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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억 대출금 사기 조양은 일당 재판에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63)씨와 조직원들이 100억원대 대출금 사기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저축은행으로부터 이른바 ‘마이킹(선불금) 대출’을 받아 총 102억원을 가로챈 조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양은이파 간부급 김모(52·별건 구속)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10년 8월 서울 강남에서 ‘풀살롱’ 형태의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사채업자와 함께 꾸민 허위 담보 서류로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29억 9600만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씨도 강남에서 유흥주점 3곳을 운영하면서 72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은행에서 대출 알선업체를 통해 유흥업소 여직원들에게 선불금 대출을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강남 일대의 유흥주점들을 무자본으로 인수했다. 이후 92명의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허위로 모집해 이들 명의로 총 102억여원의 대출금을 가로챘다. 대출받은 뒤에는 몇 개월만 이자를 지급하다가 연체하고, 유흥주점을 폐업하는 방식으로 돈을 갚지 않았다. 조씨는 이렇게 받은 대출금 상당 부분을 유흥주점 인수대금 및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거나 개인적인 용도에 썼다. 조씨는 수사망이 좁혀지자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달아나 약 2년 6개월간 도피 생활을 했지만 경찰과 필리핀 당국의 공조로 지난달 26일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향후 조폭 개입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지속적인 수사와 철저한 불법수익 환수로 조폭들의 불법수익 취득을 적극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경찰 “확실한 첩보 바탕으로 작전 펼쳤다” “작전 유출… 민노총 전략에 넘어가” 분석도

    경찰이 강제 진입한 민주노총 사무실에 철도노조 지도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리한 ‘공성전’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측은 “확실한 첩보를 바탕으로 작전을 펼쳤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경찰의 강제 진입 정보가 새 나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민주노총의 전략에 넘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건물 수색이 끝난 22일 오후 보도자료에서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통신수사 등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집행부 상당수가 민주노총 사무실에 은신해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면서 “소재가 파악된 이상 더 이상 체포영장 집행을 미룰 수 없었던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체포영장 집행은 법과 원칙에 따른 예외 없는 법 집행이었다”면서 “도피 중인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는 소재를 추적해 신속하게 검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불확실한 첩보를 가지고 진압 작전을 펼칠 이유가 전혀 없다. (강제 구인 대상자가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보다 치밀하게 단계별 작전을 세웠으며 내부 사정 파악에 중점을 뒀다”면서 “지도부가 오늘(22일) 새벽이 아닌 오전 대치 중에 건물을 빠져나갔다는 얘기가 있어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강제 진입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밤새 건물 안팎에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찰이 왜 굳이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진압 작전을 펼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찰의 진입이 시작되기 전부터 수차례 강경 대응 원칙을 밝히며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검거를 예고했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강경 기조가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무리수를 불러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中 도피 ‘3900억 금융사기범’ 14년 만에 송환

    中 도피 ‘3900억 금융사기범’ 14년 만에 송환

    1990년대 후반 3900억원대의 금융사기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도피한 변인호(56)씨가 14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법무부는 20일 변씨의 형 일부 집행을 통해 시효를 정지시키기 위해 한·중 간 최초로 ‘임시 인도’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1998년 유령 회사를 세운 뒤 수출 신용장을 허위로 작성해 국내 은행 등으로부터 394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위조 여권을 만들어 중국으로 도주했다. 이후 법원은 변씨에 대해 징역 15년형을 확정했다. 변씨는 내년 3월 2일 시효(15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변씨는 중국에서도 사기 행각을 벌이다 체포돼 현지 법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중국 측은 자국의 징역형 집행이 끝난 뒤 변씨의 신병을 인도하겠다고 했으나, 법무부는 변씨가 국내에서 형의 일부라도 지내지 않으면 시효가 만료됨을 고려해 사문화됐던 임시인도 카드를 꺼내 협상해 왔다. 수형자를 체포하면 징역형의 시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한·중 범죄인인도 조약 제14조에는 ‘범죄인 인도 청구를 받은 국가는, 양국이 정하는 조건에 따라 그를 임시인도할 수 있다. 청구국은 관련 절차 종료 즉시 그를 피청구국에 송환해야 한다’라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변씨는 중국 측과 사전 협의된 기간인 7일 동안 국내에서 형 집행을 받은 후 중국으로 재송환된다. 이후 중국 내 형 집행이 종료되는 2018년 4월쯤 다시 한국으로 송환돼 형기를 채우게 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변씨와 같이 범인이 해외로 도주해 있는 기간에도 시효가 계속돼 만료되지 않도록 해외 도피 중 범인의 형 시효를 정지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선욱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임시인도는 양국 모두 전례가 없고 중국 정부 내에서도 여러 기관의 동의가 필요해 성사 전망이 불투명했지만,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 끝에 중국 당국을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해외 도피사범은 끝까지 추적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기업대표·사채업자가 ‘작전세력’ 자금줄로

    주가조작 범죄를 파헤치는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찬석)이 출범 7개월여 동안 주가조작 사범 126명을 재판에 넘기고 불법수익 240억원을 환수했다. 합수단은 지난 5월 출범한 이래 29건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 162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26명(구속 64)을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합수단은 외국으로 도피한 7명에 대해서는 여권을 말소하고 해외 수사 당국과 공조해 추적하고 있다. 기소된 주가조작 사범 중에는 38명의 시세 조종꾼뿐만 아니라 기업 대표이사 25명, 대주주 8명, 사채업자 13명 등 이른바 ‘작전세력’에 자금줄을 대고 이익을 챙기는 배후 세력도 대거 포함됐다. 또 하한가 상태에 있는 주가를 대량으로 매수해 주가를 상승시키는 속칭 ‘하한가 풀기’라는 신종 유형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해 6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합수단은 특히 주가조작 범죄에 연루된 사채업자 등 47명의 재산 1804억원을 적발하고 과세조치를 위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최대주주의 차명 주식, 사채업자의 이자소득 탈루에 대한 과세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합수단이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수사하면서 시세 조종꾼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합수단은 금융감독원의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 건수’가 지난해 160건에서 올해 111건으로 31% 감소한 데다 한국거래소의 ‘불공정거래 예방조치 건수’도 33~56%의 뚜렷한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합수단 관계자는 “최근 신설된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단 등 유관 기관과의 협업 체제를 긴밀히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장성택 측근 잇단 망명설… 정부 “사실무근” 쐐기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 고위인사들의 망명설이 잇따르자 정부가 “사실무근”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국내 언론이 보도한 북한 간부 중국 망명설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의 종합적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오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망명설과 관련된 논의를 한 뒤 이 같은 입장을 발표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기존 대응보다 부인 강도를 높인 것이다. 최근 확산된 망명설의 주요 내용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인 노동당 소속 고위 군부 인사가 숙청 기류를 감지하고 지난 9월 말 중국 베이징으로 도피해 우리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으며 이 인사의 국내 송환을 위해 군과 정보당국이 주중 한국대사관 등지에서 합동 심문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망명 요청 인사가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비자금 내역이 담긴 문서와 북한의 핵개발 관련 핵심 문서를 들고 나왔다는 설도 있다. 급기야 장성택 측근 등 70여명이 중국으로 탈출했으며 이 가운데는 북한의 핵무기 관련 자료와 남파 간첩 명단을 소지한 거물급 인사가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처럼 망명설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정부 책임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딱 잘라 부인하는 대신 ‘아는 바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리 정보기관 간 알력설도 대두된다. 경쟁심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소문 수준의 첩보를 무차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망명설이 나돌았던 로두철 내각 부총리는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처형된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외에 과장급 인사 5명 이상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추가적인 숙청 움직임도 포착됐다. 정보 당국자도 이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30억 금투자 사기 부부 6년 만에 검거

    인천 계양경찰서는 금을 사서 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모은 뒤 13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6년 전부터 지명수배를 받아 오던 귀금속 중개상 A(39)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부인 B(4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 부부는 2006년 3월부터 2007년 5월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커피숍 등지에서 ‘금을 싸게 산 뒤 되팔아 수익금 10%를 나눠 주겠다’고 속여 C(48·여)씨 등 21명으로부터 148차례에 걸쳐 130억 28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2004년 9월 인천시 구월동에서 작은 금은방을 시작한 부부 사기단은 입소문을 타고 투자금이 점점 모이자 경기 성남·김포·일산 등지에 금은방 분점을 내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피해자 대부분도 금은방을 운영하거나 금 도·소매업에 종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또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110억원을 모아 A씨 부부에게 건넨 이도 있었다. 2007년 11월 지명수배돼 6년여에 걸쳐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 11일 강원 원주에서 붙잡힌 A씨는 “처음엔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10%의 수익금을 나눠 줬지만, 투자 금액이 급격히 불어나자 수익금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모인 투자금으로 수익금을 돌려 막았다”고 진술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특파원 칼럼] 어느 외교관의 과도한 중국 사랑/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어느 외교관의 과도한 중국 사랑/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최근 베이징에 있는 서방 국가 외교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중 프랑스와 터키의 외교관은 장성택 핵심 측근의 중국 도피설을 제기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냐고 물으며 장성택 실각에 큰 관심을 보였다. 확인된 바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답변이라고 말하자 그들은 “앞으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정말 궁금하다”며 눈을 반짝였다. 중국 언론들은 이와 달리 장성택 실각 보도를 두고 애꿎은 한국 언론을 공격했다. 장성택 실각설이 전해진 다음 날인 지난 4일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한국 언론의 오보 사례를 나열하면서 한국 매체들이 북한 고위층 동향에 대해 틀린 보도를 하는 일이 많다며 한국 언론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한국 정부의 발표로 나온 얘기였고 결국 사실로 드러났지만 한국 언론이 말한 것이라면 믿기 어렵다는 식으로 깎아내린다. 중국에서 한국 언론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게 많다. 우선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를 일삼는다’는 평이 적지 않다. 한 중국 공무원은 “‘일단 쓰고 보자’는 게 한국 언론의 특색이라고 얘기하면서 중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까이하면 다친다’는 편견도 있다. 중국의 한 외교관은 한국 언론이 자신의 설명을 듣고 기사를 엉뚱하게 쓴 탓에 윗사람으로부터 크게 혼났다며 “한국 언론인은 가까이하기 싫다”는 말을 지금도 하고 다닌다. 잘못된 보도로 물의를 끼쳤다면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보도 과정을 통해 정보가 자정되는 언론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데도 침묵하는 언론과 비교할 때 누가 우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 언론은 오보가 많다’는 식의 매도는 중국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구 언론에 ‘중국 분열 시도를 일삼는다’는 꼬리표를 다는 흑색선전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 정부 당국자의 이러한 한국 언론 매도 행위에 맞장구치는 한국 관료들이 간혹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중 기자단 교류 행사의 일환으로 중국 외교부가 한국 언론인을 초청한 식사 자리에서 한국의 한 외교관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그는 중국인들 앞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팩트에 입각한 기사를 써라 ▲기사에 감정을 싣지 말라 ▲객관적인 기사를 쓰라는 내용의 ‘충고’를 했다. 앞서 이 행사를 통해 한국의 한 언론사가 사실과 차이 나는 기사를 쓴 일이 있었고, 이 외교관은 이 같은 ‘훈계’로 중국에 그 빚을 갚으려 했을 것이란 해설이 나왔다. 하지만 결코 현명한 방법은 아니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중국에서는 요즘 공산당 지도부에 불리한 기사를 쓴 외신 기자들이 비자를 연장받지 못해 쫓겨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 몰리면서 중국의 언론탄압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최근 중국 지도자를 만나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서방 외교관들이 중국 관리를 만나 자국 언론이 오보를 썼다는 중국 측 지적에 동조했다거나 중국 관리 앞에서 자국 언론인에 보도의 신중성을 촉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 외교관 중에는 한국 언론을 비판하는 중국 관료의 편에 서는 이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서방 외교관들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jhj@seoul.co.kr
  • [北 장성택 전격 처형] “2009년 방탕한 생활로 66억원 탕진” 張, 외화벌이로 수십억弗 비자금 조성

    [北 장성택 전격 처형] “2009년 방탕한 생활로 66억원 탕진” 張, 외화벌이로 수십억弗 비자금 조성

    북한 매체들은 13일 장성택 처형 사실을 전하면서 장성택의 비자금 내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장성택이 1980년대부터 ‘비밀기관’을 통해 귀금속을 사들이고 돈을 뿌리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특히 “장성택이 2009년 한 해에만 제 놈의 비밀 돈창고에서 460여만 유로(약 66억원)를 꺼내 탕진했다”고 밝힌 점에 비춰 장성택이 외화벌이 사업 등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비자금을 축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미화가 아닌 ‘유로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장성택도 조카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지역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장성택이 자신의 산하에 별도의 자금을 관리하는 조직을 운영했을 개연성도 농후하다. 이는 장성택이 ‘2인자’로서 비자금을 조성해 자신만의 세력을 관리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를 통해 이미 장성택의 비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은 크게 노동당 38, 39호실이 관리하는 당 자금 및 마약과 담배, 위조달러, 무기 밀매 등 해외 공작을 통한 비자금, 당과 군부의 각종 이권사업으로 형성된 자금 등으로 나뉜다. 장성택은 자신에 앞서 처형된 측근들인 당 행정부 부부장 리용하와 장수길을 통해 유류 수입, 석탄 등 광물자원 매각, 무역 및 해외식당 운영 등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돈을 주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북한의 석탄 등 광물 수출 규모는 16억 5286만 달러(약 1조 7000억원)에 이른다. 김 제1위원장으로서는 장성택을 제거함으로써 막대한 돈줄을 접수하게 된 셈이다. 북한이 앞으로 각종 이권 사업에 포진한 ‘장성택 라인’을 줄줄이 숙청할 것으로 보여 김 제1위원장 일가의 비자금 정보를 쥐고 있는 인사들의 연쇄 망명이나 도피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승계한 통치자금은 해외 비밀계좌 등에 최소 40억 달러(약 4조 4000억원) 넘게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北 장성택 숙청 왜?… 풀리지 않는 4大 미스터리

    北 장성택 숙청 왜?… 풀리지 않는 4大 미스터리

    ‘장성택 숙청’의 배경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에 적시된 혐의 사실 외의 ‘무엇’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꼬리를 문다. 김정은 1인 지배 체제를 위한 권력 강화설, 장성택 측근 망명 촉발설, 비자금 다툼 그리고 강경파 요구설까지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그의 공식적인 죄명은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로, 북한에서는 공개 처형까지 당할 수 있는 중범죄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을 도운 ‘개국 공신’이 하루아침에 처형을 기다리는 대역 죄인의 신세가 된 것이다. 먼저 그가 김 제1위원장의 권위에 도전하며 역심을 품어 숙청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쿠데타를 기도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장성택이 김 제1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옹립하려 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눈 밖에 났던 만큼 승계 정통성을 중시하는 북한의 특성상 신빙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김 제1위원장이 유일 지배 체제를 가속화하기 위해 ‘곁가지’를 쳐내는 차원에서 장성택을 숙청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국가정보원 등은 부인하고 있지만 장성택 측근의 망명이 숙청 사태를 촉발했다는 설도 있다. 지난 9~10월 비자금을 관리하는 인민군 상장 계급의 장성택 측근이 김 제1위원장의 통치 자금 정보와 핵개발 기밀 문서를 빼내 중국으로 도피했다는 게 망명설의 요지다. 외화벌이 등을 총괄해 온 장성택이 김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빼돌려 갈등이 증폭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 대한 광물 수출과 광산 매각에 개입해 온 장성택이 ‘금은 절대 팔지 말라’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에도 불구하고 금 매각을 주도했고 많은 외화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실제 결정서에는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 행위”가 적시돼 있다. 이와 관련,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11일 “장성택의 최측근인 장수길 부부장이 이권 사업으로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직영하는 ‘해당화’ 식당에서 대규모 비리가 적발됐고, 결국 장성택 숙청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제1위원장이 통치 자금 누수를 전면 조사하면서 횡령 등의 비리를 적발했고, 이를 계기로 장성택이 실권을 쥐고 있던 돈줄을 접수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성택 숙청이 김 제1위원장의 의지보다는 북한 내 강경파들의 요구를 수용한 권력 구도의 변화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토마스 쉐퍼 평양 주재 독일 대사는 1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개방 세력과 위기 의식이 커진 군부 내 강경파의 충돌이 장성택 숙청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쉐퍼 대사는 2007년부터 3년간 주북한 대사를 역임했고 지난 7월 다시 주북한 대사로 복귀했다. 김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가 50여일째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점을 들어 ‘리설주 연루설’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회자되는 등 북한 내 정보의 폐쇄성으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한편 홍 의원은 북·중 간에 지난 8일 합의된 신의주~평양~개성 380㎞ 구간의 고속철도 및 왕복 8차선 고속도로 건설사업 관련 문건을 이날 공개했다. 홍 의원은 “북한의 대외 개방과 북·중 경협은 장성택의 거취와 관계없이 추진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北 장성택 숙청] 국정원 ‘안도의 한숨’

    북한이 9일 장성택 숙청 사실과 체포 장면을 공식 발표하면서 ‘장성택 실각설’을 처음 공개한 국가정보원도 한숨 돌리게 됐다. 국정원 발표 직후만 해도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정부 내에서도 정보에 대한 신빙성에 온도차가 있었다. 국정원이 ‘물타기’를 위해 설익은 정보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 기류도 불거졌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숙청이 명백히 확인되면서 대북 정보 능력에 대한 신뢰성 우려를 상쇄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보 당국 및 관계 부처가 장성택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그의 최고지도자 수행 빈도가 올 9월까지 49회로 급격히 줄어든 점에 착안했다. 당국은 대북 감청과 휴민트(인적 정보망)망 등 다양한 정보 채널을 가동해 ‘이상 징후’를 파악했고, 결정적으로 지난달 말 장성택 최측근인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 처형 사실을 확인하면서 장성택 실각 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장성택 핵심 측근의 중국 도피 및 제3국 주재 북한 외교관의 망명 요청설 등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가 없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親탁신 vs 反탁신… 태국 모든 갈등의 씨앗

    親탁신 vs 反탁신… 태국 모든 갈등의 씨앗

    태국의 정치 위기는 뿌리가 깊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집권한 뒤부터는 정국이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으로 나뉘면서 분열과 대립이 심해졌다. 탁신 전 총리는 1980년대 이동통신·컴퓨터 사업을 하는 친나왓그룹을 세워 막대한 부를 쌓은 뒤 정치에 입문해 2001년 총리로 선출됐다. 2005년 재선에도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임기 동안 추진해 온 저소득층 중심 정책으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한 덕분이다. 하지만 친나왓그룹 주식을 팔아 19억 달러(약 2조 11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결국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도피해 지금까지 해외를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태국에서 탁신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쿠데타로 쫓겨난 뒤에도 2007년 국민의힘(PPP)당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했고, 2011년 총선에서도 여동생 잉락 친나왓을 내세워 푸어타이당의 압승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그의 부정부패 전력에 염증을 느껴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찮아 그의 복귀는 태국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탁신 전 총리가 쿠데타로 실각한 2006년 이후 태국은 두 진영 간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탁신 전 총리가 자신의 64회 생일을 맞아 국민 화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계 복귀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여당도 이에 맞춰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염두에 둔 포괄적 사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와 그를 반대하는 ‘옐로셔츠’ 세력이 또다시 대립하기 시작했다. 9일 잉락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 수만명이 총리 청사를 향해 행진을 벌이는 ‘마지막 결전’이 본격화되기 몇 시간 전에 총리직 사퇴,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친탁신 진영은 이미 지난 2000년 이후 5번 시행된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잉락 총리의 선언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투표로 가면 우리가 이긴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반정부 시위대 측은 탁신 지지자가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선거로는 탁신 퇴출을 이뤄낼 수 없다며 정부와 맞서고 있다. 이들이 선거를 통하지 않은 과도의회,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하는 것도 총선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잉락 총리가 제안한 조기 총선이 시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초래된 정정 불안이 조기에 해소될지도 미지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중국서 살인·사체유기 뒤 국내 도피 50대 중형

    인천지법 형사13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중국에서 거래처 사장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국내로 도피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기소된 A(51)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3월 3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구용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거래업체 사장 중국인 B(당시 52세)를 둔기로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밀린 납품 대금 5000여만원을 받으러 온 B씨가 ‘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자신의 말에 욕설하자 격분, 살해 후 인적이 드문 구용시 외곽 대나무 숲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국내로 몰래 들어온 A씨는 경기도 안성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며 숨어지내다가 지난 9월 검찰에 체포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등 생명이라는 고귀한 가치를 침해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정은式 공포정치는 ‘양날의 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내친 것은 두 달 전 장성택의 최측근이 중국으로 도피해 우리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6일 급속히 확산됐다. 도피한 장성택의 최측근은 노동당 행정부의 외화벌이와 자금을 총괄하던 인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비자금 내역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측 요원이 한때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등 한·중 정보 당국 간 일촉즉발의 사태까지 치달았고, 현재 우리 정부가 베이징 한국대사관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해당 인사를 보호하고 있지만 중국 측이 한국행을 불허하고 있어 차선책으로 미국이 신병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장성택 최측근 망명설’에 대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일단 부인했다. 외교부, 통일부 등 관계 당국도 “관련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원만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당국이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통치술은 ‘부드러운 독재’에서 ‘폭력적 독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제 집권 초기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비교적 개방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던 김 제1위원장은 장성택 세력 숙청을 계기로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칼을 빼들 수 있는 무소불위의 절대자임을 당·정·군에 각인시켰다. 김일성 주석의 유일한 사위인 장성택의 몰락을 통해 북한의 엘리트들에게 권력 2인자도 힘없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음을 온몸으로 체험시킨 셈이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7명, 올해 40여명을 공개처형하는 등 ‘공포정치’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김정은식(式) 공포정치’가 단기적으로는 김 제1위원장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전기가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북한 체제에 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력 상층부가 ‘보여주기식’ 성과물에만 집착하면 변화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위원장의 공포정치가 엘리트층의 불안심리와 불만을 키워 권력구도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변화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권력 유지를 위한 핵심 이권 사업들도 줄줄이 타격을 입게 되면서 엘리트 결속이 어렵게 된다”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기도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적 혼란과 위기에 공감하기/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적 혼란과 위기에 공감하기/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격동의 2013년이 끝나 가는 즈음, 지구촌 정치판은 여전히 시끄럽다. ‘아랍의 봄’ 물결이 지구촌을 뒤흔든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태국과 우크라이나가 뜨거운 정치적 격랑에 휩싸여 있다. 태국에서는 최초의 여성 총리 잉락 친나왓 정부가 반대 세력의 거센 반정부운동에 직면해 있고,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대외정책에 관한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거리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권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다. 내막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두 나라 사정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외견상으로는 두 나라 내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태국에서는 잉락 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화합법안과 헌법개정안에 대한 야당과 반대세력들의 거부 움직임이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좌초되면서 현 정부의 친러시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둘러싼 의견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지만,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근원은 늘 정책이 아니라 정치에서 유래한다. 태국 정부의 국가화합법안은 2006년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해외로 도피한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태국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헌법개정안도 반대 세력에게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입헌군주제의 틀을 수정하여 왕실 모독죄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고, 군부의 면책특권을 제거하면서 정당에 대한 정치적 제약을 누그러뜨리려는 개헌 시도는 태국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0년 대선 당시 현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야당지도자 율리아 티모셴코가 부패혐의로 유죄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 2005년 이후 두 차례나 총리직을 맡았던 티모셴코는 문호개방을 통해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바람을 위해 유럽연합 가입을 적극 모색해 왔다. 이런 노력이 현 정부에 들어와 틀어지면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망명 중인 탁신과 복역 중인 티모셴코의 그림자가 두 나라의 정치적 혼란의 핵심에 어른거리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민주주의 초년병으로서 두 나라가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 국가나 외부의 분위기 역시 이들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은 탁신정권 당시의 태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후 탁신 세력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잉락의 정치적 승리를 적극 환영했다. 미국으로서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저지하는 데 있어 태국이라는 중요한 포스트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주변 국가들 사이에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일찌감치 동방동반자계획을 통해 구공산권 국가들을 끌어안으려는 구상을 펼쳐 왔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주변 국가들을 포함하는 경제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러시아 다음으로 규모가 큰 우크라이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압박과 회유를 반복해 왔다. 단순한 경제통합의 이슈를 넘어 정치적·전략적 세력권 다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 나라의 민주화나 경제발전 등 대내적인 문제가 자국 국민들의 뜨거운 열정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발목을 잡고, 주위의 견제와 시비가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만큼 역사의 경로 의존성과 강대국들의 이해 다툼은 작은 나라들이 극복해야 할 힘겨운 과제다. 태국과 우크라이나 두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회갈등 현상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만은 아닐 게다. 헌법과 의회라는 정치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민사회운동이 거리로 확산되는 지금, 태국과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우리 자신을 걱정한다면 과연 기우일까.
  • “장성택 자금관리 최측근, 中도피…한국 등 망명 요청”

    “장성택 자금관리 최측근, 中도피…한국 등 망명 요청”

    실각설이 제기된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최측근이 최근 반당 혐의로 북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중국으로 도피해 한국이나 제3국으로의 망명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5일 경향신문은 북·중 관계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 “장 부위원장의 최측근이 중국 현지에서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면서 “이 측근은 장 부위원장의 자금을 관리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중국 측은 망명자의 한국행을 불허하고 있고, 미국은 자국으로 인도받으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부위원장은 북한 나진·선봉 지역, 황금평 경제특구 개발 사업은 물론 외자 유치 전담 창구인 합영투자위원회까지 각종 경제분야에 관여해왔기 때문에 자금 관리를 맡았던 최측근의 망명 여부는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정보 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어 우리 정보 당국 역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장 부위원장 측근의 망명 요청은) 큰 틀에서 맞다”면서 “우리 측이 데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측근의 망명 요청은 북한 내부에서 장 부위원장 세력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있다는 소문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미 공개처형당한 리용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은 물론 조카인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와 누나 장계순, 자형 전영진 쿠바 대사 등 친인척까지 최근 평양으로 소환되고 있어 숙청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 간담회에서 “장성택과 관련됐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대 교수, 여대생 성폭행 혐의 벗고도 해임 당한 이유는

    서울대 교수, 여대생 성폭행 혐의 벗고도 해임 당한 이유는

    성폭행 혐의를 피하려고 외국에 장기간 출국했다가 해임당한 서울대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대 공대 A교수는 지난 2009년 4월 술 취한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A교수는 수사가 시작되는 날 일본으로 출국해 이듬해 1월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성폭행 수사를 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이었고 그가 맡은 수업 3개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A교수는 정부기관 초청을 받아 공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학교 측은 품위 유지 의무를 저버리고 직장을 무단 이탈하는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A교수를 해임했다. 귀국 후 우여곡절 끝에 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교수는 사건 발생 4년 만인 지난 7월 무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A교수의 주장과 변명이 석연치 않지만 공소사실 역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복직하지는 못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조영철 부장판사)는 4일 A교수가 서울대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를 회피하고 국외로 도피한 행위만으로도 국립대 교수이자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형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점을 고려해도 해임처분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檢 스스로 사법정의 무너뜨린 행위… 재수사 통해 진실 밝혀야”

    “檢 스스로 사법정의 무너뜨린 행위… 재수사 통해 진실 밝혀야”

    검찰이 유동천(73) 전 제일저축은행 회장의 기소 근간이 된 배임 등의 주요 범죄 혐의가 유 전 회장이 아닌 아들이 저지른 것을 알면서도 유 전 회장에게 죄를 덮어씌운 것은 사법 정의를 검찰 스스로 무너뜨린 행위라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서 소문이나 추측으로만 떠돌던 ‘대리 처벌’이 검찰이 직접 작성한 문건을 통해 드러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감찰 사안인 동시에 재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서울신문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검찰이 지난해 10월 8일 법원에 제출한 ‘피고인 이철규 알선수재 사건 의견서’ 내용 중 유 전 회장이 아들 대신 형사 책임을 졌다는 부분을 법학 전문가에게 직접 보여주고 자문을 얻었다. 검찰 의견서를 직접 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 정의가 완전히 엉클어진 경우”라며 “재벌 기업의 경우 대표가 혼자 책임지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도 떠도는 얘기 수준이지 실제로 명백히 겉으로 드러난 예는 거의 없다. 검찰이 어떻게 저런 걸 썼는지,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도 황당했겠다”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한 교수는 “심각하다. 감찰위원회가 가동돼야 할 사안”이라며 “사회적 파장이 된다면 기존 수사 검사들의 옷을 벗기고 재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검찰의 반박 논리도 예견했다. 그는 “아마 검찰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유 전 회장도 혐의가 있었고 아들과 아버지의 책임이 분산돼 있었는데 유 전 회장 쪽으로 정리했다’는 식으로 방어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유 전 회장에게 죄가 없음이 적시돼 있어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를 통해 자문한 다른 전문가들도 “처음 들어본다”며 “대리 처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횡령, 배임 등의 경제 비리와 관련해 아들의 죄를 아버지가 대신 처벌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의 ‘플리바게닝’도 자기 죄 중에 가장 큰 죄를 시인하는 조건으로 다른 죄들을 덮어주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한 게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플리바게닝이 가능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범죄는 플리바게닝을 위한 협상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죄 없는 사람을 기소했다면 강요죄에 해당한다”며 “검찰 수사에 불신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형사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정태원 변호사는 “아버지도 배임, 횡령에 일정 부분 죄가 있는데 아들을 면해 주는 대신 자기가 다 덮어쓰는 거라면 모를까 죄가 없는데 덮어씌우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사실이라면 재수사해야 한다. 불법한 직무를 행한 것으로 사실관계를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 김기홍 변호사는 “죄가 없는 사람에게 뒤집어씌워 처벌하는 경우는 그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아버지는 범인도피와 은닉죄가 성립하고 검찰은 범인은닉교사죄가 성립한다. 검찰이 아들을 입건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대리 처벌은 있을 수 없고, 만일 사실이라면 완전히 잘못된 일이다. 검사들이 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죄 없는 사람을 회유, 구속한 건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만일 아버지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아버지도 공범이 된다”며 “아마 아버지도 범죄 혐의가 일정 부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추론했다. 검사 출신 금태섭 변호사는 “대리 처벌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면서 “법적으로 있는 건 아니지만 옛날에는 인지상정상 부부간 또는 부자지간은 함께 구속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다만 그것도 공범인데 가담 정도가 낮을 경우 둘 중 한 사람을 용서해 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유 전 회장에게 ‘거짓 진술’을 회유했는지 등도 의문이다. 이 전 청장은 “유 전 회장이 아들 구속을 면하는 조건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며 “제 사례에 비춰 보면 (검찰 수사가) 상당 부분 과장되거나 억울한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서울대 교수, 성폭행 의혹 피하려고 해외갔다가 교수직 해임

    서울대 교수, 성폭행 의혹 피하려고 해외갔다가 교수직 해임

    성폭행 수사를 피해 해외로 출국했던 서울대 교수가 무죄를 확정지었음에도 결국 해임 취소소송에서 패소됐다. 서울대 공대 A교수는 지난 2009년 4월 술에 취한 여대생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A교수는 수사 개시 당일 일본으로 출국해 이듬해 1월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성폭행 수사를 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이었다. A교수가 맡았던 수업 3개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A교수는 정부기관 초청을 받아 공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측은 품위 유지 의무를 저버리고 직장을 무단 이탈하는 등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A교수를 해임했다. 귀국 후 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교수는 우여곡절 끝에 사건 발생 4년 만인 지난 7월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A교수의 주장과 변명이 석연치 않지만 공소사실 역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A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복직하지 못했다. 학교 측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한 이유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조영철)는 A교수가 서울대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를 회피하고 국외로 도피한 행위만으로도 국립대 교수이자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형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점을 고려해도 해임처분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자체 PC해킹해 1100억대 관급공사 낙찰

    지자체 PC해킹해 1100억대 관급공사 낙찰

    국가 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를 이용하는 개별 사용자들의 컴퓨터를 해킹해 낙찰 가격을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 28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조재연)는 3일 경기·인천·강원지역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관급공사의 낙찰 하한가를 조작해 불법 낙찰을 받은 혐의로 프로그램 개발자 윤모(58)씨와 입찰 브로커 유모(62)씨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건설업자 박모(52)씨 등 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해외로 도피한 악성 해킹 프로그램 개발자 김모(37)씨 등 4명을 지명수배하고, 범행 가담 정도가 가벼운 건설업자 3명은 입건을 유예했다. 이들은 2011∼2012년 나라장터와 공사 발주처인 경기·인천·강원 지역의 지자체 사이에 오가는 입찰 정보를 해킹한 뒤 낙찰 하한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35개 건설업체의 공사 77건을 불법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사 규모는 낙찰가 기준으로 총 1100억원 상당에 달한다. 조사 결과 이들은 공사 예가(예비가격)를 빼내는 데 그쳤던 기존 수법과 달리, 지자체 재무관의 PC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관급공사의 공고번호, 공사기초금액 등을 토대로 새로운 예가를 생성해 대체시키는 등 진화된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악성 프로그램은 낙찰하한가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공사 예가 15개 자체의 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조작한 낙찰 하한가를 토대로 대부분 건설업체는 통상 수십원~1만원 내외의 근소한 차이로 투찰해 관급공사를 낙찰받았다. 특히 인천 지역의 경우 연평도 피격으로 인천 옹진군 일대에 대규모 시설공사 수요가 예상되자, 계획적으로 옹진군청의 재무관 PC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 웅진군이 발주한 203억원 상당의 관급공사 12건을 불법 낙찰받은 건설사도 있었다. 입찰 브로커가 알려준 가격으로 관급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사의 경우 통상 브로커에게 낙찰가의 4∼7%를 현금으로 줬다. 브로커들에게 지급된 낙찰 대가는 총 34억 6300만원에 이른다. 검찰은 “이번 범죄는 지자체 공무원과의 결탁, 건설사와의 담합 등 예전의 전형적인 범죄에서 벗어나 나라장터 전산시스템 해킹을 통해 낙찰가를 조작한 신종 입찰 범죄”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달청은 이 같은 낙찰 하한가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예비가격 순번 재배열 방식을 도입하는 등 예가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 구조를 변경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생각의 궤적(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난주 옮김, 한길사 펴냄)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 방대한 역사 저술 활동을 펼쳐 온 저자가 1975년부터 2012년까지 다양한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엄선해 묶은 에세이집. 역사와 인간, 삶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는 역작들을 내놓기까지 37년간 저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 사고의 흐름 등을 엿볼 수 있다. 책에는 이탈리아에서의 생활, 젊은 날의 지중해 편력, 역사와 문명에 대한 단상, 사람들과의 추억, 역사작가로서의 창작 자세, 음식과 축구 그리고 영화 이야기 등 기존 작품에서 접할 수 없었던 인간 시오노 나나미의 여러 얼굴이 담겨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집필에 얽힌 후일담과 “일을 다 끝내고 죽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는 글 등에선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지칠 줄 모르는 저자의 치열한 창작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420쪽. 1만 6000원. 딜레마(뤼앙 오지앙 지음, 최정수 옮김, 다산초당 펴냄) 정원을 초과한 구명보트에 사람 4명과 개 1마리가 타고 있다고 가정하자. 누구를 바다에 던져야 할까. 여기에 한 가지 정보가 추가된다. 사람들은 도피 중인 대량 학살 주동자들이다. 당신의 판단은 이전과 달라졌는가. 도덕적 직관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것일까. 또는 감정적 판단일까, 아니면 의지를 지닌 자발적 판단일까.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의 윤리 의식과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철학자이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국장인 저자는 극단적인 상황의 사고실험 19가지를 통해 인간의 윤리적 판단이 환경과 입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했다. 절대적으로 옳은 입장이나 답은 없다. 사고실험의 논쟁과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철학적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332쪽. 1만 8000원. 꼬리 치는 당신(권혁웅 지음, 마음산책 펴냄) 시인의 감성으로 500여종의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자, 호랑이, 토끼, 여우처럼 익숙한 동물은 물론이고 사모아쇠물닭, 주머니고양이 등 낯선 이름의 동물, 그리고 공룡, 도도새, 모아처럼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동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지속적으로 품어온 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시와 산문 중간쯤의 압축적인 글로 표현했다. “녹색을 내는 색소가 없으면서도 박각시나방은 초록색 알을 나뭇잎에 낳는다. 천적이 발견할 수 없도록 위장색을 입힌 것. 어떻게 초록색 알을 낳는 걸까. 애벌레 시절에 먹은 잎의 엽록소를 몸에 저장했다가 알에 주는 거다. 박가시나방, 마음이 참 예쁘다. 이것이 진짜 어머니 마음”(어머니의 마음2). 생물학과 철학,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사유가 빚어낸 문장에 섬세한 선과 채색이 돋보이는 수채화가 더해져 읽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608쪽. 1만 5500원. 일곱 계절의 정원으로 남은 사람(칼 푀르스터 지음, 고정희 옮김, 나무도시 펴냄) ‘꽃의 제왕’ ‘독일 정원의 아버지’로 불린 칼 푀르스터(1876~1970)가 쓴 27권의 책과 수백 편의 에세이, 수만 통의 편지 중에서 핵심적인 글들을 뽑아 엮었다. 숙근초 육종가이자 정원사이며 작가였던 그는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여년 동안 포츠담 보르님에 머물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일곱 계절의 정원’ 개념을 발전시켰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꽃의 아름다움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하에 정원을 가꾸고 정원문화를 확산하는 일관된 삶을 살았다. 책은 ‘일곱 계절의 정원’이라는 개념에 맞춰 그의 삶을 일곱 시기로 나누고 각 시기에 쓴 글과 편지를 실었다. 딸 마리안네 푀르스트가 쓴 정원일기 ‘내 아버지의 정원에서 보낸 일곱 계절’도 함께 발간됐다. 304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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