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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현대미술 거장이 몰려온다

    유럽 현대미술 거장이 몰려온다

    올겨울 미술관은 유럽이 차지한다. 여러 말이 필요없는 현대 추상미술의 창시자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의 대가 일리야 레핀(1844∼1930)이 온다. 세계 현대미술사에 우뚝 선 러시아 거장들의 전시는 미술애호가들의 마음을 달뜨게 할 만하다. 러시아 거장 미술전이 열리기는 1996년(일리야 레핀 전) 이후 12년 만이다. 유럽 화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시는 또 있다. 독특한 화풍의 정물화로 유럽을 중심으로 독창적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독일 작가 자비네 크리스트만이 이미 가나아트센터에서 소개되고 있다. 내친김에 이탈리아 현대예술의 대표작가 시니스카의 작품세계 55년도 들여다봄 직하다. 회화에서 패션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예술가 시니스카의 국내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 전 (27일∼내년 2월27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바실리 칸딘스키, 일리야 레핀과 함께 우리에겐 그닥 익숙지 않은 카지미르 말레비치, 레비탄 등 러시아 현대미술의 대표주자 54명의 유화 91점이 날아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미술관,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등 러시아의 대표적 국립미술관 2곳이 소장품들을 내놓았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들어오는 작품 목록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계열이 63점,20세기 아방가르드 분야가 28점. 관람객들이 손꼽아 기다릴 칸딘스키의 작품은 4점이 포함됐다. 그의 완숙기 걸작으로 꼽히는 ‘블루 크레스트’(1917년),‘구성 #223’(1919년)과 초기작 2점이 별도공간에 전시된다. 사회 변혁에 대한 열망, 세계대전 이후 인간에 대한 환멸로 고민하던 거장의 숨결이 배어 있다. 레핀의 걸작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수리코프의 대형 역사화 ‘황녀의 수녀원 방문’, 예술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절대주의’란 개념을 주창했던 추상미술가 말레비치의 유화 ‘절대주의’도 꼭 챙겨볼 작품이다. 19세기 러시아 초상화 가운데는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고골, 차이코프스키 등 대문호와 음악가들의 것이 유난히 많다.11점이나 포함됐다. 레핀의 ‘타티야나 마몬토바의 초상’‘작가 고골의 분신’, 크람스코이의 ‘달밤’, 세로프의 ‘유수포프 공의 초상’ 등 11점이 선보인다. 러시아의 자연풍광을 담은 풍경화 14점이 전시공간을 서정으로 물들이기도 한다.(02)525-3321. # 獨 자비네 크리스트만-현실의 환영 전 (12월16일까지 가나아트센터 갤러리 미루) 쇼핑백, 유리병, 캔, 우유팩…. 자비네 크리스트만은 일상의 소재들을 대상으로 독특한 정물화풍을 구축해온 독일 작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내 갤러리 미루에서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현대 소비사회의 생활소재들에 주목하면서도 전통적 미술기법을 동원한 덕분에 그의 화폭은 일반적인 극사실화와는 또 다른 묘미를 안긴다. 한점 한점 메시지가 뚜렷하다. 예컨대 내용물이 없는 빈 용기(容器) 그림들은 외형에 치중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비판적 은유인 셈이다. 가나아트센터측은 “크리스트만의 대표작 30점이 소개되며, 독일 현대미술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02)3217-0287. # 伊 시니스카 오염-공간 속의 구조 전 (12월4∼27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국내에는 생소한 이름이겠다. 하지만 회화, 조각, 사진, 패션 등 세계무대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 이탈리아의 전방위 작가이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주최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55년 예술이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공간 묘사가 탁월하며, 국내 첫 전시여서 새달 1일 작가가 방한할 것”이라는 게 전시 관계자의 귀띔이다. 전시회에는 137점의 대표작이 소개된다.(02)3789-5602.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訪中 사르코지 “인권보다 세일즈”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물건 판매도 ‘대박’내고, 환율 압력도 넣고….’ 중국을 방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6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세일즈 외교’에 대성공을 거뒀다. 사르코지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항공기 판매와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등 300억달러 상당의 계약 수주에 성공했다. 프랑스가 주축이 된 유럽연합(EU)의 여객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사들로부터 에어버스 점보여객기 160대를 100억유로(약 150억달러)에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프랑스 원자력회사 아레바의 안 로베르종 최고경영자는 건설회사인 알스톰과 공동으로 중국 광둥핵발전공사로부터 80억유로 규모의 차세대 압수식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2기를 수주했다. 로베르종은 “기록적인 계약 금액”이라면서 “민간 핵발전소 역사상 이처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뒤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잇따라 거부당하고 있고, 독일 기업들도 찬밥 대우를 받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러면서도 사르코지는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인민대회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했다.그는 “조화스럽고 공정한 환율을 원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고 중국은 유로화에 대한 위안화 평가절상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28일 열리는 EU와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환율 절상에 대한 파상공세가 펼쳐지기 앞서 포문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사르코지는 프랑스 경제인들과의 면담에서도 위안화 평가절상과 환경개선, 이란 핵문제,‘짝퉁 상품’ 등 중국의 민감한 문제들을 잇따라 거론했다.그러나 이번 수행단에서 인권담당 장관을 제외시키는 등 나름대로 중국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지난 25일 중국 방문의 첫 일정을 시안(西安)의 문화유적 답사로 시작했던 사르코지는 베이징의 화랑 밀집지역인 ‘다산쯔(大山子) 798’에 들러 문화적 면모를 과시했다.jj@seoul.co.kr
  • [특파원 칼럼] 中, 美는 겁나고 獨은 우습다?/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해프닝처럼 지나간 일이지만, 분명하게 짚이는 게 있다.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의 홍콩 입항에 관한 얘기다. 지금 8000명에 달하는 미군 장병들이 홍콩에서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고 있지만, 하마터면 남중국해상에서 쓸쓸한 추수감사절을 맞을 뻔했다. 중국이 미 항공모함의 홍콩항 정박을 돌연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키티호크는 추수감사절 휴가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홍콩에 입항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정부가 마지막 순간에 아무런 설명 없이 이를 거부했다는 게 브라이언 휘트먼 미 국방부 대변인의 설명이었다. 하선을 못하게 되자 장병들은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내기 위해 홍콩을 찾은 가족들과 상봉할 수 없게 됐고, 홍콩 주재 미 영사관 직원들은 이들을 위한 추수감사절 행사를 준비하느라 덩달아 분주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보도가 전해진 22일 당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미국 항공모함의 홍콩항 정박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입항 연기 사유에 대해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은 “입국심사 과정에서의 절차상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미국은 안다. 이같은 조치가 중국의 ‘분풀이’였다는 것을. 미국 함정 입항 거부는, 미군기 착륙 거부와 함께 중국의 주요한 항의 수단이다. 중국은 1999년 5월 미국의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이 터지고 십수차례 군함의 입항과 전투기 착륙을 거부하는 등 전례도 많다. 해명도 “외국 항공기와 선박의 입항 신청에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건별로 입항을 허가한다.”는 과거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바로 허가를 내줄 양임에도 일단 입항을 거부할 만큼 중국은 화가 단단히 난 듯한 인상이다. 미국 의회가 달라이 라마에게 황금메달상을 주더니 타이완에는 개량형 패트리어트Ⅱ 미사일을 팔기로 했다. 타이완과 달라이 라마, 파룬궁, 인권문제 등이 중국에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고려해 보면 이번 일을 바라보는 중국 관계자들의 심경이 어떠했는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독일·오스트리아 등 유럽 찍고 워싱턴·뉴욕·애틀랜타 미국 돌아 캐나다 들러 일본까지, 세계적인 팝 가수를 연상시키는 달라이 라마의 최근 일정에 이미 중국은 속에서 열불 난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도 새삼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의 ‘차별화된’ 반응이다. 앞서 중국은 “티베트의 문화 자치를 지지한다.”고 했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는 과감한 ‘보복’을 단행했다. 양국 외무장관 회담과 독일 재무장관의 방중 계획을 무산시켰고 오는 12월 베이징에서 열기로 한 양국간 인권협의도 없던 일로 해 버렸다. 중국 경제인연합회의 대대적인 독일 방문도 덩달아 취소되면서 민간 경제분야에까지 타격을 입게 되자 메르켈 총리에 대한 자국내 비난도 높아졌다. 중국 경제인들은 ‘중국과 관계가 나쁜 나라하고 장사할 생각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세계 초강대국’과 ‘세계3위 경제력’간의 차이는 이렇게 컸다.“중국이 이란 핵문제 논의 과정에서 미국에 나름대로 추가 보복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드러나지 않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독일에 “중국과 독일의 관계 악화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독일이 조속히 조치를 취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과거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긴급 수입제한조치를 취한 뒤 중국으로부터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금지 조치로 되치기당한 일 정도는 어찌 보면 크게 드러내 놓기도 어려운 정도다. 당연한 얘기지만, 힘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jj@seoul.co.kr
  • [이종수특파원 유럽은 지금] 獨 메르켈, 中 중심 亞정책 벗기

    |파리 이종수특파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강경한 대중국 노선이 거침이 없다. 메르켈 총리는 취임 2주년 전날인 21일(현지시간) 자신이 지난 9월23일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데 대해 중국의 비판이 식지 않은 것을 겨냥,“중국 지도부가 직접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게 가장 좋은 해결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양국의 경제 관계 악화를 우려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는 독일 총리로서 내가 결정한다.”며 “대중 무역 때문에 원칙을 양보할 수는 없다.”고까지 언급했다. 최근 파리를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외교담당 대변인 에카르트 폰 클라에덴은 “독일이 중국 중심의 아시아 정책에서 벗어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 예컨대 한국·일본·싱가프로나 아세안과 같은 경제공동체 혹은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같은 행보는 중국의 다각적인 비판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껏 대외 정책을 펴나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 준다. 특히 중국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앞서 중국은 메르켈 총리의 달라이 라마 면담에 항의, 독일과의 고위급 회담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인도를 방문하는 등 정면돌파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의 인권 유린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강경한 입장은 친중국 외교정책을 펼쳤던 사회민주당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노선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 연장선에서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 시절 소원해진 미국과의 관계도 회복했다. 그러나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의 비판과 중국과의 경제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지적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연정 구성 뒤 유럽연합 순번 의장으로서 미니 조약 합의를 도출하는 등 ‘외교 총리’로 불리며 숱한 업적을 남긴 그녀가 중국과의 마찰을 어떻게 봉합할지 주목된다. vielee@seoul.co.kr
  • [주말탐방] ‘제3의 선수촌’ 삼성트레이닝센터를 가다

    [주말탐방] ‘제3의 선수촌’ 삼성트레이닝센터를 가다

    지난 8월부터 경기도 용인시 죽전에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상민 이규섭 강혁(이상 남자프로농구),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이상 여자프로농구), 장병철 석진욱 이형두(이상 남자배구), 유승민 주세혁(이상 탁구), 정지현(레슬링) 등 해당 종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태릉선수촌이 자리를 옮긴 것은 아니다. 삼성 스포츠단이 사상 처음으로 ‘민간 선수촌’을 세우며 새로운 실험에 들어간 것. 바로 삼성 트레이닝센터(STC)다. ●국내 최초 민간 선수촌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의 입주를 시작으로 남자프로농구, 남자배구, 태권도, 남녀 탁구, 레슬링 등 삼성그룹 산하 21개 팀 가운데 7개 팀이 둥지를 틀었다. 인도어스포츠 종목의 선수와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약 150명이 이곳에 상주하게 된다. 복수 종목의 팀을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은 여럿 있지만 복합 선수촌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예다. 따로 흩어져 있는 팀들을 한 데 모아 중복 비용을 없애는 한편, 선수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시너지를 일으키고자 2001년 말부터 건립이 추진됐다. 전체 규모(2만 4543㎡)는 태릉선수촌(31만 696㎡)의 10분의1 이하다. 태백분촌(3만 2267㎡)보다도 작지만 약 800억원을 들여 선수들의 기량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한 과학적인 환경으로 채워졌다. 정문을 통과해 길을 오르다 보면 트랙이 딸린 운동장 1개가 놓여 있고, 그 위로 복합 체육관동이 들어서 있다. 지상에는 남자농구, 여자농구, 남자배구 체육관이, 지하에는 레슬링, 탁구, 태권도 체육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2층·지상 7층짜리 숙소동이 이웃했다. 설계에서부터 선수들 위주로 세세한 신경을 기울여 맞춤형으로 세워졌다.2∼7층에 걸쳐 있는 선수들 방 곁에는 각 팀들이 즉석에서 회의를 할 수 있는 미팅룸이 마련됐다. 방에서 1층과 지하 1층으로 내려오면 숙소동 수용 인원을 한 번에 대부분 소화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과 10억원 상당의 장비로 가득찬 재활실, 수영장, 수치료실, 식당, 목욕탕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짧고 간결하게 이뤄졌다. 지상으로 체육관을 오고갈 수 있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지하를 통해 숙소로 돌아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다리 부상으로 재활하는 선수들이 목발을 짚고서도 손쉽게 다닐 수 있게 배려했다. ●핵심은 스포츠과학 지원실 재활시스템 스포츠 스타들이 체육관과 체력단련실에서 북적대며 땀을 흘리는 풍경은 태릉선수촌과 크게 다르지 않다.STC 핵심은 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포츠과학 지원실의 재활 시스템에 있다. ‘컴퓨터 가드’ 이상민은 KCC에서 삼성으로 둥지를 옮긴 뒤 몸도 마음도 정상은 아니었다. 허벅지와 허리, 발목에 미세한 부상이 있었다.10년 동안 정들었던 팀을 떠났다는 충격도 함께였다. 팀 합류에 앞서 4주 동안 집중 재활 치료와 훈련을 받았다.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의 근육 강화 훈련, 수영장에서의 수중훈련, 근육치료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상민은 “이런 재활 훈련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두르며 “비로소 삼성맨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그리고 새 시즌 초반 회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상민뿐만 아니다. 이미선은 양쪽 무릎 십자인대가 번갈아 끊어지며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다. 약 2년 동안 재활을 거쳐 이번 시즌 전성기 기량을 되찾아 가고 있다. 모두 스포츠과학 지원실을 통해 이뤄진 일이다. 이곳 스포츠과학 지원실은 입주 선수는 물론, 삼성 산하 전체 21개 팀 280여 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재활 선수들은 연간 130명 정도. 부상이 잦거나 겹쳐 여러 번 찾아오는 선수도 많기 때문에 이를 별개로 치면 연간 3500회에 달하는 방문을 받는다.10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의 기준치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각종 신체 기능과 부상 정도를 분석해 ‘맞춤옷’ 같은 재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STC가 세워지며 스포츠과학 지원실의 효율성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선수·코칭스태프의 옆에서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얼굴을 맞대며 의견을 교환, 부족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재활 기간의 단축과 함께 그 성과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지원실이 재활에만 신경을 쏟는 것은 아니다. 부상 예방을 위한 웨이트트레이닝 지도는 물론, 영양사와 함께하는 선수 경기력 유지 및 향상을 위한 식단 조절도 지원실의 몫이다. 바로 옆에서 선수들을 면밀하게 관찰하다보니 임상 사례 등 각종 데이터를 쌓아 스포츠과학 본연의 연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수월하다. 안병철 STC 센터장은 “기업 차원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시스템이지만 효과를 거두고 자연스레 전파되면 국가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STC 내부 분위기 어때 ‘외부 경쟁? 내부 경쟁도 은근히 뜨거워요.’ 삼성생명 탁구단 소속의 유승민이 지난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2연패의 가능성을 높였을 때, 삼성 트레이닝센터(STC) 식구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차례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입장을 생각하면 마냥 즐거울 수는 없는 일이다. 누가 STC 원년 기념으로 첫 우승 테이프를 끊을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 탁구, 태권도, 레슬링 등 개인 종목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남자프로농구, 여자프로농구, 남자 배구는 리그가 진행되고 있거나 개막이 코앞이다. 남자 프로농구팀은 내년이 농구단 창단 30주년. 모기업 창립 50주년을 맞은 여자 프로농구팀은 새로운 50년의 첫머리를 우승으로 알리고 싶다. 세 시즌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남자 배구팀이 조만간 입주를 끝내면 경쟁은 더욱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조승연 남자프로농구 삼성 단장은 “서로 떨어져 있다가 한 곳에 둥지를 트니 각자 성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도 경쟁 의식이 엿보인다.”고 STC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의 주포 변연하는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은 모든 면에서 최고”라면서 “거기에 걸맞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알게 모르게 많다.”고 했다. 용인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복귀한 선수들 플레이 볼때 보람” 안병철 삼성트레이닝센터장 인터뷰 “재활을 거친 선수들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칠 때 코끝이 찡하죠.” 안병철(50) 삼성 트레이닝센터(STC) 센터장은 국내 스포츠과학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이다. 경력도 이채롭다. 성균관대 체육학과를 나왔으나 1980년대 중반 일본 유학을 갔다가 스포츠과학을 업(業)으로 삼게 됐다. 쓰쿠바 대학 석사를 거쳐 지바 의과대학에서 스포츠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에 돌아와 한국체육과학 연구원을 거쳐 삼성 스포츠단에 입사한 뒤 처음에는 직원 건강 프로그램 ‘웰니스 클리닉’을 운영하기도 했다. 소속 운동 선수에 대한 재활 및 장기적인 체력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스포츠단의 지원에 힘입어 스포츠과학지원실 설립의 주역이 됐다. 1996년부터 고종수, 송종국(이상 축구), 이봉주(마라톤), 김세진, 신진식(이상 배구), 이형택(테니스), 문경은, 이상민(이상 농구) 등 수많은 스타들의 재활이 그의 손을 거치며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실력이 떨어져도 건강한 선수보다 아파도 실력이 있는 선수가 낫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선수의 수명은 자산이라는 인식보다는 당장 눈앞의 성적이 중요했다는 것.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달랐지만 일부 지도자들과는 부상 선수의 회복 상태와 복귀 시기를 놓고 이견도 있었다. 하지만 꼼꼼하고 철저한 그의 재활 관리가 서서히 결과를 드러내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는 스포츠과학 연구자를 “선수들을 양지에서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음지에서 소리 없이 일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지루하고 외로운 재활 기간을 견뎌내야 하는 선수들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며 인성적인 측면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다른 기업에서도 재활센터를 열고, 인적 자원도 늘어나는 등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지만 아직도 독일이나 일본 등에 견줄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기초 학문에서 응용되는 부분이 미약하다는 것. 또 스포츠과학자와 현장 지도자의 조화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발견과 연구가 나온다고 해도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설명. 그는 “예전엔 (인프라가) 없어서 못했다면 지금은 누가 더 관심을 가지고 하느냐가 문제”라면서 “지금은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났지만 노력하면 한국이 IT 강국이 된 것처럼 스포츠과학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용인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여행·레저 단신]

    # 놀이공원은 벌써 크리스마스 에버랜드(everland.com)는 9일∼12월25일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판타지’를 벌인다.500개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민 ‘매직 가든’을 신규 오픈하고,LED 조명을 이용한 16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도 선보인다.‘캐럴성가대’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도 준비했다.(031)320-5000. 롯데월드(lotteworld.com)는 10일∼12월25일 ‘해피 크리스마스’를 마련했다. 어드벤처 전체가 눈 내리는 산타 마을로 꾸며지고,20m 높이의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된다.‘크리스마스 판타지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이어진다.(02)411-2000. 서울랜드(seoulland.co.kr)는 17일∼12월25일 ‘크리스마스 스노 팩토리’를 준비했다. 세계의 눈사람과 눈 결정체 모형 등을 출입구에 비치해 눈꽃 마을을 형상화할 예정. 다양한 크리스마스 공연도 함께 한다.(02)509-6000.# 지구촌도 크리스마스 시작 독일 뮌헨시청 앞 마리엔 광장에서는 30일∼12월24일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14세기부터 시작돼 중세 유럽의 전통과 만날 수 있는 전통적인 축제.munich-tourist.de,(02)773-6430. 뉴욕에서는 11월 하순부터 크리스마스 점등행사가 시작된다. 올해로 100번째를 맞는 타임스퀘어의 ‘타임볼’,1933년 시작된 록펠러 센터 점등식 등 빛의 열기가 가득할 듯.nycvisit.com# 자유투어, 괌·사이판 현지 직영점 자유투어(freedom.co.kr)는 1일 괌·사이판 현지 직영점을 오픈했다. 직영점 오픈을 기념해 11월 출발 상품 고객 전원에게 호텔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했다.(02)3455-0007.# 힐튼 남해,‘한국 최고의 리조트’선정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hiltonnamhae.com)는 개관 1년만에 월드 트레블 어워드에서 ‘한국 최고 리조트’‘한국 최고 골프 리조트’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에미리트항공, 상파울루 취항기념 이벤트 에미리트항공(emirates.com/kr)은 두바이~상파울루 주 6회 신규취항을 기념, 내년 1월31일까지 상파울루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무료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는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인천~상파울루 왕복 140만원 특가행사도 30일까지 연장한다.(02)2022-8400.# 호주 멜버른 항공료 69만원 넥스투어(nextour.co.kr)가 내놓은 이 상품은 월, 수, 금 주 3회 출발한다.11월 내 출발 기준으로 유효기간은 1개월. 마일리지 적립, 업그레이드 등은 불가.99만원짜리 패키지상품도 내놨다.(02)2222-6624.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5) 세계일주 나선 역관들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45) 세계일주 나선 역관들

    세계가 둥글다는 지식이 보편화되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서양에서는 세계일주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유럽에서는 세계일주에 나선 귀족들이 많았으며, 누가 더 빨리 세계일주를 하는지 내기를 걸기도 했다. 그런 소재로 1870년대에 쓴 작품이 바로 쥘 베른이 쓴 동화 ‘80일간의 세계일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관들도 1880년대부터 세계일주 여행길에 올랐으며, 일기나 시집, 기행문 등의 작품을 남겼다. 세계 각국의 언어는 저마다 달라서 세계일주를 하려면 당연히 여러 명의 통역이 필요했다.1883년에 보빙사로 미국에 파견된 민영익은 변수(일본어), 고영철(중국어, 영어) 등의 통역과 퍼시벌 로웰(미국인), 우리탕(吳禮堂·중국인), 미야오카 쓰네지로(宮岡恒次郞·일본인) 등의 외국인 수행원들을 데려갔다.1896년에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한 그의 사촌아우 민영환은 김득련(중국어), 김도일(러시아어), 윤치호(영어)를 데려갔다. ●청계천 해당루에 모였던 역관들의 ‘육교시사´ 청계천 주변에 모여 살았던 역관들은 아들이 10여세가 되면 가정교사를 모셔 역과 시험준비를 시켰다. 역관 변진환(邊晋桓·1832∼?)은 광교 옆에 해당루(海棠樓)를 짓고 자기 아들 변정(邊 ·1861∼1892)과 조카 변위(邊·1857∼?)의 시험공부를 위해 위항시인 강위(姜瑋·1821∼1884)를 초청하였다. 원주 변씨는 대대로 역관으로 이름난 집안인데, 변진환은 1855년 역과에 합격한 뒤에 한학 역관으로 압물주부가 되어 많은 재산을 모았다. 강위는 평생 집 하나 없이 떠돌아다니던 시인인데, 가을 소리를 듣기 위해 상상 속에 집 하나를 세우고 자신의 호를 청추각(聽秋閣)이라 하였다. 그럴 정도로 마음은 언제나 넉넉한 시인이었다. 강위가 청계천 해당루에 입주해 역관 자제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의원 변태환의 아들인 변위는 17세 되던 1873년 역과에 합격하고, 변정만 계속 공부하였다. 이 일대에는 변위의 위당서실을 비롯해 김석준의 홍약관, 김경수의 인재서옥, 박승혁의 용초시옥, 김한종의 긍농시옥, 황윤명의 춘파시옥, 이용백의 엽광교사 등이 잇달아 있어 자주 오가며 시를 지었는데, 강위의 시집 ‘육교연음집(六橋聯吟集)’의 제목을 따서 이들의 모임을 육교시사(六橋詩社)라고 부른다. 광교가 청계천에서 여섯 번째 다리이기 때문이다. 문과에 급제하여 승지 벼슬까지 했던 이원긍(李源兢)도 육교시사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양반이었던 그가 아들 이능화에게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을 배우게 하여 국학자로 활동하게 했던 것도 이 시절 역관들과 가깝게 지내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육교시사에는 역관들이 많아서 그들이 중국이나 일본에 갈 때마다 송별회가 열렸는데, 추사 문하의 동문인 김석준이 중국으로 갈 때에 강위가 홍약관에 찾아가 이런 시를 지어주며 전송하였다. 노당(김석준)은 천하의 선비라서 옛책을 탐독하여 갈고 닦았네. 젊은 나이부터 북학에 뜻을 두어 나라 바깥을 마음껏 달렸네.(줄임) 지난번 내가 다시 중국에 갈 때 처음으로 수레를 나란히 했었지. 나그넷길 밤 새워 이야기 듣노라고 몇 차례나 외로운 등불을 밝게 켰었지. 우리 함께 완당선생의 문하에서 나왔지만 그대 혼자 칭찬받을 만큼 뛰어났었지. 중국을 드나들면서 서양 제국의 침략 아래 신음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고 위기를 느낀 강위는 이제 청나라를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북학파의 시대가 다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김옥균 등의 개화파와 어울렸으며,1880년에 수신사 김홍집이 일본에 갈 때에 김옥균의 소개로 따라갔다. 스승격인 강위까지 중국과 일본을 다 돌아보고 돌아오자 육교시사의 역관 동인들은 거의 모두 개화파가 되었다. ●서재필보다 2년 먼저 美 대학 졸업한 변수 강위는 중국에 두 차례, 일본에 세 차례 다녀왔는데, 벼슬이 없던 그는 언제나 비공식 수행원이라 친지들이 여비를 마련해 주었다. 김옥균이 1882년에 일본으로 가게 되자, 강위도 따라나서며 제자 변수에게 여비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변수(邊燧)는 호가 양석(養石)인데, 변정이 고친 이름이다. 변수는 스승과 함께 일본을 여행하게 된 것이 기뻐서, 변진환이 예전에 빌려 주었던 돈을 돌려 받으러 대구까지 내려갔다. 대구감영에 있던 채무자가 마침 서울로 올라가버린 바람에 빚을 받지 못하자, 다른 제자에게 융통해 부산까지 가서 김옥균 일행을 만났다. 강위는 이때 기록한 ‘속동유초(續東遊艸)’에서 “변수는 내가 그의 집에 머물면서 5년 동안이나 글을 가르쳤던 제자”라고 밝혔다. 김옥균 일행의 일본 방문은 3월 중순에서 8월 하순까지 다섯 달 걸렸다. 변수는 그동안 교토에 남아서 화학과 양잠 기술을 배우고 있었는데, 고국에서 임오군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중도에 급히 귀국하였다. 군란이 가라앉고 제물포조약이 체결되자 조정에서 다시 수신사를 일본에 보냈는데, 김옥균과 변수가 정사 박영효를 수행하고 갔다. 변수는 김옥균과 함께 도쿄에 남아서 차관교섭을 하였다. 1883년 7월에 보빙사 민영익이 최초의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하게 되자 변수도 육교시사의 동인인 고영철과 함께 수행하게 되었다. 아더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공식적인 일정이 10월 중에 끝나자, 변수는 민영익을 따라 유럽여행을 떠났다.12월 1일에 뉴욕에서 배편으로 떠난 이들은 그 이듬해인 1884년 5월에야 조선으로 돌아왔다. 갈 때에는 태평양을 건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으니,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것이다. 일본과 미국을 돌아보며 견문을 넓힌 변수는 갑신정변의 주역으로 나서서 외국 공관과의 연락을 맡았는데, 삼일천하로 끝나게 되자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였다. 베어리츠 언어학교를 마친 뒤에 1887년 9월 메릴랜드주립농과대학에 입학하여,1891년 6월에 이학사 학위를 받았다. 최초의 미국 유학생은 보빙사의 수행원으로 함께 미국에 왔던 유길준인데, 그는 거버너 더머 아카데미(대학예비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갑신정변 때에 귀국했으므로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했다. 변수는 컬럼비아의과대학(현 조지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서재필보다 2년 앞선 최초의 대학 졸업생이다. 미국 농무성에 취직해 공무원까지 되었지만,4개월 만에 모교 앞에서 열차에 치여 죽었다. 개화의 의지를 펼쳐보지 못하고 32세에 세상을 떠난 것이 아쉽다. ●고씨 역관 4형제 중국어 역관 고진풍의 네 아들 고영주, 고영선, 고영희, 고영철이 모두 역과에 합격해 역관으로 활동하였다. 중국어 역관인 세 아들은 육교시사에 참여해 시를 지었고, 왜어에 합격한 고영희는 독립협회 발기인 14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하며 개화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다가, 일본세력을 등에 업고 법부대신이 되었다.1910년 이완용내각의 탁지부대신이 되어 한일합병조약에 서명하고 일본정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다. 변수와 함께 첫 번째 세계일주를 한 사람은 넷째 아들인 고영철(高永喆)이다.1876년 한어 역과에 합격한 고영철은 1881년에 영선사 김윤식을 따라 중국 천진에 유학했는데,25명 가운데 7명이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수사국(水師局)에 있는 중서학당(中西學堂)에 입학시험을 치렀다.3명이 합격했지만 2명이 곧 자퇴하였고, 고영철만 끝까지 남아 열심히 공부했다.1883년에 보빙사를 파견하게 되자,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그가 자연스럽게 수행원으로 합류했다. 한·미 교섭에서 주로 사용한 언어는 일본어였으므로, 미국인 로웰은 영어에 유창한 일본인 미야오카 쓰네지로를 개인 비서로 채용했다. 조선어를 일본어로 통역하면, 일본어를 다시 영어로 통역하는 식으로 의사를 소통했다. ●세계일주 시집을 일본에서 출판한 김득련 1896년에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한 민영환은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 ‘해천추범(海天秋帆)’이라는 기행문을 정리했는데, 실제로는 2등참서관으로 동행했던 역관 김득련(金得鍊·1852∼1930)이 중국·일본·미국·영국·네덜란드·독일·폴란드·러시아·몽고 등의 9개국을 거치며 기록한 것이다. 이때 세계일주를 같이 했던 일행 가운데 민영환과 김득련은 한문으로 기록을 남겼고, 윤치호는 영어로 기록을 남겼는데, 민영환과 김득련의 기록은 거의 비슷하다. 수행원 김득련의 기록이 공식적으로 전권공사 민영환의 이름으로 정리된 것이다. 김득련은 역관을 93명이나 배출한 우봉 김씨 집안 출신으로,21세 되던 1873년 역과에 합격하였다. 육교시사에 드나들며 강위의 지도를 받았는데, 모스크바 공관에서 시를 지으면서도 육교의 모임을 그리워했다. 러시아어를 모르던 중국어 역관 김득련이 민영환을 따라가게 된 것은 공식 기록을 한문으로 남기기 위해서였으며, 민영환과 한시를 주고받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사람들과의 대화는 김도일이 맡았기에, 그는 상대적으로 한가하게 시를 지을 수 있었다. 그는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감회를 한시 136수로 읊었는데,‘환구음초(環 艸)´라는 제목으로 출판하였다.“지구를 한 바퀴 돌며 읊은 시집”이라는 뜻이다.‘환구음초’에 그려진 신세계의 모습은 다음 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조선도공 후예 도고 서울대 초빙교수 “아직도 핏줄이 당긴다”

    조선도공 후예 도고 서울대 초빙교수 “아직도 핏줄이 당긴다”

    임진왜란 때인 1598년 전북 남원에서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400년 이상 흘렀다. 그 핏줄을 이어받은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62)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뿌리찾기에 나섰다. 그는 규슈 가고시마현 미야마 마을에 정착, 지금도 14개 가마에서 그릇을 굽고 있는 조선도공들 가운데 박씨의 후손이다. 한·일관계는 물론 뒤엉킨 현대사의 한복판에 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도고 교수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할아버지 시게노리 2차대전 때 외무대신 역임 도고 교수의 할아버지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개전과 패전시 외무대신을 역임한 도고 시게노리다. 아버지도, 그도 고위외교관 출신으로 3대 외교관 집안이다. 도자기노예인 조선도공 박씨 집안 3대가 일본의 고위 외교직을 차례로 역임한 건 역사의 아이러니다. 시게노리는 원래 박무덕이었다. 부친 박수승 대까지 도자기노예 후예로서 모진 삶을 이어갔다. 그런데 메이지유신으로 차별이 심화됐다. 수승은 박씨란 성을 자신의 대에서 끊고 귀화했다.1882년생 시게노리가 5살 때이다. 수재 시게노리는 고향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뒤 도쿄대학에 들어가 독일문학을 공부했다. 그 뒤 외교관 시험에 합격했다. 독일 외교관시절 만난 그의 아내는 독일여자였다. 아이가 다섯 있던 그녀의 사별한 남편 게오르그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기본 설계한 건축기사다. 시게노리는 독일과 소련 대사를 역임한 뒤 태평양전쟁 발발 당시인 1941년 외무상에 발탁되었다. 군부에 맞서 전쟁을 피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외무상을 그만뒀으나 종전 직전인 45년 4월 외무상에 재기용됐다. 그때 일왕에게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라고 강력 주장, 조기종전으로 일본사람의 전멸을 피하게 했다는 칭송도 받았다. 시게노리는 A급 전범으로 20년 금고형을 선고받는다. 개전 반대 노력 등을 전범재판소가 평가, 사형은 피했다. 도고 교수는 “다섯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막연한 기억밖에 없다. 어머니, 형과 함께 가끔 스가모형무소로 면회갔을 때 낭하에서 검붉은 환자복을 입고 걸어나오던 모습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시게노리는 미군병원에서 1950년 7월 숨졌다. 시게노리는 겉으로는 도공 박씨의 후손이라는 것을 숨겼지만 가보지 못한 조선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국장 시절 조선에서 최초로 외교관 시험에 합격, 일본 외무성 과장으로 부임했던 직원에게 자신도 조선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토로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시게노리는 현재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있고, 무덤은 도쿄시내 아오야마묘지에 있다. ●DJ납치, 주한미군철수와 아버지 시게노리는 외동딸만을 두었다. 딸과 결혼한 자신의 비서관 출신 사위를 호적에 양자로 입적시켜 도고 후미히코라고 하게 된다. 후미히코의 한국사랑은 유별났다.1973년 한일 각료회의 때 외무성 심의관으로 한국을 방문, 김대중납치사건을 처리했다. 문세광의 74년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뒤 한국을 재방문, 사건수습에 진력했다고 한다. 외무성 차관 때도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며 차관 사임 뒤 부부가 한국을 다시 방문해 판문점과 휴전선 부근의 남침용 땅굴을 보고, 한국의 안보 상황을 체험했다.77년 카터 전 미 대통령 시절에는 주미 일본대사로 카터가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하자 워싱턴 조야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설득, 한·일 공동외교를 폈다. 부친이 한국과 공동외교전을 폈다는 사실에 대해 도고 교수는 “거의 모르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아버지는 사무차관 때 중국 및 한국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 오래 전부터(400여년전) 한국과 연결됐다.”고 독백처럼 말했다. 후미히코는 20여년 전, 부인은 10여년 전 숨졌다. ●남원의 박씨 집안 후손… 뿌리를 찾아나섰다 후미히코는 태평양전쟁 말기 노약자 소개정책에 따라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을 뒀다. 형 시게히코는 워싱턴포스트지 도쿄특파원을 하다 최근 퇴직했다. 특파원 시절에는 한국도 여러번 방문, 따뜻한 가슴으로 여러편의 기사를 작성해 신문에 실었다.“현재 퇴직후 공부중”이라고 한다. 도고 교수는 도쿄대학 출신 엘리트외교관이었다.17년간 러시아관계 일을 맡아 러시아어, 영어에 능통했다.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두마디만 할 수 있다. 두 아들(각각 34·30세)은 현재 일본의 회사에 재직중이다. 형도 아들만 둘이다. 도고 교수는 “내 핏속에는 독일인 피도 4분의1이 흐른다. 일부 조선인의 피도 흐른다.”며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본이 나의 유일한 조국”이라며 단호했다. 그러나 핏줄찾기 열의는 대단하다. 최근의 일본인들에게 핏줄의식은 없지만 자신에게는 “조금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가 네덜란드 대사로 부임하기 전 고향 미야마 마을을 찾았다고 밝힐 때는 고향·핏줄을 중시하는 조선도공의 영향이 느껴졌다. 그의 조상들이 남원서 왔다는 것은 형의 ‘조부 시게노리’라는 책에 실려 있다.“한국에 있는 4개월 동안 반드시 가보고 싶다.”면서 남원과 ‘춘향전’,‘광한루’ 등이라고 적은, 소중하게 갖고 온 메모지를 보여주었다. 형 시게히코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조선시대 도자기 사발을 가보로 모신다. 자신도 미야마의 조선도공 출신 심수관씨로부터 받은 몇 개의 도자기를 도쿄 미나토구 한국대사관 근처 자택에 “소중히 보관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과 연결된 끈들이다. ●현대사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도고 교수는 2002년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촉망받던 고위 외교관리였다.1997년 유럽아시아 국장이었다.98년 11월 조선도공들의 가고시마 정착 400주년 기념식장에 당시의 한·일 각료회의에 참석한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김종필 한국 총리 등과 동석하는 큰 영광도 누렸다. 그 해에 ‘시게노리 기념관’이 생겨나는 등 고향 미야마 마을은 온통 조선도공의 열기였다고 회상한다. 특히 양국 총리와 외무장관 등이 시게노리의 동상 등을 방문했을 때는 마을의 지도자와 한국측 참석자들이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를 “아주 독특하고 역사적인 장면”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그는 복잡한 일본 현대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측근인 외무성의 사토 마사루가 2차대전 뒤 일·러간 현안인 북방4개 섬 일본 반환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다가 2002년 구속되면서다. 그도 네덜란드대사 부임 8개월 만에 해임돼 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지난해 6월 사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까지 4년 이상 일본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 “조국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4개 섬 일괄반환론 틀 안에서 4개 섬의 귀속을 인정해주면 러시아가 언제까지 보유해도 무방하다는 ‘가나와 제안’을 추진한 것이 문제였다. 그것이 안 되면 우선 2개 섬 반환을 확실히 하고,2개 섬은 다음에 교섭하는 단계론을 펴다 우익 학자와 시민단체들의 맹렬한 공격에 사토가 구속되고 실무 추진 당시 상사였던 그는 해임됐다. 도고 교수는 “북방영토가 일본의 영토라는 원칙은 전후에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단지 교섭 방법론이 문제였다.”며 당시에는 자신도 네덜란드에서 귀국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돌아 일본행을 포기하고 네덜란드에 눌러앉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망명은 저널리즘적인 표현이다. 그저 일본이 싫어서 귀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무성을 퇴임한 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에서 2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2년, 타이완 단코대 4개월,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 6개월 등의 교수를 거쳤다. 지난 7월 유랑생활을 청산하고 부인과 함께 일본 도쿄에 주민등록을 해 영주키로 했다. ●“한국학생들 매우 논리적” 그는 미국에서 맺은 인연으로 이번 학기 초빙교수 자격으로 서울대에서 일주일에 3시간짜리 한 강좌를 맡고 있다. 한국 학생 20명과 외국학생 10명에게 한·일관계 등 동북아 외교 현안을 정면으로 가르친다. 도고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감성적이지 않다. 매우 논리적이다. 이들이 한국지도부에 들어가는 날 한·일 양국관계는 매우 밝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학자, 시민단체 등 새로운 형태의 한·일 교류가 활발한 것도 반기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 정권이 한·일 관계를 잘 해갈 것이라며 급한 국내과제를 해결, 일본 내부 반발을 해소해 정권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최근 정치·경제적으로 ‘자신감’을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신감이 북한·일본과의 관계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봤다. 대통령선거 뒤 한·일 양국이 정상간 셔틀외교를 재개하길 바랐다. 아울러 ‘일본은 없다’,‘혐한류’ 등 책이 출판돼 양국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도고 교수는 일본이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 동북아시아 평화시대를 열어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사회가 우경화됐다지만 우경화되거나 반한사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흐름상으로 한반도는 통일될 시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춘규기자 taein@seoul.co.kr ■도고 가즈히코 교수 ▲1945년 나가노현 출생(태평양전쟁말기 노약자의 소개정책으로 인해 모친이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거주중) ▲68년 도쿄대학 교양학과 졸업 ▲68년 4월 외무성 입성 ▲72년 모스크바 일본대사관 근무(모두 3차례 대사관 근무를 포함 소련과장과 유럽아시아국장 등으로 17년간이나 러시아관계 일을 맡음) ▲91년 워싱턴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98년 외무성 조약국장 ▲99년 유럽아시아 국장 ▲2001년 네덜란드대사 부임 ▲02년4월 네덜란드대사 해임 ▲02년5월 일본을 떠나 유랑 ▲07년7일 5년 만에 일본 귀국 ●최근의 저서 ‘북방영토 교섭비록’(일어) ‘일본외교 1945∼2003’(영어)
  • 한국계 외국경찰관 16명 모국 찾았다

    외국 경찰기관에 근무하는 한국계 경찰관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조국의 문화와 한국 경찰을 견학한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호주, 러시아, 독일 등 10개국 경찰관서에 근무하는 한국계 외국 경찰관 16명이 참가하는 ‘제2회 해외 한인출신 경찰관 초청행사’가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린다. 출신별로 보면 8명은 입양아 출신,7명은 재외교민,1명은 러시아 거주 고려인이며, 성별로는 남성이 12명, 여성이 4명이다. 이들은 29일 서울경찰청과 경찰특공대,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등에서 치안현장을 체험하고 30일에는 비무장지대 및 임진각 견학, 탈북자와의 대화, 홀트 일산복지타운 방문, 한국 경찰관 가정 방문 등 행사에 참가한다.31일에는 서울타워, 남산골 한옥마을, 한강 유람선 등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행사가 열리며 다음달 1일에는 아산 현대자동차 공장 견학, 경찰청장 주최 환영만찬, 홍대입구 거리문화 탐방 등이 예정돼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주말탐방] 지문감식의 세계

    [주말탐방] 지문감식의 세계

    지문(指紋)이 곧 신분증인 사회가 도래했다. 과거 인장(印章·도장)을 대신해 개인 식별 수단으로 쓰였던 지문은 이제 전자 여권과 디지털 도어록 등 첨단 과학이 접목돼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사람마다 다르고, 평생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이다. 지문은 범죄 수사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법정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지만 범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경찰은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 폭력 사건 가담자 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하기도 했다. 범죄 현장에서 숨은 단서인 지문을 찾아내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CSI)를 방문, 지문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3층 다기능 현장증거분석실. 오전부터 과학수사계 현장1팀 소속 과학수사대(CSI) 요원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5명으로 구성된 1팀 요원들은 지난 8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발생한 빌라 여주인 살인 사건 당시 심하게 부패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한 사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아이디어 회의)’이다. 서울경찰청에는 현장 스케치와 비디오, 지문감식 전문가 등 5명으로 구성된 3개의 현장팀이 있으며, 살인사건 등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을 맡아 처리한다. 서울에서만 매년 200여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중 우발적인 살인사건 등 범인이 확정된 경우를 제외한 100여건에 대해 감식 활동을 한다. 강·절도와 변사 등은 일선 경찰서 감식반에서 처리한다. ●사건 현장마다 80여건 지문채취… 하루종일 걸려 “요원들의 가방 안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토론을 듣던 기자에게 정교래(30) 현장1팀장이 ‘과학수사’라고 써 있는 가방을 열어 보여 준다. 분말과 솔, 손전등, 줄 등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에서 봤음 직한 다양한 장비가 들어 있다. 범죄 현장에서 범인의 흔적을 찾는 데 필수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전은 사건이 없어 다소 여유있는 시간. 정 팀장은 지문 채취에 대해 궁금해하는 기자에게 간단한 시연을 했다. 기자가 슬쩍 책상을 만지자 곧바로 정 팀장이 지문 채취용 분말을 묻히고 솔로 문질렀다. 지문이 점점 또렷하게 나타났다. 이렇게 찾아낸 지문을 채취용 스티커로 세심하게 떠 내면 채취 작업은 끝난다. 지문 흔적이 흐릴 경우에는 1000만원이 넘는 ‘가변광원 장비’와 형광물질을 이용해 지문을 찾아낸다. 그렇지만 실제 사건 현장에서 지문 채취는 연습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용의자가 지문 위치를 알려주고 범행을 저지를 리 없을 뿐만 아니라 온전한 지문 흔적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마다 80여건의 지문을 채취하다 보면 지문 채취에만 하루 종일 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문 감식은 채취 이후가 더 힘든 과정이다. 온전한 지문의 경우 17세 이상 국민과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지문이 데이터베이스(DB)로 보관된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찾아낸다. ●“용의자 지문 대조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훼손되거나 컴퓨터로 식별이 불가능한 지문은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내 증거분석계로 보내진다. 이 경우 경찰청에서는 6∼7년차 이상 베테랑 요원 27명이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지문을 찾는다. 지문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컴퓨터가 곧바로 용의자 사진을 찾아주는 드라마 장면은 과장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AFIS가 용의자와 비슷한 지문 10여개를 찾아주지만 이후 용의자의 지문 대조는 오롯이 수사관의 몫이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들은 ‘그걸 왜 사람이 직접 하느냐.’고 묻지만 현실에서는 비슷한 지문을 50∼100여개 뽑아낸 뒤 다시 최대한 추려내고 나서 베테랑 요원들이 돋보기로 ‘원지(原指)’와 일일이 대조해 일치하는 지문을 찾아내야 한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시체나 쓰레기를 하루 종일 보며 지문을 찾아야 하는 지문감식 활동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화려하거나 역동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지문감식은 모든 수사의 기초작업인 만큼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난제가 끈질긴 증거수집 끝에 찾아낸 지문 하나로 해결될 때 경찰로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로 지문감정이 의뢰된 사건은 모두 1만 7630건. 하나의 사건 현장에서 평균 4개의 지문이 채취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해 평균 7만여건의 지문 감정이 의뢰되는 셈이다. 또 매년 60만명 정도의 지문 정보가 새롭게 추가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관순 열사의 지문도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주민등록법상 사망자의 지문은 DB에서 삭제하도록 돼 있다.”면서 “유관순 열사와 같은 역사적 인물들의 지문은 별도로 국가기록원에 이관해 보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서 국내 지문감식기술 벤치마킹하기도 지문 감식만 24년째라는 베테랑 김희숙(45·여) 경사는 새로운 사건 용의자를 찾느라 AFIS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지문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DB자료와 대조해 비슷한 지문 10여개를 찾아준다. 이런 식으로 빠르면 한 시간 만에도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지문감식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2004년 12월 동남아 일대를 강타한 ‘쓰나미(지진해일)’로 한국인 20명을 포함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전 세계 과학수사대가 총동원돼 자국인 시신의 신원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시체가 심하게 부패해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서 국내에서 파견된 경찰청 소속 지문 박희천 경위 등 감식반 3명은 시체의 손가락을 물에 불려 지문 흔적을 찾아내는 신기술을 적용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우리 경찰이 이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문으로 번역하던 중 미국이 올해 5월 국제감식협회 저널에 자기들이 찾아낸 기술로 먼저 올려버린,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김 경사는 “국내 과학수사 여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문감식 기술만큼은 선진국이 우리 기술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이 늘어나 곧 미국 CSI를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 ‘국내 지문감식 1인자’ 박희천 팀장 경기 파주경찰서 박희천(52·경위) 과학수사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지문감식의 1인자다. 그는 2004년 12월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지진해일)’참사 당시 경찰청 지문감식 전문요원으로 현지에 파견돼 신원확인 작업을 했다. 특히 그가 개발한 ‘고온처리법’은 우리나라 지문감식 수준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예전에는 익사체나 심하게 부패한 시체의 경우 지문 채취가 사실상 불가능해 신원 확인율이 20%를 밑돌았지만 고온처리법으로 80% 이상으로 높였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발견한 고온처리법은 끊는 물에 시체의 손가락을 3초 정도 담근 뒤 꺼내면 손가락 피부의 땀구멍이 열리면서 속살이 팽창해 지문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방법은 오는 12월 대한의학회에 정식 논문으로도 제출한다. 1980년 사진채증 요원으로 특채돼 경찰에 입문한 그는 1992년 경찰청 근무 당시 변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퇴직한 자리를 대신 맡게 되면서 지문 식별 업무에 뛰어들었다.1998년 그는 목을 매 자살한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려다 굳어버린 주먹을 보며 ‘손을 물에 부풀리면 좀 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굳었던 손이 부드러워지면서 지문도 선명하게 찍혔다고 한다. 이후 끊임없이 실험을 반복하며 100도로 끓는 물에 3초가량 담갔다 빼냈을 때 가장 선명한 지문을 채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고온처리법은 쓰나미 참사에서 빛을 발했다. 쓰나미 참사 당시 선진국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최첨단 장비를 모두 갖추고도 지문채취를 하지 못해 애를 먹을 때 그는 커피포트만 갖고 불과 5분 정도면 시체 한 구의 지문채취를 끝내 전세계 과학수사대를 놀라게 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쓰나미 피해자가 발생한 46개국 중 가장 먼저 신원확인을 끝냈고 다른 나라 시신 수천여구의 지문감식을 돕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경찰 내부에 ‘과학수사대상’제도가 생겨나는 등 과학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고 있다.”면서 “이제 과학수사가 수사의 기본이 된 만큼 과학수사 인력도 더 많은 승진기회를 얻어 사기가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지문, 그것이 알고 싶다 지문은 손가락 끝 부분뿐만 아니라 손바닥과 발바닥 등에서 나타나는 피부 융선을 말한다. 쌍둥이도 지문이 다를 정도로 전 세계에서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문은 태중 3개월 때 형성돼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성인의 경우 0.5㎜ 정도의 가는 융선으로 요철(凹凸)로 이뤄져 있다. 지문 분비물은 98.5%가 수분이며 나머지 1.5%가 지방산과 아미노산, 나트륨 등 유기·무기물질로 구성돼 있다. 지문에 대한 역사적인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원전 고대 유물과 동굴 벽화에서도 손바닥 문형이 발견된 적이 있으며,2000년 전 중국에서 손도장으로 지문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자 체포를 위한 지문대조는 1890년 인도 경찰의 영국인 총경인 에드워드 헨리가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03년 독일 함부르크 경시청 로셔가 창안해 발표한 ‘함부르크식 지문법’ 또는 ‘로셔법’을 1910년 11월 도입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범죄 수사를 위해 경찰은 크게 4가지 종류로 분류하며,0∼9번까지 번호를 붙여 분류한다. 분류번호 1번인 궁상문(弓狀紋)은 활모양의 지문으로 보통·돌기 궁상선으로 분류한다. 제상문(蹄狀紋)은 말발굽 모형의 지문으로 흉선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갑종 제상문(2번)과 을종 제상문으로 분류한다. 을종 제상문은 융선의 수에 따라 7개 이하(3번),8∼11개(4번),12∼14개(5번),15개 이상(6번)으로 분류한다. 와상문(渦狀紋)은 달팽이 모형으로 종류에 따라 7∼9번이 부여된다. 변태문(變態紋)은 어느 문형에도 속하지 않는 문형으로 9번에 점을 찍어 분류한다. 이 밖에 화상이나 자상, 손가락 절단 등으로 손상된 지문은 0번을 부여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월드이슈] 워싱턴 ‘솔라 데카슬론’ 현장을 가다

    [월드이슈] 워싱턴 ‘솔라 데카슬론’ 현장을 가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미국 수도 워싱턴의 의회 의사당과 워싱턴기념비 사이의 넓은 잔디광장인 ‘내셔널 몰’에 이달 초부터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뚝딱뚝딱 집들을 짓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대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하는 태양광, 태양열 주택들의 경연 행사인 ‘솔라 데카슬론(Solar Decathlon·태양 10종 경기)’이 시작된 것이다. 2002년과 2005년에 이어 세번째 열린 올해 솔라 데카슬론에 참가한 대학은 수많은 신청 대학 가운데 선정된 20개 대학.1차 및 2차 대회 우승팀인 콜로라도대를 비롯한 매사추세츠공대(MIT), 코넬대, 텍사스대, 카네기멜런대, 조지아공대 등 미국의 대학이 16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태양 에너지 연구 및 실용화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나라로 꼽히는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담스타트공대와 마드리드대가 각각 참가했다. 또 캐나다의 몬트리올대, 푸에르토리코의 푸에르토리코대도 함께 경연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참가한 대학이 없었다. 12일부터 20일까지 계속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은 독일의 담스타트공대가 차지했다. ●태양전지로 한밤중에도 밝은 조명 담스타트공대의 태양광 주택은 10개의 경쟁 분야 가운데 건축과 조명, 엔지니어링 세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담스타트공대의 태양광 주택은 겉에서 보기에는 태양광 주택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참나무와 유리로만 건축된 외관 안에 솔라 패널(태양전지판) 등 관련 시설이 모두 숨어 있는 것이다. 또 이 주택의 조명은 한밤중에 가장 밝은 빛을 발휘했다고 심사팀은 밝혔다. 이와 함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이 팀의 주택이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주택과 결합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심사팀은 평가했다. 이같은 엔지니어링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솔라 패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디자인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심사팀은 이 주택이 “모든 면에서 태양광 주택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담스타트공대 팀의 리더인 한스 유르겐 프레멜은 “21세기에 인류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주고 싶었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하면서 “태양 에너지 분야는 독일이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도 증명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독일 담스타트공대 우승 2위는 중간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가 막판에 담스타트공대에 밀린 메릴랜드대학이 차지했다. 메릴랜드대 팀은 자신들이 만든 태양광 주택에 ‘LEAF House’라는 브랜드까지 붙여가지고 나왔다.LEAF는 풀잎을 뜻하기도 하지만 Lead Everyone to Abundant Future(모든 이에게 풍요한 미래를)라는 뜻도 담고 있다. 브랜드 이름에 걸맞게 리프 하우스의 벽은 풀잎으로 장식돼 있다. 주택이나 건물 옥상에 풀을 심어 정원으로 가꾸는 것은 이미 상용화되어 있지만 주택의 벽에 풀을 심는 것은 실험적인 시도였다. 메릴랜드 대학 팀의 브리트니 윌리엄스(건축학과 대학원)는 “지붕에 내린 빗물을 모아 벽으로 흘러내리는 장치를 부착, 풀에 물을 줄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벽에 풀이 있으면, 여름에 햇볕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풀이 죽기 때문에 태양열이 그대로 벽으로 흡수된다.”고 말했다. 리프 하우스는 에어컨 시스템에서도 획기적인 혁신을 이뤄냈다. 냉매 대신 칼슘 클로라이드라는 물질을 사용해 전기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내의 습기까지 제거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메릴랜드 대학 팀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주최측은 태양광 주택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산시키는 데는 일반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릴랜드 대학 팀은 참가팀들 가운데 최고의 웹사이트를 구축했으며, 리프 하우스 방문자들에게 주택의 구조와 기술적 장치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리프 하우스는 일반 관람객 투표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4위를 기록한 마드리드대학은 워싱턴의 태양에 가장 적합한 솔라 패널을 제작, 스페인에서 공수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산 큰 기여 열흘 남짓 계속된 이번 행사에는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태양광 주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18일 아들과 함께 행사장에 온 버지니아 주의 캐리 쿠어링은 “아들에게 환경 보호와 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경쟁에 나섰던 태양광 주택들은 분해된 뒤 대학으로 돌아가거나 연구소에 기증되며 일부는 기업에 팔리기도 했다고 대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대회에 출품된 태양 주택의 건축 가격은 20만∼50만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솔라 데카슬론이란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솔라 데카슬론은 태양 에너지로만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건축하는 대학간의 국제 대회이다. 올림픽 10종 경기처럼 태양 에너지와 관련한 10개 분야에서 경쟁한다고 해서 솔라 데카슬론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2002년 시작된 솔라 데카슬론은 태양 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최첨단 테크놀러지의 종합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회에 출품되는 ‘태양 주택’의 기획과 설계·건축은 물론 이를 위한 모금, 대외 섭외 및 홍보 활동도 모두 학생들이 전담한다. 따라서 각 대학 팀은 건축학과, 전기공학과, 산업디자인학과, 전자공학과 등 공대 학생은 물론 경영대학원(MBA)과 저널리즘,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학생 20∼60명으로 구성돼 있다. 출품된 주택들은 태양 에너지만 사용해 매일 2명이 샤워와 빨래, 요리,TV 시청, 컴퓨터 사용, 조명 등 일상생활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Net-Zero-Energy Home(외부의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집)’의 개념이다. 네번째 대회는 2009년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dawn@seoul.co.kr
  • 영산재 베트남에 ‘첫선’

    영산재 베트남에 ‘첫선’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靈山齋)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불교계의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에서 영산재 시연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고종 봉원사 영산재보존회(회장 환우 봉원사 주지)가 26일부터 31일까지 호찌민시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봉행하는 ‘베트남전 전몰 양국 영령 천도 영산재’.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한국군과 베트남군·민간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행사로, 베트남에 영산재가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산재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당시의 법회 광경을 상징화한 불교의식. 많은 사찰에선 일반적으로 죽은 영혼을 천도하는 전통의식인 49재에 포함시키고 있다. 베트남 천도재에선 범패 보유자인 김구해(인간문화재) 스님을 비롯해 전수생 30여명이 컨벤션센터 무대에 올라 영산재를 시연하며 천도법회를 진행한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과 부원장 보경 스님, 중앙사정원장 월운 스님, 중앙종회의장 인공 스님 등 최고 지도자를 포함한 태고종 스님 150여명이 현지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최근 방한했던 베트남 보건복지부 장관이 봉원사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마련된 만큼 베트남의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티베트에 범패의 일부가 전하지만 음악(범패)과 춤(작법), 기예가 어우러진 종합예술 형식의 불교의식인 영산재가 행해지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범패는 한국불교의 전래기부터 행해져 가곡, 판소리와 더불어 우리 나라 3대 성악곡으로 꼽힌다. 영산재는 태고종 스님들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구전방식으로 전승되어왔으며, 1969년 태고종 사찰인 서울 신촌 봉원사에 옥천범음회가 결성되면서부터 종단 차원에서 후진양성에 나서고 있다. 불교계는 “한국만의 전통적인 문화양식을 담은 종합예술인 영산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을 모아 지난해부터 불교학자들이 포함된 ‘세계문화유산 등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6년간 캐나다·미국·독일 등에서 잇따라 영산재 초청 공연이 열리는 등 세계인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내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문화축제에도 주최측의 초청을 받아 영산재를 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고종 관계자는 “영산재는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종합예술”이라면서 “한국과 베트남간 문화예술교류 차원에서 성사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아시아권에 널리 알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鄭 “중소기업부 장관 둬야”

    鄭 “중소기업부 장관 둬야”

    문제는 ‘금산분리’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3일 “세계 100대 은행 중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는 7개뿐”이라며 금산분리 고수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립전선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잇따라 방문했다. 후보 선출 이후 첫 경제계 방문이다. 본격적인 ‘정책 투어’ 시작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 후보와 차별화된 경제 정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했다. 정 후보는 대한상의를 방문한 자리에서 “야당과 야당후보가 은산(은행-산업자본)분리 해체를 주장하는데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환위기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건 정글자본주의로 가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행한 김진표 통합신당 정책위의장도 거들었다. 그는 “일전에 부시 대통령과 만났을 때 ‘일본과 독일 경제의 문제는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지배’라고 지적하더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의견차이가 존재했다. 재계 지도자들은 금산분리 완화를 건의했다. 대한상의 손경식 회장은 “융통성이 필요하다.”며 “IMF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여러 불씨는 금융감독체계가 정비되면서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에 정 후보는 경제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그는 “정동영이 통합신당 후보가 된 것을 걱정하실지 모르겠지만 기업계 대표 여러분을 존경한다. 마음 놓으셔도 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자리에선 중소기업 육성책을 역설했다. 정 후보는 “차별없는 성장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시대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재벌경제 이명박 대 중소기업경제 정동영 구도를 만들겠다는 계산으로 읽혔다. 그는 “대기업 하청구조에 신음하는 억울함이 없도록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고 개편해내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했다. 정 후보는 또 “다음 정부에서는 중소기업부 장관을 두어야 한다.”고 복안을 밝히기도 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조국 발전상 보니 독일 광부 30년 피로 확 풀려”

    “조국 발전상 보니 독일 광부 30년 피로 확 풀려”

    “말로만 듣던 조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힘들었던 30년 독일 광원생활의 피로가 확 풀립니다.” 경북도의 초청으로 23일 재독 영남향우회 소속 고향 방문단 39명과 함께 고국을 찾은 성규환(69·재독 한인광산근로자협회장·재독 영남향우회 초대회장 역임)씨. 그는 “경북도가 조국이 어려웠던 1960∼70년대에 독일에 파견돼 광원과 간호사로 일하며 고생한 우리들을 초청해 준 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이는 우리 정부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거듭 감사해 했다.1977년 광원으로 독일에 간 영천 출신인 성씨는 “우리들은 타국 땅 깊이 1000m의 섭씨 40도가 넘는 막장에서, 함께 갔던 간호사들은 딱딱하게 굳어 버린 시체를 닦는 일로 외화를 벌며 한평생을 살면서 항상 고국 발전을 염원했다.”며 “죽기 전에 고국의 변모상을 둘러 보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는 1963년부터 1977년까지 독일에서 광원 등이 벌어 들인 수입은 1970년대 한국 경제 성장의 ‘종자돈’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다. 이 기간 파독된 광원과 간호원은 1만 8000여명. 파독 계약 조건은 ‘3년간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고 적금과 함께 한 달 봉급의 일정액(70∼90%)은 반드시 송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독 정부는 이를 담보로 1억 5000만 마르크의 상업차관을 한국 정부에 제공했다. 하지만 그는 “재독 교포 1세대들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연금을 받고 살지만 경제적으로는 대부분 넉넉하지 않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2세들은 학계·법조계·의학계 등에 속속 진출해 한인 사회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방문단 일행은 이날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및 금오공대 유비쿼터스 체험관, 문경 석탄박물관 등을 방문한 뒤 24일 안동 하회마을과 울진 등을 견학한다.25일에는 포스코와 경주 문화유적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장을 찾고 26일 울산의 기업체 시찰로 고향 방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사르코지·세실리아 佛대통령 부부 끝내 이혼

    |파리 이종수특파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세실리아가 결별에 합의했다고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이 18일(현지 시간) 오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사르코지 대통령은 23명의 역대 프랑스 대통령 가운데 재임 중 첫 이혼하는 사례를 남겼다. 두 사람의 이혼은 최근에 프랑스 언론들이 잇따라 ‘이혼설’을 보도하면서 징후가 포착됐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엘리제궁이 ‘결별’을 공식 발표한 날에도 일간 리베라시옹은 “이혼 절차가 공식화됐다.”고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그의 손에는 이혼을 알리는 성명서가 쥐어져 있다.”고 전했다. ●왜 헤어졌나? 두 사람이 헤어진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극단의 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세실리아가 더 이상 엘리제궁 안주인이라는 ‘속박’을 견디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그녀는 사르코지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 자신을 퍼스트 레이디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거나 “나는 전투복 바지에 카우보이 부츠 차림으로 돌아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한때 사르코지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리바아를 두 차례 방문해 수감된 불가리아 의료진 석방에 공을 세우는 등 영부인 역할에 충실하기도 했으나 타고난 자유주의 기질을 이기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세실리아는 지난 6월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선진7개국+러시아)정상회담에 참석했다가 중간에 돌아왔고,8월 미국에서 남편과 휴가를 보내던 중 조지 부시 대통령 부부와의 오찬에 불참한 적도 있다. ●만남…별거…화해…이혼… 두 사람의 결합은 첫 만남부터 특이했다. 세실리아가 파리 인근 뇌이 쉬르센 시(市)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식을 주재하던 사르코지 당시 시장이 남의 신부를 보고 반해 12년 동안 따라 다녔다고 한다. 각자 이혼한 뒤 재결합한 두 사람은 한 동안 잘 사는가 싶더니 ‘맞바람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세인들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세실리아는 2005년 광고 기획자인 리샤르 아티아와 함께 휴가를 보내는 사진이 파리 마치에 실리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사르코지는 일간 르 피가로 여기자와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시기 몇 달 동안 별거에 들어가면서 이혼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야심 때문인지 사르코지는 공사석에서 “우리 문제가 잘 풀릴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후 지난해 1월 두 사람은 재결합했다. 이를 놓고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을 위해 갈등을 봉합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한편 사르코지가 세실리아에 심리적으로 크게 의존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언론인은 “세실리아 여사에 심리적 의존도가 큰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서는 그녀와의 결별이 큰 충격일 것”이라며 “국정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vielee@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사천만의 경제읽기(EBS 오후 8시20분)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는 한 대선 후보의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렇다면 가정의 살림살이뿐 아니라 나라의 살림살이는 어떨까? 흔히 들어보았지만 정작 그 개념은 잘 알지 못하는 국내총생산(GDP)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의 현 위치를 점검해본다.   ●사육신(KBS2 오후 9시55분) 신숙주가 단종에게 양위를 간했다는 소식을 들은 성삼문은 크게 분노하여 신숙주의 집을 찾는다. 같은 밤, 정인지에 궁인들을 비롯하여 가까운 수족을 모두 잃은 단종은 위협을 느끼며 양위를 결심한다. 수양대군은 단종에게 양위의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눈을 의식한 것일 뿐, 결국 보위에 오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0분) 미국에서 중국산 장난감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완구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리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미국 소비자들은 아예 구입을 기피하고 있다. 동포 부모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연스레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한 미국, 영국, 독일산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러브 인 아시아-여고생 장수인의 한·러 두 가족!(KBS1 오후 7시30분) 광주 시내 한 여고의 아침. 유독 눈에 띄는 학생이 있으니 바로 갈색 눈과 금빛 머리칼을 가진 러시아 소녀 장수인. 이국적 외모에 능숙한 한국어로 학교에서도 단연 인기만점이다. 통역사의 꿈을 안고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그녀의 특별한 가족이야기를 들어본다.   ●태왕사신기(MBC 오후 9시55분) 신당에 들어선 담덕이 호개에게 이 모든 것을 혼자서 꾸민 일이냐고 묻자, 호개는 살아서 돌아가진 못할 것이라고 한다. 담덕은 기하의 시선을 외면한 채 대신관에게 어째서 양왕을 죽였는지 기하에게 물어봐달라고 한다. 가우리 검을 받겠다는 담덕의 말에 기하는 신검을 잡아채고는 담덕을 향해 돌아선다.   ●로비스트(SBS 오후 9시55분) 마리아의 고향집을 찾아간 해리는 정순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소영이 친구 주호가 왔다고 말하지만 정순은 해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마리아 이모는 미국에서 온 사람은 무조건 멀리 하라는 마리아의 전화를 받고 해리를 경계한다. 에바 생각에 골몰하던 태혁은 미란이 사무실을 방문하지만 냉담하게 대한다.
  • 베르네르 페니히 獨 베를린자유대 前교수가 본 남북정상회담

    베르네르 페니히 獨 베를린자유대 前교수가 본 남북정상회담

    |베를린 이종수특파원|“북한의 핵폐기 실천을 요구·진전시키면서 동시에 ‘남북한 평화 선언’과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인정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베르네르 페니히(63) 베를린자유대 전 교수는 9일 북한 핵문제와 2007 남북 정상회담을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 3일은 독일이 통일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교류협력 적극적… 과거 동독보다 운신의 폭 넓어 페니히 박사는 “지구촌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스스로 폐기한 나라는 없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구체적 증거도 없지만 만약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동안 미국에 맞서는 ‘정치적 생명’이었는데 갑자기 한꺼번에 다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실사를 통해 핵불능 대상과 핵폐기 대상에 대한 구체적 목록과 일정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0·4 선언’에 대해선 미래를 밝게 채색했다. 그 이유로는 “1972년을 비롯, 이전에 북한이 남한과 접촉할 때는 교류협력에 비협조적이었거나 부정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응하는 등 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북한이 통일 직전의 동독보다 더 ‘운신의 폭’이 넓다는 점도 호재”라고 덧붙였다. 그 배경과 관련,“당시 동독은 소련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었고 서독도 미국·영국·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에 견주면 남북한은 상대적으로 미국과 중국·러시아에 영향을 덜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제 정세도 독일 통일 때보다 더 좋다고 덧붙였다. ●민간차원 정기교류 중요… 유엔 포함 5자회담 제안 그는 ‘10·4선언’의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남북한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10·4 선언’에 담긴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 ▲해주항 개방을 주목했다. 이런 구체적 노력을 통해 남북한이 서로 믿을 수 있는 토대가 다져진다는 것이다. 페니히 박사는 독일 통일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선 “성급하게 통일을 추구하기보다는 통독 과정에서 확인된 기회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구체적 방법으로 “정례적 정상회담이나 장관급 회담도 중요하지만 연락사무소 개설 등 민간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교류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정례화와 교류 활성화 등의 수순으로 통일을 이룬 독일이지만 통일 비용의 짐과 미완의 정서적 통일이라는 그림자도 여전히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해선 “미국·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평화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국 전쟁에 참여했고 휴전협정의 주체이던 유엔을 포함해 ‘5자 확대회의’ 형태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vielee@seoul.co.kr ●페니히 박사 독일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베를린자유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딴 뒤 모교에서 강의하고 중국·동아시아 연구센터 소장을 지내다 2004년 퇴직했다. 평양과 서울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 이구택 포스코회장, 세계철강협회장 선임

    이구택 포스코회장, 세계철강협회장 선임

    |베를린 이종수특파원|‘쇠박사’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세계 철강업계의 수장이 됐다. 이 회장은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철강협회(IISI)이사회 및 정기 총회에서 제31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글로벌 능력´·경영 성과 등 인정받아 이 신임 IISI회장은 2004년 IISI 집행위원,2005년 부회장을 거쳐 이번에 1년 임기의 회장을 맡게 됐다. 세계 400여개 철강업체가 참석한 이날 총회에서 이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뽑힌 것은 부회장 재임 시절 보여준 ‘글로벌 철강인’으로서의 능력과 함께 포스코 CEO로서의 경영 성과 등을 평가받았다는 게 포스코측 설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 경제 사절단 일원으로 다녀온 뒤 바로 베를린으로 날아온 이 회장은 담담하게 선출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광스럽다.”면서 “그만큼 한국은 물론 포스코의 위상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게 아니겠느냐.”고 기쁨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IISI 회장으로서 추진할 주요 사업으로 ▲환경 이슈에 대응한 혁신 기술 개발 ▲철강 원료 수요량 예측 ▲안전 문제 ▲중국 철강사 회원사 추가 영입 등을 꼽았다. 특히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철강업계의 구체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촌 이산화탄소의 3.1%를 배출하는 철강업계로서는 ‘포스트 교토의정서’시대에 대비하는 게 시급하다.”며 “현재까지 논의된 배출량에 따른 거래 방식에 대해 유럽 철강업자들은 실패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브라질 등 신흥경제개발 국가가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교토 의정서’협약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논리다. ●세계무대서 한국 철강업 영향력 커질듯 이 회장은 대안으로 생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원단위 절감방식’을 강조했다.IISI 차원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회원사 영입의 필요성과 관련,“세계 조강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철강사들을 회원으로 대거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철강회사가 IISI 회원사로 참여하게 되면 국제적 협력관계 구축과 이산화탄소 감축 방안 논의 등 다양한 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제2의 붐’을 맞은 철강업계에서 지역별 통합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 회장의 IISI회장 선임으로 한국 철강업이 세계 무대에 미칠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원자재 공급 ▲환경 ▲수급 등 세계 철강업계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 발언권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포스코로서도 현재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글로벌 성장 전략’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vielee@seoul.co.kr
  • 국제가족영상축제·유럽영화제 개막

    국제가족영상축제·유럽영화제 개막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팬인 당신, 올해는 부산영화제를 놓쳤다고? 하지만 크게 아쉬워할 것은 없다. 부산 못지않은 수작들을 볼 수 있는 영화제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최근 재해석되고 있는 가족의 의미나 최신 유럽 영화의 흐름을 짚어보고 싶다면 다음 두 영화제에 주목할 만하다. ●‘오늘, 가족을 본다´ 전세계 31개국 작품 상영 18일부터 6일간 정동,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는 가족영화란 모름지기 온가족이 보는 따뜻한 영화라는 공식에서 벗어난다.‘오늘, 가족을 본다’라는 주제의 이 영화제는 오늘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살핀다. 이번 영화제는 전세계 31개국에서 온 모두 103편(장편 32편, 단편 71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가족’을 중심 주제로 한 세계의 장편영화들을 소개하는 ‘월드 패밀리 나우’와 한국사회 내 가족을 재조명하는 ‘코리아 패밀리 나우’를 비롯해 ‘세계 단편영화 초청전’,‘부성애 특집’,‘시네마테라피, 가족을 만나다’ 등 모두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특히 가족 내 관계에 초점을 맞춘 한국 단편영화 경선 부문에서는 예심을 거친 33편의 본선 진출작이 상영된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은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스위스의 장 스테판 브롱 감독의 2006년작 ‘내 동생의 결혼식’.20년 전 스위스 가정에 입양된 빈의 결혼식을 맞아 베트남에서 생모가 방문하자,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온가족이 어색한 ‘행복’을 연기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한국 가족영화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씨네토크’ 섹션도 눈에 띈다.2003년 여름 시즌 3주간 박스 오피스 1위를 석권한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을 비롯해 ‘가족의 탄생’(2006),‘좋지 아니한家’(2007) 등 순차적으로 탄생한 가족영화 3편을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17일부터 유럽거장 신작등 선보여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메가박스 유럽영화제(17∼21일)에서는 유럽 거장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마스터스 초이스’를 비롯해 ‘하트 투 하트’,‘슈팅스타’ 등 6개 부문에 걸쳐 총 30편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개막작으로 선정된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포미니츠’는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교도소 수감자 제니와 그의 스승 크뤼거의 감동 휴먼 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올해 독일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화제작. 이밖에 유럽식 로맨틱 코미디를 맛보고 싶다면 ‘러브스토리 인 유럽’ 섹션의 ‘당신은 나의 베스트셀러’와 ‘센스 오브 유머’ 섹션의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을 주목할 만하다.‘결혼하고도’는 파리 사람들의 독신 생활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프랑스 흥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럽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영화제는 유럽 영화는 무조건 어렵고 예술적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센스 오브 유머’ 섹션을 신설해 유럽식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할 예정”이라며 “평범한 2030여성들을 포함해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화들로 꾸몄다.”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007 남북정상회담] 노대통령 누가 어떻게 경호하나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 방문 일정 동안 남북 양측의 입체 경호를 받는다. 노 대통령의 밀착 경호는 청와대 경호실이 맡고, 외곽 경호는 북한 호위총국이 책임진다. 노 대통령이 지나가거나 머무르는 길목에는 북한 인민무력부 병력이 배치된다. 노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북측은 호위총국을 비롯해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와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등 군·공안·정보기관을 총동원한 모습이다. 노 대통령이 전용차량을 타고 자유로에서 통일대교를 건너기 전까지는 청와대 경호실 통신차량이 근접 경호를 맡고, 앞에서 경찰이 선도했다. 통일대교 남단을 넘어서면서 노 대통령 차량의 외곽 경호는 군이 맡았다. 군 헌병대 차량은 비무장지대 남측 통문을 넘어 군사분계선까지 안내했다.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면서부터 북한 호위 총국과 군·공안·정보기관원들이 철통같은 경호를 맡았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기간 사용하는 전용차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사의 S600 모델이다. 청와대가 2002년 구입한 이 차량은 시중의 S600과 달리 각종 방탄 기능을 갖췄다.5513cc짜리 12기통 엔진을 장착해 최대 517마력, 최고 시속 210km에 이른다. 수류탄을 비롯한 각종 군사용 무기나 폭발물 등 위협물질로부터 탑승자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는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방탄판은 군용 소화장비로 고압 분사를 해도 전혀 지장이 없도록 특수 소재로 만들어졌다. 방탄유리도 적용됐다. 두께만 4.5cm나 된다. 폴리카보네이트층이 한층 강화돼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유리의 형태가 유지되며, 외부 폭발로 파편조각이 차량 내부에 침입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펑크가 나더라도 시속 80∼100㎞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특수 타이어가 장착됐다. 북측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노 대통령이 전용차량을 이용하도록 하고,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는 경호원을 남측 요원들로 배치하는 등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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