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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새 책]

    ●셰익스피어를 읽다(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류시건 옮김, 오늘의책 펴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대 비극이라고 하는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드’와 비극적 러브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 중 한 편이라도 제대로 희곡으로 읽은 독자는 많지 않다. ‘이미 영화로 봤으니’ 라는 등으로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언어의 연금술사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직접 읽어볼 번역본이 없었다는 핑계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환영받을 만하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펠트로가 영국식 억양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대사들을 인용하듯이 해볼 수도 있겠다. 이를테면 맥베드의 “넵튠의 대양의 물을 다 가지면 내 손의 이 피가 씻어질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이 손이 망망대해를 붉게 물들여, 푸른 바다를 핏빛으로 만들고 말리다.”는 식으로. 이 책은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언어를 다루는 데 능통하며, 사람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인물을 창조해내는지 알 수 있다. 원문이 아닌 번역문이기 때문에 영어가 주는 진정한 맛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욕망·분노·시기·사랑으로 망가지는 ‘인물 창조’의 과정에는 읽어나가면서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16세기 사람의 이야기가 500여 년이 지난 21세기에도 사랑받는 이유를 발견할 것이다 ●루카와 생명의 불(살만 루시디 지음, 김석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1998년 ‘악마의 시’라는 소설 출간으로 이슬람교도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살만 루시디(65). 이란의 종교단체는 100만달러였던 루시디의 목숨값(현상금)을 최근 330만달러까지 올렸다. 작가는 지리하고 불안한 도피생활의 한복판에서도 삶의 무게에 굴하지 않고 두 아들에게 연작 소설 두 권을 선물했다. 1990년 큰 아들 하룬을 위해 시공을 초월한 정령의 세계를 다룬 마법 같은 소설을 선물한 뒤 다시 20여년 만에 둘째 아들을 위해 신화와 비디오 게임을 넘나들며 그려낸 디지털판 아라비안나이트 ‘루카와 생명의 불’을 내놨다. 깊은 잠에 빠진 전설의 이야기꾼 라시드를 구하기 위한 루카의 모험이 줄거리. 풍부한 우화를 빌려 권위주의와 자유, 신과 우리의 관계 등 거대 담론을 쏟아놓는다. 첫째 아들과 18살 터울의 늦둥이 아들을 본 늙은 아버지로서,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도피생활의 두려움이 읽힌다. 하지만 책을 통해 루시디는 아버지의 애정과 문학적 능력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첫째 아들을 위해 내놓은 ‘하룬과 이야기 바다’도 발간 22년 만에 개정·증보돼 함께 나왔다. 두 권의 책은 서로 연관돼 있지만 서로 다른 매력과 철학으로 다가온다.
  • “화물연대, 화물車 방화는 조직적 범행”

    화물연대 부산·울산지부가 지난 6월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조직적으로 울산과 경주 지역의 화물차에 잇따라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화물연대의 ‘화물차 연쇄 방화 사건’과 관련, 부산·울산지부 집행부와 조합원 22명을 검거해 울산 울주지회장 양모(45)씨와 울산지부 조직1부장 신모(32)씨 등 8명을 방화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나머지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화물연대 부산지부장 박모(50·구속)씨 등은 지난 6월 16일 오후 4시쯤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회의를 열어 ‘대포차’와 ‘대포폰’ 구입을 결정했고 이틀 뒤 부산지부 전 조직부장 이모(38·구속)씨가 후배로부터 대포차 3대와 대포폰 9대를 구입했다. 울주지회장 양씨는 울산지부장 김모(45·구속)씨의 지시를 받아 부산지부로부터 대포차 1대(쏘나타Ⅲ)와 대포폰 3대를 받았다. 또 울산지부 한모(38)씨는 시너, 페인트, 방진복 등을 구입해 양씨에게 전달했다. 양씨는 울산 조직1부장 신씨와 함께 지난 6월 24일 오전 1시 11분쯤 경주 외동읍 입실리의 한우직판장 앞 공터에 있던 화물차량에 불을 지른 것을 시작으로 2시간 20여분 동안 경주와 울산에서 20대를 불태웠다고 경찰은 밝혔다. 양씨 등은 울산지부에서 대포폰으로 비조합원의 화물차를 알려주면 불을 질렀다. 이들은 인화물질(시너, 페인트)의 혼합 비율을 조절하며 방화 실험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준비, 실행, 도피까지 모든 과정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가짜양주 팔아 200억 폭리 챙긴 ‘이경백 스승’

    가짜양주 팔아 200억 폭리 챙긴 ‘이경백 스승’

    이른바 ‘룸살롱 황제’ 이경백(40)씨에게 유흥업소 영업비밀을 전수해 준 스승 김모(49)씨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지난 8월 자신이 운영하던 무허가 유흥업소가 단속에 걸리자 ‘바지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피한 김씨를 범인도피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또 가짜 양주를 만들어 김씨의 업소에 공급한 김씨의 친동생(47)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술에 취한 손님들을 유인해 불러들이는 이른바 ‘삐끼주점’ 5곳을 운영했다. 김씨는 서울역, 회현역, 건대입구 등 취객이 많은 곳에서 호객꾼을 동원해 손님을 유인한 뒤 가짜 양주를 팔고 신용카드를 이용해 술값을 부풀려 결제하는 수법으로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 동생 김씨는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손님들이 마시다 남은 술을 모으거나 공급책으로부터 싸구려 양주를 넘겨받아 이를 S위스키 12년산, W위스키 17년산의 빈 병에 넣는 수법으로 가짜 양주를 만들어 형의 업소에 공급했다. 이들이 만든 가짜 양주는 병마개 라벨이 이중으로 돼 있거나 투명한 비닐이 씌워져 있는 등 진짜 양주와 쉽게 구별됐지만 미리 병마개를 따서 내놓거나 실내조명을 어둡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손님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형제가 이런 수법으로 10여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최소 200억원대”라고 말했다. 검찰은 동생 김씨의 거주지에서 가짜 양주 완제품 15병, 500㎖ 생수병에 든 가짜 양주 원료 766병 등을 압수했지만 김씨는 “내가 마시려고 만든 술로 형과는 상관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동생 김씨가 유흥업소들이 팔다 남은 술과 저가 양주를 사들인 유통망과 호객꾼 조직망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나만 살자”… 법정관리 ‘악의적 도피’ 수단인가

    “나만 살자”… 법정관리 ‘악의적 도피’ 수단인가

    웅진홀딩스처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5년 사이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실 경영의 피해를 채권단과 투자자, 거래업체 등에 떠넘기고 기업주는 책임을 면하는 ‘악의적 도피’ 수단으로 법정관리가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웅진그룹 계열사 및 하도급 업체들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무 상환 기간 연장 등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긴급 간부회의와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이병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3팀장은 “웅진 협력업체 채무에 대해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법인카드 사용 중지, 여신 한도 축소 등의 방법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지도공문도 전날 각 금융권에 보냈다. 금감원 측은 “웅진홀딩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계열사 차입금 530억원을 앞당겨 갚은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최근 들어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도피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2006년 76곳에서 지난해 712곳으로 급증했다. 이를 두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보다 법정관리가 해당 기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정관리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정상화 계획을 짤 수 있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면받는 채무의 범위도 금융권 채무에 한정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는 ‘채권자 평등 원칙’에 따라 비(非)금융권 채무와 일반 상거래 채무까지 적용받는다. 여기에는 경영권이 보장되고 채무 감면 폭이 큰 ‘통합도산법’이 근본적으로 자리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6년 제정된 통합도산법은 당시 미국에서 운영하던 ‘관리인 유지’(DIP·Debtor In Possesion)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통합도산법 제정 이후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2007년 116곳, 2008년 366곳, 2009년 669곳, 2010년 630곳 등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법원 파산부가 지주회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장은 “법정관리는 회사채 투자자나 하도급 업체에 연쇄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고통 분담과 자구노력 등을 통해 모두가 사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자신들만 살겠다며 손쉬운 법정관리로 달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과 법조계는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채무조정을 기다리다 기업들이 더 곪아 터진다.”면서 “법원의 엄정한 관리를 받는 법정관리가 워크아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이슬람 살해위협에 10년 도피 작가 살만 루슈디 회고록 출간

    이슬람 살해위협에 10년 도피 작가 살만 루슈디 회고록 출간

    이슬람 모욕 영화로 촉발된 반미 시위가 이슬람권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인도 태생의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가 이슬람교도의 살해 위협을 피해 은신하던 시절의 회고록 ‘조지프 안톤’을 18일 펴냈다. 루슈디는 지난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가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당시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 의해 살해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후 10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책에는 그가 은신처를 전전하며 지내야 했던 세월이 연대기 순으로 정리돼 있다. 책 제목은 은신 시절 그의 필명으로, 그가 좋아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을 조합한 것이다. 회고록에서 루슈디는 “입에 재갈이 물려진 채 감금당했다. 심지어 말을 할 수도 없다. 아들과 공원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 지금은 불가능한 꿈이지만”이라고 쓴 당시 일기 내용을 회상한다. 또 ‘악마의 시’를 번역한 일본인과 이탈리아 번역가가 어떻게 살해됐는지 등을 소개했다. 루슈디는 1998년 이란 정부가 ‘루슈디를 살해하라’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생활을 끝내고 현재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다. 최근 반미시위 격화로 그에 대한 살해 위협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란의 한 재단은 “루슈디가 살해됐다면 반(反)이슬람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330만달러(약 37억원)로 높였다. 한편 루슈디는 전날 인도 NDTV와의 인터뷰에서 “그 영화(반이슬람영화 ‘무슬림의 순진함’)는 여태껏 만들어진 것 가운데 최악”이라면서 “그렇다고 그게 대혼란과 살인의 타당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공연시간이 무려 4시간에 육박하거나 무대에 물이 차오르는 연극부터, 발레와 결합하거나 힙합과 만난 현대무용까지, 예사롭지 않은 공연들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10월 나란히 개막하는 ‘2012 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세계공연축제 2012’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국내외 연극과 무용으로 포진했다. ●대학로서 세계공연예술의 현재·미래 진단 다음 달 5일부터 23일 동안 서울 대학로에서 2012 국제공연예술제(SPAF)가 펼쳐진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최치림 이사장은 “형식과 표현에 있어서 시대의 사상과 고민을 아우를 수 있는 12개국 27개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공연예술의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휴식을 포함해 공연시간이 4시간 15분에 이르는 폴란드 연극 ‘(아)폴로니아’로 축제의 문을 연다. 유대인 어린이 25명을 구한 폴란드 여인 아폴로니아를 비롯해 이피게니아(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알케스티스(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로 희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라이브 음악과 서커스,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다. 세기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과 로뎅의 이야기를 춤과 대화로 그린 루마니아의 ‘나, 로뎅’도 기대작이다. 벨기에 무용수와 안무가, 프랑스 극작가, 루마니아 연출가와 배우가 뭉친 이 작품은 세계 각국에서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극도 실험적이다. 극단 노뜰의 ‘베르나르다’는 스페인 대문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현실을 그렸다. 원영오 연출은 “홍수로 집에 물이 차오르는데 그것도 모른 채 서로를 억압하는 현실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 정치상황으로 각색했고, 극단 작은신화의 ‘트루 러브’는 미국 포스트모던 작가 찰스 미 주니어의 작품으로, 성 문제를 공론화한다. 무용 참가작들은 몸과 움직임에 집중한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주역으로 꼽히는 마틸드 모니에의 ‘소아페라’는 커다란 비누거품과 무용수들이 유기적으로 조화하면서 춤과 시각예술의 융합을 보여 준다. 독일·스위스가 공동제작한 마마자의 ‘커버업’은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독일 안무가 헬레나 발드만의 ‘리볼버를 들어라’는 인간 두뇌의 해방과 망각을 표현한다. 국내 무용작은 11개가 준비돼 있다. 분단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을 그린 JK프로젝트의 ‘홈워크18’, 탄성·중력·마찰 등 물리현상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찾은 노경애의 ‘마스’, 임지애의 ‘생소한 몸’, 숨 무브먼트의 ‘내밀한 무한’, 댄스씨어터 4P의 ‘도시의 부재’ 등이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paf.or.kr) 참조. ●서울을 물들이는 53개 무용단의 ‘춤 성찬’ 새달 5~20일에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를 연다. 16개국 53개 무용단이 참가해 예술의전당, 강동아트센터, 서강대 메리홀 등 서울 곳곳에서 공연한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무용단과 안무가를 소개하고, 무용 예술의 대중화와 춤의 공공성을 위한 무대”라고 말했다.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현대발레를 선보이는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이 개막공연을 한다. 리허설과 공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춤의 자유를 강조한 ‘공연중’, 해학을 담은 ‘검정과 꽃’ 등 발레와 현대무용, 연극적 요소를 골고루 갖춘 작품을 선보인다. 캐나다 안무가 다니엘 레베이예는 의상과 무대 장식을 거부한 ‘사랑, 시고 단단한(큰 사진)’을 준비했다. 신체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가혹한 삶, 무거운 육체에서 도피하고픈 욕망을 그렸다. 반면 이스라엘 안무가 야스민 고더의 ‘러브 파이어’는 무용수들의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춤으로 60여분을 채운다. 성적 코드의 은유가 녹아 있어 19세 이상 관람가다. 발레에서 스트리트 댄서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무용수 왕현정은 비보잉과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등을 결합한 ‘힙합의 진화 Ⅵ’를 선보인다. 이 무대에서 이영일은 낯설고 상반된 일들에 맞닥뜨린 한 남자의 상상을, 안수영은 ‘15분 뒤에 죽는다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몸으로 표현한다. 일정은 홈페이지(www.sidance.org) 참조.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라크 후세인 닮아 ‘야동’ 출연할 뻔한 남자

    이라크 후세인 닮아 ‘야동’ 출연할 뻔한 남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과 꼭 닮은 외모를 가진 이집트 남자가 얼굴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얼굴만 보면 사담 후세인이 부활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한 이집트의 남자 모하메드 비스흐르. 그는 최근 무장한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할 뻔했다. 몸값을 노린 게 아니라 몸을 노린 사건이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동’에 출연시키기 위해 괴한들이 납치를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있기 전 그는 한 조직으로부터 포르노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독재자의 성생활을 그린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조직은 그에게 출연료로 25만 유로(약 3억 6400만원)를 주겠다고 했지만 모하메드는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조직의 협박이 시작됐다. 그는 “납치를 해서라도 영화를 찍겠다는 협박도 있었다.”며 납치시도는 이 영화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가 사담 후세인과 비슷한 얼굴 때문에 곤욕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후세인이 살아 있을 땐 이집트에 사는 이라크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후세인이 미군을 피해 도피행각을 벌일 땐 현상금을 받으려 그를 진짜 후세인으로 착각하고 잡아 넘기려는 시도도 있었다. 모하메드의 아들들은 “아버지가 후세인 같은 외모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경찰에 특별보호를 요청하기도했다. 사진=알아흐람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청주 사건’ 피해자 집에서 ‘그 이웃남성’ 체모 나와

    ‘청주 사건’ 피해자 집에서 ‘그 이웃남성’ 체모 나와

    지난 11일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성폭행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청주상당경찰서는 14일 용의자 곽광섭(46)씨를 피의자로 확정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키로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 피해자의 몸과 집에서 채취한 체모와 체액 등 증거물 5점이 곽씨의 것으로 이날 밝혀진 데다,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은 곽씨 사진 세 장이 담긴 수배전단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곽씨를 전국에 수배했다. 곽씨는 같은 건물 옆방에 세들어 사는 A(26)씨 집에 침입해 A씨를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곽씨의 예상 은신처를 수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찰은 이날도 평소 곽씨가 동거녀와 자주 등산을 했던 청주 우암산에 기동중대와 방범순찰대 요원 300여명을 투입했다. 한편 2004년 친딸 등을 성폭행한 곽씨에 대해 검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했으나 지난해 8월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국세청, 고액체납자 은닉 재산 8633억 추적징수 백태

    #1 파산한 주택건설업체 사장 A씨는 법인세 등 총 320억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회사는 망했지만 수백억원의 지방 부동산을 미등기로 숨겨뒀다. 사전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로 부인과 자녀에게 대형 빌딩과 골프장을 넘겨준 뒤 국세청과 검찰의 추적을 받자 외국 휴양지로 도피해 장기 체류 중이다. 국세청은 미등기 부동산을 찾아내 공매 처분한 뒤 체납액 전부를 현금 징수했다. #2 상장사 대표 B씨는 경영권과 보유 주식을 팔아 수백억원을 챙기고도 본인 명의 재산이 없다며 파산 신청을 했다. 회사 매각 대금은 B씨→임직원→임직원의 배우자와 자녀→B씨 장모 등 73차례나 자금세탁을 거친 뒤 부인에게 넘겨졌다. 부인은 이 돈으로 고급 아파트를 사고 10여개의 수익증권과 가상계좌를 개설해 돈을 굴렸다. 그래도 국세청의 추적이 불안해 자금세탁과 차명계좌 이용을 계속했다. 국세청은 임직원을 설득해 B씨 재산을 추적, B씨 아내 명의 주택을 가압류해 8억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올 1~7월 체납액 1억이상 1425명 국세청은 올해 1~7월 고액 체납자(체납액 1억원 이상) 1425명에게서 8633억원의 체납 세금을 징수·확보했다고 12일 밝혔다. 체납 처분을 고의로 회피한 체납자와 이를 방조한 친인척 등 62명은 체납 처분 면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액 체납자에는 유명인도 포함돼 있다고 귀띔했다. ●62명 檢 고발… 유명인도 포함 중견 기업 회장 C씨는 부동산을 팔았으나 자금난을 이유로 양도소득세 60억원을 체납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에 수십억원짜리 초호화 콘도미니엄을 두고 회사 명의의 고급 승용차를 이용하며 빈번하게 해외를 드나들었다. 국세청이 외국 부동산 소유 사실을 확인하고 압박하자 밀린 세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수출법인 대표인 D씨는 허위 수출에 의한 부정 환급 추징 세액 수백억원을 체납했다. C씨 명의의 국내 재산은 없었다. 세무조사가 예상되자 본인 소유로 된 수십억원짜리 건물을 부인에게 증여한 뒤 본인 재산은 금융기관에 근저당으로 잡혀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해외 출장에서 C씨가 광산 개발 관련 수수료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71억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김연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출입국 기록이 빈번하거나 국외 송금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 등을 중점 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추적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佛 최고부자 루이비통 회장 ‘증세탈출’

    佛 최고부자 루이비통 회장 ‘증세탈출’

    이달 말 부자 증세안 입법을 앞둔 프랑스가 다시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이자 성공의 상징인 루이비통 모에 에네시(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63) 회장이 벨기에에 귀화 신청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프랑스 최고 부자가 다른 국적을 원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부자들의 엑소더스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파의 공세도 맹렬해지고 있다. 아르노 회장이 지난달 말 벨기에에 귀화 신청을 했다는 사실은 8일(현지시간) 벨기에 신문 라 리브르벨지크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보도 직후 아르노 회장은 성명을 통해 “프랑스에서도 납세자로 남을 것”이라며 이중 국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벨기에에서의 대규모 개인 투자 때문에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것”이라며 세금 도피 의혹을 무마했다. 하지만 그는 1981년 사회당 출신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집권 때도 미국으로 3년간 이민 간 전력이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루이비통, 디오르, 동페리뇽 샴페인 등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아르노는 410억 달러(약 46조 3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프랑스 1위 부자로, 세계에서도 서열 4위로 꼽힌다. 아르노 회장의 깜짝 귀화 소식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중도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때 총리를 지낸 프랑수아 피용은 “세금 정책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의 성공을 상징하는 기업의 수장이 국적을 바꾼다는 것은 재앙”이라며 정부의 ‘실책’임을 강조했다. 올랑드 정권은 연간 100만 유로(약 14억 3000만원) 이상을 버는 슈퍼리치들의 소득세율을 7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7만 2000유로 이상 버는 사람의 소득세율 역시 기존 41%에서 45%로 상향 조정한다.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이르는 프랑스가 내년 균형예산을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을 오는 26일까지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프랑스 언론들은 투자자 이탈 등을 우려하는 기업, 엘리트층 등의 반발에 정부가 완화된 수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고세율이 67%로 낮아질 것이라거나, 75%의 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은 스포츠 스타, 예술가 등을 제외한 급여 소득자로 실제 대상은 1000여 가구에 그칠 것이라는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랑드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자들의 신뢰를 다잡을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라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이달 말에는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지난 7일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재무장관도 “부자 증세안을 엄격하게 시행하겠다.”며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조희팔 사건’ 수사 경찰 수억대 금품·향응 받아

    3조 5000억원대의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 조희팔(55)씨를 수사했던 경찰관이 되레 조씨와 유착해 향응 등을 받은 혐의로 적발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에 근무하면서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정모(37) 경사에 대해 직무유기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정 경사는 2009년 5월 15일 휴가차 조희팔이 도피 중이던 중국 옌타이(煙臺)를 방문해 조희팔과 일당 4명으로부터 수십만원어치의 골프 및 술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경사는 2011년 6월 육아휴직 기간에 중국으로 건너가 이들을 다시 만났지만 자신이 인터폴에 적색 수배까지 한 조씨 등을 체포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경사가 조씨의 핵심 측근인 강모(52)씨에게서 수억원의 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강씨를 잡아야 정 경사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강씨를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25) 흥선대원군 ‘척화’ vs 명성황후 ‘친러’ (하)

    [선택! 역사를 갈랐다] (25) 흥선대원군 ‘척화’ vs 명성황후 ‘친러’ (하)

    법부고문 그레이트하우스(Clarence R. Greathouse, 具禮)는 1896년 4월 15일 을미사변 관련 히로시마 재판소 결정서와 함께 흥선대원군에게 한 통의 문서를 보냈다. 그레이트하우스는 “올해 1월 20일에 일본 히로시마 재판소에서 결정서를 작성했는데, 그 결정서 내용 중 전하의 행동이 많이 언급되었다.”며 “전하와 관련된 내용을 해명하실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은 “아직도 이 문제가 세간에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 하니 참기 어려운 일이며 한스럽기 그지없다. 작년 을미사변에 대해서는 여론이 제멋대로인데 나의 말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나는 잠잠히 있을 뿐이다.”라고 답변했다. 흥선대원군은 을미사변과 관련하여 해명보다는 침묵을 선택했다. 그 침묵은 오랫동안 그 시기를 흥선대원군(1820~1899)과 명성황후(1851~1895)의 대립구도로 만드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1895년 10월 8일(양력) 새벽 1시. 전 군부고문 오카모토는 마포에서 일본 영사관보 호리구치 등을 대동하고 숨가쁘게 달려 흥선대원군의 저택에 도착했다. 흥선대원군을 비롯한 그의 아들 이재면과 손자 이준용은 낯설지 않은 불청객을 맞이했다. 오카모토의 회고록을 살펴보면 당시 흥선대원군은 스스로 의관을 갖추고 일본이 의도한 것처럼 경복궁으로 순순히 향했다. 하지만 오카모토의 기록과는 달리 흥선대원군은 그날 새벽 1시에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2시간 동안 자신의 저택에서 지체했다. 을미사변 직후 주한 외교관을 포함한 외국인 대부분은 을미사변의 배후로 흥선대원군을 지목했다. 그것은 1882년 임오군란 당시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첨예한 대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선대원군의 을미사변 주도와 관련되어 당대 주한 외교관 및 외국인의 기록에서도 판단이 상호 엇갈렸다. 동일한 자료조차도 흥선대원군의 주도설과 관련되어 모순된 기록의 사례가 많았다. 을미사변 직후 주한 프랑스 주교 뮈텔, 주한 미국공사대리 알렌, 주한 영국총영사 힐리어, 주한 러시아공사 베베르 등은 흥선대원군이 사건의 배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인의 경복궁 침입, 흥선대원군의 경복궁으로의 출발 지체, 일본공사관의 문서위조 등 흥선대원군을 배후라고 볼 수 없는 많은 사실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을미사변 직후 흥선대원군은 고종과 분리되면서 정치현안에 개입하지도 못했다. 흥선대원군을 배후로 내세운 세력에 대한 혐의가 자연스럽게 일본공사관으로 옮겨졌다. ●명성황후, 고종의 충실한 조언자 명성황후 민씨는 1866년 왕비로 선택되어 운현궁에서 가례(嘉禮)를 치렀다. 명성왕후에게는 4남 1녀가 있었지만 1874년에 태어난 왕세자(순종)만이 생존했다. 명성황후는 고종의 조언자와 후원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종은 명성황후가 “경서와 역사를 널리 알고 옛 규례에 익숙하여 나를 도와주고 안을 다스리는 데 유익한 것이 많았다.”고 기록했다. 고종은 명성황후가 “사변에 대처해서는 정상적인 방도와 임시변통을 잘 배합했다.”며 위기에 대처하는 그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고종은 “일찍이 왕비가 말한 것마다 모두 들어맞았다.”며 명성황후의 판단력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명성황후는 1882년 임오군란과 1884년 갑신정변의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명성황후의 행록(行錄)에는 “임오군란 당시 왕비는 온화한 태도로 임시방편을 써서 그의 목숨을 보존했다.”고 기록돼 있다. 갑신정변 당시 고종은 명성황후가 “역적 박영효를 타일러 그 음모를 좌절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명성황후는 “이 무리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의심했으며 “이 무리들을 죽이면 자연히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고종은 “왕비가 성의 동쪽에 피해 있으면서 자성(慈聖)을 호위하고 세자를 보호하였는데 시종한 사람들이 한 명도 흩어져가지 않았다.”며 위기에 대처하는 결단력 및 정치적 결집력을 높이 평가했다. 명성황후는 대원군과 연결된 임오군란 등 혁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녀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한 후 잠시 상실한 권력을 다시 회복하는 집념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치밀한 을미사변 조작 기존 일본에서는 자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이기 때문에 을미사변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기피했다. 일본에서는 주로 사실 정황에 대해서 을미사변과 관련된 인물인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 주한 일본공사관 서기관 스기무라, 한성신보 편집장 고바야카와 등의 기록을 참고했다. 그런데 이들은 사건 당일에 관한 행적을 매우 소략하게 기록했다. 또한 이들의 기록은 철저하게 그 시기를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대립 구도로 부각시켰다. 최근 소설가 쓰노다 후사코는 을미사변 관련 일본 외무대신 무쓰의 의혹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명성황후의 심리 묘사에 집중하여 을미사변에 관한 일본의 정치적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녀는 일본의 사상가 고야스 등의 찬사를 받으며 을미사변에 관한 일본정부의 책임에 면죄부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사건 초기 주한 일본공사관은 여론의 시선을 따돌리기 위해서 대원군을 철저하게 이용했고, 대원군을 음모의 배후자로 주목받게 만들었다. 일본은 대원군을 책임자로 희생시킨다면 을미사변에 관련된 자국의 중요인물을 보호할 수 있고, 일본의 책임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이미 미우라를 비롯한 일본공사관은 을미사변 이후 수습방안 중 사건의 책임자로 대원군을 설정했다. 그래서 스기무라는 대원군이 자발적으로 4개조의 밀약까지 동의한 것으로 기술했다. ●명성황후를 향한 죽음의 그림자 사건이 발생한 10월 7일 밤 궁궐에서는 민영준이 궁중에 등용된 것을 축하하는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다. 잔칫날 명성황후는 자신의 측근인 민영준의 기용, 훈련대의 해산 등으로 주도권이 다시 왕실로 집중되는 것에 대해 만족했다. 그날 밤 그녀는 궁녀들과 함께 궁궐 후원으로 달구경을 나갔다. 대궐 내부에는 정변을 예측하는 여러 징후가 있었다. 1895년 9월 초 백작 이노우에는 고종을 알현한 자리에서 “왕족이나 혹 다른 조선 사람이 역모를 꾀하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일본정부에서 군사의 힘으로 왕실을 보호하여 국가의 평안함을 보전한다.”며 고종과 명성황후를 안심시켰다. 특히 명성황후는 정변이 발생하면 오히려 대궐이 안전하다는 농상공부협판 정병하의 주장을 믿었다. 왕실의 신뢰를 받아 재정을 도맡았던 정병하는 “일본군대가 대궐에 들어옴은 성체를 보호코자 함인 줄로 아옵나니, 의심하실 바가 없사온즉, 피하여 나가시지 마옵소서.”라며 명성황후의 피신을 막았다. 대궐에서 성대한 잔치가 끝나자 새벽녘 명성황후는 고종과 함께 “곤령전의 전각문 북쪽의 작은 난간(干)”을 산책했다. 그런데 고종과 왕비는 일본군대와 훈련대가 대궐을 포위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속히 곤녕합으로 이동했다. 그날 왕비는 궁궐 내에서 침입자에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군대와 훈련대가 경복궁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왕비가 궁궐 밖으로 도피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왕비는 침입자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대원군의 선택과 침묵 흥선대원군은 을미사변 당일 왜 경복궁으로 향했을까?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추정된다. 첫째, 1880년대부터 대립했던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는 1894년 9월에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싸고 심각하게 갈등했다. 따라서 흥선대원군은 청일전쟁 이후 발생한 삼국간섭 이후 정국을 주도한 명성황후의 영향력을 단절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둘째, 흥선대원군은 1895년 4월 ‘이준용 역모사건’ 당시 특별법원의 심리 기간 중 강력하게 항의했고, 5월 이준용이 강화도 교동도에 유배당하자 교동도까지 방문하려고 시도했다. 이렇듯 흥선대원군은 그의 손자 이준용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였다. 스기무라는 이러한 손자에 대한 흥선대원군의 애착을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스기무라를 비롯한 일본공사관은 만약 흥선대원군이 4개조 약속 초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준용의 신변을 보장할 수 없다고 흥선대원군을 위협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날 흥선대원군은 일본 자객이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손자 이준용을 위협하자 일정한 타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일본과의 결탁은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이미지에 커다란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을미사변 당일 오카모토가 새벽 1시에 찾아왔지만 흥선대원군은 새벽 3시까지 출발하지 못하고 고심했고, 그 후 침묵을 선택했다. 인간은 자신의 잘못으로 혹은 타인의 잘못으로 생의 불행을 겪게 되었더라도 적어도 침묵할 줄 알아야만 한다. 대원군은 최소한 불행을 감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김영수(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서울신문·푸른역사 아카데미 공동기획
  • [나주 ‘제2의 조두순 사건’] 고종석, 피해자 목졸라 의식 잃자 황급히 현장 떠났다

    [나주 ‘제2의 조두순 사건’] 고종석, 피해자 목졸라 의식 잃자 황급히 현장 떠났다

    경찰 수사 결과 고종석(23)은 아동 포르노물을 탐닉하며 범행 계획을 구체화했고 매우 지능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종석은 “술김에 그랬다.”는 당초 진술과 달리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명호 나주경찰서장은 “고종석이 A(7·초등 1년)양의 큰언니(13·초등 6년)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으나 거실 바깥쪽에 있던 A양을 납치했다.”면서 “ A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랐고 의식이 없자 현장을 황급히 떠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고종석은 평소 일본 음란물을 즐겨 보면서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술을 마시면 이러한 충동이 더 강해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지난 1일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PC방에서 포르노물과 게임에 심취했던 고종석은 집에서 사촌동생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지난달 30일 오전 1시쯤 자신의 집에서 300m가량 떨어진 PC방에 들렀다. 그는 PC방에서 A양 어머니(37)를 만나 “애들은 잘 있느냐.”고 물었다. 집에 아버지와 어린 딸들만 있다고 판단한 그는 300m가량 떨어진 A양의 상가형 주택에 들어갔다. A양의 큰언니는 거실에 있던 네 남매 중 가장 안쪽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그는 어두웠던 탓에 큰언니를 아버지라고 판단,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누워 있는 A양을 이불째 싸안고 납치해 가 성폭행했다. 특히 고종석은 자신의 얼굴을 본 A양이 신고할까 두려워 A양의 목을 한 차례 졸랐고 A양이 실신하자 숨진 것으로 알고 현장에서 도망쳤다. 이로 인해 11시간 만에 발견된 A양의 목에는 강하게 눌린 흔적과 손톱자국이 남아 있었고 목을 졸린 압력으로 양쪽 안구의 핏줄이 터진 것으로 밝혀졌다. 고종석은 또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A양의 집에서 50여m 떨어진 슈퍼마켓에서 현금 20만원과 담배 3보루를 훔쳤다. 고종석은 2일 오후 3시 광주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 앞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죽고 싶다. (피해자와 가족에게) 죄송하단 말밖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1일 광주 서부경찰서 진술 녹화실에서 고종석을 면담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감은 “고종석이 ‘나도 피해자도 둘 다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등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이 없다.”고 전했다. 권 경감은 “피의자가 ‘죽고 싶다. 죄송합니다’라고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앞으로 자기에게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며 “일반적인 성범죄자와 같이 피해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에 입원한 A양은 건강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나주의 한 병원에서 응급처치와 1차 수술을 받은 뒤 31일 오후 전남대병원에 이송돼 격리된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은 “A양의 직장이 파열되는 등 외상이 심각해 재수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현재 A양이 극도의 심리 불안 상태를 보여 안정을 되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A양 아버지(41)는 아주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자고 있던 시간에 어린것이 몹쓸 짓을 당하고 태풍 속에서 밤새 혼자 떨고 있었을 걸 생각하면 죽고만 싶다.”면서 “정말 착한 애인데 앞으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며 눈물을 흘렸다. 나주시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후 도시 전체가 불안과 충격에 휩싸였다. 나주시청 공무원 김모(42·여)씨는 “내 고향에서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집에 있는 애들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불안해했다. 나주시 시민단체인 풀뿌리 참여자치 최현호(47) 대표는 “지역 차원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돕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최종필·서울 김정은기자 cbchoi@seoul.co.kr
  • “YS, 朴 방문직후 의문사委 고문직 수락”

    “YS, 朴 방문직후 의문사委 고문직 수락”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곧 출범할 ‘장준하 선생 의문사 범국민진상규명위원회’(가칭) 고문으로 참여한다. 위원회는 김 전 대통령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각계 인사 1000여명으로 구성되며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친노그룹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어서 이번 대선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장호권(63·장준하 선생 장남)씨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2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YS를 예방한 직후 상도동에서 만나자고 해 방문했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진상규명위 참여 뜻을 밝혀 고문을 맡아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쾌히 승낙하셨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 출범은 내달 초로 예정돼 있다. 다음은 장씨와의 일문일답. →진상규명위는 어떤 인사들로 구성되나. 활동계획과 향후 일정은. -장 선생(장호권씨는 부친을 ‘선생’으로 호칭)과 가까웠던 동교동계·상도동계 인사들과 민주화운동 원로그룹, 그리고 각계 시민 등 1000여명으로 구성 중이다. 29일까지 조직 구성을 마치고 31일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출범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결정될 것이다. →진상규명위 출범이 대선과 맞물려 오해를 부를 수도 있는데. -여권은 예민하게 볼 것이고, 야권은 정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고심했다. 밝히지 않으려고도 했으나 부친 묘 이장과 함께 진상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선이 끝나도 규명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여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가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 책임자 처벌이나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다시는 없도록 경종을 울리자는 의미다. →부친이 사망한 뒤 해외로 도피했다. 어떻게 생활했나. -현대건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았고,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조금씩 보낼 수 있게 됐다. 1990년 처와 딸 둘을 싱가포르로 불러 함께 살았는데, 생활이 막막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이 생기면서 열심히 했더니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돈이 벌리기 시작해 제법 비싼 집도 한때 샀었다. 거래했던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집도 날리고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최근 A채널에 출연해 정권의 탄압으로 어렵게 살았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현지의 주장이 있다. -한때 사업이 잘돼 비싼 집을 사 거주하기도 했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사설] 인터넷 실명제 폐지 이후 대책 뭔가

    인터넷 공간의 자정 기능이 더욱 절실해졌다. 헌법재판소가 그제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온라인 문화가 한층 혼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무책임한 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줄인다는 ‘공익적’ 이유로 도입됐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또한 헌재도 인정했듯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크게 줄지 않았고,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 효과도 제대로 거두고 있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는 득보다 실이 크다면 실명제는 폐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폐지의 당위성을 십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인터넷 공간이 그동안 온갖 언어폭력과 명예훼손, 불법정보 유통의 장이 돼 왔다는 점이다. 그나마 실명제의 보호막마저 걷히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누리꾼들이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무슨 ‘쓰레기 언어’를 쏟아낼지 모른다. 그 가공할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후속 대책이 시급하다.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한 강력한 대응체제를 갖춰 나가야 한다.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 업체들이 악의적인 비방이나 허위사실이 담긴 게시판 글에 대해 자체적으로 감시하고 스스로 삭제하도록 의무화하는 자율규제 조처가 필요하다. 사이버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상습적으로 악플을 올리는 이용자 등에 대해서는 벌점제를 도입해 글을 쓰지 못하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조처라 해도 이용자 스스로 인터넷 윤리의식을 내면화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정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정착을 위한 전 사회적 대응이 긴요한 시점이다.
  • 인터넷 실명제 ‘위헌’ 5년만에 폐지된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5년만에 폐지된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인터넷 실명제’(본인 확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3일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인적사항을 등록한 뒤에야 댓글 또는 게시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1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2007년 7월 악성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막고자 포털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 만에 폐지됐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면서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손모씨 등 3명은 본인 확인 과정을 거친 뒤에야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등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2010년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인터넷 매체 미디어오늘도 방송통신위원회가 2010년 자신들을 ‘본인확인제 적용대상 사업자’에 포함, 익명으로 의견을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게 한 결정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승훈·홍인기기자 hunnam@seoul.co.kr
  •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공익보다 ‘익명표현 자유·개인정보 보호’의 손을 들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파장] 공익보다 ‘익명표현 자유·개인정보 보호’의 손을 들다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본인확인제 시행 후 명예훼손 등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있게 감소했다는 증거도 찾아볼 수 없고,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해외 사이트로 도피하는 등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숱한 논란을 낳았던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가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도입 5년 만에 폐지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인터넷 규제 정책 개선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무분별한 인신 공격성 악플로 유명 가수와 연예인이 자살까지 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실명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헌재의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은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보호 및 프라이버시를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로 인터넷 실명제의 공익적 필요성보다 1차적으로는 익명 표현의 자유, 2차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가 더 중요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불법 정보나 인신공격을 막아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2007년 도입됐다. 헌재는 입법 취지는 정당하다고 봤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합리적 이유 없이 제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본인 확인을 거쳐야 하는 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원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을 염려해 표현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최근 포털사이트 해킹 등 개인정보 집단 유출에 따른 개인 피해 위험성도 크게 봤다. 헌재는 “본인확인제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게시물이 삭제되지 않는 한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기한으로 저장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튜브가 2009년 본인확인제에 반대해 국내 게시판 기능을 없앤 점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 등장도 고려했다. 헌재는 “본인확인제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SNS 등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의 등장으로 본인확인제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의 이번 판결로 허위 정보를 통한 여론 오도,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에 대한 인격 폄하 등의 악성 댓글이 범람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2007년 가수 유니는 네티즌의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 이어 2008년 10월에는 배우 최진실씨도 악플 때문에 자살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에서 나아가 인터넷 현명제(아이디가 아닌 실명으로 글을 올리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상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헌재는 인터넷 주소 등을 통해 가해자를 찾아낼 수 있고, 게시판 관리자가 정보를 삭제하거나 민·형사상 소송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후 규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헌재 결정으로 기존의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운동 제약도 많이 완화될 전망이다. 헌재는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올릴 경우,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합헌이라는 결정을 2010년에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헌재 관계자는 “이번 위헌 결정으로 2010년 결정의 효력이 바로 없어지진 않는다.”면서 “하지만 이번 판결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해석해 앞으로는 그 효력을 감소시킬 것이고, 2010년 합헌 결정이 내려진 조항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면 효력이 상실된다.”고 말했다. 김승훈·홍인기기자 hunnam@seoul.co.kr
  • “구원에 앞서 더 소중한 게 생명… 술에 빠져 살면 죽음의 문화 양산”

    “구원에 앞서 더 소중한 게 생명… 술에 빠져 살면 죽음의 문화 양산”

    사람들은 세상을 살면서 넘기 힘든 장벽을 만날 때 주저앉거나 삶 자체를 포기하곤 한다. 그와는 반대로 난관을 딛고 다시 우뚝 설 때 존경의 대상이 되거나 귀감으로 새겨진다. 더욱이 자신의 역경을 남을 위한 희망과 배려로 승화시킨다면 어떨까. 천주교 서울대교구 허근(58) 신부는 바로 나락의 고비를 희망과 배려의 가치로 승화시켜 사는 사제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가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 치료에 몸 바치며 사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변함없이 “사람이 바로 희망”이라고 말한다. 지금 그에게 따라붙는 타이틀은 하나같이 묵직하다. 사단법인 한국바른마음바른문화운동본부 이사장, 천주교 서울대교구 단중독(斷中毒)사목위원회 위원장,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그 타이틀은 바로 그가 살아온 궤적의 극적인 반증이다. ●1998년 입원해 알코올중독 치료 경험 1980년 사제 서품을 받아 서울 돈암동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줄곧 가난하고 어려운 동네의 성당에서 사목했던 허 신부. 삶이 괴로워 술로 시절을 달래며 사는 신자들과 어울려 술을 시작했고 1998년 결국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까지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단다. “아침 해장술로 시작해 점심, 저녁까지 술을 마셔 댔으니 미사조차 건사하지 못할 정도였지요. 그저 술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좋아 마셨을 뿐이지 그 해악은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병원 신세를 지고 단주하면서 허물어진 몸과 마음의 상태를 보고서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는 허 신부는 “알코올 중독이란 사실을 인정하는 게 치료의 첫 수순”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물론 그 인정에는 주위의 배려와 관심이 아주 중요하단다. ●알코올사목센터서 중독자들 회복시켜 “사람은 성취해도 또 다른 욕망을 갖게 마련입니다. 그런 욕망이 공허함과 불안감을 낳고요. 그 공허함과 불안감의 도피처로 삼는 현상이 바로 중독인 셈이지요. 누구나 그런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제의해 체결한 ‘주폭(酒暴) 척결 및 음주 문제자 치료와 예방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허 신부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알코올 문제의 해결은 단속과 처벌이 끝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중독자들의 회복이 문제라는 MOU의 바탕에는 바로 13년째 알코올사목센터를 이끌고 있는 허 신부가 있다. 경찰이 종교적 인성의 회복과 치유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종교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인 구원에 앞서 더 소중한 게 생명입니다. 중독에 빠져 살면 결국 죽음의 문화를 양산하게 되니 종교가 아무리 생명공동체를 외쳐 봐야 헛된 일 아닐까요.” ‘마음만 먹으면 (중독을) 끊을 수 있다.’는 중독자들의 변명은 공허한 것일 뿐 의지와 감정, 그리고 지능까지 차례로 허물어진 중독자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1년간 병원 신세를 진 뒤 몸만 사제일 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생을 나처럼 중독 병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후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를 이끌어 왔고, 해마다 중요한 날이나 계기에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고통받는 중독자들을 위해 책을 펴내거나 작은 선물을 세상에 돌려주었다는 허 신부. “오는 24일은 ‘알코올 중독자의 회복을 위한 단기 통합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성 평가’라는 타이틀로 박사 학위를 받는 날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사 학위 받는 날이 세례를 받은 세례명(바르톨로메오) 축일과 겹쳤다며 환하게 웃는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다른 시각과 대립적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 적으로 규정하면 안 돼”

    “다른 시각과 대립적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 적으로 규정하면 안 돼”

    “캐나다 정치인 가운데는 영국 여왕에 대해 경의를 표하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퀘벡주에서는 캐나다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의원이나 시민들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들은 좋은 의원이고 시민이지만 캐나다 납세자들의 돈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의 시스템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외부에서 정치자금을 받아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만 국가소요를 일으키지 않는 정치자금이어야 한다.” 러시아 출신의 영국 자유주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1909~1997)의 평전 저자로, 한국에서 책을 출판한 기념으로 방한한 마이클 이그나티예프(65) 토론토대학 교수는 14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국회 제명 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주석을 달았다. 하원의원으로 2008~2011년 캐나다 자유당을 창당해 당수를 맡았던 이그나티예프는 자신의 정치경험을 털어놓은 것이라며 “캐나다 전체 국민과 퀘벡 주민들이 이렇게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그나티예프는 아산정책연구원이 기획한 ‘아산 냉전자유주의 프로젝트’의 첫 번째 행사로 지난 13일 열린 ‘이사야 벌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강연회에서 1시간 남짓 벌린은 누구인가에 대한 대중 강연을 한 뒤 전문가들의 일문일답을 받았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강연에 앞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보면 한국은 아주 중요한 나라이고 앞으로 경제발전을 꿈꾸는 국가이거나 자유민주주의를 꿈꾸는 나라가 있다면 한국이 그 모범이 될 것”이라면서 “서울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북한에서는 이런 자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자유주의자인 벌린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벌린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그가 살았던 시대의 문맥을 들여다봐야 한다. 벌린은 추상적인 상태에서 자유주의의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10대에는 러시아 차르의 폭정과 억압을 지켜봤고, 20대에는 목재상을 하는 부유한 아버지 덕분에 반유대주의 정책을 펴던 러시아를 피해 영국으로 도피한 뒤 그곳에서 부르주아적인 자유와 삶을 즐겼다. 대공황시대를 관통하던 30대에는 영국의 좌파 지식인들이 소련으로 전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비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적 좌파들과 갈등하며 자유주의를 형성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워싱턴에서 미국의 냉전주의자들과 만나고 매카시즘 등을 보면서 냉전시대의 자유주의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친미주의자이기도 했던 벌린은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연한 뒤 만찬을 하며 소련의 의도와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해서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벌린은 운좋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 폴란드와 체코·헝가리가 자유를 얻는 것, 민주주의가 러시아로 가는 것도 목격했다.” 자유주의자이기는 했으나 벌린은 1960년대 반핵운동에 반대하며,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지력을 믿었다고 했다. 미국의 매카시즘을 목도한 그는 반(反)공산주의가 탄압의 이데올로기로 전락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다원주의적 관점을 확립해 나간다. 자유주의가 반(反)자유주의가 되는 상황, 다수가 민주주의를 악용해 탄압의 이데올로기로 활용하는 것을 본 뒤, 벌린은 소수에 대한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벌린이 인권보호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이그나티예프는 “자유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을 파괴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민주주의에서 반드시 필요한 야당과 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시민이나 국민 전체가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며 이견이나 다른 태도,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립적일 수는 있지만, 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혼동하면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10대 여학생 둘 성폭행 후 日도주男 14년만에 검거

    제주에서 10대 여학생 2명을 성폭행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뒤 다시 일본인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이 14년 만에 사법처리된다. 서귀포경찰서는 일본에서 추방된 김모(55)씨를 지난 10일 제주공항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체포,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41살이던 지난 1998년 8월 25일 서귀포시 A양(당시 11세)의 집에 들어가 흉기로 협박하고 인근 과수원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다. 김씨는 열흘 후인 9월 4일 학교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B양(당시 14세)의 목을 졸라 폭행한 뒤 인근 과수원으로 끌고가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범행 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일본으로 도피한 김씨는 2000년 7월 23일 다시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오사카 하미키노경찰서에 체포됐다. 일본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12년 7월 19일 가석방돼 입국관리소에 수용됐다가 이날 강제 추방됐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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