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독과점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소유자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대구대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4·19혁명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 임신부
    2026-02-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909
  • 미학 좇은 20년… 민병훈 “모든 영화는 새롭게 부활할 기회 온다”

    미학 좇은 20년… 민병훈 “모든 영화는 새롭게 부활할 기회 온다”

    극장 상영 거부… 관객 직접 만나 최근작 ‘황제’ 등 총 10편 소개지난해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한 영화 ‘황제’(2017)로 인간을 구원하는 예술을 보여 줬던 민병훈(49) 감독이 감독 데뷔 20주년을 맞아 전작들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다음달 6일부터 29일까지 메가박스 제주에서 열리는 ‘민병훈 감독 데뷔 20주년 특별전’을 통해서다. 민 감독은 “영화는 행동의 한 방법이자 진실이기 때문에 그간 사람, 특히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 왔다”며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들이 극장에서 금세 사라지기도 하고 금세 잊혀지기도 했지만 모든 영화는 새롭게 부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특별전의 소회를 밝혔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좋아해 러시아에서 영화를 공부한 민 감독은 데뷔 이후 줄곧 영화 미학을 추구해 왔다. 데뷔작인 ‘벌이 날다’(1998)로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국내 영화계의 독과점, 수직계열화 문제를 비판하며 극장 상영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배급 통로를 구축하는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젝트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2001), ‘포도 나무를 베어라’(2007) 등 두려움 3부작을 이루는 초기작부터 최근작인 ‘황제’, 단편영화까지 총 10편이 소개된다. 상영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에 이뤄진다. 매주 토요일 상영 이후에는 민 감독과 출연 배우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열린다. 민 감독은 요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휴먼 멜로 영화 ‘기적’을 촬영 중이다. 작품은 내년 상반기 국내외 영화제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그래픽 카드 왜 자꾸 비싸질까?

    [고든 정의 TECH+] 그래픽 카드 왜 자꾸 비싸질까?

    컴퓨터를 구성하는 부품은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머리에 해당하는 CPU와 CPU를 포함한 다른 부품을 끼우는 메인보드가 있습니다. 여기에 파워서플라이, 메모리, SSD/하드디스크를 포함한 저장장치를 끼워야 컴퓨터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래픽 카드나 사운드 카드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고 이 모두를 담을 케이스와 컴퓨터를 식히기 위한 냉각 팬도 필요합니다. 요즘은 활용도가 떨어지지만, DVD나 블루레이 드라이브 역시 케이스에 자리가 있으면 달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음악을 듣고 싶으면 사운드 카드가 꼭 필요했고 3D 게임을 하고 싶으면 그래픽카드 외에 별도의 3D 가속기를 달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56K 모뎀 같은 별도의 카드 역시 달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사운드 카드와 모뎀은 메인보드로 통합됐습니다. 사운드 카드는 여전히 판매되지만, 내장 사운드 장치의 성능도 크게 좋아져 일부 소비자만 구매하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내장 그래픽의 성능도 좋아져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을 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굳이 별도의 그래픽 카드를 구매할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많은 그래픽 카드가 아직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채굴 붐으로 인해 몸값이 뛰기도 했고 인공지능에 널리 쓰이는 고성능 GPU에 대한 수요도 있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임용이 아니라면 고가 그래픽 카드는 필수가 아니지만, 게임을 하게 되는 순간 필수품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 가격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최근 공개한 지포스 RTX의 경우 RTX 2080 Ti는 999달러, RTX 2080은 699달러, RTX 2070은 499달러로 웬만한 컴퓨터 한 대나 노트북 한 대 값입니다. 여기에 엔비디아에서 따로 내놓는 파운더스 에디션은 100-200달러가 더 비쌉니다. 최신 그래픽 카드 하나 살 돈으로 컴퓨터 하나 더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는 항상 비쌌지만, 과거에는 이 정도로 비싸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 등장한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GTX 480은 499달러, GTX 470은 349달러였습니다. 2년 후 출시한 GTX 680과 GTX 670도 500달러와 4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나온 GTX 980Ti/GTX 980/GTX 970은 각각 649/549/329달러에 출시했고 작년 출시한 GTX 1080Ti//GTX 1080/GTX 1070는 699/549/379달러로 최상위 단일 GPU 그래픽 카드 가격이 조금씩 오르더니 이번에는 대폭 인상된 것입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공정 미세화에 따라 제조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과거 GTX 470/480에 쓰인 GPU의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30억 개인 반면 RTX 2080Ti에 쓰이는 튜링 칩은 186억 개에 달합니다. 이런 큰 프로세서를 제작하기 위해서 제조 공정을 40nm에서 12nm까지 낮췄는데, 미세 공정일수록 같은 크기의 칩이라도 제조 단가가 올라갑니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더 큰 웨이퍼를 사용하거나 생산량을 늘려 이에 대응하지만, 그래픽 카드에 쓰이는 대형 GPU는 워낙 크기가 커서 생산 단가를 낮추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CPU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프로세서와 비교해서 특히 그래픽 카드 가격이 더 오른 것은 이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조사인 엔비디아의 매출과 수익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이죠.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에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40%, 순이익은 무려 89% 증가했습나다. (매출 31.2억 달러, 순이익 11억 달러) 따라서 그래픽카드 가격 인상의 다른 중요한 요인은 고성능 그래픽 카드 시장의 독점입니다. 독립 그래픽 카드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 두 회사가 나눠 가지는 독과점 구조였는데, 본래 엔비디아가 다소 우세하긴 했지만 지난 몇 년간은 거의 일방적으로 경쟁자를 누르고 CPU 시장처럼 독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인 스팀 (Steam) 통계에 의하면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게임 유저의 비율은 2016년 6월에는 56.7%였지만, 2018년 7월에는 76.4%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AMD의 점유율은 25.1%에서 13.9%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나머지는 인텔 내장 그래픽) AMD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고성능 신형 그래픽 카드 가격을 낮출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여기에 채굴이나 인공지능 연구의 목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는 수요가 많다는 것 역시 가능한 설명입니다. 가상화폐 채굴 붐은 이제 좀 가라앉았지만, 인공지능 관련 수요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비싸도 기꺼이 구매할 수요층이 자꾸 증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이엔드 제품의 가격은 점점 비싸질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싸지는 건 다 이유가 있지만, 그게 옳다고 말할 순 없을 것입니다. 만약 이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면 쉽게 가격을 올려 받기 힘들기 때문이죠. 현재 CPU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많은 연구와 투자를 통해 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엔비디아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반대로 칭찬할 일이죠. 다만 게임뿐 아니라 인공지능, 고성능 병렬 연산, 전문적인 그래픽 작업에서 널리 쓰이는 그래픽 카드 시장의 경쟁 유도를 위해 경쟁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이 부분에서 AMD와 인텔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시장 경제의 가장 큰 적이 공산주의가 아니라 독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연구 보조금 지급 같은 정부의 시장 간섭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 국면 주도해야… 野와 협치는 필수”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 국면 주도해야… 野와 협치는 필수”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 국면을 주도해야 합니다. 국제 정세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국익을 위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불가능합니다.”남재희(84) 전 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정치평론가로 손꼽힌다. 서울신문 주필 등 언론인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지내며 언론과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장관 재임 당시에도 노동계의 무노동 부분임금을 지지하면서 ‘비판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웅숭 깊은 진보적 색채의 칼럼으로 우리 사회에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관훈클럽에서 만난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형형(炯炯)한 눈빛으로 북핵 등 국제 정세와 한국 정치에 대해 막힘 없이 의견을 풀어냈다.→요즘 북·미 회담을 보면 마치 외줄타기 하는 광대를 눈앞에서 보는 듯하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최고도의 전략 전술을 발휘하는 거다. 미국은 회담 과정에서 두 개의 목표가 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핵의 제거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ICBM 해결은 끝난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활용할 카드가 생긴 셈이다. ‘내 업적은 ICBM을 제거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북핵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계속 북핵 협상에 낙관적인 이유다. 하지만 북한에게 핵은 유일한 밑천이다. 핵 하나만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불가침협정, 수교, 원조 등 여러 가지를 다 해결해야 한다. 협상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도 3년 중에 1년은 전쟁을 하고 나머지 2년은 전쟁과 협상이 동시에 진행됐다. 그러나 둘 다 판이 깨지는 걸 원치 않으니 결국 긴장 완화로 향할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 인정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야기한 건 아니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미리 인정하지는 않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주둔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일 것이다. 국제정치의 큰 흐름으로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수용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중간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부시가) ‘디스 맨’이라고 지칭했다. 우리 식으로는 ‘이 자’에 해당한다.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 재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 ‘크레이지’(Crazy)라는 표현을 썼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강경화 외무장관 등을 계속 특사로 보냈다. 그 덕분에 아직 미국과의 관계는 부드러운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국익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본 라인은 건드릴 수 없다. 2000년대 말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를 시도했다. 그 일본 민주당 정권은 단명했다. 미국 외교 라인과의 마찰이 한 요인이 됐다는 게 국제정치학계의 정설이다. 미국을 벗어난 자주외교는 쉽지 않다. 그게 우리 앞에 놓인 운명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출범 초에 ‘혁명적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니 혁명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1960년 4·19 이후 장면 정부는 혁명적 상황을 비혁명적인 해법으로 일관했다. 군의 부정부패를 그대로 방치했다. 혁명적 상황에서는 최소한 반 정도는 혁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 조류에 씻겨 내려간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긍정적으로 본다. 기무사 해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여당의 폭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정치 지형은 보수가 강하다. 이는 남북이 분단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향력도 엄청났다. 그에 반해 진보는 아예 없다시피 하다. 정치 지형만 놓고 보면 어쩌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가 문재인 정부로 이어 온 것이다. 진보 정부라도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닌 약한 진보다.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자유한국당은 ‘연옥’을 거쳐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청와대의 협치내각 구상은 어떻게 보나.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 관련 기사를 가리키며) 이 의원이 자꾸 말을 잘못한다. 협치하자고 하면서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고 이야기하면 되겠나. 여당이 원내 과반수에 미달하면 야당을 슬슬 구슬러야 한다. 끌어들이지 못할망정 도발하는 건 맞지 않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갈등을 빚거나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나(이 의원)는 (예전에) 총리였고, 넌(문 대통령) 민정수석이었고, 난 (운동권) 선배고 넌 후배’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인터뷰가 끝난 직후 이 의원이 문 대통령을 ‘문 실장’이라 지칭한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등 개헌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활발하다. -인구 대비 적정 국회의원 수는 우리나라가 500명 정도이지만, 단원제를 감안하면 350명 정도가 적정 숫자다. 의원수를 현재보다 늘리는 데 대해 국민의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숙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럽식 선진 정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2015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것이다. 지금의 구도는 상대방보다 약간의 표만 더 받으면 권력의 전부를 갖는 거다.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례는 대표의 원리요, 다수는 결정의 원리’라는 게 정치학의 기본 아닌가. →빈부 격차 심화가 사회 정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도 많다.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땅은 공기나 물과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주고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땅을 독과점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땅의 독점을 통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빈부 격차가 심화한다면 당연히 정부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다만 종부세 인상 등은 ‘오리털 뽑듯이’ 올려야 한다. →얼마 전 한 언론(프레시안)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글을 썼다. -노 의원과도 술자리를 갖는 등 잘 어울렸다. 내가 인정하는 ‘구라’는 3명이다. 소설가 황석영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그리고 노 의원이었다. 구라는 과장과 재치가 합쳐져야 가능하다. 황석영은 소설가로 1급, 유홍준은 미술평론으로 1급, 그리고 노 의원은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으로 1급이었다. 한국 정치 언어의 품격을 높인 그가 그런 선택을 해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남재희는 누구 언론인 출신 4선 국회의원·장관… 운동권 딸들로 인해 우여곡절도 193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그는 1952년 서울대 의예과에 수석으로 입학해 2년 수료 후 1954년 같은 대학 법학과에 재입학했다. 1958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민국일보를 거쳐 조선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을 지낸 뒤 서울신문에서 편집국장과 주필 등을 역임했다. 이후 1979년 서울 강서구에서 1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13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보수당 의원 시절 운동권 딸들 덕분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1년 당시 서울대 국사학과에 재학 중이던 장녀 남화숙(현 미 워싱턴대 교수)씨가 시위 도중 연행되자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사퇴서를 썼지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반려했다. 차녀인 남영숙 주노르웨이 대사도 시위 전력으로 옥고를 치렀다. 1986년 하나회 멤버 중심의 군 고위 장성과 현직 국회의원들의 취중 난투극으로 알려진 ‘국방위 회식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정계 은퇴 뒤에는 집필과 강연 등을 이어 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 ‘진보열전’ 등이 있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 (3)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자매경영’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 (3)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자매경영’

    ‘삼성가 3세’ 자매지만 다른 경영스타일로 승부수‘리틀 이건희’ 이부진, 공격 경영으로 성과 일궈내‘정중동’ 이서현, 침체에 빠진 패션업계에서 부각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49) 호텔신라 사장과 차녀 이서현(43)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만큼 ‘삼성가 3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외모는 차분해 보이지만 경영 스타일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성격과 외모를 빼닮아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언니 이부진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발휘하는 반면 이서현 사장은 ‘정중동’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대원외고, 연세대 아동학과 출신으로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이후 2001년 기획부장을 시작으로 호텔신라에 몸담고 있다. 2005년 상무, 2009년 전무로 승진했고 2010년 사장에 올라 호텔신라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2013년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첫 해외매장인 싱가포르 창이공항 화장품·향수 사업권을 획득했다. 이후 2014년 마카오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해 지난해 홍콩첵랍콕국제공항 화장품·향수·액세서리 매장 운영권을 획득하는 등 호텔신라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라이벌인 현대가와의 합작은 이 사장의 승부사 기질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2016년 호텔신라는 신규면세점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서울시내에 마땅한 부지가 없을 뿐더러 호텔신라의 당시 국내면세시장 점유율이 30%가 넘어 독과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부진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음으로써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면세점 경쟁에 함께 뛰어 든 사촌지간인 신세계와 등을 돌렸다. 업계는 당시 삼성과 현대가의 ‘정략결혼’을 ‘신의 한수’로 평가했다. 이렇게 탄생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월 신규면세점중 최초로 손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하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4조 11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매출액 2조 3004억원과 영업이익 1137억원을 거두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포브스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100인’에서 93위(2017년 11월), 포춘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인(비미국지역 여성 기업인)’ 50인중 40위(2017년 9월)에 선정됐다.이부진 사장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병치레를 많이 해 이 회장이 가장 많이 챙긴 딸이다. 이 사장이 2001년 호텔신라 부장으로 입사했을 때 이 회장은 호텔신라에 두 달 가까이 직접 숙박하면서 딸에게 힘을 실어줬을 정도다. 이렇게 애지중지한 딸이었기 때문에 삼성에스원 평사원이었던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결혼하려는 딸의 고집을 이 회장이 꺾지 못했다. 이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 이 사장의 결혼사진은 ‘이부진이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 딸’이라는 사실을 대변해준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채 1999년에 결혼한 이 사장은 15년 뒤인 2014년 임 전 고문과 이혼소송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서울가정법원은 자녀 친권과 양육권을 이 사장이 갖고, 이 사장은 임 전 고문에게 86억 1031만 원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임 전 고문이 항소해 소송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동생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패션디자인 길을 걷고 있다. 서울예술고등학교와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인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후 2005년 상무, 2010년 전무, 2011년 부사장을 거쳐 2014년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같은 해 12월 패션부문장 사장에 선임됐다. 패션과 광고, 디자인,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 정통한 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섬세한 판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이 사장은 삼성물산에 속한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4개 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내는 패션부문에 메스를 가했다. 2016년부터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브랜드를 철수하고 상품군별로 세분화됐던 브랜드를 통합하는 등 브랜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이서현 사장이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신사복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던 사업구조를 캐주얼과 여성복으로 확대시킨 점이다. 2003년 인수 당시 매출 100억원대 브랜드였던 ‘구호’는 2016년부터 1000억원대 브랜드 반열에 올렸다. 삼성의 대표적인 의류 브랜드인 ‘빈폴’은 골프와 키즈, 액세서리, 아웃도어까지 다양한 서브라인을 확장해 매출을 6000억원대에까지 늘리는 등 국내 최고의 캐주얼 브랜드로 키웠다. 이서현 사장은 대외활동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다. 평소 외부에 드러나는 활동을 삼간다. 1남 3녀의 엄마 역할을 하는 데 열과 성을 쏟을 정도로 가정적이다. 오빠 이재용 부회장과 언니 이부진 사장과 비교해 외부에 덜 노출되는 이유다. 이 사장은 2000년 동아일보 사주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김재열(50)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사장)과 결혼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운중 동창인 김 사장은 소치동계올림픽 선수단장(2014),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2011~2016) 등을 역임하고 2018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위원,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정위원회 위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집행위원 등을 맡아 삼성의 브랜드력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 국면을 주도해야 합니다. 국제 정세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국익을 위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는 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남재희(84) 전 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정치평론가로 손꼽힌다. 서울신문 주필 등 언론인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지내며 언론과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장관 재임 당시에도 노동계의 무노동 부분임금을 지지하면서 ‘비판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웅숭 깊은 진보적 색채의 칼럼으로 우리 사회에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관훈클럽에서 만난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형형(炯炯)한 눈빛으로 북핵 등 국제 정세와 한국 정치에 대해 막힘 없이 고견을 풀어냈다. -요즘 북·미 회담을 보면 마치 외줄타기 하는 광대를 눈 앞에 둔 듯 하다. 연일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 =미국이나 북한이나 최고도의 전략 전술을 발휘하는 거다. 미국은 회담 과정에서 두 개의 목표가 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핵의 제거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직후 일본 국제정치학자가 ‘북한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시도는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장착 미사일의 제거이고, 그 다음이 북핵일 것’이라고 분석하던데 맞는 이야기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ICBM 해결은 끝난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활용할 카드가 생긴 셈이다. ‘내 업적은 ICBM을 제거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북핵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계속 북핵 협상에 낙관적인 이유다. 하지만 북한에게 핵은 유일한 밑천이다. 마지막 카드를 내놓는 건데 최고가로 흥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 하나만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불가침협정, 수교, 원조 등 여러가지를 다 해결해야 한다. 협상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한국전쟁 당시 1년 간 전쟁이 벌어진 뒤 나머지 2년 간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됐다. 공산권 협상은 전쟁과 협상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이뤄진다. 공격하면서도 대화하고 대화하면서도 공격을 가하는 ‘타타담담(打打談談) 담담타타(談談打打)’가 그것이다. 나라도 마지막 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거다. -판이 아예 깨질 가능성은 없나. =트럼프가 ICBM을 이용해 중간선거를 막더라도 여러 난제들이 있다. 북핵 말고도 이란·시리아 등 중동 문제도 복잡하다. 동북아 전체로 봐서도 러시아와 중국 등과 해결할 문제가 간단치 않다. 그러니 북한 문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쾌도난마 식으로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없다. 북한도 판을 뒤엎을 처지가 못 된다. 국제 사회의 공론도 무시 못한다. 북한을 괴멸시키는 대신 북한의 생존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 상태다. 그러니 결국 북미 긴장이 풀리는 방향으로 갈 거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북에게는 큰 힘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쿠바의 경우 결국 카스트로 형제들이 다 물러나고 다른 이들이 집권하고 있다. 쿠바 모델이 북에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주한미군 주둔 인정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야기한 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그런 심증을 가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미리 인정하지는 않을 거다. 주둔의 불가피성은 이해하지만 바겐 포인트를 스스로 버릴 이유가 없지 않냐. 협상할 때는 미군 철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주한미군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국제정치의 큰 흐름으로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수용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중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디스 맨’이라고 지칭했다. 우리 식으로는 ‘이 자’에 해당한다.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 재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 ‘크레이지(Crazy)’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식으로는 ‘괴짜’ 정도에 해당한다. 노 전 대통령이 미국 입장에서는 까다롭고 불쾌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강경화 외무장관 등을 계속 특사로 보냈다. 그 덕분에 아직 미국과의 관계는 부드러운 것 같다. 다만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국익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본 라인은 건드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계간지 ‘황해문화’ 발간 100호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개번 맥코맥 호주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과 교수의 진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맥코맥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말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를 시도했다. 그때 나온 말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이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제국주의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이다. 방한 당시 서대문 형무소에서 무릎까지 꿇은 사람이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 정권의 단명은 미국 외교라인과의 마찰이 한 요인이 됐다는 게 국제정치학계의 정설이다. 일본보다 외교력이나 경제력이 약한 한국은 더 말할 게 없다. 미국을 벗어난 자주 외교는 쉽지 않다. 그게 우리 앞에 놓인 운명이다. 사대에 대해서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대는 약소국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조선은 사대 정책을 펴왔지만 그걸 욕하기는 어렵다. 이승만 정부 때인 1951년부터 1955년까지 외교를 이끈 변영태 외교부장관이 퇴임 뒤 사석에서 “중국 주변국 중 화교가 자리를 못 잡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 조상들의 사대외교가 능수능란하고 현명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설명하더라. 노예근성을 갖자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서도 자존심만 내세울 건 아니다. 현실감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남로당 경북도당 간부였다가 전향했던 박진목씨가 과거에 언론인들과 친했다. 그는 한국전쟁 중 평양 밀사로 가서 이승엽 당시 국가검열상과 협상을 벌였던 인물이다. 박씨의 지론은 “과거 남로당이 생각을 잘못 했다. 그 막강한 일본 제국주의 군대를 물리친 미군을 상대로 남로당 몇몇이 ‘물러나라’고 투쟁했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정세를 일컬어 ‘빙하를 움직이는 일’(Moving Ice Glacier)라고 표현한다. 강대국 입장에서 빙하는 한반도다. 빙하가 움직이려면 몇 십년 몇 백년이 걸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출범 초에 혁명적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니 혁명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는데. =1960년 4·19 이후 장면 정부는 혁명적 상황을 비혁명적인 해법으로 일관했다. 군의 부정부패를 그대로 방치했다. 혁명적 상황에서는 최소한 반 정도는 혁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 조류에 씻겨 내려간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반 쯤은 혁명적인 색깔을 드러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무사 해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쿠데타의 원조인 기무사를 이번 기회에 해체해 개편해야 한다. 최근 경제가 안 좋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인 경기 하락이라는 해외 요인이 더 크다. ‘삼성 투자 구걸’ 논란도 일종의 소아병적 반응이다. 대범하게 바라봐야 한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여당의 탈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정치 지형은 보수가 강하다. 이는 남북이 분단됐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북한에서의 상층 인텔리들이 월남을 하면서 남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개신교만 해도 평안도 출신의 보수적인 예수교장로회가 주역이 되고, 함경도 기반의 진보적인 기독교장로회는 소수가 됐다. 예장을 대표한 한경직 목사도 보수적인 색채가 매우 강했다. 미국의 영향력도 엄청났다. 미국이 길러낸 군, 학자, 언론 등 분야의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 문화가 압도적이다 보니 보수가 강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진보는 아예 없다시피 하다. 한국전쟁으로 일단 궤멸됐다가 조봉암 진보당 당수가 사형당하면서 더 위축됐다. 4·19 혁명 이후 잠시 머리를 들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또 다시 사라졌다. 19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정도가 진보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정치 지형만 놓고 보면 어쩌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가 문재인 정부로 이어온 것이다. 진보 정부라도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닌 약한 진보다. 김대중 정부는 아주 약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조금 약한 진보 정부다. 이에 반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강한 보수였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망치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막말정치를 일삼으면서 보수가 힘을 못 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은 연옥을 거쳐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엄청난 자정 노력 숙청, 반성 등 재생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했지만 연옥을 안 거치니 안 되는 거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점잖게 나가고 있지만 위기에 부딪혔을 때 어떤 행태를 보일 지 지켜봐야 한다. -그렇기에 평소 협치를 강조한 게 아닌가. 청와대도 협치내각을 구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 관련 기사를 가리키며) 이 의원이 자꾸 말을 잘못 한다. 협치하자고 하면서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고 이야기하면 되겠냐. 여당이 원내 과반수에 미달하면 야당을 슬슬 구슬러야 한다. 같은 표현이라도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 되는데 이렇게 자극하면 될 일도 안 된다. 한국당과의 협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그런 입장을 취해야 한다. 끌어들이지 못할 망정 도발하는 건 맞지 않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껄끄러운 관계로 가면 안 되는데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나(이 의원)는 (예전에) 총리였고 넌(문 대통령) 민정수석이었고, 난 (운동권) 선배고 넌 후배’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개헌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활발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10년 전 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적정 의원수는 우리나라가 500명 정도이고, 단원제를 감안하면 350명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나온다. 의원수를 현재보다 늘리는 데 대해 국민들의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숙제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치 일성으로 의원수를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안철수는 끝났다’고 주변에 이야기했다. 의원 수를 줄이자는 건 정치를 전혀 모르는 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럽식 선진 정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것이다. 나도 국회의원에 5번 출마해서 4번 이겼다. 상대방보다 약간의 표만 먹으면 권력의 전부를 먹는 거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다. 이건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례는 대표의 원리요, 다수는 결정의 원리’라는 게 정치학의 기본 아닌가.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서는 4년 중임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5년 단임제 역시 무리하게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1987년 개헌 과정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유력 정치인이 서로 번갈아가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속내로 5년 단임을 지지한 측면이 강하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젠 10년이 아닌 5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내각책임제는 우리 현실에서는 절대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리다툼에 골몰해 내각이 몇 개월 만에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싸움하다가 볼일 못 볼 수 있다. 제2공화국 당시에도 헌법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분명히 구분돼 있었지만 윤보선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는 권력을 놓고 서로 암투를 일삼았다. -경제 면에서는 빈부격차 심화가 사회정의 문제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도 많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헨리 조지를 언급하며 강조한 것처럼 지대추구의 특권이 용인되는, 곧 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건 큰 문제다.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땅은 공기나 물과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주고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땅을 독과점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땅의 독점을 통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면 당연히 정부 정책으로 해결돼야 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많이 올리지도 않았지만 종부세 인상으로 벼락을 맞았다. 속도는 알게 모르게 해야 한다. ‘오리털 뽑듯이 올린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원래 오리털은 펜촉으로 쓸 용도로 뽑았다. 오리털을 뽑으면 상처는 안 나지만 오리는 매우 아파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오리털은 뽑아야 한다. -얼마 전 한 언론(프레시안)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글을 썼다. =노 의원보다는 심상정 의원과 더 가깝다. 하지만 노 의원과도 술자리를 갖는 등 잘 어울려 다녔다. 내가 인정하는 ‘구라’는 3명이다. 소설가 황석영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그리고 노 의원이었다. 구라는 과장과 재치가 합쳐져야 가능하다. 황석영은 소설가로 1급, 유홍준은 미술평론으로 1급, 그리고 노 의원은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으로 1급이었다. 한국 정치 언어의 품격을 높인 그가 그런 선택을 해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 최종구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해야”

    최종구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해야”

    “혁신 위해 자본 확충” 한목소리 금융硏 “새 서비스 제공” 평가 케뱅·카뱅 “특례법 제정 필요” “은산분리 취지 흔들수도” 반론도최근 청와대가 규제 혁신을 강조하면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은산분리) 완화에 시동이 걸렸다. 최근 1년간 은행권에 ‘메기 효과’를 일으킨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자본 확충 지원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정재호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주최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최 위원장은 “은산분리를 금융산업의 기본 원칙으로 지켜 나가되 인터넷은행에 한해 규제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춰 나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 사이에서 은산분리의 취지를 덜 허무는 방향으로 특례법이 논의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에 대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게 한 규제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 전제로는 금융위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는 당초 은산분리 완화를 염두에 두고 인터넷은행에 참여했지만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묶여 있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카카오뱅크는 620만 고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었고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은행 산업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으로는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케이뱅크는 대출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은산분리의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금융 혁신과 은산분리의 취지를 모두 잡을 방안은 특례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에 한정된 특례법을 제정해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심 행장은 “인터넷은행 특성상 개인 신용대출 위주이며 대기업 대출을 못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고객 중심의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지분 구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특례법 제정이 은산분리 취지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이 잘못되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전이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신흥 ICT 재벌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만큼 특례법을 만들더라도 구체적인 보완책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대형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최근 인터넷은행에서 증자 관련 문제가 발생하는 건 처음 인가 심사를 할 때 추가 자본조달 가능성에 대한 심사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면서 “지난 1년간 인터넷은행이 보여 준 메기 효과가 사실상 독과점 상태였던 은행산업에 25년 만에 신규 은행이 진입해 발생한 효과인지 아니면 인터넷은행이어서 그랬는지는 구분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효자’ MLCC 덕에 홀로 웃는 삼성전기

    전자업계 위기에도 수요 폭발적 MLCC 수요 2년마다 2배 증가 스마트폰이 중국 업체들의 파상공세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반도체 호황도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홀로 웃음을 짓고 있다.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적층세라믹캐퍼시터(MLCC) 덕분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6일 삼성전기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 주가를 9.1% 올렸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 위에서 각 반도체 옆에 붙는 부품이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등 반도체가 있는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며, 첨단 제품일수록 많이 필요하다. 크기는 다양하다. 작은 것은 0.4×0.2㎜ 정도로 머리카락 하나 굵기와 비슷하고, 크게는 5.7×5.0㎜짜리도 있다. 크기는 작지만 내부는 세라믹과 니켈이 번갈아 500~600층으로 만들어진, 기술의 결정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로 와인잔을 가득 채우면 약 2억원어치”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위기에도 MLCC가 ‘효자 노릇’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도 대응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수요량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 자율주행 쪽으로 발전할수록 MLCC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하나에 MLCC 약 1000개가 들어가는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이 탑재되는 요즘 자동차 한 대엔 6000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전기차엔 대당 약 1만 4000개가 들어가며, 2020년엔 2만개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차용 MLCC 수요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이라면서 “게다가 자동차 전장용 MLCC는 스마트폰과 PC에 들어가는 것보다 4~5배 비싸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진입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은 독과점 형태를 띤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2위로, 지난해 24%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1위 일본의 무라타는 지난해 점유율이 40%이며, 3위인 다이요 유덴(일본)은 14%였다. KB증권은 “무라타가 전장용 MLCC 라인 증설에 2년간 1000억엔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2020년 6조원 규모에 달하게 될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라면서 “MLCC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업계는 2020년 장기 호황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靑·政 경제팀 케미 맞을까

    靑·政 경제팀 케미 맞을까

    김동연 총리와의 호흡 기대감“이해되지 않는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생각날 때마다 적어 놓는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시절 했던 말이다. 윤 수석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경제정책국장을 했다. 2년 7개월로 역대 최장수 기록이다. 경제정책국장은 각종 정책을 입안하고 복지, 교육, 노동 등에 대한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다. 당정 협의도 관여한다. ‘있는 자리 흩트리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주대 총장 시절 쓴 책이다. 관례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처한 환경, 나 자신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있는 자리를 흩트리라고 청년들에게 권유하는 책이다. 잘못된 기존 관행의 원인과 정책적 대안에 대해 고민해 왔던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격차, 사회안전망 미흡 등이 그 예다. 재무부(MOF) 출신인 윤 수석은 2001~2002년 기획예산처에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김 부총리도 기획예산처에 근무했다. 두 사람은 2010~2011년 경제정책국장과 예산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윤 수석이 행시 기수(27회)로는 김 부총리(26회)나 최종구 금융위원장(25회)보다는 아래다. 하지만 일에서는 양보가 없는 편이다. 윤 수석과 김 부총리 화합의 걸림돌은 두 사람 모두 자기 소신이 강하다는 점이다. 두 사람 다 일처리가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될 기재부 직원들의 시름이 커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윤 수석은 금융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시절 OECD 연금기금 운용을 총괄 감독하는 연기금관리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경제정책국장 시절 우리나라 금융권 연봉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한 적이 있다. 생산성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하다는 생각에서다. 윤 수석의 경제학 박사 학위 논문도 자본시장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독과점 시장을 시장의 실패로 본다. “독과점 시장은 일종의 시장 실패로 경쟁 시장이 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에 때론 ‘팔 비틀기’ 논란이 나오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우군을 얻은 셈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자율경쟁vs규제 강화… 손발 안맞는 항공운송산업

    자율경쟁vs규제 강화… 손발 안맞는 항공운송산업

    공정위 “3개사 독과점 구조 손질…면허제 등 과도한 정부규제 완화” 일각 “한진그룹 압박수위 높이려”국토부 “면허기준 높여 안전확보…경쟁력 있는 업체가 신규 진입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3개사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항공여객운송산업의 독과점 구조를 손본다. 높은 진입 장벽으로 저가 항공사 등 신규 업체가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해 업체 간 경쟁이 저하되고 소비자들만 비싼 항공료를 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항공여객운송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국토교통부는 안전 확보 등을 이유로 2008년 완화된 면허 기준을 더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부처 간 협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19일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항공여객운송산업의 시장점유율은 대한항공 38.3%, 아시아나 29.5%, 제주항공 14.7% 등으로 3개사의 독과점 구조”라면서 “경쟁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를 분석해 시장 경쟁을 촉진시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최근 ‘항공여객운송산업에 대한 시장분석’을 주제로 연구 용역 입찰계획을 공고했다. 공정위는 사업 초기 거액의 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등 과도한 정부 규제가 독과점 구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면허제와 노선 허가제, 사업계획·요금 인가제 등을 시장의 경쟁과 성장을 막는 제도로 보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오히려 면허 기준 등 규제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항공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항공여객운송산업 면허의 자본금 요건을 현행 1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현행 기준으로는 신규 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해도 조기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국토부는 더 경쟁력 있는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도록 항공기 요건도 3대에서 5대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항공기 수가 많을수록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항공사 간 슬롯(특정 항공편이 운항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시간대) 배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배분 업무에서 항공사를 배제하고 국토부와 공항공사가 업무를 맡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항공사 간 조종사 스카우트도 제한한다. 공정위는 국토부의 이 같은 규제 강화 방안도 개선 방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사업법 등을 바꿔야 해서 결국 국토부가 움직여 줘야 한다”면서 “연구 용역을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한 뒤 국토부와 협의해 법 규정을 고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항공여객운송산업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가 한진그룹에 대한 단순 제재 조치를 넘어 국내 항공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버림으로써 한진그룹의 계속되는 갑질 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부터 한진그룹 계열사가 기내 면세품을 팔면서 총수 일가에 이른바 ‘통행세’로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조사 중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진그룹에 대해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말고도 여러 혐의가 있다”면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조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매년 2~3개씩 독과점 산업을 골라 개선 대책을 마련하는데, 올해는 항공여객운송산업을 꼽은 것”이라면서 “한진그룹 등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김상조 “비상장 계열사 주식 즉각 처분하라” 경고

    김상조 “비상장 계열사 주식 즉각 처분하라” 경고

    물류·부동산관리·광고 지분부터 자발적 개선땐 조사유예 등 당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근절 강조 상습 法위반기업 직권조사할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2년차에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총수 일가를 향해 일감 몰아주기에 악용하는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가능한 한 빨리 처분하라고 엄포를 놨다. 처분하지 않으면 조사·제재에 들어가고, 자발적 개선책을 내놓는 기업에는 조사 유예 등 당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감 몰아주기 엄정한 법집행 ▲신고사건 처리방식 개편 ▲혁신성장 및 경쟁촉진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서면계약 관행 정착 등 5개 과제를 2년차 핵심 정책 방향으로 꼽았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대주주 일가들이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계속 보유한다면 조사·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수 일가가 처분해야 할 지분으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 관리, 광고 등 그룹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의 주식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선제적, 자발적으로 진정성 있는 개선책을 내놓는 기업은 조사·제재 순서에서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상습 법 위반 기업을 5개 지방사무소가 아닌 본부에서 직권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불법 행위가 5~15회 이상 반복 신고된 업체는 총 38개로 상당수가 대기업이다. 김 위원장은 이 기업들에 대해 “신고 내용에 국한하지 않고 거래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볼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동일 업종의 유사 신고 건도 함께 처리해 대·중소기업 간 잘못된 관행을 한꺼번에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로 진행하는 혁신성장보다 더 나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현 정부 경제정책의 3개 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경제민주화는 이 중 하나가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3개 축이 같은 속도로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경제정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 대통령이 조율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성장과 경쟁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농산물 도매시장, 공동주택 관리·유지보수 등 독과점이 고착되거나 소비자 불만이 큰 분야는 시장 분석을 실시해 경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중소·벤처기업 기술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하고,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도록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세계기업가정신지수, OECD 35개국 중 20위… 국제화·반기업정서 ‘낙제점’

    세계기업가정신지수, OECD 35개국 중 20위… 국제화·반기업정서 ‘낙제점’

    기술·경제 조건 좋지만 대기업 쏠림 지수하락은 경제성장 정체의 ‘시그널’‘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1996년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한국을 전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그는 당시 미국의 기업가정신이 뛰어나다는 시각을 부정하며 “한국을 식민 지배했던 일본은 한국인이 어떤 산업을 갖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고 6·25전쟁으로 해방 뒤 남아 있던 소수의 일본 공장조차 폐허로 만들었다”면서 “영국이 250년, 미국·독일·프랑스가 100년 만에 이뤄 낸 것을 한국은 40년 만에 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러커가 ‘기업가정신의 나라’라고 치켜세웠던 한국에 대해 2018년 전 세계 기업가정신 지수는 일제히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기업가정신과 관련된 대표적 학자인 미국의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를 ‘기술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다소 모호한 개념이지만 창조와 혁신을 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창업·경영인의 정신을 의미한다. 기업가정신 지표를 발표하는 기관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는 지난해 말 ‘2018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GEI)를 발표하며, 한국이 54점(%)을 받아 조사 대상 137개국 중 2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은 점수이며, 매년 조금씩 상승해 지난해보다 3계단 순위가 올랐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사이에서 비교하면 20위로 중하위권에 머무른다. 세부 점수를 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제품과 생산공정 혁신 등은 각각 95점, 100점으로 만점에 가깝다. 창업기술(77점), 관계형성(77점), 기술흡수력(67점), 창업 자금의 원천이 되는 모험자본(58점) 등도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회 인식이 46점으로 매우 낮고, 국제화(32점)와 경쟁(32)은 낙제 수준이다. 반기업 정서 같은 문화적 요인은 27점으로 최악이다. 기술적인 수준과 경제적 조건은 좋은데, 대기업이 좋은 창업 아이템을 모두 선점하고 있어 기회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낮은 경쟁 점수는 실제로 독과점과 골목상권 침해 때문에 시장에 경쟁 요소가 적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국민이 기업에 갖고 있는 인식이 긍정적일 수 없다. 암웨이가 지난 3월 발간한 글로벌기업가정신보고서(AGER) 역시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암웨이가 매기는 기업가정신지수(AESI) 39점을 받았다. 전년보다 9점이나 하락했고, 44개 조사 대상국 중 33위에 그쳐 10계단이나 내려갔다.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아시아 평균 61점엔 물론이고 세계 평균 47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기업가정신은 미래 경제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선행 지표로 평가된다. 기업가정신이 떨어지면 장차 경제 성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기업 손잡은 인문학, 비판 정신을 잃다

    反기업 인문학/박민영 지음/인물과사상사/356쪽/1만 7000원2011년 3월 애플의 아이패드2 발표회장. 스티브 잡스는 무대 위 스크린에 교차로 표지판 영상을 띄웠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인문학’과 ‘기술’이라 적혀 있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사람들은 그동안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면서 “애플은 언제나 이 둘이 만나는 지점에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명실상부 ‘융합형 인재’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이후 ‘융합’ 하면 인문학과 기술공학을 떠올렸다. 노동을 착취하고 조세를 회피하는가 하면, 시장 독과점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판은 슬그머니 가려졌다.한국에 10여년 전부터 ‘인문학’이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인문학 열풍이라며 각종 책과 강연이 쏟아진다. 대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적 인재를 뽑겠다며 아우성이다. 그러나 정작 인문학의 출발점인 대학가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든가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구십 퍼센트는 논다) 같은 신조어가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문화평론가 박민영은 신작 ‘반기업 인문학’에서 이런 현상의 중심에 ‘기업 인문학’이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기업 인문학은 ‘기업의 이익과 자기계발에 복무하는 인문학’을 가리킨다.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인 정통 인문학과 달리, 기업 인문학은 생존과 출세, 성공과 경제적 이익과 같은 목적을 향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본질은 ‘전복적인 도전’이고 인문학적 사고는 ‘반성, 회의, 비판’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 물질주의나 과학기술 중심주의, 경쟁체제 등에 대한 반대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인문학 열풍의 실체는 기업 인문학 열풍이고, 이 기업 인문학이 교묘하고 영악한 논리로 주류적 사고에 영합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대학과 진보 인문학자, 그리고 기업 등에 날 선 칼을 겨눈다.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학가에 인문사회과학은 이미 밀려났다. 정부에서도 이공계열을 키우고 인문계열은 축소하라며 대학에 뭉칫돈을 쥐여 준다. 인문학자는 비정규직 강사 자리조차 구하기 어렵다. 진보 지식인이 인문학을 매개로 기업과 관계를 맺는 모습을 지적한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는 신영복 교수가 2008년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원장으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것에 관해 날 선 비판을 날린다. 당시 강좌에는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넥솔(전 대우자동차) 회장, 이병남 LG 인화원 원장이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진보 학자인 진중권, 강헌, 유홍준 등이 나섰다. 이 밖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호기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가 회당 5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강연료를 받으며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한 사례도 꼬집었다. 고액 강연이 좌파 지식인의 몸값을 올리고, 언론은 기업문화를 칭찬했다. 이처럼 인문학이 자본가와 진보 인문학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지만 어떤 변화를 불렀는지 생각해 보라는 저자의 비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친 삼성은 정작 노조를 탄압하고,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산재 처리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미래’라던 두산도 20대 신입사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오히려 ‘반인문학적’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는 ‘빅 히스토리’ 역시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빅 히스토리에 관심을 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융합학문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거대 역사를 다룬 빅 히스토리가 민족, 국민, 계급, 성 구별을 하지 않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별도 하지 않도록 하면서 권력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들을 은폐하는 효과를 부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명 인문학자들을 거론하며 시원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더라도, 정작 인문학이 어떻게 이를 이겨낼지에 관해서는 대안이 없어 아쉽다. 싸구려 강사들이 짜깁기한 얄팍한 인문학을 들고 나와 유튜브나 팟캐스트를 기웃거리는 꼬락서니도 보기 싫지만, 정통 인문학이 반드시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수입맥주 어떻게 현지보다 더 쌀까…국산과 酒稅 기준 달라 역혜택 누려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수입맥주 어떻게 현지보다 더 쌀까…국산과 酒稅 기준 달라 역혜택 누려

    수입 4캔 묶음에 만원… 혼술족 애용 대량 구매로 수입원가 낮춰 주세 적어 국산, 임대료 등 제조원가에 세금 매겨 국내 생산라인 접고 ‘역수입’ 전략 택해 맥주를 구매할 때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연중 실시하는 ‘만원의 행복’ 행사 한 번쯤은 이용해 보셨을 겁니다. 단돈 만원에 다양한 종류의 수입 맥주 4~5캔을 골라 마실 수 있다는 건 일상의 큰 기쁨입니다. 최근에는 4캔을 묶어 5000원에 파는 기획 상품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구매한 맥주를 냉장고에 쌓아 놓고 퇴근 후 영화나 TV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만원의 행복 맥주만큼 가성비가 훌륭한 소비재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원의 행복은 맥주 시장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독과점으로 잘나갔던 대기업 맥주들은 저렴한 수입 맥주의 공세 속에 가격 경쟁력을 잃었고, 견고했던 소매점 매출이 흔들리며 뒤처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소매 시장의 큰손인 ‘혼술족’들이 수입 맥주로 마음을 돌리면서 한국 맥주 시장은 국산 맥주 중심에서 수입 맥주가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는 구도로 재편됐습니다. 국산 대기업 맥주들은 회식 때나 마시는 ‘소맥용’으로 전락해 버렸죠. 유명 수입 맥주를 값싸게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들의 맥주 고르는 눈은 더 높아졌습니다. 제조사가 품질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만원의 행복 덕분에 맥주 마시기에 더 없이 좋은 세상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걸까요? 국산 맥주로는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 없는 걸까요? 저렴한 수입 맥주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요? 이는 주세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술의 판매가에는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 각종 세금이 포함돼 있는데요. 전통주인 막걸리에는 5%, 과실주인 와인에는 30%의 주세가 붙는 반면 맥주와 위스키의 주세는 72%입니다. 외국에선 서민의 술인 맥주의 세율이 높은 이유는 1970년대 세율 제정 당시 맥주가 한국에서 고급 주류에 속했고,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과세를 부담할 형편이 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맥주여도 수입 맥주에는 국내 제조 맥주보다 싸게 팔 수 있는 ‘틈’이 존재합니다. 주세법상 국산 맥주는 ‘제조 원가’에 세금이 붙는 반면 수입 맥주의 과세 기준은 ‘수입 원가’입니다. 국산 맥주에 붙는 세금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원료, 인건비, 마케팅비, 건물 임대료 등까지 포함되는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업체에서 신고하는 수입 원가에 주세 비율을 곱해 세금이 매겨진다는 의미입니다.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한 수입사가 맥주를 대량 수입해 수입 원가를 낮춘다면, 한국에서 수입해 마시는 맥주의 가격이 오히려 맥주 생산지 판매가보다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맥주들입니다. ‘만원의 행복’ 가격을 기준으로 일부 일본 브랜드 맥주는 현지 편의점 판매가보다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쌉니다. 또 국산 맥주는 주세법상 묶음 할인 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주세법 체계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국내 소규모 맥주 제조 업체들입니다. 한국 크래프트맥주(수제맥주)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은 맥주 배후산업이 취약해서 몰트(맥주용 보리), 홉, 효모 등 맥주의 필수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탓에 재료값이 비쌉니다. 수제맥주를 만들 때는 일반 라거 맥주보다 원료가 더 많이 들어가 재료비는 더욱 뛰겠죠. 소규모 생산을 해서 원가 절감을 할 수도 없을 테고요. 양조장 건물을 빌려 쓰고 있다면 건물주에게 매달 임대료도 줘야 하고 직원들 월급도 나갈 겁니다. 이 모든 게 포함된 제조 원가에 주세와 교육세, 부가세를 합치면 세금 비율이 110%를 넘어갑니다. 가격 경쟁력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주세법이 국산 맥주를 역차별하는 탓에 일부 국내 소규모 맥주 업체들은 미국, 캐나다 등의 맥주 공장에 레시피를 주고, 현지에서 맥주를 생산한 뒤 역수입해서 팔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글로벌 맥주회사인 AB인베브의 자회사 오비맥주도 벨기에 밀맥주 ‘호가든’의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전량 수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오비맥주는 “현지 생산 맥주가 더 맛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수입 맥주보다 불리한 세금 구조를 피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체코의 세계적인 맥주 브랜드 ‘필스너 우르켈’은 최근 한국에 공장을 지으려다가 주세법 때문에 한국 진출 계획을 철수하기도 했고요.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맥주도 결국 산업이어서 큰 기업이 끌어 줘야 발전하는데, 지금처럼 생산량을 줄이고 수입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면 산업이 퇴보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나친 규제가 산업 발전과 고용 촉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글 사진 macduck@seoul.co.kr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천만 관객 돌파 눈앞 ‘스크린 독점 논란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천만 관객 돌파 눈앞 ‘스크린 독점 논란도..’

    마블 10년의 역작이라 불리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천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돌입했다. 개봉 3주차에 들어서도 여전히 15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어 빠르면 13일 밤 누적 관객 수 천만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역대 외화 중 최단 기간 천만 돌파이자 5번째 천만 영화로 등극하게 된다.1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11일 전국 1551개 스크린에서 14만4282명을 끌어모아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굳게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949만5026명을 기록했다. 천만까지는 이제 약 50만명만을 남겨둔 상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13일 천만을 돌파한다면 개봉 18일 만의 기록으로 역대 외화 최단 기간 천만 돌파 기록을 갈아 쓰게 된다. 앞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 개봉 25일째, ‘인터스텔라’(2014)가 35일째, ‘아바타’(2009)가 36일째, ‘겨울왕국’이 46일째 천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상영된 영화 흥행작 중 21번째 천만 영화, 그리고 외화로는 5번째 천만 영화로 등극하게 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흥행기록을 다시 썼다. 역대 최다 예매량(122만장)을 비롯해 최대 예매율(97.4%), 최대 오프닝 스코어(98만명) 등을 기록했으며, 개봉 2일째 100만, 개봉 3일째 200만, 개봉 4일째 300만 돌파 기록을 비롯해 개봉 13일째 900만 관객 돌파까지 거의 모든 최단 기록을 갈이 치웠다. 하지만 이런 기록 경신의 뒤편에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자리했다. 개봉 첫날 역대 최대인 2461개의 스크린을 싹쓸이했으며,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인 상영횟수도 무려 1만1423회로 전체 상영 횟수(1만5675회)의 73%를 차지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어 개봉 4일 차와 5일 차에는 각각 2553개, 2548개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상영횟수 점유율도 77%를 넘어선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러다 ‘마블 쿼터제’ 생기겠네

    이러다 ‘마블 쿼터제’ 생기겠네

    개봉 첫날 98만명 관객 동원 스크린 수 2461개… 점유율 73% “시장 논리 결과” “문화 다양성 해쳐”마블의 신작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과 동시에 역대 최다 스크린을 차지하며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개봉 첫날인 지난 25일 ‘어벤저스’의 스크린 수는 모두 2461개. 지금까지 역대 최다 스크린 수를 기록한 ‘군함도’(2027개)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개봉일 단 하루의 상영 횟수만 1만 회로, 점유율이 전체의 72.8%에 달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다시 불을 댕겼다.티저 영상과 마블 히어로들의 내한으로 한껏 바람을 잡은 영화는 엄청난 물량 지원에 힘입어 흥행 신기록을 쏟아 내고 있다. 첫날 98만명을 동원하더니 이튿날인 26일 오전 7시 100만명을 단숨에 넘어 버렸다. 국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마블 10주년 기념작’에 높아진 관심은 “천만 관객+α를 모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모아졌고, 숫자에 취한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어벤저스’에 스크린을 몽땅 내주다시피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25일 CGV는 1072개, 롯데시네마는 747개, 메가박스는 606개의 스크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메가박스 직영 극장의 상영 횟수 점유율은 무려 80.6%를 기록하기도 했다.이를 두고 한 영화계 관계자는 “마블 쏠림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스크린 쿼터제가 아니라 ‘마블 쿼터제’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 수가 한계를 모르고 치솟으면서 스크린 독과점이 제동장치 없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GV 관계자는 “‘어벤저스’에 대한 편성은 사전 예매율이나 언론 배급 시사 이후 반응 등 고객의 선호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대적할 만한 다른 영화가 없는 상황에서 극장은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보여 줘야 한다”며 “모든 고객의 취향을 다 맞출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극장 측은 시장 논리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멀티플렉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것으로 문화 다양성을 해쳐 영화 전체의 균형적인 성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은 관객들의 선택을 어떻게 막겠느냐고 항변하는데 그 주장은 애초부터 올바른 선택지를 던져 주고 나서 해야 하는 것이지 선택의 폭 자체를 다 줄여 놓고 나서 관객의 선호를 운운하는 건 순서상으로 잘못된 얘기”라며 “만약 이번에 대기업에서 배급한 영화가 피해를 입게 됐다면 이런 사태를 어떻게든지 막으려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벤저스’의 질주 속에 이번 주나 1~2주차를 두고 개봉하는 다양성 영화들은 스크린을 배정받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더욱이 다음달 17일에는 2016년 331만명의 관객을 모은 ‘데드풀’의 후속작 ‘데드풀2’가 개봉할 예정이라 작은 영화들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게 됐다. ‘굿 매너스’ 수입사인 영화공간 김종근 대표는 “매년 대작들이 나올 때마다 독과점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작은 영화들의 경우에는 극장 배정에 애를 먹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힘을 써 볼 수가 없는 상태”라며 “이번 주에 스크린에 걸리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면 다음주에는 새 영화들이 올라와 관객에게 제대로 선보일 기회도 없이 쓰나미에 휩쓸리듯 사라진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기업 참여한 산업, 독점 집중도 더 높다

    대기업 등 특정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 집중도는 최근 감소했지만, 대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일수록 집중도가 더 높아 경쟁 촉진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2015년 기준 시장구조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시장 경쟁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산업별, 품목별 상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파악하는 이 조사는 2년에 한 번씩 실시된다. 2015년 기준 ‘광업·제조업’의 산업 집중도(상위 3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는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단순 평균은 44.1%, 가중 평균은 50.0%로 각각 1년 새 0.6%, 1.9% 포인트 떨어졌다. ‘서비스업 등’의 집중도도 단순 평균은 23.8%, 가중 평균은 26.3%로 2010년 대비 각각 2.7%, 2.9% 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5년 연속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사업자 점유율의 합이 75% 이상인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은 광업·제조업에서 58개로 2013년보다 2개 늘었다. 정유·승용차·화물차·맥주·위스키·반도체·휴대폰 등으로 대기업이 주름잡는 산업이다. 공정위는 정유와 승용차는 출하액이 크고 대규모 장치 산업이라 신규 진입이 어려워 시장 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비스업 등에서는 위성통신·무선통신·재보험·위성방송 등 33개가 독과점 산업으로 분류됐다. 대기업에 집중된 통신·금융업의 집중도가 높았다. 영화관 운영업과 뉴스 제공업 등 12개 산업은 새로 포함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독과점 산업의 경쟁 촉진 방안을 수립하고 감시 활동을 더 철저히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참여연대 “영화관람료 인상은 담합”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잇따라 영화관람료를 인상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담합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23일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멀티플렉스 3사의 순차적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독점 기업의 횡포”라면서 “특히 어벤져스3 개봉을 앞두고 고수익을 노린 담합일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3사를 공정위에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위반으로 신고했다. CGV는 지난 11일부터 영화표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이에 8일 후인 지난 19일 롯데시네마도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고, 메가박스도 오는 27일부터 1000원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멀티플렉스 업계는 지난해 기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개 회사가 국내 전체 스크린의 92%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다. 이들 3사의 가격 인상은 최근 5년 새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4년과 2016년에도 CGV가 가격을 인상하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뒤따라 인상하는 방식으로 영화표 가격이 인상됐다. 이에 대해 멀티플렉스 측은 “이번 인상은 수년간 지속된 관람객 숫자 정체와 임대료 및 인건비 등 관리비용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CGV가 공시한 영업실적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39.3% 증가하는 등 최근 멀티플렉스 영업이익은 꾸준히 상승세다. 또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9%인데 반해 티켓 가격은 약 10%나 인상돼 과도한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멀티플렉스 3사 가격 인상, 부당공동행위”

    “멀티플렉스 3사 가격 인상, 부당공동행위”

    참여연대는 23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범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세 회사는 최근 5년 사이 세 차례 가격을 올렸는데, 2014년과 2016년에도 이번처럼 CGV가 선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뒤따랐다”면서 “세 회사 사이에 공동행위가 있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올린 영화 관람표도 똑같이 1000원씩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부당공동행위 심사기준을 보면, 사업자 간 합의는 명시적으로 드러나거나 증거를 남기지 않고 암묵적으로 이뤄지므로 ‘합의의 추정’ 원칙에 따라 공동행위 합의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2016년에도 3사가 동일하게 가격 차등화 정책을 도입한 것에 대해 부당 공동행위 및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고 공정위에 신고했으나, 공정위는 증거자료가 없다며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면서 “이번 가격 인상이 또 용인되면 독과점 대기업의 연이은 가격 인상이 관행처럼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첫 멀티플렉스 ‘CGV 강변11’…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첫 멀티플렉스 ‘CGV 강변11’…그리고 20년이 흘렀다

    멀티플렉스 레볼루션/조성진 지음/ER북스/248쪽/1만 3000원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는 1998년 서울 광진구에 들어선 ‘CGV강변11’이다. 단성사, 피카디리, 스카라, 명보극장 등 종로 극장가가 멀티플렉스에 영화 1번지 자리를 내어준 지 20년이 된 셈이다. CJ, 롯데 등 대기업들이 주도한 멀티플렉스는 영화산업을 키운 장소이기도 하지만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등 영화계의 여러 문제를 잉태한 곳으로도 지목받는다. 현재 CGV 전략지원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멀티플렉스라는 공간이 대중들의 영화 관람 문화, 영화산업을 어떻게 바꿔 왔는지 세심히 조망하는 동시에 관객이 극장에 품고 있는 오해들을 극장 입장에서 풀어 간다. CGV가 보유한 방대한 관객 데이터를 재료로 짚은 관람 문화의 변화, 관객 연령별 특성 등도 흥미롭다. 흥행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일명 ‘청불영화’의 흥행 기록이 치솟고 있는데, 이를 주도하는 것이 20대 여성 관객이라는 점, ‘나홀로족’이 재관람 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 등이다. 최근 영화 흥행에 큰 영향력을 주도하는 ‘아이맥스 마니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층이 30대 남성인데 이들은 오락영화만 즐긴다는 편견과 달리 다양성 영화 역시 즐겨 보는 ‘진정한 영화 마니아’라는 결론도 의외다. 하지만 ‘내부자’인 만큼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힘을 실어 주는 일부 주장들은 균형감과 정교함이 떨어지기도 한다. 국내 멀티플렉스들이 일부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 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스크린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관객의 선택권이 박탈되고 국내 영화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주장, 수직계열화가 영화시장이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주장 등이 그 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맥주 맛 끝내주네” 램지의 거짓말? 국산 맥주는 억울해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맥주 맛 끝내주네” 램지의 거짓말? 국산 맥주는 억울해

    대기업, 100년간 가벼운 ‘라거’로 독점 2014년부터 에일 등 수제맥주 대중화 다양한 맛 본 소비자 국산에 편견 생겨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이 모든 일은 서울에 거주하는 한 외국인의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2012년 당시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이었던 다니엘 튜더(36·영국)는 한국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먹거리는 화끈한데 맥주는 따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국산맥주’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았죠. 한국에 크래프트맥주가 상륙한 때가 2013년쯤이니, 당시 튜더의 발언이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도 맛있는 맥주에 대한 요구가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후 한국 맥주 시장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2014년 4월 주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소규모 양조업체가 만든 술도 외부로 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크래프트맥주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맥주 생산업체는 소규모 양조장을 중심으로 최근 100여개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들은 인디안 페일 에일, 스타우트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소량 생산해 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산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은 개선되지 않는 듯합니다. 여기서 국산맥주란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이 생산하는 ‘대기업 맥주’를 뜻합니다. 크래프트맥주 열풍이 불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수입맥주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국산맥주를 외면하는 소비자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가 최근 세계적인 셰프인 고든 램지(52·영국)를 ‘카스’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런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카스 맥주는 끝내주게 맛있다”라고 말하는 램지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오히려 “램지가 돈에 눈이 멀었다”고 비판을 했죠. 한국의 대기업 맥주는 정말 맛이 없는 걸까요? 국산맥주는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맥주는 대부분 라거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특히 카스와 하이트 등 매출 1, 2위를 차지하는 맥주들은 ‘미국식 부가물 라거’ 스타일에 속하는데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맥주를 대량 생산하면서 자리잡은 부가물 라거 스타일은 목넘김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보리 외에 옥수수나 쌀, 전분 등을 넣고 홉의 양을 줄이기 때문에 100% 보리로 만드는 일반 라거보다 쓴맛이 덜하고, 가벼운 것이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부가물 라거는 ‘물처럼 밍밍한 맛’이라고 할 만큼 ‘강한 맛이 나지 않는 맥주’라고 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겁니다. 이는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로 구분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맛은 취향의 문제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니까요. 가벼운 맥주가 좋은 사람들에게는 국산맥주가 맛있는 맥주일 수 있겠죠. 반대의 취향을 가진 사람은 라거 맥주의 심심한 맛을 싫어할 것입니다. 버드와이저, 밀러, 아사히 등 세계 유명 맥주들도 같은 종류의 맥주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맥주들은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스타일’을 잘 구현한 맥주일 뿐입니다. 미국식 부가물 라거를 스타일대로 충실하게 만들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국산맥주는 맛없다”는 편견이 억울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왜 그런 인식이 생겨났는지 생각해 보긴 해야죠. 사실상 독과점 상태인 국내 맥주시장에서 한국인들은 100년 가까이 ‘라거’라는 한 종류의 맥주를 마셔 왔습니다. 우리가 수백 가지에 달하는 맥주 스타일에 대해 인식하고, 맥주도 종류마다 풍미가 다른 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겨우 십수년쯤으로 꼽을까요. 그사이 크래프트맥주의 등장 이후 라거 위주였던 기존 맥주 시장의 판도는 확연히 변했습니다. 이제 대기업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성에 대한 소비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다만 국산맥주는 맛없다는 편견 때문에 부가물 라거 맥주가 마시고 싶은데도 굳이 제조일이 오래된 수입 맥주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라거는 신선함이 생명이어서 갓 생산된 맥주, 이동을 하지 않은 맥주가 가장 맛있기 때문입니다. ‘국산 생맥주’를 먹고 싶다면 손님이 많아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맥주 케그를 자주 교체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호프집의 맥주 보관 상태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온에 맥주를 보관하다 순간 냉각기를 사용해 맥주를 서빙하는 곳보다는 평소에도 맥주를 냉장 보관하는 곳의 맥주가 훨씬 신선합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구매한다면, 캔 바닥에 적힌 제조일을 유심히 보세요. 한 달 이내에 생산된 맥주가 가장 맛있습니다. 자, 이제 선입견을 버리고 ‘국맥’을 즐길 차례입니다. macduc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