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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과 강 다시 나누자” 행정구역 개편 급물살

    “산과 강 다시 나누자” 행정구역 개편 급물살

    지방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 같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6개 시·도와 234개 시·군·구로 된 행정구역을 인구수에 따라 재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정치권이 개편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과거 전례를 들어 실행에 의문을 다는 사람도 많다. 각계 움직임과 그동안의 경과를 살펴본다. 정부는 원론적 입장에서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워낙 민감한 문제인데다 국회의원 선거구 개편도 맞물려 있어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몸을 바짝 낮추는 형국이다.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앞장서는 모습은 절대 보이려 하지 않고 있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1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론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현재까지 정부에서 발의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면서 “국회의 논의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쯤 여야 정책위의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행자부 관계자는 21일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2001년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겼으며, 현재 외부 유출을 막은 채 보관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비공식적으로 정치권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용역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연구원, 지방행정연구원에 맡겼으며, 현재 정부는 자료만 갖고 있는 상태이고, 정부가 나서 추진할 입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 질의한 데 대한 답변서에서는 “규모의 경제 확보로 효율성이 제고되고, 행정기능의 중첩에 따른 폐해 방지, 광역행정 수행 원활 등의 장점이 있지만,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 수행이 곤란하고, 중앙정부의 업무 과부하 등 단점도 예상된다.”며 “행정구역 개편이 더욱 효율적인지 여부는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애매한 의견을 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용학 전문위원은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여 민감한 사안임에도 협의회 차원에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행정구역 개편은 행정수도 이전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익섭(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어차피 한번은 정리를 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시행 전에 먼저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면서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어지면 정말 못한다.”고 찬성입장을 폈다. 그는 또 “여러가지 안에 대해 제시를 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100만명으로 단위를 정했다.”면서 “기준을 인구수로 하는 것보다 권역별 거점도시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만약 전국을 50∼60개에 달하는 행정구역으로 세분화할 경우 자치정부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 규모에 이르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앙정부에 종속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어 지방자치를 퇴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행법상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데 이런 절차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슈화한 점을 들어 정치적 노림수라고 깎아내린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6~7월경 주민투표로 결정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행정구역도 개편하려 한다. 제주는 전 지역이 1시간 이내에 왕래가 가능하고 전체 인구가 50만명밖에 되지 않아 현재의 3계층 구조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4개 기초 자치단체로 돼 있는 행정체계를 바꾸는 ‘혁신적인 방안’과 도와 자치단체의 기능만을 재편하는 ‘점진적인 방안’을 놓고 현재 주민의견을 듣고 있다.5월까지 의견을 수렴해 6∼7월쯤 주민투표를 해 최종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혁신적인 방안이 다소 앞선다고 한다. 혁신적인 방안은 제주도와 제주시, 북제주군, 서귀포시, 남제주군 등 4개 기초자치단체로 돼 있는 것을 제주도 외에는 자치단체를 없애는 것이 골자다. 또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하는 것이다. 더불어 기초의회를 없애고, 현재 기초단체장을 임명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이 문제는 제주도의 가장 큰 현안이다. 도에서는 주민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시·군의회와 시장·군수 등은 개편논의 중단을 강하게 요구한다. 민주노동당과 전교조 등 20여개 시민단체도 반대운동을 편다. 주민을 상대로 한 선호도 조사에선 1차(3월 17∼19일)는 혁신안이 56.9%, 점진안이 37.6%를 차지했다.2차(4월 9∼11일)는 혁신안이 54.2%, 점진안이 41.3%였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재편 정치권이 내놓은 행정구역 개편안은 인구 100만명을 기준으로 전국의 행정구역을 재편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다음 주중 정책협의회를 열어 논의 절차와 시기, 방법 등 행정구역 개편 문제에 대한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드러난 여야의 구상을 볼 때 큰 틀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약간씩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도를 폐지하고 현행 시·군·구를 통·폐합해 인구 100만명 이하의 광역단체 60여개와 1개 특별시로 재편하고, 광역단체 하부에 실무행정단위를 둔다는 구상이다. 광역자치단체의 자치구를 폐지하고 임명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개편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선 도를 폐지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시·군·구 통폐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어차피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하는 것보다 해당 자치단체가 스스로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국을 1개 특별시와 6개 광역시를 포함한 60∼70개의 광역단체로 재편하고, 이후 특별시와 광역시도 단계적으로 폐지를 검토한다는 수순이다. 현재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로 돼있는 행정체계를 ‘특별시·광역단체-실무행정단위’의 2단계로 개편하고, 광역단체의 인구는 30만∼100만명으로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 개편안의 골자다. 한나라당 방안 역시 광역시의 자치단체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개편안은 전국을 인구 100만∼200만명 규모의 광역단체 30여개로 재편한다는 당초의 구상보다 여당안에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시행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도입논의를 시작해 차차기 지방선거전까지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부터 도입키로 했던 자치경찰제를 유보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개편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은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제도 개편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어 정치권 내에서도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시·군통합’ 가장 많이 거론 그동안 제기됐던 행정체계 개편방안은 크게 5가지이다.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이 ‘시·군통합방안’이다. 인구·면적·재정규모가 취약한 시·군을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미 적용된 곳도 몇 군데 있다. 도시면적이 협소한 곳은 시와 시, 시와 군을 통합하고, 인구와 재정규모가 빈약한 곳은 군과 군을 통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동질성이 다르면 통합이 어렵고, 시·군 통합으로 인구가 100만명을 넘을 경우 광역시 승격 요구 등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두번째 제기되는 것은 ‘특례시나 지정시 도입방안’이다. 인구와 면적 기준에 따라 특례시나 지정시 제도를 도입해 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현재 수원시 인구 103만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0만명 이상이 12곳인데, 이들 대도시에서 주로 요구한다. 세번째는 ‘도-시·군의 기능 분리방안’이다. 상호 중복기능이 없도록 조정을 하고 시·군의 사무처리 능력과 중앙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시·군을 적정규모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도의 사무는 광역적·한정적·예시적 사무로 제한하고, 시·군의 사무는 도가 수행하지 않는 모든 업무를 보도록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현재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수행하는 통계·농림·항만·병무·환경·노동·건설 등의 업무를 도에 넘기자는 이야기다. 외형상 현행체계를 유지하나, 독립적 사무배분으로 단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도의 기능을 전환하는 방안’이다. 도의 자치기능을 없애 국가기관으로 하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일부를 도에 통합하는 방안이다. 도의 업무를 국가의 종합하부행정기관으로 하고, 자치사무는 시·군에서 전담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제기되는 것이 ‘도-시·군 기능통합방안’이다. 도와 시·군의 기능을 합쳐 전국을 적정규모의 1계층 광역자치단체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도시 중심의 세계화와 정보화 추세에 맞춰 예산절감 및 체계적인 지역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방안과 가장 유사하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거대 외주제작·지역社 횡포에 강력 대응”

    “이젠 신문의 위기가 방송의 위기가 됐습니다. 복합 사업, 타 매체와의 연대와 융합, 새 시장 개척을 통해 MBC가 처한 위기 상황을 풀어나가겠습니다.” 지난 16일로 취임 50일을 맞은 MBC 최문순(49) 사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최 사장은 최근 언론계 전반이 겪는 어려움과 관련,“MBC도 뉴미디어의 출현과 대규모 자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뒤 “편성과 편집의 기본이 되는 재정적 독립성과 안정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생존을 위한 물적 토대 마련을 개혁의 최우선 방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 95%에 이르는 광고 수익 의존도를 줄이고,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일본·동남아에 콘텐츠 수출의 전초기지가 될 해외 지사를 설립, 해외 수입 비율을 2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특히 드라마 ‘못된 사랑’의 파행을 예로 들며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주제작사의 횡포에 방송사들이 끌려다니면서 빚어지는 현 방송 시장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방송사들끼리 연대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최근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강릉 MBC에 프로그램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내민 이유에 대해 “소액 주주가 있는 지역사들로부터 더이상 MBC 본사의 경영권과 주주권을 침해받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1∼2개월 안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취임후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최 사장은 조직 개편 등 향후 개혁 조치에 대한 사내 반발 움직임과 관련,“사내에 ‘미래 전략팀’을 설치하고 12명의 대기자ㆍ대PD를 선발하는 ‘전문직제’를 도입해 수평적 관계에서 일을 하는 ‘팀제’를 도입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기자·PD 개인이 회사와 ‘일대일 관계’로 이뤄지는 조직을 지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열린세상] 기업 내부권력, 이사회로 옮겨가나/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회사의 이사회를 영어로 ‘Board of Directors’라 한다. 옛날 영국의 식민지 시절 미국에서는 회사 사업을 감독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회합할 때, 비싸고 제대로 된 가구가 귀했던 탓에 톱질할 때 쓰는 작업대를 양쪽에 놓고 그 사이에 긴 나무 판자(board)를 걸쳐 임시 테이블로 사용했다. 이사회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사들은 테이블 주위의 불편한 의자에 앉았으나 그룹의 리더는 고급 의자에 앉았는데 이것이 이사회 의장을 체어맨(chair-man)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다. 상법에 따라 회사가 합병을 하려면 주주총회에서 3분의2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국 뉴욕 주에서도 3분의2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미국 대기업의 다수가 설립된 델라웨어 주에서는 2분의1만 얻으면 된다. 합병을 승인하는 것은 주주들이지만 계획하고 주주총회에 올리는 것은 경영진(이사회)이다. 여기서 델라웨어 주법이 경영진의 권한을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전의 휼렛-패커드와 컴팩의 합병이 과반 찬성을 간신히 넘겨 성사된 일이 있다. 이 회사는 델라웨어주 회사였는데 뉴욕주 회사였다면 합병은 부결되었을 것이다. 창업자의 후손인 대주주가 반대했으나 전문경영인인 피오리나 당시 회장이 성사시켰다. 약 100년 전에는 미국 모든 주의 법이 합병에 주주 전원의 동의를 요구했었다.1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회사 내의 권력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로 서서히 이동한 것이다. 우리 상법은 1962년에 제정되었을 때 이사회 권한을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전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이사회는 법이 부여해 준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사외이사가 없는 이사회는 대주주 CEO가 있는 회사에서 별 힘이 없다. 최근에 이사회가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면 이는 외환위기 이후의 소액주주 운동에 힘입은 것인데, 주주들이 이사회의 권력을 강화시켜 준 것은 역설적이다. 사외이사 제도도 확산되고 정착되어 가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1217개 상장법인에 모두 224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되어 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대규모 상장법인 감사위원회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할 계획이라 한다. 심지어 SK그룹은 비상장회사에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결단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는 것이므로, 다른 기업들에 확산되어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로 정착된다면 민간부문이 제도개선을 이끄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이사회로의 권력이동은 이사, 특히 사외이사들의 법률적 책임을 부각시킨다. 요즘 사외이사들이 소송을 당해 곤욕을 치른다는 이야기도 가끔 들린다. 사외이사들이 소송을 당한다는 것은 독립성 강화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경영진과 사외이사 보수의 적정성과 책임의 감면장치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권력이 집중된 기구에는 책임도 중하지만 유능한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책임감면 장치와 합당한 인센티브를 책정할 필요가 있다. 얼마전 우리금융지주회사 경영진과 이사진의 스톡옵션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별 이해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사외이사는 공익대표가 아님에도 유의해야 한다.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가 대립될 때만 경영진을 견제한다. 그외 일상적인 모든 사안에서 사외이사는 전문성과 경험, 인적 네트워크의 가동을 통해 경영진을 지원해야 한다. 일부 악의적인 주주들이 다른 주주들과 회사의 이익에 배치되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경영진을 곤란하게 한다면 사외이사들이야말로 경영진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되어 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개선되면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전문성’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윤리경영 개념이 풍미하는 시대지만 기업 내부의 권력기구에서 윤리성과 전문성은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화진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 [시네 드라이브] 국제영화제가 이래서야…

    ‘같은 이름을 내건 두 개의 영화제’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듯싶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과 3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지난 13일 ‘안티 피판’ 성격의 ‘리얼판타스틱영화제’ 개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그동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부천영화제측이 하루만에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 양측 중재자로 나선 영화인회의는 14일 부천영화제로부터 ▲프로그래머 등 전임 스태프들의 원상복귀 ▲집행위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 ▲조직위 사퇴 등 ‘리얼판타스틱영화제’측이 주장해온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여부를 비롯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과정이 남아 있으나 일단 사태 해결을 위한 큰 가닥은 잡은 셈이다. 뒤늦게나마 ‘동명영화제 동시개막’이라는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이후 부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부천영화제 조직위는 지난해 12월 임기를 2년4개월 남겨둔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으로 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신임 정홍택 위원장도 사표를 내기에 이르렀고, 이에 부천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채 정초신 감독을 수석프로그래머로 영입해 행사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이런 와중에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안티가 아닌 대안’을 명분삼아 꺼내든 최후의 카드이다. 부천영화제 출품이 예정됐던 50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필연적으로 부천영화제의 파행을 의미한다. 부천영화제로서는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까.’했다가 된통 당한 격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비단 부천영화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광주국제영화제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올해 10년을 맞는 국제영화제의 역사가 낯 부끄러운 일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국회 예산정책처장 ‘3파전’

    6개월째 공석인 국회 예산정책처장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장 추천위는 15일 후보로 압축한 3명에 대한 면접을 가졌으며 이를 토대로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김원기 의장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 동의를 거쳐 새 예산정책처장을 공식 임명하게 된다. 지난해 11월 정치적 중립성 논란속에서 사임한 최광 전 처장의 후임에는 ‘경제통’을 자임하는 치열한 삼파전(三巴戰)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노승대 전 감사원 제1사무차장과 배철호 국가보훈처 차장, 그리고 이인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 등이 3파전에 끼었다. 익산 남성고, 전북대 출신인 노 전 차장은 예산정책처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 확보를 강점으로 내걸고 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재정회계학을 전공했다. 노 전 차장은 감사원 재직시 제1국장(현 재정금융감사국)과 경제부처 감사업무를 총괄하는 1차장을 지낸 경력이 장점이라는 평가다. 행시 16회인 배 차장은 경복고, 서울대 출신의 예산통이다. 기획예산처에서 예산관리국장, 재정기획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국가보훈처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배 차장은 기획예산처 명퇴금 7000만여원 전액을 독립유공자 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한 바 있다. 유일한 여성후보인 이실장은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하나경제연구소 금융조세팀장과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을 거쳐 국회 예산정책처에 재직 중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블로거와 기자 어느쪽이 영향력 더 클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블로거가 기자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반대로 기자가 블로거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블로그의 영향력이 기존 미디어와 맞먹을 정도로 커져가는 상황을 맞아 인터넷 미디어 ‘슬레이트’의 잭 셰이퍼 편집인이 13일(현지시간) 이같은 흥미로운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적어봤다. 셰이퍼 편집인은 신문과 인터넷 미디어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블로거의 강점 블로거는 방송사와 신문사 등 거대 언론사를 마음놓고 비판할 수 있다.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도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군 복무와 관련한 문서를 폭로했다가 거짓 문서라는 블로거의 지적을 받은 뒤 은퇴한 것이다. 기존의 언론사끼리 암묵적으로 서로간의 비판을 자제해온 분위기를 블로거들이 깨버렸다. 블로거는 ‘의견’을 전달하는 데 기자보다 강점이 있다. 기존 미디어의 기자들에 비해 즉각적이고 간결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 가운데 하나가 의사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언론의 ‘오피니언’으로 가는 장벽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블로거의 파괴력은 독립성에서 나온다. 블로거는 GM 같은 거대기업을 비판하는 글을 써도 광고 중단 압력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 정부나 모회사·자회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기자의 강점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기자는 보도에 강점이 있다. 보도에는 일정한 기술도 필요하고, 축적된 경험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 글 쓰는 재주도 기자들이 나은 편이고, 사회의 평판도 좋은 편이다. 기자는 회사가 돈을 대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드는 취재를 할 수 있다. 회사가 비행기표와 호텔비를 대주고 자료도 찾아주며, 기사도 편집해준다. 블로거 가운데 이라크전을 취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많은 비평가들은 블로거들의 위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결국 기존 미디어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블로거는 그 특성상 기존의 미디어가 있어야 활동할 수 있는 ‘기생적’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dawn@seoul.co.kr
  • [사설] 검찰 내부의 정의실현 회피 우려

    안대희 서울고검장의 취임사가 검찰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안 고검장은 “인권과 친절도 더없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를 핑계로 정의 실현을 폄하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임 송광수 총장 시절 불법대선자금을 수사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법과 원칙’으로 맞선 검찰권의 상징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김종빈 검찰총장이 ‘인권검찰’을 강조하면서 연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검찰 내부 기류를 경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인권수사와 권력의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권의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권 행사는 어찌보면 비리척결보다 상위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김 총장의 취임사와 대비해 안 고검장의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특수수사권 발동 제한, 대검 중앙수사부의 연구기능 강화 등 일련의 움직임이 ‘권력형 거악(巨惡)’과는 한걸음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과 무관하지 않다. 인권을 앞세워 권력과의 충돌을 회피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전임 송 총장은 퇴임식에서 검찰의 ‘소금론’을 강조하면서 정도를 벗어나 눈치를 보다가는 소금은커녕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계한 바 있다. 더구나 공직부패수사처 신설 논란에서도 드러나듯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아직 반석에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 한순간 방심했다가는 지난 2년 동안 쌓았던 국민의 신뢰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수식어를 동원하든 검찰권이 외풍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대검에 부착돼 있는 이 말은 불변의 진리다.
  • [시론] 공수처 신설은 수사체계 혼란 부른다/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법학박사

    [시론] 공수처 신설은 수사체계 혼란 부른다/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법학박사

    공직부패수사처 신설은 꼭 필요한가?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으면 고위공직자의 부정과 부패를 근절시킬 수 없는 것인가? 결론은 간단하다. 공수처를 새로 만든다고 해서 부정부패 척결에 대단한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공수처는 옥상옥의 기구로서 아까운 예산만 낭비할 뿐 아니라 기존의 수사체계를 흔들면서 공연히 위헌 시비만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는 대통령 직속 부방위 소속의 독립기구로서 고위 공직자 본인과 그 가족의 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별로 유례가 없는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여 부정부패를 줄이겠다는 발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새로운 수사기구를 만드는 것이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광복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부정부패는 법과 제도가 미비해서 근절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수처 신설에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뇌물사건과 수사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 먼저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것은 헌법체계에 맞지 않는다. 헌법은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결되는 집행기능은 행정 각부에 부여하고, 각 부를 지휘 감독하는 장관에 대한 의회통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수사권 행사와 관련하여 법무부장관과 행자부장관은 각각 검찰과 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하여 국회의 통제를 받고 정치적 책임을 진다. 부방위원장은 국회 출석의무도 없고 해임건의 대상도 아니다. 국회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방위에 수사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의회통제원리 및 책임행정원칙에 위배된다. 다음으로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되는 공수처는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서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장에 대한 탄핵 사유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로 제한된다. 위법한 수사가 아닌 한 탄핵 대상이 되지 않는다. 표적수사, 축소 은폐 등 부당한 수사에 대하여는 국회의 견제수단이 전혀 없다. 또한 일정한 범위의 공위공직자 및 그 가족만을 별도로 떼어 특별수사기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그 처우를 다르게 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배치된다. 게다가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다른 경우 국민의 불신이 누적되고 여기에 정략적 의혹 제기가 더해지면 커다란 혼란이 우려된다. 정치적인 수사기구인 공수처 신설로 기존 사정기관에서 경쟁적 수사 활동을 할 경우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사정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또한 강제처분 등 인권옹호에 관한 사항만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수사를 종료한 때에만 송치의무가 있어 내사 활동에 대하여는 견제수단이 없다. 내사 활동은 정치인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상시적인 정보 수사기능이 결합된 제2의 사직동팀의 부활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수사 대상으로 고위공직자의 가족까지 포함하고 있어 일종의 연좌죄에 해당한다. 수사 대상에 여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 선출직까지 포함되어 표적수사, 정치보복 도구로 악용될 경우 견제수단이 없다. 그동안 총풍, 안풍, 세풍 등 정치적 사건마다 중립성 시비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 직속기구인 공수처가 정치인을 수사할 경우 더 심각한 정치 쟁점이 될 것이다. 공수처를 신설해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없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부정부패 척결은 현재의 수사 체계로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지금은 공수처 설치 논의보다는 대선자금 수사를 제대로 해서 국민의 신뢰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검찰이 수사권을 공정하고 철저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다. 그것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효율적인 방안이다.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법학박사
  • 검찰총장후보 “공수처 여러 문제점”

    여야가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김종빈 검찰총장 후보자는 29일 공수처 신설 방침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혀 30일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공수처 설립에 대해 “수사기관으로서 중립성 논란, 업무중복에 대한 비효율성, 수사경쟁으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된다.”면서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상시적인 부패감시 시스템을 가동하자는 데는 의견일치를 봤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추진하려는 반면, 한나라당은 대통령 측근비리 전담수사기구 또는 상설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기구의 독립성 보장을 놓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린다. 여당은 공수처를 부패방지위 산하에, 야당은 별도의 독립기구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부패방지위의 직속 수사기관으로는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부패방지위 산하에 두고도 충분히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을 최선을 다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행처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당내 투명사회협약실천 태스크포스(TF) 이은영 의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상설특검제 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는 더 좋은 안이 나오면 재조율할 수 있다.”며 절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오영식 원내공보부대표가 “공수처법은 투명사회협약 실천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차원”이라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상설특검제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노동당도 여당의 공수처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최근 법무부에서도 공수처 설치 반대입장을 밝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 대상 사건에 국회 의뢰 사건을 포함할 경우 수사권 발동 여부를 국회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3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삼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배심·참심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배심·참심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지난 7일 제1회 ‘국민의 사법참여 연구회’를 개최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배심제도와 참심제도에 대한 의견 수렴과 연구 활동에 들어갔다. 배심제와 참심제는 한마디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해서 유·무죄를 결정하거나 법관과 함께 판결을 내리는 제도다. 사법개혁위원회는 2007년부터 국민 5∼9명이 법관 3명과 함께 재판에 참여하는 사법참여제를 도입한 뒤 5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완성된 형태의 한국형 사법참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었다. 7일 회의에서 논의된 핵심 쟁점은 ▲참여시민의 적극적인 재판 참가 방안 ▲참여시민의 수와 참여사건의 범위 ▲참여시민들의 결론 도출방법이었다. 또 “전문성이 아닌 합리성을 기준으로 참여시민을 평가해야 사법참여제의 정신을 살릴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극대화하고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지지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국민의 재판참여 의미와 장단점 ●배심제, 참심제란 배심제란 법률전문가가 아닌 국민 중에서 선출된 일정 수의 배심원으로 구성된 배심이 법관으로부터 독립해 기소하거나 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문제를 인정하고 심판을 하는 것을 소배심(심리배심·공판배심)이라 하고, 기소를 하는 것을 대배심(기소배심)이라 한다. 배심재판이 처음 시행된 것은 13세기 영국에서였다. 당시에는 국왕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에서 배심은 증인의 역할만을 하다가 15세기 말 심판자의 기능까지 하게 됐고, 1670년의 부셸 사건에 이르러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게 됐다. 미국도 이를 이어받아 연방헌법과 주헌법에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배심제는 모든 재판에서 이용되는 것은 아니고 극히 일부의 중요한 형사사건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배심원은 사건의 사실에 대한 판단만 하고 소송의 지휘, 증거조사, 법률의 해석 및 적용은 법관이 한다. 배심원은 가령 살인 사건의 경우 누구를 죽였다, 그래서 유죄다는 식의 판단만 내린다. 미국의 배심원은 12명이며 전원일치가 원칙이다. 기소배심제(대배심)는 1933년에 영국에서도 폐지되었지만 미국에서는 헌법상 중죄에 관한 기소배심제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923년에 도입해 1943년 폐지했으며 대신 참심제 도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방 유권자의 명단에서 배심원을 선발하고, 영국은 지방 당국이 비치해둔 명단에서 뽑는다. 독일식 참심제는 국민 중에서 선거나 추첨에 의해 선출된 참심원이 직업적인 법관과 합의체를 구성하여 재판하는 제도로 배심제와 구별된다. 참심제는 사실문제나 법률문제도 참심원과 법관이 합의하여 다수결로 재판한다. 참심은 배심에 비하여 인원이 적어도 되는 점에서 경제적이기는 하나, 그만큼 법관의 의견에 끌려가기 쉬워 국민 참여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도입하려는 이유 국민의 사법 참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법관의 판결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재판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검토됐다. 전관예우나 학연·지연에 의한 불공정 재판 시비를 차단하고 재판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배심제가 도입되면 검사와 변호인이 법정에서 증인과 증거를 내세우고 공방을 벌이는 공판중심주의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우리가 도입키로 한 제도는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 형태다. 국민 5∼9명이 가칭 ‘사법참여인단’으로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 및 형량 결정에 참여하되 결정의 구속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배심제의 장단점 배심제는 직업이 다른 10여명 내외의 국민들이 합의해서 유·무죄를 따지므로 단독 판사나 합의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일반인이 참여하므로 법률 규정보다는 국민 감정이나 도덕적 감정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돼 법률에 얽매인 불합리한 판결을 피할 수 있다. 다수가 합의해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판사 개인이 피의자의 유죄를 선고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배심제는 또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검사가, 판사가 아니라 일반 국민인 배심원들을 상대해서 인신 구속을 결정하거나 공소를 유지하려면 높은 수준의 증거나 자료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법률에 따르면 위법 사항인데도 범죄 요건이 다소 모호해서 유죄인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배심제는 법관에 의한 재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법률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민들이 재판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여론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 또 법정공방과 결론을 내리기까지 배심원들의 협의 과정이 복잡하다. 보석이 보편화된다는 점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우리 현실에 맞나&위헌 논란 배심·참심제는 현재 시행 중인 국가에서도 논란이 많다. 영국에서는 대배심을 폐지했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문제점이 적은 제도를 어떻게 고안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미국에서도 배심제는 OJ 심슨 사건처럼 유능한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배심·참심원이 지연과 혈연을 재판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 국민의 전문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현실에서 쉽게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편 헌법 2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민이 재판에 관여하는 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재판은 ‘직업 법관’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헌법에서 규정한 법관은 반드시 직업 법관으로 해석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주장한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공기업사장 민간이 뽑는다

    공기업사장 민간이 뽑는다

    정부투자기관 등 공기업의 사장을 정부가 아닌 민간인사들이 선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정성진)는 13일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없애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사장을 민간위원으로만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선임토록 하는 내용의 ‘공기업 분야 부패방지 제도개선안’을 마련, 기획예산처 등 관련부처와 각 공기업에 권고하기로 했다. 현재 공기업 사장은 사내 비상임이사 6명과 이사회 선임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장추천위의 비상임이사는 기획예산처 장관과 재정경제부 등 5개 관련부처 차관이 맡도록 돼 있어 사실상 정부의 뜻이 공기업 사장 인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부방위는 “현행 제도는 사장 후보 추천과정에서 감독 부처의 영향력이 개입돼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방위는 각 공기업별 투자기관운영위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숫자를 정부위원과 같은 6명으로 늘리고, 사장추천위는 장·차관 비상임이사 6명을 배제하고 대신 투자기관운영위와 이사회가 각각 선임하는 민간위원만으로 구성토록 했다. 나아가 투자기관운영위 및 사장추천위를 구성하는 민간위원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위촉절차와 함께 시민단체 활동경력, 공기업 고객 대표성 등의 위촉 기준을 관계 법령에 명시토록 했다. 부방위는 공기업 감사에 대해서도 공모제를 도입,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기획예산처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하기 전 부방위와 의무적으로 인선을 협의토록 했다. 이같은 부방위의 제도개선안은 지난해 6월부터 한국전력공사 등 13개 공기업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실태조사 등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오는 6월 말까지 해당기관의 자체규정을 개정하고 연말까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 등 관계법령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부방위는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토록 돼 있는 13개 공기업의 상임이사도 해당 공기업 사장이 임명토록 제도를 개선하고, 주무부처 공직자는 퇴직 후 1년 동안 산하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재취업 제한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에너지관리공단 등 정부출연기관을 비롯한 88개 정부산하기관에 대해서도 이같은 제도개선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국가 - NGO 권력균형이 부패방지의 중심추 역할”

    시민사회와 국가간의 ‘권력균형’이 부패방지의 중요한 요소이며, 시민단체들이 이같은 균형관계 형성의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행정학회는 10일 부패방지위원회의 정책워크숍에서 이같은 내용의 ‘정부·민간기구간 부패방지 협력체계 구축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방위의 연구용역에 따라 이뤄진 보고서에서 서울행정학회측은 “부패문제는 표면적으로 개인적 일탈의 성격을 지니지만 내면적으로는 구조적 요인들이 주된 원인”이라며 “효과적인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좋은 구성원들의 좋은 관계를 통한 공동관리’를 의미하는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의 관점에서 정부와 민간기구간 협력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교육과 공기업, 사기업, 시민사회 등 4개 분야별로 시민들이 부패개혁에 참여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교육분야 시민참여 방안으로 “학교, 학부모, 교육관련 시민단체, 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성해 교육협약을 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공기업 분야의 부패방지 방안으로 감사의 독립성·전문성 확보, 내부공익신고에 대한 보상, 실적주의 인사 및 경영혁신, 경영공시제도 확대,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참여 보장 등을 제시했다. 사기업 분야에 대해서는 “반부패 프로그램에 순응하는 기업에 차별적인 편익을 줘 기업들이 정부의 윤리적 기준을 따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분야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단체가 구색 갖추기용으로 정부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정보공개와 시민단체에 대한 세제 및 보조금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11일 SK주총 ‘세몰이’

    11일 SK주총 ‘세몰이’

    ‘선거 유세전’를 방불케 한 SK㈜ 주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SK㈜와 소버린자산운용은 9일 막바지 ‘소액주주 표밭’을 누비며 저마다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판세는 SK㈜의 우위로 기울고 있다. 소버린자산운용이 막판 여론몰이로 맹추격하고 있지만 현재의 지분구조상 뒤집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숨은 2인치’(국내외 개인주주)의 표심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SK㈜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정으로 혹시 모를 변수까지 계산하며 굳히기에 힘을 쏟고 있다. 양측은 11일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재신임 안건을 놓고 주총 표대결에 나선다.SK㈜가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웃을지, 아니면 소버린측이 국내 재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할지, 그 결과는 하루 남았다. ●쫓기는 자…“뒤집기는 없다.” “이변은 없을 것입니다. 최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에 나타난 SK㈜의 경영 성과를 투자가들이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표심에서도 잘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SK 관계자) SK㈜가 현재까지 확보한 지분은 총 35% 수준.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지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안정권에 들었다는 평이다. SK㈜가 확보한 지분을 보면 SK C&C(11.3%) 등 SK 계열사, 최 회장(0.83%)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15.71%. 여기에 삼성전자와 팬택&큐리텔 등 우호 지분과 한국투신운용(3.598%), 조흥투신운용(2.549%) 등 기관투자가 36곳(7.49%)이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대해 찬성 입장을 표시했다. SK㈜측은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의결권을 더 확보하기 위한 막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사회공헌 활동을 담은 백서를 발간, 기업지배구조 개선 성과 등을 알리기도 했다. 호재도 잇따라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SK㈜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또 메릴린치증권은 SK㈜ 이사회에 대해 “영향력과 독립성 측면에서 한국 최고”라고 평가했다. ●쫓는 자…“박빙이다.” “SK㈜의 외국인 투자가들로부터 최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소리를 한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박빙이지만 결국 우리측이 승리할 것입니다.”(소버린측 관계자) 소버린측은 드러난 지분이 전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뚜껑’을 열면 의외의 결과에 놀랄 것이라고 강조한다. 소버린측이 현재 보유한 지분은 14.96%로 SK㈜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18일부터 국내 일간지에 주주 권리 행사를 알리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연일 게재하는 등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소버린측에도 호재는 있다.SK㈜ 소액주주회는 지난 8일 “소버린의 행동을 지지한다.”면서 “아울러 소액주주들은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명확하게 반대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숨은 2인치를 ‘내 품에’ SK㈜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승리를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과 총 발행주식의 4분1 이상 찬성 요건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내국인 지분 45.85% 가운데 SK㈜측 우호지분을 제외한 10%대의 지분과 외국인 지분 54.15% 중 소버린측 우호지분을 뺀 28%의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지자체 감사부서 ‘기피1호’

    ‘아! 옛날이여‘ 한때 최고 인기부서였던 지방자치단체 감사부서가 비인기부서로 전락하고 있다. 감사부서에 주어졌던 인사상 가산점이 폐지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게다가 공직사회에 다면평가가 도입되면서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감사담당이 동료나 선·후배로부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 실시 이후 감사부서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단체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도 인기하락의 요인이다. ●가산점 폐지로 선호도 상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감사담당자들의 가산점을 폐지했다. 지방공무원 평정규칙 개정에 따른 조치다. 종전까지는 감사부서에서 1년 이상 근무하면 이후부터 매월 0.04점의 가산점이 주어졌다.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 않더라도 매월 받는 가산점은 승진 등에 큰 도움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후배, 동료의 비리를 조사하고 징계하는 감사담당이 다면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가산점마저 없어져 감사부서를 꺼리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가산점이 폐지된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모 구청 감사담당은 “감사업무는 잘 해야 본전이고, 조그만 실수라도 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엄청난 항의에 시달리게 된다.”면서 “다면평가가 도입되지 않고 가산점이 있을 때는 사명감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꺼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다면평가에서 감사부서는 제외하는 방안과 다면평가를 하더라도 감사부서가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최근 중앙인사위원회에 건의했다. ●단체장 영향력 벗어나기 힘들어 감사담당이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보장이 필수다. 과거 감사부서가 인기를 누렸던 이유도 단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 실시 이후 일부 단체장이 감사부서의 권한을 대폭 축소, 허수아비 부서로 만드는 일이 빈번하다. 실제로 모 지자체는 단체장 직속으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감사부서를 감사대상인 기획관리실장 직속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일부 단체장은 감사담당을 수시로 바꾸거나 감사부서로부터 감사계획을 사전에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자체 감사기구의 장을 민간에 개방해 선발하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감사담당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근 비인기 부서로 전락하고 있는 감사부서가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야 공직문화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국방부 “부패와의 전쟁” 선언

    국방부 “부패와의 전쟁” 선언

    앞으로 국방부가 추진하는 500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사업은 반드시 ‘사업별 부패방지 계획서’를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부패행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징계 기준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국방부는 7일 창군 이래 처음으로 전군의 사정 관계관 회의를 열어 지난 해 반부패대책 활동 실적을 분석·평가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추진 지침을 채택, 전군에 하달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500억원 이상 주요 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 전과정에 걸쳐 부패 유발요인이 걸러질 수 있도록 ‘사업별 부패방지 계획서’를 수립하는 등 부패 취약분야에 대한 감사·감찰활동이 크게 강화된다. 이와 함께 부패행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징계기준을 준수하고 부패 행위시 온정주의와 제식구 감싸기식 처벌 관행을 지양하며 지휘 감독자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특히 실명의 민원과 내부 공익신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신분을 보호하고 신고자에 대한 보복행위 등도 금지하도록 했다. 대신 익명·차명·가명으로 이뤄지는 중상·비방·모략성 신고에 대해서는 감사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 불필요한 비용 낭비와 군 내부 기강 문란행위를 방지토록 했다. 또 군내 사정 관계기관 간의 정보 공유와 공조 체제를 긴밀히 유지해 자체 감사·감찰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부패와 관련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우수기관과 유공자에 대해서는 포상을 신설하는 등 신상필벌을 강화하겠다.“면서 “내부 공익 신고자에게 신분상의 불이익이나 보복이 없도록 지휘관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이날 전군 사정 관계관 회의에는 감사·법무·기무·감찰·헌병 등 전군 사정관계 기관장과 국방부 직할기관, 산하기관장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美인권보고서“中·러·사우디 인권상황 열악”

    미 국무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인권보고서는 ‘폭정의 전초기지’로 분류된 북한, 쿠바, 미얀마, 이란, 벨로루시, 짐바브웨 외에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장 잔인한 정권의 하나’로 지목됐다.15만∼20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 중이며, 주민들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채 언론자유나 공식 재판을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여성 수감자들은 강제로 낙태를 당하거나, 출산 직후 신생아들이 살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는 보안군이 수감자를 상대로 강간을 저지르거나 고문, 구타를 일삼는 등 “인권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지난 2002년 미·중간 인권협상에서 합의된 내용들이 이행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반체제 인사에 대한 체포 남발, 사법부의 독립성 결여 등 지난해 중국의 인권 신장은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다. 한국은 대체로 인권 상황이 개선됐지만 경찰 및 교도소의 수감자 학대, 국가보안법 등이 지적됐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방송통신융합’ 샅바싸움 치열

    초고속 인터넷선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봤다. 이 서비스는 IPTV일까,ICON일까. 똑같은 서비스인데도 방송쪽은 IPTV(Internet Protocol TV), 통신쪽에서는 ICON(Internet Contents On Demand)이라 부른다. 명칭 그대로 IPTV는 TV인데 반해,ICON은 주문형 인터넷 콘텐츠다. 이 명칭에는 방송통신융합현상에 대한 정반대 시각이 녹아 있다. 디지털 기술 발달로 방통융합은 현실화되고 있지만 정부 규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견이 적지 않다. 여기에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물밑에 깔려 있다. 통합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체신기능을 제외한 정통부 전 조직이 방송위에 흡수되거나, 방송위가 통째로 정통부 산하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두 조직으로서는 사활을 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방송위·정통부 “우리조직이 모델” 양측은 일단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방송위는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독립위원회’ 형식을 선호하는 반면, 정통부는 빠른 기술 진보에 대응할 수 있는 책임있는 행정을 위해 ‘정부부처 형식의 독임제 행정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방송위와 정통부는 사실상 자기 조직이 모델이어야 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논리 싸움에서는 정통부가 다소 밀리는 양상이다. 정통부는 산업·행정 측면에서 접근하지만 “과정이야 어쨌든 콘텐츠를 접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방송”이라는 방송위 반박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결국 한계상황에 이른 통신재벌의 이해만 대변하고 있다.”는 언론노조나 시민단체의 비난도 걸림돌이다. 여기에는 휴대전화와 인터넷 강국인데도 제대로 된 콘텐츠가 부족해 스팸·음란 콘텐츠만 넘쳐나는 부작용에 대한 반감도 한 몫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려대 홍기선 교수와 선문대 황근 교수는 “그리 바람직하지는 못하지만 국가기관의 책임있는 결단을 통해 조정되고 해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사실상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국무조정실에서 문제를 조정하려 하고 있다. 방송위과 정통부 역시 고위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입장이다. ●“청와대서 이견 조정·문제해결을” 정부로서도 방송위 손을 수월하게 들어주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올해 정부는 ‘경제 올인’을 선언한 상태다.‘IT강국’을 내세워 온 정부가 ‘정보통신부’와 ‘진대제 장관’이라는 상징적 카드를 버리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아예 새판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방송에서의 공영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지킬 만한 가치인가?”라는 성공회대 조은기 교수의 도발적 문제제기가 그것이다. 조 교수는 신문의 객관주의 보도 원칙이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성 논리에서 도출됐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전파의 희소성=방송의 공영성’이라는 등식 자체도 방송 초창기에 만들어진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다. 즉 방통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과거와 같은 방송이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교통·행정방송 TV로 본다

    이제는 교통방송(TBS)을 TV로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새달 3일 ‘TV서울’을 개국하고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한다. 서울시 교통국 산하 TBS의 TV국에서 운영하는 ‘TV서울’은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에게 교통정보는 물론 지방자치 소식과 기상정보 등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지방자치 및 생활정보 전문 케이블·위성채널. 서울시가 예산 전액을 부담해 운영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프로그램 공급업체(PP)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TV서울’은 교통 및 행정뉴스를 중심으로 편성해 본 방송 8시간, 재방송 8시간으로 하루 16시간 방송한다. 월∼금요일은 하루 6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6시30분에는 강수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생방송! 서울의 아침’이 방송되고, 오후 1시에는 이기상의 ‘생방송! 서울의 오후’, 오후 5시 50분에는 리포터 조영구가 진행하는 ‘생방송! 이브닝 서울’이 전파를 탄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 설치된 240개 CCTV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교통상황을 보여주고, 미아찾기 등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다.TBS 이은우 TV국장은 “프로그램의 30%는 교통정보로 채우고, 나머지는 지역 생활정보를 다룰 것”이라면서 “뉴욕, 도쿄, 베이징 등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내 32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가운데 10개를 확보한 TV서울은 올해 안에 절반 이상의 SO를 확보할 예정이다. 한편,TV서울이 서울시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치홍보 채널’로 전락하는게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TBS 박종구 본부장은 “방송의 독립성을 위해 시민단체와 학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편성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공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하는 나라

    최근 시민단체에서 공개한 주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노출 사례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개인의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훔쳐쓰게끔 돼 있으니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의 신분을 확인·보증해 주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고 국민을 계도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이처럼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니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100개 기관의 홈페이지를 상대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34곳이 적발됐는데 그 중에는 전자정부 사업의 핵심부서인 행정자치부, 국민의 인권을 수호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수사·정보기관인 검찰청·국군기무사령부 등이 들어 있다. 노출 유형도 실명 확인용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게시하거나, 공지사항·공고 등에 포함된 것을 직접 공개하는 등 무신경의 극치를 보여준다. 정부는 우리사회가 IT의 최첨단을 걷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전자정부를 구현한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개인정보에 관한 인식이 이 정도라면 그같은 주장을 내세울 자격이 없다. 다만 이번 조사를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적 보완을 서두른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홈페이지는 물론 공공기관의 전반적인 웹페이지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삭제해야 한다. 걸핏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현재 추진하는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핵심인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욱 폭넓게 의견수렴을 하기 바란다.
  • 전경련-공정위, 논리공방…재벌정책 맞장?

    전경련-공정위, 논리공방…재벌정책 맞장?

    “재벌 혼내주는 기관이 아니라면 공정위의 조직과 권한을 대폭 뜯어 고쳐라.”(전국경제인연합회) “재벌들이 찔릴 게 없으면 정부정책에 시비를 걸거나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공정거래위원회) 재계와 공정위 당국이 또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는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재계가 먼저 공정위의 민감한 부분인 조직과 권한까지 들먹이고 나서자 공정위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출자총액제한제(여러 계열사에 대한 한 기업의 출자총액이 순자산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 등 기업 규제를 둘러싼 대립이 근본 발단이지만 서로의 ‘존재의 이유’까지 건드림으로써 상당한 냉기류가 예상된다. 본의 아니게 지난해부터 중재자 역할을 해온 재정경제부는 “불필요한 기싸움”이라며 “간신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투자·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먼저 칼 빼든 재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공정위의 기능·사건처리절차의 국제비교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의 경제력 집중 억제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진국처럼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운영 취지도 되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전경련은 수없이 공정위의 규제정책을 비판했지만 조직의 권한과 운영까지 문제삼은 적은 없었다. 전경련은 “2002년 경제력 집중 억제 기능을 폐지한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달리 공정위는 경쟁촉진보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을 통해 경제력집중 억제기능에 더 치중하고 있다.”면서 “이는 본래 목적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기업에 이를 위한 부정적인 인센티브까지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가 갖고 있는 출자·부채비율·채무보증 등 금융 및 자본시장 관련 규제는 다른 부처나 전문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위원장을 포함한 공정위원도 선진국처럼 국회 동의나 추천을 받도록 해야 하며, 위원들간의 상하관계도 대등한 관계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은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강 위원장을 초청해 토론을 벌이기로 돼있어, 다분히 의도적인 선제공격이었다. ●강철규 위원장 “억울하다” 본격적인 논리공방은 토론회로 이어졌다. 한경연 좌승희 원장은 “정치적 자유의 평등은 있어도 경제적 자유의 평등은 있을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인권 박사는 “공정위는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기구인데 국민들 사이에서 기업집단을 혼내주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공정위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고 가세했다. 이어 “공정위가 운동권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듯이 재벌 친인척 소유지분을 공개해 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야기하고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조성봉 박사는 “과거 출총제나 계좌추적권이 폐지됐다가 재도입되는 등 공정위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며 “지금의 출총제 졸업기준도 나중에 어떻게 바뀔지 걱정된다.”고 냉소했다. 적지에서 뭇매를 맞은 강 위원장은 그러나 특유의 강단과 논리로 재계 논객들의 비판에 맞섰다. 그는 “공정위에서 재벌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5%에 불과한데도 시장의 반응이 워낙 커 재벌을 혼내주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억울하다.”고 털어놓았다.“선진경제로 발전해 순환출자가 해소되면 이같은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또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공정위가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은 말이 안된다.”면서 “경제적 평등도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마련하자는 의미”라고 받아쳤다. 경제력집중 억제기능 폐지 요구를 전해들은 이동규 공정위 정책국장은 “대기업집단시책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 등 현실에 따라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제도”라며 전경련 주장을 일축했다. ●암참 회장,“기업규제 더 풀어야” 이같은 공방을 지켜본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기싸움”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출자총액제한제 등은 참여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3년후 폐지 여부를 결정키로 한 사안”이라면서 재계의 전략적 접근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가 명분(로드맵 폐기)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행동반경에 융통성이 있는 재계가 명분 대신 실리(공정거래법 시행령상의 투자규제조항 개·폐지) 추구에 좀 더 역량을 쏟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웨인 첨리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은 “글로벌 경제가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한국정부가 기업 관련 규제를 좀 더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미현 전경하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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