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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재확산’ 뚫고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

    ‘코로나 재확산’ 뚫고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에 5월 중 개봉하리라던 한국 영화들이 일정을 연기하고 나선 가운데, 그 와중에도 꿋꿋이 개봉을 이어가는 영화들이 있다. ‘나는 보리’(21일 개봉), ‘안녕, 미누’, ‘초미의 관심사’, ‘아홉 스님’(이상 26일 개봉)이다. 비교적 저예산의 이 영화들은 가족들처럼 소리를 잃고 싶은 소녀(‘나는 보리’), 국내 이주노동자 1세대(‘안녕, 미누’),, 돈을 들고 도망간 막내를 뒤쫓는 모녀(‘초미의 관심사’), 극한의 천막 동안거에 나선 스님(‘아홉 스님’) 등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로 눈길을 끈다. ●가족들처럼 소리를 잃고 싶은 소녀의 성장 드라마… ‘나는 보리’21일 개봉하는 영화 ‘나는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아이, 보리(김아송 분)의 이야기다. 보리의 시선에서는, 가족들 중에서 혼자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외롭게 느껴진다.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빌게 되는 아이의 동심이 사랑스러운 성장 드라마다. 영화는 농부모를 둔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진행한 행사에서 만난 농인 수어통역사가 “어렸을 때 엄마아빠와 닮고 싶어서 소리를 잃고 싶은 소원을 빌었다”는 얘기를 듣고 거기서 착안했는데, 이를 쓰려다보니 점점 자신의 이야기와 겹쳤다고 말했다. 영화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제24회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관객상·켐니츠상 2관왕을 달성하는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치타와 조민수의 모녀 연기 ‘주목’… 이주노동자 1세대, 스님들 동안거 다룬 다큐도 개봉26일 개봉을 앞둔 세 영화가 갖는 개성도 뚜렷하다. 남연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초미의 관심사’는 그의 연인인 래퍼 치타가 주연으로 출연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예측불허 추격전이다. 배우 조민수와 래퍼 치타가 모녀로 분해 개성 강한 모녀의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같은 날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인 ‘안녕, 미누’는 한국명 미누로 불리는 네팔 출신의 국내 이주노동자 1세대, 미노드 목탄의 이야기다. 1992년 스무 살에 한국에 와 18년 간 일하며 한국 최초의 다국적 밴드의 리드 보컬로 활동하던 미누는 2009년 강제 추방됐다. 영화는 그가 2018년 네팔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마지막 2년을 주목한다. ‘아홉 스님’은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의 천막 동안거를 하게 된 아홉 스님들의 극한 수행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난방도 되지 않는 천막에서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목욕과 삭발 금지, 묵언 등 7가지 엄격한 규칙을 따르는 아홉 스님들의 극한 도전이 담겼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지난달 자동차 수출 반토막…생산도 20% 이상 감소

    지난달 자동차 수출 반토막…생산도 20% 이상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지난달 자동차 수출이 거의 반토막 났다. 생산도 20% 이상 줄어 자동차 산업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자동차 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 같은 달 대비 22.2% 감소한 28만 9515대에 그쳤다. 조업일수 영향을 배제한 하루 평균 생산은 14.4% 감소했다. 4월 기준으로 보면 금융위기 때인 2009년(26만 9263대) 이후 가장 적은 생산량이다. 특히 수출은 44.3% 감소한 12만 3906대에 머물렀다. 4월 기준으로 볼 때 2001년(11만 6042대) 이후 19년만에 최소다. 수출금액은 수출 대수 감소폭보다는 양호한 -36.3%를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비중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체 수출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7.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SUV는 6.6% 포인트 상승한 66.2%에 달했다. 내수는 8.0% 증가한 16만 7375대로 집계됐다. 개별소비세 인하(세율 5%→1.5%) 영향을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산차는 다양한 신차 출시에 따른 판매 호조, 업계별 특별할인과 할부 혜택 등의 영향으로 6.4% 증가한 14만 4230대를 판매했다. 신차만 놓고 보면 기아차 쏘렌토(9263대), 르노삼성 XM3(6276대), 현대차 아반떼(7477대) 등이 많이 팔렸다. 수입차 판매는 18.7% 증가한 2만 3145대로 나타났다. 일본계 브랜드가 64.4% 급감했지만 벤츠(3.1%), BMW(58.8%) 등 독일계가 상승 곡선을 그리며 인기를 이어갔다. 일본계 브랜드는 인피니티(-73.5%)·혼다(-68.6%)·렉서스(-68.3%)·토요타(-62.8%) 등의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자동차부품 수출은 해외 주요 완성차 공장들의 가동 중단 여파로 49.6% 감소한 10억 2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요요마·무터·바렌보임의 베토벤 삼중 협주곡 발매

    요요마·무터·바렌보임의 베토벤 삼중 협주곡 발매

    유니버설뮤직은 첼리스트 요요마,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이 함께 연주한 실황 앨범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15일 발매했다고 밝혔다.베토벤 삼중 협주곡은 1804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에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더해진 곡이다. 카라얀 지휘로 전설적인 연주자들인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로스트로포비치(첼로), 리히터(피아노)가 참여한 앨범(1969)이 특히 유명하다. 무터와 요요마는 약 40년 전 카라얀과 함께 이 곡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바 있으나, 관객이 있는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이 곡을 연주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 공연을 바탕으로 앨범을 제작했다. 함께 수록된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바렌보임이 1999년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청년들을 모아 만든 오케스트라다. 유니버설뮤직은 피아니스트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앨범 ‘베토벤-브람스-모차르트’도 같은 날 발매했다.유럽 지역에서만 연주해 국내에서는 그의 공연을 볼 수 없었지만, 당대 최고 수준의 연주 실력을 자랑하는 피아니스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번’, 브람스 ‘인터메조 A단조’, 라모 ‘야만인들’ 등이 담겼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획기적이면서 유머러스!” … ‘거리두기’ 모자 쓴 독일 카페 손님들

    “획기적이면서 유머러스!” … ‘거리두기’ 모자 쓴 독일 카페 손님들

    한국과 함께 코로나19 대응 우수 국가로 꼽히는 독일에서 통제는 완화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한 카페의 모습이 소개됐다. 뉴욕포스트 등 해외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독일 메클렌부르크포르포메른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슈베린의 한 노천카페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이후 임시 휴업했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이 카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찾아준 손님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해 손님들에게 특별한 모자를 쓰도록 권유했다. 해당 모자는 바람이 잘 통하는 밀짚모자 위에 수영 강습 시 사용되는 스티로폼 막대기를 연결한 것으로, 길이 약 1m 정도로 보이는 긴 막대기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형형색색의 스티로폼 막대기가 매달린 모자를 쓴 손님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동시에, 오랜 만에 집 밖에서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이 카페의 아이디어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사람들은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인 동시에 아이러니한 유머가 있다”며 카페 측을 옹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람들에 해당 모자를 재사용할 때 바이러스가 전염될 것을 우려했고, 반드시 누군가 사용한 모자는 살균작업을 거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해당 카페의 주인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다른 사람들을 웃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기쁨”이라며 화제가 된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독특한 디자인의 모자가 동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말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개학 첫날 일명 ‘헬리콥터 모자’를 쓰고 수업을 받았다. 학생들이 착용한 모자는 송나라 때 관료들이 쓰던 것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양 옆으로 모자챙이 날개처럼 길게 달려 있는 형태다. 모자에 긴 막대가 달린 이러한 디자인은 송 태조 조광윤이 건국 당시 신하들의 귓속말을 막고자 고안한 모자였다. 학교 측은 헬리콥터 날개를 연상케 하는 모자를 이용해 학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격인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독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7만 2239명, 누적 사망자 수는 7723명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무이슈]이용수 할머니만 할 수 있었던 그 말 “왜 위안부 팔아먹느냐”

    [아무이슈]이용수 할머니만 할 수 있었던 그 말 “왜 위안부 팔아먹느냐”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정의연 논란에 전문가들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얼굴이었던 이용수 할머니의 ‘고백‘을 신호탄으로 정의연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정의연은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지만 단체의 성금 횡령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도 피해자 할머니 33인이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성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적 있다. 단체와 할머니 간의 갈등은 앞으로의 한일 관계 풀이법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 매체도 이번 사태의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한 일본 기자는 “정대협은 곧 이용수 할머니라고 알고 있었다”면서 “단순한 돈, 서운함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주장한 그동안의 ‘오류’는 무엇이었고 앞으로의 풀이법은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을 겨냥해 ‘왜 위안부 문제를 마음대로 팔아먹느냐’는 말은 피해자였던 이용수 할머니니까 할 수 있었던 지적이죠. 외부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국민감정과 친일증오 프레임을 앞세워 자기들끼리만 해왔어요. 그만큼 성역(聖域)화된 단체였습니다.”정의연은 외부인 개입 어려운 성역화 된 단체 박인환 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위원장(전 건국대 교수·사법연수원 16기)은 15일 “정의연이 할머니들을 ‘돌본다’는 표현을 쓰는데 정의연은 사실상 피해자 할머니를 모시고 살지는 않는다”면서 “사실상 할머니를 모시는 곳은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 같은 곳인데, 정의연은 이를 모호하게 해 국민에게서 기부금을 받아 연명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체가 기부금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보니 ‘봉사단체’처럼 할머니들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박 전 위원장이 4년간 몸담았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위원회’는 2010년 3월 발족한 총리실 산하 행정기관이다. 위원회는 2004년과 2008년 각각 설립된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와 ‘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를 통합, 일제강제동원의 진상 규명과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들을 지원할 목적으로 출범해 2015년 12월 말 폐지됐다. 박 전 위원장은 ‘팩트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2015년 합의 당시 외교부도 (위원회) 자료만 받고 상의 한번을 하지 않았다”면서 “진실을 찾겠다면 돈을 받지 말고 수미일관한 팩트를 제시해 일본의 양심을 움직여야 한다. 돈만 받아 할머니에게 주면 (이 문제가) 다 끝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그는 “일본사람들이 가장 흥분하는 지점은 (정의연 등이 세운) 기림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3만 내지 40만명’이라는 표현이다. 뉴저지주 기림비에는 ‘수십만명의 성 노예’라는 모호한 표현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240명(생존 18명). 그는 “피해자임에도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숫자를 고려하더라도 이 같은 모호한 표현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2015년 합의에 아쉬운 점이 많지만, 국가 간 합의를 계속 거부하고 소녀상 등 감성적인 부분만 강조해서는 일본의 우경화된 역사수정주의에 힘을 쏟아주는 결과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팩트로 무장해 일본의 국격과 양심에 호소해야” 박 위원장은 또 “가해자가 죽고 없는 8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가해’의 실감이 없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계속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독일-이스라엘 관계처럼 팩트로 무장해 일본의 국격과 지식인의 양심에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일본에 진정한 사과를 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원 단체의 ‘대표성’ 문제도 앞으로 남은 과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전문가는 “우리 사회의 위안부 지원단체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다만 그동안 (정의연이 해온) 위안부 운동의 의의가 훼손되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일종의 인권운동이자 여성운동이라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윤 당선인과 이 할머니 간의) 소모적인 폭로전이 계속 될 경우 일본 우익 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면서 “진실공방에서 점점 사적인 의견 충돌의 부분으로 공방이 번지고 있다. 두 분 다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치약 한 개 샀을 뿐인데 ‥

    치약 한 개 샀을 뿐인데 ‥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앞둔 감독이 ‘치약’을 사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구단은 볼프스부르크와의 26라운드 홈 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헤이코 헤를리히(49) 감독이 결장한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헤를리히 감독이 자가격리 어기고 숙소를 떠나 한 매장을 방문했기 때문에 리그 규칙에 따라 주말 경기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헤를리히 감독은 “치약이 하나도 없어서 잠깐 슈퍼마켓을 방문을 뿐”이라고 말했다. 헤를리히 감독은 지난 3월 선임된 신임 사령탑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그 중단으로 그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리그가 재개하면서 열리는 첫 경기인 이번 볼프스부르크전은 그의 아우크스부르크 데뷔전이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의 판단 실수로 데뷔전을 벤치에서 직접 지휘할 수 없게 됐다. 분데스리가는 자가격리 규칙을 어긴 감독은 경기 전 훈련 지도도 못 하게 한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4위에 머물러있으며, 강등권과 격차가 승점 5점밖에 되지 않아 헤를리히 감독의 결장은 구단으로서도 낭패다.헤를리히 감독은 두 번의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야 다음 경기 지휘봉을 잡을 수 있다. 헤를리히 감독은 “그동안 모든 방역 지침을 따랐지만, 숙소를 무단으로 떠난 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임을 인정한다”면서 “팀과 우리 사회에 모범이 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번 주말 ‘무관중 경기’로 재개하는 분데스리가에서는 ‘TV 중계’에서만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분데스리가 중계 방송사인 스카이가 경기 내용에 맞춰 녹음된 관중 함성을 내보낼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스카이는 관중이 기뻐하는 소리는 물론, 슈팅이 아깝게 빗나갔을 때 나오는 탄식 등 다양한 소리를 상황에 맞게 구성해 방송할 계획이다. 스카이는 무관중 경기장의 ‘침묵’이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킬 것을 우려해 이런 묘책을 짜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합스부르크 왕가의 그녀, 심장동맥류로 31세 짧은 생 마쳐

    합스부르크 왕가의 그녀, 심장동맥류로 31세 짧은 생 마쳐

    유럽 최고의 왕가 가운데 하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 마리아 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심장 동맥류(aneurysm)로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서른두 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쳤으며 지난 8일 포레스트 파크 웨스트하이머 공동묘지의 정교회 구역에 안장된 사실은 미국 일간 휴스턴 크로니클에 실린 부고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고 피플 닷컴이 14일 전했다. 1916년부터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통치한 카를 1세 황제를 기리는 일을 해온 엠페러 카를 리그의 대변인도 독일 온라인 매체 분테에 관련 사실을 확인해줬다. 마리아 페트로브나 갈리친 공주로 더 널리 알려진 그녀는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서 성장했으며 그곳의 독일계 학교를 다녔다. 그 뒤 벨기에로 이주해 예술 및 디자인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로 건너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을 했고 휴스턴으로 이주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2017년 휴스턴의 셰프인 리시 루프 싱과 결혼해 두 살 아들 맥심을 뒀는데 부고에 따르면 아들이 “그녀 눈 속의 사과같은” 존재였다. 고인은 부모 모두를 통해 왕가의 혈통이 전해졌다. 아버지는 러시아 왕가 혈통이었고, 어머니는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제였던 샤를 1세와 부르봉 파르마 출신 지타 황비 사이의 막내 아들인 루돌프 대공의 딸이었다. 그런데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ET 온라인 닷컴은 고인이 마지막 황제의 외증손녀였다고 다르게 보도했다. 고인의 언니 타티아나도 역시 텍사스주에 살고 있는데 2018년 휴스턴 크로니클 인터뷰를 통해 왕가 혈통인데도 보통의 삶을 사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타티아나는 “왕가 결혼식에 초대되지 않는다면 내 삶은 완벽하게 보통의 삶이다. 내 메일에 가끔 ‘공주님’하고 오는 게 있는데 그냥 ‘부인’하고 오는 게 일생 내내 공주님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서울광장] “어용 시민이 어때서…”/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어용 시민이 어때서…”/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여권 유력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태종에 비유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남은 임기는 세종처럼 마쳤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시민주권이 핵심가치인 진보정권에서 군왕을 노래하자고 하니. 궁궐 잔치의 작취미성(昨醉未醒). 덜 깬 술은 날 밝으면 해결될 일이나, 취한 것이 권력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180석을 집권당에 몰아준 국민이 아슬아슬 지켜보고 있다. 지금 취한 게 승리의 한 잔인지 완강해진 권력인지.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는다. 문 대통령은 풍운의 정치가다. 제 앞가림도 못하다 녹아버린 야당 복에다 ‘시절 복’까지 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불행한 대통령”이라 불렀다. 퇴임 이후의 고민을 기록한 책 ‘진보의 미래’에 비애의 육성이 담겨 있다. “분배는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뭇매만 맞았던 대통령”이라 자평했다. “보수시대의 진보 대통령이었기에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자기한계의 비감이다.  발목 묶였던 진보시대를 문 대통령은 활짝 열린 문으로 갈아탔다. 총선 결과가 증명했다. 진보보다 보수가 많아지는 유권자의 연령 분기점은 8년 전 47세였던 것이 지금은 57세. 무려 10년치나 확장했다. 진보의 토양은 상상 못했을 만큼 풍성하고 두꺼워졌다.  그런 자신감에 새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필두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논의에 이어 ‘한국형 뉴딜’이 나왔다. 재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데 이의를 달 수는 없다. 효용과 방법론의 찬반 논란도 불가피한 진통이다. 문제는 전적으로 믿어도 되는 정책인지 그 자체에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는 대목이다. 이런 초대형 정책을 대체 언제 연구하고 준비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반쯤이라도 익은 정책인지 애초에 못 먹는 개살구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대통령 중임제와 토지공개념 개헌론까지 불거져 있다.  거대정책 봇물에 호흡 조절이 힘들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지키기도 버거운 판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무슨 그림을 왜 지금 그리는지 관심 쏟을 여력이 없다. 견제세력이어야 할 야당은 머리카락도 안 보이는데 시중의 소문만 무성해진다. 인기폭발 문 대통령이 장기집권하는 개헌, 진보 집권 30년에 쐐기를 박는 개헌. 여당이 개헌 방법론으로 들고 나온 국민발안제에도 불신이 쏠린다. 100만명 이상 유권자 동의를 받아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고? 균형추가 없어진 시민단체와 ‘문파’가 마음먹으면 식은 죽 먹기 아니냐. 제대로 운을 떼기도 전에 체념들이 쏟아진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회도 불면서 먹으라”고 과속을 걱정한다.  문 대통령은 “경제 전시 상황”이라며 한국형 뉴딜에 드라이브를 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도 대공황의 재난을 똑같이 언급하며 뉴딜을 추진했다. 루스벨트는 “적국의 공격을 받을 때 주어지는 만큼의 강력한 권한을 달라”고 정공법으로 대국민 호소했다. 재임에 성공해서는 뉴딜 정책들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려는 욕심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연방대법원의 인적 구성을 크게 손보려다 실패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반대했던 결과다. 국가재난을 명분으로 대통령이 헌법기관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내 편 네 편이 없었다. 미국 의회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은 그 와중에도 제대로 작동했다. 헛발질을 모면한 루스벨트는 성공한 뉴딜로 남았다.  우리 상황은 그런가. 야당은 언제 제기능을 할지 기약이 없다. 대통령 해바라기 여당한테는 설령 청와대가 과속운전을 시도하더라도 제어 의지나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재난의 위기에 권위주의는 권력을 거저 얻는다. 9ㆍ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90%였다. 나치 집권을 부른 1932년 독일 선거 이후의 상황은 오랜 범례다. 정치무대가 손쓸 수 없이 한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시민은 정권이 원하는 규칙에 체념하고 순응했다. 미국의 입바른 역사학자는 베스트셀러에서 이런 정치적 위험성을 ‘예측 복종’이라 이름붙여 경고한다.  “어용 시민이 어때서…” 개헌 논란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의 말이 아니다. ‘친문’과 열혈 진보 세력이 압도적 주류로 한 개의 목소리만 내더라도, 유능한 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체념이다. 무서운 무기력증이다. 이런 절반의 국민 무기력증도 돌아봐야 한다.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깊은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견제와 균형 속에서 끝내 성공했다는 그 소리를 듣겠다면. sjh@seoul.co.kr
  • [사설] 신성장 분야 국내 대기업·벤처 ‘新가치사슬’ 기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제 만나 전기차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두 사람이 만난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차세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의 현장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핵심 기술로 꼽힌다. 2017년 기준 330억 달러(약 40조원)였던 배터리 세계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1600억 달러(약 196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돼 ‘포스트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다. 또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 분야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강력히 육성하겠다고 한 ‘3대 신성장 산업’(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중 하나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세계 초일류 기업이자 국내 대기업 서열 1, 2위 그룹을 이끄는 두 사람의 만남에 지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산업과 기술 간 융복합이 주요한 화두인 만큼 그동안 상호배타성을 바탕으로 경쟁에 익숙했던 국내 대기업이 협력을 기반으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점과 신산업 성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각각 충분한 기대를 갖게 한다. 게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이 국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기업 지주회사가 벤처캐피탈을 계열사로 둘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바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은 막강한 현금 동원력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규제 탓에 벤처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연구개발(R&D)을 활성화해도 투자·회수 시장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자본이 역차별을 받는다. 이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을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신성장 분야에서 강점을 갖춘 국내 대기업과 대기업 간의, 또 대기업과 유명한 벤처기업 간 합종연횡은 세계 시장을 한국이 선도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노동력에 기반한 ‘글로벌 가치사슬’에 기댄 20세기형 성장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런 새로운 가치사슬을 국내서 생성하려면 정부도 규제를 정비하고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 [서울광장] “어용 시민이 어때서…”/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어용 시민이 어때서…”/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여권 유력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태종에 비유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남은 임기는 세종처럼 마쳤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시민주권이 핵심가치인 진보정권에서 군왕을 노래하자고 하니. 궁궐 마당의 작취미성(昨醉未醒). 덜 깬 술은 날 밝으면 해결될 일이나, 취한 것이 권력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180석을 집권당에 몰아준 국민이 아슬아슬 지켜보고 있다. 지금 취한 게 승리의 한 잔인지 완강해진 권력인지.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는다. 문 대통령은 풍운의 정치가다. 제 앞가림도 못하다 녹아버린 야당 복에다 ‘시절 복’까지 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불행한 대통령”이라 불렀다. 퇴임 이후의 고민을 기록한 책 ‘진보의 미래’에 비애의 육성이 담겨 있다. “분배는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뭇매만 맞았던 대통령”이라 자평했다. “보수시대의 진보 대통령이었기에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자기한계의 비감이다.  발목 묶였던 진보시대를 문 대통령은 활짝 열린 문으로 갈아탔다. 총선 결과가 증명했다. 진보보다 보수가 많아지는 유권자의 연령 분기점은 8년 전 47세였던 것이 지금은 57세. 무려 10년치나 확장했다. 진보의 토양은 상상 못했을 만큼 풍성하고 두꺼워졌다.  그런 자신감에 새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필두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논의에 이어 ‘한국형 뉴딜’이 나왔다. 재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데 이의를 달 수는 없다. 효용과 방법론의 찬반 논란도 불가피한 진통이다. 문제는 전적으로 믿어도 되는 정책인지 그 자체에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는 대목이다. 이런 초대형 정책을 대체 언제 연구하고 준비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반쯤이라도 익은 정책인지 애초에 못 먹는 개살구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대통령 중임제와 토지공개념 개헌론까지 불거져 있다.  거대정책 봇물에 호흡 조절이 힘들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지키기도 버거운 판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무슨 그림을 왜 지금 그리는지 관심 쏟을 여력이 없다. 견제세력이어야 할 야당은 머리카락도 안 보이는 와중에 시중의 소문만 무성해진다. 인기폭발 문 대통령이 장기집권하는 개헌, 진보 집권 30년에 쐐기를 박는 개헌. 여당이 개헌 방법론으로 들고 나온 국민발안제에도 불신이 쏠린다. 100만명 이상 유권자 동의를 받아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고? 균형추가 없어진 시민단체와 ‘문파’가 마음먹으면 식은 죽 먹기 아니냐. 제대로 운을 떼기도 전에 체념들이 쏟아진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회도 불면서 먹으라”고 과속을 걱정한다.  문 대통령은 “경제 전시 상황”이라며 한국형 뉴딜에 드라이브를 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도 대공황의 재난을 똑같이 언급하며 뉴딜을 추진했다. 루스벨트는 “적국의 공격을 받을 때 주어지는 만큼의 강력한 권한을 달라”고 정공법으로 대국민 호소했다. 재임에 성공해서는 뉴딜 정책들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려는 욕심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연방대법원의 인적 구성을 크게 손보려다 실패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반대했던 결과다. 국가재난을 명분으로 대통령이 헌법기관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내 편 네 편이 없었다. 미국 의회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은 그 와중에도 제대로 작동했다. 헛발질을 모면한 루스벨트는 성공한 뉴딜로 남았다.  우리 상황은 그런가. 야당은 언제 제기능을 할지 기약이 없다. 대통령 해바라기 여당한테는 설령 청와대가 과속운전을 시도하더라도 제어 의지나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재난의 위기에 권위주의는 권력을 거저 얻는다. 9ㆍ11 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90%였다. 나치 집권을 부른 1932년 독일 선거 이후의 상황은 오랜 범례다. 정치무대가 손쓸 수 없이 한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시민은 정권이 원하는 규칙에 체념하고 순응했다. 미국의 입바른 역사학자는 베스트셀러에서 이런 정치적 위험성을 ‘예측 복종’이라 이름붙여 경고한다.  “어용 시민이 어때서…” 개헌 논란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의 말이 아니다. ‘친문’과 열혈 진보 세력이 압도적 주류로 한 개의 목소리만 내더라도, 유능한 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체념이다. 무서운 무기력증이다. 이런 절반의 국민 무기력증도 돌아봐야 한다.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깊은 이해도 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견제와 균형 속에서 끝내 성공했다는 그 소리를 듣겠다면. sjh@seoul.co.kr
  • 코로나가 부른 ‘시세션’… 美 10년간 늘어난 여성 일자리 한 달 새 사라져

    코로나가 부른 ‘시세션’… 美 10년간 늘어난 여성 일자리 한 달 새 사라져

    ‘시세션’(Shecession). 여성(She)과 경기침체(recession)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성한 신조어다. 코로나19 사태로 벌어진 실업대란을 이를 때 미국과 유럽의 학자와 언론이 쓰는 표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이나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남성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어 ‘맨세션’(mancession), ‘히세션’(hecession)으로 불렸던 것과 비교된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고용지표와 지난 13일 나온 한국의 4월 고용지표는 코로나19발 일자리 충격이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경기침체가 경기 사이클상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감염증으로 촉발된 특수한 경우이고, 육아 등 돌봄 책임을 여전히 여성이 대부분 맡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경제학자들은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여성들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고용시장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고, 여성이 잃어버린 일자리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4월 실직자 2050만명, 여성이 55% 넘어 미국의 4월 고용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고용시장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첫 공식 지표여서 전 세계가 주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역대급’이었다. 한 달 동안 비농업 일자리가 2050만개 줄었고, 실업률도 전달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14.7%까지 치솟았다. 미 언론들은 4월 실업률은 월간 기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이고, 일자리 감소는 대공항 이후 최대폭의 감소라고 보도했다. 케빈 해싯 미 백악관 선임 경제보좌관은 방송에 출연해 실업률이 5~6월에 일시적으로 20%를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고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쇼크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심각하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4월 미국 여성 실업률은 15.5%로 남성 실업률 13.0%보다 2.5% 포인트 높았다. 전미여성법률센터(NWLC)에 따르면 여성 실업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성별 실업률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48년 이래 처음이다. 4월 한 달 동안 사라진 2050만개의 일자리 중에서 여성의 일자리가 55%로 절반을 넘었다. 부문별로는 레저와 숙박·음식업에서 765만개, 제조업 133만개, 소매 210만개, 헬스케어 144만개 등의 일자리가 줄었다.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의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진다. C 니콜 메이슨 여성정책연구소장은 현재의 경기침체를 ‘시세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경기침체로 건설과 제조업의 남성들이 대거 해고돼 ‘맨세션’이라고 불렀던 것에 빗댄 표현이다.●소매업 여성 50% 미만, 전문성 낮아 해고 직격탄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 타격이 여성에게 더 가혹한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여성이 팬데믹으로 타격을 많이 받은 여행과 호텔 등 레저와 미용, 헬스케어, 교육 등의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 분야에서도 유독 여성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진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NWLC 분석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 교육과 헬스케어 분야 일자리의 77%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라진 일자리 중 83%가 여성의 일자리였다. 소매업의 일자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치는데 이번에 실직한 사람들의 61%가 여성이었다.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과하게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이들 업종에서도 임금이 낮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 정리 해고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NWL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임금이 낮은 40개 직업군에 종사하는 2220만명 중 여성 비율이 거의 3분의2에 달한다. 여성의 일자리 질이 여전히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동안 고용시장에서 어렵게 쌓아 올린 여성의 위상도 순식간에 되돌려 놓았다.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여성 급여 근로자 수가 남성보다 많았다.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레저와 헬스케어, 돌봄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10년간 늘어난 일자리가 한 달 만에 사라졌다며 전문가들은 안타까워한다. 또 다른 요인은 육아, 돌봄의 주된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있다는 점이다. 봉쇄 조치로 식당과 호텔,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많은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고, 대형마트의 계산원과 같이 필수 인력이라 할지라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머타이어스 도프커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와 독일 만하임대 교수들과 코로나 팬데믹이 젠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도프커 교수 등은 여성이 팬데믹의 충격을 더 많이 받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일자리의 안정성과 유연성 측면에서 남성보다 취약하다는 것이다. 의사나 경찰 등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직종과 재택 등 유연근무가 가능한 직종에 얼마나 근무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도프커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핵심 직종에서 일하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을 갖고 있는 남성은 52%인 데 비해 여성은 39%에 그쳤다. 그만큼 여성이 이번 팬데믹 위기에서 감염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을 뿐 아니라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유럽도 도소매·음식업 종사 여성 타격 클 듯 두 번째로 육아와 돌봄의 책임을 들었다. 맞벌이 부부는 제한적이나마 육아를 나눠 할 수 있지만 한부모가정의 경우 그것이 어렵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정 중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이 20%로 맞벌이 부부(40%)의 절반에 그쳤다. 더욱이 미국의 한부모가정 중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70%나 되고, 이들 가운데 3분의1이 빈곤층에 속해 봉쇄 조치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월 이후 싱글맘 중 100만명 가까이가 일자리를 잃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일 발표한 2020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7.7% 감소하고, 실업률은 9.6%로 지난해의 7.5%보다 2.1% 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매킨지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유럽 전역에서 실업자 수가 수개월 안에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최대 59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도소매업 분야에서 1460만개, 숙박·음식업 840만개,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170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분야의 일자리는 남성보다는 여성 종사자가 많아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비대면·유연근무 확산… 엄마에게 도움 될 수도 도프커 교수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근무와 유연근무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업종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남성이 육아를 전담하는 가정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기에 앞서 단기적 대책이 시급하다. 봉쇄 조치로 학교나 보육시설이 패쇄돼 일을 못 하게 될 경우 정부가 임금의 80%를 지원하고, 육아 부담 때문에 구직 활동을 못 하면 최소한 학교에 다시 갈 때까지 실업수당과 의료보험의 지원 조건에서 구직 노력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육아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을 못 하는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팬데믹으로 인한 여성의 심각한 피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돌봄서비스 지원뿐 아니라 실직에 따른 경제적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경제·사회 정책들에 젠더 관점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남자들은 왜 화장실에서 떨어져 볼일 볼까

    남자들은 왜 화장실에서 떨어져 볼일 볼까

    지하철 플랫폼에선 유난히 한군데로만 승객이 몰려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당이나 음식점의 햇빛 드는 창가 쪽 자리는 먼저 차기 마련이다. 주차장에서나 엘리베이터에서, 어디에 자리잡고 얼마나 간격을 둘지 어김없이 ‘심리적 시험대’에 오른다.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공간 선택을 하는 것일까. 독일 작가 발터 슈미트는 ‘공간의 심리학’에서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을 찾는 인간 심리를 50여개 사례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저자는 특정 공간을 선택하거나 꺼리는 행동을 심리학적인 것과 생물학적인 것의 복합적인 결과로 설명한다. 남자들이 나란히 서서 볼일 보기를 꺼리는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런 기피 현상은 성장기에 심리적 배뇨장애를 경험했거나 동성을 일단 경쟁자로 보는 남자의 심리 작용이 겹친 탓이라고 해석했다. 파도가 몰려올 때를 생각하면 바다에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바다에서 멀어지면 아이들의 물놀이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불안하다. 이런 ‘해수욕장의 딜레마’를 두고 저자는 “생존을 위해 고심하고 투쟁했던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간의 심리를 지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편안함과 안정이다. 동굴 생활기의 원시인이 맹수를 피해 언제든지 안전한 곳으로 도망칠 준비를 했던 것처럼 현대인도 침대의 위치를 정할 때 똑같은 심리가 작용하는 식이다. 책엔 코로나19의 예방 방편인 ‘거리 두기’도 등장한다. 담장이나 성 같은 울타리와 경계는 적당한 거리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의를 갖춰 상대를 대하고 서로의 밀접 영역이나 사적 영역을 존중할 때 더불어 살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책은 결국 주체적인 선택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저자는 “우리의 모든 감각기관은 공간을 이용하는 데 맞춰졌다”는 스위스 산악등반가 샤를 비드머의 말을 인용해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공간을 이동하는 존재”라며 “적극적으로 공간을 선택하라”고 외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2019 한중관계 정세보고(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기획·펴냄) 2019년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를 분석한 저작. 지난해 중미 간 전략경쟁, 글로벌 밸류체인 변화 조짐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 동아시아 정세는 올해 중미 갈등 격화로 더욱 격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 패널들은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봤다. 160쪽. 1만원.편견(고든 올포트 지음, 석기용 옮김, 교양인 펴냄) 혐오와 차별의 뿌리와 작동 방식, 해결 방안을 다뤘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타자에 대한 적개심이라는 심리적 편향성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 발달, ‘희생양 만들기’의 역사, 사회 규범, 종교, 경제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했다. 840쪽. 3만 6000원.바울 평전(톰 라이트 지음, 박규태 옮김, 비아토르 펴냄) 유대인 박해자에서 예수를 헌신적으로 따르는 사도가 된 바울에 관한 전기. 역사학자이자 신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바울의 변화는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구약 성경에 충실했던 한 사람이 갈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740쪽. 3만 5000원.조선 그림과 서양명화(윤철규 지음, 마로니에 펴냄) 비슷한 시기 조선과 서양의 그림들을 비교하며 시대적 배경과 회화적 기법, 작품 속에 투영된 작가의 삶과 사상 등을 분석한다. 모두 120점(60쌍)의 그림을 고려 말과 조선 전기, 조선 중기, 조선 후기 3개 시대로 나눠 간단한 연표와 함께 비교했다. 378쪽. 1만 8000원.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무례한 말과 태도가 소용돌이치는 시대에 대한 비판과 반성.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이 남긴 품위와 관련한 철학적 사유, 문학 작품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온라인상의 해프닝 등을 통해 ‘무례한 시대’의 기원을 밝히고 ‘품위 있는 삶’을 회복할 방법을 고민한다. 256쪽. 1만 5000원.민어의 노래(김옥종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K1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약하다 요리사로 전업한 특이한 이력의 시인이 낸 첫 시집. 민어, 복섬, 꼬막, 낙지, 홍어 등 남도 해산물이 잔뜩 열거된 그의 시는 첫사랑에 대한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연민, 세상과 화해하고 싶은 열린 몸짓이 담겼다. 124쪽. 1만원.
  • 벤츠, 전기차 승부수… 세단형 콘셉트카 국내 첫선

    벤츠, 전기차 승부수… 세단형 콘셉트카 국내 첫선

    독일의 자동차 명가 메르세데스벤츠가 미래형 전기 콘셉트카를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친환경’을 강조하고 나섰다. 벤츠코리아는 14일 경기 고양전시장에서 ‘비전 EQS 미디어 발표회’를 열고 ‘비전 EQS’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비전 EQS는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세단형 전기 콘셉트카로 벤츠가 구상하는 미래 전기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히 벤츠는 이 EQS를 내년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판매 가격은 미정이다. 마크 레인 벤츠코리아 부사장은 “2039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목표 아래 2022년까지 유럽에서 탄소 중립적 차량을 생산하고 2030년까지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우린 참상을 알릴 유일한 외부인… 끝끝내 광주를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린 참상을 알릴 유일한 외부인… 끝끝내 광주를 포기할 수 없었다”

    1979년 4월 한국에 파견된 제45기 미국 평화봉사단 단원들은 광주와 전남 나주, 경기 안양 등 전국 곳곳의 병원과 보건소에서 결핵이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일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익숙한 독일 제1공영방송 위르겐 힌츠페터 등 외신 기자들이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통역을 맡은 것도 이들이다. 한국 정부의 항의로 평화봉사단은 조기에 해산됐지만, 단원들은 자신의 기억을 기록으로 남겨 국내외에 광주의 진실을 전했다. 이들은 40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할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오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14일 서면 인터뷰로 들은 데이비드 돌린저, 폴 코트라이트, 윌리엄 에이머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전남 영암의 작은 마을에서 결핵 환자를 돌보던 돌린저는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5월 16일 광주로 향했다. 18일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들은 돌린저는 이튿날 영암으로 돌아갔지만 21일 다시 광주를 찾았다. 한센인 자활촌인 나주 호혜원에서 봉사하던 코트라이트는 19일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광주로 향했다. 그는 “팀 원버그 등 동료로부터 전날 군인들이 학생들을 구타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면서 “전화는 먹통이었고 광주로 유학 간 자녀를 걱정하던 나주 시민들을 대신해 다시 광주로 갔다”고 회상했다. 광주로 가는 길목마다 군용 헬기가 낮게 날았다. 도로 곳곳에 총알 박힌 버스와 승용차가 나뒹굴었다. 미국 대사관은 평화봉사단원들에게 광주에서 나오라고 명령했다. 단원들은 따르지 않았다. 코트라이트는 “광주 시민들이 참상을 알릴 유일한 외부인인 우리가 그들을 포기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서슬 퍼런 계엄군의 언론 검열에 광주는 고립됐다. 정치적인 의사 표현은 평화봉사단원의 금기였다. 하지만 “통역은 외신 기자와 시민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라고 단원들은 생각했다. 원버그는 힌츠페터를, 코트라이트는 타임지 사진기자인 로빈 모이어의 통역을 맡아 전남도청, 전남대병원을 돌아다녔다. 돌린저는 AP통신 기자 테리 앤더슨의 입과 귀가 됐다. 5월 24일, 전남도청에 안치된 시신은 대부분 청년이었다. 그중 나이 든 여성의 시신도 있었다. 모이어는 “이분은 어떻게 사망했나”라고 물었다. 한 의대생은 “군인들이 헬기에서 쏜 총에 맞아 죽었다”면서 “당신들이 여기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 기자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드시 세계에 알려 달라”고 말했다. 코트라이트는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쓰레기라고 말해 주고 싶다”면서 “언제든 내가 본 일을 증언하겠다”고 했다.코트라이트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알리려고 나주로 향했다. 군인들이 길목이란 길목은 다 막고 있었다. 코트라이트는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었다. 그는 “매복하던 군인을 봤을 때는 식은땀이 났다”고 기억했다.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가서 모든 일을 말하겠다”는 코트라이트에게 보건소장은 택시 운전사 문성남씨를 소개했다. 문씨는 “미국인인 게 잘 보이게 앞자리에 타라”고 했다. 호혜원에서 나주 터미널로 향하는 동안 수차례 군인들이 차를 세웠다. 그때마다 코트라이트는 차에서 내려 떨리는 손을 감추며 “평화봉사단도 미국 대사관의 소속 기관이니 나는 미국 대사관 직원”이라고 설득해 위기를 모면했다.평화봉사단원들은 5·18 민주화운동이 끝나자 추궁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단원들의 활동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돌린저는 “미국 대사관은 단원들이 정치적 성명을 내기 위해 광주에 남았다고 (본국에) 전보를 보냈지만 이는 거짓”이라며 “우리는 미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광주를 떠나는 것이 머무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한국인 친구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은 자원봉사자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한 도리였다”고 했다.전남대병원에서 봉사하며 모든 과정을 지켜본 원버그는 5월 27일 군의 진압작전 직후 도청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다. 단원 중 한국어를 가장 잘했던 그는 1987년 국외 최초로 5·18을 분석한 영문 보고서 ‘광주항쟁: 목격자의 견해’를 발표했다. 안양에 머물면서 광주에서 활동한 단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에이머스는 1999년 최초의 5·18 외국소설 ‘기쁨의 씨앗’을 썼다. 에이머스는 “나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은 민주주의를 향한 느리고 고통스러운 무수한 영웅의 이야기”라고 했다. 코트라이트는 당시 썼던 일기를 모아 이달 초 ‘5·18 푸른 눈의 증인’을 펴냈다. 코트라이트는 “5·18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토대였고 모든 국민이 자랑스러워해야 할 역사”라면서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진실을 기억하는 일이 그들에게 치유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5·18 묘지에 묻히길 바란다고 밝혔던 돌린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광주의 직접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점점 늙어간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본 것을 말하고 고통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푸른 눈의 증인들 “5·18 광주를 외면할 수 없었다”

    푸른 눈의 증인들 “5·18 광주를 외면할 수 없었다”

    외신기자들 입과 귀 돼준 美 평화봉사단원들“헬기 사격 똑똑히 봤다…언제든 증언할 것”“5·18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진실 기억해야”1979년 4월 한국에 파견된 제45기 미국 평화봉사단 단원들은 광주와 전남 나주, 경기 안양 등 전국 곳곳의 병원과 보건소에서 결핵이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일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익숙한 독일 제1공영방송 위르겐 힌츠페터 등 외신 기자들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통역을 맡은 것도 이들이다. 한국 정부의 항의로 평화봉사단은 조기에 해산됐지만, 단원들은 자신의 기억을 기록을 남겨 국내 외에 광주의 진실을 전했다. 이들은 40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오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14일 서면 인터뷰로 들은 데이비드 돌린저(David Dolinger), 폴 코트라이트(Paul Courtright), 윌리엄 에이모스(William Amos)의 이야기를 소개한다.전남 영암의 작은 마을에서 결핵 환자를 돌보던 돌린저는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5월 16일 광주로 향했다. 18일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들은 돌린저는 이튿날 영암으로 돌아갔지만 21일 다시 광주를 찾았다. 한센인 자활촌인 나주 호혜원에서 봉사하던 코트라이트는 19일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그는 “팀 원버그(Tim Warnberg) 등 동료로부터 전날 군인들이 학생들을 구타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면서 “전화는 먹통이었고 광주로 유학간 자녀를 걱정하던 나주 시민들을 대신해 다시 광주로 갔다”고 회상했다. 광주로 가는 길목마다 군용 헬기가 낮게 날았다. 도로 곳곳에 총알 박힌 버스와 승용차가 나뒹굴었다. 미국 대사관은 평화봉사단원들에게 광주에서 나오라고 명령했다. 단원들은 따르지 않았다. 코트라이트는 “광주 시민들이 참상을 알릴 유일한 외부인인 우리가 그들을 포기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스러웠다”고 했다.서슬 퍼런 계엄군의 언론 검열에 광주는 고립됐다. 정치적인 의사 표현은 평화봉사단원의 금기였다. 하지만 “통역은 외신 기자와 시민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라고 단원들은 생각했다. 원버그는 위르겐 힌츠페터를, 코트라이트는 타임지 사진기자인 로빈 모이어의 통역을 맡아 전남도청, 전남대병원을 다녔다. 돌린저는 AP통신 기자 테리 앤더슨의 입과 귀가 됐다. 5월 24일, 전남도청에 안치된 시신은 대부분 청년이었다. 그 중 나이 든 여성의 시신도 있었다. 모이어는 “이분은 어떻게 사망했나”라고 물었다. 한 의대생은 “군인들이 헬기에서 쏜 총에 맞아 죽었다”면서 “당신들이 여기를 처음 방문한 외국인 기자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드시 세계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코트라이트는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쓰레기(rubbish)라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언제든 내가 본 일을 증언하겠다”고 했다.코트라이트는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알리려고 나주로 향했다. 군인들이 길목이란 길목은 다 막고 있었다. 코트라이트는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었다. 그는 “매복하던 군인을 봤을 때는 식은땀이 났다”고 기억했다. “서울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가서 모든 일을 말하겠다”는 코트라이트에게 보건소장은 택시 운전사 문성남씨를 소개했다. 문씨는 “미국인인 게 잘 보이게 앞자리에 타라”고 했다. 호혜원에서 나주 터미널로 향하는 동안 수차례 군인들이 차를 세웠다. 그때마다 코트라이트는 차에서 내려 떨리는 손을 감추며 “평화봉사단도 미국 대사관의 소속 기관이니 나는 미국 대사관 직원”이라고 설득해 위기를 모면했다. 평화봉사단원들은 5·18민주화운동이 끝나자 추궁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단원들의 활동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돌린저는 “미국 대사관은 단원들이 정치적 성명을 내기 위해 광주에 남았다고 (본국에) 전보를 보냈지만 이는 거짓”이라며 “우리는 미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광주를 떠나는 것이 머무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한국인 친구들이 무사한 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한 일은 자원봉사자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한 도리였다”고 했다. 그러나 돌린저는 전남도청에서 하룻밤 머물렀다는 이유로 사직서를 강요당했다. 평화봉사단은 1981년 돌연 해산되면서 단원들은 한국을 떠나야 했다. 에이모스는 “한국 정부는 한국어를 쓰는 외국인들이 광주의 진실을 말하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전남대병원에서 봉사하며 모든 과정을 지켜본 원버그는 5월 27일 군의 진압작전 직후 도청에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알리는 작업도 멈추지 않았다. 원버그는 1987년 국외 최초로 5·18민주화운동을 분석한 영문 보고서 ‘1987년 ‘광주항쟁: 목격자의 견해’를 발표했다. 1993년 작고한 그에 대해 코트라이트는 “단원 중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하던 팀은 평화봉사단에게 허락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광주 시민을 진정으로 보호하려고 애썼다”고 기억했다. 안양에 머물면서 광주에서 활동한 단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에이모스는 1999년 최초의 5·18 외국소설 ‘기쁨의 씨앗’(The Seed of Joy)을 썼다. 에이모스는 “나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은 민주주의를 향한 느리고 고통스러운 무수한 영웅의 이야기”라고 했다. 코트라이트는 당시 썼던 일기를 모아 이달 초 ‘5·18 푸른 눈의 증인’을 펴냈다.코트라이트는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토대였고 모든 국민이 자랑스러워 해야 할 역사”라면서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진실을 기억하는 일이 그들에게 치유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5·18 묘지에 묻히길 바란다고 밝혔던 돌린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광주의 직접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점점 늙어간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본 것을 말하고 고통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피케티 “코로나로 더 공정·공평한 사회 올 수 있다”

    피케티 “코로나로 더 공정·공평한 사회 올 수 있다”

    각국 공공부채 늘어 부유층 과세 예상부의 불평등을 다룬 프랑스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가 코로나19로 보다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케티는 12일(현지시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최소한 보건 분야에 대한 공공 투자의 당위성은 강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14세기 흑사병의 결과로 농노제가 종말을 고했다는 이론을 거론했다. 당시 인구가 반 토막 나며 노동력이 귀해지자 농노의 인권과 지위가 보장되기 시작한 것처럼 이번에도 이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는 특히 이번 사태로 높은 수위의 불평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우리는 불평등의 폭력성을 마주하게 됐다”며 “큰 아파트에 봉쇄되는 것과 노숙자로서 봉쇄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불평등성은 한 세기 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것이라며 “정치적, 지적 사회운동으로 사회보장제도와 진보적인 조세제도가 건설돼 발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이것이 내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자유로운 자본 순환 체제는 1980~1990년대 부국, 특히 유럽의 영향 아래에 만들어진 것으로, 재벌들이 과세 회피를 일삼고 빈국이 공정한 조세제도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회 국가’는 더 공정한 조세 제도를 요구하고, 부유한 기업도 이 제도 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케티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급속도로 불어나는 공공부채로 정부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하나의 선택지로 언급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뒤 독일과 영국은 일시적으로 부유층에 과세했는데 그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원국의 채무를 더 많이 져야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를 새롭게 시작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가 경제 성장과 고용 회복을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소로스 “트럼프·시진핑은 독재자” 동시 저격

    소로스 “트럼프·시진핑은 독재자” 동시 저격

    미국의 전설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89)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싸잡아 “독재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아우크스부르크 알게마이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새롭게 불거진 미중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던 과정에서 날 선 비판을 가한 것이다.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소로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난함으로서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공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중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민주적 개방 사회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정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재자의 지배 아래에 놓인 중국 국민을 동정한다. 교육을 잘 받은 많은 중국인은 코로나19를 오래 숨긴 당의 지도부에 깊이 분노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시 주석 장기집권에 대한 압박이 가중돼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번에도 가차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롭고 열린 사회의 가치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인정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독재자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헌법이 이를 막고 있어 그렇게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자멸할 것이라고 믿었다”며 “그런 면에서 나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악평을 가했다. 이날 소로스는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사스와 신종 인플루엔자를 경험했지만 각국 정부가 전염병에 준비된 것이 없다는 것이 놀랍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신에게도 인생 최대 위기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1조 규모 유상증자”… 대한항공, 자금난 일단 ‘숨통’

    “1조 규모 유상증자”… 대한항공, 자금난 일단 ‘숨통’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확정 7월 29일 신주 상장… 절차 마무리 예상 올 필요 자금 1.5조 추가 마련 방안 주목 한진칼은 오늘 유상증자 참여 논의할 듯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국책은행에서 받는 지원금 1조 2000억원까지 대한항공이 확보한 현금은 2조 2000억원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올해 필요한 자금이 3조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회사는 유휴 자산이나 사업부 매각 등으로 앞으로 1조 5000억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13일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행과 국책은행에서 받는 1조 2000억원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유상증자 방법은 대한항공이 2015년, 2017년 실시했던 것처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정해졌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 5079주이고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 2600원이다. 오는 7월 29일 신주 상장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지분 29.96%를 보유한 지주사 한진칼도 이번 유상증자에 300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은 1400억원 정도로 한참 못 미친다. 한진칼이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자산을 추가로 매각하거나 담보 대출로 부족분을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만 별도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아직 깔끔하게 끝나지 않은 터라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진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유상증자 참여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수혈하는 긴급자금 1조 2000억원의 조달 방식도 정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7000억원과 주식전환권이 있는 영구채권 3000억원 발행에 자산담보부 차입이 2000억원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로써 총 2조 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당장은 숨통이 트였지만 회사가 필요한 자금이 업계 추산 3조 7000억원 수준이기에 1조 5000억원의 현금이 더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서울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지분 매각에 더해 산하 사업부 매각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이날 이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대한항공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전문사업 부문의 재편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의뢰한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사업부를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사에 매각한 사례 등에 비춰 보면 기내식 사업본부는 정리하고 넘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함께 매각이 거론되는 항공정비(MRO) 사업부는 기술 유출 등의 문제가 걸릴 수 있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유럽 소형 SUV시장 6년째 판매 1위 르노삼성 ‘캡처’ 국내 출시

    유럽 소형 SUV시장 6년째 판매 1위 르노삼성 ‘캡처’ 국내 출시

    유럽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 6년 연속 판매 1위를 달리는 프랑스 르노 ‘캡처’가 국내에 상륙했다. 르노삼성차는 1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2세대 캡처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 판매에 나섰다. 캡처는 내수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르노삼성차 QM3의 완전변경 모델로, 르노의 ‘로장주’(마름모) 엠블럼을 달고 나왔다. 개발은 프랑스에서 생산은 스페인에서 이뤄졌다. 국산차 브랜드가 판매하는 수입차인 셈이다. 캡처는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XM3보다 크기는 작지만, 실내 디자인이 조금 더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졌다. 캡처가 르노삼성차의 확실한 소형 SUV 자리를 꿰차면서 XM3는 자연스럽게 준중형 SUV로 격상됐다. 파워트레인은 독일의 다임러와 공동 개발한 TCe 260 가솔린 엔진과 1.5 dCi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독일 게트락사의 7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어우러져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m, 복합연비 13.5㎞/ℓ,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116마력, 최대토크 26.5㎏·m, 복합연비 17.7㎞/ℓ의 성능을 발휘한다. 판매가격은 가솔린 모델 2465만~2748만원, 디젤 모델 2413만~2662만원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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