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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수화물 중독, 폭식 부르는 주범 잡았다 [달콤한 사이언스]

    탄수화물 중독, 폭식 부르는 주범 잡았다 [달콤한 사이언스]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 배가 부른데도 자꾸 음식을 입에 넣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현상은 소위 ‘먹방’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때도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 연구진이 과식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신경전달체계와 호르몬 단백질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미국 스키발 생체분자의학연구소 세포생물학과, 뉴욕대 의대 신경과학연구소, 하버드대 의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세포생물학과 공동연구팀은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두 개의 독립적인 과식 억제 시스템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런’에 실렸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자연상태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섭식행동을 억제하는 신경전달체계가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아직 이 같은 과식방지를 위한 신경망에 대한 연구는 충분치 않은 상태이다. 연구팀은 초파리가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DH44’라는 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체내 당분 농도를 감지해 음식을 섭취하도록 행동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DH44 신경세포가 초파리의 음식선택 행동을 조절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양분이 필요한 상황에서 체내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인 탄수화물류에 대한 섭식행동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DH44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초파리가 식사량을 늘리고, 배가 부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DH44 신경세포 활성도가 줄면서 과식을 방지하게 된다는 것이다.연구팀은 DH44 신경세포에 억제신호를 보내는 신체 장기를 찾기 위해 뇌와 연결된 다양한 장기를 하나씩 제거하는 방식의 해부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위에 해당하는 초파리의 내장부위와 척수에 해당하는 복부신경중추가 DH44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내장이 팽창하면서 압력신호를 DH44 신경세포로 전달해 식욕 억제를 유발시킴으로써 물리적 팽창을 차단해 내장기관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또 초파리의 복부신경중추에 있는 후긴이라는 신경세포는 체내 영양분 농도를 감지해 DH44 활성을 억제해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추가 섭식행위를 중단시킨다는 것이다. 서성배 카이스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동물의 뇌 속에 존재하는 영양분 감지 신경세포가 다양한 신호전달체계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을 증명한 첫 번째 사례”라며 “과식을 막는 신호전달체계가 문제가 생길 경우 과다한 영양섭취가 이뤄지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번 연구는 사람의 식이장애 치료나 비만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운산, 가명 8개로 활동… ‘최문무’ 행세 中공안 출신 조선족이 연금 가로채

    최운산, 가명 8개로 활동… ‘최문무’ 행세 中공안 출신 조선족이 연금 가로채

    “1923년 9월 중순경에 다시 간도로 나와 수십 명의 무장한 부하를 거느리고 일본관헌의 경비 상태를 탐정하는 동시에 수천 원의 군자금을 모집하였다. 최문무는 1925년에 체포되어 동년 2월 30일 청진지방법원에서 징역 8년을 받았다.” 국가보훈처 독립운동가 공훈록에서 ‘최문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이런 공적이 나온다. 2008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그런데 이 공적은 최운산의 공적이다. 최운산의 후손들은 최운산과 최문무는 동일 인물이라고 말한다. 최운산은 다른 독립운동가들처럼 이명(異名)을 사용했는데 8개나 된다. 그중에 최문무가 있다. “1922년 음 3월 상순경에는 재무원 최태여(崔泰汝)와 함께 70여명의 무장한 부하를 거느리고…”라는 문구가 공훈록에 있는데 최태여는 최운산의 장조카라고 한다. 군자금 모금은 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최운산이 친족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공훈을 신청해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최운산의 후손이 아니라 중국 민정국 출신 동포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그가 최운산의 이명을 내세우고 허위로 공훈과 지원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가보훈처가 주도해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최문무가 최운산과 같은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공훈을 인정한 사람은 박모 교수라고 한다. 최운산의 후손들이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최운산의 후손들과 박 교수의 악연 아닌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진동의 친일 논란과 관련된 것이다. 논란은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에 옌볜 지역 사학자들이 공산당을 반대한 지주였다는 이유로 최진동을 친일로 폄훼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 근거의 하나로 드는 것이 1937년 최진동이 일제에 100원을 헌금했다는 신문 보도다. 이 보도에 대해 최운산의 후손들은 “최진동 장군의 후처가 한 일로 장군이 뒤늦게 알고 부인을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할 정도로 화를 냈다”며 최진동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한다. 최성주씨는 “일제가 최진동 장군이 살던 집 옆집을 사서 3층짜리 요정을 지어 1년 내내 내려다보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것만 봐도 친일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진동의 친일 논란이 문제가 됐는데 박 교수가 주도했다고 후손들은 주장한다. 2019년 말부터 독립유공자 전수조사가 시작됐고 지난해 박 교수가 국가보훈처 1차 심사위원회에서 최진동을 친일로 결정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진동의 친일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후손들은 박 교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최문무의 잘못된 서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최진동의 부인 김성녀와 동생 최치흥의 서훈을 부결시키고 있는 것도 박 교수가 서훈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한다. 사실이라면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기 싫은 학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왜곡된 교과서·영화… 봉오동전투서 사라진 영웅 최진동·최운산

    왜곡된 교과서·영화… 봉오동전투서 사라진 영웅 최진동·최운산

    “아니, 어찌 이러오? 봉오동 독립전쟁도 청산리전투도 우리 아버지 최운산이 창설한 부대가 치른 전쟁이고, 총사령관은 큰아버지 최진동이지 않소? 어찌 한국에서는 봉오동 전쟁 총사령관은 홍범도라고 하고 청산리 전투 사령관은 김좌진이라고 하오?” 중국에 살던 최운산의 첫째 딸 청옥은 1990년대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TV를 보고 이렇게 흥분했다고 한다. 역사가 왜곡되거나 폄하되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독립운동사도 사료 불충분에 정치적인 이유가 더해져 그런 일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봉오동 전투는 진실과 괴리된 측면이 많다. 홍범도만 영웅이 된 데는 정치적 배경도 있고 잘못된 교과서의 탓도 크다. 극적 효과를 추구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왜곡의 정점을 찍었다.●독립운동사 사료 불충분·정치적 이유로 왜곡 청옥의 말처럼 봉오동 전투는 사령관 최진동과 동생인 참모장 최운산이 지휘한 대한북로독군부가 이끈 전투였다. 김좌진과 홍범도는 각각 제1연대장, 제2연대장이었다. 교과서는 홍범도가 사령관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가르쳤다. 국민의 뇌리에 두 사람만 화석처럼 굳어져 남아 있는 이유다.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홍범도와 김좌진의 활약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들만을 영웅화하면서 최진동·최운산은 사라져 버렸다. 굳어진 인식은 바뀌기 어렵지만 그래도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후손이 있는 경우는 다르다. 최운산의 맏아들 최봉우는 광복 후 평양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다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의 딸 최성주씨가 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파묻힌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최운산, 봉오동의 기억’이라는 책을 펴내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최씨를 만나 독립운동에 바친 비운의 가족사를 들었다. 최진동 형제의 아버지 최우삼은 함북 온성이 고향으로 1860년에 태어났고 1880년 무렵 만주 옌볜 도태(道台)로 봉직했다. 도태는 조선 말기에 옌볜 지역을 다스리던 관리였다.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자 최우삼은 일가를 이끌고 봉오동으로 이주, 한인 마을을 건설했다.최진동은 중국인 부호 밑에서 일해 큰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만주 군벌 장쩌림 부대에 있었던 최운산은 장쩌림의 목숨을 구해 주는 등의 각별한 인연으로 봉오동 일대에 부산 면적의 6배나 되는 땅을 갖고 있었다. 또 국수 공장, 콩기름 공장, 양조장, 성냥 공장, 비누 공장을 운영했다. 대규모 목장도 소유해 러시아 군대에 곡물과 소를 수출하는 등 간도 제일의 거부(巨富)였다. ●홍범도 영웅 묘사한 영화 봉오동전투 ‘정점’ 형제는 1912년 비적들로부터 동포들을 지킬 목적으로 독립군의 모태가 되는 100여명 규모의 자경단을 만들었다. 또 봉오동 사관학교와 사관연성소를 창설해 독립군 지휘관들을 양성했다. 1915년에는 연병장과 막사를 만들고 두께가 1m가 넘는 토성을 건설해 독립군 기지를 구축했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이 되자 최진동 형제는 670명 규모의 대한군무도독부를 창설해 본격적으로 독립전쟁을 시작했다. 임시정부가 출범하고 통합 논의가 일어 1920년 대한군무도독부를 비롯한 북간도 일대의 독립군 부대는 조직을 합쳐 대한북로독군부로 거듭났다. 최진동이 부장(府長·사령관), 둘째 최운산이 참모장, 셋째 최치흥이 참모가 됐다. 막대한 재력을 가진 최운산은 각 부대에 주둔지를 제공하고 식량과 피복을 지급했다. 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해주까지 진출했던 체코군의 무기를 사들였다. 독립군들은 신형 무기로 체계화된 군사훈련을 받았다. 독립군들은 1920년 초부터 봉오동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인 5월까지 두만강을 건너 일제의 관서를 수십 차례 공격했다. 일제는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나섰다. 최진동 형제는 보름 전 전투 준비를 완료하고 적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한 달 전부터 주민들도 이주시켰다.대한북로독군부는 참호를 파고 의무부대도 후방에 배치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했다. 1920년 6월 7일 새벽부터 일본군은 봉오동을 습격했지만 그들의 패배는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157명의 사망자와 300여명의 부상자를 내고 패주했다.총사령관 최진동 등 지휘부는 최고봉인 봉초봉에 자리잡고 전투를 지휘했다. 전체 작전은 사령관 최진동과 참모들이 세웠다. 뒤늦게 합류한 홍범도는 작전을 준비할 위치도 아니었고 시간도 없었다. 홍범도도 격렬히 싸웠지만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갑자기 그가 이끌던 2중대를 퇴각시킨 것이다. 이 바람에 자리를 사수하던 신민단 대원들이 수적 열세로 전사하고 말았다. 일종의 전술일 수 있지만 최진동은 항명이라며 홍범도를 엄벌하려 했고 동생 운산이 말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당시 독립군은 영화에서처럼 찢어진 군복을 입고 굶주린 게릴라가 아니라 기관총과 대포로 무장했으며 사격술이 뛰어난 정예군이었다. 전투가 끝난 후 일본군은 “적(독립군)은 전부 러시아식 소총을 갖고 탄약도 상당히 휴대하였으며 사격도 상당히 훈련되어 있다. 거리 측량이 불확실한 700~800m 거리에서도 사격을 하며…”라고 ‘봉오동부근전투상보’에 썼다. 거기에는 최운산의 부인인 김성녀와 봉오동 주민들의 헌신이 있었다. 김성녀는 수천 독립군의 식사를 제공하고 군복을 제조한 병참 책임자였다. 재봉틀 8대로 군복을 만들었다고 한다. 군복 모자에는 태극 견장이 달려 있었고 매화형 금장이 박힌 견장을 단 예복이 있을 정도였다. 최운산은 1930년대에도 무장 세력을 유지하며 우수리강 전투, 대황구 전투, 안산리 전투, 대전자령 전투 등을 이끌며 독립 투쟁을 계속했다. 1945년까지 대황구삼림지역에서 무장독립군을 양성했다. 1937년에는 보천보 전투의 배후로 지목돼 투옥됐다. 광복 직전까지 6번이나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받았다. 매번 극심한 고문을 당해 수레에 실려 나오곤 했다고 한다. 최운산은 광복을 한 달 열흘 앞둔 1945년 7월 5일 평양으로 갔던 길에 고문 후유증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최진동은 일제와 싸우는 동안 부인과 맏아들, 맏며느리를 잃는 아픔을 겪다가 1941년 일제의 압박과 감시 속에서 병마로 사망했다. 최진동은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3등급)을 받았다. 공훈에 비해 등급이 낮다. 최운산은 1977년에야 서훈(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5등급)으로 서훈이 올려졌지만 역시 너무 낮다. 홍범도는 2등급인 대통령장, 김좌진은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왜 이렇게 최진동 형제는 낮은 서훈을, 그것도 늦게 받고 공적이 파묻혔을까. 최운산의 손녀 최씨는 이렇게 말했다. “1961년 보훈 업무 담당 직원이 최운산에게 서훈을 주는 대가로 뒷돈을 요구하자 격분한 아버지(최봉우)가 주먹을 날렸답니다. 그 바람에 서훈도 취소됐다고 합니다.” ●부인 김성녀, 군복 제조 병참 책임자 활동 또 최운산의 부인 김성녀는 정부에 낸 진정서에서 이렇게 썼다. “독립운동 당시 하급 지휘관 및 졸병으로 생존한 독립인사가 자신의 공적을 과대 선전하기 위하여 허무맹랑한 사실과 왜곡되고 과장된 조작 사실로 인하여 오점을 남겼으며 일생을 독립운동과 조국 광복을 위해 생명과 재산을 총투입하여 투쟁하였으나 공적이 뒤바뀌어져 있기에 독립운동을 하시고 생존해 계시는 분들의 양심에 호소합니다.” 이때가 1969년이다. 하급 지휘관이란 철기 이범석을 지칭한다. 이승만과의 친분으로 광복 후 초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범석은 ‘우둥불’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자신을 청산리 전투의 영웅으로 과장하고 최진동 형제의 공적을 깔아뭉갰다. 이범석은 당시 20세의 군사학교 교관이었다. 최씨에 따르면 최진동의 자녀가 역사를 소설처럼 써서 왜곡했다며 출판을 말리고 이범석과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최씨는 “얼굴을 보면 최운산의 서훈을 거절하지 못할 것 같아 엄마(최운산의 며느리)가 당고모(최진동의 딸)와 세 번 찾아갔는데 만나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최진동 형제의 공적이 매장된 배후에는 이범석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진동의 후손들은 중국과 미국에 살고 있다. 일부는 한국으로 들어와 어렵게 살고 있다. 최운산의 자녀들도 만주와 북한으로 흩어졌고 최운산의 부인과 아들 최봉우만 남한으로 내려왔다. 최봉우는 1984년 KBS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통해 만주에 있던 누나, 동생들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최운산의 딸 계순과 아들 호석은 한중 수교 후 한국으로 들어왔다. 거부였던 최진동 형제가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붓고 빈털터리가 되었는데도 중국에 남았던 후손들은 지주의 자식이라는 굴레를 쓰고 핍박을 받으며 힘든 삶을 살았다.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처럼.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정지선 “반세기 힘·지혜 축적… 2030년 매출 40조”

    정지선 “반세기 힘·지혜 축적… 2030년 매출 40조”

    “우리 그룹의 50년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다면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연속이다. 이제 반세기 동안 축적된 힘과 지혜를 바탕으로 100년 그 이상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1971년 금강개발산업㈜로 출발한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건설이 진출한 국내외 공사현장에 식품 등을 지원하는 일로 시작했으나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자 상가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유통사업에 첫발을 디뎠다. 슈퍼마켓으로 시작해 국내 백화점 ‘빅3’로 성장한 것이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개점하며 유통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국내 백화점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던 때에는 신규점 개점과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1997년 현대백화점 천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1998년에는 부도 위기에 놓인 울산 주리원 백화점과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울산점과 신촌점을 열었다. 2000년 이후 미아점(2001년)과 목동점(2002년), 중동점(2003년)을 연이어 개점했다. 2001년에는 TV 홈쇼핑 사업권을 획득해 사업다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창업주인 정몽근 명예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남)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2007년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다.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해 2003년 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역대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인 35세에 회장직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비유통 사업 계열사를 맡고 있는 차남 정교선 그룹 부회장이 독립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지만 2019년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독립 가능성은 작아진 한편 ‘형제 경영’은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창립 첫해 8400만원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20조원으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그룹의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추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공헌과 상생협력 활동을 진정성 있게 유지하면서 친환경 가치를 창출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광진, 전국 첫 자가격리자 ‘검사키트’ 지원

    광진, 전국 첫 자가격리자 ‘검사키트’ 지원

    서울 광진구가 가족 간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최초로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지원한다고 14일 밝혔다. 지난달 발생한 확진자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36.3%가 가족 간 감염된 사례이며 그 중 38%의 확진자는 자가격리 중 증상발현 또는 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집에서 가족 모두가 자가격리하는 경우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안에서도 독립된 공간에서 격리할 것을 안내하지만, 같은 환경을 공유하기에 추가 확진 가능성은 커진다. 이에 광진구는 자가격리자 중 확진 가능성이 높은 확진자의 동거가족을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지난 7일부터 지원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는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어 가족 내 추가 확진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콜센터·물류센터 등 고위험시설과 기숙학교를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시범도입하고 있으나, 자가격리자에게 자가검사키트를 지원하는 사례는 광진구가 최초다. 자가검사키트는 ‘자가격리자 위생키트’에 포함해 배부한다. 1대1 모니터링 전담공무원이 사용법과 양성 판정 시 대응방법 등을 안내한다. 또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격리 기간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이미지로 제작해 정기적으로 발송하고, 격리 여부를 불시 점검하는 등 자가격리자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자가검사키트는 보조적 수단으로 음성 판정이 나오더라도 격리 기간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드린다”며 “손씻기, 음식 덜어 먹기, 수시로 환기하기 등 최소한의 방역지침을 지키는 게 사랑하는 가족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50주년 맞는 현대百... 정지선 회장 “미래 세대에 신뢰·희망 주는 100년 기업되겠다”

    50주년 맞는 현대百... 정지선 회장 “미래 세대에 신뢰·희망 주는 100년 기업되겠다”

    “우리 그룹의 50년 역사를 한 줄로 압축한다면 과감하고 열정적인 도전의 연속이다. 이제 반세기 동안 축적된 힘과 지혜를 바탕으로 100년 그 이상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1971년 금강개발산업㈜로 출발한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건설이 진출한 국내외 공사현장에 식품 등을 지원하는 일로 시작했으나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자 상가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유통사업에 첫발을 디뎠다. 슈퍼마켓으로 시작해 국내 백화점 ‘빅3’로 성장한 것이다.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개점하며 유통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국내 백화점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던 때에는 신규점 출점과 인수합병(M&A)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1997년 현대백화점 천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1998년에는 부도 위기에 놓인 울산 주리원 백화점과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울산점과 신촌점을 열었다. 2000년 이후 미아점(2001년)과 목동점(2002년), 중동점(2003년)을 연이어 개점했다. 2001년에는 TV 홈쇼핑 사업권을 획득해 사업다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창업주인 정몽근 명예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3남)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2007년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다.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해 2003년 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역대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인 35세에 회장직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비유통 사업 계열사를 맡고 있는 차남 정교선 그룹 부회장이 독립할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지만 2019년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독립 가능성은 작아진 한편 ‘형제 경영’은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창립 첫해 8400만원이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20조원으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그룹의 청사진을 담은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 추구가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공헌과 상생협력 활동을 진정성 있게 유지하면서 친환경 가치를 창출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770년 세월 견딘 목판이 말합니다… 이 순간, 우리도 이겨낼 수 있음을

    770년 세월 견딘 목판이 말합니다… 이 순간, 우리도 이겨낼 수 있음을

    장경판전 가는 길 계단 108개, 번뇌 상징글자는 혼자 새긴 것처럼 일정 수준 유지과학적 통풍 덕 뒤틀림·갈라짐 없이 보존“코로나 맞이한 국민들 힘내는 계기 되길”‘호국 불교’의 정수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오는 19일부터 ‘사전예약 탐방제’로 공개된다. 고려 고종 때인 1251년 몽골군의 침략을 불심으로 극복하고자 대장경판이 완성된 지 770년, 조선 태조 때인 1398년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옮겨져 보관한 지 623년 만이다. 지난 10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만난 팔만대장경은 장엄하고면서도 신비로운 700여년의 숨결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다. 사찰의 정문 격인 일주문을 통과하고 봉황문, 해탈문, 구광루, 대적광전을 지나면 국보 52호인 장경판전에 도달한다. 장경판전은 남쪽의 수다라장과 북쪽의 법보전을 비롯한 4개 동이 ‘ㅁ’ 자 형태로 구성돼 있다. 동행한 해인사 승가대학의 법장스님은 “순례 코스 각 문을 거치면서 밟게 되는 계단의 수는 108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라며 “위로 올라갈수록 가파르고 넓은데 부처님이 뜻을 어렵게 깨달아 큰 기쁨을 얻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08계단을 오른 뒤 길이 60m, 폭 8.7m인 법보전 안으로 발을 내딛자 5개 층으로 구성된 판가(板架)에 촘촘히 꽂혀 있는 대장경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장경판 보존국장 일한스님은 “각 경판에 번호가 새겨져 있어 현대 도서관과 같은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장경판전에 있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은 가로 70㎝, 세로 24㎝, 두께 3㎝의 목판이 8만 1350개가 있어 팔만대장경이다. 글자 행수는 23줄, 1행당 글자 수는 14자 정도 된다. 판에 새겨진 글자는 마치 숙달된 한 사람이 모든 경판을 새긴 것처럼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경판은 지금도 먹을 발라 한지에 찍으면 글자 한 자 한 자가 선명히 나타난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가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 내려와 쓴 것 같다”고 감탄한 게 이해됐다. 목판 양쪽 끝에는 손잡이 역할을 하는 ‘마구리’가 글자가 새겨진 부분보다 두툼하다. 일한스님은 “판가에 꽂힌 경판들이 서로 밀착해 있어도 통풍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판 8만 1350개를 전부 쌓으면 320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고, 나란히 이으면 60㎞나 된다. 경판 앞뒤로 새겨져 있는 글자를 모두 합하면 글자는 5200여만자로, 경(經), 율(律), 논(論) 등 불경 1496종 6568권을 담았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완성한 것인데 글자 수로 보면 500여년에 걸쳐 쓴 조선왕조실록에 필적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서지학자인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한 권에 합쳐져 있는 경전이라도 독립된 것으로 산정하면 1530종 6555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600여년간 목판이 뒤틀어지거나 갈라지지 않고 보존된 게 신기할 수밖에 없다. 항온·항습의 비결은 과학적 통풍 구조에 있다. 벽면의 아래위와 건물의 앞뒷면에 붙박이 살창 크기를 달리해 건조한 공기가 실내에 들어가서 내부에 골고루 퍼진 뒤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바닥은 깊이 땅을 파서 숯,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를 뿌렸다. 비가 많이 오면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하면 바닥에 숨어 있던 습기가 올라와 습도 조절을 자동적으로 해 준다. 1974년 정부가 인근에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대장경판을 옮기려 시도했으나 장경판전처럼 습도 유지를 하지 못해 포기했다고 한다. 현응스님은 “지난해 12월 경남지역 초중고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개방했는데 반응이 좋아 이제 개방해도 좋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700년 전 외세 침략으로 어지러운 나라를 재건하려는 염원을 담았듯 이제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국난을 맞이한 오늘 국민이 팔만대장경을 보고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합천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강남권 지하철역 35곳 생길 때… 구로 등 7개구엔 한 곳도 없었다

    강남권 지하철역 35곳 생길 때… 구로 등 7개구엔 한 곳도 없었다

    강남 업무시설 집중 감안해도 편중 심해교통 좋으면 시간적 편익 커 집값도 올라 90년대 후 새 지하철역 32% 강남4구에치중된 역세권 수혜… 동남권 ‘부의 쏠림’ 경제성 비중 큰 예타에 강남 집중 가속화“정부, 지역균형개발 중대하게 고려해야”서울 노원구에 사는 회계사 정모(29)씨는 지난달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회사 근처인 당산역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직장을 가진 이후 2년여간 매일 2시간 40분씩을 출퇴근하는 데 쓰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친 탓이다. 정씨는 집앞에서 버스로 10여분 떨어진 노원역에서 4호선을 탄 후 5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에서 환승해 여의도까지 갔다. 서울시 인구밀도 최상위권인 상계5동에 있는 상계역을 지나는 4호선은 항상 서울 중심부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차 진이 빠지곤 했다. 정씨는 “여름에는 땀냄새와 열기까지 더해 힘들었다”며 “2년간 출퇴근 고통을 겪다 보니 강북은 버린 도시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신문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서울 370개 지하철역과 지난 30년간 신규 개통 지역을 5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지하철역 수는 총 94개로 자치구당 23.5개꼴에 달했다. 4개 자치구가 서울의 전체 지하철역 중 25.4%를 점유했다. 정씨가 사는 노원구의 지하철역 개수는 17개(환승역 중복집계)다. 반면 지난해 기준 인구수(노원 52만 7032명, 강남 54만 4055명)와 인구밀도(㎢당 노원 1만 4872명, 강남 1만 3773명)가 거의 비슷한 강남구에는 33개 지하철역이 몰려 있다. 강북이 차별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근거 없는 건 아닌 셈이다. 강남과 강북 간 격차는 권역별 지하철역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8개 지역구가 포함된 동북권에는 100개의 지하철역이 있지만 자치구당 12.5개에 불과하다.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은 41개로 자치구당 13.7개,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은 81개로 자치구당 11.6개다. 임병철 부동산114 연구원은 “강남에 업무시설이 집중돼 있으니 교통이 집중되는 것이 맞지만 형평성을 따지자면 너무 강남에만 치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교통 수단 중 지하철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버스는 도로 교통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통근 거리가 길수록 도착 시간의 불확실성이 크다. 지하철은 장거리 이동에도 도착이 예측 가능하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정시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통근 편익이 크다”면서 “교통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적 편익이 크다는 의미로, 해당 지역의 가치가 올라가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편중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 지역이 강남이다. 이 같은 격차는 누가 초래한 것일까. 정부는 1960년대 서울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강북에 몰린 도심 기능을 분산시키고자 불모지였던 강남 개발에 착수했다. 주거 이전 촉진을 위한 과세 면제부터 명문고 이전 등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특혜에 힘입어 강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중 핵심적인 건 지하철 2호선, 한남대교와 강남고속터미널 등 교통 인프라다. 특히 1980~1984년 강남, 강북 등 서울을 순회하는 지하철 2호선 개통은 역세권 중심의 강남 개발에 불을 붙였다. 이후 서울 4대문 안 도심과 강남을 연결하는 3호선을 비롯해 1990년대까지 4~8호선이 개통된다. 강남구 다음으로 지하철역이 많은 송파구는 1996년 이후 14개의 지하철역이 신설됐다. 서울 지하철 노선의 ‘강남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 신규 개통된 지하철역은 235개다. 이를 자치구별로 5년 단위로 쪼개 분석한 결과 강남4구 지역에만 76개가 개설됐다. 전체 32.3%다. 2000년 이후에도 동남권을 지나는 9호선과 신분당선 노선의 35개 지하철역이 새로 생겼다. ‘모든 길은 강남으로 통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서울 서북권에 신설된 지하철역은 2001년 이후 단 3개다. 서남권의 경우 21개 지하철역이 개통됐지만 개화에서 신논현역까지 연결된 9호선이 포함된 수치다. 동북권에 생긴 20개역 중 8개는 두 량짜리 단거리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다. 광진구, 구로구, 금천구, 노원구, 은평구, 도봉구, 서대문구에는 2001년 이후 새로 생긴 지하철역이 없다. 강남 교통 집중 현상의 배경에는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예타) 제도가 있다. 도로·철도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적정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해 국가 예산 낭비를 막는 제도가 역설적으로 ‘강남공화국’을 만든 주역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참고 지표 정도인 예타가 국내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며 “정치권의 압력을 피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경제성이 낮더라도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들이 배제됐다”고 했다. 경제성(BC) 평가가 핵심인 예타는 수익성과 유동인구 측면에서 유리한 강남이 포함된 사업들을 통과시켰다. 강남과 성남·분당, 수원·광교를 연결하는 신분당선은 2001년 예타를 통과한 뒤 2011년 개통됐다. 2015년 개통한 신논현~종합운동장 9호선 구간도 2005년 예타를 통과한 사업이다. 예타 제도가 강남 집중 현상을 가속화시킨 셈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강남은 무엇을 해도 경제성이 있다고 나오니 강남공화국 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중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이태권 기자 songsy@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 [단독] 이유 있는 통근 격차… 서울 지하철역 25% ‘강남 쏠림’

    [단독] 이유 있는 통근 격차… 서울 지하철역 25% ‘강남 쏠림’

    강남·서초·송파·강동 區당 23.5개꼴인구 비슷한 노원 17개 vs 강남 33개서울 노원구에 사는 회계사 정모(29)씨는 지난달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회사 근처인 당산역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직장을 가진 이후 2년여간 매일 2시간 40분씩을 출퇴근하는 데 쓰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친 탓이다. 정씨는 집앞에서 버스로 10여분 떨어진 노원역에서 4호선을 탄 후 5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에서 환승해 여의도까지 갔다. 서울시 인구밀도 최상위권인 상계5동에 있는 상계역을 지나는 4호선은 항상 서울 중심부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차 진이 빠지곤 했다. 정씨는 “여름에는 땀냄새와 열기까지 더해 힘들었다”며 “2년간 출퇴근 고통을 겪다 보니 강북은 버린 도시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신문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서울 370개 지하철역과 지난 30년간 신규 개통 지역을 5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지하철역 수는 총 94개로 자치구당 23.5개꼴에 달했다. 4개 자치구가 서울의 전체 지하철역 중 25.4%를 점유했다. 정씨가 사는 노원구의 지하철역 개수는 17개(환승역 중복집계)다. 반면 지난해 기준 인구수(노원 52만 7032명, 강남 54만 4055명)와 인구밀도(㎢당 노원 1만 4872명, 강남 1만 3773명)가 거의 비슷한 강남구에는 33개 지하철역이 몰려 있다. 강북이 차별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근거 없는 건 아닌 셈이다. 강남과 강북 간 격차는 권역별 지하철역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8개 지역구가 포함된 동북권에는 100개의 지하철역이 있지만 자치구당 12.5개에 불과하다.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은 41개로 자치구당 13.7개,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은 81개로 자치구당 11.6개다. 임병철 부동산114 연구원은 “강남에 업무시설이 집중돼 있으니 교통이 집중되는 것이 맞지만 형평성을 따지자면 너무 강남에만 치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교통 수단 중 지하철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버스는 도로 교통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통근 거리가 길수록 도착 시간의 불확실성이 크다. 지하철은 장거리 이동에도 도착이 예측 가능하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정시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통근 편익이 크다”면서 “교통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적 편익이 크다는 의미로, 해당 지역의 가치가 올라가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편중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 지역이 강남이다. 이 같은 격차는 누가 초래한 것일까. 정부는 1960년대 서울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강북에 몰린 도심 기능을 분산시키고자 불모지였던 강남 개발에 착수했다. 주거 이전 촉진을 위한 과세 면제부터 명문고 이전 등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특혜에 힘입어 강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중 핵심적인 건 지하철 2호선, 한남대교와 강남고속터미널 등 교통 인프라다. 특히 1980~1984년 강남, 강북 등 서울을 순회하는 지하철 2호선 개통은 역세권 중심의 강남 개발에 불을 붙였다. 이후 서울 4대문 안 도심과 강남을 연결하는 3호선을 비롯해 1990년대까지 4~8호선이 개통된다. 강남구 다음으로 지하철역이 많은 송파구는 1996년 이후 14개의 지하철역이 신설됐다. 서울 지하철 노선의 ‘강남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 신규 개통된 지하철역은 235개다. 이를 자치구별로 5년 단위로 쪼개 분석한 결과 강남4구 지역에만 76개가 개설됐다. 전체 32.3%다. 2000년 이후에도 동남권을 지나는 9호선과 신분당선 노선의 35개 지하철역이 새로 생겼다. ‘모든 길은 강남으로 통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서울 서북권에 신설된 지하철역은 2001년 이후 단 3개다. 서남권의 경우 21개 지하철역이 개통됐지만 개화에서 신논현역까지 연결된 9호선이 포함된 수치다. 동북권에 생긴 20개역 중 8개는 두 량짜리 단거리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다. 광진구, 구로구, 금천구, 노원구, 은평구, 도봉구, 서대문구에는 2001년 이후 새로 생긴 지하철역이 없다. 강남 교통 집중 현상의 배경에는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예타) 제도가 있다. 도로·철도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적정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해 국가 예산 낭비를 막는 제도가 역설적으로 ‘강남공화국’을 만든 주역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참고 지표 정도인 예타가 국내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며 “정치권의 압력을 피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경제성이 낮더라도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들이 배제됐다”고 했다. 경제성(BC) 평가가 핵심인 예타는 수익성과 유동인구 측면에서 유리한 강남이 포함된 사업들을 통과시켰다. 강남과 성남·분당, 수원·광교를 연결하는 신분당선은 2001년 예타를 통과한 뒤 2011년 개통됐다. 2015년 개통한 신논현~종합운동장 9호선 구간도 2005년 예타를 통과한 사업이다. 예타 제도가 강남 집중 현상을 가속화시킨 셈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강남은 무엇을 해도 경제성이 있다고 나오니 강남공화국 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중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이태권 기자 songsy@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 강남권 지하철역 35곳 생길 때… 구로 등 7개구엔 한 곳도 없었다

    강남권 지하철역 35곳 생길 때… 구로 등 7개구엔 한 곳도 없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회계사 정모(29)씨는 지난달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회사 근처인 당산역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직장을 가진 이후 2년여간 매일 2시간 40분씩을 출퇴근하는 데 쓰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친 탓이다. 정씨는 집앞에서 버스로 10여분 떨어진 노원역에서 4호선을 탄 후 5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에서 환승해 여의도까지 갔다. 서울시 인구밀도 최상위권인 상계5동에 있는 상계역을 지나는 4호선은 항상 서울 중심부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꽉 차 진이 빠지곤 했다. 정씨는 “여름에는 땀냄새와 열기까지 더해 힘들었다”며 “2년간 출퇴근 고통을 겪다 보니 강북은 버린 도시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신문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서울 370개 지하철역과 지난 30년간 신규 개통 지역을 5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지하철역 수는 총 94개로 자치구당 23.5개꼴에 달했다. 4개 자치구가 서울의 전체 지하철역 중 25.4%를 점유했다. 정씨가 사는 노원구의 지하철역 개수는 17개(환승역 중복집계)다. 반면 지난해 기준 인구수(노원 52만 7032명, 강남 54만 4055명)와 인구밀도(㎢당 노원 1만 4872명, 강남 1만 3773명)가 거의 비슷한 강남구에는 33개 지하철역이 몰려 있다. 강북이 차별받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근거 없는 건 아닌 셈이다. 강남과 강북 간 격차는 권역별 지하철역 분석에서도 드러난다. 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 등 8개 지역구가 포함된 동북권에는 100개의 지하철역이 있지만 자치구당 12.5개에 불과하다.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은 41개로 자치구당 13.7개,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은 81개로 자치구당 11.6개다. 임병철 부동산114 연구원은 “강남에 업무시설이 집중돼 있으니 교통이 집중되는 것이 맞지만 형평성을 따지자면 너무 강남에만 치중된 상황”이라고 말했다.교통 수단 중 지하철은 중요한 위상을 차지한다. 버스는 도로 교통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통근 거리가 길수록 도착 시간의 불확실성이 크다. 지하철은 장거리 이동에도 도착이 예측 가능하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정시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통근 편익이 크다”면서 “교통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적 편익이 크다는 의미로, 해당 지역의 가치가 올라가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철역 편중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 지역이 강남이다. 이 같은 격차는 누가 초래한 것일까. 정부는 1960년대 서울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강북에 몰린 도심 기능을 분산시키고자 불모지였던 강남 개발에 착수했다. 주거 이전 촉진을 위한 과세 면제부터 명문고 이전 등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특혜에 힘입어 강남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 중 핵심적인 건 지하철 2호선, 한남대교와 강남고속터미널 등 교통 인프라다. 특히 1980~1984년 강남, 강북 등 서울을 순회하는 지하철 2호선 개통은 역세권 중심의 강남 개발에 불을 붙였다. 이후 서울 4대문 안 도심과 강남을 연결하는 3호선을 비롯해 1990년대까지 4~8호선이 개통된다. 강남구 다음으로 지하철역이 많은 송파구는 1996년 이후 14개의 지하철역이 신설됐다. 서울 지하철 노선의 ‘강남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1990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 신규 개통된 지하철역은 235개다. 이를 자치구별로 5년 단위로 쪼개 분석한 결과 강남4구 지역에만 76개가 개설됐다. 전체 32.3%다. 2000년 이후에도 동남권을 지나는 9호선과 신분당선 노선의 35개 지하철역이 새로 생겼다. ‘모든 길은 강남으로 통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다. 서울 서북권에 신설된 지하철역은 2001년 이후 단 3개다. 서남권의 경우 21개 지하철역이 개통됐지만 개화에서 신논현역까지 연결된 9호선이 포함된 수치다. 동북권에 생긴 20개역 중 8개는 두 량짜리 단거리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다. 광진구, 구로구, 금천구, 노원구, 은평구, 도봉구, 서대문구에는 2001년 이후 새로 생긴 지하철역이 없다. 강남 교통 집중 현상의 배경에는 19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예타) 제도가 있다. 도로·철도 관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적정 투자 시기, 재원 조달 방법 등 타당성을 검증해 국가 예산 낭비를 막는 제도가 역설적으로 ‘강남공화국’을 만든 주역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참고 지표 정도인 예타가 국내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며 “정치권의 압력을 피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경제성이 낮더라도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들이 배제됐다고 했다. 경제성(BC) 평가가 핵심인 예타는 수익성과 유동인구 측면에서 유리한 강남이 포함된 사업들을 통과시켰다. 강남과 성남·분당, 수원·광교를 연결하는 신분당선은 2001년 예타를 통과한 뒤 2011년 개통됐다. 2015년 개통한 신논현~종합운동장 9호선 구간도 2005년 예타를 통과한 사업이다. 예타 제도가 강남 집중 현상을 가속화시킨 셈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강남은 무엇을 해도 경제성이 있다고 나오니 강남공화국 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측면을 중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이태권 기자 songsy@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 [현장] 국난극복 의지로 770년 넘은 장엄과 신비…팔만대장경에 오롯이

    [현장] 국난극복 의지로 770년 넘은 장엄과 신비…팔만대장경에 오롯이

    ‘호국 불교’의 정수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오는 19일부터 ‘사전예약 탐방제’로 공개된다. 고려 고종 때인 1251년 몽골군의 침략을 불심으로 극복하고자 대장경판이 완성된 지 770년, 조선 태조 때인 1398년 강화도에서 해인사로 옮겨져 보관한 지 623년 만이다. 지난 10일 오후 경남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만난 팔만대장경은 장엄하고면서도 신비로운 700여년의 숨결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었다. 사찰의 정문 격인 일주문을 통과하고 봉황문, 해탈문, 구광루, 대적광전을 지나면 국보 52호인 장경판전에 도달한다. 장경판전은 남쪽의 수다라장과 북쪽의 법보전을 비롯한 4개 동이 ‘ㅁ’ 자 형태로 구성돼 있다. 동행한 해인사 승가대학의 법장스님은 “순례 코스 각 문을 거치면서 밟게 되는 계단의 수는 108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라며 “위로 올라갈수록 가파르고 넓은데 부처님이 뜻을 어렵게 깨달아 큰 기쁨을 얻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08계단을 오른 뒤 길이 60m, 폭 8.7m인 법보전 안으로 발을 내딛자 5개 층으로 구성된 판가(板架)에 촘촘히 꽂혀 있는 대장경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장경판 보존국장 일한스님은 “각 경판에 번호가 새겨져 있어 현대 도서관과 같은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장경판전에 있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은 가로 70㎝, 세로 24㎝, 두께 3㎝의 목판이 8만 1350개가 있어 팔만대장경이다. 글자 행수는 23줄, 1행당 글자 수는 14자 정도 된다. 판에 새겨진 글자는 마치 숙달된 한 사람이 모든 경판을 새긴 것처럼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경판은 지금도 먹을 발라 한지에 찍으면 글자 한 자 한 자가 선명히 나타난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가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 내려와 쓴 것 같다”고 감탄한 게 이해됐다. 목판 양쪽 끝에는 손잡이 역할을 하는 ‘마구리’가 글자가 새겨진 부분보다 두툼하다. 일한스님은 “판가에 꽂힌 경판들이 서로 밀착해 있어도 통풍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판 8만 1350개를 전부 쌓으면 320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고, 나란히 이으면 60㎞나 된다. 경판 앞뒤로 새겨져 있는 글자를 모두 합하면 글자는 5200여만자로, 경(經), 율(律), 논(論) 등 불경 1496종 6568권을 담았다.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은 “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완성한 것인데 글자 수로 보면 500여년에 걸쳐 쓴 조선왕조실록에 필적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서지학자인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논문을 통해 “한 권에 합쳐져 있는 경전이라도 독립된 것으로 산정하면 1530종 6555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600여년간 목판이 뒤틀어지거나 갈라지지 않고 보존된 게 신기할 수밖에 없다. 항온·항습의 비결은 과학적 통풍 구조에 있다. 벽면의 아래위와 건물의 앞뒷면에 붙박이 살창 크기를 달리해 건조한 공기가 실내에 들어가서 내부에 골고루 퍼진 뒤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바닥은 깊이 땅을 파서 숯,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를 뿌렸다. 비가 많이 오면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하면 바닥에 숨어 있던 습기가 올라와 습도 조절을 자동적으로 해 준다. 1974년 정부가 인근에 콘크리트 건물을 지어 대장경판을 옮기려 시도했으나 장경판전처럼 습도 유지를 하지 못해 포기했다고 한다. 현응스님은 “지난해 12월 경남지역 초중고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개방했는데 반응이 좋아 이제 개방해도 좋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700년 전 외세 침략으로 어지러운 나라를 재건하려는 염원을 담았듯 이제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국난을 맞이한 오늘 국민이 팔만대장경을 보고 다시 힘을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합천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여기는 중국] “나 죽으면 어쩌나” 지적장애 아들 독살하고 자수한 80대 노모

    [여기는 중국] “나 죽으면 어쩌나” 지적장애 아들 독살하고 자수한 80대 노모

    지적장애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재판이 일반에 공개됐다. 12일 중국에서는 다운증후군 아들을 독살한 80대 노인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중국 광둥성에 거주하는 88세 황모씨는 2017년 다운증후군을 앓던 47세 아들 샤오리를 수면제 60알을 먹여 살해했다. 황씨는 결혼 후 6년 만에 출산한 아들은 3세가 될 때까지 어떠한 의사 표현도 하지 못했고, 5세가 넘어서야 걸음마를 시작했다. 황씨와 남편 리씨는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여러 대형 병원을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70년대 중국의 의료 수준은 높지 않았고, 아들은 17세 무렵에야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아들이 평생 스스로 걷지 못할 것이며, 20세 전후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했다. 황모 노인은 “아들 병에 대한 의료진 진단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지능이 영원히 5~7세 수준에 머물 것이고 평생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더라”고 말했다. 이후 황씨는 둘째 출산도 포기하고, 아들 육아에 전념했다. “둘째를 낳아봤자 장애가 있는 큰아이 짐을 지게 될 게 뻔한데, 그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아들을 더 세심하게 보살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아들에게 글을 쓰고 말하는 법을 반복해서 가르쳤다. 그 덕에 아들은 15세가 되던 해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을 하고, 정상인처럼 걷게 됐다. 이 무렵 아들은 주로 부모와 함께 농장에서 과일과 야채를 가꾸는 일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혼자 물건을 구매하지 못했고, 긴 문장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워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양치질과 세수, 밥 먹기가 전부였다.때문에 황씨 부부는 아들과 함께 평생 살 수 있는 여성을 선택, 혼인을 서둘렀다. 황씨는 “부모는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신체장애가 있는 여성이라도 좋으니 아들과 함께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짝을 찾아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가의 예물과 집 한 채도 준비했다. 황씨는 건강 여부와 상관없이 아들과 평생 늙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여성을 찾아온 중매쟁이들을 다 만나고 다녔다. 하지만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불가능한 다운증후군 아들과 선뜻 결혼하겠다는 여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30세가 된 아들의 병세는 날로 심각해졌다. 뇌 위축증 진행으로 지능도 더 떨어졌다. 종아리 근육 약화로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했고,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해 종일 병상에 누워만 있었다. 황씨는 장시간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의 몸에 욕창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몸을 닦고 소독하는 것으로 일과를 보냈다. 하지만 2017년, 당시 84세였던 황씨는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겪은 후 아들을 죽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어난 황씨는 자신이 죽으면 아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것을 걱정했다.황 씨는 “2017년에 아들 밥을 짓던 중 계단에서 미끄러져 의식을 잃었다. 두 시간 후 깨어났지만 47세 아들은 혼자서는 살 수 없었고 만약 내가 죽으면 아들이 혼자 고통스럽게 세상에 남게 된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나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5월 9일, 황씨는 결국 대량의 수면제를 먹이는 방법으로 아들을 살해했다. 수면제 60알을 먹인 뒤 아들이 죽어가는 것을 옆에서 고통스럽게 지켜봤다.아들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한 황씨는 곧장 경찰서로 가 자수했다. 황씨에 대한 1심 재판은 광저우 중급인민법원에서 공개 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다.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황씨는 피고인 자리에서 줄곧 눈물을 쏟았다. 그는 최종 발언을 통해 “아들에게 미안하다”면서 “이번 생에 (나의) 아들로 태어나서 평생을 고생하게 만든 것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황씨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 있었던 재판장과 변호인은 모두 침묵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황 씨의 고의 살인죄는 인정하지만, 살해 동기와 그가 자수범이라는 점,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베이조스와 함께 ‘우주의 끝’ 3분 관광에 311억원 베팅한 이 누구?

    베이조스와 함께 ‘우주의 끝’ 3분 관광에 311억원 베팅한 이 누구?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첫 우주 상업여행에 동참하기 위해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2800만 달러(약 311억원)를 과감히 내질러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우주의 끝‘에 이르러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는 시간은 단지 3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엄청난 금액을 베팅했다. 베이조스가 창업한 우주 탐사 스타트업인 블루 오리진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딱 한 자리의 좌석을 놓고 진행한 경매에서 이런 높은 금액을 써낸 사람이 당첨됐다며 몇 주 뒤에 신원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경매에 는 140여개국 사람들이 참여했다. 다음달 20일 상업 우주탐사선 ‘뉴 셰퍼드’에 베이조스와 그의 남동생 마크, 아직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우주 관광객, 그리고 이날 경매 당첨자가 몸을 싣는다. 세계에서 두 번째, 미국인으로는 첫 번째로 우주 공간으로 나아간 앨런 셰퍼드의 이름에서 따왔음은 물론이다. 한달 정도 온라인 경매가 진행됐는데 한때 500만 달러가 최고 입찰액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막판에 무려 다섯 배 넘게 뛰었다. 블루 오리진은 트위터를 통해 “당첨금 전액은 회사가 만든 재단 @클럽포퓨처에 기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루 오리진의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뉴 셰퍼드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100㎞ 이상까지 승객들을 실어 나른 뒤 낙하산을 이용해 지구로 돌아오는데 모두 10분 밖에 안 걸린다. 그리고 우주의 끝을 일람하는, 남들이 평생 꿈도 꾸지 못하는 경험을 3분 즐기는 데 311억원을 쓰는 셈이다. 베이조스는 얼마 전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서 회장으로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는 대신 우주 탐사 등 다른 모험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업 우주여행의 첫발을 떼겠다는 그의 야심에는 라이벌이자 그 못지 않게 엉뚱한 모험가인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론슨 경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창업한 우주개척 회사 버진 갤럭틱의 버진 VSS 유니티 우주여행선이 다음달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시범 발사되는데 브론슨이 참여할 예정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남양주 청년 창업 요람 ‘이석영 신흥상회‘ 문 열어

    남양주 청년 창업 요람 ‘이석영 신흥상회‘ 문 열어

    경기 남양주시는 11일 경춘선 평내호평역 앞 광장에 청년 창업의 요람이자 미니 쇼핑몰인 ‘이석영 신흥상회’를 문 열었다. 이석영신흥상회 명칭은 전 재산을 기부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남양주의 역사적 인물 이석영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청년 창업가를 육성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석영 신흥상회는 경춘선 평내호평역 앞에 88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 전체면적 1345㎡ 규모로 건립됐다. 청년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31개 점포가 들어선다.현재는 28개 점포가 입주했으며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제품 홍보를 위한 영상·미디어 촬영 스튜디오,간단한 사무를 처리하고 회의하는 공유 오피스,비즈니스·플리마켓 라운지 등도 갖췄다. 주변에 청년광장과 공원도 조성돼 일에 지친 청년 창업가들이 쉬거나 정보를 나눌 수 있다. 이곳에는 남양주에 사는 만 19∼39세 청년이 심사를 거쳐 입주할 수 있다. 특히 경영,마케팅,자금·투자,회계·세무,인사·노무,특허 등 각 분야 전문가 120여 명이 창업 자문단을 구성,이들의 성공을 돕는다. 이석영 신흥상회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개관을 기념해 남양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구석쇼핑’을 진행한다. 조광한 시장과 남양주시 홍보대사인 걸그룹 EXID 멤버 혜린, 청년 입주자 3명 등이 출연해 쇼호스트와 함께 상품을 홍보한다. 개관 첫 주말인 12∼13일에는 청년광장에서 입주자 15명이 플리마켓을 열고 액세서리,의류,아동용품,서적,플라워 소품,핸드메이드 공예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 시장은 “남양주는 청년을 위한 시설이 전무,자립 복지 여건이 낙후했다”며 “이석영 신흥상회가 MZ세대를 위한 생동감 넘치는 도전의 장,실험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6월 분양 예정된 ‘송파위례 아피체’ 눈길

    6월 분양 예정된 ‘송파위례 아피체’ 눈길

    위례신도시에 들어서는 중대형 주거형 오피스텔이 6월 중 분양을 예정해 귀추가 주목된다. ‘송파위례 아피체’가 그 주인공이다. 입지 프리미엄과 혁신설계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오피스텔로, 강남 일대로 출퇴근해야 하는 직장인 수요자 또는 신혼부부 등의 관심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송파위례 아피체는 2기 신도시 중 평균매매가 상승률 최고를 기록 중인 위례신도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실제 최근 4년간 광교가 44%, 판교가 47% 상승한 것과 비교해 위례신도시의 매매상승률은 무려 61%에 달한다. 이 같은 위례신도시의 강세는 서울 접근성이 가장 좋고, 강남 접근성도 탁월하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힘든 풍부한 녹지도 확보된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프라도 확보돼 지역거점으로 자족생활이 가능하다. 이 같은 장점을 등에 업고 최근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주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송파, 하남, 성남의 3개의 큰 구역으로 나뉜다. 송파위례 아피체는 위례신도시 중에서도 황금입지로 평가되는 송파권에 건립이 예정돼 입지 프리미엄이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 인프라가 풍부한 거여역 역세권에 단지가 자리해 각종 생활 인프라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및 CGV 등이 입점한 대형 쇼핑문화 복합시설인 스타필드시티 위례가 근거리에 있어 쇼핑이나 문화생활 영위가 수월하다. 강남권에 위치한 롯데월드와 롯데몰, 코엑스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인근으로 장지근린공원, 장지천 수변공원, 남한산성 등 다양한 녹지공간이 있다. 자녀 교육 여건이 훌륭해 학세권 단지의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거원초, 거원중을 도보로 통학할 수 있고 2022년 개교가 예정된 거암초와 거암중, 덕수고, 하남위례도서관 등 다수의 교육시설이 단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무엇보다 교통망이 우수해 호평이다. 위례지구 북측도로와 장지동길(터널 공사 중), 서울외곽순환도로, 서하남IC 진출입로가 가까이 있어 차량 이용 시 서울 도심 및 수도권 각 지역에 빠르게 연결된다. 경전철인 위례신사선(강남구 신사동~위례중앙) 및 위례선 트램도 진행 중으로, 대중교통을 통해 강남권에 이동하기가 더욱 편리해진다. 북위례 개발과 위례신사선, 위례선 트램 등 주변에 예정된 각종 호재에 따른 프리미엄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단지는 설계도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지하 5층~지상 15층 44㎡, 57㎡, 59㎡ 3개 타입 총 117세대 규모로 건립될 예정으로, 다양한 혁신설계가 단지 내 적용돼 직장인 또는 신혼부부 거주에 최적화된 주거공간을 선보인다. 아파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3-Bay(59㎡), 2-Room 설계 등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설계가 적용돼 기능성과 개방감이 훌륭하다. 개별 공간의 독립성도 확보할 수 있다. 실용적인 인테리어 디자인도 경쟁력을 더한다. 효율적인 생활이 가능한 풀퍼니시드시스템도 제공될 예정이다. 한편, 송파위례 아피체 홍보관은 사전 예약 후 방문하면 보다 안전하고 자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주요 권역 및 지역별 오피스 시장의 성장 흐름

    서울 주요 권역 및 지역별 오피스 시장의 성장 흐름

    서울 오피스 시장은 3대 권역(CBD, GBD, YBD)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기타 권역 내 활발한 임차 사례가 포착되면서 주요 역 이외의 지역들도 부각됨에 따라 오피스 시장의 성장 흐름은 서울의 전통적인 오피스 권역인 3대 권역(CBD, GBD, YBD)에서 서울 기타권역으로 확장,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서울 기타 권역의 확장과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젠스타메이트 (대표 이명근, 이창욱) 리서치는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먼저 이미 개발된 3대 권역에서 벗어나 서울기타권역 중심으로 진행된 각종 개발사업 및 인프라 (교통망, 문화시설, 호텔 등) 조성사업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진행된 개발, 정비사업은 서브 마켓 성장의 기반이 되었고, 실제로 최근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며 개발이 추진된 마곡 지역의 경우 오피스 공급이 빠르게 진행되어 향후 판교 지역과 유사한 재고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는 GBD 및 판교 지역의 과열 양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GBD의 경우, 2021년 1분기 기준 명목NOC 평균은 높은 가운데 6% 대의 안정적인 공실률(센터필드 공급 전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판교 지역 역시 3.8% 공실률을 기록하며 주요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제로에 가까운 수준이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주요 권역에서 신규 공급이 위축되며 오피스 시장의 공실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동시에 넓은 면적을 사옥으로 쓰려는 수요 증가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전통적인 3대 권역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넓은 업무 면적과 편리한 교통을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곡, 성수, 용산 등 일부 지역의 경우 향후 독립된 오피스 권역으로 성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곡의 경우 우수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R&D 특화 업무클러스터로서의 발돋움을 시작하였다. 2005년 마곡도시개발사업 구상 이후 2009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마곡은 R&D 업무지구라는 명확한 지역 정체성과 서울 중심 권역 및 공항과의 접근이 용이한 교통망(공항철도, 9호선, 5호선), R&D 지원시설 등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독립된 오피스 권역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MICE 복합단지(르웨스트) 및 CP4구역(원웨스트)이 2024년 동시에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대형 업무 및 상업시설과 함께 컨벤션센터, 호텔 등이 조성되어 기 준공된 R&D 센터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며, 2024년 오피스 재고량은 100만 평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성수는 준공업지역이었던 과거의 모습을 벗고, 복합단지의 개발과 스타트업 중심의 임차 수요를 기반으로 오피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지식산업센터 위주의 공급 영향으로 이를 제외하고 추정한 성수의 2024년 오피스 재고 예상치는 12만 평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연되던 성수전략정비구역 사업이 성수IT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 지구단위계획 지정을 첨단 산업 유치와 업무시설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이미지의 업무지구로 지역의 성격을 굳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쏘카, 퓨처플레이(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디타워), 무신사(스파크플러스) 등 2030 젊은 인재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자유롭고 독창적인 기업 분위기를 추구하는 업계 중심으로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용산의 업무시설 공급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용산 트라팰리스 업무시설 및 초대형 업무시설인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준공으로 탄력을 받아 2019년 용산트레이드센터 그리고 2020년 용산 센트럴파크 헤링턴스퀘어 업무시설의 공급으로 이어져, 30만 평을 돌파하였다. 용산은 교통의 편리성으로 인하여 업무, 주거, 리테일 및 호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섹터가 발전하고 있으며, 업무시설의 경우 입지의 탁월함으로 인하여 콜센터부터 회계법인, 대기업 계열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임차인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업무시설 이외에도 용산 미군기지의 이전으로 인한 용산공원 및 공원 주변의 복합시설 개발이 예정되어 있으며, 용문동 기존 전파연구원 부지를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하여 아파트, 청년주택,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른 주거 인프라의 향상 및 복합 개발의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량제·특수관계” 영·미 밀착… 아일랜드계 바이든에 ‘긴장감’도

    “청량제·특수관계” 영·미 밀착… 아일랜드계 바이든에 ‘긴장감’도

    80분간 정상회담 및 신 대서양헌장 서명5억회 화이자 백신 저소득국 지원 공식화미국 측, 영국의 북아일랜드 평화 위협 경고8일간 유럽을 순방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대서양 헌장에 서명했다. 양국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정의한 역사적 발표였던 반면 아일랜드계인 바이든의 행정부가 영국에 북아일랜드 평화 훼손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긴장 관계도 없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80분간의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민 사이의 특수관계를 확인했다”고 말했고, 존슨 총리는 “청량제 같았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대서양 헌장에는 “80년 전 수립된 약속을 바탕으로 한 대서양 헌장은 우리의 가치를 새롭고 낡은 도전에서 방어토록 하는 약속을 확고히 한다”며 “우리는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우리의 동맹과 제도를 훼손하려는 이들에게 대항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헌장에는 코로나19 종식, 기후 변화 대응, 민주주의 수호,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무역 수립, 사이버 공격 대응을 비롯한 8개 분야에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 계획이 담겼다. 본래 대서양 헌장은 세계 2차 대전이 벌어지던 1941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발표했으며 14개조로 구성됐다. 파시즘 세력에 대항해 세계 평화를 수호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유엔 설립의 초석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를 본받아 세계 2차 대전 이후 인류 최대의 위기라 불리는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양국 수장이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담은 셈이다. 하지만 루스벨트와 처칠이 당시 세기의 우정으로 불린 것과 달리, NBC방송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존슨 대통령에게 브렉시트가 북아일랜드 평화를 위협하지 않도록 경고하면서 이날 협력 발표는 영국에서는 다소 빛을 잃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은 굿 프라이데이 협정이 북아일랜드의 평화적인 공존을 위한 기반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이 협정을 위태롭게 하는 시도는 미국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굿 프라이데이 협정은 아일랜드 공화국과 달리 영국에 남은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독립파(구교)와 영국 잔류파(신교)의 분열이 극심해지자 영국·아일랜드 정부 및 북아일랜드의 7개 신·구교 정파가 1998년 체결한 평화 협약이다. 하지만 브렉시트와 함께 시행된 ‘북아일랜드 협약’(Northern Ireland Protocol) 때문에 북아일랜드에는 또다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바이든은 이 협약이 굿프라이데이 협약을 위협한다고 본다. 바이든은 전날 백악관이 발표한대로 이날 회담에서 화이자 백신 5억회분을 사서 내년 상반기까지 저소득국가에 기부할 것을 공식화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사설] 윤석열 전 총장 수사하는 공수처, ‘정치개입’ 무덤 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해 정식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사안은 윤 전 총장 등이 2019년 5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의혹과 윤 전 총장과 조남관 전 대검 차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는 의혹들이다. 지난해 윤 전 총장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간 갈등에서 모두 공개된 사안들을 근거로 공수처가 대선이 270여일 남은 현시점에 정색하고 수사에 착수한다면 다른 뜻은 없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불기소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집요하게 개입 의혹을 따졌지만 윤 전 총장은 “부장검사 전결 사항이어서 보고받지 못했다. (무혐의 처리는) 당시로서는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는 의혹은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직무배제 조치하고 징계 청구한 혐의 중 하나로 적시됐다. 그러나 이 사안은 법무부조차 사법 처리까지 가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이 훼손되는 순간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정치 성향이 농후한 시민단체의 고발을 빌미로 윤 전 총장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번 윤 전 총장 수사는 공수처의 ‘정치개입’ 논란으로까지 확대될 공산이 크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판검사 비리와 고위직 공무원의 부패를 엄단하라는 국민적 열망 속에 탄생한 공수처가 이처럼 정치적 개입 논란을 자초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 한국 관료는 금리 언급 꺼리는데 ‘옐런의 입’은 왜 자유로울까

    한국 관료는 금리 언급 꺼리는데 ‘옐런의 입’은 왜 자유로울까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거듭 내놓으면서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리 인상을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으로 보고, 정부 관계자들이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국내 정서와 달라 더욱 눈길을 끈다. 10일 금융권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고유 권한인 만큼 재무장관이 금리 관련 발언을 내놓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옐런 장관의 경우 전직 연준 의장이라는 이력 때문에 금리 관련 발언이 나오고 있다고 해석한다. 옐런 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약간 올려도 미국 사회와 연준 관점에서는 결국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달 4일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도 “추가 재정 지출은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자 같은 날 오후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금리 결정이라는 고유 권한이 이미 공고히 구축돼 있어 연준이 옐런 장관의 발언을 압력으로 느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은행 총재 포함해 금통위원 7명으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초기에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통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금리 결정의 ‘독립성’이 강조되면서 1998년부터 한은 총재가 금통위원장을 맡게 됐다. 미국에 비해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 권한 역사가 짧다 보니 정부 관계자가 금리 발언을 하는 게 영향력 행사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일각에선 옐런 장관이 연준의 ‘출구전략’ 마련을 위해 길을 터 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연준은 2023년 말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이 가시화되는 상황이지만 연준이 태도를 쉽게 바꾸면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의 효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고민이 클 것”이라면서 “옐런 장관이 이에 앞서 분위기를 조성해 준 셈”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딸 이름 여왕과 상의 안 해”… BBC 가짜뉴스에 뿔난 해리·메건

    “딸 이름 여왕과 상의 안 해”… BBC 가짜뉴스에 뿔난 해리·메건

    과거 다이애나비 인터뷰 성사에 속임수를 동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거센 쇄신 요구에 직면한 영국 BBC 방송이 이번엔 해리 왕자 부부 관련 오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왕실에서 독립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부부는 9일(현지시간) 최근 출산한 딸의 이름과 관련한 BBC 방송의 보도가 “거짓이자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6일 출산 소식을 공개하며 딸에게 릴리베트 다이애나 마운트배튼 윈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발표했다. 해리 왕자의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어린 시절 애칭 릴리베트와, 어머니인 다이애나비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왕실 내의 인종차별을 폭로한 해리와 메건이 둘째 아이의 이름을 여왕의 어릴 적 별명으로 지은 것은 왕실과의 불화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런데 BBC 방송이 버킹엄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해리 부부가 릴리베트가 포함된 딸의 이름을 지을 때 여왕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그러자 해리 부부 대변인은 CNN 방송 등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해리 왕자는 딸의 이름을 발표하기에 앞서 (왕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할머니는 그가 전화한 첫 번째 가족이었다”고 반박하며 여왕의 지지가 없었다면 릴리베트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런던 소재 로펌 실링스를 통해 영국의 다른 언론사에도 서한을 발송해 BBC 보도는 거짓이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만큼 이 보도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BBC는 1995년 방영한 다이애나비 인터뷰가 사기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전해지면서 공영방송으로서 명성에 흠집이 단단히 났다. 당시 기자의 거짓말에 속아 인터뷰에 응한 다이애나비는 남편인 찰스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커밀라 파커 볼스(현 찰스 왕세자 부인)의 불륜 관계를 털어놨고, 이 폭로는 이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여론은 들끓었고 해리 왕자도 “(BBC의) 비윤리적 관행의 파급효과로 어머니가 목숨을 잃었다”며 비판했다. BBC는 현재 수신료 동결 또는 삭감을 비롯해 인적쇄신 등 개혁 압박을 받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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