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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적 신병처리 어떻게

    21일 청해부대가 펼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서 소말리아 해적 8명을 사살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1982년 제정된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은 “모든 국가는 공해(公海)상의 해적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에 가입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런 만큼 우리나라도 해적을 처벌할 권한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엔 해양법’ 국내법과 동일 효력 이윤철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학부 교수는 “해적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혐의 선박을 방문(임검)하고, 도주하면 추적해 나포할 수 있다.”면서 “해적들이 총을 쏘며 저항했던 만큼 우리 군은 급박한 상황에서 대응조치로서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묵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해적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고, 교전이 있었다면 공해상에서 벌어진 사건은 정당방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포토] 긴박했던 해적 소탕…‘아덴만 여명작전’ 실제로 2009년 미국 특수부대가 소말리아 해적 4명을 사살했을 때도 문제가 없었다. 박기갑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설사 영해였다고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말리아 해적을 억제·퇴치하기 위해 영해에 진입하는 것을 2008년 6월 승인했다.”고 말했다. 생포한 소말리아 해적 5명의 신병처리에 대해 이 교수는 “원칙적으로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기소하는 것이 맞지만, 네덜란드는 최근 자국 선박이나 자국민이 관련된 피랍사건이 아니라면 맡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증거수집 쉽지않아 기소 실패할 수도 UNCLOS를 근거로 국내법에 따라 기소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해적을 자국 법정에 세운 국가는 독일이다. 지난 2009년 5명의 해적에게 5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법정에 세울 경우 증거 수집과 증인 확보가 쉽지 않아 기소에 실패할 수도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처벌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중국, 덴마크 등 일부 국가는 지난 2009년 케냐와 협정을 맺고 해적 사건을 맡겨 왔다. 하지만 케냐는 지난해 4월 “더 이상 해적 사건을 다루지 않겠다.”며 협정 재검토를 선언했다. 수용 인원이 늘어나고 기소조차 까다로운 상황에서 협정을 체결한 일부 국가들이 적절한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길회·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한국의 어머니가 꿈속에서 독일어로…”

    “한국의 어머니가 꿈속에서 독일어로…”

    “모어(母語)는 잊혀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언어의 현장과 떨어져 있어 스스로 자기 운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인 허수경(47)이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꼬박 10년 만의 고국 방문이다. 문학동네 시인선집을 통해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낸 데 이어 자전적 성장소설 ‘아틀란티스야, 잘 가’를 조만간 내놓는다. ●독일어는 일상언어… 한국어는 어머니의 언어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허수경은 1992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대학에서 고대 근동고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4월 잠시 들른 이후 다시 10년이 흘렀다. 그 사이 2005년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내놓았고, 6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으로 돌아왔다. 조국을 떠난 시인은 고향의 안락함을 포기한 대가로 모국어를 사용해 디아스포라(離散)로서 인류 보편의 사유와 시상에 다다를 수 있게 됐다. 그는 ‘빌어먹을’을 통해 고스란히 이를 보여준다. 허수경은 “낯설 줄 알았는데 다들 반갑게 맞아줘서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경상도 사투리가 여전한 말투로 환국의 감회를 밝혔다. 그의 고향은 경남 진주다. 파격적 형식의 이번 시집에 대해서는 “늘 내 시가 수다스러운 게 마음에 걸렸는데 여기서 구해줬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게 독일어는 생활 속 일상 언어다. 또한 수메르어와 아카드(메소포타미아 고대어)는 고대의 흔적들과 대화하기 위한 학문의 언어다. 하지만 한국어는 허수경을 비로소 시인이게 하는 어머니의 언어다. 그러나 그가 어느날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 얘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어머니는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 어느 날 내 꿈에 나타나 독일어로 말하고 있었지요.” ●젊은 후배들 없는 길 가는 사람되길… 판타지와 같은 상황까지 담아낼 수 있는 문학동네 시인선에 대한 칭찬이었건만 그날 새벽녘 문득 잠자리에서 깨어나 허탈해했을 허수경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사무쳤을 그리움과 먹먹함도 함께 느껴지니 짠함이 앞선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진짜 있는 길인지, 없는 길인지 스스로 묻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죠. 젊은 후배 시인들이 없는 길을 가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불현듯 시단에 등장해 정련된 민족과 민중의 정서를 보여준 뒤 홀연히 독일로 떠난 시인이 젊은 후배들에게 건네는 당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기고] 1000만명 관광산업의 대변신/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기고] 1000만명 관광산업의 대변신/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이 사상 최초로 8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900만 달성도 예견되며, 바야흐로 1000만 시대가 목전이다.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되긴 하지만 내친 김에 2012년 목표인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1년 앞당겨 올해 안에 이뤄내고자 하는, 다소 불가능한 목표도 세웠다. 물론 양적인 팽창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1000만명을 시발점으로, 관광산업 패러다임의 질적 변화에 대해서 보다 진지한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즉, 이제 방한관광의 부가가치를 제대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VIP관광, 전시와 컨벤션, 비즈니스를 겸한 관광, 기업의 종사원들을 위한 보상관광 등으로 고급관광 수요를 다변화시켜, 오래 체류하면서도 많은 소비가 발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신해야 한다. 일례를 들자. IT, 자동차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왜 세계적인 관련 전시회가 하나도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것일까? 우선은 전시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역의 전시 면적은 모두 합쳐야 20만㎡ 정도다. 독일의 경우, 하노버 시내 전시장 한 곳의 면적이 한국 총 면적의 2배가 넘는다. 가까운 중국 광저우나 상하이 같은 도시와 비교해 봐도, 이들 도시 각각의 전시 면적은 10만~13만㎡ 수준이다. 혹자는 이런 시설 부족이 전시 수요 부족에 기인하고, 기존의 전시 시설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데가 여러 곳이라며 반박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익성이 보장되는 시설이 확충되어야만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대형 복합리조트의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전시도 개최하고 회의도 하면서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도 즐기고, 쇼핑도 하고, 숙박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각각의 단위 시설이 시너지를 이루어내는 집합체가 필요하다. 이미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복합리조트 건립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 있다. 이를 발 빠르게 시작한 나라도 여럿이다. 예컨대, 싱가포르는 2005년부터 정부 주도로 체계적인 준비를 해오면서 지난해 마리나 베이와 센토사섬에 복합리조트를 개장, 전년보다 무려 500만명 이상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직·간접 고용을 포함해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1만여 객실 규모를 갖춘 겐팅 하이랜드라는 대형 복합리조트를 갖추고 외래 관광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또한, 타이완을 비롯, 일본, 필리핀 등도 복합리조트 건립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4일간 총 2700개의 전 세계 가전업체가 참여했고, 무려 1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개최 도시인 라스베이거스 하루 숙박비가 평소 150~300달러에서 전시기간 및 전후로 500~800달러까지 치솟았다. 세계 모든 기업의 CEO들이 참가하는 행사이므로 이들에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얻은 소중한 경험이 금전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경쟁국들과 비교해 조금은 늦었지만 시작이 반이다.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진정한 의미의 관광대국이 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한 때다.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이용철의 영화만화경]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

    2009년 피나 바우쉬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79년에 첫 내한 공연했다는 그녀의 무용단은 2000년대 들어 여러 번 한국 관객과 만났다. 바우쉬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린 데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2002년 작품 ‘그녀에게’의 공이 컸다. 영화의 앞뒤를 장식한 ‘카페 뮐러’와 ‘마주르카 포고’의 인상적인 무대가 바우쉬와 ‘부퍼탈 탄츠테아터’(무용에 연기를 접목시킨 무용단)를 널리 알린 덕분이다. 공연에 가고 싶었으나, 매번 이런저런 사정들이 발걸음을 막았다. 바우쉬가 떠나고 없는 지금, 나는 현대무용의 혁명가와 만날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고 말았다. 굳이 개인 이야기를 덧붙인 이유는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를 보다 깨달음을 얻어서다. 사람의 관계는 마음과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것이 독일에서 도착한 신선한 다큐멘터리가 전하는 메시지다. 기실 마음이 가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에 나는 바우쉬와 만나지 못한 것이다. 바우쉬는 1978년에 초연했던 ‘콘탁트호프’를 다시 무대에 올리려 한다. ‘사람들이 접촉하기 위해 만나는 공간’을 의미하는 콘탁트호프는 남녀가 만나 서로의 몸을 알아가는 동시에 감정을 주고받는 과정을 담은 무용극이다. 2000년에 노인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댄서들로 콘탁트호프를 선보인 바 있는 그녀가 이번에 선택한 대상은 10대 아이들이다. 현대무용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낯설고 신기하기에 재미있어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몸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마냥 어렵고 두렵다. 어느 날 바우쉬가 현장을 방문해 연습과정을 거친 아이들 가운데 첫 무대를 장식할 멤버를 선발한다. 아이들은 연습과 리허설을 통해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드디어 무대에 오를 순간이 다가온다. 혹시 바우쉬의 춤과 삶을 알고 싶어 댄싱 드림즈를 골랐다면, 빔 벤더스가 현재 제작 중인 영화 ‘피나’를 기다렸다 보기를 권한다.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거니와, 아이들을 지도하는 인물은 무용단의 수석 무용수이다. 댄싱 드림즈의 진짜 주인공도 아이들이다. 그들은 몸으로 표현 가능하도록 기능을 익히기만 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육체의 언어를 빌려 소통과 접촉에 대해 터득하는 것이니, 표현은 그 다음 문제다. 기성세대는 10대와 자신들 사이에 벽이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해결 방안을 찾진 않는다. 콘탁트호프는 인간 사이의 벽이 타인과 접촉하는 게 서툰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하고 그 답을 찾는다. 몸과 몸을 맞대기를 부담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과감한 몸짓을 시도하고, 옷 벗기를 쑥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서슴없이 옷을 내던지게 된다. 서로의 관계를 몸과 마음으로 느낀 결과다. 감독 안네 린젤은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다큐멘터리에 접근한다. 시간 순으로 영상을 편집하거나 인물 간의 속사정에 집착하는 대신, 전체 영상을 거칠게 이어 붙여놓았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누구인지 설명하려 들지 않는 영화는, 역으로 관객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기를 시도한다. 스크린 위를 더듬는 정도로만 접촉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거다. 댄싱 드림즈는 상처를 지닌 아이들의 마음을 느끼도록 하고 그들이 몸으로 표현하려 애쓸 때 옆에서 손을 거들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종래엔 같이 무대에 서서 뛰어다니기를 열망하게 만든다. 영화평론가
  • [열린세상]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다/서재진 통일연구원장

    [열린세상]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다/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여 19일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2년 전 덩샤오핑의 방미 이래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평가하였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영향력을 너무 지나치게 우려하고 우리 스스로의 역량이나 주도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거나 망각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주요2개국(G2)의 반열에 오른 것은 사실인데 아직 정치적·도덕적 영역에서 그런 역량이 구비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과거에는 반미 정서가 컸지만 이제는 어느덧 반미보다는 반중 정서가 더 크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가 우리의 예상이나 기대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커져 버린 경제력에 상응하는 대외정책의 방향을 잡지 못하였고, 외교정책에 있어서 군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이다. 사안별로 정책결정 과정이 다르며, 후진타오 주석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학자들의 증언도 있다. 국내정치에 있어서도 신좌파·신자유주의파·민주사회주의파 등으로 시각이 분화되고 있고,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전통파와 국제전략파로 분화되고 있다. 차기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는 시기에는 이러한 권력분화 추세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유동적인 중국 내부의 분화과정에 우리의 조야 정책전문가와 학자들이 중국 측과 대화를 심화하여 설명하고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이 중국에 대하여 가장 우려하는 점은 우리의 통일과정에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 동·서독이 통일된 것은 소련의 경제력이 쇠퇴하여 독일통일을 막지 못하였지만, 중국은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남북통일을 어떤 식으로든 방해할 것이라는 것이 우리 국민 다수의 인식이다. 그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지만 이 문제에서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시 소련은 동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지만 중국은 북한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지 않다. 동·서독 통일 당시 독일과 국경을 접한 프랑스가 동·서독 통일을 집요하게 반대하였지만 결국 개입하여 저지하지 못하였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국제법적 규제 때문이다. 남북한이 합의에 의하여 통일을 선포할 경우, 중국도 마찬가지로 남북통일을 반대하더라도 개입하여 저지할 명분은 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소련이 아니라 프랑스인 셈이다. 중국의 현재 대북 정책도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통일에 유리할 수 있다. 가령, 현재 중국은 대북 정책의 목표로 비핵과 안정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으나 비핵보다는 북한체제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우리의 대북 정책과 충돌하고 갈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이 추진하는 대북 정책은 이 두 가지 정책목표의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이다. 중국이 북한체제의 안정을 우선시한답시고 핵실험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묵인하고 방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북한의 정책변화를 지연시키고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더욱 연장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결국 중국이 북한체제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악화시키고,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체제 안정은 물론이고 비핵화도 실패하고 있으며, 비핵화가 지연될수록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도 더욱 연장될 수밖에 없다. 북한체제가 결국 안으로부터 폭발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하여 취하는 조치들이 과연 중국을 위한 것인가, 북한을 위한 것인가, 우리 한국을 위한 것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답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갈등의 시대, 해법을 논하다] ‘부디스트 크리스찬’ 폴 니터 & ‘한국의 고승’ 진제 대선사

    [갈등의 시대, 해법을 논하다] ‘부디스트 크리스찬’ 폴 니터 & ‘한국의 고승’ 진제 대선사

    “일부 비뚤어진,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리스도교인을 향해 함께 미워하지 말고 불교가 먼저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폴 니터 교수) “불교는 갈등을 부추기고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형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둘이 아니며 너와 내가 둘이 아닌데, 무슨 투쟁이 있고 반목이 있겠습니까.”(진제 대선사) 이심전심(以心傳心)이며, 염화미소(拈華微笑)였다. 한국 선(禪) 불교의 법맥을 잇는 큰스님이 알 듯 모를 듯한 총론을 얘기하면 푸른 눈의 세계적인 신학자는 구체적인 각론으로 응답했다. 통역을 가운데 두고 선문답처럼 오가는 대화 속에서도 현실적 의제에 대한 공감의 폭과 깊이는 무르익어만 갔다. 언뜻 낯설어 보이는 만남과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갈등이 증폭되는 시대에 적지 않은 울림을 줬다. 2010년이 저물어가는 31일 오후 대구 동화사 설법전 앞마당은 전날 내린 눈이 소복이 덮여 있었다. 동화사 들머리 앞쪽에 내걸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과 사찰 경내에 걸린 ‘불교를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는 현수막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종교 갈등, 사회 갈등이 심상치않은 시기임을 짐작케 한다. ●“기독교·불자간 갈등 유감스러워” 조계종의 대표 선승인 진제 대선사와 세계적인 종교신학자인 폴 니터 미국 뉴욕 유니온 신학교 교수가 불교, 기독교 사이의 경계와 벽을 허물고 나눈 대화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하기도 한다. 종교 간 갈등, ‘4대강 개발 논란’ 갈등 등 사회 전반에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동화사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이른바 ‘동화사 땅밟기’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이는 등 한국 사회 내 종교 간 갈등의 첨예한 현장 중 한 곳이었기에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상처가 깊을수록 치유의 효과도 큰 법이다. 니터 교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 한국 사회의 군사적, 종교적 갈등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니터 교수는 “현재 남북 사이에 커다란 군사적 긴장 관계가 형성돼 있으며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기독교와 불자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봉은사와 동화사에서 무례하게 행동한 이들은 전체 그리스도인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럽게도 생각하고 내가 대신 사죄한다.”고 말했다. 진제 대선사는 이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니터 교수가 구만리 장도에 오셔서 한국을 염려해주니 대단히 반갑고 고맙다.”면서 “모든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라고 화답했다. 니터 교수는 단순한 사과의 뜻을 넘어 그리스도인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도 에둘러가지 않았다. 그는 “이웃은 물론 적까지 사랑하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었는데 이들은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고 이는 예수님의 복음과 어긋난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예수님의 근본적 가르침인 정의, 평화, 사랑의 가치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자신의 다원주의적 종교관의 핵심을 피력했다. 두 영적 지도자들은 굳이 수다스럽게 자기 의견을 내놓을 것도, 서로 상대방 의견에 애써 동의할 것도 없었다. 많은 말을 섞지 않았음에도 종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상통됐다. 72세, 77세 두 원로의 대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건만 훈훈함만 쌓여가며 그칠 줄 몰랐다. 서로에 대한 인간적 궁금함도 묻고 답해졌다. “저는 로만-가톨릭이에요. 어릴 적 사제가 됐다가 30세에 사회로 돌아왔죠. 유일 진리를 얘기하는 그리스도교임에도 다원주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은 20대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마침 로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2000명 이상의 가톨릭 주교들이 모였고 ‘다른 종교에도 하느님이 계시고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다.’는 의견들이 오고갔었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종교를 배우는 것은 기회일 뿐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어떻게 깨달음을 얻으셨나요?” 니터 교수는 진제 대선사를 부를 때마다 꼬박꼬박 서툰 우리말로 ‘큰스님’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한국 선불교의 대표적 은둔 수행승인 진제 대선사는 10여분가량 깨달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니터 교수는 눈을 반짝거리며 듣다가 하나의 화두를 붙들고 2년 반 동안 수행한 뒤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진제 대선사는 “분별없는 참된 나, 즉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 청정무구의 평화로운 마음을 되찾는 방법으로서 선 수행이 중요하다.”면서 “선은 불교 전통으로 이어오는 것이지만 신앙의 대상이 아닌 만큼 종교를 떠나 인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상에 접근하는 구체적인 방식에는 작은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제 대선사가 “우리는 자아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참나를 발견하라는 간화선을 던지는 것”이라면서 “내 눈이 어두운데 중생을 안락국토로 인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명상 수행 동안에도 고통받는 사람 있음을 생각해야” 하지만 니터 교수는 “내가 지금 명상 수행을 하는 동안에도 지구에는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 전쟁과 폭력, 고문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진제 대선사와 생각이 다름을 내비쳤다. 니터 교수는 함께 방문한 그의 부인 캐서린 코넬과 함께 서구사회에서 보기드물게 ‘그리스도-불자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1980년대부터 전쟁과 기아, 고통이 있는 곳에서 사회운동을 해온 탓이다. 그 또한 세계적 권위의 가톨릭 신학자이면서도 오랫동안 불교 선(禪) 수행을 해왔고, 최근에는 달라이 라마로부터 티베트불교 전통에 따라 ‘연꽃 치유자’(Lotus Healer)라는 법명과 함께 수계도 받았다. 공식적으로 ‘불자-그리스도인’이 된 셈이다. ‘부처님이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다’는 그의 최근 저서는 미국을 비롯해 서구 종교계에 큰 화제를 몰고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진제 대선사는 대담을 마친 뒤 니터 교수에게 ‘진아’(眞我)라는 법명과 함께 직접 쓴 ‘처처작주’(處處作主·어디에 머무르건 참나를 찾아 삶의 주인이 되라는 뜻) 편액을 선물하며 이미 충분히 가까워진 종교 간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니터 교수는 “불교식 선 수행이 나의 기독교 신앙을 더욱 성숙시켰다.”면서 “나는 이제 72세인데 큰스님처럼 수년 동안 화두 붙들고 수행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을까요?”라고 기쁨과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이날 두 정신적 지도자의 만남은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고려 최초의 대장경) 제작 1000년인 2011년을 맞아 특별히 성사된 ‘밀레니엄 평화 대담’이다. 외세 침략 앞에 무력으로 맞서지 않고 종교적 염원이라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장경을 조성했던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다. ●종교초월 사회 통합위한 ‘야단법석’ 진제 대선사와 니터 교수의 대담 이후에는 동화사 수좌 스님들을 비롯해 대구 경북 지역 불자와 기독교 단체가 니터 교수와 함께 한자리에 모이는 ‘야단법석’(野檀法席)을 펼쳤다. ‘불교-기독교 간 수행 전통에 대한 이해와 교류’를 주제로 한바탕 깊은 얘기를 나눴다. 행사를 주관한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이번 대화는 종교의 벽을 넘어 21세기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대화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선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종교를 초월하여 사회 통합과 평화를 이뤄내자는 불교계의 간절한 의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니터 교수는 1일 동화사에서 초청 강연을 마친 뒤 5일까지 부산 해운정사, 부산 범어사, 서울 국제선센터 금차선원을 잇는 전국 순회 평화 토크를 가진 뒤 6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대구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폴 니터 1939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1966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과정을 이수, 목사가 됐으며 1972년 독일 마르부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미국 유니온 신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달라이 라마, 데스몬드 투투 등과 함께 평화평의회국제위원회의 이사로 활동해으며 무슬림과 힌두, 불교 신도들과의 심층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다원주의적 종교신학의 정점에 서 있는 그는 교회 중심주의·그리스도 중심주의에서 신 중심주의로, 해방의 실천을 통한 구원 중심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며 마음의 평화와 세계 평화에 대해 설파하는 인기 강연자이다. ●진제 대선사 1934년 남해에서 태어났다. 1954년 해인사로 출가해 전국 선원에서 수행했으며, 향곡 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인가받았다. 경허-해월-운봉-향곡으로 이어지는 한국 선불교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사찰의 최고 어른)과 동화사 조실이다. 선객들 사이에서 ‘북송담, 남진제’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인천 용화사의 송담스님과 더불어 불교계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로 꼽힌다. 1971년 부산에 해운정사를 창건했다. 선학원 이사장, 문경 봉암사 조실을 거쳤고 1998년과 2000년 백양사 1·2차 무차선대법회 초청법주, 2002년 국제무차선대법회 법주에도 몸담았다.
  •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세계속의 대구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세계속의 대구

    대구가 새해 아침부터 들떠 있다. 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올 8월 달구벌을 후끈 달굴 것이기 때문이다. 88 올림픽이 ‘세계 속의 서울’을 만들었다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세계 속의 대구’를 부각시킬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상승하는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지구촌 축제라서 의미도 크다. 대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계기로 발전 속도를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 준비를 위해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상동 수성못오거리~중동네거리 1.6㎞가 폭 20m에서 30m로 확장된다. 또 대구스타디움 진출·입로가 폭 50m로 개설되고 마라톤코스 전 구간이 정비된다. 마라톤 코스는 이례적으로 대구의 한복판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발해 모두 도심의 중심에서 펼쳐진다. 137억원을 투입, 도심 가로간판을 정비하고 옥상녹화 작업을 하며 꽃길도 조성한다. 대구스타디움 서편에는 지상 4층 연면적 2만 1486㎡의 육상진흥센터가 건립된다. 대회 총회가 열리는 대구엑스코도 2배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 대구 시민의 선진의식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어느 국제대회 못지않게 뜨겁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두 차례 뽑은 자원봉사자는 6133명에 이른다. 2009년 독일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자원봉사자 3800명의 2배 가까이 되는 많은 수다. 자원봉사자 모집 때마다 평균 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금도 자원봉사를 할 기회가 없느냐고 물을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 각국 손님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맞았다. 대회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행사가 함께 열린다. 경기장 주변과 선수촌, 도심에서는 전통문화 체험과 전시, 대회 홍보성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마라톤 경기 때 대구의 이미지와 시민들의 응원열기를 중계카메라로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라톤 코스 주변에서 축제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 ‘동성로 축제’ ‘국제보디페인팅 축제’ ‘수상 오페라 공연’ 등이 대회 기간 중 열린다. 대구 관광명소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대구시는 2011년을 ‘대구방문의 해’로 정하고 ‘국내외 관광객 2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정했다. 대구시는 “대회를 계기로 ‘대구’란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관광산업을 21세기 대표 성장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명소로는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도심 한가운데에 조성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동인동)과 조선시대에 축조된 대구읍성에 동서남북으로 설치됐던 4개 정문 중 하나인 영남제일관(효목동 망우공원)이 있다. 팔공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사찰 동화사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순한 일본 장군 김충선의 뜻을 기려 건립한 녹동서원(달성군 가창면)도 볼거리다. 이 밖에 폭포, 분수, 조명, 꽃 등으로 장식한 유럽식 도시공원인 우방타워랜드(두류동)와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동성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스타디움·부대시설 살펴보니 트랙·조명 더 밝게… 750가구 선수촌 ‘친환경 시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주 경기장인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역대 대회 중 최고의 경기 및 관람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각종 시설 개·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2002 월드컵 대구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시설이다. 앞을 내다보고 축구장 전용이 아닌 다목적 운동장으로 지었기 때문에 별도의 메인스타디움을 짓지 않아도 된다. 대신 시설을 육상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리모델링한다. 조직위는 조명·전광판·음향 등 대회에 필요한 시설을 차근차근 정비해 왔다. 조명등 수를 늘렸고 램프도 교체했다. 1250럭스에 불과했던 조도를 2250럭스로 밝게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조명도 기준 1800럭스보다 훨씬 높다. 경기장 전광판 교체작업도 마무리했다. 대회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 전광판은 24.2m×9.6m, 보조 전광판은 17.04m×9.6m로 기존의 전광판보다 50%씩 커진 것으로 바꿨다. 화면은 4배 밝아졌다. 새 전광판은 화면 분할 등 다양한 기법으로 경기를 중계한다. 음향은 오디오 믹서 2대, 앰프 206대 교체, 스피커 242대 설치 등 대대적으로 손봤다. 명료도도 기존 0.49에서 0.66으로 좋아졌다. 트랙은 반발력이 좋고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트랙 제조 전문업체 몬도사의 제품을 깔았다. 트랙 색깔도 파란색으로 바꿨다. TV 중계 때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고 선수들도 이 색깔을 선호한다. 선수와 기자들이 묵을 선수촌·미디어촌, 경기장면을 생생하게 전해 줄 프레스센터 등 각종 부대시설도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대구 스타디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선수촌과 미디어촌은 4월 완공 예정이다. 3500명의 선수와 임원이 528가구, 650여명의 취재진이 223가구를 각각 사용하게 된다. 선수촌과 미디어촌에는 태양광을 이용해 발전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열재를 보강하고 3중창으로 시공한다. 단지는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한국형 정원으로 꾸민다. 종합안내센터와 등록센터, 사우나, 종교시설, 휴게시설 등을 갖추고 객실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수촌 인근에는 체육시설이 설치된다. 3000㎡의 미디어센터는 대구스타디움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마련된다. 스타디움 서편 주차장 지하에는 7000㎡의 국제방송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조해녕 조직위 공동위원장 “최저 비용으로 가장 완벽한 경기 치를 것” “역대 최고의 완벽한 대회로 치를 것입니다.” 조해녕(67)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대회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조 위원장은 “경기시설, 운영 계획 등 대회 준비상황을 둘러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며 “주 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 시설을 보완하고 선수촌을 건립하는 일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에 대한 정보 제공과 숙박시설도 문제가 없도록 점검하고 있다. 그는 “매주 도심을 도는 마라톤 코스인 ‘루프코스’를 돌아본다.”며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시민 참여도 높아 미세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의미와 관련, 조 위원장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빅 스포츠 이벤트다. 이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 7번째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를 개최함으로써 대한민국 국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듯이 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 우리나라와 대구의 브랜드를 65억명 전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육상 중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대구 대회만의 특징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친환경 대회를 표방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전기차·무선조종 배터리카·마라톤 경기 자전거 활용·천연가스버스와 전기버스를 이용한 선수 및 관람객 수송 등 경기 운영 전반에 친환경 수단과 제품을 사용하는 친환경대회로 치르기로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인류공영의 평화 메시지를 던지는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경제적인 대회도 조 위원장의 신념이다. 메인 스타디움도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선수촌도 경기를 치른 뒤 분양해 ‘알짜배기 대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조 위원장은 “대회의 성공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며 “비인기 종목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경기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베를린 대회보다 입장권 가격을 대폭 낮춘 것도 국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푸른 눈의 관광 외교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년 한국형 B&B로 ‘관광 新한류’ 열겠다”

    푸른 눈의 관광 외교관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년 한국형 B&B로 ‘관광 新한류’ 열겠다”

    외국인 관광객이 날로 늘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섰다. 연말까지는 88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올 연초부터 시작된 환율 상승에 천안함 피격까지, 여러 악재들이 겹친 가운데 이룬 성과여서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에 이어, 국군의 사격 훈련으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연출되는 등 한반도가 다시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관광산업 측면에서 보자면 대단한 악재다. ‘위기는 기회’라는 식의 레토릭만 던지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 와중에 정부가 새해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2012년 목표였던 것을 1년 앞당겨 이뤄 낼 각오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만나 새해 관광산업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외국인 1000만명 시대를 열 방안을 들어 봤다. →내년에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가능한 목표인가. -2008~2009년 계속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도 830만명 목표를 넘어 연말까지는 880만명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새해 실제 경영 목표는 930만명이다. 하지만 이 추세라면 1000만명 접근이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이 올해 40%이상 성장했다. 한국이 그만큼 트렌디해졌다. 쇼핑, 환율 말고도 ‘신한류’ 등 한국에 가야 할 다양한 동기들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런 트렌드를 더욱 강화하겠다. →1000만명 달성의 가장 큰 장애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숙박업소가 너무 부족하다. 서울 등 수도권 호텔의 객실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세계 관광력 지수 1위 스위스도 1년 평균 40% 정도다. 이게 당연한 거다. 80%라는 건 성수기, 비성수기를 불문하고 방이 없다는 얘기와 같다. 현재 관광 숙박객실수는 약 7만실로, 수도권에만 10만실 이상 부족하다. 지금 당장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1000만명 유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공사는 새해 ‘한국형 B&B’(Bed and Breakfast)를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 핵심은 일반 가정에서도 외국인 손님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유럽 등 외국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호응도가 매우 높다. 우리도 홈스테이가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1~2인 가구 비율이 전체인구의 40%를 넘어섰다. 큰 아파트에 노부부 둘만 사는 가정도 많다. 서둘러 법령 등 제도를 정비해 자신의 아파트에서 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리모델링 비용 등 준비하는 데 소요되는 돈을 국가에서 대 준다. 그 다음 평가해서 등급을 매긴 뒤 홍보까지 해 준다. 이 경우 재방문 비율이 매우 높아진다. 또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건물들을 리모델링해서 비즈니스 호텔, 가족형 호텔로 쓰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1000만명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인접국가 관광객 유치다. 중국 관광객 유치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중국에서 지역별, 연령별, 계층별로 다양하게 수요들이 생기고 있다. 우선 중국의 은련카드사와 함께 ‘코리아 트래블 카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은련카드사는 가입자가 7억명이다. 7억명 다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 고급 고객들에게 코리아 트래블 카드를 발급할 생각이다. 할인혜택은 물론 외교통상부나 법무부 등과 협의를 거쳐 비자 발급 혜택도 줄 생각이다. 본격적인 발급은 새해 3월 정도 시작할 예정이다. 1차 300만명, 2차 1000만명 가입이 목표다. 최소 300만명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된다고 생각해 보라. 이들에 대한 타깃 마케팅을 저비용 고효율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관광객들은 주로 상하이 등 해안 지역에서 왔다. 중국 내륙 또한 엄청난 시장인데, 제대로 마케팅을 못 했다. 새로 인력을 파견하는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이미지가 일본처럼 고급스럽지는 않다. 하이엔드 층을 겨냥한 고품격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이미지를 바꾸도록 하겠다.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일본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본 단체 여행객의 취소 사태는 있었다. 그러나 개인자유여행자(FIT)는 오히려 늘었다. 연말까지 56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는 사상 최대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게 이런 (남북 간 무력충돌)소식들을 들어왔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외려 구제역, 사스 등 질병의 영향이 더 클 것이다. 일본에 한국의 매력이 점점 다양하게 다가가고 있다. 신한류가 점점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33관음사찰순례 등 일본인들에게 인기 높은 여행상품 개발에 주력하겠다. →미주, 유럽, 중동 등 먼나라들에 대한 ‘맞춤형 대책’은 있나. -독일 여행업자협회 총회가 새해 11월쯤 대구에서 열린다. 독일의 여행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여한다. 유럽 여행업계에 한국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새해 열리는 국제적 메가이벤트들도 유럽, 미국 등의 관심거리다. 좋은 홍보 기회이니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 익스피디어닷컴 등 세계적인 온라인 여행사, 대형여행사 등과 상품 개발을 함께 하고 있다. 한국 상품들이 익스피디어닷컴에 올라갈 수 있도록 MOU도 맺었다. 중동인의 방한 의료관광을 위해 아랍지역 ‘로타나 미디어 서비스’와 의료관광객 유치 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또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를 계기로 대학생 등의 에듀관광 유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새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뭔가. -우선 시너지다. 관광사업을 제대로 하자면 관광공사의 예산이나 인원 갖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과 시너지를 만들겠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홍보 마케팅을 잘하고 있다. 그 덕에 외국인들이 우리의 TV, 자동차 등은 잘 안다. 그러나 역사와 문화는 잘 모른다. 감성적 가치도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 대한 브랜드 로열티(충성도)는 감성적 가치에서 나온다. (우리나라에)오고 싶어 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관광공사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이들과 공동 프로모션을 강화하겠다. 중국 내 이마트와 MOU를 맺었다. 대한항공 등 여러 기업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도 강화하겠다. 관광공사만의 제한된 자원을 넘어 지자체의 인적, 물적 지원을 받아 총체적인 관광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내국인의 국내 관광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휴가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휴가를 놀고 먹는 것으로 본다. 휴가와 노동생산성은 비례한다. OECD 상위 15개국 중 한국근로자의 노동시간은 평균 30.9% 이상으로 ‘최고’, 노동 생산성은 -49.7%로 최하위권(OECD 2010 경제정책 개혁보고서)이다. 우리 국민의 순수 관광 목적의 휴가 일수는 연 4.1일이다. 이 정도로는 관광 인프라를 조성하는 데 문제가 된다. 만 15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2463만명)가 하루만 더 휴가를 가도 지역내총생산(GRDP)이 1조원 가까이 늘고, 약 5만개의 일자리가 더 창출된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이참 사장은 1954년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州) 바트크로이츠나흐에서 5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구텐베르크 대학을 나온 뒤 1978년 국제행사 참가 차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1982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 1남 1녀의 자녀를 뒀다. 1986년 한국인으로 귀화한 뒤 이름도 한국을 돕겠다는 뜻의 이한우(李韓佑)로 바꿨다. 이때부터 독일 이씨의 시조(始祖)가 됐다. 2000년 한국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란 뜻을 가진 이참(參)으로 개명한 뒤 2009년 귀화인 최초로 공기업 수장에 올랐다.
  • “차 마시는 첫 마음처럼 이웃과 따끈한 나눔을”

    “차 마시는 첫 마음처럼 이웃과 따끈한 나눔을”

    “산다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현호임(59) 산다여 이사장은 21일 대뜸 ‘산다’의 뜻부터 물었다. 기자의 난감한 표정에 야생녹차(山茶)라는 답이 돌아온다. “야생녹차는 눈 내리는 엄동설한에도 차꽃을 피워낼 만큼 강인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여인들이 혼수로 차씨를 가져가기도 했어요. 차 나무의 특성상 옮겨 심으면 죽는다는 전설이 있어 여인네의 정절을 상징하기도 했지요.” 그렇다면 산다여의 여는? 늘 여여(如如)하다, 즉 차 마시는 첫 마음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르메이에르건설이 2007년 문화재단을 만들었을 때, 현 이사장은 “차 마시는 첫 마음을 잃지 않듯, 봉사활동도 초심처럼 해나가자.”는 뜻에서 직접 산다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손길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가 그가 맨먼저 찾은 곳은 동네 노인 복지관. 무료로 차 한잔을 대접하며 말 동무가 돼주고 김치도 담가줬다. 현 이사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입에 올리기에 민망하리만큼 소박한 일”이었지만 반응은 생각 이상이었다. 작지만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우리 사회에 의외로 너무 많다는 생각에 장애우 거주지, 군 부대 등 방문대상을 차츰 넓혀갔다. 그렇게 시작한 재단의 봉사활동은 거리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매달 서울 도심 한복판(종로)에서 ‘우리 차 사랑하기’ 캠페인을 열고 있는 것.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해진 직장인들에게 우리 차를 건넨다. 명성황후 가례식 차 봉사, 다문화가족 전통 혼례식 등 차로 봉사하는 자리는 어디든 선걸음에 달려간다. 초창기, “오래 못 갈 것”이라는 주위의 냉소적 시선이 자취를 감췄음은 물론이다. ●해마다 독일서 ‘한국전통문화축제’ 열어 해외로도 진출했다. 지난해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정원에서 ‘한국전통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7월 9일부터 사흘간 개최했다. 현 이사장은 “다도 시연과 시음, 한복 입어보기, 김치 담그기 등 한국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했는데 한국의 전통 성년식을 무료로 올려주는 이벤트가 독일 젊은이들에게 너무 반응이 좋아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호응이 커지면서 재단은 생활 속의 차 예절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어린이, 주부, 직장인 등 연령별 계층별로 차 마시는 법과 다도 예절 등을 가르쳐준다. ●우리사회에 ‘열린 찻자리’ 더 많아져야 “차를 사랑하고 즐기는 다인(茶人)도 좋지만 봉사하는 다인은 더 좋다.”며 맑게 웃는 현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열린 찻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를 마시며 얻는 기쁨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이를 이웃과 함께 나누면 더 큰 즐거움이 됩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獨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서 과학벨트 해법 찾기

    獨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서 과학벨트 해법 찾기

    지난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경기도·충청도·광주시 등이 유치전에 돌입했다. 자생력을 갖추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연구단지 모델로 독일 베를린 근교의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를 찾아봤다. 독일 베를린 근처에 있는 연구단지 아들러스호프에는 연구소 17곳과 회사 819곳이 밀집했다. 근처 연구원들의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1만 4000여명의 연구원과 6700명의 학생이 아들러스호프를 중심으로 연구와 생활을 해 나간다. 벨라루스·체코·프랑스 등 주변 12개국에서 30개 기업이 이 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주변 12개국 30개 기업이 공동연구 정보기술(IT), 마이크로시스템과 소재, 바이오 및 환경, 광학, 태양전지…. 겹칠 듯 겹치지 않는 이 같은 연구 주제를 하나로 묶어 주는 큰 틀은 신재생에너지.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는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산학연 연구단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에릭슨을 키워 낸 스웨덴의 시스타 클러스터나 IBM을 일군 실리콘밸리와 비교했을 때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는 세계적으로 걸출한 기업을 배출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가 성공적인 사례라고 이 연구소의 헬게 노이만 국제협력 매니저는 자부했다. 2008년 420만㎡ 규모의 이 연구단지가 기록한 매출액은 7000억원 수준이고, 고용 측면에서 봐도 2003년 1만명을 넘은 고용 규모가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獨최대 신재생에너지 메 카로 지난달 30일 연구단지를 방문한 기자에게 그는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을 ‘집적성’의 측면에서 제시했다. 노이만은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의 광학 연구 지역을 가보면 훔볼트대학-결정성장 연구소-분광학을 연구하는 막스 본 연구소-광학기술센터 등의 건물이 일렬로 배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학생과 연구진이 근처 카페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서로 즐겁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광학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처럼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의 사례를 도입하려면 우리의 인식 변화가 먼저 요구되는 게 사실. 삼성처럼 주목받는 기업이 입주해야 도시의 자족능력이 확보된다고 판단해 세종시 수정안과 묶어 비즈니스벨트를 추진하려는 인식을 어떻게 깰 것인지가 관건이다.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를 방문한 뒤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가 베를린에서 주관한 과학저널리즘에 관한 워크숍에서 독일과학기자협회 회원인 마틴 슈나이더는 “베를린에서는 과학 관련 TV 프로그램 제작사만 60곳에 이르고, 프라임 시간대에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될 정도로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가 높다.”고 했다.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자생적인 연구단지의 성장 사이에 얼마만큼의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베를린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폭로로 드러난 ‘외교의 두얼굴’

    폭로로 드러난 ‘외교의 두얼굴’

    평등한 세상을 외치던 미국의 전직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뒤로 유대인과 흑인을 폄하했다.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시대의 멘토’로 불렸던 백악관 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같은 민족인 소련 내 유대인의 죽음을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는 냉혈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선린’과 ‘우의’를 입에 달고 사는 미국 외교관들은 주재국 정부와 주요인사에 대한 ‘뒷담화’를 일삼았다. 위키리크스가 불 붙인 폭로전은 미소 뒤에 담긴 치열한 각국 외교전의 두 얼굴을 낱낱이 내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린다에 있는 ‘닉슨 도서관 겸 박물관’이 공개한 녹음파일 내용을 인용, 닉슨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265시간 분량의 이 녹음파일 내용은 닉슨 재임 시절 백악관에 비밀리에 설치됐던 녹음장치에 담긴 것이다. 녹음에는 닉슨이 퇴임하기 전 주변인들과 대화하면서 유대인·흑인은 물론 이탈리아계·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을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닉슨은 1973년 2월 13일 찰스 컬슨 법률고문에게 “유대인들은 공격적이며, 거친 성향이 있고 아일랜드인들은 술만 먹으면 심술 궂게 된다. 이탈리아계는 머리가 나쁘다.”고 말했다. 또 개인비서인 로즈 메리 우즈와의 대화에서는 “흑인들은 좀 더 격조 있는 시민이 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닉슨은 1973년 골다 메이어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열렬히 환영했지만, 그가 떠난 직후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당시 메이어 총리가 닉슨과 키신저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소련이 유대인들의 이민을 허용하고 처형이 이뤄지지 않도록 미국이 힘써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일축했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닉슨에게 “소련 내 유대인의 이민문제는 미국 외교정책의 목표가 아니며, 유대인들이 가스실로 가더라도 이는 미국이 우려할 문제가 못 되고 단지 인도주의 차원의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 종전을 이끌어내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실제로는 ‘협상의 달인’이자 “국제사회에는 이익관계만이 존재한다.”는 말을 남긴 키신저다운 조언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닉슨은 “잘 알고 있으며 그 문제로 세계를 폭파시킬 수는 없다.”고 답했다. 나치 독일 정권에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내온 미국이 실제로는 나치 관련 인사들을 보호하고 이용했다는 자료도 공개됐다. AP통신은 이날 미국 의회자료를 토대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냉전시기에 구소련을 교란하기 위해 나치 관련 인사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인종청소를 주도한 전범 미콜라 레베드도 포함돼 있었다. AP통신은 또 “나치 비밀경찰 조직인 게슈타포의 고위 간부였던 루돌프 밀트너를 미국이 빼돌렸고, 밀트너는 아르헨티나로 도주해 유대인 학살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과 만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각국 정상과 지도자, 정치인들에 대한 미국 외교관들의 비판도 꼬리를 물고 공개되고 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이날 추가 폭로한 미 국무부 비밀 외교전문에는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관이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에 대해 “관리 능력이 빈약해서 미얀마와 민주화의 희망이 될 수 없으며, 당내 지도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밖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멕시코 사태에 대한 정부 역할을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에르도안 총리가 스위스 은행에 비자금을 숨겨두고 있다는 정보와 터키의 정치적 리더십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과 멕시코 마약 조직이 급성장하면서 멕시코 정부가 일부 영토의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멕시코 관리의 언급도 공개됐다. 외교전문 가운데에는 마약 카르텔 조직의 준동으로 멕시코 정부가 일부 영토의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멕시코 관리의 언급도 담겨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총리와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하는 등 파문 진화에 부심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美·中 내주 고위급회담 앞두고 심리전?

    “중국은 여러 방면에서 미국이 이룩한 성과를 앞서고 있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중국은 미국을 대신해 세계패권을 부르짖을 생각이 없다.”(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처리 등과 관련, 첨예한 물밑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다음 주 고위급 회동을 앞두고 앞을 다퉈 상대를 띄우고 나섰다. ‘본게임’을 앞두고 상대를 심리적으로 무장해제하려는, 또다른 외교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기술커뮤니티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10여차례에 걸쳐 중국의 높은 창조정신을 거론했다고 중국의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 등이 8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연은 과학기술, 교육 분야에서의 미국의 위기를 강조하며 미국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는 중국의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 고속철도 등 성공사례를 10여가지 거론했다. 그는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연구센터를 미국 대신 중국에 설치하고 있다.”며 “미국은 미래의 경쟁에서 도태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속마음을 표현한 것으로도 보인다. 미국의 이런 마음을 읽은 듯 중국은 7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끝까지 평화발전의 길을 걷자’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해 “중국은 미국을 대신해 세계패권을 부르짖을 생각이 없고, 끝까지 평화발전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쓴 이 글은 원래 지난 10월 결정된 ‘12차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5개년 계획(12·5규획)’을 설명하는 보조책자에 들어 있었다. 연평도 포격사건 등과 관련,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반박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독일판은 이런 미·중을 놓고 ‘한반도 갈등의 승자는 미국’이라는 분석을 7일 내놓았다. FT는 “최근 중국이 일본,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갈등을 겪으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이 지역에서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과 균형을 맞출 의향이 있다는 미국의 메시지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한반도 위기는 미국을 보다 필수적인 안보장치로 보이게 만들었고, 한·일 관계는 정치적으로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승자가 돼 링에서 내려왔고, 북한은 미국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美 막판 압박에도 中 방해작전 계속

    美 막판 압박에도 中 방해작전 계속

    미국 하원 의회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이틀 앞둔 8일(현지시각)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나섰다. 결의안에는 중국 민주화를 요구한 류샤오보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 정부에 류샤오보의 석방과 그의 부인 류샤(劉霞)의 가택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이 퍼지지 못하도록 언론 매체와 인터넷을 검열하고 있는 행위를 중단하고 류샤오보 비방 운동도 멈추라고 촉구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7일 이 결의안을 지지하는 연설에서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를 즉각적이고 조건 없이 풀어줘야 한다.”며 압박했다. 민주·공화 양당 하원 지도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공화당의 프랭크 울프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은 감옥에 수감된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시상식 참석을 막음으로써 나치 독일과 구소련, 미얀마 군정과 같은 대열에 선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일리나 로스-레티넨 의원은 나치 독일이 1935년에 카를 폰 오시츠키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을 막았고, 구소련은 1975년 안드레이 사하로프를, 미얀마 군정은 1991년 아웅산 수치 여사를 시상식에 못 가게 막았다며 울프 의원을 거들었다. 결의안을 작성한 공화당의 크라이스 스미스 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1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면 중국 내 정치·종교적 자유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짐 맥거번 의원도 “류샤오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려한 메달이나 상금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와 열망을 지지하는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라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서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며 미국과 중국의 대화에서 인권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北 미사일 수출, 중동 국가 무기 경쟁 부추겨”

    “北 미사일 수출, 중동 국가 무기 경쟁 부추겨”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통해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 지역의 무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보기관 관계자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인용해 북한이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으로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이란, 이집트, 예멘이 주요 수입국이다. 이란의 경우 시리아와 함께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제조 기술을 전수받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은 두 국가가 이런 기술로 제작한 미사일을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에 제공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우간다가 대표적이며 앙골라나 콩고민주공화국도 북한의 무기 밀수출 국가일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미사일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방법은 물론 대금 송금 경로도 자세히 소개했다. 미사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는 타이완, 중국, 일본, 스위스에서 사들였다. 예멘에 수출한 미사일 발사대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예멘 중서부의 항구도시 알후다이다로 들어갔다. 거래 대금은 독일, 중국, 일본 은행을 통해 오고 갔다. 전문에서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 및 재무정보담당(TFI) 차관은 지난해 7월 중국 인민은행 고위 관계자에게 “중국 은행들이 북한이 국제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있어 주요 접근지점으로 꼽히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같은 달 레비 차관은 홍콩을 방문해 현지 사업가가 북한 지도부가 사용할 명품 공급을 알선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후 홍콩은행은 해당 사업가의 계좌를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같은 북한의 무기거래를 막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거래를 막을 수 없었다. 정부 관리들은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해 항의해 왔지만 외교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봄 스리랑카와 예멘이 북한으로부터 각각 로켓 발사기와 스커드 미사일 발사기를 구매하려고 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다큐처럼 영화처럼… 사진의 두 얼굴

    다큐처럼 영화처럼… 사진의 두 얼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독일 현대사진의 거장 토마스 스트루스(56)의 ‘Korea 2007~2010’전과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진행 중인 재독 여성작가 김인숙(41)의 ‘위대한 거울’전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독일 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한국의 풍경과 한국 작가의 렌즈에 비친 독일의 모습이란 점이 일단 공교롭다. 스트루스의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록한 다큐 사진인 데 반해 김인숙의 사진은 주제에 맞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찍은 연출 사진이란 것도 눈길을 끈다. 사진의 두 얼굴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두 전시 모두 내년 1월 9일까지다. 스트루스의 개인전에는 2007년부터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대형 사진 15점이 걸렸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루프와 함께 독일 3대 사진작가로 꼽히는 그는 1970년대 후반 자신이 살던 뒤셀도르프의 거리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도시와 자연풍경 시리즈를 시작으로 전 세계 나무, 숲, 밀림 등을 찍은 천국 시리즈, 그리고 미술관 시리즈 등의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도시와 자연풍경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한국을 포착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끊임없이 지어지는 아파트 공사 현장, 거대한 조형물을 연상케 하는 조선소 풍경, 항구에 끝없이 늘어선 컨테이너, 액정화면(LCD) 공장의 반도체 생산라인 같은 산업화와 현대화의 산물들이다. 어떤 감정도 배제한 채 담담하게 현장을 담아낸 것 같은 이들 사진은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철책선에 가로막힌 강원도 양양의 바다, 경주 불국사에 핀 목련 같은 자연풍경을 찍은 사진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정서가 묻어난다. 평양의 시가지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다. 2007년 5일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인적 없는 거리에 육중하게 들어선 콘크리트 건물은 삭막한 북한 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02)2287-3500. 중앙 계단에 벌거벗은 여인이 조각상처럼 서 있고, 양 옆으로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그녀를 향해 줄지어 서 있다. 웅장한 건물을 배경으로 뚜렷한 명암의 대비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사진의 제목은 ‘경매’(The auction). 성의 상품화에 대한 비판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연출해 찍은 이 사진은 김인숙이 독일 뒤셀도르프의 실제 법정에서 촬영한 것이다. 지난해 받은 제1회 일우사진상 수상자 자격으로 열리는 전시는 작가가 2001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이래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개인전이다. 유학 초기 여인의 뒷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표현했던 작가는 뒤셀도르프의 쿤스트아카데미에서 토마스 루프를 사사하면서 치밀하게 계획된 연출 사진으로 작업 방식을 굳혔다. 뒤셀도르프의 호텔을 배경으로 한 ‘토요일 밤’은 유리창으로 안이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66개의 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살인을 저지르고, 목을 매 자살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충격적인 장면들은 작가의 의도대로 연출된 것들이다. “사진을 한 편의 시와 같다고 생각한다.”는 작가가 펜 대신 카메라로 쓴 비극적인 서사시인 셈이다. (02)753-650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햇볕정책 실패’ 최종판단… 대화보다 제재 나선다

    ‘햇볕정책 실패’ 최종판단… 대화보다 제재 나선다

    대북전략 - “北태도 스스로 바뀌기 어렵다” 결론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대북정책의 기조를 ‘강경모드’로 바꾸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담화에서 대화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에 강한 회의론을 제기하면서, 앞으로는 제재 쪽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는 발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포토] 한미연합훈련 실시…美항공모함의 위력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5·24 담화 때에 비해서도 한층 강경해진 발언이다. 당시에는 “북한 정권도 이제 변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여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북한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북한 쪽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북한의 그간의 행태로 볼 때 이제는 스스로 북한의 태도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국제사회나 우리 쪽에서 강도 높은 대북 전략을 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여년 넘게 우리가 북한에 인도적·경제적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HEU)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세상에 공개하는 등 핵개발 야욕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엔 민간인에 대한 포격까지 자행했기 때문에 더 이상 ‘대북유화론’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은 실패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못 이긴 중국이 지난 28일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제안했지만, 우리가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한마디로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갖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등 협상을 통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더 이상 ‘당근’이 아닌 ‘채찍’을 쓰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오전에 담화를 마치고 곧바로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 상황을 직접 챙긴 것도 이같은 강경한 분위기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등과 만나 “한·미 양국군이 훌륭하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북한)에게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는 당분간 남북갈등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초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쯤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던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국민 사과 - 우리軍 초기대응 미흡 사실상 인정 이날 담화에서 이 대통령은 또 군의 초기 대응이 미흡한 점과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것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직접적인 발언이 나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실망이 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발언도 우리 군이 초기 대응에서 허둥지둥대며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북 메시지 - “반드시 대가” 강력한 응징 재차 다짐 천안함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재차 다짐한 것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북의 도발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보일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을 겨냥해서는 “그동안 북한 정권을 옹호해온 사람들도 이제 북의 진면모를 깨닫게 됐을 것”이라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민간인을 향해 군사공격을 한 북한에 대해서는 “어린 생명조차 안중에 없는 북한 정권의 잔혹함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전시에도 엄격히 금지되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초강경 대응전략에 나선 것은 책임소재가 한동안 불분명했던 천안함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북한의 소행이 처음부터 확실했기 때문에 북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도 우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일본·독일·영국 정상들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우리의 입장을 적극 지지해 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위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처럼 국민의 단합된 모습 앞에서는 북한의 어떠한 분열 책동도 발붙이지 못할 것”,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는 발언들이다. 국론이 하나로 모이지 않으면 지금의 안보위기 상황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 여러분들이 걱정하는 초기 대응이 조금 미진했다는 부분을 포함해서 북한에 대해서는 단호한 메시지를 주면서 국민들이 단합해서 이번 안보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 등이 이번에 대통령이 강조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방 개혁 - “군대다운 군대 만들 것” 강군 육성 의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방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면서 ‘강군 육성’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을 군대다운 군대로 만들겠다.”면서 “서해 5도는 어떠한 도발에도 철통같이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우리 장병들은 용감히 싸웠고,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철모에 불이 붙은 줄도 모르고 임무를 다했다.”면서 “휴가 나갔던 장병들은 즉시 부대로 달려갔다.”고 밝혔다. 군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허점을 드러냈지만, 이는 일부 군 수뇌부의 문제였을 뿐이며 국방장관의 경질 등으로 문책을 했고, 현장에 있던 연평도 해병대 병사들은 용감하게 대처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바닥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높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⑥ 세계 환경수도 獨 프라이부르크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⑥ 세계 환경수도 獨 프라이부르크

    세계가 ‘녹색’과 ‘환경’을 말한다. 쓰레기를 줄이고,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 생존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동차 기업은 저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자동차를 앞다퉈 선보이고 석탄 대신 풍력과 태양광이 각광받는다. 그러나 시민 개개인이 어떻게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행정 당국은 어떻게 녹색정책을 만들어 행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막연하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각국의 공무원과 학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있다. ‘세계의 환경수도’로 불리는 독일 남서부의 작은 도시 프라이부르크다. 인구 20만의 도시 프라이부르크 중심가에서는 자동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전기로 움직이는 트램과 도로를 빼곡히 메운 자전거의 물결이 가득하다. 프라이부르크 시민 중 출퇴근 등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무려 3분의 1이 넘고 도시 전체 인구보다 자전거 대수가 많다. 도시 건물 옆에는 어김없이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도시 전체의 자전거 전용도로 길이는 500㎞에 달한다. 프라이부르크의 상징은 단연 ‘베히레’다. 베히레는 돌로 만들어진 길 옆을 따라 흐르는 실개천이다. 1500년대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베히레는 원래 소방용 수로이자 쓰레기를 처리하는 통로였다. 독일 전역에 설치돼 있었지만 현재는 프라이부르크에만 남아 있는 명물이다. 프라이부르크 관광 안내소 측은 “베히레는 자연스럽게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면서 “흔히 작은 베히레만 알려져 있지만, 폭이 2m가 넘는 것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가 넘는 베히레는 이 외에도 이곳에서 배를 띄우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 등을 통해 프라이부르크가 ‘친환경 도시’라는 이미지를 갖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프라이부르크가 친환경 도시라는 컨셉트를 처음 갖게 된 것은 독일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던 1970년대 초반부터다. 독일에서 가장 품질 좋은 와인 생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프라이부르크 시민들은 포도나무를 살리기 위해 원전 건설 반대 운동을 시작했고, 이 논의는 1975년 원전 건설이 철회된 후에는 환경 운동으로 이어졌다. 프라이부르크 시 관계자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시 의회가 에너지에 관한 원칙들을 결정했다.”면서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 신기술 개발 등 세 가지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부르크의 개발 정책은 보수적이면서도 혁신적이다. 두 가지 모순된 정책이 가능한 것은 철저히 ‘환경’을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개발계획은 토지가 매매되는 과정부터 시에서 정한 에너지와 환경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 건물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저에너지 건축’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전구 하나조차 절전형 제품 사용이 의무화돼 있다. 프라이부르크 중심가에서 20분 거리에 있는보봉 생태마을은 ‘환경도시의 미래’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도시건축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루에 수백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주거지를 찾다 보니 주민들이 방문 시간 제한을 두고 있을 정도다. 20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보봉 마을은 거의 모든 전기 수급이 태양광을 통해 이뤄진다. 보봉 마을의 모토 자체가 ‘탄소 제로 도시’다. 다른 국가에서 태양광 발전이 효율성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마을의 태양광 전기 생산량은 사용량을 웃돈다. 마을 언덕 위에 위치한 ‘헬리오트롭’은 태양광 에너지 개발 역사에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주택의 상층부는 끊임없이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와 같은 기능을 한다. 이 건물은 자체 필요에너지의 5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 낸다.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태양에너지 연구소 ‘프라운 호퍼 ISE’에서 개발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연구실에서의 개발 이외에 현실에 적용했을 때 어떤 문제점이 있고, 어떻게 개선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실험적인 친환경 기술을 끊임없이 적용할 수 있는 프라이부르크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보봉마을에서는 차량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카 셰어링’ 제도와 오전 시간대 차량 규제 등도 진행된다. 많은 규제로 인해 삶 자체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보봉마을 주민 미하엘 베르비는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마다 약간씩의 불편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불편은 잠깐이면 익숙해지고, 나아진 환경은 계속해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글 사진 프라이부르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교황 “콘돔 사용 許하라”

    콘돔 등 피임기구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해 온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적인 교리 해석으로 유명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확산 방지 등을 위한 ‘특정한 경우’에는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교황청 일간지는 가톨릭 전문 독일 언론인인 페터 시발트가 쓴 ‘세상의 빛’이라는 책이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인터뷰를 통해 콘돔 사용에 대해 교황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에서 교황은 “가톨릭 교회는 콘돔 사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가.”라는 시발트의 질문에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이라는 ‘악’에 대처하는 데 콘돔 사용은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남자 매춘부의 콘돔 사용은 ‘교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허용 의사를 내비쳤다.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는 인위적으로 신의 섭리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반대해 왔다. 미국 뉴욕교구의 존 오코너 추기경을 비롯해 일부 지도자급 인사들이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해 콘돔 사용 허용 문제를 거론한 바 있지만, 이 문제를 교황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BBC는 “교황은 지난주 카메룬 방문 당시 콘돔 사용이 에이즈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국제적인 비난을 산 바 있다.”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은 교회의 산아제한 금지가 에이즈 발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대 신학자들의 의견과 뜻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동성애단체, 교회개혁단체 등은 일제히 교황의 발언을 환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메르켈 “개인적으로 좋은 일 있으시길”

    메르켈 “개인적으로 좋은 일 있으시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4년 만에 만났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메르켈 총리의 학위 수여식에 참석한 뒤 단독 면담을 가졌다. G20 서울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메르켈 총리 쪽에서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20여분 정도 이뤄진 면담에서는 주로 통일이 화두가 됐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한반도 통일의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하고 예의 주시하겠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좋은 일이 있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전했다. 박 전 대표와 메르켈 총리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야당 대표를 지냈고,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00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부총재 시절 독일을 방문했을 당시 기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처음 만난 뒤 서한 등을 주고받으며 교분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4년 만에 뵙게 됐는데 반가웠고, 수여식 때에도 한국이 통일되길 바란다면서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말해 감사했다.”면서 “통일에 있어서는 독일이 선배니까 많은 지지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면담에서는 박 전 대표가 “한반도의 남북 구성원이 7000만”이라고 소개하자 메르켈 총리도 “동서독 인구도 7000만이다. 공통점이 많다.”며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메르켈 총리에게 전통 수저 세트를 선물했고, 메르켈 총리는 “한국 문화를 아는 데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화 내용을 직접 소개했다. 평소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거나 짤막한 대답만 했던 박 전 대표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메르켈은 야당 대표에서 총리가 됐는데 박 전 대표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웃음만 보였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美·유럽·사우디 테러 공포에 휩싸인 연말

    전 세계가 한해 막바지에 ‘동시 테러’ 공포에 휩싸일 전망이다. 국제테러조직 알케에다의 테러 음모가 가시화되고 있다. 알카에다는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서방과 손잡은 이슬람국가까지 연말 테러 표적으로 정조준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잇따른 ‘소포 폭탄’ 사건 탓에 식겁했던 유럽 쪽에서는 테러 음모의 실체가 드러나자 정부 측에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알카에다발 테러 조짐은 이곳저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아우구스트 하닝 전 독일 내무장관은 10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유럽과 미국에서 여전히 뭄바이식 동시 다발 테러를 계획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 당국의 고위 관계자도 CNN에서 “우리도 알카에다가 뭄바이 테러를 빗댄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뭄바이테러는 2008년 11월 26일 인도의 타지마할 호텔 등 뭄바이 도심 곳곳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 170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 참극은 ‘인도판 9·11’로 불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구체적인 연쇄 테러 음모가 발각됐다. 10일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에 따르면 브리스 오르트푀 프랑스 내무장관은 “지난 8일과 9일 파리 드골공항 등에서 체포된 4명의 테러 용의자가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여성 1명을 포함, 모두 프랑스 국적인 용의자들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알카에다 테러 세력이 모여 있는 지역을 여행하거나 ‘성전(聖戰)’을 부추기는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르트푀 장관은 “유럽의 테러 위협은 여전히 실제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달 육성 테이프를 통해 “프랑스가 반(反)무슬림 정책을 거두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인 탓에 프랑스인들의 테러 공포는 한층 더 크다. 미국의 대테러 작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알카에다의 타깃이 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테러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슬람 최대 성지순례 기간인 하지가 임박,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나이프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내무장관은 “14일부터 시작되는 하지 기간 동안 알카에다가 테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해마다 이슬람력으로 12월 8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하지 때는 200만여명의 순례객이 사우디를 찾는다.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에게는 공격의 ‘적기’라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29일 예멘을 떠나 시카고로 향했던 2개의 ‘소포 폭탄’ 가운데 영국 이스트 미들랜즈공항에서 적발된 폭탄은 화물기가 미국 영해를 지날 때 폭발하도록 설정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경찰 측은 “이스트 미들랜즈공항의 소포 폭탄은 당일 오전 10시 30분에 터지도록 시간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비행 일정으로 보면 미국 동해 상에서 터지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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