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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합·공존의 삶 ‘산촌자본주의’

    화합·공존의 삶 ‘산촌자본주의’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모타니 고스케·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음/김영주 옮김/동아시아/328쪽/1만 5000원 예전부터 인간이 갖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해 경제 재생과 공동체 부활을 이룰 수 있다는 ‘산촌자본주의’는 분명 생소한 용어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많은 나라에서 이미 진행 중인 개념이자 현상이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일본총합연구소 조사부 주석연구원과 NHK히로시마 취재팀이 뭉쳐 ‘산촌자본주의’를 집중 탐사, 소개했다. 2013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도쿄대생이 가장 많이 읽는다고 한다. 책은 일단 지금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있다. ‘돈’이 최우선이 아니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새로운 대안 자본주의라고 할까. 살고 있는 지역의 산에서 스스로 연료를 조달하고, 안정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삶을 통해 지역의 경제 자립이 이뤄지는 현상들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실제로 일본 오카야마현 마니와시에서 산촌 생활을 하는 주민들은 모두 만족한다고 말한다. 산에서 쉽게 구한 목재를 연료로 쓰는 친환경 스토브로 취사와 난방까지 가능해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일이 적어졌다고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광열비 등의 지출도 줄어들었다. 지역 주민들과 유대를 강화하며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교환해 정을 나눈다. 치열한 경쟁이 아닌 화합과 공존의 생활이다. 그렇다면 ‘잊혀지고 방치돼 온’ 자원을 다시 최대한 활용하자는 산촌자본주의는 누구에게나 가능할까. 일본 도쿄 시내 번화가 긴자의 빌딩 옥상에서 기른 꿀벌의 꿀로 만든 케이크는 그 답일 수 있다. 세계 일류 상품이 모이는 긴자에서도 유명한 이 케이크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도시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산촌자본주의의 전형이다. 슬로푸드나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운동, 슬로라이프도 비슷한 사례들이다. 저자들은 현대인의 생활을 이전의 농촌처럼 자급자족 생활로 돌려놓자는 주의나 주장을 펴지 않는다. 돈을 매개로 한 경제사회에 무조건 등을 돌리라는 것도 아니다. 숲이나 인간관계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에 최신 기술을 더해 활용하면 돈에만 의지하는 생활보다 훨씬 안심할 수 있고, 안정된 미래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촌자본주의로 디플레이션이나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들은 책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꿈꾸는 게 바로 산촌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목표이고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설] 세계 지식인 지탄받은 아베의 과거사 왜곡

    한국과 일본,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의 지식인 524명이 아베의 과거사 왜곡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그제 서울에서 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뿐 아니라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와 볼프강 자이테르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수 등 미국과 유럽의 지식인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성명은 ‘한국 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가 주도한 것이다. 발기위원회는 일본의 한국 강제 병합 한 세기를 맞은 2010년 병합조약이 무효라는 내용의 성명을 낸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한·일 지식인 1100명이 참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학자를 중심으로 하는 구미의 석학 37명이 동참한 것이다.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2013년 이후 일본의 우경화 역주행이 당사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동 성명은 “과거는 공개하고, 사죄하고, 용서하여 극복되는 것”이라면서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베가 무라야마 담화 이래 식민지배 반성 노력을 역전시키려 하고, 우파 정치가들이 역사 연구라는 이름으로 거짓 역사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역사의 역류라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의 한국 강제 합병 조약이 체결 당시부터 무효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한국인 강제 노역도 ‘합법적 식민지배 정책’이라는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을 전 세계 지식인의 이름으로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그러니 성명이 “일본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신속히 나서야 하고, 탄광에서의 강제 노동을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당연하다. 아베는 자신의 과거사 인식이 왜 세계 지식인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비뚤어진 역사 인식이 20세기에 그랬듯 이웃 국가는 물론 전 세계를 다시 한번 처참한 고통 속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심각한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8월에 발표될 예정이라는 아베 담화는 가해 사실은 인정하되 피해자의 아픔은 인정치 않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하니 딱한 노릇이다. 세계 지식인들은 아베가 양심적인 국제사회의 리더가 돼 달라고 당부한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를 배려하는 최소한의 양식을 되찾으라고 충고한 것이다.
  • 국내 의료진 “복강경 간세포암 절제수술 효과 확인”

    국내 의료진 “복강경 간세포암 절제수술 효과 확인”

     국내 의료진이 간세포암 절제수술에서 복강경 수술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합병증 등 수술 예후는 물론 입원기간도 더 짧아 향후 간세포암 수술에 복강경 수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한호성(사진) 교수팀(윤유석·조재영·최영록 교수)은 복강경 간세포암 절제수술이 기존 개복수술보다 환자의 삶의 질 보장에 더욱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고 31일 밝혔다. 복강경 수술이란 기종 방식처럼 배를 절개하지 않고, 몇 개의 작은 절개창만 낸 뒤 암세포를 절제해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최근 10년 간 시행한 간세포암 절제수술을 복강경 수술과 개복수술로 구분, 각각 88례씩을 1대 1 방식으로 매칭,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 및 장기생존율 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간세포암의 절제는 주요 혈관에 인접한 경우를 포함, 간의 모든 부위에서 이뤄졌는데, 복강경 수술의 경우 수술 후 입원기간이 8일로 개복수술의 10일에 비해 2일 정도가 짧았다.  또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도 복강경 수술의 경우 12.5%로, 개복수술의 20.4%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강경 수술이 합병증의 위험과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빨라 개복수술에 비해 입원기간이 짧으며, 이에 따라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빠르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암 수술 환자를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5년 생존율도 복강경수술 환자가 76.4%로 개복수술 환자의 73.2%보다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무병생존율 역시 복강경 수술 환자(44.2%)가 개복수술 환자(41.2%)보다 높았다. 이 연구 결과는 간질환 분야의 권위지인 Journal of Hepatology(영향지수 IF : 11.336) 최신판에 게재됐다.  한호성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복강경 간절제 수술의 안전성과 치료효과가 개복수술과 최소한 같거나 낫다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앞으로 복강경 간절제술이 더욱 널리 보급됨으로써 많은 환자에게서 수술 합병증을 줄이는 등 긍정적인 수술 결과를 제공해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간세포에 발생한 종양을 제거하는데 주로 적용해 온 간절제술은 외과 수술 중에서도 매우 어려운 수술로 간주됐다. 간이 갈비뼈에 덮여 있어 다른 개복술보다 훨씬 큰 절개가 필요할 뿐 아니라 수술 중 과다출혈 위험도 높아 이전에는 대부분의 간암 절제술이 개복을 통해 시행됐다.  하지만 한호성 교수팀이 2006년 세계 최초로 ‘복강경 우후구역 간엽절제술’에 성공한데 이어 2009년에는 ‘복강경 중앙 이구역 간엽절제술’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간암 수술에 복강경수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한호성 교수팀은 2006년 세계 최초로 소아환자에게도 복강경 간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정부 주관 프로젝트로 선정돼 간암 환자에서의 복강경 수술과 개복수술을 비교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복강경을 이용한 간암 및 간이식수술에서 다양한 세계 기록을 보유한 분당서울대병원 간암센터는 매년 일본 도쿄대학, 중국 베이징 대학, 타이완 국립대학,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병원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외과 교수들이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 외과 포럼을 개최, 복강경 수술법을 공유하는 등 간암의 진단 및 수술에서 앞선 의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한·일 지식인 “아베 역사 왜곡 규탄” 공동성명

    오는 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한·일 지식인들과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아베 정권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2010년 한·일 지식인들이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엔 미국, 유럽 등 세계 석학들까지 동참했다.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2015년 한·일 그리고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고은 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한·일 지식인과 놈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볼프강 자이테르트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교수 등 52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아베 총리는 8월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의 뜻을 표명하는 등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확인하는 데서 출발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장희 교수는 “서구 노예제도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 ‘더반선언’처럼 이번 성명은 아시아판 더반선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와다 교수는 “정치가들은 미래지향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만 과거를 청산하고 과거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하는 우리의 성명이야말로 미래를 지향하는 진실한 성명”이라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한자리에 모인 한·일 지식인의 양심

    한자리에 모인 한·일 지식인의 양심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2015년 한·일 그리고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에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8월에 발표할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의 뜻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와다 하루키(왼쪽 네 번째) 도쿄대 명예교수, 고은(오른쪽 두 번째) 시인 등 한·일 지식인들이 성명서 낭독을 듣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日 헌법학자 90% “집단 자위권 법안 위헌”… 사죄 뜻 없는 아베 “평화국가 길 걸어왔다”

    일본 헌법학자 90%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 법안이 위헌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9일 도쿄신문이 일본의 전국 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치는 교수 328명(응답자 204명)을 대상으로 안보법제의 합헌성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90%(184명)가 ‘위헌’이라고 답했다. ‘합헌’이라는 답변은 3%(7명)에 그쳤고 ‘합헌·위헌을 논의할 수 없다’는 응답은 6%(13명)였다. 위헌인 이유로는 ‘집단적 자위권 용인이 헌법을 일탈했다’는 지적이 6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절차상 문제’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판단 기준이 되는 무력행사 요건이 명확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들도 20명씩이었다. 응답한 교수들은 “아베 신조 정권이 헌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설문의 자유기술란에 쏟아 냈다. 도야마대의 미야 요시노부 교수는 “아베 정권의 헌법 무시, 적대시는 과거 어느 정부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대의 우기 마사히로 교수는 “아베 정권과 자민당이 수의 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지껄여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 9조 개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인 153명이 ‘개정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헌법 9조는 타국과의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포기, 교전권 부정 등을 담고 있어 현행 헌법이 평화 헌법이라고 불리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등을 담은 안보법제에 대해 전국 331개 지방의회 가운데 144개 의회가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가결했다. 181개 지방의회가 ‘신중론’을 담은 의견서를 채택했고 찬성하는 의견서를 채택한 의회는 6곳에 불과했다. 문제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자민당 인터넷 방송에서 정치적 동지인 아소 다로 부총리를 거론하며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아베는 건방지니까 이번에 패 주자’며 불량배가 와서 갑자기 앞서 걷고 있던 아소를 때리려고 달려들었다고 하자. 내가 아소를 지킨다. 이것이 이번 법제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가 안위가 걸린 중대 사안을 동네 불량배와의 싸움에 비유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가 오는 8월에 발표될 전후 70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9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도쿄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전후 일본은 앞선 전쟁에 대한 통절한 반성 위에 일관되게 평화국가로서 걸어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도 아베 총리는 반성한다는 뜻은 강조하되 침략을 인정하거나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지는 않았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은 100년 전 고래들 속 새우 아니다…돌고래 정도로 성장”

    [새로운 50년을 열자]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 “한국은 100년 전 고래들 속 새우 아니다…돌고래 정도로 성장”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는 “한·일 국교정상화는 양국 모두 경축해야 할 역사의 마디”라며 “국교정상화 이후 50년간 양국은 서로 윈윈한 사이였으며 최근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양국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뀐 것에 대한 상호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과 지난 21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국은 더이상 100년 전 강대국이라는 고래 틈바구니에서 허우적대던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일 관계를 진단하고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1965년 이뤄진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은 두 나라가 함께 경축해야 할 역사의 마디다. 그런데 정작 두 나라는 경축해야 할 시기에 정상회담도 열지 않고 국민 간 호감도도 오히려 나빠졌다. 일본 내 혐한론도 돌이키기 힘들 정도다. 직접적인 원인은 분명히 역사 인식과 과거사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배경에는 한·일 관계의 구조가 바뀐 내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1910년 한국은 주변의 열강인 고래의 싸움에 휘말려 자기 몸도 지키지 못한 새우 신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더이상 새우가 아닌 돌고래 정도로 성장했다. 한·일 관계 역시 오랫동안 지속됐던 수직적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바뀌었다. 양국 모두 이런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국교정상화 협정의 의의와 기여한 사람을 굳이 꼽는다면. -세계사에서 식민지와 지배국이 과거사를 사죄하고 배상하며 대등한 조건에서 국교를 맺은 사례가 없다. 없는 모델을 만들다 보니 한국과 일본은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나 배상을 애매하게 처리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으로서는 민생과 안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경제 협력 방식의 국교정상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냉전이 격화되자 일본에도 한국은 안보와 경제 면에서 중요했다.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최고 권력자였던 박정희를 기여자로 꼽을 수 있다. 또 기본 틀을 만든 김종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본에서는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를 들 수 있다. 전 총리 기시 노부스케는 사토의 친형이자 현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로서 막후에서 도왔다.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는 만주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한·일 국교정상화를 추진한 사람들은 국익이 뭔지를 알고 있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국교정상화 이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한국에 이득이 됐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은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점도 얘기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줬는데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국이 받은 자금은 현금이 아닌 노무와 물자 및 서비스 등이었다. 그것을 통해 떼돈을 번 것은 일본 기업이었다. 박정희 시대에 일본에서 들어온 공적 자금은 13억 달러 정도인데 일본은 무역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남겼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부단히 자본과 기술을 축적해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국이 모두 득을 봤다. 1965년 당시 1년에 1만명이 두 나라를 왕래했는데 지금은 550만명이 넘는다. 무역액도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런 수치를 보면 한·일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게 진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야 한다. →식민 지배 가해자로서 일본의 책임은 이제 끝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한국병합조약(1910년)의 불법·무효, 합법·유효 여부를 놓고 논쟁을 계속했다.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조약에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일본이 처음으로 ‘일본’이라는 주어와 ‘한국’이라는 상대를 지칭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문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공동선언이었다. 2010년 당시 간 나오토 총리가 한국병합조약 100주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인의 의사에 반한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사용해 한국병합조약이 강제로 이뤄졌다는 점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그때가 과거사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역사 인식이 절정에 달한 시기라고 본다. 지금도 일본은 국교정상화조약으로 과거사 문제는 영원히 그리고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할린에 버려둔 한국인이나 원자폭탄 피폭자 등에 대해서는 인도적 견지에서 나름대로 보완 조치를 취해 왔다. 한국으로서는 성에 차지 않지만 일본이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닌 만큼 한 것은 한 것대로 평가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지적하는 것이 좋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해법은 무엇일까. -한·일 양국 정부가 국장급 회담을 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어떤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의 책임과 배상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양국의 주요 운동단체가 논의해 제시한 의견도 참고가 될 것이다. 일본군이 위안소를 만들고 통제했으며 ‘위안부’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선이다. 그런 후에 적절한 사죄와 보상 및 기념 등의 후속 조치를 하면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사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양국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사안은 무엇인지. -한국은 자유, 민주, 지력, 기술, 평화, 인권, 환경 등에서 일본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성취다. 한국의 강인한 개척정신과 일본의 뛰어난 노하우 등을 합치면 서로 도움이 되는 분야가 많다. 환경이나 에너지 및 사회안전망 등은 더욱 배울 만하다. 중국의 부상 속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적당히 손잡고 가는 것은 플러스가 된다. 남북 통일을 전망하면 더욱 그렇다. →21세기 동북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양국이 노력해야 할 일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이 유럽연합(EU)과 같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20~30년이 지나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3국 간 국력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의 국토는 한국의 100배, 인구는 30배에 달한다. 다행히 한·일 간 국력 차이는 줄어들었다. 20년 전만 해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2배였으나 지금은 5분의1로 줄었다. 따라서 3국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되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남북 통일의 분위기를 형성해 가야 한다. →동북아 지역 협력을 위한 화해의 실마리를 무엇으로 풀어야 할까. -우선 경제적으로 한·일 간 상호 이익을 심화시키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빨리 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역사 문제는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다. 과거사와 관련된 주요 행위자, 곧 한·일 양국의 정부와 기업 등 4자가 공동으로 출연하는 재단(가칭 한일미래재단 또는 한일우호신뢰재단)을 만들어 식민지 지배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이의 출범과 함께 양국의 수뇌가 역사 문제를 더이상 정치외교의 현안으로 삼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런 후에 역사 인식의 개선은 연구자, 교육자, 시민의 역할에 맡겨야 한다. →양국 시민사회 간 연대 강화가 두 나라 관계 발전과 협력의 대안이 될 수 없을까. -양국 시민사회 간 교류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본격화됐다. 그 전만 해도 양국은 경제나 안보 면에서 가까웠지만 일본인들은 한국을 군사독재국가라는 시각에서 바라봤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민주사회를 이룩함에 따라 일본 시민사회와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역사 분야만 해도 한·일 간 공동 연구가 진척돼 공통 교재 개발에까지 이르게 됐다. 양국에서 동시 출판한 것이 5종류나 된다. 시민사회의 교류는 두 나라의 관계 발전에 기여했고 앞으로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유럽연합(EU)처럼 될 수 없나. -우리와 중국은 이미 FTA를 맺었다. 일본이 그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 한국을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일 양국은 이미 고령화와 저출산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젊은 정보기술(IT) 인력이 일본에 많이 진출해 있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도 더러 있다. 앞으로 한·일은 경제 통합을 어느 정도 이룰 수 있다고 보는데, 중국은 여러 문제 때문에 힘들 것이다. 한·중·일이 EU처럼 되는 것은 멀고 먼 이야기다. →미·일 동맹 강화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 -역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남북 통일이 되기까지 미국과의 동맹을 버릴 수 없다. 따라서 한·미·일 3국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맞는다고 본다. 중국도 한국의 처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스스로 줏대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좋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일본에 설명을 요구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에도 쓴소리를 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흔들리다가는 또 새우 신세가 된다. →양국 지도자에 대한 바람이나 제언이 있다면. -양국의 지도자가 한·일 관계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양국은 2000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전쟁 등의 불행한 일도 겪었지만 교류를 통해 자신의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서로 강한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겪고 있는 갈등은 극복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일본이 고대문명을 형성하는 과정에 한반도에서 건너간 이른바 도래인이 큰 역할을 했고 한국이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이 소화한 서양문명을 받아들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웃 간에 사이가 좋지 않으면 이사를 가면 그만이지만 국경을 맞댄 나라 사이는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교류 협력해 상호 발전에 이바지하는 관계를 맺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정재정 교수 정재정 교수는 1951년 9월생으로 충남 당진 출신이다. 1974년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한국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에서 한·일 관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4년부터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제1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09년에는 제2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과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 채택 및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6년 9월에 설립된 교육부 산하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다.
  •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학술대회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17일 개막

    ●한·일 학자 100여명 10개 주제별 토론 최근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꽉 막혀 있다. 두 나라 정상은 서로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 피할 정도다. 지독한 경색 국면에 빠져 있는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기 위해 두 나라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17일 제주도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한·일관계의 과거를 넘어 미래로’라는 주제로 2015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국제학술행사가 열린다. 사흘간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정치학회, 도쿄대 한국학연구부문 등 두 나라 8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후원한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김태현 국제정치학회장, 이원덕 현대일본학회장 등 양국을 대표하는 100여명의 학자들이 정치, 경제, 여성, 문화, 언론, 외교, 역사 등 분야마다 두 나라의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관계 악화 원인·위안부 등 뜨거운 논쟁 예상 현대일본학회 초대회장을 지낸 한배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미리 배포한 기조 강연문을 통해 “일제 식민 지배를 직접 경험했던 기성세대나 그 후손까지도 가해자 일본과 피해자 한국이라는 심상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아 시간이 갈수록 상호불신과 반감만이 쌓여 갔다”면서 “향후 50년을 바라볼 때 두 나라가 진정으로 호혜와 상호신뢰의 관계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정부 간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두 나라 국민들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회는 ‘신시대 한·일관계의 구축을 위한 제언’, ‘동아시아 파워 밸런스의 변화와 한·일관계’, ‘한·일교류사의 관점에서 본 갈등과 화해’, ‘한·일 50주년과 언론의 역할과 책임’ 등 10개의 주제별로 나눠서 토론이 진행된다. 특히 일본 내부의 좌우파 지식인 등 넓은 이념적 층위를 포괄해, 일본사회의 한국에 대한 인식 및 정서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내용들도 가감 없이 담기게 된다. 우파학자로 분류되는 기무라 칸 고베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한·일 수뇌회담은 불가능한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두 나라 정상회담을 촉구한다. 하지만 발제 내용 중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중국은 라이벌이 아니라 협력자로 자리잡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로 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은 장애물이기조차 하다”고 주장한 대목은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로 지목해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그는 “한국 정부의 목적이 영토 문제나 역사 인식 문제에서 일본의 자세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오늘날 한국의 외교가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의 일본 정부에 대한 강경 자세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일본의 국제적 고립도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경제·여성 등 상황 진단 및 대안 탐색 오하타 히로시 메이지대 심리사회학과 교수는 그간 한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60년대 당시 일본 내부의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소개한다. 오하타 교수는 일본사회당,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 일본공산당 등이 펼쳤던 반대운동 논리의 한계를 짚으며 일본 내 진보세력의 구체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그는 “반대운동은 일본 정부의 군사적 성격을 폭로하고 일본 독점의 신식민지주의적 침략문제 등을 지적하며 펼쳐진 반전(反戰), 혁신운동, 국제연대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졌지만 이들의 반대운동 세력에는 조선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이 우선하지 않은 데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어떤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지 입장이 없다”면서 운동이 일본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김문자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임진왜란 이후의 국교 회복과 에도막부’ 발제문에서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교를 재개한 역사적 사례를 소개하면서 두 나라가 각자의 정세 속에서 수교를 맺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음을 소개한다. 이 밖에 이번 학술대회에선 재일조선인의 법적 지위 및 권리 등 처우 개선 문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 한반도 통일 방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아베 정부, 고노·무라야마 고언에 귀 기울여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은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발표 때 역대 정권의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그제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고노 전 관방장관과의 대담에서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정권의 담화를 확실하게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노 전 장관도 일본군 위안부 모집 과정에서 명백하게 강제 연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제성에 주목하면서 “군이 이동하면 군이 준비한 차에 타고 이동했다. 완전히 군의 관리에 의한 것이고 이를 보면 명확하게 강제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분명한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계승과 관련해 아베 정부의 기조는 아직 온도 차가 크다. 이들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은 하고 있지만 담화의 핵심인 ‘침략에 대한 사죄’에 대한 계승은 아직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 되레 물밑에서는 사죄와 관련한 대목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베 담화 관련 자문 기구 측은 “총리가 더이상 사죄하는 데 대해 일본 국민 내에 위화감이 강하다”며 사죄란 표현을 넣는 데 반대하고 있다. 아베 측근들은 일본 국민의 정서를 핑계 삼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최근 들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라는 요구가 일본 내에서도 빗발치고 있다. 일본 지식인 281명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아베 담화에 반성과 사죄의 뜻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양심 세력은 “침략과 식민 지배가 아시아 이웃 나라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초래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죄를 촉구했다. 아베 정부는 일본 국내에서 울리고 있는 일본 정치인·지식인들의 목소리가 일본의 양심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주장하지만 한국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면서 손을 내미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에 포함됐던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이번 아베 담화에도 담는 게 앞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절실하다.
  • 일본 지식인 281명 “침략 등 반성·사죄…아베담화에 재표명”

    한반도 전문가 등 일본 지식인 281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사죄와 반성을 명확히 표명하고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韓·中에 고통 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시급” 이들은 8일 일본 참의원 회관에서 ‘2015년 한·일 역사문제에 관해 일본의 지식인이 성명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간 나오토 담화 등 일본 정부의 역사문제 담화의 계승을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침략과 식민 지배가 한국, 중국 등에 손해와 고통을 초래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다시 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지식인들은 양국 간 역사 문제 중 가장 해결이 시급한 것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꼽았다. 고노 담화 이후 한·일 양국에서 새롭게 발굴된 위안부 자료를 통해 위안소의 설치·운영·관리 주체가 민간업자가 아니라 바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며 일본이 국가적 책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교수,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오타 오사무 일본 도시샤대 교수 등 17명이 발기인으로 나섰고 한반도 전문가를 중심으로 281명이 서명했다. ●美·日 공동개발 ‘해상 요격 미사일’ 발사실험 성공 한편 이날 교도통신은 미사일방어(MD)의 하나로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 중인 해상 배치형 요격 미사일 ‘SM3블록2A’의 첫 발사실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탄두 등이 장착되는 미사일 앞부분인 노즈콘과 진로제어, 추진로켓 분리 등의 성능을 실험했다. 타깃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으며 실제 요격 실험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 ‘SM3블록2A’는 현재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블록1A’의 개량형으로 2017년쯤 개발을 마친 뒤 해상자위대에 배치할 예정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예외란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탐침봉

    예외란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탐침봉

    예외/강상중 등 9인 지음/문학과지성사/324쪽/1만5000원 이충형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내놓은 문제다. ‘이번 겨울 독감A가 유행할 확률은 90%, 독감B가 유행할 확률은 10%다. 두 독감 모두 치사율은 100%다. 두 백신을 모두 맞으면 부작용으로 사망하게 되니 하나만 맞아야 한다. 당신은 독감A의 백신을 맞을 것인가, 독감B의 백신을 맞을 것인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독감A의 백신을 맞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인 선택을 했는데, 10% 확률로 독감B가 유행하고 말았다면? 인류는 절멸이다. 그때 예외적으로, 사실은 비합리적으로, 독감B 백신을 맞은 이들이 있다면 그를 통해 인류는 지속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삶은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세상은 규칙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인류의 진화와 과학기술의 발전과정을 돌아보면 예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 일들이 허다하다. 공자와 예수, 부처는 법과 제도 등 당대의 사회질서에 순응했던 이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규칙에 맞서고 기존의 가치를 전복하며 새로운 예외의 영역을 개척했던 이들이었다. 예외가 보여준 긍정적 기능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떨까. 4년 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 등을 예외적인 사건일 뿐이라며 근본적 변화와 대책 마련 등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예외’가 오히려 보편성, 일반성의 존립 근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그것들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된 대표적 사례들이다. 예외(例外). 책은 ‘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김기창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 김항 연세대 HK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등 9명의 필진이 ‘예외’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놓고 과학, 역사, 정치, 사회, 철학 등 각자가 익숙한 창을 통해 세월호, 유신체제,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 지역주의 문제, 돌연변이, 양성인 존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역사 속에서 탐구한 결과는 큰 흐름에서 볼 때 예외는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탐침봉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김항 교수는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73)이 전쟁, 내전, 소요사태 등 체제를 위협하는 긴급 상황에서 비롯된 법률 개념으로 제시한 ‘예외상태’를 들며 1970년대의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설명했다. 깊고 다양한 접근을 통해 내린 결론은 예외를 막을 수도 없지만 예외를 잊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예외’의 개념과 사유를 주체적으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지방자치 20년 성찰] 일본, 지자체 통제 완화 효과

    [지방자치 20년 성찰] 일본, 지자체 통제 완화 효과

    “도쿄인증보육소(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이제 저희 가정에도 희망의 빛이 보여요.” 지난 18일 일본 도쿄도 아라카와구에서 만난 하루코 미에(37)는 “몇 년 전만 해도 보육소에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보낼 엄두를 못 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하루코의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쳤다. 인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2살 딸을 돌봐줄 곳이 없었다. 정부 인가 보육소는 대기 인원이 엄청나 몇 년을 기다려도 입소할 수 없었다. 이때 나타난 해결사가 바로 도쿄도만의 자체 기준으로 인가한 ‘도쿄인증보육소’였다. 도쿄도는 2010년 1만 1436명의 보육소 대기 인원을 없애기 위해 중앙정부의 보육소 설립 기준을 완화한 ‘인증보육소’ 정책을 도입했다. 도쿄 시내에 700여개 인증보육소가 생겨나면서 직장맘이나 학생맘 등의 보육 문제가 해결됐다. 일본의 지방정부는 우리와 달리 필요한 정책이나 사업을 중앙정부의 기준과 상관없이 시행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반면 서울시는 아무리 어린이집이 부족해도 정부의 기준을 완화해 어린이집 허가를 내줄 수 없다. 그저 보건복지부의 권한을 위임받아 점검만 할 뿐이다. 도쿄도는 중앙정부와 상관없이 범죄 ‘0’ 도시를 위해 경찰 지원 조직을 만들었으며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수단 보급을 위한 조직, 올림픽추진단 등 도지사의 정책에 따른 조직과 인원을 보충하면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일본 중앙정부가 1991년, 1997년, 2003년 세 차례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뿐 아니라 자치조직권 등을 지방자치 단체장에게 위임했다. 지자체의 조직이나 인원 변동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의 인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전 신고’로 바꿨다. 이는 각 지역의 행정 실태와 인구 구분 등을 고려해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시바시 겐지 도쿄도 인사부 조사과장은 “자치단체장이 조직과 직원 수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지방마다 상황이 다른데 어떻게 일괄적으로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시바시 과장은 “도쿄도는 의회와 협의해 필요하다면 부시장이나 직원 수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국, 실 등도 신설할 수 있다”면서 “이래야만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도쿄도지사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쿄도의 직원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1987년 직원 수가 22만 2789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16만 6079명이다. 28년 동안 5만 6000여명이 줄었다. 쓰지야마 다카노부 일본 지방자치종합연구소 소장은 “중앙정부가 우려하는 모럴 해저드는 없다”면서 “의회와 시민들의 감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도지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인원이나 조직을 늘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지방정부의 권한은 시민들에게 위임받은 것”이라면서 “따라서 지역 특성과 시민을 위한 정책과 조직 운영은 지방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지방자치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지방자치법 제110조에서는 광역지자체의 부단체장 수가 2~3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기초지자체의 부단체장은 1명으로 못 박고 있다. 또 위 규정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실, 국, 본부 수를 사람 수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시와 300만명 수준인 광역시는 인구수가 3배 이상 차이나는데도 부단체장 수는 1명, 실·국·본부 수는 2개 차이에 불과하다. 이렇게 과도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시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민선단체장이 출범한 지 벌써 20년”이라면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불신하고 무능력을 탓하기 전에 제도적으로 묶어 놓은 끈을 풀어 주고, 지방자치가 성장할 수 있도록 감시와 통제 대신 후원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진노 나오히코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 정부는 지방정부에 인사와 재정, 행정 권한을 주지 않고 묶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정부가 지방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의 첫걸음”이라고 꼬집었다. 홋카이도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시진핑 집권 2기 新라인업 학자·테크노크라트가 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2018~2023년)에 중책을 맡길 인물을 미리 발탁해 전진 배치하고 있다. 시 주석의 ‘2기 라인업’은 2017년 가을에 열리는 제19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완성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올해 중앙 및 지방 정부에서 고위직에 오른 주요 인물 33명을 분석한 결과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와 학계 출신이 11명이나 됐다”면서 “시 주석이 19기 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발탁한 인사”라고 분석했다. 33명 중 22명이 1960년 이후 출생자들이다. 시 주석이 최근 “개혁을 원하고, 개혁을 계획할 줄 알고, 개혁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는데 이들이 바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학계에는 시 주석이 졸업한 칭화(淸華)대 출신 교수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 대학 당위원회 서기 출신인 후허핑(胡和平·52)은 지난달 산시(陝西)성 부서기로 임명됐다. 칭화대 수리공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10년간 칭화대 교수 생활을 했다.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산시방(陝西幇)이 태동하면서 권력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칭화대 총장을 지낸 천지닝(陳吉寧·51)은 올 초 환경보호부 부장(장관)에 올라 ‘스모그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최고 환경 전문가인 천 부장은 칭화대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부터 칭화대 교수로 일하다 2012년 총장에 선임됐다. 칭화대 인맥의 핵심은 천시(陳希·60) 중앙조직부 부부장이다. 시 주석과 화공학과를 함께 다닌 라오펑유(老朋友·친구)인 천 부부장은 시진핑 인맥 심기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칭화대 서기로 있으면서 후허핑과 천지닝을 부총장으로 발탁했다. 테크노크라트 중에서는 첨단 우주 개발 업무에 종사했던 전문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개혁·개방의 1번지인 선전(深?)시 당 서기로 임명된 마싱루이(馬興瑞·56)는 국가우주국 국장 출신이다. 특히 그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친인척으로 알려진 왕룽(王榮·57) 전 서기를 밀어낸 점이 눈길을 끈다. 마싱루이는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를 주도한 유명 과학자다. 마싱루이에 앞서 국가우주국을 이끌었던 천추파(陳求發·61)는 지난 4일 랴오닝(遼寧)성 부서기에 올랐다. 천 부서기는 1978년 우주공업부 엔지니어로 사회에 진출한 이래 줄곧 우주 개발 분야에서 활약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남택진 KAIST 교수 亞 최초 美 컴퓨터협회 ‘최우수 논문상’

    남택진 KAIST 교수 亞 최초 美 컴퓨터협회 ‘최우수 논문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디자인학과 남택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미국컴퓨터협회(ACM) 주최 ‘컴퓨터·인간 상호작용 학회’(CHI)에서 아시아 최초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KAIST는 남 교수팀의 논문이 학회에 제출된 2000여편의 논문 중 상위 1%에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ACM CHI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회로 미국 MIT·카네기멜론대, 일본 도쿄대 등 세계적 대학들과 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가해 최신 연구성과를 발표한다. 남 교수팀은 스마트워치처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무선으로 연동해 사용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액티비티 트래커’는 사용자의 활동량과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의 특징이 웨어러블 기기 표면에 무늬로 찍혀 나오도록 한 시스템이다. 무늬를 새길 수 있는 인각기능이 있는 충전기나 거치대에 웨어러블 기기를 놔두면 기기가 수집한 사용자의 걸음 수, 소모열량, 수면 시간 등 활동 정보에 맞는 무늬를 표현한다. 남 교수는 “과학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해 소비자가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감성적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인 첫 심사위원 이용우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인 첫 심사위원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를 지낸 이용우 세계비엔날레협회 회장이 한국인 최초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5월 9일~11월 22일) 심사위원에 초빙됐다. 베니스비엔날레조직위는 23일(현지시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 5명(미주지역 1명, 유럽 2명, 아시아 2명)을 발표했다. 이번 비엔날레 심사위원은 이 전 대표이사 외에 전 뉴욕현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이자 현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현대미술관 관장인 자비네 브라이트비저, 비엔나 21세기 미술관 마리오 코도냐토 수석큐레이터, 시카고현대미술관 큐레이터 나오미 벡위스, 인도의 미술비평가이자 시인인 란지트 호스코테 등이다. 심사위원들은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2개(국가관 및 작가상)와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은사자상 1개, 특별 언급상 3개를 심사하게 된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베니스비엔날레 심사위원을 지낸 경우는 일본 미술이론계의 대부 격인 도쿄대학 다카시나 슈지 교수, 모리미술관의 후미오 난조 관장 그리고 중국의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캐럴 잉화 루가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위안부 인정·피해 배상을” 日정부 법적책임엔 유연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한·일 시민단체가 절충안을 제시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한·일 양국 시민단체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치·관리했다는 사실, 피해자들이 본인 의사에 반해 위안부 성노예가 됐다는 사실, 심각한 피해가 있었으며 그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 국내법 및 국제법에 위반되는 중대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 등 4가지 사실 인정을 요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명백한 사죄, 피해자 배상, 일본 보유자료 전면 공개, 교육 및 추도사업 등을 포함한 재발방지 조치 등 4가지 요구 사항을 내세웠다. 일본 정부의 배상을 요구함으로써 일본이 제안한 아시아여성기금은 딱 잘라 거절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민간 모금 형식이어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배상 여부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다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6월 마련된 이 방안은 무엇보다 위안부 피해자 목소리를 대표하는 정대협이 동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본 측은 ‘정부 간 합의가 있어도 정대협이 거부하면 무산되는 것 아니냐’며 소극적 태도를 보여 왔다. 지한파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문제 해결의 기초가 될 만한 방안”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최성 고양시장, 미국·중국·일본 3개국 순방 나서

    최성 고양시장, 미국·중국·일본 3개국 순방 나서

    최성 고양시장이 다음달 7일까지 미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을 방문하기 위해 26일 출국했다. 이번 3개국 방문은 자매도시들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실무적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에서는 라우든 카운티시를 방문해 두 도시의 교육문화 교류 등에 대한 세부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라우든 카운티시 방문은 2013년 3월 북한의 대남 도발로 방미 이틀 전에 취소된 바 있으며 이번에 스콧 요크 시장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2년 만에 방문이 성사됐다. 최 시장은 이번 해외 순방에서 뉴욕 브루클린 식물원과 상하이 식물원 등 세계 유수 화훼기관과 고양시 화훼산업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상하이 국제꽃박람회 개막식에도 참석, 각국의 화훼 전문가들과 고양국제꽃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될 치치하얼시에서는 지난해 순져 시장의 방문 때 협의됐던 경제·관광·민간교류 등 5대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협약을 체결한다.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도쿄대에서 개최되는 나눔의 집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권리 회복을 위한 고양시민 13만명의 서명부가 전달될 예정이다. 이밖에 고양시에 들어설 친환경 자동차 클러스터와 민선 6기 시정운영의 최우선 가치인 안전시설과 관련해 미국 등 선진 자매도시와 구체적인 업무 협의도 진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장기 불황 겪은 열도의 불안”… 日문화계 자화자찬 풍조 확산

    [글로벌 인사이트] “장기 불황 겪은 열도의 불안”… 日문화계 자화자찬 풍조 확산

    지난 12일 일본에서는 그날 발표된 ‘스고이(굉장한) 재팬 어워드’가 화제였다. 최근 10년간 일본 국내에서 간행되거나 방송된 콘텐츠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고이 재팬 국민투표’(지난해 10~12월 투표 실시)에서 뽑힌 작품들을 발표한 것이다.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후원한 이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만화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등이었다. 일본에서 ‘세계에 알리고 싶은 일본 콘텐츠’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일본은 훌륭하다’ ‘일본의 것을 세계에 좀 더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포지티브 내셔널리즘’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일본인들이 자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민족주의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포지티브 내셔널리즘’이 두드러지는 것은 문화계다. 방송계에서는 일본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후쿠오카에 살면서 일본에서의 일상생활을 블로그와 유튜브에 활발히 올려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모은 캐나다인 미카엘라 브레스웨트(27·여)는 일본 지방의 명물을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자주 등장한다. 미국 출신으로 일본 문학을 전공해 도쿄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 캠벨(58)은 유창한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로 뉴스 코멘테이터로 활약 중이다. 이들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일본의 훌륭함을 얘기하며 일본인의 호감을 얻고 있다. 일본 문화의 우수성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듣거나 해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을 소개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민방 TBS 계열에서 방송되고 있는 ‘도코로씨의 일본의 차례’라는 방송은 ‘기모노의 매력’ ‘바둑에서 배우는 일본의 지혜’ 등 일본의 문화를 소개하며 10% 전후의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다. 또 전 세계 오지에 정착한 일본인을 소개하는 ‘세계 왜 여기에? 일본인’(니혼테레비), ‘세계의 마을에서 발견! 이런 곳에 일본인’(TV아사히), ‘세계의 일본인 아내는 봤다!’(TBS) 등 일본과 일본인을 칭찬하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세계 왜 여기에? 일본인’의 프로듀서 미즈타니 유타카는 주간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전만 해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다루면 시청률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나라를 다뤄도 시청률이 나온다”면서 “해외에 사는 일본인은 자국을 그리워하며 자국의 좋은 점을 재인식한다. 그런 ‘일본인다운 마음’을 자극하는 것을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것 아닐까”라며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을 분석한다. 실제로 과거에도 외국인이 일본에 대해 말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지금과는 양상이 정반대였다. 1998년부터 4년간 방송된 ‘여기가 이상하다, 일본인’(TBS)은 외국인에게는 집을 빌려주지 않는다든가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양보를 하지 않는 일본인의 모습을 외국인의 시선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프로그램이었다. 서점에서도 일본을 ‘자화자찬’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독일에서 30년간 생활한 일본인 가와구치 만 에미가 지난해 9월 펴낸 ‘살아본 유럽, 9승 1패로 일본 승리’라는 책은 2월 현재 14만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2013년 8월에 낸 ‘살아본 독일, 8승 2패로 일본 승리’는 16만부가 팔렸다. 이 외에도 ‘독일 대사도 납득한, 일본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 ‘일본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이유’ ‘영국에서 봐도 일본은 무릉도원에 가장 가까운 나라’ 등 외국과 비교하며 일본의 훌륭함을 치켜세우는 서적들이 최근 1년 사이에 잇따라 출판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렇게 일본 내에서 ‘포지티브 내셔널리즘’이 횡행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본이 20년 이상 장기 불황을 겪는 동안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의 국력이 점차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일본인의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일본 국민들이 ‘경제 대국’으로서 예전에 갖고 있었던 자신감과 여유를 잃고 ‘자화자찬’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인 ‘시민센터 정책기구’에서 격월간 잡지 ‘사회운동’을 편집하는 다카세 요시미치는 최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불안한 시대에 자기부정적이 되지 않기 위해 자기를 긍정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또 주변국들이 줄곧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비판해 온 것에 대한 반동이라는 분석,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더 강해진 국민적 연대의식의 발로로 보는 의견도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일본 고서 속 천황제는 역사 아닌 상상의 산물”

    “일본 고서 속 천황제는 역사 아닌 상상의 산물”

    “일본 고서(古書) 속 천황제는 텍스트가 만든 상상입니다.” 일본 고대문학 권위자 고노시 다카미츠(69) 도쿄대 명예교수는 1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텍스트가 역사를 만들어 낸다”며 “‘고사기’와 ‘일본서기’는 8세기에 요구된 신화로, 원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진 것이며 현실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노시 교수는 일본 고대 문학의 대표작인 ‘고사기’와 ‘일본서기’ 연구에 천착한 권위자로 일왕제를 종교적으로 뒷받침한 신화가 기록된 책들이 역사가 아닌 상상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고노시 교수는 백제 근초고왕 때 학자인 왕인이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져간 데 대해 두 책이 극단적으로 다른 서술을 한 점을 예로 들었다. ‘고사기’는 문자의 전래를 상징하는 논어와 천자문을 같은 시기 전해진 다른 물건과 비슷하게 취급했지만, ‘일본서기’는 이 사건을 보다 자세히 기록했다는 점에 집중한 것. 고노시 교수는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르게 서술한 두 책은 각자 세계관에 따른 신화를 서술했을 뿐”이라며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노시 교수는 ‘신대구결’ ‘염토전’ 등 자신이 소장해 온 고서적 5000여권을 동아시아 고전학의 미래를 위해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성균관대 측이 전했다. 이날 강연은 그에 대한 감사 표시로 마련됐다. 고노시 교수는 “책을 보관하는 데 건강과 비용의 문제가 있었는데, 성균관대가 흔쾌히 받아줘 기쁘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메르켈 “日, 위안부 문제 제대로 해결해야”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0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전날 과거사 직시를 우회적으로 주문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아베 신조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어 화해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오카다 대표가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군 위안부 발언은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종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는 아베 정권에 직접적으로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도쿄대공습 70주년 추도법회에 참석해 “과거와 겸허하게 마주하고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며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한편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일본이 역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을 통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신뢰를 쌓아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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