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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場4色 공연 한마당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4場4色 공연 한마당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가을은 독서가 아니라 공연의 계절로 삼아 봄직하다. 대형 공연 예술 축제가 줄지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에서는 9개국 국·공립 공연단체가 참가하는 2010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10월30일까지)을 시작으로 서울연극올림픽,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대학로소극장축제 디 페스타가 이어진다. 서울연극올림픽(9월24일~11월7일)은 1995년 시작된, 세계 연극 거장을 만날 수 있는 올림픽이다. 로버트 윌슨(미국), 스즈키 다다시(일본),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 등 세계적 연출가들로 구성된 연극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시한 주제에 맞춰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1회 그리스 대회 때의 ‘비극’, 일본대회 때의 ‘희망만들기’, 러시아에서의 ‘민중극’, 터키에서의 ‘경계넘기’에 이어 5회 한국 대회에서는 ‘사랑(Sara ng): Love and Humanity’가 주제로 잡혔다. 녹음된 자신의 음성과 대화하면서 극을 진행하는 1인극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24~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일본 전통예술과 서양 신화를 접목한 ‘디오니소스’(25~26일 명동예술극장), 입센의 작품을 인도식 상징주의로 풀어낸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10월22~2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등 정상급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또 유럽연극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토마스 오토마이어의 ‘햄릿’, 파지르 국제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이란 작품 ‘침묵 파티’ 등 모두 40여편이 공연된다. 연극 팬들을 위해 30~40% 할인해 주는 패키지 티켓도 마련됐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theatreolympics.or.kr)나 (02)747-2901~3. 10주년을 맞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10월2일~11월14일)는 해외공연을 국내에 소개하는 것보다 국내 공연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젊은 연출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얘기다. 이런 의도가 반영돼 28개 출품작 가운데 프랑스와 공동제작한 이오네스코 ‘코뿔소’ 등 해외팀과 공동연출한 작품이 모두 8개에 이른다. 또 마이클 잭슨의 춤을 되살린 김윤정의 ‘문워크’ 등 다양한 무용작품도 즐길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홈페이지(www.spaf.or.kr)나 (02)3673-2561~4. 소극장축제 디 페스타(10월22일~11월7일)는 말 그대로 공연 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소극장들의 축제다. 극단 연우무대의 ‘극적인 하룻밤’, 극단 미소의 ‘돼지 사냥’, 극단 드림의 ‘경로당 폰팅사건’ 등 위트 넘치는 국내 창작극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공연일정 등은 홈페이지(www.dfesta.co.kr)나 (02)741-4188. 이 밖에 틈새시장을 노린 공연 축제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0페스티벌 場’(9~25일)은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내세웠다. 가령 ‘죽음에 이르는 병’은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해외에서 널리 인정받은 양혜규의 설치 작품에다 아나운서 유정아의 마르그리트 뒤라스 문학작품 낭독을 묶었다. ‘프라이빗 컬렉션’ 역시 독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최찬숙과 육체성을 강조하는 극단 몸꼴이 함께 작업한다. 연극은 물론, 무용,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굿 등 동서양의 온갖 장르를 다 섞어 이질적인 것의 충돌과 조화를 시도한다. (02)6711-1400.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리는 국제장애어린이축제(10월8~9일)도 챙겨볼 만하다. 장애인이 직접 출연하는 오스트리아 극단 메자닌의 ‘초콜릿 파이’를 비롯, 장애어린이의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극 ‘수호천사 미미’, 자폐 아동을 위한 예술치료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 규모는 3000명 안팎으로 선착순 마감이다. 예약은 (02)2234-4036.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Focus] 우리 區도서관 생활속으로

    [서울Focus] 우리 區도서관 생활속으로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자치구마다 대중 속으로 좀더 가깝게 찾아가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변신이 한창이다. 집에서 10분거리의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지하철역에 무인대출 반납 서비스는 물론 북공원(book park)을 통해 도서열람, 스토리 텔링 프로그램까지 선보여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은평구 국내 첫 무인도서예약대출기 확대가동 도서를 지하철역이나 가까운 구립도서관에서 대출받고 반납하는 서비스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곳은 은평구다. 2008년 5월 녹번지하철역에 무인도서예약대출 반납기를 설치한 이후 지난해 3월 DMC역 및 구파발 지하철역에 추가 설치했다. 올해는 상림마을작은도서관, 신사어린이도서관 등을 은평구 공공도서관 3곳과 연계, 모두 8곳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은평구의 ‘책 단비 서비스’는 은평구립도서관 등 각 구립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은평구 공공도서관이 소장한 20만여권의 책 중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 이용이 편리한 도서관이나 지하철역에서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어 시간에 쫓기는 주민들에게 그야말로 단비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월 평균 1200~1500여명이 이용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강동구의 경우도 올해 지하철 5·8호선 천호역에 4만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해공도서관과 연결된 무인 도서대출반납기를 설치한 바 있다. ●강북연내 구 U도서관 14곳 구축 강북구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책을 신청하는 ‘유비쿼터스(U) 도서관 시스템’을 연말까지 구축한다. ‘유비쿼터스 도서관 서비스’는 최신 무선인식 기술에 의한 것으로 24시간 무인예약 도서대출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공공도서관의 도서검색 등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미래형 도서관 기능을 갖춘 시스템이다. U-도서관 서비스 사업이 구축되면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도서 대출 예약을 할 수 있으며 지역내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강북구는 8월부터 집에서 10분거리 풀뿌리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14개 마을문고(작은 도서관)와 공공도서관의 자료를 공유하고 대출하는 U도서관 사업구축에 나섰다. 국비 4억원·구비 1억 5000만원을 들여 도서의 대출·반납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완비하는 것. U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광주시 2개 도서관과 서울시 소재 4개 도서관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하는 사업이다. 강북청소년문화정보센터를 비롯, 솔샘, 송중, 수유문화정보센터 등 4개 센터 모두 강북구 소속 도서관이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생활속의 도서관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통해 누구나 쉽게 책과 친해졌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마음이 황폐화되어 가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구가 자체개발한 T&B(T-money and book)시스템을 문화정보센터의 도서대출·반납에 활용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민이 소지하고 있는 교통카드나 신용카드, 휴대전화를 활용하여 회원가입에 따른 별도 신규카드 발급없이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회원카드를 여러 장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없애고 예산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서대문구 북파크 운영… 찾아가는 서비스 서대문구는 독립공원과 안산 만남의 광장에서 친환경 북파크를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책수레(간이도서 이용코너)를 통해 책을 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대문구립이진아 기념도서관 직원과 동화 구연 경험자 등 전문인력(2명)을 고용해 공원 산책을 나온 주민이나 도서대출자를 대상으로 스토리 텔링(책 읽어주기)을 하고 있다. 독립문역 독립공원(화~금요일)에는 400여권이, 안산 만남의 광장(화~토요일)에는 350권정도 비치돼 있으며 평균 이용권수는 보통 70여권정도이며 당일 반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안산을 문학산책길로 조성하려고 준비 중인 문석진 구청장은 “도서관까지 찾아오기 힘든 노인이나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독서문화와 여가생활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도서관도 이젠 앉아서 기다리는 서비스보다 미래를 나누기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하동서 이병주·박경리 숨결 느끼세요

    이병주 선생의 ‘지리산’과 박경리 선생의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에서 두 작가를 추모하고 그들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제가 10월까지 잇달아 열린다. 하동군은 1일 북천면 이병주 문학관에서 오는 16~18일 ‘2010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병주 선생 추모식을 시작으로 이병주 문학의 밤 기념공연, 전국학생 백일장·논술대회, 해외작가 초청강연, 문학 낭독회, 이병주 국제문학상 시상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10월8일부터는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2010 토지문학제’가 3일 동안 열린다. 평사리문학대상과 청소년문학상 시상, 최참판댁 전통혼례, 토지백일장, 전국 토지 독서토론회, 소설 토지 낭송대회와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토지문학제 기간에 최참판댁 앞 평사리의 넓은 황금 들판에서는 허수아비 전국 콘테스트가 열린다. . 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창의교육…아이폰에서 노벨상까지] (6)수학·과학에서 창의력 교육은

    [창의교육…아이폰에서 노벨상까지] (6)수학·과학에서 창의력 교육은

    “라듐의 과학사는 아름답습니다.” 4년 동안 7t의 피치블렌드를 부수고 끓여서 라듐 0.1g을 얻어내 노벨상을 받은 퀴리 여사가 한 연설의 일부이다. 최근 인성교육의 모델로 떠오르는 지리산고의 박해천 교장은 “아름답다는 말을 한 학생이 어른이 되면 창조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풍광이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에 개교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탐구하도록 하는 원천이다. 스마트폰에 몰려드는 앱 개발자, 특히 무료로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개방하는 개발자를 보면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대한 욕구는 전염성도 강하다. 세계 각국이 창의·인성 교육을 미래교육의 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이 교육이 즐거움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창의·인성 교육 현장을 탐방해 온 서울신문은 앞으로 3회에 걸쳐 과목별·나라별 현실에 맞는 창의·인성 교육방안을 탐구한다.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주입식·줄 세우기 풍토가 만연한 국내 교육 현실에서 이 질문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대박’을 터뜨리거나, 튀는 언동으로 일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융화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곤 했다. 특히 창의성을 발휘해 젊은 나이에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소개될 때에는 창의성이 줄 세우기 교육의 맨 꼭대기에 놓인 가치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적인 영역에서의 창의성 교육은 ‘영재교육’이라는 이름과 동급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창의·인성 교육’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았다. 창의 교육을 특수한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일반적인 교육의 목표로 규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상적인 교실에서 창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졌지만, 여전히 목표와 방식에 대한 이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KAIST 부설 핵과학영재학교 강정하 박사는 창의적인 과학자 10명을 선정, 창의성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관심 분야에 대한 학습이나 독서를 통한 체계적 지식 ▲실제 경험을 통한 실제적 지식 ▲변화하는 세상을 예의주시해 얻게 되는 새로운 정보 등의 축적 등을 창의적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품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의적인 학자들은 선택한 과제를 창조적으로, 또는 세계 최초로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목표가 분명했으며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들은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집중했는데, 이는 일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강 박사는 또 “학자들은 경험에서 얻게 되는 조각지식들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원천으로 쓰는데, 이것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사고를 통해 조화로운 형태를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머릿속에 실험실을 차려 놓거나 꿈에서 도면을 완성하는 식의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때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과제에 도전하게 되면 일을 끝마칠 때까지 발휘하는 자기조절력”을 창의성의 특징으로 꼽았다. 창의적인 과학자들은 ‘자발적인 즐거움’을 재료로 삼아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에도 과제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과제에 일관되게 집중하는 ‘자기조절력’이나 ‘성실함’은 주입식·암기 위주 교육체계에서도 존중받는 덕목이다. 그렇다면 주입식 교육에서 창의적인 교육으로 옮겨가는 이유가 어려운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교대 박만구 교수는 ‘태도’에서 원인을 찾았다. 박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 수학·과학 평가에서 높은 성취도를 거두어 왔고, 이를 두고 수학 교육이 잘되어 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에 있어서는 매우 낮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학의 경우 현행 교과서 문제들이 이전 교과서에 비해 개선되긴 했지만, 학생들의 수학적 창의성을 효과적으로 신장시키기에는 너무나 ‘교과서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문제풀이 방법을 나열한 방식이 수학을 ‘암기과목’처럼 만든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는지 ▲만일 다른 방식을 쓴다면 어떻게 될지 ▲너라면 무엇을 하겠는지 등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채택될 수학 교과서에서는 한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 해법을 요구하는 문제도 삽입되어 있다.”면서 “이런 식의 교육과 함께 실생활적인 요소를 함께 고려해 수학적인 창의성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극장에서 먹는 팝콘 용기의 부피를 계산하는 수학 활동을 한 뒤 크기와 가격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연결, 마케팅 원리와 결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제풀이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르치고 실생활과 연결한 문제풀이를 지향하는 게 도움이 되기는 과학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 광명시의 광문초 김정선 교사는 “초등학교 과학 수업에서도 개방적이면서 학생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과 결정권이 부여되는 문제중심 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그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문제를 파악하고 스스로 해결하면서 학습 목표에 대한 인식을 보다 분명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BOOK&, 독서문화 확산 도움 기대/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옴부즈맨 칼럼] BOOK&, 독서문화 확산 도움 기대/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 교수

    신문산업의 위기를 해석하는 여러 가지 징후 중에 가장 설득력이 높았던 것이 읽기 문화의 쇠퇴이다. 선생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대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점과도 통한다. 여기서 언급한 책이란 양서를 의미하는 것이며, 물론 각종 시험에 필요한 교재나 참고서를 포함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이같은 독서실태는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물론 독서를 위한 각계 지식인들의 성찰과 언론을 비롯한 사회적인 관심도는 분명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의 독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차지한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의 독서실태에 대한 어느 조사에 의하면, 참고서와 교과서를 제외한 일반도서의 경우 전혀 읽지 않았다는 응답이 15%였으며,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는 응답도 과반수 이상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을 하기 위해, 그리고 TV 방송을 보느라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지배적이었다. 인터넷과 영상미디어 등을 단순히 독서에 위협적인 존재이며 서로의 파이를 빼앗는 대립적인 관계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미디어 특성에 따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더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관계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이들 미디어를 선호하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상미디어를 독서의 자극제로 활용하고 흥미 유발을 통해 독서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모든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독서증진 활동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서울신문의 ‘BOOK &’는 독서증진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신문에 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간들에 비교적 흥미롭게 접근하고 있었다. 지난 28일 자 21면에서는 김두규 교수가 저술한 ‘조선 풍수, 일본을 논하다’, 구갑우 교수 등이 쓴 ‘좌우파 사전’,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석학 곰브리치가 지은 ‘곰브리치 세계사’ 등이 신간으로 소개되었다. 문제는 책의 선정 과정이다. 공교롭게 이날 소개된 저서들은 대부분 다른 일간지의 서평란에서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시의성이 있고 정말로 좋은 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영업력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내용을 보면 나의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듯이 다른 신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매주 모든 신문에서 일어나고 있다. 결국 독서의 중요한 매개체인 신문의 신간소개 내지는 서평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독서는 창의성 계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간접 경험을 통한 상상력, 이해력,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독서 장려보다는 학습지나 과외교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많이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학습능력이 향상되며, 역사나 외국의 문화 등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즉, 독서는 두뇌를 계발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므로 독서 분위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서 신문의 신간소개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 소개의 다양성이 요구되며, 아울러 좀더 나은 편집과 풍성한 내용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책을 읽고 싶지 않을까. 신간소개면이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로 채워져서 읽기 문화 확산에 일조하길 기대한다. 읽기 문화 캠페인의 목표는 독서가 왜 중요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독서를 서로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신문 읽기를 통한 읽기 문화의 확산으로 우리의 지적 경쟁력을 높여 나갔으면 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처럼, 독서를 생활화하는 풍토를 만드는 데 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 “전자책이 독서시간 늘린다”

    미국에서 아마존 킨들과 애플 아이패드 등 전자책을 구매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종이책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마케팅 앤드 리서치소스’가 최근 전자책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독서 시간이 더 늘었다고 답한 반면 줄었다는 사람은 2%에 불과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거의 비슷하거나 변함없었다. 앞서 지난 5월 소니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5%가 전자책을 사용하게 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독서를 할 것 같다고 밝혔었다. 실제 미국출판인협회(AAP)는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전자책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3%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또 포레스트 리서치사는 다음 달 말까지 1100만명의 미국인이 최소한 1개 이상의 전자책을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시대 아픔 새겨진 책벌레 ‘독서일기’

    “나는 단지 글자를 읽었을 뿐인데, 글자는 늘 내 마음과 머릿속을 세차게 휘젓곤 했다. 책은 피로에 지친 나를 덮어주는 따뜻한 담요였고,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천막이었고, 아주 가끔은 모닥불이었고, 때로는 등불이기도 했으며, 언제나 의지할 기둥이었으며, 책 속에 빠져 있던 시간은 혼자만의 잔치판이기도 했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최성각 지음, 동녘 펴냄)는 ‘책벌레’를 자처하는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55)의 독서 잡설이다. 최성각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20대에는 탄광촌에서 교사로 일했다. 시민운동의 하나로 ‘환경책 큰잔치’를 기획했으며 2003년부터 고향이기도 한 강원도 산골짜기에 ‘풀꽃 평화연구소’를 개설해 거위를 키우면서 어설픈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쓴 서평집은 많이 있지만 최성각의 책은 확연히 다르다. 단순히 책 속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이 아로새겨져 있는 데다 이것이 저자의 삶과 어우러져 큰 울림을 준다. 활발하고 잘 쓰인 문학에 관한 산문집이자 우리 시대의 삶이 녹아 있는 사회비평집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자취방에 엎드려 흐느껴 울”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저자의 청춘을 지탱해준 책으로 엮어졌다. 1부 제목도 그래서 ‘쓸쓸한 젊은 날, 겨우 책으로 버텼다’이다. 헨리 조지의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 월북작가 이태준의 ‘밤길’,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등을 소개한다. 2부 ‘시대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를 통해서는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을 비판한다. 4대강을 개발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나라 산천은 당신 것이 아니다.”라고 크게 꾸짖고 삼성에는 “범죄 집단”이라고 거침없이 질타한다. 늘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행복은 경제 성장과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고 일깨워주기도 한다. 3부 ‘우리에겐 바로잡을 시간밖에 없다’에서는 15년간 환경운동, 생태운동을 해 온 그가 환경과 생태에 관한 좋은 책을 엄선해 실었다. 능지처참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허균은 “만 권 서책 사이의 좀벌레가 되고 싶다.”고 했단다. 책을 읽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성각의 ‘바른말’이 무척 재미있을 것이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듣는 역사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석학 에른스트 H 곰브리치(1909~2001)의 ‘서양미술사’는 32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600만부 이상 팔렸다. 지금도 미술관 순례가 많은 유럽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꼽힌다. ‘곰브리치 세계사’(박민수 옮김, 비룡소 펴냄)는 곰브리치가 청소년을 위해서 쓴 세계사 입문서다. “모든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란 말로 시작한다.”로 말문을 여는 이 책은 1936년 초판이 나왔다. 곰브리치의 역사관은 “역사를 거대한 시간의 강물에 견줄 때 아주 작은 물방울에 불과한 개인의 삶들이 인류의 역사를 이룩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들 가운데 어떤 것이 대다수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쳤으며 우리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란 단순한 물음에서 곰브리치는 세계사의 의미를 찾았다. 원시 인류의 등장부터 문자의 탄생, 여러 종교의 발전, 신대륙 발견, 산업 혁명,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 세계사의 흐름을 쉽고도 자상하게 들려준다. 막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독일의 나치는 초판이 나온 ‘곰브리치 세계사’를 금서로 지정했다. ‘반유대적 동기가 아니라 평화주의 관점을 가졌다.’는 어이없는 이유에서였다. 전쟁이 끝나고서 금서에서 풀린 ‘곰브리치 세계사’는 1985년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저자가 직접 겪은 제2차 세계대전과 중국 역사 등을 추가했다. 예술사를 연구한 곰브리치가 세계사 책을 출간한 까닭은 그의 손녀 레오니 곰브리치가 설명해 준다. 곰브리치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을 내고 싶어하는 책 편집자였던 친구와 연이 닿았다. 박사 논문을 쓰기에 지쳤던 곰브리치는 친구의 어린 딸과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학문적 글쓰기에 싫증 났던 그는 이 편지를 무척 즐겼다고 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복잡한 전문 용어가 아닌 쉬운 말, 총명한 아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곰브리치는 어려운 학문 주제를 어린이에게 편지로 쉽게 설명했다. 이 편지는 편집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90년대 들어 저서를 영어로 번역하게 된 곰브리치는 손녀에게 “‘곰브리치 세계사’를 다시 읽어 봤더니 정말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더구나. 내가 봐도 훌륭한 책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곰브리치는 “독자들이 필기하고 이름이나 연대를 외운다는 부담없이 느슨한 마음으로 읽어 나가길 바란다.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려고 꼬치꼬치 질문도 않겠다.”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책을 읽노라면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난로가에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든다. 1만 7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김정일 돌연 訪中] 위원중학교는…김일성 反日공산주의 활동으로 퇴학

    [김정일 돌연 訪中] 위원중학교는…김일성 反日공산주의 활동으로 퇴학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6일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 중국 지린(吉林)성 지린시 위원(毓文)중학교는 고 김일성 주석이 1927년 1월부터 2년 반가량 다녔던 중국인 학교였다. 북한 백과사전출판사가 펴낸 조선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김 주석은 15세이던 1927년 1월17일 이 학교 2학년에 편입해 1929년 가을까지 다녔다. 이 당시 김 주석은 마르크스레닌주의 고전을 비롯한 여러 혁명적 저작들을 탐독하는 한편 주변 학교를 아우르는 비밀 독서조를 비롯한 각종 합법·비합법 조직을 만들고 ‘새날’이라는 신문도 발행했다. 이런 조직화를 바탕으로 1928년 7월 중순 위원중학교 동맹휴학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1929년 가을 반일 공산주의 활동을 이유로 중국 군벌에 체포돼 감옥살이를 하던 도중 퇴학당했다. 조선대백과사전은 “위원중학교는 수령 김일성 동지의 영광스러운 혁명활동 노정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불멸의 혁명사적이 깃들어 있는 뜻깊은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 위원중학교 도서관 앞에는 군복을 입은 젊은 시절의 김 주석 동상이 서 있다. 도서관에는 김 주석의 청년기 사진과 수령 시절의 사진, 그리고 아내 김정숙의 사진 등도 전시돼 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의 위원중학교 방문 행사는 학생들이 휴교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 학생 200여명이 가입한 바이두(Baidu) 인터넷 카페에는 김 위원장의 방문 덕분에 학교를 쉬게 됐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학생은 “김정일 장군님, 우리에게 휴가를 주신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다른 학생은 김 위원장의 아들 김정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은 뚱뚱이’가 며칠 있다 갔으면 더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로티플스카이, ‘감탄 복근’ 노출…‘탄탄함 과시’

    로티플스카이, ‘감탄 복근’ 노출…‘탄탄함 과시’

    신인가수 로티플스카이가 카리스마가 물씬 풍기는 섹시함을 뽐냈다. 로티플스카이가 최근 남성전문 매거진 ‘맥심’(MAXIM) 9월호 화보 촬영에 참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로티플스카이는 웬만한 남자는 꿈도 꾸지 못할 탄탄한 복근을 과시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로티플스카이의 몸매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 또 로티플스카이는 외모만큼 성숙해진 가창력의 비결을 공개했다. 로티플 스카이는 “독서를 하듯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노래 솜씨를 배우는 데 주력했다”며 노래에 감정과 진실을 담아 불렀다고 고백했다. 사진 = 맥심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 ▶ 강민경, 찍기만 하면 여신..셀카에 팬들 열광 ▶ 안산 여고생, 체벌사진 ‘검은 피멍’ 공개 논란 가열’▶ 이시영, ‘키스를 부르는’ 입술화보…’섹시미 철철’▶ 박명수, 소녀시대 뺨치는 팔다리 ‘극세사지’ 노출 폭소▶ 김연아, 오서 코치와 갑작스런 결별 왜?
  • [고전톡톡 다시읽기] 이광수 ‘무정’

    [고전톡톡 다시읽기] 이광수 ‘무정’

    ●1917년 최초의 신문 1면 소설 한국에서 근대 백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무정’이다. 26살의 청년 이광수는 생애 두 번째 일본 유학을 하던 1917년, 조국의 ‘매일신보’에 자신의 원고를 보냈다. 바야흐로 을사조약 후 12년이 지났고, 삼일운동을 2년 앞두고 있던 때였다. 새해 벽두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이 작품은 당대 독서대중을 쥐락펴락하며 그해 6월14일까지 총 126회에 걸쳐 연재된다. 최초의 신문 1면 소설이었던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일일연속극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배신과 사랑의 드라마였다. 이 작품으로 이광수는 일약 조선의 문사이자 조선의 스승으로 등극하게 된다. ‘무정’은 해방 이후에도 줄기차게 간행되어 그 판본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2005년에는 일어로, 2006년에는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과연 이 작품의 생명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작품의 주인공인 일본 유학생 출신 이형식의 속물근성, 그를 중심으로 기생 박영채와 여학생 김선형이 만드는 애정의 삼각관계, 폐쇄적 공간 안에서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동성애 코드, 공원 데이트와 고백에 이르는 신식 자유연애의 문법, 청나라를 신봉하던 박진사와 그 딸의 퇴행적 삶, 오로지 미국만 외쳐대는 얼개화꾼 목사의 허영까지, ‘무정’은 그 자체로 전통과 근대를 넘나드는 일상의 박물지였다. 독자들은 당장이라도 경성과 평양 시내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주인공들의 행동과 말솜씨에 열광했다. 그러나 ‘무정’은 무엇보다 청년들의 이야기다. 한·일 강제병합 이후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게 된 식민지의 현실 안에서 지사와 학생들은 우왕좌왕했다. ‘난세(世)의 시대, 청년은 어디로 가야 하나?’ 와세다 대학을 다니고 있던 이광수는 이야기의 힘을 빌려 이 질문에 답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질문이 반복될 때마다 ‘무정’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구시대와 신시대의 대립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선명하다. 청년들이여 무정하라! 과연 무엇에 대해? 또 어떻게? ‘무정’을 관통하는 것은 구시대와 신시대의 대립이다. 옥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생이 되어버린 첫사랑 영채. 그리고 이제 막 ABC 받아쓰기를 시작했지만 반드시 미국 대학 졸업생과 결혼하겠다고 생각하는 속물 선형. 영채는 낡았고, 선형은 타락했다. 그러나 형식에게는 두 여인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형식은 선형의 집안이 밀어줄 학력과 금력을 원했지만, 보잘 것 없는 고아였던 자신을 돌봐준 영채 가족에 대한 의리를 저버릴 수도 없었다. 봉건적 인습으로 얽힌 아내를 버릴 수도 없고, 자유연애로 사랑을 키운 엘리트 애인을 어찌하지도 못하는 조선의 ‘찌질남’! 그들의 역사는 여기서 시작한다. 형식은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무정’에는 사랑과 출세의 화신인 형식이 무정한 인간으로 변신하는 대목이 두 번 나온다. 첫 번째는 자살하러 평양에 간 영채를 형식이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돌아오면서다. 형식에게는 순결을 잃고 평양으로 도망친 영채의 죽음이 차라리 다행이었다. 불결한 과거와는 굳이 손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돌아온 형식은 간절히 사랑을 갈구하며 선형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1917년의 독자들은 영채를 자살시키지 말아달라고 떼를 쓰는 투서를 연일 신문사로 보냈다고 한다. 그 시절의 독자들은 무정한 형식과 무정한 사회를 비난했다. 두 번째 변신이 이루어지는 건 삼랑진 수해의 국면에서다. 살아 돌아온 영채는 자신을 구해준 병욱과 함께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형식과 선형도 미국 유학을 떠나기 위해 부산으로 가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형식, 선형, 영채, 세 사람은 운명처럼(!) 조우한다. 허나, 이 돌발적 조우 때문에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의를 완전히 잃게 된다. 무정했던 세상을 핑계로 영채에게 등을 돌렸던 형식이 다시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선형은 난데없는 영채의 등장으로 비로소 질투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고, 형식의 무정함이 야속했던 영채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삼랑진에 엄청난 수해가 닥친다. 강물 위로 돼지가 떠내려가고 , 곧 아이를 낳을지도 모르는 산모는 물 위에서 정신을 잃을 찰나였다. 이를 본 형식은 갑자기 영채와 선형에 대한 사랑이 사소하게 생각되고, 정신없이 수해에 허덕이는 민족을 구하는 사명감에 몸서리치면서 자신의 미래를 재정립하게 된다. 영채와 선형의 연인(lover)이 아니라 민족의 스승, 민족의 지사이기를 원하게 된 것이다. 수해의 폭력은 순식간에 형식의 사적 열정을 쓸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날 형식은 결국 기차 안 젊은 예술가들과 정치인들을 독려해 수해 복구를 위한 자선음악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에게 감화된 영채와 선형은 서로 화해하고 각자의 길을 축복한다. 작품을 관통하던 세 남녀의 각종 정념이 수해와 함께 모두 증발해 버린 것이다. 세 사람은 사랑도 미움도 없는 동지애를 느끼며 ‘조선인으로’ 하나가 되었다. 민족을 향해서는 달콤하게, 자신의 연인에게는 살벌하게! 근대적 문명인이라면 무엇보다도 조국과 민족의 운명부터 생각할지어다! 이것이 ‘무정’의 무정하고도 숭고한 결말이다. ●민족지사여 무정한 세상을 살라! 삼랑진 수해 앞에서 보이는 이형식의 돌연한 결단과 확신에 찬 행동은 지금 읽어도 강렬하다. 근대적 개인, 개성과 자율을 자랑하는 독아적(獨我的) 주체들이 사회를 장악한 시대에 이처럼 민족을 생각하는 헌신적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청년이라면 마땅히 대의를 위해, 역사를 위해 자신을 던질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근대 백년을 관통한 ‘무정’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 형식을 향한 사랑 대신에 민족애를 거머쥐게 된 선형은 행복할까? 자신을 배신한 형식이 조선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채는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정말로 형식은 여인에 대한 육체적 욕망을 다 버리고 계속 계몽운동만 할 수 있을까? 과연 이런 민족 지사들은 인생의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까? ‘무정’의 주인공들은 끝내 가난한 고향으로 귀환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신들처럼 방황하게 될 자식도 낳지 않았다. ‘무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춘의 에너지, 그 모든 의욕을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흡수했다. 전통과 질서에 대한 줄기찬 의심, 미래를 향한 당돌함, 자신의 맨몸에만 기대는 패기! 이 모든 방황이 조선을 위할 때에만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뜨겁던 청춘은 실종되었다. 각양각색의 청년들은 사라지고, 민족지사만 남게 되었다. 무정한 세상을 무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끼리만 살게 된 것이다. 오선민 수유+너머 구로 연구원
  • 호텔 아트페어, 문화마케팅 “전시회보러 특급호텔 간다”

    호텔 아트페어, 문화마케팅 “전시회보러 특급호텔 간다”

    최근 호텔 업계는 아트페어를 진행하거나 전시와 공연 등을 결합한 문화·예술 상품을 내놓는 등 문화와 호텔의 새로운 패러다임 ‘문화마케팅’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특급호텔의 최고급 객실과 멀리가지 않아도 전시회를 함께 볼 수 있어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일거양득인 것. ◆ 롯데호텔, 다양한 예술문화행사 유치 ‘문화마케팅’롯데호텔은 단순히 ‘휴식’을 위한 호텔보다는 미식, 문화, 예술, 쇼핑, 건강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공간으로써의 호텔을 지향하고 있다.다양한 국적은 가진 고개들이 모인 호텔 특성을 활용해 문화외교 사절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의 전통문화 행사를 개최하거나 곳곳의 공간을 예술품으로 장식하고, 미식행사, 와인갈라디너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비컨갤러리(Beacon Gallery)와 공동으로 지난 20일부터 11월 25일까지 본관 1층 개조공사로 인해 세워둔 가벽을 작품전시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는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 비컨 인 롯데호텔(Art Beacon in Lotte Hotel)’ 전시회를 진행시켜 공사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로비 우측공간을 갤러리의 장로 변신시켰다.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시대를 앞선 회화를 선보이는 주태석 작가의 ‘자연’를 비롯해 전준자 작가의 ‘축제’, 석철주 작가의 ‘달 항아리’ 등 총 30여 점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특히 9월 1일부터 4일까지 국내외 탑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2010 호텔 살롱 전시회(Hotel Salon Exhibition)’를 아트컨설팅회사인 헬리오아트와 공동으로 신관 33층에 위치한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진행한다.9월 4일 오후 5시에는 프라이빗 미술품 경매가 진행되며 행사기간 중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롯데호텔서울 신관 35층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는 총 8~10가지 디쉬로 구성된 특별 런치메뉴를 마련해 아트페어를 즐기면서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런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의 점심식사와 아트페어 투어, 작가와의 만남으로 구성된 ‘롯데호텔 아트페어 런천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8만원으로 세금은 별도이다. 롯데호텔의 좌상봉 대표이사는 “전시문화가 대중화돼야 일반인들이 미술품에 대한 안목을 기르고 미술시장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국인 외국인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호텔이 전시공간으로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 문의 : 롯데호텔서울 T. (02)771-1000 헬리오아트 T. (02)738-2085 ◆ 서울신라호텔,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 페어’서울신라호텔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 페어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이하 AHAF)’가 개최된다.AHAF는 아시아 주요 갤러리들이 참여하며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잘 조화된 호텔 객실 90여 곳에 전시된 미술품을 직접 보고 구매 할 수 있는 신개념의 테마형 아트페어다.천편일률적인 화이트 큐브 안 갤러리 전시에 비해 침대 위에 놓인 그림, 욕조 안에 설치된 조각 등 다양한 공간 안에서 작품들을 볼 수 있다.단순히 호텔 객실만 대여해주는 행사가 아닌 로비 및 호텔 곳곳의 피카소, 라파엘 소토, 빌 탐슨, 김기창, 서세옥 등 서울신라호텔 소장품 셀프 투어도 함께 연계되는 것.이번 AHAF가 열리는 동안 방문하는 국내외 미술 애호가 및 전문가들에게 서울신라호텔의 차별화된 소장품 컬렉션을 널리 소개한다는 호텔 측 계획이다.* 문의: 서울신라호텔 T. (02)2230-3310 ◆ 그랜드 하얏트 서울, 미술 작품 전시회그랜드 하얏트 서울 내 로비와 야외 수영장 주변에 설치된 신상호 작가의 작품들과 새로운 작품들을 9월 15일부터 30일까지 소개할 예정이다.신상호 작가는 양을 주제로 한 애니멀 헤드 시리즈 작품들이며 지난 1993년 당시 이노베이션 된 로비를 비롯해 호텔 입구, 휘트니스 센터, 송 바(Song Bar) 헬리콘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이번 전시회는 이전의 작품들은 물론 말과 꽃을 주제로 한 새로운 시리즈를 전시하며 입체 작업을 추상화한 입체 회화와 흙으로 그림을 그리고 불에 굽는 ‘구운 그림(Fired Painting)’ 평면 회화로 주 작업을 이룬다.* 문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 T. (02)797-1234 ◆ 제주신라호텔, 갤러리 투어제주신라호텔은 500여 점에 이르는 호텔 관내의 예술품을 활용해 구성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갤러리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태평양의 바다 전경을 배경 삼아 5층 로비에 당당히 서있는 살바도르 달리 作 ‘SPACE VENUS’와 매력을 지닌 김창열 作 ‘물방물’을 대표적인 작품으로 전시했다.또한 하동철 화백의 ‘빛’과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의 대표적 작가인 아르망의 ‘무희’, 김수현 作 ‘기원’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이외에도 조각품 20여 점을 비롯해 회화 50여 점 등 전체 500여 점의 국내·외 유수 작가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수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작품들이다.제주신라 호텔 컨시어지에 마련된 책자(1만원)를 통해 작품의 위치와 자세한 설명 등 호텔 곳곳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준비돼 있다. ◆ 밀레니엄 서울 힐튼, 안광식 작가 작품전밀레니엄 서울힐튼은 지난 5일부터 9월 4일까지 시원하게 비가 내린 뒤에 청량한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감동을 주는 ‘안광식’ 작가의 작품이 전시중이다.안광식 작가의 작품은 차분한 색조의 바다와 잔잔한 물결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의 몽환적인 느낌과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감수성을 품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지난 추억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밀레니엄 서울힐튼은 지속적으로 역량 있는 미술작가들을 초청해 로비에서 미술전시회를 개최, 호텔을 찾는 이용객들의 문화적 취향을 충족시킨다는 방침이다.* 문의: 밀레니엄 서울힐튼 홍보부 T. (02) 317-3014 ◆ 세종호텔, ‘세종이야기’ 지인회 닥종이 인형展세종호텔 세종갤러리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지인회의 닥종이 인형展이 열린다.이번 전시는 그 동안 꾸준히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온 지인회의 회원전으로 ‘세종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이번에 선보일 작품들은 왕자시절 독서도, 집현전 학자들, 훈민정음 반포하는 모습, 국악 연주, 혼천의 등 한국의 과거 왕실 모습이다.또한 국악을 연주하는 작품에서는 세종시절에 쓰였던 악기들을 재현 했다.역사적 고증을 거쳐 옛 모습 그대로 제작된 닥종이 인형들을 통해 옛 선조들의 문화를 직접 만날 수 있어 볼거리가 풍성한 전시가 될 전망이다.* 문의: 세종갤러리 T.(02) 3705-9021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세대공감]수능 석달 앞둔 수험생 풍속도

    [세대공감]수능 석달 앞둔 수험생 풍속도

    오는 11월18일 치러지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달 남짓 남았다. 여름방학이지만 고3 수험생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인구직포털 알바몬이 고3 수험생 797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22.3%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잠과 휴식(18.9%), 족집게 예상문제(18.1%), 시간(17.3%)이 뒤따랐다. 시간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자신감’에 있다는 것을 수험생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래를 위해 임시로 이별을 결심한 고3 커플부터 여학생이 따라 준 백일주를 마시려고 백방으로 돌아다녔던 학력고사 세대, 자식의 건강과 무탈함을 기도하는 어머니까지 세대별 수능에 얽힌 풍속도를 들여다 봤다. 글 사진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그래픽 강미란기자 mrkang@seoul.co.kr ●엄마들 “탈 없이 건강하게” 언제부턴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핑계로 술을 마시는 수험생들이 생겨났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시험일을 앞두고 재충전의 기회를 얻고 수능 시험에 맞서기보다, 음주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잠시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다. 서울 독산동에 사는 여순희(49·여)씨는 “요즘 학생들은 수능시험이 100일 남은 것을 핑계로 죄책감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이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3인 딸 은교(가명·18)도 며칠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밤늦게 집에 들어왔다. 볼이 붉은기로 얼룩덜룩해져 있었고, 혀도 꼬여 있었다. 화가 난 여씨는 혼을 내려 했다.하지만 딸은 오히려 “평생에 한 번인데 이해도 못해주냐.”며 되레 왈칵 성을 냈다. 쾅 하고 방문을 닫아버리는 어린 딸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다음날 저녁 그는 딸의 얘기를 최대한 진지하게 들어 보려 했다. 그러다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었다.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 ‘백일주를 마실 때 더 많이 마실수록, 점수가 더 잘 나온다.’, ‘네 종류의 술을 마셔야, 수능 네 영역을 모두 잘 본다.’, ‘백일주를 쉬지 않고 한 번에 마셔야 한 번에 대학 간다.’는 등 말로 안 되는 소문들이 퍼져 있었던 것이다. 여씨는 “학생들이 그런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시험 당일까지 건강하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수능시험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마음을 쏟아 함께 준비하는 시험이다. 특히 어머니들은 공부하느라 수척해진 자식의 얼굴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정성껏 기도를 드리는 것도 자식의 바람이 꼭 이뤄지기를 응원하는 한 방법이다. 서울 면목동에 사는 최미순(48·여)씨는 요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다니는 교회에서 ‘수능시험 특별 새벽기도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직장에 다녀 밤늦게 집에 들어오기 일쑤지만,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이 기도회에 참석한다. 고 3인 딸아이의 수능시험이 끝날 때까지 이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 그는 “경민(가명·18) 이가 고생을 많이 하는데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해서 기도를 시작했다.”며 “시험을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고 기도를 하기도 했지만, 탈 없이 건강하게 시험을 치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학력고사 세대 백일주의 추억 학력고사 세대도 ‘백일주’에 대한 추억은 있다. 1989년 대입학력고사를 치렀고 현재 서울에서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에 다니는 장경민(40)씨는 선풍기 한 대도 없었던 무더운 교실에서 50여명이 넘는 남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공부했던 고 3 여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학력고사가 정확히 백일 남은 날 아침 담임 선생님이 손수 붓글씨로 ‘학력고사 백일 전’이라고 한자로 써 교실 뒷벽에 붙였다. 장씨는 당시 긴장감을 “시간은 달려들고, 준비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댈 때처럼 아찔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장씨와 친구들은 백일주를 마실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이성이 따라주는 술을 마셔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면서 “함께 백일주를 마실 여학생들을 모셔오느라 꽤 고생했다.”고 돌이켰다. 장씨는 숫기가 없어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생각 끝에 초등학교 6학년 때 짝을 했던 여학생을 찾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번도 연락한 적이 없었던 친구다. 6년 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장씨는 늦가을 홍시처럼 얼굴이 빨개져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사정을 설명했다. “안 되는데. 나 공부할 게 많아서.” 하지만 여학생은 무뚝뚝하게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를 등진 채 여학생이 떠나가자 당시 장씨는 ‘내 대학 운도 저렇게 떠나가는구나.’하고 진지하게 걱정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장씨는 여학생 파트너는커녕 “시커먼 친구놈이 따라주는” 소주를 종이컵으로 한 컵 마시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그래도 남들 술병 나서 고생하는 시간에 공부해서, 여학생이 따라주는 술 한 잔 안 마시고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며 껄껄 웃었다. 또 “괜한 고생하지 말고 묵묵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맺더라.”고 덧붙였다. ●고3 커플의 눈물 나는 ‘임시이별’ “저희 헤어지기로 했어요.” 서울 구로동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최승민·한서연(각각 가명·18) 학생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다. 고 1 여름방학 때 학원에서 만나 커플이 된 이들은 지난달 30일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조촐하게 ‘사귄 지 2주년’ 기념식도 치렀다. 하지만 수능 시험일이 두 자릿수 앞으로 다가오자, 이들은 “후회 없이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도 가고 서로에게 더 떳떳해지기 위해” 잠시 떨어져 있기로 했다. 부모님들의 설득도 이유였다. 처음에는 교제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던 부모님들이 차선으로 수능시험을 볼 때까지만이라도 떨어져 있으라고 설득했다. 성적도 문제였다. 지난해 서울지역 중위권 학과에 지원 가능했던 한양의 모의고사 성적이, 이제는 서울지역 대학에 지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것이다. 먼저 말을 꺼낸 건 한양이었다. 그는 “말 꺼내는데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어요. 승민이가 이해 못 해주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고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최군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전화나 문자도 하지 않기로 한 이들은 커피 한 잔을 끝으로 ‘고난의 시간’을 각자 견디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최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한양은 받지 않았다. 최군이 안쓰러웠다. 무수히 많은 할 말들이 목에 걸렸지만 꾹꾹 눌렀다. “그날 밤 전화만 수십 통이 왔어요. 문자도 오고….” 눈물이 한양의 양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집에 찾아온다기에, ‘약속했잖아 잠시만 참기로 내 맘 변하지 않아.’라고 답문만 보냈어요.” 한양은 눈물을 닦고 “수능시험 잘 봐서 좋은 결과를 거두는 게 승민이한테 용서받는 유일한 길인 거 같아요.”라며 애써 웃어 보였다. ●“수능 끝나도 인생의 시험은 계속된다” 인천 주안동에 사는 조민철(32)씨는 교육대학원을 다니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수능시험도 3번 봤던 조씨는 지금은 임용고시만 네 번째 도전하고 있다. 자주 시험을 보면서 조씨는 가족의 기대와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 모든 시험을 끝까지 함께해 주는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없었다면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고맙고 사랑한다. 올해는 꼭 합격해서 가족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그러면서 “수험생들이 ‘시험 몇 일 전’이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해 잠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늘 자신을 지켜주는 가족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인생에 시험이 이번 한 번뿐이라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수능이 끝나도 인생에 시험은 계속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을 안 보고 대학가서 콤플렉스” 인천 송림동에 사는 고민정(29·여)씨는 남들하고는 조금 다른 대학입시 얘기를 들려줬다. 고씨는 2000학년도에 문학특기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평소 시를 써서 공모전이나 백일장을 찾아다니던 그는 한 전국 글짓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덕에 1학기가 다 지나기도 전에 서울의 모 대학 국문과 입학을 확정지었다. 더운 여름, 다른 친구들은 모두 교실에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보충수업·자율학습을 할 때, 그는 독서실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시를 썼다. 음악을 들으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좋아하는 소설을 베껴 써내려갔다. 당연히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11월 수능시험은 “경험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치렀다. 하지만 그에게 수능시험을 보지 않은 것은 일종의 콤플렉스로 남았다. “직장동료들끼리 지리나 과학 상식 얘기를 하다 보면 나만 답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남들처럼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고 말했다. 또 “여고 동창들을 만나면 힘들었던 수험생 시절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잘 끼지 못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미국 로 스쿨 교육과정은

    해마다 4만여명의 법조인을 배출하는 미국 로스쿨은 2~3학년 재학생이 다양한 선택과목을 들으며 전문성을 쌓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 이른바 ‘소크라테스식(Socratic method)’ 문답법 등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소크라테스식 수업과 ‘사례분석 방식(Case method)’은 미국 로스쿨에서 유명한 교수법이다. 하버드대 로스쿨의 랑델 교수가 창안했으며,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문답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수가 던지는 질문에 학생이 답을 하면, 그 답에 대해 교수가 또 다른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계속한다.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게 목표다. 이런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더욱 많은 판례분석과 함께 독서가 요구된다. 소설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유명해진 이 방식은 학생들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수들도 학생들과 함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공부하고, 원고·피고·판사 등의 위치에서 재판 진행과 배심원 설득 능력을 기른다. 미국 로스쿨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3년 과정이며, 85~9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 중 35학점가량이 필수과목으로 돼 있다. 한 학기에 12~15학점 정도 강의를 듣거나 세미나에 참석하고, 이와 별도로 모의법정(Moot Court)에 참가해야 한다. 1학년은 법률문서 작성(Legal research and Writing)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고, 모의법정은 1학년 2학기 필수과목인 경우가 많다. 모의법정은 현직 법관이나 변호사가 초빙돼 재판부를 만들며, 로스쿨생의 준비서면 작성과 구두 변론 능력 등을 평가한다. 필수과목 위주로 진행되는 1학년과 달리 2~3학년은 상사법·형사법·환경법·지적재산권법·국제법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또 세미나와 상담과목(Clinic Program), 실습과목 등 실무중심의 과목이 많이 개설된다. 상담과목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의 감독 아래에 사회 저소득층에 대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무수습(인턴십)은 1학년 여름과 2학년 여름으로 나뉘는데, 2학년 여름은 사실상 취업과 동일하게 다루어질 정도로 중요하다. 로펌이나 공익단체, 정부기관 등에서 인턴십을 할 수 있다. 또 봉사활동(Pro bono)이 필수 과정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으며, 하버드대나 컬럼비아대 로스쿨은 40시간을 필수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기말시험은 재판보조원(Law clerk)이 판사에게 제출하는 연구보고서 형태로 출제되며, ‘쟁점(issue)-일반법(rule)-포섭(apply)-결론(conclusion)’의 단계를 충실히 지켜야 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예방법은 없나

    미국에서는 당뇨망막병증이 20∼64세의 가장 흔한 실명 원인으로 조사됐다. 위스콘신주의 연구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의 경우 약 3.6%의 환자가, 2형 당뇨병은 1.6%의 환자가 법적 실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한 전수조사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타깝게도 당뇨망막병증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다만, 당뇨 조절을 잘 할 경우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을 늦추고, 이미 발생한 당뇨망막병증이라면 진행을 억제할 수는 있다. 따라서 당뇨환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인 금연·식이요법 준수·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자발적·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안과적으로는 가급적 눈을 피로하지 않게 해야 한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하고, 컴퓨터 작업이나 독서를 할 때는 근거리작업을 피해야 한다. 김종우 교수는 특히 정기적인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뇨병을 앓은 지 10년이 넘었다면 1년에 한 번 이상 안과에 가서 전문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당뇨망막병증은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치료기간이 길고, 치료 예후도 그다지 좋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발생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어느 정도 눈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실명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서울플러스] 여성아카데미 참가모집

    용산구(구청장 성장현) 오는 25일까지 ‘용산 여성 아카데미’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한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여성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개설 과목은 심리상담사 1·2급, 어린이영어독서지도사 양성과정, 한방피부관리사 자격과정 등 4개다. 교육은 9~12월 숙명여대에서 진행되며, 이수 후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전문가로도 활동할 수 있다. 구는 수강료 60%를 지원한다. 가정복지과 2199-7152.
  • 네티즌이 뽑은 ‘한국 대표작가’ 이외수

    네티즌이 뽑은 ‘한국 대표작가’ 이외수

    ‘하악하악’ ‘장외인간’ ‘청춘불패’ ‘아불류 시불류’ 등의 잇단 베스트셀러를 펴낸 소설가 이외수(64)가 네티즌이 뽑은 올해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됐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9일 “지난달 9일부터 31일까지 ‘제7회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4만 3360명의 투표 참가자 중 15.7%인 1만 3041명이 이외수를 뽑아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2위는 소설가 신경숙(14.6%), 3위는 시인 고은(9.8%) 등이 선정됐으며 소설가 김훈(9.5%)과 이문열(9.4%) 등이 뒤를 이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는 그동안 박경리, 조정래, 박완서, 황석영, 조세희, 공지영 등이 선정됐으며 이들은 이번 투표에서 제외됐다. ‘한국의 젊은 작가’ 부문에서는 최근 신작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출간한 김영하(42)가 9.4%로 1위를 차지했다. ‘2010 한국인 필독서’ 부문에서는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13.1%로 1위로 꼽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유혜정 “태교는 무도회장에서”…이색태교 ‘폭소’

    유혜정 “태교는 무도회장에서”…이색태교 ‘폭소’

    ‘돌싱녀’ 유혜정이 이색적인 태교법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혜정은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해피버스데이’에 출연해 “과거 임신 당시 무도회장에서 태교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가 즐기고 기쁘면 아이도 즐거워 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자신만의 태교법을 공개했다. 이날 딸 규원 양과 함께 녹화장을 찾은 유혜정은 “독서와 클래식으로만 태교를 하라는 법은 없어 무도회장에서 태교를 했다”고 자신의 철학을 말했다. 이밖에도 유혜정은 규원 양에 대해 “공부 잘하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더라. 그래서 김태희를 좋아한다”며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제법 공부도 잘 한다”고 딸 자랑을 늘어놓았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유혜정 외에도 19살 연하의 신부와 결혼한 새신랑 변우민이 출연했다. 변우민은 선배 배우 이순재의 ‘야동 주례사’ 에피소드를 털어놔 출연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사진 = KBS 2TV ‘해피버스데이’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오영경 인턴기자 oh@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메간폭스, 학창시절 사진 공개…"촌티나서 놀림감" ▶ 대구 마트서 5세 아이 무빙워크에 손가락절단 ▶ 이정진, 블랙수트로 ‘비덩포스’ 발산..타고난 옷맵시 ▶ 솔비, 요트휴가 여행사진 공개…명품효과 쏠쏠 ▶ ’김규종 이상형’ 오세정, 실제나이 32세 8살연상 ▶ 강지영, 시스루룩 공항패션 화제 ‘속 다 보여’ ▶ 서효림 킬힐에 174cm 유해진도 ‘단점있는 남자’…키 굴욕
  • 금감원 직원 과로 속출

    최근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잇따라 과로로 쓰러지고 있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감독서비스총괄국의 A 부국장검사역이 일본 출장 도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A 부국장은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입원 중이다. 저축은행서비스국의 B 부국장검사역도 지난 6월말 한 지방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마지막 날 심근경색 증상이 발생했다. B 부국장은 지난달 1차 수술을 받고 최근 2차 수술까지 받았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일반은행서비스국의 C 수석검사역이 한 외국계 은행을 검사하던 도중 심근경색 증상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은행과 저축은행의 검사 현장에서 쓰러진 점만 보더라도 업무 연관성이 높다.”면서 “모든 금감원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특히 현장검사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비판과 찬사… ‘시대의 거인’ 조명

    비판과 찬사… ‘시대의 거인’ 조명

    역사의 복판에서 굵직하게 획을 그은 이들이 있다. 한 시대의 지도자였거나 어느 분야에서 혁명적인 진보를 이뤄낸 이들이다. 꼭 이들이 아니라도 별빛 하나 없이 칠흑처럼 어두운 밤길을 갈 때면 앞서 떠났던 이들의 발자국을 더듬거리게 마련이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치열했던 이들의 삶을 더듬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영원한 혁명가를 자처했던 체 게바라,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통하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룬 평전이 잇따라 쏟아졌다. 긍정과 교훈으로 점철된 위인전류와는 차별된다. 평전은 이들 삶의 어두웠던 면까지 드러내며 객관적인 평가를 담았다. ■ 20~30대 글 발굴 ‘통념 너머의 DJ’ 조망 【김대중 평전】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 너무 익숙한 것은 소중하지도 않을뿐더러 영 성에 차지도 않는다. 지난 50년 남짓 동안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김대중’(1924~2009)은 늘 비판과 찬사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비판하는 이에게도, 옹호하는 이에게도 굳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기존에 알고 있던 만큼, 주장을 펼치면 그만이었다. 이는 그가 대통령을 지낼 때도, 퇴임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서거 1주기를 맞아 출간된 ‘김대중 평전’(김삼웅 지음, 시대의창 펴냄)은 앞서 나온 자서전(‘김대중 자서전’)과 더불어 숨가쁜 현대사의 영마루를 오르내리며 ‘통념 너머의 김대중’을 조망한다. ‘김대중은’이라는 주어로 반복되는 평전은 언론인 김삼웅이 40년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한 결과물로, 그 꼼꼼함과 성실함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삶이 더욱 입체적으로 두드러진다. ‘인물계’ ‘신사조’ ‘사상계’ 등에 실렸지만 자칫 묻혀질 뻔한 20, 30대 청년 김대중의 글을 발굴해 실었다. 발굴된 자료들은 김 전 대통령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좌경용공 공세라는 것이 아무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반공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임을 반증한다. 평전은 또 평생에 걸쳐 김 전 대통령에게 덧씌워졌던 색깔론의 굴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 공세, 현실과 절묘히 결합한 이상주의의 실천 사례들을 수많은 신문 기사와 인터뷰 등 각종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김 전 대통령은 ‘혁명가 김대중’이 아니라 ‘정치인 김대중’이었다. 그래서 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했고, 현실과 소통하고 타협하는 원칙을 중심에 놓았다. 그가 자서전에서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백범 김구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한부 신탁통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했고, 단정 반대 등이 여의치 않았다 하더라도 총선을 치러야 했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판단이다. 평생에 걸쳐 견지해온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이 투영된 결론이다. ‘사쿠라’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일 협정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던 것이나, 노태우 정부의 중간평가를 반대한 일 역시 연장선상의 산물이다. 이러한 소신은 자서전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평전과 자서전은 ‘시대의 거인’ 김대중을 더욱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상호보완 텍스트다. 극단적 평가의 한복판에 있던 그는 떠났고, 책은 남았다. 이제는 우리가 바뀔 차례다. ‘김대중 평전’ 1·2권 4만원, ‘김대중 자서전’ 1·2권 5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불꽃처럼 산 혁명가 총체적 해부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 존 리 앤더슨 지음 플래닛 펴냄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 이 복잡한 이름의 사내는 1928년에 태어나 1967년 숨졌다. 아르헨티나에서 나고 자랐지만 쿠바·콩고에서 주로 활동했고, 볼리비아 시골의 한 학교에서 살해됐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책 읽기를 즐겼고 시를, 특히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좋아했다. 두 살 때 이후 평생 동안 천식 발작으로 고생했다. 의대를 나왔지만 청진기가 아닌 총을 들고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를 돌며 무장 혁명 봉기를 부르짖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 사내를 가리켜 ‘우리 시대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불꽃처럼 살다간 그를, 가까운 이들은 ‘체 게바라’ 또는 그냥 ‘체’라고 불렀다. 체 게바라는 살아서는 제3세계 혁명의 실천자였고, 죽어서는 영원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헝클어진 머리와 다듬지 않은 수염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서 먼 곳을 응시하는 얼굴 자체로 저항과 혁명을 얘기하고 있다. 이익의 흐름에 첨예한 자본은 그러한 이미지조차 상품화하여 소비하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티셔츠, 스노보드, 맥주, 시계, 비키니, 유아복 등에 찍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존 리 앤더슨 지음, 허진·안성열 옮김, 플래닛 펴냄)은 이렇듯 영원한 혁명을 꿈꾸던 게바라의 삶과 그가 겪었던 당대의 세상을 총체적으로 복원해냈다. 그가 죽고난 뒤 서구에서는 그의 삶을 신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책, 또는 그의 잔인하고 냉정한 면모를 부각시키며 폄하하는 상반된 책이 횡행했다.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저자는 5년에 걸친 자료 조사와 다양한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게바라에 관한 감상적인 대목은 걷어내고 삶의 실체에 접근한다. 때로는 현미경을 들이대듯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게바라의 모습을 해부하는가 하면, 때로는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듯 지구사적 변화의 흐름 속에 있는 게바라를 조망한다. 연대기적으로 삶의 행적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삶의 미묘하지만 섬세한 결을 좇는 것이다. 게바라가 지내왔던 시기시기마다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설명이 펼쳐진다. 게바라 인물 자체에 대한 직접적 궁금증을 풀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약간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2차 세계대전 무렵 정치적 격변을 겪던 아르헨티나는 정치 투쟁과 학생 시위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10대의 게바라는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고집이 세며 그저 충동적인 반항을 일삼았을 뿐이었다. 훗날 활동의 예후를 굳이 찾는다면 모험을 동경하고 즐겼다는 사실 정도다. 대학에 가서 ‘공산당 선언’, ‘자본’ 등 마르크스와 레닌의 저작을 읽고, 잭 런던을 찾아 읽으며 새로운 사상을 서서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게바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라틴 아메리카를 두루 둘러보며 원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똑똑히 목도한다. 모험을 즐기는 타고난 성격에 독서로 쌓은 마르크스 철학 체계가 더해지고, 민중에 대한 구체적 애정까지 보태지며 그는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실천하는 혁명가로 거듭나게 된다. 무려 117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10년 전 국내에 소개된 ‘게바라 전문가’ 장 코르미에가 쓴 ‘체 게바라 평전’이 게바라 입문서 정도라면, 이 책은 ‘게바라 대해부서’라 할 수 있겠다. 4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로버트 오펜하이머 영광과 몰락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카이 버드·마틴 셔원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겉보기에는 단 한 명의 과학자가 파문 당한 사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든 과학자들은 앞으로 국가 정책에 도전하면 어떤 심각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리라는 점을 알아채게 되었다.”(본문 중에서) 서너 명이 뉴욕으로 폭탄을 몰래 가지고 들어와 도시 전체를 폭파시킬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날카롭게 “물론 가능합니다. 그들은 뉴욕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깜짝 놀란 상원의원들이 “도시 어딘가에 숨겨진 원자폭탄을 탐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구를 사용하지요.”라고 묻자 오펜하이머는 “드라이버”(모든 상자와 서류 가방을 열어 보기 위한 도구)라고 짧게 대답했다. 과학과 권력이 불화를 빚을 때 과학자는 어떤 운명을 감수해야 할까. 핵 원조국 미국의 테러 위협은 낮아졌나. 1945년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이래 우리 사회에는 이 두 가지 질문이 따라다녔다. 천안함 침몰처럼 과학자와 정부가 충돌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북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핵 없는 세상’을 추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상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이 해묵은 질문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과 몰락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최형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오펜하이머는 37살 젊은 나이에 일약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비밀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 수장으로 발탁됐다.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 조국 미국에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원자폭탄을 선사했다. 대중적 인기와 명예를 누린 것도 잠시, 원자력이 인류 절멸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절감하고 핵무기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군부·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한순간에 요주의 인물로 전락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집요한 도청과 추적이 늘 뒤따랐다. 인간에게 불을 선사한 대가로 신에게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와 비견되지만 사실 오펜하이머는 ‘선물’을 준 조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점에서 프로메테우스보다 훨씬 비극적인 존재다. 그처럼 철저한 감시를 받은 공인도 드물었다. 그는 불행했지만 그의 궤적을 쫓은 책의 저자들(카이 버드·마틴 셔원)과 결과물을 손에 든 독자들에게는 다행일지 모른다. 수천 건의 자료들을 수집하느라 저자들은 무려 25년의 세월을 들였고, 덕분에 독자들은 FBI가 녹취한 그의 육성까지 생생하게 ‘듣는’ 기회를 갖게 됐다.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가족사와 어린 시절, 2부는 인생을 바꾼 결혼과 만남, 3부에선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활약상을 다루며, 4부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계기로 달라진 그의 심경과 입장이 집중 조명된다. 5부에서는 매카시즘에 희생된 그의 말년을 이야기한다. 일생 순간순간에 현미경을 들이댔으니 오펜하이머 평전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연애사는 물론 평탄치 않았던 결혼, 가족 관계도 상세히 전해준다. 그가 문학을 사랑한 청년이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교수에게 독이 발린 사과를 선물한 대목에서는 천재의 엉뚱한 학업 스트레스 해소법에 실소가 나온다. 본문만 1000쪽에 이르는 분량과 다큐멘터리식의 굴곡 없는 전개는 집중과 인내를 요한다. 위대한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이 정도 노력은 당연할 듯. 2005년 전미 도서비평가협회 전기 부문을, 2006년 퓰리처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수상했다. 4만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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