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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호민관 1호’ 이민화 사퇴의 변 “부처 통제 독립이 규제개혁 최소 조건”

    ‘기업호민관 1호’ 이민화 사퇴의 변 “부처 통제 독립이 규제개혁 최소 조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정으로 상생하려면 거래의 공정성을 지켜줄 수 있는 평가 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었습니다.” 17일 서울 수송동 기업호민관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대·중소기업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던 기업 호민관실이 일부 정부 부처의 간섭을 받아 독립성을 훼손당했기에 지금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 호민관은 “모든 정부 부처의 규제 혁신을 위해 전방위로 대처하는 기업호민관실이 특정 부처의 통제 아래에 들어가면 규제 혁신은 불가능해진다.”면서 “독립성이 규제 개혁의 최소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기업호민관은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해 불합리한 규제와 각종 고충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독립기관. 이 호민관은 지난해 7월 국무총리실로부터 초대 기업호민관(차관급)으로 위촉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기업호민관실은 1년여의 기간 동안 1250여건이 넘는 불합리한 규제를 처리하는 등 주목받을 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 9월 29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종합대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기업호민관실이 제안한 정책들이 상당수 반영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최근 몇 달 동안 기업호민관실은 대·중소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 등을 평가하는 지표인 ‘호민인덱스’ 개발을 추진해왔다. 호민인덱스 최종안을 다듬기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 12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공청회 직전 정부의 관련 부처로부터 돌연 중지 요청을 받았다. 동반성장지수와 호민인덱스가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공청회는 예정대로 열렸지만 기업호민관실은 결국 호민인덱스를 동반성장지수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했다. 호민인덱스 시범 조사 계획도 동반성장지수 개발이 연말까지 완료된다는 조건으로 유보했다. 그러나 현재 동반성장지수 개발은 올해 안에 불가능한 것이 확실하다. 이 호민관은 “당시 동반성장지수 개발은 연구 용역 발주조차 시작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호민관이 가장 크게 우려한 것은 동반성장에 관한 9·29 종합대책 이후 대·중소기업 간 성장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가 냉각되는 것이다. 정책이 실제 입법화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역시’라는 분위기가 팽배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이었다. 이 호민관은 “특히 11~12월은 대·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협상이 집중되는 시기”라면서 “벌써부터 현장에서 과거 불공정 거래 행태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호소가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동반성장지수가 올해 안에 완료되지 못할 때를 대비해 호민인덱스 시범 조사를 위한 서면 실태 조사를 실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정부 부처로부터 기업호민관실에 파견된 직원들이 상부 지시에 따라 서면 실태 조사 업무 지원을 거부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이 호민관은 관련 부처에 항의했으나 결국 서면 실태 조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호민관실에 근무 중인 중기청의 한 관계자는 “실무자로서 어떻게 하면 기업호민관과 중기청의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방법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을 아꼈다. 독립성을 위해 국무총리실에서 기업호민관을 위촉시킨다고 하지만 예산과 인사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없어 실질적인 독립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기업호민관실의 10명 안팎의 직원들은 모두 관련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들이고 약 6억원의 예산으로 무료 봉사직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호민관은 “청와대와 기업호민관실의 독립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지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반성장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믿고 있다.”면서도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만류한 곳은 정부 부처 중 청와대의 중소기업비서관뿐이었다.”고 했다. 이 호민관의 임기는 3년으로 아직 1년 8개월여의 기간이 남아 있다. 그는 기업호민관실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호민관실 인사권 및 예산권 법적 보장 ▲민간 출연을 통한 운영 예산 허용 ▲호민관 선출에 중소기업 단체 추천권 인정 ▲무급 비상근이 아닌 상근 호민관 제도 도입을 제언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 규제 해소에 힘썼던 이 호민관이 갑작스럽게 사퇴한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후임자 인선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반성장지수 관련 사업은 일원화하기로 정부 부처끼리 합의한 사안”이라며 “이 호민관이 굳이 서둘러서 호민인덱스 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했던 것을 만류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호민인덱스는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업무인데 독립성이 침해됐다고 보는 것은 확대해석인 것 같다.”면서 “법률상 기업호민관의 고유 업무는 규제 정비 및 규제 관련 민원 처리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호민관은 의료기기전문업체 메디슨을 설립해 벤처 신화를 이룬 ‘벤처 1세대’ 기업인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 겸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버티는 위원장… 안갯속 인권위

    버티는 위원장… 안갯속 인권위

    현병철(66) 국가인권위원장이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로 불거진 인권위 내분사태에 대해 16일 정면돌파를 선언, 인권위 내홍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국면으로 빠져 들었다. 현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A4 용지 23페이지 분량의 해명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오로지 인권이라는 기준을 토대로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혀 전직 인권위원과 인권단체들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 위원장은 “최근 인권위원 사임 논란 등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정치 쟁점화되고, 불신감이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안에 따라 모든 사람들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일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안다.”면서 “그러나 저를 포함한 위원회 구성원들은 모든 사안에 대해 우리 위원회의 독립성을 바탕으로 인권 관점에서 토론하고 판단하고자 했다.”며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또 “우리 위원회의 독립성이 외부의 일방적 비난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지난(至難)한 문제에 대해 위원회에 급박한 결정을 요구하고, 수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압박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퇴진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 ▲인권 현안 침묵 ▲상임위원회 무력화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 ▲합의제 기구를 무시한 독단적 운영 ▲최근 인권위 활동 미흡 등의 주장에 대해 별도의 반박자료를 내고 “이미 유감을 표명하거나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극심한 논란을 빚은 운영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는 “비상임위원 3명이 현행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제출한 것으로, 인권위 운영규칙에 따라 위원장은 안건 제출을 거부할 수 없으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전국 223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독립성을 훼손하게 된 데에는 현 정부의 인권위 흔들기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권과 관련된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는 무자격자를 임명한 정부의 책임은 매우 크다.”며 즉각적인 현 위원장 경질을 촉구했다. 인권단체들은 지난 2월 국회 전원위원회 의결이 나지 않은 북한인권법안 관련 안건을 인권위 입장인 것처럼 보고한 일, 용산참사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일방적인 회의 진행, 국회에서 독립성 훼손 의심 발언 등 현 위원장의 발언이나 행보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 MBC PD수첩 건과 박원순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건,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건,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건 등 중요한 현안이 전원위에서 부결되거나 중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는 데 불만을 표시해 왔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위원장 ‘결단’ 없이는 인권위 파국 못 막는다

    국가인권위원회 내분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으로 촉발된 사퇴 도미노 현상이 어제는 위촉위원 61명의 집단 사퇴로 이어졌다. 일부 반대 세력의 반발로만 치부하고 안이하게 대처할 때가 아니다. 더 방치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사퇴하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 삼는 현병철 위원장 체제로는 현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뇌사 인권위’ ‘식물 인권위’란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일부 진보세력이 이명박 정부를 흔들려는 의도로 비판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사퇴 도미노에 불을 댕긴 상임위원 2인 중 한 사람인 문경란 위원은 한나라당이 추천한 인사다. 이는 반대 세력의 불순한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논란과는 무관하게 현 위원장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현 위원장이 정권 눈치를 지나치게 본 탓에 파행을 초래했다는 것이 사퇴 인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금이라도 그런 측면이 있다면 오히려 정권에 누를 끼치는 일이다. 인권위는 이념적 잣대에 흔들리지 않도록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인권위는 과거 전향적인 결정으로 인권 신장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반면 설익거나, 튀는 결정으로 논란을 사거나 국정에 혼선을 끼친 일도 있었다. 과오와 실적을 냉철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보다 성숙된 자세가 요구된다. 인권위원은 국회 선출 4인, 대통령 지명 4인, 대법원장 지명 3인으로 구성된다. 이는 독립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인권위가 여권 성향의 인사만으로 구성돼 정권 우호적인 결정만 내리게 된다면 이런 의미가 실종된다. 여권이 현 위원장을 두둔하면 정권 하수기관 논란만을 사게 될 뿐이다. 대거 사퇴로 빈 자리가 하나 둘이 아니다. 하루빨리 빠짐 없이 채워서 새 판을 짜야 한다. 읍참마속의 결단이 필요하다.
  •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 압박 거세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비상임위원들의 줄사퇴와 관련해 현병철(66) 인권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인권위 파행 사태에 대한 정부 책임론까지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 법학자 및 변호사 공동선언 준비단’ 소속 법조인들은 10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인권위가 파행 운영을 거급해온 책임은 무자격 인권위원과 위원장을 임명하고 조직 축소를 통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정부에 있다.”고 비판한 뒤 “현 위원장이 모든 문제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며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개 여성단체 회원들도 “바닥으로 치닫는 인권위의 현실에 대해 현 위원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물러나야 하지만 지금껏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들 단체는 “현 위원장은 취임 초기 ‘아직도 여성 차별이 있느냐’는 발언을 하는 등 자질이 의심된다.”면서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전직 인권위 직원 18명도 “인권위원의 자격을 ‘인권 문제에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 보장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 인권위법을 위반한 정부의 불법적 인사에 사태의 근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조국(45) 인권위 비상임위원이 이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조 위원은 언론에 배포한 사직서에서 “국가권력과 맞서는 인권위원장의 당당한 모습은 사라지고 권력의 눈치를 보는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며 “인권위 사태는 궁극적으로 임명권자의 책임이다. 인권 의식이 있고 지도력 있는 보수 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인 조 위원은 대법원장 추천으로 인권위원이 됐으며,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다. 앞서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은 지난 1일 동반 사퇴했고, 변호사인 장주영 비상임위원도 사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낯 뜨거워 견딜 수가 없다.”면서 “파행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의원출마’ 섹시 女가수 선정 포스터 논란

    ‘의원출마’ 섹시 女가수 선정 포스터 논란

    정계 진출을 선언한 폴란드의 섹시 여가수 사라 메이가 선정적인 선거 포스터로 논란을 사고 있다. 9일 영국 매체 오렌지뉴스는 “사라 메이로 가수 활동을 한 폴란드 여성 카타르지나 쉬츠웨크(Katarzyna Szczolek)가 이달 말 열리는 선거에 수도 바르샤바 지방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으로 출마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사라 메이는 선거 포스터를 통해 선정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나타내 유권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선거 포스터에서 사라 메이는 ‘아름다움, 독립성, 유능함’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햇빛이 내리치는 해변에서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비키니를 입고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개된 다른 포스터에선 ‘정직, 진심, 직접, 타협’이라는 문구와 함께 귀여운 강아지를 껴안고 있다. 사라 메이는 “난 여기서 유권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일반인들처럼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가게에서 쇼핑하며 같은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언론에서 동성 친구와 진한 키스를 나누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온 그녀를 조롱하고 있다고. 한 지역 주민은 “사라 메이가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성희롱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그녀의 의견을 무시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진=오렌지뉴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인권위 파행원인 찾아내 위상 회복해야

    내홍과 파행을 거듭해 온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그제 인권위 상임위원 3명 중 2명이 현병철 위원장의 파행적 위원회 운영에 반발해 동반 사퇴하면서 상임위 차원의 의견 표명이나 권고가 당분간 불가능해졌다. 일부 직원들은 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발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현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상임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것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인권위의 궤적을 되짚어 보면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는 게 우리의 견해다.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 끝에 2001년 11월 정식 출범한 인권위는 그동안 4만 7000건의 진정을 접수해 처리하면서 인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독립적 국가기구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권문제에 진보적 목소리를 내면서 인권의 개념을 넓히고, 우리 사회에 인권의식이 자리잡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인권문제에 열중하면서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로 했다. 현 정부 들어선 인권위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바뀌었고 특히 지난해 7월 현 위원장 취임 이후엔 국내 현안들을 둘러싸고 내홍과 파행이 끊이지 않았다. 식물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내부 비판이 고조됐다. 어느 기관보다도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인권위가 정치와 이념에 휘둘린 결과라고 본다. 인권위법 1조는 그 설치 목적을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념적 대립각을 세우고 권력과 정권의 눈치를 보며 할 일을 하지 못하고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인권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인권위는 정치와 이념의 함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중심을 잡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보호하는 본령에 충실해야 한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정부와 사회의 몫이다.
  • 인권위 상임위원 2명 사퇴… 내부갈등 폭발

    인권위 상임위원 2명 사퇴… 내부갈등 폭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관급인 상임위원 3명 중 2명이 1일 현병철 위원장의 조직 운영 방식에 항의하며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2명 이상의 상임위원이 3년 임기 도중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두 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행정안전부가 통상 2주간 면직 절차를 거쳐 면직 처리된다.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은 오전 현 위원장과 최근 선임된 장향숙 상임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상임위 간담회를 갖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전 정권에서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된 유 위원은 12월 23일 임기 만료되며, 한나라당 추천인 문 위원의 임기는 내년 2월 3일까지다. 유 위원 등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인권위 전원위원회 의결이 나오지 않은 북한 인권법안 관련 안건을 인권위 입장인 것처럼 보고한 일, 용산참사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의 일방적 회의 진행, 인권위 독립성 훼손 의심 발언 등 현 위원장의 발언과 행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또 이들은 MBC PD수첩 건과 박원순 변호사의 국가 대상 소송 건,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 제청 건,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건 등 각종 현안이 전원위에서 부결되거나 중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자 현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지난달 25일 상임위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인권위 운영규칙 개정안이 전원위에 상정되면서 두 위원은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상임위원 3명이 특정 안건에 합의해도 위원장 직권으로 전원위에 상정해 다시 논의할 수 있게 했고, 상임위 의결로만 가능했던 긴급 현안 의견 표명도 전원위를 거치도록 하는 등 상임위 역할과 권한을 대폭 줄였다. 문 위원은 사퇴 의사 표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 위원장 부임 이후 인권위는 오직 권력기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서 “상임위에는 의견 제출과 상정, 의결권조차 없기 때문에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상임위뿐만 아니라 사무처에도 갈등이 극심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을 그만둔 직원이 많다.”면서 “상임위 권한을 축소하는 운영규칙 개정안 상정 후에 내부적으로 3000건이나 되는 의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현 위원장은 두 위원의 사퇴 의사에 대해 “아직 임기가 남았는데….”라고 씁쓸해했지만 사표 수리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인권위 권한쟁의심판 청구못해” 헌재, 조직축소 관련 청구 각하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대폭 축소한 조치는 권한쟁의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인권위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인권위가 수행하는 업무의 헌법적 중요성, 기관의 독립성 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라 할 수 없다.”면서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조대현·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의해 설치됐더라도 권한 및 존립 근거를 헌법에서 찾을 수 있는 기관이라면 권한쟁의심판을 허용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개인정보보호 시민단체 의견 반영”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지난달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입안단계부터 의견을 제시해 온 ‘진보네트워크’, ‘녹색소비자연대’가 참여했다.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은 개인정보 보호위원회가 예산, 업무 및 조직운영의 독립성을 갖출 수 있도록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중협 행안부 정보화전략실장은 “법 제정과 시행과정에 시민단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캠페인’ 등 범시민 문화운동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달 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는 이 법안은 개인정보보호 대상을 비영리단체, 오프라인 사업자 등으로 확대하고, 개인정보의 단계별 처리원칙 등을 규정했다. 주요 정책사안 심의와 의결을 담당할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는 대통령실 소속으로, 국회·대통령·법원이 각각 5명의 위원을 추천해 구성한다. 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국회의 감사요구 어떤 내용?

    ‘국회의 감사 요구가 4대강 등 정치적인 쟁점보다 사회적인 관심사에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13일 감사원에 따르면 국정 현안에 대해 직접 감사에 나서는 경우는 크게 3~4종류로 분류된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기감사, 주민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이 요구하는 공익감사청구, 국회의 감사청구, 천안함 사고 관련 국방부 감사 등 긴급 현안에 대한 특별감사 등이 있다. 건수로는 정기감사가 연간 200여건, 공익감사청구건이 30여건, 국회의 감사청구 10여건 등이다. 이 가운데 국회가 요구하는 감사청구 사항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사회적 현안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희정 감사원 감사연구원 연구부장은 “국회의 감사청구사항은 대부분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지만 해당 연도의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2009회계연도)도 국회는 지난 1일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모두 5건의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다. ▲정부 홍보비 집행의 적정성 감사 ▲장비유지 및 수리부속지원 사업 감사 ▲지방자치단체의 국비지원 국제행사 유치 관련 감사 ▲국립오페라단의 예산집행 등에 대한 감사 ▲공적자금 운용에 대한 감사 등이다. 감사원은 이들 사항에 대해 3개월 이내에 감사결과를 보고해야 하나 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6건의 감사를 청구한 지난해(2008회계연도)에는 ▲주요 하천정비사업에 관한 감사 ▲건국 60주년 기념사업 관련 예비비 집행에 관한 감사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대상 변경고시 미이행 감사 ▲전자부품연구원의 연구개발사업 감사 ▲국회 삭감사업의 증액집행 및 과다한 이·전용 실태 감사 ▲지자체의 각종 지역축제·행사 집행실태 감사 등이었다. 대부분 국가 예산의 집행에 관해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대통령 관련 문제나 4대강사업 등 정치적으로 극히 민감한 사항에는 감사청구가 없었다. 이에 대해 박 연구부장은 “국회의 감사청구는 상임위원회별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만큼 정치적으로 극히 민감한 사안은 오히려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감사원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도 극히 정치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사전협의 등을 통해 감사를 청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中공산당 前 간부 23명 “언론검열 철폐하라”

    마오쩌둥 전 주석의 비서를 지낸 리루이(李銳·93) 전 중국 공산당 조직부 부부장 등 개혁 성향의 공산당 전직 고위간부들이 ‘검열 철폐’와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개 서신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반체제인사 류샤오보(劉曉波·55)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과 맞물려 중국 내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개막하는 공산당 17기 5중전회(17기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공산당과 정부의 정치, 문화, 언론 관련 분야에서 고위 간부를 지낸 개혁 성향 인사 23명이 12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앞으로 보내는 온라인 공개 서신을 통해 “진정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이들은 서신에서 중국 헌법에는 공민의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여행, 시위의 자유가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이 같은 자유가 실현되지 않는 ‘가짜 민주’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산당 중앙선전부를 지목해 원자바오 총리의 거듭된 정치 개혁 발언까지도 검열해 공민들의 알 권리를 박탈하는 비밀권력을 가진 ‘검은 손’(黑手)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 중국의 언론자유 결여 상태를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의 수치’라고도 혹평했다. 이들은 또 당과 국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언론기관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기자들에 대한 임의 체포나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에 대한 임의 삭제 같은 관행도 근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중국의 독자들이 홍콩과 마카오에서 발행되는 저작물이나 서적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하는 등 모두 언론자유와 관련된 8개 항을 요구했다. 서명자들은 리루이 전 부부장 외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편집장과 사장을 지낸 후지웨이(胡繼偉), 전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 신문국장 중페이장(鐘沛璋), 중앙당교 교수를 지낸 두광(杜光) 등이 대부분 당과 정부의 언론, 문화 분야 원로들이어서 이들이 이번 공개 서한으로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번 공개 서한 논의가 지난 8월 르포작가인 셰자오핑(謝朝平)이 지방정부의 이주정책을 고발하는 책을 발간했다가 체포된 사건 직후 시작됐다며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4대강 사업’ 감사 주심위원 교체

    감사원이 논란이 된 ‘4대강 살리기사업’ 감사의 주심위원을 교체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11일 감사위원 전원(6명)이 참석한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심위원이었던 은진수 감사위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오는 14일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예정된 만큼 논란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사위원들은 간담회에서 그동안 국회(법사위, 예결위, 인사청문회 등)에서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감사결과를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설명했으나 논란이 계속되면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감사위원들은 또 논란이 계속될 경우 감사결과의 신뢰성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주심 감사위원의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후임 주심위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내부 검토와 감사위원 간담회 등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또 ‘4대강 살리기사업’ 결과 발표는 외부전문가 자문과 용역결과가 제출되면 정밀 검토와 감사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신속히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감사원은 당초 은진수 감사위원은 귀청보고가 이루어진 순서에 따라 주심위원을 지정하도록 하는 ‘주심위원 지정 기준 및 절차’ 등에 따라 지난 6월7일 ‘4대강 살리기사업’ 감사의 주심 감사위원으로 선정됐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지방시대]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 제정 의미/하혜수 경북대 행정학 교수

    [지방시대] 지방행정체제개편 특별법 제정 의미/하혜수 경북대 행정학 교수

    지난달 16일 마침내 지방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정치권에서 17대 국회 때부터 특별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정당의 이해 득실에 가로막혀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순탄하지 않았으나 여야가 전격 합의하면서 결실을 보게 됐다. 어렵게 제정된 특별법이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알맹이는 죄다 빠지고 선언적인 규정으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특별법의 조문을 꼼꼼히 따져 보면 17대 국회부터 비중 있게 검토됐던 도(道) 폐지안과 최근 정치권에서 공감대를 이뤘던 자치구 의회 폐지안이 모두 빠져 있다. 대신 시·군 통합에 대한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광복 이후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했던 지방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그것도 대통령 소속의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에서 개편안을 짜도록 함으로써 국회의 정략적 게임이 아닌, 전문적 검토와 국민적 의견이 중시되도록 했다. 이제 특별법에 따라 지방 행정체제의 개편을 시작할 수 있는 검토의 장이 마련됐고, 국회의 전유물이었던 지방 행정체제 개편이 지자체와 국민들에게 활짝 열렸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그러면서도 지방 행정체제 개편의 원칙과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도 체제에 대해 행정기관(광역행정청 등)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를 전제로 함으로써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도 폐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울러 지방분권의 강화를 규정함으로써 효율성 중심의 체제 개편이 아닌,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지방 분권형 체제 개편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별법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완적 노력도 요구된다. 특별법 제6조에 규정된 개편 추진위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 개편 추진위는 당연직 3명과 위촉직 24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6명, 국회의장이 10명, 지자체 4대 협의체 대표가 8명을 추천할 수 있다. 문제는 각 집단이 자기 쪽에 밀착된 인사를 추천하여 대리전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경우 위원회와 거기서 마련한 개편 안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정파에 좌우되지 않으며, 전문성과 명망을 갖춘 인사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의 운영 독립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위원회의 운영에 외압이 가해지면 기형적인 개편 안이 나올 수 있고, 특히 여야에서 정파적 이익을 과도하게 투입할 경우 개편 안 자체가 나오기 어렵게 된다. 영국이 자치 계층 구조 개편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추진위의 독립성에 있었다. 영국은 추진위(지방정부위원회)의 운영, 즉 개편 안의 분석과 검토, 개편 안의 제시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치적 입김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과 국민들의 수용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예산과 인건비 절감 등 재정적 비용뿐만 아니라 정체성, 민주성, 지역경쟁력 등 질적 편익을 측정하여 개편 안에 반영할 때 정치권과 국민들의 지지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보태질 때 산고를 통해 마련된 특별법이 제 구실을 하게 되고, 국가 번영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개편 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자치단체 재단 설립 붐… 취지는 참 좋은데

    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재단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속성이 요구되는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이를 전담할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지자체의 산하기관 전락과 퇴직 공무원 및 단체장 측근 기용을 위한 자리 만들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는 민선 5기 핵심정책 추진을 위해 충남희망교육재단, 충남문화재단, 충남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500억원 기금 조성을 목표로 내년 말 출범 예정인 충남희망교육재단은 서울학사건립, 취업교육, 청소년교류 등을 맡게 된다. 문화예술 업무를 총괄할 충남문화재단은 대백제전 수익금 100억원 등 총 155억원을 마련해 2011년까지 구성될 예정이다. 충남복지재단은 도와 시·군이 7대3 비율로 기금을 출연해 설립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천의료관광 재단 설립을 추진한다. 오는 12월까지 재단설립 지원 조례를 만들고 내년 상반기까지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는 재단이 설립되면 해외 자매우호도시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 연간 2000명 수준인 외국 의료관광객을 2014년까지 2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는 강화도의 풍부한 역사문화유산을 적극 보존 활용하기 위해 강화역사문화재단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는 내년 1월까지 문화재단을 구성하고, 경북도는 복지서비스 정책 개발 등을 수행할 경북행복재단을 내년 초 출범시킬 예정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충북과 대구·경북은 정부와 함께 첨단의료산업기술진흥재단을 만들고 있다. 기초단체들도 재단 설립에 동참하고 있다, 청주시는 복지정책 연구개발과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담당할 청주시 복지재단을 내년 하반기까지 설립할 예정이고, 원주시는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 설립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지자체가 많은 기금을 출연하는 등 설립을 주도하면서 재단이 산하기관으로 전락하거나 낙하산 인사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충북도의 경우 퇴직한 도청 간부 공무원과 이시종 지사 측근이 충북신용보증재단과 충북인재양성재단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경북행복재단 사무처장은 도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이 맡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재단 설립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충북도의 한 공무원은 “재단이 생기면 퇴직을 앞둔 고위 공무원들은 대환영일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전문가를 기용하지 않거나 지자체가 재단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재단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면서 “운영의 독립성과 인사의 독립성이 확보될 때 재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김황식 “부동시 완치안돼…계속 진행중”

    김황식 “부동시 완치안돼…계속 진행중”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자신의 병역면제 사유인 ‘부동시’와 관련, “아직 완치되지 않았고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안과 질환으로 최근 10년간 A병원에서 연 4회 검진을 받고 투약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또 1971년 자신의 형이 의사로 있던 병원에서 갑상선 기능항진증 진단를 허위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형님 병원에서 신체검사 제출용으로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없으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은 있다.”고 적극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사법고시 준비 당시 시력이 저하됐다.”면서 “군 신체검사 시 부동시는 과학적 정밀 기계를 통해 측정돼 당시 병역법에 따라 면제처리된 것”이라고 강력히 해명했다. 이는 전날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김 후보자가 고등학생 시절 배드민턴 선수로 활동했는데, 그럴 정도로 눈이 좋았던 사람이 몇 년 만에 5디옵터 차이로 급격히 부동시가 될 가능성은 사고나 질병을 제외하면 제로(0)에 가깝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부동시는 청소년기에 확정되기 때문에 시력이 좋다가 그 이후에 갑자기 부동시가 되는 경우는 없다는 주장이다. 안과 전문의들도 눈의 성장이 16~17세 무렵 멈추기 때문에 그 이후 한쪽 눈만 나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부동시라고 해도 운동선수로 뛰는 것이 가능하고, 김 후보자가 고등학생 시절에 부동시였으면서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못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의는 “가장 확실한 것은 지금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라면서 “특별히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당시와 지금의 시력이 다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이날 오전 출근길에는 기자들에게 “고등학교 때까지는 눈이 좋았다. 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대학 때부터”라고 말했다. 김창영 공보실장도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입학 무렵부터 급격히 나빠졌다.”고 답했다. 야권은 이런 서면 답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시’ 진단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김 후보자가 부동시 대신 ‘안과 질환’이라며 직접 표현을 피한 데다 눈이 나빠진 시점에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에 보고한 횟수는 2년 동안 61차례로, 순방 및 휴가기간을 제외하면 1주일에 한 번꼴”이라면서 “이는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상 감사결과가 중요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할 수 있다. 재임기간 중 보고 횟수는 10차례뿐이고 보고사항이 1회 평균 6.1개였다.”고 반박했다. 유지혜·강주리기자 wisepen@seoul.co.kr
  • 英, 방만경영 공공기관 대수술

    심각한 재정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영국 연립정부가 방만하게 운영돼 온 공공조직에 대한 파격적인 개혁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연립정부가 177개의 공공기관을 즉각 없애고 94개 기관을 당분간 존속시킨 뒤 폐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입수한 공공조직 개혁안에 따르면 정부는 이와 함께 4개 기관을 민영화하고 129개 기관을 통합할 계획이다. 공중보건 문제를 담당하는 보건청(HPA)을 비롯해 인공수정배아관리국(HFEA), 식품기준청(FSA) 등도 폐지대상에 올랐다. 또 영어 및 세계 각국 언어로 방송되고 있는 공영방송 BBC 월드도 폐지할 방침이다. 주무부처별로 보면 환경부 산하 50개, 보건부 산하 30개 기관 등 주로 환경·보건 관련 분야가 폐지될 것으로 나타났다. 내각 사무처 대변인은 이와 관련 “문건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정부는 책임과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이 대변인은 또 공공조직에 대한 실질적인 개혁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적절한 때가 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인 노동당 대변인은 “정부가 서민들의 일자리를 놓고 정치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어떤 정부라도 관료주의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필요한 가치 있는 공공 서비스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공공기관 구조는 노동당 정부 집권기간 동안 형성된 것으로 모두 1000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늘어났으며, 연간 650억파운드(약 118조원)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제왕적 CEO·거수기 이사회가 禍 키워

    제왕적 CEO·거수기 이사회가 禍 키워

    “신한금융지주 사태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해묵은 문제가 드러난 것뿐이다.” 16일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KB금융지주에 이어 올 들어서만 두 번째로 불거진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사회가 경영진 뜻 거스르기 어려워 국내 4대 지주사인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유가 분산돼 있어 ‘오너’가 없고, 그러다 보니 CEO에게 권한이 집중적으로 쏠려 있지만 이를 견제할 이사회의 힘은 미약한 것이다.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회장이 사퇴한 뒤 1년 가까이 회장 선임을 두고 진통을 겪은 KB금융도 마찬가지다. 6월 말 현재 KB금융의 최대주주는 지분 5.02%를 갖고 있는 ING그룹이다. 지난해에는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였다. 이렇다할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권한과 책임은 CEO에게 쏠렸다. 이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 이사회였지만 CEO가 직간접적으로 추천한 사람이 사외이사가 되고, 그 사외이사가 나오면서 다시 주변 인물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면서 이사회는 CEO가 장악하는 구도로 변했다. KB금융은 CEO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이사회의 독립성이 보장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사회가 CEO를 쥐고흔드는 꼴이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CEO가 ‘장기 집권’을 하면서 이사회의 견제력이 약화된 경우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각각 2001년과 2005년 지주사가 출범한 이래 계속 회장직을 맡고 있다. 두 회장은 지주사 출범 전 은행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특정 인물이 CEO직을 오래 맡다 보니 영향력이 확대돼 ‘제왕적 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행장이 사장되고, 사장이 회장되는 구도로 가면서 CEO가 제왕적 권력을 얻게 됐다.”면서 “이사회 멤버도 선임 때부터 경영진을 거스르지 않을 인물을 뽑으니 점차 ‘거수기’화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경우 2001년 출범 때부터 정부의 입김에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다. ●잭 웰치처럼 CEO가 후계자 키워야 금융지주사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지금까지 보여온 스탠스도 문제다. ‘관치논란’과 ‘사후약방문’식 규제가 그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권의 정서상 CEO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순전히 실력만으로 평가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금융감독당국의 개입과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장기집권이 가능했고, 그러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안 그래도 관치 논란 때문에 발언이 굉장히 조심스럽다.”면서 “그렇다고 금융 전반의 제도를 정비하는 본연의 업무를 그만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관련 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이사회 제도 개선 등 지배구조를 바꾸고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제도적 개선과 운용상의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도적으로는 ▲이사회 독립성 제고 ▲CEO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 등 CEO를 감시·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은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처럼 CEO들이 후계자를 적극적으로 키우고 이사회 멤버도 소액주주들의 추천을 받는 이사를 뽑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연·지연을 고집하는 등 인맥 중심의 금융권 문화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경영진과 그 편에 선 일부 주주·사외이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골몰하면 일반 주주들에게는 손해 아니냐.”면서 “금융권에서도 인맥 중심의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희·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 행시개편안 문제점 진단 전문가 좌담

    행시개편안 문제점 진단 전문가 좌담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5급 공무원 채용 선진화 방안이 외교통상부 특채 비리와 맞물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당초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지난 9일 당정협의에선 행정고시 선발인원을 기존 300명 선을 유지하고, ‘특채’는 행정안전부가 통합관리하는 안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울신문은 13일 공직 채용 선진화 방안 주무부서인 행안부 김동극 인력개발관, 김태룡(한국행정학회장) 상지대 교수, 권경득(한국인사행정학회장) 선문대 교수와 함께 행시 개편안 긴급점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 행시 개편안이 후퇴하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필요한 조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오해의 소지가 있는 특채 용어를 없애는 한편 공정성 시비를 줄이기 위해 수험생 부담이 늘지 않는 선에서 필기시험 도입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김태룡 교수(이하 김 교수) ‘행시 선발인원 현행선 유지’라는 당정협의 결과가 나왔다. 차후 공청회를 하면서 여론 수렴 과정도 거치겠지만 국민이 특채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는 안이 아닌가 한다. ●김동극 인력개발관(이하 김 인력개발관) 채용 기준의 공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권경득 교수(이하 권 교수) 하지만 정부 기능이 다양화하면 장기적으로 관련 전문가를 맞춤형으로 채용하는 방식의 특채비율이 늘어난다. 문제는 어느 분야 인력을 얼마만큼 뽑을 것인가이다. 부처마다 수요조사를 하겠지만 중앙인사관장 기관에서 정부 수요 변화에 따른 체계적 인력관리를 해야 한다. 이때 관건은 채용의 객관성·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다. ●김 인력개발관 현재 특채 시스템에선 객관성·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이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했다. 공채를 전제로 하되 특채로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기본적으로 특채가 ‘특혜’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 특채의 공정성·객관성 보장을 위해 행안부가 각 부처 특채를 통합관리하겠다는 안을 선진화 방안에 넣었고, 시험관리 기관도 설립하기로 했는데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데는 부족했다. ●김 교수 특채에서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우리 정치·행정 문화에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거친 적이 거의 없다. 이번 선진화 방안은 홍보의 문제를 비롯해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국민적 이해가 부족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공정성을 판가름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면 ‘최소한의 수용의 범위’인데 이 점에서 이번에 국민의 반대가 높지 않았나 싶다. ●권 교수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선진화방안 중 행안부 일괄 채용안은 일반적 트렌드에 반한다. 정부의 경쟁력,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각 부처가 적시에 인재를 채용하는 탄력적 시스템으로 분권화되고 있는데 그게 위축될 수 있다. 행안부 인사실의 주요 기능은 각 부처의 채용과정상 기술적 조언, 자문 부문과 감사다. 이 기능이 계속 위축돼 왔다. 중앙인사 관장 기능이 이번을 계기로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 인력개발관 사실상 2005년부터 특채는 각 부처가 맡았다. 그러다 보니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났는데 하나는 외교부 비리처럼 특혜로 흘러갈 소지, 두 번째는 욕 안 먹을 사람 대충 고르려는 보신주의다. 두 번째 결과로 부처 대부분이 변호사, 기술사 같은 자격증 소지자 또는 박사 학위자 뽑으려고 한다. 지난해 채용된 특채 102명 중 89명이 박사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민간인력을 수혈하려는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박람회 식으로 바꿔 부처 자율성과 통합 관리의 공정성 측면 양자를 조율해 특채를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각 부처에 특채를 맡기는 게 문제없다고 판단되는 시점엔 넘기는 게 맞다. 문제는 면접기법이 아니라 면접위원을 얼마나 공정하게 선정하고 공정하게 면접을 치르느냐이다. 전문성 있는 위원을 양성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공무원 채용 면접의 두 축은 5급 행시 면접에 쓰이는 역량면접과 고위공무원단 대상 역량평가인데 둘 다 타당성이 매우 높다. ●권 교수 면접은 기본적으로 타당성이 높다. 제도 자체나 기법상 문제보다 운영의 문제다. 염려되는 건 행안부가 모든 부처의 일괄채용을 관장하게 되면 외부 정치적 역량을 배제할 만큼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김 교수 자꾸 면접시험만 강조되는데 지원자가 공적 업무 수행의 적임자인지 판가름할 최소한의 필기시험은 쳐야 되지 않을까. 서류심사도 단순 이력서 말고 지원자가 살아온 방식, 어떤 성취를 하고 어떤 실패를 했는지 다양하게 묻는 심사체계를 만들어서 걸러야 한다. 그 다음에 최종단계로 심층면접을 통해 뽑으면 특채 객관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남는 문제는 ‘정실 개입 여부’다. 면접위원을 풀에서 무작위로 뽑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공정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겠는가. 채용의 부처별 분권화로 가려면 부처별로 뽑을 수 있는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차제에 행안부가 시간을 갖고 부처마다 채용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 주고 공정성을 담보토록 노력하면 지금 같은 혼란은 곧 해소되리라고 본다. 결국 행안부가 각 부처의 인사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김 인력개발관 특채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5급 공채 면접에서 30%가 탈락한다. 면접도 블라인드 방식이라 청탁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 서류전형도 김 교수님 말씀대로 자세히 받을 계획이다. 공직자 기본소양 테스트 부분은 여론 수렴을 거치며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필기시험이 수험생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 형태라면 우수인력 유치에 지장이 있으므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권 교수 행정이 다양화·전문화될수록 맞춤형 인재를 적기에 뽑는 게 중요하고 그 다음이 인사전담기구 설치다. 체계적인 공무원 인사 시스템 정착을 위해 각 부처에 인사 전담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중앙인사 관장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부처를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특채란 명칭에 대한 느낌도 부정적이다. 5급 특채로 들어온 이후엔 일반 공무원처럼 순환보직하지 않고 전문가풀에 계속 남는지도 궁금하다. ●김 인력개발관 당정협의 때도 명칭 문제가 거론됐는데 적당한 명칭으로 바꾸려고 검토 중이다. 당초 특채 제도 도입 땐 ‘경쟁’의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제한경쟁이다. 경쟁을 시키되 요건에 맞는 자격자가 지원할 수 있다. 사실상 공채와 특채 구별이 크지 않게 된 셈이다. ●권 교수 특채 원래 취지가 공채로 뽑기 어려운 분야가 대상인데 순환보직시킨다는 건 취지에 조금 반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 인력개발관 전문직계제도로 가야 한다. 과학 연구 파트라면 그 직계대로 계급제와 별도로 자리는 안 바뀌어도 보수는 승진체계처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타 경우엔 과장급 이상은 오히려 우수인력 채용에 제한적 요소가 된다고 본다. T자형 인사관리로 중간관리층까진 특채 라인대로 하고 이후 순환보직으로 승진체계를 갖추는 게 맞다. ●김 교수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에 전문직 특채를 늘리자는 방안도 직위분류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다만 고공단은 모든 부처를 종횡으로 왔다 갔다 하니 정무적 성격으로 보고 그 이하는 직렬을 유지해 주는 게 전문가 특채 취지에 맞다. 전문가와 일반직 비율을 3대7 정도로 하면 적절하지 않겠나. ●권 교수 전문가로 특채된 분들이 공직 헌신도나 업무 몰입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부정적으로 보면 공채와 특채 기수 간 대립구도가 생길 수도 있다. 보완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김 교수 기존 공무원제의 순기능적 측면에도 눈을 떠야 한다. 산불이 나면 기업에서 과연 끄러 오겠는가. 우리는 소방서는 물론 면사무소 직원까지 나선다. 한국 공무원에겐 외국 공무원에게 요구되지 않는 덕목, 역할도 참 많다. 기존 공무원 채용제의 부정적 측면만 내세울 게 아니라 보완하는 측면에서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다. ●권 교수 결국 공무원 채용제도는 다양성을 통한 전문성 제고가 맞다. 힘들여 뽑은 인재를 전문가로 육성, 관리하는 공직 내 경력개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김 인력개발관 일반행정가로서 동시에 전문성도 필요하니 특채로 보완하자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제 공무원은 스페셜리스트(전문가)인 동시에 제너럴리스트여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채용은 물론 경력개발, 정책역량 배양까지 갖추는 방향으로 인사제도를 보완하겠다. 시험관리 전문기관은 새로 법을 만드는 대로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 진행 전경하·정리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금리는 청와대·정부 손에?

    한국은행이 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25%)으로 동결했다. 미국·중국의 경기둔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봤던 시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 결과는 이날 채권가격 폭등(채권금리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금리 동결은 한은 스스로 명쾌하게 설명을 해내지 못했다.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일정수준까지 올리는)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면서 반대로 금리를 동결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한은이 수긍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틀 전인 7일 정부는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유난히 강조하며 금리인상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는 미국의 성장세 둔화 움직임과 유럽국가의 재정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다소 증대되고 있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내수의 중요한 부분이 주택시장이고 주택건설이 아직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통화정책의) 변수”라고 말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도 금리 동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는 떨어질 수 있으나 회복 기조는 지속되고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증가에 힘입어 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가세해 물가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고, 농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개인요금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7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들의 경기회복세 둔화와 국제원자재가격 변동 등으로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재정부는 “우리 경제는 수출호조와 전반적인 내수회복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고용증가세가 확대되는 모습이지만 주요국의 경기둔화 움직임, 국제 원자재가격 변동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넌지시 금리인상에 반대의견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금리 동결로 기준금리 인상이 연내에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채권시장은 주요 지표물들이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35%로 전날보다 0.26%포인트 떨어졌다. 이로써 국고채 3년 금리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던 2004년 12월 7일의 3.24%까지 0.11%포인트만을 남겨두게 됐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20%포인트 추락한 3.83%, 10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0.16%포인트 떨어진 4.21%로 장을 마쳤다. 1년 물 금리 역시 2.99%로 0.17%포인트 급락하는 등 지표 대부분이 작년 1월8일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의 결정에 대해 삼성증권은 “7월 금리인상으로 한은의 독립성이 커진 것으로 봤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렇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은의 신호보다는 금통위 이전에 나오는 청와대나 정부 입장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고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자본금 못지않게 방송 열정 중시해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선정의 기본계획안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한 3일 공청회에서는 납입자본금 규모와 종편·보도 PP 선정 시기에 관한 의견이 쏟아졌다.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언론학자와 법학자, 유·무료 방송업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여론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위해 보도 PP에 소규모 언론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납입자본금과 관련해 종편과 보도 PP의 정책 차별화가 필요하다.”면서 “바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방송 산업의 특성상 종편 PP의 납입자본금을 올리고 이에 따른 가산점이 주어져야 하지만, 보도 PP에는 자본금 규모에 대한 가산점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성운 KISDI 방송·전파정책연구실장은 “자본금 규모가 제작비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돈의 경쟁이 아니라 방송을 사랑하고 종편이나 보도 채널을 잘 만들겠다는 열정을 반영해야 한다.”면서 “자본금 액수가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가점의 금액 수준을 놓고도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앞서 기본계획안에서 제시한 종편과 보도 PP 순차 선정안에 대해서는 형평성 등의 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석현 YMCA 방송통신팀장은 “시간적 낭비나 불공정한 경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선정시기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며, 신청한 채널 안에서만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 실장도 “순차 선정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작게는 행정의 효율성 차원에서, 크게는 올해 내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종편과 보도 PP의 동시 선정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강정화 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종편과 보도 PP를 동시에 선정해야 하며, 방송의 공적 책임과 편성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평가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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