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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신종코로나, 천천히 증상…증상 초기 전파 우려”

    전문가들 “신종코로나, 천천히 증상…증상 초기 전파 우려”

    일본 연구진도 “2명 중 1명 발열 없는 초기에 옮아”국내 전문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를 우려하며 감염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초기에도 전파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토론회’에서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3수, 4수 앞으로 보고 일해야 할 정도로 빠른 전파”라고 현 상황을 설명하며 “바짝 긴장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 1명이 감염 기간 평균 1.4~2.5명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4~1.6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알려졌던 신종플루 환자와 전파력이 비슷하거나 더 강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와 유전적으로 79.5% 유사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의 경우 환자가 4명에게 직접 전파할 수 있는데, 이보다는 전파력이 낮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보통의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에 비해 증상 초기부터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이재갑 교수는 “보통 호흡기 바이러스는 환자의 증상이 심화했을 때 전파가 잘 되는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사례를 보면 증상 초기부터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독감의 경우 초기에 열부터 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1주일간 천천히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민감한 분은 증상을 미리 알고 그렇지 않은 분은 나중에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처음 보고된 ‘무증상 감염 전파’ 가능성에 대해 그는 “논란이 많은 부분이긴 하다”면서 “증상 자체가 모호하게 시작해, 천천히 진행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말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을 때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무증상 감염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달 2일 “무증상 또는 경증 환자에게서 감염 전파 사례가 나와 기존보다 방역 관리가 어렵다”며 입장을 바꿨다. 일본 연구진들도 중국과 베트남이 공개한 신종 코로나 감염자 5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 감염자 2명 중 1명이 발열 등의 증상이 없는 잠복 기간 중 감염자로부터 옮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무증상과 잠복 기간을 구분해야 한다. 잠복기에서 증상 발현이 되는 단계로 넘어가는 초기에 무증상 상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환자들이 잠복기와 무증상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이재갑 교수도 이러한 현실을 가리켜 증상에 민감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별해 설명한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또 “중국 외에 태국과 싱가포르 방문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젠 지역사회 내 감염을 저지해야 할 때”라며 “놓친 환자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방역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가 생각보다 빠르다. 유행이 더 빠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역전파가 생길 텐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후베성에서만 1만명의 환자가 넘게 발생했고 각국으로 전파되는 상황”이라며 “현재 후베이성 방문자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혁민 연세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하다”면서 “진단법 연구와 추적조사가 더 필요할 거 같다. 앞으로 전문가 집단과 질병관리본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리 성공…백신 개발 한 걸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리 성공…백신 개발 한 걸음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바이러스 분리주는 백신,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 과학계와 공유될 계획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리주 이름은 ‘BetaCoV/Korea/KCDC03/2020’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 호흡기 검체(가래 등)를 배양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을 확인했다.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리를 입증했다. 분리된 바이러스는 중국(우한, 광동), 프랑스, 싱가포르, 독일 등 국외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염기서열이 일치(99.5~99.9%)했다. 의미 있는 유전자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분리된 바이러스 정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인플루엔자 감시망인 GISAID 등에 등록된다. 국내외 연구자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분리된 바이러스는 진단제, 치료제, 백신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연구개발에 활용되도록, 유관부처와 적합한 자격을 갖춘 관련 기관에 분양하겠다”고 밝혔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열린세상] ‘자유시장경제’는 위헌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유시장경제’는 위헌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침체가 반전의 조짐 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반전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대내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정부가 성장률에 집착할수록 경제 분야에서 여야의 대립은 갈수록 줄어들고 정책수단도 옛날부터 손에 익은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2년을 지나면서 경제정책 기조의 과거회귀성은 더욱 두드러졌고 이제는 ‘촛불’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야당은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라는 요구를 더이상 제기하지 않고 있고 정부도 ‘사람 중심’과 ‘노동 존중’을 더이상 거론하지 않고 있다. 경제에 관한 한 ‘경제 활력’을 강화하자는 데 여야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다만 여당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에 자유한국당은 작년 6월부터 ‘민부론’이 구현된 경제질서로서 ‘자유시장경제’를 틈틈이 내세우면서 경제이념의 공론장을 철 지난 신자유주의로 채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유시장경제’는 경제헌법에 부합되지 않는 경제질서이다.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개념에 대한 논의는 학계에서도 활발하지 못하다. 경제학에서는 경제정책론이나 경제체제론이 유관분과이겠지만 이들 분과 자체가 변방이다. 헌법학계에서도 헌법 제119조 이하 조항들이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거한다는 사실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가 이루어져 있을 뿐 그에 기초한 세부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정부의 실제 경제정책에서 이 경제질서에 명시적으로 준거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과 조응한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 보니 그것이 경제질서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판결에서 경제질서에 관한 한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시장경제’는 분명히 ‘자유시장경제’와 차이를 넘어 대립적이며, 처음부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구상됐다.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적 시장경제는 철학적 기반에서부터 대립적이다. 자유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자유방임주의에 따르면 시장에서 자유경쟁은 균형을 지향하면서 안정화 경향을 갖는 데 반해 사회적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질서자유주의에 따르면 자유경쟁은 ‘자기파괴적 경향’, 즉 독점을 초래하는 경향을 가지므로 국가가 경쟁을 활성화하거나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경제력의 집중과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방지’(헌법 제119조 ②항)하기 위한 재벌규제는 핵심적인 경쟁정책과제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스스로 ‘가치지향적’ 경제질서를 표방하고 있다. 이 가치에는 자유, 정의, 연대, 안전 등이 포함된다. 그래서 경제정책론은 이들 가치에 대한 해설로 시작한다. 그리고 경제성장, 경제안정, 고용증대, 대외균형과 같은 경제정책 목표는 이들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가령 경제성장을 위해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 행태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시장경제’는 ‘사람 중심’의 시장경제이다. 독일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면서 ‘사람 중심’의 혁신전략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유럽연합(EU)이 사회적 시장경제로서 ‘가치지향적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지향성은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도 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이 점에서도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유시장경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쟁은 물론 협력도 하는 인간은 경제활동에서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도 추구한다. 그러므로 개인윤리와 기업윤리가 경제주체의 당연한 규범이 된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과제는 단지 성장률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임기응변식 경제정책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은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이 절감하고 있다. ‘실용적 진보’, ‘실용적 중도’, ‘실용적 보수’, ‘보수와 진보의 실용적 조화’ 등의 틀은 경제에도 적용된다. 이제는 그동안의 방황을 극복하고 알맹이를 채워 총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 때이다. 헌법상의 경제질서 규정이 유용한 준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머스크 “AI팀 지원, 대학 졸업장 필요 없다”

    머스크 “AI팀 지원, 대학 졸업장 필요 없다”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인공지능(AI) 분야 모집에 고교 졸업자 지원을 권유했다. AI가 첨단 분야이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된다는 게 머스크의 설명이다. 테슬라 창업자인 머스크는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자율주행차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자 테슬라 AI팀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사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관건은 AI에 대한 깊은 이해”라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또 “학력은 상관없다”면서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코딩 테스트는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학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그는 2014년 독일 자동차 잡지 ‘아우토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은커녕 고교 졸업장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명문대학을 졸업하면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암시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며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은 대학 졸업장도 없지만, 그들을 채용할 수 있다면 그건 잘하는 일”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AI를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트윗에서 “AI팀은 내게 직접 보고한다”며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나거나 이메일 또는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밝혔다. 또 조만간 자신의 집에서 AI 및 자율주행팀과 “재미나고 근사한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애착을 과시했다.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차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재능 있는 AI팀이 필요하다. 테슬라가 제조한 차량은 현재 수준의 자율주행 특성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래에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한편 3일 테슬라 주가는 2013년 5월 이후 하루 최대인 19.9%가 올랐다. 종가가 780달러로 시가총액은 1140억 달러에 이르렀다. 테슬라 주식 19%를 보유한 머스크는 이날 하루 44억 2000만 달러(약 5조 2000억원)의 평가이익을 올렸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천연두·콜레라·독감… 전염병이 역사를 바꿨다

    천연두·콜레라·독감… 전염병이 역사를 바꿨다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에 전염병 확산 사망자 속출 속 이순신 장군 위기 면해 숙종이 천연두 걸려 결국 ‘장희빈 탄생’ 고대 아테네선 전염병에 전쟁 양상 변화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90% 몰살#장면1 임진왜란이 발발한 다음해인 1593년 3월 남해안 일대에 전염병이 번졌다. 이순신 역시 12일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 좁은 배 안에서 함께 생활하던 조선 수군에선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투 중 전사자보다 몇 배 더 많았다. 1594년 4월 이순신이 조정에 올린 보고서를 보면 전염병 사망자가 1904명, 감염자는 3759명으로 전체 병력 2만 1500명의 40%가량이 전투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다시 전염병이 창궐한 1595년 수군 병력은 4109명까지 감소했다. 당시 이순신이 전염병에 쓰러졌다면 임진왜란은 어떻게 끝났을까? #장면2 숙종 10년(1683) 숙종이 천연두에 걸렸다. 첫 부인인 인경왕후 김씨를 천연두로 잃은 숙종을 살리기 위해 숙종의 어머니 명성왕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이 알려 준 황당무계한 처방에 따라 한겨울에 소복 차림으로 물벼락을 맞았다. 이로 인해 병을 얻어 12월 5일 사망했다. 명성왕후는 숙종이 총애하던 중인 출신 궁녀를 궁궐에서 쫓아낸 적이 있는데 명성왕후가 죽자 숙종은 그 궁녀를 궁궐에 다시 데려왔다. 그 궁녀가 나중에 경종을 낳은 장희빈이다. 숙종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면 오늘날 사극의 단골 소재인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몽골제국 몽케칸, 남송 원정 도중 병사 역사를 바꾼 결정적인 순간에 전염병이 있었다. 지금처럼 보건위생 개념이 발달하지 않고 상하수도 시설과 화장실 설비가 부족했던 전근대사회에선 대규모 전염병이 빈발했으며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까지 바꾸는 일도 잦았다. 고대 아테네에서 기원전 430~428년 발생한 전염병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양상을 바꿨다. 당시 아테네 성벽 안에 있던 주민 가운데 3분의1이 사망했고 그중에는 페리클레스도 있었다. 특히 아테네가 자랑하던 해군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칭기즈칸의 손자로 몽골제국 네 번째 칸이었던 몽케칸은 남송 원정을 이끌던 1259년 여름 지금의 쓰촨성 지역에서 갑작스레 사망했다. 페르시아어로 기록된 몽골제국사인 ‘집사’(集史)는 몽케를 쓰러뜨린 전염병을 ‘바바’라고 표현했다. 정확히 어떤 전염병이었는지는 지금도 불분명하다. 일부에선 흑사병이었을 것으로 짐작하기도 하지만 확실하진 않다. 몽케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바람에 몽케의 그늘에 가려 있던 동생 쿠빌라이가 몽골제국의 칸이 됐다. 몽케칸을 만나러 가던 도중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려로 되돌아가던 고려 태자 일행은 쿠빌라이와 만나면서 쿠빌라이와 고려 태자 사이에 일종의 밀약이 이뤄진다. 고려 태자는 훗날 고려 원종이 되고, 원종과 쿠빌라이는 사돈 관계로 이어진다. 전염병은 때로 제노사이드보다 더한 비극을 초래하기도 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뒤 발생한 대규모 전염병은 원주민 인구 가운데 90%를 몰살시켰다. 오늘날 미국에 해당하는 지역만 해도 인구가 1500년 500만명에 달했지만 1800년에는 6만명으로 줄었다. ●인도 풍토병인 콜레라 전 세계 휩쓸어 조선 중종 19년(1524) 7월 평안도관찰사 김극성의 보고서가 국왕에게 도착했다. 평북 용천군 지역에 전염병이 돌아 670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평안도 전역과 황해도까지 전염병이 전파되면서 이듬해 가을까지 사망자는 2만 3000여명에 달했다. 중종대 인구가 400만명 내외로 추정되니까 전체 인구의 0.5% 이상이 사망한 것이다. 현재 남북한 인구 7000만명을 대입해 보면 35만명가량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셈이다. 이 전염병은 ‘티푸스’로 추측되고 있다. 17세기는 세계적으로 소빙하기였다. 각종 전염병이 빈번했다. 특히 천연두가 많았다. 천연두는 조선에선 두창, 마마, 손님 등으로 불렀다. ‘백세창’이라고도 했는데 평생 한 번은 겪고 지나가야 하는 질병이라는 뜻이었다. 공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인 천연두는 일단 감염되면 고열과 발진이 일어나고, 두통과 구토 등을 일으킨다. 얼굴, 손, 몸통에 발진이 생긴다. 증상이 일어난 지 8~14일이 지나면 딱지가 앉고 흉터가 남는다. 그 흉터를 흔히 마마 자국이라고 부른다. 1886년 제중원에서 작성한 ‘조선 정부 병원 1차연도 보고서’에서 4세 이전의 영아 40~50%가 두창으로 사망한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치료법도 발전했다. 일종의 백신을 활용한 치료법인 인두법이 대표적이다. 1821년(순조 21년) 조선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전염병인 ‘콜레라’로 치명상을 입는다. 그해 8월 평양감사 김이교가 작성한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갑자기 괴질이 발생해 구토와 설사와 가슴이 막혀 타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다 잠깐 사이에 사망한 사람이 1000여명이나 되었습니다. 의약도 소용없고 구제할 방법도 없으니 눈앞의 광경이 매우 참담합니다.” 인도 풍토병이었다가 1817년 콜카타에서 본격 발병한 콜레라는 말 그대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콜카타에 있던 영국 군인 5000명을 1주일 만에 몰살시킨 콜레라는 1819년에 유럽, 1820년에는 중국에 상륙했다. 조선에 상륙한 콜레라는 1821년 9월 17일 황해감사 이용수가 “사망자가 8000~9000명에 이르며 한창 앓고 있는 무리는 그 수를 다 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할 정도로 확산됐다. 콜레라는 중부지방을 통과해 제주도까지 퍼졌다. ●전염병 때마다 등장하는 소수자 혐오 전염병이 번질 때마다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수자 혐오다. 질병의 원인을 ‘저들’에게 돌리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오랜 못된 버릇이다. 19세기 콜레라가 한창일 당시 청나라에선 반체제 성향 신흥종교인 백련교도들에게 혐의를 돌리기도 했다. “백련교도들이 우물에 독약을 뿌리고 오이밭에 독약을 뿌려 생긴 질병”이라는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1918년 처음 발병해 감염자 5억명에 사망자가 최소 2500만명에서 최대 1억명으로 추산되는 ‘스페인 독감’만 해도 최초 발생지인 미국에선 “독일인 때문에 생겼다”, “동유럽 이민자 때문에 생겼다”, “흑인 때문”이라는 등 소수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각종 소문이 횡행하기도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너무 늦은 ‘르네상스 맨’ 조지 스타이너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너무 늦은 ‘르네상스 맨’ 조지 스타이너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았고, 문학평론가 겸 수필가로 명성을 드날린 프란시스 조지 스타이너가 아흔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름에서 비치듯 국경을 넘나들었다. 1929년 프랑스에 머무르던 오스트리아 유대인 부모 아래 태어난 고인이 최근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아들 데이비드의 말을 빌어 AP 통신이 전했다. 데이비드는 존스홉킨스 교육정책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유족으로는 1955년 결혼한 아내 Zara Shakow와 데이비드, 컬럼비아 대학 교양학부 학장인 딸 데보라가 있다. 오스트리아 명문가 출신인 부모의 영향으로 그는 어릴 적부터 프랑스어와 독일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자랐고 나중에 이탈리아어까지 배웠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A.S. Byatt 은 ‘늦은 늦은 늦은 르네상스인’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도무지 경계가 없는 것처럼 그는 시, 수필, 엄청 긴 저작, 소설, 예술평론 등 실로 다방면에 걸쳐 저작 활동을 했다. 194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와 시카고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1950년대 4년 동안 잡지 이코노미스트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원자폭탄 설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인터뷰한 뒤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꼈다”고 썼고, 나중에 그를 프린스턴 대학 첨단연구소에 근무하게 다리를 놓아준 일로도 유명하다.스타이너는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닐 때 단 둘이었던 유대인 학생 가운데 혼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다. 여섯 살 때 파리의 아파트 아래 길거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유대인들을 죽여라”고 외치는 것을 봤는데 아버지가 “이런 게 역사란다. 넌 결코 겁 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어두웠던 유럽 역사가 자신의 저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답을 수필 ‘어떤 종류의 생존자’를 통해 들려줬다. ‘유럽에서 일어난 일에 관한 캄캄한 미스터리는 내 자신의 정체성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동료 유대인들과의 불화도 상당했다. 먼저 1981년 소설 ‘The Portage of San Cristobal A.H.’를 통해 아마존 정글에서 히틀러 사냥을 묘사했는데 그는 히틀러의 공포가 나치즘을 형성했다고 정당화한 데다 현대 이스라엘이 건국하게 된 것을 연결했다는 의심을 자초했다. 유대인들이 먼저 “선택된 민족”이라고 선언한 것을 히틀러가 그대로 따라 했다는 것이었다. 존 레너드는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유대인들이 최고의 아이디어를 히틀러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히틀러는 이스라엘을 선물했다는 논리”라고 적었다. 그는 종교 지도자들을 영웅으로 여기진 않았지만 마르셀 푸르스트, 프란츠 카프카, 칼 마르크스 등을 영웅으로 떠받들었으며 이스라엘을 “대체 불가능한 기적”이라고 묘사해 여러 독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본인도 예술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고, 그에 대해서도 폭넓은 비평을 남겼지만 그는 예술이 홀로코스트의 공포에 맞서 보호막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67년 발간한 책을 통해 “이제야 깨달았다. 저녁에 괴테와 릴케의 작품을 읽고 바흐와 슈베르트 작품을 연주하던 이가 아침에는 아우슈비츠에 출근하러 갈 수 있다는 것을”이라고 지적했다. 스타이너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에 20년을 몸 담는 등 수많은 대학에 방문교수 등을 지냈고 프랑스 레종도뇌르 훈장 등 많은 명예를 누렸다. 문학 평론가 마야 자기는 “폴리글롯(polyglot, 여러 나라 말을 할줄 아는 이)이자 박식한 사람(polymath)”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언어학, 철학, 문학 비평 등 손을 대지 않는 분야가 없었다. 2009년 NYT에 기고한 한 문학평론가는 “그의 상큼한 미덕은 피타고라스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를 거쳐 니체, 톨스토이에 이르기까지 단 한 문단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 (반대로) 성나게 하는 악덕은 피타고라스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와 단테를 거쳐 니체, 톨스토이에 이르기까지 단 한 문단에 녹여낼 수 있는 능력에 있다”고 알듯 모를 듯하게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동양인=바이러스’ 인종혐오로 번진 신종코로나 사태

    ‘동양인=바이러스’ 인종혐오로 번진 신종코로나 사태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 사태가 동양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번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신종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감이 중국인을 넘어 동양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번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29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는 신종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이후 동양계 학생을 향한 노골적인 멸시와 차별이 확산했다. 한 베트남계 신입생은 “수업 시간에 누구도 내 옆에 앉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프랑스 현지에 거주한 한국 교민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보고 코와 입을 막거나 슬슬 피하는 현지인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며 부쩍 늘어난 인종차별 현상을 경계했다. 독일 교민 한 명은 “바이러스 옮는다”라며 교실 출입을 거부당한 자신의 딸 이야기를 전하며 속상함을 내비쳤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우리나라 손흥민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침 한 번 했다가 신종 코로나 의심을 받았다.몇몇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지역신문 르 쿠리에 피카르(Le Courrier Picard)는 1면에 '황색 경계령'(Yellow Alert)이라는 제목의 신종 코로나 관련 기사를 내걸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역시 1일 발간한 최신호 표지에서 신종코로나를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표현해 중국 당국의 항의를 받았다. 서구 언론인의 무의식에 내재된 차별적 시각도 문제다. 야후 캐나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유명 언론사 기자는 신종코로나와 관련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캐나다 최대 방송사 CTV 탐사보도기자인 피터 아크만은 이날 토론토에 위치한 단골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한 뒤, 아시아계 이발사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다. 그러면서 “오늘 내가 얻은 게 오로지 머리 손질 뿐이기를 바란다”라는 말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 해시태그를 첨부했다.단 한 줄이지만 동양인은 곧 바이러스라는 인종차별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었다. 몇 시간 후 아크만은 자신이 경솔했다고 시인하고 “내 이발사는 모두에게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야기했을지도 모르는 모든 범죄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CTV 측은 나흘 후 아크만을 해고했다. 현재 CTV 홈페이지 기자 소개란에서도 그의 프로필은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2006년 캐나다의 다른 유명 방송사인 CBC를 퇴사한 이후 2013년 CTV로 적을 옮긴 아크만은 아프가니스탄과 이스라엘, 쿠웨이트, 리비아 등 국제 분쟁 지역에서 종군 기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 후폭풍은 더 거셌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미국 NBC 방송은 “신종코로나가 퍼지면서 인종적 고정관념에 근거한 잘못된 정보도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증가일로의 외국인 혐오가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의 또 다른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안녕? 자연] 빙하가 예상보다 빨리 녹는 또 다른 원인 찾았다

    [안녕? 자연] 빙하가 예상보다 빨리 녹는 또 다른 원인 찾았다

    극지방의 빙하는 내리쬐는 태양과 그로 인해 상승한 기온 탓에 표면에서부터 녹아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예상보다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또 다른 원인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독일 브레멘에 위치한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해양연구소(AWI)가 그린란드 북동부에 위치한 빙하 NFG(Nioghalvfjerdsfjorden Glacier)를 분석한 결과, 대서양으로부터 흘러들어온 따뜻한 물이 곧바로 빙하의 아랫부분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로 인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가 이루어진 그린란드 북동부는 여러 빙설(빙하의 일부가 길게 늘어진 부분)이 모여있는 곳으로, 각각의 빙하는 바닷속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다.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가장 긴 빙설은 그 길이가 80㎞에 달하기도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이곳의 빙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지거나 두께가 얇아졌는데, 이는 단순히 표면의 얼음이 녹아서가 아닌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는 빙하의 아랫부분이 따뜻한 지하수와 맞닿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심해측량을 통해 확인한 결과 대서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빙하 아랫부분까지 흘러내려가고, 이것이 엄청난 양의 빙하를 아래로부터 녹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문제는 그린란드의 다른 빙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빙하의 수중 용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따뜻한 물이 점점 더 많이 흘러들기 때문”이라면서 “해저 근처의 수온을 측정한 결과, 빙하 쪽으로 다가갈수록 따뜻한 물의 흐름이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은 지구의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속도는 1992년에 비해 7배 빨라졌다. 그린란드의 빙하는 지구의 해수면을 7.3m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만큼의 물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매년 사라지는 빙하로 인한 용융(물질이 가열되어 액체로 변화하는 것) 수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기후변화의 속도와 영향을 더욱 면밀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무증상 전파 입증 논문, 당사자 취재 안해”

    “무증상 전파 입증 논문, 당사자 취재 안해”

    獨 보건당국, 무증상전파자 논문에 수정 요청무증상 중국 사업가의 독일인 감염 사례 대해“근육통이 있었고 해열제 먹고 있었다” 지적“논문 연구진 해당 中 사업가와 통화도 안해” 하지만 무증상 감염 존재에 대해 각국 인정“무증상 감염 전파력 약하다”가 대체적 의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무증상 전파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유럽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던 무증상 전파자 논문에 결함이 있었다고 사이언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한 여성이 무증상인 상태에서 4명의 독일인을 감염시켰다는 내용이었는데 정작 연구진들이 독일인만 만나고 이 여성을 취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가 지적한 것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지난달 30일 실린 논문이다. 이 논문은 중국과 미국 보건 당국의 전문가들이 사례로만 존재하던 무증상 전파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근거가 됐었다. 실제 ‘무증감 감염의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던 앤서니 포시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해당 논문을 읽고 무증상 감염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사이언스에 따르면 한국의 질병관리본부격인 독일 RKI(Robert Koch Institute)는 NEJM에 해당 논문의 수정을 요청한 서한을 보냈다. 해당 논문에는 신종 코로나 증상이 없던 중국이 여성 사업가가 상하이를 통해 독일에 입국해 1월 21~22일 뮌헨에서 4명 중 한 명을 감염시켰다는 내용이 들어있는데 실제로는 증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이 사업가는 RKI와 통화에서 당시 피곤했고 근육통이 있었으며 파라세타몰(진통해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이언스는 해당 논문을 쓴 연구진은 이 사업가와 직접 통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다만 이는 연구 윤리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의미로, 무증상 전파 자체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미 중국에서 무증상 감염 사례가 다발적으로 보도됐다. 또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지난달 30일 일본에 도착한 1차 귀국자 중 3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고, 이중 2명은 발열·기침 등이 없는 무증상이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다른 사람에게로의 전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앞서 중국 보건당국 관계자 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대변인도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 보건당국도 무증상 감염에 대한 부정적인 초기 입장을 바꿔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무증상 감염에 대한 논란은 ‘위험성’으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 중국 내에서는 아직 “무증상 감염이 (전염성이) 있을지라도 다소 약하다”는 입장이 대체적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포토] 무대 꽉 채운 ‘화려한 의상’

    [포토] 무대 꽉 채운 ‘화려한 의상’

    3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퀼른에서 열린 ‘람베르츠 먼데이 나이트(Lambertz Monday Night)’에서 무대에 오른 모델들이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독일 슈피겔 ‘코로나바이러스 중국산’ 표지에 중국 반발

    독일 슈피겔 ‘코로나바이러스 중국산’ 표지에 중국 반발

    독일 내에서도 슈피겔 표지에 대한 비판 이어져‘코로나 바이러스 중국산’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루면서 표지에 ‘중국산(Made in China)라고 표기하자 중국 당국이 이에 항의했다. 지난 1일 발간된 슈피겔의 표지에는 ‘코로나 바이러스(CORONA-VIRUS)’라는 작은 문구 아래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문구가 굵고 커다랗게 주요 제목으로 표기됐다. 여기에 중국 국기 색깔과 비슷한 붉은색 우비를 뒤집어쓰고 방독면에 귀마개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을 표지 사진으로 실었다. 슈피겔은 이번 호의 주요 기사로 ‘세계화가 치명적인 위협이 될 때’라는 기사를 통해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기 문제를 제기했던 의사들이 당국의 심문을 받았다는 내용 등 중국의 권위적인 관료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전염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피해에 대해 강조했다. 이에 주독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공포를 일으키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심지어 인종 차별을 일으키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슈피겔을 비판했다고 신화통신이 2일 보도했다. 중국대사관은 그러면서도 “중국대사관은 독일과 국제사회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에 맞서 싸우고 있는 중국에 제공한 지원에 대해 감사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독일 내에서도 슈피겔 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슈피겔 온라인판에 달린 한 댓글은 “표지가 끔찍하다.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한 공공적인 차별이다. 이것이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언론이라는 곳의 태도인가”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 유학생들도 인종차별적인 표지라고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한 독일 시민은 대신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슈피겔의 표지가 독일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면역력 강화+스트레스 관리” 신종코로나 팩트 체크&대처법

    “면역력 강화+스트레스 관리” 신종코로나 팩트 체크&대처법

    “올바른 손 씻기와 체온 유지, 스트레스 관리 중요”중국 우한에서 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있다. 1월 7일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불안도 증폭되는 분위기다.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센터장 조수현 정형외과 전문의)의 조영훈 실장(이비인후과 전문의)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중국 정부와 WHO에서 제기한 무증상 감염이 가능하다는 점이 사스(SARS), 메르스(MERS) 등 다른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의 가장 큰 차이이자 우려할 만한 특징”이라며 “기본적인 손 씻기, 마스크 착용과 함께 체온 유지와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는 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팩트 체크와 대처 방법을 발표했다. # 일반 감기의 20~30%도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바이러스다. 보통 걸리는 감기의 20~30%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사스(SARS), 메르스(MERS)라는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특별한 바이러스인 것처럼 알려져 있을 뿐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경우도 이런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다. 그렇다고 쉽게 봐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사율은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낮지만, 전염력은 메르스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발열 혹은 호흡기 증상시 주의 요해야 초기 감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9일 발표된 연구 논문(Lancet)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의 83%는 발열을 경험했다. 또 82%의 환자는 마른 기침, 31%는 호흡곤란, 11%는 근육통을 경험했다. 인후통과 콧물, 설사를 경험한 환자들은 드물다고 알려졌다. 각각 약 20%의 환자에서 열이나 마른 기침이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만 있더라도 최근 중국에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보건 당국에서 공개하는 확진자의 이동 동선과 겹치는 경우 보건 당국에 연락하여 적절한 조치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접촉력 없이 발열만으로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겨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독감, 라이노 바이러스와 코로나 바이러스 등에 일어나는 상기도 감염 역시 유행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가장 큰 논란 현재 가장 큰 논란은 무증상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다. 잠재기(latent period)는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가능할 때까지의 기간이다. 반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를 잠복기(incubation period)라고 한다. 두 용어는 잠복기로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 잠복기가 잠재기보다 길다면 무증상 감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2~7일의 잠복기를 나타낸 사스나, 5일의 잠복기를 가진 메르스와 달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14일까지의 잠복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중국 보건 당국에서는 무증상 감염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고, WHO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8일 독일에서 무증상 2차 감염을 의심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국내에서도 3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있을 수 있고, 이들로부터 감염을 막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 비누로 손씻기와 KF80 등급 이상의 마스크 착용 권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예방을 위한 제 1 원칙은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비말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우에도 비말이 직접 튀어서 생기는 전염보다 손으로 옮기는 전염의 확률이 더 크다. 비누나 손세정제로 올바른 방법으로 손씻기를 잘 하면 균은 거의 없어진다. 마스크도 여러 등급이 존재하는데, 보건 전문가들은 KF80 등급 이상의 마스크 사용을 권장한다. 비말에 노출된 손으로 눈, 코, 입을 통해 점막에 노출될 경우 감염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비비거나 손이 마스크 속 코나 입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시중에 공포스럽게 떠도는 공기전염의 증거는 아직 없다. 기본적인 개인 위생 원칙만 지켜도 감염의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수 있는 대중교통시설 및 공동 공간에서는 이러한 개인 위생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자신이 감염이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혹시 모를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예방할 수 있다. # 면역력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 힘써야 설사 바이러스에 노출이 됐다 해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추위를 피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역학 연구에 따르면 외부 온도가 5도 이하인 상황에서, 온도가 1도 내려갈수록 호흡기 질환의 빈도는 19% 증가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연구서도 온도가 1도 내려갈수록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5.2% 증가한다고 한다. 적당한 스트레칭과 운동, 적절한 영양섭취, 스트레스 완화 등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집에서 휴식하며 안마의자를 사용하는 것도 체온 조절과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이라고 연구진은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세계가 함께 즐긴 20200202, 코로나로 하수상한데도

    세계가 함께 즐긴 20200202, 코로나로 하수상한데도

    어제(2일) 오후 이런 문자를 받았을 것이다. ‘오늘은 천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2020년 02월 02일입니다. 앞으로 읽어도 20200202, 뒤로 읽어도 20200202!!!’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주아주 어리지 않다면 일생에 한 번뿐일 날을 세계인들이 어울려 축하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을 비롯해 20여개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감염병에 시달려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노력은 이어진 셈이다. 영어권에서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일을 회문(回文, palindrome)이라고 한다. 20022002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미국에서만 월-일-년 순으로 읽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일-월-년(우리는 년-월-일) 순으로 읽기 때문에 세계가 모두 함께 축하할 수 있는 날은 아니었다. 또 어제(2일)는 중국과 손에 꼽힐 만한 나라들에서 년을 맨 앞에 쓰는데 그래도 마찬가지로 회문이 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인류가 함께 회문을 즐긴 날은 1111년 11월 11일이었다. 당시 북아메리카에서는 누구도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륙은 해당되지 않았다. 방송은 909년 전에 일어난 일들을 돌아봤다. 예루살렘을 통치하던 볼드윈 1세가 이끄는 십자군이 지금의 시리아 북부를 장악한 투르크족과 싸우고 있었고, 정복왕 윌리엄의 넷째 아들 헨리 1세가 잉글랜드 국왕이었으며, 포르투갈 왕국을 건설한 아폰소 1세가 태어났다. 다음번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회문 날은 12/12/2121이다. 방송은 ‘누가 아느냐? 우리 중 몇몇은 살아서 그날을 맞을지’라고 농을 했다. 하지만 년-월-일로 쓰는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다. 01/01/1010도 있었고, 정말로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겠지만 03/03/3030, 04/04/4040, 05/05/5050도 있다. 누리꾼 ‘@harrybakerpoet’은 “오늘은 올해 들어 33번째 날이고 앞으로 333일 남았다는 사실을 방금 알고 수학을 즐기는 아이가 된 것 같아 즐겁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한 발 나아가 이날이 북미인들의 달력에 중요한 날인 그라운드호그 날임을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그라운드호그는 마못과 비슷한 생김새로 우드척 다람쥐라고도 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정착한 독일인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동굴 밖으로 나온 그라운드호그가 계속 밖에서 머무르는지, 아니면 제 그림자에 놀라 다시 동굴로 기어들어가 6주를 더 겨울잠을 자는지 관찰했다는 전통에서 시작됐다. 저유명한 펑수토니 필(Punxsutawney Phil)이 초봄이 왔음을 공식 선포하는 날로 1886년부터 아예 2월 첫째주 일요일로 고정해 지켜오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현지어로 “사랑해사랑해‘와 발음이 같은 이날을 오래 전부터 길일로 꼽아 결혼식 날짜로 선호해 왔는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에 혼인신고를 반려하라고 권고(사실상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베이징시는 5200쌍의 혼인 신고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박성국의 인터미션] “힘들 거야 우린… 정치 때문에”

    [박성국의 인터미션] “힘들 거야 우린… 정치 때문에”

    클래식 연주회와 뮤지컬, 발레 등 공연 중간 쉬는 시간, 인터미션. 관객은 인터미션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1부 공연을 반추하며 계속 관람할지 이른 귀가를 할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간 담쌓고 살았던 공연문화를 뒤늦게 업으로 삼게 된 저의 인터미션에선 무대 안팎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제가 태어난 해부터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온 분이라 처음에는 옆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는데, 포디움(지휘대)에 서면 다른 사람이 되더라고요. 팔순이 다 돼 가는데 눈동자는 열여섯 소년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기억이 납니다.” 1992년생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떠올린 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78)의 첫인상이다. 이지윤이 태어나던 해, 바렌보임은 1570년 창단한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4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손에 쥔 이지윤에게 바렌보임이라는 이름은 해외 명반에나 나오는 아주 멀고, 광활한 바다 같은 존재였다. 25년이 지난 2017년 5월, 독일 유학 중이던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디션 무대에 올랐다. 연주가 끝나자 그를 한 노신사가 불러 세웠다. 여전히 음악감독으로 독일 명문 악단을 이끌고 있는 바렌보임이었다. 바렌보임의 눈에 든 이지윤은 그렇게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독일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악단의 첫 여성이자 최연소 악장으로 우뚝 섰다.지난달 이지윤의 귀국 기자회견 현장을 지켜보면서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고, 또 창창한 앞날이 펼쳐질 이지윤이 아닌, 한 음악감독이 28년이나 계속 같은 악단을 이끌 수 있는 독일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과 예술감독은 단순히 단원 지휘 개념을 넘어, 그 단체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러시아 클래식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1988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고, 1996년엔 총예술감독으로 올라 3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감독직에 16년간 재임했다. 국내에서 이들과 견줄 만한 단체는 단연 ‘정명훈의 서울시향’일 것이다.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하던 정명훈은 200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요청을 받고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직을 수락했다. 당시 시향은 61세까지 보장되는 정년에, 호봉제로 인상되는 안정적인 급여 시스템 속에 ‘음악 하는 철밥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연간 50억원의 세금을 들이고도 평균 유료 관객 500명을 넘기지 못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정명훈식 개혁과 조율의 결과 서울시향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호평을 넘어 세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랐다. 해외의 수준급 연주자들이 서울시향으로 몰려들었고, 유료 객석 점유율은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끝은 서글펐다. 시향 대표를 향한 내부 직원들의 폭언 및 성추행 등 폭로와 정명훈을 둘러싼 감사 등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 끝에 정명훈은 2015년 12월 서울시향을 떠났다. “한국은 결국 정치가 문제죠.” 한 클래식 평론가의 입에서 나온 함축적인 진단이다. 이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제도권 정치는 물론 예술계의 오랜 파벌 다툼을 아우른다. 이런 진흙탕 싸움은 예술감독 선임에 정권 입김이 더욱 짙게 작용하는 국립 예술단체에서는 더 심각해진다. 국립오페라단은 2011년 8월 취임한 제9대 김의준 예술감독을 비롯해 8년 사이 4명의 예술감독이 각종 자격 시비 등으로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놨다. 지난해 국립무용단은 안무가와 단원들의 갈등으로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공연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원로 안무가의 ‘내 사람 심기’와 반발이 있었다.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니라 누가 더 친하냐가 이 바닥의 경쟁력입니다.” 공연계 한 인사의 말에 이지윤을 바라보는 바렌보임의 눈빛과 표정이 또 한번 떠올랐다.
  • 킵초게만을 위한 마라톤화 제동…스포츠 첨단장비 약일까 독일까

    킵초게만을 위한 마라톤화 제동…스포츠 첨단장비 약일까 독일까

    스포츠 기술 발전이 기록 경신 기여 한편으론 선수 간 공정한 경쟁 해쳐인간의 스포츠 기록을 돕는 첨단장비의 활용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IAAF는 지난 1일(한국시간) ‘엘리트 선수의 신발 규정 수정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엘리우드 킵초게(36·케냐)를 위해 개발한 마라톤화를 겨냥한 조치였다. 킵초게는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59분40.2초에 달렸다. IAAF가 인정하는 공식 대회가 아니어서 기록은 인정받지 못했지만 인류 최초로 마라톤 2시간의 벽을 허물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다. 당시 나이키는 킵초게를 위한 특수 마라톤화를 제조했다. 발뒤꿈치 부분에 탄소섬유로 만든 판을 넣었는데 이 판이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해 기록 단축에 도움을 줬다. 탄소섬유판이 1장만 들어간 ‘줌X 베이퍼플라이’의 경우 시중에 판매하는 상품이어서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부여했지만 킵초게에게만 허용된 전용 신발에는 탄소섬유판이 3장이나 들어가 논란이 됐다. 결국 IAAF는 ‘신발 밑창의 두께는 40㎜ 이하’, ‘탄소섬유판은 1장만 허용’ 등이 담긴 수정안을 발표했다. 또한 ‘2019년 12월 30일 이전에 시판된 신발만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용품사들의 과도한 기술경쟁을 막았다. 그동안 스포츠용품사들은 스타 선수의 스폰서로서 더 나은 기록을 내기 위한 기술 경쟁을 펼쳐 왔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본연의 능력 이상의 기록을 내는 데까지 다다르면서 스포츠의 본질에 의문을 던지게 했다. 수영의 경우 2009년 로마선수권 대회에서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들이 무더기로 신기록을 쏟아내면서 ‘기술 도핑’ 논란이 일었고 이듬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10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상당수의 최고 기록들이 당시 대회에서 세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야 하지만,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운동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술 수준을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기술 도핑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젊은 임원 발탁했지만… 금융권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

    젊은 임원 발탁했지만… 금융권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

    부장급 여성 73.5% “사내 유리천장 존재” 젠더 다양성 보장… 유럽은 평균 30% 달해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이 ‘세대교체’를 앞세운 임원 인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지만 올해도 1금융권의 유리천장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국민은행, NH농협금융지주·은행, 신한금융지주·은행, 우리금융지주·은행,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11곳의 여성 임원은 모두 9명으로 집계됐다. 대표이사·행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임원이 전체 143명(겸직 제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비율은 고작 6.3%에 그쳤다. 1965~1966년생 등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면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했지만 여성 임원 승진이나 파격적인 여성 인사 발탁은 없었다. 여성 임원 비율은 예년과 다름없이 한 자릿수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11곳의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평균 51.0%였다. 일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관리자급을 넘어 임원으로 올라간 여성은 손으로 꼽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금융권 부장급 남녀 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응답자의 73.5%는 ‘사내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신한금융지주·은행은 지난해 말과 지난달 실시한 임원 인사에서 전체 29명 중 2명을 여성 임원으로 발탁했다. KB금융지주·국민은행은 전체 임원 30명 중 2명이 여성이다. 아직 임원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우리금융지주·은행도 임원 29명 중 2명만 여성이다. NH농협금융지주·은행과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은 각각 16명과 25명의 임원 중 1명만이 여성이다. 기업은행도 총 14명 중 1명만 여성 임원이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위한 전략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여신금융 분야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8.3%에 그쳤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젠더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여성 이사·임원 비율이 평균 30%에 달했으며, 여성 임원진이 없는 금융회사는 6%에 그쳤다.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도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과 임원 비중 확대 비율 목표제 등을 도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와의 협약을 통해 2022년까지 여성 임원 비중을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2022년까지 부장급 여성 비율을 10~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통해 여성 임원을 양성하고 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본부장은 “해외에서도 대부분 젠더 다양성을 보장하는 할당제로 시작했다”며 “여성 인력 양성을 위한 조건 마련뿐 아니라 20~30% 여성 임원 의무화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남성이 바이러스에 더 취약?… 특정 집단 단정할 과학적 근거 부족

    남성이 바이러스에 더 취약?… 특정 집단 단정할 과학적 근거 부족

    中 남성 입원 환자, 여성의 두배 이상 전문가 “다른 바이러스와 비교 불가 변이 쉽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대상”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과학계도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새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논문이 50편 이상 발표됐다. 각종 괴담과 가짜뉴스들이 사람들의 공포심만 키워 준 상황에서 이들 연구논문은 신종 코로나에 대한 많은 사실들을 알려 주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는 남성들이 더 많이 걸리고 아이들은 잘 걸리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중국 우한 진인탄병원, 상하이 교통대 의대, 중국과학원 우한바이러스연구소 공동연구팀이 지난달 1~20일 진인탄병원에 신종 코로나로 입원한 99명의 환자 통계를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 지난달 30일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환자 67명, 여성 환자 32명으로 남성이 더 많다. 또 50대가 30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와 60대가 각각 22명, 70대 이상이 15명, 30대 이하도 1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남성 환자가 많다는 것으로 남자가 신종 코로나에 더 취약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면서 “바이러스에 취약한 특정 집단이 있다고 보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백신도 있고 전에 걸렸으면 부분적으로 면역력이 남아 있는데 신종 코로나는 말 그대로 신종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면역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신종이니만큼 다른 바이러스들과 비교하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와 함께 감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4개 속(屬)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람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알파와 베타속에 포함되는 7종이다. 신종 코로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모두 베타속에 해당되는 변종 바이러스다. 감기바이러스는 변이가 쉽게 일어나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기 어려운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바이러스도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지난달 말 홍콩대 연구진이 관련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더군다나 바이러스에 대한 약은 타미플루처럼 이미 감염된 뒤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수준이지 백신처럼 예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일본, 중국,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의 무증상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기침이나 발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도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도 무증상 감염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감염학자들은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호흡기 바이러스들이 많은 만큼 신종 코로나에서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일 우리 정부도 신종코로나 대응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무증상 감염자의 바이러스 전파가능성을 인정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는 증상이 감기 같은 일반 호흡기 질환과 유사해 구별이 어렵고 무증상 환자에서 감염증이 전파되는 경우도 있어 방역관리를 더 어렵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만큼 신종 코로나도 확산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독성이 강해지거나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이성원 기자 sw1469@seoul.co.kr
  •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정치 때문에”[박성국의 인터미션]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정치 때문에”[박성국의 인터미션]

    정통 클래식의 혁신 보여준 바렌보임‘음악 차르’ 게르기예프·베를린필 래틀16~30년 예술감독으로서 성장 이끌어정치·파벌…국립예술단체 수장의 단명“제가 태어난 해부터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온 분이라 처음에는 옆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는데, 포디움(지휘대)에 서면 다른 사람이 되더라고요. 팔순이 다 돼 가는데 눈동자는 열여섯 소년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기억이 납니다.” 1992년생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떠올린 클래식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78)의 첫인상이다. 이지윤이 태어나던 해, 바렌보임은 1570년 창단한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4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손에 쥔 이지윤에게 바렌보임이라는 이름은 해외 명반에나 나오는 아주 멀고, 광활한 바다 같은 존재였다. 25년이 지난 2017년 5월, 독일 유학 중이던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디션 무대에 올랐다. 연주가 끝나자 그를 한 노신사가 불러 세웠다. 여전히 음악감독으로 독일 명문 악단을 이끌고 있는 바렌보임이었다. 바렌보임의 눈에 든 이지윤은 그렇게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독일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악단의 첫 여성이자 최연소 악장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이지윤의 귀국 기자회견 현장을 지켜보면서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고, 또 창창한 앞날이 펼쳐질 이지윤이 아닌, 한 음악감독이 28년이나 계속 같은 악단을 이끌 수 있는 독일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과 예술감독은 단순히 단원 지휘 개념을 넘어, 그 단체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러시아 클래식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1988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됐고, 1996년엔 총예술감독으로 올라 3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감독직에 16년간 재임했다. 국내에서 이들과 견줄 만한 단체는 단연 ‘정명훈의 서울시향’일 것이다.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활동하던 정명훈은 2005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요청을 받고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직을 수락했다. 당시 시향은 61세까지 보장되는 정년에, 호봉제로 인상되는 안정적인 급여 시스템 속에 ‘음악 하는 철밥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연간 50억원의 세금을 들이고도 평균 유료 관객 500명을 넘기지 못했다.그로부터 10년 뒤, 정명훈식 개혁과 조율의 결과 서울시향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호평을 넘어 세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랐다. 해외의 수준급 연주자들이 서울시향으로 몰려들었고, 유료 객석 점유율은 90%를 웃돌았다. 그러나 끝은 서글펐다. 시향 대표를 향한 내부 직원들의 폭언 및 성추행 등 폭로와 정명훈을 둘러싼 감사 등 이른바 ‘서울시향 사태’ 끝에 정명훈은 2015년 12월 서울시향을 떠났다. “한국은 결국 정치가 문제죠.” 한 클래식 평론가의 입에서 나온 함축적인 진단이다. 이는 예술이라는 영역을 자신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제도권 정치는 물론 예술계의 오랜 파벌 다툼을 아우른다. 이런 진흙탕 싸움은 예술감독 선임에 정권 입김이 더욱 짙게 작용하는 국립 예술단체에서는 더 심각해진다. 국립오페라단은 2011년 8월 취임한 제9대 김의준 예술감독을 비롯해 8년 사이 4명의 예술감독이 각종 자격 시비 등으로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놨다. 지난해 국립무용단은 안무가와 단원들의 갈등으로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공연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원로 안무가의 ‘내 사람 심기’와 반발이 있었다. “누가 더 잘하냐가 아니라 누가 더 친하냐가 이 바닥의 경쟁력입니다.” 공연계 한 인사의 말에 이지윤을 바라보는 바렌보임의 눈빛과 표정이 또 한번 떠올랐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클래식 연주회와 뮤지컬, 발레 등 공연 중간 쉬는 시간, 인터미션. 관객은 인터미션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거나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1부 공연을 반추하며 계속 관람할지 이른 귀가를 할지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간 담쌓고 살았던 공연문화를 뒤늦게 업으로 삼게 된 저의 인터미션에선 무대 안팎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금융권 유리천장 여전, 여성임원은 한 자릿수

    금융권 유리천장 여전, 여성임원은 한 자릿수

    지난해 말 올해 초 인사서 세대교체·소비자 보호 강조유리천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금융지주사·시중은행 11곳 여성임원 비율 6.3%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은 평균 51%로 절반 넘어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이 ‘세대교체’를 앞세운 임원 인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지만 올해도 1금융권의 유리천장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국민은행, NH농협금융지주·은행, 신한금융지주·은행, 우리금융지주·은행, 하나금융지주·은행, IBK기업은행 등 11곳의 여성 임원은 모두 9명으로 집계됐다. 대표이사·행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임원이 전체 143명(겸직 제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비율은 고작 6.3%에 그쳤다. 1965~1966년생 등 상대적으로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하면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했지만 여성 임원 승진이나 파격적인 여성 인사 발탁은 없었다. 여성 임원 비율은 예년과 다름없이 한 자릿수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11곳의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평균 51.0%였다. 일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지만 관리자급을 넘어 임원으로 올라간 여성은 손으로 꼽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금융권 부장급 남녀 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응답자의 73.5%는 ‘사내 유리천장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신한금융지주·은행은 지난해 말과 지난달 실시한 임원 인사에서 전체 29명 중 2명을 여성 임원으로 발탁했다. KB금융지주·국민은행은 전체 임원 30명 중 2명이 여성이다. 아직 임원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우리금융지주·은행도 임원 29명 중 2명만 여성이다. NH농협금융지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은행은 각각 16명과 25명의 임원 중 1명만이 여성이다. 기업은행도 총 14명 중 1명만 여성 임원이다.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 확대를 위한 전략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등이 포함된 여신금융 분야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8.3%에 그쳤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인 IS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젠더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여성 이사·임원 비율이 평균 30%에 달했으며, 여성 임원진이 없는 금융회사는 6%에 그쳤다.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도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과 임원 비중 확대 비율 목표제 등을 도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6월 여성가족부와의 협약을 통해 2022년까지 여성 임원 비중을 20%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2022년까지 부장급 여성 비율을 10~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통해 여성 임원을 양성하고 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본부장은 “해외에서도 대부분 젠더 다양성을 보장하는 할당제로 시작했다”며 “여성 인력 양성을 위한 조건 마련뿐 아니라 20~30% 여성 임원 의무화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태원 클럽서 만나 3개월 만에…” 진서연, 러브스토리 [종합]

    “이태원 클럽서 만나 3개월 만에…” 진서연, 러브스토리 [종합]

    배우 진서연이 남편과의 운명적인 만남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1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는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에 출연하는 배우 진서연과 최수영이 출연했다. 이날 진서연은 남편을 언급하며 “이태원 클럽에서 놀다가 남편을 만났다. 내 앞에서 ‘봉봉봉’만 하길래 성대모사를 하는 줄 알았지만 불어를 했던 거였다. 일부러 내 앞에서 불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향만 한국인이지 그냥 외국 사람이었다”며 “3, 4년 전에 유럽 여행을 갔다 오고 싶다고 하더라. 한 달을 다녀왔는데 좋았나 보다. 다시 가도 되냐고 해서 또 갔다. 두 달 만에 와서 유럽에서 살아야겠다고 하더라. ‘네가 원하지 않으면 가지 않겠지만 내가 불행하겠지’라고 했다. 너의 행복을 위해 떠나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진서연의 남편 이창원씨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디렉터로 현재 독일에서 근무하고 있다. 진서연 가족은 현재 독일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남편이 지금은 독일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고 전했다.진서연은 남편에 대해 “남편이 특이하다. 개인주의가 엄청난 사람이다. 사실 저도 개인주의가 너무 심해서 결혼 못 할 줄 알았다. 나도 내가 소중한데 이 사람도 자기가 소중한 거다. 그런 둘이 만나니 완벽하더라. 서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진서연은 2014년 5월에 결혼하며 2018년 9월 결혼 4년 만에 임신 소식을 직접 알려 그해 11월 득남했다. ‘결혼을 추천하나”라는 질문에 진서연은 “결혼은 완전 ‘강추’한다. 아이를 낳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촬영 100개 하는 게 낫다. 그 정도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진서연은 영화 ‘독전’에서 故 김주혁이 연기한 아시아를 주름잡는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의 파트너 ‘보령’ 역을 맡아 리얼한 연기로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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