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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켄바우어 ‘리버풀은 세계 최고의 빅클럽...클롭은 리버풀에 딱이야!’

    베켄바우어 ‘리버풀은 세계 최고의 빅클럽...클롭은 리버풀에 딱이야!’

    8일(현지 시각) 목요일 위르겐 클롭(48) 전 도르트문트 감독이 리버풀 구단 수뇌부와 감독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해 멜우드 훈련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브랜든 로저스 전임 감독이 리버풀을 떠나면서 구단은 클롭 대리인 측과 연락을 취했고 개인 협상에 관한 대화가 이미 진행됐다. 이제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의 역대 20번째 감독으로 취임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에 독일의 전설 프란츠 베켄바우어(70)가 클롭의 리버풀행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클롭과 함께 독일 축구 프로그램 전문가로 출연한 베켄바우어는 리버풀이 세계 최고 감독 중 한 명을 곧 얻게 될 것으로 믿고 있으며 계약을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켄바우어는 “클롭은 환상적인 감독이자 내가 알고 있는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그는 도르트문트를 월드 클래스의 팀으로 변모시켰다.”라고 클롭의 업적을 칭찬했다. 그는 이어서 “만약 리버풀이 위르켄 클롭을 잡을 기회가 있다면 꼭 잡아라. 그는 대화를 좋아한다.”라며 “요즘 세상엔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이 그리 많지 않다. 바로 클롭이 몇 안 남은 감독중 한 명”이라 말하며 리버풀이 클롭을 잡을 결정적인 힌트를 줬다. 마지막으로 그는 “리버풀은 세계 최고의 빅클럽 중 하나다. 그러므로 리버풀과 위르겐 클롭의 조화는 환상적일 것이다. 클롭은 승리자’라 말하며 클롭의 리버풀행을 지지했다. 한편, 이번 주 내로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과 감독 계약을 마무리 짓게 되면 10월 17일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을 상대로 리버풀 감독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최용석 유럽축구통신원 @fcpoint@hotmail.com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홍정우 고용부 과장의 ‘일학습병행제’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홍정우 고용부 과장의 ‘일학습병행제’

    일학습병행제는 대학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기술자를 꿈꾸는 학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학생 진로와 밀접한 정책이지만 정작 학교와 기업 현장에서는 ‘현재 우리 풍토에서 제대로 된 기술인력 양성이 가능하겠느냐’,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시간 넘게 일학습 병행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 홍정우 고용노동부 일학습병행정책과장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 현장이 원하는 교육‘과 ‘학생들의 노동 기본권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 ‘기업이 기술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독일은 대학진학률이 30%이고, 이 밖에 직업훈련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기업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와 달리 직업훈련 고교를 나오더라도 기술인력을 우대하는 정책 덕분에 대학 졸업자와 임금이나 사회적 대우에서 큰 격차가 없더군요. 직업훈련 고교를 졸업하는 경우 보통 월급이 2600유로(약 342만원) 정도이고, 마이스터만 사장이 될 수 있는 직종이 정해져 있는 등 기술인력이 우대받고 있어요. 일학습병행제도 그런 모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학습병행제는 올해 3월부터 대구공고·광주공고·인천기계공고 등 공업계열 특성화고 9곳에서 5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학습병행제가 시행된 거죠. 참가 학생은 고교 2학년 때부터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교육을 받습니다. 학교뿐 아니라 기업도 프로그램, 교재, 강사를 준비해 학생을 가르친다는 점이 기존의 현장실습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또 학생의 노동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큰 주안점을 뒀습니다.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연장근로 수당 등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거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사례를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산업 현장이 원하는 교육 필요 이런 이유로 신용등급, 근로조건 등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기업을 일학습병행제에 참여시키고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 강사, 교재, 프로그램 등을 모두 갖추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산업현장은 물론 고용부 안에서도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기업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죠.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는 학생에게 근로자의 권리는 보장해야 하고 기준을 느슨하게 설정해 기술인력 양성 의지가 없는 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숙련된 기술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재학생 단계를 포함해 일학습병행제에 지금까지 5200개 기업이 신청해 이 가운데 3600곳이 선정됐죠. 올해 시범 운영에 이어 내년부터는 재학생 단계의 일학습병행제를 확대 시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9개교에서 운영 중이지만, 올해 안으로 40곳에 추가 도입해 전체 50곳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2017년까지는 203개교로 확대됩니다. 모든 공업계열 특성화고에 일학습병행제가 도입되는 거죠. 다만 모든 과에 도입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특정 과에서만 시행하게 됩니다. 공업계열 특성화고 재학생 7만여명 가운데 2만 5000여명 정도가 일학습병행제를 경험하게 됩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우선 특성화고에 진학하기 전인 중학교 때부터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하는 학교와 학과, 그리고 해당 학과와 연계된 기업을 살펴봐야 합니다. 배우고 싶은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의 학과와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을 고려해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합니다. 고교 1학년 겨울방학이 되면 기업은 학생을 채용하기 위해 설명회를 열고, 학생은 면접 등의 과정을 통해 기업에 채용되죠. 이때부터 ‘학습근로자’가 되는 겁니다. 기업은 학생을 선발하면 근로계약을 맺고 근로자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고교 2학년 1학기부터는 학교에서 기본적인 고교과정 및 인성교육을, 기업에서는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및 관련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을 배우게 되죠. 교육 수료 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따라 국가기술자격이 부여됩니다. 교육을 마치면 산업기능요원이나 군 기술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해 경단절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죠. ●‘우수 인력 유치’ 기업도 노력해야 2년간 일했던 기업의 근로 조건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졸업 후 이직할 수도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그 기업에서 근무할 필요는 없어요. 물론 의무 근무 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2년 동안 필요한 기술을 교육시킨 학생이 다른 기업으로 갈 수 있어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직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런 근로 환경을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수 인력을 잡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제도가 신뢰를 받으려면 구체적인 내용들이 법으로 명시돼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학습근로자 보호와 교육과정에 따른 국가자격 부여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요. 지금은 일학습병행제 과정을 수료한 학생에게 ‘법 통과 시 국가자격을 부여한다’는 문구가 담긴 수료증을 주고 있어요. 수료증에 그칠 게 아니라 국가자격을 제대로 부여하고 학생이 근로자로서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으면 합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종걸 “고영주 이사장은 고벨스(고영주+괴벨스)”

    이종걸 “고영주 이사장은 고벨스(고영주+괴벨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6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독일 나치 정권 선전장관이던 파울 괴벨스에 빗대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고 이사장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차원에서 해임결의안을 제출키로 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나치 정권에 괴벨스가 있었다면 박근혜 정권에는 ‘고벨스(고영주+괴벨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극단주의자이자 전혀 타협을 안하는 확신범”이라며 “야당 의원들을 겨냥, ‘말의 백색테러’를 하고 있다. 그의 자리보전은 청와대가 야당에 대한 노골적 적대행위를 진두지휘하겠다는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영주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 방송문화진흥회는 방송문화‘진압’회가 되고 극우적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전파 낭비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한다면 고영주 씨를 반드시 물러나게 하고 앞으로 공직에 임명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회 미방위 야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은 “고 이사장이 오늘 확인(종합) 국감에서도 태도변화가 없다면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하겠다”며 “고 이사장이 자신의 발언에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여야 합의로 해임결의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피고인’의 배경이 됐던 ‘부림사건’을 수사한 공안검사 출신이다. 2013년 1월 국가정상화 추진위원회 위원장 시절 애국시민사회 진영 신년하례회에서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부림 사건’을 언급하면서 당시 변호를 맡았던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는 공산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문 대표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지난 2일 미방위 국정감사에서 새정치연합 장병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공산주의자고,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는 발언을 했는데 생각이 변했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사정이 변경된 것은 없는데 답변은 하지 않겠다. 솔직하게 말하면 국감장이 뜨거워지고 사실과 다르게 말하면 법정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혀 또한번 논란을 빚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예술, 인간의 이동 기술을 보다

    예술, 인간의 이동 기술을 보다

    먼 옛날 동부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인류의 조상은 대륙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 전 지구로 퍼져 나갔다.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이주(移住)는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의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 때문에 무언가를 찾아 떠나고 있다. 기근이나 자연재해, 전쟁과 학살을 피해 고향을 떠나기도 하고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새로운 땅을 찾아간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발적 이주를 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보다 나은 삶. 하지만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서울 홍익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 최찬숙(39)의 개인전 ‘약속의 땅’은 이주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뤄지며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영상물과 사운드, 인터랙티브 설치작업을 통해 작가는 오랜 시간 독일에서 지내며 겪은 이주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인이 겪는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지난 10여년간 독일 생활을 하면서 이주자로서의 삶과 독립적인 작업세계와 예술관을 가져야 하는 작가로서의 삶은 충돌의 연속이었다. 독일 사람들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면서 과연 물리적인 이동만으로 진정한 이주가 가능한지를 스스로 묻곤 했다”는 작가는 “이주의 개념을 ‘물리적 이주’와 ‘정신적 이주’의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누고 둘 사이의 간극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을 던져 봤다”고 설명했다. 타지에서 삶을 향유하지만 각자 기존의 삶을 고수하는 경우 사는 곳만 옮겨 왔을 뿐 삶 자체는 떠나오기 전의 모습 그대로다. 물리적 이주를 하고 정신적 이주를 하지 않은 상태다. 반대로 물리적 이주는 진행하지 않은 채 스스로 내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정신적 이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도구로 작가가 선택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자동차 제조회사 폭스바겐사의 공장투어 프로그램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사는 본사와 출고장을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로 조성했다. 자동차를 뜻하는 아우토(Auto)와 도시를 뜻하는 슈타트(Stadt)를 합쳐 ‘아우토슈타트’라 부르는 이곳에는 공장, 박물관, 고객센터, 출고장 등이 위치해 있다. 첨단기술의 메카를 방문한 고객은 회사의 역사를 체험하고 자신이 구매한 차량의 제조공정을 직접 볼 수도 있고, 색상선택과 같은 일정 부분에 참여한 뒤 공장에서 직접 차를 구매해 몰고 나올 수도 있다. 작가는 “거대한 테마파크는 인간 이동기술의 정점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의 완벽함을 자랑하는데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며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담겼지만 폭스바겐 배기가스 스캔들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 작가 외에 건축가, 사운드 디자이너,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해 만들어낸 전시는 다분히 실험적이어서 그 의도를 충분히 공감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물리적 이주와 정신적 이주의 충돌을 체험하도록 첨단이동기술의 상징인 아우토슈타트와 광유전학이라는 미래기술의 모습을 작업으로 풀어낸 전시는 매 시각 정각부터 2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15분 길이로 실제 아우토슈타트 투어가이드의 안내 멘트에 따라 각 코너에 비쳐지는 영상과 설치물들을 순차적으로 관람하도록 설계됐다. 아우토슈타트의 첨단시스템과 마케팅 전략, 보유기술의 목적과 효과 등에 대해 설명하는 투어가이드의 음성은 전시장 투어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욱 단호해지고, 그럴수록 혼란과 충돌의 골은 깊어진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면 영상이미지들은 화려한 구조적 이미지로 변하고 강렬한 조명이 그 이미지들을 순차적으로 지워버린다. 그리고 남은 것은 빈 공간이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약속의 땅’이 그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최찬숙 작가는 설치, 음향, 비디오, 회화, 사진, 드로잉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성곡미술관의 ‘2012 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대안공간 루프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독일 알리안츠 문화재단과 라이프치히 사단법인 할레14가 지원하는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열린다. (02)3141-1377.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책’ 中 통치를 읽다

    ‘책’ 中 통치를 읽다

    중국 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과 류사오치(劉少奇)는 공산주의 이론의 양대 산맥이었다. 마오쩌둥이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류사오치 동지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하자 류사오치는 “하루라도 책을 놓으면 마오쩌둥 동지에게 뒤처진다”고 응수했다. 중국 지도자들에게 독서는 생활이자 통치 수단이었다. ●방미 기간 미국 저서 줄줄 읊은 시진핑 중국 인터넷 언론 무계신문망은 3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방미 기간에 미국 작가들의 저서를 줄줄이 읊으며 독서 편력을 뽐낸 것을 계기로 역대 지도자들의 독서 스타일을 분석했다. 시 주석에게 독서는 중요한 외교술이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도 젊은 시절 미국 정치학의 고전인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와 토머스 페인의 ‘상식’ 등을 읽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러시아 방문에서는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작가 11명을 일일이 거론했고 프랑스에서는 볼테르, 사르트르, 몽테뉴의 철학을 논했다. 인도에서는 타고르의 시를, 쿠바에서는 호세 마르티의 시를 읊었다. 최근 서울대에는 시 주석이 기증한 1만여권으로 채워진 ‘시진핑 서재’가 생겼다. 시 주석은 지방 서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서 5권을 출간할 정도로 책과 가깝게 지낸다. ●고전으로 혁명 의식 가다듬은 마오 마오쩌둥은 고전을 읽으며 혁명 의식을 가다듬었다. 중국 역사를 망라한 ‘이십사사’(二十四史)에 직접 각주를 달아 91권으로 발간하는가 하면 ‘자치통감’을 17번 읽었다. ‘홍루몽’을 읽으며 계급투쟁의 역사를 생각했다. 혁명 시기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을 끼고 살았다. 장서 10만권을 남긴 마오쩌둥은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평더화이(彭德懷)에게 “지식인에게 속지 않으려면 책을 읽으라”고 충고했다. ●독서할 때도 ‘흑묘백묘론’ 덩샤오핑 덩샤오핑(鄧小平)은 독서에서도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을 고집했다. 모두가 ‘자본론’을 가지고 씨름할 때 그는 ‘공산주의 ABC’와 같은 입문서를 읽었다. 덩샤오핑은 “마르크스·레닌주의도 쓸모가 있어야 한다”며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무협 소설의 대가 진융(金庸)의 팬이었던 그는 1970년대 금서였던 진융의 작품을 몰래 읽었다고 회고했다. ●책벌레 장쩌민 고전 두루 섭렵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장쩌민(江澤民)도 책벌레였다. 부친은 매일 그에게 고전을 한 편씩 외우게 했다. 이공계 출신인 장쩌민은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을 좋아하고 셰익스피어, 발자크, 톨스토이 등을 두루 섭렵해 ‘장 박사’로 불렸다. 영어, 러시아어, 루마니아어, 독일어,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장쩌민은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외교와 내치에 활용했다. ●수재 후진타오 “읽지 않으면 낙오”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후진타오(胡錦濤)는 독서법을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칭화대 최고의 수재였던 그 역시 독서량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주석 시절에는 정치국원들에게 “책을 읽지 않는 지도자는 반드시 낙오한다”며 독서를 독려했다. 2004년 러시아 청년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등 러시아 문학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낙향해서 터 잡고 세상과 소통하는 ‘전국구’ 예술인들

    낙향해서 터 잡고 세상과 소통하는 ‘전국구’ 예술인들

    지난 4월 말 충남 논산시 탑정호 호숫가에 있는 2층짜리 집 뜰에서 올해 세 번째인 ‘와초문학제’가 열렸다. 와초(臥草)는 영화 ‘은교’의 원작 소설가 박범신의 호. 박 작가가 낙향한 곳이 가야곡면 조정리 집필관이다. 축제가 열리면 작가는 수백명의 방문자와 함께 문학과 고향 얘기를 오랫동안 나눈다. 탑정호의 아름다운 풍치 속에서 사람들은 온종일 문학의 향기에 취했다. ‘전국구’ 예술가들이 지역 문화를 이끄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름값을 무기로 낙후된 지역의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세속과의 절연을 선언한 중국 도연명과 달리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역문화의 내·외연을 넓히는 덕분이다. 자발적이든, 자치단체가 유치하든 그들의 낙향은 은둔이 목적이 아니다. 과감한 낙향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눈부신 통신의 발전도 한몫한다. ●박범신,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논산일기 박범신은 29일 “고향은 내 생명과 문학이 태어난 모태”라며 “원래 논산은 기호학의 본산이고 문화도 유서 깊은 곳인데 논산훈련소 등으로 이미지가 삭막해졌다. 고향을 ‘문화논산’으로 되살리고 싶다”면서 “‘작가 아무개가 산다’는 것만으로 문화적 업그레이드가 됐다. 요즘은 전국적 관광지가 돼 소설을 쓰려면 거꾸로 서울로 피난(?) 갈 지경”이라고 웃었다. 그는 10월 24~26일 세 번째 인문학 탐방도 연다. ‘소풍’을 타이틀로 참가자들과 탑정호 둘레길을 돈다. 수백명의 독자들이 소풍 올 것을 기대한다. 그는 지난해 시에서 처음 주최한 황산벌 청년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2011년 말 낙향 후 지역문화 고급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낙향 덕분에 그 지역이 작품에서 숨쉬게 된다. 박 작가는 “소설 ‘소금’의 배경이 당초 부산이었는데 낙향하면서 논산 강경으로 바꿨다”고 귀띔했다. 논산생활을 담은 에세이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논산일기’도 썼다. 다음 작품인 ‘당신’도 배경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논산을 연상시킬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객주’ 작가 김주영, 청송에 머물며 청송 관련 소설 집필 중 서울신문에 ‘객주’를 연재했던 작가 김주영(76)은 1년 전부터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1년 전 문을 연 ‘객주문학관’을 찾는 관람객을 맞기 위해서다. 도우미 역할에 직접 강의도 한다. 관람객이 두 번, 세 번 다시 찾는 이유다. 질펀한 장이 섰던 작가의 고향은 벌써 고품격 문학 명소로 바뀌고 있다. 청송군은 지난해 6월까지 75억원을 들여 진보시장 인근에 문학관을 짓고 김 작가의 집필실 ‘여송헌’을 두었다. 작가 스스로 문학관을 이끌게 한 것이다. 김 작가를 찾는 문인과 문학 청소년들이 머물도록 카페와 숙박시설도 지었다. 낙향했다고 해서 창작열이 식지 않는다. 김주영도 최근 청송에 머물면서 청송과 관련된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70)가 춘천에서 강원 화천 감성마을로 옮겨 둥지를 튼 지 10년째다. 지난해 암 투병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씩씩하게 견뎌내고 있다. 작가는 산천어축제는 물론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산천어축제 하이라이트인 선등(仙燈)문화제 이름을 직접 지어 홍보하는 등 곳곳에 작가의 열정이 묻어 있다. 전국 꿈나무 문인을 위해 ‘세계 평화·안보 문학축전’를 열고, ‘이외수문학상’을 제정해 첫 수상작도 냈다. 배추, 멜론, 옥수수 등 마을 농산물 판매에도 팔을 걷어붙여 왔다. ●‘섬진강변살이 하는’ 전북 임실군의 김용택 ‘섬진강 시인’ 김용택(68)은 요즘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고향에 집을 짓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08년 8월 교직을 떠나 전주의 아파트에 살았지만 도무지 정도 안 들고 도시 삶이 사는 것 같지 않아서다. 오는 11월쯤 이사한다. 그는 “집을 지으면서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유유자적하다 보니 다시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다”면서 “공사가 끝나면 새 집에 노모를 모시고 시작 활동에도 힘을 더 쏟겠다”고 전했다. 시인 이진우(50)는 올해 초 세 번째 시집 ‘보통씨의 특권’을 냈다. 이씨는 “시집을 찬찬히 읽어 보면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 시인은 잘 나가던 서울생활을 접고 2000년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로 낙향해 15년째 살고 있다. 이씨는 통영이 고향이다. ●‘마음이 닿는 곳이 고향이다‘ 추리작가 김성종, 시인 박남준 추리문학의 대부 김성종(74)은 고향이 전남 구례지만 부산으로 낙향했다. 서울에서 집필에 몰두하다 머리를 식히러 가끔 내려온 해운대 앞바다와 안개에 반해 1981년 둥지를 옮겼다. 1992년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추리문학관을 지었다. 국내 사설문학관 1호다. 작가는 이곳에서 여전히 집필 활동이 왕성하다. 창작교실을 열어 후진도 양성한다. 관람객이 하루 30~40명씩 찾는다. 부산을 추리문학의 ‘메카’로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생활 중 10여권의 장편 추리소설을 쓴 김성종은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때와 장소를 초월한다”고 했다. 그는 장편 ‘계엄령의 밤’, ‘도망 간 여자’, ‘1973년 여름, 베를린 안개’ 등 세 편을 동시에 쓰고 있다 시인 박남준(58)도 고향인 전남 영광 법성포가 아닌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와 ‘지리산 시인’이 됐다. 2003년 9월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마을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평사리 끝 마을, 끝 집이다. 양철지붕이 덮인 10평 남짓한 작은 토담집에서 살지만 많은 지역 문학행사에서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7번째 시집 ‘중독자’도 “지역에 사는 예술인들이 지역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제천에 판화가 이철수, ‘서귀포 작가’ 이왈종 대중적 인기에서 앞서는 작가와 시인 외에도 낙향한 예술가는 많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목판 화가 이철수(61)는 1987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로 내려왔다. ‘울고 넘는 박달재’ 아랫마을이다. 아내와 농사를 지으며 판화를 새기는 반(半)농사꾼으로 살다 지난해 새 직업(?)이 생겼다. 제천참여연대 공동대표다. 1980년대 판화로 시대와 맞섰던 그로서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화가는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는 매우 소중하다. 나도 시민의 한 사람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화가는 지난해 11월 지역에서 판화전을 열어 수익금을 제천참여연대에 기부했다. 서울은 물론 독일, 스위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온 것과 비교해 성에 안 찰 수 있지만, 그는 정성을 쏟았다. 2007년에는 주민 대표로 마을에 들어서는 리조트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은 낙향 이후에도 여전하다. 그는 매일 아침 일상과 생각들을 담은 ‘나뭇잎 편지’에서도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에 걱정하는 집 없는 자들을 위로했다. 회원이 무려 8만여명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왈종은 고향인 경기도 화성을 떠나 서귀포시에 거주한 지 오래됐다. 경기도 출신이지만, 이제 ‘제주도의 화가=이왈종’을 연상한다.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활동한 서양화가 강요배와 함께 서울화단을 좌지우지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화백은 지난 15일 서귀포시청에 유니세프 후원금 30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완주에 막사발 작가 김용문, 부여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막사발 작가로 유명한 도예가 김용문(60)은 2013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둥지를 틀었다. 전라선 이설로 폐쇄된 옛 삼례역에서 세계막사발미술관을 운영한다. 임정엽 전 군수가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해 미술관, 창작실, 장작 가마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작가는 그해 8월 완주 세계 막사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자신이 교수로 있는 터키 하제테페국립대 제자들과 함께 전시회를 했고, 지역 작가 도예전도 열었다. 요즘에는 방학 때 도예체험 교육을 한다. 관광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의 기지 역할을 했던 삼례역이 소박한 서민들의 전통 도자기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66)은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청년회원이다. 집 ‘휴휴당’을 지어 놓고 ‘5도 2촌’ 생활을 하지만 유 전 청장 덕에 마을이 유명해졌다. 유 전 청장은 수년 전부터 서울에서 관람객을 이끌고 부여로 역사탐방을 온다. 정림사지 5층석탑 등 부여의 백제유적을 직접 미학적으로 설명해 인기가 높다. 유 전 청장과 역사탐방을 왔던 김용택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 생가 등 부여 문학탐방을 하고, 민중화가 임옥상 등이 자신의 특기와 연관시켜 역사탐방에 나서면서 연쇄 효과를 낳고 있다. 이미영 부여문화원 팀장은 “이 때문에 백마강 유람선 이용객이 많이 늘었다고 선장이 말하더라”고 전했다.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기후변화 대응은 신성장 엔진 확보 기회, 북한과 기후변화 협력”

     박근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남북한을 포괄한 한반도 전체의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엔 개발정상회의 및 제70차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한 기후변화 관련 주요국 정상 오찬에 참석해 이같이 말하고 “이러한 협력이 한반도 내 상호신뢰 구축과 범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도 기여할 것인 만큼 남북간 협력에 대한 오찬 참석 정상들과 유엔의 관심과 성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올해말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21차 기후변화총회에서 신기후체제 도출을 도모하는 것과 관련, “올해말 신기후체제가 반드시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기후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모든 국가가 기여 방안을 충실히 이행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기후체제가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신성장 엔진 확보를 지원하는 체계가 되어야 한다”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국으로서 개도국에 적용가능한 기후변화 대응 사업모델을 개발해 앞으로 이러한 기술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GCF 등과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기후재정 세션을 공동주재한 데 이어 올해에도 특별오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가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우리나라 외에 유엔기후총회의 현,전 의장국 및 지역그룹 의장국 또는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 등으로서 프랑스와 페루, 중국, 독일, 영국, 몰디브, 남아공 등 정상이 참석했다.  뉴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기후 변화가 낳은 또 다른 비극, 난민

    오는 25~28일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기후변화와 더불어 난민 위기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겪는 난민 사태를 논의할 때 전쟁 등 폭력행위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학자들의 경고를 국제사회가 뒤늦게 받아들인 셈이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난민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2011년 촉발된 시리아 내전이지만 더 근본에는 기후변화가 자리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리처드 시거 교수는 지난 3월 발표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기후변화와 시리아 최근 가뭄의 시사점’이라는 논문에서 난민 사태의 원흉이 기후변화라고 결론을 내렸다. 농경과 인류문명의 주요 발상지로서 시리아가 속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에덴동산이 있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었으나, 2007~2010년 닥친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불모지가 됐다.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대거 몰려들었으며, 시리아 국민의 40%가량인 760만명이 고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시리아에서 가뭄이 정치 불안의 촉매로 작용했다”며 “인간이 기후 체계를 교란한 게 내전의 가능성을 2∼3배 이상 높인 것으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노먼 마이어스 교수는 10년 전 ‘환경난민’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환경 난민은 가뭄 등 환경적 요인이나 이에 파생되는 인구폭발, 내전 등으로 실향한 이들을 말한다. 그는 ‘환경 난민은 시급한 안보문제’라는 2005년 5월 논문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난민이 2억명에 달할 것”이라며 “이 시대 인류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어스 교수는 “난민은 환경 때문에 발생하지만 수많은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를 부를 수 있다”며 “바로 소요나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내전,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환경난민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주요 의제로 등장할 예정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의 난민 대책이 이번 주 고비를 맞는다. 난민 수용 방안을 둘러싸고 유럽 각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22일 EU 내무장관 회의, 23일 EU 정상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내년 난민 수용 규모를 8만 5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독일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은 “2017년 (난민 수용 규모로) 1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벤츠 회장, 현대차 ‘비전G’의 어떤 기술에 꽂혔나

    벤츠 회장, 현대차 ‘비전G’의 어떤 기술에 꽂혔나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회장이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현장에서 현대자동차 부스를 찾아 최신 기술을 직접 조작해 보고 돌아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체체 회장은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한 모터쇼 첫날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수행원들과 함께 현대자동차 부스를 직접 방문했다. 모터쇼 행사가 끝나기 직전인 오후 6시 30분쯤 부스를 찾은 체체 회장은 콘셉트차였던 ‘비전G’와 그에 적용된 ‘리모트 휠’ 기술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비전G는 현대차가 지난달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최초로 공개한 쿠페형(문이 두 개인 스포츠 세단 형태의 자동차) 콘셉트 자동차로 미래형 디자인과 함께 현대차가 개발 중인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체체 회장은 비전G의 운전석에 직접 앉아 ‘리모트 휠’ 기능을 직접 조작해 보고 이를 같이 간 임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리모트 휠은 현대차 중앙연구소 연구팀과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차 유럽기술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기술로 올해 국내 중앙연구소가 업그레이드해 비전G에 처음 적용했다. 리모트 휠은 운전자 오른쪽 중앙에 위치한 반구 모양의 햅틱(촉각기술) 터치패드로 운전자가 손동작을 통해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현대차는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최소화하면서 운전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이 기술을 2018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체 회장은 이와 함께 비전G의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에도 관심을 보이며 유심히 관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G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조작부)에는 곡면 와이드스크린 화면이 적용돼 차량 정보 및 주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체체 회장은 이번 모터쇼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기술이 신차 개발 속도를 빠르게 하는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면서 자동차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 사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독일서 외국인에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는?

    독일서 외국인에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독일의 관광명소는 테마파크인 유로파 파크였다. 독일관광청 한국사무소는 독일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뽑은 관광명소 1위로 유로파 파크가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디즈니랜드 성의 모티브로 유명한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쾰른 대성당이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이번 투표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전체 순위는 독일관광청 홈페이지( www.germany.travel/top10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인 ‘Deutschland TOP 100’을 설치하면 모든 톱 100 명소에 대한 설명과 가는 방법, 교통편 등 온갖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발’ 달린 뱀?...멸종 된줄 알았던 희귀종 포착

    ‘발’ 달린 뱀?...멸종 된줄 알았던 희귀종 포착

    멸종이 의심됐을 정도로 희귀한 ‘발 달린 뱀’의 살아있는 모습이 사상 최초로 아마추어 사진작가에 의해 촬영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사진은 네덜란드의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야생동물 사진작가 쇼어드 헤이너하우언(48)이 동물들의 대규모 이동을 촬영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지역을 방문했다가 촬영한 것이다. 사진을 상세히 살펴보면 이 동물은 뱀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 뱀과 달리 측면에 작은 ‘발’이 달려있으며 사실은 도마뱀의 일종에 속한다. 이렇게 발이 매우 짧거나 아예 없는 도마뱀들을 ‘스킹크’(Skink)라 일컫는다. 뱀의 보편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갈라진 혀가 아닌 한 가닥의 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쇼어드에 따르면 촬영 장소 안전을 담당하던 순찰대원 중 한 명이 도로 근처에서 이 도마뱀을 발견하고는 “인근에 서식하는 모든 뱀 종류를 알고 있지만 이 동물은 처음 본다, 독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말에 동물을 자세히 살핀 쇼어드는 이 ‘뱀’에게 작은 발처럼 생긴 부속물이 달린 것을 보고 그냥 뱀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해 향후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조사한 결과 그는 ‘웨스턴 서펜티폼’이라고 불리는 특정 스킹크에 대한 설명이 사진 속 동물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동물의 사진은 전혀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의아한 마음에 해당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흥분한 국내외 파충류학자들의 열성적인 질문을 받게 됐다. 그 중 하나였던 독일의 필립 바그너 박사는 이 사진이 웨스턴 서펜티폼 스킹크의 살아있는 모습을 찍은 유일한 사진이라고 알려 왔다. 웨스턴 서펜티폼 스킹크는 케냐, 잠비아, 탄자니아 등 국가에서 발견된 전례가 있으며 인간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고 곤충이나 거미를 주식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그너 박사에 따르면 이 스킹크는 생존해있는 모습이 기록된 사례가 없어 그동안 멸종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던 것으로 전한다. 그는 “그동안 이 도마뱀에 관련된 시각자료라고는 죽어있는 상태를 담은 것밖에는 없다”며 “이번 사진은 이 스킹크의 진정한 색상과 이동방식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매우 중대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쇼어드 헤이너하우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마포에서 들어 보는 ‘토정비결’ 이야기

    마포에서 들어 보는 ‘토정비결’ 이야기

    마포 강변에 토정(土亭)을 짓고 백성에게 곡식을 나눠 줘 토정이라는 호가 붙은 이지함이 마포구 용강동에 동상으로 부활했다.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이지함이 마포갈비의 고향인 용강동에 ‘토정 이지함 스토리텔링 거리’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16일 “마포갈비는 마포구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이지만 마포갈비의 원조인 용강동이 먹고 마시는 소비 위주의 동네가 돼서는 안 된다”며 “용강동 방문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먹을거리와 함께 이야깃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특화된 문화관광 자원이 필요했다”며 ‘토정 이지함 스토리텔링 거리’ 조성 사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용강동의 토정 이지함 스토리텔링 거리 조성 사업에는 모두 3억 73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용강동 토정로는 마포갈비, 마포주물럭 등을 파는 식당을 비롯해 상점 340여개가 밀집한 거리다. 토정비결은 운수를 점치는 책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희망을 심어 주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의 사언시구로 구성된 ‘조선시대의 자기계발서’로 평가된다. 이지함은 포천과 아산의 현감을 지냈으며 아산 현감으로 있을 때는 걸인청을 만들어 굶주린 백성을 구제했다. 박 구청장은 이지함이 ‘조선시대 경제철학자’라고 설명했다. 토정 이지함 거리에는 ‘운수대통, 토정로!’라는 주제로 이지함 동상, 관람객들이 이지함이 돼 소금을 나눠 줄 수 있는 조형물, 용강동을 상징하는 용의 동상 등이 세워졌다. 17일 이지함 동상 제막식과 함께 17~18일 이틀간 용강동 일대에서 제14회 마포음식문화축제가 열린다. 1970년 마포대교 준공과 함께 양념에 고기를 주물럭거린 주물럭과 갈비는 마포의 대표 음식으로 유명해졌다. 축제 기간에는 삼개공원에서 마포 대표 음식을 반값에 즐길 수 있으며 식당도 10% 싼 값에 음식을 판다. 박 구청장은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과 벨기에의 그랑플라스 광장은 요정 로렐라이와 오줌싸개 동상 같은 이야기가 없었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용강동도 토정 이지함의 이야기가 있는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청년’ 아펜젤러, 실천 중시한 신학교서 ‘도전의 싹’ 틔웠다

    ‘청년’ 아펜젤러, 실천 중시한 신학교서 ‘도전의 싹’ 틔웠다

    1885년 부활절에 언더우드와 같은 배를 타고 제물포에 도착한 미국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 낯선 한국 땅에서 평생 봉사했던 아펜젤러는 안타까운 죽음으로 더욱 회자되는 초기 선교사다. 44살의 나이에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배 밖으로 떨어진 한 소녀를 구하려다 실종됐으며 양화진 선교사 묘역에는 빈 무덤만 남아 있다. 첫 근대식 교육기관 배재학당의 전신인 영어학교를 연 데 이어 종로서점을 설치하고 독립협회를 창설한 아펜젤러.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새에덴교회 주관으로 초기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답사에 나선 일행이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카운티 매디슨시에서 만난 드루신학교에는 아펜젤러의 신학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프랭클린&마셜대를 졸업한 그가 감리교 목회를 준비하기 위해 1882년 들어간 학교. 펜실베이니아주의 수더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펜젤러는 원래 아버지를 따라 독일개혁교회에 다녔지만 프랭클린&마셜대 시절 한 부흥 집회에서 영적 회심을 체험한 뒤 감리교로 전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교의 뿌리라는 드루신학교는 학문적인 일보다 설교 같은 실천적인 일을 중시했던 학교로 꼽힌다. 학교 관계자들은 아펜젤러의 영향으로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고 전한다. 종교다원론자로 이름난 고 변선환 목사가 공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강을 했던 곳이다. 감리교 교인인 이희호 여사가 2000년 방문해 남긴 휘호도 걸려 있다. 아펜젤러는 1884년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열린 ‘신학교 간 선교사 연맹’(ISMA) 총회에 드루신학교 대표로 참석했으며 이때 언더우드와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펜젤러는 원래 일본 선교를 꿈꿨지만 친구가 조선에 가지 못하게 되자 선교지를 바꿨다. 같은 해인 1884년 한국으로 발령받아 이듬해 27세의 나이에 한국행을 결행했다. 한국에 와서도 정동제일교회, 인천내리교회를 개척해 감리교 교회 전통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학교 고문서도서관에는 아펜젤러가 입학할 때 쓴 자필 소개서와 한국 선교 때 쓴 편지를 비롯해 아펜젤러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문서들이 수북하게 보관돼 있다. 크리스토퍼 앤더스 고문서실장은 “아펜젤러의 글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역사가 미국에 알려졌고 아펜젤러의 한국 선교 이후 이 학교에서 많은 선교사가 배출돼 해외로 파견됐다”고 귀띔했다. 드루신학교를 떠나 일행이 다다른 곳은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제일감리교회. 아펜젤러가 독일개혁교단을 떠나 개인 복음 전도를 강조하는 감리교인이 된 뒤 다녔던 교회이다. 드루신학교 입학 전 이 교회에서 1년간 평신도 설교자로 봉사했다고 한다. 7년 전 개축하면서 아펜젤러 기념 채플을 들여 그의 선교 업적을 기리고 있다. 아펜젤러가 세운 정동제일교회에서 기증한 십자가가 채플에 걸려 있다. 아펜젤러의 발자취를 찾기 위한 한국 교인들의 방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펜젤러는 한국 선교 초창기 보고서를 이 교회에 보내왔는데 랭커스터 지역 신문에 그 내용이 실려 지역 주민들도 아펜젤러의 행적을 샅샅이 알았다고 한다. 이 교회 담임목사 조지프 디파올로는 “아펜젤러는 이 교회에서 뜨거운 체험을 전달하면서 가슴으로 믿는 신앙을 설교했다”며 “우리 교회에서 해외 선교에 가장 기여한 분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미국)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한국 전기차 배터리, 안방 獨서 종횡무진

    한국 전기차 배터리, 안방 獨서 종횡무진

    세계 완성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안방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가 자존심 경쟁을 벌이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영향력을 과시했다.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개최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난 조남성(왼쪽) 삼성SDI 사장과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오른쪽·사장)은 시장 확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은 “이번 모터쇼에서 아우디, 포르쉐 등 유럽업체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독일의 스포츠카 제조 업체인 포르쉐는 이번 모터쇼에서 자사 최초의 순수 전기차인 미션E를 공개했다. 권 사장은 이날 경쟁사인 삼성SDI의 부스를 방문해 전시된 제품들을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삼성SDI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유일하게 이번 모터쇼에 참가했다. 조 삼성SDI 사장은 “이번 모터쇼에서 출품된 219종의 신차 중 11개가 전기 배터리를 탑재한 전지차”라면서 “이 중 5개 이상의 차종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이는 전 세계 신차 중에서 5%를 차지한 전지차에 절반 이상의 배터리를 삼성SDI가 제공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8.8%, 5.7%의 점유율로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프랑크푸르트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서울광장 뒤흔든 세계 춤꾼들 “판타스틱 한국 알릴래요”

    서울광장 뒤흔든 세계 춤꾼들 “판타스틱 한국 알릴래요”

    “드라마에서 보던 서울에 우리가 와 있다니 와우! 너무 기뻐요. 서울이 어떠냐고요? 도시도 골목도 너무 아름답고요. 예쁜 여자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는 잘생긴 남자를 찾고 싶은데, 헤헤, 어디로 가야 하나요?”(홍콩 커버댄스팀 ‘하이힐’ 멤버 펑온이) 16일 오전 11시. 서울장터 행사가 진행되던 서울광장이 춤판으로 변신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2015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하려고 세계 10개국에서 몰려온 16개팀 80여명의 케이팝 커버댄스 춤꾼들이 쇼케이스 공연을 벌였다. ‘케이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은 한국 아이돌 가수를 동경하는 전 세계 팬들의 댄스대회로 2011년 이후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다. 커버댄스는 팬 코스프레의 일종으로 특정 가수들의 공연을 모방하는 것을 말한다. 첫 무대에 오른 일본 커버댄스 그룹 ‘퀴인’(QieeN)이 마마무의 ‘음오아예’와 미스A의 ‘다른 남자 말고 너’에 맞춰 멋진 무대를 선보이자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옹기종기 무대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어 필리핀 커버댄스팀 ‘샤이너즈’가 샤이니의 히트곡 메들리에 맞춰 춤을 추자 모여든 시민들도 스텝을 밟는다. 샤이니를 ‘존경’해 팀의 이름도 샤이너즈라고 지은 이들은 패션은 물론 머리 스타일, 무대 매너까지 샤이니를 그대로 베낀 듯한 느낌을 줬다. 이어 홍콩에서 온 ‘하이힐’이 레드 벨벳의 ‘해피니스’에 맞춰 몸을 흔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세계 70개국 1600여팀 중 선발된 만큼 실력은 아마추어를 뛰어넘는다. 무대를 감상하던 한 시민은 “멀리서 볼 때는 아이돌이 공연을 하는 줄 알았다”면서 “케이팝이 인기라고 하는 이야기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대회를 할 정도라니 놀랍다”고 말했다. 단순히 춤대회에 출연만 하고 가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 온 셰비척 죠이는 “케이팝을 좋아해 한국의 서울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이번 커버댄스 대회를 통해 꿈을 이뤘다”면서 “다음에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국을 방문해 골목골목을 다니며 진짜 한국 문화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서 온 펑온이는 “아마 여기 온 커버댄서들이 그 나라와 동네에선 좀 먹어주는 애들”이라면서 “김수현처럼 잘생긴 남자가 어디에 많은지를 파악해 홍콩에 가서 친구들에게 알려줄 것”이라며 웃었다. 케이팝으로 한국과 서울을 알게 된 이들이 이제 서울관광의 전도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행사를 마친 이들은 한류 스타들처럼 프로필 사진을 찍고, 댄스 강습도 받았다. 또 한양도성과 서울신청사, 남산 한옥마을 등을 돌며 자신들이 즐긴 서울의 관광명소를 소셜미디어와 팬카페 등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17일에는 광화문 일대와 청계광장에서 플래시몹도 진행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저 살아있어요’…멸종 추정 ‘발 달린 뱀’ 생생한 모습 포착

    ‘저 살아있어요’…멸종 추정 ‘발 달린 뱀’ 생생한 모습 포착

    멸종이 의심됐을 정도로 희귀한 ‘발 달린 뱀’의 살아있는 모습이 사상 최초로 아마추어 사진작가에 의해 촬영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사진은 네덜란드의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야생동물 사진작가 쇼어드 헤이너하우언(48)이 동물들의 대규모 이동을 촬영하기 위해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지역을 방문했다가 촬영한 것이다. 사진을 상세히 살펴보면 이 동물은 뱀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 뱀과 달리 측면에 작은 ‘발’이 달려있으며 사실은 도마뱀의 일종에 속한다. 이렇게 발이 매우 짧거나 아예 없는 도마뱀들을 ‘스킹크’(Skink)라 일컫는다. 뱀의 보편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갈라진 혀가 아닌 한 가닥의 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쇼어드에 따르면 촬영 장소 안전을 담당하던 순찰대원 중 한 명이 도로 근처에서 이 도마뱀을 발견하고는 “인근에 서식하는 모든 뱀 종류를 알고 있지만 이 동물은 처음 본다, 독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말에 동물을 자세히 살핀 쇼어드는 이 ‘뱀’에게 작은 발처럼 생긴 부속물이 달린 것을 보고 뱀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해 향후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조사한 결과 그는 ‘웨스턴 서펜티폼’이라고 불리는 특정 스킹크에 대한 설명이 사진 속 동물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동물의 사진은 전혀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의아한 마음에 해당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흥분한 국내외 파충류학자들의 열성적인 질문을 받게 됐다. 그 중 하나였던 독일의 필립 바그너 박사는 이 사진이 웨스턴 서펜티폼 스킹크의 살아있는 모습을 찍은 유일한 사진이라고 알려 왔다. 웨스턴 서펜티폼 스킹크는 케냐, 잠비아, 탄자니아 등 국가에서 발견된 전례가 있으며 인간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고 곤충이나 거미를 주식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그너 박사에 따르면 이 스킹크는 생존해있는 모습이 기록된 사례가 없어 그동안 멸종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던 것으로 전한다. 그는 “그동안 이 도마뱀에 관련된 시각자료라고는 죽어있는 상태를 담은 것밖에는 없다”며 “이번 사진은 이 스킹크의 진정한 색상과 이동방식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매우 중대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쇼어드 헤이너하우언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정동제일- 인천내리교회 개척... 바다 빠진 소녀 구하다 실종

    정동제일- 인천내리교회 개척... 바다 빠진 소녀 구하다 실종

    1885년 부활절에 언더우드와 같은 배를 타고 제물포에 도착한 미국 감리교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1858~1902). 낯선 한국 땅에서 평생 봉사했던 아펜젤러는 안타까운 죽음으로 더욱 회자되는 초기 선교사다. 44살의 나이에 전남 목포 앞바다에서 배 밖으로 떨어진 한 소녀를 구하려다 실종됐으며 양화진 선교사 묘역에는 빈 무덤만 남아 있다. 첫 근대식 교육기관 배재학당의 전신인 영어학교를 연 데 이어 종로서점을 설치하고 독립협회를 창설한 아펜젤러.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새에덴교회 주관으로 초기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답사에 나선 일행이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카운티 매디슨시에서 만난 드루신학교에는 아펜젤러의 신학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프랭클린&마셜대를 졸업한 그가 감리교 목회를 준비하기 위해 1882년 들어간 학교. 펜실베이니아주의 수더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펜젤러는 원래 아버지를 따라 독일개혁교회에 다녔지만 프랭클린&마셜대 시절 한 부흥 집회에서 영적 회심을 체험한 뒤 감리교로 전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교의 뿌리라는 드루신학교는 학문적인 일보다 설교 같은 실천적인 일을 중시했던 학교로 꼽힌다. 학교 관계자들은 아펜젤러의 영향으로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고 전한다. 종교다원론자로 이름난 고 변선환 목사가 공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강을 했던 곳이다. 감리교 교인인 이희호 여사가 2000년 방문해 남긴 휘호도 걸려 있다.  아펜젤러는 1884년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열린 ‘신학교 간 선교사 연맹’(ISMA) 총회에 드루신학교 대표로 참석했으며 이때 언더우드와도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펜젤러는 원래 일본 선교를 꿈꿨지만 친구가 조선에 가지 못하게 되자 선교지를 바꿨다. 같은 해인 1884년 한국으로 발령받아 이듬해 27세의 나이에 한국행을 결행했다. 한국에 와서도 정동제일교회, 인천내리교회를 개척해 감리교 교회 전통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학교 고문서도서관에는 아펜젤러가 입학할 때 쓴 자필 소개서와 한국 선교 때 쓴 편지를 비롯해 아펜젤러의 행적을 알 수 있는 문서들이 수북하게 보관돼 있다. 크리스토퍼 앤더스 고문서실장은 “아펜젤러의 글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역사가 미국에 알려졌고 아펜젤러의 한국 선교 이후 이 학교에서 많은 선교사가 배출돼 해외로 파견됐다”고 귀띔했다. 드루신학교를 떠나 일행이 다다른 곳은 펜실베이니아 랭커스터의 제일감리교회. 아펜젤러가 독일개혁교단을 떠나 개인 복음 전도를 강조하는 감리교인이 된 뒤 다녔던 교회이다. 드루신학교 입학 전 이 교회에서 1년간 평신도 설교자로 봉사했다고 한다. 7년 전 개축하면서 아펜젤러 기념 채플을 들여 그의 선교 업적을 기리고 있다. 아펜젤러가 세운 정동제일교회에서 기증한 십자가가 채플에 걸려 있다. 아펜젤러의 발자취를 찾기 위한 한국 교인들의 방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펜젤러는 한국 선교 초창기 보고서를 이 교회에 보내왔는데 랭커스터 지역 신문에 그 내용이 실려 지역 주민들도 아펜젤러의 행적을 샅샅이 알았다고 한다. 이 교회 담임목사 조지프 디파올로는 “아펜젤러는 이 교회에서 뜨거운 체험을 전달하면서 가슴으로 믿는 신앙을 설교했다”며 “우리 교회에서 해외 선교에 가장 기여한 분으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뉴저지·펜실베이니아(미국) 글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무한도전(MBC 토요일 오후 6시 20분) 해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배달하는 ‘배달의 무도’ 네 번째 이야기. 지난 방송에서 일본으로 간 하하는 유재석과 함께 우토로 마을을 방문해 마을 사람들과 1세대 할머니와의 만남을 가진 후 특별한 밥상을 선물했다. 이번에는 일본 하시마섬을 찾는다. 하시마섬은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세계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을 해야 했던 섬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던 곳인데…. 한편 유럽 대륙을 담당한 정형돈과 황광희가 독일을 찾는 모습도 공개된다. ■오 마이 베이비(SBS 토요일 오후 5시) 리키김 가족이 할머니를 만나러 하와이로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들은 하와이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머나먼 여정을 견뎌야 한다. 1년 새 훌쩍 자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할머니를 찾아 떠난 리키김과 태남매의 유쾌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전한다. ■역사저널 그날(KBS1 일요일 밤 10시 35분) 대제국의 기틀을 세운 광개토대왕은 만주 벌판을 시작으로 송화강, 그리고 한강까지 광활한 영토를 거침없이 내달렸다. 그가 꿈꾸던 고구려는 어떤 모습일까. 단순한 영토 확보가 아닌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진 정벌. 정복 활동에 가려진 고구려 경영 군주 광개토대왕의 면모를 낱낱이 알아본다.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16] 실학자가 묘사한 파이프오르간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16] 실학자가 묘사한 파이프오르간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의 한 사람인 담헌 홍대용(1731~1783)은 문학과 철학은 물론 자연과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다. 당시 서양 문명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진보적 지식인 사회에서는 일종의 시대정신이기도 했다. 담헌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특히 서양음악의 한국 전래 역사에서 그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거문고의 명인이었다는 담헌은 북경의 남천주교당에서 파이프오르간과 마주친다. 그는 이 새로운 악기와 만난 경험을 ‘을병연행록’(乙丙燕行錄)에 꼼꼼하게 적어 놓았다. 1765년(을유년)과 1766년(병술년)까지 숙부 홍억의 자제군관으로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머니를 위해 한글로 쓴 기행문이다. 담헌이 오늘날에는 선무문천주당이라고도 불리는 남천주교당을 찾은 것은 1766년 1월 9일이다. 독일계 선교사 유송령(劉松齡·Augustinus von Halberstein)과 포우관(鮑友官·Antonius Gogeisl)이 일행을 영접했다. 담헌은 성당 곳곳을 둘러보다가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곳에 당도한다. 파이프오르간을 처음 만난 순간이다. ‘남쪽으로 벽을 의지하여 높은 누각을 만들고 난간 안으로 기이한 악기를 벌였으니, 서양국 사람이 만든 것으로 천주에게 제사할 때 연주하는 풍류였다. 올라가 보기를 청하자 유송령이 매우 지탄(指彈)하다가 여러 차례 청한 뒤에야 열쇠를 가져오라고 하여 문을 열었다.’ ‘풍류’란 곧 파이프오르간이다. 분위기를 짐작해보면 유송령은 파이프오르간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이 그리 탐탁치는 않았던 듯 하다. 홍대용은 그런 유송령을 귀찮을 정도로 졸랐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유송령은 연주를 듣기를 청하는 담헌에게 연주자가 병이 들었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그래도 연주대로 일행을 인도해 소리를 들려주었다. ‘틀 밖으로 조그만 말뚝 같은 두어 치의 네모진 나무가 줄줄이 구멍에 꽃혔거늘, 유송령이 그 말뚝을 눌렀다. 위층의 동쪽 첫 말뚝을 누르니, 홀연히 한결같은 저소리가 다락 위에 가득하였다. 웅장한 가운데 극히 정제되고 부드러우며 심원한 가운데 극히 맑은 소리가 나니….’ ‘조그만 말뚝 같은 두어 치의 네모진 나무’란 곧 건반을 말한다. 파이프오르간은 보통 2단의 손건반과 발건반(페달)을 갖추고 있는데, 유송령은 처음 낮은 음의 건반을 짚었던 듯 하다. ‘말뚝을 누르니 그 소리가 손을 따라 그치고 그 다음 말뚝을 누르니 처음 소리에 비하면 적이 작고 높았다. 차차 눌러 아래층 서쪽에 이르자 극진히 가늘고 높았다.…대개 생황 제도를 근본으로 하여 천하에 다양한 음률을 갖추었으니, 이는 고금에 희한한 제작이다’ 많은 금속제 관으로 이루어진 파이프오르간을 보면서 생황을 떠올린 것이다. 여러 개의 대나무관으로 이루어진 생황은 입으로 부는 악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중요하게 쓰여졌다. 서양의 팬파이프(panpipe)나 팬플루트(panflute)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입으로 부는 오르간((mouth organ)이라고도 부르니 오르간과 생황을 연결시킨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담헌도 건반을 눌렀다. 그는 ‘그 말뚝을 두어 번 오르내린 뒤 우리나라 풍류 잡는 법을 따라 짚으니 거의 곡조를 이룰 듯하여 유송령이 듣고 희미하게 웃었다.’고 했다. 처음 접한 파이프오르간으로 우리 곡조를 만들어보려 했던 것이다. 건반의 원리를 깨닫고 나서는 제법 멜로디를 인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짚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날 남천주교당 방문에는 역관 홍명복과 관상감의 이덕성 등도 동행했다. 파이프오르간을 접한 조선 사람이 담헌 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담헌은 ‘여럿이 다투어 짚어 반나절이나 지난 후’라고 했으니 이 악기에 대한 관심은 동행인들도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남천주교당은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의 족적이 깊은 곳이다. 병자호란 이후 북경에 볼모로 잡혀있던 소현세자는 남천주교당으로 마테오 리치를 자주 방문하기도 했다. 아마도 소현세자 역시 파이프오르간을 보았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조선 사람으로 파이프오르간을 처음 접한 공로는 담헌이 독차지하고 있으니 기록을 남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새로운 서양 과학문명을 탐구하는 담헌의 자세는 매우 진지하다. 그는 파이프오르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꼼꼼하게 살펴본 뒤 이 악기가 소리를 내는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이 악기 제도는 바람을 빌려 소리를 나게 하는데, 바람을 빌리는 법은 풀무와 한가지다.…바깥 바람을 틀 안에 가득히 넣은 뒤 자루를 놓아 바람을 밀면 들어오던 구멍이 절로 막히고 통 밑을 향하여 맹렬히 밀어댄다. 통 밑에 비록 각각 구멍이 있으나 또한 조그만 더데를 만들어 단단히 막은 까닭에 말뚝을 누르면 틀 안에 고동을 당겨 구멍이 열린 뒤 바람이 통하여 소리를 이룬다. 소리의 청탁고저는 각각 통의 대소장단을 따라 음률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유송령도 담헌의 설명을 듣고는 ‘옳은 말씀’이라고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홍대용의 파이프오르간 조우기(記)는 그저 신기하고 새로운 악기에 대한 유람객의 시선에 머물지 않는다. 악기의 원리에 대한 자연과학적 의문까지 모두 풀어낼 만큼 철저하다. 오늘날에도 파이프오르간의 원리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시리즈 전체보기
  • [사설] 일본은 유엔 수장 충고 새겨들으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데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이 항의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반 총장이 자신들의 재고 요청을 거절하고 열병식 참석을 강행하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 측은 중립기구인 유엔의 수장이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특정 국가의 행사에 참석한 것은 유엔 정신에 어긋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있다. 패전 당사국의 불편한 심정을 이해한다 해도 지나친 논리 확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참혹한 침략전쟁의 도발국으로서 자중하는 게 마땅하다. 때마침 반 총장이 단호하고도 준엄하게 일본을 꾸짖었다. 반 총장은 중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이나 유엔은 중립기구가 될 수 없다”면서 “유엔은 공정·공평한 기구”라고 강조했다. 끔찍한 잘못을 보게 된다면 비판,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공정·공평한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라는 생각도 밝혔다. 반 총장은 “역사로부터 정확하게 배우지 않는다면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역사로부터 배우고, 더욱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를 망각하는 일본을 염두에 둔 표현임은 물론이다. 우리는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유엔 수장의 대일(對日) 충고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엔이 어떤 계기로 창설됐는가. 바로 일본 등의 침략전쟁으로 인류가 참혹한 비극에 휘말렸고, 그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 유엔을 구성한 것이다. 일본과 독일 등의 끔찍한 잔혹 행위와 전쟁으로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일본은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 등에서 얼마나 많은 꽃다운 청춘들이 일본의 총부리에 위협당하며 전쟁터로 끌려나가 희생됐는가 말이다. 그런 과거를 외면하고, 애먼 유엔만 탓해선 안 된다.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북아시아 평화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일본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본의 침략전쟁 과오를 꾸짖으면서도 동북아의 미래를 위해 한·중·일 정상회담의 재개에 합의했다. 전쟁 피해 당사국이면서도 의연하게 침략국 일본을 끌어안은 것이다. 이는 세계평화를 기치로 내건 유엔 정신과도 부합한다. 이제라도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라”는 반 총장의 충고를 새겨듣고, “충분히 사죄했다”는 오만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역사에서 배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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