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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속 그림] 또렷하게 기억되어야 할 독립투사와 후손들의 삶

    [책속 그림] 또렷하게 기억되어야 할 독립투사와 후손들의 삶

    32세에 빼앗긴 나라를 떠나 멕시코로 향한 김익주는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크게 성공했다. 그렇게 모은 재산 대부분을 나라를 되찾는 데 헌납했다. 독립운동가 김익주를 우린 잘 모르지만, 그의 손자 다빗 킴의 기억엔 생생하게 남았다. 빨간 소파에 앉아 있다 자리를 떠난 그의 모습을 겹쳐 만든 사진은, 점차 희미해지는 우리들의 기억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세계일주 도중 인도 델리 레드 포트가 한국광복군 훈련지였다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홀린 듯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좇았다. 이번에 멕시코, 인도, 쿠바, 미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15명과 후손들 이야기를 사진 110장과 함께 출간했다. 둥글둥글한 큰 돌을 뜻하는 뭉우리돌처럼 살아온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의 삶이 자랑스럽고 애처롭고, 안타깝다.
  • 양안 ‘갈등 올림픽’

    양안 ‘갈등 올림픽’

    세계 평화와 화해의 장이 돼야 할 도쿄올림픽이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 증폭으로 얼룩지고 있다. 중국 선수와 경기를 펼친 대만 선수와 이들을 응원한 연예인들이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자 대만 정부가 직접 나서 “승부에 사과해야 할 선수나 연예인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올림픽이 중국과 대만의 전쟁터가 된 모양새다. 5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문화부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만에서는 어떤 선수도 금메달을 따지 못하거나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선수가 대만에 져 은메달을 따자 본토의 ‘샤오펀훙’(맹목적 국수주의를 내세우는 중국 청년들)이 과도하게 분노를 표출한 데 대한 우려다. 문화부는 “우리는 경기에서 승리한 대만 선수들과 이들을 응원한 연예인들이 분노의 표적이 된 현실을 목격했다”며 “선수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개개인의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 (대만인) 모두는 (중국의)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가 중국의 올림픽 응원 문화를 비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대만 선수와 연예인에 대한 본토 누리꾼들의 힐난이 계속되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만 배드민턴 남자 복식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중국 선수들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양안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탓인지 상당수 중국인들은 ‘대만에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런 모습 보이라고 너희를 올림픽에 보낸 줄 아느냐” 등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이들을 이긴 대만 선수들에 대한 야유도 상당했다. 다음날인 1일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는 대만 선수가 중국과 접전 끝에 석패했다. 대만의 여성 연예인 쉬시디(43)는 소셜미디어에 “졌지만 영광스럽다. (경기를 보다가) 죽을 뻔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러자 중국 언론은 쉬가 ‘국가대표 선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만을 독립국가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면 이제 본토에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라. 둘 다 가질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를 중국 광고모델로 기용했던 기업들은 불똥을 피하고자 계약 해지에 나섰다. 대만의 유명 여가수 차이이린(41)도 대만 선수들의 선전 게시글만 올리고 중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소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립분자’로 낙인찍혔다. 웨이보에는 “너는 정말로 비열하다. 더이상 중국 위안화에 절하지 말라”는 비난이 쇄도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일부 중국 선수들의 지나친 애국주의 역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일 사이클 여자 단체 스프린트 결승 경기에서 중국 여자 선수단이 우승을 차지한 뒤 마오쩌둥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중국 선수들의 행동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 한눈에 사진으로 보는 70년 용산기지史

    한눈에 사진으로 보는 70년 용산기지史

    서울 용산구가 용산기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료집을 발간했다. 구는 ‘사진과 지도, 도면으로 본 용산기지의 역사’ 3권을 펴냈다고 5일 밝혔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1권과 2권을 발간한 데 이어 올해 용산기지의 1950~1953년을 다룬 3권을 추가로 내놨다. 신주백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과 김천수 용산문화원 역사문화연구실장이 함께 집필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용산기지가 완전히 파괴된 모습과 주한 미군이 반영구기지로 시설을 복원하는 모습을 사진, 도면, 지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51년 서울 재탈환 직후 남산과 서울역 일대 항공 전경을 비롯해 미8군사령관이었던 제임스 밴플리트 중장이 복구된 한강 인도교의 마지막 못을 박는 장면(1951년), 용산기지에 새로 자리 잡은 미8군사령부(1953년) 등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1952년 용산기지 재배치 계획도, 1953년 기지 복구 및 재건 상황도에서는 오늘날 용산기지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신주백 소장은 “미군은 한국전쟁 때 파괴돼 사용할 수 없는 건축물을 제외하면 일본군 건축물을 그대로 사용했다”며 “기지 내 공간도 일본군이 건설한 도로를 축으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용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지를 둘러싼 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회복해 이곳이 역사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자료는 2017~2018년 당시 저자들이 직접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찾아 수집한 것들이다.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자료도 일부 활용했다. 김천수 실장은 “용산기지는 근현대 동북아 역사의 보고”라며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하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함으로서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행시동기’ 수장… 금융위·금감원, 한목소리 내나

    ‘행시동기’ 수장… 금융위·금감원, 한목소리 내나

    고 “금리인상” 매파… 가계부채 ‘고삐’금통위원서 직행… 금통위 독립성 우려정, 文정부 첫 관료 출신·국제금융 전문금융 당국의 두 수장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5일 동시에 교체·임명되면서 금융정책 기조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 약 3개월째 공석이던 금감원장 인사만 예상됐으나 인사 폭이 커진 것으로, 두 금융 당국 수장이 동시에 새로 임명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경제 관료 출신 수장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그동안 예산 독립 및 인사권 문제를 둘러싸고 이어 온 양 기관의 갈등 관계가 완화되고 각종 현안에 한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정은보 금감원장 내정자는 행정고시 28회 동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보다는 행시 1기 선배다. 정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관료 출신 금감원장이기도 하다. 나이는 1961년생인 정 내정자가 고 후보자보다 한 살 더 많다. 정 내정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80학번, 고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이다. 고 후보자는 2016년과 지난해 4월 두 차례 금통위원으로 임명되며 한은법이 개정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금통위원 출신이다. 지난달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유일하게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매파 인사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등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돌연 금통위원에 결원이 생기는 형국이 되면서 금통위의 독립성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금통위원 자리가 정부 관료 요직으로 가는 관문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고 위원의 경우 7명의 금통위원 중 한은 총재가 추천한 인사인 만큼, 외려 한은과 금융위의 소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정 내정자 역시 금융위와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경제정책 전문가다. 2019년부터 기재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를 맡기도 했다. 금융정책뿐 아니라 국제금융 분야에 대한 업무 전문성과 거시경제에 대한 이해가 폭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서울시의회 지식재산 특위, 시민 교육·소상공인 지원 주력

    서울시의회 지식재산 특위, 시민 교육·소상공인 지원 주력

    서울특별시의회 지식재산 특별위원회(위원장 추승우, 더불어민주당·서초4)는 지난 4일 제1차 간담회를 갖고 KAIST 지식재산전략 최고위과정 박진하 운영위원 등과 함께 서울 시민의 지식재산 개발 및 보호를 위한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박진하 운영위원은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15년 전부터 지식재산이 부를 창출하는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어 그에 대한 투자·지원·교육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아직 지식재산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서울시의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식재산 활성화에 나선 것은 구한말 쇄국정책에 맞서 독립협회를 결성한 것만큼이나 혁신적인 활동”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후 토론 과정에서는 지식재산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었고, 추승우 위원장은 지식재산 특위의 주요 활동 방향으로 “입법 차원에서 소상공인 상표권 등록 지원 조례 제정, 교육 차원에서 특허청장, 특허법원장 등 전문가 초청강연을 중심으로 하는 포럼 개최, 제도개선 차원에서 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식재산 교육센터 설립 및 지식재산위원회의 지식재산처 격상 건의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추승우 위원장, 이동현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성동1)을 비롯해 박기열(더불어민주당·동작3), 박순규(더불어민주당·중구1), 양민규(더불어민주당·영등포4), 임종국(더불어민주당·종로2), 채유미(더불어민주당·노원5), 황인구(더불어민주당·강동4, 이상 가나다순) 의원이 참가했으며, 지식재산 특별위원회는 2021년 7월 2일부터 2022년 1월 1일까지 6개월간 활동할 예정이다.
  • 김춘례 서울시의원, 독립운동가 김익상 의사 의거 100주년 준비 촉구

    김춘례 서울시의원, 독립운동가 김익상 의사 의거 100주년 준비 촉구

    서울시의회 김춘례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1)은 지난 3일 독립운동가 김익상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박우섭 회장과 함께 서울시에 역할을 강력히 요청했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콘텐츠산업과, 역사문화재가 만난 이번 자리에서 김 의원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건립지가 독립운동의 역사적 장소임을 강조하며 조선의열단 김익상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이해 서울시는 의사의 의거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 것을 요청했다. 평안남도 강서 출생한 김익상 의사는 1921년 9월 12일 현재의 중구 소파로 126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있었던 조선총독부 청사를 향해 폭탄을 투하하였고 1922년 상하이 세관부두에서 일본 육군 대장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현장에서 체포, 21년간의 투옥생활을 한 후 출옥했으나 일본형사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독립투사이다. 김 의원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의열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김익상 의사 의거 터 표석이 있었으나 지금은 센터건립 공사로 서울시가 보관 중이다”라고 말하며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모든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후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금 공사 중인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 김익상 의사의 기록이 전시되어 시민들이 의사의 독립투쟁을 기억하도록 해주시길 당부 한다”고 말하며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를 일깨워주시는 박우섭 회장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코로나 시대 혼자 달리고 같이 즐기는 ‘버츄얼 런’ 뜬다

    코로나 시대 혼자 달리고 같이 즐기는 ‘버츄얼 런’ 뜬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마라톤’ 인기마라톤 참가할 때마다 후원·기부도 할 수 있어‘건강’도 챙기고 ‘의미’도 추구하는 버츄얼 런코로나19가 일상이 되면서 스포츠의 풍경도 달라졌다. 같은 장소에 모여 함께 달리던 마라톤만 하더라도 대면 행사는 취소하는 추세다. 대신 각자 편한 장소에서 뛰고 온라인 상에서 달리기 기록을 공유하며 연대감을 갖는 ‘버츄얼 런’이 각광받고 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인 ‘카카오같이가치’는 광복 76주년을 맞아 8월 한 달 동안 ‘2021 버츄얼 815런’을 진행한다고 4일 밝혔다.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2021버츄얼815런 #2021잘될거야대한민국 #카카오같이가치)와 완주한 사진을 올리면 된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815런’ 캠페인은 인스타그램 인증에 참여한 사람만 이날 오전 11시까지 1000명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 가수 션과 축구선수 이영표, 배우 임시완 등도 많은 연예인들도 직접 달리고 인증 사진을 올렸다. 버츄얼 런은 달리는 사람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정 거리를 뛰는 비대면 마라톤이다. 여기에 GPS가 내장되어 있는 스마트 기계로 자신이 뛴 구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완주’를 인증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함께 달리지 못하는 물리적 환경을 뛰어 넘어 ‘각자 뛰고 함께 하는’ 점이 버츄얼 런의 특징이다. 또한 단순한 비대면 마라톤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캠페인형 비대면 마라톤이 늘고 있다. 주최 측이 참여한 인원 수만큼 기부금을 적립하거나 개인의 참가비를 모금해 기부함으로써 참여자들이 뜻 깊은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가 후원하는 815런 캠페인은 참여자가 인스타그램에 인증한 건수마다 815원을 기부해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집짓기로 활용할 예정이다. 마라톤 코스도 3.1㎞, 4.5㎞, 8.15㎞ 중 한 코스를 선택해 달리는 방식인데, 각 코스는 삼일절과 광복을 되찾은 해(1945년), 광복절의 의미를 담았다.개인이 운영하는 ‘런 포 아워 히어로즈’는 지난 2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제2회 그날의 용기 버츄얼런’을 진행하며 참가비 수익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후원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지난 5월에도 ‘119런 버츄얼 마라톤’을 기획해 참가 수익비를 암투병 중인 소방관에게 기부했다. ‘런 포 아워 히어로즈’ 운영자 장도희(24)씨는 “취미가 마라톤이었고, 소외계층에 대해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맞아 버츄얼 런을 기획하게 됐다”며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을 위한 버츄얼 런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전국 10곳의 지역 아동센터에 실제로 자판기를 설치하고 아이들이 쓰는 걸 직접 보고 이 캠페인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씨는 “마라톤은 참여하는 연령대도 다양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과 의미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버츄얼 런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김교신, 손기정의 스승/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김교신, 손기정의 스승/우석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1936년 8월 나치 독일의 베를린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그보다 한 해 전인 1935년 11월 3일 일본에서는 베를린올림픽 출전 마라톤선수 선발대회가 도쿄의 메이지신궁(明治神宮) 경기장과 로쿠고바시(六鄕橋)를 왕복하는 코스에서 열렸다. 이른바 메이지신궁경기대회다. 이 대회에서는 마라톤 외에 축구, 야구, 농구 등의 경기도 치러졌다. 이날 양정고보 학생 손기정(1912~2002)은 2시간26분42초라는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고 베를린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양정고보 교사 김교신(1901~45)은 농구부 감독 자격으로 대회에 동행했다. 손기정은 경기 시작 전 김교신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선생님, 제가 뛸 때 일정한 거리 앞에 자동차를 타고 응원하시면서 선생님의 얼굴이 제게 보이도록 해 주십시오.” 당시에는 반환점을 지난 후 일정 구간에서 응원단이 선수들 앞에서 자동차를 타고 가며 응원하는 게 허용됐다. 김교신은 손기정의 요청을 듣고 ‘설마 선생 얼굴 보는 일이 손군의 뛰는 다리에 힘이 될까?’ 하고 반신반의했지만, 그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손군은 교사의 심장 속에 녹아 하나가 되어 버렸다’고 술회한다. 택시 뒷자리에 앉아 고개를 뒤로 돌린 채 달리는 손기정을 응원하는 내내 김교신의 두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김교신은 이렇게 기록했다. “로쿠고바시 절반 지점에서부터 종점까지 차창에 얼굴을 보이고 응원하는 교사의 양쪽 뺨에는 멈출 줄 모르는 뜨거운 눈물이 시야를 흐리게 하니, 이는 사제(師弟) 합일의 화학적 변화에서 발생하는 눈물이었다. 그 결과가 세계 기록이었다.” 이듬해 손기정은 베를린에서 마라톤 영웅이 되지만, 1936년 8월의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졸지에 감시 대상으로 전락한다. 1936년 10월 8일 여의도 비행장으로 개선 귀국한 손기정 주변에는 경찰이 좍 깔려서 환영 나온 군중과의 접촉을 막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손기정을 칼 찬 경관과 사복형사가 마치 죄인을 연행하듯 양쪽에서 붙잡고 끌고 갔다. 손기정의 쾌거가 민족 감정에 불을 댕겨 반일 시위나 독립운동으로 번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1937년 2월 7일 졸업을 앞둔 손기정이 정릉의 김교신 자택을 방문한다. 양정 졸업 후 두부 장사를 하겠다고 선생에게 고하자 김교신은 “만일 서울서 개업하거든 우리 집에도 배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통한의 세월이었다.
  • [서울 인싸] 주거복지 사다리 될 서울 청년월세지원/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서울 인싸] 주거복지 사다리 될 서울 청년월세지원/김성보 서울시 주택정책실장

    바늘구멍과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한 사투, 학자금 상환과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한 알바 뛰기…. 오늘을 사는 대다수 청년들의 모습이다. 여기에 재난에 가까운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들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졸업과 취업이라는 자연스런 이행이 지연되고 단절됨에 따라 연애, 결혼, 출산, 주택구입 등 과거 평범한 삶의 단계들이 이제는 너무나 먼 이야기가 돼 버렸다. 그중에서도 주거는 생활의 안정성과 직결되지만,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청년들이 자신만의 힘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녹록지 않으며 기존의 주택정책이 다인 가족, 저소득층 중심으로 마련되다 보니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나 있다. 그마저도 전세자금 대출, 주택구입 자금 지원 등 전세나 자가 거주 지원 정책은 있었지만 월세로 거주하는 대다수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 특히 청년 1인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소득의 18%(201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 지출 항목 중 가장 높다. 올 상반기 5000명을 모집한 서울시 ‘청년월세지원’에 3만 6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린 점만 봐도 많은 청년들이 높은 주거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 최대 20만원의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은 독립과 동시에 주거문제에 직면하는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경감해 주는 사업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주거복지 사다리를 위한 공약 중 하나로 ‘청년월세지원’ 사업의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 서울시는 추경으로 확보한 179억원을 통해 올 하반기에는 인원을 4배 이상 늘려 2만 2000명을 추가로 선정, 지원할 예정이며 향후 지원 대상 인원을 5만명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다. 소득기준도 기존 중위소득 120%에서 150%로 완화해 소득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했던 단기근로자, 중소기업 사회초년생 등 ‘일하는 청년’들에게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괴테는 ‘청년은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감동이나 자극을 받기 원한다’고 했다. 올해 ‘청년월세지원’ 대상자가 대폭 확대되는 만큼 더 많은 청년들이 ‘청년월세지원’ 사업을 통해 ‘서울시가 내 곁에 있다’, ‘나를 응원해 주는구나’ 등 고립감에서 다소나마 벗어나 우리 사회의 따뜻한 온기를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호승 시인은 ‘고래를 위하여’에서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라고 노래했지만, 현실은 고래 한 마리는커녕 청년들의 마음속 바다마저 말라 가고 있다. 앞으로 서울시는 청년월세지원 확대와 함께 역세권청년주택과 청년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청년들의 주거복지 사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청년들의 패기를 믿고 푸른 바닷물을 한 바가지씩 채우다 보면 언젠가 잃어버린 고래를 그들의 마음속에 다시 키울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 성동구상공회, 어린이미술관 헬로우뮤지움에 책 소독기 기증

    “코로나19 시대 어린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어요.” 서울 성동구의 국내 최초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과 서울상공회의소 성동구상공회가 3일 도서소독기 기증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성동구상공회는 책을 통한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주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서소독기를 후원했다. 헬로우뮤지움이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비대면 예술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지역 상공인들이 높게 평가하면서 도서소독기를 기증하게 됐다. 기증받은 도서소독기는 미술관 내 예술책 도서관인 ‘라보’에 비치될 예정이다. 라보는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이고 풍부한 도서를 제공해 달라는 지역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개관했다. 지역 문화예술인, 그림책 전문가, 성수동 내 독립 서점 등의 자문으로 책을 선정했다.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은 “지속가능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도 주민과 어린이, 문화 소외계층에게 예술 나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 카카오 13개·SK 11개… ‘新산업’ 몸집 불린 대기업

    카카오 13개·SK 11개… ‘新산업’ 몸집 불린 대기업

    지난 3개월간 71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41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와 SK 등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동산 빅데이터 등 계열사를 새로 늘리며 신산업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말에서 7월 말까지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2612개에서 2653개로 41개 늘어났다. 새로 대기업집단 계열사에 편입된 회사는 106개, 계열사에서 제외된 회사는 65개였다. 신규 편입 회사가 가장 많은 대기업집단은 카카오(13개)와 장금상선(13개), 그리고 SK(11개) 순이었다. 카카오는 게임 개발사만 5개사가 추가됐고,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출판인쇄도 신규 편입됐다. SK는 부동산 빅데이터기업 ‘한국거래소시스템즈’와 부동산 정보공개회사 ‘더비즈’를 인수하는 등 데이터 분야에 힘을 실었다. 장금상선은 최근 홍아해운을 인수하면서 관련 계열사 동반 편입이 이뤄졌다. 이어 중앙(7개)은 시스템·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영화·비디오·방송 프로그램 제작업 등이 추가됐고, 대방건설(7개)은 부동산 개발·공급업을 중심으로 계열사가 늘어났다. 이 외에 대기업들의 미래 성장동력 신산업 진출도 눈에 띄었다. 한화와 효성은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과 ‘갤럭시아메타버스’를 각각 신규 설립했다. 한국타이어도 신기술 사업 관련 투자·지원을 전담하는 회사를 새로 세웠다. 유진은 계열 사모펀드를 통해 ‘중고나라’ 지분을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고, 쿠팡은 최근 확대되는 배달대행서비스 쿠팡이츠 관련 응대·지원을 위해 ‘쿠팡이츠서비스’를 설립했다.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며 실적이 부진한 분야를 정리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구조를 개편한 대기업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한화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식음료 사업부문을 분할했고, KT는 정보기술(IT) 통신사업과 신사업 분야 집중을 위해 무전기 제조·판매 회사인 ‘케이티파워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LG로부터의 친족 독립경영을 위해 구광모 LG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LX그룹 회장 측 회사들 계열분리 사전 작업도 진행됐다. 지난 5월 지주회사인 LX홀딩스가 LG로부터 분할 설립됐고, 6월 계열분리 예정인 5개사 사명이 변경됐다. LX홀딩스 등 6개사의 자산 총액 합계는 9조 1332억원이기 때문에 계열분리가 될 경우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계열분리가 신청되지는 않았다.
  • 가해자 죽으면 끝? 피해자 보상은 천리 길, 범죄수익 몰수는 못 해

    가해자 죽으면 끝? 피해자 보상은 천리 길, 범죄수익 몰수는 못 해

    로펌 초임 변호사를 성폭행한 대표 변호사 사건처럼 범죄 혐의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수사 자체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법조계에서는 민사재판 등을 통한 피해 구제 및 회복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 대상인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검찰사건사무규칙 115조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한다. 다만 피해자가 명백히 존재한다면 민사재판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가해자 재산을 상속받은 가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대전지법은 지난 4월 살인 피의자 A씨의 가족이 피해자 유족에게 약 1억 93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가해자의 가족들이 상속 포기를 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망한 범죄혐의자에 대해서는 범죄수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환수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맹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재산 몰수는 법원의 유죄 판결에 더해 이뤄지는 ‘부가형’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유죄 판결이 없어도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많다. 독일은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요건을 갖추면 범죄수익을 박탈·몰수하는 독립몰수 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미법계 국가에선 ‘민사몰수’를 통해 범죄와 관련된 재산을 박탈할 수 있다. 형사몰수와 다르게 재산 자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기 때문에 범죄혐의자가 사망하거나 소유자가 바뀌어도 몰수가 가능하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서경대 교수)은 “부가성을 원칙으로 하는 현행 범죄수익 몰수 제도하에서는 유죄 판결 전 범죄자가 사망하면 범죄수익이 그대로 상속되는 등 입법 공백 문제가 있다”며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헬로우뮤지움 “도서소독기로 어린이 문화활동 보다 안전하게”

    헬로우뮤지움 “도서소독기로 어린이 문화활동 보다 안전하게”

    “코로나19 시대 어린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어요.” 서울 성동구에 있는 국내 최초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뮤지움과 서울상공회의소 성동구상공회가 3일 도서소독기 기증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성동구상공회는 책을 통한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주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서소독기를 후원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 헬로우뮤지움이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비대면 예술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지역 상공인들이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헬로우뮤지움은 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미술관’, ‘현대미술 맛보기’ 등 비대면 예술 경험을 제공해 약 3만 5000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이번에 기증받은 도서소독기는 미술관 내 예술책 도서관인 ‘라보’에 비치될 예정이다. 라보는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이고 풍부한 도서를 제공해달라는 지역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개관했다. 지역 문화예술인, 그림책 전문가, 성수동 내 독립 서점 등의 자문으로 책을 선정했다. 현재 라보 개관을 기념해 그림책 작가 김중석의 개인전 ‘그리니까 좋다’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열리며,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운영한다. 관람과 교육 참여는 사이트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은 “지속가능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도 주민과 어린이, 문화 소외계층에게 예술 나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2015년 금호동에 둥지를 튼 헬로우뮤지움은 2019년 성수동 성동안심상가로 이전해 ‘에코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성동안심상가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위기에 내몰린 임차인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는 상가다. 헬로우뮤지움은 그동안 연간 3회 이상의 기획전시와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약 10개월간 문을 닫았다. 올해 초 운영을 재개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김 관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임대료와 최소한의 운영 비용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로나19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라며 “어린이미술관의 존립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의 후원과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미술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미술관은 높은 국고 보조금 의존도에 비해 다양한 지원 정책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게 헬로우뮤지움 측의 설명이다. 이에 사립미술관협회와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은 사립미술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 ‘사라져가는 총여학생회’ 경희대도 결국 폐지 수순

    ‘사라져가는 총여학생회’ 경희대도 결국 폐지 수순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이달 중으로 해산 절차를 밟는다. 이제 서울 지역 대학에서 총여 조직이 잔존해 있는 곳은 한양대, 총신대, 감리신학대, 한신대 정도뿐이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총학생회 등 학내 자치기구는 이달 초 확대운영회의를 열고 총여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경희대 총여는 2017년 이후 대표자가 나오지 않고 뚜렷한 대내외 활동도 없어 사실상 유령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총여 활동을 꺼리는 이유로 학생자치가 점차 퇴조하는 대학가 분위기와 더불어 총여 회원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 공격을 꼽는다. 총여 회원들은 신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단으로 공개되고, 페미니즘 활동을 비난하는 전화가 걸려오는 등의 협박을 일상적으로 마주해야 했다. 문제는 총여 활동이 위축되는 만큼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평등 현안에도 대응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참에 유명무실한 총여를 폐지하고 지금까지 총여가 맡아온 역할을 다른 새로운 대안 기구가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16일 총여 존폐를 논하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 학생은 “대학 내에서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져 해산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총여가 해산해야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을 다른 자치기구들이 분담하거나 (대안 기구에서) 새롭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젠더 문제를 성평등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이 좌절되는 등 젠더 갈등이 다각도로 깊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대학 내 ‘인권위원회’나 ‘성평등 위원회’ 등 대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여 폐지가 성평등 문제의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산 방법도 고민이다. 학생들은 총여가 독립된 자치조직으로 출범한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여학생들의 투표로 자발적 해산을 결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남우석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에서 졸속으로 총투표를 해 구성원 간 견해차가 해소되기 전에 총여를 폐지한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대학에서는 여학생 회원들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총여는 총학생회와는 별개 조직으로 1987년 출범했다. 1990년대까지 여성주의 논의를 주도하며 여학생들의 취업 대책 등을 위해 힘썼다. 그러나 2006년 ‘고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전반적인 총여 존폐 위기 속에서 그 힘을 잃었다.
  • 이 와중에… 수백명 모여 환갑파티 한다는 오바마

    이 와중에… 수백명 모여 환갑파티 한다는 오바마

    이달 4일로 만 60세가 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 대규모 기념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생일 파티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휴가지로 애용했던 매사추세츠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 열리며 가족과 지인, 전 참모, 유명 인사 등 475명의 참석이 확정됐다고 전했다. 초청 인사 중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포함돼 있으며, 록그룹 펄잼이 축하 공연을 할 예정이다. 오바마 정부 때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지 않는다. 백악관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말 참석할 수 없지만 조만간 적절한 방법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60세 이상 클럽’ 가입을 환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그러나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다는 점이 이번 행사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고 전했다. 특히 마서스비니어드와 멀지 않은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에서는 지난달 4일 독립기념일 연휴 이후 백신 접종을 받았는데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이날 CNN 방송에 나와 “100명이 한자리에 모일 경우 그들이 모두 백신을 맞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소식통은 파티는 야외에서 열리며, 참석자 모두 백신을 맞고 바이러스 검사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 ‘함석헌의 발자취’ 그리다…용산, 근현대 역사 기리다

    ‘함석헌의 발자취’ 그리다…용산, 근현대 역사 기리다

    가로쉼터 정비해 연혁 동판·문장비 세워 “용산서 28년 생활… 민주·인권운동 헌신함 선생 탄생 120주년, 업적 되새김 첫 발”유관순 추모비·이봉창 역사울림관까지탐방 코스로 이어 역사문화 도시로 도약“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고 함석헌(1901~1989) 선생은 서울 용산에서 28년간 생활하셨습니다. ‘사상계’를 집필하고 ‘씨알의 소리’를 창간하는 등 다양한 일을 진행하셨는데 이런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용산구 산천동 30-3번지에 있는 가로쉼터를 찾았다. 이달 완공 예정인 ‘함석헌 기념공원’의 마무리 공사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성 구청장은 “올해가 함석헌 선생이 탄생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이 기념공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함석헌 선생은 1956년 용산구 원효로4가 70번지 자신의 집에서 ‘사상계’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1983년 도봉구 쌍문동으로 거처를 옮긴 뒤 1989년 사망할 때까지 민주·인권 운동에 헌신했다. 서울 용산구는 함석헌 선생의 일대기를 재조명하기 위해 산천동 가로쉼터를 정비해 기념공원으로 만들었다. 공원 전체 면적은 482㎡로 크게 함석헌 기념 공간과 어린이 놀이공간으로 구분했다. 어린이 놀이공간에는 기차 모양 놀이대, 흔들놀이말, 체력 단련 기구 등을 설치한다. 성 구청장은 “기념공원 바로 앞에 함 선생 옛 집터와 국공립어린이집이 있다”면서 “아이들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공원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함 선생의 정신을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통 기와담장으로 두른 기념공원은 함석헌 선생의 사진과 연혁, 활동 내역 등을 담은 동판 등 기념 시설물이 마련돼 있다. 선생이 쓴 ‘너 자신을 혁명하라’ 글귀가 적힌 문장비를 세우고, 기존에 있었던 정자 시설을 활용해 ‘씨알의 소리’ 현판도 설치한다. 평소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 구청장은 용산이 서울의 대표 ‘역사문화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그간 관련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2015년 유관순 열사 추모비를 건립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명소 100곳을 선정해 안내판을 세웠다. 작년에 이봉창 의사 역사울림관을 개관했고, 올해는 함석헌 선생의 기념 공간을 마련했다. 올해 하반기 중에는 함석헌 선생의 옛 집터 인근에 명예 도로명도 부여할 계획이다. 성 구청장은 “지역의 역사적 공간을 잇는 탐방 코스를 개발할 예정”이라며 “내년 초 용산역사박물관이 완성되면 함석헌 선생을 비롯해 주요 역사 인물들을 기획전 형태로 주민들에게 소개해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포토]시민단체, 간토대지진 진상 요구 1인 릴레이 시위

    [서울포토]시민단체, 간토대지진 진상 요구 1인 릴레이 시위

    2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시민모임 독립’ 회원들이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상공개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시민모임 독립’은 “릴레이 시위는 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들이 자원으로 참가해 8월 한달간 매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1.8.2
  • 넓어진 세계관, 공감한 세계인… 역시 ‘K좀비’

    넓어진 세계관, 공감한 세계인… 역시 ‘K좀비’

    동래(부산)에서 시작된 ‘K좀비’가 한양, 압록강을 거쳐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까지 갈 기세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의 특별판 ‘아신전’이 세계관을 무한 확장하며 후속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80여개 국가에서 ‘오늘의 톱10’, 영화 시청 순위 세계 2위에 올랐고, 이전 시즌이 ‘톱10’에 역주행하는 등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아신’ 전지현 아역 김시아도 주목 ‘킹덤: 아신전’은 시즌 1, 2에서 조선 왕실이 혈투를 벌였던 좀비(생사역)의 기원을 92분 분량의 1개 에피소드로 펼친다. 100년간 금기의 땅이던 폐사군에서 아신(전지현 분)이 ‘생사초’를 발견하면서 역병이 확산되는 과정을 압축했다.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던 ‘성저야인’들이 조선 군관과 여진족 사이에서 이용만 당하고 모두 몰살되자 아신은 가족과 이웃을 위한 피의 복수를 시작한다. 가장 낮은 곳의 여성은 조선에 가장 위협적인 ‘안티 히어로’로 변모해 간다. 경계인, 하층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주제 면에서도 넓어졌다. 앞선 시즌에서 지배층의 탐욕과 무능을 꼬집었던 ‘킹덤’은 이번엔 희생되는 소수민족과 이민자 차별의 문제도 보여 준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김은희 작가는 ‘킹덤’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온 시리즈”라며 “현대나 과거나 잘못된 정치로 화를 입는 건 힘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배층의 정치적 선택으로 아신이 한을 품고, 그 결과가 조선땅에서 가장 배고픈 사람들의 희생을 낳는다는 아이러니를 그린 것이다. 앞선 이야기의 전사이자 이후를 위한 디딤돌이지만 독립된 회차로도 차별성을 가졌다. 궁궐과 한양 이남을 벗어나 중국에 닿는 국경 지대로 무대를 옮기며 분위기가 자연스레 바뀌었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검은 숲, 황량하며 광활한 들판은 새로운 긴장감을 전한다. 벌판은 새만금 간척지에서, 한반도 최북단은 최남단인 제주의 삼나무숲과 벵뒤굴 등에서 촬영했다. 여기에 색보정과 어두운 느낌의 조명으로 스산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성훈 감독은 “보조 출연자의 치아에서 하얀 부분을 없앨 정도로 모든 장면에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려 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어린 아신으로 전반부를 책임진 배우 김시아의 감정 연기와 후반부에서 차가운 분노를 표현한 전지현, 활을 이용한 액션도 잘 어우러졌다. 특히 이전 시즌에 등장한 의녀 서비(배두나 분)나 중전(김혜준 분)과 다른 또 하나의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를 구축했다. ●김은희 작가 “후속 대본 작업 중” 가장 큰 의미는 이후 세계관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조선에서 역병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이창(주지훈 분) 일행과 아신의 대립, 민치록(박병은 분)과 아신의 관계 등 캐릭터 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배경 면에서는 북방으로 진출했기 때문에 실크로드를 통해 생사초를 서쪽까지 전파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2019년 첫 공개 이후 한국이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후 전개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 작가는 펼칠 아이디어가 많은 듯 보였다. 그는 “넷플릭스가 제작만 해 준다면 인물들과 배경을 가지고 외전부터 본 시즌까지 계속 써 나가고 싶다”며 “요즘도 틈틈이 후속 대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시설에서 나오니 자유 생겨… 용돈 설계하고 자립심 길러요”

    “시설에서 나오니 자유 생겨… 용돈 설계하고 자립심 길러요”

    ‘자립’. 사람은 태어나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스스로 살아갈 터전을 마련하고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삶의 통과의례가 발달장애인에겐 순탄치 않을 수 있다. 특히 장애가 심한 발달장애인들은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에게 24시간 도움을 받아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애초에 탈시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구조적으로 장애인의 인권과 자유 등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시설의 태생적 한계가 너무 분명해서다. 뙤약볕 내리쬐던 지난달 30일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마련한 컨테이터 농성장 옥상에 올라갔다. 이들은 2일 국무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앞서 탈시설에 대한 정의를 법률에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단체가 10여년간 추진해 온 숙원이다. 서울신문이 1일에 만난 발달장애인과 부모, 활동가들은 장애인들이 시설이라는 감옥에서 해방돼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설서 해방돼 비장애인과 함께 살아야” “자유롭고 좋아요. 시설에선 간섭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지금은 자유가 생겼습니다. 돈을 모을 수도 있고 용돈 설계도 하고 자립심도 기를 수 있어요. 특히 가장 좋아하는 수박과 딸기 바나나를 먹고 싶을 때 사 먹을 수 있어요.” 지난달 20일 서울 관악구에 사는 중증발달장애인 이용찬(52)씨는 느리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발달장애인 지원주택’인 이곳에 자리잡았다. 기초생활수급비 30만원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주4일 하루 5시간씩 일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을 꾸린다. 한 달 생활비는 대략 120만원 남짓.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누나는 미국에 살고 있어 혼자 살 수밖에 없는 그는 시설에서 나와 행복하다고 했다. 이씨가 시설에서 보낸 시간은 대략 30년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를 제외하고는 시설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김씨가 기억하는 시설에서의 시간은 유쾌하지 않다. 이씨가 현재 사는 거실 정도 크기의 방에서 10명이 생활했고 어디를 가든 감시당할 수밖에 없었다. 힘의 논리에 따라 강한 이들이 음식을 독차지했고 무엇 하나 이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에 반해 자립한 지금의 삶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활동지원가가 매일 8시간 집에 찾아와 식사나 청소를 도와주고 은행 업무를 비롯해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땐 함께 가 준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집 근처 하천을 산책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바로 만날 수 있다. 이씨는 그렇게 삶을 즐기다 보니 1년여 만에 15㎏이나 쪘다. 이씨는 취재진을 반기며 손수 냉커피를 타 줬는데, 실제로 이씨가 혼자 생활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탈시설협동조합 ‘도약’을 준비 중인 김치환 사회복지사는 “이씨는 탈시설 이후 용돈 관리 등 일상생활 여러 면에서 자립심이 많이 길러졌다”며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뒷받침돼야” 탈시설은 사실 외국에선 이미 정착된 시스템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 규정으로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지 않고 어울려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미 서구 및 북미 국가들은 1960년대부터 대규모 시설을 폐쇄하고 거주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 통합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 나라들에서 대규모 시설은 이미 대부분 폐쇄됐다. 한국의 탈시설에 대한 논의는 서구 국가보다 40~50년 늦었다. 실제로 국내 장애인의 탈시설은 더디기만 하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은 2251명으로 퇴소한 장애인 843명보다 3배가량 더 많다. 숫자만 보면 탈시설 정책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자립지원금을 받은 장애인은 총 192명으로 시설을 퇴소한 장애인의 22.7% 수준이다. 퇴소한 장애인 10명 중 8명은 자립 대신 다시 가족의 돌봄 속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시설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은 1557곳으로 거주인원은 2만 9662명이다. 이 가운데 80%인 2만 3635명이 발달장애인이다. 2020년 국내 발달장애인은 총 24만 8000명으로 전체 장애인(263만 3000)의 9.4%다. 물론 탈시설 정책이 우리 사회에서 자리잡으려면 뒷받침돼야 할 조건이 있다.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시설처럼 장애인들이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월 12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다. 하루 단위로 계산하면 4시간이다. 이씨의 경우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2년간 한시적으로 120시간을 추가로 지원받아 총 월 240시간을 지원받고 있지만 장애 정도에 따라서 누군가에겐 이 지원도 부족할 수 있다. 자폐 장애인을 키우는 한 어머니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아들의 자립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날이 당장 올 거라 기대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며 “물론 모든 조건을 갖추고 탈시설이 추진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장애를 가진 자녀의 자립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가족, 선택권 없는 탈시설엔 반대 이런 상황 탓에 탈시설 정책을 반대하는 부모도 있다. 탈시설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장애 당사자와 가족의 결정·선택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 100여명은 지난달 27일 상복을 입고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탈시설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며 “시설폐쇄는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애인 자녀의 시설 입소만이 나머지 가족이 살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은 늙고 병들어 가는데 중증발달장애 자녀는 성인이 되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장애인 시설에 입소한 중증장애인 중 50% 이상은 19~39세(남성 52.4%, 여성 51.1%)였다. ●시설서 나와 시설보다 못한 곳에 갈까 걱정 김명숙 대전발달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당연히 우리 자녀가 탈시설하면 좋다. 그러나 자립할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시설만 없애면 우리 장애인 자녀들은 어디로 가란 건지 모르겠다”며 “정작 시설에서 나와 시설만도 못한 곳으로 갈까 걱정된다. 개인별 사정과 기반 시설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탈시설만 외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사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일맥상통한다. 발달 장애인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2019년 9월 문재인 정부가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세우겠다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무엇보다 국가가 발달장애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부모들은 강조한다. 탈시설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황숙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강남지회장은 “어떤 사람이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중증장애라고 시설에 남아선 안 된다”며 “발달장애인 정책의 대전제는 하나의 조직을 만들고 그 안에 장애인을 넣고 적응시키는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 맞는 지원을 하는 것이며, 이러한 정책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아 부모들이 믿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 ‘출사표’ 윤석열은 수사 부담… ‘사표’ 이광철은 소환 임박

    ‘출사표’ 윤석열은 수사 부담… ‘사표’ 이광철은 소환 임박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 전 비서관 소환 조사도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같은 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해 경선 링 위에 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는 두 달째 답보 상태가 지속되면서 정치 공방만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조만간 이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전 비서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유출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면담보고서를 작성한 이 검사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해 온 공수처는 지난달 이 전 비서관을 ‘주요 사건 관계인’이라고 밝히며 그의 자택과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을 완료하는 대로 이 전 비서관을 직접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전 비서관 사표가 수리되면서 공수처가 ‘현직 청와대 민정비서관 수사’라는 부담을 덜어낸 만큼 이 전 비서관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 전 비서관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됐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같은 공수처 수사3부에서 수사 중인 윤 전 총장 사건은 두 달 가까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6월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등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아직 고발인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경선 레이스에 합류한 것을 두고 관련해 공수처에는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명확하고 중대한 수사 단서가 존재하지 않는 한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는 것은 정치 개입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 생명인 공수처 도입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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