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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이슈] “투명성 확보” vs “자율권 확대”… 양보 없는 치킨게임

    [이슈&이슈] “투명성 확보” vs “자율권 확대”… 양보 없는 치킨게임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대립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는 투명성 확보를, BIFF는 자율권 확대를 주장하며 서로 양보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은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파국을 맞는 게임이론이다. 22일 시와 BIFF에 따르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영화제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BIFF가 지난해 민선 6기 서병수 시장의 취임과 함께 조직쇄신 요구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 조원달 시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국회와 자치의회, 언론으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받는데 세금으로 운용되는 BIFF에 대한 감사와 감독은 시의 정당한 업무”라고 강조했다. 시는 영화제를 촉매로 영화·영상산업 등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산업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BIFF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 시장도 최근 사석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BIFF는 영화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가 사사건건 운영에 개입하게 되면 영화·영상산업 고유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갈수록 반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다음달 서울에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영화인의 힘을 결집하고 나섰다. 영화인들은 항의성명을 연달아 발표하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단체 12곳은 ‘BIFF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며 BIFF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양측은 시가 BIFF에 세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엄격한 공공 잣대로 예산집행과 인력관리 등 업무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립하기 시작했다. 시는 BIFF에 지원하는 예산만 국비 15억원을 포함해 연간 75억 5000만원에 이르고 영화제 관람권 판매 수익금 등을 합칠 경우 BIFF 조직위의 연간 가용 예산만 12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최근 BIFF 조직위를 지도점검했다. 시는 이 결과를 토대로 재정집행과 인력관리, 영화제 운영 등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드러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강도 높은 개선안 마련을 요구했다. 또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비롯한 조직개혁과 BIFF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갈 비전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시는 우선 인력관리를 들었다. BIFF는 조직위원회 정규직원만 38명에 이르고 영화제 기간 단기 스태프를 합칠 경우 전체직원 수가 100명을 넘어 방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직원채용 시 공개채용하지 않고 특정 영화감독 등의 인맥을 통한 신규채용으로 투명성을 상실한 나머지 조직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제가 끝나면 모든 직원과 스태프들이 서울로 떠나버리고 부산에는 한 사람도 없다. 시는 부산의 젊은 영화·영상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부산을 영상산업 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과장은 “시는 중국 완다그룹과 1000억원 규모의 영화펀드를 조성하는 등 부산 영화의 중국시장 진출과 지역 영화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작 BIFF는 특정 인맥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고 영화제 이후 이들이 부산을 떠나는 바람에 부산의 영화산업은 빈 껍데기만 남는 꼴”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BIFF가 영화제 초청작품을 선정할 때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섭외한 다음 집행위원회에 보고하게 돼 있는 정관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초청작을 선정해 프로그래머 활동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 객관성과 투명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BIFF가 사전 품의나 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바람에 계약절차상의 문제와 증액지출 등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된다고 주장한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력채용과 예산집행을 위해서는 내부 통제기능이 작동해야 하고 그러려면 상급기관의 감시기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시의 갑작스러운 지도점검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등 후속 조치에 대해 BIFF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BIFF는 시의 개혁 요구가 지난해 영화제 당시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문제를 놓고 시와 갈등을 빚은 게 발단이 됐다고 주장한다. 서 시장의 요청에도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한 이 위원장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BIFF는 시가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비리·부패집단으로 매도하고 집행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시민으로 구성된 검증단이 시의 지도점검 결과와 BIFF가 내놓은 해명자료를 공정하게 검증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청문회도 할 수 있다”며 “검증 결과 책임질 일이 있으면 기꺼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BIFF는 시의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직원을 공개채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영화제 때마다 100여명에 가까운 단기 스태프를 공개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업무능력이 뛰어난 스태프는 다음해 영화제 때 기간제나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2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직원은 대부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2013년까지 공채를 하지 않았으나 사전에 부산시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시 간부가 참석하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채용을 결정했다”며 “지난해 5월부터는 직원을 공개채용하고 있으며 채용과 징계는 집행위원장의 위임사항”이라고 말했다. 재정운용이 방만하다는 지적도 영화제가 특정 기간에 한정된 행사가 아니라 연속성을 가진 연중행사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 품의 소홀 또는 사무인수인계서 미작성, 입장권 정산 및 현금 관리 미비, 임원 숙소관리비 임의지출 등은 착오나 단순 과실에 따른 것으로 방만한 재정 운용은 아니라고 BIFF는 설명했다. 영화제 초청작품 선정과 관련해서도 특정 시기에 신청을 받아 초청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각국 영화계의 동향과 제작 상황에 따라 사전 교섭, 초청작을 선정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초청작마다 선정 과정과 절차가 다르고 선정기준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IFF는 프로그래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역할을 존중하는 전통이 오늘날 BIFF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민선 6기 출범과 더불어 불거진 개혁 논란이 성년으로 성장한 BIFF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한 과정인지 아니면 부산시의 산하기관 길들이기인 ‘갑질’에 불과한지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막고·풀고·자르고… 임종룡의 금융 3대 철칙

    막고·풀고·자르고… 임종룡의 금융 3대 철칙

    30여년간의 재무 관료 시절, 추진력 강한 거시경제·금융정책 전문가로 꼽혔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있었던 지난 2년 농협금융을 일으켜 세운 ‘최고’ 경영자로 불렸다. 금융권 규제를 과감히 풀어 자율성을 내주되 부실 업체는 과감히 손대야 한다는 소신을 지녔다. 새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돼 관가 재입성을 앞둔 임종룡(56) 후보자 얘기다. “막고(외환3종세트), 풀고(규제), 자르고(구조조정)”로 압축되는 그의 금융철학과 정책을 미리 들여다봤다. ●“기촉법은 구조조정·법정관리의 기준” 임 후보자는 ‘기업 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기업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상업·한일은행 등 금융사 합병과 대우그룹 해체를 이끌었다. 2001년 증권제도과장 시절엔 당시 변양호 금융정책국장 등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처음 도입했다. 재무 관료 출신인 남상덕 중앙대 경제학과 객원교수는 “(기촉법 도입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틀과 근거가 마련됐다”면서 “한시적으로 5년만 적용하려 했지만 지금도 기업 구조조정과 법정 관리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인 2013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데 성공해 NH투자증권을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올려놓은 임 후보자는 지난해 5월 우투증권 WM 사업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잠시. 우투증권은 전체 인력 중 22%를 ‘정리’하고도 석 달 뒤 금융상품 판매 실적을 20% 넘게 끌어올렸다. 은행권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던 임 후보자가 기업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부실채권을 조기에 털어 내도록 했다”면서 “온화하지만 대단한 추진력”이라고 긴장감을 내보였다. ●외환시장 3대 규제… 한은 독립성 인정‘칼’만 잘 휘둘렀던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 불안에 대비한 ‘방패’도 쌓았다. 2010년 기재부 차관 시절 “썰물 때 둑을 쌓아야 밀물 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지론으로 이른바 ‘외환시장 3종세트’(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환건전성부담금 도입, 은행 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마련했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돈을 물게 해 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려는 취지였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인정해 주고,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잘 완화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포기는 안돼… 필요한 건 고수 이렇듯 꼭 필요한 규제는 고수하지만 기본 철학은 ‘자율’에 찍혀 있다. 지난 3일 열린 범금융권 대토론회에서 농협금융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임 후보자는 “규제 완화는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지금도 회자되는 ‘절절포’ 발언이다. 내정 직후에도 임 후보자는 “자율과 경쟁이 규제의 틀을 바꾸는 원칙”이라며 ‘금융규제 개혁’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따라서 앞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이중규제나 불필요한 규제는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자율에 따른 책임은 강해질 전망이다. ‘KB 사태’ 직후 일각에서 금융지주사 무용론을 제기하자 “세계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일축한 뒤 “지주 회장의 계열사 사장단 인사권을 보장해 주되 그에 따른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지난 18일 후보자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한 그는 자기 관리가 철저해 ‘흠결’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모피아 출신으로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경력을 놓고 야당이 금융 당국 수장으로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청문회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사설] 마이동풍 靑 비서실의 검사 편법 기용

    이 정도면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현직 검사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 비서관으로 기용되는 인사의 부당함을 재차, 삼차 지적하는 것조차 지겹다. 유일준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이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들어간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또 검사 3명이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내정됐다고 한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요직인 서울지검 형사1부장 등을 거쳤고 지난해 초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법률 지식을 두루 갖추고 방대한 검찰 조직에서 경험을 쌓은 검사는 업무 능력이 출중할 수 있다. 청와대가 검사를 선호하는 것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검사의 청와대행(行)이 막대한 권한을 가진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치는 데 있다. 이런 문제점은 몇 대 앞의 대통령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검찰청법에 현직 검사의 청와대 근무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근무를 마치고는 검사로 재임용되는 편법으로 청와대와 검찰이 법 조항을 깔아뭉개고 있다. 검사 출신들이 청와대에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다면 그나마 부작용이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청와대와 검찰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복귀 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와대 파견 경력이 있는 검사들은 최근 검찰 인사에서 대부분 요직을 차지했다.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잠시 일하다 청와대로 들어가 지난달 승진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경우는 더 하다. 그와 가까운 여러 검사들이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라인을 꿰차고 앉았다. 청와대는 연결 고리를 넘어 마음만 먹으면 검찰의 수사를 훤히 들여다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확립만이 아니라 민심을 파악하고 여론을 읽어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특정 지역 출신으로서 엘리트 코스를 거치고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신고한 검사 출신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피폐한 민생과 서민의 고통에 관심이나 있을까. 권력욕과 야심에 찬 정치꾼 검사로서 검찰 장악의 선봉에 서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만 키울 뿐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검찰과 선을 긋겠다고 외쳐대 봤자 그야말로 말뿐이요, 국민만 속는 셈이다. 이래서는 검찰의 독립을 영원히 이룰 수 없다.
  • 금융권 CEO 인사 태풍… 새달까지 20여명 교체

    금융권 CEO 인사 태풍… 새달까지 20여명 교체

    설 연휴 직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 태풍이 몰아칠 기세다. 농협, 하나, 신한 등 대형 금융사들이 차기 CEO 선임 절차를 앞두고 있어서다. 보험·증권·카드 등 2금융권과 금융공기업까지 합칠 경우 다음달까지 20명 안팎의 CEO가 대거 교체될 예정이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배제 바람에 힘입어 내부 출신들이 약진할지, 거물 CEO들이 연임에 성공할지 등이 이번 인사 태풍의 관전 포인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임종룡 회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됨에 따라 새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다음주 중 임시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이르면 3월 중순쯤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이경섭 지주 부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 회장으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취임 직전 농협금융경제연구소 대표를 잠시 맡았던 인연이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인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내부 출신으로는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정용근 전 농협 상호금융 대표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농협금융 조직원들조차 외부 출신 회장에 대한 열망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내부 출신이 회장에 뽑히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고 경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라리 외부 출신의 힘센 CEO가 낫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 결정을 앞두고 있다. 회장 후보군 3인에 대해 23일 면접을 벌여 최종 후보 1명을 추린다. 김 회장이 무난하게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 차질에 따른 ‘김 회장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어 ‘깜짝 반전’ 가능성도 일부 존재한다. 신한은행은 24일 차기 행장을 확정한다. 당초 서진원 행장의 연임이 확실했지만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차기 행장 후보군은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행장 후보 추천을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에게 일임한 상태라 한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장 선임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등 계파 갈등을 털어 버릴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안팎에서 거세다. KB금융과 막판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인 LIG손해보험은 김병헌 현 사장이 KB손해보험 초대 사장에 안착할지가 관심사다. 김 사장을 포함해 보험업계에서는 미래에셋·신한·KDB생명 4곳, 증권은 한국투자·현대·하나대투·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 5곳, 카드는 국민·비씨·하나카드가 다음달 CEO 임기가 끝난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3월,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5월에 각각 물러난다. 금융연구원장 후임에는 남주하 서강대 교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린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업무추진비 = 쌈짓돈’ 제동… 지방의원 개인명의로 못 쓴다

    ‘업무추진비 = 쌈짓돈’ 제동… 지방의원 개인명의로 못 쓴다

    중앙정부가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대상과 사용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독립성을 해치는 것일까, 청렴성 강화를 위한 당연한 업무일까. 행정자치부가 추진 중인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개정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12일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마련한 공청회에선 지방의원과 학계, 정부 등 각계 인사들이 지방의회 청렴성 강화라는 숙제와 정부·지자체 상생 관계 모색이라는 과제 사이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행자부는 일단 개인 명의로 지방의원 업무추진비를 쓰지 못하도록 집행 규칙에 명시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현행 지자체 업무추진비 규칙에는 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방의회가 지역 여론 수렴 활동을 하면서 집행한 비용 등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소지가 다분했다. 또 일부 지방의회가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부산 동구의원들이 업무추진비 사용에 문제를 일으켜 지난달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행자부는 이에 따라 지자체 규칙에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규정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열게 됐다. 행자부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의원 업무추진비는 이재민 및 불우 소외 계층 격려·지원, 각종 회의·행사·교육, 의정활동 및 지역 내 홍보, 직무 수행과 관련된 통상경비 등 9개 분야 31개 항목에만 쓸 수 있다. 또 동료 의원과 지방의회 소속 상근 직원에 대한 축·부의금을 빼고는 개인 명의로 집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행자부는 공청회 결과를 반영해 지자체 업무추진비 규칙 개정안을 매듭짓고 법제처 심사를 거쳐 다음달 시행하기로 했다. 발제를 맡은 최두선 재정관리과장은 “규칙을 마련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우려를 해소하고 지방의회 예산집행의 투명성,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조사평가과장도 “지방의회 청렴도가 낮은 것은 공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제를 덜 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 역시 “행자부 계획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업무추진비 집행에 진일보한 규정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김광수 서울시의원은 “집행의 투명성 확보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지방의회를 마치 산하조직처럼 간주해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청중 토론에 나선 한 지방의회 관계자도 “지방의원 급여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는 지방의회 또는 위원회의 의정 활동 수행을 위한 경비인 ‘의정운영공통경비’와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직무 수행을 위한 ‘시도의회운영업무추진비’(기관운영업무추진비)로 나뉜다. 의정운영공통경비 기준액은 시·도의원 1인당 연간 610만원, 시·군·구의원 1인당 48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시도의회운영업무추진비는 서울·경기에선 직위에 따라 1인당 160만∼530만원, 나머지 시·도에선 130만∼420만원이다. 지난해 전국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예산은 405억원(광역 93억원, 기초 312억원), 실제 집행액은 356억원(광역 85억원, 기초 271억원)이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국경없는기자회 “작년 언론자유 한국 57위로 하락”

    국경없는기자회 “작년 언론자유 한국 57위로 하락”

    ‘언론자유’가 2014년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으며 주원인은 이슬람국가(IS)나 보코하람과 같은 무장조직의 활동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국제 언론인 단체 ‘국경없는기자회’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단체가 발표한 ‘2015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자유가 가장 좋은 국가는 핀란드이며 한국은 57위로 전년 대비 7계단 떨어졌지만, 일본(59위)보다는 높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매년 독립 언론과 비영리 단체, 변호사, 인권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미디어의 다양성·독립성, 자가검열·법적 환경, 투명성 등 87개 항목에 걸쳐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는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2014년 한 해 동안 확인된 언론자유에 관한 침해가 총 3,719건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크리스토프 드루아르 파리 지국장은 “매우 다양한 여러 요인으로 (언론 자유는)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면서 “정보 전쟁이나 비국가 주체에 의한 폭군적인 보도 통제 등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에서는 분쟁 당사자 간에 “살벌한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디어 관계자는 살해나 구속이라는 직접적 표적이 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선전 활동에 협력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IS나 나이지리아 북부와 인접국 카메룬을 지속해서 습격하고 있는 보코하람, 이탈리아와 남미를 거점으로하는 범죄조직 등은 모두 “위협과 보복을 수단으로 용감하게 취재에 나섰거나 범죄조직의 홍보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거부한 언론인 등의 입을 막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국경없는기자회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는 뚜렷한 “블랙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국가 단체가 지역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 독립적인 정보 제공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종교를 내건 무장조직이 신과 선지자에 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일방적으로 단정 지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무력행사를 하는 사례를 들며 “신성 모독을 범죄로 간주하고 세계 절반에 가까운 국가의 정보 자유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언론자유 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에리트레아이며, 그다음으로는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시리아, 소말리아, 중국 순이었다. 반면 언론자유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 외에도 네덜란드,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안도라, 등 유럽 국가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홍콩은 지난해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사이에 “경찰의 직권 남용”이 있었다는 이유로 61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미국 역시 전년 대비 14계단 하락해 46위를 차지했다. 이는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 등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정보 전쟁”이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사진=국경없는기자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국경없는기자회 “2014 언론자유 1위는 핀란드”…한국은?

    국경없는기자회 “2014 언론자유 1위는 핀란드”…한국은?

    ‘언론자유’가 2014년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으며 주원인은 이슬람국가(IS)나 보코하람과 같은 무장조직의 활동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국제 언론인 단체 ‘국경없는기자회’가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단체가 발표한 ‘2015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자유가 가장 좋은 국가는 핀란드이며 한국은 57위로 전년 대비 7계단 떨어졌지만, 일본(59위)보다는 높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매년 독립 언론과 비영리 단체, 변호사, 인권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미디어의 다양성·독립성, 자가검열·법적 환경, 투명성 등 87개 항목에 걸쳐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언론자유 지수를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는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2014년 한 해 동안 확인된 언론자유에 관한 침해가 총 3,719건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크리스토프 드루아르 파리 지국장은 “매우 다양한 여러 요인으로 (언론 자유는) 전체적으로 떨어졌다”면서 “정보 전쟁이나 비국가 주체에 의한 폭군적인 보도 통제 등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에서는 분쟁 당사자 간에 “살벌한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디어 관계자는 살해나 구속이라는 직접적 표적이 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선전 활동에 협력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IS나 나이지리아 북부와 인접국 카메룬을 지속해서 습격하고 있는 보코하람, 이탈리아와 남미를 거점으로하는 범죄조직 등은 모두 “위협과 보복을 수단으로 용감하게 취재에 나섰거나 범죄조직의 홍보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거부한 언론인 등의 입을 막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국경없는기자회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는 뚜렷한 “블랙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국가 단체가 지역 전체를 지배하고 있어 독립적인 정보 제공자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종교를 내건 무장조직이 신과 선지자에 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일방적으로 단정 지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무력행사를 하는 사례를 들며 “신성 모독을 범죄로 간주하고 세계 절반에 가까운 국가의 정보 자유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언론자유 지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에리트레아이며, 그다음으로는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시리아, 소말리아, 중국 순이었다. 반면 언론자유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 외에도 네덜란드,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안도라, 등 유럽 국가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홍콩은 지난해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사이에 “경찰의 직권 남용”이 있었다는 이유로 61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미국 역시 전년 대비 14계단 하락해 46위를 차지했다. 이는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 등을 대상으로 한 미국 정부의 “정보 전쟁”이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사진=국경없는기자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최경환 “한국 경제 금리보다 구조 개혁 중요”

    최경환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금리 인하나 인상보다는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를 방문 중인 최 부총리는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두 번에 걸쳐 연 2.5%에서 2.0%로 낮아졌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재정지출도 2015년도 예산안이 전년 대비 5.5% 늘어났기 때문에 재정·통화정책상의 확장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금의 금리 수준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의 우회적인 ‘인하 압박’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호주에 이어 중국까지 돈풀기 경쟁에 가세하자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기준금리는 오는 17일 결정된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의 ‘금리 발언’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시론] 인성교육진흥법 성과 거두려면/서정화 홍익대 명예교수

    [시론] 인성교육진흥법 성과 거두려면/서정화 홍익대 명예교수

    최근 우리 교육은 희망이 아닌 우려의 대상이 된 듯하다. 미흡한 인성교육에 불만을 토로하고 개탄하는 교육 현장을 다녀보면 이런 사실을 절절히 실감할 수 있다. 학벌 중시 풍토,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 경쟁적 학습 분위기 등 학력 중심 교육이 이런 병폐를 낳은 것일 게다. 이런 우려 때문일까.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 56%가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로 ‘인성교육’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29일 정의화 국회의장 외 여야 국회의원 101명이 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도 이런 이유다. 이 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와 덕목으로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을 강조하고 있다. 법이 마련되고 통과되는 것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인성교육을 법으로 강제할 정도의 메마른 교육 현장이 안타깝다가도 최근 척박해진 교육 현장에 꼭 필요한 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법과 시행령을 만들었다고 해서 인성교육이 무조건 활성화하고 인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 것이라 넋 놓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만들어지면 오는 7월부터 교육 현장에서 시행된다. 시행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의 환경 조성이다. 학교, 가정, 지역사회 등 연계 체제가 구축된 뒤 실천되지 않으면 인성교육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인성교육이 실효성 있게 진척되고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다음 상황들이 전제돼야 한다. 우선 ‘공감’이다. 인성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구현하는 활동이라는 생각들이 학교 현장과 사회에 확산돼야 한다. 현재의 교육 활동을 점검하고 필요한 것들을 인성교육에 담도록 해야 한다. 교육 과정과 교육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물론 학교 일선에서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교원들을 위한 실질적인 연수의 강화 역시 함께 추진해야 한다. 객관식 설문 등을 통해 일률적으로 잣대를 매기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성교육 교수법 등 토대를 우선 탄탄히 하고 이에 따라 객관성을 담보하고 수치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 등이 우리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인성교육 결과를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평가 방법을 만들 때에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다음으로 ‘예산’이다. 조직과 인력이 구비되지 못하고 필요한 재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주어진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없다. 큰 정책이 발표되면 ‘잿밥’에 관심이 있는 각종 단체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부처에서 서로 결정권을 가지고자 치열한 다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인성교육진흥위원회’ 같은 자주성, 독립성을 지닌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 밖 인성교육’ 강화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하는 것’이라며 학교 안 인성교육의 무용함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는 만큼 학교 안 교육과 조화를 이루는 방안이 필수다. 학부모 교육에 필요한 가이드라인과 프로그램 및 자료를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학부모 교육 때에는 교통비를 지급하거나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일년에 몇 차례의 휴가를 보장해 주는 등 행정·제도적 지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교와 가정이 가장 핵심적인 인성교육 실천의 장이 되겠지만 지역사회,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종교단체 등에서도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영향력이 큰 언론들이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좋은 실천 사례들을 발굴하고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획일적인 방식의 인성교육 평가라든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인성교육을 보는 일이다. 지금의 교육 체계에서 인성교육만 놓고 보면 편협한 지적들이 주가 될 우려가 있다. 교육은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학교와 가정, 사회 등이 연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두가 힘을 모아 인성교육이 진흥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기고] ‘보조금부정신고센터’ 성공 요건/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기고] ‘보조금부정신고센터’ 성공 요건/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 관련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100조원을 넘었다. 전체 정부 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국가보조금이 지원되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가보조금은 예산이나 기금을 재원으로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시설자금, 운영자금 등의 형태로 지급된다. 2014년의 경우 약 52조원의 관련 예산이 2000여건의 정부 사업에 투입됐다. 이러한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부정 수급에 따른 예산누수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막대한 금액의 부정수급은 당연히 국가재정 운용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키고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수급자 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국가재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상실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보조금 부정수급의 행태는 갈수록 지능화·전문화되고 있으며, 은밀하게 진행되고 연속적인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고 있다. 예로 가공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급, 이용 건수 및 이용 시간 부풀리기, 용도 외 사용, 동일 사업에 대한 복수 부처의 중복지급, 비지원 대상 단체에 대한 부당지급, 실적 부풀리기를 통한 과다지급 등이 포함된다. 영국을 비롯한 선진복지국가에서도 복지 부정과 보조금 부정을 ‘현대의 전염병’으로 간주할 정도로 복지제도의 금전적 누수를 경계하면서 적극적인 예방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부정수급을 관할하는 정부기관을 창설하고 부정수급을 방지할 법률과 규정을 강화하며, 현황과 문제점을 정리해 대처 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복지 분야의 국가재정 손실 비리 척결과 부정수급 근절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국가보조금 전반을 아우르는 부정수급 신고센터를 국민권익위원회로 일원화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지난달 6일 출범한 범정부 차원의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에게 부정수급의 폐해를 제대로 인식시키고 신고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홍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보다 지능화하고 진화되는 부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신고센터의 전문성이 발휘되도록 인력풀과 내부 인적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기적인 부정수급 조사 이외에 범부처의 빅데이터를 연동하고 부정수급 발생 여건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등 선제적인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즉 구조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수급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의 정보 공유를 통해 부정수급 가능성을 봉쇄하고 추적해 나가는 공조 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여러 부처 및 기관에서 발생 가능한 복지·보조금의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척결하도록 신고센터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일원화된 초창기에는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높은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인 조사를 함으로써 거짓으로 나랏돈을 챙기는 행위가 큰 잘못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신고센터의 존재를 인지하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다.
  • [열린세상] 깨진 창문/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깨진 창문/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건물의 깨진 유리 창문을 보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동시에 깨진 창문은 곧 수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깨진 창문이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에는 이 건물은 관리가 안 되는 건물로 인식되고, 결국엔 나머지 창문들까지 깨진다. 뿐만 아니라 건물엔 낙서가 그려지고, 쓰레기가 버려지고 결국엔 부랑자들이나 불량 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된다. 그 근처에 살던 주민들은 황폐해지고 위험해진 그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고, 결국 그 마을은 마약사범 등 범죄의 소굴이 돼 통제할 수 없는 무질서를 가져온다. 이는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공동으로 발표한 ‘깨진 창문’이라는 글에서 주장돼 범죄심리학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깨진 창문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나중에는 지역 또는 사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뉴욕·시카고·보스턴시는 이 이론을 치안 대책으로 활용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뉴욕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권고가 나돌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켈링 교수는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했으며, 1994년 뉴욕시장에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지하철에서 성과를 올린 범죄 억제 대책을 뉴욕 경찰에 도입했다. 그 결과 범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고, 마침내 범죄 도시의 오명을 불식하는 데 성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 혁신을 주제로 행정자치부와 법무부 등 8개 정부부처 합동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법질서 확립을 위해 ‘깨진 창문 이론’을 언급했다. 그런데 기초적 생활 질서가 확립돼 비교적 안정화된 우리나라에서 ‘깨진 창문 이론’은 공권력의 불공정 내지 부정부패의 적용에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권력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이지만, 이 신뢰는 유리창과 같아서 깨지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불공정과 부정부패는 공권력의 무질서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보여 주는 깨진 유리창이라고 볼 수 있다. 불공정과 부정부패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무질서를 낳고, 무질서는 사회악을 낳는 암적 존재인 것이다. 역대 정부가 국가경쟁력과 바로 연결되는 대한민국의 청렴도를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특별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는 것도 공권력 행사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제투명성기구는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부패인식지수)를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에서 27위에 해당하며 일본, 홍콩, 대만보다도 뒤진 점수다. 지난 1일 발표된 2014~15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 항목별 순위를 보더라도 종합순위는 조사 대상 144개국 중 26위이지만 정책결정 투명성 133위, 정치인 신뢰 97위, 사법부 독립성 82위, 공무원 편파성 82위, 법효율성(규제완화) 113위 등 낮은 순위를 보여 주는 것도 위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류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면 공권력 행사와 관련해 진정한 협력을 위한 국민의 신뢰를 단절시키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행위가 절차적으로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이를 진정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정부의 행위가 불공정과 부패로 신뢰할 수 없다면 국정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주고받았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온갖 불공정, 부정부패의 고리를 단절하고 청렴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그려진 부패의 낙서를 지워야 한다. 얼룩진 낙서를 청소하는 일에 공적 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적 기관의 구성원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부정부패는 심리적 요소를 담고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일거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청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금융위, 은행연합회 두 달 가까이 사사건건 제동 왜

    금융위, 은행연합회 두 달 가까이 사사건건 제동 왜

    금융 당국과 은행연합회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 금융위원회가 잇따라 은행연합회에 제동을 걸어서다. 금융위는 “(연합회의) 지나친 입김 억제를 통한 유관기관 독립성 강화”를 내세운다. 연합회는 “민간 힘빼기”라고 반발한다. 금융위가 갑작스레 연합회에 칼끝을 겨눈 터라 그 뒷배경을 둘러싸고 온갖 설이 분분하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6일 이사회에서 하영구 회장의 연봉을 올해 20% 삭감하고 임원 연봉 동결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표면적인 이유는 “(연합회를 구성하는) 사원은행의 수익성 저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연합회는 2013년부터 임원 연봉을 동결해 왔다. 여기에 회장 연봉 20% 삭감까지 얹은 것은 금융위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연합회가 손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하 회장은 “자진삭감”이라고 주장하지만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연합회 예산 편성 논의 때부터 금융위가 수차례 ‘성의 표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연구원과 금융연수원,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을 은행연합회장이 겸직하는 관행도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감사 겸직도 제동을 걸었다. 금융연구원과 금융연수원은 은행연합회에서 분리된 조직이고, 국제금융센터는 금융연구원 산하기관이어서 이들 3곳의 이사회 의장은 관행처럼 은행연합회장이 맡아 왔다. 의장직을 내려놓게 되면 연합회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위 측은 “은행권 이익을 대변한다는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연합회 영향력이 필요 이상으로 커진 측면이 있다”며 “연구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잡음이 없었던 관례를 새삼스레 영향력 운운하며 없애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오히려 (특정 은행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개별 사원은행보다 중립적인 연합회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게 더 독립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금융협회장을 맡지 못하자 민간의 힘을 빼려는 시도”라고 의심했다. 5대 금융협회의 부회장직 폐지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한다. 현재 금융연구원 이사회 멤버 5명 중 은행연합회장과 부회장이 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회장이 이사회 의장 자리를 내놓고 부회장 직도 없어지면 금융연구원 이사회에서 은행연합회는 완전히 배제된다. 금융위 측은 “협회 부회장 자리가 사실상 낙하산 자리로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아 이를 원천적으로 개선하려는 취지”라며 펄쩍 뛰었다. 올해 폐지된 연합회 직원들의 ‘개인연금 보조금 지원’도 금융 당국이 연합회 총회 직전 사원은행들에 사전 정지작업을 해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금융위의 잇단 연합회 ‘딴지 걸기’를 두고 금융권에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인사에서 수차례 이름이 거론되며 ‘만사정통’(모든 인사는 정찬우로 통한다)이란 별칭을 얻은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이 배후에 있다는 설이다. 정 부위원장은 금융연구원 부원장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시절 금융연구원 내부에서 회장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정 부위원장이 이를 염두에 두고 연합회 개편 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연합회의 신용정보 집중 업무를 떼내려는 금융위 시도에 연합회가 반발하자 ‘손보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있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후임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줌 인 서울] 시장 직속 감사委, 현직 시장 견제 가능할까?

    서울시가 현재 행정1부시장 산하에 있는 감사관을 ‘감사위원회’로 전환해 시장 직속으로 운영한다. 시는 이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던 자체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자체 감사기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시장 직속으로 운영되는 감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3명 이상 7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산하에 감사담당관 등 3개 부서를 두고 공직사회 혁신대책을 모두 관장한다. 감사위원에는 3년 이상 관련 경력이 있는 5급 이상 공무원, 판사, 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을 위촉하게 된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시민감사옴부즈맨도 시장 직속의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민감사옴부즈맨위원회’로 전환된다. 옴부즈맨은 지원 조직이 1개 팀에 불과하고 구성원 대부분이 시간제 계약직이어서 직무 몰입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시는 이에 기존 조직을 시민감사옴부즈맨위원회로 격상하고 시장이 임명하는 위원장과 위원 7명 이내 조직으로 재편한다. 박원순 시장은 “자체 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 지난해 8월 발표한 공직사회 혁신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감사조직 개편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감사기구가 시장 직속으로 운영될 경우 전임 시장 시절 추진한 사업에 대해선 철저한 감사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현직 시장의 추진 사업에 대해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3선까지 연임이 가능한 상황에서 감사기관이 현재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에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감사기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때 한 몸이었는데, 이젠 강제로라도 만나게 하자/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때 한 몸이었는데, 이젠 강제로라도 만나게 하자/전경하 경제부 차장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금융분야 평가 보고서의 부속서인 ‘스트레스 테스트와 금융안정 분석에 대한 기술적 노트’에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각자의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MF는 더 나아가 정보가 공유된다면 감독 당국이 은행권 리스크에 대해 보다 일관된 시각을 갖고 필요한 정책을 알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유하면 훨씬 득이 될 텐데 왜 안 하느냐는 지적을 에둘러 한 것이다. 두 기관이 진행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하니 아예 공개해 가져가게 하자는 논리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 금감원 내 은행 감독 조직은 한때 한은 산하 조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 정부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의 네 기관을 합치는 논의를 시작했다. 외환위기 발생 이후 네 기관으로 나눠진 감독기구의 비효율성이 더욱 부각됐고 IMF 권고도 더해져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부부가 헤어지면 남이 되는 것처럼 현재 한은과 금감원은 따로 움직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분리됐던 은행감독 기능을 중앙은행에 되돌려 줬다. 국내에서는 금융안정을 한은의 목표에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2011년 국회를 통과했다. 미국의 은행 감독 업무는 금융위기 전이나 후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갖고 있다. 돈을 시장에 공급하는 중앙은행이 은행에서 이 돈을 제대로 푸는지 감독할 기제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을 정상적인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돈은 중앙은행의 돈도 아니고 마구 풀려도 부작용이 없는 돈도 아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한때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때 우리 정부의 요구 중 하나는 그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감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였다. 공급자의 권리였다. 한은도 공급자로서 이런 요구를 금감원에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금감원은 한은의 요구가 없어도 금융시장 안정 등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 답은 ‘천만에요’일 거다. 한은에 은행감독 기능을 다시 줘야 하는가의 문제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문제다. 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외국이 아닌 우리 상황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출범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직이 아니라 운용의 틀을 바꿔 보자. 금융위기 발생과 진화 과정을 다룬 미국 영화 ‘대마불사’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재무부 장관과 연준 의장의 잦은 금요일 조찬 회동이었다. 두 직책의 인물은 이런저런 정기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서별관 회의에서 만났는지 여부가 기사다. 한 달에 한두 번 열리는 금융위원회 본회의에 한은 부총재가 참석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기재부 중심의 상황점검회의에 금융위와 한은이 참석하는 것이 회동의 전부다. 정기적인 회동은 한은의 독립성 침해가 아니다. 한은법에는 ‘통화신용 정책은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정부에는 부처는 물론 금융감독 당국도 있다. 조화는 서류로도 되지만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의논해야 더 잘 된다. lark3@seoul.co.kr
  • ‘짝퉁’ 인터넷뱅킹 NO!… 틈새 찾아야 살아남는다

    ‘짝퉁’ 인터넷뱅킹 NO!… 틈새 찾아야 살아남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미 발달한 외국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전통 은행의 영역에서 벗어나 틈새시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이제 막 도입 검토 단계인 우리나라도 “기존의 인터넷뱅킹(온라인 송금·이체 서비스)과 차별화하지 못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흐름상 초기에는 기존 은행들이 주도하겠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회사들이 폭넓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서진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19일 “인터넷은행으로 들어오는 곳은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기존 은행들이 갖고 있는 고객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면서 “은행이 아닌 회사가 금융업과의 합작을 통해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선두주자인 얼라이은행이 대표적이다. 얼라이뱅크는 자동차 회사 GM과 손잡고 오토론과 리스에 특화했다. 예금은 인터넷으로 받고, 자동차 할부금융이나 딜러들에게 대출하는 방식으로 돈을 굴린다. 미국의 찰스슈와프뱅크와 E-트레이드는 라인 증권사가, ING다이렉트는 보험회사가 각각 설립한 인터넷은행이다. 강 연구위원은 “미국은 전통 은행과 똑같은 인가 조건으로 설립하지만, 모기업의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 모형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영업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차별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일본 역시 사업모델 특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이 강한 일본은 인터넷은행 도입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비금융회사들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20% 이상으로 늘려 줬다. 우리나라는 현재 4%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그 대신 모기업(산업자본 등)으로부터 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사업 모델 심사를 통해 업무 범위를 탄력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는 8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있다. 주주는 은행과 인터넷 포털사, 은행과 유통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대표적으로 재팬넷뱅크는 2000년 스미모토미쓰이은행(SMBC)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이 각각 41%씩 출자해 세웠다. 재팬넷뱅크는 기존 SMBC 고객들과 중복되지 않도록 야후재팬 고객들을 상대로 지급 결제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유가증권을 특화 사업으로 내세웠다. 그렇다고 ‘무늬만 은행’에 머물러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2001년 설립된 일본의 e-뱅크는 대출이나 유가증권 없이 지급결제 업무만 하다 지속적인 적자로 2010년 라쿠텐뱅크로 넘어갔다. 은행 간판을 내걸고도 충분한 고객 기반 없이 지급 결제 수단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다른 비즈니스들을 창출해 낸다면 서너 개만 들어서도 금융산업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되 모기업이나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면 난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업에 대한 전체 인가를 내주는 것보다 부문별로 라이선스(자격)를 쪼개 사업 모델을 심사하고 허가하는 방식으로 가야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여야 2+2 회동] 개헌특위 불발… 여야, 날 선 공방 속 ‘재탕 합의’로 생색내기

    [여야 2+2 회동] 개헌특위 불발… 여야, 날 선 공방 속 ‘재탕 합의’로 생색내기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2+2’ 회동을 하고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서로의 간극이 여전히 멀다는 것만 확인하는 만남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가 내 놓은 몇 가지 합의 사항은 정쟁을 가리기 위한 ‘재탕 합의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 대표실에서 회동을 했다. 여야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구성에 합의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김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와 만나 “힘든 대화를 많이 했다. 야당에서 개헌특위 구성을 굉장히 강력하게 요구했는데 그것 때문에 한 시간 이상 격론을 벌였다”며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야 지도부가 회동이 진행된 80분 가운데 8할을 개헌특위 구성 논의에 할애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게 이날 회동의 요지였다. 여야 대변인은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야당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했고 여당은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했어야 할 회동이었지만 여야는 3가지 합의 사항도 함께 내놨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되 법리상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한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2월 임시국회에서 구성하고 정치개혁 전반을 논의한다 ▲선거구 재획정을 위해 이해 당사자인 국회가 아닌 독립적 기구를 구성한다 등이었다. 그러나 ‘김영란법 2월 국회 우선 처리’는 지난 12일 여야 원내지도부와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만나 이미 합의한 내용이다. 정개특위를 2월에 구성한다는 것 역시 지난 8일 여야 원내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정치권의 기대를 모은 대표급 회동이었음에도 기존 합의를 재확인하는 자리에 그친 것이다. 선거구 재획정 논의를 위한 독립적 기구를 구성한다는 합의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정개특위에서 선거 제도부터 확정돼야 선거구재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아직 재획정위 구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재획정위를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결국 의원들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꼼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재획정위를 두는 쪽으로 중지를 모았었다. 하지만 야당이 “재획정위를 선관위에 두면 집권 여당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독립성 보장을 위해 민간기구 형태로 구성하는 방안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선관위는 국회에서 예산을 받아 써야 하고 국회로부터 국정감사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국회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독립적인 기구를 민간을 비롯해 어디에 둘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법 처리 문제도 논의됐지만 야당의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 대표는 당 세미나 축사에서 “야당에 애걸복걸 사정을 해도 (처리를) 안 해 주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을 “패스트 트랙에 태워 처리하자”는 주장이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제기됐다. 북한인권법을 신속처리안건(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지정해 본회의까지 자동 부의시켜 처리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외통위원 23명 가운데 14명(60.9%)이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 유기준 외통위원장을 비롯해 야당이 여야 관계 경색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차르… 금융위기 때 환율 관리 못해”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의 차르… 금융위기 때 환율 관리 못해”

    강만수(왼쪽)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을 ‘외환시장의 절대 군주 차르’라고 비판했다. 평소 ‘한은이 제대로 하는 게 뭐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는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한은이 환율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성태(오른쪽) 전 한은 총재는 “강 전 장관이 남 탓을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강 전 장관은 5일 출간된 비망록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삼성경제연구소)에서 “지난 43년의 공직 생활은 비판과 비난의 범벅이었지만 그것이 관료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강 전 장관은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차관이었고 금융위기 때는 기재부 장관이었다. 강 전 장관은 “2008년 당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50원을 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런데 이성태 당시 한은 총재는 한 포럼에서 적정 환율을 970∼980원이라고 발언해 하루에 원·달러 환율을 20.9원이나 떨어뜨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은이 외환위기를 앞두고서도 원·달러 환율 890원이 마지노선이라고 버텼다”면서 “정상적일 때는 몰라도 위기를 앞두고는 환율을 중앙은행에 위임해서는 안 되고 시장에 맡겨서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추진한 고환율 정책은 그 과실이 일부 수출 대기업으로만 흘러 들어가 오늘날 우리 경제의 불균형 성장을 더 심화시킨 주범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환율에 대한 최종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강 전 장관이 왜 남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외환정책을 이끄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당시 강 전 장관은 한은의 동참을 얻어내기 위한 설득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본인 주장만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은 입장에서 환율 관리는 화폐 발행액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근본적인 문제”라며 “강 전 장관은 한은 독립성의 알파이자 오메가를 마음대로 동원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율 관리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이 부족하다면 국회에 발행 한도 증액을 요청하면 되는데 당시 기재부는 외평채 한도를 다 쓰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은이 가진 수단을 손쉽게 이용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기억이 달랐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27일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0.75% 포인트 내렸다. 강 전 장관은 “상황이 위중하니 기준금리를 1% 포인트 내렸으면 좋겠다”고 한은 총재에게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반면 이 전 총재는 “대통령이 주말에 긴급히 회의를 소집해 한은에 좀 더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 전 장관이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 내리라고 언급한 적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부자 감세 비판과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논란이 아직 끊이지 않고 있지만 강 전 장관은 “(내가 밀어붙인) 35조원의 대규모 감세 정책 등 덕분에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의 기초 인프라 건설을 위해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다”면서 “아직은 자전거길 조성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주변에 많은 관광 레저 산업이 들어서면 내수산업 진작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이란 대통령 “고립 벗어나야 경제성장”

    이란 대통령 “고립 벗어나야 경제성장”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해 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고립에서 벗어나야 경제성장을 꾀할 수 있다”며 보수파를 압박하고 나섰다. 경제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서방과의 핵 협상에 반대해 온 의회 내 보수세력을 겨냥해 “국민투표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경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1500여명의 경제학자 앞에서 개방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그간의 정치적 경험을 통해 고립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정부의 독점 경제체제로는 이란의 경제가 더 이상 번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제재로 경제가 곤두박질쳤고, 최근 유가 하락까지 더해져 재정 적자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칼리즈타임스는 “(이란 정부가) 지난해보다 6%가량 예산을 늘려 편성했지만 20%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탓에 오히려 예산이 깎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로하니 대통령은 “과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란에 오면 독립성이 침해당할 것이라 여기던 시절은 끝났다. 정부 통계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부패와도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로하니 대통령의 칼끝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보수파를 겨눴다고 평가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제재 해소의 첫 단추인 서방 6개국과의 핵 협상을 거론하며 “우리의 이상은 원심분리기 수에 얽매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의지에 달려 있다. (강경파가 집권한) 의회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대신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승부수를 던졌다. 이어 “이 정부는 국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지만 정치적 반발이 너무 드세다”고 하소연했다. 이란은 오는 15일 미국을 위시한 서방 6개국 대표들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의 최종 타결을 위한 세부 사항 조율에 들어간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부고] 눈감는 순간에도 ‘죽을 권리’ 쓰다

    [부고] 눈감는 순간에도 ‘죽을 권리’ 쓰다

    “남편을 사랑합니다. 내 친구들을 사랑합니다. 전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삶은 점차 견딜 수 없게 됐고 긍정적인 면들이 부정적인 면들과 균형을 맞출 수 없었습니다.” 4일 인디펜던트는 ‘죽을 권리’를 주장하다가 지난달 23일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51년간의 삶을 마감한 영국인 데비 퍼디의 마지막 편지를 공개했다. 1995년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은 퍼디는 존엄사를 허용한 스위스로 가려다 남편 오마르 푸엔테가 자살 방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법 개정 운동을 벌여 2009년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고, 검찰은 2010년 존엄사의 구체적 기준을 정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퍼디는 마지막 편지에서 다시금 존엄사의 전면 허용을 주장했다. 퍼디는 “검찰이 만든 가이드라인은 살날이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말기 환자들에게나 적합할 뿐 불치의 병으로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퍼디의 죽음 이후 영국에선 다시 존엄사 합법화 운동이 일고 있다. 퍼디는 2009년 승소 이후 한때 행복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죽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이 더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과 같았다. 남편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놀러 다니고 식사를 하며 즐겁게 보낸 그 시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적었다. 위기는 2012년에 왔다. 증세가 악화되면서 온몸을 쓸 수 없게 됐다. 몇 주간 휠체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했고 등창도 생겼다. 주변의 헌신적인 보살핌이 있었지만 애써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다. 퍼디는 “나만의 독립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퍼디는 마리큐리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한 뒤 이번엔 스스로 죽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식사도, 약도 끊었다. 퍼디는 존엄사를 전면 허용해야 하는 근거로 스스로 죽는 이 과정이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했다. 길게는 1년 정도 죽어 가는 걸 보여 줘야 하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한 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며 “죽겠다는 결심 자체도 어려운데 죽는 방법을 선택하고 통제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는 퍼디가 죽기 전 잠깐 기력을 회복했을 때 이 편지를 썼다고 전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환자안전법 ‘종현이법’ 결실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30일 안에 국가환자안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환자안전법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0년 의료사고로 사망한 정종현(당시 9세)군의 이름을 따 이른바 ‘종현이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의료사고 내용을 공유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학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환자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법적 규정을 마련해 안전하고 질 높은 의료환경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당시 종현이는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의료진 과실로 척수강 내에 맞아 극심한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다. 종현이 사례와 같은 투약 사고가 이전에도 빈번하게 일어났음을 안 종현이 부모는 환자단체들과 함께 ‘환자안전법’ 제정 운동을 시작했고 올해 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원안에는 병원이 의무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 상임위 종합심사 과정에서 ‘자율’ 보고하는 것으로 일부 수정됐다. 자율 보고를 해도 병원에 불리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는다. 병원급 의료기관에 환자 안전을 위한 환자안전위원회와 환자안전전담인력을 두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지방의료원의 폐업 기준을 강화하고 폐업이나 해산에 앞서 입원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는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방의료원 이사회에는 지역주민과 전문가가 많이 참여하도록 했다. 지난해 경영난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는 과정에서 빚어진 경남도와 지역 주민 및 중앙정부와의 충돌 같은 사태를 막자는 취지다. 법안에는 지방의료 원장의 경영성과를 의료원 평가 항목에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방의료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이지만 원장들이 경영 평가에만 신경을 써 공공보건의료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원의 주요 규정을 개정할 때 해당 지자체장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도 자칫 의료원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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