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독일인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증상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성노동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탈취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역차별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40
  • “풍광 만끽하며 행복한 죽음” 독일인 암 환자 뉴질랜드 산에서

    “풍광 만끽하며 행복한 죽음” 독일인 암 환자 뉴질랜드 산에서

    전립선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독일인 전립선암 환자가 버킷 리스트로 세계일주 여행중이던 뉴질랜드 산을 등반하다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맞았다. 함께 여행하던 아들은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웃으며 행복해 했다고 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0일 뉴질랜드 북섬의 통가리로 산을 등반하던 독일인 관광객 게르트 빌데(75). 베를린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지난 6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해왔으나 암 세포가 이미 전신에 퍼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지몬과 함께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세계일주를 하고 있었다고 뉴질랜드 온라인 매체 스터프가 12일 소개했다. 빌데는 이날 정오 무렵 산길을 걷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제세동기를 실은 응급헬기까지 출동했으나 소생하지 못했다. 지몬은 “아버지가 숨지기 직전에 사진을 찍어드렸다. 아버지가 웃으며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 사진을 찍어 달라며 자세를 바꾸다 곧바로 쓰러지셨다. 10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마지막 순간을 전했다. 이어 “그렇게 멋진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정말 아름다운 (화산 평원의) 풍광을 보며 즐겼고 그게 마지막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그는 아버지가 쓰러지고 조금 뒤 같은 코스를 등반하던 프랑스 여행자 알랭 케이요와 스웨덴 의사가 달려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밝혔다. 케이요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쓰러진 남자가 여전히 약하게 호흡을 하고 있어 스웨덴 의사와 함께 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살려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르신이 내 품에서 숨을 거뒀다. 그가 하고 싶었던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그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아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응급 헬리콥터도 신고한 뒤 40여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해 제세동기로 소생을 시도했지만 하릴 없었다. 지몬은 19.5km인 통가리로 크로싱 트렉 곳곳에 제세동기가 있었다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면서도 “그는 병이 깊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특별한 것을 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부자는 코스타리카, 호주를 거쳐 뉴질랜드에 도착, 2주의 체류 일정 가운데 네 번째 날에 비운을 맞았다. 그들의 다음 목적지는 뉴 칼레도니아였다. 지몬은 아버지의 시신을 운구해 베를린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지몬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그는 더 이상 대단한 시간을 우리와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찰과 응급 구조요원들의 배려와 따듯한 격려가 고맙다고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란 군 “우크라 여객기 인간적 실수로 격추” 이란인들 납득할까

    이란 군 “우크라 여객기 인간적 실수로 격추” 이란인들 납득할까

    이란 군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의도하지 않게 격추시켰다고 인정했다. 이란 국영 방송은 지난 8일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지 얼마 안돼 고도를 상승하던 우크라이나 인터내셔널 항공(UIA) PS 752편을 인간적인 실수로 격추시켰다고 인정하는 성명을 11일 발표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계속 격추설을 제기하는 서방을 겨냥해 증거를 제출해달라고 부인했는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성명은 이란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민감한 지역에 여객기가 들어서는 바람에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해명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긴급히 열린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 여객기 격추 관련 정보를 보고받았고, 이를 대중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사법부도 “사법수 수장 에브라힘 라이시가 군 사법부에 이번 참극에 대한 법적인 조처를 하기 위한 서류를 취합하라고 지시했다”며 “책임자는 군사재판을 통해 엄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끔찍한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한다”며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책임자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일을 발사한 혁명수비대도 경위를 자세히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잉 737-800 기종의 사고 여객기에는 82명의 이란인, 63명의 캐나다인, 우크라이나 승무원 9명 등 11명, 스웨덴인 10명, 아프가니스탄인 4명, 영국과 독일인 세 명 씩 등 모두 176명이 탑승했다가 희생됐다. 프랑수와-필립 샹파뉴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자국 희생자 수를 63명에서 57명으로 수정했다고 CBC 방송이 보도했다 아무리 실수라지만 자국인 82명에 캐나다와 이란 이중 국적인 사람 다수를 무참히 희생시킨 결과라서 미국과의 긴장 국면,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해 미군 기지 두 곳을 공격한 이란 행위의 정당성을 놓고 자국 내 단결했던 분위기도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할 수 있다. 사고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경유해 이란인이 많이 살고 있는 캐나다 토론토로 향할 예정이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앞서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사람 가운데 138명이 캐나다가 최종 목적지였다고 전한 바 있다.토론토에는 이중 국적 보유자를 포함해 이란 혈통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이란들 사이에서는 ‘테란토(Tehran-to)’로 불리기도 했다. 앞서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이란 국적으로만 표기하는 이란 당국은 사고 여객기에 147명의 이란인이 타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리 민감한 시점이었다지만 자국민과 혈통이 같은 사람들이 많이 탑승한 민간 여객기를 격추시킨 책임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어 서둘러 잔화에 나선 모양새다. 미국 언론들은 격추 사고 5시간 전 이라크 미군 기지를 향해 13발의 미사일을 쏜 이란 당국이 미군 항공기의 보복 공격인줄로 오인하고 미사일을 발사시켜 사고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의심을 꾸준히 제기했다. 또 이란 구호 당국이 현장을 기계적으로 파헤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포착돼 잔해들을 정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들을 없앨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덕상 세창양행 고백’- 최초의 신문광고/손성진 논설고문

    [근대광고 엿보기] ‘덕상 세창양행 고백’- 최초의 신문광고/손성진 논설고문

    1882년 9월 수신사절단으로 일본에 간 박영효는 이듬해 1월 귀국 후 한성판윤(서울시장)에 임명돼 함께 들어온 일본인 기자 3명, 인쇄공과 신문 발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몇 달 후 박영효가 한성판윤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정부 기관의 신문 발행 업무가 통리아문 박문국으로 이관돼 한국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가 발행된 것은 1883년 10월 31일이었다. 한성순보는 다음해 갑신정변으로 사옥과 인쇄시설이 불에 타 발행이 멈추었다가 1886년 1월 주간 한성주보로 바뀌어 다시 발행됐다. 이 한성주보 제4호 1886년 2월 22일자에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가 실렸다. 제목은 ‘덕상(德商) 세창양행 고백(告白)’이었다. ‘덕상’(德商)은 독일의 상사(商社)란 뜻이다. 독일인이 설립한 무역상 세창양행이 우리나라에서 사고팔 물건을 게재한 광고다. 세창양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광고주인 셈이다. 광고 문안은 순한문이며 도안이나 사진은 없다. 고백(告白)은 광고의 중국식 표현이라고 한다. 사는 물건을 ‘수매 각화’(收買 各貨), 파는 물건을 ‘신도 각화’(新到 各貨)라고 했다. 사겠다는 품목은 호랑이ㆍ수달ㆍ검은담비ㆍ소ㆍ말ㆍ개 등의 가죽과 소ㆍ말ㆍ돼지의 꼬리와 갈기ㆍ뿔, 사람의 머리카락, 조개와 소라, 종이, 담배, 오배자, 옛날 동전 등 20종이었다. 팔겠다는 물건은 자명종 시계, 들여다보는 풍경(peep show), 뮤직박스, 호박, 유리, 각종 램프, 서양 단추, 서양 직물, 염색한 옷과 염료, 서양 바늘, 서양 실, 성냥, 서양 허리띠, 낙타 천 등이다. 그러면서 “물품의 구색을 갖추어 공정한 가격으로 팔고 있으니 모든 손님과 상인은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나 노인이 온다 해도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진솔한 글귀를 담았다. 세창양행의 광고는 7월 5일 자 제23호까지 약 6개월 동안 게재됐다. 한성주보는 창간호부터 사고(社告)인 ‘본국 공고’(本局公告)란에 이런 글을 실었다. “농공업과 기타 모든 영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기의 업을 널리 알리고자 하면 박문국에 와서 자문하시기 바란다. 그러면 상세히 기재하여 본보를 구독하는 내외의 사상(士商)에게 알리도록 하겠다.” 말하자면 광고주를 구하는 내용이다. 독일 함부르크에 본사가 있던 세창양행은 홍콩과 중국 상하이와 톈진, 일본 고베, 한국 인천에 지점을 두고 무역업을 했다. 1884년 6월 6일 카를 발터 등이 인천에 도착해 지사를 설립하는 한편 직원 숙소를 인천 자유공원 남쪽 정상에 지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양관(洋館)이라고 한다. 이 숙소는 광복 후 인천박물관으로 사용되다 인천상륙작전 중 소실됐고 그 자리에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세워졌다.
  • 伊서 음주운전 차량 인도 덮쳐 獨관광객 6명 사망, 11명 부상

    伊서 음주운전 차량 인도 덮쳐 獨관광객 6명 사망, 11명 부상

    이탈리아 북부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에서 5일 새벽(현지시간) 음주 운전 차량이 고속으로 인도로 돌진해 6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3명은 중태라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5분쯤 이탈리아 알토 아디제(남티롤의 독일어 지명) 자치주 주도 볼차노 근처 루타치(일명 루타고)에서 승용차 한 대가 인도를 덮쳤다. 가해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인도로 달려들어 인명피해가 컸다. 희생자 대부분은 20∼25세 사이 젊은이들로 파악됐으며 클럽에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낸 뒤 도로 가에 정차한 관광버스 주변에 모여있다가 변을 당했다. 부상 정도가 심한 한 여성 등 2명은 헬리콥터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차량 운전자는 사고 지역 근처에 거주하는 28세 남성으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 수치가 ℓ당 1.97g으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법은 혈중알코올 수치가 ℓ당 0.5g 이상의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되면 면허 벌점을 부과하고, 0.8g 이상이면 범죄로 규정해 형사처벌하도록 한다. 아르노 콤파처 알토 아디제 주지사는 “새해 벽두부터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이번 일에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잃었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경찰은 가해 운전자를 차량에 의한 과실치사·상 혐의로 체포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경찰은 1차 조사를 통해 테러 또는 고의적 살인 가능성은 일단 배제한 상태다. 독일어 사용 주민이 전체 75%에 달하는 알토 아디제는 관광 명소인 돌로미티가 인접한 데다 유명 스키장이 많아 특히 겨울철에 독일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다. 지난 주말에도 한 모녀와 한 소녀가 남티롤의 한 스키장에서 눈사태 때문에 목숨을 잃었는데 그들 역시 독일인이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서독 이모(박민정 지음, 현대문학 펴냄)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의 경장편 소설. 붕괴된 동독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끼며 사라진 독일인 이모부와 그를 사랑했던 이모를 소재 삼아 소설을 쓰는 화자의 이야기다. 동독 지식인과 결혼 생활로 버려진 여자의 삶을 통해 남북 데탕트 국면을 미리 그려 볼 수 있다. 128쪽. 1만 1200원.만들어진 성장(데이비드 필링 지음, 조진서 옮김, 이콘 펴냄) 흔히 말하는 경제성장의 척도, 국내총생산(GDP)을 다시 보는 책.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경제 규모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GDP가 오늘의 불평등, 국가 간 무역수지 불균형을 설명해 줄까. 파이낸셜타임스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1인당 GDP, 소득 중간값 등 새로운 지표들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360쪽. 1만 8000원.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우치다 다쓰루 외 9인 지음, 김영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인류학·사회학·지역학·정치학 전문가들이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를 연구했다. 이들은 인구 감소로써 생물종에게 최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저출생·고령화보다 과학기술력 등의 지력이 쇠퇴할 때 경제에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296쪽. 1만 5000원.자유의 법(로널드 드워킨 지음, 이민열 옮김, 미지북스 펴냄) 존 롤스의 뒤를 잇는 자유주의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이 말하는 헌법과 자유. 그는 낙태와 안락사, 포르노그래피 등 20세기 후반 미국 헌법상의 큰 쟁점들을 다루면서 법은 도덕과 합체돼 있으며, 판사가 헌법을 해석할 때 도덕적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도덕적 독법’을 주창한다. 612쪽. 2만 2000원.예술적 상상력(오종우 지음, 어크로스 펴냄)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도 예술이 될까. 화가 몬드리안은 왜 사선을 긋지 않았을까. 급변하는 시대의 요구 속 예술의 쓸모를 찾는 저작이다. 학생들에게 명강으로 꼽혀 성균관대 티칭어워드를 수상한 저자는 그림, 소설, 희곡, 음악을 넘나들며 우리 문명의 토대가 된 기술의 씨앗을 예술에서 발견한다. 296쪽. 1만 7000원.마땅한 살인(안세화 지음, 이데아 펴냄)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야기창작발전소에 선정된 스릴러 장편소설. 대학병원 응급실 전문의인 여성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를 알게 되고, 아이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 작가는 중산층 엘리트가 연쇄살인에 휘말리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살인의 의미를 되묻는다. 304쪽. 1만 3000원.
  • “前남친이 스토킹해요”… 경찰 신변보호 1만건 넘었다

    “前남친이 스토킹해요”… 경찰 신변보호 1만건 넘었다

    가정폭력 등 피해자 보호 3년 새 2배 급증 위협 느낄 때 가까운 경찰서에 신청 가능 신변보호심의위 시행 여부·기간 등 결정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나연(25)이 최근 독일 남성 팬의 집요한 위협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특정한 타인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스토킹 범죄가 늘면서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여성 등도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1년간 1만 3600여명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대상자의 87%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관리하는 신변보호 대상은 2016년 4912명에서 2017년 6889명, 2018년 9442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4158명(44%)이 늘었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우리 서는 20~30명가량 관리하고 있다”면서 “데이트폭력이나 가정폭력, 스토킹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스토킹을 참고 견디던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이른바 ‘고 장자연 리스트’ 증인인 윤지오(32)씨가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은 이후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신변보호에는 ▲위치 추적 및 즉시 신고가 가능한 스마트 워치 제공 ▲폐쇄회로(CC)TV 설치 ▲가해자 경고 ▲피해자 권고 등 10가지 조치가 포함된다. 트와이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근처인 서울 강동경찰서로부터 ▲맞춤형 순찰(대상자의 생활반경을 고려한 순찰)과 ▲112 등록 조치(112시스템에 신변보호 대상자 별도 등록·관리)를 받고 있다. 지난 1일 나연이 일본에서 타고 온 비행기에 독일인 스토커가 동승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김포공항경찰대 관계자는 “당시 공항경찰대와 근처인 강서서 강력계에서 출동했다”며 “트와이스처럼 신변보호 대상자가 신고하면 가장 가까운 경찰서에서 바로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신변보호 조치 요청이 들어오면 각 경찰서는 각 기능별 과·팀장, 청문감사관 등으로 구성된 신변보호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용 여부와 시행 조치 및 기간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요청은 100% 가까이 수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정된 경찰의 인력과 예산을 고려해 긴급성을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치안력은 모든 국민의 공공재”라면서 “사안마다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번 심사를 거쳐 신변보호 조치를 결정하는 등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트와이스·윤지오 사례로 본 경찰 신변보호···지난해 1만 3600여명 신변보호 받아

    트와이스·윤지오 사례로 본 경찰 신변보호···지난해 1만 3600여명 신변보호 받아

    2019년 1만 3600명 신변보호조치 받아신변보호 대상은 여성이 87%·남성이 13%2016년 4912명보다 3배 이상 증가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나연(25)이 최근 독일 남성 팬의 집요한 위협을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특정한 타인에게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스토킹 범죄가 늘면서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여성 등도 경찰에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1년간 1만 3600여명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대상자의 87%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관리하는 신변보호 대상은 2016년 4912명에서 2017년 6889명, 2018년 9442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4158명(44%)이 늘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우리 서는 20~30명가량 관리하고 있다”면서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 스토킹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스토킹을 참고 견디던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이른바 ‘고 장자연 리스트’ 증인인 윤지오(32)씨가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은 이후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신변보호에는 위치 추적 및 즉시 신고가 가능한 스마트 워치 제공 폐쇄회로(CC)TV설치 가해자 경고 피해자 권고 등 10가지 조치가 포함된다. 트와이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근처인 서울 강동경찰서로부터 맞춤형 순찰(대상자의 생활반경을 고려한 순찰)과 112 등록 조치(112시스템에 신변보호대상자 별도 등록·관리)를 받고 있다. 기간은 올해 초까지지만 연장될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지난 1일 나연이 일본에서 타고 온 비행기에 독일인 스토커 동승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김포공항경찰대 관계자는 “당시 공항경찰대와 근처인 강서서 강력계에서 출동했다”면서 “트와이스처럼 신변보호 대상자가 신고하면 가장 가까운 경찰서에서 바로 출동한다”고 설명했다.신변보호 조치 요청이 들어오면 각 경찰서는 각 기능별 과·팀장, 청문감사관 등으로 구성된 신변보호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용 여부와 시행 조치 및 기간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요청은 100% 가까이 수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정된 경찰의 인력과 예산을 고려해 긴급성을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치안력은 모든 국민의 공공재”라면서 “사안마다 위험성을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번 심사를 거쳐 신변보호조치를 결정하는 등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김택환 “이 정부, 브란트 같은 국가전략도 담대한 비전도 없다”

    김택환 “이 정부, 브란트 같은 국가전략도 담대한 비전도 없다”

    뭣하나 제대로 정리되는 것 없이 2019년이 저물고 있다. 남북은 물론, 북미·한일·한중 관계 모두 뒤엉킨 가운데 새해를 맞게 됐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정권이나 정당 테두리를 벗어난 담대한 국가의 비전과 전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가비전 및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인 김택환(61) 경기대 특임교수를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마치고 1983년 독일로 떠나 본 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따고 카셀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10년 만에 귀국해 언론연구원(현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으로 일하다 1994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타운 대학 객원교수로 있다가 홍 회장의 스카웃 제의로 2002년 귀국,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전문기자로 중앙선데이 창간, JTBC 창업 기획을 하고 경기대 특임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광주광역시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을 기획해 조직위원장을 맡아 일주일 동안 10만 명이 찾는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2012년부터 올해까지 약 300회 이상 국회,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 및 기업 등에 특강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 기업인들과 선진국 정부나 기업 등을 탐방하면서 미래 국가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부러움으로 독일 통일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일 정치인들의 탁월한 리더십을 탐구했다. 중앙일보 시절 북한도 여러 차례 다녀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있다. Q. 2019년을 패권전쟁의 각도에서 정리한다면. A. 2017년에 꽉 막힌 것을 지난해 풀어냈는데 올해 더 뚫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두 차례 좋은 기회를 놓쳤다. 리더십이 축적돼 있지 않고, 스케일도 작아 그랬다. 미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과 연결된 한반도 국제정세를 주도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종속 변수로 전락됐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크게 실망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도 북한이 원하는 일정한 제제 해제를 이끌어내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실망도 엿보인다. Q. 두 가지 기회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 지난해 첫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왜 야당 대표들과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얘기했다. 우리도 세게 나갔어야 했다.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남북연석회의를 했어야 했다. 미국이나 다른 누구가 아닌, 남북이 힘을 합쳐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또한 지난해 6월 문재인-김정은-트럼프 3자 정상회담이 우리 ‘안마당’에서 열렸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각각 설득해 성과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이들은 해냈다.Q. 우리 지도자들이 글로벌 시각과 판을 읽고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로 들린다. A. 결국 지도자 리더십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역사지만 미완이다. 평화통일을 달성한 독일과 비교하면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스케일이 너무 작다. 중요한 국가 과제들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Q. 남남 화해도 안 됐는데 남북통일이냐는 시비도 있다. A. 우리는 말로는 통일을 떠들지만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은 통일 노래를 부르지 않고 조건을 만들어갔다. 이 점이 우리와 독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남북 지도자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인기 영합으로, 우려먹은 면이 있다. 통일에 이르기 위해 우선적인 두 가지, 경제적 교류 및 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이란 인류의 원죄를 갖고 있는 독일에 견줘 우리는 미국, 일본을 활용해 돌파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지가 있었다. 그걸 해내지 못했다.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교역량을 보였지만 독일이 50년대 중도 보수인 기민당이 선보인 ‘올림픽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정도에 그쳤다. 개성공단은 큰 의미가 있다. 브란트 전 총리는 기민당식 보여주기를 끝내고 이산가족 교류 및 서신 교환, 상호 방문, 경제 지원 등 통일 기반을 다졌다. 그가 ‘통일의 시조’로 평가받는 이유다. 1970년 최초 동서독 정상회담 때도 와인 한잔 마시지 않고 냉철하게 서로의 요구를 주고받아 ‘실핏줄’을 이어갔다. 전후 독일은 여덟 명의 총리가 그 시대에 요청되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적을 보였다. 그들은 평균 10년씩 집권하면서, 본인, 자녀, 친인척 중 단 한 명도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역사 반성과 성찰을 삶의 교훈으로 체득했다. 탄탄한 경제구조를 만들고, 사회보장 제도를 닦았고, 노사가 협력하는 공동 결정권을 제정하고, 평화 통일을 했다. 그리고 유럽 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2011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을 국가 그랜드 플랜으로 채택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때 삽질에 여념이 없었다. Q. 너무 비관적이다. A.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 위대했다. 정말 일 열심히 하고, 전 세계 디아스포라(유민)가 유대인보다 더 많다. 우리 국민 개개인은 어쩌면 독일인보다 빼어나다. 문제는 정치지도자 수준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보수인 메르켈도 난민 100만명 이상 받았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제주의 예멘 난민 몇 백명 갖고 쩔쩔 맨다. Q. 태영호 전 공사는 통일이 15년 후 가능하다며 장마당 등 자본주의의 숨결, 세대교체를 근거로 꼽았는데. A. 맞는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공부한 것도 ‘신의 한 수’다. 그러나 폐쇄적 북한체제에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이들이 바뀌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미국, 중국,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으로 중국이 위기를 맞을 수 있는데 그 때 우리 민족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본다. 결국 거대 국제자본이 북한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다. 트럼프 말대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는 일본과 남쪽 밖에 없다. 한반도 및 동북아 역학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해 유럽의 질서를 새로 짜듯 일본의 관심을 북돋아 북한 시장에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선 핵 폐기’는 리비아 모델로 북한을 두 손 들고 항복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하노이 결렬과 더불어 북미관계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Q. 그런 생각을 문재인 정부의 생각할 줄 아는 이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지. A. 권력을 쥐면 달라지고 권위적이게 된다. 아직도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을 누리고 싶어하는 속성이 강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메르켈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전문가들을 초빙해 얘기를 듣고 토론해 국가비전을 다듬는 데 활용한다. 아베도, 마크롱도 그렇게 한다. 또한 선진국 지도자들은 실용적인 정상외교를 한다. 메르켈은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더라도 와인 마시지 않고 실무 회담을 한다. 아데나워 총리는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사저로 초청해 신뢰를 쌓았다. 우리 외교는 형식적이다. 외교 통해 이룬 것 없이 와인 잔만 부딪힌다. 국민의 세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해서다. 지난달 우리 기업인들과 아데나워와 브란트, 두 독일 지도자의 생가를 찾았는데 모두들 놀라워했다. 아주 소박한 삶을 살면서도 거대한 독일의 변화를 앞장서 이끌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총리관저가 아닌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출퇴근하고 주말에 시장 보고 요리한다. 빌 클린턴은 자신이 일하던 조지타운 대학의 바로 외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맥주 마시며 인간적으로 교류한다. 집권층이 자기 지갑을 열어야 서민경제가 돌아가게 도울 수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예산을 아직도 토건산업에 펑펑 집어준다.Q. 내년을 전망한다면. A.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하다. 아마 4~5월이 결정적 시기가 될 수 있다. 희망을 가져 본다. 김정은 위원장도 선대가 잡지 못한 기회를 놓치기 싫을 것이다. 트럼프는 적대국 정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재선에 활용하고 싶어한다. 어찌됐든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다고 보고 문재인 대통령은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국회가 큰 문제다.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고 남 탓만 하지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깨어있다. 내년 총선에 표심을 통해 절묘하게 정치권이 나아갈 바, 새 비전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낡은 누룽지 긁어 먹으려 다투는 형국을 끝내야 한다. 젊은 세대와 새 인물에게 기회를 주는 정당이 사랑 받을 것이다. Q. 우리의 국가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A. 당연히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야 한다.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철도 얘기가 나왔고,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얘기한다. 평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유라시아 철도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우리로선 미국과 일본의 ‘호랑이등’을 확실히 타고 넘는 게 중요하다. 가뜩이나 중국에 기울어지려 한다는 의심을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받고 있다. 우리는 미·중·일·러와 다면외교를 펼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전술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과 지정학적 위치, 미국과 일본의 자본을 버무려 만주 땅과 연해주까지 우리 경제영토로 가꿔내는 것을 꿈꿔본다. 글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이탈리아 돌로미티 스키장에 눈사태, 독일인 모녀 등 셋 사망

    이탈리아 돌로미티 스키장에 눈사태, 독일인 모녀 등 셋 사망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의 한 스키장에서 28일(이하 현지시간) 눈사태가 일어나 모녀를 포함해 셋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오스트리아 국경이 가까운 사우스 티롤 지방의 발 세날레스 빙하 근처 스키장에 갑작스럽게 거대한 눈더미가 쓸려내려와 해발 고도 2400m 지점에서 스키를 타던 35세 여성과 일곱 살 딸, 근처의 다른 일곱 살 소녀를 덮쳐 여성과 소녀가 곧바로 숨지고 다른 소녀가 헬리콥터로 병원에 후송되던 도중 목숨을 잃었다. 모두 독일인 관광객들로 확인됐다. 함께 스키를 타던 다른 남성과 11세 아들도 부상했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발 세날레스 케이블카 회사 책임자인 토마스 스트레처는 일간 라 레퍼블리카 인터뷰를 통해 “우리 파트너들이 오늘 아침 슬로프 상태 등을 점검해 위험 요소가 없다고 판단해 케이블카를 운영한 것이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웠으면 슬로프를 열지 않았을 것”이라며 달뜬 스키어들 때문에 눈사태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70명의 인력과 두 대의 헬리콥터, 경찰과 산악구조대가 세 대의 헬리콥터가 수색 작업에 투입돼 시신들을 운구했다. 이날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의 한 계곡에 있는 스키장에서도 눈사태 때문에 남성 한 명이 다쳤다. 이 남성은 눈속에 파묻혔다가 다른 스키 관광객들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성탄절에도 오스트리아의 한 스키장에서 산사태로 26세 남성이 눈속에 파묻혔다가 5시간 만에 구조되는 ‘성탄절 기적’이 일어났다. 성탄 다음날에도 오스트리아 앙코겔 스키장에 세 차례나 눈사태가 덮쳤다. 같은날 스위스 안더마트 스키장 슬로프를 연 지 몇시간 만에 눈사태가 일어나 4명이 눈에 묻혔다가 가까스로 스스로 빠져나왔고 60명의 구조요원들이 둘을 구해냈다. 이날 사태 규모는 폭 60m에 길이가 300m나 돼 이들이 목숨을 구한 것은 거의 천운이었다. 알프스 산맥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 걸쳐 있는데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 걸쳐진 산맥의 남서쪽은 흔히 돌로미티로 불린다. 알프스와 돌로미티에는 최근 많은 양의 눈이 내려 최고 5단계 가운데 3단계의 눈사태 경보가 내려져 있다. 하지만 스키 시즌을 맞아 상당히 많은 관광객이 몰려 들고 있어 대형 참사가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이 지역을 찾는 이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대사관저의 도시 성북, 라틴아메리카축제+유러피언크리스마켓 수익금 기부

    대사관저의 도시 성북, 라틴아메리카축제+유러피언크리스마켓 수익금 기부

    40여개의 대사관저가 있는 서울 성북구가 ‘2019 성북구 글로벌 문화축제’를 통해 조성된 성금 8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계층 이웃에 기부한다.이번 글로벌이웃돕기 성금은 지난 9월 28일 중남미 12개국이 참가한 라틴아메리카축제와 지난 8일~9일 유럽 12개국이 참가한 유러피언크리스마스마켓의 참가 부스의 판매 수익금 10%와 주한 외국대사관및 외국인단체, 그랜드 힐튼 호텔의 기부 물품 경매 수익금을 통해 조성됐다. 부스 참여자를 대표해 독일인인 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 성북동 명예동장과 안나 후오빌라 핀란드 부대사가 이승로 구청장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이 성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 가정, 다문화가정 등에 돌아갈 예정이다. 특히 유러피언크리스마스마켓에 참여한 핀란드를 비롯한 여러 대사관에선 매년 10% 기부금 이외에도 나머지 판매 수익금을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 기부하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글로벌축제가 많은 분들의 참여와 도움으로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며 “저소득 계층을 위해 자발적으로 수익금을 기부해주신 참여 대사관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축제로 그치는 것이 아닌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열린세상] 노동의 공급곡선은 후방굴절형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노동의 공급곡선은 후방굴절형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1981년 3월, 독일 유학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이었다. 한국에 편지를 부치려고 우체국에서 줄 서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코앞에서 창구가 닫혔다. 잠시 자리를 떴다가 돌아온 직원과 눈이 마주쳤을 때 창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가리킬 뿐 창구를 열지는 않았다. 다른 독일인들도 10분가량을 아무런 군말 없이 줄을 선 채 기다렸다. 당시 독일사회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을 존중하는 게 당연한 문화였다. 노동은 인간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지만 너무 많아서도 안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분명했다. 그래서 당시 독일 노조의 전략적 목표는 ‘노동의 인간화’였고, 주35시간 노동제의 도입이 그 핵심이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주 52시간 탄력근로제를 다시 일 년 반 유예하는 발표를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주 52시간제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게 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고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사실은 재해, 재난 이외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의 증가’, ‘연구개발’, ‘인명 보호 및 안전 확보’, ‘설비 고장 등 돌발 상황’ 등을 특별연장근로의 사유로 추가함으로써 사실상 노동시간을 연장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답보 상태를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커졌다. 일본이 정보기술(IT) 소재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경제 전쟁을 도발했을 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가장 먼저 주장했던 연구개발 인력의 노동시간 연장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역사적이다. 연구개발 노동으로 대표되는 지식노동의 생산성은 노동시간에 결코 비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노동시간에 반비례할 수 있다. 창의적인 노동일수록 노동시간 길이가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노동시간이 갖는 의미는 이중적이다. 그것은 인간의 생활을 보장해줄 만큰 충분히 길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휴식과 여가를 해칠 정도로 길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경제학원론에서 생산요소로서 노동의 공급곡선은 ‘후방굴절형’이다. 이는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어느 정도까지는 노동의 공급이 증가하지만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임금이 상승할수록 오히려 노동의 공급이 감소한다는 의미이다. 여러 가지 지표에서 볼 때 한국의 노동시장에서는 공급곡선이 이제 막 후방굴절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있고, ‘칼퇴근’이 용기 있는 바람직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워라밸’에 대한 욕구가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하는 것은 공급곡선이 후방굴절하는 노동시장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양상들이다. 한국경제에서 노동시간제에 대한 논란은 그것이 가지는 중요성에 비해 빈번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48시간이든, 45시간이든, 40시간이든 법정노동시간이 갖는 현실 규정력도 사실상 없었다.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탄력근로제 적용을 유예한 것은 ‘중소기업의 보호 및 육성’을 규정한 헌법상의 의무에 부합하는 정부 의무의 이행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유예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소기업 자구 노력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중소기업의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정책에서는 후방굴절형의 공급곡선을 가지는 인간노동의 속성을 존중해 노동시간 단축 경향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과로사’의 극복이 사회적 현안인 나라에서 노동시간 연장의 위험성은 충분히 공유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시간이 연장돼야 한다면 그 기간은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 노동시간 연장은 비상조치이며 반드시 반전될 것이라는 게 사전에 주지돼야 할 것이다. 고용 유지는 물론 인간 해방을 위해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혁신성장전략은 노동시간 단축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저임금을 볼모로 노동시간의 연장을 장기화한다면 그것은 인간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발전도 저해한다. 4차 산업혁명이 노동시간의 단축을 필수적 구성요소로 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노동시간의 연장을 목표로 하는 일체의 제도 개악은 삼가야 할 것이다. 주 52시간 탄력근로제의 유예는 시작되자마자 서둘러 종료를 준비해야 한다.
  • 獨 축구스타 외질은 왜 ‘中저격수’ 자처했나

    獨 축구스타 외질은 왜 ‘中저격수’ 자처했나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 메수트 외질(31)이 중국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그의 소속팀 아스널의 중국 내 중계가 금지되면서 ‘제2의 휴스턴 로키츠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구단주도 홍콩 시위 사태를 옹호하는 내용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올렸다가 중국에서 보이콧을 당했다. 독일 국적의 외질은 왜 축구계 퇴출을 각오하고 ‘중국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을까. ●홍콩 지지 역풍 ‘제2 휴스턴 로키츠’ 될판 16일 중국 최대 스포츠지 티탄저우바오는 “중국 공산당은 지난 10월 데릴 모레이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SNS 게시물보다 외질에게 더 큰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듯 CCTV는 아스날 경기 생중계를 다른 경기로 대체했다. 앞서 외질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중국은 코란을 불태우고 이슬람사원을 폐쇄한다. 이슬람 신학교를 금지하고 이슬람 신학자를 죽인다. 이슬람 형제를 강제 수용소에 가두고 이슬람 여자들을 중국 남성들과 강제로 결혼시킨다”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단체들을 ‘동투르키스탄’으로 지칭하며 이들을 중국의 탄압에 저항하는 이슬람 전사로 묘사했다. 사실상 중국인들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는 표현이다. 터키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과거 ‘돌궐’(투르크)에서 찾는다. 돌궐은 중국 역사에서 ‘흉노’로 불리던 민족들 가운데 하나로 중앙아시아와 만주 지역에 걸쳐 생활했다. 전성기에는 고구려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중국 대륙을 위협했다. 터키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돌궐은 내부 분열과 중국의 압박 등으로 서쪽으로 이동해 지중해 지역까지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정착해 위구르족으로 성장했다고 믿는다. 중국이 위구르족을 탄압할 때마다 터키가 성명을 내 강하게 규탄하는 데는 이같은 민족적 동질감이 자리잡고 있다. ●터키 출신 獨서 차별… 인권문제 거론한 듯 외질은 1988년 독일 겔젠키르헨에서 터키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2009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에 크게 기여해 ‘독일 사회통합의 성공 사례’로 여겨졌다. 왕성한 기부 활동 덕분에 미담도 많았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을 눈앞에 둔 지난해 5월 영국 런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가 ‘독재자를 옹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는 “내 가족의 고향 지도자에 대한 예우였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외질을 희생양으로 삼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결국 그는 인종차별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외질은 터키인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독일 국적을 택했다. 이슬람교 신자임에도 스스로를 독일인으로 여기며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터키 대통령 기념사진 촬영을 계기로 독일 사회의 뿌리깊은 민족 차별을 경험한 뒤로 마음의 상처가 깊어진 것 같다. 이제 그는 터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위구르족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길고 긴 싸움’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그가 속한 축구팀은 중국 업체의 후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명문 클럽들에게 이는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외질은 아스날을 끝으로 유럽 빅리그 생활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이런 불이익을 예상하고도 중국을 비난한 것은 최근 독일에서 느낀 민족적 설움이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뉴질랜드 화산폭발 “온몸에 화상·얼굴피부 흘려내려”

    뉴질랜드 화산폭발 “온몸에 화상·얼굴피부 흘려내려”

    뉴질랜드에서 지난 9일 발생한 화산분화 사고 현장은 참혹했다. 12일 CNN 보도에 따르면 구조에 동참했던 관광객 제프 홉킨스는 증기를 쐬고 뜨거운 재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얼굴 피부가 벗겨져 턱 아래에 걸려있고 팔다리는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을 구하러 출동했던 민간 헬리콥터 조종사는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스가 자욱했고 하늘에선 재가 떨어졌다. 내렸을 때는 더욱 끔찍했다.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 다쳐 있었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현재까지 16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공식 사망자는 8명이다. 당국은 실종자 8명의 시신이 섬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 28명 중 23명이 심한 화상 때문에 중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산 분출 당시 화이트섬에는 호주인 24명, 미국인 9명, 독일인 4명, 중국인 2명, 영국인 2명, 말레이시아인 1명 등 외국인 관광객 42명과 뉴질랜드인 5명이 있었다. 화산 활동을 관측하고 있는 뉴질랜드 지질핵과학연구소(GNS사이언스)는 화이트섬 화산활동이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24시간 내 또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50%~60% 정도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숨진 희생자 8명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영국식 파이, 차별 없는 매력의 한 끼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영국식 파이, 차별 없는 매력의 한 끼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내게 알려주면 당신이 누구인지 이야기해주겠다.’ 음식으로 신분이나 취향, 정치적 성향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 19세기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의 말은 음식 이야기에 끊임없이 소환된다. 사회과학자 클로드 피슬러는 ‘먹는 행위는 우리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넘나들기에 음식은 자아정체감의 중심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 프랑스인이 10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이야기한 음식을 통한 정체성은 개인의 개성이 될 수도, 민족이나 국가를 구별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는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도적으로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주어진 것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인은 한때 프랑스인을 두고 ‘개구리를 먹는 사람’으로 부르고, 독일인을 ‘크라우트’(발효된 양배추 피클)라 불렀다. 식문화가 다른 민족이나 국민을 음식으로 지칭하는 건 저급한 발언이겠지만 어찌 됐건 그렇게 함으로써 ‘구별 짓기’를 하고자 하는 욕구를 상징하는 예로 거론된다.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건 영국의 음식, 그중에서도 파이를 다루기 위해서다. 초라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식단에서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식문화 중 하나가 바로 파이다. 파이 하면 애플파이 같은 달달한 디저트를 먼저 연상하겠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단 파이가 아니라 고기가 들어간 짠 파이다. 파이는 영국의 푸드코트나 영국식 식당에 가면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웃인 프랑스나 스페인, 독일에서는 거의 없거나 잘 보이지 않기에 영국인을 파이 먹는 사람들로 규정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다. 적어도 영국인에게 있어 파이란 간단히 때울 수 있는 한 끼 식사나 주식으로 먹는 여러 음식 중 하나를 의미한다. 파이는 영국 전통음식으로 분류하지만, 기원을 따져 보면 과거 영국을 침략한 로마인에 의해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파이의 조리법이나 활용성을 생각해 보면 탄생 배경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바삭하거나 혹은 딱딱한 영국식 파이는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짙은 갈색의 소스를 머금고 있다. 밀가루 반죽으로 감싸 익혔으니 수분이 증발하거나 태우지 않을 수 있다. 고기를 야채와 푹 고아 만든 스튜를 먹기 위해선 그릇이 있어야 하지만, 파이는 그 자체가 그릇이 될 수 있다. 그렇게 간편하게 들고 다니고 통째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이 탄생한다. 작게 만든다면 1인분, 크게 만든다면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어 14세기 영국 왕실에서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대형 파이를 준비했다는 기록도 있다.파이의 또 다른 장점은 보존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중세 파이는 노점에서도 만들어 팔았는데 이는 대부분 정육업자와 제빵사, 그리고 요리사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정육업자는 고기를 어떻게든 가공해야 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염장을 하거나 요리해 익히는 것이다. 고기를 요리해 파이 속으로 사용한 후 구워내면 일종의 열처리한 통조림처럼 보존과 보관이 간편했다. 물론 완전히 밀봉 처리되지는 않아 오늘날 통조림처럼 보존 기한이 극도로 늘어날 수는 없었지만 고기가 상해 낭비되는 일은 적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계급 구별 짓기에 능한 영국 사회에서도 파이는 온갖 재료와 장식으로 꾸며져 상류층 연회에 호화롭게, 때로는 서민들이 간단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도록 소박하게, 두루 소비됐다. 20세기 들어서는 중산층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수많은 요리책이 쏟아졌는데 가정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파이 레시피는 필수였다. 파이가 페이스트리에 내용물을 감싸 만든다는 일종의 조리 형식에 대한 명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이 이름을 보면 재료를 가늠할 수 있다. 덩어리 진 소고기가 들어가면 주로 ‘스테이크+곁들인 재료’의 공식으로 이름 붙는다. 소고기를 에일 맥주에 졸이면 ‘스테이크 앤드 에일 파이’, 신장과 함께 조리되면 ‘스테이크 앤드 키드니 파이’, 간 소고기가 들어가면 ‘민스비프 파이’,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포크 파이’. 이런 식으로 속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한 응용이 가능하다.파이와 유사한 음식은 전 세계에 있다. 스페인의 엠파나다, 이탈리아의 칼조네, 인도의 사모사 등은 사실 속 재료만 다를 뿐 사실상 파이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영국이 자랑하는 소고기가 듬뿍 들어 있는 영국식 파이는 영국에만 있기에 맛볼 가치는 충분하다. 맛이 뛰어나다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 20분만 지체했더라면 변을 당할 뻔 했던 그, 참혹함을 생중계하다

    20분만 지체했더라면 변을 당할 뻔 했던 그, 참혹함을 생중계하다

    20분만 더 섬에서 지체했더라면 그의 운명도 어떻게 될지 몰랐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뉴질랜드 북섬 앞바다 화이트섬의 활화산 와카아리가 분출을 시작하기 20분 전 관광객 마이클 셰이드는 화산 분화구를 떠나 보트에 몸을 싣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참혹한 현장 모습과 긴박한 구조 모습을 지켜보고 이를 카메라에 담은 이가 됐다. 그가 트위터 등에 올린 동영상과 사진들은 주요 통신사와 방송사에게 귀중한 정보가 됐고, 급박한 재난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눈’이 됐다고 피플 닷컴이 11일 전했다. 만 이틀이 지난 11일 현재 6명이 죽고 8명이 실종됐는데 그 중 여섯 구의 시신은 일단 항공 정찰을 통해 위치가 확인됐고, 나머지 두 시신은 화산재 밑에 묻힌 것으로 보인다. 30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셰이드의 투어 관광 그룹이 보트에 올라 출발을 기다리고 있을 때 화산이 분출을 시작했다. 셰이드가 탄 보트는 해변의 선착장 바위에 올라 구조를 기다리던 다른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구조에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셰이드는 트위터에 “맙소사, 화이트 섬의 화산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오늘 분출했다. 우리 가족은 바로 20분 전에 빠져나왔다. 보트가 막 출발하려고 할 때 그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보트가 구조한 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을 뭐라고 묘사할 길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보트가 많은 생존자들을 태웠다며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자신의 어머니가 보살핀 한 여성도 위중한 상태이긴 하지만 강한 힘으로 이겨낼 것이라고 응원했다. “믿기 힘든 일”이라고 털어놓은 그는 “우리 투어 그룹은 30분 전에 글자 그대로 주분화구의 가장자리에 서있었다. 현재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 이들, 현재 회복 중인 사람들, 특히 구조대원들의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셰이드는 오후 1시 49분에 올린 사진이 섬에서의 마지막 사진이었으며 보트에 올라선 2시 12분에 첫 사진을 올렸는데 1~2분 뒤 분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2시 24분으로 카메라의 타임스탬프가 찍힌 두 장이었는데 사람들이 섬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담겼다.분출 당시 47명이 이 섬을 찾았는데 호주인 24명, 미국인 9명, 뉴질랜드인 5명, 독일인 4명, 중국과 영국 둘씩, 말레이시아인 한 명이다. 30명이 7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13~72세의 다양한 연령층이며 이 가운데 27명은 몸의 30% 이상이 화상을 입었다고 미국 CNN은 전했다. 셰이드처럼 지오프 홉킨스도 섬을 방문했다가 보트 위에서 화산이 분출하는 것을 목격했으며 희생자들을 긴급히 돕는 이들을 도왔다. 그는 뉴질랜드 헤럴드 인터뷰를 통해 많은 생존자들이 선상에서 “끔찍하게 타버린” 중상자들을 돌봤으며 어떤 이들은 차가운 물을 타버린 살갗에 끼얹기도 했다고 끔찍한 순간을 돌아봤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화산 분출로 6명 사망 8명 실종, 뉴질랜드 총리 “묻고 답할 의문 많아”

    화산 분출로 6명 사망 8명 실종, 뉴질랜드 총리 “묻고 답할 의문 많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화이트섬의 화산 폭발 참변에 대해 “묻고 답해야 할” 의문들이 많다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10일 의회 연설을 통해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훨씬 커다란 질문들이 나올 것이며 이런 질문들은 반드시 물어봐야 하고, 답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뉴질랜드 남성이 숨져 희생자는 6명으로 늘었다. 8명이 실종됐으며 33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의료진은 몸의 30% 이상 화상을 입은 부상자가 27명이며 이 중 호흡기가 타버린 사람도 있어 사망자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종자 모두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화산재를 머금은 연기가 분화구에서 나오고 있어 섬을 수색하지 못하고 항공 정찰만 하고 있는 경찰은 시신들이 화산재에 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간부들은 이날 오전만 해도 범죄 수사에 들어간다고 공언했다가 나중에 너무 성급한 발언이었다며 바로잡았다. 아던 총리의 발언은 3주 전 와리아카 화산의 위험 수준이 1단계에서 2단계로 높아졌는데도 단체 관광이 허용된 이유를 묻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섬은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데 개인 소유이고 소유주가 관광 회사를 운영해 고객의 판단에 따라 화산 투어 관광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폭발 이후 전문가들은 이 섬에 투어를 허용한 것이 재앙이 일어나길 기다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는지, 아니면 관광객들을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안전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지질 위험 경보업체인 지오넷(Geonet) 역시 지난주 “화산활동이 보통 때보다 더 활발해지는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현재 수준으로는 관광객에게 직접 위험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글자 그대로 애매했다. 현재 3단계 경보가 발령돼 있는데 “작은 화산 분출”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아던 총리는 그 섬에 생명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며 당국은 이제 복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가족과 친구를 잃거나 실종된 이들의 슬픔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분출 당시 47명이 이 섬을 찾았는데 호주인 24명, 미국인 9명, 뉴질랜드인 5명, 독일인 4명, 중국과 영국 둘씩, 말레이시아인 한 명이다. 희생자 가운데 첫 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이는 근처 와카타네 마을에 사는 투어 가이드 하이덴 마샬인만이며, 두 번째로 말레이시아인의 신원이 확인됐다. 실종자로는 다른 뉴질랜드 투어 가이드 티페네 마안지(23)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사망자 5명 가운데 셋이 자국민이란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또 플렌티 만에 있는 이 활화산 섬을 찾아 24명의 호주인이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왔는데 13명이 병원에 입원해 있고, 11명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화산이 전날 오후 2시 11분 분출했을 때 이 섬을 찾은 단체 관광객들은 두 패로 나뉘어 있었는데 한쪽은 탈출할 수 있었고, 다른 쪽은 분화구에 너무 가까이 있어 그러지 못했다고 아던 총리는 설명했다. 처음에는 보트로 피신시켰고, 나중에는 민간 헬리콥터를 동원해 몇몇을 섬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빈 라덴의 협박 편지 받은 라인하르트 본케 목사 타계, 순복음 교회와 인연

    빈 라덴의 협박 편지 받은 라인하르트 본케 목사 타계, 순복음 교회와 인연

    아프리카에서 강론을 했다 하면 구름같은 인파를 모았던 독일인 복음주의 목사 라인하르트 본케가 7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부인 안니는 성명을 발표해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8일 전했다. 고인과 가족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 고인은 아프리카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린 ‘열방을 위한 그리스도 선교회(Christ for all nations)’ 활동으로 이름 높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시작된 기독교 근본주의의 한 종파였던 펜테코스트(Pentecost, 오순절) 목사인 그는 아프리카인 7900만명을 기독교도로 개종시켰다고 그의 교회는 주장한다. 성명은 “그의 활동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000년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 집회 때 160만명을 불러모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본케는 하나님의 힘을 빌어 사람들을 치유한다고 했고 직접 부활을 목격했다고 신도들에게 얘기하기도 했다.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고인의 죽음이 “나이지리아와 아프리카, 나아가 전 세계에 커다란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1940년 발트해 연안의 독일 영토였다가 1945년 포츠담 회담에 따라 옛 소련에 넘어간 쾨니히스베르크(지금은 칼리닌그라드)에서 태어났다. 열 살이 되기 전 아프리카 선교사로 파견돼 1974년 열방을 위한 그리스도 선교회를 창설했다. 처음에는 남아공에 본부를 뒀다가 나중에 독일로 옮겼다. 수많은 무슬림을 개종시켰다는 이유로 오사마 빈 라덴으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2017년 건강 문제로 후계자에게 교단을 물려주고 나이지리아에서 은퇴 부흥회를 열었다. 논란도 많았다. 1991년 카두나 경찰이 본케의 부활절 집회를 허가하자 수천명의 무슬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폭동을 벌이는 바람에 8명이 숨졌다. 5년 뒤에는 베닌 시에서 그가 집전하는 집회 도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AP통신이 그가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300만 달러(약 35억 68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폭로한 것도 빠지지 않는다. 조용기 목사가 설립한 순복음 교회가 오순절 교회의 한 분파다. 성결교와 감리교 계열에서 분리된 오순절교회의 특징은 성령세례와 방언, 신유(기도로써 병을 고치는 것) 등을 강조하는데, 순복음 교회도 영향을 받아 성령 체험을 중시하며 신비주의와 기복적인 신앙 활동을 권장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아하! 우주] “나는 우주인의 동반자”…AI 로봇, 우주정거장으로 가다

    [아하! 우주] “나는 우주인의 동반자”…AI 로봇, 우주정거장으로 가다

    미래를 주제로 한 할리우드 SF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이 점점 현실이 되고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인공지능(AI) 로봇 사이먼 2가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드래곤캡슐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발사됐다고 보도했다.   사이먼(CIMON)은 ‘승무원과 대화하는 모바일 동반자’(Crew Interactive MObile CompanioN)라는 뜻의 영어 약어를 조합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이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나 인터스텔라의 ‘타스‘(Tars)와 같은 임무를 목표로 한 것. 물론 사이먼이 영화에서나 보는 인공지능 로봇의 능력을 따라갈려면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다.앞서 지난해 7월 유럽우주국(ESA)은 사이먼을 ISS로 보냈으며 당시 독일인 우주비행사 알렉산데르 게르스트와 대화하는 것으로 임무를 시작했다. 게르스트의 첫 명령은 “깨어나라 사이먼”이었으며 이에 사이먼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며 역사적인 시작을 알렸다. 사이먼은 우주비행사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상적인 일을 보조하는 수준으로 우주선 안에서의 복잡한 절차 등을 물으면 화면을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알려주는 능력을 갖췄다.이번에 다시 ISS로 발사된 사이먼 2는 기존 사이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이 두뇌 역할을 한다. IBM 측은 "사이먼 2는 인간과 로봇이 우주 환경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면서 "우주인들의 감정을 평가하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먼 2는 더 민감한 마이크와 향상된 방향감각을 갖고있으며 복잡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의 안정성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사이먼 프로젝트 리더인 크리스티안 카라쉬 박사는 "인류가 화성 등 탐사를 하기 위해서 인류와 로봇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면서 "사이먼과 같은 인공지능을 통해 우주인은 인류의 모든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친숙한 만화 얼굴을 가진 사이먼 2는 무게 5㎏의 배구공 만한 크기로 극미중력 상태인 ISS 내부를 프로펠러를 이용해 스스로 떠다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메르켈 총리 취임 후 첫 아우슈비츠 방문 한달 남짓 앞당긴 이유

    메르켈 총리 취임 후 첫 아우슈비츠 방문 한달 남짓 앞당긴 이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이하 현지시간) 홀로코스트 참극의 대표 격인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취임 이후 처음 찾았다. 옛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당초 이 수용소 해방 75주년에 발 맞춰 내년 1월 27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독일의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데 경종을 울리기 위해 앞당겼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나치 독일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가 정식 명칭인 이 수용소에서 무려 110만명을 살해했는데 대다수가 유대인이었다. 나치는 유럽에서 유대인을 박멸하겠다며 600만명을 학살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지난 10월 40세 여성과 20세 남성이 동부의 한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바깥에서 총에 맞아 살해됐는데 극우 성향의 27세 남성이 반유대 감정에 휩싸여 총기를 발사했다고 자백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초대돼 많은 죄수들이 처형당한 이른바 검정 담 앞에서 1분 묵념을 올린 뒤 비르케나우 수용소에 헌화했다. 이 재단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시도에 경종을 울리게 도와달라. 역사가 침묵을 강요하도록 용납해선 안된다. 기억을 되살리자”고 촉구했다. 그녀는 독일에 있는 나치의 다른 수용소들인 다차우와 부켄발트 등은 다녀왔지만 폴란드 크라코프 시 서쪽의 아우슈비츠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임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1977년, 헬무트 콜이 1989년과 1995년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 그 뒤 24년 동안 어느 총리도 찾지 않아 메르켈의 방문은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방송은 전했다.한편으로는 역대 어느 총리도 지금처럼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 내몰리지도 않았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지난해에만 1646건으로 집계돼 2017년보다 10%가 늘었다. 지난해 유대인 신체에 직접 위해를 가한 사건도 62건으로 한해 전 37건의 곱절에 가까웠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인이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계를 넘은 범죄 앞에서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어떤 말로도 이곳에서 비인격적인 처우를 받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한 많은 사람의 슬픔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범죄에 대한 기억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책임이다. 이것은 우리 국가와 분리할 수 없다”면서 “책임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의 자유, 인격,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매우 소중하면서도 정치적 과정과 국가 활동, 일상에서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것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오늘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종주의에 대한 우려스러운 현실, 편협과 증오 범죄의 증가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공격과 위험한 역사 수정주의를 목도하고 있다. 역사 수정주의는 외국인 혐오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최근 내후년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혀 연정이 다시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올라프 숄츠 부총리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대표 투표에서 연정에 비판적인 후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정당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립정부 참여를 포기하느냐를 놓고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슈비츠는 오래 전부터 군 막사로 사용해오다 1939년 나치가 폴란드 정치범을 수감하기 위해 개조했으며 대략 40개의 막사를 거느린 대규모 수용소로 커졌다. 비르케나우는 1941년 조금 떨어진 곳에 건설됐는데 1942년 초부터 1944년 말까지 가스실로 보내지거나 굶주려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 유대 혈통이 아닌 폴란드인, 로마인, 동성애자와 정치범, 소련군 포로들도 학살을 피하지 못했다. 옛 소련군은 1945년 1월 27일 이 수용소를 해방시켰는데 이날은 세계 전역에서 홀로코스트 추념의 날이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선수들 인종차별 항의하는데 ‘나치 경례’ 판 바스텐 일주일 마이크 못 잡아

    선수들 인종차별 항의하는데 ‘나치 경례’ 판 바스텐 일주일 마이크 못 잡아

    세 차례나 발롱도르를 수상한 네덜란드 축구 레전드 마르코 판바스텐(55)이 미국 폭스스포츠의 네덜란드 채널 방송 도중 나치에 관한 발언 때문에 일주일 출연 정지 징계를 당했다. 그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네덜란드 프로축구 헤라클레스와 아약스의 에레디비지에 리그 경기가 끝난 뒤 1-4로 무릎을 꿇은 헤라클레스의 독일인 감독 프랑크 포르무스와 인터뷰한 독일어 그라운드 리포터 한스 크라이를 놀린답시고 그만 “지크 하일(Sieg Heil)”이라고 외쳤다. 나치 독일의 경례 구호다. 방송 도중 사과했던 판 바스텐은 다음날에도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의도는 없었다”며 “어리석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삶은 축구와도 같다. 때로는 득점을 하지만 때로는 실수를 한다. 실수했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폭스스포츠는 25일 판 바스텐에게 1회치 주급을 주지 않기로 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대신 이 주급을 네덜란드 전쟁 기록 연구소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과거 이탈리아 AC밀란에서도 뛰었던 그의 실언은 공교롭게도 네덜란드의 상위 두 리그 선수들이 주말 경기 시작을 앞두고 모두 그라운드에 늘어서 앞서 엑셀시오르의 아마드 멘데스 모레이라가 당한 인종차별에 대해 항의한 시점에 나온 것이었다. 폭스스포츠 네덜란드 채널은 판 바스텐이 “의도적으로 누구를 해치려고 한 것이 아니며 사과했고 징계를 달게 받아들였다”며 그가 다음달 7일에야 ‘드 에레트리뷴’ 프로그램에 복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