 발급 등의 규제안을 내놨다. 미 정부는 주요 인사가 참석한 공식 행사장 주변에 전파를 쏴 드론의 공격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부의 전파 장치는 테러범이 전화기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드론을 폭파시키는 것도 방해한다. ABC뉴스는 “전파 방해 등의 방법이 100%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무선 및 GPS 신호가 아니라 카메라 인식 및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목표를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또한 해변, 쇼핑몰, 스포츠 경기장에 모인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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