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3·1정신과 국민통합/박유철 국가보훈처장
“어쩌다 우리 국운이 이토록 비색하여 그 같은 왜놈들한테 나라를 빼앗겼는고. 강토를 빼앗더니, 농사지은 식량도 다 빼앗고, 학병으로 조선의 자식도 다 빼앗고, 이제는 설까지 일본 설을 쇠라하니 정신의 골수를 뽑겠다는 수작 아닌가.”
소설 ‘혼불’의 일부다.
일본은 우리 민족이 국권을 잃고 암흑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민족의 정신을 말살시키고, 정기를 끊기 위해 온갖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그 질곡의 세월을 헤치고 광복을 맞은 지 올해로 60년이 된다.30년을 한 세대로 친다면,2세대가 지나 제3세대를 맞는 시점이다. 이러한 역사의 길고 긴 여정 속에서 3월이 오면, 연록의 봄바람은 시공을 넘고 불어와 우리들 가슴 속에 선열들이 외쳤던 독립만세 함성의 애국혼을 불어넣어 준다.
3월 1일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86주년이 되는 날이다.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세계 만방에 천명한 선열들의 불굴의 자주독립 정신은 우리 민족의 민족혼으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죽음보다 참기 어려운 민족적 굴욕감과 생명보다 소중한 자유에의 열망으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떨쳐 일어난 3·1운동의 자주, 자유, 평화정신은 불변의 가치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소중한 정신적 가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과거의 유산은 미래의 수확을 가져오는 씨앗”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난 역사는 오늘을 사는 거울이 되며, 용기와 힘의 원천이 된다 하겠다.
우리는 3·1정신을 통해 당면한 과제를 극복하고 선진 한국으로 가는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 이래 자유와 평화를 거저 얻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올해는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해다.
8·15광복을 맞았던 을유년으로부터 60년이 되는 해이자, 을사늑약 100년이 되는 해이며, 한·일 국교정상화로부터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6·25전쟁이 일어난 지 55년이 되는 해로, 선열들이 고군분투한 근현대사의 역사는 교훈이 되어 우리가 오늘날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자산이 되고 있다.
선열들이 신명을 바쳐 찾은 조국, 우리는 광복 이후 지난 60여년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 근대화를 이루고 민주화의 노력을 통해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을 이룩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 밖으로는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 화해와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지역, 계층, 세대간의 혼돈을 넘어 분열에서 화해로, 갈등에서 통합을 이루어 동북아시대 세계 무대에 우뚝 선 대한민국을 이룩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애국심’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원초적인 힘이고, 조국 번영에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되기에 선열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국민 통합의 원동력으로 삼아 나아가야 하겠다.
정부에서는 광복 60주년이 되는 올해 독립유공자 발굴 포상을 위해 사료발굴단을 운영하여 대대적인 포상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특히 이번 3·1절을 기해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을 포상하게 됨으로써 민족 화합의 장을 열게 되었다 하겠다.
또한 올해를 보훈선양 활성화 원년으로 삼아 국가를 위해 헌신하거나 공헌하신 분들에 대해 사회적 예우풍토 조성과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확산하여 국가 발전의 정신적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86주년 3·1절을 맞아 올해야말로 3·1정신을 교훈으로 삼아 새로운 각오로 온 국민이 화합 단결하여 국운융성과 함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으고 사명 의식을 다져 보는 3월이 되었으면 한다.
박유철 국가보훈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