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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시시콜콜] 원폭투하 75주기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

    [임병선의 시시콜콜] 원폭투하 75주기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

    6일과 9일은 각각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에게는 36년 일본 압제의 사슬이 풀린 계기가 된 날이지만 한순간에 두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고 20만명의 목숨을 한꺼번에 빼앗은 날이기도 하다. 영국 BBC는 6일 두 도시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려 전쟁을 끝낸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처음에 보였던 것보다 지금은 훨씬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영어 원문을 옮기니 200자 원고지로 110장에 가까웠다. 뒤에 원문을 링크하니 필요한 분들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여기선 일단 말문을 연다는 의미로 20장 정도로 간추린다. 1980년대 초반 하버드 법대의 로버트 피셔 교수는 핵공격을 시작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나라들에게 새롭지만 소름끼치는 방식을 제안했다. 소 잡는 흉기와 미국 대통령을 연결시켰다. 원자력 과학자 불레틴에 기고한 글을 통해 피셔는 핵폭탄 발사 암호가 들어있는 가방 대신, 자원봉사자의 가슴 근처에 암호를 넣은 캡슐을 심자고 제안했다. 그이는 두꺼운 갑옷을 입은 채로 대통령이 가는 어떤 곳이든 따라가야 한다. 미사일 발사를 승인하기 전에 통수권자가 자원봉사자의 가슴을 열어 암호를 회수하려면 먼저 그를 직접 죽이게 하자는 것이었다. 피셔가 펜타곤의 친구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더니 기겁을 했다. 이런 행동이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피셔에겐 이것이 정곡이었다. 수천명을 죽이는 결정을 내리리면 지도자는 “누군가를 응시해 진짜 죽음이 뭔지, 무고한 죽음은 없는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 카펫부터 피를 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 잡는 흉기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현실의 지정학에서도 도덕적으로 마뜩잖은 일일지 모른다. 과거 지도자들은 핵 공격을 정치군사적으로 필요했던 일이라고 정당화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투하 결정은 도덕성이란 관점보다 그 결과물로 정당화됐다. 2차세계대전을 끝냈고, 전쟁이 길어져 더 나올 인명 피해를 막았으며, 20세기 나머지를 핵전쟁으로 지샐 위험을 오히려 줄였다는 논란 많은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결과물들이 인간성으로 포장된 가장 파괴적인 물질이 가공할 핵 분열을 일으켜 두 문명화된 도시를 끔찍하게 만든 것을 가릴 수는 없다. 우리는 숫자들을 통해 이 사건을 묘사할 수 있다. 적어도 20만명이 섬광, 화염, 방사선에 의해 죽었고, 적어도 수만명이 다쳤으며, 셀 수 없는 세대에 걸쳐 피폭이 남긴 것들과 암, 트라우마가 전해지고 있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삶이 단 한순간에 바뀐 이야기들을 떠올릴 수 있다. 민간인을 향해 핵공격을 시작한 일이 정당할 수 있는가? 어떤 상황이라면 그런 결정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최근 연구자들이나 철학자들은 핵무기가 제기한 도덕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데 그들의 결론은 쉬운 답이 없다는 것이다.두 도시에 원폭 투하를 결정한 해리 트루먼의 미국 행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더 많은 이들의 이익, 공리를 위해 불행했지만 필요한 결정이었다는 것이었다. 1947년 헨리 스팀슨 전쟁 장관은 “1945년 여름 미국의 주요한 정치적, 사회적, 군사적 목표는 일본의 즉각적이고도 완벽한 투항이었다”고 적었다. 지상으로 침공하면 미군 병사 10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을 것으로 추정됐다. 스팀슨은 일본은 그보다 훨씬 더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먹혀들어 당시 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85%의 미국인이 원폭 투하에 찬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루먼이 후회했는지 스스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재무장관의 일기에 슬쩍 언급되는데 “트루먼이 ‘그 어린 아이들 모두를’ 죽이고 싶지 않다”며 나가사키 이후 추가 원폭 투하를 멈추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합군과 일본의 전쟁이 길어지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반면, 몇몇 역사적 평가들은 당시 현실이 훨씬 복잡했다고 주장한다. 싸움을 끝냈고 그 뒤 75년 동안 핵재앙이 없었다는 결과물에만 집중해 바라보면 대안적인 역사적 여로는 막히게 된다. 미국이 두 도시보다 먼저 도쿄만에 떨어뜨려 그 위력을 살짝 보여주기만 했더라면 일본이 어떻게 나왔을까? 일왕이 먼저 내각에 항복하자고 요청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을까? 일본에서 미군이 지상전을 벌인다면 100만명 이상 죽는다는 예측은 정확했던 것일까 등등은 결코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는 가정형 질문들이다. 스팀슨이 얘기한 절대다수의 고통을 덜기 위한 폭탄 투하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공리주의에 입각한 것이라고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지적했다. 최근 논문에서 그는 두 도시의 원폭과 이른바 ‘전차 문제’로 얘기되는 공리주의 딜레마를 연결시켰다. 원래 필리파 풋이란 철학자가 제기했는데 한 선로를 택하면 한 사람이 죽고, 다른 선로를 택하면 다섯이 목숨을 잃을 때 과연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이 가능한 일인지 묻는다. 모리오카 교수가 강의 중 이런 얘기를 했더니 대학생들은 선로를 변경해 한 사람을 죽이는 쪽을 택하겠다면서 “트루먼이나 스팀슨이 결정을 내리며 가졌던 고민과 (자신들의 딜레마가) 똑같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더라”고 털어놓았다. 그 역시 두 도시의 일을 공리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은 죽은 자와 다친 자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는지는 그 문제에서 지워져 있다”고 지적한 그는 “만약 숨진 이들이 여기 살아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우리는 진지하게 상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탄을 정당화하는 기본 논리에 인간애가 결여돼 있다고 했다. “그렇게 정당화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시선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가장하게 되는데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옳지 않고, 문제 투성이에 불편하기 짝이 없다.”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신경과학자 레베카 색스도 모리오카처럼 미국 대통령이 공리주의 논리를 충실히 따른다면, 한 사람의 가슴을 열어 핵 암호를 얻는 일에 주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아 다른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수만명을 기꺼이 살해할 준비가 돼 있는가? 몇몇 대통령은 흉기에 손을 뻗칠 수도 있지만 피셔의 국방부 친구들은 그 행동의 결과가 너무 끔찍하기 때문에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암호를 얻으려 한 사람을 살해하는 행동은 잔인한 살인을 금지하고 처벌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갖고 있다. 색스가 지적한 대로 그런 행동은 미리 계획되고 의도적이며 자위적이 아니며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된다. 개인이 이렇게 살인을 규정하고 저질러도 안 될 일인데 하물며 지도자나 국가가 이런 행위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우리네 도덕적 태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살인을 반감을 갖게 하는 행동에 가깝게 여겨 가벼운 욕지기를 일으키는 행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밀쳐내거나 흉기로 찌르거나 총을 발사하는 시나리오에 자신을 결부시키면 최대 다수를 위해 살인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덜 지지하게 마련이다. 앞의 전차 문제에서 다수는 철로를 바꿔 한 명을 죽이는 행위에 찬동한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 한 남자를 밀쳐내야만 치명적인 전철을 막을 수 있다는 다른 시나리오를 들으면 많은 이들이 주저하게 된다. 사람들이 때때로 불운한 사람을 “뚱보”라고 표현하는데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 암호명이 같은 이름이었던 것은 다소 암울한 우연의 일치다. 다섯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쯤은, 이란 논리가 여전히 들어 있지만 누군가를 미는 행위는 많은 이들에게 틀렸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론 다는 아니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런 공리주의 판단에 훨씬 높게 찬동하더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아쉽지만 이만 줄인다. 시간을 갖고 꼼꼼히 원문을 읽어보기 바라고 많은 생각을 나눴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뚱보’를 태우고 히로시마 상공을 난 미군 조종사는 어떤 생각을 하며 작전에 임했고 나중에 어떻게 생각했을까, 일본은 과연 진정으로 식민 지배와 침략을 회개하고 있는가, 최근 아베 정권이 보여주는 행보는 진정한 반성과 회오를 보여주고 있는가, 이들이 딴 생각을 먹게 만드는 데 맥아더 등 미국은 원인 제공을 했던 것은 아닌가 등등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임병선 논설위원 bsnim@seoul.co.kr
  • “광역단체 하나가 소멸”…일본 인구, 역대 가장 큰 폭 감소

    “광역단체 하나가 소멸”…일본 인구, 역대 가장 큰 폭 감소

    일본의 총인구가 처음으로 연간 50만명 이상 줄어들면서 11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일본 총무성의 5일 발표에 따르면 올 1월 1일 기준 전체 인구는 1억 2427만 1318명으로 1년 전보다 50만 5046명(0.40%) 감소했다. 돗토리현 전체(55만 6195명) 만큼의 인구가 한해 동안 사라진 것이다. 1억 2707만명에 달했던 2009년 이후 11년 연속 감소로 1968년 조사 개시 이후 최대폭이다. 광역단체별로 6만 8547명(0.52%)이 증가한 도쿄도를 비롯해 가나가와현, 오키나와현 등 3곳에서만 인구가 증가했다. 도쿄·가나가와와 함께 수도권을 형성하며 인구가 늘어왔던 사이타마현과 지바현도 지난해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구 감소가 가장 큰 곳은 홋카이도(4만 2286명)였으며 이어 효고현(2만 6937명), 시즈오카현(2만 5600명) 순이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는 86만 6908명으로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90만명을 밑돌았고, 사망자는 137만 8906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0.35%포인트 높아진 28.41%였다. 생산인구(15~64세)의 비율은 59.29%로 0.20%포인트 감소했다. 일본에 사는 외국인은 286만 6715명으로 전년보다 19만 9516명(7.48%) 증가하면서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25%로 2012년 외국인 주민기본대장 등재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아베 정권 ‘여행경비 50% 지원’ 이후 코로나 감염 2.4배 증가

    日아베 정권 ‘여행경비 50% 지원’ 이후 코로나 감염 2.4배 증가

    일본 정부가 지난달 22일 무리하게 시행한 관광 활성화 정책 ‘고투(Goto) 트래블’ 사업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아사히신문이 6일 보도했다. 국내 여행비용의 최대 50%를 국가에서 보조하는 고투 트래블 사업은 아베 신조 정권이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강행해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적잖은 반발을 샀던 정책이다. 아사히의 자체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15~21일’ 1주일간의 일본 전역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546명이었다. 이 기간 중 도쿄도는 232명이었지만 다른 광역단체들은 100명 미만이었다. 규슈와 도호쿠 등의 8곳에서는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7월 29일~8월 4일’의 1주일간은 일본 전역 확진자가 하루 평균 1305명으로 증가했다. 7월 15~21일 전체의 2.4배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도쿄도 344명, 오사카부 184명, 아이치현 158명, 후쿠오카현 117명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4개 권역에서는 일제히 하루 평균 감염자 수가 세 자릿수로 치솟았다. 오키나와현은 고투 트래블 시작 전 1주일간 하루 평균 1명이었으나 최근 1주일간은 58명으로 폭증했고, 구마모토현도 같은 기간 1명 미만에서 21명으로 늘었다. 아사히는 “여행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는 사례가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적 왕래와 감염 방지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되는데도 정부가 ‘긴급사태’의 재선언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자 광역단체들은 개별적으로 독자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쿄도와 오사카부는 주류 제공 음식점 등에 대한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했고 오키나와현과 기후현, 아이치현은 6일부터 관내에 이동자제 등을 요청하는 긴급사태를 발령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지지율 폭락 아베 “국회 해산보다는 코로나 대응”…가을선거 포기한 듯

    지지율 폭락 아베 “국회 해산보다는 코로나 대응”…가을선거 포기한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치적 난국 타개를 위해 올 가을 ‘중의원 해산→총선거 실시’를 선택할 지 여부가 관심을 모아온 가운데 본인이 직접 그 가능성을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7일 발매되는 월간지 주오코론(中央公論) 9월호 인터뷰에서 조기 중의원 해산·총선거 실시에 명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국민의 뜻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주저없이 중의원을 해산해야 하겠지만, 지금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내각 지지율이 최악의 상대로 떨어진 데 대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함께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의원 조기 해산의 필요성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자민당내 일부 세력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해산에 대한 생각은 당장은) 머리 한구석에도 없다” 등 부정하는듯 하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는듯한 태도를 취하며 억측을 부추겨 왔다. 그러나 야권은 물론이고 당내 최대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정권의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달 말 “올 가을 해산은 어렵다. 코로나19 대응에 전념해 더 이상의 확산을 어떻게는 피하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라고 발언하는 등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흐름이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총리가 중의원 해산 권리를 가진다. 이를 이용해 일본의 역대 총리들은 정치적 위기 등 국면에서 정국 구도를 새로 짜기 위해 해산권을 행사해 왔다. 아베 총리도 2017년 사학법인 스캔들로 지지율이 폭락하자 중의원을 해산, 10월 총선거에서 승리한 바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유럽진출 1호·월북… 화가 배운성을 만나다

    유럽진출 1호·월북… 화가 배운성을 만나다

    등록문화재 ‘가족도’ 등 작품 한자리에2001년 48점 첫 공개 이후 19년 만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는 1909년 일본 도쿄미술학교 서양학과에 입학한 고희동(1886~1965)이지만 서양화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유학하고, 현지 화단에서 활동한 1호 화가는 배운성(1901~1978)이다. 192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40년 귀국 전까지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며 파리 ‘살롱 도톤느’ 등 여러 공모전에 입상했고, 수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귀국 후엔 홍익대 미술대 초대학장, 경주예술학교 명예학장으로 추대되며 한국 미술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6·25전쟁 직후 월북하면서 그에 대한 기록과 연구는 자취를 감췄다. 1988년 월북 예술인들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에도 배운성의 작품이 공개된 건 전무했다. 그러다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배운성이 유럽 체류 시절 완성한 작품 48점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불문학자인 전창곤 대전 프랑스문화원장이 파리에 유학하던 1997~98년 골동품상에게 두 차례에 걸쳐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가 그해 귀국하면서 들여온 것이다. 한옥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는 듯한 대가족의 모습을 그린 ‘가족도’, 이국적인 외모의 여인을 그린 ‘화가의 아내’ 등 인물의 초상과 한국 전통민속을 그린 그림들은 동양적인 선과 서양 기법을 조화시킨 그의 초기 작품세계를 엿보게 했다.19년 만에 그의 작품 48점을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웅갤러리·본갤러리·아트아리가 합심해 ‘배운성 전 1901-1978: 근대를 열다’를 기획했다. 작품 판매가 주업인 상업화랑에서 열리지만 순수하게 관람객 감상을 위한 전시다. “작품을 뿔뿔이 흩어지게 할 순 없다”(전창곤 원장)는 소장자의 신념과 “1년에 한 달 정도는 대중을 위한 전시를 하고 싶다”(최웅철 웅갤러리 대표)는 화랑주의 결단이 맞아떨어졌다. 한국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근대미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당대 주거와 복식 등을 생생하게 묘사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가족도’에는 화가 자신의 모습도 담겨 있다. 맨 왼쪽 수줍은 듯 다소곳하게 서 있는 젊은 남자가 배운성이다. 그림 속 가족은 가난 때문에 그가 열다섯 살에 서생으로 들어간 서울 갑부 백인기의 가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일본을 거쳐 독일로 떠난 것도 백인기의 아들 백명곤의 유학길에 동행한 것이었다. 남의 집 더부살이에서 유럽 진출 1호 화가로 명성을 떨치고, 이어 월북 화가로 금기시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배운성을 돌아보는 기회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입장료 3000원.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속보] 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연일 1000명 넘어

    [속보] 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연일 1000명 넘어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을 넘고 있다. 5일 NHK 집계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확인된 신규 확진자(오후 9시 기준)는 도쿄 263명, 오사카 196명을 포함해 총 1343명이다. 일본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달 29일 1000명 선을 돌파하며 5일 연속 1000명대를 유지했다. 이후 지난 3일 960명대로 떨어졌다가 전날에 이어 이틀째 1000명대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4만3511명, 사망자는 이날 5명 늘어나 1041명으로 집계됐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초고밀화 허용, 서울지역 인구 집중화-지역균형 발전 저해

    초고밀화 허용, 서울지역 인구 집중화-지역균형 발전 저해

    무한정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8.4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 발표되자 수도권 지자체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용적률 500%, 50층까지 건축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대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택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각계 지적이다.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각 지역에 혁신도시가 조성되고 주요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난 또한 거세다. 게다가 청와대와 국회까지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수도권 지역에 고밀도화를 허용하는 정부 부동산 대책은 큰 틀에서 방향이 서로 어긋나고 있다. 시장은 에측 가능한 신호를 보내지만 그때그때의 목적과 논리에 따른 정부 정책은 예측이 불가해 시장 혼란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이유로 서울지역만 특혜를 주듯 규제를 완화해 개발하면 더욱 비수도권과의 격차만 벌이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지금까지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모든 정책의 틀을 허물며 큰 혼란으로 이어져 주택 시장은 더욱 안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일 평촌 1기 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한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신규택지 개발, 이웃한 과천지역 아파트 공급 등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장 안양지역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고, 시간을 갖고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서울지역 용적률을 완화해 고밀도화하면 결국 서울 지역 인구 집중화 현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안양권도 피해가 있겠지만 시흥이나 평택 등 경기도 외곽 지역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안양지역은 경기도보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젊은 주민들이 많다”며 “일본 도쿄처럼 서울이 초고밀도화 되면 인구의 집중화로 안양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도 여러 지자체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며 “단순히 주택 공급만이 아닌 도시기반 시설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지역 고밀도화는 교통, 범죄, 주거환경 등을 도시문제를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의 큰 정책 방향인 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적했다. 그는 “주택정책도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결과물을 보고 정책을 세웠으면 하는 것이 국민 생각인 것 같다”며 “단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다 보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너무 커 나중에 치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시행착오는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실물경제를 잘 아는 관계 전문가의 조언이나 자료를 참고해 정책을 시행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나오자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고양 일산 주민들은 지역 벌전을 저해하는 정부 정책에 또다시 깊은 좌절을 느꼈다. 3기 신도시 반대 운동을 전개해 온 일산신도시연합회 측은 “정부가 서울 및 3기 신도시를 초고밀로 개발하면 서울지역과 더 먼거리에 위치한 1·2기 신도시는 다 죽으라는 것”이라며 이번 정부 대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1기 신도시 분당 정자동 한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이번 집값 안정화 대책에서 그린밸트 개발이 빠져 성남지역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용적률을 높여서 얻어지는 부분을 기부채납 받아 공공 분양을 하려면 우선 재건축 조합 동의를 얻어야 되는데 조합에서 선듯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분당지역의 30년 이상된 아파트 입주민들은 재건축 규제로 리모델링을 통한 새 아파트 입주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코로나 예방위해 비명 금지’ 日 놀이공원, 대신 ‘비명 스티커’ 붙여라

    ‘코로나 예방위해 비명 금지’ 日 놀이공원, 대신 ‘비명 스티커’ 붙여라

    코로나19 여파로 임시 휴업에 돌입했던 일본 놀이공원들이 재개장한 가운데, 한 테마파크가 이른바 ‘비명 금지’ 지침에 대응한 ‘비명 스티커’를 내놨다. 2일(현지시간) 일본 구마모토현 아라오시 소재 테마파크 ‘그린랜드’ 측은 놀이공원 운영지침에 따라 비명을 지를 수 없는 이용객을 위해 마스크에 붙일 수 있는 ‘비명 스티커’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일본 테마파크협회는 지난 5월 놀이공원 재개장과 동시에 이른바 ‘비명 금지’ 지침을 하달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격한 놀이기구 이용 시 비명을 지르면 마스크가 벗겨질 가능성이 커 감염이 우려되므로, 되도록 소리를 지르지 말라는 얘기였다. 도쿄 후지큐 하이랜드 놀이공원은 아예 임원들을 롤러코스터에 태워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약 70m 높이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공원 관계자들은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롤러코스터에서 한시도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공원 측은 ‘부디 마음으로만 소리를 지르라’는 당부로 영상을 마무리했다.이용객들은 불평을 쏟아냈다. 4개월 만에 문을 연 도쿄 디즈니랜드를 찾은 대학생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 왔는데 소리도 못 지르게 하는 것은 일종의 고문”이라고 푸념했다. 다른 이용객은 “홍콩과 상하이 놀이공원에는 그런 규정이 없다. 비명이 (저절로) 나오는 걸 어떻게 하느냐”라고 황당해했다. 아찔한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놀이기구를 타는데 어떻게 침묵을 유지하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아라오시 소재 ‘그린랜드’는 이런 이용객 불만을 수렴해 지난달 15일부터 독특한 캠페인을 시작했다.5가지 각기 다른 입 모양 스티커를 준비해 이용객에게 배부하고, 마스크에 부착하도록 하고 했다. 이를 통해 비명을 지르지 않고도 마치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겠다는 취지다. 직원들이 스티커를 부착한 마스크를 쓰고 롤러코스터에 올라 대리만족을 느끼는 홍보 영상도 만들었다. 이에 대해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놀이기구를 탄 사람이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구강청결제가 코로나19 예방 특효”…오사카 지사 발표에 품절 대소동

    “구강청결제가 코로나19 예방 특효”…오사카 지사 발표에 품절 대소동

    지난 4일 오후 일본에서는 동네약국의 구강청결제가 순식간에 동나고 인터넷에서 웃돈까지 얹어져 팔리는 등 갑작스런 대소동이 일어났다. 특정 성분이 함유된 구강청결제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데 따른 것이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는 이날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시장 및 의료센터 연구진 등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갖고 “거짓말 같은 진짜 이야기”라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구강청결제가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실험결과 구강청결제를 사용해 입안을 가글할 경우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크게 줄어든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사카부립병원기구 산하 오사카하비키노의료센터는 지난 6~7월 경증 또는 무증상의 코로나19 감염자 41명에게 ‘포비돈요오드’ 성분이 들어간 구강청결제를 제공하고 하루 4차례 입안을 가글하도록 했다. 타액 속의 바이러스가 줄어들면 중증화될 위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착안한 실험이었다. 가글을 시작한지 4일째 되는 날 실험 참가자들의 타액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양성률이 21.0%로 나와 가글하지 않은 그룹의 56.3%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이날 기자회견 직후 오사카뿐 아니라 도쿄를 포함한 일본 주요 지역의 약국 및 생활용품점 판매대에서는 ‘이소진’(제품명) 등 포비돈요오드 성분이 들어간 구강청결제들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요시무라 지사의 기자회견은 오후 2시쯤이었지만, 이미 오후 4시에 도쿄 스기나미구의 한 약국에는 ‘이소진 판매 1가족 1개까지’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정의 중의원 의원회관 구내약국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인터넷쇼핑에서도 매진이 속출했다. 개인 간 판매 사이트 ‘메르카리’에서는 1000엔대의 제품이 6000엔대에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오사카부의 발표가 지나치게 섣부른 것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다카토리게 도시오 간사이대 교수(공중위생학)는 “기침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유효할지 모른다”면서도 “이를 통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고 과신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나 갑상선 질환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보통의 건강상태에서도 과도한 가글은 체내 세균의 균형을 무너뜨릴 소지가 있다”며 요시무라 지사의 발표가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게 무슨 강의냐”… 온라인수업에 분노 폭발한 日대학생들

    “이게 무슨 강의냐”… 온라인수업에 분노 폭발한 日대학생들

    코로나19 사태로 캠퍼스에 가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원격강의를 받고 있는 일본 대학생들의 불만이 거의 폭발할 지경이라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놀이시설은 다시 문을 열었는데 대학은 왜 아직인가“와 같은 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방역이 우선이라며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게이오대 1학년 여학생(19)의 사례를 소개했다. 입학 이후 단 한 차례도 캠퍼스에 발을 들여 본 적이 없다는 이 학생은 “녹화된 강의 영상을 집에서 보면서 쪽지시험이나 리포트 과제 등을 하는데, 하루 10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에 가지 못하다 보니 SNS를 통해 스포츠 관련 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선배들로부터 트위터를 통해 몸동작 방법 따위만 전수받을 따름이다. 거리에서 친구끼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고등학생들이 외려 부러울 정도다. 1학기 강의를 모두 온라인으로만 받은 수도권 사립대 3학년 여학생(20)은 “이것이 과연 수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인지 모르겠다”며 강의의 질에 불만을 토로했다. 예정된 시간이 돼도 강의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과제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안내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소규모라도 좋으니 오프라인 대면수업을 재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수도권 사립대 2학년 남학생(19)도 “강의 영상을 보면서 온라인으로 리포트만 제출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거의 통신교육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학 측에 학비를 깎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부모의 수입이 급감한 일부 학생들만 해당된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트위터에는 ‘#학생의 일상도 중요하다’라는 문구가 해시태그로 확산되는 등 분노와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대학생이 됐는데 친구도 한 명 없이 여름방학이라니”, “내 인생 처음으로 거액의 빚을 지고 대학에 다니는데 매일 혼자 집에서만 용을 쓰고 있다”와 같은 글들이다. 초중고교 휴교가 풀리고 경제활동이 상당 부분 재개됐다는 점에서 “초중고도 되고, 디즈니랜드도 되고, 밤거리 업소들도 되는데 왜 대학은 안 되는 거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당장 수업과 캠퍼스 생활보다는 감염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문부과학성 집계에 따르면 이달 2일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학생 690명 중 77%인 532명이 7월 이후 감염된 경우였다. 대학생이 포함된 집단감염 사례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들은 ‘도쿄도~이바라키현’, ‘사이타마현~가나가와현’과 같이 광역단체간 장거리 통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지하철 등 교통기관을 통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학의 수업 정상화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대학들도 학생들의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을 일정수준 이해하고 있다. 메이지대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의 질을 높이려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과거와 같은 대면수업으로 돌아갈 것이란 점에서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대학이 많다”고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1974년 日기업 상대 연쇄 폭파사건 다뤄일본의 반성 없는 모습 경고한 무장투쟁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 평가 갈려 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조직원의 가족 “민중과 민중이 나서 한일관계 개선 가능”“제가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피해자의 자리에서만 세계사의 흐름을 인식해 왔다면,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가해자의 자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1974년 8월 30일부터 벌어진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연쇄 폭파 사건을 영상에 담은 김미례 감독이 밝힌 소감이다. 그의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20일 개봉)은 ‘반일’을 기치로 내걸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폭파하며 반성 없는 태도를 엄중 경고한 무장투쟁 그룹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그린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제작 동기를 밝혔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일용직 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노가다’·2005)를 제작하면서 일본 관련 운동을 하는 이들을 알게 됐다. “그분들 운동의 전신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고 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가 역사학자와 함께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며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각각 다른 조직인 ‘늑대’와 ‘대지의 엄니’, ‘전갈’ 부대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아홉 건의 연속 폭파 사건을 조망한다. 이들은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빌딩부터 공격하면서 해외 활동을 멈추고 개발도상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4·19혁명 날에 폭파를 감행하는 등 한국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기념하기도 했다. 부대원 일부는 실형을 받았거나 국제수배 중이다. 감옥에서도 외부와 소통했고, 이들을 후원하는 이들도 생겼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질문을 던진다. 가해자로서 자각과 반성은 필요하지만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들의 행동은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쉽게 이해받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 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늑대’ 일원의 사촌형이기도 한 오타 마사쿠니는 “결사, 집회 등의 정치적 자유가 있었던 일본에서 그런 방법(폭력)을 선택한 것은 큰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반세기 전을 반면교사 삼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 상황은 일본의 책임이 상당히 크지만 좀더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무장전선이 활동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국가와 국가뿐 아니라 민중과 민중이 직접적으로 토론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대니까요.”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보복 대신 항고 택한 日… 한일 시간 벌었지만 ‘현금화’가 분수령

    보복 대신 항고 택한 日… 한일 시간 벌었지만 ‘현금화’가 분수령

    日 국내자산 압류 공시송달 효력 발생양국 “타협 어렵다”… 보복 조치 무게韓 맞대응하거나 지소미아 종료할 듯타결 없이 연말 현금화되면 파국 우려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이 4일 한국 법원의 자산 압류명령에 즉시 항고하기로 결정하고, 일본 정부가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협의할 시간을 다소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재차 으름장을 놓고 양국이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결국 타협 없이 현금화 절차가 진행돼 양국 관계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인 PNR 주식 8만 1075주에 대한 압류명령의 공시송달은 4일 0시부로 효력이 발생했다. 일본제철이 공시송달을 통해 압류명령을 송달받은 것으로 간주됐기에 11일 0시 압류명령이 확정될 예정이었지만, 일본제철이 즉시 항고해 연기될 전망이다. 압류명령이 확정되더라도 매각명령 심리, 자산가치 평가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매각까지 수개월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도 이날 즉각적인 보복 조치는 취하지 않음에 따라 양국이 협의할 여지는 남겨둔 모양새다. 하지만 연말로 예상되는 실제 매각, 즉 현금화까지 한일 양국이 타협을 도출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양국은 지난해 7월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국장급 협의를 열고 강제징용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진전이 없다. 이에 양국이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현금화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이날 ‘현금화 시 보복’을 재차 강조한 것은 추가 보복을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일본의 추가 보복에 맞대응하거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은 자국 기업의 현금화만 막으라는 것인데 한국은 사법부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기에 양국이 중간에서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없다”며 “일본은 매각명령이 나오면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에 대해 정부는 의연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더이상의 한일 관계 악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양국 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 “강제매각 땐 보복”… 한국 정부에 해결요구

    日 “강제매각 땐 보복”… 한국 정부에 해결요구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4일 0시부터 피고인 일본제철 자산에 대한 강제 매각(현금화) 절차가 가능해지자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해결 책임’을 강조하며 현금화 실행 시 보복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본제철은 한국 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피해자) 문제에 관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 사법 절차는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의 관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압류명령이지만 (절차가 계속 진행돼)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조기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 등 판결과 관련 있는 정부기관의 수장들은 일제히 기자회견을 갖고 한목소리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자국 언론에 관세 인상, 송금 규제 강화, 비자 발급 엄격화, 금융 제재,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 소환 조치 등의 가능성을 흘리며 한국 정부를 압박해 왔다. 일본 정부와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일본제철은 이날 “국가 간 정식합의인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 법원의 압류명령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제철의 즉시항고 제기 시한은 오는 10일까지다. 즉시항고는 집행정지의 효력을 갖기 때문에 매각을 통한 현금화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늦추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베, 피 토했다” 日주간지 ‘아베 건강이상설’ 보도…“문제 없다”(종합)

    “아베, 피 토했다” 日주간지 ‘아베 건강이상설’ 보도…“문제 없다”(종합)

    아베, 2007년 대장염 악화로 퇴진 전력코로나 신규 확진 또 1000명 재진입리더십 논란 속 조기 퇴진 압박 가중고정지지층, 아베 등돌려 스트레스↑일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관저 내 집무실에서 피를 토했다는 일본 주간지 보도가 나오면서 아베 총리의 건강이상설이 급부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일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07년에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돼 총리가 된 지 1년 만에 물러났던 적이 있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스가 관방 “직무 전념 중…전혀 문제 없다”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선 제기된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내가 매일 보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담담하게 직무에 전념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최근 일본 관가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호우 재해가 겹치면서 아베 총리가 격무에 지쳐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또 아베 총리가 올 정기국회 폐회 다음 날인 6월 18일 이후로 정식 기자회견을 피하는 등 집무실에서 ‘은둔형’ 근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실제 이날 일본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 수는 하루 만에 다시 1000명대로 올라서는 등 폭발적인 증가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日 코로나 신규 확진 다시 1000명대야당 “아베 조기 사퇴하라” 압박 NHK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신규 확진자 수(오후 10시 기준)는 도쿄 309명, 오사카 193명을 포함해 총 1235명이다. 일본의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달 29일 1000명 선을 돌파하며 5일 연속 1000명대를 유지한 뒤 전날 960명대로 떨어졌다가 이날 다시 1000명대가 됐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수는 4만 2163명, 사망자는 1035명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전날 집권 자민당과의 당정회의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회경제 활동을 유지하면서 감염 억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아베 총리의 이런 미온적 대응을 “조령모개(朝令暮改)의 무정부 상태”라고 비판하고 조기 퇴진을 촉구했다. 에다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면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경계를 넘어 감염이 확산하는데 여행을 장려하는 ‘고투(Go To) 캠페인’ 사업을 밀어붙이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위기 극복을 위해 진두지휘할 의사가 없다면 한시라도 빨리 물러나 다른 총리가 이끌도록 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책임이라고 주장했다.日 플래시 “아베, 관저 집무실서 토혈” 이런 상황에서 이날 발매된 사진 전문 주간지 ‘플래시’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6일 관저 내 집무실에서 토혈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이 기사의 진위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문제가 없다”는 말로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 말기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한 것을 이유로 내세워 총리가 된 지 약 1년 만에 퇴진한 바 있다. 2012년 제2차 집권에 도전할 때 당시의 건강 문제가 불거졌으나 신약 덕분에 완치했다고 주장해 위기를 넘겼다. 4일자 일본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아베 총리의 전날 동정(총리의 하루)을 보면, 오전 9시 56분 관저로 출근해 오후 6시 37분 퇴근해 사저로 갔다. 오전에는 언론 인터뷰 등 4개, 오후에는 당정회의 등 12개의 일정을 소화했다.‘고정지지층’ 30대 유권자 아베 지지 철회아베 지지 평균 38%… 재집권 이래 최저 아베 총리에게 굳건한 지지를 보냈던 일본의 30대 유권자들이 부정적 기류로 돌아선 것도 아베 총리에게 스트레스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30대 유권자층은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때도 꾸준하게 지지를 표명하거나 일시적으로 비판했다가 머지않아 지지로 돌아섰던 ‘고정 지지 계층’이라서 아베 정권의 기반 붕괴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후 지난달까지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111차례의 여론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최근에 30대 이하 유권자의 아베 내각 지지율 저하 경향이 두드러졌다. 30대 유권자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올해 1∼7월 평균 38%를 기록해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 각 연도 1∼7월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 5월 조사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아베 내각 지지율이 29%였는데 30대의 경우 27%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당시 30대 유권자 중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45%에 달했다. 올해 2∼7월 조사에서 30대 유권자는 평균 55%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30대의 경우 육아와 근로가 한창인 세대로 코로나19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한 세대라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日 전범기업에 폭탄… ‘가해자의 자리’ 생각하게 됐죠”

    1974년 日기업 상대 연쇄 폭파사건 다뤄일본의 반성 없는 모습 경고한 무장투쟁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 평가 갈려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조직원의 가족 “민중과 민중이 나서 한일관계 개선 가능”“제가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피해자의 자리에서만 세계사의 흐름을 인식해 왔다면,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가해자의 자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1974년 8월 30일부터 벌어진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연쇄 폭파 사건을 영상에 담은 김미례 감독이 밝힌 소감이다. 그의 영화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20일 개봉)은 ‘반일’을 기치로 내걸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성장한 기업들을 폭파하며 반성 없는 태도를 엄중 경고한 무장투쟁 그룹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을 그린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제작 동기를 밝혔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일용직 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노가다’·2005)를 제작하면서 일본 관련 운동을 하는 이들을 알게 됐다. “그분들 운동의 전신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고 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가 역사학자와 함께 공부하고 자료를 모으며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각각 다른 조직인 ‘늑대’와 ‘대지의 엄니’, ‘전갈’ 부대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아홉 건의 연속 폭파 사건을 조망한다. 이들은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빌딩부터 공격하면서 해외 활동을 멈추고 개발도상국에 있는 모든 자산을 포기하라고 경고했다. 4·19혁명 날에 폭파를 감행하는 등 한국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기념하기도 했다. 부대원 일부는 실형을 받았거나 국제수배 중이다. 감옥에서도 외부와 소통했고, 이들을 후원하는 이들도 생겼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질문을 던진다. 가해자로서 자각과 반성은 필요하지만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들의 행동은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쉽게 이해받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 식민지 문제 연구자이자 ‘늑대’ 일원의 사촌형이기도 한 오타 마사쿠니는 “결사, 집회 등의 정치적 자유가 있었던 일본에서 그런 방법(폭력)을 선택한 것은 큰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반세기 전을 반면교사 삼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 상황은 일본의 책임이 상당히 크지만 좀더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무장전선이 활동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국가와 국가뿐 아니라 민중과 민중이 직접적으로 토론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대니까요.”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일본 화산 분화에 화산재 한반도 방향 확산…기상청 “비껴갈 것”

    일본 화산 분화에 화산재 한반도 방향 확산…기상청 “비껴갈 것”

    일본 니시노시마(西之島) 화산이 지난 6월 12일 이후 현재까지 분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와 화산가스 일부는 북태평양 고기압 기류를 따라 한반도 방향으로 퍼지고 있다. 화산의 위치는 북위 27.25도, 동경 140.87도다. 고도 25m로 도쿄 남쪽 1000㎞ 해상에 있다. 일본 규슈 남쪽 부근까지 화산재가 날라왔고 일본과 한반도 사이로 연무가 확산돼 분포해있다. 지난 1일 이후 제주도에서는 다른 지점과 비교해 다소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PM10)가 관측되기도 했으나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기상청은 전날 오전 9시 기준으로 분화한 화산재의 확산예측모델을 분석한 결과 일단 현재까지 화산 분화가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는 화산재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니시노시마 화산 분화 상황을 계속 감시하면서 추가 분화 여부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파악하겠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마스크만 겨우 키운 아베…코로나도 지지율도 못 잡아

    마스크만 겨우 키운 아베…코로나도 지지율도 못 잡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에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지자체들이 독자대응에 나섰다. 굳건한 지지층도 무너지는 모양새다. 3일 기준 일본 수도 도쿄에서는 25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일주일간 2368명으로 하루 평균 338명의 감염자가 나오면서 도쿄 지역 누적 확진자는 1만3713명이 됐다. 아베 총리는 “전국적으로 감염자 수가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중증자 수는 전국에서 80명, 도쿄에선 20명대에서 오르내리는 상황”이라며 감염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자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정부 차원의 긴급사태를 선언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아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은 “정부의 대응에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지자체는 독자 대응에 나섰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술을 파는 음식점과 노래방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감염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해당 업소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 단축하도록 요청했다. 오키나와현과 기후현은 독자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한 상태다.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시내 음식점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했다.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직원의 재택근무와 시차출근 등을 요청했다. 마스크만 커진 아베…코로나 대응은 소극적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아베노마스크’ ‘코 가리개’라고 조롱받던 마스크 대신 큰 사이즈의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난 4월부터 착용했던 아베노마스크는 곰팡이와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발견되고 ‘너무’ 작은 크기로 논란이 됐다. 새로운 마스크는 후쿠시마현에서 제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굳건했던 30대 유권자들도 아베 정권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후 지난달까지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111차례의 여론 조사 결과를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최근에 30대 이하 유권자의 아베 내각 지지율 저하 경향이 두드러졌다. 30대 유권자 평균 55%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아베 건강이상설…日정부 “문제 없다” 최근 일본 관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번졌다. 사진 전문 주간지 ‘플래시’는 아베 총리가 지난달 6일 관저 내 집무실에서 토혈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일 “내가 매일 보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담담하게 직무에 전념하고 있다. 전혀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 말기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한 것을 이유로 내세워 총리가 된 지 약 1년 만에 퇴진한 바 있다. 2012년 제2차 집권에 도전할 때 당시의 건강 문제가 불거졌으나 신약 덕분에 완치했다고 주장해 위기를 넘겼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사람이 더 무서워”…일본 ‘감염자 사냥’ 갈수록 기승

    “사람이 더 무서워”…일본 ‘감염자 사냥’ 갈수록 기승

    “멋대로 간토지방에 캠핑 갔다가 코로나19 감염된 그 직원 해고했나요.” 일본 도호쿠 지방의 이와테현에서 지난달 29일 현내 첫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이 남성이 다니는 회사에는 주민들의 항의전화가 수백 통씩 걸려왔다. SNS 등 인터넷에는 “두들겨 맞아도 싸다”는 등 비방글들이 난무했다. 이와테현 당국은 감염자에 대한 악성 댓글 등을 모니터링해 화상으로 저장하고 있다. 명예훼손 등 향후 법적조치를 취할 때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나 그 가족들의 신상을 털어 욕하고 비방하는 사이버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가리키는 ‘감염자 사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4일 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도카이 지방의 40대 남성 A씨 사례를 소개했다. 평소 가족과 떨어져 인근 광역단체에 살고 있던 A씨의 10대 후반 아들은 지난 4월 집에 돌아왔을 때 발열 증세를 보였고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진됐다. 확진 당일 A씨가 살고 있는 광역단체는 ‘타지역에서 온 감염자 1명 발생’이라고 익명으로 공표했다. 그러나 SNS에는 삽시간에 ‘우리 지역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져왔다’, ‘이 바보 같은 감염자가 누구냐’와 같은 글들이 확산됐다. 얼마후에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고 갈수록 포위망이 좁혀지면서 결국 A씨와 그의 아들은 실명이 까발려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바이오 테러리스트’, ‘이 세상에서 사라져라’ 등 부자를 향한 비방이 본격화됐다. ‘슈퍼마켓에서 목격됐다는 정보가 있다’, ‘매일 파친코 업소에 드나들고 있다’ 등 전혀 근거 없는 말까지 나돌았다.A씨는 “그때부터 우리 가족의 생활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집 전화번호까지 유출돼 ‘코로나19를 들여오지 말고 꺼져라’ 등의 전화가 걸려왔다. 밖에 나갈 수가 없어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은 한동안 친척들에게 부탁해야 했다. A씨는 “우리 아이가 그렇게까지 비난받아야 했던 것일까”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보다 사람의 눈이 더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요미우리는 “감염자 사냥의 피해자들 중에는 당국의 외출자제 요청 때 광역단체간 이동을 한 사람들과 그 가족이 많다”고 전했다. 당국의 요청을 어기면서 전체 사회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인식이 사람들의 가학적인 공격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3월 말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교토대 행사에 참가했던 여학생이 고향인 도야마현에 돌아와 현내 최초 감염자로 판정됐을 때도 학생의 실명과 주소가 나돌았다. 5월 초순에는 친정인 야마나시현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도쿄도에 돌아온 여성 감염자에게 ‘가족도 말살돼야 한다’ 등 비방이 SNS에 넘쳐났다. 이 여성의 얼굴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이 나돌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인터넷상의 인권침해 사건은 지난해 1985건으로 10년(658건) 전의 3배”라며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코로나19 대응 우왕좌왕 일본, 이제는 정부안에서도 다른 소리

    코로나19 대응 우왕좌왕 일본, 이제는 정부안에서도 다른 소리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우왕좌왕하며 대응의 갈피를 못잡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이달 중순 시작되는 ‘오봉’(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 연휴기간 귀성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엇갈린 메시지를 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4일 “(코로나19 대책을 총괄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과 (일본 정부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사이에 연휴기간 귀성을 둘러싸고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시무라 경제재생상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연휴 귀성과 관련해 “무증상의 젊은이나 어린이로부터 고령자에게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고향집에 고령자가 있다면 귀성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그는 고령의 조부모가 손자와 함께 지내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고향 방문에 주의를 당부했다.그러나 스가 관방장관은 3일 “정부가 광역단체간 (장거리) 이동을 일률적으로 삼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니시무라 경제재생상 발언의 의미를 수정했다. 그는 “(니시무라는) 귀성을 제한하겠다거나 제한하지 않겠다거나 하는 방향성을 말한 것이 아니고 귀성에 관한 주의사항에 대해 전문가로부터 들은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기본적인 방역대책을 철저히 하면 감염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면서 이동을 장려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고령자의 감염 위험과 경제에 대한 악영향 최소화라는 전혀 다른 취지의 말이 정권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나온 데 대해 국민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이케 아키라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은 “장관에 따라 말들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며 “이는 위기관리의 측면에서 최악”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코로나 직격탄 맞은 아베 지지율…‘콘크리트 지지층’ 30대 등 돌렸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아베 지지율…‘콘크리트 지지층’ 30대 등 돌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최악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는 가운데 그의 장기 집권에 가장 큰 보탬이 돼 온 30대 이하 젊은층까지 지지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경기 회복과 실업률 하락 등 안정된 경제 상황을 이유로 정권의 실정과 비리에 어느 정도 눈감았던 젊은층이 실생활과 직결된 코로나19 사태에서의 난맥상만큼은 용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2년 말 제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후 실시된 총 111차례의 아사히 여론조사에서 30대 이하는 정권 지지도가 일시적으로 하락해도 이내 회복되는 이른바 ‘암반 지지층’의 특성이 두드러졌다. 지금까지 아베 총리의 최대 위기로 꼽히는 2017~2018년 ‘모리토모·가케학원’ 추문 및 관련 공문서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30대 이하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20대에서는 외려 지지율이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아사히는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이러한 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며 “20대 이하보다 특히 30대의 아베 정권 이반 조짐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조사에서는 30대의 정권 지지율이 전체 평균(29%)보다도 낮은 27%를 기록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사히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30대는 회사일과 육아, 여가 등에서 코로나19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올가을 ‘중의원 해산→총선거 실시’ 카드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력 지지층의 이탈도 이러한 결정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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