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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물지 않은 폭설피해’ 논산-탄핵정국에 자원봉사 철수… 숯검댕이 農心

    100년만의 폭설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악몽 같은 현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설상가상으로 고철 파동에 탄핵 정국까지 겹쳐 피해 복구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정부에서는 응급복구율이 94%라고 주장하지만,피해 농민들은 완전 복구까지는 한참 멀었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완전 복구율 30%…지원인력 속속 이탈 폭설 피해가 집중된 충청남도는 응급 복구율이 94%라고 밝히고 있다.응급 복구는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임시로 출하할 수 있을 정도의 복구만을 의미한다.때문에 폭설 피해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는 완전 복구율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농민들은 호소한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 효죽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노용섭(53)씨는 “딸기 하우스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기어다니며 딸기를 딸 정도”라면서 “여러 동의 하우스가 연결돼 일손이 많이 필요한 연동하우스와 양계장 등에는 지금껏 손을 못 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피해 농민들은 “당국이 공식·비공식으로 응급 복구율만 자꾸 강조하는 데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푸념했다.부산 등지에서 지원나온 경찰 병력은 각종 집회와 주요 시설 경비를 위해 모두 돌아갔다.군인들도 독수리훈련 등을 위해 많이 빠져나갔다.한때 논산시 전체에 1350명이던 군 지원 병력은 현재 90여명에 불과하다.부산경찰청 소속 전경 407명을 포함해 경찰 병력은 최대 600명을 넘었는데 탄핵정국이 전개되면서 조금씩 빠져나가 현재는 거의 철수한 상태다. 지난 2주 동안 거의 매일 철야근무를 한 노성면사무소의 40대 후반 직원은 “완전복구율은 기껏해야 30% 정도”라면서 “관계당국이나 일부 언론에서 응급 복구율만을 강조하는 바람에 현지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복구가 다 끝난 줄 안다.”고 털어놨다.노성면 하도3리에서 만난 50대 농민은 “탄핵 때문에 우리만 죽어난다.”면서 “시위 막으러 철수한 전경들만 다시 투입되더라도 상당히 큰 힘이 될 텐데…”라고 한숨지었다.그는 “정치인들도 국회에서 싸우지만 말고 여기 와서 복구나 도와라.”고 말했다. ●늦은 지원에 고철파동까지 겹쳐 죽림리 비닐하우스 단지에서는 엿가락처럼 휘고 무너져내린 비닐하우스 한쪽에서 비닐을 태우는 연기가 연신 시커멓게 피어올랐다. 철제 파이프를 곧게 펴는 작업을 하던 주민 윤석효(52)씨는 폭설 피해 이전에 7000원 하던 철제 파이프를 1만 5000원에 구입하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특별재해지역이 선포된 이후 복구에 사용하는 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정부가 발표했지만,아직 복구현장에는 효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그는 “수박 묘종을 제때 심기 위해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싸게 사다 쓸 수밖에 없다.”면서 “그나마도 품귀현상을 빚어 어렵게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또 “고철파동까지 겹쳐 현찰을 들고 가도 철제 파이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마을 조승현(53)씨는 방울토마토를 키우던 비닐하우스가 무너졌지만 그 안에 설치한 난방 보일러를 차마 끄지 못하고 있다.조씨는 “얼마 되지 않는 거라도 건지기 위해서”라고 허탈해했다.조씨는 “4000만원 융자를 받아 비닐하우스를 지었는데 모든 게 무너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육군 7공수여단 장병 40명이 자원봉사를 나온 노성면 하도3리에서는 인원 배분 문제를 놓고 피해 농민끼리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일손을 지원받지 못한 일부 딸기 재배농들이 “사람이 아직 더 필요하니 2,3명이라도 돕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력과 복구비 신속히 지원해야 폭설에 차광막이 무너진 인삼 농가도 마음이 급하다.지금까지 복구 작업이 비닐하우스에 치중돼 거의 인력 지원을 받지 못했다.인삼 새싹이 나오는 4월 초까지 모든 복구를 완료해야 하는 농민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피해 농민들은 “각 농가가 이미 1억∼2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정부 방침에 따라 피해복구를 위한 융자를 새로 받더라도 갚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그나마 복구비가 아직 집행되지 않아,그 이전에 신용보증 확대 등 농협 융자조건을 완화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노성농협 조합장 김정흥(52)씨는 “아직 복구비가 피해 농가에까지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농림수산업자를 상대로 한 신용 대출을 조금만 확대해줘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논산 김효섭 김준석기자 newworld@seoul.co.kr˝
  • [We 동화]‘또 다른 쥐 한 마리는‘

    6000만년 전,지금으로 말하자면 남산의 꼭대기쯤 되는 곳.그 우거진 숲 속에서 쥐 한 마리가 허공을 뚫어져라 쏘아보고 있었어.꽤나 서늘한 눈빛을 하고 말이야. “싫어.난 이렇게 살지 않을 테야.절대로.” 몸집이 겨우 달걀만한,작은 그 쥐는 주먹까지 꼭 쥐었어. ‘무슨 일일까?’ 작은 쥐의 표정을 본 토끼는 궁금해서 귀를 쫑긋댔어.하지만 차마 물어 볼 수가 없었지.그때 엉겅퀴 덤불 바로 뒤쪽에서 훌쩍거리는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렸어. “누구야? 누가 울고 있지?” 토끼는 얼른 엉겅퀴 덤불을 뛰어넘었어. 거기에는 너무 울어서 눈알이 토끼처럼 빨갛게 되어버린 쥐 한 마리가 있었어. “오늘 또 내 친구가 독수리에게 잡혀 갔어.사흘 전에는 우리 삼촌이,일 주일 전에는 누나가,그리고 열흘 전에는….” 그 쥐는 울먹이며 말했지. “이제 우리 식구는 둘밖에 남지 않았어.나와 사촌동생 단 두 명밖에….” 그러고 보니 이 쥐의 몸집이 조금 큰 것 같기도 했어.토끼가 조심조심 물었지. “저기 저쪽에 있는 친구가 네 동생이구나! 그래서 저렇게….” 토끼의 말에 그 쥐는 고개를 끄덕였어. “내 동생은 이렇게 살지 않겠대.매일 쫓겨다니고,걸핏하면 잡아먹히고,이렇게 무력하게는 살지 않겠대.” 큰 쥐는 한숨을 내쉬었지. “하지만 도대체 무슨 다른 방법이 있겠니.흔해빠진 뿔,아니면 날카로운 이빨,하다못해 누구처럼 고약한 냄새가 나는 방귀라도 뀔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너희는 재빠르게 달아날 수 있잖아?” 답답하기로 말하면 토끼도 마찬가지였어.남의 일 같지 않아 얼른 거들었지. “도망이라….그래,그렇지….” 큰 쥐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지. “불쌍한 우리들.기껏 할 수 있는 일이 도망가거나 새끼를 낳고 또 낳는 일밖에 없다니.잡아먹히고,또 잡아먹혀도 멸종하지 않도록….우리는 무방비 상태에서 언제나 당하기만 하는 운명인가 봐.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아무 능력도 없이.” 큰 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어. “능력이 없으면 길러야지.” 단호한 목소리,어느 틈에 나타난 작은 쥐가 끼어들었지. “그렇지만 어떻게?” 토끼와 큰 쥐는 합창을 하듯 물었지. “우선 날개를 달아야겠어.” ‘날개를?’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 “족제비,뱀,부엉이,고양이,매….이런 사나운 동물들에게 포위된 아주 위험한 순간에 날개를 달고 유유히 하늘로 솟아오르는 거야.비로소 적에게서 벗어나는 거지.그리고 다른 세계로,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날아오르는 거야.” 작은 쥐는 꿈을 꾸듯 말했어. “하지만 어떻게?” “우선 기도를 해야지.아주아주 정성껏.그리고 나는 연습을 하는 거야.이렇게,이렇게 말이야.” 작은 쥐는 어느 틈에 나무 위로 올라갔어.그러고는 앞발을 버르적거리며 뛰어내렸지.수십,수백,수만 곱하기 수십,수백,수만 번을. 작은 쥐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어. ‘저러다 죽지 않을까?’ 토끼는 겁이 나서 꽁무니를 감추었지. ‘저러다 죽지 않을까?’ 지레 포기한 큰 쥐도 걱정이 되어 기도했어.‘작은 쥐의 소원을 들어 주세요.’라고. ‘하지만 해 아래 있는 날짐승들의 수가 모두 찼다.’ 태초부터 계시던 보이지 않는 분이 작은 쥐의 귀에다 속삭이셨어. ‘그럼 전 해 아래 있지 않겠어요.밤에만 날아다닐래요.그럼 되지요?’ ‘아무것도 안 보일 텐데?’ ‘상관없어요.삶을 살아내는 것이,쫓기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볼 수 없는 답답함쯤은 견뎌 내겠어요.’ 꿈에서 깨어난 뒤,작은 쥐는 자신의 양 팔 사이에 검은 막이 돋아나 날 수 있게 된 것을 알았지.마침내 작은 쥐는 박쥐로 다시 태어난 거야. 수많은 시행착오 후에,박쥐는 입에 맞는 먹이도 잡을 수 있게 되었어.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지경이었지. “저 불길한 검은색을 좀 봐.” “도대체 새 편이야,짐승 편이야?” “앞을 볼 수도 없다면서?” 온갖 동물들의 무성한 입방아 앞에서도 박쥐는 의연하지.스스로가 자랑스러웠거든.아직도 숫자 늘림으로 종족을 보존하는,그래서 한 쌍이 일 년 새에 1만 5000 마리로 번식하고,그러면서 남이 먹던 찌꺼기나 뒤져야 하는 쥐들에 비하면 살아 볼 만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 거야. 그렇지 않겠어? 적어도 박쥐는 스스로의 생명과 자존심을 지켜냈거든.말처럼 쉽지 않은 그 일을 해내고 말았거든.어쨌거나 말이야. 파랑새 어린이 ‘해내고야만 박쥐우화’에서 작가의 말 자존을 지키는 일이 참으로 쉽지 않은 요즈음입니다.당찬 박쥐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 [삼성증권배 2004 프로야구] 이적생 송지만 첫 2점포

    송지만(31·현대)이 이적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주포임을 과시했다. 송지만은 18일 대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삼성과의 시범경기에 중견수 겸 3번타자로 선발 출장,2점포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송지만은 1회 1사에서 상대 선발 배영수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는 마수걸이 2점 홈런을 뿜어냈다.이어 3회 좌전안타를 뽑은 뒤 5회 볼넷을 골라 나갔고,7회 삼진으로 돌아선 뒤 교체됐다.시범 3경기에서 8타수 2안타를 기록한 송지만은 이날 2안타를 보태 타율을 .364로 끌어올려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동산고-인하대를 졸업한 송지만은 지난 1996년 한화에 둥지를 튼 이후 ‘황금독수리’로 불리며 간판 타자로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그러나 지난해 부상으로 신음하다 현대의 마무리 투수 권준헌과 맞트레이드돼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현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현대는 송지만과 새 외국인 선발 마이크 피어리(4이닝 6안타 1실점)의 활약으로 삼성을 7-2로 눌렀다. 그러나 지난해 53홈런을 폭발시킨 현대 심정수는 이날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쳐 3경기 통산 7타수 무안타의 부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한화에서 15승을 챙긴 뒤 자유계약선수(FA)로 롯데에 트레이드된 이상목(33)은 이날 기아와의 광주경기에 첫 선발 등판,3이닝 동안 5안타 2실점해 기대에 못미쳤다. 롯데는 9회말 기아의 서동욱에게 역전 끝내기 3점포를 얻어맞고 4-6으로 졌다.올시즌 대도약을 다짐한 롯데는 4경기에서 단 1승도 없이 3패(1무)째를 당해 올시즌도 험난한 레이스를 예고했다. 김민수기자 kimms@˝
  • 미군, 평택서 대규모 훈련 훈련장소 북상에 北 맹비난

    미 해병대 8000여명이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한반도 유사시 신속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군사연습을 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북한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15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미 해병대 사전배치전단 함정들이 지난 8일 경기도 평택항에 도착,전투차량과 탱크,상륙장갑차 수백대와 M198 곡사포를 하역하는 등 ‘프리덤 배너 04’라고 이름붙여진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이달 말까지 계속될 이번 훈련에는 미국 하와이와 일본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원 8000여명이 참여했다.하역된 상륙장갑차 등 장비들은 오는 22∼28일 미군 증원전력 이동과 한국군 지원 절차 등을 익히는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과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이 실시되는 지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그동안 미군측이 이같은 훈련을 포항과 진해에서 실시한 적은 있으나,서울 남방 64㎞ 지점으로 북한과 가까운 평택에서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실제로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최근 남조선에 은밀히 기어든 미 해병대 무력이 평택에서 군사연습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탄핵정국-高대행 움직임] 韓·美 독수리훈련 예정대로

    한·미 양국 군 수뇌부가 지난 13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회동했다.전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로 군 통수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데 따른 것이다. 참석자는 조영길 국방장관과 김종환 합참의장,리언 J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4명.양국 군 수뇌부는 정국 불안을 틈탄 북한의 오판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긴밀하게 유지하고,대북 방어준비태세(데프콘)와 정보감시태세(워치콘)는 평상시의 4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또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한국군 자이툰부대의 파병일정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약속했고,러포트 사령관은 파병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양국은 이와 함께 한반도 유사시 전개될 미군 증원전력의 이동과 한국군의 지원절차 등을 익히는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과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도 당초 예정대로 오는 22∼28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군 주변에서는 탄핵정국이 길어질 경우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국방관련 정책의 의사결정이나 4월의 장성급 정기인사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에 따라 오는 5∼6월로 추진 중이던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통보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1000만’ 태극기 꽂은 강제규감독

    강제규(42) 영화감독은 하마터면 ‘태극기를 휘날리지 못할 뻔’했다.지난 2001년 6월 강 감독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선다.영화 ‘쉬리’ 이후 새로운 아이템으로 SF장르를 선택한 그는 몽골을 다녀오는 등 칭기즈칸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KBS-TV에서 제작한 6·25특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우연히 접했다.그의 시선에 찰나처럼 스쳐간 장면은 이러했다.육군본부가 주도한 유해발굴사업단의 연락을 받고 50년 만에 남편의 유해와 마주하는 아내(75)와 딸(33)의 모습이었다.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어떤 예술가적 고통이 그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곧,‘그래,한국전쟁이야!’라는 직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단박에 ‘칭기즈칸’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로 방향을 확 틀었다.이때부터 1000만 관객에게 다가서는 긴 여정이 시작됐던 것이다. ● 태극기는 휘날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포이동 ‘강제규 필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머리는 80년대의 대학생처럼 길었고,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대작 영화의 역량이 과연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우선 최근 미국 샌타모니카에서 가진 영화 ‘태극기∼’ 시사회의 현지 반응을 먼저 물었다. “아메리칸 필름마켓(AFM) 전용극장에서 미국과 유럽 각국의 영화관계자 200여명이 관람했지요.그런데 이례적일 만큼 한 사람도 중간에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다들 눈물이 글썽한 채 나오면서 ‘쇼킹하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특히 그는 “시사회때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상황을 소개하는 것이 관례지만 ‘태극기∼’는 시사회 기준인 1시간40분 러닝타임보다 더 길어 그냥 진행했다.”면서 “그럼에도 다들 감동적으로 영화를 감상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 “영화는 철학적 메시지 담아야” 관객 1000만돌파의 비결에 대해 그는 “영화 ‘태극기∼’가 우리의 모든 상황을 종합해볼 때 시대적으로,정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서,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면서 “영화는 보고,즐겁고,기뻐하고,철학적 감동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자신의 영화철학을 피력했다. 제목을 ‘태극기∼’로 정한 특별한 까닭이 있는지 물었다.그는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제목을 ‘W프로젝트’로 명명했으나 막상 보도자료를 내려고 하다 보니 마땅한 제목이 없어 고민했다.”고 토로했다.또한 한국전쟁을 떠올리면 강렬한 이미지가 한가지 연상된다는 그는 “그건 군인들이 총신 끝에 태극기를 묶고 휘날리며 고지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태극기∼’가 커보이고 역설적으로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듣고 제목을 그렇게 확정지었다.“모든 게 당초보다 커졌지요.영화를 찍고 나니 필름길이만 해도 33만자(1자가 약 30㎝)였습니다.서울∼부산을 왕복해도 남을 거리이지요.또 전국 67군데 흩어진 촬영장소를 돌아다닌 거리도 15만㎞에 이릅니다.” 영화관련 인터뷰 기사는 많이 보도돼 그의 과거시절로 얘기방향을 돌렸다. 그는 마산에서 2남2녀중 막내로 태어났다.부친이 마산 시내에서 조그마한 장사를 했는데 마침 집 근처 강남극장(지금은 없어졌지만)의 주인과 친하게 지냈다.덕분에 어릴 적부터 극장을 공짜로 자주 드나들 수 있었다.이때 즐겨 본 영화가 ‘아톰시리즈’‘로봇태권V’‘독수리요새’ 등이었다.흑백 영사기 돌리는 모습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영화 ‘시네마천국’의 꼬마 주인공 ‘토토’처럼. 중학교때 학교 성적은 3년 줄곧 전교 1등을 차지했다.특히 수학·과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해 주변에서 ‘신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때마침 형이 비행기 조립을 무척 좋아하는 바람에 집안을 온통 비행기 조종석처럼 꾸며놓았다.그의 과학적 재능을 더욱 개발하는 바탕이 됐다(형은 나중에 공군사관학교로 진학한다.지금은 대한항공 조종사로 근무중이다). 이같은 주위의 칭찬과 배려속에 중학을 마친 그는 고교에 진학하면서 사춘기를 맞아 비뚤어지기 시작했다.철학자들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인생이 뭐꼬?’라는 물음표를 하루종일 떠올리며 거리를 마냥 쏘다니기 일쑤였다.하루는 ‘불선천지 팔양신주경’을 우연히 접하면서 불경에 푹 빠지기도 했다. 또 ‘어린왕자’와 ‘갈매기의 꿈’을 읽고 생텍쥐페리와 리처드 바크의 철학사상에 탐닉하기도 했다.학교성적은 거의 꼴찌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진촬영’에 취미를 가졌다.카메라 하나를 둘러메고 바다로,시내로,산으로 가서 닥치는 대로 셔터를 눌러댔다.필름현상은 집 근처의 사진관 아저씨한테 직접 배웠다.이때 배운 촬영기술이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선배들과 곧바로 단편영화에 제작에 나서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 영화감독 꿈을 펼치기 시작한 고2 이뿐만 아니었다.사진촬영을 하면서 동시에 문학서클에도 가입했다.주로 표현주의 기법의 시를 창작하면서 문학적 자질을 키워 나갔다.이때 쓴 습작시만 수백편에 이른다고 했다.그가 ‘태극기∼’ 촬영을 끝마치고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담은 책을 쓰게 된 것도 그의 문학적 재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며 “참,괴기하게 보냈다.”고 표현했다.그러나 그런 행동들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영화감독을 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 토양’이었다고 술회했다. 그가 영화감독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은 고2때.어느 겨울날 마산 시민극장에서 ‘닥터 지바고’를 관람했다.극장문을 나서면서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하는 찡한 감동을 느꼈다.이때부터 사진 찍는 것을 중단했다.오로지 영화공부였다.마산에는 개봉극장이 거의 없어 주말이면 부산으로 달려가 개봉영화를 감상하고 막차로 돌아오곤 했다.이때 본 영화가 ‘사학비권’‘철수무정’‘하노버스트리트’‘새벽의 7인’등이었다. “고교때는 술도 마시고 좀 이상한 짓을 많이 했지요.고3때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했더니 ‘딴따라’라고 만류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또 당시만 해도 마산고에서 예체능계를 진학하는 예가 거의 없었지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선배들과 어울려 단편영화를 미친 듯이 찍어대기 시작했다.흔하던 미팅은 딱 한번.그것도 미팅 선약을 펑크낸 선배 대신이었다. ● ‘태극기~’는 다시 시작합니다 이때 만든 단편영화들은 ‘침묵’‘땅밑 하늘공간’‘깰수 없는 겨울잠’ 등이었다.제목에서 풍기듯 실험적인 작품에다 이미지 표현 중심의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다.16㎜영화는 10여편.특히 대학 2년때 같은 학과 동료인 탤런트 박성미씨와 함께 단편 ‘가을오후’를 제작하면서 친해져 결혼에 골인했다. “89년에 결혼했지만 한동안 먹고 사는 것이 걱정이 돼 아이를 5년만에 낳았습니다.‘은행나무 침대’를 만든 후 첫째 아들 윤원이,그리고 ‘쉬리’ 이후에 둘째 지완이를 낳았지요.” ‘태극기∼가 대박을 터뜨렸으니 부인한테 보너스를 두둑히 주었느냐는 질문에 올 여름에 가서야 결산이 될 것 같다고 대답했다.그후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지 물었다. “‘태극기∼’는 겨우 끝났고 다시 시작합니다.세계인들이 한국영화를 보고 울고 웃고 해야 합니다.끊임없이 그 문을 두드릴 뿐입니다.” 김문기자 km@ 강제규 감독 프로필▶1962년 11월 마산 출생 ▶81년 마산고졸 ▶85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졸 ▶90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시나리오 데뷔 ▶96년 ‘은행나무 침대로’로 영화감독 데뷔▶99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아시아 개혁을 주도할 개혁 50인에 선정.강제규필름 대표 ?99년 영화 ‘쉬리’제작▶2004년 영화 ‘태극기휘날리며’ 제작 ▶수상기록=백상예술대상 각본상,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백상예술대상 각본상,아시아스타 50인 등˝
  • [데스크시각] 독수리의 눈과 긴 호흡/한종태 공공정책부장

    “여러분,난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반드시….정말 반드시….”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되던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뿐만 아니라 곁에 있던 육영수 여사,뤼브케 서독 대통령도 손수건을 꺼내 들면서 공회당 안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필자가 다니는 S교회 담임목사가 지난주 설교에서 전한 내용이다.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64년 12월10일 서독 루르지방 함보른 탄광의 한 공회당에서 있었던 일이다.당시 한국은 외자유치 ‘구걸’-맹방인 미국도 거절했다-끝에 서독으로부터 가까스로 1억 5000만 마르크 상업차관을 제공받기로 했다.하지만 지급보증이 문제였다.결국 서독에 광부 5000명과 간호사 2000명을 파견하고 이들의 급여를 3년간 서독은행인 ‘코메르츠 방크’에 매달 강제 예치하는 방식으로 지급보증의 실타래를 풀었다고 한다.결과적으로 이들은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담보물이었던 셈이다.독일 땅에 도착한 간호사들이 처음 맡았던 일은 알코올 묻힌 거즈로 시신을 닦는 작업이었고,광부들은 독일 광부들보다 더 깊이 파들어가야만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1인당 GNP 76달러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가난한,정말 초라한 국가였다.여기서 한강의 기적이니,경제성장이니 하며 박 대통령의 공과를 거론할 생각은 없다. 지금 나라가 온통 어지럽다.정치는 정치대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고,경제는 언제 좋아질지 예측불가능이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사회는 사회대로 거의 매일 끔찍한 사건들로 도배질이다.곳곳에서 신음소리와 장탄식만 들린다. 더이상 추락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먼저 마음을 비우자.40년 전 나보다는 국가를 생각한 그들의,가슴 뭉클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의 지도층은 물론 구성원들 모두 서로의 편협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상대방을 한번 더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피눈물’과 ‘눈물젖은 빵’을 다시금 떠올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도 책값하라며 꼬깃꼬깃한 돈을 건네주시던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머리카락을 팔아 마련하신 것을 알기 때문이다.그처럼 카타르시스가 절실한 때다. 그런 뒤에 ‘독수리의 눈’과 ‘마라토너의 긴 호흡’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하늘 높이 올라가 인생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독수리의 눈과 결승점을 염두에 두고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토너의 긴 호흡은 지금 우리에게 요구될 수밖에 없다.부분만 보고 전부로 판단하거나,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마자 전력 질주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조급하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다 적극적인 도전의식을 덧붙이면 금상첨화다.‘우리의 삶은 인간으로서 가치와 존경을 받기 위해 도전하는 값진 모험이지만,한편으론 즐길 만한 게임’(교육학자 스펜서 존슨 박사)이어서다.다시 한번 비상을 꿈꾸며…. 한종태 공공정책부장 ˝
  • 민주 “공천 반영 못한다” 고성

    총선시민연대측이 17대 총선 공천반대 대상자를 발표한 데 대해 편파성 시비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시민단체가 아니라 ‘정치단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실제로 네티즌들은 총선연대 홈페이지 등에 격려보다 항의성 글을 많이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그럼에도 시민연대측은 6일 각 정당을 방문,‘낙천리스트’를 전달하고 공천심사에 반영해 줄 것을 촉구했다.이에 야당은 낙천대상자 선정기준이 공평하지 않다며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공천심사 반영요구에 대해서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엄격히 판정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네티즌 “시민단체 아닌 정치단체” 김기식 공동집행위원장 등 총선시민연대 관계자 5명은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를 방문,강운태 사무총장·김성재 총선기획단장 등을 만나 20명의 공천반대 명단을 전달했다. 강 총장은 “명백히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은 만큼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에 김 공동위원장은 “3월쯤 정당에 대한 공개를 할 때 정책평가를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또 김 총선기획단장이 면담 도중 낙선운동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결정문을 읽으며 시민연대측의 주장을 반박하려 하자 서주원 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총선연대 “왜 타이르려고 하느냐” 서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요청하러 온 것이지 얘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닌데 왜 타이르려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여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민주당은 이들 시민연대 관계자들에게 낙천대상자로 자체 선정한 열린우리당 소속 20명의 정치인 명단을 전달하며 2차 발표 때 참고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의외로 차분히 대응했다.이상득 사무총장은 시민연대측으로부터 32명의 공천반대자 명단을 건네받은 뒤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은 무척 괴로울 것”이라며 “총선 이후 사무총장을 검찰에서 소환하는 일이 없도록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이어 “총선시민연대가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 만큼 법의 테두리 내에서 활동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나라 “우리당 5人 면죄부 왜 줬나” 그러면서 이른바 ‘철새 정치인’ 명단에 한나라당을 탈당,열린우리당으로 간 이부영·이우재·김영춘 의원 등 ‘독수리 5형제’에게 면죄부를 준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박양수 사무처장은 “7명이나 돼 생각보다 많지만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당 입장을 전했다.”면서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직후보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할 때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당 “공천심사때 반영할 것” 김한길 총선기획단장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대상자 발표가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해 일부 낙천대상자에 대한 공천배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낙천대상자로 선정된 일부 의원들의 경우 의정활동과 당 기여도 등을 고려,당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현갑 전광삼기자 eagleduo@˝
  • [공천반대 병단발표]野 “정동영·이부영의원은 왜 빠졌나”

    ‘총선시민연대’가 5일 낙천·낙선운동 대상자를 발표하자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했다.특히 야 3당은 ‘형평성 시비’를 최대 반발논리로 활용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엔 솜방망이,야당엔 쇠몽둥이”라고 비난했다.배용수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첫째,야당에서 여당으로 옮긴 ‘철새 정치인’들에게는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간 ‘독수리 5형제’를 사례로 들었다.이부영·이우재·김영춘·김부겸·안영근 의원 등이다.개혁당 출신의 김원웅 의원과 민주당 출신의 정장선 의원도 포함시켰다. 둘째,명백한 선거법 위반자도 열린우리당 인사는 제외됐다고 지적했다.유시민·이호웅 의원을 해당 인사로 꼽았다. 셋째,공작정치의 주역이나 부패 전력자도 눈감아줬다고 불만을 제기했다.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는 ‘권노갑 불법자금 수수’로,이해찬·신기남·천정배 의원과 민주당 설훈 의원 등은 ‘공작정치’로 범주를 정했다. 넷째,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망동을 자행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부친 조병옥 박사에 대해 친일 주장을 한 김희선 의원과 ‘국기에 대한 경례는 파시즘’이라고 한 유시민 의원을 적시했다. 민주당은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을 통해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5명이 추가로 발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정 의장과 김 원내대표,천정배 의원 등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주장과 같았다.김원웅·유시민·이부영·김부겸·김영춘·안영근·이우재 의원 등도 마찬가지다. 김원기·홍재형 의원,이미경 전 의원 등도 당적 변경대상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성호(의정활동 불성실·성추문사건)·이강래(예결위 욕설사건) 의원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정 의장은 “다른 당에 비해 적지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다.”면서 “당내 논의를 거쳐 봐야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 코엘류호 “킬러 없소”/최태욱등 젊은피 주목 월드컵예선 멤버 발표

    새로운 ‘킬러’를 찾아라.한국축구대표팀 ‘코엘류호’의 차세대 스트라이커 경쟁이 시작됐다.그동안 대표팀 해결사로 활약해 온 노장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새 킬러 발굴이 최대의 과제로 떠오른 것. 2002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황선홍(36)이 은퇴했고,지난 20일에는 김도훈(34·성남)마저 대표팀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이어 ‘독수리’ 최용수(31·쿄토 퍼플상가)도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차세대 주자로 일단 2002월드컵을 통해 기량을 인정받은 안정환(28·요코하마) 설기현(25·안드레흐트) 박지성(23·에인트호벤) 차두리(24·프랑크푸르트) 등이 거론된다.그러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안정환과 박지성은 파워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고,차두리와 설기현은 투박한 플레이가 마음에 걸린다. 여기에다 ‘젊은피’도 차세대 킬러 싸움에 합류할 태세다.올림픽대표팀 공격수 조재진(23·광주)과 최태욱(23·안양) 최성국(21·울산)도 후보에 올랐다.특히 코엘류 감독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대교체를 강하게 주장해 이들의 중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한편 대한축구협회는 26일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레바논전(2월18일)에 출전할 국가대표 23명을 발표했다.박지성 이천수(23·레알 소시에다드) 등 유럽파 6명과 유상철(33) 안정환(이상 요코하마) 등 J리거 2명을 포함시켰다. 박준석기자 pjs@
  • MBC 특선다큐 ‘검독수리’ 재방영

    지난해 12월 1일 방송돼 호평을 받은 방학특선 MBC 자연다큐멘터리 ‘알타이의 제왕,검독수리’가 앙코르 방송된다. MBC TV는 26일 낮 12시 15분 몽골 서쪽 끝 알타이 산맥에 서식하고 있는 검독수리의 번식생태 등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를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볼 수 있도록 다시 편성했다.이 프로그램은 알타이 산맥에 사는 카자흐족의 전통축제와 검독수리가 ‘사냥꾼’으로 길들여지는 과정 등을 몽골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과 함께 카메라에 담았다.
  • 이한동 “이젠 민주 품으로”

    민주당이 이한동 하나로국민연합 대표를 영입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자민련 안동선 의원과 국민통합21 신낙균 전 의원의 복당도 받아들이기로 했다.당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선택으로 보이나 당 안팎에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조순형 대표는 5일 K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오늘 아침 상임중앙위원 회의에서 이 의원의 영입을 결정했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고 보수 성향이란 논란도 있으나 민주당에는 더 보수적인 사람도 많이 있다.”며 영입을 기정사실화했다.6일 열리는 중앙위원 회의에서 최종 의결하는 절차만 남았다. 이한동 의원은 영입제의에 확답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긍정 검토의 뜻을 시사하는 등 마음이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하나로국민연합 당원들과의 내부 정리가 과제로 남아 입당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열린우리당의 비난이 가장 거셌다.김원기 상임의장은 “당을 뛰쳐나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선언까지 한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속속 복귀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짓”이라며 “이게 민주당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의 정체”라고 쏘아붙였다. 때문에 민주당은 장전형 부대변인이 나서 ‘리틀 YS’(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독수리 5형제’(한나라당 탈당파)를 예로 들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내심 조심스럽다.추미애 상임중앙위원과 김영환 대변인 등 당내 소장파들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우려했고 장성민 청년위원장은 교통방송에 출연,“철새 정치인을 공천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허무는 행위”라고 강력 성토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이런 기류를 감안,경기 남양주 출마를 노리는 신 전 의원에 대해서는 지역구 변경을,부천 원미갑이 지역구인 안 의원에게는 당내 경선 출마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편 김민석 전 의원의 경우 상임중앙위에서 복당 결정이 보류됐다.서울 영등포을 지구당의 일부 지지자들이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복당시키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이 주일의 어린이 책/왜 미술을 하나요?

    엘리자베스 뉴베리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펴냄 미술사조나 유명화가의 작품세계를 단편적으로 조명하는 어린이 미술교양서는 꾸준히 발간돼왔다.하지만 좀더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안내서가 아쉬웠다면 ‘왜 미술을 하나요?’ 시리즈를 눈여겨볼 만하다. 지은이는 대영박물관 큐레이터 출신으로 현장경험을 책속에 고스란히 녹였다.전문가적 식견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흥미진진하게 포장했다. 예컨대 미술이 서사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이렇게 귀띔한다.신화와 전설을 좋아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상상 속의 이야기를 생활용품에 투영시켰다는 해설과 함께 기원전 540년경의 그리스 술항아리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는 식이다. 미술이론을 설명하는 데 동원한 소재도 매우 다양하다.메시지를 담는 대화창구로서의 미술기능은,미국 독립기념일 경축엽서에 등장한 샘아저씨 그림으로 이해시킨다.미국(United States)의 첫 글자인 ‘US’를 상징한 표현물 샘아저씨(Uncle Sam)와 성조기,독수리가 어우러져 미국의 애국심과 긍지를 극대화시킨다는 사실을 친근한이야기체로 들려준다. 미술기법에 대한 해설서 ‘어떻게 미술을 하나요?’ ‘미술과 색’ ‘미술의 비밀’ 등이 함께 나왔다.초등 3년 이상.각권 8500원. 황수정기자 sjh@
  • [화제의 사이트]www.hafy.net

    날마다 똑같은 컴퓨터 배경화면에,평범한 사진으로 홈페이지 꾸미기가 지겨워질 때가 있다.내가 직접 사진을 찍거나 디자인을 할 재주는 없고 아무리 웹서핑을 해도 마땅한 그림을 찾을 수 없다면 ‘하피넷’(www.hafy.net)을 뒤져보자. ‘하피넷’은 ‘Happy Artist For You(당신을 위한 행복한 예술가)’의 준말.광고와 디자인 분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네티즌을 위해 작품을 모아놓은 ‘카툰 사이트’이다.얼마 전 네티즌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던 ‘닥터 호로와 간호사 야메(Dr.HORO and nurse YAME)’시리즈 만화도 바로 ‘하피넷’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지구방위대 파인애플 V’라는 시리즈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평소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변신하는 ‘쇠돌이’와 ‘쏘세미’,그들을 지휘하는 ‘남박사’,세계정복을 꿈꾸는 초삼류 악당 ‘아수라쟝백작’ 등이 주요 등장인물.하피넷판 ‘독수리 오형제’인 셈이다.평소 다리미로 위장하고 있는 작전기지나 변신하는 데 두 달이 걸리는 로봇 ‘파인애플V’ 등 엽기·발랄한 캐릭터와 설정은 ‘닥터 호로’에 열광했던 네티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수능시험의 압박에 시달리던 수험생들이 시험지를 빼돌리기 위해 덮친 교육과정평가원 트럭 안에서는 시험지가 아닌 OMR 답안지가 쏟아지는 등 시사적인 풍자도 곁들이고 있다. ‘하피어(HAFIER)’라 자칭하는 네티즌 팬을 위한 코너도 마련돼 있다.특정한 주제에 국한받지 않고 말 그대로 ‘수다’를 떠는 자유게시판(CAFE BLAH BLA),애완동물이나 귀여운 동물의 사진을 올려놓는 동물원게시판(ZOO ZOO ZOO)도 있다.2000년 3월 처음 문을 연 ‘하피넷’ 운영자는 ‘욤’이라는 아이디의 염승일(27)씨.학생시절 시작한 ‘하피넷’으로 지금은 각종 매체의 홈페이지와 지면에 만화와 화보 등을 연재하고 있다.염씨는 “평소 만화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하피넷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
  • 책/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

    탁광일 지음 넥서스북스 펴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뒤 유럽출신의 정착자들이 처음 마주친 것은 끝간 데 없이 펼쳐진 숲이었다.그들에게 숲은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자신들의 탐욕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이기도 했다.이런 원시림이 파괴되는 데는 10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탁광일 지음,넥서스북스 펴냄)는 숲의 원형을 거의 완벽하게 간직하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섬의 원시림 이야기다. ●뱀필드 센터 교수로 일하면서 숲 관찰 저자는 99년부터 4년동안 세계적인 환경교육기관인 SFS(School for Field Studies) 캐나다 뱀필드 센터의 교수로 일하면서 그곳의 원시림과 원주민들을 관찰했다. 온대우림 속으로 난 비포장 길을 5시간이나 달려야 닿는 인구 300명의 오지마을.집 뒷마당에서는 거대한 돌고래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솟구치고,알을 낳기 위해 연어떼가 하천을 따라 태평양에서 회귀하고,새벽이면 해변에 곰들이 어슬렁대고,낮에는 싯카 가문비나무 숲 위로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 배회하며,밤 산책길에서는 종종 산사자를 만나는 뱀필드는 그야말로 생태천국이다.서쪽으로 태평양에 면해 있어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뱀필드의 온대우림은 수만년전 지구를 뒤덮고 있던 숲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어 ‘마지막 숲’이라고 불린다.저자는 “뱀필드는 내게 숲과 연어,곰,야생화들을 통해 진정한 생명의 원음을 들려줬다.”면서 “이것들은 하나의 커다란 생명의 고리로 연결돼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숲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다.고사목은 곰팡이나 곤충들에게 먹이와 은신처를 마련해주고,그 곤충들은 다시 딱따구리의 훌륭한 먹잇감이 된다.쓰러진 나무들 또한 어린 묘목의 생장을 돕는 배양목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저자는 원시림 속에서 살아가는 갖가지 동식물의 생태를 소개하며 숲을 매개로 한 생명의 연결고리를 깨뜨리는 무분별한 개발논리를 비판한다. ●생물 種 다양해야 건강한 숲 저자는 종(種) 다양성을 잃어버린 숲에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불가사리나 연어,도롱뇽은 생태환경의 지표종(指標種)으로 생물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큰 구실을 한다.지표종은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척도로 삼을 수 있는 생물종을 지칭하는 말.광부들은 가끔 갱 속에 카나리아를 갖고 들어가 유해가스나 공기의 희박 정도를 가늠한다.만약 카나리아가 죽으면 갱 속의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빨리 갱 밖으로 나와야 한다.또한 도롱뇽은 온대우림에서 갱 안의 카나리아와 같은 존재다.도롱뇽이 사라지면 숲도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다.숲의 일부를 베어낸 뒤에도 생태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려면 숲을 베어내기 전후의 도롱뇽 개체수의 변화를 조사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나무와 연어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개울에 쓰러진 나무는 새끼 연어들에게 최적의 생활공간을 만들어 주고,연어는 알을 낳은 뒤 썩어 숲의 자양분이 된다.연어를 주식으로 했던 원주민들은 일찍이 이런 순환의 고리를 깨달아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았다.뱀필드 원주민들에게 연어는 우리의 쌀과 같은 존재다. 늦은 봄,첫 연어가 돌아오면 그들은 잔치를 열어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눴다.숲이 연어의 양부모임을 일찍이 체득한 그들은 나무를 결코 함부로 베어 쓰지 않았다.숲에서 흔히 발견되는 3분의 1정도만 껍질을 벗겨낸 나무들은 원주민들이 얼마나 뛰어난 생태감각을 갖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숲이 사라지면 연어는 돌아오지 않는다 뱀필드 사람들은 숲이 사라지면 연어가 돌아오지 않고,연어가 돌아오지 않으면 연어에 의존하는 범고래가 바다에서 사라진다고 믿는다.숲에서 일어난 일이 바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세계관은 ‘히슉 이쉬 사왁’이란 그들의 말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원주민말인 누차눌트어로 ‘모든 것은 하나’라는 뜻이다.원주민들의 이러한 생태철학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캐나다 정부는 옛 원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나무들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나무에 찍힌 수백년전 도끼 자국도 문화유산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뱀필드 사람들의 이야기는 퍽 시사적이다.“숲이 사라지면 연어라는 ‘행복’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숲은 곧 생명이다.1만 98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철원평야·토교저수지에 두루미등 장관 探鳥여행 절정

    철원평야와 토교저수지에 두루미 등 철새 30만여 마리가 찾아와 장관을 이루면서 탐조여행이 절정을 맞고 있다. 14일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에 따르면 철원평야 일대에는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800여마리,독수리(243호) 500여마리,기러기 29만여 마리 등이 찾아온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개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올 겨울에는 흰꼬리수리,참수리,검독수리 등 희귀조류들이 대거 토교저수지 제방에서 목격돼 철새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기러기들도 구철원(동송) 시가지 인접 논까지 무리지어 군무를 펼치고 있다. 올 겨울들어 철원 철새관광객은 현재까지 4만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27일 초·중·고교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면 관광객 수는 급증할 전망이다. 조류보호협회 철원군지회 김수호 사무국장은 “철새관광은 철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만큼 반드시 협회에서 운영하는 ‘자연생태학습원’에 들러 교육받은 후 탐조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철원 조한종기자 bell21@
  • 신월6동 재건축 시공사 남부순환로 방음벽 교체

    재건축사업 시공사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사회기반시설을 무료로 보수해주기로 해 화제다.양천구(구청장 추재엽)는 오는 15일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신월6동 ‘독수리연합’ 재건축사업 시공사인 벽산건설이 사업부지 인근의 남부순환도로변 방음벽을 교체해주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신월6동 일대 4500평 부지에 아파트 444가구를 짓는 재건축사업은 2001년 6월 착공돼 최근 마무리됐지만 노후 방음벽은 교체되지 않았다.높이 3.5m,길이 120m인 방음벽은 1980년대 초 설치돼 수명이 다한 상태다.재건축이 시작되기 전에도 통행차량 등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흉물이었다.하지만 재건축 계약 당시 ‘시공사는 재건축 과정에서 훼손이 불가피한 방음벽 40m 구간만 교체,복구한다.’고 못박았기 때문에 시공사 측에 전면 교체를 요구할 순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시공사인 벽산건설이 방음벽을 전면 교체해주겠다고 나서자 주민과 자치구가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추재엽 구청장은 “방음벽 교체로 시공사측은 입주민들의 신뢰를 얻었고,구는 1억 5000만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황장석기자
  • 김도훈·최용수 ‘투톱’ 출격/코엘류호, 오늘 홍콩과 첫판

    “화끈한 공격으로 골가뭄을 풀겠다.” ‘폭격기’ 김도훈(성남)과 ‘독수리’ 최용수(제프 이치하라)가 4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제1회 동아시아연맹컵축구대회 첫 경기인 홍콩전에 투톱으로 나선다.이들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장담한 전승우승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 ‘오만 쇼크’와 불가리아전 패배로 주저앉은 대표팀의 분위기를 되살리고,벼랑끝에 내몰린 코엘류 감독을 구하는 데 선봉이 된다는 각오다. 지난달 18일 불가리아전 후반에서 호흡을 맞추며 공격을 이끈 이들은 또 역대 전적(21승5무4패)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홍콩을 상대로 화끈한 화력을 선보이겠다며 축구화끈을 바짝 조여맸다. 브라질 용병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올 시즌 K-리그 득점왕에 오른 김도훈은 지난 아시안컵 2차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져 구긴 체면을 골로 되찾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코엘류 감독의 만류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번복한 김도훈은 지난 2일 출국 직전 “골을 넣기 위해 일본에 간다.”고 말했다. 일본 J-리그에서 다 잡은 득점왕을 막판에 놓친 최용수는 자신의 무대에서 다시 한번 매서운 발끝을 자랑할 태세.지난 1997년 월드컵 지역예선 홍콩전에 출전,2골을 터뜨린 경험도 있어 이번 경기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 불가리아전 전반 김도훈과 ‘쌍포’를 이룬 안정환(시미즈)은 이번에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포진해 투톱에 대한 지원사격은 물론,직접 최전방으로 치고 들어가 골문을 노린다.특기인 아크 부근에서의 한박자 빠른 캐넌슛도 빼놓을 수 없다. 양쪽 날개에는 지난 9월 한·일올림픽대표팀 평가전에서 2골을 몰아친 김동진과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최원권(이상 안양)이 나서 측면을 오르내리며 득점루트를 열게 된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독수리 vs 불사조/ 농구대잔치 연세대·상무 결승진출

    ‘불사조’ 상무와 ‘대학 최강’ 연세대가 아마농구의 최고봉인 농구대잔치 결승에서 2년 연속 맞붙는다. 지난해 우승팀 연세대는 역대 최장신 센터 하승진(223㎝)과 대학생 국가대표 방성윤이 버티고 있고,프로선수가 주축을 이룬 상무는 국가대표 파워포워드 이규섭과 ‘슛쟁이’ 조상현이 건재해 접전이 예상된다.상무는 2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이규섭(26점)-조상현(24점·3점슛 3개) ‘쌍포’를 앞세워 한양대를 81-72로 누르고 결승에 선착했다. 상무는 노련미를 뽐내며 패기로 뭉친 한양대를 1쿼터부터 리드했다.은희석(14점)은 파워 넘치는 골밑 돌파로,조상현은 정확한 외곽포로 초반 공격을 주도했다.빠른 농구가 일품인 한양대는 2쿼터에서만 3점슛 3개를 몰아넣은 김성현(15점)을 앞세워 2쿼터 막판 38-37로 역전에 성공했으나 이규섭을 막는 데 실패했다.이규섭은 한양대의 장신 센터 강은식(205㎝)을 2쿼터 초반 파울트러블로 유도하는 등 한수 위의 기량으로 코트를 누볐다.특히 3쿼터 초반에는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레이업슛과 3점포로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연세대는 20점을 올린 방성윤의 활약에 힘입어 함지훈(17점·11리바운드)이 분전한 중앙대를 93-74로 꺾고 결승에 합류했다.하승진(6점·7리바운드)이 골밑을 지키고 방성윤이 내외곽을 오가며 슛을 퍼부은 연세대는 1쿼터를 26-9로 크게 앞서며 기선을 잡은 뒤 시종일관 경기를 압도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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