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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대통령 “北, 내부통제 역량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새벽(현지시간 13일 오후) “북한은 갑작스럽게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한국 정부는 그런 것을 조장할 생각이 없고, 여야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독일을 국빈 방문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방문을 모두 마치고 두번째 방문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첫 공식 일정으로 숙소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4단계 남북통일방안 제시 노 대통령은 또 독일 유력일간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를 한다 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압력이 커지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설사 북한에서 어떤 사태가 있더라도 북한 내부에서 상황을 통제해갈 만한 내부 조직적 역량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한 붕괴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 정책이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기다리고 조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 토대 위에 있다.”고 거듭 역설했다. 남북 통일 방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국의 통일은 천천히 준비해 먼저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그 토대 위에 교류협력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키고, 북한도 통일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성숙되면 국가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되면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른바 평화구조 정착→교류협력 강화 통한 남북관계 발전→국가연합 단계→통일 등으로 이어지는 4단계의 통일방안이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북한은 안전 보장을 하고 개혁·개방을 지원해준다면 핵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고, 미국은 북핵만 포기한다면 지원을 다해줄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본질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고 단지 순서만 갖고 다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국부유출 용어 쓰지말라”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이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주요 최고경영자(CEO) 초청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국내 정·재계 일부에서 제기하는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유출론과 관련,“정부로서는 그같은 용어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정상적인 활동을 통한 영업이익은 그것이 많건 적건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배석했던 김영주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15일 새벽 2시쯤(현지시간 14일 밤 10시) 두번째 방문국인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도착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盧대통령 “獨 상임국 조건부 지지”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독일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를 맞게 고치는 첫 관문이 있고, 독일이 상임이사국으로 선택되는 두 번째 관문이 있다.”면서 “한국은 첫 관문에 대해서는 이해관계를 달리하지만, 독일이 첫 관문을 통과하면 두 번째 관문에서는 돕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총리실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개편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일본·독일·브라질·인도 등 이른바 G4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증설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제도개선을 전제로 독일의 진출에 관한 한 지지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일본 지도자를 만나거나 일본에 갈 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말하는 게 좋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중·일의 갈등과 관련,“지금 한국·중국·일본간의 여러 가지 갈등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앞으로 노력해서 해결하도록 하겠고, 평화로운 미래질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슈뢰더 총리가 내년 1월에 한국을 공식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슈뢰더 총리는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에 대해 주변국가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 “어떤 국가든 자신의 밝거나 어두운 역사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독일의 경험에 비춰 보면 자기의 예민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비판하다 보면 친구를 잃는 것보다 얻게 된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베를린을 출발해 이날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평양방문 용의’란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일부 내외신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친서든 구두 메시지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하는) 어떤 메시지도 메가와티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盧대통령, 獨통일 ‘벤치마킹’

    취임 후 독일을 처음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독일의 통일 경험 ‘학습’에 나섰다. 통일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고 통일후에 정치·경제·사회적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경청, 독일을 벤치마킹한 통일 구상에 나선 느낌이다. 노 대통령은 12일 구동독 정부의 마지막 대변인을 지냈던 앙겔라 메르켈(여) 기민당 당수를 만나 통일비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메르켈 당수가 “한국이 통일될 경우에 대비해 통일비용 등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생각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자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동독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드 메지에르,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낸 에곤 바, 데틀레프 퀸 전 독일문제연구소장, 헤르베트 해베르 전 동독정치국원 등 통일과정에 간여했던 고위인사들을 함께 접견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경제가 일어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는 정책을 갖고 있고, 이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본격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방식의 개혁,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이런 개혁과 개방 과정에서 북한의 안정을 흔들지 않으면서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과거 독일의 경험에 비춰봐도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원정책은 계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盧대통령 “독일 과거사 청산방식 존경한다”

    盧대통령 “독일 과거사 청산방식 존경한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2일(한국시간 13일 새벽) 독일 하원의 주요 인사 20여명과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독일은)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 배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역사교과서 또한 이웃나라들과 협의를 거쳐 편찬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와 대비한 뒤 “독일의 이런 노력이 주변국들과 화해를 이뤄내고 오늘의 유럽연합(EU) 통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할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일본을 비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와 만나 “우리 국민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볼프강 티어제 하원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장래에 대해 “궁극적으로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정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변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우리나라는 경제특구라든지 개성공단이라든지 경제지원 협력을 통해 북한이 산업화되고 시장경제를 경험해서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13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중소기업과 산업기술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두 정상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디 벨트 등 독일의 3대 일간지는 한·중·일 3국간 외교분쟁과 관련해 일본의 민족주의 발호를 비판하는 논평을 일제히 실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盧대통령 “北에 쓴소리 하겠다” 고강도 비판

    盧대통령 “北에 쓴소리 하겠다” 고강도 비판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남북관계에서도 쓴소리를 하고 얼굴을 붉힐 때는 붉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언급은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북한에 대해 상호 신뢰의 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약속 이행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한국시간) 베를린에서 동포간담회를 갖고 “남북관계는 상호존중하며 약속이 지켜지는 데서 이뤄져야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로 끌려가는 상황이 돼서는 건강한 발전이 어렵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남북간에 비핵화를 합의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전적으로 무시해 버리고, 미국의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전혀 무시하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고 북한을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을 하고 싶지만 2000년 6·15 선언에서 (북측이)답방하기로 돼 있는데 말이 없다.”면서 “그때의 합의가 하나라도 이행되는 과정에서 다음 과정이 진행되지 않겠나.”라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평화선언도 하고 싶지만 하나하나 서로가 대화의 원칙, 일반적 원칙이 있지 않나.”라면서 원칙론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협력하고 어떤 대화든 진행시키면 한국은 항상 열려 있다.”면서 “일체의 조건이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금 비료지원 문제가 있는데 공식 테이블에서 대화하자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면서 “북한이 대화창구에 나와서 지원을 요청하는 게 도리”라고 남북 대화를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일관계 악화와 관련,“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좀 있었지만 한국은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고 냉정하게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간 (한국은) 과거를 묻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한·일관계를 잘 정립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앞서 양국 정상은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盧대통령, 獨·터키 방문길에

    盧대통령, 獨·터키 방문길에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서울공항을 출발해 베를린에 도착,4박5일 동안의 독일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노 대통령은 10∼14일 독일을 국빈 방문하는데 이어 14∼17일 터키를 공식 방문한다. 노 대통령은 11일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과,13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양국간 실질협력관계 증진방안 등을 논의한다. 노 대통령은 특히 독일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독일의 과거사 청산작업과 동·서독 통일 과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어서 일본의 역사왜곡 및 대북 문제에 대한 진전된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씨줄날줄] 베를린 효과/이목희 논설위원

    근·현대 세계사의 주된 흐름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대치였다. 영국-미국으로 이어지는 해양국가의 패권에 독일-소련(러시아)의 대륙국가가 도전하는 양상이었다. 해양국가가 두려워하는 것은 유라시아 중심부를 제패하는 세력의 등장이다. 독일이 그를 노리다가 1·2차대전의 패배를 맛봤다. 이어 40여년간 유라시아 중심부를 지배한 옛 소련이 힘을 잃자 미국의 봉쇄정책은 중국쪽으로 방향이 옮아가고 있다. 유라시아세력이 밖으로 뻗는 길목은 4군데다. 동북아, 중부유럽·발칸반도, 중동·서남아, 동남아가 그곳이다. 근대 이후 큰 전쟁은 유라시아세력이 해양세력과 맞부딪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 한국전, 월남전이 유라시아 변방에서 벌어진 대표적 전쟁이다. 냉전종식으로 동북아에서 북한·러시아·중국의 대륙세력과 한국·미국·일본의 해양세력의 동맹구도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청와대측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을 발생시키는 지각판의 충돌을 예상하기 힘들 듯 유라시아 변방의 불안정은 여전하다. 양대 세력이 만나는 전형적 장소로 한국의 판문점과 독일의 베를린이 꼽힌다. 베를린에서는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로 대륙세력의 힘이 꺾였다. 엄청난 군사력이 밀집된 휴전선을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 베를린은 깊이 참고해야 할 대상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대륙국가 소련을 설득해 베를린장벽을 깬 옛 서독의 지혜가 아직 한국 정부에선 보이질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부터 베를린을 방문함으로써 남북관계와 관련해 관심을 끈다. 전임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3월 남북경협, 한반도냉전 종식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선언’을 발표해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독일과 베를린은 분단 이외에도 한국 상황과 연관이 많다.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독일의 모범사례가 재강조되어야 한다. 독일은 또 수도이전의 선배다. 통일 후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는 문제로 나라가 들썩인 끝에 ‘부분 이전’ 절충안을 채택했다. 우리와 다른 점은 핵심부처가 새 수도로 이전했다는 것이다.‘동백림(동베를린)간첩단사건’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참여정부가 과거사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고, 동백림사건도 진상이 새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노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효과가 주목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日과 함께 사는 건 전세계에 불행”

    “日과 함께 사는 건 전세계에 불행”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 세계에 큰 불행”이라고 지적했다고 독일의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8일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10일부터 시작되는 독일 국빈 방문을 앞두고 서울에서 가진 FAZ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FAZ는 인터뷰 기사를 이날자 1면과 5면에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인들이 과거의 침략 전쟁을 왜곡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 한국 사람들이 민감한 이유는 일본이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를 미화시키는 잘못된 교육을 할 경우에 미래에 대한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대단한 모욕을 가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노 대통령은 “현 상태에서 회담을 특별히 제안하지는 않겠다.”면서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회담을 제의해올 경우 언제 어디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통일을 거론할수록 통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통일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한국의 통일정책의 첫 단계는 남북한 연합으로 유럽연합(EU)에서의 국가간 관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통일방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어 “아직은 이런 시기가 오지 않았다.”면서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계획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미국 클린턴 정부 시절에 국방장관과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국간 상호신뢰가 실제로 확보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노대통령, 對北·對日 ‘베를린선언’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7박8일의 일정으로 독일과 터키 방문길에 오른다. 이번 독일 방문에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베를린 선언’이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3월 북한 경제지원, 남북당국간 대화, 특사교환 등의 ‘베를린 선언’을 밝혔고, 불과 3개월여 만에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던 경험 때문에 기대와 추측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독일 통일 15주년을 맞는 상징적인 해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7일 “북한과 관련한 별도의 준비는 없다.6자회담에 북한의 참가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북아 정세를 감안하면 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남북문제보다는 한·일관계와 동북아 안보정세에 맞춰질 것 같다. 정우성 보좌관은 “유럽연합(EU) 통합과 과거사 청산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모범적인 사례인 독일에서 많은 얘기를 듣고,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포간담회나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이 유력하지만 대학방문 연설 일정이 추가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학살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일, 폴란드와의 ‘오데르-나이세 국경’을 전격적으로 인정한 일 등을 들어 일본에 ‘독일식 모델’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교과서 작성과정에 프랑스 등과 사전조율을 거치고, 지금도 ‘기억·책임·미래재단’을 통해 나치 치하 희생자들에게 보상하는 점을 강조할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진출 반대입장을 천명할지가 관심거리다. 김삼훈 유엔주재 대사와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잇따라 공개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은 신중해야 한다는 건의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한편 노 대통령은 5월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달 8일 출국, 러시아를 방문하고,10∼12일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참배 20시간 대기… 일부 실신도

    |파리 함혜리특파원·외신|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8일 오후 5시)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 앞에서 거행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을 앞두고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참배객들로 로마시가 최악의 안전 위기에 직면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교황청 관계자들은 급기야 전세계 신도들에게 로마 방문 자제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보안 책임자인 구이도 베르톨라소 경감은 7일 “로마에는 100만명 이상의 순례객들이 도착해 있으며 이제 더 이상의 참배객을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7일 테러 및 안전사고에 대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보안 당국은 장례식 동안 제2관문인 참피로 공항을 폐쇄하고 로마 상공 일원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전투기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찰기, 항공기 요격용 미사일 등을 배치했다. 또 로마 시내에 저격수와 폭탄 전문가, 테러대응부대 등 6500여명의 배치도 완료했다. 이중 1500여명은 외국 국가원수 경호를 전담한다. ●추모 인파가 몰려든 성베드로 광장에선 7일 한 시간에 10∼15명가량이 장시간 대기에 지친 나머지 실신, 응급치료를 받았다. 의사들은 “실신한 이들이 많이 보이는 증상은 졸도와 저혈압, 공황장애이며 일부는 심장과 폐에 문제가 생겨 치료받았다.”고 전했다. 장례식날인 8일 전세계에서 순례객들만 400만명이 로마에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구 300만의 로마는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발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다. 교통혼잡은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다. 신문지와 플라스틱 물병 등 쓰레기가 쌓여 시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교황청은 6일 오후 10시(현지시간)부터 시신 대면을 위한 참배객들의 진입을 제한하고 밤샘 장례식 준비에 들어가려 했으나 인파들의 항의로 1시간 만에 다시 바리케이드를 치워야 했다. 교황청은 “1시간에 1만 5000∼1만 8000명이 교황 시신을 대면할 수 있다.”면서 “교황 시신이 일반에 공개된 지난 4일 이후 모두 100만명 이상이 교황 시신을 참배했다.”고 전했다. ●장례식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200여명의 각국 정상급 지도자와 4명의 국왕 및 5명의 여왕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전세계에서 20억명 이상이 TV를 통해 장례식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황 장례식 취재를 위해 각국 취재인력 3500여명이 바티칸에 도착해 있다고 교황청은 밝혔다. 장례미사는 추기경, 동방정교회 총대주교 등이 참석한 가운데 3단계로 진행된다. 미사에 앞서 에두아르도 마르티네즈 소말로 바티칸 궁무처장이 입관의식을 주관한다. 이후 미사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집전으로 찬송과 예배, 성체성사, 설교, 동방정교회 주교들의 기도 등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부분은 다시 소말로 추기경 집전으로 성베드로 성당 지하묘지에서 편백나무관을 아연관 속에 안치하는 의식으로 마무리된다. ●부시 미 대통령은 7일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함께 로마에 도착한 직후 교황의 시신을 대면했다. 검은 양복에 회색 넥타이 차림의 부시 대통령은 로라 여사 및 2명의 전직 대통령과 함께 성베드로 성당에 안치된 시신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몇분 동안 기도를 드리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 뒤 일어나 머리를 숙여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오는 18일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시작을 앞두고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등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 지지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라칭거 추기경의 팬 사이트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벨기에의 고드프리드 다닐스 추기경을 위한 팬 사이트는 “바티칸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를 때 하늘에 ‘다닐스’라는 글자가 새겨졌으면 좋겠다.”는 문구를 게시해 놓기도 했다. lotus@seoul.co.kr
  • [국제플러스] 獨대통령 “日, 韓·中과 대화해야”

    |도쿄 연합|일본을 방문 중인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4일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원한다면 한국과 중국 등 갈등을 겪고 있는 주변국과 대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현지 언론이 5일 전했다. 쾰러 대통령은 이날 일본기자클럽과의 회견에서 과거사문제로 일본이 한국 및 중국과 외교갈등을 겪고 있음을 거론하며 “대화 외에 다른 해결방법은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편 쾰러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양국이 함께 얻을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일본 정부 관리가 밝혔다. 이 관리는 고이즈미 총리가 쾰러 대통령에게 “우리는 유엔 개혁에 관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盧대통령 訪獨때 대북 메시지”

    |베를린 연합| 북한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독일 방문시 남북한 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신호’를 기대하고 있다고 4일 독일어권 언론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오스트리아 공영 ORF 방송은 “노 대통령이 (독일 방문시) 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한국측 관계자들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를 비롯한 독일 언론은 나흘 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3일 서울에 온 하르트 무트 코쉬크 한독의원연맹 회장이 북한측의 이런 기대를 한국 정부에 전달할 것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독일 언론은 코쉬크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독일 의원 대표단이 지난달 3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는 등 북한 외무성과 고위 국방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난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코쉬크 의원이 한국 정부에 전달할 북한측의 입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 [교황 서거] 요한 바오로 2세의 생애

    27년간 재임, 가톨릭 사상 세번째로 장수한 교황으로 기록된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사를 완전히 새롭게 쓴 인물이다. 비(非) 이탈리아계 교황의 선출은 1523년 네덜란드 출신 하드리아노 6세 이후 455년 만에 그가 처음이었다. 공산 국가인 폴란드에서 교황이 나온 것도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는 선출 당시 58세로 최근 123년 동안 추대된 교황 중 가장 젊은 나이에 취임했다. 교황은 취임 이후 교회 업무뿐만 아니라 세계 문제를 자신의 일로 여겨 104차례에 걸쳐 각국을 방문, 인권문제·이념갈등 해소 등을 위해 노력했다. 그의 사목 순방은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횟수가 많아 거리로 환산할 경우 지구를 27바퀴 돈 것과 맞먹는다.‘행동하는 교황’으로 불린 것은 이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 세기 가톨릭이 저지른 과오를 머리 숙여 사죄하고 다른 종교와 화해를 모색해 성(聖)과 속(俗) 모두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8개 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바티칸에 안주하며 바깥 세상과 거리를 두었던 전임 교황들과 달리 뛰어난 친화력을 발휘했다. 수요일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해온 그의 강론을 듣기 위해 바티칸에 온 순례자는 무려 1780만명에 이른다. ●그늘진 유년기 취임 34일 만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타계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뒤를 이은 그의 발탁은 당시 파격적이었다. 바티칸 내부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던 그는 추기경들의 8번에 걸친 투표 끝에 78년 10월16일 제264대 교황에 선출됐다. 교황은 1920년 5월18일 폴란드 바도비체에서 군장교 출신의 양복사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이름은 카롤 요제프 보이티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그의 유년기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9세 때 어머니가,12세 되던 해에는 의사였던 형 에드문트마저 성홍열(猩紅熱)로 각각 사망,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헌신적이었다. 구멍난 옷을 기워 입히고 헝겊 조각으로 만든 공을 차며 아들과 축구를 할 정도로 다정다감했다. 동시에 집중력과 강인함을 길러주기 위해 차가운 방에서 공부를 하도록 하는 엄격한 면도 있었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보이티야는 다른 폴란드인들과 달리 반유대주의적 시각을 갖지 않았다. 당시 바도비체에는 2000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거주했다. 보이티야는 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렸고 이는 훗날 교황이 유대교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바탕이 됐다. 그는 교황으로서 유대교 성전과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아우슈비츠 기념관을 최초로 방문해 유대인을 “우리의 형제들이여….”라고 지칭, 가톨릭과 유대교의 오랜 반목에 마침표를 찍었다. ●재능있는 사제 젊은 시절 보이티야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일 뿐 아니라 스키, 산악 등반, 카약, 수영 등 모든 운동에 뛰어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38년 아버지와 함께 크라쿠프로 이주해 야젤로니안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시 낭송, 노래, 연극에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극단에서 활동했으며 한때 전문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39년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 대학 문을 닫자 강제이주와 징집을 피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40년부터 4년 간 채석장에서 일했고 이어 화학공장 공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41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신의 종으로 살라.”는 부친의 평소 가르침을 따라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46년 사제 서품을 받고 48년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듬해 크라쿠프에서 보좌신부로서 본격적인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제로서의 그의 삶은 탄탄대로였다.58년 크라쿠프 부주교,64년 주교,67년 추기경 자리에 올랐으며 78년 마침내 교황으로 선출됐다. ●‘세계의 양심’ 구심점 그의 교황 선출이 공표되자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유리 안드로포프 의장은 앞으로 상당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평신부 시절부터 공산주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교황은 취임 이후 조국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을 적극 지지해 공산정권의 붕괴를 가져왔고, 이는 구소련 몰락과 냉전종식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사제들은 교황의 비밀 메시지를 사제복에 숨겨 투옥돼 있던 노조 지도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인권 침해를 일삼는 칠레의 아우구스트 피노체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같은 독재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 반정부 운동을 고취시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서방국가도 예외는 아니었다.81년 첫 미국 방문에서 교황은 미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세속주의를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제3세계의 빈곤을 외면하는 이기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2년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수주의의 기둥 교황의 피임과 낙태, 안락사에 대한 거부는 절대적이었다. 그는 산업국가가 이같은 ‘죽음의 문화’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에이즈 예방을 위한 콘돔 사용에 반대해 원성을 샀다. 성경 교리를 들어 여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아 교회 안팎에서 독재적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81년 3월 바티칸 광장에서 한 터키인으로부터 복부와 양손에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당시 KGB가 배후 조종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암살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교황은 83년 이 터키인이 복역중인 감옥을 직접 방문, 그를 용서하는 자비를 베풀어 세계인을 다시 한번 감동시켰다. ●쇠약한 말년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두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긴 교황은 성인이 되어서도 어깨 골절, 대퇴골 교체수술, 종양 제거수술 등을 받았다. 말년엔 암살 후유증에다 파킨슨씨병, 무릎 관절염 등으로 거동은 물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한 세월을 보냈다. 감기에 따른 호흡곤란 등의 합병증으로 고령에도 불구, 기관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빠르게 기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건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임설에 시달려야 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이란 핵시설 언론에 첫 공개

    이란이 극비에 부쳤던 지하 핵시설을 처음 공개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내·외신 기자들과 함께 테헤란 남쪽 250㎞에 있는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방문했다. 이란은 그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시찰만 허용했을 뿐 언론의 접근을 일절 불허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이란은 핵무기 개발 의도가 없음을 세계에 과시함과 동시에 유럽과의 에너지 지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염두에 둔 예방조치라는 분석도 따른다. 핵시설은 사막지대의 지하 18m에 2층 규모로 건립됐고 5만개의 농축 원심분리기가 들어설 수 있도록 설계됐다.10개의 방공포도 갖췄다. 하타미 대통령은 “중단된 우라늄 농축 활동은 평화적인 것으로 법률이 보장한 범위에서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2002년 망명인사들에 의해 나탄즈의 시설이 폭로될 때까지 핵 프로그램을 비밀로 지켰다. 미국과 유럽은 이란이 나탄즈의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것을 요구하며 미국은 특히 유엔 안보리 상정을 바라고 있다. 나탄즈 시설은 핵무기급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규모는 아니지만 장래에 이란이 핵무기 생산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될 장소로 여겨진다. 한편 CNN과 타임의 여론조사 결과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 유럽의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이란이 핵 위협 대상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란의 핵시설이 유럽에 위협이 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각각 영국 27%, 독일 30%, 프랑스 34% 등이다. 군사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3%만이 찬성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박근혜대표 “지독한 여당 만나 1년 힘들었다”

    박근혜대표 “지독한 여당 만나 1년 힘들었다”

    “힘들었다.” 23일 취임 한 돌을 맞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소회다.‘철학이 다른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한마디로 지독한 여당”이라는 표현으로 현 정권을 규정했다.“비방과 비난도 많았고, 참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박 대표는 미국 방문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다. 그리고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국제무대에 데뷔한 결과에 흡족한 눈치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잠시 끊기자 “미국에 제의한 내용 다 아시죠.”라며 먼저 말을 꺼낸 것만 해도 그렇다. 한국 외교의 현주소에 대한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먼저 “외교가 잘못돼 있다.”고 단언했다.“북한은 당사자인 한국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점점 북핵 발언권이 없어지는 게 문제”라고 단언했다. 한·미동맹 관계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의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단했다.“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오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든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미국 동포들의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미 관계를 더 이상 훼손해서는 안 되며 야당이 그 틈을 메워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이 대목이 방미 목적의 하나임을 강조했다. 자신의 제의가 미 국무부나 국방부 등에서도 ‘균형잡힌 시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를 했다. 헤리티지재단에서 한 연설문을 미 의회나 국무부, 국방부 등 요로에 배포했다는 연락도 미국측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190개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불참키로 한 방침을 재확인했다.“정부가 이미 안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협의가 필요하나.”라는 반문이었다. 당 민주화에는 후한 점수를 매겼다.“인사·공천·재정 문제는 투명해지고,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집권해도 그런 정치를 펴겠다.“고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아직도 정치 실험 중”이라고 했다. 다음에 방문할 국가를 묻자 “초청을 받았는데 독일 쪽”이라고 소개했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국제플러스] 시라크 “EU, 북핵해결 나설 용의”

    |도쿄 연합|유럽연합(EU)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분쟁 해결에 보다 직접적인 역할을 할 태세가 돼 있다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3일 밝혔다. 아이치만국박람회 개막에 맞춰 26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시라크 대통령은 아사히신문과 회견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되도록 빨리 재개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북핵 위기 완화를 위해 역할을 확대할 수 있으며 “우리가 긴밀히 접촉하는 역내 국가들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하더라도 “EU가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에 나설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사인식 등을 둘러싸고 냉각된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인근 국가와의 좋은 관계는 서로의 과거를 수용하는데서 이뤄진다.”며 “프랑스와 독일의 예는 어떤 역사의 상처도 정치적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의 슈뢰더 ‘뉴딜’로 승부수

    고실업·저성장 증후군으로 위기에 내몰린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가 감세와 대규모 공공 건설사업을 경제 회생의 승부수로 띄웠다. 22일 BBC 인터넷판이 소개한 슈뢰더 총리의 청사진은 기업 세금을 현재 25%에서 19%로 낮추고 교통시설 등 사회간접시설 확충에 26억달러를 투자, 위축된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고 일 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슈뢰더 총리는 이를 위해 지난주 의회를 방문, 기독교민주당 등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 지지를 구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슈뢰더가 경제 회생책을 갖고 의회와 야당을 돌며 협조를 호소하고 있는 것은 고실업·저성장 증후군이 정권을 흔들 정도의 유례없이 심각한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경제악화로 보수 야당보다 지지도에서 처진 슈뢰더의 집권 사회민주당 및 녹색당 연립내각이 오는 5월 22일 집권당 텃밭인 라인강 북부 웨스트팔리아 지역에서 선거를 앞둔 부담감도 배경의 하나다. 현재 실업률은 1930년대 이후 최고치인 12.6%를 돌파한 상태다. 독일 연방 노동청에 따르면 실업자는 지난 2월 이미 521만 6000명으로 실업자 500만 시대에 들어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더 낮은 1∼0.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6%로 영국보다도 뒤처진 상태다. 반면 기업 세금은 유럽에서 가장 높아 독일에 둥지를 틀고 있던 국내외 기업들이 아시아와 동유럽의 생산기지로 빠져 나가면서 고용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야당과 전문가들은 사회보장비의 대폭 축소 등 사회보장 제도의 수술을 압박하고 있다. 독일 양대 민간 경제연구소 중 하나인 독일경제연구소(DIW)도 지난달 말 정부가 각종 사회복지비용을 감축하고 대신 부가가치세 및 소득세를 인상하면 앞으로 5년 동안 일자리를 40만개 이상 창출할 수 있다며 사회복지제도의 수술을 제안했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EU, 對中 무기금수 해제 유예

    유럽연합(EU)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미국 의회의 보복조치 압력에 굴복, 당초 올 상반기 해제하기로 했던 대중국 무기금수 조치를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입장을 바꿨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하루 전 EU가 ‘현실적 이익’을 고려해 미 국방부 부장관 출신의 대표적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폴 울포위츠의 세계은행 총재 선임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뒤끝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특히 지난주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킨 중국에 대해 무기 금수를 풀어줄 경우 타이완 침공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EU 회원국이 심하게 동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는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주 지안프랑코 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을 만나 이같은 영국의 입장 변화를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스트로 장관은 런던에서 20일 “(금수를 풀 경우) 유럽의 보수·진보진영 모두에게 매우 험난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가 맹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미국과 강력한 안보조약을 맺고 있는 독일도 이미 영국쪽 입장에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울포위츠의 세계은행 총재 선임에 대해 “적임이 아니다.”“빈국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를 네오콘 입맛대로 좌우하려 한다.”며 반대해온 입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순번 의장국인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융커 총리는 회원국에 보낸 서신에서 22일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 안건에 울포위츠 지지 여부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가 외롭게 “더 폭넓은 후보 물색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울포위츠는 자격이 있으며, 독일은 그의 선임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EU 집행위원회도 “울포위츠에 적대적인 선입견을 갖지 말고 일단 총재로 취임한 이후 행동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미리 조율을 마친 듯한 느낌마저 준다. EU가 이렇듯 물러서게 된 배경에는 지난달 부시 대통령 유럽 방문 이후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 분위기를 깰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에다 프랑스 출신인 파스칼 라미 전 EU 집행위원을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앉히기 위한 ‘협상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18. 삼성전자의 인재교육(끝)

    [이젠 사람입국이다] 18. 삼성전자의 인재교육(끝)

    “삼성전자의 성공비결은 (1) 실력에 맞는 처우 (2) 국제화 가속을 위한 지역전문가제도 (3) 우수인력 확보 (4)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에의 투자다.” -일본 주간지 ‘동양경제’ 일본의 유력 종합경제 주간지 ‘동양경제’는 최근 ‘약진하는 한류경영의 수수께끼를 풀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삼성전자의 성공비결 중 하나로 인재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꼽았다. 잡지는 ▲실력에 따라 차별화된 처우 ▲국제화 가속을 위한 삼성 특유의 지역전문가제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우수인력 확보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에의 투자 등을 삼성 성공신화의 원동력으로 주목했다. 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인재제일’을 사훈으로 삼을 정도로 사람을 뽑고 가르치는 일에 힘을 기울여 왔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제조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1만명을 먹여 살리는 천재’들이 삼성전자내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삼성, 헛말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연간 인력 양성 비용만 2000억원을 쓴다. 재교육 비용만 800억원이 넘는다. 직급별로 다양한 양성 코스도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교육은 각양각색의 새내기들을 ‘삼성맨’으로 만드는 첫 관문이다. 그룹 공통으로 한달간 합숙훈련을 하는데 새벽 5시50분 기상해 밤 9시까지 빡빡한 일정이 짜여져 ‘논산훈련소’로 불린다. 일과가 끝나도 팀별 회의 등으로 취침 시간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첫 주에는 삼성인의 예절, 직장생활의 이해, 자기소개 등 기본교육과 교양강좌가 이뤄지고 둘째 주에는 삼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사사, 창의적 발상법, 그룹 현황, 조직문화 등을 배운다. 자원봉사 및 극기훈련, 테마활동 등으로 구성된 셋째 주 교육과 마지막 주 정리·평가가 끝나면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응을 보였던 신입사원들의 태도가 상당히 바뀐다. 팀별로 신제품을 구상, 제품모형을 만들고 광고·마케팅까지 진행하는 ‘크리피아드(크리에이티브+올림피아드)’는 입문교육의 ‘백미’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S사원은 “4주간 교육이 끝나고 나니 묘한 자부심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삼성은 해외법인에서 뽑은 현지인 신입사원들도 그룹 입문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법인 관계자는 “단체교육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던 외국인 신입사원도 그룹 교육을 받고 나더니 애사심이 굉장히 강해졌다.”며 입문교육의 ‘힘’을 평가했다. 삼성전자 부장급은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ram)’란 특수교육을 받는다.5개월 동안 변화와 혁신, 재무회계, 마케팅, 리더십, 위기관리능력 등 경영진이 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키우게 된다. 교육 대상은 부장급 1500명 중 50명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핵심 인재를 골라 내 특별 교육을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SLP를 이수했다고 해서 모두 임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직급별 교육과 별도로 직원들은 평생학습 개념의 사내교육 기회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공받는다. 영어·일어·중국어 등 거의 모든 외국어와 마케팅·재무·회계·인사 등 경영관리부문, 반도체·정보통신 등 기술부문, 정보기술(IT)은 물론 에티켓, 한자까지 교육 프로그램은 1000개에 달한다. ●맞춤인재 양성소,‘삼성공대’ 지난 89년 사내 기술대학으로 출발,2001년 3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정규대학 승인을 받은 삼성전자 반도체공과대학은 지난달 졸업식에서 박사과정 3명을 비롯해 석사과정 21명, 전문학사과정 32명 등 총 5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번 졸업식으로 삼성전자 공과대는 정식 인가를 받기 이전인 2002년까지의 졸업생 412명을 포함, 총 582명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석ㆍ박사 및 전문학사를 배출하게 됐다. 지난 2000년 삼성재단인 성균관대와 산학 협동 운영약정을 체결, 사내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 성대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4년제 대학과정을 인가받아 올해부터 4년제 학부 체제(6학기)로 확대 개편됐다. 삼성전자 공과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공의 학사 과정(정원 40명)과 디스플레이, 믹스트 시그널(Mixed Signal), 시스템&소프트웨어, 프로세스 개발 등 4개 전공의 석ㆍ박사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500여명의 사내 박사급 교수진이 학생간 1대1 지도체제를 갖추고 있다.1년간은 본인의 업무를 쉬면서 학업에만 매진할 수 있고 2학년부터는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전 세계에 ‘친(親) 삼성맨’을 만들어라 삼성의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유명한 ‘지역 전문가’ 제도는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직원 개인의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까지 끌어 올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외국 주재원의 35%는 이 제도를 통해 양성됐다. 선발된 직원은 현지로 부임하기 전 경기도 용인의 삼성인력개발원에서 12주간의 합숙교육을 받은 뒤 1년 동안 6개월은 언어공부와 현지화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직무 관련 과제연구를 실시한다. 삼성은 지금까지 2800명의 지역전문가를 배출했다. 초창기 미국, 유럽을 거쳐 요즘은 주로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전략지역’에 포진돼 있는 지역전문가들은 1년간 철저한 현지화 과정에 들어간다. 지역전문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문제지만 해당 국가의 풍물과 제도, 문화를 이해하고 ‘인맥’을 쌓아두는 일도 중요하다. 자유롭게 다니며 그 나라를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한국에 두고 가야 한다.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파견기간에 친지나 친구를 만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거의 없다. 대기업 근무 경력에 연봉과 별도로 7000만∼1억원이나 지급되는 ‘두둑한’ 활동비로 무장한 지역전문가들은 나이, 지위,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현지인들을 만나 관계를 다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역전문가 한 사람당 30명의 지인을 만들었다면 현재 전세계에 10만명의 삼성 네트워크가 결성돼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법인의 A차장은 지역전문가 시절 맺은 인연으로 현지 고위관료의 딸과 결혼, 인도네시아전자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왕실가문의 딸과 결혼해 현지의 ‘로열패밀리’로 부상한 지역전문가 출신도 있다. 이들이 쌓아둔 인맥은 전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지역전문가 출신의 S차장은 “현지에서 알고 지낼 때는 월급이 15만원에 불과했던 대학교수가 몇년 뒤 어느날 한국을 방문, 하얏트 호텔에 투숙하는 것을 보고 그 어떤 자료보다 중국경제의 성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지역전문가 훈련 마친 金대리 지난해 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러시아 지역전문가로 선발된 삼성전자 김 대리는 선발의 기쁨도 잠시, 생소하기만 한 러시아어를 어떻게 배울 것인지 막막하기만 했다. 대학 전공(광고홍보)도 한참 거리가 멀고 평소에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러시아어는 게다가 가장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로도 악명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체계적인 교육은 불과 두달 반 만에 김 대리의 러시아어 수준을 러시아에서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올려 놓았다. 경기도 용인의 삼성 ‘외국어생활관(외생관)’에 입소,12주간 강도높은 합숙교육을 이수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으로 파견될 지역전문가들은 외생관에서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독일어 등 기초 언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외생관의 일과는 매일 아침 6시30분 기상에 취침 시간은 밤 12시를 훌쩍 넘긴다. 수업은 오전 9시30분 시작이지만 8시면 강의실은 꽉 찬다. 어떻게든 10주(전체교육 중 2주는 전문가 강좌 등)안에 해당 언어를 익혀야 하기 때문에 교육생들 가운데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러시아인 강사는 우리말을 거의 모르기 때문에 궁금한 게 있으면 러시아어를 찾아서 손짓 발짓 섞어가며 배워야 한다. 회화와 문법으로 진행되는 정규수업(점심시간 포함 7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교육생들끼리 소그룹으로 스터디를 시작한다. 그날 배운 내용을 빠짐없이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내일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 주5일제가 시행된 뒤 외생관도 매주 금요일 밤이면 외출이 ‘허락’된다. 일요일 밤에 돌아오거나 월요일 아침에 바로 출근해도 되는데 욕심많은 교육생들 가운데는 주말 외출을 ‘반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주말을 제외하고 교육생들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다. 수업시간은 물론 자유시간에도 대부분 교육생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한눈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외생관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현지어를 써야 한다. 우리말 사용은 금지된다. 하루 6시간의 정규수업과 10시간 가까운 ‘자율학습’에 매주 월요일 실시되는 강사의 테스트는 점점 교육생들의 눈과 입을 트이게 한다. 10주간의 ‘지옥훈련’을 마치고 최종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한 김 대리는 “밖에서 학원다니며 이 정도 수준에 오르려면 2∼3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문희상 “중간수역 독소조항… 한일漁協 갱신해야”

    문희상 “중간수역 독소조항… 한일漁協 갱신해야”

    “2차 한·일어업협정의 재협상을 검토해볼 만하다.” 한·일의원연맹 문희상 회장은 18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지난 16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독도조례’를 통과시킨 것에 대한 우리측의 대응으로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1999년 1월에 발효된 2차 한·일어업협정은 협정체결 3년이후에는 파기를 선언할 수 있고, 파기선언 6개월 뒤부터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당시 한국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기점을 울릉도로 설정해 독도를 중간수역으로 남겨놓는 등 양보를 한 것이 ‘화근’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면서 “당시 불가피한 협상이었더라도 이제 독도의 영토·주권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에 협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울릉도와 독도로 이어지는 넓은 대륙붕을 우리의 영해로 주장할 국제법상의 근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4·2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유력 차기 당의장 후보 중 한 명인 문 회장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역사교과서 왜곡 등 대목에서는 무심결에 목소리 톤을 높이거나,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위안부·원폭피해자 배상 日에 입법 요구 한·일수교 40년을 맞아 ‘한·일 우정의 해’를 주선해온 문 회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사과 후 배상’ 요구를 한 것에 대해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일·한의원연맹에 ‘위안부·사할린동포문제·원폭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을 입법화하자고 제의하고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 회장은 지난 1월에 일본을 방문, 일·한의원연맹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일본총리와 만나 사적인 자리에서 ‘과거사에 대한 배상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물었고, 모리 전 총리는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고 비교적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의 도의적 배상’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문 회장은 “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우리 국회와 법원이 먼저 당시 협상에서 제외된 일본의 강점기 동안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 국가배상을 하는 방안이 있다.”면서 “일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는 법률 제정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인식이 같다.”고 밝혔다. 한국정부의 선(先) 법적 배상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정부를 압박, 배상을 종용·촉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독일총리처럼 무릎 꿇고 사죄해야 그는 “일본은 한국 식민지 통치를 통해 한국이 산업화·선진화하였다고 주장하지 말라.”면서 “독일의 총리나 외교장관은 폴란드 등 나치의 피해국을 방문하면 매번 무릎을 꿇고 피해자가 ‘그만 사과하라.’고 할 때까지 사과한다. 일본도 국제법 관례에 따라서 철저히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회장은 “영토·주권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한 외교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회장 등 여야 의원 77명은 이날 ‘다케시마의 날’ 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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