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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선 가족, 한국에 오니 남남…‘동성 부부’로 산다는 것은

    독일선 가족, 한국에 오니 남남…‘동성 부부’로 산다는 것은

    동성·동거 부부, 비혼 공동체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대안 가족들도 진짜 가족이죠엄마와 아빠, 그리고 행복한 아이들. 한국에서 ‘가족’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나 최근 남과 여, 혈연관계 등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가족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가 확산하고 있다. 동거 부부, 비혼 공동체, 동성 부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기란 녹록지 않다. 특히 동성 부부는 대안 가족 중에서도 가장 공격받는 대상이다. ‘동성애’라는 말만 나와도 ‘동성애=에이즈’, ‘출산율 저하의 원흉’ 등 가짜뉴스에 기반해 손가락질한다. 과연 동성 부부는 이런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서울신문 취재진은 이미 동성혼이 합법화된 독일에서 ‘동성 부부’로 지내다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사는 레즈비언 김나리(37)씨를 만나 그 커플이 사는 이야기를 들어 봤다.미디어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한 김나리씨는 한국에서 ‘여성 커플’로 살고 있다. 파트너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이달로 4년 6개월 됐다. 독일에서 영화 편집학을 전공하고 편집 감독으로 일하던 김씨는 유학생이던 파트너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2014년 8월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에 따라 법적 동반자로 인정받고 공식적 부부 생활을 했다. 부부는 지난해 2월 김씨가 한국에서 일하기로 결정하면서 함께 귀국했다. 독일에서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았던 이들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서류상 남남이 됐다. 김씨는 국내 정착을 위해 여러 서류작업을 하면서 생각보다 큰 양국의 인식·제도 차 앞에서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부터 정책까지 동성 부부 등 가족의 다양성을 대하는 양국의 온도 차가 너무 컸다”면서 “독일도 천국은 아니지만 한국은 아직도 이뤄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고 입을 뗐다. 김씨가 동성 부부의 삶을 결심한 것은 아이 때문이었다. 굳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라도 아이를 키우려고 마음먹었던 김씨는 지금의 파트너를 만난 뒤 “둘이 함께 키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지려고 정자 제공자를 알아보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유산이 반복돼 실의에 빠졌던 김씨에게 파트너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결혼을 한 데는 현실적 이유도 보태졌다. 김씨가 살던 공유주택(셰어하우스)에서는 가족이 아닌 사람과 같이 살면 집주인에게 수수료를 내야 했지만, 가족은 면제해 줬다. 김씨와 파트너는 동반자 등록을 통해 집세를 줄일 수 있었고, 부양가족으로 인정돼 감세 혜택도 받았다. 김씨는 “결혼식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회고했다. 김씨 커플이 부부의 연을 맺은 2014년에는 독일에도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생활동반자’라는 이름으로 부부처럼 살 수 있었다. 다만 독일에선 모든 커플이 구청에서 결혼식을 해야만 한다. 둘 다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부터 출생증명서, 미혼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고 독일에서 공증해 독일 구청에 제출했다. 구청은 서류를 검토하고 결혼식 날짜를 예약해 줬다. 그리고 8월 6일 오전 9시, 대망의 결혼식이 열렸다. 그는 “결혼 전날 너무 설레 꽃집이 문을 닫기 전에 둘이 가서 서로의 화환을 만들어 줬다”며 웃었다. 유학생이라 현지에 친구가 많지 않았던 파트너를 배려해 단둘만의 식으로 치렀다. 식에는 주례자와 증인으로 구청 직원이 참석했다. 그날부터 이들의 독일 가족증명서에는 ‘기등록 파트너십’이라고 표기됐다. 가족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16년 동안 살았던 독일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건 지난해 2월이었다. 독일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던 김씨는 한국 뉴미디어 매체 ‘닷페이스’와 연이 닿아 종종 함께 작업하다 한국행을 결심했다. 사회 소수자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이 매체의 동료들은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었다. 김씨는 “닷페이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한국도 살 만한 사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그는 “그간 독일에서 작업했던 예술 영상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더 많은 사람과의 접점이 있는 영상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사소하게는 통신서비스 가족결합상품에서도 제외됐다. 또 국가에서 가족 단위에 제공하는 주거·보건 등 어떤 정책도 김씨 부부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부부로 여기고 함께 살지만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공문서만 봐서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동성 부부를 바라보는 독일과 한국 사회의 시선은 매우 달랐다. 김씨는 “한국에선 내가 ‘결혼한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곧장 ‘한국은 동성 결혼이 안 돼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에선 2017년 동성혼이 법제화됐을 때, 청장년층의 반응은 ‘독일이 아직도 안 됐었어?’라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동성애에 쏟아지는 오해와 비난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뗐다. 김씨는 “한국에선 많은 정치인이 기독교인이고, 장로가 되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가 있어 기독교인이 주요 집단인데 그들이 나서서 혐오를 조장하니 영향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그도 어렸을 땐 교회에 다녔다. 김씨는 “아버지가 장로, 사촌오빠가 목사였는데 결국 연락을 안 하게 됐다”면서 “기독교가 사랑을 전파하는 존재가 아니라 약자와 싸우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에 걸리는 게 아니라는 증명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동성애와 에이즈를 동일화하는 생각이 만연한데, 그런 오해가 사라졌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씨에게 국내 성소수자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런데 “성소수자만을 위한 정책을 바라지 않게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외국에서 살다 한국을 경험해 보니 한국은 기본적으로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문제, 경비원 등과 같은 직종에 대한 처우 등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꼬집었다. 이어 “표준가족의 모습으로 정형화된 4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는 모든 ‘진짜 가족’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사회 약자나 소수자 전반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부양의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꼽았다. 김씨는 “파트너가 자궁이 약한데 만약 수술해야 한다면 수술비를 내는 것도 보호를 하는 것도 나지만, 수술동의서에 서명조차 못하는 등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파트너가 아플 때 아무것도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사회가 대안 가족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들에겐 ‘빈곤’ 문제가 수반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미 한국에도 동성 부부를 비롯한 대안 가족이 많아졌는데, 그들이 지출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족을 이루고 살면서도 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등 정부의 주거 정책에선 소외되고 동시에 각각 미혼으로 세금, 개인 대출, 보험금 등을 감당하면서 살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비정상 가족’이 ‘정상 가족’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김씨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동성 부부도 얼마든지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항변했다. 독일에서 김씨가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 것도 그곳 마을에 사는 동성 부부들이 훌륭하게 아이를 키워 내는 모습을 본 까닭이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대안 가족들도 진짜 가족이죠

    대안 가족들도 진짜 가족이죠

    동성·동거 부부, 비혼 공동체…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엄마와 아빠, 그리고 행복한 아이들. 한국에서 ‘가족’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나 최근 남과 여, 혈연관계 등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가족을 벗어난 새로운 형태가 확산하고 있다. 동거 부부, 비혼 공동체, 동성 부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기란 녹록지 않다. 특히 동성 부부는 대안 가족 중에서도 가장 공격받는 대상이다. ‘동성애’라는 말만 나와도 ‘동성애=에이즈’, ‘출산율 저하의 원흉’ 등 가짜뉴스에 기반해 손가락질한다. 과연 동성 부부는 이런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서울신문 취재진은 이미 동성혼이 합법화된 독일에서 ‘동성 부부’로 지내다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사는 레즈비언 김나리(37)씨를 만나 그 커플이 사는 이야기를 들어 봤다.미디어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한 김나리씨는 한국에서 ‘여성 커플’로 살고 있다. 파트너와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이달로 4년 6개월 됐다. 독일에서 영화 편집학을 전공하고 편집 감독으로 일하던 김씨는 유학생이던 파트너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들은 2014년 8월 독일의 ‘생활동반자법’에 따라 법적 동반자로 인정받고 공식적 부부 생활을 했다. 부부는 지난해 2월 김씨가 한국에서 일하기로 결정하면서 함께 귀국했다. 독일에서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았던 이들은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서류상 남남이 됐다. 김씨는 국내 정착을 위해 여러 서류작업을 하면서 생각보다 큰 양국의 인식·제도 차 앞에서 ‘충격과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부터 정책까지 동성 부부 등 가족의 다양성을 대하는 양국의 온도 차가 너무 컸다”면서 “독일도 천국은 아니지만 한국은 아직도 이뤄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였다”고 입을 뗐다. 김씨가 동성 부부의 삶을 결심한 것은 아이 때문이었다. 굳이 결혼하지 않고 혼자라도 아이를 키우려고 마음먹었던 김씨는 지금의 파트너를 만난 뒤 “둘이 함께 키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지려고 정자 제공자를 알아보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유산이 반복돼 실의에 빠졌던 김씨에게 파트너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결혼을 한 데는 현실적 이유도 보태졌다. 김씨가 살던 공유주택(셰어하우스)에서는 가족이 아닌 사람과 같이 살면 집주인에게 수수료를 내야 했지만, 가족은 면제해 줬다. 김씨와 파트너는 동반자 등록을 통해 집세를 줄일 수 있었고, 부양가족으로 인정돼 감세 혜택도 받았다. 김씨는 “결혼식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회고했다. 김씨 커플이 부부의 연을 맺은 2014년에는 독일에도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생활동반자’라는 이름으로 부부처럼 살 수 있었다. 다만 독일에선 모든 커플이 구청에서 결혼식을 해야만 한다. 둘 다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부터 출생증명서, 미혼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발급받고 독일에서 공증해 독일 구청에 제출했다. 구청은 서류를 검토하고 결혼식 날짜를 예약해 줬다. 그리고 8월 6일 오전 9시, 대망의 결혼식이 열렸다. 그는 “결혼 전날 너무 설레 꽃집이 문을 닫기 전에 둘이 가서 서로의 화환을 만들어 줬다”며 웃었다. 유학생이라 현지에 친구가 많지 않았던 파트너를 배려해 단둘만의 식으로 치렀다. 식에는 주례자와 증인으로 구청 직원이 참석했다. 그날부터 이들의 독일 가족증명서에는 ‘기등록 파트너십’이라고 표기됐다. 가족으로 인정해 준다는 의미다. 16년 동안 살았던 독일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건 지난해 2월이었다. 독일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던 김씨는 한국 뉴미디어 매체 ‘닷페이스’와 연이 닿아 종종 함께 작업하다 한국행을 결심했다. 사회 소수자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이 매체의 동료들은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었다. 김씨는 “닷페이스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한국도 살 만한 사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그는 “그간 독일에서 작업했던 예술 영상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더 많은 사람과의 접점이 있는 영상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사소하게는 통신서비스 가족결합상품에서도 제외됐다. 또 국가에서 가족 단위에 제공하는 주거·보건 등 어떤 정책도 김씨 부부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부부로 여기고 함께 살지만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공문서만 봐서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동성 부부를 바라보는 독일과 한국 사회의 시선은 매우 달랐다. 김씨는 “한국에선 내가 ‘결혼한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곧장 ‘한국은 동성 결혼이 안 돼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에선 2017년 동성혼이 법제화됐을 때, 청장년층의 반응은 ‘독일이 아직도 안 됐었어?’라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동성애에 쏟아지는 오해와 비난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뗐다. 김씨는 “한국에선 많은 정치인이 기독교인이고, 장로가 되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가 있어 기독교인이 주요 집단인데 그들이 나서서 혐오를 조장하니 영향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그도 어렸을 땐 교회에 다녔다. 김씨는 “아버지가 장로, 사촌오빠가 목사였는데 결국 연락을 안 하게 됐다”면서 “기독교가 사랑을 전파하는 존재가 아니라 약자와 싸우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에 걸리는 게 아니라는 증명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동성애와 에이즈를 동일화하는 생각이 만연한데, 그런 오해가 사라졌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씨에게 국내 성소수자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물었다. 그런데 “성소수자만을 위한 정책을 바라지 않게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외국에서 살다 한국을 경험해 보니 한국은 기본적으로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문제, 경비원 등과 같은 직종에 대한 처우 등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꼬집었다. 이어 “표준가족의 모습으로 정형화된 4인 가족 형태를 벗어나는 모든 ‘진짜 가족’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뿐 아니라 사회 약자나 소수자 전반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부양의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꼽았다. 김씨는 “파트너가 자궁이 약한데 만약 수술해야 한다면 수술비를 내는 것도 보호를 하는 것도 나지만, 수술동의서에 서명조차 못하는 등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파트너가 아플 때 아무것도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사회가 대안 가족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그들에겐 ‘빈곤’ 문제가 수반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미 한국에도 동성 부부를 비롯한 대안 가족이 많아졌는데, 그들이 지출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족을 이루고 살면서도 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등 정부의 주거 정책에선 소외되고 동시에 각각 미혼으로 세금, 개인 대출, 보험금 등을 감당하면서 살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비정상 가족’이 ‘정상 가족’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김씨는 정부의 저출산 정책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동성 부부도 얼마든지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항변했다. 독일에서 김씨가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 것도 그곳 마을에 사는 동성 부부들이 훌륭하게 아이를 키워 내는 모습을 본 까닭이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이렇게나 다른 사랑의 모양들… 밸런타인 데이, 달콤 쌉싸름한 사랑 영화 어때요

    이렇게나 다른 사랑의 모양들… 밸런타인 데이, 달콤 쌉싸름한 사랑 영화 어때요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달콤 쌉싸름한 사랑 영화는 어떨까. 시간이 지나도 끝내 잊지 못하는 사랑, 힘든 시간 끝에 서로를 알아보게 된 사랑, 섬뜩한 현실 속에서도 지켜내야 하는 사랑. 사랑의 모양이 각기 다른만큼 작품이 전하는 여운 역시 다채롭다. 영화 ‘콜드 워’는 냉전 시대, 사랑만이 전부였던 줄라(요안나 쿨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가 나눈 뜨거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1949년부터 1964년까지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두 사람이 나눈 사랑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도시 빈민가 출신인 줄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폴란드 민속음악단에 입단한다. 음악단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빅토르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다. 줄라가 정치적 사상을 의심받는 빅토르에 대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빅토르에게 고백하자, 빅토르는 폴란드를 떠나자고 제안한다.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선 줄라는 빅토르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을 쉽게 갈라놓지 않는다. 작품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궁금해하는 오래된 질문, ‘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콜드 워’는 ‘이다’(2015)로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의 신작이다.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은 폴란드 발레단 무용수 출신의 어머니와 의사였던 아버지의 복잡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사랑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살면서 많은 것을 보았지만 부모님의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다”고. 극적인 사건이 없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지 10년에 걸쳐 숙고한 끝에 이번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4:3 비율의 흑백 화면에 담긴 영상과 영화에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은 슬프고도 강렬한 두 사람의 사랑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는 24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 ‘아이스’는 지난해 러시아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오프닝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한 올레그 트로핌 감독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작품은 어린 시절 구부정한 몸, 휜 다리 등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해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된 나디아(아글라야 타라소바)의 꿈을 향한 도전과 좌절, 그 과정에서 마주한 사랑을 이야기한다.최고 권위의 피겨스케이팅 대회인 아이스컵 진출을 앞두고 심각한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나디아는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브)를 재활 파트너로 만나게 된다. 삶의 의지를 잃은 나디아는 긍정 에너지로 충만한 사샤를 보며 서서히 몸과 마음 상태를 회복하게 되고, 다시 아이스컵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등장 인물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나 실제 아이스쇼를 보는 듯한 경기 장면은 이 영화의 볼거리다. 뮤지컬을 보는 듯 다양한 노래가 장면 곳곳에 어우러져 듣는 재미도 살렸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험악한 꿈’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가벼운 로맨스물은 아니다. 캐나다의 작은 농촌에 이사 온 소녀 케이시(소피 넬리스)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소년 조나스(조쉬 위긴스)가 케이시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관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던 중 그의 트럭에서 100만 달러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조나스는 케이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스스로 케이시를 지키기로 한다. 고향과 가족의 곁을 떠나는 큰 결심을 할 만큼 케이시에 대한 마음이 커진 까닭이다. 케이시는 폭력적인 자신의 아버지가 조나스에게 보복할 것이 두려운데다 자신 역시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조나스와 동행한다. 두 사람은 막상 집을 떠나긴 했지만 생각보다 차가운 현실을 피부로 느낄 때마다 불안함에 휩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온다. 나단 몰랜도 감독은 “아직 10대인 소년과 소녀가 어른들이 주도하는 세상에 발을 딛는 모습을 보며 사랑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이러한 고난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광활한 캐나다 온타리오를 배경으로 소년과 소녀의 복잡다단한 삶을 감성적이면서 강렬하게 그려냈다. 제6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후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리젠테이션 부문에도 초청된 작품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희생자가 된 가해자 ‘기억’들로 고발하다

    희생자가 된 가해자 ‘기억’들로 고발하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 태생의 유대인 철학사상가 한나 아렌트(1906~1975). 그는 단지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른바 ‘집합적 유죄’에 단호히 반대했다. 대신 개개인의 죄의 유무는 속한 집단이 아니라 인간 개인이 저지른 일의 내용과 결과에 따라 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식민주의 집단학살, 홀로코스트, 인종청소, 조직적 성폭력 같은 반인륜적 범죄의 단죄와 처벌은 가해자들에게만 해당될까. 그 후손인 전후 세대는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반인륜적 범죄와 관련해 가장 큰 모순은 가해자와 희생자의 뒤바뀜, 혹은 뒤섞임이다. 특히 가해자와 공범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기 일쑤다. 역사의 영역에서 그런 모순은 문서 기록을 근거로 산 자가 죽은 자를 심문하고 재단하는 실증주의 탓에 발생한다. 그 방법론에 대한 회의와 개선의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기억 연구’다. 과거에 벌어진 복잡한 양상을 추적하려면 기억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대안이다.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도 ‘기억 연구’ 쪽을 택하고 있다. 그 지론은 이렇다. ‘전후 세대들은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 책임은 없다. 하지만 과거사를 끄집어내 성찰하고 또 그 성찰의 기억을 지키고 끊임없이 재고해야 할 책임은 전후 세대에게 있다.’과거사 단죄 차원에서 가장 두드러진 가해자, 희생자의 전복 사례는 오스트리아에서 찾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스스로를 히틀러의 첫 번째 희생자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히틀러 군대에 복무한 자국 병사들은 의무를 다했다거나 심지어 영웅적이었다고 말한다. 반면 히틀러 군대에서 탈영한 병사들은 전우를 버린 배반자로 몰아 댄다. 하지만 각종 통계는 인구 비율상 오스트리아인들이 독일인들보다 더 적극적인 히틀러 협력자였음을 증거한다. 폴란드도 마찬가지다. 나치 점령기 폴란드에선 숨어 있는 유대인을 밀고하거나 사냥하듯 잡으러 다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폴란드인이 홀로코스트 공범자였다는 사실은 ‘희생자 민족’이라는 역사적 이미지에 철저히 가려진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점은 민족, 국가에 한정된 ‘민족주의 기억’을 탈영토화하고 유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개별적인 과거사 반성은 이제 기억의 공유와 연대 쪽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사의 단죄와 해결에서 실증적 사실보다 기억과 증언을 중시하게 된 첫 사례는 1961년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 재판이다.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이히만 재판을 지켜본 연구자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에 주목했고, 이를 계기로 홀로코스트 연구는 문서 자료에서 생존자 증언으로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기억 공유와 연대의 대표적 사례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쪽 작은 도시 글렌데일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다. 가주한미포럼은 그해 7월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앞에 동상을 세우고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촉구했다. 한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소도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선 까닭은 무엇일까. 사정은 이렇다. 주민의 40%가 아르메니아계로 알려진 글렌데일에는 해외에서 가장 큰 아르메니아인 공동체가 있다. 그 아르메니아인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오스만제국으로부터 집단학살을 당한 ‘기억’이 있다. 저자는 이를 놓고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의 기억이 글렌데일 아르메니아인들로 하여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 사례에 얹은 저자의 질문이 의미심장하다. ‘베트남 전쟁에서 벌어진 한국군의 잔학 행위엔 책임이 없다면서 왜 1945년 이후 태어난 일본의 전후 세대에게는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 끝난 일본 제국주의의 잔학한 통치에 대한 책임을 묻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까. 저자 자신도 밝혔듯이 딱부러진 건 없다. 하지만 ‘곤혹스러운 과거 앞에 당당한 사람보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더 건강한게 아닌가’라는 답을 던진다. “기억은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억지로 아침형 인간 되려다 골병 듭니다

    [달콤한 사이언스] 억지로 아침형 인간 되려다 골병 듭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라는 격언처럼 한 때 아침형 인간이 되야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류의 자기개발서와 방송이 넘쳐났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일찍 일어나는 새는 독수리나 부엉이에게 잡아먹힌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는 식의 패러디가 등장하는 등 아침형 인간의 열풍이 예전 같지는 않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유럽 연구진이 사람의 생체시계는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가는 자칫 병원신세를 질 수도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영국 엑스터대 의대 왕립 데본앤엑스터병원, 브리스톨대 의대, 맨체스터대 의학및보건대,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펜실베니아대 의대, 하버드대 의대, 바이오벤처 23andMe, 네덜란드 e사이언스센터, 에라스무스의대, 독일 사노피-아벤티스 연구소, 호주 퀸스랜드대 공동연구팀이 인체 내 생체시계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지문처럼 신체활동 패턴이 모두 다르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생체시계에 맞춰서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월 30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특히 생체시계는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의 위험성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체시계는 유전자와 식습관, 인공 조명에 대한 노출, 직업과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양식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호르몬 수치와 체온 등 다양한 생체신호와 수면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생체시계의 발견은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업적으로 선정될 정도로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연구되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까지 생체시계 교란이 당뇨나 비만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는 알려져 왔지만 정신질환과의 연관성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미국 바이오벤처인 23andMe를 통해 확보한 25만명의 미국인과 영국 바이오뱅크에 저장된 45만명의 게놈 정보와 건강데이터 분석과 설문조사를 1차적으로 실시했다. 그 다음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무작위로 8만 5000명을 선정해 손목형 활동 추적기로 깨어있고 잠드는 시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게놈은 최소 24개에서 351개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유전자의 차이에 따라 기상시간이 25~30분 가량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을 나누는 것은 뇌가 외부 빛 신호에 반응하는 방식과 내부 생체 시계의 기능을 동조화시키는 게놈의 차이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마이클 위든 영국 엑스터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생체시계를 가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다름 아닌 유전자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위든 교수는 이어 “신체시계 유전자 조절을 통해 조현병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고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뿐만 아니라 생체시계가 교란된 사람에게 사전에 개입해 정신건강의 악화를 막을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싸고 친환경적인 과산화수소 생산 기술 개발

    싸고 친환경적인 과산화수소 생산 기술 개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다양한 산업에 활용도가 높은 과산화수소(H₂O₂)를 친환경적이고 값싸게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7일 UNIST에 따르면 교수팀은 전기를 이용해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전환할 수 있는 ‘고성능 탄소 촉매’를 개발했다. 과산화수소는 무취, 무색투명하고 강한 산성을 띠는 액상 화합물이다. 제지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화합합성 분야에 널리 쓰인다. 그러나 기존에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데다 고압의 수소와 귀금속 촉매를 활용하는 공정 탓에 생산단가가 높았다. 그 과정에서 유기 폐기물이 다량 생성돼 환경오염도 유발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전기화학적 변환’이 꼽힌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공기 중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산소를 환원시켜 선택적으로 과산화수소로 전환하는 반응을 촉진하는 저렴한 촉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 교수팀은 나노 다공성 물질의 구멍 내부에서 탄소 원자를 흑연 결정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고안했다. 구멍 속에서 성장한 탄소 원자는 수직으로 층을 이루는데, 이때 에지(Edge·가장자리) 수가 현저히 증가한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에지 수가 늘어난 탄소 촉매는 에지가 거의 없는 탄소 나노튜브(CNT)보다 약 28배 높은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보였다. 또 안정성도 우수해 16시간 연속 구동하면서 상당한 양의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반응수를 생산했다. 주 교수는 “고성능 탄소 촉매로 얻은 반응수는 추가로 분리하거나 농축하지 않고 표백이나 폐수 처리 등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면서 “새로운 탄소 촉매를 전기적 과산화수소 산업으로 응용할 앞으로가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독일의 화학분야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지난 21일 실렸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최우수 논문에 해당하는 ‘VIP’(Very Important Paper)에 선정됐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7년째 해외연수 포기한 농촌 지방의원들

    7년째 해외연수 포기한 농촌 지방의원들

    해외연수 도중 발생한 경북 예천군의회의 가이드폭행으로 지방의원 해외연수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관광 일정과 짜깁기 보고서 등 부실투성이 연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자 해외연수를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해외연수를 계획했던 전국 상당수 지방의회는 예천군의회의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며 연수를 보류하는 등 눈치보기 모드에 돌입했다. 그런데 해외연수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의원들도 있다. 수년째 해외연수를 진행하지 않은 의원들이다.충북 옥천군의회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단 한차례도 해외연수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26일 밝혔다. 군 의회 관계자는 “농산물판촉과 국제교류 등 집행부 요구에 따라 몇몇 의원이 해외를 다녀온 적은 있지만 의원들이 단체로 연수단을 꾸려 외국을 나간 적은 없다”며 “연간 1인당 250만원씩 책정된 연수비용은 반납처리됐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서다. 선진국 정책들은 인터넷이나 논문 등을 통해서 충분히 배울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부 의원들은 해외연수를 가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돼 약속을 지켰다. 깨어있는 생각과 초심을 잃지않은 행동들이 조화를 이루며 7년간 ‘해외연수 없는 지방의회’를 만들었다. 이 기간중에 실시한 국내연수의 내실 여부를 떠나 해외연수를 포기한 자체만으로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2014년 옥천군의회에 처음 입성해 재선에 성공한 임만재 의원은 “성공한 해외 사례를 배우고 싶으면 최근에 발표된 논문 등을 찾아보면 된다”며 “해외연수보다는 감사원 감사교육을 받는게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옥천군의회는 지난해보다 50만원이 많은 1인당 300만원을 올해 연수비용으로 최근 책정했다. 금액을 올린 것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의회의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도 예전처럼 해외연수를 진행하지 않아 여비가 반납될 것으로 보인다. 김외식 군의회 의장은 “의원들이 모두 해외연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가지 않을 것 같다”며 “잘사는 국내 농촌지역 벤치마킹 연수를 구상중에 있다”고 했다. 이어 “예천군의회 사태는 꼴뚜기가 어물전을 망신시킨 꼴”이라며 “지방자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도 많다는 점을 국민들이 알아달라”고 호소했다.이상정 충북도의원은 음성군의원 시절(2014~2018) 해외연수에 단 한번도 동참하지 않았다. 동료 의원들은 터키와 미국 동부 등으로 해외연수를 떠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당시 동료였던 한동완 군의원도 행동을 같이했다. 연수 비용은 모두 반납처리했다. 이 의원은 “대부분 외유성으로 떠나는 현실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연수 불참을 공약했다”며 “약속을 한 뒤 4년동안 해외연수에 불참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주민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줬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철저하게 준비된 연수라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외연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독일 축산농가는 축분을 발효해 바이오에너지 발전을 하는데, 국내는 그런 시설들이 없어 둘러보고 싶다”며 “도의회에선 준비를 충실하게 해 연수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해외연수계획서 사전공시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준비내용을 인터넷 등에 올리고 연수 후 보고회를 갖는다는 약속이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시론] 2019년은 과연 누구의 편일까/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

    [시론] 2019년은 과연 누구의 편일까/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이래로 국가 간 관계에서 착시현상이 일상화돼 왔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됐고, 미국의 이념인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세계 속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는 자유주의에 기초한 국제적 협조와 다자주의가 보편적인 것으로 잠시 착각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국가 간 관계는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정글이 기본 유형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만인 투쟁의 상식을 일깨워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국제적 협조와 다자주의 정신이라는 가면을 벗어 버리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고, 국제사회는 정글로 들어가는 양상이 됐다. 미국은 기후변화협정의 탈퇴를 선언했고 유네스코,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서도 탈퇴했다. 이란과 어렵게 이뤄 낸 핵합의(JCPOA)도 파기했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일으키면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약화를 불렀다. 2019년에도 미국의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최소한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이며, 그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우리가 정글에 살고 있다는 새로운 현실을 인식시켜 줬기 때문이다.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이 크게 강화됐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모두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국제질서 규범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그 ‘어쩔수 없음’은 모든 나라들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그리고 중남미, 아시아 등 모든 국가들이 부딪히는 자국 내의 부의 불균등, 일자리 부족 등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자국 우선주의와 배타적 포퓰리즘을 취할 수밖에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노란조끼’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는 4월 인도네시아 대선과 인도 총선 그리고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는 주목할 만하다. 이 선거에서 ‘밀레니얼 세대’(1982~2001년 사이 태어난 세대)의 반응은 배타적 포퓰리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2019년에도 중국과 대립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미국과의 대립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을 적극 추진할 것이며, 중국은 시 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양국으로부터 헤징하기 위한 전략에 고심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한·미 동맹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도 확대될 것이다. 난민을 받아들이던 유럽의 포용성, 개방성, 그리고 다자주의 정신은 올해도 많이 약화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난민들이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남미 난민들에 대해 연방정부를 셧다운하면서까지 강경책을 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완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은 유럽 내에서 더 확대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프랑스와 함께 유럽을 이끌어 가는 지도국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될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새로운 안보 위협, 즉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협조해 나가면서 다자주의의 부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자주의 부활 가능성은 2018년 말에 이미 나타났다.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개최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을 위한 중요한 합의가 이뤄졌다. 또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신하는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타결됐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올해 타결하기로 정상들이 선언했다. 따라서 2019년은 미국에 의해 촉발된 자국 우선주의 경향과 미국을 제외한 다자주의 경향이 동시에 발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며, 어느 경향이 더 우세해질 것인지를 판가름해 주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2019년은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 줄 것인가.
  • ‘맥주 알레르기’ 가진 남자…희귀 케이스, 학계 보고

    ‘맥주 알레르기’ 가진 남자…희귀 케이스, 학계 보고

    맥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남성의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포르투갈의 32세 남성은 독일산 유명 맥주인 프란치스카너를 마신 뒤 목이 조여들고 입술이 가려운 증상을 보여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포르투갈 중부에 있는 코임브라대학병원으로 후송된 그는 의료진으로부터 아나필락시스쇼크(과민성 쇼크) 진단을 받았다. 과민성 쇼크는 특정한 항원에 접촉한 뒤 몇 분에서 몇 시간 내에 발생하는 쇼크로,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순환장애나 특정 음식물 또는 약품, 꽃가루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이 남성은 자신에게 아나필락시스쇼크를 일으킨 원인을 찾기 위해 총 9종의 맥주를 테스트했다. 여기에는 프란치스카너를 포함해 하이네켄과 칼스버그, 슈퍼복 등의 유명 브랜드 맥주가 포함돼 있었다. 그는 테스트 한 모든 맥주에게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고, 의료진은 그에게 에일과 라거, 스타우트 등 그 어떤 종류의 맥주도 마시지 말 것을 권장했다. 그는 의료진과 한 인터뷰에서 17세 때 처음 맥주를 마시고 약간의 호흡곤란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30대가 되어서는 목구멍이 조여들고 입술이 간지러운 증상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이를 소개한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는 “맥주 알레르기는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라면서 “맥주의 주원료가 되는 밀 또는 보리가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는 알레르기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알코올이 알레르기 반응을 매우 빠르게 진전시켜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와우! 과학] 철통 보안이라던 ‘정맥 인증’, ‘밀랍 손’이 뚫었다

    [와우! 과학] 철통 보안이라던 ‘정맥 인증’, ‘밀랍 손’이 뚫었다

    ‘정맥 인증’ 최초로 개발한 日 업체에 해당 사실 보고 해외의 IT 전문가들이 확실한 보안을 자랑한다고 알려진 ‘정맥 인증’마저 해킹할 수 있는 밀랍 손을 제작해 공개했다고 IT 전문매체인 마더보드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정맥 인증은 손가락이나 손가락을 대면 적외선으로 정맥을 촬영, 스마트 기기나 기업 또는 은행 등에서 촬영해 보관 중인 정맥 영상 패턴을 비교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기술로 복제가 거의 불가능해 높은 보안성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해킹 커뮤니티인 카오스 컴퓨터 클럽(Chaos Computer Club)에서 주최한 해킹 컨퍼런스인 카오스 통신회의(Chaos Communication Congress)에서 발표된 ‘밀랍 손’은 단 15분 만에 정맥 인증 보안을 통과했다. 얀 크리슬러와 줄리앙 알브렉트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두 전문가는 적외선 필터가 제거된 카메라로 정맥을 확인할 수 있는 손의 사진 2500장을 촬영한 뒤 레이저 프린터를 이용해 정맥 패턴을 인쇄했다. 이후 밀랍으로 이 정맥 패턴과 일치하는 ‘가짜 손’을 만들어 테스트했다. 테스트 대상은 일본 ICT업체인 후지쯔 및 역시 일본 IT업계 대표기업인 히타치의 보안시스템이었다. 히타치는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정맥으로 간단히 본인을 인증하는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테스트 결과는 피타치와 후지쯔의 ‘참패’였다. 밀랍으로 만든 가짜 손은 정맥 인증 보안 시스템을 쉽게 통과했다. 현재 이 두 회사가 제조한 인증 스캐너 기술은 정맥 인증 시장에서 사용되는 시스템의 95%를 차지한다. 이를 테스트 한 크리슬러는 “5m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손의 사진 만으로도 충분히 보안을 해제할 만한 ‘밀랍 손’을 만들 수 있다. 예컨대 기자회견장에서 찍은 사진으로도 가능하다”면서 “정맥 인증 보안 시스템이 예상보다 쉽게 뚫려 놀라웠다”고 전했다. 두 전문가는 히타치와 후지쯔 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히타치는 이들의 결과에 동의한다고 밝혔지만 후지쯔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돼지는 고기를 얻는 용도라고? 우리가 몰랐던 과학적 활용법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돼지는 고기를 얻는 용도라고? 우리가 몰랐던 과학적 활용법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이 되면 관행적으로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도 돌이켜 보면 여러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해였습니다.돌아오는 2019년은 12지의 마지막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입니다. 돼지는 신화나 민속신앙에서는 재산이나 복을 부르는 동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삼국시대 이전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요즘도 개업식에서 돼지머리를 상 위에 올려놓고 절을 하는 것은 이런 풍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돼지는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르고 멍청한 동물로 취급당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돼지라고 부르는 동물은 가축화된 멧돼지입니다. 멧돼지가 가축화된 것은 신석기 시대에 해당하는 8000~9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반도에서는 2000년 전부터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멧돼지는 잡식성으로 무엇이든 잘 먹고 야생에서도 20~30마리가 함께 사는 습성이 있어 우리에 가둬 키우기가 좋고 성장속도가 빠르며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가축으로 키울 수 있었던 최적 조건을 갖춘 것이지요. 지금도 돼지는 주로 고기를 얻기 위해 길러지지만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돼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게 됐습니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불치병으로 알려진 당뇨를 치료하는데 돼지가 쓰인 것이 첫 사례입니다. 지금은 당뇨 환자들에게 합성인슐린이 사용되고 있지만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인슐린은 소, 개, 돼지에게서 얻었습니다. 돼지는 사람의 인슐린과 한 개의 아미노산만 다를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최근 돼지는 이종장기이식 활용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장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이 약해지기도 하고 손상이 되기도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수요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개체수도 적고 다른 동물들은 인체 거부반응이 심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의 장기와 크기, 기능이 비슷하고 성장 속도도 빨라 인공장기 공급원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돼지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월 농촌진흥청과 건국대병원 공동연구팀은 바이오 이종이식용 돼지의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한 뒤 407일간 정상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달 초 독일 뮌헨대 연구팀은 돼지 심장을 이식한 개코원숭이가 기존 57일을 훌쩍 넘어선 195일간 생존했다고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이렇듯 인간과 함께한 오랜 세월 동안 돼지는 인류에게 많은 이로움을 가져다줬습니다. 사실 돼지가 지저분하다는 편견도 돼지의 생활습성과 생태를 이해하지 못한 인간이 잘못 만든 사육환경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타인에 대한 편견이나 반목도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2019년은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한 해, 아낌없이 주는 돼지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이익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이익과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edmondy@seoul.co.kr
  • 떠난 이를 기억하고, 남은 이를 위로했던 ‘위 아 더 챔피언스’

    떠난 이를 기억하고, 남은 이를 위로했던 ‘위 아 더 챔피언스’

    올해도 ‘서울신문 문화부’는 독자들의 볼거리를 찾아 문화계 이곳저곳을 쉼 없이 돌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달라지려 합니다. 지난 지면들이 오롯이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면 오늘만큼은 지면에 풀어내지 못했던 기억들을 저희의 시각에서 되새겨 보려 합니다. 올해 문화부 기자들이 접했던 소름 돋는 순간들, 감동적인 장면들을 꼽아 봤습니다. ■먼 땅에서도 울고 웃게 한 ‘머큐리의 랩소디’올해의 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만 관객 850만명을 돌파했으니 그야말로 ‘광풍’이라 할 만합니다. 영국 출신의 록밴드 ‘퀸’이, 특히 팀을 이끌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가 멀고 먼 한국의 국민들을 이렇게 울고 웃게 할 줄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겠죠. 지난 11월 어느 날,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기 위해 한 극장의 싱어롱(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상영관을 찾았습니다. 평일 이른 오후라서 그런지 관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적극적이진 않았습니다. 영화의 백미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이 나올 즈음 제 옆에 앉아 있던 한 젊은 여성 관객이 눈가를 수시로 훔쳤습니다.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죠. 영화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에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퀸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퀸의 오래된 팬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한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공항에서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프레디 머큐리가 전 세계를 열광케 하는 전설의 보컬이 된 과정이 관객들에게 전한 메시지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우리는 승리자예요, 친구들이여. 그리고 우린 끝까지 계속 싸워나갈 거예요”(‘위 아 더 챔피언스’ 중)라고 그가 외쳤듯 우리에겐 누구나 ‘인생의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큰 격려가 필요했을지도요. 새삼 음악이 지닌 치유의 힘에 놀랍니다. 역시 ‘올해의 챔피언’ 답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故허수경 시인의 49재… 목놓아 읊은 염불과 詩“나막 살바다타 아다 바로기제 옴 삼바라 사바라 홈.” 지난달 20일 경기 고양의 북한산 중흥사에서는 시인들이 자신의 시 대신 염불을 읊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날은 독일 뮌스터에서 암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한 고 허수경 시인의 49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시인들은 염불 같은 시를, 시 같은 염불을 목놓아 읊었습니다. 시 쓰는 이들의 작별 인사에서는 역시 시가 화두였습니다. 허 시인 생전에 교분이 깊던 문우들은 그의 영전에 살가운 헌사를 바쳤습니다. 허 시인에게서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는 함성호 시인은 “당신, 거기선 밥 굶지 않았겠지. 거기선 함부로 밥 사 주지 않았겠지” 하며 시 ‘혼자 가는 먼 집’을 패러디했고요. 문학과지성사 대표이기도 한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짐을 덜어주려는 듯 “먼 곳의 시인에게는 시를 다시 기다리고 있다는 기척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병률 시인은 “부디 세상을 시로 덮어주세요. 당신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마다 부디 폭설로 내려와 주시게요” 했습니다. 딴 세상에서는 시에게서 자유롭기를, 그러면서도 꼭 시로 내려와 주기를 바라는 상반된 마음이 담겼습니다. 마지막 즈음 김민정 시인은 말했습니다. “언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해 줘서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시인들의 인사는 세밑에도 참고할 만합니다. 평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해 준 이들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BTS 월드투어 출정식· H.O.T. 재소환에 들썩올해는 말 그대로 방탄소년단의 해였습니다. 올해 취재현장에서 느낀 감동 역시 방탄소년단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8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의 첫 공연을 열었습니다. 4만 5000여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은 3시간 공연 내내 잠시도 지칠 틈 없이 환호했습니다. 이들이 ‘떼창’을 할 때는 팬덤 이름인 ‘아미’처럼 마치 잘 훈련된 군대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두 달 뒤 올림픽주경기장을 다시 찾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시초 H.O.T.의 재결합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였죠. 찾아온 관객들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엄마, 연인·친구와 함께 온 관객들은 나름대로 열띤 응원을 펼쳤지만 ‘아미’들만큼 열광적일 수는 없었죠. 그러나 옛 추억을 떠올리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17년 전 H.O.T.가 마지막 콘서트를 열었던 이곳은 2018년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는 곳이 됐습니다. 다시 20년 뒤에는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티필드 스타디움, 영국 O2아레나 등에서 전 세계 ‘아미’들을 추억에 젖게 하지 않을까요. 상상만으로도 한없이 뭉클해지는 장면입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흩뿌린 이별의 몸짓… 숨죽인 칠순 거장의 첫 음이별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들을 법한 막스 리히터의 음악에 맞춰 바닥에 깔린 흰 가루 위에서 무용수들이 춤을 춥니다. 10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네덜란드댄스시어터1(NDT1)의 내한공연 가운데 마지막 프로그램이자 대표 레퍼토리인 ‘스톱 모션’. 세계적 무용수들의 단련된 근육은 강렬한 조명을 받으며 더욱 뚜렷한 굴곡을 드러냈습니다. 무용수들의 몸짓과 무대 위에서 부유하는 흰 가루를 보며 삶을 스쳐 지나간 몇몇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사람마다 내면 깊숙이 숨겨놓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몸짓이 선뜻 꺼내놓지 않는 감정의 편린을 건드린 듯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노래하듯이 천천히’. 지난 9월 서울시향과의 협연을 위해 내한한 헝가리 첼리스트 미클로시 페레니가 연주한 차이콥스키의 ‘안단테 칸타빌레’는 여기에 뜻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건하고 겸손하게’. 담백한 첼로의 첫 음을 듣고 떠오른 생각입니다.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요즘 연주자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었을까요. 헝가리에선 박봉이라는, 음악원 교수 월급으로 살아가는 70세 페레니의 허리는 더욱 구부정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을 첫 음으로 시작하며 감탄을 자아낸 그의 연주는 적당한 솔로 소품으로 마무리할 법한 앙코르에서조차 시향 단원들을 다시 불러모아 차이콥스키 ‘녹턴’을 들려주며 성의를 다해 마무리됐습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은 바로 마지막까지 정성을 다하는 칠순 거장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판문점 도보다리 탐방, 평화관광은 언제쯤…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비무장지대(DMZ)로 향하는 단체 버스에 올랐습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DMZ를 평화 관광지, 평화 교육의 현장으로 바꾸겠다”며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과 전국 시·도교육감을 모두 불렀습니다. 동행 취재를 신청했고, 제비뽑기에 뽑혀 함께 갔습니다. 취재 일정 가운데 ‘도보다리 탐방’이 있어 더 설렜습니다. 도보다리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건물과 중립국감독위원회 캠프 중간에 있는 50m 길이 작은 다리를 가리킵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산책하고, 30여 분간 회담하며 유명해진 곳입니다. 동쪽으로 난 계단을 내려가 도보다리를 걸었습니다. 중간에 ‘T’자 형태로 된 곳으로 10m 정도 더 들어갑니다.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하나 놓였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취재진을 모두 보내고서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던 바로 그곳입니다. 뒤로는 수풀이 우거지고, 마구 자란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렀습니다. 생중계로 보던 곳에 있으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둘은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궁금하기도, 남과 북이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통일까지 우리는 얼마나 더 가야 할까. 도보다리에서 들었던 풀벌레 소리가 여전합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토부 “BMW, 결함은폐·늑장리콜…형사고발, 과징금 112억원”

    국토부 “BMW, 결함은폐·늑장리콜…형사고발, 과징금 112억원”

    국토교통부가 BMW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해 결함 은폐·축소 및 ‘늑장 리콜’ 의혹을 받는 BMW를 검찰 고발하고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한다. 국토부는 BMW 화재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지난 8월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로부터 조사 결과를 제출받아 이렇게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조사단은 화재 원인 조사 과정에서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확인, EGR 설계 결함이 보일링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EGR 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지 못하는 현상(일부 열림고착)과 이에 대한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했다. EGR밸브 열림 고착이 화재와 관련돼 있다는 게 조사단의 설명이다. 아울러 조사단은 BMW가 결함은폐·축소, 늑장리콜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 앞서 BMW는 지난 7월 20에야 EGR결함과 화재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년 전인 2015년 10월 BMW 독일본사에서는 EGR쿨러 균열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일부 BMW 디젤차량이 당초 리콜대상 차량과 같은 엔진·동일 EGR을 사용했지만, 지난 7월 실시된 1차 리콜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토부는 결함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된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늑장리콜에 대해서는 BMW에 대상차량 총 39개 차종, 2만 2670대에 해당하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했다. 또 BMW 측에 리콜대상 차량 전체(65개 차종, 17만 2080대)에 대한 흡기다기관 리콜(점검후 교체)를 요구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에게 존엄을

    [유정훈의 간 맞추기] 모두에게 존엄을

    올해 언론으로 접한 유명인사의 부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대인 변호사 펠리시아 랑거와 미국 연방상원의원 존 매케인의 부고였다.펠리시아 랑거는 1968년 이스라엘 점령지 동예루살렘에 사무실을 낸 최초의 유대인 변호사였다. 그 후 23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랑거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피난했던 경험, 가까운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에 희생된 사건을 통해, 기본권을 박탈당한 소수자의 삶이 어떤지 알았다. 그는 어느 민족보다 그런 고통을 잘 아는 유대인이 다른 민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존 매케인은 직업군인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5년 반 동안 북베트남의 포로 생활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팔에 장애가 남았다. 9·11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다는 명목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하며, 이를 ‘강화된 신문기술’이라 포장했다. 그러나 같은 당 소속의 매케인은 고문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2014년에는 고문보고서 공개를 지지했고, 2018년 고문 연루 의혹이 있는 CIA 국장 인준에 반대했다.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랑거는 의뢰인을 변호하는 데 성공한 적이 거의 없는 변호사였다. 어렵게 정착한 조국에서 ‘민족의 배신자’ 취급을 받았고, ‘테러리스트의 변호사’라는 비난과 함께 온갖 위협을 겪었으며, 끝내 독일로 망명을 떠나야만 했다. 매케인은 6선 상원의원으로 2008년 대통령선거 낙선 외에는 모든 정치적 영광을 누렸고, ‘진정한 보수, 참된 애국자’로 존경을 받았다. 매케인의 장례식에서는 그에게 선거 패배를 안겨 준 전직 대통령 두 사람,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가 추도사를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고 아니 삶을 통해 내가 받은 메시지는 동일했다. 소수민족 박해, 고문 같은 불의를 접했을 때, ‘나 혹은 우리 편만 아니면 돼’라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 ‘어느 누구도, 심지어 우리의 적이라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핍박을 받을 때 ‘힘을 길러 나는 그런 일 겪지 말아야지’ 심지어 ‘지금은 당하지만, 나중에는 내가 그런 위치에 올라가서 갚아 주겠다’고 반응하는 것은 본능이다. 그럼에도 ‘내가 당한 핍박은 남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도전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길이다. 2018년은 여러 모습으로 기억되겠지만, 그중 하나는 분명 ‘약자 혐오의 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어느 측면에선가는 소수자일 수밖에 없다. 이 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마음 한켠으로 낮추어 보지만,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 날아가면 ‘찢어진 눈’ 표시가 그려진 커피컵을 받아 들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인간성의 지평을 넓혀 가는 순간들로 채워지면 좋겠다. 우리와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두에게 존엄을.
  • 정동영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헌과 맞먹는 정치개혁 핵심”

    정동영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헌과 맞먹는 정치개혁 핵심”

    “양극화된 ‘양대 정당제’서 벗어날 기회 청와대는 국회 영역이라고 말해선 안돼 민주·한국, 개혁의 길 갈지 결단 내려야”“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10글자를 가져오면 농성을 풀겠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3일 국회 본청 앞에 설치한 천막당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개혁의 길을 갈지 반(反)개혁의 길을 갈지 결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지난 3일부터 ‘선거제 개혁 관철을 위한 천막당사’를 만들어 놓고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 민주당이 제안한 ‘1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합의-2월 임시국회 처리’는 수용할 수 없나. -민주당이 “여야가 논의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자기 부정이다. 민주당은 2015년에 이미 당론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에 환호했다. 3년 뒤인 지금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원칙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은 야 3당이 단식을 포함한 농성을 먼저 풀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박정희·전두환 시대 때의 태도와 별반 다름이 없다. 소위 인권을 중시하고 민주주의자들이 모여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기에는 지금 태도가 너무 실망스럽다. 과거 기득권 집권세력의 행태를 너무 빨리 배우고 닮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는데. -나 원내대표도 보수를 재건하려면 개혁의 길을 가야 한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의 영역”이라고 했는데. -걱정스럽다. 청와대가 이걸 국회의 문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87 체제’를 ‘2020 체제’로 바꾸자는, 개헌과 맞먹는 정치 개혁의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개혁주의자라고 하면서 정치 개혁을 국회에서 다 할 것이다라고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여론은 대표성·비례성 강화에는 찬성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에는 부정적인데. -정치 혐오는 정서의 문제고 나의 삶은 현실의 문제다. 기득권화한 양당을 쳐다볼 게 아니라 비정규직, 청년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에 들어오자는 뜻을 전하고 있다. →민주평화당이 홍대, 광화문에서 실시한 대국민 홍보전에서 시민들의 실제 반응은 어땠나. -연동형 비례제라는 학술용어가 장애물이지만 ‘알고 보니 나의 삶을 바꾸는 핵심이구나’라고 공감하더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외에는 대안이 없나.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 선거제도를 바꾸면 당장 제도적인 ‘온건 다당제’가 실현된다. 양극화된 ‘양대 정당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인물보다 정당이 훨씬 중요해지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자 정책으로 경쟁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책 정당, 이념 정당, 가치 정당이 되는 것이다. →지금 반드시 선거제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에는 한국당이 죽기 살기로 반대했다. 영남 기득권 거대 정당이 완강한 거부를 해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 한국당도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적극적 의지가 가해지면 문이 열릴 수 있다. 지금을 놓치면 이 문이 다시 닫혀버릴 수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스트라스부르 총격 용의자 정체는

    스트라스부르 총격 용의자 정체는

    “알라후 아크바르” 지난 11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총격을 저지르고 달아난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프랑스 당국은 용의자로 지목된 셰리프 셰카트(29)가 과거 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살면서 종교적 급진주의에 노출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목격자들은 용의자가 범행 당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인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쳤다고 전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IS) 등 테러리스트들이 범행 때 자주 외치는 말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총격으로 2명을 살해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뒤 택시를 타고 달아난 용의자의 행방을 군·경 600여명을 투입해 쫓고 있다. 이번 총격 사건으로 다친 13명 중 1명은 뇌사상태이며, 6명 정도는 중태에 빠졌다. 사건 직후 프랑스 정부는 안보경계등급을 최고 수준인 ‘비상 공격’으로 격상하고 국경 검문과 프랑스 전역의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한 보호를 강화했다. 프랑스 내무부의 로랑 누네즈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범인이 프랑스 국경 밖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인 셰카트는 과거 프랑스, 독일, 스위스에서 폭력·강도 등으로 27번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살이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언론은 그가 2016년 6월 절도 혐의로 붙잡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징겐 지방법원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징겐 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뒤 8개월을 복역하고 지난해 2월 프랑스로 추방됐다. 2013년에는 스위스에서 역시 절도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2012년 라인란트팔츠주의 도시 마인츠에서 치과에 침입해 8300유로(약 1062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도 붙잡혔으며, 2008년에는 프랑스에서 절도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기 일부를 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스트라스부르 태생인 셰리프는 6남매의 가정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별도의 직업 훈련 교육은 받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 취업했으나 2011년 이후 실업 상태였다. 셰리프는 독일 검찰에 술과 마약을 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용의자가 프랑스로 추방된 후 스트라스부르 지방 정부는 테러 감시목록인 ‘S파일’에 그를 잠재적 극단주의자로 올려놓고 관리해왔다. 프랑스 당국은 약 2만 6000명을 자국 안보에 위협을 끼칠 인물로 분류하고 있다. 독일 사회는 2016년 12월 베를린의 한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돌진 테러가 발생해 12명이 숨졌기 때문에 이번 총격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슈테판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희생자가 발생해 슬프다. 더는 누구도 위험에 처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화려한 과일향…쌉싸름한 뒷맛… 덕후를 부르네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화려한 과일향…쌉싸름한 뒷맛… 덕후를 부르네

    식민지 인도서 즐기려 영국인이 개발 변질 막으려고 홉 많이 넣어 깊은 풍미 라거 열풍에 밀렸다가 美 서부서 부활 요즘엔 달콤하고 묵직한 동부식 대세크래프트맥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IPA’(인디아페일에일) 맥주를 마셔 보거나 최소한 들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한국에 미국식 크래프트맥주가 알려진 계기가 IPA 때문이니까요. 2012년 한국에 IPA라는 생소한 장르의 맥주가 처음 수입됩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트코스트 양조장에서 만든 ‘인디카IPA’라는 제품이었는데요. 이를 처음 맛본 국내 맥주 팬들은 강렬한 과일향과 쌉쌀한 뒷맛의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습니다. “맥주에서도 다양한 향과 맛이 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소규모로 맥주를 생산하는 크래프트맥주의 개념도 이때 처음 알려지게 됩니다. 이후 IPA 인기는 급상승해 현재 100개가 넘는 국내 소규모 양조장 가운데 IPA를 생산하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로 대중적인 스타일로 자리잡았습니다. 국내 크래프트맥주의 전성기를 IPA 맥주가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달까요. IPA는 일반적인 에일 맥주를 뜻하는 ‘페일에일’에 홉을 훨씬 더 많이 넣은 맥주입니다. 화려한 홉 아로마와 쌉싸름한 여운이 특징이죠. IPA의 인기는 세계적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크래프트맥주회사인 브루독의 시그니처 맥주도 ‘펑크IPA’라는 맥주고요. 전통적으로 라거 위주의 맥주를 만들어 왔던 독일 양조장들도 IPA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IPA가 대체 무엇이기에 글로벌 맥주 덕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일까요? IPA를 처음 만든 나라는 영국입니다. 영국에서 탄생한 맥주 이름에 인도를 뜻하는 인디아(India)가 붙은 것은 IPA가 제국주의 시절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인들이 인도에서도 맥주를 즐기기 위해 만든 맥주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에서 인도를 가려면 바닷길로 적도를 두 번이나 지나야 했습니다. 가뜩이나 상하기 쉬운 술인 맥주는 극심한 온도 변화를 겪는 통에 배 위에서 맛이 빠르게 변질됐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런던의 호지슨(Hodgson)이라는 양조업자는 기존 ‘페일에일’ 맥주에 다량의 홉을 넣은 맥주를 만들어 인도로 보냈습니다.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많이 넣으면 긴 항해 기간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인도에 도착해 이 맥주를 마셔 본 영국인들은 품질 유지뿐만 아니라 홉 풍미마저 깊어진 호지슨의 맥주에 감탄했고, 차츰 입소문이 퍼지면서 IPA는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본토 사람들도 IPA를 즐겨 마시게 되면서 IPA는 새로운 맥주 장르로 안착했죠.그러나 1940년대 이후 물처럼 넘어가는 ‘대량 생산 라거 맥주’ 열풍이 불면서 IPA도 사람들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갑니다. 사라질 뻔한 IPA를 다시 무대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린 이들이 미국 서부의 크래프트 양조사들입니다. 감귤류, 열대과일 향 등을 머금은 미국산 홉을 쏟아부어 만든 미국식 IPA에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맥주 팬들이 열광합니다. 서부에서 탄생한 IPA가 1990년대 크래프트 맥주 업계를 뒤흔들자 전미 양조장 사이에선 “누가 홉을 더 많이 넣은 IPA를 만드나” 경쟁을 하면서 더 자극적인 IPA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요즘 대세는 서부식이 아닌 동부식 ‘뉴잉글랜드(NE) IPA’입니다. NE IPA는 외관이 맑은 서부식 IPA와 달리 탁하고, 일반 IPA보다는 묵직한 보디에 향이 강한 홉과 효모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뤄 ‘홉주스’, ‘과일주스’라고도 불립니다. 서부식 IPA가 깔끔하고 드라이하다면 동부식 IPA는 달콤하고 묵직합니다. 맥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음용성과 대중적인 맛을 갖춘 것이 NE IPA의 장점이죠. NE IPA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맥주 스타일 가이드인 BJCP에 지난 3월에야 등재됐을 정도로 최신 스타일의 맥주인데요. 기원은 2010년 동부 버몬트주 더알케미스트 양조장이 신제품으로 내놓은 ‘헤디 토퍼’ 맥주입니다. 이 맥주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주변의 양조장들도 하나둘씩 비슷한 맥주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는 미 전역의 양조장에서 NE IPA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NE IPA의 가장 큰 특징은 여과를 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완벽하게 필터링을 한 기존 IPA보다 맛의 변화가 빠릅니다. 현지 브루어리에 가서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macduck@seoul.co.kr
  • [글로벌 On&Out] 73년 전의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과 분단

    [글로벌 On&Out] 73년 전의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과 분단

    한국의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국내외 연구자들은 수많은 사실(史實)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다양하지만 의견이 다소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이 것은 분단이 없었다면 한민족 역사상 가장 큰 비극 중에 하나인 한국전쟁도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분단은 언제부터, 무엇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을까? 분단 고착화의 원인은 많고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73년전인 1945년12월 미·소·영 3개국의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합의한 “모스크바 결정”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번에는 그 채택과정과 발표 직후 한반도를 점령한 미·소 양군의 반응을 살펴보고자 한다.미·소·영 3개 승전국의 외무장관들의 모스크바 회의는 1945년 12월 16일에서 12월 26일까지 진행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같은 해 9월 런던에서 진행되었던 외상 회의에서 해결하지 못한 나치독일 위성국가 평화조약 채결, 일본 점령 등을 비롯한 많은 문제를 위주로 논의하였는데 그 주변 문제 중에 한국 문제도 있었다. 한국 문제는 회의 첫날에 제기되었다. 미국무장관 번스가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를 실시할 것에 대해서 이미 합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측 제안을 다음날 제출하겠다고 하였다.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를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던 소련측은 이에 대하여 반대하지 않았다. 미국안은 역시 12월 17일에 제출되었다. 미국측은 한국 정부를 수립하기 전에 미·소 양군의 사령관들을 수반으로 하는 통일군정을 과도기관으로 설치하고 이를 통해 미·소·영·중 등 4개국가가 “유엔과 조선인민을 대표하여” 한국에 대한 집행, 입법 및 사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한국인들의 역할은 고문과 관료에 한정되었다. 미국측은 그 기한을 5년으로 설정하였고 필요에 따라 5년 이하로 연장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국측의 제안은 “先 5~10년간 신탁통치 後 정부수립”이었다. 소련측은 이 제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고 다음 의제로 넘어갔다.소련측의 대안(對案)은 12월 20일에 제출되었다. 소련은 한국인들로 구성된 ‘임시한국민주정부’를 수립한 후 최고 5년 기한으로4개국 ‘신탁통치’를 실시할 것을 제안하였다. 소련안과 미국안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신탁통치의 메카니즘과 기간이었다. 소련은 ‘신탁통치’가 직접 통치보다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진보를 위한 지원 및 방조의 조치”라고 규정하였다. 그 기간은 최고 5년으로 설정되었으며 그 조치와 ‘임시민주정부’의 구성 제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미·소 양군 대표들로 구성된 공동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미국측은 소련안을 검토한 후12월 21일 회의에서 사소한 표현 수정의 요청을 소련 외무인민위원장 몰로토프에게 서면으로 제출하였다. 몰로토프는 그 수정안을 검토하고 다음날인 12월 22일에 미국 요청에 동의하였다. 한국문제에 대한 토론이 따로 없었으며 미국측의 사소한 수정이 들어간 소련안은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삼상 회의가 끝나기도 전인 12월 25일, 동아일보가 “소련은 신탁통치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라는 제목으로 회의 의사결정과정을 왜곡한 보도를 발표하였다. 한국에 전해진 이 소식은 하늘땅을 뒤흔들었다. 이 보도가 발표되자 친미적인 우파는 ‘즉시독립’을 주장하면서 ‘반탁운동’의 선봉에 나섰다.이 소식은 북한에도 전해졌으며 북한 사람들이 반탁시위를 시도하기 시작하였으며 12월 29일 철원군 인민위원회 대표들과 공산당원들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남한 라디오 방송을 듣고 그 지역 소련군 위수사령부에 가서 설명을 요구하였다. 예견치 못한 위기에 직면한 소련군은 당황했지만 모스크바 결정을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반탁운동이 북한에서 터진 직후 소련군은 정치장교를 북한의 각지역에 파견해서 강의, 설명회 등을 통해 모스크바 결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고 “신탁통치”가 “위임통치(mandate)”로 오역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이를 소련측 제안 의미에 가까운 “후견”으로 바꾸었다. 1946년 1월 3일, 소군정의 실무 담당자 이그나티에프 대좌가 평양에서 북한 신문의 편집부장 회의를 열어 모스크바 결정의 의미를 설명하고 모스크바 회의록의 한국어 번역문을 전달하였다.이와 동시, 소련군은 북한 주요 정치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하였으며 다소 성공하였다. 1946년 1월 2일, 북조선공산당을 비롯한 주요 노동조합 등 사회단체들이 모스크바 결정을 지지한다는 태도를 밝힘으로써 고조화되어 가던 북한 정치적 위기가 모면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일부의 북한 정치 지도자들이 소련군 설명에 설득되지 못했으며 그 중에 소련측이 통일한국의 지도자로 생각했던 조만식이었다. 소련 대표들이 그를 설득하려고 몇 번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1946년 1월 5일 조만식을 비롯한 일부의 평남도인민정치위원회의 위원들을 해임시키고 그 자리에 모스크바 결정을 지지하는 정치가들을 임명하였다. 김일성이 북한 최고지도자가 되는 길이 이 때부터 열렸다는 평가도 있다.소련군과 달리, 미군은 모스크바 결정의 목적과 신탁통치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철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불만을 느낀 소련군 사령부는 스탈린에게 미군 행위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보냈다. 스탈린은 1946년 1월 23일 주소(駐蘇) 미국 대사 해리만을 만나서 이 보고서를 낭독하면서 러치 군정장관을 비롯한 미군이 왜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였다. 해리만이 그 보고서에 등장한 사람들은 미국 정부의 대표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스탈린은 미국측이 미국도 신탁통치를 주장했다는 것을 밝히지 않으면 소련이 이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하였으며 소련 국가 매체인 타스社에 한국 문제에 대한 보도를 준비할 지시를 내렸다. 타스의 보도는 1946년 1월 25일 소련의 정부와 당의 주요 매체에 실렸으며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도 한국까지 전해졌다. 이 번에는 미군이 당황할 차례였다. 미군정 사령관 하지는 서울신문을 통해 “타스 보도는 근거없다”고 주장하였지만 1월 26일 번즈 국무장관이 미군정 정치고문 베닝호프에게 보낸 전보에서 타스 보도의 내용이 ‘기본적으로 정확하다’고 인정하고 하지장군이 첨부한 타스 보도의 영문 번역본을 “대중이나 관심을 가진 인사들에게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스의 전보는 2월 9일까지 서울에서 받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은 다른 채널을 통해서 미군정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1946년 2월 2일 맥아더 장군이 합동참모본부에 보낸 서한에서 국무부를 비판하면서 “타스 성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한 후, 한국인들은 미국이 또다시 ‘배신하여’ 팔아넘겼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번에는 일본인들이 아닌 러시아인들에게 팔았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여기서 우리가 다루는 상대가 부유한 미국의 교육받은 한국인들이 아닌, … 교육받지 못한 동양인으로써 … 그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완강하고 광신적으로 집착하며 … 합리적으로 판단을 할 수 없는 이들이라는 점을 국무부“가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함으로써 미군부와 국무부 간의 모순을 들어냈다. 이처럼, 3월 20일에 미소공동위원회가 불신과 모순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작업을 개시하였으나 결국 실패하였고 한반도의 분단이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고착화되고 한민족 현대사상 최고 비극인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물론, 미소공동위원회 실패의 원인은 많고 책임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양측에 있지만, 그 모든 뿌리는 1946년초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글 사진: 바실리 V 레베데프(고려대 사학과 석사)
  • 말도 안되는 결승골에 그라운드 난입 클롭 결국 징계에

    말도 안되는 결승골에 그라운드 난입 클롭 결국 징계에

    말도 안되는 결승골이 터지자 기쁨에 겨워 그라운드에 난입한 위르겐 클롭(독일) 리버풀 감독이 결국 징계를 받게 됐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2일(이하 현지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후반 추가시간 6분 디보크 오리기의 결승 골이 나온 직후 그라운드에 들어가 알리송 골키퍼와 얼싸안은 뒤 서너 차례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옆줄 바깥으로 나온 클롭 감독을 징계에 회부한다고 3일 밝혔다. 그는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소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클롭 감독은 이미 경기를 마친 뒤 “내 행동에 사과하고 싶다. 결코 존중하지 않으려는 뜻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 골이 들어갔을 때의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때 난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변명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지만 일은 그렇게 됐다. 내가 멈춰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알리송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 그도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오리기의 결승 골은 정말 희한하게 나왔다.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맥없이 올린 크로스가 골포스트를 두 차례 퉁기고 떨어져 오리기의 머리에 맞고 그물을 갈랐다. 마르코 실바(포르투갈) 에버턴 감독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는 “클롭의 반응을 보지 못했는데 만약 그런 식으로 행운의 골이 들어갔다면 나라도 비슷하게 굴었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긴 뒤 “존중하지 않는 행위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로비 새비지 BBC 해설위원은 “이런 장면은 처음 봤다”고 말했고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 출신인 대니 밀스는 “절대적으로 쇼킹했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성공적 컴백”...뉴이스트W, 새 앨범 전곡 음원차트 진입 ‘엄지 척’

    “성공적 컴백”...뉴이스트W, 새 앨범 전곡 음원차트 진입 ‘엄지 척’

    뉴이스트W(JR, Aron, 백호, 렌)의 새 앨범 ‘WAKE,N(웨이크,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색다른 모습으로 컴백해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뉴이스트 W가 새 앨범 ‘WAKE,N(웨이크,앤)’으로 국내 최대 음반 판매 집계 사이트인 한터 차트의 음반 부문 주간 차트(11.26~12.02 집계 기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신규 앨범으로 약 5개월 만에 돌아온 뉴이스트 W는 ‘WAKE,N(웨이크,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새 앨범의 전곡이 음원 차트에 진입했으며, 타이틀곡 ‘HELP ME(헬프 미)’는 각종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 및 상위권을 휩쓸었다. 또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들의 새 앨범 ‘WAKE,N(웨이크,앤)’은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악한 데 이어 핫트랙스, 인터파크 등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신나라 레코드와 한터 차트에서는 일간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음반 파워를 과시했다. 이들의 이번 앨범은 해외에서도 역시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빌보드에서 ‘WAKE,N(웨이크,앤)’과 타이틀곡 ‘HELP ME(헬프 미)’를 호평하며 이번 컴백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한 것. 더불어 해외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는 스웨덴, 베트남 등 2개국에서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미국, 영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 독일 등 총 21개국에서는 TOP10에 진입했다. 뉴이스트 W는 다양한 음악 방송 무대를 통해 독보적인 콘셉트와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더욱 완벽해진 퍼포먼스를 선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매력적인 무대와 함께 대세다운 인기를 입증해 나갈지 이들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뉴이스트 W는 새 앨범 ‘WAKE,N(웨이크,앤)’의 타이틀곡 ‘HELP ME(헬프 미)’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사진=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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