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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경영권 안 물려줄 것… 노동 3권 보장”

    이재용 “경영권 안 물려줄 것… 노동 3권 보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제 아이들에게는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영권 승계 문제 등과 관련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으나 외부에 밝히는 건 주저해 왔다”면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를 받기도 전에 제 이후의 승계를 논의하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사과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 11일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창사 이후 82년간 고수해 왔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도 선언했다. 그는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더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근본적으로 이 문제(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면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약속드리겠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을 받을 일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해 국민께 실망과 심려를 끼쳤다”면서 “이 모든 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시민사회와 언론은)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 주는 거울이며,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라면서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며,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중단 없이 계속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총수의 대국민 사과는 1966년 9월 21일 이병철 창업주가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한 게 처음이며, 이건희 회장이 2008년 4월 22일 차명계좌 의혹으로 사과한 게 두 번째다. 이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로 2015년 6월 23일 세 번째로 했으며 이번이 네 번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6회] 재판부 결정 취소시킨 행정처… “잘못된 내용 알려준 것”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6회] 재판부 결정 취소시킨 행정처… “잘못된 내용 알려준 것”

    “일선 법원에서 명백히 잘못된 규정이 있으면 스크린(검토)이 필요하고 해당 재판부에 잘못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직접 거론하는 것에 대해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재판 개입이나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행위가 아니라고 거듭 반박했다. 사법부 판단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통일된 결과가 국민들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행정처에서 파악하고 재판상황을 챙겨본 것도 재판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려던 것이 아니라 법원 판결과 헌재 결정과의 일관성을 유지해 국민들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입장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65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에 대해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재판부에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이 재판의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로,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 측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2015년 남부지법 위헌제청심판 결정… “행정처 놀라, 경위 알아보려 연락”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이 전 상임위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4월 10일 처장 주재 실장회의에서 전날 서울남부지법에서 법률의 한정위헌을 구하는 취지의 위헌제청결정문이 접수된 것이 논의됐고, 양 전 대법원장이 이를 보고받은 뒤 “한정위헌 결정은 절대 있을 수 없으니 실장회의에서 논의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공소사실의 배경이다. 당시 재판부는 한 사립대 의대 교수가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을 교직원 재직기간에 합산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의 재직기간 계산 관련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헌재에 제청하기로 했다. 한정위헌은 법률 자체가 아닌 법률을 해석하는 법원의 판단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당시 헌재보다 사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려던 법원행정처 입장에선 남부지법 재판부의 결정이 달갑지 않았고 결국 재판부에 연락해 결정을 취소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지적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그해 4월 10일 실장회의를 두고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하나 분위기로 기억나는 건 그 결정에 모두가 놀라고 당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의에서 우선 재판부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경위를 알아보자고 해서 (재판부에) 전화한 건 맞다”고 덧붙였다. 이 전 상임위원은 당시 재판장인 염기창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물었다. 그는 “(당시 통화에서 염 부장판사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취지의 말씀을 하길래 판례상 인정 안 되고 당사자 구제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로 일부 설명했더니 염 부장판사가 놀라는 눈치였다”고 설명했다. ●“행정처가 재판부 결정에 뭐라하는 것은 부적절…다만 잘못된 것 알려줘야” 그러나 이 전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가 위헌제청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착오로 위헌제청을 했거나 위헌제청 했을 경우 파급되는 부정적 효과가 큰 경우 재판부에 알려줄 필요는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아주 큰 문제여서 재판부가 상의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또 “일방적으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맡았던 염 부장판사와 통화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직권 취소하고 재결정할 수 있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라면서 “행정처 내부 분위기가 어떻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증인은 앞서 당시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는데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 다툼과 직결돼서가 아니라 위헌청구 재판이 법 테두리에서 허용될 수 없는 거라서라는 것 아닌가“ 묻자 이 전 상임위원은 “정확히 맞다”면서 “헌재와의 위상, 관계가 자꾸 말이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 대법원의 의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의 “행정처 관계자들이 위헌제청을 막아야 한다, 재판부가 취소 결정을 내릴 때까지 계속 설득하자는 논의는 없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이 전 상임위원은 “그런 분위기를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실장회의에서 대첵을 세우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실장회의 발언을 종합했을 때 제 생각에도 염 부장판사가 용인한다면 다른 쪽으로 재결정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당시 재판부에 연락을 하는 등의 움직임에 대해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인식이었나” 묻는 변호인 질문에도 “대법원장의 승인을 생각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보고한 장면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를 받았는지도 모호하게 답했다. 앞선 증인신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헌재에 파견된 현직 법관들로부터 헌재 내부 동향 등의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고 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다르게 나와 국민들에게 혼선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강조한 이 전 상임위원의 입장은 이날도 유지됐다. 그는 헌재연구관 보고서가 행정처에 넘어가는 등 정보가 전달된 데 대해 “일부 부적절할 수는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헌재가 창설된 이래 법원으로부터 파견법관들을 받아왔고 부장판사들도 받아서 헌법재판 연구검토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법원과 많은 자료를 공유하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관 중에 법원 출신들도 많아서 그 분들이 법원에서 의견을 구하고 법원 입장에서도 그분들의 요구가 있기 전에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기 보다는 여러 측면에서 논거를 정리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외부에서 볼 때 대법원과 헌재가 어떻게 자료를 공유하냐, 대법원이 비공식 의견을 전달하냐 등 판단할 순 있지만 법률이 위헌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헌재의 특성에 비춰 모든 자료를 검토할 수 있어서 헌법재판의 독립성 침해라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28일 57회 재판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모두 여섯 차례 법정에 나온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 반대신문에 이어 검찰의 재주신문, 변호인 측의 재반대신문이 계속됐다. 저녁식사를 거르고도 이어진 재판은 오후 9시 50분에서야 끝났다. 그 사이 이 전 상임위원은 재판부에 요청해 약을 먹기도 했지만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질문에 대해선 거침없이 답하며 핵심 의혹들을 반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속보] 中 “우리도 코로나 피해자” 무력충돌 우려도

    [속보] 中 “우리도 코로나 피해자” 무력충돌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한 연구소 발원설과 관련, 미국과 중국 간 고조되는 긴장이 무력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은 미중 간 책임 공방만 격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양국의 모든 분노는 단순 냉전을 넘어 진짜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 그 위험한 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묻기 위해 1조 달러(1200조원)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으로의 코로나19 관련 의료장비 수출을 미루거나 대미 관세 인상 등을 통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자신들도 코로나19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언관 타락이 언권 혁파 불러… 총선서 ‘시민, 권력이 된 언론 외면’ 확인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언관 타락이 언권 혁파 불러… 총선서 ‘시민, 권력이 된 언론 외면’ 확인

    “대체로 사대부가 사는 곳은 인심이 나쁘지 않은 곳이 없다. 붕당을 만들어 할 일 없는 사람들을 모으고 권세를 부려 가난한 백성들을 괴롭힌다. … 신축년(1721년)과 임인년(1722년) 옥사 이래 조정에는 노론, 소론, 남인 세 색목의 원한이 날로 깊어져 서로 역적의 누명을 뒤집어씌우더니, 그 영향이 시골에까지 미쳐 싸움터가 아닌 곳이 없다.” ‘택리지’의 저자 청담 이중환이 3장 ‘복거총론’ 중 ‘인심’ 편에서 그린 18세기 초중반 조선의 사회상이다. “천지가 개벽한 이래 인심이 일그러지고 무너져 본성을 잃은 나라가 있었다 해도 오늘날 붕당으로 인한 환난보다 더한 적은 없었다. … 백만 백성이 장차 인간의 본성을 모두 잃어 구할 수 없을 터이니 이 또한 슬픈 일이다.” 인문지리서가 당쟁의 폐해를 장황하게 전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살 곳을 선택할 때 가려야 할 것이 인심의 좋고 나쁨, 기후의 건습 따위지만, 당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색목이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중환은 이렇게 충고한다. “사대부가 살지 않는 곳을 선택해서 두문불출하며 홀로 착하게 살라.”그러나 이 책을 쓰던 1751년 즈음 조정의 풍경은 판이하다. “근래에 와서는 사색이 조정에 함께 나가서 오로지 벼슬만 할 뿐이고, … 옳고 그름과 충신 역적에 대한 논란도 사라졌다. 그리하여 피 터지게 싸우던 습관은 전에 비해 적어졌지만, 나약하고 게으른 새 병폐가 생겼다.” 영조의 탕평책이 나름 뿌리를 내리던 시절이었다. 이중환은 이런 변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경신년(1741년) 전랑권 혁파를 꼽았다. “경연에 참석한 신하들이 붕당의 분열은 전랑(이조 정랑과 좌랑)에서 시작됐으니 전랑의 권한을 없애기를 청하자 임금이 허락했다.” 다음은 영조 17년 4월 19일치 영조실록. “임금이 늘 조정의 붕당을 근심하였는데, 이조 낭청과 한림을 선발할 때면 두 당에서 서로 싸우기를 그치지 않으니 임금이 그들의 하는 짓을 싫어하고 미워하여 경장하려 했다. 마침 송인명, 조현명, 원경하, 정우량 등이 극력 찬성하니 임금이 혁파를 명했다.” 전랑의 3사 당하관 인사권(통청권)과 한림(예문관 검열, 사관)이 한림을 추천(한림회천제)하는 관행을 없애라고 한 것이다. 혁파의 이유는 이렇다. “붕당의 행태가 신하들을 함몰시키고 기강을 문란시키고 있으니 신하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편당 만드는 것뿐이다. 폐단을 바꾸려고 한다면 마땅히 그 근본을 바로잡아야 한다. 낭청(정5품 이하 관리)의 통청(청요직의 추천 혹은 비준)과 야료의 온상이 된 한림의 자천제도 혁파해야 한다.” 조선은 언론을 중시했다. 백성을 근본으로 삼아(民本) 백성을 위한 정치(爲民)를 하려면 꼭 필요한 게 백성의 입장에서 권력자를 성역 없는 감시, 견제할 수 있는 언권이었다. 조선은 개국 초 심지어 풍문만으로 관리를 탄핵할 수 있는 풍문탄핵까지도 허용했다. 요체는 언론 활동의 독립성이었고, 이를 위한 인사의 독립성 확보였다.조선의 언론은 사간원(간쟁), 사헌부(관리에 대한 검증 및 감찰), 홍문관(학문) 등 3사의 당하관과 사초를 기록하는 예문관 사관이 맡았다. 이들 기관 언관의 독립성을 위해 도입한 것이 낭청권(이조 전랑이 3사 언관을 추천하는 통청권, 전랑이 자신의 후임자를 추천하는 자대권)이다. 전랑은 이 밖에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공론을 수렴하는 처치권도 행사했다. 낭청권은 중종 11년 조광조 등의 요구로 제도화됐다. 중종은 사림을 청요직에 적극 기용해 언권으로 공신과 훈구세력을 견제했다. ‘공론재하’(공론은 아래에 있다)의 원칙, 즉 공론은 백성에게 있다는 것으로 공론정치의 철학적 토대였다. 물론 언관이 대변한 것은 백성의 여론이 아니라 사림의 의견이었다. 그렇다고 여론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훈구 및 외척세력의 전횡에 사림이 맞서던 시절 사림의 공론은 백성의 여론과 다르지 않았다. 선조 때 사림이 조정을 주도하면서 언관의 행태가 변질됐다. 붕당이 생기고 권력다툼이 벌어졌다. 1575년 동서 분당은 바로 그 이조 전랑 자리를 둘러싼 각축에서 비롯됐다. 이때부터 언관은 공론이 아니라 붕당의 당론을 대변하고, 상대 당을 탄핵하는 데 치중하기 시작했다. 선조 때 기축옥사를 시작으로 광해군대의 잇따른 고변과 무고, 문묘종사 논란과 회퇴변척 논쟁, 현종대의 을해예송 및 갑인예송 등은 대부분 언관에 의해 주도됐다. 숙종대로 넘어오면서 공론정치는 당쟁으로, 당쟁은 아예 살육전으로 치달았다. 당시 붕당의 행태가 얼마나 타락했으면 서인의 영수 송시열이 오로지 ‘남인 박멸’을 위해 사림이 지켜 온 의리(척신 타파)를 버리고 김석주 등 척신의 정탐정치와 고변을 옹호하고 지원(경신환국)했을까. 이는 서인이 노론, 소론으로 분당하는 원인이 됐다. 숙종은 붕당의 이런 행태를 이용해 신권을 강력히 통제하며 왕권을 강화했다. 국왕 주도로 이루어진 급격한 정권교체, 곧 ‘환국정치’다. 숙종은 갑인예송이 촉발한 갑인환국(1674년) 이후 특정 붕당이 비대해져 왕권을 흔든다 싶으면 집권당을 교체했다. 1727년 정미환국까지 50여년 동안 무려 아홉 번의 환국이 있었고 그때마다 숙청과 살육이 벌어졌다. 그것이 ‘택리지’가 전하는 시대상이었고, 영조가 추진한 탕평책의 시대적 배경이었다. 탕평은 사색당파에서 인사를 고루 기용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다. 당쟁의 총구인 언관의 횡포를 막아야 했다. 그리하여 영조는 낭청권 등을 혁파했지만, 말년에 혼미해진 영조는 노론의 등쌀에 밀려 부활시켰다. 최종적으로 혁파한 이가 정조다. 정조 8년(1784)년 청요직에서 노론의 입으로 잔뼈가 굵은 김하재 옥사가 발생했다. ‘사도세자가 죄인이므로 정조도 죄인인다’, ‘정조가 사림을 주살하려 한다’ 등의 흉언을 담은 쪽지를 돌린 게 문제였다. 정조는 조정 신료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하재 한 사람만 처형하고 증거물인 쪽지는 불에 태우도록 했다. 쪽지가 공개될 경우 대규모 당쟁과 살상극이 재연될 게 분명했다. 그로부터 5년 뒤 정조는 결단한다. 판중추부사 채제공이 나섰다. “전랑에 대한 옛 제도를 다시 설치한 뒤에는 단지 다투는 단서가 나날이 심해지고 사의(私意)가 날로 자라는 것만 볼 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비로소 조종조에 누차 설치하였다가 누차 혁파한 것이 폐단의 근원을 환하게 살핀 데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서유린, 정창순, 심이지 등이 혁파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였다. 정조가 말했다. “무익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까지 혁파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신중치 못하다는 이론에 어찌 구애되겠는가. 이조의 낭관에 대한 규정을 혁파하도록 하라.”(정조 13년 12월 8일) 언관의 타락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를 이용해 특정 정파의 총구 노릇을 하고, 나아가 스스로 권력화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왕에게 전권을 내맡기는 환국정치를 초래했고, 결국 언권 자체가 혁파당하기에 이르렀다. 언관의 권력화가 자초한 것이다. 2020년 4·15총선 결과에 대해 대한민국의 주류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가 하품할 소리다. 훈구세력은 여전히 강력한 언론(사간원, 족벌 매체)을 운용하고, 감찰과 탄핵기관(사헌부, 수사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과 유착해 있으며, 주류 학계(홍문관, 대학교수)의 지원을 받고 있다. 자본주의 최고권력인 재계와 한 몸이다. 공론은 훈구의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처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총선은 시민이 더이상 주류 언론에 속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거대한 감염병 재난 속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이들은 기상천외한 왜곡과 거짓을 유포했지만, 시민은 외면했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 국제정책연구소가 운영하는 사이트 ‘디 인터프리터’(The Interpreter)는 최근 이런 글을 올렸다. “북한 주민들은 정권이 통제하는 선전(언론)의 노예가 되고 있지만, 한국은 언론의 위기에 처해 있다. … 가장 큰 언론사들은 언론의 자세를 망각한 게으름, 권위주의 시대부터 내려온 부패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족벌언론을 북한의 선전 매체와 나란히 세운 것이 이채롭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르베르와 카바일 세상에 알린 이디르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베르베르와 카바일 세상에 알린 이디르

    베르베르족 가운데 알제리 북부와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서부에 사는 이들을 카바일족이라고 한다. 이들의 음악과 문화를 세계에 줄기차게 소개했던 하미드 체리엣, 일명 이디르가 71세를 일기로 프랑스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와 AFP·AP 통신에 따르면 고인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글이 올라와 “우리 아버지 이디르가 5월 2일 밤 9시 30분에 타계했음을 알려드리게 돼 안타깝다. 아버지 안식에 드소서”라고 했다. 전날 입원했는데 하루 만에 세상을 떴으며 사인은 폐병으로 알려졌지만 유족들은 AFP 통신의 추가 설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압델마지드 테보우네 알제리 대통령이 고인을 알제리 예술의 아이콘이었다며 “알제리는 기념비 중 하나를 잃었다”고 애석해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도 “감미롭고 풍요로우며 마음을 움직이는 리듬으로 모든 세대를 매혹시킨” 그의 떠남을 아쉬워했다. 유네스코 역시 “카바일과 베르베르 문화의 뛰어난 친선대사”였다고 추모했다. 1949년 10월 25일 고인은 알제리 북부의 카바일족의 수도 티지 오우조우 근처 아이트 라세네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카바일 족의 노래들과 리듬들을 배우며 자랐지만 대학에서 지리학을 공부하다 1973년 ‘카바일 디바’로 통하던 노우아라의 깜짝 대타로 라디오 알제리에 출연, 자장가 ‘바바 이노우바(Vava Inouva)’를 멋지게 불러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알제리뿐만 아니라 근처 나라들에까지 폭발적 인기를 끌었지만 이디르는 곧바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음반 데뷔를 미뤄야 했다. 1975년 파리로 건너가 앞의 노래와 같은 제목의 앨범을 녹음했다. 그는 2013년 AFP 인터뷰를 통해 어릴 적부터 들어온 리듬을 일상생활에 버무려 “올바른 때 올바른 노래를 부른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 뒤 공연 활동도 열심히 하고 음반도 몇 장 내고 갑자기 음악계를 떠났다가 1991년 컴필레이션 음반을 내놓으며 복귀했다. 프랑스에 정착한 뒤에도 그는 순수 카바일족을 옹호하는 운동에 앞장섰고 2007년 이민 문제가 대통령 선거 쟁점으로 부각됐을 때도 앞장서 다문화나 이민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카바일족은 특히 알제리 독립전쟁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정착했는데 프랑스 프로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의 가문도 카바일족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에 “어린 시절 많이 들었다. 난 결코 우리의 만남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는 트위터에 “그는 우리의 뿌리를 그렇게나 아름다운 추수, 위안, 관대함으로 이끌지를 알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38년 동안 프랑스 등에서 살다가 지난 2018년 1월 알제리로 돌아와 수도에서 베르베르 문화를 자랑하는 새해 공연을 열었고 이듬해 악명 높은 장기 독재자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의 사임으로 연결된 민중봉기를 지지했다. 고인은 지난해 4월 “난 모든 이런 시위들에 대한 것들을 사랑한다. 젊은이들의 똑똑함과 유머, 결단력이 평화롭게 남아야 한다. 이런 순간들은 신선한 공기 한모금을 마시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난 폐병이 있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바를 정확히 안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대한매일신보 창간’ 베델 선생 서거 111주년

    ‘대한매일신보 창간’ 베델 선생 서거 111주년

    30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로비에 있는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한국명 배설) 선생 흉상 앞에 서거 111주년 추모 조화가 놓여 있다. 베델 선생은 1904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특파원으로 한국에 온 뒤 그해 7월 양기탁 선생과 함께 항일언론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했다. 그는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등 친일 현실을 고발하면서 한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웠다. 그 공로로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대한매일신보를 모태로 하는 서울신문은 오는 7월 18일 창간 116년을 맞는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대한매일신보 창간’ 베델 선생 서거 111주년

    ‘대한매일신보 창간’ 베델 선생 서거 111주년

    30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로비에 있는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한국명 배설) 선생 흉상 앞에 서거 111주년 추모 조화가 놓여 있다. 베델 선생은 1904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특파원으로 한국에 온 뒤 그해 7월 양기탁 선생과 함께 항일언론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했다. 그는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등 친일 현실을 고발하면서 한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웠다. 그 공로로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대한매일신보를 모태로 하는 서울신문은 오는 7월 18일 창간 116년을 맞는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의원 노회찬’, 마지막 법안으로 기억되다

    ‘의원 노회찬’, 마지막 법안으로 기억되다

    재료연구소 ‘승격’ 정부출연硏 법안 통과 20대 국회 발의 총 57건 중 19건 최종 처리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등 수십 건은 상임위서 논의조차 못해 폐기될 가능성“심상정, 노회찬, 이정미, 김종대, 추혜선, 윤소하. 이 이름을 줄여서 사자성어로 만들면 노회찬, 심상정과 초선 의원 네 명, 노심초사입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노심초사하는 정의당이 되겠습니다.” 2016년 5월 고 노회찬 전 의원이 정의당의 원내대표직을 수락하며 한 연설이다. 정의당을 노심초사 지키다 2018년 7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노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를 재료연구원으로 독립·승격시키는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바로 그 법안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 법안이 노 전 의원 의정 생활의 마지막 통과 법안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노 전 의원은 17·19·20대 세 번의 의정 활동 기간 동안 총 120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마지막인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총 57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 중 19건이 대안반영·수정가결·원안가결 등의 방식으로 최종 처리됐다. 노 전 의원은 2004년 9월 14일 ‘민법 개정안’을 그의 첫 대표 발의 법안으로 제출했다.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뿐 아니라 어머니의 것도 따를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이었다. 노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차별에 반대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주로 발의했다. 이 중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월세뿐 아니라 이사비용, 주택중개비용 등에도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역대 가장 잦은 파행을 겪은 20대 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노 전 의원이 발의한 많은 법안이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못한 채 묶여 있다. 아동학대범죄사건과 피해아동명령보호사건에 국선변호인과 국선보조인 선임을 의무화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주요 방산노동자의 쟁의행위를 허용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은 20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그 이름 ‘노회찬’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으로 기억된다

    그 이름 ‘노회찬’ 20대 국회 마지막 법안으로 기억된다

    3선 동안 120개 법안 대표 발의 마지막 법안 29일 본회의 통과 사실상 마지막 ‘노회찬법’“심상정, 노회찬, 이정미, 김종대, 추혜선, 윤소하. 이 이름을 줄여서 사자성어로 만들면 노회찬, 심상정과 초선 의원 네 명, 노심초사입니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노심초사하는 정의당이 되겠습니다.” 2016년 5월 고 노회찬 전 의원이 정의당의 원내대표직을 수락하며 한 연설이다. 정의당을 노심초사 지키다 2018년 7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노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인이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를 재료연구원으로 독립·승격시키는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바로 그 법안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 법안이 노 전 의원 의정 생활의 마지막 통과 법안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노 전 의원은 17·19·20대 세 번의 의정 활동 기간 동안 총 120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마지막인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총 57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 중 19건이 대안반영·수정가결·원안가결 등의 방식으로 최종 처리됐다. 노 전 의원은 2004년 9월 14일 ‘민법 개정안’을 그의 첫 대표 발의 법안으로 제출했다. 자녀가 아버지의 성과 본뿐 아니라 어머니의 것도 따를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이었다. 노 전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차별에 반대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주로 발의했다. 이 중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월세뿐 아니라 이사비용, 주택중개비용 등에도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역대 가장 잦은 파행을 겪은 20대 국회라는 오명과 함께 노 전 의원이 발의한 많은 법안이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못한 채 묶여 있다. 아동학대범죄사건과 피해아동명령보호사건에 국선변호인과 국선보조인 선임을 의무화하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주요 방산노동자의 쟁의행위를 허용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은 20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창원 ‘재료연구소’,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

    창원 ‘재료연구소’,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가 독립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이 확정됐다. 경남도는 30일 재료연구소(창원시 창원대로 797)를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시키는 법률안인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 29일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이 법률안은 국내 첨단소재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료연구소를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시켜 독립법인화는 내용으로 박완수 의원과 고 노회찬 의원이 2017년 1월과 2월에 각각 발의했다. 도는 김경수 도지사 핵심 공약사업에 포함된 ‘한국재료연구원 승격’을 위해 그동안 많은 힘을 쏟았다. 도와 창원시는 공동대응체계를 가동하며 국회를 여러차례 방문해 국회의원들을 만나 ‘원 승격’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도는 올해로 설립 13주년인 재료연구소는 그동안 국내 재료연구분야를 선도해왔으나 독립기관으로 승격되지 못해 연구·성장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도와 창원시는 재료연구소가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승격됨에 따라 소재기술 관련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기술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돼 국가기술혁신 주도와 수입품 국산화 등 대한민국 산업발전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소재분야 연구개발(R&D) 효율화와 산학연관 협력 중심·선도 기관으로서 역할도 하게 된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한국재료연구원이 제조업 혁신을 이끄는 소재 산업 중심거점으로, 동남권 제조업 재도약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은 “한국재료연구원이 승격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소재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동안 원 승격을 위해 노력한 김경수 도지사와 허성무 창원시장, 한철수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지역 국회의원 등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서울시 전국 최초 저소득 노인 독립생활지원주택 공급

    서울시 전국 최초 저소득 노인 독립생활지원주택 공급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경증치매나 당뇨병 등 노인성질환으로 돌봄·도움이 필요한 저소득 노인을 위한 노인지원주택을 공급한다.노인지원주택은 시설이 아닌 독립된 주거공간에 살면서 복지서비스를 받고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서울시는 오는 11~12일 서울주택도시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목표량 90호 중 1차로 48호에 입주할 노인 45명(커뮤니티 공간 3호 제외)을 모집한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신축한 동대문구 소재 주택(투시도) 2개동 31호와 올해 초 신축한 강동구 소재 주택 1개동 17호가 대상이다. 주택 유형은 다가구 및 원룸형 주택으로, 세대 당 평균 전용면적이 34.2㎡(약 10.36평) 내외다. 만 65세 이상 서울시 거주 무주택세대 구성원 중 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에 따른 치매환자로서 장기요양인정 점수가 45점 미만이거나 인슐린 투여 당뇨병 질환, 파킨슨 질환 등 노인성 질환을 진단받은 노인이 대상이다. 시는 올해 90호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두 19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위치 및 면적에 따라 보증금 300만원에 월 임대료 23만~51만원선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입주 노인 8호당 주거코디네이터가 1명씩 배치돼 사회복지서비스 지원, 병원동행, 공과금·임대료 납부 등 자립지원, 지역사회 연계 등 입주자의 지역사회 정착과 주거 유지를 지원한다. 주택은 승강기를 설치하고 휠체어가 진입하기 용이하도록 방문과 화장실문을 확장하는 등 노인 맞춤형으로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정진우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노인들의 개별 욕구가 반영된 맞춤형 서비스와 주택이 결합된 노인지원주택으로 노인들이 익숙한 지역사회 안에서 독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문화마당] ‘깜깜이 유통’이 부른 위험한 선택/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깜깜이 유통’이 부른 위험한 선택/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최근 ‘교보문고 도매 진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좌담회가 열렸다. ‘출판사ㆍ도매상ㆍ지역서점’을 축으로 하는 출판 유통질서 전체를 흔들 만한 사안이라 출판인들의 관심이 무척 컸다. 교보문고의 2019년 매출액은 약 6100억원, 시장점유율 1위다. 온라인서점 1위 예스24의 매출액은 5330억원, 대형체인서점 2위 영풍문고는 1449억원, 도매업체 1위 웅진북센은 1490억원이다. 다른 업체들과 상당한 차이다. 우려부터 정리하자. 교보문고의 도매 진출은 단기적으로 웅진북센 같은 도매업체의 약화를, 장기적으로 시장 독과점 업체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출판사엔 서적 공급률 인하 압력으로, 서점엔 도매상 몰락 이후의 경영 압박으로, 독자에겐 책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교보문고의 도매 진출이 한국서점조합연합회(서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서련은 중소서점 연합체 성격이 강하다. 도매업체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하면서 도서관 납품 등에서 어려움이 생기자 언 발에 오줌을 눈 셈이다. 위협적 경쟁업체에서 도서를 공급받으면서 사실상 ‘지연된 자살’에 이르게 된 사정이 안타깝다.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서점 숫자는 2050곳이다. 10년 전과 대비해 36.9%나 감소했다. 그러나 2014년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서 지역서점 소생의 숨통이 열렸다. 도서관·학교 같은 공적 기관에서 지역서점 공급을 의무화하는 등 지원책이 마련돼 호흡이 힘차졌다. 개성적 큐레이션과 독자 모임에 중점을 둔 독립서점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전국 독립서점 지도를 만드는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9년 말 운영 중인 독립서점은 551곳이다. 신규 개점하는 서점이 매주 평균 2016년 1.6곳, 2017년 2.0곳, 2018년 2.6곳, 2019년 3.5곳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운영 사정은 녹록지 않다. 2019년 매주 독립서점 1곳이 문을 닫았다. 누적 휴폐점률도 15.2%에 이른다. 희망이 박차를 달지 못한 이유는 도서의 불안정 공급 탓이다. ‘한국 도서유통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대안’에 따르면 동네서점은 필요한 책을 적시에, 빠르게, 적정한 가격으로 확보하기 힘들어 독자를 잃어버릴 때 가장 큰 고통을 당한다. 동네서점이 책을 공급받는 곳은 도매업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대형서점 및 온라인서점 중심의 유통질서가 강화되고 출판사ㆍ서점 간 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도매는 책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는 등 기능부전에 빠져들었다. 2017년 송인서적 부도는 그 상징이다. 서련은 현재 중소서점이 판매할 수 없는 서적이 3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해서 서점이 실적 출판사 8000곳과 일일이 직거래하는 것은 거래비용 때문에 불가능하다. 서련이 위협적 경쟁자인 교보문고에 적대적 협력을 요청한 이유다. 함정이 있다. 교보문고는 일반 도서 말고 납품 도서에만 관심이 있다. 염불 없이 잿밥을 먹자는 꼴이다. 그런데 기존 도매업체는 아마도 이 부문 없이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찐빵에서 앙꼬를 빼앗기는 일이니 말이다. 일부 서점과 출판사가 ‘궁극적 파멸’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서련이 도매 기능을 부정하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은 현재의 도서 유통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도매든 소매든 서점 위기의 본질은 도서의 실제 판매 현황을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유통’에 놓여 있다. 초연결시대에 판매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유통은 사라진다. 저자나 출판사가 도서를 공급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서점 쪽 제안인 거점 물류센터나 공급률 일원화 역시 ‘데이터 투명성’과 함께여야 논의가 가능하다. 이것이 출판의 호미다. 편법은 가래를 불러들일 뿐이다.
  • [김유민의 노견일기] 네 발의 천사 ‘안내견’을 아시나요

    [김유민의 노견일기] 네 발의 천사 ‘안내견’을 아시나요

    매년 4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은 국제안내견협회에서 지정한 ‘세계 안내견의 날’입니다. 안내견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고 고마움을 새기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습니다. 세계적으로 2만여 마리의 안내견들이 영국,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내견의 시작은 1916년 1차 세계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의 한 의사가 시력을 잃은 군인을 돌보는 개의 모습을 보고 적십자와 협력해 관련 교육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초의 안내견 학교는 1929년 미국 최초의 안내견을 등록시킨 도로시 유스티스가 세운 ‘The Seeing Eye’로 현재도 안내견을 양성하며 전 세계에 그 가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1972년 임안수 교수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안내견 사라와 함께 귀국하면서 안내견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렸고 1993년 삼성화재가 안내견학교를 설립하면서 전문적인 양성이 이루어졌습니다. 1994년 양현봉 씨가 분양받은 ‘바다’가 국내 첫 안내견입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게 된 김예지 당선자의 ‘조이’ 역시 같은 학교 출신입니다.순한 외모에 지능이 높아 ‘천사견’이라는 별명을 가진 래브라도레트리버가 가장 많습니다. 안내견은 모든 장소에 출입이 가능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아직도 일부 장소에서는 ‘털이 날린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아무리 귀엽고 기특해도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합니다. 안내견은 목줄의 움직임으로 주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주인은 안내견의 움직임을 따라 보행하며 주변의 위험을 피하기 때문입니다. 먹을 것을 주거나 무단횡단을 하는 것도 안내견의 활동을 방해하는 일입니다. 개는 색맹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무단횡단을 할 경우 건너도 되는 상황이라고 인지할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10여년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한 안내견은 노견이 되면서 은퇴를 합니다. 자원봉사자 가정에 위탁되거나 안내견 학교에서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기꺼이 사람의 눈과 발로 살다 가는 안내견은 ‘네 발의 천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가고 싶은 곳에 가는,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조차 쉽지 않을 장애인들에게 안내견은 보행을 보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안내견의 날을 맞아 어려운 훈련을 받고 있을 후보견, 이제는 느린 하루를 보내고 있을 은퇴견을 포함한 모든 안내견들이 보다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사회에서 더욱 환영받는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planet@seoul.co.kr
  • 모녀의 봄, 세월을 소환하다

    모녀의 봄, 세월을 소환하다

    요즘 뉴트로 여행지가 인기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일컫는다. 예쁘게 장식된 낡은 건물에 맛있는 음식까지 갖춰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명주동도 그런 곳이다. 남편이나 아들과 함께 가긴 어딘가 어색하고, 모녀가 함께 봄나들이 삼아 돌아보면 딱이겠다.●‘건축 규제’가 만든 옛 골목 풍경 삼국시대 강릉의 이름은 하슬라였다. 통일신라 때는 명주라 불렸다. 그러니까 명주동은 도시 이름이자 동네 이름인 셈이다. 이름에서 보듯 명주동은 고려시대부터 강릉의 중심지였다. 강릉대도호부 관아(사적 388호), 강릉읍성, 강릉시청 등이 세월을 이어 가며 이 일대에 자리잡고 있었다. 명주동이 옛 모습을 오래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건 건축 규제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명주동 일대는 인근의 강릉비행장 때문에 건물 높이에 제한이 있었다. 예전엔 3층까지만 올릴 수 있었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5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됐다. 한데 바로 그 무렵 옛 강릉시청 터에서 강릉대도호부 관아가 발견됐다. 문화재가 출토되면서 도심 재개발 사업도 중단됐다. 명주동이 주변 도심과 사뭇 다른 풍경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명주동 나들이의 들머리는 ‘작은공연장 단’ 앞이다. 옛 교회 건물을 개조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공연장 앞은 적산 가옥이다. 명주동을 상징하는 사진, 그러니까 옛 르네상스 시절의 복고풍 의상을 갖춰 입은 ‘모던 걸’이 능소화 아래 서 있는 사진이 촬영된 곳이 바로 이 집 담장이다. 정원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멋진 자태로 자라고 있다. 주민들이 농담 삼아 “집값보다 소나무가 비싸다”고 할 만큼 수형이 빼어나다.●시간이 멈춘 듯… 추억 가득한 공간서 한잔의 여유 적산 가옥 옆은 ‘봉봉방앗간’이다. 1940년대 지은 방앗간을 개조한 카페다. 봉봉(bonbon)은 ‘좋아좋아’를 뜻하는 프랑스어라고 한다. 엄마 세대라면 아마 오렌지 음료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지 싶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이 집에서 촬영됐다. 이 동네의 터줏대감이자 ‘명주동 르네상스’의 산파 역할을 한 김운수씨의 기억에 따르면 ‘봉봉방앗간’의 전신은 ‘문화떡공장’이란 이름의 방앗간이었다. 1940년대 지어진 ‘문화떡공장’은 2000년대 들면서 쓰임새를 잃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2011년 커피를 볶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맞은편 파랑달은 ‘시나미, 명주 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근현대 의상도 대여한다. 파랑달 너머로 ‘명주배롱’ 등 크고 작은 예쁜 카페들이 이어져 있다. 골목 끝, 남대천 제방 아래 ‘칠커피’도 인상적이다. 1940년대 방이 일곱개였던 여인숙을 개조해 카페로 쓰고 있다. 햇살박물관은 마을 주민들의 생활용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해설사 투어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마을 풍경을 찍은 흑백사진, 턴테이블 등이 잃어버린 기억들을 소환한다. 일제강점기의 적산 가옥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도 있다. 카페 ‘오월’이 가장 유명하다. 목재로 덧댄 외형이 무척 고풍스러워 늘 문전성시다. ‘남문칼국수’도 일본 건물 느낌이 물씬 풍기는 집이다. 주민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적산가옥은 ‘오부자 집’이다. 일제 때 일본 건축가가 설계하고 지은 집인데, 일본 오사카성과 건축 기법이 매우 흡사하다.●주민들 스스로 가꾼 동네… 아름다울 수밖에 명주동이 다른 지역 원도심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외지인이 건물을 사서 입주해 왔다는 것이다. 서울 성수동, 강원 삼척 논골담길 등에서 숱한 원주민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에 시달리다 대안을 찾은 것이다. ‘세입자’가 아닌 만큼 ‘주민들’ 스스로 동네 가꾸기에 적극적이다. 앞으로도 이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은 많지 않다. 문화재가 있는 데다, 주민들이 현 원도심 풍경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명주동 건너편에도 강릉대도호부 관아, 일곱 가지 행정 사무를 관장했다는 칠사당, 영동 일대 화교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옛 화교소학교 등 볼거리가 많다. 영화 팬들이라면 ‘봄날은 간다’ 촬영지를 거닐며 ‘라면 먹고 갈래요?’ 등 전설적인 ‘작업 멘트’를 회상하는 재미도 쏠쏠하겠다.임당동 성당은 무척 인상적인 외형의 건물이다. 1950년대 강원 지역 성당 건축의 전형을 보여 준다. 뾰족한 종탑과 지붕 장식, 부축벽을 이용한 전면부의 독특한 입면 구성 등 건축 문외한의 눈으로도 매우 독특한 건물이라는 걸 첫눈에 알 수 있다.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촬영되기도 했다. 미사가 없는 시간엔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임당동 성당에서 두 블록쯤 위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 있다. 강릉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기 전만 해도 대형 영화관이었지만 지금은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관으로 축소됐다. 그나마 코로나19로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하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옛 영화관에 들러 예술영화 한 편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글 강릉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5회] “‘블랙리스트’ 주장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물의야기 법관 문건에 대한 반론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5회] “‘블랙리스트’ 주장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물의야기 법관 문건에 대한 반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물의야기 법관’을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보기 어렵다고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법관이 거듭 확인했다. 사법행정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지닌 법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핵심 공소사실을 반박한 것으로 읽힌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64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물의야기 법관’ 문건을 사법행정에 비판하는 입장의 판사들을 징계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한 것인가“라는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13일 한 차례 법정에 나와 검찰 측 주신문을 거친 김 부장판사는 이날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가졌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을 지낸 김 부장판사에게 변호인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핵심 공소사실인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행정처가 특정 성향이나 입장을 가진 법관들을 따로 분류해 관리하고 이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일이 없다는 답변을 끌어내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물의야기+사법행정 비판 8명은 이유 있었다“…블랙리스트 의혹 부인 김 부장판사는 매해 1200여명의 판사들이 정기인사의 대상이 되고 이 가운데 60~70명의 법관들이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전보 인사에 고려하기 위해 품위손상이나 근무태도 불량 등 개인의 비위가 있는 법관들을 파악하는 자료라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가 인사총괄심의관으로 부임한 뒤 첫 정기인사였던 2016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는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와 ‘2016년 각급 법원 법관 참고사항’ 문건이 작성됐다. 검찰은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 전 대법관이 김 부장판사로부터 물의야기로 분류된 법관들 각각의 가능한 인사조치 방안을 설명들은 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를 경우 원하는 인사조치 방안을 ‘1안’으로 정리해 다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되면 양 전 대법원장이 ‘V’ 표시를 하거나 구두로 인사조치 방안을 직접 결정해줬다는 게 주요 공소사실 내용이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와 변호인들은 이 같은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그해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돼 인사조치 검토 대상이 된 판사는 41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3명은 개인의 비리 등 문제가 있었고, 나머지 8명이 검찰이 지적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판사들이었다. 변호인들은 반대신문을 통해 당시 인사조치 검토 대상이 된 판사들이 단순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이유 뿐 아니라 재판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우려가 있거나 법관으로서의 독립을 지키지 않은 의혹이 있는 등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될 만한 사유가 있었음을 역설했다. ▶[핫뉴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52회] “동료 법관 정신질환자로 몰지 않았다” 前인사총괄심의관의 해명 “2016년도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도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법관들을 주되게 검토한 게 아니라 법관의 품위손상이나 근무태도 불량 등 개인 비리 등의 사유가 있는 사람들을 검토한 것이지요?”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네, 그렇습니다. 근무평정을 한 판사들 중에서 검토한 것이고 그 중에 극히 소수의 사람들 중에서 근무평정 중에 사법행정에 부담이 되었다고 기재된 사람들이 검토된 것입니다. 이것을 사법행정에 부담을 줬다고 해서 검토했다고 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고 문건이 두꺼운데 그 중에 몇 명만 갖고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입니다.” (김 부장판사) 또 변호인들은 각급 법원을 통해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분류한 물의야기 법관에 대해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차장 등 고위 간부들이 개입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검찰은 실장회의에서 문제 법관으로 거론된 법관들이 물의야기 법관에 포함됐다고 주장하는데 증인의 기억은 어떻습니까?”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그런 사실 없습니다.” (김 부장판사) ●”대법원장이나 처장 등의 물의야기 관련 지시 없었다“ “처장이나 차장이 그런(문제) 법관을 따로 알려주고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 포함하라 지시한 경우가 있었습니까?”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없었습니다.” (김 부장판사) “처장이나 대법원장이 이 문건과 관련해 작성하라거나 보고하라고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없었습니다.” (김 부장판사) “증인, 검찰 조사에서 처장이나 차장, 대법원장이 특정 법관에 대해 물의야기 했다고 인사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지요?”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네. 진술조서 내용이 사실일 겁니다.” (김 부장판사) “그 진술 내용은 사실입니까?”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 “네.” (김 부장판사) “(물의야기 법관들에 대해) 별도의 징계를 하지 않고 일반적인 인사조치를 하는 것에 불과하면 오히려 보호하는 측면이 있고, 불리한 처분이라고 볼 순 없는 것이지요?”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 “그렇습니다. 그건 검사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 행정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있습니다. 형사 절차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고 봅니다.” (김 부장판사) “증인은 수사 당시에 이런 진술을 했지요. ‘피고인들에게 공소사실 전제와 같은 인사총괄심의관실 바탕으로 인사조치를 당한 것은 사실상 징계로 보이는데 어떤가” 검사가 물으니 ‘징계권 행사가 적절치 않다고 할 정도의 물의면 인사 시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셨죠.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까?”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 “네.” (김 부장판사) 김 부장판사는 매년 정기인사를 앞두고 작성되던 물의야기 법관 관련 문건이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판사들에 대한 문책이나 변칙적 징계 등의 성격으로 이용될 거라고도 생각을 못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책이나 변칙적인 징계로 사용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이 문건이 위법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적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문건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지도 않았다고 했고, 또 다른 블랙리스트로 꼽히는 사법행정위원회 후보 법관들에 대한 평가내용도 특정 성향을 고려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인사 관련 문제가 매우 민감하게 다뤄졌던 만큼 김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날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박·고 전 대법관 측 반대신문을 마쳤지만 아직 양 전 대법원장 측 반대신문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 초 김 부장판사를 다시 한 번 부르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보건복지위원회, 사회서비스원 이관 현안 간담회

    보건복지위원회, 사회서비스원 이관 현안 간담회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정희시·더불어민주당·군포2)는 29일 보건복지위원실에서 최종현·왕성옥·김영해·박태희·이영봉·조성환·지석환·이애형 의원과 경기도사회서비스원(원장 이화순)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공공센터 이관 추진 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지난 1일자로 6개 기관(노인보호전문기관 4개, 노인종합상담센터, 경기도대체인력지원센터)의 이관을 완료했다. 경기도노인일자리센터는 5월초에, 경기도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은 6월초 이관 예정이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한시적 독립채산제 해소방안 연구 및 조례개정과 전 직원 후생복지 예산 추경 편성을 계획 중이다. 정희시 위원장은 “수준 높은 복지서비스로 도민 행복 지수를 높이고 종사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의회에서도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의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경기도 ‘공공배달앱’ 개발 시동…경기도주식회사 이사회 승인

    경기도 ‘공공배달앱’ 개발 시동…경기도주식회사 이사회 승인

    경기도가 ‘공공배달앱’ 개발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경기도는 29일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산하기관인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임시이사회에서 공공배달앱 개발사업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산하기관과 민간 기업 등이 협업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스템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다음 달 앱 개발을 담당할 사업자를 공모한다. 이미 성공적으로 정착한 ‘경기지역화폐 유통망’을 기반으로 소비자 편의와 확장성을 갖춘 구조를 설계해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공익성과 독립성을 갖춘 법인을 설립해 개발한 공공배달앱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예산의 낭비를 막고, 시장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경기도는 공공배달앱이 소비자와 가맹점, 플랫폼 노동자가 상생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소비자인 도민들에게는 편리함과 혜택을, 소상공인들에게는 수수료와 광고비 절감을, 배달노동자에게는 처우개선과 안전망 확보를, 공공 차원에서는 디지털 SOC를 확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고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한 뒤 공공배달앱 개발과 운영을 통해 배달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지원 등 경기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경기도주식회사는 온·오프라인 판로개척 및 해외 진출, 마케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도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이다. 경기도는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민간전문가와 관련 산하기관, 관련 부서 등이 참여하는 ‘공공배달앱 개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지난달 6일부터 구성·운영해 앱 개발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추진 중이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광주형 일자리 재단설립, 노동계 복귀로 정상화

    노동계가 ‘광주상생일자리재단’에 참여키로하면서 좌초 위기에 몰렸던 광주형일자라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박광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29일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지난 2일 노사상생협정서 파기를 선언한 지 약 한달 만에, 이용섭 시장이 노동계에 가칭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설립을 제의한 지 이틀만에 합의가 이뤄졌다. 시는 이에 따라 조만간 노동 전문가, 공무원 등이 참여한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설립 추진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추진단장은 비상임 직위로 노동계 추천을 받아 임명하고, 4급(과장급) 사무국장도 공모한다. 재단 설립에는 1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은 광주시의 노동정책 전반의 실효성 확보를 뒷받침하고 이를 지원하는 ‘노동서비스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문화재단, 복지재단 등과 유사한 형태의 일자리와 노동 분야 재단법인인 셈이다. 박광태 GGM 대표이는 이날 5인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상생위원회를 구성해 상생노사발전협의회가 구성되기 이전까지 노사 관련 제반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한국노총 역시 광주시·현대차간 투자협약서와 부속 협정서인 노사상생발전협정서 내용을 이행키로 합의했다. 한국노총은 최근 노사상생발전협정서 파기와 함께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았다. 노동계는 그동안 광주형 일자리 4대 핵심 의제 가운데 ▲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에는 합의했으나 ▲노사 상생(소통·투명경영)▲원하청 상생(동반 성장) 등 2가지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동계는 특히 ‘노동이사제’ 도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약을 파기했으나 이를 보완하는 내용의 재단설립을 통한 ‘참여 보장’이 이뤄지면서 이 사업에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 GGM은 상생위원회를 통해 현안인 원하청관계 개선 등에 노동계의 목소리를 상당 부분 수용키로하면서 이들의 복귀에 힘을 실었다. 광주형일자리사업은 지난 2019년 1월 30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의결한데 이어 광주시와 현대차가 다음날인 31일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같은해 9월 법인설립과 12월 GGM 자동차 공장 착공을 마친데 이어 올 생산설비 설치와 내년 하반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연간 10만대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춘다. 현재 공정률은 10%에 이른다. 총 사업비 5754억원 가운데 37개 투자자가 2300억원(자본금)을 투자했고, 나머지 3454억원은 금융권 차입으로 충당할 예정이다.공장이 돌아가면 1000여명의 직접 고용과 1만여명의 간접고용이 예상된다. 근로시간은 주 44시간에 초임 연봉은 3500만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동자에게 주택·육아 등 각종 후생 복지 비용을 지원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차액을 지원한다 한편 GGM주주들은 최근 오는 29일까지 노동계가 복귀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통보했으나 이번 노동계의 참여로 양 측의 갈등은 봉합될 전망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웹드라마 ‘두근두근 출근’ 두 번째 영상 공개…동거 이유 밝혀져

    웹드라마 ‘두근두근 출근’ 두 번째 영상 공개…동거 이유 밝혀져

    웹드라마 ‘두근두근 출근’의 주인공 은정과 재훈의 동거 이유가 밝혀져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극중 은정과 재훈의 동거가 발각될 위기를 맞은 가운데 29일 공개된 웹드라마 ‘두근두근 출근’ 2화 영상에서는 은정과 재훈이 동거한 이유가 다뤄졌다. 회사에 취직하게 된 은정(손예지 분)은 엄마의 소개로 회사 근처에 이사하게 된다. 마음에 쏙 드는 집에 설렌 것도 잠시, 집에 귀가한 재훈(최준한 분)과 마주치게 된다. 은정과 같이 사는 것이 나쁘지 않은 재훈과 달리 은정은 집을 나가며 거세게 저항한다. 하지만 엄마와의 통화 후 현실을 깨닫게 된 은정은 재훈과의 동거를 선택하게 된다. 다음 날 첫 출근을 한 은정은 회사 사람들에게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하지만 회사 팀장님이 재훈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며 좌절하게 된다. 반면, 재훈은 은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의 극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2화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은정이가 겪은 ‘재훈 쇼크’가 장난 아닐 듯”,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된 것도 모자라 그 친구가 회사 팀장님이라니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재훈은 은정에게 호감이 있는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첫선을 보인 ‘두근두근 출근’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된 오피스 로맨스 웹드라마다. 주인공 은정과 재훈의 두근두근한 사내 연애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1편당 10분 내외로 그려진다. 매주 수요일 무비다 공식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에 영상이 업로드되며, 총 8부작이다. 한편, 제작을 맡은 무비다는 콘텐츠 저작권 무비 플랫폼으로, 웹드라마와 독립영화, 단편 콘텐츠 등 영상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영상 수익은 매달 1일 참여자와 분배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코로나19로 최악 치닫는 中-호주…“호주는 발 밑에 있는 껌…돌로 떼어내야”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호주에 ‘경제 보복’을 재차 경고했다. 감염병을 계기로 두 나라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경제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호주에서 소고기와 와인을 수입하는 중국 수입업체들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2015년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가동한 뒤 수입원이 다양해져 호주 소고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50%까지 떨어졌고 와인도 대체재가 많아 프랑스나 칠레 등에서 수입하면 된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설명했다. 후시진 편집장도 트위터를 통해 “(호주의) 중국에 대한 태도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중국 기업들은 호주와의 협력을 줄일 것이고 호주를 찾는 중국인 학생과 관광객들도 감소할 것이다. 시간이 증명할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그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서도 “호주는 늘 말썽을 일으킨다. 마치 신발 밑에 달라붙어 있는 껌처럼 느껴진다. 가끔 돌을 찾아 문질러야 한다”고 적나라하게 비난했다. 두 나라 간 갈등은 최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미국 등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발원에 대한 국제조사 방안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청징예 주호주 중국대사는 지난 27일 언론 인터뷰에서 “호주 소고기와 와인의 중국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사이먼 버밍험 호주 통상투자관광부 장관은 “호주 정부는 청 대사의 발언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도 청 대사를 초치해 경제 보복 시사 발언에 항의해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호주는 전체 무역 거래의 25% 정도를 중국이 차지할 만큼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다. 석탄과 철광석, 와인, 소고기, 관광, 교육 분야에서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중국이 호주를 강하게 압박하는 데는 이런 경제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발원지 조사에 대한 호주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이날 조시 프라이든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세계적인 전염병의 기원에 대해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호주는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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