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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관을 살리자] (중)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도서관을 살리자] (중) 다기능 복합공간으로

    도서관은 더 이상 책만 읽는 곳이 아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도서관은 ‘자료저장소(Archive)’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민활동의 중심 공간이 되고 있다.‘도서관=독서실’로 인식되는 우리 현실에서 도서관이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조차 벅차다. 하지만 ‘문화강국’을 꿈꾼다면 우리도 도서관의 변화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또 가꾸어가야 한다. 뉴욕공공도서관의 대표적인 연구도서관인 과학산업도서관과 공연예술도서관을 통해 도서관이 시민의 문화·경제 활동의 중심이 되는 모습을 살펴본다. |뉴욕 김유영특파원|뉴욕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주변의 메디슨가. 통유리로 싸인 현대식 건물 1층의 로비에 들어서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말한 ‘내 모토는 첫째는 정직이고 다음은 산업이요, 다음은 집중’을 비롯, 유명 사업가·과학자 50여명의 명언이 늘어서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세계적인 금융사인 UBS 페인웨버가 제공한 21개의 모니터에서 주가·환율과 CNN 등이 실시간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곳은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1996년 1억달러를 들여 개관한 과학산업도서관(SIBL)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은 “금융·과학·산업 부문에서 뉴욕은 세계의 중심이 되고 있다.”면서 “도서관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우리들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돈을 벌게 해준다 이곳의 소장자료는 마케팅, 광고, 금융, 특허·상표권, 기업연감, 컴퓨터 등 모두 1800만건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자료를 뛰어넘어 시설과 프로그램 등이 머릿속에 그려왔던 도서관의 개념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유료자료를 공짜로 볼 수 있는 컴퓨터 70여대가 놓인 지하 1층의 전자정보센터로 내려가면 도서관을 ‘개인 사무실’로 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월 이용료가 1500달러에 달하는 경제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사’의 실시간 뉴스도 제공된다. 블룸버그사의 모니터 2개에 개인 노트북까지 펼쳐놓고 주가·환율 그래프를 체크하는 한 이용자는 어느 증권사 직원 못지않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도서관 정보서비스 책임자인 어미뇨 도노프리오는 “고용이 유연해지고 정보화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고도의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개인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도서관이 새로운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100여명에 달하는 사서 가운데 절반은 사서 학위와 함께 광고·금융사 등의 근무경력이나 경영·경제·과학 관련 학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을 지원해 준다 이 도서관은 ‘자영업자 센터’를 운영, 각종 기관과 연계해서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뉴욕시의 공무원 1명이 상근하고 있어서 창업, 사업 등에 관한 행정적인 절차를 ‘원스톱’으로 처리해 준다. 또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창업상담자 그룹인 ‘스코어’의 자원봉사자들이 무료상담을 해준다. 분야는 창업관련법, 자금조달법, 마케팅·세일즈전략, 국제무역 등 다양하다. 모임 자체가 창업자들의 정보교환의 장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스코어가 진행하는 ‘식당을 열고 싶어요’라는 세미나에서는 장소, 창업 준비기간, 주방기기 구입비용, 주방장과 종업원 거느리는 법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모임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명함교환 등을 통해 인맥을 넓힐 수 있다. 식당에 음식을 공급하는 ‘레일웨이 그루메’의 사장인 로버트 브리세트(42)는 이곳에서 ‘e마케팅’ 등 마케팅 관련 서적 3권을 대출했다. 그는 “고객에게 이메일 주문을 받고 평소에도 매출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마케팅이 중요하다.”면서 “자료나 전략 등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는 도서관이 더없이 좋은 친구”라고 평했다. ●이력서 첨삭 강의도 해준다 분관인 미드맨해튼도서관 2층의 ‘직업정보센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종 신문의 구직란을 모아두었을 뿐만 아니라 전직·구직 등에 관한 서적을 갖춰놓았다. 또한 ‘오후 5시 클럽’을 운영하는 게 이채롭다.‘제발 지겨운 직업이 걸리지 않기를-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기’ ‘나를 잘 판매하는 이력서는 어떻게 쓰는가’라는 등의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직업정보센터의 데이비드 호프만 사서는 “이력서 첨삭 강좌는 자리가 없어서 참가자들이 서서 들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carilips@seoul.co.kr ■ ’문화의 오아시스’ 뉴욕 공연예술도서관 |뉴욕 김유영특파원|19일 뉴욕 공공도서관(LPA)의 공연예술도서관에서는 배우 지망생들을 위해 ‘오페라의 유령’ ‘프로듀서스’ 등의 캐스팅 디렉터인 제프리 존슨이 진행하는 오디션 실습이 열렸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참가자들에게는 유명감독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오는 27일에는 도서관 자체 공연장에서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공도서관인 만큼 비용은 무료다. ●종이책보다 작품이 더 많다 이 도서관은 뉴욕시티발레의 거점인 뉴욕주립극장, 뉴욕필의 산실인 에브리피셔홀, 줄리어드 음악원 캠퍼스, 뉴욕시티 오페라의 메트로폴리탄극장 등이 모여있는 ‘링컨센터’에 자리했다. 서울로 보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 세워져 문화활동의 기반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셈이다. 이 도서관은 종이책이 전체자료의 30%에 불과해 ‘책이 없는 도서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음악·무용·연극·녹음 등 4개 분야에 걸친 자료 3만 5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무대의상, 영화포스터, 길거리공연, 랩뮤직, 클래식발레, 뮤지컬, 대통령연설, 효과음, 마술, 만담 등 다양하다. 특히 모차르트나 멘델스존이 직접 쓴 악보, 브로드웨이·오프 브로드웨이에 올려진 희곡의 원본, 출판되지 않은 작품들은 인기있는 열람 자료다. 브로드웨이에서 감독·배우를 동시에 하는 데이비드 르두(28)는 스웨덴 극작가인 오거스트 스트린버그 관련 저서에 몰입해 있었다. 그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본을 살펴보면 창작자의 메모가 적혀 있는 등 작가의 사고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면서 “이런 자료들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고유한 방식의 표현법이 고안되는 등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전(古典)은 창조의 어머니다 이 도서관의 백미는 TOFT(Theatre on Film and Tape)를 꼽을 수 있다. 이는 1970년부터의 연극·뮤지컬·전위적인 공연·각종 수상식의 수상소감·세미나·대담 등의 영상·음향 등을 테이프로 기록, 자체 제작해 보관하는 것이다. 이 도서관은 브로드웨이의 6개 조합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작품을 제작한다. 뉴욕 예술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주드 로 등이 출연, 사랑의 진실에 대해 신랄한 물음을 던진 영화 ‘클로저’가 만들어지기까지 이 도서관의 도움이 컸다. 마이크 니콜러스 감독이 도서관에 몇번이고 와서 1980년대초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연극 ‘클로저’의 녹화테이프를 연구했다. 테이프는 물론 TOFT가 제작한 것. 뉴욕에 사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와 ‘아메리칸 뷰티’에 출연한 케빈 스페이시,‘미시즈 다웃파이어’의 로빈 윌리엄스 등이 단골 이용자로 꼽히고 있다. 도서관 연극자료 담당 웬디 노리스는 “매년 40여개국에서 5000∼8000명이 TOFT를 이용하기 위해 도서관에 온다.”면서 “이용자는 현직·미래의 무대미술가, 안무가, 평론가, 의상 디자이너, 오페라가수 등 장르를 막론하고 전 분야에 걸쳐 있다.”고 전했다. ●동네마다 문화향기가 넘친다 이같은 문화활동은 비단 공연예술도서관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분관인 도넬도서관은 공연문화도서관이 소화하지 못한 16㎜ 독립영화·다큐멘터리 작품 85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미드맨해튼도서관은 출판·광고업자,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위한 ‘사진컬렉션(1만 2000점)’을 두고 있다. 뉴욕의 공공도서관 85개 분관에서 19일부터 이달말까지 열리는 행사만도 수채화 전시회(성(聖) 조지 도서관), 도서관에 관한 그림 전시회(미드맨해튼도서관), 재즈콘서트(도넬 도서관) 등 200여개에 이른다. 곳곳에서 특색있는 문화행사가 펼쳐져 주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carilips@seoul.co.kr ■ 국내 현실은 국내에서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는 간간이 책을 읽는 사람이 눈에 띄지만, 정작 도서관에서는 독서하는 사람보다는 시험준비에 열중인 사람들이 더 많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도서관이 이제는 ‘고객’인 이용자들이 원하는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해 부응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과학전문도서관인 LG상남도서관 심우섭 기획관리팀장은 “예전의 도서관은 책을 꺼내서 읽거나 책을 복사·판서하는 조용한 공간을 떠올렸다.”면서 “미래의 도서관은 이용자가 궁금증을 갖는 부분에 대해 다른 이용자나 사서와 함께 토론하는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어 전자책까지 나오는 마당에 도서관이 종이책에만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설명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권중 연구위원은 “뉴욕 공공도서관의 경우 사서들이 다양한 분야별로 이용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안내해주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사서들은 학부에서 인문·경제·과학·예술 등의 지식기반을 탄탄히 한 뒤 석사 과정에서 문헌정보 등을 전공한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사서가 참고·봉사라는 본래 업무보다 대출·행정처리 등 ‘잡무’에 매달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경남도교육청이 자체 조사한 결과, 사서가 참고·봉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10.4%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대출(15.9%), 행정사무(14.7%), 서가정리(14.2%), 반납독촉(11.3%), 환경미화(6.7%) 등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서대문 이진아도서관, 성북 아리랑도서관처럼 전자태그(RFID)를 도입해 이용자 스스로 대출·반납처리 등의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도서관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사서가 제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생각나눔 NEWS] 화해 다룬 다큐영화 한·일 ‘이해의 벽’

    [생각나눔 NEWS] 화해 다룬 다큐영화 한·일 ‘이해의 벽’

    한국·일본 두 나라의 어두운 과거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양국 시민단체가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사요나라’가 일본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종전 60년, 광복 60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안녕, 사요나라’는 부친의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하 소송을 하고 있는 이희자씨와 일제 강점하 한국인의 피해보상을 위해 활동하는 일본인 후루카와씨의 만남과 화해의 과정을 다뤘다. 김태일 감독과 일본의 가토 구미코 감독이 공동 연출을 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제작에 참여했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운파펀드상 수상, 제17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초청,2005서울독립영화제 대상 수상 등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두 나라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1월16일 ‘한·일 공동 순회상영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기껏해야 1500여명. 특히 지난해 11월25일부터 12월7일까지 5개 개봉관에서 영화를 상영했지만 유료 관객이 100명에도 못미쳤다. 현재 상영이 중단된 가운데 관객들이 얼마나 들지 몰라 상영 일정도 잡지 못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 연구소의 지역지부가 주도해 그나마 관객을 모았다. 자발적으로 상영회를 갖겠다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이 영화를 봤다. 뿐만 아니라 오는 3월까지 각 현에서 자체적으로 갖는 자주상영회가 14차례나 잡혀 있다. 상영회 한 차례에 많게는 150명 가량의 관객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2000명 안팎이 더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올 7월에는 개봉관 개봉을 앞두고 있어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본 50대 일본 남성은 “상당히 무거운 주제이지만 시간 가는 것도 잊고 몰입했다. 일본에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말로 좋은 영화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은 “일본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을 넘어 일본인들이 자국의 과거사와 야스쿠니 신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며 국내의 낮은 관심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과 관련,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 문화, 군사, 정치에 이르기까지 일본에 대한 사실과 속성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거의 없다. 이미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감정적인 민족주의가 발전적인 한·일 관계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므로 한·일 양국을 보는 올바른 시각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액션 누아르 ‘야수’의 권상우·유지태 ‘생생 수다’

    액션 누아르 ‘야수’의 권상우·유지태 ‘생생 수다’

    서울 성곡미술관 부근 호젓한 찻집에서 12일 개봉한 액션 누아르 ‘야수’의 두 주인공 권상우(열혈형사 장도영)와 유지태(냉철검사 오진우)를 만났다. 뜻밖에도 첫눈에 둘은 지쳐보였다. 연기에 대한 찬사가 많아 어깨에 힘깨나 들어갔으리란 예상과 달랐다. 야수로 사느라 진을 다 뺐단다. 그러나 촬영현장에서의 빡센 호흡이 되살아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른살 동갑내기. 함께 뒹굴며 길어올렸던 그들만의 야성이, 인터뷰 자리를 상쾌한 흥분으로 돌려놓는 건 순식간이었다. #“지태는요…” VS “상우는요…” “지태는…. 내 생각과 별 차이가 없어요. 그동안 영화만 고집하면서 선택한 작품만 봐도 그렇고, 이런저런 인터뷰 내용만 봐도 영화에 대한 애착을 알 수 있잖아요. 사실 우리 또래 가운데 좋은 영화를 위해 이렇게 애쓰는 배우는 거의 없죠. 이번 작업 중에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상우는…. 솔직히 처음엔 걱정했어요. 유명배우, 인기배우에다 한류스타이기도 하잖아요. 열심히 안 하면 어쩌나 하는, 그런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모든 액션 신에 대역 한번 안 쓰고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배우예요, 분명히.” #“우리 다음엔 감독과 배우로 만날까?” 알려졌다시피 유지태는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작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는 해외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혹시 장편 상업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지는 않을까. 곁에 있던 권상우가 “아마 5년 내에 나올 걸요.”라며 훼방(?)을 놓는데도 유지태는 진지한 말투로 “아직은 독립영화쪽을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와 배우가 아니라 배우와 감독으로 만나면 어떻겠냐고 추임새를 넣어봤다. 기다렸다는 듯 “저야 좋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예 서로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어떤 작품이든 다음에 한번 더 뭉쳐 사고치자.”고 입을 모은다. #“18세 이상? 글쎄, 이해가 안돼요…” 아쉬움도 묻어났다. 폭력성 때문에 ‘야수’가 18세 이상 관람가 결정이 난 것.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에 과감한 액션 신이 있다고는 해도 18세 이상 관람가는 조금 높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답이 돌아왔다. 특정 장면이 문제됐단다.‘열혈’형사 권상우,‘냉철’검사 유지태여서 그랬을까. 유지태는 “그런 얘기는 쓰지 마세요.”라는데, 권상우는 “얘기하면 뭐 어때.”란다. 인터뷰를 듣던 홍보사측은 “특정장면이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렇다.”고 얼른 덮는다. #“전형적? 우리만의 색깔을 봐주세요.” ‘검사-형사-깡패’라는 구도가 전형적이라는 얘기에 대해서도 호흡이 척척 맞는 반론을 내놨다.“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와 “결국 문제는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 하나 곁들였다.“그런 부분은 관객들이 적절하게 평가해주시리라 믿는다.”는 것. 이 영화를 통해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처음 만났다는 두 배우.‘우리, 왜 이제 만났지?’ 후회라도 하는 걸까. 두 열혈청춘의 왁자한 수다가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끝날 줄 몰랐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팝콘 눈처럼 현기증 나는 ‘美친년’

    한때 충무로에선 여자 캐릭터가 전멸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남배우들이 선 굵은 캐릭터로 흥행을 주도할 동안 여배우들은 보조 역할을 하거나 그들의 연인으로 활용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남배우 역할은 있어도 연기 잘하는 여배우들의 역량을 테스트할 수 있는 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적어도 ‘웰컴 투 동막골’ ‘친절한 금자씨’가 등장하기 전까진 말이다. 금자씨는 13년 간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천사 같은 얼굴로 감방 동료에게 신장을 떼어 주고 치매 노인을 자청해서 수발했다. 그러나 출소하자마자 산타 복장을 한 합창단을 향해 “너나 잘 하세요” 선방을 날리고, 루돌프사슴 코에나 어울릴 법한 빨간색 아이섀도를 잔뜩 칠하고서 “친절해 보일까봐”라고 냉소한다. 날마다 속죄의 기도를 하던 금자씨가 백선생을 난도질하기 위해 교실 바닥에 방수 비닐을 까는 동안,‘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은 머리에 소국을 꽂고 더러운 버선 한 짝으로 어린 군인과 로맨스를 만들고 있었다.“배미 나와” 촌철살인의 한 마디로 인민군을 당혹스럽게 만드는가 하면, 수류탄의 핀을 뽑아 극단적으로 대립하던 군인들 머리 위로 팝콘 눈이 내리게도 한다. 강혜정과 이영애는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미친년’과 현기증 나게 아름다운 살인자로 분해 여배우 전성시대의 신호탄을 쏘았다. 그리고 충무로는 지금 섬뜩한 재능을 발휘하는 여우들을 중심으로 재편중이다. ●친절한 금자씨 일단 박찬욱표 DVD에는 신뢰가 간다. 그처럼 사전에 DVD를 치밀하게 계획하는 감독도 드물기 때문이다. 복수 3연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DVD는 다양한 부가 영상과 영상적 실험이 돋보인다. 원래 이 영화는 흑백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다고 한다. 컬러로 시작해서 서서히 모노톤으로 변하는 것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컬러판이 극장에 걸렸다. 이 DVD에는 올 컬러인 극장판과 모노톤으로 변하는 2가지 버전이 다 실려 있다. 흑백판이 수록된 디스크 2에는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까지 흑백으로 표현했다. 제작과정 전반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 이영애의 “나 여기 있어요”의 다른 버전도 볼 수 있다. ●웰컴 투 동막골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DVD다.‘슈렉’을 작업한 디럭스 스튜디오에서 인코딩을 하고 ‘아메리칸 뷰티’를 작업한 컬러리스트 브라이언 맥마흔이 색을 조율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전의 그 어떤 DVD보다 깔끔하고 청량감 있는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히사이시 조의 서정적인 스코어를 풍성하게 하는 다채널 사운드와 물방울이 튀는 듯한 맑고 코믹한 사운드도 십분 살아났다. 부가영상에는 스타파워에 의지하지 않고 캐스팅한 탄탄한 연기 내공의 배우들과 80억원짜리 영화를 독립영화처럼 찍는 스태프들의 열정, 탄탄한 시나리오의 매력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방영보류 ‘…구본주다’ 17일 방송

    지난 4개월 동안 KBS ‘열린 채널’에서 방영을 보류해왔던 시청자 제작 다큐멘터리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가 마침내 방송된다. 지난 14일 KBS 편성팀은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우리 모두가…’를 17일 오후 1시30분 방송키로 최종 결정했다.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태준식씨가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일부분을 손질하고, 관련 재판 종결에 따른 상황 변화를 부연 설명하는 등 내용을 다소 고친 데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김이찬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장은 “KBS가 시청자 목소리를 자신의 기준에 맞게 재단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공영 방송에서 법으로 보장한 시청자의 표현수위가 어떤 수준인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퍼블릭액세스 권리가 얼마나 미약한지 새삼 느꼈으며 소중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검열인 이중 심의 관련 방송법 개정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모두가…’는 지난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젊은 조각가 구본주씨와 책임보험사 삼성화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시 삼성화재는 보상과 관련, 구씨의 예술가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채 도시 일용 노임(사실상 무직)을 적용, 유족들과 예술계의 공분을 샀다. 유족들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1심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고, 삼성화재의 항소가 이어졌다. 태준식씨는 구씨의 작품 세계와 국내 예술계의 시위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로 담아 지난 7월 ‘열린 채널’에 방송신청을 했다.KBS시청자위원회 심사를 거쳐 9월10일 방영 계획이 잡혔으나, 심의실에서 제동을 걸었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10월 말 조정이 성립된 뒤 ‘우리 모두가…’는 새로 구성된 시청자위의 심사를 재차 통과했으나, 이번에는 그룹 회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우려가 있다며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열린 채널’은 세계적으로 지상파에서는 유일하게 법적으로 규정된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이다. 시청자가 스스로 제작한 영상물을 내보내고 있다.그런데 방영에 차질을 빚었던 경우가 여럿 있었다.‘주민등록증을 찢어라’,‘에바다 투쟁 6년’에서부터 최근 ‘국가보안법과 한총련’, 하이닉스 노동자 문제를 다룬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가 그 사례이다. 시민단체들은 KBS가 심의실을 통해 ‘열린 채널’에 대해 이중 심의와 검열을 하고 있다고 번번이 항의하고 있으나,KBS는 심의와 편성은 고유 권한이며,‘열린 채널’이라고 해도 심의를 하지 않으면 방송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9~16일 서울독립영화제… 경쟁작 54편 선정

    국내 최대의 독립영화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 2005’가 9일부터 16일까지 상암CGV에서 열린다.31회째를 맞은 올해는 총 515편이 출품됐으며, 예심을 거쳐 총 54편이 본선 경쟁작으로 선정됐다. 개막작은 김동현 감독의 ‘상어’, 폐막작으로는 올해 대상 수상작이 상영될 예정이다.‘본선경쟁’ 부문에서는 화제의 독립영화와 지난해 수상 감독들의 최신 기대작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또 중진감독들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초청’부문은 ‘독립다큐멘터리 초청’,‘HD 장편 초청’,‘영화와 세계와 나’,‘역사와 현재’ 등의 테마로 나뉘어져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김미례 감독의 ‘노가다’,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 이성강 감독의 HD영화 ‘살결’ 등이 포함됐다. 입장료 5000원.www.siff.or.kr.
  • [무슨 영화 볼까]

    [무슨 영화 볼까]

    ● 플라이트 플랜 장르/등급 스릴러/12세 감독/배우 로베르트 슈벤트케/조디 포스터 줄거리 비행기 안에서 딸아이를 잃어버리고 외롭게 싸워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 20자평 스토리 얼개는 촘촘하지만, 반전은 밋밋. ● 엘리자베스 타운(18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12세 감독/배우 카메론 크로우/올란도 블룸·커스틴 던스트 줄거리 성공가도만 달리던 젊은이, 실패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기. 20자평 요철없이 밋밋한 드라마가 지루할 수도. 삶의 지혜를 주는 사려깊은 할리우드 드라마. ● 이터널 선샤인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미셸 공드리/짐 캐리·케이트 윈즐릿 줄거리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을 컴퓨터로 삭제하는 과정에서 찾는 참사랑의 의미. 20자평 갖가지 에피소드 나열 없이도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를 관객이 충분히 공감. ● 무영검(18일 개봉) 장르/등급 무협액션/12세 감독/배우 김영준/윤소이·이서진·이기용·신현준 줄거리 발해의 마지막 왕과 그를 지켜낸 여자 무사의 이야기. 20자평 ‘국산 최고지만 한국 냄새 빠진´ 무협물. 매끈히 다듬어진 화면. 그러나 빈약한 서사. ● 그림 형제(17일 개봉) 장르/등급 팬터지/15세 감독/배우 테리 길리암/맷 대이먼·모니카 벨루치 줄거리 악귀를 물리쳐준다며 돈벌이를 하는 ‘사기꾼 퇴마사´ 형제 윌 그림과 제이크 그림. 20자평 참신한 발상과 빵빵한 감독, 배우 등 재료는 좋은데, 결과는 글쎄? ● 용서받지 못한 자(18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15세 감독/배우 윤종빈/하정우·서장원·윤종빈·임현성 줄거리 고참과 졸병으로 만난 두 친구를 통해 바라본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조직, 군대. 20자평 군대라는 수직·수평질서가 낳는 인간관계의 파국을 조명한 웰메이드 독립영화. ● 천국의 아이들2(17일 개봉) 장르/등급 드라마/전체 감독/배우 골람 레자 라메자니/가잘리 파사파 줄거리 중학교 입학 시험을 둘러싼 소녀 하야트와 남동생의 이야기. 20자평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과 가난한 이란 마을의 정겨운 풍경은 전편에 이어 여전.
  • 국제청소년 영화축제 ‘감동 한아름’

    국제청소년 영화축제 ‘감동 한아름’

    이번 주말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 청소년들의 영화축제가 펼쳐진다. 제2회 대한민국국제청소년영화제가 28일(금)∼31일(월)까지 광진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다.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와 SBS가 주최하며 광진구, 문화관광부 등이 후원한다. 올해 청소년 영화제에서는 ‘남과 여’를 주제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청소년들이 만든 작품 23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는 국민대 이승근씨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등 두편이 상연된다. 부대행사로는 한·중·일 청소년 영화감독들이 영화와 남녀관계를 주제로 자유토론을 벌이는 ‘동아시아 청소년 영상 문화 포럼’과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의 나카지마 사다오 감독의 강연회가 마련됐다. 이밖에 한국의 독립영화 ‘생리해서 좋은 날’(김보정),‘운명’(백승훈),‘레드 시’(Red Sea, 김경수) 등도 특별 상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kiyff.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02)2238-0704.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장애인의 性과 결혼] ‘장애인의 성’ 낯설지만 인정해야

    [장애인의 性과 결혼] ‘장애인의 성’ 낯설지만 인정해야

    장애인의 성 문제를 다룬 국내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핑크 팰리스’(지난 5월 부산아시아독립영화제 상영)의 서동일(33) 감독은 “장애인에게도 성이 있다는, 당연하지만 너무도 생소한 사실을 인정해야 대안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범한 대기업 사원이었던 그가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장애인 잡지의 짧은 기사 때문이었다.‘섹스 한 번이 평생 소원’이라는 한 장애인의 사연에 충격을 받은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100여명의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가진 성욕이 ‘나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영화를 만들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를 우리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런 인식이 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는 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영화 제목 ‘핑크 팰리스’는 호주 멜버른시에 있는 장애인 전용 매춘업소의 이름에서 따왔다. 휠체어용 경사로와 넓은 문, 좌식 샤워기 등 편의시설을 완비한 곳이다. 서 감독은 “우리나라에 당장 ‘핑크 팰리스’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시설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번도 공론화조차 된 적이 없는 장애인의 성 문제를 양지로 끌어올려야 우리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장애인의 性과 결혼] “결혼이오?…총각딱지 떼는게 평생 소원이죠”

    #1 7년 전 추락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이양신(33·여)씨는 타고난 여성성을 박탈당할 뻔했다. 입원상태에서 생리를 하자 어머니는 이를 없앨 방법을 찾았고, 이씨도 “이제 결혼도 못 할텐데.”라는 생각에 남성호르몬제 투여에 동의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한달 동안 하혈만 하다 그만뒀다. 5년쯤 지나자 어머니는 아예 자궁 적출 수술을 권했다. 장애인에게 성이란 귀찮고 사치스러운 것이란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이씨 자신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 수술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지금도 ‘감각이 없는데 섹스하고 싶은 생각은 드냐.’ ‘임신도 할 수 있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듣곤 한다. ●“결혼도 못할텐데” 생리하자 자궁적출 #2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광태(가명·33)씨는 한달에 한번꼴로 성매매 여성들을 찾는다. 물론 “오빠, 그 몸으로 섹스할 수 있겠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많다.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죄 짓듯 욕구를 해결해야 하나.”라며 자조해 보기도 하지만 어차피 이 길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자기는 낫다며 온몸을 꼼짝 못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자위행위를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씨는 “먹고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욕도 인간의 본능”이라면서 “강아지도 발정이 나면 접붙여줄 생각을 하면서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몸으로…” 윤락업소서도 기피 #3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인 딸이 성욕을 못 이겨 온 몸을 자해한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돈뭉치를 들고 거리에 나가 청년들을 붙들고 통사정을 한다.“제발 우리 딸과 한번만 자 달라.”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하지만 그의 지상과제는 ‘남들과 똑같은’ 욕망을 표출하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자기 스스로 나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독립영화 ‘아빠’의 줄거리-감독 이수진) ●‘무성(無性)적 존재’로 인식 장애인의 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장애인들이 성기능은 물론 성욕도 없을 것이라는 편견, 먹고 살기도 힘든데 성은 사치라는 인식, 불편한 몸으로 결혼해 아이를 낳아봤자 키울 수나 있겠냐는 동정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시각·청각장애 등은 물론 뇌성마비·전신마비 장애인들도 대개 비장애인과 똑같은 성기능과 성욕구를 갖고 있다. 감각과 운동신경이 마비된 척수손상 장애인 역시 성욕구가 크게 다르지 않고, 임신·출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을 익히고 결혼으로 가정을 꾸민다는 것은 요원한 꿈이다.8년 전 교통사고로 불완전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전형(38)씨는 지난 겨울부터 지역신문에 배우자를 구하는 광고를 냈다. 몇번의 만남 끝에 올 4월 한 여인과 결혼식을 올렸지만 패물을 노리고 접근한 사기결혼이었다. 이씨는 “장애인도 똑같이 성욕이 있고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 만날 기회 자체가 적고,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지었다. ●교류의 장·경제력 없어 걸림돌 이런 문제는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의 총체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수지 간사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이동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에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당연히 직업활동도 하지 못해 사회에서 소외된다.”면서 “비장애인에 비해 이성을 만날 기회 자체가 차단되고 경제력도 갖지 못하면서 성과 결혼의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연맹 김미선 부회장은 “장애인의 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한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장애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과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의 성 문제를 ‘인간의 기본적 욕구’의 문제로 인정하고 장애의 종류와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세심한 제도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효용 나길회기자 utility@seoul.co.kr
  • 전주대,지역주민 2만명 캠퍼스 초청

    전주대는 6∼8일 동문 등 지역민 2만명을 캠퍼스로 초청해 ‘2005 시민감사 축제’를 연다. 행사 첫날인 6일에는 전주시 완산구 저소득층에 대해 무료검진과 무료 안경맞춤, 먹을거리 제공, 체지방측정 등의 이동봉사가 펼쳐지고 개막식과 함께 방송사의 노래자랑도 열린다. 7일은 기마경찰단과 특공무술 시범 및 금파무용단의 부채춤 등 각종 공연이 펼쳐지고 독거노인 문화체험, 발효 신기술 체험 , 떡 케이크 만들기 등 체험 행사가 줄을 잇는다. 마지막날에는 개그동아리 공연과 로드 마술쇼, 독립영화 상영 등이 마련된다. 대학과 지역의 유대를 돈독히 하자는 취지로 3년 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대학혁신과 지역혁신, 산학협력 등 3개의 축을 중심으로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전주대의 혁신사례와 전주시를 비롯한 5개 자치단체의 시정 혁신 사례 등이 시민에게 공개되며 특산품 전시판매와 체험형 이벤트 등이 선을 보인다. 이남식 총장은 “시민감사축제는 자치단체와 대학이 혁신의 모습을 보이고 미래의 비전을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사소한 이야기들(KBS1TV 오후11시30분) 광고감독 출신인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소린의 2003년작.‘광고’ 하면 연상되는 화려한 이미지는 없다. 외려 제목 그대로 보통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담고 있다. 출연진 모두 전문 배우가 아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세사람의 여행을 다룬 로드무비다. 첫번째 인물은 늙고 병든 돈 후스토. 그는 야채상점을 아들에게 맡기고 침침한 눈 때문에 히치하이킹으로 길을 떠난다. 그렇게라도 떠나는 이유는 사랑하는 개 ‘배드페이스’를 찾기 위해서다. 두번째 인물은 외판원 로베르토. 짝사랑하는 과부에게 잘 보이려고 그녀 아이의 생일선물로 케이크를 준비한다. 그런데 정작 그 아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른다. 고심 끝에 케이크 장식을 축구에서 거북이로 바꾸는데…. 세번째 인물은 마리아. 그녀의 목표는 TV게임쇼의 상품으로 내걸린 만능믹서다. 예선전 등에 참가하기 위해 TV녹화장이 있는 도시로 아이를 안고 출발하는데…. 아직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아르헨티나 남부의 광대한 초원지역 파타고니아가 배경인데다 16㎜ 카메라를 스테디캠에 붙여 촬영한 덕분에 넓고 시원한 들판이 화면에 꽉 들어찬다. 2003년도 아르헨티나 영화비평가협회에서 최우수영화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고,2004년에는 스페인에서 최우수 스페인어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 때 첫선을 보였다.86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올리브나무 사이로(SBS 밤1시5분)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져버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94년작. 그의 영화답게 스토리는 지극히 간결하다. 영화 촬영팀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호세인에게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 감독이 남자배우를 교체하는데 호세인을 지명한 것. 남자배우의 상대역은 호세인이 남몰래 마음에 두고 있던 테헤레. 촬영기간 내내 구애에 청혼을 거듭하지만 테헤레는 여전히 차갑다. 그녀 식구들도 가난한 호세인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와 함께 지진이 잦은 이란 북부 코케르 지역을 배경으로 한 3부작이다. 이 영화에서 촬영 중인 것으로 설정된 영화가 바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이고, 촬영 현장을 기웃거리는 이웃들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또 이들 영화는 ‘지그재그 3부작’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지그재그 길을 걸어가고, 뛰어가는 이들을 롱테이크로 잡아내는 감독의 탁월함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103분.
  • [2일 TV 하이라이트]

    ●You Soot I Shoot(EBS 오후 11시) 자국의 국제이주 노동인구가 가장 많은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네팔의 잠재적 이주노동자인 노동아동들의 생활과 이들의 이주를 강제하는 요인들을 살펴본다. 이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 한국의 독립영화제작자 ‘미영’은 이런 아이들의 시선을 담기 위해 사진교육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한다. ●웰빙!맛 사냥(SBS 오전 9시) 구울수록 김치 맛이 나는 돼지고기가 있다. 돼지고기가 분명한데 과연 이 돼지고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비밀이 밝혀지는 건 바로 불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서부터. 돼지갈비 속에 김치가 돌돌 말려 있었던 것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한층 업그레이드된 김치맛 나는 고기를 만든 과정이 한꺼번에 공개된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지난 월요일 친일인사 1차 명단이 발표됐다. 광복 60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친일인사 선정 작업이어서 사회적인 파장과 반발이 적지 않았다. 친일의 과거는 괴롭지만, 우리 민족이 정면으로 돌파해야 할 사안이다. 친일인사 명단 발표가 갖는 의미와 파장,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MBC 오후 9시55분) 정준하, 고등학교 졸업 후 친구들과 함께 나선 무전여행에서 돈 없이 음식점에 들어가 그가 했던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박희진, 어릴 적 이렇게 하면 키가 크는 줄 알았다는 엉뚱한 발상은 무엇이었는지 들어본다. 노홍철의 별난 어머니 수난시대. 대학교, 군 시절까지 어머니가 불려다닌 사연은. ●HD역사스페셜-이차돈 순교는 정치쇼였나?(KBS1 오후 10시) 스물두살의 젊은 나이에 흰 피를 흩뿌리며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이차돈. 과연 그는 불교 공인을 위해 몸을 내던진 것일까. 또 그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버렸는가. 당대 신라사회의 정치구조에 일대 변혁을 몰고 온 이차돈 순교사건. 이차돈 순교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남편은 파출부 대하듯 하고, 아들은 부끄럽다며 학교에도 못 오게 해 영희는 설자리가 없다. 그런 가운데 오랜만에 만난 동창을 따라 성인나이트클럽을 가게 된 영희. 이 후 영희는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을 찾고 부킹도 서슴지 않다가 급기야 현장에서 남편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 최신 독립영화 17편 상영

    서울독립영화제 2005(집행위원장 조영각)는 31일까지 서울 종로 시네코아에서 최근 제작된 독립영화들을 모아 ‘독립영화 체험학습’ 상영회를 마련한다. 상영작은 모두 17편.‘프락치’(황철민) ‘끝나지 않은 세월’(김경률) ‘송환’(김동원) ‘배고픈 하루’(김동현)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관객들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개봉작 및 화제의 미개봉작들이다. 입장료는 편당 5000원. 전회 패키지 관람료는 2만 5000원.(02)362-9513.www.siff.or.kr
  • 마포, 축제의 도가니에 ‘풍덩’

    “더위를 축제의 열기로 날려버리자.” 서울 마포구(구청장 박홍섭)에서 규모있는 축제가 연달아 개최된다. 구는 4일 ‘제8회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홍대 주변에서 펼쳐지고,20일에는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 공원에서 ‘한여름밤의 마포가족음악회’가 열린다고 밝혔다. 프린지(fringe)는 ‘언저리’‘주변’이란 뜻으로, 올해로 여덟번째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은 연극·무용·마임·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독립예인들이 참여하는 독립예술축제다. ‘몽유열정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25개의 소극장·라이브클럽·갤러리 등이 함께하며, 걷고 싶은 거리 전역에서 다양한 공연과 예술작품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고성방가(음악축제)▲내부공사(미술전시축제)▲암중모색(아시아독립영화제)▲이구동성(무대예술제)▲중구난방(거리예술제) 등 특색있게 이름 붙여진 5개 프로그램도 관객들을 유혹한다. 올해는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 홍콩·타이완·싱가포르·일본·호주 등 6개국에서 302개의 단체와 예술가가 참가해 국제적 행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02-325-0110) 홈페이지(www.seoulfringe.ne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간 동안 ‘한여름밤의 마포가족음악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Again 2002,Run To 2006 In MAPO’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을 되살리고,2006년 독일월드컵 본선진출을 기념해 개최된다. 20일 오후 7시30분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 공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탁재훈·유니·박상민·한서경·리아 등 인기가수가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또 구민노래자랑에서 대상을 차지한 수상자도 무대에서 노래실력을 뽐내게 된다. 사회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김흥국씨가 맡게 된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올 여름 마지막 더위를 그보다 더 뜨거운 축제의 열기로 날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마포가 역동하는 서울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색축제’ 여름을 달군다

    ‘이색축제’ 여름을 달군다

    푹푹 찌는 찜통 무더위. 뜨거운 축제의 열기속에 풍덩 빠져 ‘이열치열’해 보면 어떨까. 도심은 물론 탁트인 야외에서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해주는 다채로운 컨셉트의 이색 축제들이 잇따라 열린다.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05 인디 문화를 대표하는 독립예술축제인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2005’가 12∼28일 홍대 인근 25개 소극장과 라이브클럽, 갤러리, 걷고 싶은 거리 등에서 펼쳐진다. 8회째인 이 페스티벌의 슬로건은 ‘몽유열정가’. 독립예술에 대한 꿈과 열정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한국·일본·홍콩·타이완·싱가포르·호주 등 6개국 302개 단체와 예술가들이 참가한다. 음악축제 ‘고성방가’, 미술전시축제 ‘내부공사’, 아시아독립영화제 ‘암중모색’, 무대예술제 ‘이구동성’, 거리예술제 ‘중구난방’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02)325-0110,8150. ●멜론 뮤직페스티벌 SK 텔레콤이 주최하는 ‘2005 멜론 페스티벌’은 한 장소에서 R&B, 힙합, 록, 발라드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골라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공연 역사상 최초로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내 5개 상영관에서 하루 최대 25회 이상의 콘서트가 열린다. 빅마마, 김조한, 크라잉넛, 클레지콰이,JK김동욱,BMK, 마야, 여행스케치, 자전거탄풍경,DJ DOC, 럼블피쉬, 서영은, 노브레인,BOB, 레이지본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다.10일 부산 남포동 부산극장,18∼19일 서울 종로 시네코아 극장에서 열린다.10대 청소년을 위한 ‘멜론 콘서트’에는 보아, 동방신기, 테이,MC몽, 린,SS501, 천상지희 등이 출연한다.11일 부산 벡스코 전시장, 20일 서울 코엑스 인도양홀에서 열린다.(02)784-2246. ●제천국제음악영화제 10∼14일 충북 제천에서 음악과 영화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제1회 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린다.‘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 영화제 기간 중에는 ‘음악인의 강추’,‘마니아를 위하여’,‘씨네 심포니’,‘패밀리 존’,‘글로벌 파노라마’,‘미드나이트 피버’ 등 여섯 섹션에서 40여편의 영화가 75회 상영된다. 개막작은 일본 영화 ‘스윙 걸즈´. 가로 12m, 세로 9m의 대형 스크린에 3000여 좌석을 갖춘 야외상영관에서 영화를 감상한다. 매일 저녁 ‘윈디시티’,‘두번째 달’,‘커먼 그라운드’ 등의 밴드가 참여하는 야외 콘서트도 선보인다.(043)646-224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5∼9일 ‘제7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열린다. ‘키즈 리턴’을 주제로 성장과 정체성, 반항과 도전 등 청소년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한국 등 9개국 13∼24세의 청소년들이 만든 단편영화 36편과 개막작 ‘이탈리안’을 비롯해 미국·일본 이스라엘 등에서 초청된 장편 12편과 단편 12편 등 27편이 함께 선보인다.(02)775-0501.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박은영의 DVD레서피] 주룩주룩 칼국수는 내리고

    여름 초입 몇 주 동안 이어지는 비는 더위로 지친 몸을 급작스레 냉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장마철에는 찬 음식보다는 국물이 있는 따뜻한 음식이 더 생각난다. 빗소리를 들으며 후후 불어 먹는 칼국수 한 그릇은 어떨까. 바지락을 우려낸 국물이 시원하고 다진 양념으로 올린 청양고추는 코끝을 알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손으로 척척 찢어 올린 겉절이 김치와 어울리는 정감 있는 맛이 일품이다. 이번 주말 출시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서울독립영화제 2004 수상작 & KBS 독립영화관 베스트 컬렉션’은 한여름 무더위 보다 잠시 쉬어 가는 요즘 같은 계절에 더 볼 만하다. 이와이 지의 ‘4월 이야기’ 정서에 소박한 팬터지가 더해진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6주의 장마기간 동안 시한부로 돌아온 죽은 아내와 함께 로맨스의 시원을 되밟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물기 어린 숲과 한적한 길은 환상적인 이야기에 윤기를 더한다. 30회를 맞은 ‘서울독립영화제’는 새로운 영화 실험의 장으로 한국 영화 발전에 밑거름을 제공해왔다.2003년 수상작에 이어 얼마 전 출시된 ‘서울독립영화제 2004 수상작’ DVD에는 학창시절 밤을 지새우며 읽었던 단편소설집 같은 매력이 있다. 퍼붓는 소나기처럼 격정적이고 서늘하며 때로는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의미심장한 영화들이 가득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들에게 준 동화책에 ‘비의 계절’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엄마는 정말 그 이듬해 장마가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온다. 착한 이야기에 착한 주인공들,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진 한 편의 동화다. 물 냄새가 훅 끼칠 것 같은 비 오는 장면과 밤 장면에서도 또렷한 색상을 표현하는 화질은 명쾌할 정도는 아니어도 꽤 인상적이다. 일본 영화로는 드물게 수록된 DTS 사운드도 입체적인 공간감과 명료한 대사를 표현하는데 큰 몫을 한다. 부가영상으로 일본에서의 기자회견과 메이킹필름,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2004 수상작 & KBS 독립영화관 베스트 컬렉션 서울독립영화제 2004년 수상작 5편과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된 영화 중 5편을 추려 2개의 디스크에 담았다. 늙은 기지촌 매춘부의 죽음을 다룬 ‘세라진’, 동네 할머니를 미워하는 28살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남자다운 수다’, 굶다 못해 강도짓을 결심하는 중증 장애인의 하루를 그린 ‘배고픈 하루’ 등 소재와 표현방법도 다양하다. 삶의 이면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시선, 분명한 주제의식, 다양한 이야기들과 재기발랄한 영화적 실험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이 DVD의 미덕이다. 이 DVD는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이나 인디비넷(www.indiedb.net)에서 구입할 수 있다.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야스쿠니 다큐’ 한·일 공동제작

    오는 8월15일 광복절에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다룬 한·일 합작 다큐멘터리가 양국에서 동시 상영된다. 한·일 민간단체가 야스쿠니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상물을 함께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2가 YMCA 7층에서 영화 ‘안녕, 사요나라’ 제작발표회를 갖고 “태평양전쟁피해보상추진협의회와 독립영화제작소 ‘스피리통’ 등 일본 시민단체 등과 함께 ‘2005 한일 공동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를 구성해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제작은 지난해 12월 민족문화연구소가 제안, 기획안 교환 후 올 1월말 합의됐다. 이후 양국간 미묘한 입장 차이 등 어려움을 겪다 3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 현재 편집 단계에 있다. 상영은 일본의 경우 오사카에서 매년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쟁희생자를 마음에 새기는 집회’라는 행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8·15 남북공동행사 중 상영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 [일요영화]

    [일요영화]

    ●은행나무 침대(SBS 밤 1시5분) 현재 세계 곳곳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는 강제규 감독의 데뷔작. 처음에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게임의 법칙’(1994) 등의 시나리오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 판타지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후 연출작이었던 ‘쉬리’(1999)의 대박으로 ‘블록버스터 감독’이라는 명성을 얻은 강제규 감독은 본격적인 영화 제작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단적비연수’(2000),‘오버 더 레인보우’(2002) 등 제작 작품들의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세번째 연출작 ‘태극기 휘날리며’(2004)의 결과를 보면 역시 메가폰을 잡아야 제격인 것 같다. 안정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석판화가이자 대학강사 수현(한석규)은 외과의사 선영(심혜진)과 연인 사이. 수현이 우연히 은행나무 침대와 마주치면서 혼란이 일어난다. 전생의 사랑을 만나게 된 것. 전생에 궁중 악사였던 그는 미단 공주(진희경)의 기억을 찾아 헤맨다. 또 과거에서부터 미단을 두고 악연을 맺은 사랑의 화신 황 장군(신현준)의 위협을 받게 된다. 한편 선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강행하는데….1996년작.100분. ●소울메이트(KBS1 오후 11시30분) 이 영화의 감독 듀앤 클라크는 주로 TV 시리즈에 주력하고 있는 연출가다.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하고, 제시카 알바가 주연을 맡아 인기를 끌었던 SF물 ‘다크 엔젤’이나, 요즘 미국 안방극장을 지배하고 있는 ‘CSI’시리즈 등 몇몇 에피소드가 그의 손을 거쳤다. ‘소울 메이트’는 그가 각본 감독을 한 1997년 작품으로 독립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소울 음악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이 얼굴을 비추며, 또 실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재커리 트론이 주연을 맡아 귀에 익숙한 팝송들을 새로운 버전으로 편곡하고, 직접 노래도 하는 등 ‘들을 거리’가 많은 영화다. 젊은 영화음악가 딘 카터(재커리 트론)는 어느날 갑자기 해고와 함께 여자 친구에게도 버림받는다. 음악을 포기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 양로원으로 가게 된 카터는 자살을 시도하는 윌리엄스(빌 콥스)를 만나게 된다. 카터는 퉁명스러운 그가 전설적인 색소폰 연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카터는 윌리엄스의 재활을 도우며 다시 연주를 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음악을 잃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하는데….92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칸 황금종려상에 ‘더 차일드’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은 벨기에 영화 ‘더 차일드’가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제작 전원사)은 수상에 실패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에밀 쿠스트리차를 비롯한 심사위원단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벨기에 작가주의 감독인 장 피에르-루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원제 L’Enfant)를 선정했다. 구걸과 도둑질로 살아가던 10대 후반의 두 남녀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로, 이로써 다르덴 형제 감독은 1999년 ‘로제타’에 이어 두번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 대상은 미국 독립영화 짐 자무시의 ‘브로큰 플라워즈’, 감독상은 ‘히든’의 프랑스 감독 미하일 하네케가 받았다. 또 남우주연상에는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번의 장례식’을 직접 연출하고 주연한 미국의 중견배우 토미 리 존스, 여우주연상에는 ‘프리 존’의 이스라엘 여배우 한나 라슬로가 각각 선정됐다. 올해 아시아 영화의 수상성적은 초라했다. 심사위원상을 받은 중국 왕샤오솨이 감독의 ‘상하이 드림’이 유일한 아시아권 수상작. 막판에 전격 초청돼 기대가 컸던 ‘극장전’의 수상실패 배경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홍 감독 작품 특유의 대사의 뉘앙스가 미비한 불어·영어 번역 등으로 현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비경쟁부문 감독주간에 초청된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국제비평가협회상,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장률 감독의 ‘망종’은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상을 받아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은 경쟁부문의 기타 수상작. ▲각본상=‘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번의 장례식’(길레르모 아리아가) ▲황금 카메라상=‘버려진 땅’(비묵티 자야순다라)·‘너와 나와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미란다 줄리) 공동수상 ▲단편부문=황금종려상 ‘나그네’(이고르 스트렘비트스키), 특별언급상 ‘클라라’(반 소워와인)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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