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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권 들고 떠나는 당신, 유행병 주사 맞으셨나요?

    여권 들고 떠나는 당신, 유행병 주사 맞으셨나요?

    여름휴가를 맞아 가족, 친구와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면 먼저 여행하려는 나라에서 유행하는 질병 정보를 확인한 뒤 예방접종부터 챙겨야 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해외 여행객의 몸에 무임승차해 들어온 감염병이 국내에 전파되는 사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번 메르스 사태 때는 물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동남아 또는 중국을 여행하다 홍역에 걸려 귀국한 여행객에게서 예방접종력이 없는 소아와 집단생활을 하는 대학생이 감염되는 등 2013년보다 4배 많은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홍역 확진 환자는 442명이며, 이 가운데 해외에서 유입된 홍역에 걸린 사람은 428명(97%)이나 된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뎅기열, 말라리아도 주로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여행객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해 신고된 해외 유입 감염병은 400건으로 5년 전인 2009년보다 2배 증가했다. 감염병은 출국 전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예방접종을 챙기는 출국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예방접종은 해외 감염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필수 ‘에티켓’이다. 감염병 주요 유입 국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중국,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 위험 국가를 갈 때는 예방접종을 하거나 감염내과 등 관련 의료기관의 처방을 받아 적절한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홍콩에서 독감이 유행해 보건 당국이 주의보를 내렸다. 홍콩은 봄과 여름 두 차례 독감이 유행하는데, 지난 5월부터 매년 찾아오는 여름철 독감이 시작됐다. 환자 수는 5월 31일~6월 6일 외래환자 1000명당 6.2명에서 6월 14~20일 11.2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북반구에선 계절성 독감이 주로 10월부터 4월까지 특히 겨울철에 크게 유행하며, 온대 지역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드물게 겨울철이 아닌 시기에 유행하기도 한다. 남반구는 4월부터 10월까지가 계절 독감 유행 시기다. 홍콩에서 확산하고 있는 독감은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위협적인 수준이 아니지만,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 지역을 여행하고서 귀국 후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후 방어 면역이 형성되기까지는 보통 2주가 걸리기 때문에 출국 2주 전에는 백신을 맞아야 한다. 홍역은 예방백신(MMR)을 2회 모두 접종해야 하지만, 어렵다면 출국 전에 1회라도 접종하는 게 좋다. 홍역 1차 접종 시기보다 이른 생후 6~11개월 영아라도 홍역 유행 국가로 해외여행을 떠날 때 1회 접종을 받고 출국해야 한다. 홍역 위험국가는 필리핀,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이다. 과거에 홍역을 앓았다면 다신 걸리지 않으므로 백신을 맞지 않아도 된다. 만 47세 이상 성인은 자연 면역이 형성된 경우가 많아 굳이 홍역 예방접종을 할 필요는 없다. 해외여행 중에는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발열·발진이 있는 환자와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말라리아는 특히 조심해야 할 감염병이다. 2012년에는 전 세계에서 2억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 가장 위험한 감염 지역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만 683건이 신고됐다. 해외에서 유입돼 전파되기도 하지만,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 감염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치료가 잘 되지만, 해외에서 주로 감염되는 ‘열대열 말라리아’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도 있다. 말라리아는 국가별로 발생한 종류와 약제에 대한 내성이 다르므로 의사에게 여행하는 국가를 말하고 상담 후 적절한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종류에 따라 위험 지역에서 벗어난 후에도 길게는 4주까지 먹어야 하므로, 복용 기간을 준수하고 적절한 복용법을 따라야 한다. 보통은 출발 1~2주 전에 복용한다. 또 여행 중에는 되도록 해질 녘에서 새벽 시간대 외출을 자제하고 창문을 닫고 잔다. 외출 시에는 긴 팔, 긴 바지를 입어 모기와의 접촉 빈도를 줄이는 게 좋다. 예방약을 복용했어도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이 있으므로 ‘여행 중’ 혹은 ‘귀국 후 두 달 이내’에 열이 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할 때는 출발 10일 전에 황열 예방접종을 한다. 황열 예방접종 후 항체 형성 기간은 10일쯤이며, 한 번 접종하면 10년간 다시 할 필요가 없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메르스 3대 궁금증

    이름도 생경하기만 하던 메르스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메르스의 전파 양상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200명에 육박하는 환자를 감염시켰는데도 지역 감염이 일어나지 않은 점은 보건당국조차 의아해한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3일 “통계적으로 보면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확인하지 못했을 뿐 이미 지역 감염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온다. 확진 환자 가운데 지역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경기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인 119번째 환자(35)다. 이 환자는 지난달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감염경로는 한 달 가까이 미궁에 빠졌다. 보건당국은 “(119번째 환자의)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지역감염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환자에 대한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메르스 환자 가운데 남성이 많은 점도 의문이다. 이날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자 184명 가운데 남성은 111명(60.3%), 여성은 73명(39.7%)이다. 중동도 남성 환자가 훨씬 많았는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동 여성이 얼굴 부위를 감싸는 히잡을 쓰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보건당국은 ‘슈퍼전파자’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남성 병실을 쓰다 보니 같은 병실 남성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여지가 많았고, 그래서 남성이 더 많이 감염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성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특별히 취약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나온 남녀 비율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면서 “성별에 따른 감염력을 조사하려면 접촉자 전체 사례를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닐 수도 있다. 첫 번째 환자(68)가 메르스 감염자로 밝혀진 것은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의문을 품고 보건당국에 검사를 의뢰해서다. 만약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심한 폐렴과 독감 등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며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 전까지 독감 증세를 보인 환자들에 대해 단 한번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적이 없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동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보니 이전에 메르스가 유입됐으나 전파되지 않고 무증상이어서 인지조차 못하고 끝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실제 확진자는 1100여명이지만, 4만여명이 메르스 항체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파괴왕 ‘Mr. 바이러스’ 오늘도 해외 여행 중

    파괴왕 ‘Mr. 바이러스’ 오늘도 해외 여행 중

    바이러스 대습격/앤드루 니키포룩 지음/이희수 옮김/알마/448쪽/1만 8000원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사스, 신종플루, 그리고 최근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 잊을 만하면 생기고 유행하는 바이러스 질병들은 이제 변종 확대와 함께 유행 속도도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대처 불능’의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까지 서슴지 않고 내놓는다. 바이러스 질병들은 과연 제어할 수 없는 존재일까. 바이러스 질병들은 인류 문명과 함께 생겨나고 번창해 왔다. 문제는 질병들이 지독해지고 내성이 강해진다는 데 있다. ‘바이러스 대습격’은 갈수록 독해지는 바이러스 질병을 ‘생물학적 침입자’로 간주해 그 역사와 전망을 함께 다룬 생물학적 유행병 보고서이다. 최근 지구촌에 광범위하면서 마치 비행기 폭격 같은 형태로 인간의 생명과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현장을 낱낱이 보여준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지난 10년간 통계만 보더라도 바이러스 질병의 창궐은 놀라운 양상이다. 네덜란드는 군대를 동원해 3000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했고 대만에서는 돼지콜레라가 휩쓸고 지나간 뒤 국민총생산이 2%나 하락했다. 광우병은 유럽, 캐나다, 미국은 물론 일본의 소고기 산업까지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아시아에서 살처분당한 닭, 오리, 메추라기만도 2억 마리가 넘는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런 공격으로 세계 경제는 1000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었고 도살된 동물은 10억 마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20년간 횡행한 가축질병은 무려 600여종에 이른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6500개 가축 품종 가운데 135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 적응력과 질병 저항력을 키운 수백 년의 종자 개량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동물들이 매주 둘 중 하나꼴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융단폭격처럼 이어지는 가공할 ‘생물학적 침입’의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시종일관 국제무역과 여행, 식습관의 변화로 압축되는 ‘세계화’를 지목한다. 경제 행위가 세계화하는 속도만큼이나 질병도 빠르게 세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판단대로라면 생물학적 시한폭탄인 이들 미생물 침입자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날개를 달아준 건 바로 인간에 의한 세계화이다. 인간이 매년 소비하는 음식과 구매 상품의 80%가량은 세계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 의해 운반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30억 내지 50억t의 선박평형수가 버려진다. 그 무역 배설물 중 약 5000만t이 바다로 흘러들어 매일 7000종 이상의 해양 미생물, 해파리, 식물, 어류, 물벼룩의 서식지가 바뀌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물선의 선박평형 탱크가 모험정신이 투철한 수생 침입자들의 3등석 교통수단이 되는 셈”이다. ‘무역을 포함한 일체의 경제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생물학적 거래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이 지론은 다양한 재앙의 사례로 입증된다. 광우병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세계 시민’ 대열에 합류한 건 국제무역과 방만한 권력 때문이었고 게으르기 짝이 없는 사스도 여행이 용이해지면서 덩달아 ‘해외 유람’에 나설 수 있었다. 이 같은 경향은 이미 50년 전 생태학자 찰스 엘튼도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수천 종의 유기체들이 한데 뒤섞여 자연에서 무시무시한 전위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책에는 조류독감의 진원지가 철새가 아닌 대형 양계장을 비롯한 집약형 사육장이라는 것과 함께 사스가 순수하게 병원에서 만들어진 질병, 즉 ‘병원 감염 전염병’이라는 사실도 공개된다. 사스의 경우 아시아 대륙의 수많은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데 병원 근무 의료진이 다리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최근 국내 메르스 사태의 주요 진원지가 유명 병원이라는 사실과 포개져 섬뜩하다. 이처럼 생물학적 침입자들이 생태계를 급속히 혼란에 빠뜨리며 인간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데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권력당국은 그저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 저자는 그 대목에서 “성대한 바이러스 파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 메시지의 끝에 덧붙인 ‘훌륭한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름 아닌 “삶의 속도를 늦추라”는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면역력 강화’가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메르스 사태로 감염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외출을 삼가거나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라는가 하면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하기도 하고, 손을 자주 씻으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전문의들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면역력을 키워 질병에 맞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예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히 ‘면역력’은 개념 자체가 복잡해 얼른 와닿지가 않는다. 면역력은 ‘최고의 의사이자 최고의 치료제’라고 불릴 만큼 인체의 건강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 지를 명쾌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의학적 관점의 면역력은 복잡다단한 개념이지만, 실생활에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런 전문 지식이 아니라 상식적인 수준의 생활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회피 및 해소, 골고루 먹는 식습관, 풍부한 야채와 과일 섭취 등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일상적으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이런 면역력 강화 방법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전문의들로부터 듣는다.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  1. 충분한 수면  충분한 수면은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다. 수면이 불충분하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쉽다. 또 누적된 피로감이 우울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단기적인 수면장애라도 사소하게 여길 경우 수면패턴이 망가져 만성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정신 건강도 챙겨야  일상생활에서 쓸데없는 걱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면 신경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이게 어려워 마음의 병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항우울제, 안정제 등의 약물 치료를 받는 것도 궁극적으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수면부족과 정신 건강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문제가 있을 경우 2가지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3.과도한 청결을 피하라  다양한 종류의 세균에 노출되면 위험하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반대로 더 건강한 면역력을 기를 수 있다고 보는 게 옳다. 따라서 ‘깔끔을 떠는’ 정도로 청결한 것은 좋지 않다. 실제로, 항생제 등을 많이 사용해 장내 세균을 죽이면 결국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건강을 위해 위해 유산균을 일부러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피부의 세균을 없앤다며 세정제로 닦고, 때를 미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장과 함께 우리 몸에서 세균이 가장 많은 곳이 피부이며, 장내 유산균처럼 건강한 피부 상재균이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최근 3~4년 간 국제면역학회에서는 장 및 피부의 정상 세균들이 우리 몸의 면역력 성숙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학계에서는 머지않아 피부에 좋은 균을 바르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런만큼 과도한 청결은 피하되, 손은 과도할 정도로 자주, 꼼꼼히 닦는 것을 권장한다.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    ■면역력을 높이는 운동  최근 들어 건강을 위해 운동을 일상화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면역력 연구들을 살펴보면, 중간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하면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감염성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낮지만, 자신이 가진 최대 능력의 80% 이상을 쏟아 붓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기 쉽다. 또 이미 질병을 앓고 있다면 병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운동과 면역력의 관계를 설명하는 ‘J곡선’이라는 개념 그래프가 있는데, 이는 일정 강도 이하의 운동은 감염 가능성을 낮추지만 너무 심한 강도의 운동은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격렬한 운동 직후에는 1~2시간 정도 혈액 속 면역세포의 숫자가 감소하고,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면역기능을 낮추는 스트레스 호르몬도 증가한다.  그러면, 적당한 운동이란 어느 정도일까. 연구 결과, 주당 5일, 하루 40분씩 걷기 운동을 한 노인들의 면역력이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지 않다가 요즘 같은 여름철에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적응을 위해 5~8일 정도 점증적인 운동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첫날은 약 20분 정도의 운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이틀째부터 운동시간과 운동강도를 조금씩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단, 가능한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하며,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에는 야외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건강한 운동 수칙  1.충분한 수분을 섭취한다.  2.장시간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  3.새벽 및 햇볕이 강한 한낮의 운동은 피한다.  4.통풍이 잘 되는 운동복을 착용한다.  5.축구 등 실외 운동보다 수영, 스쿼시 등 실내 운동이 좋다.  6.운동 전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은 충실하게 한다.  7.어지럽거나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무리하지 않는다.  8.운동 중 따로 소금을 섭취하지 않는다.  9.비타민 C나 과일을 적당량 섭취한다.  10.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사우나 대신 샤워만 한다.  [스포츠의학건강센터 진영수 교수]    ■면역력을 높이는 영양  1.비타민 C는 많은 양을 나눠서, 식후 바로 복용해야  동물들은 대부분 포도당을 통해 비타민 C를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비타민 C의 식약처 1일 권장량은 100mg 정도 인데, 이는 구루병 등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양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C는 항염증·항산화·항노화·면역력 증진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비타민 C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많다. 하지만 비타민 C는 고용량을 섭취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변에 저명한 면역학자 중에는 비타민C를 매일 6~12g씩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비타민 C는 많이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화되지 않은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타민 C는 빛에 노출되면 파괴되는데, 일반적으로 흰색의 정제가 노랗게 변했다면 산화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안 먹는 게 좋다.  더러는 비타민 C의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비타민 C는 수용성이어서 과량을 섭취해도 남은 성분은 모두 소변으로 배출돼 체내에서 독성을 유발하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임상연구에서도 비타민 C 때문에 신장결석 등이 발생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단, 속쓰림,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식후 음식과 같이 복용하거나 적절한 용량을 여러 번 나눠 먹으면 된다.    2.햇볕을 쬐기 어렵다면 비타민 D3 제제 복용이 도움  최근 면역학계에서 강조되고 있는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 D이다. 많은 면역세포에는 비타민 D를 인지할 수 있는 수용체를 갖고 있으며, 만성 염증성질환이 비타민 D의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역학 연구 결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런 비타민 D는 체내에서 면역력을 높여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사멸 기능을 강화한다. 또 NK세포와 T-림프세포 등 백혈구의 기능을 증강해 감염에 의한 발병률을 줄여주며,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비타민 D가 이렇게 중요하지만,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햇빛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할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함으로써 체내 비타민 D 합성율이 매우 낮아 만성적인 비타민 D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실내생활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은 비타민 D3 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3.아침 식전에 물 한잔과 함께 유산균을  좋은 장내 세균들은 지속적으로 면역세포를 자극해 면역 성숙 및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유산균이 면역체계 성숙이 미치는 긍정적인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유산균을 섭취할 때는 여러 종류가 든 복합 유산균제가 단일 유산균제보다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유산균제는 아침 식사 30분 전에 공복 상태에서 물 한잔과 같이 복용하는 것이 식후에 먹는 것보다 장으로 내려갈 확률이 더 높다.    4.언제나 든든한 건강식품 마늘과 양파  마늘 및 양파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뚜렷하지 않지만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마늘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마늘과 양파는 비타민 B, C 함량이 매우 높고, 섬유질이 많아 좋은 장내 유산균 증식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건강에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5.다양하고 신선한 채소를 먹어야  다양하고 신선한 채소를 고루 먹으면 여러가지 비타민 및 필수 미량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어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채소는 한 종류보다 여러가지를 섞어 먹는 것이 좋다. 생야채가 싫을 경우 살짝 데쳐 먹거나, 60~70도 정도의 저온으로 요리를 하면 질긴 촉감을 부드럽게 하면서도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간편하게는, 밥솥을 보온 상태로 놓고 야채를 기호에 따라 10분에서 1시간 정도 넣어 적당하게 익혀 먹으면 영양소 높은 야채를 맛있게 섭취할 수 있다.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뎅기열·말라리아·홍역… 제2의 메르스 온다

    뎅기열·말라리아·홍역… 제2의 메르스 온다

    여행객을 매개로 해외 감염병이 국내에 들어와 전파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메르스가 진정돼도 ‘제2의 메르스’가 언제든지 유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질병관리본부가 1일 발표한 ‘2014년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해외 유입 감염병 신고는 2009년까지만 해도 200건 안팎에 불과했으나, 2010년 350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400건으로 늘었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마다 법정감염병 발생 현황을 분석, 정리해 감염병 감시연보를 발간한다. 지난해 신고된 해외 유입 감염병은 뎅기열(41%), 말라리아(20%), 세균성이질(10%), 장티푸스(6%), A형간염(5%), 홍역(5%) 등이다. 주요 유입 국가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중국,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이 전체의 81%를 차지했고, 기니, 적도기니 등 아프리카 지역이 17%였다. 국가별로는 필리핀(92건·23%)에서 감염병이 유입된 사례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인도네시아(34건·9%)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세균성이질의 35%가 해외 유입 사례였고, 홍역은 해외에서 들어와 국내에 2차 전파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소아와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청소년, 대학생에게까지 퍼졌다. 말라리아는 2007년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해 해외 유입(80건)과 국내 발생이 겹치면서 전년인 2013년보다 193건이 늘었다. 지난해 발생한 뎅기열(164건)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됐으며, 주로 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여행객에 의해 발생했다. 뎅기열은 사망률이 높지 않으나 출혈열로 발전하면 40~50%가 사망하며, 백신이나 치료제도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급성감염병으로 숨진 사례는 지난해 총 92건으로 비브리오패혈증(40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16건), 쓰쓰가무시증(13건), 폐렴구균(6건) 등의 순이다. 해외 유입 감염병이 대유행하면 메르스처럼 국민 건강과 경제·사회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이 크지만, 우리의 감염병 감시체계는 선진국과 비교해 미약한 수준이다. 2012년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가 한창 유행할 때도 보건당국은 중동 여행 후 독감 증세를 보인 환자에 대해 단 한 번도 메르스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해외여행자와 국내 입국자가 많아 해외 유입 감염병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출국하는 여행객에게 감염병이 유행하는 나라의 정보를 알리고, 환자의 조기 진단과 감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단독] 학교 방역 뚫렸다… 감염병 앓는 아이들

    [단독] 학교 방역 뚫렸다… 감염병 앓는 아이들

    인플루엔자(독감), 수두,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 수족구병과 같은 법정전염병에 걸린 초·중·고교 학생은 2011년만 해도 연간 3만 7000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 수치가 지난해 7만 5000명 선으로 치솟더니 올해는 아직 절반도 안 지났는데 8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국내 방역 시스템의 부끄러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가운데 일선 학교의 전염병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24일 서울신문이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1~2015년 학교 감염병 현황’ 자료에 따르면 1~5종 법정감염병에 걸린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11년 3만 6929명, 2012년 3만 6046명, 2013년 3만 8993명에서 2014년 7만 5116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져 이달 중순까지 감염 학생이 7만 9557명에 달했다. 학교 현장에서 감염 학생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인플루엔자 환자의 급증이 주된 이유다. 2011년 116명에 불과했던 인플루엔자 감염 학생이 2012년 1만 456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만 3536명까지 치솟았다. 특히 예방접종으로 쉽게 막을 수 있는 수두나 유행성 이하선염 등 감염도 늘고 있어 학교가 제대로 된 방역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두 감염 학생의 경우 2011년 2만 1576명, 2012년 1만 1512명, 2013년 1만 4530명, 2014년 1만 6566명으로 좀체 줄지 않고 있다. 유행성 이하선염도 2012년 6078명에서 2013년 1만 3347명으로 두 배가 되더니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관련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지만 교육부가 특별재해교부금 등에서 임의로 예산을 편성하고 방역 매뉴얼 등도 제대로 만들지 않아 감염병 예방은 물론이고 발병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염병 예산을 확보하고 학생 위생 개선 및 학교시설 방역 등의 선제적 예방 활동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인플루엔자 3년 새 300배 학교 감염병 ‘관리 사각’

    [단독] 인플루엔자 3년 새 300배 학교 감염병 ‘관리 사각’

    서울시교육청은 다음달 7급 보건직 공무원 1명을 감염병 전담 인력으로 발령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감염병 전담 교육 공무원이 발령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에서의 감염병 발생이 급격히 느는데도 전담 공무원 한 명 없었다는 얘기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교육 당국이 감염병 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학교 내 감염병이 2배 이상 확산하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방역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신문이 24일 입수한 ‘2011~2015년 학교 감염병 현황’에 따르면 학교 내 법정감염병의 발병 추이는 특징이 뚜렷했다. 1군부터 5군까지 5개 그룹으로 분류된 법정감염병 중 물이나 식품 등을 매개로 한 제1군 감염병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을 뿐 나머지는 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제2군 감염병인 수두와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은 소폭의 증감을 반복했다. 학교 내 법정전염병 가운데 가장 증가세가 급격한 것은 제3군으로 분류된 인플루엔자(독감)였다. 2011년 116명에서 2014년 3만 3536으로 급격히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6만 7317명의 학생이 걸렸다. 이처럼 감염병이 늘어나는 것은 교육 당국의 방역체계가 미흡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달 100여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해 임시 휴교를 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인천 연수구 한 중학교의 학부모 정모(43·여)씨는 “처음 결핵에 걸렸던 학생이 지난해 겨울부터 기침을 하는 등 증세를 보였다고 했으니 반년 가까이 방치해 일을 키운 것”이라며 “그사이에 학원을 통해 다른 학교 학생에게까지 결핵이 옮겨 갔다고 하는데, 학생들에게 전염병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위생교육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초 메르스 여파로 일주일 동안 휴업했던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 최모(15)군은 “평소에 전염병 방지를 위해 따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군은 “이번에도 메르스 방지를 위해 손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 외에는 수업 시간을 통해 자세한 예방법이나 병 자체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최모(38)씨는 “교육 당국이 보낸 메르스 매뉴얼은 최소한의 용어 정리도 없었고, 특히 자가 격리자에 대한 매뉴얼이 없었다”면서 “교육부가 전교생 발열 검사를 지시했지만 오히려 검사를 통해 간접 접촉을 일으킬 수도 있는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전담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현장은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감염병이 터지면 속수무책”이라며 “이를테면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더라도 일선 학교에서는 예방접종을 권장하는 정도만 할 수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방지환 서울대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연도별로 추세가 다를 수 있다”며 “다만 발생 환자가 10배나 늘어난 것은 다른 이유도 존재할 수 있어 교육부가 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질병 보도 보완 강화해야/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질병 보도 보완 강화해야/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근 광풍과도 같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은 우리 모두에게 극도의 사회적 공포를 야기했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속도가 빨랐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감염 위험에 노출되거나 치명상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사회적 관계가 그대로 감염을 주고받는 관계로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메르스는 사회적 질병의 단면을 보여 주는 사례다. 게다가 메르스는 중동 지역에서 발원된 감염 질병으로 에볼라와 함께 세계 모든 국가들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로벌 질병의 특성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메르스가 확산되기 이전까지는 에볼라 등 글로벌 감염 질병에 대해 신문이나 언론 대부분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예방적 수준에서 글로벌 질병이 야기할 수 있는 쟁점들이나 정보들을 보도하고 논의하는 장도 거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일반인들도 메르스가 중동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질병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의학 지식이나 글로벌 질병 대응 방법에 대한 뉴스 정보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리 언론사들이 뉴스 소비자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다이어트나 생활습관 등의 문제로 파생되는 건강 쟁점들만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반면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를 살펴보면 메르스를 포함해 에볼라, 조류독감 등에 대한 뉴스들이 다양하게 보도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에볼라 바이러스의 글로벌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이나 언론 보도 태도는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편이다. 이들은 에볼라나 메르스와 같은 감염 질병을 글로벌 안보를 위협할 만한 요인으로 접근하고 있다. 세계 국가들로 확산되는 글로벌 감염 질병은 단순 의학 쟁점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사회, 문화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합 쟁점이라는 시각이다. 미국 언론의 글로벌 감염 질병 보도 증가는 에볼라 확산 이후에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스템 마련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미국 정부는 여러 정부 내 부처와 유엔 및 세계은행 등의 국제기구, 주요 국가들과 공동으로 7년간 운영될 글로벌 감염 질병 대응 시스템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르스나 에볼라가 단순 질병이 아닌 글로벌 안보와 공동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근원이 된 셈이다. 서울신문은 그동안 ‘생명의 창’이라는 코너를 통해 건강 및 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을 다루어 왔다. 2014년 10월 “에볼라로부터 우리를 지켜내려면”, 2015년 2월 “바이러스”와 같은 칼럼이 글로벌 감염 질병과 관련된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보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서울신문에서 메르스를 다룬 기사는 2014년 “메르스 사람 간 감염 미국 내 첫 사례 발생”이라는 기사 이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이번 메르스를 기점으로 서울신문도 글로벌 감염 질병에 대한 환기와 대응을 준비하는 예방 저널리즘이 필요해 보인다. 메르스가 종식되더라도 에볼라나 기타 다양한 질병이 계속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메르스와 에볼라 등 글로벌 감염 질병에 대한 뉴스 보도는 단순히 의학적인 문제들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복합 쟁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다 확실한 해결책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밀리터리 인사이드]전투복 교체 돌고돌아 6년…장병복지를 논하다

    [밀리터리 인사이드]전투복 교체 돌고돌아 6년…장병복지를 논하다

    지난 16일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왜 한국 병사의 월급은 세계 최하위인가’를 통해 장병들의 월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는데요. 바로 다음날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장병 봉급 인상안을 공개했습니다. 병사들의 월급을 내년에 15% 올린다고 발표했는데요. 상병 기준 월 15만 4800원에서 17만 8000원으로 오르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친절하게 2012년 9만 7500원이었던 봉급이 2017년에는 19만 5000원까지 2배로 인상된다는 내용까지 담았는데요. 또 처음으로 자녀가 있는 장병은 월 20만원의 양육보조수당을 제공하기로 했죠. 국방부는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앞으로 ‘꾸준하게’ 인상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네. 여전히 대다수 장병들에게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만, 군의 개선 의지는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마저도 어디까지나 ‘예산안’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과를 보려면 국회를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봉급 문제에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이야기를 진전시켜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장병 복지 개선입니다. 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미국처럼 디지털 조준 장치가 달린 신형 총기나 보급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무기가 좋아야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죠. 장병들의 스트레스 상당부분이 병영 생활에서 나옵니다.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면 우선 전반적인 생활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입는 문제를 보겠습니다. 2011년 군은 위장효과를 강화하고 신축성이 뛰어나다는 ‘디지털 무늬 사계절 전투복’을 야심차게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전투복보다 오히려 통기성이 떨어져 장병들 사이에서 ‘땀복’이라고 불리는 등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사계절용으로 만들어 소재가 두꺼워지면서 땀 배출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이죠. 언론 비판까지 이어지자 군은 부랴부랴 여름철 전용 전투복을 새로 만들어 2013년 보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었죠. 당시 군 관계자는 “하계전투복을 신소재로 개발해 보급하려면 시험평가만 2~3년이 소요된다. 최단기간에 장병에게 전투복을 보급하기 위해 기존 전투복 소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급은 늘었지만…장병 복지의 현주소는? 얼마전 군은 또 다시 신형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는데요. 사계절 군복 대신 여름과 겨울, 소재가 다른 군복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름철에 좀 더 시원한 군복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하계 전투복 개발 완료 시점으로 예상하는 시기는 내년 12월입니다. 예정대로라면 보급은 2017년 6월에 이뤄집니다. 기관을 선정하고 여름철 시험평가를 하려면 올 여름은 불가능하고, 내년 여름이 와야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계획으로만 있는 사업이지만 시원한 군복이 장병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6년이 걸리게 된 겁니다. 돌고돌아 6년, 21~24개월을 근무하는 장병들에겐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입니다. 이것이 우리 장병 복지의 현주소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올 1월 말 많고 탈 많은 전투복 등 피복 물품 공급에 ‘수의계약’ 대신 ‘경쟁계약’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겠지만 ‘이제는’이 아니라 ‘이제서야’ 도입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전투복도 국방부가 직접 정부 연구개발 예산 3억 8600만원을 투입해 관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국방부 자료 표현대로라면 “경쟁계약 품목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국방부 주도로 품질 개선을 추진하는 최초의 사업”이랍니다. ‘최초’라고 하니 허탈하긴 해도 이번에 진행을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름철 무더위에 시달리는 장병들을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군에 아들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이번 계획은 무조건 차질 없이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군에서 발표한 내년도 예산 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은 여름철 병영에서 온수 공급을 주 4회에서 주 5회로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 군 생활을 하신 분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얘기인데요. 여름에 ‘온수’가 나온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여름철 온수 공급 정책이 도입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 이전에는 “군인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면 된다”며 냉수 목욕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도 과거에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름철 온수를 제대로 구경해보지 못했는데요. 군은 2011년부터 여름철 온수 공급 제도를 만들었고 2014년 주 2회, 올해 4회, 내년 5회로 공급 기간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주 6회, 겨울에는 매일 나온다는 것이 군의 설명인데요.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좋은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연예인 병사 ‘훈련지 온수 샤워’에 분노한 이유는 하지만 몇가지 더 제안할 부분이 있습니다. 온수 샤워가 가장 필요할 때는 역시 날씨가 추워질 때인데요. 지난해 모 방송사에서 훈련 나온 연예인 병사들이 온수 샤워하는 내용을 내보냈다가 많은 예비역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누가 야외 훈련지에서 온수 목욕을 한다는 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연예인 병사만 사람이냐”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알고 보니 모 부대에서 방송 촬영을 돕기 위해 온수 공급 장비를 지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대 사정이 천차만별이고 온수 공급은 부대장의 권한입니다만, 추운 겨울 야외 훈련시 온수를 제공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의 빠듯한 예산으로 온수를 1년 365일, 24시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곳에 온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장병들의 건강을 고려해 훈련지 온수 공급 제도를 마련하고, 일일 온수 사용시간을 늘려 장병들이 좀 더 여유있게 샤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 장병들의 개인 위생 강화 차원에서 샤워시설은 아니더라도 세면대의 온수 공급 시간을 대폭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감기, 독감 등 각종 감염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군에서 세심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합니다. 장병 복지 문제를 거론하려면 ‘휴가비’ 얘기도 꺼내야겠지요. 정기휴가비는 1급지부터 10급지까지 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돼있습니다. 451km 이상인 1급지 휴가비는 왕복 기준으로 12만 4400원, 50km 이내 10급지는 1만 1600원입니다. 뭐가 문제냐고요? 금액을 보면 아시겠지만 ‘휴가비’라기 보다는 빠듯한 수준의 ‘교통비’라고 불러야 적당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밥 한 끼 사먹을 수준도 못 됩니다. ●밥 한끼 사먹기 힘든 휴가비 왜? 군은 2013년 “2017년까지 장병 복지 향상을 위해 휴가비를 2배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발표가 무색하게도 예산 사정이 너무 빠듯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예산이 부족해 ‘구멍’이 나기도 하는데, 다른 분야에서 돈을 끌어다 쓴다고 합니다. 군은 올해 군 여비 예산을 지난해보다 56억원 늘어난 642억원 확보했지만 장병 휴가비는 또 동결됐습니다. 군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장병들에게 줄 휴가비를 ‘세금 인상’으로 연결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맞습니다. 예산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할 때, 편안하게 잠 잘 때, 공부할 때 나라를 지켜주는 고마운 장병들의 ‘교통비 수준의 휴가비’에 정색하며 ‘세금’을 들이미는 것은 너무 가혹한 태도 아닐까요. “당나라 군대를 만들려고 하냐”, “난 혜택받지 못했는데 왜 지금 퍼주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어렵게 군생활을 한 예비역이라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더더욱 후배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2013년 6월 국가보훈처와 새누리당은 장교나 하사관 등 직업군인 뿐만 아니라 의무복무 장병도 취업시 정년을 최대 3년 늘려주는 내용의 제대군인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 위헌 결정 이후 의무복무 제대군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었고, 제대군인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우리는 과연 제대군인을 제대로 예우하고 있는가 직업능력개발원이 2013년 11월 의무복무 장병 691명과 일반 국민 4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년 연장에 대해 장병은 매우 찬성 47.8%, 찬성 36.5%, 일반국민은 찬성 49.2%, 매우 찬성 32.2%로 찬성비율이 80%를 넘었습니다. 심지어 일반국민 성별 분석에서 남성은 찬성이 83.9%에 달했고 여성도 찬성 64%, 반대 20.7%로 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위헌으로 결정된 군가산점 제도와 비교할 때 여성이나 장애인의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다시 직업군인과 의무복무 장병에 대한 특혜 논쟁이 벌어졌고, 법안은 여전히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호국보훈의 달은 나라를 위해 몸바친 순국 선열과 호국 영령을 기리는 달입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땀흘려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장병들을 되돌아봐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고충도 돌아보는 좋은 기회로 삼길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홍콩독감, 4개월 동안 500명 사망..또 확산? 6일 만에 16명 사망 ‘메르스보다 무서워’

    홍콩독감, 4개월 동안 500명 사망..또 확산? 6일 만에 16명 사망 ‘메르스보다 무서워’

    홍콩독감, 4개월 동안 500명 사망..또다시 확산? 6일 만에 16명 사망 ‘충격’ ‘홍콩독감’ 홍콩독감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독감으로 4개월 동안 500여명이 숨진 홍콩에서 또다시 ‘살인 독감’이 확산세에 접어들었다. 6일 만에 16명이 숨지면서 홍콩독감 비상이 걸렸다. 22일 홍콩 당국에 따르면 홍콩독감 사망자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총 1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홍콩독감 환자는 23명으로, 이중 절반을 훌쩍 넘는 수가 사망한 것. 홍콩독감 환자 23명 가운데 14명은 인플루엔자 A형에 감염됐으며 4명이 인플루엔자 A 아류형에, 5명은 인플루엔자 B에 감염됐다. 현지 보건당국은 홍콩에서 여름 독감 발발기에 접어들었음을 밝히고, 병원과 학교에 공문을 보내 홍콩독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홍콩독감은 지난해 겨울 무려 500여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홍콩독감은 5세 이하 아동,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정부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홍콩독감 백신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홍콩에서 메르스 의심 증세로 격리돼 검사를 받은 한국인 279명은 이제까지 모두 음성 반응을 보였다. 사진=뉴스 캡처(홍콩독감)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홍콩독감, 6일 만에 16명 사망..경악

    홍콩독감, 6일 만에 16명 사망..경악

    홍콩독감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독감으로 4개월 동안 500여명이 숨진 홍콩에서 또다시 ‘살인 독감’이 확산세에 접어들었다. 6일 만에 16명이 숨지면서 홍콩독감 비상이 걸렸다. 22일 홍콩 당국에 따르면 홍콩독감 사망자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총 1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홍콩독감 환자는 23명으로, 이중 절반을 훌쩍 넘는 수가 사망한 것. 홍콩독감 환자 23명 가운데 14명은 인플루엔자 A형에 감염됐으며 4명이 인플루엔자 A 아류형에, 5명은 인플루엔자 B에 감염됐다. 현지 보건당국은 홍콩에서 여름 독감 발발기에 접어들었음을 밝히고, 병원과 학교에 공문을 보내 홍콩독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뉴스 캡처(홍콩독감)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비타민C로 메르스 예방? 과다 복용 땐 되레 설사만

    비타민C로 메르스 예방? 과다 복용 땐 되레 설사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할 임신부와 만성질환자조차 병원 가기를 꺼리고 있다. 비타민C가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말이 돌면서 약국마다 비타민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손 소독제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의료인이 사용하는 N95 마스크는 일찌감치 동났다. 인터넷을 떠도는 근거 없는 정보가 오히려 불안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메르스는 어떻게 예방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Q. 비타민C나 홍삼을 먹으면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A. 비타민C나 홍삼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 다만 단시일에 많은 양을 섭취한다고 해서 효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금연·금주와 적절한 영양 섭취, 운동, 충분한 수면을 생활화하고 무엇보다 과도한 불안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면역력이 더 좋아집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치료제나 예방제 같은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입니다. 오히려 비타민C를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면 설사 및 신결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C는 일일권장량(1000㎎)에 맞춰 섭취해야 안전합니다. Q. 일반 마스크를 착용해도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나요. A. 감염원으로부터 직접 호흡기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는 KF94 등급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0.04~1.7㎛ 범위의 미세입자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KF94는 94% 이상을, KF99는 99% 이상을 차단합니다. 이른바 ‘메르스 마스크’라고 불리는 N95 마스크는 의료인용으로, 숨쉬기가 불편합니다. 일반인은 KF94나 KF99만 써도 세균과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뿐 아니라 다른 마스크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Q. 손을 닦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가 99% 제거될까요. 손 소독제를 별도로 사용해야 하나요. A. 일반 비누 등을 사용해 손을 20초 이상 씻는 것만으로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대부분 제거됩니다. 다만 에탄올 등을 함유한 손 소독제를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Q. 메르스가 걱정돼 하루에도 몇번씩 손을 닦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A. 메르스는 익숙지 않은 질환이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는 불안감만 가중시키므로 신뢰할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메르스에 직·간접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중에는 확진자보다 격리해제자가 더 많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나는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라는 객관적인 생각을 가지면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발열,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세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호흡기 질환자는 ‘국민안심병원’을 찾아가세요. 안심병원 이름과 위치는 인터넷 메르스포털(www.mers.go.kr)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호흡기 질환으로 응급실을 가야 할 때는 무작정 응급실 먼저 가지 말고 별도의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병원을 찾으세요. 만약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면 병원에 가기 전 보건소에 신고하고 보안요원의 안내에 따르세요. Q.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환자가 발생한 날에 같은 의료기관에 있었다면 보건소에 신고해야 합니다. 병원을 방문한 날로부터 14일간 자가격리를 합니다. 이 기간에 증상이 없다면 자가격리는 해제됩니다. 자가격리 중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에 연락하고 안내에 따라 보건소를 방문합니다. 보건소에서는 메르스 진단을 위해 검체 채취 및 검사 의뢰를 진행합니다. 이때 증상의 경중에 따라 의료기관에 바로 이송될 수 있습니다. Q. 임신부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고 나서 산부인과 가기가 꺼려집니다. 주기적으로 가던 병원을 요즘 가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산전 체크를 안 하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A. 메르스 때문에 많은 임신부가 병원 방문을 꺼리고 있지만 엄마와 태아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려면 정기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진찰을 계속 미루면 제때 진단해야 할 기형아와 조산, 임신중독증 진단 등을 놓칠 수 있습니다. 임신부는 폐 기능 저하에 따른 저산소증과 면역기능 감소로 각종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합니다. 병원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철저하게 위생관리를 해야 합니다. 또 메르스 의심 증상인 고열, 기침, 근육통 등이 나타나면 즉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감기나 독감에 걸려도 고열이 날 수 있지만, 고열은 태아의 신경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어떤 경우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Q.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녀야 하는 만성질환자입니다. 만성질환자는 메르스에 더 취약해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병원 가기가 너무 불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은 대부분 꾸준히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악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만성질환자는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약을 타러 가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복용하던 약의 정보가 자세히 적힌 처방전을 잘 보관해야 합니다. 또 외출을 하거나 병원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Q.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입니다. 전화로라도 담당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 약을 처방받고 싶은데요. A.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가 재개될 때까지는 담당 의사에게 전화로 진찰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에 의약품 처방전을 팩스로 발송해 주면 해당 약국에서 의약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 대신 보호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대리진찰을 받고 의약품을 대리처방받을 수도 있습니다. Q. 격리조치돼 외출이 어려운데 메르스 긴급생계지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신청해야 하나요. A.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고 자가격리 중인 사람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소득·금융재산은 사후에 조사합니다. 사후 조사 결과 재산·소득·금융재산이 지원 요건에 들어맞지 않더라도 개별 가구의 특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긴급지원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환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Q. 열이 나고 기침이 있어 집에서 스스로 격리생활을 한 경우도 긴급 생계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A. 법정격리자, 즉 자가격리 통지서 등을 받지 않고 스스로 집에서 격리하는 사람은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이 경우 자신이 법정격리대상이 되는지를 보건소에 문의해야 합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도움말 최희연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우제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 홍콩독감, 4개월 동안 500명 사망..얼마나 무섭길래?

    홍콩독감, 4개월 동안 500명 사망..얼마나 무섭길래?

    홍콩독감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독감으로 4개월 동안 500여명이 숨진 홍콩에서 또다시 ‘살인 독감’이 확산세에 접어들었다. 6일 만에 16명이 숨지면서 홍콩독감 비상이 걸렸다. 22일 홍콩 당국에 따르면 홍콩독감 사망자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총 1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홍콩독감 환자는 23명으로, 이중 절반을 훌쩍 넘는 수가 사망한 것. 홍콩독감 환자 23명 가운데 14명은 인플루엔자 A형에 감염됐으며 4명이 인플루엔자 A 아류형에, 5명은 인플루엔자 B에 감염됐다. 현지 보건당국은 홍콩에서 여름 독감 발발기에 접어들었음을 밝히고, 병원과 학교에 공문을 보내 홍콩독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오늘의 눈] 망각과 비극, 다시 세월호/이현정 정책뉴스부 기자

    [오늘의 눈] 망각과 비극, 다시 세월호/이현정 정책뉴스부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병원 명단이 공개되기 전인 이달 초 기사 마감에 쫓기다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아이가 충수염이 의심돼 급히 대전의 큰 병원에 가야 하는데, ‘메르스 병원’은 피해야겠으니 어느 병원에서 메르스가 발생했는지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돌아온 나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에 가도 감염되지 않아요.” 전화를 끊고 하루가 지나서야 ‘아뿔싸’ 했다. 이런 무신경한 인간 같으니. 아픈 아이를 안고 절박한 심정으로 ‘안전한’ 응급실을 찾는 엄마에게 당시 정부가 했던 말을 앵무새처럼 읊은 것이다. ‘마감이 바빴다. 정확한 병원 명단은 나도 잘 몰랐다.’ 변명을 아무리 늘어놔도 화끈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 행세를 했던 나는 틀렸고, 엄마의 직감은 옳았다. 병원명 공개를 꺼리던 정부가 방역 실패를 인정하고 지난 7일 메르스 발생, 환자 경유 병원명을 일괄적으로 알리고 공개 수배에 나서자 환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안전한’ 병원은 없었다. 대한민국이 안전하다는 것은 면피에 급급한 정부가 만들어 낸 환상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안감을 실어 나르며 소통하자는 국민에게 정부는 ‘괴담 유포자 엄벌’로 대응했다. 안일한 인식과 불통의 대가는 참혹했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움직였다면 구할 수 있었던 아까운 목숨이 스러져 갔다. 세월호의 데자뷔다. 망각한 탓에 다시 비극이 찾아왔다. 환자 수가 영어 알파벳 26자를 넘어가자 더는 쓸 알파벳이 없어진 언론은 한 사람의 일생 앞에 숫자를 붙였다. 1번, 14번, 16번 환자…. 숫자는 무미건조했고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무수한 사연을 가진 환자들을 우리는 앞으로 숫자로 기억하게 될 것이고, 숫자에 가려 그 아픔을 직시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었다. 이른바 ‘3번 환자’는 숨졌고, 아파도 출장을 갈 수밖에 없었던 그의 아들은 타국에서 메르스로 투병 중이며, 메르스에 걸려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딸만 홀로 퇴원했다. 비극의 무게에 비해 대통령의 인식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메르스 확산으로 휴업했다가 수업을 재개한 학교를 방문해 초등학생들에게 “메르스라는 게 어떻게 보면 중동식 독감”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습관만 잘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라고도 했다. 독감의 치사율은 0.1~0.2%, 메르스 치사율은 21일 기준으로 14.8%다. 이런 대통령이 지난 1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를 방문했을 때 의전 당국은 오전부터 부산하게 청사 곳곳에 소독약을 뿌리고 다녔다. 구제역 방역도 아닌데 발판 소독까지 해 가며 열심이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충북 오송 국립보건연구원으로 불러 질책했고, 송 원장은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꺾어 사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대통령에게도 국민에게도 사과했지만,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우린 비정상이 만들어 낸 오늘의 비극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hjlee@seoul.co.kr
  • [글로벌 시대] 메르스와 비전통 안보위협/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대사

    [글로벌 시대] 메르스와 비전통 안보위협/정해문 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전 주태국·그리스대사

    메르스 사태의 진정세 조짐이 뚜렷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한 달 이상 두 개의 메르스 전선에서 사투를 벌여 왔다. 하나는 질병과의 전쟁이며 다른 하나는 두려움과의 전쟁이다. 바로 이 공포가 우리 국민의 행동 반경을 극도로 위축시키고 외국인의 발길을 돌리게 해 경제활동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산한 인천공항 입국장, 썰렁한 경복궁, 적막이 흐르는 듯한 해운대 백사장, 차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등 텅 빈 대한민국의 모습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심장 맥박이 정상 호흡을 하도록 두 번째 전선을 하루속히 이겨 내야 한다. 이제 눈을 우리 이웃, 세계로 돌려 보자. 제때에 신종 감염병에 대처하지 못하면 안보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사스,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 및 메르스 등 감염병이 발병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유엔 및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사례를 보아 왔다. 유엔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촌 여행자 수는 11억 4000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7분의1을 넘었다. 국경 없는 지구촌 시대에 어떤 국가도 감염병 공격의 열외가 될 수 없음을 말해 준다. 지난해 한국인 출국자는 1600만명, 외국인 한국 입국자 1400만명이다. 이 두 수치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국민 및 우리나라 역시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 준다. 지구촌 통합의 가속화에 비례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전 세계적 인구 이동 추세는 인류를 메르스와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노출시키는 빈도를 더욱 잦게 할 것임이 틀림없다. 제2, 3의 신종 바이러스가 한국 사회에 침투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신규 감염병 방역 국제 공조와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때 우리 의료진의 현지 파견 지원 활동이 해당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국가 이미지를 크게 고양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이번 메르스 감염 초기 대응 과정에서 허점을 드러낸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문병·간병 문화가 상황을 악화시킨 점을 거울삼아 우리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 의식, 관행 및 문화 등을 선진형으로 높이고 바꾸어야 한다. 지난 13일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메르스 전파 원인과 양상 등을 국내 전문가들과 조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르스가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유로 한국 의료진이 메르스에 익숙하지 않아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한 점, 붐비는 응급실, 한국 특유의 의료쇼핑 및 문병 문화 등으로 인한 2차 감염 확산을 꼽았다.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정부가 투명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의심 감염자를 통제하지 못했으며, 질병 확산 예측이 정확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자원 동원 등에 혼란이 있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마침 글로벌 보건안보구상 제2차 고위급 회의가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된다. 안보 관점에서 감염병 대응을 다루기 위해 주요 44개국의 참여로 지난해 출범한 이 구상은 감염병 예방, 탐지 및 대응체계 수립을 선도하며 감염병이 유발하는 안보위협에 신속,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이번 서울 회의를 메르스 퇴치 경험을 공유하고 감염병 관련 보건·의료 체계를 선진화하며 국제 공조·협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5] 메르스 사태를 보는 또다른 시선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5] 메르스 사태를 보는 또다른 시선

      최근의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옛날에도 바이러스 질환이 있었을까’라는 황당한 의문을 가져봅니다. 이런 생각이 왜 황당하다고 여기느냐 하면, 바이러스라는 생명체는 지구와 생존의 역사를 같이 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옛날을 떠올리는 건 지금의 사태가 주는 많은 시사점과 교훈 때문입니다. 좀 나이가 드신 분들은 예전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던 ‘비루스(Virus)’를 생각하시기도 하겠지요. 바이러스의 독일어식 발음인 그 비루스가 바로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는 괴물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지구 탄생의 순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왔을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해 왔듯이 바이러스도 꾸준히 진화했지요. 진화라는 게 ‘환경에 적응하려는 변화’를 말하는데, 인간의 환경이 계속 바뀌었고, 거기에 우리가 적응해 지금의 문명을 이룩했듯이 바이러스의 세계에서도 지금을 황금기라고 보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우선, 종류가 다양합니다. 숙주의 종류에 따라 식물 바이러스, 동물 바이러스, 세균 바이러스 등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생명체의 증식에 있어 결정적인 핵산의 종류에 따라 크게 DNA바이러스 계열과 RNA바이러스 계열로 나누고,여기에서 다시 유형별로 세분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바이러스는 증식에 필요한 효소를 못 가져 외부의 조력이 없으면 증식을 하지 못합니다.그래서 반드시 숙주 생물을 이용하는데,최근 국내에서 문제가 된 메르스 역시 사막지역의 낙타를 숙주로 한다고 알려져 있더군요.바로 이 놈이 RNA바이러스 계열의 코로나 바이러스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거창한 이름이 사람들에게 더 큰 공포감을 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이 명칭은 현미경으로 볼 때 모양이 태양의 겉면인 코로나와 비슷해서 붙여졌을 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사람 등 포유류와 조류에서 코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가 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리가 사스(SARS)라고 불렀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입니다.    알고 보면 특성도 재밌습니다.이 놈들은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만 기생하고,증식도 잘 하는 생물적 특성을 가졌지만,이걸 생물이라고 딱 부러지게 단정하기에는 다른 특성도 있습니다.그런 탓에 20세기 초에 처음 발견됐을 때는 학자들 사이에서 “생명체다” “아니다”를 두고 열띤 논쟁도 있었습니다.     먼저,생물적 특성을 보면 숙주의 효소를 이용하지만 그래도 물질 대사를 한다는 점,증식·유전·적응 등 생명체의 특성을 보인다는 점,자기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흔히 말하는 바이러스의 변신 역시 자기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무생물적인 특성도 또렷합니다.먼저,세포의 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또 세포막 등 일반적인 세포의 구성 요건도 못 갖추고 있으며,효소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그렇습니다.다시 말해,숙주 세포 안에서는 확실한 생명체로 존재하지만,숙주를 벗어나서는 미세한 결정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무생물적인 특성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놀라운 환경 적응력  이처럼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죽도,밥도 아닌 바이러스이지만 의료 영역으로 들어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일단 바이러스가 만드는 질병이 간단치 않습니다.바이러스가 원인인 질병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독감과 감기일텐데,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고,감기는 리노 바이러스나 아데노 바이러스가 가장 흔한 유형이며,이번의 메르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원인이고,소아마비와 마마라고 불렸던 천연두,아프리카를 공포에 빠뜨린 에볼라와 국내에서 숱하게 가축의 생명을 앗아간 구제역 등이 모두 바이러스 질환에 속합니다.    질병의 이름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하지만,더 두려운 것은 바이러스의 변신 능력입니다.요즘 세상에 단순한 세균 질환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쉬워 일단 원인균만 알아내면 치료나 예방이 어렵지 않지요.가장 대표적인 결핵의 경우 정상적인 치료 과정만 거치면 거의 대부분 완치에 이를 수 있듯이 말이지요.    그러나 바이러스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독감을 한번 볼까요.국내에서도 해마다 독감이 한,두 차례씩 유행하지만 아직도 맞춤형 백신은 만들지 못합니다.같은 독감이지만 바이러스가 자주 변신해 매년 유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만들어낸 백신이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형 백신’이지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B·C형 3종으로 구분하는데,이 중 주로 A형과 B형이 주로 유행을 일으킵니다.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해마다 거의 반복적으로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서 이 A형과 B형의 항원성과 유사한 바이러스주를 사용해 백신을 만들지요.즉,이 유형의 바이러스가 올해도 독감을 유발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미리 백신을 만들어 놨다가 접종하는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같은 독감이지만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신을 하기 때문에 특정 유형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백신을 만들기 어렵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한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이지요.    메르스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메르스에 대한 필자의 사견은 ‘그렇게 호들갑을 떨 병이 아니다’는 것입니다.물론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메르스 때문에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는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좀 저어하지만,그렇다고 저의 생각을 바꾸고 싶지는 않습니다.    메르스에 대한 저의 사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메르스는 생소한 병명에도 불구하고, 흔한 감기와 견줘 특별히 가공스러운 파괴력을 가진 질병은 아니다.단,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만성질환자나 노약자,임신부 등이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다.’    물론 견해가 다른 사람도 있겠지만,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상당 부분 필요 이상으로 과장되거나 잘못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 이렇게 판단한 첫째 이유입니다.지금까지 발생한 사망자의 경우 대부분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의 기저질환자였으며,따라서 이들에 대한 보도는 ‘메르스에 의한 사망’이라기보다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사망했다’는 식으로 전하는 게 옳습니다. 사인이 메르스인지, 아니면 다른 기저질환인지 가려서 보도하는 것은 질병 보도의 기본입니다.메르스 감염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항상 사인이 ‘메르스’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감기의 사망률을 따지지 않습니다.그것은 감기가 사소해서가 아니라 감기라는 감염질환이 평균적인 수준에서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런 감기지만 중증 폐렴 환자가 걸렸다면 얘기는 좀 달라집니다.마치 메르스가 그런 것처럼.    그런데도 메르스 감염이 국내에서 처음 문제가 됐을 때 치사율이 40%라는 엉뚱한 통계가 제시돼 사람들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습니다.만약 치사율 40%인 감염질환이 지금처럼 퍼지고 있다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전쟁에 준하는 상황이겠지요.학교는 물론 극장,시장,경기장은 모두 폐쇄되고,폭동과 약탈에 대비해 전국 곳곳에 군인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펴야 할지도 모릅니다.당연히 대중교통도 멈춰야 하고,동물원의 낙타는 살처분될 겁니다.그 와중에 또 누가 마음 편히 직장에 출근을 하며,또 누가 손님 맞아야 하는 영업을 하겠습니까.    상황이 이런 데도 치사율이 40%라는 이 희대의 ‘구라’에 대한 진위는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습니다.그 바람에 사람들은 잔뜩 주눅이 들고, 급기야 국내 5대 종합병원 중 한 곳이 사실상 진료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습니다.    외국의 전문가들이 본 한국의 메르스 사태  그렇다면 시선을 좀 바꿔볼까요.지난 8일부터 6일간 서울 코엑스에서는 메르스 파동 속에서 세계과학기자대회가 열렸습니다.조직위원장을 맡은 필자로서는 걱정이 태산같았지요.‘이걸 계속 강행해야 할까’ ‘그럴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과연 예상처럼 국내외 과학기자들이 찾아올까’ 등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대회는 저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40여개 국에서 450여명의 해외 과학기자와 과학자들이 서울을 찾았고,국내에서도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 아침부터 등록대에는 장사진을 이뤘습니다.더 놀라운 사실은 야마나까 신야 박사와 팀 헌트경 등 2명의 노벨상 수상자,그리고 데보라 블럼 박사와 덴 페이긴 등 3명의 퓰리처상 수상자 등을 포함해 당초 방한을 약속한 인사들이 예외없이 서울을 찾았다는 점입니다. 메르스 때문에 계획을 바꿔 방한을 취소한 외국인은 5명에 그쳤습니다.내국인은 100명이 넘게 취소했는데도 말이지요.취소자는 모두 중국 쪽 인사들이었는데,이 중 홍콩대 의대 교수는 “메르스가 두려운 게 아니라 병원쪽에서 한국 방문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이 지침을 어기고 서울에 갈 경우 돌아와 다시 2주간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곁들이기도 하더군요.    메르스 사태를 보는 이들의 시각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부를 소개할까 합니다.저명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의 국제뉴스 편집장인 리처드 스톤은 “메르스를 이겨내려는 한국 측 노력은 이해하지만,통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행사를 미루거나 학생들에게 휴교조치를 내린 것은 난센스”라고 하더군요.그는 “일반적으로 메르스는 두려움을 느껴야 할 질병이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역시 사이언스지에서 활동하며,이번 대회에서 에볼라 세션을 주도한 마틴 엔서링크 기자는 서울에 오기를 망설였지 않느냐는 물음에 “만약 망설일 정도로 걱정했다면 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겠느냐”면서 “나는 에볼라가 창궐할 때 아프리카 취재 현장에 있었던만큼 이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 지를 충분히 알고 있고,그래서 이번 서울방문을 두고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영국 BBC에서 활동하는 런던 시티대 코니 세인트루이스 교수도 “오기 전에 한국의 상황을 알았지만,그것이 나의 방한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 없었다”면서 “WHO에서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잘 통제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더군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의학 담당 부국장인 론 윈슬로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만 합니다.그는 “한국 보건당국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고 시민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면서 “보건 당국은 병원내 상황이라고 발표하면서 학교 휴교나,단체 행사를 미루도록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꼬집더군요.“메르스가 그렇게 두렵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감염질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요.    이들 말마따나 일주일간 이어진 행사 기간 중에 기침이나 발열 등 유사 증세로 현장 응급의료단을 찾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이런 메르스 탓에 시민활동이 극도로 위축돼 급기야 내수경기마저 바닥을 치고 있다니,초장에 너무 호들갑을 떨다가 수습도 못하는 상황에 이른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물론 적극적,선제적으로 감염 차단에 나선 것까지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말이지요.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심정으로  일부에서는 메르스 공포의 상당 부분이 언론 탓이라고도 말합니다.첫 발병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보도 패턴이 마치 봇물 쏟아지듯 해 시민들의 두려움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부분적으로는 그런 측면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더러는 사안에 말초적으로 접근해 본질을 밀쳐두고 지엽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하거나,근거없는 보도로 공포감을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단순한 양이 아니라 질과 영향력으로 평가하는 게 옳습니다.그런 점에서 언론보도가 있어 대규모 감염질환의 감시체계 부실이나,환자 및 병·의원 허술한 관리시스템과 보건행정의 대책없는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보는 게 옳겠지요.물론 언론의 지대한 관심이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속성이 이번에도 반복되겠지만,그렇더라도 언론의 역할은 이번에도 중요했습니다.그런 신문이나 방송이 없다고 가정해 보면 어떨까요.바로 그 느낌이 언론의 존재 이유일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의 행정은 한 마디로 ‘이게 국민 보건을 책임진 정부 부처가 맞나’ 싶은 수준입니다.‘저 사람들은 국록을 먹으면서, 저 자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나’하는 게 메르스 사태를 보는 시민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무슨 일만 터지면 우왕좌왕,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려 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의 힐난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말입니다.보건 행정을 실질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그 사람들 행태를 보면,병·의원과 의료인들 윽박지르는 수준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그러니 시민들 사이에서 “브리핑 말고는 잘 하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기관”이 되고 만 것이지요.이 사태를 겪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어떻게 혁신의 방향을 잡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시민들의 행태도 변해야 합니다.‘이 나라에 국민은 있어도 시민은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인터넷에서 떠도는 한 지식인의 한탄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도처에 국민정신은 끓어 넘치는데,시민정신은 바닥 수준이라는 뜻이지요.여기에서 국민이니,시민이니를 두고 논쟁할 생각은 없습니다.그러나,감염 의심자가 통제에 반발해 난동을 부리는 무책임하고,이기적인 사회, 대책없이 격리하면서 그 사람의 생계에는 관심조차 없는 사회라면 누가 시민 자격을 말하며,또 누가 정책에 순응하겠느냐는 말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외국의 사례를 들먹일 것도 없는 일인데,우리나라의 병원에는 무슨 문병객이 그렇게나 많은지 한숨이 나옵니다.‘환자가 하나면 문병객은 열’이라는 병원 관계자들의 말은 애당초 방향을 잘못 잡은 우리나라 문병문화의 한 단면입니다.병원은 환자가 병을 치료하는 곳인데, 환자가 병상에 누워 문병객들을 세고, 어떻게든 환자의 눈도장이라도 찍으려는 듯 전국에서 몰려와 장사진을 치고 병실의 문을 여는 문화는 반드시 고쳐야 할 병폐이지요.이럴 바에야 차라리 우체국에 값 싼 ‘문병 엽서’ 같은 것 비치해 거기에다 마음을 담아 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병원발 감염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게 분명합니다.병원의 선물가게가 호황을 누리는 우리의 문병의식에 대해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병원과 의료인들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외형에만 집착해 멀쩡한 건물부터 짓고, 곳곳에 광고 도배를 하면서 정작 안을 들여다 보면 감염 관리는 가관입니다.적어도 감염 대책에 관해서라면,어디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왜냐 하면,처음 등록 때부터 병실,수술방,회복실까지 모두가 엉성하고,허술하기 때문입니다.이번 메르스 감염사태가 ‘병원 내 상황’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병원이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을 웅변하는 팩트인데,상황이 이렇다면 병원 폐쇄 등의 조치와는 다른 축에서 정부 차원의 감염관리 대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이런 일에는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합니다.이제는 ‘병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등등의 기만적인 언사를 제발 거둬들이기 바랍니다.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jeshim@seoul.co.kr
  • [특파원 칼럼] 민폐국 국민이 될 줄이야/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민폐국 국민이 될 줄이야/이창구 베이징 특파원

    지난 1월 베이징에 부임할 때 기자는 ‘한국인 특혜’를 누렸다. 갑자기 미국으로 이민 가는 중국인 집주인이 세놓으면서 ‘세입자는 꼭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덕분에 서울 강남 뺨치는 베이징 월세 가격을 약간 낮출 수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으니 “한국인은 집을 깨끗하게 사용해 집주인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를 들고 있으면 중국 젊은이들이 힐끗힐끗 쳐다본다. 요즘 아이폰에 밀리고 있지만 그래도 갤럭시는 중국인이 갖고 싶어 하는 명품 휴대전화다. 영화관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덥다고 웃통을 벗고 활보하는 중국인을 보며 “너희는 아직 멀었어”라며 무시한 적도 있다. 그런데 요즘 상황이 바뀌었다. ‘메르스 민폐국’의 국민으로 숨죽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학생은 지하철 안에서 중국인들이 “한국에도 낙타가 많은가 봐. 한국 정부가 낙타 고기를 익혀 먹으라고 했대”라고 수군거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어떤 교민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린 아들이 한국어로 말을 하는데 함께 탄 중국인들이 모두 째려봐서 아이 입을 막았다고 한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프라임 뉴스 시간에 한국의 메르스 상황을 매일 3~4꼭지씩 내보낸다. 메르스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은 보기조차 겁난다. 그중 가장 뼈아픈 게 “우리를 지저분하다고 손가락질하던 한국놈들…”로 시작하는 댓글이다. 만일 한국 때문에 중국에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다면? 아마 한국인들은 전원 격리되거나 한국인 밀집 지역인 왕징이 통째로 봉쇄될지도 모른다. 너무 오버한다고? 13억 인구를 ‘통제’하는 중국이다. 지금은 중앙기율위 서기로 반부패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왕치산이 2003년 베이징 시장으로 있으면서 사스를 퇴치했던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베이징 봉쇄였다. 중국 정부가 한국인이 많이 오가는 베이징, 상하이, 랴오닝, 산둥, 지린, 광둥 등에 순시조를 파견해 메르스 방역 실태를 감찰하기로 했다는 19일자 조간신문을 보면서 감시망이 점점 좁혀 오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한국의 현실에 분노했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 와 보니 공산당 통제 체제보다는 한국이 낫다는 걸 새삼 느꼈다. 누구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중국보다는 나아 보였다. 정부의 무능으로 비록 세월호 참사를 막지 못했지만 양쯔강 유람선 침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울음까지 틀어막는 중국 정부보다는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우리 정부를 보면서 중국에 대해 느꼈던 약간의 우월감이 싹 사라졌다. 내 식구가 감염될까 두려움에 떠는 시민을 향해 “괴담을 퍼뜨리면 엄벌하겠다”는 대한민국 정부는 유람선 참사 15일 만에 시신 442구를 모두 화장해 애도 정국을 종료시킨 중국 정부보다 더 염치가 없었다. 같은 전시 행정이라도 초등학교에 가서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이니 손을 잘 씻으면 된다”고 말하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유람선 참사 현장으로 달려가 수습된 시신에 일일이 고개를 숙인 리커창 총리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쓰레기 분리 수거도 하지 않는 나라에 와서 조국의 역병을 걱정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window2@seoul.co.kr
  • [현장 블로그] 모든 게 좀 나아졌다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메르스 관련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국의 확진환자, 사망자, 격리대상자 수 발표는 어느덧 매일 아침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좀처럼 두려움이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메르스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나 정부당국에 대한 질타가 반영된 댓글이 빠르게 붙습니다. 지난 18일 기자가 쓴 ‘2차 감염 전무…독일과 미국에서 배운다’ 기사에도 ‘(보건당국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처하라’, ‘정부야말로 슈퍼전파자’ 등 날선 의견과 반응이 줄줄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중 눈에 띈 댓글이 있었습니다. ‘모든 게 좀 나아졌다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짧지만 인상 깊은 댓글이었습니다.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로 힘든 건 환자와 격리대상자, 의료진뿐만은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메르스 소식에 지쳐가고,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가들은 ‘예기불안’(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불안) 증상은 비단 격리대상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 재채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거나 외출을 삼가는 것은 따지고 보면 예기불안의 반영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금은 정부와 의료진, 국민들이 마음을 합하고 힘을 모을 때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총력을 다해 메르스 방역을 잘 마무리해야 하고 국민들은 위생수칙을 지키며 자중자애를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메르스 사태를 키운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식의 엄포를 놓거나, 엄연히 2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상황에서 그저 ‘중동식 독감’ 정도라고 축소해 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효율성만을 좇다가 부실해진 공공 의료체계의 난맥상을 바로잡는 일도 메르스 극복 이후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메르스 한 달-안전지대가 없다] 확진환자 증상 발현 후 투석실 이용… 고위험군 감염 우려

    [메르스 한 달-안전지대가 없다] 확진환자 증상 발현 후 투석실 이용… 고위험군 감염 우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증상 발현 후 병원 내 투석실을 이용한 사실이 18일 확인됐다. 투석 시간이 긴 데다 환자 간 병상의 거리도 가까워 고위험군의 대규모 감염이 우려된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와 함께 투석실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111명을 격리하고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추가로 확인된 165번째 확진자(79)가 지난 9일 증상이 발생한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았다”며 “다른 환자와의 접촉 정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혈액 투석은 주로 신장 기능을 상실한 환자들이 받는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일반 독감과 달리 폐뿐만 아니라 신장을 공격하기 때문에 신장 질환자가 메르스에 걸리면 특히 위험하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혈액투석 환자들은 면역력이 약하기도 하고, 투석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아질 위험도 있어 혈액투석학회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111명 가운데 자가격리된 상태에서 스스로 혈액을 투석할 수 있는 환자는 3명이고, 5명은 입원 중이다. 보건당국은 나머지 103명이 자택과 병원 투석실만 왕복하며 외래로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안전처에 협조를 요청했다. 165번째 환자는 지난 6일 76번째 환자(75)가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시간에 내원했다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강동경희대병원은 76번째 환자가 다녀간 이후 집중관리병원으로 지정돼 기관 코호트 격리(환자와 의료진의 출입봉쇄 조치)를 받고 있지만, 165번째 환자는 보건당국의 관리망에서 빠져 있었다. 이 환자는 증상 발현 이후에도 자유롭게 다녔고, 지난 16일 고열이 발생하고서야 유전자 검사를 통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의 무능이 111명의 고위험군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린 셈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76번째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을 다녀간 다음 바로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에 대해 코호트격리 조치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보건소의 한숨… “동료 간호사, 이웃 눈치에 힘들다며 울어요”

    보건소의 한숨… “동료 간호사, 이웃 눈치에 힘들다며 울어요”

    비상근무 28일째인 17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의사들이 찜통 같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전화를 받고 메르스가 의심돼 찾아오는 방문객을 만나느라 정신없었다. 메르스 외의 모든 업무는 중단됐고, 의사는 방호복까지 껴입어 땀을 비 오듯 흘렸다. 햇볕이 주는 병원균 소독 효과를 위해 문을 모두 열어 둔 터라 에어컨도 소용없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강남구의 경우 지난 16일 324통의 전화를 받고 61명을 진찰했다. 의사 A씨는 “아침 8시부터 12시간 근무하고 보건복지부에 보고할 서류 작업을 하면 밤 12시가 넘는다”면서 “하지만 더 힘든 것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아빠의 직업 때문에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 지역의 경우 삼성서울병원에 다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등교를 막아 달라는 학부모들의 건의가 있다고 한다”면서 “또 아무리 보안 속에 자택 격리자를 지정해도 주변 주민들은 어떻게든 알아내 동네에서 격리시켜 달라고 보건소에 항의한다”며 답답해했다. ●“직원 절반은 행정직… 전염병 전문 인력 부족” 의사 B씨는 “간호사, 행정요원, 구청 직원, 의사가 한 조로 일하는데 한 간호사가 힘도 달리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안을 심어 준다며 어제 힘들다고 울더라”면서 “이런 면에서 국민들도 함께 싸워 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공공 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사 C씨는 “보건소의 가장 큰 임무는 전염병 관리인데 급성 전염병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100여명의 직원 중 1~2명에 불과하다”면서 “보건소 직원의 절반은 행정직이고, 역학조사 전문가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이 달리니 아무나 역학조사반에 투입되는데 역학조사는 환자의 동선을 따라가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 의약 지식이 있고 질병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홍보 마케팅 기법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처럼 전문 인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 D씨는 “일부 지자체에서 치사율이 12%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치사율은 기저질환자를 배제하고 질병이 종식된 다음에야 나오는 수치”라면서 “계절 독감보다 낮은 유병률인데 중계하듯 치사율을 발표하는 것은 불안만 높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수의 보건소 의사들은 마스크 착용보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야근 삼가고 과로 안 하는 규칙적 생활 중요” 의사 E씨는 “바이러스를 접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뜻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독감의 일종인 메르스가 몸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야근을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과로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 고 박승철 박사(2003년 사스대책자문위원장, 2009년 국가신종플루대책위원장)의 고언을 되새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E씨는 “역사적으로 인류는 바이러스와 싸워 왔고 늘 인간이 이겼다”면서 “미생물이 아니라 불안에 지는 것이기 때문에 보건 체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박 박사의 말을 옮겼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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