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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코로나19 발병 전 세 차례 사스·메르스 등 美에 반입 시도”

    “中, 코로나19 발병 전 세 차례 사스·메르스 등 美에 반입 시도”

    코로나19로 전 세계 감염자가 85만명을 넘기고 사망자가 4만 2000명을 넘긴 가운데 지난 2018년 11월 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소지한 채 입국하려던 중국인 생물학자를 미국 당국이 적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는 중국 우한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오기 1년 1개월 전이다. 정치 전문매체 ‘내셔널 리뷰’와 야후! 뉴스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기밀 해제된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량살상무기국(WMDD)의 지난해 11월 13일자 전술정보보고서에는 2018년 11월 28일 디트로이트 국제공항에 입국하려던 중국인 생물학자의 개인 수하물 안에서 ‘항체’란 라벨이 붙어 있는 3개의 작은약병을 적발했으며 이 생물학자는 미국의 한 연구소에 전달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2018년 5월 26일과 지난해 9월 11일에도 같은 공항을 이용해 중국인들이 각각 대장균의 일종인 E 콜리 플라스미드(plasmid, 미생물에서 염색체를 제외한 유전 물질), 1933년 홍콩 독감의 바이러스를 들여오려다 적발됐다며 “이처럼 수하물이나 가방에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생물학 재료를 갖고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것은 바이오 안보에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의 발병 진원지를 둘러싸고 한때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다 최근 선진 20개국(G20) 화상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화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FBI의 의도는 중국이 이렇게 바이오 보안을 허술하게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중국 생물학자나 미국 반입을 시도한 인물들의 신원이나 이를 전달받으려던 미국 기관이나 인물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가 다 알고 있으니 너네 까불지 말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지구적 생물다양성 학과의 라이나 매킨타이어 교수가 지적한 얘기는 의미심장하다. 그녀는 FBI가 바이오 테러에도 쓰일 수 있는 이중 목적의 연구에 이 소재들이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이 소재가 미국에 몰래 반입되려 했다는 것은 반대로 미국이 중국에 몰래 반입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FBI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문제를 삼으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스페인 독감도 이긴 英 112세 할아버지 ‘세계 최고령 남성’ 기네스 올라

    스페인 독감도 이긴 英 112세 할아버지 ‘세계 최고령 남성’ 기네스 올라

    영국 햄프셔 알턴에 사는 112세 남성이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남성’ 이 됐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의 지난달 31일 보도에 따르면 밥 웨이튼(112)은 2020년 3월 29일, 대망의 112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1908년 3월 29일 태어난 이 남성은 1918년에 시작된 스페인 독감 팬데믹 당시 바이러스에 감염돼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무사히 전염병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후 아내를 만나 결혼한 웨이튼 할아버지는 3명의 자녀를 두었고, 현재는 10명의 손자와 25명의 증손자까지 보았다. 웨이튼 할아버지는 아내와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은퇴하기 전까지 런던의 한 대학에서 해양공학 강사로 일했다. 아내는 23년 전인 1997년 세상을 떠난 이후 웨이튼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홀로 생활하고 있다. 현재 영국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탓에 떠들썩한 생일파티를 포기해야 한 웨이튼 할아버지는 “스페인 독감 당시 수술을 받는 등 큰 위기를 겪었지만, 자가격리를 시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가격리까지 해야 하는 요즘 같은 바이러스(코로나19)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가) 조금 불편하지만,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듯 그 상황을 또다시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면서 “자가격리 중에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기네스세계기록 협회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웨이튼 할아버지의 공식 기록증을 직접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네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웨이튼 씨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 다만 그가 사는 지역으로 공식 기록증을 보냈고 안전한 경로로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웨이튼 할아버지 이전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알려진 일본의 와타나베 지테쓰는 향년 112세로 지난 1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웨이튼 할아버지는 “내가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남성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곧바로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이전 기록 보유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오래 살아있어서, 그리고 사는 동안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英 멀쩡하던 13세 확진 사흘 만에 사망, “낮은 확률 숫자일 뿐”

    英 멀쩡하던 13세 확진 사흘 만에 사망, “낮은 확률 숫자일 뿐”

    영국 런던의 킹스 칼리지 병원에 입원해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13세 소년이 끝내 숨졌다고 BBC가 31일(현지시간) 전했다. 남부 런던 브릭스턴에 사는 이스마일 모하메드 압둘와합이란 소년인데 지난 30일 이른 시간에 세상을 떠나 아마도 이날 오후 5시 집계된 1789명의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최연소로 기록될 것 같다고 방송은 전했다. 특히 이날 24시간 동안 381명이 숨져 영국의 하루 희생자로는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가족들은 황망해 하고 있다. 아무런 기저 질환이 없었고 지난 27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다음날 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는데 이틀 만에 갑자기 운명했기 때문이다.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었으며 코마 상태로 유도됐다. BBC의 건강 전문 기자 닉 트리글은 10대가 이렇게 심각하게 증상이 발현되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보이는 것은 0.3%에 불과하며, 사망할 확률은 0.006% 밖에 안 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3만명의 감염자 가운데 두 명이 목숨을 구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이 사례는 골치 아프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스마일의 누나가 교사로서 일하는 런던 남서부 매디나 칼리지의 마크 스티븐슨 학장은 장례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모금 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모금 글에는 이스마일의 가족이 전염력이 워낙 높다는 이유로 임종을 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어린이나 10대는 성인보다 코로나19로 사망할 확률은 훨씬 낮고 증상도 훨씬 경미하게 앓다가 넘어갈 수 있지만 독감과 비교해 어린이들은 훨씬 더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아직 왜 그런지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는 못했다. 다만 어린이들의 몸이 훨씬 더 바이러스에 적응하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될 따름이다.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몸 속에 침투한 바이러스와 싸우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킨다는 가설이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런 식으로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다른 가설은 아이들은 더 경미한 유형의 증상을 일으키지 않아 치료의 적기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성인들은 항체를 형성하는데 아이들의 몸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딱 맞는 항체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의사 겸 강사로 일하는 나탈리 맥더모프 박사는 이스마일의 죽음이 “영국과 세계 전체에서 감염병의 확산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일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며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의가 검시를 정확히 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는 19세 청년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숨졌다고 발표해 그가 한때 최연소 사망자로 추정됐다. 마이크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며칠 사이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추세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지금은 사람들이 언제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스스로 (사회적 물리적 거리 두기로부터) 느슨해질 수 있을까 상상하는 시기가 아님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송현서의 각양각세] 봄이 오면 정말 ‘역병’이 끝날까요?

    [송현서의 각양각세] 봄이 오면 정말 ‘역병’이 끝날까요?

    “역병도 끝날 것입니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에 등장하는 주인공 대사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 좀비가 되는 역병이 덮친 조선에서, 주인공의 이 한 마디는 생지옥을 버티게 해 줄 희망이자 위로다. 코로나19와 싸우는 현실의 우리에게도 위 대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역병 또는 바이러스가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고, 더 나아가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이 명백하게 다른 점도 있다. 드라마 속 역병(좀비)은 온도에 취약해 겨우내 기승을 부리다가도 봄이 오자 맥을 추지 못하지만, 현실의 역병(코로나19)은 다르다. 온도와 바이러스 전염력 사이의 연관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예상은 이 바이러스가 독감과 같은 종류의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에 속하며, 높은 온도에 취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나온 주장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이 지난달 23일 내놓은 연구결과의 일부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기온이 3~17도인 비교적 서늘한 지역에서 대다수 발생했다. 반면 현재 계절이 여름인 적도 인근 지역 및 남반구의 감염 사례는 전 세계 감염자들의 6% 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코로나19가 신종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홍콩의 한 전염병 전문가는 추운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 함께 모여있거나 외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으며,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감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가 초기에는 독감이나 홍역, 말라리아 같은 다른 질병들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질병에 노출된 지역이나 국가에서는 진단 자체가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WHO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는 덥고 습한 곳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전염될 수 있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도 그간 여러 차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여름인 남반구의 호주 등지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면서 “코로나19는 온도와 상관없이 어느 곳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아직까지는 무엇이 정답인지 확인할 방법이 많지 않다. 다만 지난 3개월간 고군분투한 결과, 검사 또 검사,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럼에도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자, 마치 모든 위험이 사라진 듯 너도나도 들썩이고 있다. 주말이 되면 도심 밖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산과 바다가 북적인다. 올해는 벚꽃 구경을 오지 말아 달라는 전국 지자체의 애원에도, 일부 명소는 ‘인증샷’을 빌미로 마스크마저 벗어 던진 상춘객이 들끓는다. 답답한 마스크를 쓴 채 실내 공간에 갇혀 지낸 지 세 달이 다 되어간다. 흐드러진 벚꽃과 살랑이는 봄바람에 흔들리는 심정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개미구멍으로 공든 탑 무너진다’는 속담처럼, 나 하나쯤은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과 행동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을 패전으로 이끌 수 있다. 아름다운 벚꽃과 산과 바다는 언제고 제 자리를 지키니, 봄 놀이는 내년을 기약해도 늦지 않다. 드라마 속 역병은 봄이 오자 물러갔지만, 현실의 역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기침예절과 손씻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기본 수칙

    [정기석의 환경과 우리몸] 기침예절과 손씻기는 우리를 보호하는 기본 수칙

    코로나19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나와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 수칙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뻔한 잔소리처럼 들려도 할 수 없다. 손씻기와 기침예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여러 해 전부터 기침예절과 손씻기를 강조해 왔으나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침예절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침방울과 콧물 방울이 주변에 퍼지면서 그 안에 포함된 병균도 같이 공기 중에 떠돌게 된다. 침과 콧물이 잘게 부서지면서 아주 작은 물방울을 형성하는 것을 비말이라고 한다. 비말은 대개 크기가 500마이크로미터 이하다. 큰 비말은 반경 2m 이내 공중에 잠시 머물다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실험에 따르면 재채기로 인한 비말은 9m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 또한 비말의 크기가 수분의 증발에 의해 더 작아지고 적절한 환기 시스템을 타면 좀더 멀리, 좀더 오래 공중에 머물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연구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중에 3시간 정도 머물 수 있다고 한다. 비말이 형성된 공간이 좁고 폐쇄적이라면 감염 위험은 더해진다. 비말이 더 작아지면 직경 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비말핵으로 남아 폐의 가장 깊은 곳인 폐포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비말핵에 의한 대표적인 감염병이 결핵, 홍역, 수두 등이다. 코로나19는 비말핵보다는 비말 상태로 감염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처음 알려진 바이러스인 만큼 특성을 단언하기는 섣부르다. 우리가 기침예절을 잘 지킨다면 바이러스가 주변 환경에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므로 서로를 위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선진 국민의 예절로 자리 잡아야 하는 이유다. 다음은 손씻기의 중요성이다. 환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로부터 나온 바이러스가 수시간 공중을 떠돌다 바닥으로 내려앉으면 각종 생활용품에 묻어 우리의 손으로 옮겨 간다. 식탁, 소파, 책상, 의자, 문고리 등에 묻어 있던 병균은 씻지 않은 손으로 코, 입, 눈을 만질 때 점막을 통해 감염을 일으킨다. 이를 접촉감염이라고 한다. 유행성결막염의 유행 시기에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보면서도 자신은 눈병에 걸리지 않는 안과의사는 손을 철저히 씻을 뿐만 아니라 절대 손을 얼굴에 올리지 않아 접촉감염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독감을 비롯한 다양한 폐감염 환자를 진찰하는 필자도 청진 전후에 반드시 소독액으로 손을 닦는다. 진찰 뒤에는 다음 환자를 위해 청진기도 닦아 둔다. 호흡기로 전파되는 감염증인 감기, 독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이 직접 호흡기로 들어가서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손에 묻은 바이러스로부터 발생하는 접촉감염도 매우 중요한 감염 기전이다. 다시 강조한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습관이야말로 감염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행동이다.
  •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19, 두 번의 팬데믹…희비 교차한 100세 노인들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19, 두 번의 팬데믹…희비 교차한 100세 노인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을 당시 살아남았던 영국의 108세 노인이 코로나19에 사망했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 북서부 샐퍼드에 거주하던 108세 여성 힐다 처칠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단 몇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 여성은 109세 생일은 단 8일 앞두고 있었다. 1911년 출생한 처칠 할머니는 7세 때인 1918~1919년,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된 스페인 독감에서도 살아남았다. 당시 체셔에 살고 있던 처칠 할머니 및 일가족은 대부분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었지만, 생후 12개월의 동생을 제외하고는 무사히 살아남았다. 처칠 할머니의 손자인 앤소니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단 한 번도 할머니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셨다”면서 “할머니는 코로나19 증상이 스페인 독감과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결과는 그때와 같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할머니는 영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최고령 환자에 속했다”면서 “할머니는 스페인 독감에서 승리하셨지만 코로나19에 무너지셨다. 할머니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노약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더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든 노인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1919년 당시 처칠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독감을 겪었던 이탈리아의 101세 노인(남성)이 코로나19 완치판정을 받았다. 이 노인이 태어난 1919년은 스페인 독감이 한창 유행하던 때다. 그가 스페인 독감에 감염됐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번의 팬데믹에서 살아남은 것만은 확실하다는 점에서 그의 사례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당국은 “이 노인이 지난 26일 완치판정을 받고 가족에게 돌아갔다”면서 “코로나19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인 만큼 그가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결국 완쾌해 우리에게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19 최고령 퇴원자는 중국 우한의 103세 여성이다. 이 여성은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세계 최고령 남성 웨이턴, 112세까지 생일날 있었던 일들

    세계 최고령 남성 웨이턴, 112세까지 생일날 있었던 일들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남성 밥 웨이턴이 29일(현지시간) 112세 생일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성대한 파티는 생략한다. 대신 영국 BBC는 햄프셔 알턴에 있는 그의 집에서 혼자 지내는 웨이턴이 태어나 지금까지 생일 날 일어났던 일들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엄청 쓸데없는, 자잘한 지식과 정보들이니 바쁜 분들은 이쯤에서 그만 보시라. 햄프셔 알턴은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이 평생 집필에 몰두한 곳이기도 하다. 먼저 112세 나이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 밀란, 잔다르크가 시복(諡福, beatification)된 것과 같은 나이다. 그가 첫 울음을 세상에 토해낸 1908년 3월 29일은 허버트 애스퀴스가 영국 총리에 취임하기 일주일 전이었으며 에드워드 7세 국왕의 살날이 2년이나 남은 때였다. 그 해 로버트란 이름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5번째로 흔한 사내아이 이름이었다. 윌리엄, 존, 조지가 가장 사랑받는 이름이었는데 다만 로버트는 프랭크와 해롤드보다 윗 순위였다. 딸 이름은 매리, 엘리자베스, 플로렌스, 애니 등이 인기 있었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영국 최고령 여성이자 웨이턴과 나란히 영국 최고령인 조앤 호콰드 할머니도 이날 생일이다. 그녀의 이름 조앤은 당시 161위였다. 영국의 남극 탐험가 로버트 팰콘 스코트 선장은 그의 네 번째 생일에 세상을 떴다. 스코트는 그날 일기장에 “창피한 것 같지만 더 이상 일지를 적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 적고는 텐트 안에서 굶어 숨졌다. 시신은 8개월 뒤 발견됐는데 다음 식량 보급 지점에서 18㎞ 떨어져 있었다. 그의 열 번째 생일에는 영국군이 오스만제국 군대와 지금의 요르단 암만에서 첫 전투를 벌였다. 악천후까지 겹쳐 영국군은 며칠 뒤 참담하게 패퇴하고 말았다. 열아홉 살이 된 1927년 생일 날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해변에서 육상 및 해상 최고 속도를 경신한 특수제작 차량 선빔 1000hp 소식에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 헨리 세그레이브 경(卿)이 두 차례나 차량을 몰아 각각 200.668mph(시간당 마일)과 207.015mph를 기록해 평균 203.792mph 공인을 받았다. 이 차는 90년 뒤, 그가 109세가 되던 해 복원됐는데 지금도 햄프셔 뷸리우의 국립자동차박물관에 전시돼 있다.서른다섯 번째 그의 생일에 존 메이저 전 총리가 태어났다. 마흔셋이 된 1951년에는 게트루드 로런스와 율 브리너가 호흡을 맞춘 연극 ‘왕과 나’가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날이었다. 로런스는 간암과 복강암에 걸린 줄 몰라 무대 뒤에서 마티니 한잔 홀짝거리다 쓰러져 입원했고, 15개월 뒤 숨을 거뒀다. 1955년 마흔일곱 번째 생일에는 프랑스 철도회사 SNCF 열차가 트랙을 망칠 정도의 시속 331㎞로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61세이던 1969년 생일에는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에서 제각각 열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모두 끝났다. 네 나라 모두 자기네 우승자가 진정한 우승자라고 우기는 바람에 얼마 뒤 다시 대회를 열어 우승자를 가렸다. 1974년 66세 생일에는 중국 시안에서 진시황 병마용이 농민들 눈에 띄었다. 20세기를 통틀어 최고의 인류학적 발굴로 나중에 평가 받았다. 72번째인 1980년 생일에는 134회 그랜드 내셔널 경마대회에서 네 마리만 완주해 미국인이 소유한 말 벤 네비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 말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40분의 1로 낮았기 때문에 돈을 건 사람들은 대박을 터뜨렸다. 벤 네비스는 1995년에야 죽었고 2009년 경마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82세가 된 1990년 생일에는 사람들이 일어난 줄도 잘 모르는 ‘하이폰 전쟁’이란 것이 터졌다. 전쟁처럼 치열했다는 얘기다. 공산 정권이 붕괴한 뒤 슬로바키아 정치인들은 ‘체코-슬로박 공화국’으로 하이폰 하나만 넣자고 요구했는데 체코 정치인들이 한사코 거부해 옥신각신했고, 결국 두 나라는 1993년 1월 1일 아예 분리를 선포했다. 그가 101세가 된 2009년 생일은 자키 스미스 내무부 장관에게 최악의 날이었다. 여성 장관이 의회 예산으로 포르노 유료영화를 구입해 시청한 것이 언론 보도로 들통 났다. 결국 그녀는 사퇴했고, 이듬해 의원 직도 버렸다. 2011년 그녀는 포르노 영화에 대한 라디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포른 어게인’에 초빙됐다. 106번째 생일이었던 2014년에는 북런던에서 17년을 함께 한 피터 맥그레이스와 데이비드 카브레사가 잉글랜드와 웨일즈 최초로 0시 1분 동성 결혼식이 열렸다. 그리고 대망의 112번째 29일이다. 코로나19 탓에 떠들썩한 축하 파티도 건너뛰지만 다섯 군주, 22명의 총리(임기로는 27번), 미국 대통령 21명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 손뼉이라도 마주쳐 줘야 할 것 같다. 그는 세 차례 런던올림픽, 두 차례 세계대전, 악명높은 스페인 독감, 콜레라, 천연두, 코로나19를 모두 겪었다. 새삼스레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명답이 떠오른다. “죽는 일을 피하는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환경파괴로 터전 잃은 바이러스… 인간을 돌고 돈다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 등이 맞물리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종 감염병에 고통받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2002년 사스부터 2009년 신종플루까지는 7년이 걸렸지만 2015년 메르스까지는 6년, 2020년 코로나19까지는 5년이 걸렸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3~4년 만에 또 다른 감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메르스 후 5년 만에… 유행주기 점점 빨라져 최근 대규모로 유행한 감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이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사람에게 전염되는 동물의 감염병을 말한다. 병원체가 공격 목표를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꾸고, 사람의 몸속에 자리잡는 데 성공하면 새로운 질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야생 물새에서 시작해 몇몇 가축을 거쳐 1918~1920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50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스페인독감’도 마찬가지다. 라임병, 웨스트나일병, 광견병,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탄저병, 라싸열, 니파 바이러스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 세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감염질환의 75%가량이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졌다. 희한한 신종 질병이 있다면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동물에게서 옮겨온 바이러스는 치명적이다. 사람에게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없어 한번 걸리면 전파가 빠르고 치사율도 높다. 조류독감의 치사율은 무려 60%에 이르고, 메르스는 30~40%, 에볼라 바이러스는 50~70%나 된다.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낮은 대신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감염시켰다. 코로나19도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전파 속도가 빨라 발생 두 달여 만에 전세계에서 56만 7000여명(28일 기준)을 감염시켰다. 전문가들은 동물과 인간의 ‘종(種) 간 장벽’을 뛰어넘어 이런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유로 환경 파괴를 든다. 미국의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는 저서 ‘에코데믹’에서 “인류의 지구환경 및 자연의 순환과정 파괴가 신종 감염병 등장과 감염병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개발이 계속되는 한 신종 감염병은 계속해서 출현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감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을 변형해 ‘에코데믹’(eco-demic), 즉 환경감염병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국내 학자들도 에코데믹의 출현을 경고해왔다. 국립수의과학연구원 정석찬 연구관은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림자원의 훼손으로 인한 매개체(모기, 쥐 등) 증가, 화학물질의 오염에 의한 숙주동물(인간 등)의 면역기능 약화, 매개 동물 및 병원체 이동의 증가에 따라 인수공통전염병 발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전국을 휩쓴 메르스도 환경 파괴가 신종 감염병 확산을 부른 사례였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는 염기서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사촌뻘이다. 이보다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게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다고 학자들이 추정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인간에게 직접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긴 것은 중간 숙주인 낙타로 알려졌다. 사는 곳이 다른 낙타와 박쥐는 원래 만날 일이 없는 동물이지만 자연 파괴로 박쥐들이 마을로 넘어와 낙타와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이 과정에서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후 낙타 안에서 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전파되기 쉬운 형태로 변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코로나19는 천산갑이란 포유류가 사람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을 방문해 코로나19 조사를 진행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중국 전문가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시작돼 중간 숙주인 천산갑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름도 생소한 천산갑이 사람과 접촉할 일은 많지 않지만, 사람들이 천산갑을 보양 식품으로 섭취하면서 위험에 노출됐을 것이란 가설이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란 책에서 “나무가 벌목되고, 토종 동물들이 도살 될 때마다 그들의 몸에 깃들어 살던 미생물이 주변으로 확산된다”며 “밀려나고 쫓겨나 서식지를 빼앗긴 기생적 미생물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바이러스에게 77억명을 웃도는 인류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2100년이면 109억명으로 최대치에 이를 정도로 개체수가 많은 데다 조류처럼 멀리 이동할 수 있으니 숙주로 삼기에 제격이다. ‘전염병의 세계사’ 등을 쓴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엄 맥닐은 “인구는 최근까지도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으나 25~27년 사이에 두 배로 증가했다”며 “굶주린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더라도 수십억 인체는 기가 막힌 서식지이며, 인체에 침입해 적응할 수만 있다면 기가 막힌 표적”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천연두를 완전 퇴치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을 퇴치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하지 못한다. 숙주가 없는 한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으면 이론적으로는 박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공통감염병은 예외다.●‘사람만 감염 ’ 천연두·소아마비 퇴치 성공 천연두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었다. 오직 사람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 WHO가 전 세계적으로 전개한 천연두 퇴치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천연두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 외에는 어디서도 번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만 감염되는 소아마비도 마찬가지다. WHO는 국제적으로 소아마비 박멸운동을 시작해 전 세계 소아마비 환자 수를 99%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 외에는 달리 숨을 곳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백신으로 인간이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인수공통감염병의 병원체는 어디론가 숨어버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더라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원래 숙주인 박쥐나 천산갑에, 메르스 바이러스는 박쥐와 낙타에, 뎅기 바이러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는 원숭이 몸에 도사리고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재등장할 수 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병률을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일부에서 인구의 60~70%가 감염되면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될 것이라고 얘기한 게 주목을 받았다. 지난 23일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인구 60%가 면역을 가졌을 때 (코로나19의) 확산을 멈출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에서도 인구의 70% 정도가 집단적으로 감염되면 면역이 형성돼 나머지 30%의 인구에는 더 이상 추가 전파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이론이 제기된 바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되면 면역력을 갖게 되고, 이런 사람의 비중이 커질수록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이 낮아진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감염병을 종식시키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이론으론 가능할지 몰라도 정책으로는 부적합하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아 운 좋게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담은 염기쌍(유전정보 조각들)이 평균 1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적은 유전자 한계를 극복하고자 바이러스는 다양한 수법으로 진화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따라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치명률을 낮추는 것 밖에 답이 없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정부가 ‘생활방역’을 이야기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염병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완전 정복은 요원한 숙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9일 전화인터뷰에서 “이번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빨리 끝난 것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를 생활화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침 예절 지키기와 마스크 착용,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만 잘 지켜도 감염병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바이러스를 피하는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탈리아서 102세 코로나19 완치…담당의 “모든 노인에게 희망”

    이탈리아서 102세 코로나19 완치…담당의 “모든 노인에게 희망”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에서 102세 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됐다고 미국 CNN 등 외신이 28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제노바에 있는 산마르티노병원에 이달 초 입원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102세 여성 환자가 20여일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현지시간으로 26일 퇴원했다. 이로써 이탈리카 그론도나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이탈리아 최고령 코로나19 완치자로 기록됐다. 이 여성의 치료를 맡았던 의사인 베라 시크발디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녀에게 ‘하이랜더’(불멸자라는 뜻)라는 별명을 붙였다”면서 “이탈리카는 이번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고 있는 모든 노인에게 희망을 줬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분야 최고 전문기관인 국립고등보건연구소(ISS)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78세이다. 그만큼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고령 환자가 많다는 말이다. 시크발디 박사는 또 “이탈리카는 이달 초 가벼운 심부전으로 입원했었다”면서 “그녀는 약간의 가벼운 코로나19 증상만 있어 우리가 검사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지만 그녀는 스스로 회복해서 우리가 할 일이 사실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크발디 박사와 동료 의사들은 이탈리카 그론도나의 사례가 자신들에게 너무 깊은 인상을 남겨서 이 사례를 더욱더 깊이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 여성에게서 혈청학적 검체도 채취했다. 시크발디 박사는 “1917년에 태어난 이탈리카는 그 직후 만연한 펜데믹인 스페인 독감도 이겨냈을 가능성이 있는 코로나19 최초 완치자로 여겨진다”고 말했다.이탈리카 그론도나는 현재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의 외아들은 수십 년 전 미국에서 사망했다. 그녀의 조카인 레나토 빌라 그론도나는 “그녀의 완치 비결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녀는 삶과 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고 프레디 머큐리(퀸의 보컬)와 발렌티노 로시(세계적 모터사이클 선수)를 사랑한다”면서 “그녀 앞에서 바이러스가 항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현지시간으로 28일 오후 6시 기준 누적 사망자 수가 전날 대비 889명 증가한 1만23명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누적 사망자 규모가 1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온 이래 36일 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1만명대 누적 사망자 규모는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5974명 증가한 9만2472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 세계에서 미국(11만36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만, 하루 확진자 증가율이 7%를 밑돈 것은 처음으로 최근 들어 누적 확진자 증가율은 서서히 하향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은 10.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현지 정부는 내달 3일까지인 전국 이동제한령 기한을 연장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탈리카 그론도나 본인 제공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美·中, 코로나 환자에게 비타민C 투여”…불붙는 메가도스 논쟁

    “美·中, 코로나 환자에게 비타민C 투여”…불붙는 메가도스 논쟁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에서 감염자에게 비타민C 과다투여(메가도스) 요법을 사용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직 코로나19의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감기와 독감 증세 호전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C를 보조 치료제로 시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학계의 해묵은 논쟁인 ‘비타민C 메가도스’ 논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발원지인 뉴욕에서는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일일 권장 복용량보다 더 많은 양의 비타민C를 정맥 주사로 투여 중이다. 미국의 비타민C 일일 권장 복용량은 남성 90㎎, 여성 75㎎이지만 뉴욕의 병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타민C를 제공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이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우한 셰허병원의 류스 교수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게 비타민C를 쓰고 있다. 류 교수는 “중증 환자들에게 다른 약과 함께 비타민C를 주고 있다”면서 “비타민C는 수용성이어서 대량으로 투여해도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타민C 메가도스는 미국의 화학자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1901~1994)이 처음 제안했다. 그는 1966년 생화학자 어윈 스톤(1907~1984)의 비타민C 연구 결과에 확신을 갖고 감기를 예방하고자 매일 비타민C 3000㎎을 복용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음을 깨닫고 1970년 ‘비타민 C와 감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출간했다. 1971년 영국의 외과의사 이완 캐머런(1922~1991)과 함께 말기암 환자들에게 비타민C를 제공하는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비타민C를 투여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 확률이 4배나 더 높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의사들이 술렁였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비타민C가 ‘만병통치약’으로 등극할 수도 있어서였다. 하지만 미국 내 최고 종합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오 클리닉에서 수행한 임상 실험에서는 비타민C 메가도스(하루 1만㎎)가 암을 치료하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대해 폴링은 “비타민C를 장기간 복용해야 암에 효과가 있다”며 메이오 클리닉의 임상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의학계는 비타민C 효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많이 먹을수록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 등 가벼운 효과부터 치매 예방과 암 예방, 항암 효과 등 건강에 이득이 된다는 의견과 적정량 이상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왕재(65) 서울대 의대 교수가 대표적인 비타민C 메가도스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인간은 체내에서 비타민C를 생산할 수 없어 메가도스로 보완해 심혈관 질환 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동물들이 체내에서 합성하는 비타민C의 양을 인간의 체중과 비교해 계산하면 보통 사람도 비타민C를 하루에 6000㎎는 섭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유튜브 등에는 “하루 10g 이상 비타민C를 장기간 복용하면 몸의 염증을 줄이고 피부도 좋아진다”는 메가도스 경험담이 다수 올라와 있다. 상당수 의사와 약사도 사견임을 전제로 메가도스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의학적으로는 메가도스의 효능이 정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비타민C의 효과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메가도스 요법 등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도 “한국인은 매일 먹는 음식만으로 하루 비타민C 권장량의 98.7%를 섭취하고 있다”면서 “굳이 비싼 비용을 치러가면서 각종 비타민C 제품을 사서 보충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베이징 퉁런병원의 양진쿠이 교수는 “비타민C가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무 근거도 없다”면서 “뚜렷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고 SCMP가 전했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이더라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심리적인 효과가 안정감을 줘 실제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말한다. 류스 교수도 “비타민C가 치료에 실제로 도움을 주는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비타민C는 감기나 노안, 심혈관 질환, 암 등 치료에 일부 효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질병의 치료제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응급실 처절“...미국 의사가 전한 뉴욕 코로나19 참상

    “응급실 처절“...미국 의사가 전한 뉴욕 코로나19 참상

    미국이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만에 1만 7000여명이 급증해 이탈리아와 중국을 제치고 26일(현지시간) 선두가 됐다. 지난 1월 21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 여 만에 코로나19 중심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미국의 확진자가 급증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안이한 판단과 당국의 미흡한 대응 탓으로 지적된다. 전세계 코로나19 현황을 집계하는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11시30분 기준 현재 미국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만 7179명 늘어난 8만 5390명을 기록하고 있다. 3억 2800만명인 인구를 감안하면 4010명당 한명꼴로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14억이 넘는 중국 확진자 8만여명을 고려하면 1만 7500여명당 한명꼴이라고 CNN이 분석했다. 이날 미국 누적 사망자는 1295명으로, 전날보다 268명이 늘어났다.특히 뉴욕주에서 확진자 수가 3만 8977명으로 가장 피해가 크다. 전날보다 6000명이 넘게 증가했다. 뉴욕주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100명 늘어 466명으로 집계됐다. 뉴욕시에선 사망자들을 안치하는 영안실 수용 능력이 한계치를 앞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의 한 의사는 “뉴욕에서 마치 제3세계 국가에서 벌어질 법한 시나리오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N이 이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약 2주 전 첫 코로나19 양성 환자를 받은 뒤 지옥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에 대한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의미다.중증의 환자는 많은데 이들에게 제공할 인공호흡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의사는 “인공호흡기도 없고 침상도 없다”고 말했다. 뉴욕 장로회·컬럼비아대학 의료센터의 응급의료 국장 크레이그 스펜서는 “우리가 지금 응급실에서 보는 현실은 처절하다”며 “지난주에는 1∼2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있었는데 어제 근무 때는 내가 본 환자 거의 모두가 코로나19 환자였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 프레스비테리언-컬럼비아대병원은 인공호흡기 한대를 환자 두 명이 나눠쓰고 있다. 뉴욕시의 마운틴시나이병원 역시 인공호흡기 공유를 검토하고 있다. 절대적인 장비 부족에 미식품의약국(FDA)은 여러 명이 쓸 수 있도록 인공호흡기를 개조하는 것을 허용했다.미국의 확진자 급증은 뉴욕 등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초기 대응 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에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지난달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독감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른다”며 코로나19 위험성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발생 지역도 확산하자 태도가 돌변, 백악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보건 당국의 검사 역량도, 초기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것도 진압 실패에 한몫했다. 환자가 계속 빠르게 늘었지만, 진단 장비가 부족해 검사를 제때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병원을 찾아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검사 대상과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한 탓이 크다. 사태 초기만 해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만 검사를 받도록 했다.특히 고비용으로 제대로 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사태 악화를 부채질했다. 세계 최첨단이라는 미국 의료 기술에도 불고 의료제도 자체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사태 초기 코로나19 검사비가 2000달러(240만원)∼3000달러(360만원)대에 이른다며 비싼 검사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전염병 검진비는 보험의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생긴 문제였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통계 오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독감이나 다른 질병으로 잘못 진단된 사망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망자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숨은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중국 보고도 코로나 교훈 못 얻은 美…“2분기 경제 25% 역성장”

    중국 보고도 코로나 교훈 못 얻은 美…“2분기 경제 25% 역성장”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올라선 것은 중국의 상황을 봤음에도 초기 대응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월 21일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감염자가 8만명을 넘겼다. 환자가 단기간에 폭증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 재선 유세에서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지난달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내 독감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른다”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자 태도를 바꿔 백악관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했지만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었다. 보건 당국의 검사 역량이 떨어진 것도 조기 진압 실패에 한몫했다. 장비가 부족해 검사를 제때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NYT는 이달 초까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하루 검사 능력이 400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 당국이 적극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병원을 찾아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검사 대상과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한 탓이 크다. 사태 초기 코로나19 검사비가 많게는 3000달러(약 360만원)에 달하다보니 비싼 검사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전염병 검진비는 보험의 보장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독감이나 다른 질병으로 잘못 진단된 사망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망자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자가 발표되는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 전역에 걸쳐 지역사회에서 급속히 환자가 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CNN방송도 현 상황에 대해 “암울한 이정표”라며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에서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17일에는 환자 수가 5월 1일쯤 정점에 달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5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기자회견에서 뉴욕을 “탄광 안의 카나리아”라며 “우리는 당신의 미래“라고 경고했다고 상기시켰다. 과거 광부들은 일산화탄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카나리아를 탄광에 들여보내 위험을 미리 알아챘다. 이와 관련,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2분기 미국 경제가 25%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미국의 2분기 성장률전망치를 종전 -14%에서 -25%로, 1분기 성장률은 종전 -4%에서 -10%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불과 1주일여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 JP모건은 “외출 자제 명령이 확산되면서 경제활동 위축 범위가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일부 소득 손실을 부분적으로 상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코로나19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 독감 등도 억제할 가능성 커”

    “코로나19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 독감 등도 억제할 가능성 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독감 같은 다른 감염증도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쿼츠에 따르면, 현지 의료기업 킨사는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덕분에 독감 증례가 예측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미 전역에 100만 대가 넘는 스마트체온계를 판매한 이 기업은 자사 기기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다수의 익명화된 체온측정 자료를 수집했다. 이 자료는 독감 유행을 예측한 기존 연구에도 활용됐으며 감염증 유행을 예측하는데 사용됐다. 이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킨사가 이달까지 수집한 체온측정 자료는 예년보다 두세 배 늘었다. 이를 토대로 기업은 코로나19의 증상 중 발열 등이 독감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최근 미국에서도 대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독감 같은 다른 감염증의 유행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조사했다.자료 분석 결과,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미국에서 독감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4%에서 3.7%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었지만, 실제로 같은 기간 증상이 나타난 사례는 4.9%에서 3.3%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년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고 이 기업은 설명한다. 킨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인더 싱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이전에 시행된 사례는 없으므로, 비교할 대상은 없다”면서도 “이번 조사에서 실제로 독감 환자가 급감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현재의 노력에 대해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감염 확산이 드러나기 전부터 체온측정 자료가 이를 예측한 것으로 전해졌다.플로리다주에서는 이달 하순부터 코로나19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킨사 체온측정 자료에는 같은 주에서 인구 수가 가장 많은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 이달 중순부터 이미 발열 사례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증 예정에 일정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지 저명한 감염증 전문가인 벤저민 달지엔 오리건주립대 교수는 “만일 이 운동으로 혜택을 가장 크게 받는 지역들에서도 유행이 확산하면 발열 증상 사례가 급증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코로나19 같은 감염증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 방심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쿼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코로나19 영향...‘독감 유행주의보’ 작년보다 12주 빨리 해제

    코로나19 영향...‘독감 유행주의보’ 작년보다 12주 빨리 해제

    개학 후 학생 환자 증가 가능성 주시질병관리본부는 2019년 11월 15일 발령했던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27일 해제한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12주나 이르게 독감 주의보가 해제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학 연기, 손씻기 등 위생관리 확산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결과 의사 환자(유사증상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제10주(3월 1~7일) 3.9명, 제11주(3월 8~14일) 2.9명, 제12주(3월 15~21) 3.2명으로 3주 연속 유행기준보다 낮았다. 2019~2020절기 인플루엔자 유행기준은 외래환자 1000명당 5.9명이었다. 의사 환자는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함께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의사 환자 수가 3월 이후 3주 연속 유행기준 이하일 때 인플루엔자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독감 유행주의보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19~2020절기 인플루엔자는 2018~2019절기와 동일하게 2019년 52주(2019년 12월 22~28) 외래환자 1000명당 49.8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A형(96% 이상) 인플루엔자가 주로 유행했다.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2019년 11월 15일)은 지난 절기와 같지만, 종료 시점(2020년 3월 27일)은 12주 빨라서 유행 기간은 크게 단축됐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인플루엔자 유행은 해제됐지만,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처하고, 각종 감염병 예방을 위해 평소 손 씻기, 기침 예절 실천 등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특히 오는 4월 6일 예정인 초·중·고등학교 개학 이후 학생들의 집단생활로 인플루엔자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에 개학 이후 인플루엔자 환자 발생 추이를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코로나 끝날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돼야 하는 이유

    [달콤한 사이언스] 코로나 끝날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돼야 하는 이유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자국의 국경을 봉쇄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의 입출국을 차단한 나라가 30개국에 이르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인 이탈리아는 전국의 사업장을 폐쇄하는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단순한 독감 수준’이라며 손 놓고 있던 미국도 군대를 동원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가운데 과학자들이 코로나19 같이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는 조속히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영국 옥스포드대 동물학과, 사우샘프턴대 수리과학과, 왕립수의대 병리생리학 및 인구과학과, 미국 하버드대 의대, 하버드 공중보건대, 보스턴아동병원, 노스이스턴대 네트워크과학연구소, 시애틀 워싱턴대 보건통계평가연구소, 에콰도르 샌프란시스코키토대(USFQ) 생명·환경과학부,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감염병 수학모델링팀, 소르본대, 이탈리아 융합과학연구재단(ISI), 중국 베이징사범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공동연구팀은 수학적 분석을 통해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제한 조치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6일자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이동제한 조치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은 중국 연구자들의 분석들이 대부분이어서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이외 지역의 수학자와 물리학자, 동물학자, 의학자, 공학자들이 대거 참여해 연구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연구팀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난 1일까지 중국 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사례 7만 9986건의 역학조사 자료와 휴대전화에 기록된 실시간 모바일 지리위치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난 1월 23일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중국 우한지역의 봉쇄와 이동제한 조치 전후로 코로나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1월 23일 우한 지역의 여행제한과 지역봉쇄조치가 취해지기 직전 자료들은 사람들의 이동정도로 코로나의 확산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지역의 여행제한 조치가 실시되면서 우한 지역 바깥의 감염자 수는 완만하게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관찰됐다. 연구팀은 감염병의 확산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지역이나 국가의 공중보건 수준이 아니라 사람의 이동성에 좌우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예방이나 치료방법이 없는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강조했다. 사뮤엘 스카피노 노스이스턴대 교수(응용수학)는 “이번 연구결과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특정 지역에서 크게 발생했을 때(아웃브레이크) 가장 먼저 취해야할 조치는 사람간 신체적 거리두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성 질병이 처음 시작될 때는 물론 질병이 끝나가는 것으로 판단되는 종식기까지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스카피노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는 생각만큼 빨리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라며 “현재 여러 나라들에서 자국 내에서 이동제한 조치와 외국인의 입국 금지 같은 조치가 취해져 있는데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그 규모나 방법은 해당 국가내 감염 정도와 주변 국가의 상황에 맞춰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사설] 유엔이 제안한 대북 방역·제재 완화 병행해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현지시간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 국면에 특정 국가의 방역이 지연되면 우리 모두의 위험도 증가할 것”이라면서 북한, 이란 등 피제재국에 대한 제재 완화나 중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북한 등에 대한 방역 지원과 제재 완화의 병행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코로나19 지원에 한해 대북 제재 면제를 결정했지만 바첼레트 대표의 언급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얼마 전 북한과 이란 등에 방역 지원을 제안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친서까지 보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친서를 받은 사실를 공개했으나 미국 방역 지원의 수락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북중 접경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에 따르면 북한에 폐렴과 독감 환자들이 최근 급증했다고 한다. 북한이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하늘길도 막았다고는 하지만 바이러스를 차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학계 중론이다. 감염자가 없다는 북한 말을 믿는다 쳐도 미국과 유럽에 만연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보면 철저한 방역은 필수다. 북한은 한미의 방역협력을 조건 없이 수용하기를 바란다. 이란이 한국에 진단키트 등의 지원을 요청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단키트를 요청한 사실을 참고했으면 한다. 확진자 5만명을 넘어선 미국이 어려운 처지에서도 방역 지원을 제안한 것은 용기 있다. 그러나 북한을 돕겠다는 립서비스로는 모자란다. 세계 경제가 마비된 상황에서 진단 장비나 의약품 외에도 식량, 기름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북한의 숨통을 터줄 제재 완화가 따르지 않으면 북한이 진정성 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점, 미국은 잘 알아야 한다.
  • [사설] 개학 대비 철저히 방역하고 ‘가을2차 유행’ 준비해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는 그제 코로나19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종식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올가을 대유행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임상위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 의료진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다. 중앙임상위는 인플루엔자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열었을 때 몇 주 동안 감염자가 늘어났다는 홍콩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따라서 604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전국 유치원, 초중고, 특수·외국인학교 등이 개학을 하면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에 전파자가 될 확률 또한 높다고 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국민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 ‘억제 정책’을 폈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월 29일 909명에서 24일 76명으로 확산세가 누그러졌다. 그러나 개학이 또 다른 코로나19의 재앙이 되지 않으려면 개학 전에 학교 내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교육당국은 어제 발표된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 지침’을 철저히 지켜 나가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미리 파악해서 준비해야 한다. 학급과 학급의 전염과 학교와 학교의 전염을 막아야 한다. 그 최소한의 기준은 모든 교직원과 학생의 발열체크, 학교 건물 전체 소독 등이다. 또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학교 내 비정규직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 등은 ‘억제할 것인가’와 ‘완화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도 해야 한다. 완화할 경우는 국민의 60~70% 감염으로 집단면역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한시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운영되는 중앙감염병 병원을 설치하고 의료장비를 준비하는 등 장기전도 대비해야 한다. 1918년의 스페인 독감은 1차 봄 유행의 5배에 달하는 환자가 2차 가을 유행 때 발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 [2000자 인터뷰 31] 설대우 “올바른 방향으로 헤쳐온 두 달, 아찔한 순간도”

    [2000자 인터뷰 31] 설대우 “올바른 방향으로 헤쳐온 두 달, 아찔한 순간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 2주 가까이 흘렀다.  ‘사회적 거리 두기’나 ‘멈춤’ 운동으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더 바뀌고 세계질서를 재편할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적지 않은 이들이 왜 팬데믹을 선언하지 않느냐고 윽박지를 때 WHO가 시류에 영합해 서둘러 선언하는 바람에 상상하기 어려운 경제사회적 파장을 낳았다고 본 사람이 있었다.  설대우(54)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가 주인공인데 지난 15일 서울신문 3층 편집국 회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팬데믹 선언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와야 했는지 톺아보고,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이 흐른 과정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다. 설 교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총점을 매긴다면 75점 정도 줄 수 있겠지만 올바른 방향을 걸어왔고 우리의 소중한 경험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무대에서의 발언권을 높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중간중간 뼈아픈 실책과 결함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Q. 사람들은 팬데믹 선언이 열흘 뒤였건, 앞이었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할 것 같다. A.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난 팬데믹 선언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방역 차원의 문제를 넘어 경제사회적 문제로 확대됐다고 본다. 지난 1월 31일 WHO는 ‘세계적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는데 많은 이들이 이때 팬데믹을 선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WHO가 중국 눈치를 본 것은 맞는데 팬데믹을 선언할 시점은 분명 아니었다. 거의 중국에서만 발병이 된 국지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WHO는 세계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사람이나 물류의 이동 제한이나 국경 폐쇄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때 물류의 이동 제한이나 국경 폐쇄를 선언해 각국이 중국으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외교적 명분을 줬어야 했다. 그리고 정작 팬데믹을 선언했을 때는 반대로 여러 나라의 국경 폐쇄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선언해야 했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세계적 대유행이 안됐는데도 될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들어 실물경제가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금 감염자는 15만명, 사망자는 4000명 수준이다. 과거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두 차례 있었는데 1968~69년 홍콩 독감 사망자는 100만명이었다. 2009~10년 신종플루는 전 세계에 퍼져 수억명을 감염시켰고 사망자가 1만 9000명 정도였다. 한국에서만 감염자가 70만~100만명, 사망자가 260여명이었다. 홍콩독감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통제할 수단이 없었다. 신종플루 때는 타미플루도 있었고, 백신도 있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신종플루 때는 팬데믹을 선언하면서도 통제가 가능한 수단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WHO는 팬데믹을 선언하며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데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완전히 이율배반적인 얘기다. 또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 둔화 국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뿐인데 WHO의 도움을 받아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명백히 사람간 접촉에 의해 발생하니 웨이브(파도)형 확산 양상을 띄니까 팬데믹 선언을 미루며 다른 나라들에서도 한국과 같은 확산 차단이 가능한지 따졌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서둘러 팬데믹을 선언하는 바람에 세계 증시 시총이 1경원이나 빠지는 사태를 초래했다. 한국도 시총 300조원이 증발했다. 한국은 오히려 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세계적 공중 보건 비상사태 선언을 우리 식대로 ‘경계’라고 보면 팬데믹은 ‘심각’ 단계인데 이 두 단계에서는 대처 방법이 달라야 한다. 그런데 대처하는 데 아무런 달라진 것이 없었다. 도움을 주지 않고 공포만 부추겨, WHO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아졌을 한국의 극복 노력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 앞으로도 WHO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데 팬데믹 선언의 기조 아래 움직여 한국처럼 스스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가로막을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유럽발 경제위기다. 이탈리아는 진정되고 나면 국가부도 사태를 걱정하게 되고, 유럽을 거쳐 세계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입히는 상황을 WHO가 초래했다. Q. WHO는 사령탑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A. 거칠게 얘기하면 WHO 사무총장은 개인적 가십으로 기구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 중국과 같은 강압적 봉쇄 정책은 체제가 다른 나라들에 전범이 될 수가 없다. 한국 모델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니 전파, 확산, 권고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는다.(실제로 WHO는 21일에야 한국 모델을 “교과서”라고 치켜세웠다.) 언론에서는 늑장이라고 계속 질타하는데 타이밍이 맞지도 않았고, 내용도 부실했다. 실제로 방역과 관련해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헛발질했다고 본다. Q.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인구의 70%는 걸린다고 보고 완화하고 시간을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A. 절대 동의한다. 이미 확산됐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정책의 무게 중심을 희생을 줄이는 쪽으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병원이 마비된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하면 완화시킬 수 있느냐를 선제적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병원이 감당이 안 되니 누구는 살리고 누구를 구할지를 결정할 시점에 와있다. 이탈리아는 준비를 못한 상태에서 일격을 맞은 것이다. 독일은 이미 4000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으니 메르켈 총리가 현실적인 접근을 한 것이다. 한국도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었다. 정치가 방역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이었다. ‘진단 검사를 너무 많이 해서 감염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정치권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 생각의 일단을 보여준 때가 있었다. 확진자란 이름표를 붙여줘 돌아다니면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킨다고 경고하게 만든 것이 우리의 방향이었다. 이 질병은 전파하는 사람 따로 있고, 희생되는 사람 따로 있다. 젊은이들은 무증상, 경증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해 돌아다녀 지역사회에 퍼뜨리고 희생자는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일 것이라고 난 여러 차례 얘기했다. 계속 검사 역량을 높여 확진자란 이름표를 달아주는 일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그렇게 해서 아무튼 그런 얘기 사라졌다. 중국처럼 한 지역을 권위적으로 봉쇄하지 않고, 민주적인 통제를 통해 안정화시킨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을 만든 힘은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로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올바르게 실천한 덕분이었다. 그게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그때 정치가 개입해 사태 해결을 왜곡시키게 놔뒀으면 지금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순간을 뚫고 나왔고, 권위주의 시절과 달리 매우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성과를 이뤄내 세계에 모범이 될 것이다. 중국의 방법은 다른 민주 국가나 서구에서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모델이다. 설사 사태를 종식시킨 뒤에라도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그런 시스템으로 안정화, 둔화 추세로 넘어갔기 때문에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다. 언제나 세계질서는 굉장한 위기 뒤에 재편됐다. 한국의 위상이 G7에 걸맞은 것이 될 것이라고 본다. 투명한 사회 시스템,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구나, 모두가 돌아보게 될 것이다. 일본의 한국인 대상 입국 제한 조치는 한국인의 건강을 위해 매우 올바른 정책이라고 방송에서 (비꼬아) 얘기한 적이 있다. 일본의 확진 환자 수도 실제의 10분의 1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일본의 불투명성, 방역에 있어 (도쿄올림픽 성공에 집착한) 정치권의 개입 때문에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믿는다. 난 유람선 사태 초기부터 일본은 (7월에) 올림픽 못한다고 했다. 갈수록 감염병 이슈가 글로벌 사회에서 중요해지는데 다른 나라가 발언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영향력을 한국은 갖게 된다. 일본은 한국에 행한 경제 보복, 비자로 인한 외교 분쟁이 뼈아픈 실책이 될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괜찮은 파트너로 부상한다. 일인당 실질 소득은 이미 한국이 일본을 앞질렀다. 자연재해는 정치가 할 일이 많다. 하지만 감염병이란 사회적 재해는 전문성이 앞서고 정부는 보조 기능에 머물러야 한다. 정부가 끼어들면 방역이 뒤엉킨다. 전문가 집단이나 방역당국이 일할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옳다. 미국의 예를 봐도 그렇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뭘 하려고 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혼내고 하다가 유럽 사태를 보며 태도가 바뀌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문 영역에 정치가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결국 뒤엉키게 된다는 교훈을 다시 깨닫게 된다. 방역과 관련 잘했는데 마스크 관련 당국이 못해 부총리-총리-대통령 순으로 나섰다. WHO의 전격적인 팬데믹 선언이 있을 수 있으니, 팬데믹을 선언하는 그날 곧바로 미리 준비해 둔 액션 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거듭 얘기했는데 정작 WHO가 선언한 날, 아무도 움직이지 않더라. 대통령이 예전에 없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시하니까 그때야 움직이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도 감염병이 간격을 두고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가 연구소가 감염병 전문지식을 제시하고 치료제와 백신도 개발하고 다른 나라의 감염병 정보를 축적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을 연구할 수 있도록 설치됐으면 하는 것이 이번의 교훈이 됐으면 한다.Q. 적지 않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풍토병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보는데. A. 당분간 웨이브(파도 치는) 형태로 확산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이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감염증을 옮길 중간 숙주가 없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중동에서는 낙타라는 중간 숙주가 있어 계속 숙주를 통해 메르스가 번식했다. 사스는 2년이 걸려 완전히 없어졌는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중간 숙주(예를 들어 천산갑 같은)가 없어서다. 우리를 감염시키는 네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있는데 이들처럼 병원성을 상실하면서 사람을 감염시킨다면 계속 존재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Q. 언제 어떻게 종식을 선언하는가? A. 신규 확진자가 없어야 하고 치료 중인 최후의 환자가 완치된 뒤 잠복기의 두 배, 코로나19 같으면 4주가 지나면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 Q. 당분간 우리 방역의 큰 방향은 치료, 격리, 해외 유입 차단이 되는 것이 맞는지? A. 크게 국내 요인과 해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는 확진 환자를 빨리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해 사망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과 접촉한 이를 신속하게 격리해 더 이상 확산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해외 요인은 우리가 기존에 봉쇄가 아니라 추적을 통해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계속하는 것이 옳겠다. 다만 미국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진단 검사비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불법체류자, 보험이 안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감염 확산이 통제 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은 의료 시스템이 이탈리아처럼 감당 안되면 엄청난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강(强)달러가 돼 완전히 경제문제가 된다. 우리가 코로나 종식시킨다, 이런 것도 하등에 문제가 되지 않는 국면이 올 수 있는데, 대통령이 한마디 해야 움직이는 이런 정책당국이 그에 대한 대비를 글로벌 시각으로 준비할 수 있겠느냐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종식했는데도 미국이 환자가 많아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특별입국 절차를 강화하되 사전에 미국의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Q. 얼마 전 ‘비선 자문’ 논란이 있기도 했다. A. 메르스 때는 대통령이 전문가 집단에 권한을 위임한 것처럼 하면서 비선 자문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결과가 아주 좋지 않았다. 전문가 집단도 집단지성이 필요하고,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자문하는 이들은 의사들이 아무래도 많다. 바이러스를 전공하거나 약학을 공부하고 역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다양하게 포진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중구난방이 되선 안되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사태가 조기 종식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곧바로 (신천지 때문에) 환자가 폭증했던 것이 잘못된 조언 탓이었지 않나 짐작할 따름이다. 비선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조언이 아니었구나 생각할 수 있겠다.
  • 21세기 최악의 감염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역사를 흔든다

    21세기 최악의 감염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역사를 흔든다

    코로나19가 3개월여 만에 전 세계를 ‘셧다운’시켰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빠른 속도로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환자는 32만 9935명, 사망자는 1만 4386명이다. 미국도 확진환자 발생 두 달여 만에 감염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또 전체 인구의 4분의1이 ‘자택 대피 명령’에 영향을 받는 등 엄청난 사회·경제적 타격도 있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이 보편화되는 첨단 사회가 됐지만 전염병은 여전히 인류에게 도전이다. 재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인류는 태고적부터 전염병에 생존을 위협받아왔지만, 항상 이겨냈다. 페스트와 콜레라, 스페인독감뿐 아니라 20세기 들어서 에볼라바이러스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전염병이 끊이지 않고 지구촌을 강타했다. 지금은 끝이 없이 퍼지는 코로나19의 파급력에 압도당하고 있지만, 조만간 백신과 항생제 등을 개발해 분명히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다. 전염병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몽골의 유럽 정복 전쟁서 시작된 재앙 들쥐가 가진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열성 감염병인 ‘페스트’(흑사병)는 몸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몽골 왕조 중 하나인 ‘킵차크칸’이 1347년 유럽 점령을 위해 페스트 환자의 시신을 투석기로 쏘아댄 것이 대재앙의 시작이었다. 킵차크칸은 단지 유럽군의 사기를 꺾으려고 했던 전술이었는데, 이 사건 이후 6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3000만명의 죽음을 불러왔다.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1이 희생된 것이다. 페스트는 중세 봉건제의 몰락을 재촉했고 서유럽이 발흥하는 계기가 됐다. 흑사병은 요즘은 발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흑사병이 돌아 한 달여 만에 24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다행히 치료제 등이 개발되면서 대규모 사망 사건 등은 막을 수 있었다. 1800년대 발병하기 시작해 19세기 1500여만명의 사망자를 불러온 ‘콜레라’. 콜레라균의 감염으로 급성 설사와 중증의 탈수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전염병이다. 콜레라는 본래 인도 갠지스강 유역의 풍토병이었다. 그러나 1817년 영국군의 배를 통해 인도의 캘커타로 콜레라균이 옮겨지면서 캘커타의 영국군 5000여명이 1주일 만에 몰살된 데 이어 1819년에는 유럽에, 1820년엔 중국에 상륙해 많은 사망자를 냈다. 1821년 한국에서도 콜레라가 유행했고, 1830년대엔 이집트와 영국, 캐나다, 미국, 멕시코까지 퍼졌다. 영국에서는 무려 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에서는 ‘호랑이가 살점을 찢어내는 것과 같은 고통을 준다’며 호열자(虎列刺) 또는 괴질(怪疾)로 불렸는데, 당시 조선시대에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전염병인 ‘콜레라’의 창궐로 수백년간 많은 사람이 숨졌다. 1800년대 공기 중의 감염이라고 생각됐던 콜레라는 영국 런던의 존 스노라는 의사에 의해 오염된 물로 전염되는 것임이 밝혀졌다. 때문에 콜레라는 상하수도 시설 및 공중위생이 확립되는 계기가 됐다. ‘인류 최대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스페인독감은 1918년부터 2년간 전 세계 5000여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전염병이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죽게 한 흑사병보다도, 제1차 세계대전 사상자보다도 많은 더 많은 사망자를 냈다. ‘스페인독감’이라고 불리지만, 최초 발생지는 미국 텍사스다. 스페인독감은 1차 대전 때 미군의 프랑스 야전기지에서 발병, 병사들의 이동에 따라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언론에서 이를 보도했다고 해서 ‘스페인독감’이라고 이름이 붙었다. 스페인독감은 한국에서도 많은 사망자를 불러왔다.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식민지 조선에 총인구 1670만명 중 44%인 742만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해 14만명이 죽었다. 한국에서는 ‘무오년 독감’, ‘서반아감기’ 등으로 불렸다. 스페인독감은 1920년에 들어 자연스럽게 잦아들었고,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예방접종을 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21세기에도 끊이지 않는 전염병의 위협 역대 전염병 중 가장 치사율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강 근처 마을로 알려졌다. 1976년 처음 발생한 에볼라로 숨진 사람은 2019년 7월 기준으로 1만 4667명에 달한다. 아직도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을 반복하고 있어 이 숫자는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치사율은 최대 90%여서 메르스보다 2배 가까이 높다. 한국에서는 10건의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확진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2002년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발병한 사스는 치사율이 9.6%로 에볼라보다 낮았지만, 국내에서 3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됐다. 이 3명 모두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고 2차 전파는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창 사스가 유행했던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이 병에 걸린 인구는 8098명이었다. 사망자는 774명으로 집계됐으며, 백신은 현재 개발 중이다.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는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됐다. 그 후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확산했다. 멕시코에서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를 통해 발생하면서 ‘돼지 독감’이라고 불렸다. 멕시코와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100개 국가로 퍼졌으며 163만여명이 감염, 1만 9000여명이 사망했다. 신종 플루의 바이러스는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떠다닌다. 호흡기는 물론 설사와 같은 체액으로도 감염을 일으킨다. 치료제는 ‘타미플루’라고 알려진 항바이러스제 오셀타미버가 있다. 메르스로 알려진 ‘중동호흡기증후군’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항구도시인 제다에서 처음 발생했다. WHO에 따르면 최초 발생 시점인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 31일까지 메르스는 27개국에 퍼져 2482명이 감염됐다. 이 중 854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은 20~46%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도 2015년 5월 20일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으며 당시 확진을 받았던 186명 중 한 명이 지난해 사망하면서 사망자 수는 38명에서 39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역시 아직 백신이 개발 중이다. ●코로나 감염자 전세계서 30만명 넘어서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남부 후베이성의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을 넘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모두 184개국에서 퍼졌다. 현재 30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도 1만 3000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지난 1월 21일 첫 확진환자가 나왔고 두 달 만에 확진환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두 달 안에 확진환자가 65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병상 부족과 산소호흡기·마스크 부족 등이 현실화하면서 의료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그간 끊임없이 진화·변이하는 전염병과 싸움을 멈추지 않은 인류는 또 다른 거대한 도전을 맞았다. 지구촌이 코로나19의 공포감을 떨치고 평온함을 찾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빈민층으로 코로나19 번질라…전세계 전전긍긍

    빈민층으로 코로나19 번질라…전세계 전전긍긍

    브라질 빈민가서 첫 확진자 나오며 당국 비상美 사각지대 원주민 지역사회도 불안타임지, “저소득층 확산은 부유층에도 영향”각국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이 빈민층으로 급속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난한 계층이 감염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는 전세계 만연한 불평등 이슈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브라질 언론들은 22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등 주요 도시에 형성된 빈민가에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실제 환자가 발생해 보건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시 크루즈선 등에 환자를 격리하거나, 호텔이나 미분양 아파트에 집단수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민가는 인구가 밀집돼 있고, 위생시설이 극히 부족해 감염병에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주요국 보건 관련 통계를 인용해 “이들 자료를 종합해보면 코로나19는 한 사회의 하층민에게 두 배가량 더 치명적이다”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미국 원주민 사회에서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21일 확진자가 26명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원주민은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여겨질 만큼 미국 사회에서도 관심 밖에 있다. WSJ은 “가난하고 고립돼 있는 미 원주민 지역사회는 팬데믹과 싸우기 위한 자원이나 의료진을 거의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서 “평소에도 연방 정부가 운영하는 원주민보건서비스(IHS)로부터 충분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당장은 미국과 유럽의 상황에 관심이 집중돼 있지만, 이후에는 빈민국이 많은 아프리카와 같은 대륙이 코로나19의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아프리카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발언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확진자는 이틀 사이 두 배 늘어난 116명이었지만, 이날 현재 274명으로 더욱 급증한 상태다. 시사주간 타임지는 “저소득층이 감염병 확산에 더욱 취약하다는 것은 중상위층에게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라며 “스페인독감이 창궐할 당시에도 빈민층이 먼저 감염됐고, 이같은 1차 감염은 부유층으로 2차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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