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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순의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 ‘사랑의 야찬’

    팔순의 미셸 투르니에 산문집 ‘사랑의 야찬’

    세상을 향해 글을 쓰면서도 그 세상과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두는 이율배반의 작가들이 많다. 쉬운 얘기를 짐짓 꼬고 비트는 현학과 위선의 읽을거리 천지여서일까.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이 반갑다. 올해 여든한살인 프랑스의 지성.‘사랑의 야찬’(이세욱 옮김, 문학동네 펴냄)은 작가 투르니에 자신의 사유와 의도를 읽는 이에게 해면처럼 빨아들이게 만드는 산문집이다. 간명한 형식, 그럼에도 오래 공명하는 철학적 메시지.‘짧은 글, 긴 침묵’‘흡혈귀의 비상’ 같은 이전의 산문 저작들에 매료돼 본 독자라면 또 꼼짝없이 홀림을 당할 판이다. 책은 9편의 짧은 이야기 묶음이다. 공통점은 신화와 전설, 종교적 모티프에서 콩트 형식의 글에 살을 붙여간다는 것이다. 예컨대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는 성서의 구절은 예술의 역사와 의미를 웅변하는 장치가 됐다. 에덴동산의 아담이 천공에서 울리는 음악에 취해 맴을 돌다가 이브와 대무(對舞)를 추고, 다시 방형무(方形舞)를 추고픈 욕망에 카인과 아벨을 낳아 인류를 번성시켰다(‘음악과 춤에 관한 전설’)는 비유는 흥미진진하다. 행간을 몇번이나 들여다보게 될 만큼 다층적인 독서의 맛을 선사하기도 한다.‘역사란 일상의 연속된 기록’이라는 명제를 이끌어내는 데도 작가에겐 거창한 논리가 필요없다. 두 명의 궁중 요리사를 놓고 저울질한 이슬람 제국 한 칼리프의 전설 같은 일화(‘두 향연-사건과 기념’)를 끌어올 뿐이다. 칼리프의 대사를 빌려 작가는 이렇게 역사를 은유한다.“신성한 것은 오로지 반복을 통해서만 존재하고, 매번 반복될 때마다 거룩함이 더해지는 거요.” 쉬운 글이라 맺힌 데 없이 쓰윽 읽어내렸다가도, 과연 옳게 이해했을까 원점을 맴돌 때도 많다.‘(예술)창작’과 ‘전파’의 상호관계를 고민해 보게 한 첫번째 수록작품 ‘그림에 관한 전설’편. 그리스인·중국인 두 화가가 그림경연을 벌이는 에피소드는 ‘사물의 반영(예술을 수용하는 것)이란 사람의 마음 속에 비치는 그림자’라는 명제가 액면 메시지. 그러나 문득 이미지의 허상을 꼬집는 고도의 은유가 아닐까, 작가의 진의를 가늠해 보게 되는 식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책은 작가의 익살과 기지,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혜안을 챙길 수 있어 여러모로 유익하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 이야기를 일구는 힘, 서사의 원형을 새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어쩌면 그것이 이 산문집의 진정한 의미일지도 모른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문학의 머문 풍경] 박경리 ‘토지’의 무대 하동

    [문학의 머문 풍경] 박경리 ‘토지’의 무대 하동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우리나라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로 나오는 지역이다. 하동읍에서 구례 쪽으로 섬진강을 거슬러 국도 19호선을 따라 15㎞쯤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넓은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60여만평에 이르는 ‘무딤이들’이다. 옛날 걸인들이 이 고을에 들어오면 1년은 걱정 없이 얻어먹고 지낼 수 있었던 ‘걸인 천국’으로도 전해진다. 소설 토지 속에서 만석지기 최 참판댁은 이 일대 들판을 소유해 대지주로 군림한다. 무딤이들 뒤쪽은 별당아씨와 구천이가 눈이 맞아 달아났던 지리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앞쪽은 맑은 섬진강. 평사리 앞에서 유달리 넓고 고운 백사장 정취가 평화롭다. 한겨울 햇빛이 하얗게 반사돼 눈이 부신 강물 양편 가장자리에는 희끗희끗 얼음이 얼어 있다. “한창 추웠을 때 강물 가장자리에 두께가 제법 되는 얼음이 얼었는데, 날씨가 풀리면서 깨진 얼음덩이는 햇빛에 희번덕이며 둥둥 떠내려 가더니, 그것마저 다 녹아버리고 강물은 물거품을 몰고와서 강변 모래밭에 찰싹대고 있었다.” 30여년 전 쓴 토지(1부 1편 9장) 속에 1890년대 겨울 섬진강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처럼 와닿는 토지 내용은 작가가 6·25 전 외할머니로부터 들었던 거제도의 누런 벼와 호열자(콜레라) 이야기에서 탄생시킨 허구다. 박경리는 평사리와 아무 연고가 없다. 심지어 토지 집필을 끝내고 난 뒤에도 한동안 방문한 적조차 없었던 낯선 마을이었다. 토지를 쓰기 전 꼭 한번 평사리 앞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 얼핏 평사리의 넓은 들판이 눈에 띄었다. 큰 강과 넓은 들, 작가가 구상하고 있던 토지의 배경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평사리는 토지 무대가 됐다. 비록 토지 내용이 평사리와 관계 없고 최 참판댁도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평사리에 가면 소설 토지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하동군은 무딤이들 넓은 평야와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명당 3000여평에 소설에 나오는 그대로 한옥 10동을 갖춘 최 참판댁을 복원해 놓았다. 윤씨부인과 서희가 기거했던 안채, 별당아씨가 구천이와 도망치기 전에 사용했던 별당채, 최치수가 기거하다 교살당한 초당을 비롯해 사당·뒤채·행랑채·중문채·사랑채·문간채 등이 만석지기 최 참판댁의 위세를 짐작케 한다. 귀녀와 칠성이가 밀회 장소로 이용했던 삼신당·물방앗간·바위를 비롯해 우물·텃밭·대숲·꽃나무 등도 소설 속 그대로 조성했다. 토지를 비롯해 하동과 관련된 문학작품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평사리 문학관도 최 참판댁 뒤쪽에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 하동군과 하동 문학회·작가회에서는 토지의 문학적 성과를 기리는 전국 규모의 토지문학제를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10월이면 최 참판댁에서 갖고 있다. 첫 행사 때 박경리가 참석, 최 참판댁 안주인 윤씨부인과 서희의 거처장소였던 안채에서 하루를 묵었다. SBS가 토지를 드라마로 만들어 지난 11월부터 방영하는 등 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 평사리에는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주말과 휴일에는 수천명, 평일에도 수백명이 찾는다. 군은 드라마 세트 및 관광자원을 겸해 최 참판댁 주변에 20여동의 초가집과 초가로 된 장터를 지어 평사리를 토지마을로 꾸며놓았다. “토지 제1부를 현대문학에 연재 중이던 1971년 8월,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은 일이 있다. 정작 죽음의 공포, 암이라는 병에 대한 불안은 가을, 회복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생명, 나뭇잎을 흔들어주는 바람까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보름만에 퇴원한 그날부터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토지의 원고를 썼던 것이다. 백장을 쓰고 나서 악착스러운 내 자신에 나는 무서움을 느꼈다.” 박경리가 토지 1부를 끝내고 1973년 6월3일 밤에 쓴 서문에서 밝힌 심경이다. 한국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거장으로 서게 한 토지 집필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치열했는지 짐작케 한다. 박경리는 1969년 8월부터 94년 8월까지 25년에 걸쳐 토지를 썼다. 원고지 4만장 분량에 5부로 구성된 대하소설이다. 1897년부터 해방까지 격변했던 혼란기에 대지주 최 참판댁이 4대에 걸쳐 재산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과정을 실제 역사적 사건과 연결해 가며 평사리·간도·서울·진주 등을 무대로 그렸다. 수백명의 등장인물 등을 통해 당시 민중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생활모습·문화 등을 간결한 대화, 판소리가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생하게 재현한 민족의 서사시로 평가된다. 긴 집필기간만큼 연재도 여러 지면을 전전했다.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해 문학사상·독서생활·한국문학·정경문화·월간경향을 거쳐 문화일보에서 완결했다. 최근 단행본으로 2002년 나남출판사가 21권으로 묶어 발간했다. 박경리는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진주여고를 졸업했다.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EBS 수능강의 PDA서비스

    이동하면서 개인휴대단말기(PDA)로 교육방송(EBS) 수능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오는 3월부터 시범 실시된다. 고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준별 내신 강좌도 새로 선보인다. 교재 값도 싸진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방송은 19일 이같은 내용의 ‘EBS 수능강의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는 시간에 쫓기는 수험생을 위해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곳에서는 언제든지 교육방송 수능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PDA를 이용한 u-러닝 시범사업’을 2년 동안 시범 실시키로 했다. u-러닝(ubiquitous learning)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 공부할 수 있는 차세대 학습체계다. 집이나 학교 등 정지된 공간에서만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e-러닝을 한 단계 뛰어넘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집이나 학교 등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PC가 설치된 곳에서만 수능방송을 들을 수 있었지만 u-러닝이 전면 확대되면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등·하굣길이나 학원, 독서실 등에서도 이동 중에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전국적으로 6개 고교를 연구학교로 지정,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PDA용 콘텐츠를 시범 제작하고, 학생 개인에게 지급될 PDA는 ㈜KT에서 협찬 받을 예정이다. 한편 교육부와 교육방송은 올해부터 고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준별 내신강좌를 추가로 개설, 내신 관리에도 교육방송 강의를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교사들이 학교 수업에서 보조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 50분 위주로 편성된 프로그램을 30분용과 20분용으로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논술이 술술] 작은 것이 아름답다

    슈마허는 독일 출신의 경제 사상가로 1964년 이후 ‘중간기술’ 이론을 제창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중간기술 개발 모임(ITDG)을 창설, 제3세계 경제 개발에 관심을 기울인 실천적 지식인이다. 그는 청년기부터 줄곧 동양 사상에 큰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의 사상과 저작에도 이러한 지적 탐구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 슈마허의 이론적 실천적 지향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저작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73년에 영국에서 출판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특히 물질 문명에 매몰된 현대 문명을 비판하며 기존의 경제학에 내재되어 있는 계량주의와 기술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메타 경제학’의 필요성과 ‘중간기술론’을 주창하고 있다. 슈마허는 오늘날의 세계가 근대 이후의 사상과 과학, 기술에 의해 초래된 세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이 비인간적 기술과 조직 속에서 질식되어 쇠약해져 가고 있고, 인간의 생명을 지탱해왔던 자연 또한 파괴되어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간 경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생 불가능한 자원, 특히 화석 연료의 고갈을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그는 물질 지상주의, 거대 기술 신앙, 탐욕과 질투심에 의한 무분별한 풍요로움의 추구를 지적한다. 곧 근대 이후에 등장한 자연 지배를 정당화하는 진보 사관과 운송·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끊임없는 팽창주의는 자연의 파괴와 오염을 가속화했으며, 급기야는 인간 자신의 자유와 존엄, 창조력도 억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경제 발전의 기본적인 요소는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며, 이 인간의 마음이 바뀌어야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현대의 과학, 기술을 재검토하여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새로운 목적의 기술을 채용해야 하며, 거대화에 따른 인간의 파멸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장을 펼친다. 인간은 거대 조직보다 작은 단위의 조직에서 창조성과 활력, 인간다움을 잘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중간기술론의 핵심적 의미는 기술의 가치에 대한 평가와 적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단지 기술 안에 내재한 효율성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그 기술의 혜택이 얼마만큼 많은 사람에게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는가, 공동체의 균형 잡힌 성장이 손상받지 않는 상태에서 생산성의 향상을 이룰 수 있는가가 종합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 (www.unidream.co.kr)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경제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녹색평론사), 청년을 위한 경제학 강의(김수행 편저·한겨레신문사), 빈곤의 세계화(미셀 초스토프스키·당대), 세계화의 덫(한스 피터 마르틴 외·영림카디널), 경제학을 위한 변명(정운영·까치) -기출논제:동국대 2004학년도 정시, 성균관대 2003학년도 정시, 한양대 2003학년도 정시, 한국외국어대 2002학년도 정시 ■ 생각해보기 -중간기술론의 내용과 의의에 대해서 설명해보자. -산업 사회를 지배한 거대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세계화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의 파괴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역 중심의 개발이 지니는 의의와 한계는 무엇인가.
  • ‘교육 품앗이’ 학교교육 대안 부상

    ‘교육 품앗이’ 학교교육 대안 부상

    ‘교육 품앗이’가 학교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원 같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부모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품앗이 모임이 늘고 있다.10년의 품앗이 역사를 갖고 있는 서울 도봉동의 한 품앗이 모임을 찾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둘러보았다. “자, 이건 뭐라고 부르죠?누가 발명했나요?”“측우기요. 장영실이 만들었어요.” 서울 도봉동의 교육품앗이 모임인 ‘매직키드 마수리’의 독서수업 시간. 미리 읽어온 장영실 위인전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아이들의 얼굴마다 즐거움과 진지함이 묻어난다. 이날의 선생님은 세미, 세윤 두 아이를 둔 강명순(44)씨다. 어떤 선생님보다 정성껏 수업에 임하는 그에게 10여명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도봉동에 ‘교육 품앗이’가 생긴 것은 지난 96년. 엄마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뜻에서였다. 이후 많은 품앗이 모임이 탄생과 해산을 거쳤고 지금은 모두 6개 팀이 활동 중이다. ‘매직키드 마수리’는 지난해 2월 생긴 신생 품앗이팀. 독서모임을 갖던 엄마 6명이 “아이들을 우리 손으로 가르쳐보자.”고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아 아이와 엄마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품앗이팀이 됐다. ●인성교육 효과도 커 초등학교 저학년 중심인 이 모임은 독서, 요리, 미술, 종이접기, 바깥놀이 등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한다.6명의 엄마들 각자 자신있는 분야를 맡아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수업을 ‘얼마나’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래서 일단 매주 수요일,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횟수도 늘리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해볼 생각입니다.”요리수업을 맡고 있는 이선화(40)씨의 말이다. 교육품앗이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사교육으로 아이를 혹사시키거나 가계에 부담되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다. 김미숙(36)씨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엄마가 수업을 알차게 준비해 와서 교육 효과가 매우 크다.”고 자랑했다. 아이들 역시 학원보다는 품앗이 수업을 선호한다. 김씨는 “엄마들이 늘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수업에 최대한 반영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한다.”면서 “애들이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인성교육 효과가 크다는 것이 엄마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경자(39)씨는 “아이가 혼자라 자기 중심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처음엔 품앗이 참여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점차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는 것을 보면서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씨는 “외동아이를 둔 부모들은 꼭 품앗이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모도 행복해지는 교육 교육품앗이를 꾸려가면서 가르치는 부모들도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고 공부하는 것은 자기 발전의 기회도 됐다고 한다. ‘매직키드마수리’에서 독서지도를 맡고 있는 강명순씨는 품앗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준비한 지난 6개월이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고 말했다.“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품앗이에서 아이들 독서 지도를 맡았는데 좀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자격증을 준비했죠. 결혼 후 잊었던 배움의 기쁨을 다시 맛볼 수 있어서 오히려 이런 기회를 준 아이들한테 고마움을 느낍니다.” 강씨는 5개월 전 도봉동을 떠나 경기도 양주로 이사했지만 품앗이를 위해 매주 아이들과 이곳을 찾는다. 강씨는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오가는 것이 결코 힘들지 않다.”며 웃어보였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질 때까지 ‘매직키드 마수리’를 비롯한 도봉동 일대 교육품앗이들은 올해 또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 품앗이에 참여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가 없거나 품앗이를 꾸리기 어려운 애들까지도 가르쳐보자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12월부터 주위에서 책을 기증받기 시작,‘마을 속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 보려 한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책 1000여권을 기증할 예정이며 주위에서도 조금씩 정성을 모아주고 있다.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면 품앗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인근 모든 아이들의 공간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매주 화요일에는 품앗이 수업과는 별도로 ‘어린이 한자교실’을 열고 아이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하고 있다. 점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이곳 품앗이팀들의 목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이렇게 시작하세요 교육 품앗이를 하고 싶다면 함께 팀을 꾸릴 사람들을 구하는 게 먼저다. 사정에 따라 2가구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보통 3∼6가구가 적당하다. 아이들의 나이 차이가 조금씩 나더라도 상관없지만 같은 나이면 프로그램을 짜기가 쉽다. 초창기에는 전업주부들을 중심으로 품앗이를 했지만 요즘은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끼리 하는 품앗이도 있다. 최대한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팀을 꾸리는 것이 좋다. 반상회 등 거주지역 모임이나 놀이터처럼 아이들과 부모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품앗이 결성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는 경우도 많다.‘품앗이 공동체(www.pumasi.org)’의 ‘품앗이은행’이 있다. 함께 할 사람들이 모이면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 최대한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눠야 한다. 품앗이는 학원이 아니다. 부모의 교육관, 즉 품앗이를 하는 목적이 서로 다를 경우 모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수업 방향 등을 제대로 조율해야한다. 모임을 가질 때는 반드시 모든 사람들이 의견을 내놓고 기록으로 남긴다. 수업 프로그램은 나중에 조금씩 조정하더라도 최소 한달치를 미리 짜야 한다.1시간 수업하더라도 준비 시간은 이보다 훨씬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교육 품앗이는 주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들이 대상이다. 저학년의 경우 독서, 미술, 요리, 야외활동 등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짠다. 고학년의 경우 필요에 따라 학과목을 품앗이 프로그램에 넣으면 된다. 어떤 경우든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해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업은 부모들이 가장 자신있는 과목을 정해 맡는다.‘부모가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갖고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므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부모들이 가르칠 수 없는 과목은 지도강사를 두거나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업 횟수는 처음에는 일주일에 1∼2회로 제한한다. 부모들 모임은 반드시 매주 한번씩 갖는다. 품앗이는 무리하게 진행하면 안된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끼리도 의견을 자주 나눠 교육 방향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품앗이가 깨지는 경우는 대부분 아이가 아닌 부모간 갈등 때문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부모와 아이 소통 함께 꾸려가는 것” “다른 아이가 잘 자라야 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습니다.” ‘교육품앗이’이라는 말이 지금보다 훨씬 낯설었던 지난 96년 서울 도봉동에서 처음으로 품앗이를 시작한 이순임(41)씨. 이씨는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에 단순한 경제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품앗이를 하면 돈도 적게 들고 힘도 덜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다른 아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모든 아이를 내 아이처럼 함께 키우자는 것이 품앗이의 진짜 목적입니다.” 이씨는 품앗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동안 여러 품앗이들을 지켜 보니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 곳은 어김없이 깨졌다.”면서 “품앗이는 ‘함께 잘되자.’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씨는 96년부터 3년간 품앗이를 운영한 뒤 해산시켰고 2001년부터 다시 3년간 ‘도봉산 품앗이’팀을 꾸렸다. 이렇게 아이 셋을 품앗이로 키웠다. 두번째 품앗이를 시작한 뒤 경험을 살려 도봉시민회의 교육 품앗이 모임 지도자로 일하며 다른 품앗이팀 결성을 돕고 있다. 최근 품앗이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실제 활동하는 모임은 많지 않다. 이씨는 “어떤 부모라도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면서 “아이에게 뭔가를 주입시킨다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수업을 꾸려간다는 마음으로 품앗이를 한다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품앗이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품앗이가 또다른 사교육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욕심 많은 엄마들은 학원도 보내고 품앗이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더군요. 품앗이의 목적은 아이와 소통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주입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요즘 이씨는 교육 품앗이 자료집을 준비 중이다. 품앗이가 부모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생겨난 탓에 제대로된 가이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품앗이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아 하나의 품앗이만을 참고해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여러 형태의 품앗이를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품앗이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젠 동사무소라 부르지 말라”

    “이젠 동사무소라 부르지 말라”

    “이제 동사무소는 행정기관만이 아닙니다.” ‘최일선 행정기관’ 동사무소가 복지문화시설로 변하고 있다. 자치행정의 광역화로 행정업무의 상당부분을 기초자치단체에 넘겨준 뒤 자신의 역할을 민원·복지·문화 등 대민서비스로 정했다. 지난 1999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서울시의 522개 동사무소 가운데 대부분은 주민자치센터를 설치, 문화교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병설시설로 수영장을 비롯해 골프연습장, 마을금고, 어린이집, 보건분소, 예식장, 갤러리 등 다양한 복지시설을 갖춘 특색있는 ‘우리동네청사’도 상당수다. 지난해 7월 완공된 청담2동사무소에는 일대 주민들의 수준을 감안해 30평,5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만들었다. 한달 이용료가 5만원에 불과해 수용 가능인원 160명이 모두 들어찬 상태다. 연면적 1227평의 청담2동사무소는 토지매입비를 포함,123억여원이 투입된 최신식 건물이다. ●골프장·수영장·예식장 갖춘 동사무소 강남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기 전부터 동사무소에 문화복지시설을 마련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동사무소 26곳 가운데 9곳을 새로 지었다. 규모만을 따지면 지난 97년 완공된 논현2동 동사무소(문화복지회관 포함)가 건축면적 2260평으로 서울시내 마을청사 가운데 가장 크다. 부지와 건축비로 건축 당시 121억원이 투입됐으며 연면적 2983평인 서대문구 청사와 비교하면 매머드급인 셈이다. 동사무소 청사에 문화, 복지 등 다양한 복합시설이 추가돼 동사무소보다 부대시설의 면적이 더 큰 사례도 많다.2002년 3월 문을 연 도봉구 창3동 사무소는 540평의 전체면적 가운데 동사무소는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구립 천문대를 비롯해 창작공방, 노래방, 공연장 등을 갖춘 ‘창동 청소년 문화의 집’에 내주고 있다. 지난 2003년 10월에 세워진 영등포구 신길1동 청사는 연면적 1940평의 사회복지시설로 수영장을 비롯해 헬스장, 어린이집, 새마을문고, 물리치료실, 보육실, 강당, 독서실,PC방, 휴게실 등 갖가지 시설이 빼곡하다. 동사무소에 딸린 수영장은 지난해 종로구 교문동 청사에도 개설됐으며 혜화동사무소를 비롯해 노원구 월계2동 등은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경기도 소재 동사무소도 변화의 바람에서 예외는 아니다. 과천시 별양동사무소는 2∼3층 복도 벽면과 소강당이 갤러리다. 개관 예정인 동사무소는 청사진이 더 화려하다. 내년 1월 완공되는 양천구 신월4동사무소는 건축면적 1300여평 가운데 2개층 400여평이 디지털정보도서관으로 꾸며진다. 강동구 강일동사무소는 청사내에 150∼200석의 예식장이나 소극장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의료서비스시설을 갖춘 동사무소도 탄생한다. 건축면적 1007평의 서대문구 북아현1동 청사는 아예 장애인복지시설과 함께 설계됐다.2층에는 30평 규모의 보건분소도 들어간다. 오는 8월 완공되는 강북구 미아1동사무소는 5층짜리 건물 가운데 3개층이 아예 도서관이다. ●도배·힙합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 신축중인 경기 의왕시 오전동사무소는 대한주택공사가 최초로 공공부문 친환경 건축물로 예비 인증했다. 친환경건축물 예비인증은 4개 부문에서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제시하는 제법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동사무소에 병설된 주민자치센터가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저렴한 수강료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춰서다. 무료강좌도 많으며 유료강좌도 3개월과정이 2만∼3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지리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자치센터 프로그램 가운데는 국가 자격증 취득반도 있다. 강북구 미아6·7동 도배기술사, 도봉구 창3동은 조리사 취득반을 운영중이다. 송파구 마천2동은 힙합댄스, 방이2동은 경락마사지 등 실용적인 강좌의 인기가 높다. 지역성을 감안해 프랑스인이 많은 서초구 반포4동에는 원어민이 가르치는 무료 프랑스어 강좌, 종로구 가회동은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게이트볼 과정이 있다. 게다가 이를 뒷받침할 수준 있는 강사를 확보하기 위해 강서구와 도봉구 등 일부 자치구는 인재풀인 주민자치센터의 ‘강사뱅크’까지 도입했다. 또 전문성과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주민자치센터를 아예 위탁 운영시키기도 한다. 강남구는 도시관리공단에서 청담2, 대치4, 삼성2동 3개 문화복지회관(주민자치센터)을 운영하고 있다. 신길1동 청사의 사회복지관 운영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맡았으며, 창3동의 청소년 문화의 집은 동사무소 소속이 아니라 구립기관이다. ● 모범 동사무소 강남구 논현2동 ‘하루 평균 3000명이 이용하는 동사무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서울 강남구 논현2동사무소가 들어선 논현문화복지회관은 1997년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주민 2만 1300여명이 이용하는 복합문화시설로 완공됐다. 지하 1∼2층에는 46면의 주차장과 휴식공간이 들어섰다. 지상 1층은 동사무소,2층은 예비군 동대와 새마을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자리잡고 있다. 3층은 어린이집,4층은 여성센터,5층은 스포츠센터,6층은 도서관,7층은 강당이다. 동사무소는 전체면적의 13%인 306평에 불과하다. 건물의 용도가 행정기관이라기 보다는 복지시설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3층 어린이집은 나이에 따라 반을 편성한다. 여성센터에는 조리, 미용, 봉제, 제빵, 제과, 생활영어, 컴퓨터 등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다. 수강료는 실비수준이며 최근에는 창업준비를 원하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150평의 스포츠센터는 최신식 운동기구를 갖춘 36평의 헬스클럽 외에도 72평의 체조연습장에서 나이트댄스를 비롯해 요가, 단전호흡, 무용, 서예, 경기민요 등 17종목 28개교실이 운영된다. 수강료는 월 7000∼2만원, 이용시간은 오전 7시∼오후 10시다. 180평의 강당은 결혼식장이나 세미나, 강연, 전시회 등 다양한 발표회장으로 쓰인다. 주민들의 작품전시회도 열리며, 이곳을 거쳐 탄생한 커플도 다수다. 구립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은 141석의 일반인 열람실과 아동유아실로 나뉜다. 보유장서는 2만 5000권이며 무료로 대출된다. 김정우 강남구립 논현도서관장은 “어린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신발을 벗고 책을 읽는 아동유아실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동사무소가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달말까지 1층 소회의실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무료 사자소학 교실’이 열린다. 지하1층 휴식공간인 ‘올래’에는 라이브가수가 노래를 할 수 있는 공연무대도 갖춰져 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14일 TV 하이라이트]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덕배가 은수를 거론하며 희수에게 심한 말을 해 기분이 상한 진국은 덕배 앞에서 영실이 박 부장 면회를 갔던 사실을 폭로하고, 덕배는 영실에게 이 사실을 따져 묻는다. 진국의 첫 영화 촬영현장에 구경을 간 지혜와 재민은 얼떨결에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진실게임(SBS 오후 7시5분)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아서 결혼한 꽃다운 나이 열여섯의 아기엄마, 초등학생 같은 앳된 외모의 7개월짜리 아기엄마, 한번에 다섯 아들의 엄마가 된 다섯 쌍둥이 엄마, 태권도로 단련된 초절정 몸짱 아줌마인 60세의 늦둥이 엄마가 등장한다. 단 한 명의 진짜 아기엄마를 찾는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지상파 TV방송의 중간광고 도입문제가 새해 방송계 화두로 떠올랐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난 5일 중간광고 도입과 관련해 관련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방송계 안팎에서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TV 중간광고 허용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진단해 본다. ●생방송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명심보감은 예부터 아이들이 맨 처음 배우는 교과서이자 필독서다. 총 21편으로 이루어진 ‘마음을 맑게 하는 귀한 책’ 명심보감 중 ‘바로 행동하고 마음을 바로 세우라.’는 정기편(正己篇),‘몸가짐을 가지런히 하라.’는 안분편(安分篇) 등을 중심으로 올바른 생활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운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MBC 오후 7시20분)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아버지의 신발 공장에 불이 나면서 은하씨 가족들은 삶의 희망을 잃게 된다. 어느 날,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오빠는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가고, 은하씨 역시 생계를 위해 집을 나와 오빠와 소식이 끊긴다. 과연 은하씨는 이 오빠를 만날 수 있을까?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유근이는 학교에 가서 말뚝박기를 하고, 같은 반 형에게 수학도 배운다. 오늘은 학교에서 스키 캠프를 가는 날, 단체 여행도 처음이고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자는 것도 처음인 유근이. 다행히 형과 누나들은 유근이를 잘 챙겨주어, 즐겁게 캠프생활을 한다.
  • ‘꽁꽁’ 언 문학시장 일본소설은 ‘활활’

    일본소설의 힘이 세지고 있다. 신년 초여서 물량이 많지 않았던 지난 일주일 동안의 신간동향만 살펴도 그렇다. 국내 작가의 새 소설이 한권도 없는 가운데 일본소설은 무려 5권. 단순 수치로 따질 문제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최근 문학시장의 출간동향에서 일본문학의 양적 성장은 엄연한 사실이다. 출판가에 “돈될 만한 일본소설은 (국내 출판사들이)싹쓸이 계약해 놨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요시모토 바나나·에쿠니 가오리 등 ‘스테디셀러’ 한국출판연구소의 집계는 이를 증명해준다. 지난 1999년 국내서 출간된 일본소설은 219종.2003년에는 372종으로 부쩍 늘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집계가 나오지 않았으나,2003년보다 크게 증가했을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스테디셀러 보증수표’로 꼽히는 대표적인 일본작가는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등. 출판 관계자들은 “단시간에 대박을 터뜨리진 않아도 고정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꾸준한 판매량을 보장하는 ‘브랜드 작가군’”이라고 이들을 평한다. 문학작품 판매고가 초판 3000부를 넘기 힘든 불황에 출판사들로서는 이들에게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아쿠다카와·나오키·분케이문학상 등 일본내에서 굵직한 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오른 작품은 즉각 (국내 출판사들이)상식선 이상의 프리미엄까지 붙여 계약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표작가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도 있다. 북스토리는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쓰지 히토나리, 쓰쓰이 야스타카, 유이카와 케이, 요시다 슈이쓰 등의 대표작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냉각된 소설시장에서 일본소설이 ‘먹히는’ 배경은 뭘까. 청어람미디어 김장환 주간은 “일본어로 씌어졌을 뿐 주된 정서는 일본적이라기보다는 딱히 꼬집어내기 어렵게 모호한 이국풍”이라고 최근 일본소설 경향을 짚어내고 “국내 작가들의 경험에 바탕한 ‘사소설’ 경향과는 딴판으로 현실에서 탈주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벼운 터치로 그리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석했다. ●‘현실탈주 욕망 가벼운 터치로 접근’ 공통점 문학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독자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국내 30대 독자층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류가 ‘제1전성기’를 누렸다면 3∼4년전부터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신진작가들이 ‘제2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최근 ‘하얀 강 밤배’까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9권을 출간한 민음사의 이지영 팀장은 “바나나의 대표작인 ‘키친’은 출간 5년 동안 17만여부가 팔렸다.”면서 “폭발적 반응 대신 꾸준히 마니아층을 확보해 차기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일본소설들의 저력”이라고 말했다. 일본소설이 젊은 독자층에 호소하는 또다른 매력은 소재와 등장인물의 다양성. 예컨대 ‘프리터’(일정직업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옮겨다니는 신세대를 일컫는 일본식 조어)같은 주인공은 국내 소설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캐릭터라는 것. 출판사들의 마케팅 전략도 한몫 한다. 종이책을 부담스러워 하는 젊은 독자들을 의식해 얇고 가벼운 ‘사륙판’ 규격이 기본이다. ●2003년 372종 국내출간… 日출간 한국소설 19종 불과 대중문화쪽의 한류열풍이 문단에서만큼은 거꾸로 불고 있는 셈이다.372종의 일본소설이 국내 출간된 2003년에 일본에 선보인 한국소설은 단 19종. 급변하는 독자들의 입맛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국작가들의 매너리즘을 꼬집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삶에 대한 성찰없이 가볍고 일상적 소재의 ‘카툰만화’식 소설이 득세하는 독서현실은 고민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우리나라 성인 1년에 책 11권 읽어

    우리나라 성인들은 연간 평균 11권의 책을 읽으며, 경기 불황의 여파로 구입보다는 대여를 선호하는 독자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관광부가 한국출판연구소(소장 임홍조)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한 달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과 초·중·고 학생 2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4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의 독서율과 독서량은 늘고, 공공도서관의 이용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한 권 이상의 일반도서를 읽었다.’고 응답한 성인은 전체의 76.3%로 2002년보다 4.3%포인트 증가했다. 이같은 수치는 유럽 15개국의 평균치 58%나 미국 50.2%보다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1권으로 2002년 조사보다 1권 정도 늘었고, 지난 10년간 조사에서 최고 기록을 보였다. 그러나 월평균 3권 이상 읽는 다독자 인구 비율은 한국이 14.5%, 일본이 17.7%여서 우리 국민의 독서량은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읽은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도서로는 성인의 경우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이문열의 ‘소설 삼국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등을 꼽았으며, 작가 선호도 조사에선 국내 작가의 경우 이문열 박경리 박완서 이외수 조정래 최인호 공지영 김홍신 등을 꼽았다. 책을 구하는 방법으로는 성인들은 ‘직접 구입해서 본다.’는 응답자가 37.1%였고, 주위사람이나 도서대여점,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등에서 빌려본다는 응답자가 33.7%를 차지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논술이 술술] 자유에서의 도피/글쓴이: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은 독일 출신의 유태인으로 나치즘이 대두하자 1933년 미국으로 망명해 활동한 학자다. 그는 ‘근대인에 있어서의 자유의 의미’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둬 사회 구조의 변혁과 인간의 심리적 해방을 연동시키는 신프로이트 학파의 이론적 지도자로 활약했다.1940년에 발표된 이 책에서 그가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도 자신의 이러한 경험과 관련이 있다. 흔히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가 강제력이나 국가의 선전에 의해서만 형성, 유지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당시 사람들의 폭넓은 지지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났을까. 그는 이 문제를 ‘∼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와 ‘∼에로의 자유(freedom to)’라는, 지금은 이미 보편화되어 널리 쓰이는 개념들에 근거하여 분석한다. 우선 프롬에게 ‘자유’는 하나의 심리학적 문제로 나타난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소극적인 자유’가 아닌 자아의 자발성을 뜻하는 ‘적극적인 자유’다. 인간은 자유를 억압하는 외적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외적 억압이 제거될수록 내적인 억압은 커진다. 이러한 내적 억압은 바로 무력감과 고독감이다. 인간은 무력감과 고독감을 피하기 위해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하나는 자발적 자아를 이룩해 세계와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피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적극적 자유’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의 자아의 통일성을 포기함으로써 세계와 결합하는 방법으로, 곧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누군가에게 복종함으로써 안정을 얻는 사도-마조히즘적인 권위주의에 굴종하는 것이고, 사실상 자아의 통일성을 무너뜨리는 것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의 등장이나 종교 등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이러한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설명될 수 있다. 중세의 억압에 대한 투쟁을 통해 인간은 ‘∼로부터의 자유’를 쟁취했다. 그러나 신에서의 탈출은 동시에 혼돈의 세계로의 입문이었다. 현대인은 중세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기는 했지만, 그 자유가 나아갈 새로운 인간 관계와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지도자나 민족·국가에 복종함으로써 새로운 안전을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프롬은 전체주의 운동이 근대 이후 인간이 획득한 자유로부터 도피하려고 하는 마음 속 깊은 열망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히며,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소외 현상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로의 자유’를 실현할 ‘생산적 사랑’에 기초를 둔 만족스러운 인간 관계의 창조를 강조한다. 프롬은 이를 사랑과 인간 존중에 기초한 ‘인간적 공동체 사회주의’로 지칭하며, 이후의 저작인 ‘건전한 사회’에서 이를 좀더 구체화하고 있다. 유니드림 대학입시연구소(www.unidream.co.kr) ■ 독서 지도시 참고사항 -대상 학년:고1∼고3 -관련 교과:고등 사회, 윤리와 사상, 사회문화 -함께 읽어 볼 책과 고전:건전한 사회(에리히 프롬·범우사),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사르트르·청솔출판사), 지식인을 위한 변명(〃·한마당), 사회학적 상상력(밀즈·홍성사), 고독한 군중(리즈먼·홍신문화사), 도덕적 인간과 부도덕한 사회(라인홀드 니버·문예출판사) -기출논제:1998학년도 한양대 인문계 논술,2001학년도 논술,1997학년도 서울대 논술,2004학년도 서강대 모의논술,2001학년도 부산대 정시 논술 ■ 생각해보기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현대인을 지배하는 무력감과 고독감의 원인은 무엇인지 밝혀보자. -무력감과 고독감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은 어떤 것이 있는지 써보자. -인간 소외란 무엇인가. 그것이 나타나는 사회적 원인은 무엇인가.
  • [9일 TV 하이라이트]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야들야들 명태살과 매콤새콤한 양념, 쫄깃한 면발에 백김치로 속살을 채운 북한식 만두의 조화 명태회 비빔냉면과 만두. 아삭아삭한 김치를 썰어서 고소하게 부친 녹두전과 얼음 둥둥 띄운 시원한 국물에 잘 만 국수의 진미가 입맛을 돋우는 김치말이 국수와 녹두전의 맛대결을 보여준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노동자, 농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인도의 MKSS는 지역주민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MKSS는 투명한 선거를 위해 입후보자들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한다.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진정한 민주주의의 확립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본다. ●청소년 원탁토론(EBS 오후 8시10분) 청소년들의 낮은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2007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평가를 통해서라도 청소년들의 낮은 독서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독서능력은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가영과 준호는 둘이서 자주 가던 학교 근처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 신률과 왜 헤어졌냐고 묻는 준호에게 가영은 신률이 좋은 사람이지만 편하지가 않았다고 말한다. 나영은 오디션에 합격하고, 소식을 들은 강수는 기뻐한다. 가영은 팀장에게 마지막 원고를 넘기며 사직서도 함께 낸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옥화는 안 교감이 창수를 집에 들이는 것도 못마땅하고 애들을 스키장에 딸려 보내는 것도 미덥지 않기만 하다. 성미는 영화를 보겠다며 무작정 나서는데, 누구 하나 영화를 같이 봐 줄 사람이 없어 혼자 걷던 중, 채영과 형표가 차에서 내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광복 60년 특별기획‘KBS 영상실록’(KBS1 오후 11시) 광복 60년을 맞이하여 1945년 이후 연도별로 영상 자료를 분류하여 환희와 감격, 슬픔을 주었던 사건과 당시 서민들의 삶을 보여준다. 영상, 또한 히트 가요·유행어·영화 등의 풍속을 보여주는 영상을 중심으로 해마다 벌어진 사회적 변천을 정리해 본다.
  • 책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어라

    책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어라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새 대입제도가 시행되면 논술시험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논술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독서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독서법에 대한 교육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부모들은 그저 많이 읽기만 하라고 강요한다.‘더 빨리, 더 많이’ 읽히려고 심지어 속독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잘못된 독서 습관과 고치는 법을 살펴본다. 아이들의 독서에 대해 대부분의 부모들은 많이 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독서량은 많은데도 판단력, 상상력, 창의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의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열권 통독보다 한권 정독이 바람직 독서의 목적은 크게 보아 지식습득과 사고력 향상이다. 독서 습관과 창의력이 길러지는 시기에는 후자가 강조된다.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박선이 연구이사는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기회를 갖고 그 의미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면서 “통독이나 속독으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지식 습득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책을 빨리 읽는다는 것은 ‘대충 독서’를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사고력 향상은 물론 지식습득조차도 기대하기 어렵다. 흔히 글을 잘 쓰기 위해 다독을 강조한다. 하지만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는 한권이라도 생각을 하면서 읽는 것이 논술 등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된다. 박선이 이사는 “논술시험에서 처음 도입 때와 달리 갈수록 창의성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책 열권을 빨리 읽는 것보다 한권을 제대로 읽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속독은 이해력·사고력 향상과 무관 최근 독서열풍과 맞물려 쏟아지는 각종 속독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한국독서지도연구회 임은정 회장은 “속독법을 통해 글을 읽는 속도는 향상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는 없다.”면서 “독서 속도는 이해력이 향상되면 자연히 빨라지는 것이지 편법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은 “속독법을 배운 아이들을 보면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어휘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키워드를 중심으로 줄거리 파악 위주로 책을 읽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언어 심리학에서는 독서능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속독을 위한 키워드를 뽑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허구로 본다. 남미영 원장은 “독서능력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속독을 배우면 독서습관을 망칠 수 있다.”면서 “필요에 의해 속독을 배우고자 할 때는 16세 이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독서습관 진단은 이렇게 속독을 가르치지 않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으로 아이가 빨리, 대충대충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책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다른 만큼 단순히 ‘1권당 몇 시간’과 같은 기준으로 독서 속도를 진단할 수는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집에서도 쉽게 아이의 독서습관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아이에게 그동안 읽은 책의 제목을 모두 쓰게 한다. 제목 옆에 각 책의 주인공 이름 등 관련된 단어를 적게 한다. 다시 그 옆에는 책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쓰게 한다. 제대로 독서를 한 아이라면 책 제목과 함께 관련 단어와 문장을 대부분 채워 넣을 수 있다. 반면 기억하는 책 제목 수에 비해 내용을 적은 수가 턱없이 적다면 아이가 ‘대충 독서’를 한 것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지괴소설 ‘부여 현감 귀신 체포기’ 펴낸 김탁환 씨

    지괴소설 ‘부여 현감 귀신 체포기’ 펴낸 김탁환 씨

    ‘불멸의 이순신’의 저자 김탁환(37)씨가 본격 지괴(志怪)소설을 냈다. 새 소설의 제목은 ‘부여 현감 귀신 체포기’(이가서 펴냄). 지괴소설이란 말 그대로 괴이한 일들을 기록하는 형태의 소설.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중국 육조시대(3∼6세기)에 크게 유행한 소설의 한 갈래다. 황당하고 괴이한 이야기 소재로 서사의 즐거움을 안기는 청나라 초기 포송령의 소설집 ‘요재지이(聊齋志異)’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김씨는 “장르를 확실히 규정해주는 것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지괴소설’이란 낯선 장르를 책 표지에 명기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장르구분 자체가 훌륭한 독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여 현감 귀신 체포기’는 모두 10편의 이야기로 묶인 연작소설이다. 주인공은 부여 현감 ‘아신’.800여년 동안 낙화암에서 자살한 사람이 없던 부여에서 갑자기 하루에 한 명씩 투신 자살자가 생기고,2월 보름이 돌아올 때마다 열살 남짓한 사내아이가 백마강에 빠져 죽지만 시신을 찾을 길이 없다는 풍문이 돌고, 열흘 만에 소 서른마리와 말 열세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지거나…. 이런 괴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부여 현감이 사건해결에 나선다는 줄거리 형식을 띤다. 조선 중종때의 실존인물 전우치도 등장한다. 그가 현감을 돕는 사건해결의 주체로 등장하는가 하면, 현감이 연모하는 여스님 ‘미미’가 위기상황에서 또 그를 구해주기도 한다. 지괴소설 장르를 빌린, 김탁환식 ‘팩션’인 셈이다. “역사추리와 팬터지 소설, 두가지 장르를 개척하는 것을 평생의 글쓰기 숙제로 정했습니다. 이번 소설은 쓰고 싶었지만 능력이 모자라 오랫동안 주저했던 건데…. 하지만 이젠 ‘지괴’란 장르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고 할까요.” 새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그는 우리 구비설화나 민담들을 모조리 섭렵하다시피 했다. 예컨대 2권에 실린 9번째 단편 ‘내 고운 인형에게’는 구미호 이야기에서 소재를 빌렸다. 아이디어 많기로 소문난 작가답게 재기발랄한 장치들이 책속에는 많다.“글자를 꼭 가로로만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주장대로, 간간이 그림처럼 무정형으로 흘려진 글자배열도 재미있다. “작중 배경이 모두 부여에 실재하는 장소들이어서 책을 들고 역사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이라는 그는 “심각할 것 없이 낄낄거리며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장편 ‘열두마리 고래의 사랑이야기’(1996년) 이후 ‘나, 황진이’(2002년) ‘방각본 살인사건’ 등 역사소재 소설을 꾸준히 써온 그에게 새 소설은 10번째 전작장편. 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재미있는 책만 읽으려는 아이 ‘엄마찾아 삼만리’ 읽혀보길

    책을 지나치게 빨리 읽는 것을 비롯해 잘못된 독서습관들이 있다. 이를 바로잡는 방법과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한다. ●책을 대충, 빨리 읽는다면 우선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스스로 원인을 찾게 한다. 대표적인 이유는 읽어야 하는 양이 많아서다. 즉 부모가 “오늘은 이만큼은 읽어야 해.”라고 정해주면 그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빨리 읽게 되는 것이다. 책을 대여해서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 반납 날짜에 맞추기 위해 아이는 줄거리만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책을 읽게 된다. 따라서 아이에게 책읽는 양과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 독서 후에는 책에 대한 내용을 얘기하면서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을 한다. 단 부모가 일방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아이가 독서를 하나의 시험으로 생각하고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한다. ●얕은 재미만을 찾는다면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재미 추구다. 하지만 아이가 여운과 감동이 동반되는 재미가 아닌 코미디, 폭력, 공포 등 얕은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메리디스 후퍼 지음, 국민서관)이나 ‘엄마 찾아 삼만리’(아미치스 지음, 예림당) 등 재미는 물론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책을 권하면 좋다. ●책만 읽으려고 한다면 책을 읽지 않는 것이 걱정이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문제일까. 다른 일은 제쳐놓고 책만 읽는 아이들의 경우 책 속의 주인공하고만 소통을 해 비현실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또 운동부족 등 건강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팬터지, 탐정류, 폭력물, 무협류를 주로 읽는다. ‘찔레꽃 울타리’(질 바클렘 지음, 마루벌) ‘미스 럼피우스’(바버러 지음, 시공사)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이준관 지음, 푸른책들)와 같은 책을 권하면 도움이 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논술 약한 중·고생 이런책 ‘도움’

    논술 약한 중·고생 이런책 ‘도움’

    방학이 되면 논술에 도움되는 추천도서 목록이 넘쳐나지만 모두 다 읽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 방학은 유명 논술 강사 4명이 추천하는 책을 중심으로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고려 갈 논구술 연구소’ 오장수 소장은 고등학생에게 ‘반쪽이의 육아일기’(최정현 지음, 여성신문사)를 권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느낀 저자의 체험담을 만화로 보여주는 책이다. 가족, 성역할, 여성, 가사노동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중학생에게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한국글쓰기연구회, 보리)을 추천했다. 한국 글쓰기 연구회 선생님들이 선정한 좋은 글들을 장현실의 민화와 함께 담고 있다. 메가스터디 강사 이석록씨는 ‘작은 인간’(마빈 해리스 지음, 민음사)을 고등학생 추천도서로 꼽았다. 중학생에게는 ‘쉽고 재미있는 과학의 역사’(에릭 뉴트 지음, 끌리오)를 권했다. 과학사를 연대기가 아닌 사건과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엮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BS 논술특강 강사인 박정하씨는 고등학생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프리바토피아를 넘어서’(피에르 부르디외 등 지음, 백의출판사)를 선택했다. 중학생들은 ‘공자, 지하철을 타다’(김종옥·전호근 지음, 디딤돌)를 통해 쉽게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상을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종로학원 강사 정영철씨는 고등학생에게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최병권·이정옥 엮음, 휴머니스트)’를 추천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출제되었던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 시험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 문제와 답안이 실려 있어 논술 실전에 유용한 책이다. 중학생에게는 ‘논리를 모르면 웃을 수도 없다(박우현 지음, 책세상)’를 권했다. 유머 속에 담긴 논리의 문제를 분석하면서, 논리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 왜 지금도 정감록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 왜 지금도 정감록인가

    새해 가장 바빠지는 사람들은 점술인이다. 개명한 세상에 누가 미신 따위에 솔깃하랴 싶지만, 일간지조차 새해를 맞아 국운이 어떠할지를 점친다. 옛날부터 이 땅에는 나라의 앞날을 예언하는 전통이 있었다. 그 뿌리도 제법 깊어서 삼국통일 이전까지 소급된다.‘고려비기(高麗秘記)’,‘고경참(古鏡讖)’이 고대의 예언서라면,‘삼한회토기’ ‘삼각산명당기’는 중세의 예언서였다. 근세의 예언서로는 ‘도선비기’를 비롯해 수십종이 있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감록’이다. 18세기부터 민중의 사랑을 받던 ‘정감록’은 국가의 탄압으로 간행되지 못한 채 다종다양한 필사본만 유행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정감록’은 1923년 드디어 활자화되었고 그것이 사실상 정본 취급을 받고 있다. ‘정감록’의 줄거리는 이렇다. 곧 조선이 멸망하는데, 그 때 어디로 가야 살 수 있는지, 그리고 계룡산에 세워질 새 왕조는 언제 나타나는지로 압축된다. 아무 해에 무슨 사단이 터진다는 식의 짤막한 예언이 대부분인데, 한국의 예언서가 대개 그렇듯 60갑자로 햇수가 적혀 있어 세월의 흐름에 구애되지 않는다. ●예언서에 보이는 민중의 공포 ‘정감록’의 비교적 앞쪽엔 이런 오싹한 대목이 있다. 원숭이해 봄 삼월과 성스러운 임금이 다스리는 가을 팔월, 인천과 부평에는 밤중에 배 1000척이 들어오고, 안성과 죽산에 시체가 산처럼 쌓일 것이다. 여주와 광주에는 인적이 영영 끊어져버리고, 수원과 남양에는 피가 흘러 냇물을 이루리라. 한강 이남 100리에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끊어지고, 인적도 영영 사라질 것이다. 전쟁영화의 섬뜩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예언은 수도권 전체가 전쟁 통에 쑥대밭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작년 2004년도 원숭이해였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먹고 살기 참 힘든 한 해였고 북한의 핵문제로 전쟁 걱정도 컸었다. 북핵문제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경책이 화근이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땅에 그런 참극은 없었다.‘정감록’의 예언이 틀린 셈이다. 그래도 여운은 남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 구절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어보았더니 다들 그렇단다. 과연 ‘정감록’에는 민심을 휘어잡는 묘한 힘이 있나 보다. 서울로 통하는 관문 인천 앞바다에 적을 태운 배가 1000척씩이나 들이닥친다고 했다. 그런 변고가 없다.1592년의 임진왜란, 그보다 5년 뒤의 정유재란도 이처럼 끔찍하지는 않았으리라. 이런 참혹한 예언은 뜬금없이 나오는 예가 없다. 지난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여 수많은 마을과 도시를 파괴했다. 바그다드 상공에 쏟아진 폭탄이 불꽃놀이 같았고, 명분 없는 전쟁에 죽은 사람만도 10만을 헤아렸다. 훗날 이라크에 예언서가 작성될 경우 미군의 무차별 폭격이 남긴 상흔은 집단적 기억이 되어 남을 것이다.‘정감록’에 담긴 이 대목도 민중의 전쟁공포증으로 헤아려봐야 한다. 우선 인명의 대량 살상을 말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안성 등의 지명이 등장하는 것도 대수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정감록’의 예언은 1894년에 발발한 청·일전쟁과 무슨 관련이 있을 것만 같다. 1894년 7월 하순 일본군함은 인천 앞바다에 정박하다가 아산(牙山)·풍도(豊島)로 내려가 청의 해군과 한바탕 싸웠다.‘정감록’에 나오는 인천 앞바다 운운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격전지 아산과 풍도는 바로 예언서에 언급된 남양의 코앞이다. 그 뒤 일본군대는 천안 부근의 성환(成歡)에서, 같은 해 9월에는 평양에서 청나라와 싸워 대승을 거뒀다.‘정감록’에 나오는 안성, 죽산 등도 실제의 전쟁터 성환에서 멀지 않다. 근대식 무기가 동원된 청·일 양국간의 살벌한 전투 장면을 지켜보면서 민중은 공포에 떨었고 이것이 다소 과장된 형태로 ‘정감록’에 아로새겨졌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한 가지 다른 가능성도 있다.19세기 후반부터 한국에는 ‘서양오랑캐’의 침략을 두려워하는 위기의식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1840년 여름, 영국은 4000명의 병력으로 중국의 다구·톈진(天津)을 위협하였고, 이듬해에 다시 1만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물밀 듯 난징(南京)으로 쳐들어갔다. 아편전쟁의 놀라운 소식은 연달아 한국에 알려져 조정은 물론 민심마저 발칵 뒤집혔다. 외침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1866년 프랑스 함대가 병인양요(丙寅洋擾)를, 불과 5년 뒤인 1871년에는 미국함대가 쳐들어와서 신미양요(辛未洋擾)를 일으켰다. 흥선대원군은 당황한 나머지 전국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워 외국과 교섭을 전면 금지했지만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감 속에서 각종 소문과 예언이 유행했다. 갑자기 1000척의 배가 쳐들어와서 수도권을 피바다로 만들어놓을 것이라는 예언은 19세기 후반부터 민중을 떨게 했던 전쟁공포증의 흔적일 것이다. 거기에 청·일전쟁의 집단기억이 덧칠되었다고 보면 무리가 없겠다. ●‘정감록’에 숨겨진 비밀을 읽는 법 10년쯤 전이었다. 역사에 나타난 한국인의 이상세계를 탐구하던 내 눈길이 예언서 ‘정감록’에 닿았다. 한국역사상 대표적인 예언서라면 다들 ‘정감록’을 첫손가락에 꼽았기에 그 책을 끌어당겼던 것인데 실망이 컸다. 거기에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도 없었고, 성경이 약속하는 새 하늘과 새 땅 같은 것도 안 보였다.‘정감록’에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서술은 없고 대신 알쏭달쏭한 표현만 단편적으로 눈에 띄었다. 하지만 거듭 읽을수록 그게 아니었다. 나는 ‘정감록’이 지닌 독특한 역사적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마침내 ‘정감록’에는 비밀스러운 문화의 코드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정감록’의 한 줄 한 줄은 수천년 동안 생성된 우리 역사와 문화의 나이테였다. 민중은 공포와 절망에 떨면서도 예언 가운데 희망의 빛을 감춰두었던 것이다. ‘정감록’의 문화적 코드는 예언서를 예언서로서 바라보는 편협한 눈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 내 생각으로는 자구의 해석에 매달릴 경우 ‘정감록’은 그저 단편적이고 무질서할 수밖에 없다.‘정감록’을 읽는 옳은 방법은 그게 아니라고 믿는다. 역사의 앞뒤를 재고 정치와 문화를 하나로 뚫어서 읽을 때, 그 비밀스러운 코드는 비로소 풀릴 것이다. ‘정감록’의 밑바탕에는 풍수지리설과 선천후천 교대설(옛 세상이 끝나고 이제 곧 천지가 개벽한다는 주장)이 있다. 맥맥이 흐르는 미륵신앙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감록’은 한국문화의 젖줄이다. 따지고 보면 동학, 증산도, 원불교와 같은 근현대 한국의 신종교도 ‘정감록’으로부터 생명수를 제공받은 셈이었다. ●‘정감록’과 김지하 ‘정감록’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현대 한국의 지식인 몇몇도 오래 전부터 ‘정감록’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시인 김지하다.‘오적’이란 시를 비롯, 군사독재에 목숨 걸고 맞서 싸운 그의 투쟁담은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김지하는 사상적으로도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생명이니 살림이니 하는 토종의 생각으로 서양의 다양한 철학과 주의 주장을 아우르고 싶어했다. 그런 김지하가 ‘정감록’을 즐겨 인용하였다면? 김지하는 사실 ‘정감록’을 본떴으며,‘정감록’의 정수를 꿰뚫어 보았다. 이 말이 쉽게 믿기지 않을 사람도 있을 테니 그 이야기를 좀더 해보겠다. 김지하의 책 ‘말뚝이 이빨은 팔만사천개’의 ‘오행’이란 시가 앞서 살핀 ‘정감록’의 예언과 매우 비슷하다. 그 해 여름 복중 큰 눈이 내리고, 큰물이 지고, 큰 흉(凶)이 들고 안성과 죽산(安竹)과 수성과 당성 사이(隨唐間)에 굶어죽은 송장이 산처럼 쌓이고 비석이 땀을 흘리고 우물에 피가 솟고 대꽃이 피고 운운. 여기서 김지하는 전쟁의 참혹상을 흉년의 비극으로 바꿔놓았지만 지명도 그대로 두었고 얼개도 ‘정감록’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앵적가’의 경우는 더 심하다. 안성과 죽산 사이에 시체가 산처럼 쌓일 것이며 하는 식으로 그는 말을 이었다. 김지하의 패러디는 계속된다.‘이 가문 날에 비구름’에서는 아예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정감록’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했다. 이 작품은 동학의 역사를 한 편의 유장한 시로 풀어낸 것인데,‘정감록’을 빌려다가 최제우가 동학을 개창하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왜 김지하는 ‘정감록’을 자꾸 빌려다 썼을까. 단순히 그 예언서의 몇 대목에 관심을 둔 것일까, 아니면 ‘정감록’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 큰 매력을 느낀 것일까. ●‘정감록’이란 민중의 밥그릇 ‘정감록’을 이야기하다 보면 문득 정경모란 이름도 생각난다. 그는 80년대 중반 운동권의 필독서였던 ‘찢겨진 산하’의 저자로, 남북통일에 관한 이론가로도 유명했다. 그가 일본에서 발간한 잡지 ‘씨알의 힘’에는 ‘삼선각 운상 경륜문답’(‘찢겨진 산하’의 저본)이 실려 있다. 정경모는 그 글에서 민족지도자 김구, 여운형 그리고 장준하 세 사람이 천상에서 만나 민족의 미래를 논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마치 ‘정감록’에서 정감, 이심 및 이연이 금강산 비로봉에 앉아서 나라의 운명을 논의하는 장면과 흡사하다. 정경모와 김지하가 ‘정감록’의 형식과 내용을 빌린 것은 우연이었을까? 그들은 민중의 입장에서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염려한 사상가 또는 운동가였고, 그 점이 ‘정감록’을 대한 그들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 같다. 그들로서는 ‘정감록’에 담긴 예언의 내용 못지않게 지난 수백년 동안 민중이 사용해온 비밀스러운 화법을 터득하고 싶었을 것이다. 예언서가 그렇듯 민중은 겉으로 절망을 말하면서도 희망의 씨앗을 남몰래 감춰두고 싶어했다. 김지하 등은 그 점을 간파하였다고 할까. 그런 그들에게 ‘정감록’은 일종의 교과서였을 것이다. 민중의 편에 선 지식인들은 실의에 빠진 민중을 고무하고 싶었고 따라서 민중의 혀로 말하는 법을 배우려 애썼다고, 그렇게 믿어진다. 조선 후기부터 오랜 왕조정치에 염증을 내고 있던 민중은 ‘정감록’ 이야기로 수군거렸다. 잊을 만하면 ‘정감록’을 매개로 한 역모 사건이 터졌다. 그 때마다 수십 또는 수백명의 연루자가 붙잡혀 가 매를 맞고 더러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가기도 했다. “이제 얼마 안 가서 양반들의 조선이 영영 망하고 말 것이다. 천지개벽하면 시쳇말로 개똥쇠에 불과한 이 몸도 운대가 풀릴 것이다.” 민중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움켜잡는 심정으로 예언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으리라. 집권층의 입장에서 보면 ‘정감록’은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불온서적이었다. 그래서 금서로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정감록’은 합법적으로 출판되지 못한, 그러나 전대미문의 베스트셀러로 남았다. 일제시대까지도 그 인기는 여전해 ‘정감록’이 점지한 길한 땅을 찾아 수만명이 정든 고향을 버렸다. 일제시대 계룡산자락에는 불과 수년새 작은 읍 하나가 들어설 정도였다. 무수한 민중이 한 글자씩 ‘정감록’의 예언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난세에 살아갈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김지하가 ‘정감록’을 방불케 하는 담시를 연달아 지은 것도 민중의 마음에 희망의 싹을 틔울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정감록’은 예나 지금이나 기댈 곳이라곤 전혀 없는 민중의 희망을 퍼 담는 밥사발이다. ● 정감록이란 조선후기부터 유행한 대표적인 예언서이다. 정도전, 정여립 등이 저자란 설이 있지만 불분명하다. 영조 때 실록에 처음 등장한 뒤 조정의 금령으로 출판, 소지 및 독서가 일체 금지되었다. 지배층에게는 혹세무민의 황당한 책, 민중들 입장에선 위로와 희망의 터전이었다. 곧 조선왕조가 망한다, 살아남으려거든 복된 피난처로 가라, 정씨(鄭氏) 진인(眞人)이 와서 새 왕조를 연다는 것이 예언의 골자다. 조선후기에 일어난 수많은 역모사건과 19세기 말 동학농민운동도 이 책의 영향을 받았다. 수십곳에 정감록촌이 들어섰고, 수천의 신(新)종교단체가 등장했다. 겉보기엔 정감(鄭鑑), 이심(李沁), 이연(李淵) 3인의 엉성한 대담집인데, 풍수지리설·해도진인설·미륵신앙 등이 저변을 흐른다. 그들의 대화엔 은어(隱語)가 많아 해석이 안 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제목은 달라도 내용이 엇비슷한 온갖 예언서를 ‘정감록’이라 부르기도 한다. ■ 백승종은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現 푸른역사硏 소장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독일 괴팅겐 막스·플랑크 역사硏 초빙교수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원 초빙교수 ●진단학회 총무이사 ●저서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돌베개,2003년)‘그 나라의 역사와 말’(궁리,2002년)‘아버지 난 누구에요’(궁리,2001년)등 다수.
  • [사설] 책 안 읽는 사회엔 미래 없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03년 국내에서 나온 새 책은 총 7800만권(만화 제외)으로, 외환위기 사태 직전인 1997년 출판량의 41.4%에 그쳤다고 한다. 불과 6년새 출판물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사회과학 서적의 신간은 10분의1 이하로 줄어든 현상을 대하면서 이러다가 우리 사회의 지식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첨단 미디어매체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영상물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지만, 한 사회가 개발·축적한 지식과 감성의 전달수단으로 책만큼 유효하고도 간편한 것은 아직 없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누구라도 입만 열면 ‘지식기반 사회’라느니,‘콘텐츠가 경쟁력’이라느니 지식과 창의력을 강조하는 시대이다. 그러면서도 막상 그 원천인 책을 홀대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정부나 관련업계, 사회단체들이 앞장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 하나하나, 나아가서는 가정이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 자녀에게 독서를 강요하지만 말고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사주면서 자신이 볼 책도 함께 고르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가장 효과 있는 교육인 것은 독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시대 한 사회의 경쟁력은 다양한 지식의 축적과 이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서 나온다. 그 바탕이 되는 독서는 이제 개인 취미의 차원을 넘어서는 생존의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 [창업플러스] 국어전문학원 지사 모집

    논술·독서 등 학습지 업체인 ㈜글사임당은 국내 처음으로 국어전문학원 지사를 모집한다.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설명회를 갖는다.(02)1577-3455.
  •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흔한 풍경/김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흔한 풍경/김미령

    흔한 풍경김미령 시청 앞 작은 연못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비단잉어가 산다몰락한 귀족처럼 느릿느릿 헤엄치면양귀비꽃 수면에 비쳐온다우리는 그걸 주홍빛 슬픔이라 부른다 허기진 햇빛이 정수리 위에 어른거린다메마른 광장의 오후 2시가 아가미 속을 들락날락하는지루한 염천(炎天)의 대낮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벽을 두드려보듯 지느러밀 움직여물의 파동을 느껴본다배에 와닿는 물의 감촉이 따스하다 눈앞이 침침해지고부터는 소리에 집착하게 된다 좁고 가늘어진 바람소리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무수한 소문들이 물기를 머금고 부풀었다 사라진 벤치에빈 종이컵이 실신할 듯 입벌리고 있다 새우깡을 무심히 던지던 손이 오래 들여다보고 있었던 건 무엇일까生의 마지막 들숨을 쉬듯 물위로 솟구칠 때 무심코돌아서던 누군가의 하얘진 귓불을 보았을 수도 그때 잠깐 흔들린 듯눈을 깜빡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서로가 엿본 것은 아무 것도 들킨 것 또한 아무 것도 없다 다만 그 동안에도애초에 누구의 관심거리도 아니었다는 듯개미들이 떨어진 여치 다리를 십자가처럼 옮기고 있었고체인을 오래 매만지고 있던 자전거 옆으로 은색 승용차가서류뭉치를 신생아처럼 안고 급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모두 외로움을 흙먼지처럼 껴입고 있지만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벤치 밑에 조금 구부러진 쇠뜨기풀이 다시 일어서는 동안내 어슬렁거림은 어떤 사소함에 비유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 속에서도무언가에 열중하는 순간 누구나제 몸에 딱 맞는 표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므로 모두 서로에게 그림 속 배경일 뿐이라는 듯과자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 시 당선소감 막 외출하려던 참에 옷장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를 깜빡 잊고 나가려던 참인데 간신히 받은 전화 속 상대방은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였다! 나는 실감을 도둑맞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했다. 무슨 일의 ‘기미’는 그렇게 희미하게 온다. 시가 내게 오는 방식도 그러하다. 시의 기미를 다행히 감지했을 때 나는 납작하게 엎드려 코를 벌름거리며 그 냄새의 방향과 거리와 크기를 탐색한다. 그리고 그것의 실체를 확실히 기억해둔 뒤에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유유히 사라진다. 며칠동안은 부단히 그 실체의 환영에 시달리다가 내림굿을 받듯 어느 날 정신없이 받아 적곤 한다. 그러나 날것의 실체를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해 좌절을 맛보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보편성에 관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감동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한 감정들을 아름다운 충격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부터 내 시 쓰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아웃사이더 같던 내 말들과 행동이 조금씩 보편성을 찾아가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가 나를 세상에서 구원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시가 내 속에서 나를 구원해 줄 것이라 확실히 믿고 있다. 오래된 일기장들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며 시 비슷한 것을 끄적거리기 시작한 10년 전 일이 생각난다. 그때 내 시를 처음 읽어봐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 남송우 교수님, 한동안 외면했던 시를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시기에 훌륭한 스승이셨던 손진은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든든한 후원자인 남편과 철의 여인 엄마, 가족들, 또 함께 기뻐해 준 선화, 희경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약력 1975년 부산 출생 부경대 국문학과 졸업 ■ 심사평 예심을 거쳐 두 선자에게 전해진 작품들은 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응모작들에 결정적인 그 무엇이 모자란다는 인상을 주었다. 발상의 참신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흔히 언어의 밀도가 따라주지 않았고 감각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품은 호흡이 짧다는 인상을 주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정신을 엿볼 수 있는 패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아쉬움을 주었다. 치열함이나 당돌함이 제거된 시적 수련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상념에 젖게 했다. 결국 선자들은 최종적으로 당선권에 근접했다고 여겨지는 네 명의 응모자의 작품을 추려내 논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김미령의 ‘흔한 풍경’이 마지막으로 낙점을 받게 되었다. 얼핏 보아서 무더운 날의 나른한 도시 풍경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별 무리없이 부각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흔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 현실의 단면에 대한 담담한 소묘가 돌연 삶의 무상함을 환기시키는 절실성을 획득하고 다가온다.“공중에 박음질하듯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나 “보이지 않게 어긋나도록 돼 있는 정교한 교차로 같은 일상”같은 표현도 대범하게 씌어진 듯하지만 응모자의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함께 투고한 다른 작품들도 다 일정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어 한층 믿음이 갔다. 앞으로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세계의 구축에 보다 신경을 쓴다면 한 뛰어난 신인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 가운데 김영수의 ‘들키지 않은 걸음걸이’나 ‘어두운 독서’는 선자들을 오랫동안 망설이게 했다. 시에 담긴 사유의 깊이가 만만치 않았으나 그것이 시를 너무 건조하게 만든 감이 있고 불필요한 추상어의 남발도 거슬렸다. 이밖에 ‘오징어 등불’을 투고한 이병일과 ‘사나운 연어떼가 밀려갔다’의 박성현도 숙련된 솜씨를 선보이고 있지만 충분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하고 다른 응모자들에게도 분발과 정진을 부탁드린다. 김명인·남진우
  • 논술·영어 두토끼 영화로 잡는다

    논술·영어 두토끼 영화로 잡는다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많다. 물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데 시간을 우선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남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머리도 식히고 교양도 넓히는 한 가지 방법이 영화감상이다. 좋은 영화를 보고 느낌을 정리해 봄으로써 독서를 하고 감상문을 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영화도 천차만별이다. 얼마나 좋은 영화를 고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비디오 가게에서 잘 팔리는 영화를 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영화 리스트를 미리 뽑아두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감상하는 계획을 짜야 한다. ●10여편 정도 계획 세워야 우선 방학 동안 볼 영화 목록을 작성한다. 주당 1∼2편 정도 본다고 생각해 10여편이 적당하다. 독서와 달리 보는 양과 교육 효과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편을 보더라도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교훈을 담고 있거나 주제가 무거운 영화를 고를 필요는 없다. 영화를 통한 학습은 본인의 관심과 일치할 때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배문고 김보일 교사는 “액션 영화에서도 관점에 따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지나친 흥미 위주의 선택은 곤란하지만 꼭 어려운 영화를 고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권장 영화를 중심으로 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 서울 YMCA ‘건전 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건비연)은 방학마다 ‘청소년을 위한 좋은 비디오(표)’를 내놓는다. 이를 중심으로 관심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주제별로 선정하는 방법도 있다. 평소 관심있는 주제를 담은 영화를 통해 배경 지식과 다양한 관점을 습득할 수 있다. 특정 감독이나 배우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감상을 공유·비교하는 것이 중요 영화를 본 다음에는 반드시 그 느낌을 적어본다. 이렇게 함으로써 영상과 소리 등 감각적으로 받아들인 내용을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감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평가가 다른 사람과 다를 때 그 이유를 설명해 봄으로써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혼자 영화를 봤다면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비교해 본다. 서울 YMCA 건비연의 강세형씨는 “사회정서에 다소 위배되는 부분을 갖고 있는 작품이라도 쟁점 과제를 분명히 해 토론 주제로 삼는다면 청소년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주제별로 영화를 선택했다면 영화 감상 후 궁금한 점이나 관련지식을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보충한다. 이를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학습은 물론 자신감도 갖게 된다. 감독을 중심으로 영화를 선택했다면 가장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을 선택, 그 이유를 적어 봄으로써 비판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영화로 영어공부도 혼자 영화를 선택하고 감상을 정리하는 것이 다소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영화를 통해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한편이라도 꼼꼼하게 본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먼저 한글 자막을 가린 다음 10여분 동안 보게 한 다음 이야기를 유추하게 한다. 이후 영어 자막을 보여주면서 따라하게 하고 뜻을 말하게 한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부모와 함께 사전을 찾아보면서 공부한다. 영화를 통한 영어 교육으로 잘 알려진 이화여대 강사 박경난씨는 “많은 부모들이 어린 나이에 영화를 많이 보여주면 혹시 중독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서 “음악이 나오면 같이 춤추거나 노래를 하고 등장 인물과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등 영화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영어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영화가 이런 학습법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아이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재미와 교육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좋다. 박씨는 초등학교 1학년에게는 월트디즈니의 ‘정글북’을,2학년에게는 유니버설 스튜디어의 ‘베토벤’을,3학년들에게는 드림웍스의 ‘슈렉’ ‘신밧드의 모험’, 폭스의 ‘나홀로 집에’ 등을 추천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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