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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푸드 세계화 현장 ‘타이펙스’에 가다

    타이푸드 세계화 현장 ‘타이펙스’에 가다

    태국 음식은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4대 음식으로 꼽힌다. 태국은 또한 세계 5위의 식품 수출국이기도 하다. 천혜의 자연조건이 허락한 풍부한 먹거리와 이를 가공하는 뛰어난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태국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 온 ‘키친 오브 더 월드’(Kitchen of the World)도 타이 푸드의 세계화에 한몫했다. 최근 군부의 쿠데타 와중에 열린 아시아 최대 식품 전시회 ‘타이펙스-월드 오브 푸드 아시아 2014’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 방콕의 임팩트 전시·컨벤션 센터에서 지난 21일부터 5일간 계속된 전시회는 외부의 우려와 달리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6만㎡에 달하는 3개 홀은 40개국 1400개 업체가 차린 3200개 부스로 가득했고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계엄령도, 쿠데타도 최상의 먹거리를 찾으려는 열정을 식게 만들지 못했다. 타이펙스가 1991년 첫 행사 때부터 성황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2005년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인 독일 아누가를 기획하는 쾰른 메스가 공동 주최자로 참여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명성도 높아졌다. 행사 관계자들은 사실상 타이펙스 10주년이 되는 올해, 전년 대비 10% 증가한 9만명이 행사를 찾고, 50억밧(약 1537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따른 식품 업계의 변화는 여기서도 감지됐다. 태국 업체들은 특히 저마다 포장만 뜯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RTE(Ready to Eat) 제품을 차세대 주력으로 내세웠다. RTE를 앞세워 한국으로의 판로 개척에 관심 있는 곳은 현지의 해산물 가공업체들도 마찬가지. 미국의 월마트나 트레이더조, 호주의 콜스 등에 납품하는 시웰스 프로즌 푸드 관계자는 “풀무원, 홈플러스 등 한국 업체와 1년 넘게 김치만두를 개발 중”이라며 “한국은 규제와 소비자 입맛이 특히 까다로워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전시회의 특징은 일본이 제2 파트너로 참여했다는 것. 타이펙스 역사상 처음이다. 원전 사태로 일본산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자 타이펙스를 이용해 이를 불식시키려는 것이다. 일본의 움직임은 세계 식품 산업에서 타이펙스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키친 오브 더 월드’의 연간 예산은 5000만밧. 한화 17억원 정도의 적은 돈으로 세계 식품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태국 상무부 산하 국제 무역 진흥국의 눈타완 사쿤타나가 국장은 “태국 음식의 표준을 정하고 전 세계 타이 음식과 식당에 대해 정부가 보증해주는 ‘타이 셀렉트’도 각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에게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사쿤타나가 국장은 “한국은 자원은 없지만 한류라는 좋은 기회가 있지 않느냐”며 “드라마 등을 통해 한식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인 딸이 한류팬”이라는 그는 “그 덕분에 나도 돼지갈비, 삼계탕, 비빔밥을 즐기게 됐다”며 웃었다. 글 사진 방콕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집단 가리켜도 특정인 지칭 명백해야 성립…“여자 아나운서” 표현은 충분한 구체성 없어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집단 가리켜도 특정인 지칭 명백해야 성립…“여자 아나운서” 표현은 충분한 구체성 없어

    ●명예의 개념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명예다. 일반적으로 명예의 개념에는 외적 명예, 내적 명예, 명예감정 등이 있다. 외적 명예란 “저 사람은 훌륭하다”처럼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말한다. 외적 명예는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내적 명예)에 비해 과대 또는 과소평가돼 있을 수 있다. 내적 명예란 외부의 평가와는 무관한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의미한다. 이런 가치는 인간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 의해 침해될 수도 없다. 명예감정이란 자신에 대한 주관적 평가로서 쉽게 말해 자존심을 의미한다.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명예감정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통설과 판례는 외적 명예라고 한다. ●법인격 없는 단체의 명예주체성 피고인의 발언이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모임인 ‘한국아나운서연합회’라는 단체에 대한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인 이외 집단이나 단체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통설은 자연인 외에 법인은 물론이고 법에 의해 인정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통일된 의사 형성을 할 수 있으면 법인격 없는 단체도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호회나 사교단체 등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 소수설은 자연인만이 명예의 주체가 되고 법인 및 법인격 없는 단체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다. 판례는 자연인과 법인이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절충적 입장에 있다. 아나운서연합회는 ‘법에 의해 인정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통일된 의사 형성을 할 수 있는 단체’이므로, 통설에 의하면 피고인의 발언이 이 연합회에 대한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설은 물론이고 판례에 의하면 이 연합회가 법인은 아니므로 그 자체에 대한 모욕죄는 성립할 수 없다. 판례가 이 연합회에 대한 모욕죄가 아닌, 소속된 여자 아나운서 154명 개인에 대한 모욕죄의 성립 여부를 문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건대 ①모욕죄의 ‘사람’에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 등을 포함시키는 것은 유추해석에 해당되고 ②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단체와 될 수 없는 단체의 구별이 모호하며 ③‘법으로 인정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고 통일된 의사 형성을 할 수 있는 법인격 없는 단체’와 동호회나 사교클럽의 구별이 모호하고 ④명예는 프라이버시의 일종인데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가 프라이버시를 가질 수 없으며 ⑤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가 아닌 그 구성원에 대한 모욕죄를 문제 삼으면 되므로 이들 단체에 대한 모욕죄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명예의 주체는 자연인에 한정해야 한다.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은 대부분 그 업무에 관한 것이므로 신용훼손죄나 업무방해죄의 문제로 다루면 충분하다.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 피고인의 발언이 아나운서연합회의 구성원인 154명의 개인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모욕죄 즉,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다.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그 집단이 특정돼야 하고 둘째, 특정된 집단의 구성원 수가 어느 정도 제한돼야 한다. 셋째로 구성원 전원에 대한 것이어야 하고 예외를 인정하는 평균적 판단이어선 안 된다. 대상판결은 ‘여성 아나운서’라는 표현이 아나운서연합회에 등록돼 있는 여성 아나운서를 의미하는지도 분명치 않아 이 연합회 회원인 295명 혹은 154명의 개인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모욕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한다. 또 피고인의 발언이 이 연합회에 등록된 개인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것이라 해도 그 전원에 대한 것은 아니고 예외를 인정하는 평균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역 장관 중 일부가 뇌물을 받았다’와 같이 특정된 집단의 일부 구성원을 지칭한 경우, 구성원 전원에 대한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판례는 “‘서울 시민’ 또는 ‘경기도민’과 같은 막연한 표시에 의해서는 명예훼손(모욕)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집합적 명사를 쓴 경우에도 그 범위에 속하는 특정인을 가리키는 것이 명백하면 이를 각자의 명예를 훼손(모욕)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피해자 특정’의 문제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발언이 특정 아나운서에 대한 모욕이고, 이러한 모욕행위가 154차례 내지 295차례에 걸쳐 행해진 것과 같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피고인이 언급한 ‘여자 아나운서’는 ‘서울시민’, ‘경기도민’보다는 구체적이지만 모욕죄에 요구되는 정도의 구체성까지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현직 장관들 중 뇌물을 안 받은 사람은 없다’라고 했다면 현직 장관 전체가 특정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직 장관들 중 상당수가 뇌물을 받았다’고 발언했고 이것만으로는 뇌물을 받은 장관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아직 모욕죄의 피해자가 특정됐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발언은 전자보다 후자에 더 가깝다. 나아가 후자에서보다 피해자가 더 추상적으로 적시됐으므로 피해자가 특정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하다. 한 가지 부언한다면, 이상의 논리는 비교적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모욕죄로 기소하고, 제1심 법원과 항소심 법원이 모두 모욕죄의 유죄를 인정했다는 것은 매우 의아한 일이다. 오영근 교수는 ▲1956년 서울 ▲서울대 법학과, 법학 박사 ▲독일 본 대학교 방문연구교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회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법무부 형사법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 러 외무부 “찰스는 ‘왕’ 자격 없어” 강경 발언

    러 외무부 “찰스는 ‘왕’ 자격 없어” 강경 발언

    영국 찰스 윈저(67) 왕세자가 블라디미르 푸틴(63) 러시아 대통령을 나치 히틀러에 비유한데 대해 러시아 외무부가 “찰스 왕세자는 영국 왕 자격이 없다”며 강경 대응을 펼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외무부가 찰스 왕세자의 ”푸틴은 히틀러와 다를 바 없다“ 발언에 대해 ‘깊은 모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영국 왕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강력 항의, 이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양국 간 갈등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의 이 발언은 공식일정으로 캐나다를 방문 중이던 지난 20일,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 이민사박물관에서 처음 언급됐다. 당시 찰스 왕세자는 과거 독일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가족을 잃었던 자원봉사자 마리안 퍼거슨(78)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중 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히틀러의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침공에 비유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기존 영국 왕실이 국제 정세에 중립적 행보를 취해왔던데 반해 이번 찰스 왕세자의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맞서 싸우며 3,000만 명이 넘는 군인이 희생된 러시아의 수장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대단한 모욕”이라며 영국 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심지어 “찰스 왕세자는 영국 왕에 적합하지 않다”는 강경 발언까지 쏟아냈다. 또한 러시아의 ‘친 푸틴 미디어’들도 영국 왕실을 독일 나치에 연관시키는 보복성 보도를 내놓고 있으며, 한 영국 노동당 의원은 “찰스 왕세자의 발언에 정치적 견해가 담겨져 있다면 그는 자리에서 물러나야한다”는 발언을 제기하기도 하는 등 영국 정계에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영국 왕실 측은 “찰스 왕세자의 발언은 나치의 유대인말살정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나온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라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은 런던에서 영국 외무부 실무자들과 만나 찰스 왕세자의 발언에 대한 공식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영국 외무부 측은 왕세자 발언에 대한 해명 대신 현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을 역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러 외무부 “푸틴=히틀러 발언, 깊은 모욕” 항의

    러 외무부 “푸틴=히틀러 발언, 깊은 모욕” 항의

    영국 찰스 윈저(67) 왕세자가 블라디미르 푸틴(63) 러시아 대통령을 나치 독재자인 히틀러에 비유한데 대해 러시아 외무부가 분노를 표출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외무부가 찰스 왕세자의 ”푸틴은 히틀러와 다를 바 없다“ 발언에 대해 ‘깊은 모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력 항의, 이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양국 간 갈등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찰스 왕세자의 이 발언은 공식일정으로 캐나다를 방문 중이던 지난 20일,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 핼리팩스 이민사박물관에서 처음 언급됐다. 당시 찰스 왕세자는 과거 독일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가족을 잃었던 자원봉사자 마리안 퍼거슨(78)과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는 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히틀러가 ‘이것은 수주일 안에 마무리 될 전격 전쟁’이라며 진행한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침공에 비유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행동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기존 영국 왕실이 국제 정세에 중립적 행보를 취해왔던데 반해 찰스 왕세자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 큰 관심을 표했다. 또한 찰스 왕세자는 내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어서 왜 현시점에서 해당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찰스 왕세자의 발언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맞서 싸우며 3,000만 명이 넘는 군인이 희생된 러시아의 수장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대단한 모욕”이라며 영국 당국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한 러시아의 ‘친 푸틴 미디어’들도 영국 왕실을 독일 나치에 연관시키는 보복성 보도를 내놓고 있으며, 한 영국 노동당 의원은 “찰스 왕세자의 발언에 정치적 견해가 담겨져 있다면 그는 자리에서 물러나야한다”는 발언을 제기하기도 하는 등 영국 정계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영국 왕실 측은 “찰스 왕세자의 발언은 나치의 유대인말살정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나온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라며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울진 서면 금강소나무 숲길

    [명인·명물을 찾아서] 울진 서면 금강소나무 숲길

    산림욕 열풍과 함께 숲길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19세 이상 성인의 41%가 한달에 한번은 산에 오르고, 연간 산행 인구는 4억 600만명에 달한다. 전국 숲길은 등산로 3만 3000㎞와 트레킹·둘레길 1800㎞ 등 모두 3만 4800㎞에 이른다. 이 중 으뜸으로는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있는 금강소나무 군락지 내의 숲길을 친다.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전국 1호 숲길이다. 2274㏊에 이르는 광활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는 수령 30~500년 된 금강송 160여만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다. ㏊당 나무의 축척도가 300㎥ 이상으로 세계에서 소나무로 유명한 독일의 평균 268㎥보다 높다. 사계절 인체에 유익한 물질인 피톤치드가 쏟아진다. 소광리 금강송 숲은 산림청에서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미국 CNN에서 선정한 세계 50대 명품 트레킹 장소로도 소개됐을 정도다. 경북도와 울진군은 이 숲에 대해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소광리 금강송 숲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금강송 군락지가 1959년 육종림으로 지정된 후 오랫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왔기 때문이다. 이런 소광리 금강송 숲길을 트레킹해 볼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동절기 안전사고와 산불 예방 등을 이유로 패쇄됐다가 지난달 말부터 일반인에게 다시 속살을 드러냈다. 2009년 첫 개방에 이어 5번째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예약 및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예약자들의 홈페이지(www.uljintrail.or.kr) 방문이 폭주하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다. 소광리 금강송 숲길은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3개 탐방 구간(전체 41.8㎞)이 조성돼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산림 보호를 위해 구간별 인원은 하루 최대 80명으로 제한되지만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14만 9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소가 됐다. 1구간은 두천1리~소광2리 간 13.5㎞, 2구간은 소광2리~광회리 간 12㎞, 3구간은 소광2리에서 500년 소나무를 순환하는 16.3㎞다. 어느 구간을 택하든 신선한 솔향과 하늘로 쭉쭉 뻗은 금강송들이 도열하듯 서서 입산객들을 맞는다. 산길이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고 흙길이라 편안하다. 특히 금강송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에는 테르펜, 칸텐, 탄닌 등의 방향성 물질이 많아 스트레스 해소와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 좋다. 숲해설가와 숲길체험지도사가 동행하며 지명 유래, 전래 구전 전설, 나무 이름과 특징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운이 좋으면 천연기념물(제217호)이자 야생동물 멸종 위기 1급으로 분류된 산양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비무장지대를 빼고는 산양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천운이 닿는다면 이곳을 수호신처럼 지켜주는 하얀 멧돼지를 만날 수 있다. 구간별로 왕복 7~8시간이 걸린다. ‘보부상길’ 또는 ‘12령 고갯길’이라고도 일컬어지는 1구간은 1960년대까지 소금 장수들이 드나들어 주막이 번성했던 두천1리가 시발점이다. 옛날 보부상들이 동해안의 해산물을 경북 북부 지방으로 짊어지고 오르내리던 길이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 길이다. 보부상길이 겹치는 2구간은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 구간이 많아 아쉽다. 하지만 낙엽과 부식토에 덮여 있는 원시림을 지날 때는 100여년 전 보부상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다. 천연기념물 제408호로 지정된 산돌배나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3구간은 금강송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수령 530년 된 보호수(일명 오백년소나무)와 350년의 미인송, 200년이 넘은 금강송 8만 그루가 가득 찬 보호림을 거닐 수 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와” 하는 탄성을 연발하게 된다. 금강송과 참나무가 서로 붙어 한몸이 된 공생목(共生木)도 눈길을 끈다. 80살 먹은 졸참나무와 120살 먹은 금강송이 서로 살을 섞어 자라는 나무다. 마을 사람들은 이를 두고 태백에 있는 참나무가 이곳 금강소나무에 반해 시집온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산행 도중 숲길 인근 주민들이 소득 사업의 하나로 길손들에게 직접 내놓는 점심은 꿀맛이다. 무공해 산채 나물 반찬은 천하 일미다. 1인분 6000원. 금강송 숲길 진입로를 따라 늘어선 불영계곡(명승 제6호)도 빼놓을 수 없다. 계곡은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맑고 푸른 물줄기,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명승지다. 특히 계곡의 중간 지점인 선유정과 불영정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은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계곡 입구에는 천년 고찰 불영사가 있다. 이종화(47) 울진국유림관리사무소 금강소나무생태관리팀장은 “금강소나무 숲의 보전적 활용을 통해 잊혀 가는 문화, 역사를 복원하고 인근 산촌 마을의 경제 활성화를 유도해 나가고 있다. “탐방객들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숲임을 깊이 인식하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도 소중히 하는 자세를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울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영국박물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영국박물관

    박물관과 미술관은 문화 생태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전통적 문화 강국으로 꼽히는 유럽 국가들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창간 110주년을 맞아 ‘예술을 품은 예술 공간’, 즉 건축적 관점에서 세계 유수의 박물관·미술관과 국내의 대표 미술관을 탐사하는 특집 기획을 연재합니다. 문화융성을 위해 마련한 기획시리즈를 통해 예술의 역사와 건축의 역사, 그리고 미술관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기자 유럽 주요 도시의 유서 깊은 박물관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박물관 전성시대’를 열었고, 그 유행을 선도한 곳이 바로 우리가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다. 파리의 루브르, 로마 바티칸 시국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국박물관은 800만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모아 온 전리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인류학적 가치를 지닌 문명사적 유물을 소장·전시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박물관이라기보다 세계의 박물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법하다. 규모 말고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또 있다. ‘박물관의 나라’인 영국의 첫 국립박물관이자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명성이 부끄럽지 않도록 영국박물관은 설립 이래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다는 점이다. 모두를 위해, 모두에 의해. ●2000년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대변신 부활절 연휴였던 지난달 초 런던 그레이트 러셀 스트리트에 자리하고 있는 영국박물관을 찾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런던에는 비가 내렸다. 우산도 없이 추적추적 걸어야 하는 여행자의 신세. 비에 젖은 신발 때문에 더욱 무거워진 발걸음이지만 위용을 뽐내며 서 있는 정면의 기둥들을 보는 순간 피곤이 싹 달아났다. 계단을 올라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바깥 날씨와는 정반대로 박물관 중앙 홀이 빛으로 가득했고 쾌적했기 때문이다. 빛은 격자모양의 수많은 유리와 철골조로 이어진 거대한 유리지붕에서 박물관 중앙부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빛 아래에서 박물관에 대한 정보도 얻고, 공부도 하고, 바닥에 앉아 쉬기도 하며, 기념품을 고르기도 한다. 박물관 안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어떤 도시의 중앙 광장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중앙홀은 활기로 넘쳤다. 영국박물관의 밀레니엄프로젝트로 지난 2000년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정원’(Queen Elizabeth Ⅱ Great Court)이다. 대정원을 설계한 이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이다. 단순함의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기술적이고 합리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그의 건축은 인간과 자연, 예술과 건축기술을 조화시키는 건축 철학과 방법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의사당 건물을 통해 알 수 있듯 포스터는 거대한 유리 돔이나 유리 캐노피를 이용해 옛 건물에 신선하고 창의적인 감성과 혁신을 부여하는 데 탁월하다. 그의 건축철학과 기술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정원이다. 영국박물관 위원회는 박물관에 있던 영국도서관이 1997년 세인트 판크라스의 새 건물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박물관 개축 계획을 세우고 국제공모전을 열었다. 위원회가 내건 조건은 감춰져 있는 공간을 드러낼 것, 오래된 공간에 활력을 줄 것,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 것 등 세 가지였다. ●유럽 3대 박물관… 260년간 시민에 무료 공개 영국 박물관은 내과의사이자 박물학자였던 한스 슬론(1660~1753) 경의 유언에 따라 국가에 기증된 수집품과 왕실이 기증한 책과 메달 수집품을 기초로 1753년 설립됐다. 박물관 개관과 운영을 위해 구성된 위원회는 17세기에 지어진 블룸스베리의 몬태규하우스를 2만 파운드에 구입해 그 갤러리와 서재에서 1759년 1월 15일부터 첫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기존 박물관들이 교회나 왕실에 속해 있고, 귀족적인 회화 중심의 컬렉션을 소장하던 것과 달리 이 박물관은 최초의 국립박물관으로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물 및 유물을 무료로 공개전시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기증된 귀중한 유물들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무료 공개하는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자연사유물과 도서 등이 탁월했던 영국박물관 컬렉션에 인류학적 유물들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1772년이다. 나폴리의 영국 대사였던 윌리엄 해밀턴의 그리스·로마 컬렉션, 영국 내전을 기록한 토머슨 컬렉션, 1000여점의 희곡원고로 이뤄진 개릭 장서컬렉션, 세계여행에서 돌아온 토머스 쿡의 수집품들이 추가되면서 영국박물관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19세기 초에는 영국군이 나일강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대파한 후 고대 이집트의 조각작품이 대거 유입됐고, 이집트의 영국 영사로 근무한 헨리 솔트가 보유하던 람세스 2세의 거대 흉상, 찰스 타운리의 그리스 조각 컬렉션, 토머스 브루스의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 등이 차례로 유입됐다. 이들 방대한 컬렉션과 조지 3세의 장서를 함께 소장하기 위한 미술관 건립 계획이 수립됐고 네오클래식 디자인을 추구했던 건축가 로버트 스머크(1780~1867) 경이 설계를 맡아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에 걸맞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4각형 건물이 1852년 완공됐다. 이후 박물관은 수차례에 걸쳐 확장과 개축을 거듭했다. 1900년부터 1914년 사이에는 북관을 증축했고 1930년대에는 이집트, 그리스, 아시리아 조각품을 소장하는 서쪽 갤러리와 두빈갤러리 증축이 이뤄졌지만 가장 괄목할 만한 변신은 밀레니엄프로젝트였다. 총 1억 파운드의 건축비 중 3000만 파운드는 밀레니엄위원회에서, 1575만 파운드는 문화유산복권기금에서 충당했으며 나머지는 개인과 기업의 기부로 메워졌다. 계단 양옆을 휘감고 있는 흰 벽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공공의 공간이 40%… 중앙부에 도서관·서점이 포스터는 장소의 역사성을 살리는 한편 미래의 박물관이 기능하도록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냈다. 박물관 중앙부에 열람실을 두어 도서실과 박물관이 공존해 온 역사를 이어가도록 하는 한편 격자무늬 유리지붕이 안뜰 전체를 뒤덮은 중앙홀이 완성되면서 카페테리아, 서점, 안내센터, 삼성디지털체험센터 등 공공을 위한 공간이 40%나 늘었다. 과거 이집트관의 전시품들을 쌓아 두었던 공간은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교육장소로 쓰이고 있다. 부활절 방학을 맞아 딸아이들과 켈트문화전의 연계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 엘런은 “날씨에 관계없이 박물관 실내 광장에 모여 휴식하고 공부하며 문화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박물관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세계보존·전시센터(WCEC)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박물관 북서쪽에 들어서는 WCEC에는 총 1억 3500만 파운드가 소요되며 세인즈베리 가문의 기부와 문화유산복권기금 및 문화·유산·스포츠부 지원금으로 충당하며 기금 모금이 진행 중이다. 총면적 1만 8000㎡에 달하는 WCEC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그레이엄 스터크는 “260년 역사를 지닌 영국박물관 진화의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박물관은 전시, 보존, 실험 및 분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공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권위자엑 듣는 판례 재구성] 계약 체결에 신뢰 없을 때 쓴 비용은 배상서 제외… 부당 파기 시 손해배상의 구체적 범위 적시해 줘

    [권위자엑 듣는 판례 재구성] 계약 체결에 신뢰 없을 때 쓴 비용은 배상서 제외… 부당 파기 시 손해배상의 구체적 범위 적시해 줘

    계약은 청약과 승낙에 해당하는 두 개의 확정적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해 성립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많은 계약은 이런 의사표시의 합치에 도달하기 전에 계약교섭 단계를 거치게 되며, 중요하거나 복잡한 내용의 계약일수록 교섭 단계가 장기간에 걸치게 된다. 여기서 계약교섭의 결과 당사자 일방이 계약의 성립에 대해 정당한 신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함(계약교섭 부당파기)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종래 국내 학설은 독일의 계약체결상 과실 이론의 영향을 받아 원시적 불능에 관한 민법 제535조를 이 문제에 유추적용함으로써, 계약교섭 부당파기자에게 일종의 (준)계약책임으로 신뢰이익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판례는 ‘대판 1993.9.10. 92다42897’ 이래 이 문제를 계약교섭 부당파기자의 불법행위책임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이 판결은 부당파기자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만 판시할 뿐, 더 이상 계약교섭 부당파기를 불법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건에 관해 설시하지는 않았다. 그 뒤 ‘대판 2001.6.15. 99다40418’(광안대로 사건)에서 비로소 계약교섭 부당파기를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건에 관한 설시가 이뤄졌다. 이 판결은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히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해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판시했다. 이로써 1)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의 부여, 2)그 기대 내지 신뢰에 따른 상대방의 행동, 3)상당한 이유 없는 계약체결의 거부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위법성 판단 요건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 민법은 독일 민법과는 달리 제750조에서 불법행위를 포괄적,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굳이 독일의 계약체결상 과실 법리를 차용하거나 민법 제535조를 유추적용하지 않고, 불법행위의 법리에 따라 계약교섭 부당파기를 취급하는 국내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상 판결은 이런 종래 판례의 기본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약교섭 부당파기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경우 손해배상의 구체적인 범위까지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원·피고 사이에서 아직 구체적, 확정적인 의사표시의 합치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계약성립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행이익(원고가 받게 될 보수, 이 사건의 경우 창작비에 해당하는 금액)의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대판 2001.6.15. 99다40418’이 설시한 위법성 판단의 구체적인 요건에 비춰 피고의 계약교섭 파기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손해배상은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해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봤다. 신뢰손해는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 비용처럼, 그런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 상당의 손해다. 대상판결은 아직 계약체결에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전 상태에서 계약교섭의 당사자가 계약체결이 좌절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고가 피고의 공모에 응해 시안작성을 위해 지출한 비용 관련 청구도 기각하고 오직 피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만을 인정했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계약교섭 부당파기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손해배상은 ‘신뢰이익의 배상’에 한정되며, 계약체결에 관한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 지출한 비용, 특히 이른바 ‘투기적 비용’은 배상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뒤 ‘대판 2004.5.28. 2002다32301’(국방연구소 사건)은 계약교섭의 부당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계약교섭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설령 이행에 착수했더라도 이는 자기의 위험 판단과 책임에 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만일 이행의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고 이와 같은 이행에 들인 비용의 지급에 관해 이미 계약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 성립을 기대하고 이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도 배상범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물론 이행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이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은 이 판결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적은 것처럼 현대사회의 많은 계약은 복잡하고도 장기간에 걸친 교섭단계를 거치게 되며, 이에 따라 계약교섭 부당파기 사례도 계속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이 분야 판례의 집적과 아울러 향후 다양한 부당파기 유형에 따른 보다 심도 있는 학문적 연구가 요청된다. ■ 엄동섭 교수는 ▲1955년 대구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미국 코넬대 로스쿨 방문교수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불법행위분과 위원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사법학회 차기(2015년) 회장 선출
  • 우크라 분리투표 앞두고…크림에 나타난 푸틴

    우크라 분리투표 앞두고…크림에 나타난 푸틴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이틀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을 방문했다. 명목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참가한 것이지만 투표일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도발”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때마침 동남부 마리우폴에서는 또다시 유혈 충돌까지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개최된 2차 대전 승전 69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뒤 곧바로 세바스토폴로 이동해 현지 기념행사에 참여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한 러시아가 어떤 상황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란 의지를 과시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이 있는 세바스토폴은 2차 대전 초기인 1941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250일 동안 소련군과 독일 나치군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곳이다. 양측에서 4만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한 접전 끝에 결국 크림은 나치의 수중에 들어갔고 1944년에야 소련군의 크림반도 탈환과 함께 해방됐다. 크림반도는 지난 3월 주민투표 결정에 따라 러시아에 합병된 곳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곳에서 흑해함대의 해상 퍼레이드와 러시아 공군의 공중 퍼레이드를 참관했으며, 러시아 각지에서 온 15만여명의 주민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에 대해 “도발을 위한 목적”이라며 “위기를 고의적으로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푸틴이 이 추모 행사를 ‘활용’하려 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 뉴스사이트 인사이더와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동남부 도네츠크주의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지 세력이 충돌, 최대 8명이 숨지고 부상자도 다수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경찰청 건물을 공격해 정부군 명령에 불복종하는 경찰관들을 체포했다고 분리주의 민병대 측이 밝혔다. 정부군은 경찰서 방어를 위해 몰려든 1500여명의 주민에게도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정부군이 현재 마리우폴을 장악하고 있으며 도심에 정부군 탱크와 장갑차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중앙정부가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보고 강경 진압 방침을 밝힌 만큼 투표일인 11일이 본격적인 내전 상태 돌입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과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하에 전국의 정치 세력과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국민 통합을 위해 지방 분권화, 자치, 언어 등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군과 충돌을 빚고 있는 무장세력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혀 실효성 있는 합의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기고] ‘시대정신’ 어긋난 아베의 역사인식/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기고] ‘시대정신’ 어긋난 아베의 역사인식/이종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아베 일본 총리의 독일 방문은 무엇을 위한 방문이었나. 물론 일본이 전개하고 있는 가치관 외교를 홍보하면서 아베 정권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대러시아 실리외교를 전개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중국이 비판하고 있는 역사문제는 ‘오해’라고 설명해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정당화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또 다른 목적은 일본이 ‘보통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독일의 지혜를 배우고 역사인식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은 여러 가지 복선을 깔고 있는 ‘실무외교’였다. 독일과 일본은 전쟁이라는 공통의 체험을 한 국가다. 그러나 전후처리 과정에서 두 나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먼저, 일본은 독일과 달리 냉전질서 속에서 진정한 화해를 시도하지 못했다. 반면 전후 독일의 아데나워 수상은 과거사를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을 말하면서, 자국 내 반발이 일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를 취해 전후 유럽의 ‘역사적 화해’를 이끌어냈다. 둘째, 일본은 전후 처리 과정에서 과거사를 묻어버리려고만 했지 책임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전후 독일은 피해자가 겪은 고통에 깊이 사과하고 의회를 통해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배상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전후 유럽의 ‘평화질서’ 속에서 독일의 회복을 가져왔다. 최근 행보를 보면 일본은 독일과 유럽의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우선, 유럽과 독일에서는 겸허한 역사인식과 화해가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역사문제나 민족문제를 둘러싸고 지도자는 반지성주의를 경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 또한 유럽의 ‘우익’들의 관심사는 경제문제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베 총리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화해’와 문명 간의 ‘대화’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베 정권은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세계의 시대정신이 ‘사과와 화해’라는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세계가 독일의 ‘화해 모델’을 따르려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역사 화해를 실천하는 데 많은 진전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기억의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과거를 어떻게 공유할지, 진정한 평화의 적극적 의미와 내셔널리즘을 대하는 태도 등을 고민해야 한다. 한·중·일 세 나라는 사회적·문화적·경제적으로 상호의존 관계에 있으며 국가 간 협력 또한 강화되고 있으나,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향후 3국의 지도자들은 역사문제를 상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동북아 지역질서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독일로부터 진정한 역사화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일본이 ‘보통국가’를 국가목표로 한다면, 이웃국가들과 화해하고 사과하면서 함께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를 공유해야 한다.
  • ‘경제대국’ 독일이 단식 열풍에 빠진 이유는?

    ‘경제대국’ 독일이 단식 열풍에 빠진 이유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서 단식요법을 하는 클리닉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단식운동의 발상지 중 하나라는 독일에서는 단식요법이 의료보험이 되는 경우가 있으며, 부유층에서는 ‘less is more’(적을수록 풍부하다)라는 인식이 확산돼 질병치료에 이를 활용하는 움직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단식요법 지지자인 미하엘 반 암직(57)은 20년 전부터 1년 중 한 달은 스위스와의 국경에 있는 보덴호(湖)에 있는 ‘부칭거-빌헬미’(Buchinger-Wilhelmi) 클리닉에서 보내고 있다. 여기서 그는 하루에 아침으로는 허브티를, 점심으로는 과일주스를 마신 뒤, 오후에 2시간씩 산책하고, 저녁으로는 소량의 수프와 벌꿀을 섭취한다. 또 하루에 최소 2리터의 물을 마신다고. 영국 록밴드 롤링스톤즈의 하계 독일 순회공연을 총괄하는 뮌헨의 대형 광고사를 운영하는 그는 만성 비만과 함께 나타나는 여러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 클리닉을 방문하고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을 중년 남성의 권장 수준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맞춘 200~250칼로리 이하로 제한하면 고혈압약이 필요 없다고 그는 말한다. 이 클리닉의 10일간 이용료는 표준 2500유로(약 356만원) 선이지만, 다양한 서비스를 더하면 비용은 상승한다. 이 클리닉은 스페인 마르베야에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클리닉의 명칭은 오토 부힝거(Otto Buchinger 1878~1966)라는 독일인 의사로부터 유래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7년 류마티스 관절염 때문에 해군 군의관직을 사임한 뒤, 단식요법으로 자신의 질환을 치료해 유명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단식요법은 한 세기에 달하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부힝거 지지자들은 단식요법이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천식, 관절염, 만성 소화기질환, 일부 만성 호흡기질환, 심지어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생활습관을 변화하는 다른 요법과 같이 단식요법도 의사의 주관하에 적당해야 앞으로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요법에 관해서는 많은 조사 대상자로 한 무작위 비교 시험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를 위한 단식요법이 유효하다는 논문이 1991년 영국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게재된 바 있다. 그외에도 다양한 건강문제에 이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부힝거 빌헬미의 프랑수아즈 빌헬미 데 톨레도 전무이사는 “단식요법은 우리 몸에서 원래 나오는 재생력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또 이 클리닉의 의료부문 수석 전문의 스테판 드린다 박사는 “인근 위버링겐 시설에서는 약 60년 전부터 마벨라에서는 40년 전부터 매년 각각 3000~3500명의 환자를 받고 있다. 즉 합병증 등을 유발하지 않고 25만 시간 단식치료가 이뤄졌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과학적 연구는 아니지만 통계적인 사실”이라고 말한다. 독일의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 ) 역시 2011년 단식치료에 긍정적인 특집 기사를 실었다. 또 이 클리닉의 담당의였던 헬무트 뤼츠너가 쓴 책은 1970년대에 발매된 이래 200만부 이상이 팔렸다. 빌헬미 데 톨레도 이사는 “독일사회가 선진국이 된 이래 단식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이미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대체치료가 허용돼 온 독일의 에센과 예나, 베를린과 같은 도시에 있는 대학병원에서도 단식요법의 연구와 교육이 이뤄져 왔다.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에서는 지난 50년간 의사들의 지도에 의한 단식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12~14일간의 프로그램 비용은 부힝가 빌헬미보다 저렴하며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므로 부유층에 머무르지 않고 폭넓은 소득층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리테 병원 자연요법 전문의 안드레아스 미하엘슨는 “고열량 식단을 꾸준히 먹게 되는 현재 상황은 인간 진화 역사의 새로운 문제”라면서 “질병을 막기 위한 많은 신약은 부작용 때문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질병에 걸리기 쉽고 현재의 의약품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하지 못하므로 10년 후에는 단식요법이 더 중요시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영등포구 “여권·국제운전면허 한번에 OK”

    영등포구 “여권·국제운전면허 한번에 OK”

    해외 유학생 및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국제운전면허증 발급도 늘고 있다. 지난해 강서면허시험장에서만 1만 8056건이나 발급됐다. 하루 평균 73건이다. 그런데 여권과 국제면허증을 떼려면 구청과 운전면허시험장을 따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영등포구가 나섰다. 구는 강서면허시험장과 업무협약을 맺어 구청에서 국제면허증 발급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국제면허증은 1949년 만들어진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해당 국가의 면허증이 없어도 운전할 수 있는 증명서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8개 국어로 발급된다. 협약에 가입한 국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체류할 국가가 협약국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다. 구청에서 여권 발급을 신청할 때 면허증 발급도 함께 신청하면 된다. 국내 운전면허증과 함께 사진(3×4㎝) 1매, 수수료 7000원을 준비해 민원여권과에 신청하면 나흘 뒤 여권과 함께 받을 수 있다. 등기우편 수령도 가능하다. 구청에선 면허증만 따로 신청할 수 없다. 면허증만 발급하려면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해야 한다. 송진숙 민원여권과장은 “이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주민 눈높이에 맞춘 행정 서비스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아베 “日, EU 통합 노려 과거사 청산한 獨과 달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나치의 과거를 통렬하게 반성해 온 독일과 달리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과오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왜 독일과 다른가? 그 이유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밝혔다. 독일을 방문한 아베 총리는 30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책임을 다루는 문제에서 일본이 독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는 질문에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향한 공통의 노력이 있었고 독일도 여기에 동참해야 했다. 따라서 공동체 창설과 더불어 화해가 요구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시아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유럽 통합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과거사를 반성해야 했지만 유럽과 상황이 완전히 다른 아시아에서 일본은 독일의 길을 따를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는 특히 “일본은 주변 국가들과 타협해 평화협정을 맺고 그에 따라 배상 문제에 관한 진실한 기준을 세웠다”면서 “일본은 전후 가난한 아시아 국가들을 개발 협력 형태로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와의 긴장 해소 문제에 대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 “이웃 국가들과 어려운 관계에 놓여 있지만 조건 없이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의 경제 발전 성과가 고삐 풀린 무장화로 소모돼서는 안 되며 법규에 기반을 둔 기존 질서를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인 압력으로 현 질서를 바꾸려는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비 확장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서도 “독일의 원전 퇴출 결정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원자력을 포기하겠다고 간단하게 얘기할 수 없다. 일본은 원유와 가스 수입 비중이 거의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오바마 4번째 방한…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기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5~26일 1박 2일간의 방한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한국을 가장 많이 방문한 대통령이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후 가장 많이 방문한 외국 도시도 서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는 멕시코로 5회(멕시코시티 2회)이다. 이어 한국 4회(서울 4회), 프랑스 4회(파리 1회)이고, 일본 3회(동경 3회), 독일 3회(베를린 1회), 영국 3회(런던 2회) 등이다. 이런 만큼 청와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으로 한국과 미국 간 포괄적 전략동맹의 심화·발전을 협의하는 한편, 한·미 동맹이 지향해 나가야 할 미래비전과 역할에 대한 공감대와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4일 “두 정상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연설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 통일에 관한 비전을 공유하고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로 발효 3년째를 맞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과를 함께 평가하고, 교육, 과학기술, 우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의 심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한·미 간 전략분야 현안인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문제나 경제협력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는 문제, 한·미 FTA의 충실한 이행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업무만찬을 통해 양국의 글로벌 파트너십의 현재를 평가하고, 이를 보다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가질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두 나라 경제인을 초청해 경제 관련 행사를 갖고, 이후 한미연합사를 방문한다.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하고 한국문화탐방 행사로 경복궁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1897년 대한제국 성립을 계기로 고종 황제가 자주독립 의지를 상징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국새 ‘황제지보’가 6·25전쟁 때 분실됐다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계기로 되돌아오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주 수석은 “그간 한·미 양국 간에 긴밀히 협의해 온 끝에 이번 오바마 대통령 방한에 맞춰 인수가 이뤄지는데, 이는 바로 한·미 관계의 긴밀함과 양 국민 간 우의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한·미-미·일 정상회담 전문가 인터뷰

    한·미-미·일 정상회담 전문가 인터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4개국 순방의 첫 일정으로 23일부터 2박 3일간 일본을 국빈 방문하고, 이어 25~26일 한국을 찾아 양국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위협, 일본의 역사 도발 등 첨예한 시기에 이뤄지는 한·미, 미·일 정상회담의 의제와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캠벨 전 美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北 도발방지 中 참여방안 등 논의…美, 영토분쟁 평화 해결 밝힐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한국·일본 방문은 한·일 간 관계 개선을 돕기 위한 다음 단계를 밟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동맹 등 민감한 현안이 많이 협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6자회담 재개는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고 이 과정에서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맡아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관여했던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의 의미와 의제 등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일 관계가 냉랭하고 북한의 도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방일 의미는.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방문은 양국이 신뢰를 더 쌓도록 돕는 다음 단계를 밟는다는 점에서 적기이고 필수적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첫 단계는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한국의 상처와 우려를 치유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리더십이 예측불가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국가안보 협력을 높이는 방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 많은 이슈가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협정 개정, 미군부대 이전 등 동맹 관리 이슈도 중요한 의제다. 그동안 비공개로 다뤄져 온 한국 이동통신사들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 도입 건도 안보 동맹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등도 협의될 것이다. 또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동참하도록 요청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일 3국 협력 문제와 영토 분쟁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보나. -지난달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이은 다음 단계로, 북한의 도발에 맞서 3국 방위협력 강화를 중시할 것이다. 이번 순방에서 영토 분쟁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그는 영토 분쟁에 대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힐 것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평가는.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 과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한 것 등으로 볼 때 김정은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성격임이 틀림없고, 이는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의 최근 도발은, 북한의 전형적인 협박-보상 전술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내에서는) 이에 대한 피로감이 크고 북한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다고 하겠지만 대북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은 있지만 진전은 별로 없다. 미국은 과연 6자회담 재개에 의지가 있는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많은데 신중해야 한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회담이 재개돼도 진전이 없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등 많은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합의된 것을 지키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말뿐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정책 설계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은 효과적으로 지속되고, 현실화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헌신과 책무를 증명해 보일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에 전략적 리더십을 유지하고자 하고, 그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초당적으로 이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한 평가는. -박 대통령이 어디로 갈 것인지, 한국 정치권이 박 대통령의 구상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북한을 책임질 방법을 고안하는 정책을 지지하지만 안보 현실과 동맹 강화에 바탕을 둬야 한다. 글 사진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북한 핵실험 중단 설득해달라” 박근혜 대통령, 中 시진핑 주석에 전화

    ‘북한 핵실험’ “북한 핵실험 중단 설득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최근 북한의 잦은 핵실험 징후 등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화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와 추가 핵실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준데 대해 감사하다”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역내에서의 군비 경쟁과 핵 도미노 현장을 자극해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6자 회담 재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우리 정부가 꾸준히 추진하고자 하는 한반도 프로세스와 남북관계 개선 노력도 동력을 잃게될 수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추가적 설득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울러 지난달 독일 국빈방문시 제안한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문화 교류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시진핑 주석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방안은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가고, 남북간의 동질성 회복과 신뢰구축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와 경제지원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이 계속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정세에서 긴장 고조를 막는 것은 한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측간 대화를 설득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또 “북한의 핵보유 반대에 대해서는 한중 양국이 서로 일치된 입장을 갖고 있다”며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하며 한반도 자주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국격 걸고 최후까지 구조·수습에 진력하라

    우리에게 과연 국격은 존재하는가. 국민 안전은 말뿐이었나. 일주일째를 맞은 세월호 참사가 희생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옥죄고 있다. ‘기적’을 말하는 게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는 참담하고 안타까운 순간들이 흐른다. 국가는 무엇인가, 정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가. 정부의 국민안전 구호는 불법과 부실, 무능의 세월호와 함께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 갇혀 버렸다. 세월호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의 시간대별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 선장 등은 승객 탈출 지시를 받고도 31분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참사의 1차 원인을 제공한 이들의 무책임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재난대응체계 또한 그 어떤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컨트롤 타워가 마비된 채 대응 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현재의 재난사고 매뉴얼로는 제2, 제3의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대폭 손질했다. 통합 재난대응 시스템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으로 구축하고 안전행정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아 재난 수습을 총지휘하도록 규정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장관이 다른 부처의 장관들을 지휘한다는 게 현실과 맞지 않고 소방방재청의 전문 인력을 배제한 채 비전문가인 일반직 공무원들에게 재난 수습을 맡기면 초기 대응에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휘체계의 혼선과 비전문적인 초동 대처는 무고한 희생을 키우고 국민 혼란을 부추겼다. 장관들이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현재의 정부 내 수직적 소통구조가 재난 발생 시 부처 간 협력과 조정, 네트워크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난 상황에서 부처 간 업무 협조가 잘 안 된다는 응답이 33.4%나 됐으며, 그 원인으로 38.5%가 기관 간 역할 및 책임 불명확을, 23.1%가 불명확한 추진 주체(컨트롤 타워)를 꼽았다. 재난 관리 담당 공무원들의 희망사항 1순위는 다른 분야로의 전출이었다. 참사 관련 책임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눈치를 보는 공무원을 퇴출하고, 선장 등을 처벌한다 해도 현재의 재난대응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손질하지 않고는 재발 방지와 국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외신들도 우리 정부의 무기력한 민낯을 주목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FAZ)은 이번 사고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또한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책임하고 안이한 대처로 불신을 자초한 정부로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정부의 부실 대처에 격분한 실종자 가족들이 ‘이게 진정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냐’며 청와대 항의 방문을 시도했겠는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국가로서 명운을 걸어야 한다. 최후의 한 사람까지 구조와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 재난대응 체계를 현장·전문가 중심으로 대폭 손질하고, 부처 간 조정력과 재난 대비 훈련을 강화함이 마땅하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 또한 세월호의 뒤를 따라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굴렁쇠, 2014 여름방학 어린이∙청소년 배낭여행 참가자 모집

    굴렁쇠, 2014 여름방학 어린이∙청소년 배낭여행 참가자 모집

    어린이·청소년 해외 배낭여행 전문 ‘여행으로 크는 아이들 굴렁쇠(이하 굴렁쇠)’는 2014년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유럽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굴렁쇠 배낭여행은 아이가 스스로 지도를 보고 직접 길을 물으며 찾아가는 독특한 여행 형태로 이번 여행에서는 몽마르뜨 언덕,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 슈피탈 거리, 베른 대성당, 피사의 사탑, 미켈란젤로 언덕, 콜로세움 등 유명한 관광지뿐 아니라 루브르 박물관, 베른 자연사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처럼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는 곳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여름방학 중 굴렁쇠 유럽 배낭여행은 세 차례 진행된다. ‘23차 유럽 배낭여행’은 7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이며, 뒤이어 진행되는 ‘24차 유럽 배낭여행’은 8월 3일부터 8월 14일까지이다. 10박 12일 일정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에 머물며, 세계문화유산, 역사, 건축, 박물관, 도시, 미술관, 유럽의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지구촌 사회의 다양성을 배우고 익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일정의 ‘유럽 배낭여행 시즌2’ 프로그램은 7월 21일부터 7월 30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지금까지 20회 이상 진행되었던 굴렁쇠 유럽 배낭여행 프로그램은 아이가 주체가 되어 말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직접 부딪히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15년 이상의 배낭여행 전문 교사들이 모든 여행 일정에 아이들과 함께해 더욱 안전하고 유익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지 이동은 예약된 단체 관광버스가 아니라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동과 식사는 인솔교사와 함께 모둠별로 자유롭게 한다. 숙박은 호텔과 유스호스텔, 민박 등 다양하게 체험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선착순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여행 일정 및 신청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굴렁쇠 공식 홈페이지(www.hikid.net) 또는 전화(053-428-0208) 문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굴렁쇠는 사단법인 여행문화연구소와 함께 현장체험학습지도사 양성과정과 자녀교육서 함께 읽기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현장체험학습지도사 양성과정은 어린이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으로 교육과정을 수료 후 검정시험에 합격하면 현장체험학습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자녀교육서 함께 읽기 프로그램은 자녀 교육에 관심은 있지만 시간이나 기회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다. 자녀 교육서를 선정하여 한 달에 한 권씩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Reader 선생님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여행문화연구소 공식 홈페이지(www.tclab.org) 또는 전화(053-783-0502)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우크라 안보국, 친러무장세력 사살 명령… 푸틴 “내전 직전”

    우크라 안보국, 친러무장세력 사살 명령… 푸틴 “내전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내전” 발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후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북부 도시 슬라뱐스크 곳곳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세력의 탱크와 장갑차가 목격되고 있다. 슬라뱐스크의 검문소에서 러시아 국기를 단 장갑차와 탱크 최소 6대와 시내 곳곳에서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 무장 대원들이 보였다고 AFP가 16일 전했다. 또 인근 크라마토르스크에서는 우크라이나 장갑차 14대가 행렬을 지어 이동하다가 친러 시위대에 의해 이동이 막혔다고 덧붙였다. 두 도시 상공에는 양측의 전투기가 비행하는 것이 보였다. 슬라뱐스크 자경단이 정부군에게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고 DPA가 전했다. 정부군뿐만 아니라 친러 세력의 무력을 과시하는 위협 때문에 분리주의자들이 점거한 동부 10여개 도시를 다시 장악하려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시도가 무력화되고 있다고 AP가 분석했다. 크라마토르스크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탱크 10대와 병력이 러시아 국기를 달고 투항해 왔다고 DPA가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이날 전했다. 친러 분리주의 시위대 지도자 미로슬라프 루덴코는 “도네츠크 공화국도 자체 군대를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 측은 “국기를 가짜로 달고 하는 군사작전”이라며 투항을 부정했다. 미하일 코발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대행은 분리주의자 진압에 대한 진전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동부를 방문했다. 그는 루간스크의 친러 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힌 우크라이나 병력 두 명과 관련,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은 친러 무장세력에 대해 “사살” 명령을 내렸다. 또 수도 키예프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구두 공격이 거셌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모스크바가 “새로운 베를린 장벽을 쌓고”, “테러를 동부 지역에 수출한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자국 기지 100여곳에 4만여명의 병력을 전개한 데다 우크라이나 내전 위기가 고조되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대응에 나섰다. 나토는 이날 “유럽 동부 국경선에 육군, 해군, 공군을 더 많이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총장은 “이런 조치는 러시아의 공격적 행위에 대한 예방과 긴장 완화”라고 말했지만 얼마만큼의 병력을 어느 곳에 배치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 세력에 대해 처음으로 무력을 사용해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했던 크라마토르스크 비행장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갈등의 급격한 확산이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내전 직전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동부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EU)의 4자회담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한반도 분단 70년-신뢰의 씨앗 뿌리자] ‘통일 대박’ 말로만… “5·24조치 완화 등 출구전략 결단 내려야”

    정부는 ‘드레스덴 선언’ 이후 북한의 호응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실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혀 고위급 접촉 제안 등의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대북 전문가들은 ‘우리가 말을 먼저 꺼냈으니 행동은 북한이 먼저 해야 한다’는 논리로는 사실상 남북 대화·교류의 확대는 어렵다고 말한다. 5·24조치 해제나 완화,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 등의 사전 조치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만큼 어느 시점에서 출구전략을 찾기 위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고위급 접촉 제의 등 대화의 틀, 당국자들의 신중한 언행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해 초 ‘통일은 대박’ 발언에서 드레스덴 선언까지 일련의 과정이 사실상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려는 성격이 강한 것도 현 정부 통일정책의 한계로 지적된다. 우리 내부에서는 어느 때보다 통일에 대한 목소리는 커졌지만 고위급 접촉 합의와 이산가족 상봉 ‘이벤트’ 이후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독일 드레스덴 방문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비핵화,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거론한 점 등을 보면 드레스덴 선언은 국내 정치의 담론 성격이 강하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 앞서 북한에 이를 통지했던 것과 같은 진정성 있는 사전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는 유연한 사전 조치를 펼 가능성과 관련해 “임시적으로 유연하게 하면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길게 보면 중요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시론] 통일준비 핵심은 북한 SOC 준비에 있다/허옥경 서울대 통일한반도인프라센터 부소장

    [시론] 통일준비 핵심은 북한 SOC 준비에 있다/허옥경 서울대 통일한반도인프라센터 부소장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되려면 통일은 불가피하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대박’이라고 긍정적으로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통일의 방법에 따라 ‘통일대박’이 될 수도 있고 ‘통일쪽박’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올바른 준비 방향과 국민 담론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의지와 대외적 공감대 형성 노력을 했다. 독일방문을 통해 통일 과정에 대한 시행착오와 교훈을 듣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을 한층 정비할 기회가 됐을 것이라 짐작된다. 곧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있어 구체적 사항들을 준비해 나감으로써 실천 의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패션이 아닌 실효성을 위한 ‘통일준비위원회’의 기능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중 중요한 것으로서 첫째는 북한의 국토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을 통한 내생적 성장동력의 준비이고, 둘째는 남북한 사회통합을 위한 준비다. 북한 SOC 개발 준비는 통일준비위가 해야 할 핵심 중 핵심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이것은 천문학적 비용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고, 한반도 경제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통일희망 담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이념적, 실용적 SOC 개발을 통해 북한의 내생적 성장을 가능케 해 남북 격차의 점진적 해소와 통일 연착륙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폐허 후 현재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한 한국의 경제개발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과거보다 더 다양한 개발방식과 글로벌 투자를 통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통일국토에 대한 종합계획, 부문계획, 각 사업에 대한 실행전략을 수립하고, 재원마련 방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돌발 사태를 대비한 비상계획도 마련하고, 연관산업 파급 효과가 매우 큰 한국~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PNG), 대륙철도 연결사업 등 구체적 단기 과제들의 실행 전략을 마련해 이행함으로써 남북 SOC 협력의 전략적 마중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북한 SOC 개발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재의 ‘국정어젠다’이다. 한국의 경제성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탈출구이자 블루오션이기에 중국 중심 개발과 지하자원 잠식이 더 심화되기 전에 남북관계의 회복을 통해서 잘 풀어야 할 과제다. 독일의 경우, 동독에 대한 SOC 사업은 통일 이후에야 본격화됐기 때문에, 15년간 총 1750조원을 투입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이 중 인프라구축 비용은 12.5%나 된다. 그러나 오늘날 독일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4위, 수출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우리의 경우 잘 준비된 통일을 이룬다면 국방비 감축, 국가위험도 감소, 북한 지하자원개발 등 편익은 막대할 것이다. 통일대박의 길이 열릴 것이다. 두 번째 기능은 남북한 사회통합 준비다. 독일의 경우 급작스러운 통합정책의 실행에 의한 많은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동서 경제격차 해소를 위한 통화, 노동, 임금 정책 등의 단기 해소책이었다. 그 결과 동독의 노동자 이탈, 고임금화로 인한 동독 산업기반의 붕괴, 서독대비 2배에 달하는 동독의 실업률 등은 동서독 격차로 인한 사회통합의 저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제도, 문화의 점진적 융합을 위한 전략 마련, 남북의 동질성 회복과 잠재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실효성을 위해 조직 구성은 통일부나 민주평통 기능과 차별화된 실무기능이 중시돼야 한다. 더 근본적 문제는 ‘남북관계의 회복’이다. 이념 과잉의 정쟁 정책이 아닌 SOC 준비와 같은 실용적 접근을 통해서 한반도에 멈춰 있는 ‘냉전의 시계’를 풀고 북한의 경제성장엔진 장착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강력한 비전과 이보다 더욱 강력한 행동’의 역동적 통일준비위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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