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베이징 올림픽] “대기오염 심한 베이징서 천식 생길때 선수들 흡입제 무심코 사용 조심해야”
메달 경쟁보다 더 까다롭고 치명적인 생채기를 남기는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DVD 교육자료의 제목을 ‘찰나의 영광 영원한 패배’라고 달 정도로 이 싸움에 무릎을 꿇은 선수는 처절한 상처를 얻게 된다.
베이징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한 뒤 태릉선수촌에 입촌했거나 촌외(村外) 훈련 중인 26개 종목 266명의 대표선수들이 지난달 두 차례를 포함,3일과 10일 등 네 차례에 걸쳐 KADA가 주관하는 도핑검사를 받았다.20일쯤 결과를 통보받게 된다.
2006년 11월 KADA 출범때부터 일하고 있는 김건열(72·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과장) 위원장은 요즘 선수나 코칭 스태프, 연맹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도핑검사 일정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이번 대회기간을 선수촌이 개촌하는 27일로 선포, 경기기간 검사 기일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기간외 검사도 ‘무섭게’ 실행된다. 훈련 중인 선수를 무작위로 뽑아 검사하고 출전이 예정된 선수가 돌연 철회해 불참하는 경우도 검사 대상이 된다. 각국이 올림픽 전지훈련 캠프를 국내에 차려 우리 선수들도 WADA 검사를 덩달아 받게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국내에서 훈련 중인 선수도 불시에 WADA 검사요원들과 맞닥뜨릴 수 있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연맹이나 선수, 팀닥터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힘쓴 한편, 도핑관리요원(DOC)을 40여명이나 양성해 급증하는 검사 수요에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88서울올림픽 때와 비교해 도핑방지를 위한 제도적 틀은 어느 정도 갖춰진 셈.
하지만 IOC 의무위원장 출신인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취임 이후 WADA에 관련 업무를 이관하면서 동시에 규정이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과 달리 모든 금지약물의 소지가 금지돼 공항에서 적발되면 곧바로 출전 자격이 박탈된다. 경기기간 선수소재 보고도 하루 단위로 어디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는지 26일까지 보고를 마쳐야 한다. 또 변경될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정 보고해야 한다.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만일 WADA가 보고된 장소에서 선수를 찾아내지 못하면 검사를 회피하려 했다는 의심을 사게 되고 세 차례 되풀이되면 역시 모든 자격을 박탈당하고 해당 연맹은 징계와 함께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친다.
선수들은 치료목적 사용면책(TEU)이란 엄격한 절차 아래 금지 성분이 함유된 약품을 소지할 수 있는데 이 역시 해당 연맹과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26일까지 통보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운동성 천식유발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경기장 주변에서 WADA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일지 모른다는 점.“베이징의 대기오염 때문에 이들 환자가 발생하면 약식 TEU를 이용할 수 있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식 환자에게 특히 효과가 높은 흡입제 ‘설부타몰’을 무심코 들이마셨다가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돼 메달을 빼앗기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밖에도 보약이나 한약, 심지어 감기약이나 피임약, 인삼차도 대회 3주 전부터는 아예 먹지 말 것을 권했다. 약물 성분이 불분명한 것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약을 먹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선수촌 의무실에서 조제하는 약만을 복용하고 팀 닥터와 상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도핑 판정에 불명확한 내용이 있으면 즉시 현장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할 것”을 주문했다.2004년 아테네 대회때 남자체조에서 한국 선수가 오심을 받았는데도 이의 항소를 미뤄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며 특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임병선기자 arakis.blo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