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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민주화 분위기 반영된 듯” “올 것이 왔다” 재계 논평 자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실형이 선고되자 재계는 ‘충격’과 ‘당혹감’에 빠졌다. 경영 공백이나 경제기여란 핑계로 온정주의로 흘렀던 재벌 단죄의 관행에서 벗어난 것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재벌총수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31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최 회장과 비슷한 혐의로 재판을 앞둔 기업 오너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공식 논평을 통해 유감과 우려를 동시에 표명했다. 최 회장의 구속 소식에 긴급회의를 가진 전경련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기업 정서가 더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이들 단체는 최근 경제민주화 움직임 등 사회 분위기상 재계가 재판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아주 짧게 논평을 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까지 실형이 선고되는 것을 보고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했다”면서 “경제민주화 논의 등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인 사회분위기가 재판에 반영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300억원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하는 등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박찬구 회장의 심리를 앞둔 금호석유화학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돼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로 3심이 진행 중이다. 1400억원대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태광 이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2심이 진행 중이다. 탈세와 재산 해외 도피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300억원대 기업어음(CP) 부정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구자원 LIG 회장과 구본상 부회장 등도 검찰수사와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커버스토리] 증세, 결국은 부가세 vs 부유세

    대다수의 사람에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부자 등 특정 계층에게만 세금을 더 걷을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35조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내걸면서 증세는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워낙 파장이 큰 사안이라 정치권도 쉽사리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는 증세 불가피성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논쟁은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와, 부유세 신설 등 부자 증세로 나뉜다. 25일 각 진영의 대표주자에게서 논리를 들어보았다. ■‘부가세 인상론자’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 “부가세 2%P 올리면 세수 15조↑ 국민 공감대 마련 보편적 증세를”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보편적 증세론자이다. 여러 세미나 등을 통해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지속 가능한 보편적 증세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부가세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붙기 때문에 세율이 올라가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획일적으로 부담이 늘어난다. 강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부가세율이 18.5%”라며 “우리나라만큼 낮은 부가세율(10%)을 적용하는 선진국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부가세율을 2% 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세수가 15조원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그가 부가세 인상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최고치)에 못 미치는 저성장 기조에 따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이 깔려 있다. 강 대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면 연간 15조원의 적자 국채 발행 요인이 발생한다”면서 “여기에 새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10조원의 적자 국채가 추가로 발행되면 총 규모가 25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보편적 증세 없이는 순식간에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부가세를 높이면 물가가 올라간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강 대표는 “일본도 5%인 부가세율을 2015년에 1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장기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0% 수준에서 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면서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부가세율을 인상한다고 기업이 쉽사리 물건값을 올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강 대표는 “새 정부가 증세 없이 조세부담률을 2% 포인트 가까이 높이려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등의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보편적 증세를 성급하게 밀어붙이면 극심한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재원 대책으로는 복지공약 실천에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한 만큼 고부담 고복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저부담 저복지를 선택할 것인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대표는 “적자 국채를 어느 정도 발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 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증세밖에 도리가 없다’는 당선인 측의 솔직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예산은 이명박 정부가 짰으니 내년 예산 편성 때 자연스럽게 복지 공약 이행에 대한 논의가 재정부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여러 전제들이 충족된 조건 하에서 내년부터 부가세율 인상 등 보편적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부유세 신설론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부자·대기업이 세금 더 내야 부유세, 지하경제 양성화 도움” “그동안 많은 혜택을 누려온 부자들이 세금을 좀 더 내도록 하는 것이 새 정부가 사회를 통합해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부유세는 도입돼야 한다”며 부자 증세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소득 상하위 20%간의 자산 격차는 2006년 4.5배에서 2011년 5.7배로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富)의 극심한 양극화에 복지 확대 요구까지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부유세 신설’이 여론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부유세 신설 필요성을 거론했다가 하루 만에 부랴부랴 거둬들이기도 했다. 부유세는 개인이나 가구의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 초과분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부의 재분배 기능이 크다. 과세 대상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통상 순자산 1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1년 세계노동보고서’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10%의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3% 세율의 부유세를 매길 경우 연간 64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유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국민에게 좀 더 투명한 과세 부담을 지우려면 부자나 대기업들이 지금 더 부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부유세를 도입하면 박 당선인이 약속한 지하경제 투명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영국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는 1970년부터 40년간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7790억 달러(약 833조원)라고 주장했다.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라는 것이다. 실제 관세청에 적발된 해외 자산도피 규모는 2007년 166억원에서 2010년 1528억원으로 3년새 9배 이상 급증했다. 유 교수는 “부유세가 도입되면 국세청 등 세정당국이 좀 더 정밀한 세정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독주택이나 상업용 수익건물의 부속토지는 가격이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은 시가 파악이 어렵다는 점 등도 부자 증세를 실행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유세를 도입하면 부의 해외 이전 내지 자산 도피를 부추길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유 교수는 “운전자들이 신호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신호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및 금융자산 소유 현황과 분기별 외환송금정보, 환치기(외국에서 빌려쓴 외화를 국내에서 한화로 갚는 것) 사례 등을 좀 더 면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유족 “통합의 단초 되길… 타살 밝혀질 땐 끝까지 단죄”

    유족 “통합의 단초 되길… 타살 밝혀질 땐 끝까지 단죄”

    “장준하 선생에게 유죄를 선고한 뼈아픈 과거사를 바탕으로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사법부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재심 청구 이후 3년이 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드립니다.”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8호 법정. 재판장의 무죄 선고에 방청석에는 승리의 박수가 울려 퍼졌다. 이를 보는 장 선생의 아들 호권(64)씨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유죄 판결이 난 지 39년, 의문의 시신으로 발견된 지 38년 만의 무죄 판결이었다. 이날 형사합의26부는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1974년 기소돼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장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장인 유상재 부장판사는 “재심 대상 판결에서 유죄의 근거가 된 긴급조치 1호는 2010년 12월 대법원에서 위헌·무효임이 확인됐기 때문에 장 선생에게도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장 선생에 대한 존경과 유족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했다. 유 부장판사는 “국가가 범한 지난날의 과오에 공적으로 사죄를 구하는 매우 엄숙한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진다”면서 “국민주권과 헌법정신이 유린당한 인권의 암흑기에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스스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고인의 숭고한 정신에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말했다. 장 선생은 1974년 유신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박정희 독재정권에 항거했다가 억울한 옥고를 치렀다. 아들 장씨는 “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세상이 너무나도 많이 변했고 정의가 살아났음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통합을 외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이 그런 시대로 가는 중요한 단초가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불신에 쌓여 있던 사법부가 역사를 직시하고 인물을 보고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죄 판결을 계기로 장씨는 부친의 의문사 규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장 선생은 복역 중 협심증으로 인한 병보석으로 석방됐으나 이듬해인 1975년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암살’ 논란이 일었으며, 암살 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의문사 의혹 규명에 나선 상태다. 국민대책위는 사인 규명을 위해 지난해 12월 경기 파주 탄현면에 안장돼 있던 유골을 수습해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장씨는 부친 사망 이후 외국으로 도피해 오랫동안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싱가포르 18년, 말레이시아 3년 등 27년간 해외생활을 하다 2003년 귀국했다. “1976년 4월 19일, 그러니까 4·19 16주년인 날이었어요. 백기완 선생이 운영하는 백범사상연구소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밝혀 달라는 성명서를 만들고 나서 괴한 4명에게 테러를 당했지요. 턱뼈가 8조각으로 부서졌더군요. 그때 제 나이 27세. 3개월 동안 병원에 있다 퇴원했는데 도저히 이 나라에서 못 살겠다 싶더군요.” 장씨는 “아버지가 타살을 당한 것으로 밝혀지면 누가 왜 그랬는지 과정을 따져 묻고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국가의 힘에 기대어 무소불위의 폭력을 자행했던 사람들에 대한 단죄는 시간이 흘렀어도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문라이즈 킹덤’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문라이즈 킹덤’

    웨스 앤더슨의 대표작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미국판 DVD에는 주인공의 행동반경을 그린 지도가 부록으로 제공된다. 앤더슨 영화에서 살펴볼 것 중 하나는 ‘지도’의 개념이며, 신작 ‘문라이즈 킹덤’에서 그는 아예 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기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어마어마한 공간을 오가며 사건을 벌이지는 않는다. 너비가 고작 몇㎞에 불과한 작은 섬에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하는 ‘문라이즈 킹덤’의 샘과 수지처럼, 그들은 대개 조그만 지역사회의 일부분에서 활동하는 게 전부다. 그런데 왜 지도가 필요한 걸까. 앤더슨은 ‘헤매고 다니는’ 인물 묘사의 대가다. 그들은 아이 같은 어른이거나 어른으로 행세하는 아이로서, 일상의 공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전한 탐험가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나른하고 편안한 버전인 셈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점이다. 인물들이 돌아다니는 통로를 종이 위에 표시해 놓으니 절로 지도가 그려지고, 관객 처지에서 보자니 지도가 모험이나 성장의 다른 말로 들린다. 프랭크 보재기의 1948년 작품 ‘문라이즈’에서 따온 제목의 의미 또한 거창한 무엇과는 거리가 멀다. 따지고 들면 특별한 게 없으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 그것이야말로 앤더슨 영화의 특징이다. 앤더슨은 현재를 무대로 한 영화에서도 복고 분위기를 선호한다. 하물며 1965년이 배경인 ‘문라이즈 킹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앤더슨 영화는 엄밀히 말해 복고가 아니며, 그가 과거에 머물기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문라이즈 킹덤’은 역사에 기록된 폭풍우가 일어나기 3일 전의 지점에서 시작하는데, 관객은 극의 진행자로부터 그러한 정보를 미리 듣고 영화를 보게 된다. 즉 ‘문라이즈 킹덤’은 앤더슨식의 새로운 시간 만들기다. 그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고 생각되는 과거 어느 순간으로부터 자기만의 세상을 꾸리기를 원한다. 그의 영화에서 아이들이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게 우연이 아닌 것이, 그들의 미래가 바로 현실의 우리이기 때문이다. 전작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의 여파인지 ‘문라이즈 킹덤’의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눈에 띈다. 도입부에 나오는 수지의 집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의 미술을 아름답게 꾸몄다기보다 진짜 인형의 집 속으로 인물이 밀어 넣어진 듯하다. 덕분에 영화는 예쁘고 사랑스러우나, 이야기가 바탕을 두고 있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문라이즈 킹덤’은 결국 고아 소년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관한 이야기이며, 1965년을 전후해 세상이 얼마나 급격하게 흔들렸는지 아는 21세기 관객은 영화의 시간을 그저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으로 들어가고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편곡 버전으로 나가는 형식의 영화다. 현대음악가 브리튼이 17세기 음악가 퍼셀의 ‘론도’를 편곡한 것을 다시 변형시켜, 데스플라는 대중적인 악기 버전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과정에서 21세기 연주자들이 번스타인과 뉴욕필 단원의 옛 연주에 답한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 그리고 앙상블, 그것은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여러 스타와 어린 배우들은 멋진 연기 앙상블을 선보임으로써 영화의 주제와 상응했다. 앤더슨은 ‘선한 자들의 리그’를 믿는다. 31일 개봉. 영화평론가
  • “中골프관광 가요” 15억 갈취 40대 꽃뱀 4년만에 자수 왜?

    “中골프관광 가요” 15억 갈취 40대 꽃뱀 4년만에 자수 왜?

    재력가에게 접근해 함께 중국 골프관광을 떠난 뒤 사기도박에 끌어들여 거액을 뜯어낸 이른바 ‘꽃뱀’이 4년간의 해외도피 끝에 자진 귀국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2일 배모(47·여)씨를 사기 및 인질강도 혐의로 구속했다. 배씨는 2007년 7월 중국 골프관광에 동행한 부동산사업가 김모(60)씨를 산둥성의 한 호텔에 차려놓은 사기도박판으로 유인, 1억 5000만원을 뜯어내는 등 같은 해 11월까지 피해자 3명에게서 15억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총책과 전문도박꾼, 자금세탁책 등 13명으로 구성된 사기단의 일원인 배씨는 국내 유명 골프클럽에 다니며 재력가에게 접근, 골프관광을 제의해 중국으로 유인하는 꽃뱀 역할을 맡았다. 배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약을 탄 음료수를 먹여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미리 패를 맞춰 놓는 수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일당 13명 중 9명은 2009년 검거돼 총책 김모(78)씨 등 5명이 구속됐다. 배씨는 2009년 중국으로 출국해 식당 허드렛일 등을 하며 전전하다 도피생활에 지쳐 한국대사관에 자수,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거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지금&여기] 비참한 사람들(Les Miserables)/최재헌 국제부 기자

    [지금&여기] 비참한 사람들(Les Miserables)/최재헌 국제부 기자

    아버지를 잃고 추위에 떨며 굶주리는 일곱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은 19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어린 딸 코제트의 병원비가 필요했던 미혼모 판틴은 머리를 자르고 생니를 뽑은 것도 모자라 몸까지 팔았다. 19세기 프랑스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거리마다 넘쳤다. 사람들은 왕정에 맞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혁명의 노래를 불렀다. 1862년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 속에서 이들의 영혼은 결국 사랑과 용서로 구원받는다. 21세기 프랑스는 세계 초강대국이 됐지만 나라를 버리는 ‘비참한 사람들’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최고부자인 루이비통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부자 증세를 피해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 올 초에는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같은 이유로 러시아 시민권을 획득했다. 국민배우로 사랑받던 그의 도피성 국적 포기에 프랑스인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비난을 쏟아냈다. 서로 다른 시대 프랑스의 ‘비참한 사람들’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아이러니하게도 150년 전의 ‘그들’은 너무 못살아서, 지금의 ‘그들’은 너무 부자이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롭게도 드파르디외는 프랑스 TV연속극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었다. 드라마 속에서 당대의 비극에 분노하는 장발장 역을 맡았던 그가 마침내 현실에서 뜻을 이뤘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난 연말 뮤지컬 형식의 영화 레미제라블을 관람하면서 지금의 현실과 묘하게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법이 한 사람의 운명을 불행으로 바꾸어 놓는 일이라든지, 아무리 발버둥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서민의 현실 같은 것 말이다. 몇몇 지인들은 대선 직후 허탈감에 빠졌던 심신을 영화로 위안 삼았다고 했다. 물론 영화 속 메시지 가운데 어느 부분에 공감했는지는 관객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013년 현재도 각 나라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정부에 실망한 99%의 시민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150년 전 위고가 책 머리말에 적은 글귀가 문득 떠오른다. ‘이 지상에 무지와 비참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책들도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다.’ goseoul@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헨리스 크라임’ 어설프고 착해서 감옥까지 간 남자…은행을 턴다는데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헨리스 크라임’ 어설프고 착해서 감옥까지 간 남자…은행을 턴다는데

    고속도로 톨게이트 부스에서 일하는 헨리는 어수룩한 남자다. 주변 사람이 아무리 화를 돋우어도 화를 내는 법이 없고, 그들이 이상한 말을 해도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간다. 친구들이 그를 은행털이에 이용하고 난관에 빠트려도 그는 순순히 상황을 받아들인다. 범죄에 진짜로 가담한 친구들의 이름을 밝히는 대신 헨리는 감옥에 들어가는 길을 택한다. 감방에서 만난 동료 맥스가 물러 터진 헨리를 야무진 인간으로 바꾸어 보려고 애쓰지만, 순진한 남자는 요지부동이다. 1년 후 가석방으로 세상에 나온 헨리는 아내가 예전 친구와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박스 하나를 들고 백 하나를 짊어지고 집을 떠난다. 어느 날 길에 서서 친구들이 턴 은행을 우두커니 바라보던 헨리는 지나가는 차에 치이고, 운전 중이던 여배우 줄리와 인연을 맺는다. ‘헨리스 크라임’은 은행털이 범죄 영화를 가장한 로맨스 드라마다. 헨리와 맥스가 손을 잡고 은행을 털기로 작정하지만, 영화는 범죄보다 세 주인공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혹시 액션이 버무려진 범죄 영화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 빠른 카메라의 움직임, 긴박한 전개, 화끈한 액션, 놀라운 반전 같은 건 이 영화에 없다. 인물만 어설픈 게 아니라 영화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헨리스 크라임’은 아마도 영화 역사상 가장 느리고 심심한 은행털이 영화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키아누 리브스라는 흥행 카드가 있음에도 한국에서 늦장 개봉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접고 대하면 재미있는 구석이 없지 않은 영화다. 왁자지껄한 현대 범죄 영화가 문제지 ‘헨리스 크라임’ 자체는 별 죄가 없다. 세 주인공 헨리, 맥스, 줄리는 공히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들이다. 톨게이트 부스에서 일하는 헨리는 매일 여기저기로 떠나가는 차를 보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다. 사기꾼인 맥스는 감옥을 도피처로 삼아 산다. 바깥이나 안이나 먹고 자는 것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감옥은 편히 지낼 만한 곳이다. 소도시 극장의 연극배우인 줄리는 복권 광고의 모델로 더 알려졌다. 할리우드로 가서 번듯한 연기를 펼치고 싶지만, 여배우로 새롭게 출발하기에는 그녀의 나이가 적지 않다. ‘헨리스 크라임’에서 은행털이라는 행위는 삶의 돌파구를 위한 핑계일 뿐이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것에 동조한다기보다 꽉 막혔던 인생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보인다. 설령 범죄의 리듬이 느리더라도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다면 지루하지 않다. 어느새 범죄 영화의 영역을 침범한 건 슈퍼히어로 영화다. 아니면 거대한 제작비를 들인 액션 영화가 유명 범죄 영화로 행세한다. 지난해 개봉한 ‘런던 블러바드’ 정도를 제외하면 진중하고 어두운 범죄 영화 혹은 반대로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범죄 영화는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헨리스 크라임’은 범죄 영화의 위기를 정직한 자세로 통과한 작품이다. 고전적이고 영화적인 인물과 벌이는 드라마의 게임이 나쁘지 않으며, 극중극인 ‘벚꽃 동산’을 빌려 과거와 쉽게 결별하지 못하는 인물의 상황을 은유하는 방식이 좋다. 21세기에 1960~70년대 스타일의 솔로 승부하는 샤론 존스와 더 댑 킹스의 음악을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 3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재벌이 사는 법…청문회 왜 나가, 벌금 700만원 내고 말지

    재벌이 사는 법…청문회 왜 나가, 벌금 700만원 내고 말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유통업계 재벌 오너 2·3세들이 국회 국정감사 불출석 등을 이유로 벌금 400만~7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경제개혁을 요구하는 단체들은 ‘껌값 처벌’이라며 처벌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조상철)는 지난해 국외 출장 등을 이유로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 국회 정무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신 회장 등 4명에게 벌금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10년간 재벌 오너가 국회 불출석을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처음이다. 벌금 액수는 정 부회장 700만원, 신 회장 500만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각각 400만원이다. 검찰은 “해외출장 등 일정의 목적과 내용, 그 일정이 국익·공익에 중요한지, 본인 참석이 불가피했는지, 국회의 출석 요구 전에 일정이 확정됐는지, 일정의 취소·변경이 불가능했는지 등을 모두 고려해 불출석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벌금액이 가장 많은 정 부회장의 경우 “국회에서 증인 채택이 된 뒤 항공편 예약을 하는 등 도피성 출장이라고 볼 수도 있어 가장 죄질이 안 좋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정무위는 지난해 10~11월 이들 4명을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국감 및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나오지 않자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검찰 발표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사무국장은 “검찰은 소액 약식기소할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기소해 엄벌을 내려야 했다”면서 “재벌들이 청문회에 응했다면 국회에서 재벌 차원의 골목 상권과의 상생 방안 및 확장 자제 등을 약속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는 “과거 재계 인사의 국회 불출석에 대해서는 법 집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약식기소라도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약식기소 내용을 볼 때 국민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민주통합당은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당론으로 발의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이 국감 출석을 거부했을 경우 벌금 부과 대신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고문 기술자’ 이근안 마지막 언론 인터뷰

    ‘고문 기술자’ 이근안 마지막 언론 인터뷰

    “그 시절로 돌아가지도 못하지만 돌아간다면 절대 고문 안 합니다. 나로 인해 손가락질받은 가족들과 내 손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입니다. 공연한 짓을 했구나 하는 생각뿐이에요. 아무 보람도 없는데….” 평생을 달고 다닌 ‘고문기술자’라는 꼬리표. 거동이 불편한 이근안(75)씨가 6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날을 돌이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죄지은 자’로서의 참회와 그동안 말 못한 심경들을 털어놨다. 이씨는 이번이 마지막 언론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여생을 은둔하며 기도하고 참회하며 살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맨 처음 대공 수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6·25 당시 인민군들에게 온 가족이 살해당할 뻔했다. 당시 형이 육군 장교여서 가족이 처형자 명단 1순위에 올라 있었다. 다행히 도망쳐 목숨은 부지했지만 당시 기억이 남아 간첩 잡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군사정권 시절 여러 간첩들을 검거하면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그 영광은 모래성과 같은 것이었다. 도망자 신세가 된 이후 가난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도 가정이 엉망이 됐다. 봉사활동을 하며 덕망을 쌓던 아내는 동네 청소부로 전락했고 큰아들은 살기가 어려운지 거의 연락이 안 된다. 둘째 아들은 심장마비로 죽은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막내도 고생만 하다 재작년 교통사고로 죽었고 며느리는 손자들을 데리고 나가 버렸다. 지금은 월 20만원짜리 쪽방에 살고 있다. 난 지난해 6월 쓰러졌다가 간신히 일어났지만 콩팥과 심장에 혹이 다섯 개라 손도 못 대고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30일이 김근태 전 의원의 1주기였다. -아직도 김 전 의원을 처음 만났을 때와 신문 과정 등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 장례식에 가고 싶었지만 교회 지인들이 ‘가 봤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라며 다들 말렸다. 그래서 빈소에는 가지 못하고 누나 산소가 있는 김해 은하사 뒷산에 올라 조용히 기도드리고 왔다. 그날 많이 울었다. →“이근안한테 고문당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이 아닌 것들도 많다. 그동안 일일이 바로잡을 길이 없어 속앓이만 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내게 고문당했다고 해야 사람들이 공감하고 민주화 투사로 알아주는 건지…. 대표적으로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은 내가 고문 안 했다. 이 전 장관은 전국민주학생연맹 사건의 주모자로 잡혀 왔는데 당시 난 검거만 했고 신문은 김모 선배가 했다.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는 얘기들도 있는데. -잘못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간첩을 소탕하며 공적을 쌓고 국가에서 애국자라고 치켜세우다 한순간에 도망자 신세에 ‘씹다 버린 껌’이 되니 처음에는 분한 마음도 들었다. 나라를 위해서만 일했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이런 취급을 받나 싶어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경 공부를 하며 그런 마음들을 내려놓았고 내 죄를 깨닫게 됐다. 내가 고문한 사람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죄인이라 생각한다. 일일이 찾아가 사죄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교인으로서 참회, 회개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사과라는 의미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몰라주더라. →얼마 전 책을 출간했는데. -인생을 마감하는 청산서로 썼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죄인임을 자복하는 심경으로 있는 실상 그대로를 양심껏 담았다.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용서받기 위해 쓴 것도 아니다. →출간 후 반응은. -인터넷은 보지 않는다. 지인들을 통해 사람들이 ‘반성이 없다’, ‘뻔뻔하다’ 등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는 얘길 들었다. 그런 뜻으로 출간한 게 아닌데 뭘 해도 오해를 받으니 답답했다. ‘고문기술자 이근안’. 얼마나 거북스러운 꼬리표인가. 입에 담기도 싫었지만 내 처지와 후세의 평가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제목도 그렇게 붙였다. →세상에 나오지 않고 은둔하겠다는 까닭은. -진정으로 회개하는 삶을 살다 가고 싶다. 또 나도 사람인지라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컸다. 공직에서 손 놓은 지 수십년이 지났고 여러 가지로 죗값을 치르며 달라졌지만 여전히 믿어 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는 내게도 새 삶의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는 울컥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저 기도원에서 조용히 지난날을 회개하며 살다 가고 싶다. 언론 인터뷰도 이번을 끝으로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말에 가장 상처를 받았나. -고문할 때 마치 돼지 잡듯 아무 느낌도 감정도 없었다고 하는데 나도 사람이다. 그저 그때는 상부의 명령을 목숨처럼 알았다. 고문이 애국이라 말한 것이 아닌데 그 점도 왜곡됐다. 국가에 충성을 바쳤던 수사관으로서의 전반적인 활동들을 애국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이었는데 앞뒤가 잘려 왜곡이 됐더라. 고문한 것을 애국이라 생각할 리가 있겠나. 시대가 만든 죄인이라 해도 지금은 내 업보가 크다고 느낀다. →앞으로 소망이 있다면. -소망이랄 것도 없다. 죄지은 자가 뭘 더 바라겠나. 다만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한 아내가 하루라도 건강히 살다 가길 바랄 뿐이다. 아내가 74세인데 골병이 들어 오래 못 산다. 얼마 전 사고로 요추가 함몰됐는데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집에만 누워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1970년 경찰에 입문, 1980년대에 경기 경찰에서 대공·방첩 전문 수사관을 맡았다. 국가안보 기여 등으로 많은 표창과 훈장을 받았으나 야당 인사와 학생 운동가들을 고문해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다.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사실이 밝혀지며 수배자가 돼 도피하다 1999년 검찰에 자수, 7년형을 살았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한국 난민 되기까지 6년이나 걸렸다오

    한국 난민 되기까지 6년이나 걸렸다오

    난민, 다문화 문제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 상식적인 분노는 잠시 접어두자. 첫 느낌은 이런 인생, 이런 인연도 다 있구나다. 욤비 토나(46).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내에 있는 수많은 왕국 가운데 하나인 ‘키토나’ 왕국의 왕자였다. 왕국이라 해봐야 인구 10만명 정도였다 하니, 부족장의 아들이라 해도 좋다. 규모가 초라하다 해도 왕국 이름인 ‘키토나’가 ‘토나 집안의 땅’이란 뜻일 정도니, 어쨌든 노예 부리는 대저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시대 흐름은 피할 수 없는 법. 식민지 모국인 벨기에 유학생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을 대도시로 내보내 서구식 교육을 받도록 했다. 왕자님도 대도시에선 그냥 촌놈이었다. 겨우 대학을 졸업한 처지에 콩고비밀정보국에 덜컥 취직됐다. 자부심과 배짱과 머리는 있지만, 돈은 별로 없는 촌놈을 눈여겨봐 왔던 정부가 장학금 등을 미끼로 미리 포섭해뒀기 때문이다. 프락치라 해도 좋다. 핵심 정보 요원으로 활동했다. 가정을 꾸렸고 아이를 낳았다. 잘 나가는 정보국 요원답게 중상류층의 삶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반정부군 캠프에 작전상 투입됐다가 그만 콩고 정부의 비밀을 알아버렸다. 이미 한 차례 현 정부 아래에서 투옥된 경험이 있었지만 이 사실을 폭로하고, 비밀 정보를 반정부기관에 제보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전직 정보부장이 유신 독재정권의 치부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양계장에서 닭모이가 됐다느니 마느니 하는 논란이 있지 않던가. 콩고 독재정권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가정은 풍비박산. 아내와 자식들은 정글 속 오두막으로 도피했다. 물 한번 떠먹으려면 독사와 악어가 우글대는 정글과 늪지대를 통해야 하는, 혹시라도 인기척이 나면 의심받을까봐 시체처럼 숨어 지내야 했던, 그래서 수리하거나 따로 손 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3평도 채 안 되는 허술한 공간이었다. 욤비는? 국가기밀유포죄로 체포돼 갖은 고문을 받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탈옥, 해외 탈출을 노렸다. 원래는 프랑스가 목표였다. 콩고가 불어권 국가이다 보니 언어가 편할 것이고, 프랑스 난민정책이 믿을 만하다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콩고 내전에 개입하기 위해 진주해 있던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미국 군인이 가까스로 구해준 건 겨우 중국행 티켓이었다.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장사에 손대던 걸 한번 눈감아줬던 호의가 이렇게 되돌아온 것만도 기뻐해야 했다. 여장을 하고서는 중국으로 향했다. 베이징에 도착하자 그간의 긴장이 풀리면서 36시간 동안 기절하듯 잠들었다. 중국은 콩고와 돈독한 사이. 그래서 같은 아프리카 유학생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건너왔다. 인천공항에서 빠져나와 택시기사에게 유일하게 기억하는 장소를 외쳤다. “평양!” 그만큼 한국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책이 나오게 된 경위도 흥미롭다. 공동저자인 박진숙은 난민문제에 관심 있던 사법연수원 학생을 남편으로 둔 데다, 불문학 석사학위를 가졌다는 죄(?) 때문에 불어권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 질문지 작성, 통역 등의 일을 떠맡았다. 그러다 아예 욤비와 함께 책을 내게 됐으니 그게 ‘내 이름은 욤비’(욤비 토나·박진숙 지음, 이후 펴냄)다. 박진숙은 이렇게 써놨다. “그때까지도 나는 난민이라면 캠프에서 빈곤과 무지에 허덕이며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언론이 좋아하는 난민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 만나 본 난민들은 대부분 높은 학력과 교양을 갖추고 있었고, 기구한 사연을 가졌지만 자기 운명과 타협하지 않는 용기도 있었다.” 아예 이주여성을 위한 단체까지 꾸렸다. 기이한 인생이 기이한 인생을 낳아버렸다. 예상 가능한 얘기도 있다. “기계들은 가끔 기름칠이라도 해주지만 사람은, 특히 외국인 노동자는 열 네시간 노동을 하고 나서도 언제 불려나갈지 몰라 선잠을 자야”하는, 그러니까 욤비라는 이름 대신 “새끼”나 “깜둥이”라 불렸던 얘기들 말이다. 한국인의 인종차별 행태야 너무도 친숙한 얘기다 보니, 난민 인정을 위한 6년간의 법적 투쟁 과정에서 묻어나오는 세부적이고도 실질적인 얘기들이 더 눈에 띈다. 여러 얘기들이 있지만 하나만 예를 들면, 난민으로 인정되면 해외 여행이 자유로워진다. 출입국수속 때 내국인 대우를 받는다. 단, 여권 대신 유효기간 1년짜리 ‘난민여행증명서’를 받는다. 그런데 흔하지도 않은 난민이, 흔하지도 않는 해외 여행을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한국 법무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인지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올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난민법에 대한 여러 소회들, 기껏 난민을 지원한다더니 영종도에 대규모 난민지원센터를 짓는 식으로 행정편의적 결정이나 내놓는 정부에 대한 비판 등이 잘 녹아 있다. 난민문제의 기원과 현황, 우리나라 난민법의 좋은 점과 미진한 점 등 보조 자료들이 박스형태의 설명문으로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난민문제에 관심 있다면 챙겨볼 만하다. 1만 65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탈주 성폭행범 도운 2명 입건

    경기 일산경찰서는 30일 조사를 받다가 달아난 성폭행 피의자 노영대씨에게 도피 자금이나 은신처를 제공한 박모(32)씨와 안모(54)씨를 범인도피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1~22일 경기 부천과 인천 부평역에서 두 차례에 걸쳐 노씨에게 도피 자금 5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안씨는 24~25일 노씨에게 안산시 고잔동의 오피스텔을 은신처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는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박씨는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탈주 성폭행범 안산서 검거… 한쪽 수갑은 풀지 못했다

    탈주 성폭행범 안산서 검거… 한쪽 수갑은 풀지 못했다

    경기 일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도주한 성폭행범 노영대(32)씨가 탈주 5일 만인 25일 오후 4시 25분쯤 교도소 동료였던 안모(54)씨 소유의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오피스텔에서 격투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안산은 전과 9범인 노씨가 주로 범죄를 저질렀던 무대였다. 경찰은 노씨를 일산경찰서로 압송해 도주 과정 및 시간대별 도피 행적, 공범 여부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의문이 제기됐던 한 손의 수갑을 어떻게 풀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압송 직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노씨가 검거 당시 안씨 오피스텔에 혼자 있었으며, 둘은 교도소 수감 시절 친하게 지냈을 뿐 아니라 출소 후에도 전화통화가 많았다고 밝혔다. 안씨는 오피스텔 복도에서 서성이다 노씨를 검거한 후 현장에서 유류품을 수거해 나오던 경찰에 오후 4시 55분쯤 범인은닉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안씨가 노씨에게 도피 자금을 줘 마트에서 등산화를 사거나 모텔비를 지급하게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노씨가 도주 이전부터 안씨와 통화가 많았던 점에 주목, 지난 24일 오후부터 오피스텔 앞에서 잠복에 들어갔다. 이날 정오쯤 오피스텔에서 인기척을 감지한 경찰은 오후 4시 20분쯤 4층 창문을 통해 오피스텔에 진입, 노씨를 제압했다. 노씨는 검거됐지만 도주 과정에 대한 의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조사를 받던 노씨는 지난 20일 오후 7시 37분쯤 일산경찰서에서 감시 소홀을 틈타 수갑을 찬 채 달아났다. 노씨의 도주 장면이 찍힌 경찰서 맞은편 폐쇄회로(CC)TV에는 노씨의 한쪽 손 수갑이 풀린 것으로 확인됐으나 경찰은 당초 수갑이 양손 모두에 채워져 있었다고 밝혔다. 검거 후 수갑을 확인해 본 결과 우측 손목에 채워져 있던 수갑은 좌측 손목에 겹쳐 채워져 있었다. 경찰은 “우측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방법으로 푼 뒤, 좌측 손목에 채워 옷소매로 감췄다.”고 밝혔다.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탈주 직후 노씨가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만큼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일산경찰서 인근 건물이나 주변 농경지 비닐하우스에 숨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수색 반경을 넓힌 것은 노씨가 도주한 지 3시간 30분 만인 오후 11시 17분쯤이다. 이후 노씨는 21일부터 23일까지 안산 지역 모텔과 대형마트 등을 제집 드나들 듯했으며, 택시를 타고 인천과 안산을 오가면서 경찰 추적망을 피해 왔다. 23일 인천에 잠입한 노씨는 오후 6~7시 사이 남구 주안동에서 공중전화로 교도소 수감 동료에게 두 차례 전화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런 가운데 ‘노씨를 봤다’는 신고가 31건 접수됐지만 대부분 오인 및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인천경찰청은 23일부터 25일까지 2500여명을 동원해 검문검색을 실시하고 은신 가능 장소 5960여곳을 수색했지만 흔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과거를 지우고 싶거나 새 삶 시작하고 싶다면

    컴퓨터와 인터넷이 일상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뭐라도 하려면 프로그램 운영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죄다 갖다 바쳐야 한다. 그 대가로 돌아오는 건 스팸 문자와 쓰레기 같은 이메일들이다. 클릭 한 번이면 지워지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노출된 정보들이 언제 당신의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보이스 피싱 등 온라인 정보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은 없을까. 아예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잠적하고 싶은 때도 있을 터다. 채무자나 범죄자는 물론이고, 범부들도 종종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하는 꿈을 꾼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법’(프랭크 에이헌 지음, 최세희 옮김, 씨네21북스 펴냄)은 말 그대로 ‘사라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자신의 모든 흔적을 감쪽같이 없애고 자신을 추적하는 이들을 완벽하게 따돌려 새로운 인생을 만드는 법과, 만천하에 노출된 자신의 정보를 파악하고 관리해 잠재적 도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구체적 방법들을 담았다. 저자는 미국 최고의 스킵 트레이서(Skip Tracer·종적을 감춘 채무자 수색원)다. 도망친 사람을 추적하거나, 개인정보를 캐내고 보수를 받는다. 저자는 배우 조지 클루니의 신상을 털었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염문설을 일으킨 뒤 잠적한 모니카 르윈스키를 찾아내기도 했다. 유명인사는 물론, 경찰이나 은행 등의 공공기관, 기업의 허점을 파고들어 정보를 캐냈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거짓말을 밥먹듯 해댔고, 감언이설 등 온갖 비열한 방식들을 총동원했다. 스킵 트레이서들이 주로 이용하는 건 전화다. 낡은 수법인 것 같지만, 뜻밖에 상당수의 정보들을 전화 통화로 얻어낸다. 페이스북 등 SNS나 인터넷 동호회 등도 훌륭한 정보 수집 창구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새로 고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친구 목록이 갱신되는 것에 착안, 수없이 새로 고침을 반복해 더 많은 친구와 동창, 그리고 가족 등을 찾아냈고, 이들을 통해 정보를 빼냈다. 그런데 잠적한 이들을 추적하던 저자가 거꾸로 잠적하고 싶은 사람들을 돕는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생긴다. 잠적을 기도하면서도 잠적에 악재가 될 행동만 잔뜩 해대는 남자를 한 서점에서 만나면서부터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거꾸로 이용해 남자를 감쪽같이 다른 나라로 도피시켰다. 저자는 인터넷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밝히는 것을 ‘발표’라고 표현했다. 한 번 자신의 신상정보를 밝히고 나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러니 ‘발표’하기 전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1만 2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회사돈 160억 횡령 삼성전자 대리 구속

    거액의 회사돈을 빼돌린 간 큰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수백억대의 회사돈을 빼돌려 도박자금 등 사적인 용도로 쓴 삼성전자 대리 박모(32)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2010년 4월부터 올 10월까지 삼성전자와 A시중은행 명의의 출금전표와 수출관련 증빙자료용 공문, 타행환 입금전표 등을 위·변조하는 수법으로 모두 65차례에 걸쳐 165억 5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공금 출금전표 위조… 마카오 원정도박에 탕진 삼성전자 재경팀에서 채권매각, 외화 운영 등을 담당했던 박씨는 회사 측에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던 A은행 명의 ‘수출관련 수수료 정리’ 공문서와 출금전표에서 날짜, 금액 등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 부풀린 금액을 다시 오려붙이는 방법으로 서류를 꾸몄다. 박씨는 인출한 돈을 자신의 계좌나 환치기 업자 계좌로 송금한 뒤 다시 해외계좌로 빼돌리는 치밀한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마카오 원정도박을 하는 등 도박에 빠져 있었던 박씨는 빼돌린 돈을 도박에 탕진하거나 빚을 갚는 등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물품대금 15억 빼돌린 다이소 직원도 구속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조상철)는 1000원 가게 ‘다이소’로 유명한 다이소아성산업의 경리팀 직원 윤모(39)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윤씨는 2007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거래업체 4곳에 실제 지급할 물품 대금보다 많은 돈을 지급한 뒤 다시 자신계좌로 돈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회사돈 14억 8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거액자금 인출통제 구멍’ 우리銀 줄징계

    영업정지 직전 중국 밀항을 시도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도피자금 인출 등과 관련해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당국의 징계를 받게 됐다.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공정 대출 약관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한국씨티은행도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6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대해 이같이 논의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두 은행을 정기검사했다. 이후 김 전 회장의 도피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추가로 특별검사를 단행, 두 사안을 묶어 이번에 제재심의위에 넘겼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영업정지 사흘 전인 5월 3일 오후 5시쯤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 등 203억원을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에서 찾아갔다. 그는 4시간 뒤 경기 화성시 궁평항에서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내규에 따라 3억원 이상의 거액이 인출되면 자체 상시 감시 시스템으로 걸러내야 하는데 김 전 회장이 돈을 찾을 때는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출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계좌 비밀번호도 마음대로 바꿨다.”면서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셈”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점검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도피 자금뿐 아니라 다른 문제점도 여러 건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초 우리은행 본점 간부가 특정 업체에 간판 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챙겼다가 적발돼 면직됐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대가로 금품과 골프 접대를 받은 전·현직 직원이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뇌물이나 횡령 사건은 우리은행이 자체적으로 처벌해 이번 제재 심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씨티은행은 불공정한 대출 약관을 적용해 오다 임직원 수십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시진핑 전복 음모 발각”… 中 ‘제2 보시라이 사태’ 오나

    “시진핑 전복 음모 발각”… 中 ‘제2 보시라이 사태’ 오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통일전선부장 일가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보시라이(薄熙來) 스캔들’을 뛰어넘는 거센 정치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 전복을 기도했던 보시라이 지원 세력에 대한 제거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측근들이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구세력 축출설’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터넷매체 명경뉴스넷은 6일 링 부장이 최고지도부 진입에 실패한 리위안차오(李源潮) 정치국 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보 전 서기를 지지했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와 ‘신(新)4인방’을 구성해 시 총서기 체제를 전복하고 정권을 장악할 음모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명경에 따르면 지난 2월 아들의 페라리 음주운전 사고로 궁지에 몰린 링 부장은 권력교체가 예정된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를 앞두고 저우 전 서기 등과 연대해 시 총서기 세력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또 전대 직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체계적으로 공격해 당내 권력 투쟁을 악화시켰고, 당 인사에 개입해 저우 전 서기 세력이 석유와 국방 분야의 국유기업을 장악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고 명경은 전했다. 현재 링 부장 부인 구리핑(谷麗萍)은 비리 혐의로 이미 체포돼 구금된 상태이고, 동생 링완청(令完成)은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 전 서기 일가와 결탁해 산시(山西)성 탄광업자들로부터 연간 400만 위안(약 6억 9000만원)의 이권을 챙긴 혐의로 조만간 체포될 것으로 알려졌다. 링 부장 일가는 또 류즈쥔(劉志軍) 전 철도부장으로부터 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 40억 위안(약 690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링 부장은 아들의 페라리 음주운전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당시 아들의 차에 함께 탔던 티베트족 여학생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어 조만간 ‘칼날’이 그에게도 겨눠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공산당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리춘청(李春城) 쓰촨성 당 부서기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리춘청은 시 총서기 등극 이후 사정 당국의 감시망에 걸린 첫 성(省)급 지도자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앙기율검사위가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쓰촨성 부서기 리춘청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라고만 밝혔을 뿐 자세한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차이징왕(財經網) 등 중국 언론들은 리춘청이 부하인 다이샤오밍(戴曉明)의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원 총리 및 저우 전 서기의 측근인 리춘청에 대한 조사와 관련 류치바오(劉奇?) 신임 중앙선전부장 쪽으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후 주석 인맥으로 분류되는 류 부장은 지난달 29일 방북단 대표에서 갑자기 제외된 직후 일주일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맹목적 지지자들/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열린세상] 맹목적 지지자들/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19세기 일본은 서양 문물을 도입하면서 어마어마한 열정으로 서양 학술 용어를 번역했다. 우리가 널리 쓰는 민주주의, 자유, 평등, 권리, 철학 등은 모두 이 시기 일본 지식인들이 서양 개념을 한자어로 옮긴 것들이다. 하지만 일본 지식인들은 몇몇 서양 개념을 번역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다. ‘소사이어티’(society)의 번역어인 ‘사회’가 대표적 사례다. 일본에는 ‘society’에 대응하는 ‘현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권 최고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society’를 ‘개인들(individuals)의 집합체’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19세기 일본에는 ‘개인’에 기반을 둔 인간관계가 없었다. 개인이 없으니 사회도 없었고, 따라서 그 뜻을 표현할 번역어도 없었다. 일본 지식인들은 실체가 없는 ‘society’를 일본어로 번역하기 위해 고심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회’가 번역어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번역어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에 대응할 현실까지 일본에 존재하게 됐음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단지 기계적으로 ‘society’를 ‘사회’로 옮겼을 뿐이다. 존재하지 않는 실체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조어(造語)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역사상 ‘개인’이 처음 등장하게 된 계기는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이었다. 종교개혁의 주요 원리인 만인사제주의는 신과 개인 사이에 성직자가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적인 지위에서 평신도는 성직자와 대등했다. 평신도 개인은 믿음을 통해 1대1로 신을 직접 대면할 수 있었으며, 양심에 입각해 성경을 해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존재였다. 개인의 양심과 이성을 강조한 루터의 만인사제주의는 훗날 개인주의의 성장을 크게 자극했다. 신의 음성을 듣고 영감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신의 뜻에 대한 자신의 이해가 다른 사람보다 정확하다고 주장할 수 있었고, 모두 다 제각기 성경을 독자적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식론적 개인주의’의 탄생이다. 양심과 이성에 입각한 ‘개인적 판단’을 중시하는 개인주의는 결코 이기주의와 동의어일 수 없다. 근대 자유주의 이념의 철학적 기반이 바로 개인주의다. 자유란 ‘개인의 자유’를 뜻하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지역이나 성향별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매일같이 대선후보 지지율이 나오고 있으나 판세는 거의 굳어진 듯하다. 조사기관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박근혜·문재인 모두 45% 언저리에서 미미한 차이로 계속 혼전이다. 특정 후보에게 어떤 악재가 터져도 지지도에는 변함이 없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뒷전이다. 이런 식의 완강한 진영 구조에서 개인적 판단은 설 자리가 없다. 이성이나 양심이 끼어들 자리도 없다. 지역 정서와 집단이기주의만이 난무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약자임이 분명한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자들의 권익을 옹호해온 정당의 후보에게 무차별적 지지표를 던지는 현상이다. 부유층이 부자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야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계급 이익에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 서민 유권자들의 선택은 비이성적이다. 개인적 판단의 포기이자 자유로부터의 도피다. 주군에게 맹목적 충성을 바치는 신민(臣民)들의 집단 자살이다. 특정 후보가 흔들어대는 깃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전근대적 집단은 ‘사회’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고도의 압축 성장을 해온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근대화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고, 몇몇 분야에서는 탈근대적 특징마저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정치의식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전근대(중세)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문화 지체 현상이다. 가시적인 분야는 쉽게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의식 수준의 향상은 오랜 시행착오와 투쟁을 거쳐 힘겹게 얻어진다. 물질 문화와 비물질 문화의 변화 속도 차이로 인한 사회적 부조화다. 전근대·근대·탈근대가 공존하는 한국 사회를 학자들은 ‘삼겹살 구조’라고 표현한다. 21세기에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 중세적 정치문화는 전통도 미덕도 아니다. 청산해야 할 역사의 쓰레기일 뿐이다.
  • 수백억 횡령 경원학원 前이사장 구속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30일 대학생 등록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학교법인 경원학원 최원영(58) 전 이사장을 구속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통해 “도주 우려가 높고 혐의 대부분이 인정된다.”며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청구한 최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씨는 1997년 10월부터 1998년 3월까지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학생 등록금 200여억원을 자신이 운영한 회사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 어음을 사들이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1998년 등록금을 횡령했다는 교수들의 진정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수사 중 참고인 중지 상태에서 출국금지가 일시 해제되자 그해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러나 도피 14년 만인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에 신고하고 지난 2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대기 중이던 검찰에 체포됐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조희팔 돈 받은 혐의’ 경찰·교도관 3명 조사

    ‘조희팔 돈 받은 혐의’ 경찰·교도관 3명 조사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관 등 3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로 대구 모 경찰서 소속 안모(43) 경사 등 경찰관 2명과 교도관 1명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 중 안 경사는 이달 중순 불구속 입건으로 대기발령됐으며,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휴가를 다녀온 후 26일 무단결근한 채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직장 무단이탈 경찰관 발생 수배를 내려 안 경사를 찾고 있다. 안 경사는 2006년 한 전직 경찰관으로부터 조희팔 다단계 법인의 행정부사장 강모(50·중국 도피)씨를 소개받고서 2007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차용금 또는 생활비 조로 8차례에 걸쳐 6700여만원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경찰서 소속 권모(53) 경감은 2007년 8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강씨로부터 함께 바다낚시를 하자며 경비조로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계좌추적 조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입건되지 않았다. 경북 모 교도소 교도관 박모(47)씨는 2008년 8월 강씨로부터 “부산지역 조희팔 관련 법인 관계자를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2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조희팔 자금 총괄책임자인 강씨의 차명 계좌에서 이들 3명의 자금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경찰은 “3명 모두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나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며 “경찰관 2명은 금품을 받을 당시 사건 관할 경찰서에 함께 근무했으나 조희팔 사기사건을 직접 수사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안 경사에게 강씨를 소개해준 전직 경찰관은 2006년쯤 퇴직한 뒤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하기 전까지 조희팔의 자금을 관리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근 입건됐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경찰, 中에 조희팔 생존여부 재확인 요청

    경찰이 해외로 도피한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생존 여부를 중국 정부에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26일 “조씨를 중국에서 봤다는 증언이 나와 중국 공안에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최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 언론은 조씨가 살아있으며 검거할 수 있었으나 상부 지시가 없어 잡지 않았다는 중국 옌타이 공안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9월 조씨의 사망 관련 서류인 응급진료기록부, 사망증명서, 화장증 등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고 중국 당국에 요청한 결과 사망 관련 서류는 진본이라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당시 조씨의 사망과 화장 과정에 관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도 요청했지만 아직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조씨 사망을 공식 문서로 보고받았기 때문에 죽은 것으로 봤지만 사기액이 매우 크고 중국에서는 돈이 있으면 (서류) 조작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의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존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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