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총선 투표 순조/소붕괴이후 두번째
◎추코트카 시발로 25시간동안 계속
【모스크바=유민 특파원】 17일 새벽 4시(한국시간)) 극동지역 추코트카에서 시작된 러시아 총선은 18일 새벽 5시 러시아 최서단의 칼리닌그라드까지 25시간 동안 계속됐다.
옛 소련 붕괴이후 두번째인 이번 총선은 개혁정책의 지지부진과 생활고 가중에 따른 불만 증가로 공산당이 우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나 어느 당도확실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내년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전초전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날 선거 결과는 18일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두 11개 시간대를 갖고 있는 러시아에서 이날 투표는 각 지역시간대의 상오8시에 맞춰 서쪽방향으로 옮겨가며 진행됐는데 극동지역에선 투표소가 문을 열자마자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일찌감치 주권을 행사,투표가 신속히 진행됐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의 대부분은 노년층으로 이들은 옛 소련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향수를 표명하며 공산당에 표를 찍은 사실을 주저하지 않고 공개한반면 청년층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선거결과는 18일 하오쯤 대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중앙선관위측은 이날 하오 『하오2시 현재 가장 먼저 투표가 진행된 추코트카주가 30∼35%의 투표율울,모스크바지역이 20∼30%의 투표율을 각각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이 투표율은 지난 93년 첫민주적 투표 때의 같은 시각 투표율보다 평균 8∼10% 정도 높은 것이어서 개혁정당들의 선전이 예상되고 있다.
◎‘모스크바 제75선거구」 르포/유권자들 “후보 모르고 찍었다”/“오스트리아인도 선거참관” 공정성 자랑/“3명중 2명은 공산당 지지” 젊은층 우려
투표가 시작된지 두시간 남짓 흐른 17일 상오 10시.(현지시간) 모스크바시 중앙구역 제75 선거구가 들어선 투베르스코예 공업특수학교 건물 주위.아주 많은 수는 아니지만 투표권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2층 건물의 이 학교 주위엔 러시아 내무부소속 무장경찰들이 2∼3명씩 짝을 지어 검문을 강화하고 있었다.이들은 혹 있을지 모를 테러에 대비하는 듯 가끔 주위를 지나는 차량들을 세워 차량 안팎을 뒤지기도 했다.
영하 14도의 차가운 겨울날씨 탓인지 유권자들의 모습은 아직 한산하다.이른 시각 투표를 마친 사람은 이 시각 현재 88명.75선거구의 전체유권자 2천2백46명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투표율이다.그러나 줄지어선 사람들은 조금씩 불어나고 있다.
1층 중앙복도.중앙홀을 중심으로 사각으로 테이블이 마련된 투표장에는 지역선관위 관계자와 정당 참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북적거리고 있다.얼핏보기에 투표장에는 유권자명부확인 담당자만 10여명이 넘는다.이들은 주로 30∼50대 여성들로 구성돼 유권자 성의 첫 글자(알파벳)를 따라 배치돼 있다.기표소는 복도 한쪽벽을 베니어판으로 가려 만들었다.취재기자를 의식한 듯 한 선관위 관계자는 『이곳 투표소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국제참관인도 있다』고 공정성을 자랑한다.기표소를 출입하는 쪽은 흰 천으로 드나들기 쉽게 막아놓았다.
75선거구에 출마한 지역구 의원 후보자는 모두 18명.때문에 투표하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어떤 후보가 어떤 정당 소속인지도 모른 채 투표를 끝내는 모습이다.공산당측 선거참관인이라고 밝힌 그리빅 니코바 알레비나씨(50·여)는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 후보의 이름이나 특성을 거의 모르고 나오는 것같다』면서 43개 정당이 난립한 이번 총선을 꼬집었다.그녀는 『우리집은 아버지 때부터 공산당원이며 당연히 공산당을 지지한다』며 공산당의 부동표를 뽐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몇사람을 불러세웠다.알렉세이 시고틴씨(33·개인출판사경영)는 『가이다르의 「민주선택당」 후보를 찍었다』면서 『경제안정이 시작됐으므로 이같은 방식으로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며 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했다.그는 『공산당의 확고한 부동표가 문제다.투표양상은 3명중 두명이 공산당을,다른 한명이 개혁당쪽을 찍는 것같다』며 공산당의 활약을 우려했다.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누가 이길 것같으냐는 질문에 『후보가 많아 모르겠다』면서 『야블로크블럭의 야블린스키 당수가 젊고 똑똑하고 잘생겨서 이 정당을 찍었다』며 활짝 웃는다.
칠순쯤 돼보이는 한 노파를 인터뷰하려다그냥 지나쳤다. 그녀는 『나는 전생애를 통해 공산당원이다. 당연히 공산당을 지지한다』고 말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러 촐선 이모저모/선관위,냉장고 등 경품 내걸고 투표 독려/공산당당원 “서방측은 나를 두려워 말라”
○…흰눈이 내린 모스크바에선 유행성 독감에도 불구,유권자들이 투표장을 향해 몰려들고 있고 극동지역에선 투표시작 10시간만에 투표율이 유효선거투표율인 25%를 넘어서는등 러시아 전역에서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또 태평양 연안지역에서는 투표시작 6시간만에 35.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이타르 타스통신이 보도.
○…열악한 통신사정으로 투표율 집계가 늦어져 정확한 투표율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처럼 투표율이 대체적으로 높은 것으로 전해지자 개혁진영에서는 좋은 징조라고 희색이 만연한 모습.개혁진영에서는 연금생활자 등 개혁의 부진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본 노년층이 높은 투표성향을 보이는데 반해 개혁진영을 밀어줄 젊은 층은 날씨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선거직전까지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자는 캠페인을 벌여왔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투표를 마친 유권자의 대부분은 노년층으로 이들은 옛 소련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향수를 표명하며 공산당에 표를 찍은 사실을 주저하지 않고 공개.올해 63세의 한 할머니는 『마피아가 등장하고 물가가 폭등하는 등 현실이 혼돈에 가깝기 때문에 공산당에 표를 찍었다.과거 공산당은 무엇이나 해주었지만 지금 정부는 해주는게 아무 것도 없다』면서 옛 소련시대가 훨씬 더 좋았다는 의견을 피력.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계층별로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차별화가 뚜렷해진 양상.노년층이 대부분 공산당을 지지한데 반해 장년층에서는 민족주의 계열 정당을,청년층은 대체로 개혁진영의 정당을 지지했으며 가난한 층에서는 공산당이나 민족주의 계열에 대한 지지가 비슷하게 나뉜 반면 신흥기업가 등 부유층에서는 한결같이 개혁진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공산당의 제나디 주가노프 당수는 서방세계에대해 자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촉구.
그는 투표를 마친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가장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어떻게 나를 두려워할 수있는 가』라고 반문.
반면 개혁주의자 지도자인 이고르 가이다르는 『이번 총선에서 공산당의 승리는혼란과 경제개혁조치에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
그는 그러나 전체주의 통치는 절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 ○…러시아선관위는 몇몇 지역에서 맥주,진공청소기,냉장고등 경품을 내거는가 하면 또다른 지역에선 투표소에 간단한 음식을 뷔페식으로 준비해 놓는 등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러시아 공영TV가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