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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경대 제6대 총장에 김영섭 교수 임명

    부경대 제6대 총장에 김영섭 교수 임명

    국립 부경대 제6대 총장에 5대 총장인 김영섭(61·공간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부경대는 김 교수를 교육부의 총장 임명절차를 거쳐 2일자로 제6대 총장에 임명됐다고 이날 밝혔다. 연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2020년 9월 1일까지 4년이다. 그는 “기본에 충실한 교육제도를 만들어 졸업생들이 사회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제화 역량을 갖춘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졸업생이 잘되는 명문대학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총장은 부경대를 1978년 졸업하고 1992년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총장은 5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유엔 세계수산대학 유치를 비롯해 대학특성화사업,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 등 각종 국책사업을 잇달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대학 캠퍼스 특화전략에 나서 대연캠퍼스를 교육·연구중심 캠퍼스로, 산학연 연구단지 조성사업을 유치한 용당캠퍼스를 산학연 혁신캠퍼스로 발전시켰다. 대한원격탐사학회장, 열린대학교육협의회장, 한국해양산업협회 공동이사장, 부산수산정책포럼 공동이사장 등을 지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한국 ‘10-10’ 불발…아쉬웠던 리우 열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22일 오전 7시 15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한다. 남미 대륙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리우 올림픽은 시작부터 치안 불안과 미흡한 시설 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대체적으로 큰 문제 없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시간가량 진행될 폐막식에서는 친환경과 생태계 보호 등을 주제로 개최되며, 브라질 최고의 카니발 연출자들이 화려한 삼바 축제가 펼쳐진다. 에두아르두 파에스 리우 시장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게 올림픽 기를 건넨다. 한국은 12년 만에 ‘두 자릿수 금’ 캐기에 실패하며 아쉽게 ‘리우 열전’을 마쳤다. 한국은 양궁과 태권도가 금메달 각 4개와 2개로 믿음에 응답했지만 또 다른 ‘효자’ 유도와 남자 레슬링, 배드민턴 등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해 메달 레이스에 차질을 빚었다. 사격과 펜싱, 여자골프에서도 금메달이 1개씩 나왔다. 한국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1일 현재 금 9, 은 3, 동메달 9개로 대회 종합 순위 8위에 오르면서 당초 목표인 10개 이상의 금메달로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드는 ‘10-10’이 사실상 불발됐다. 한국이 올림픽에서 두 자릿수 금 사냥에 실패한 것은 2004년 아테네 대회(금 9, 은 12, 동 9)가 마지막이다. 이후 한국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에서 거푸 금 13개씩을 낚아 연속 ‘톱10’에 진입했다. 베이징에서는 7위, 런던에서는 1988년 서울 대회(4위) 이후 최고인 5위를 차지했다. 종합순위 1위 미국에 이어 영국은 이날 현재 금 27, 은 22, 동메달 17개로 중국(금 26, 은 18, 동 26)을 제치고 2위를 달렸다. 지난 런던 대회에서 3위에 올랐던 영국이 이 자리를 굳힌다면 1908년 런던 대회(1위) 이후 무려 108년 만에 2위다. 영국은 제이슨 케니(3관왕)를 앞세운 사이클 트랙에서 6개 금을 휩쓰는 등 수영, 조정, 태권도, 체조 등 여러 종목에서 금을 고루 수집했다. 2020년 도쿄대회 개최국 일본도 금 12, 은 8, 동 21개(6위)로 아테네 대회(금 16, 은 9 동1 2) 이후 12년 만에 두 자릿수 금맥을 잇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5관왕) 등 다관왕에 힙 입어 2회 연속 종합 1위를 확정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행복한 후쿠이, 그곳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행복한 후쿠이, 그곳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이토록 멋진 마을/후지요시 마사하루 지음/김범수 옮김/황소자리/288쪽/1만 5000원 한반도 동해에 면한 일본 중부 호쿠리쿠 지역에 있는 인구 79만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 후쿠이현. 일본인들에게조차 생소했던 이곳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쿠이현은 현재 일본 지자체 중에서 가장 많은 ‘1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행복도 1위, 초중생 학력평가 1위, 노동자세대 실수입 1위, 정규직 비율 1위, 맞벌이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서점 숫자(인구 10만명당) 1위,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 및 기술 14개, 아동·노인 빈곤율 최저, 실업률 최저…. 한국보다 20년 앞서 저성장과 고령화 늪에 빠진 일본의 지방 도시들은 퇴락해 가고 있다. 고령화는 저출산을 동반하며, 지역공동체는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후쿠이는 특별하다. 일본 언론들도 지난해부터 후쿠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곳을 찾아 “창의력으로 새로운 활력을 이끌어 낸 이곳의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한 이후 ‘후쿠이 모델’ 배우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신간 ‘이토록 멋진 마을’은 일본 내 모든 지표가 1위로 지목하는 가장 핫한 마을인 이곳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를 탐구한다. ●비결1: 밑바닥까지 철저히 망한 후 역전극 세계 3대 안경 산지로 소문난 후쿠이현 중심 사바에시. 한때 일본 내 안경테 시장의 90%를 점유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1990년대 말부터 저가 중국산에 밀려 900여곳의 안경 회사가 500여곳으로 줄었다. 지역 경제 규모도 1100여억엔에서 500여억엔으로 반 토막 났다. 후쿠이현의 핵심 제조업이었던 섬유산업도 덩달아 추락했다. 거리에는 길고양이와 각종 전단지, 주정뱅이 실업자만 넘쳤다. 사바에시는 소재산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후쿠이 안경 장인들이 협력해 신소재 혁신에 나서 티타늄, 형상기억합금 안경테를 출시했고, 루이비통, 레이벤 등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곳 안경테 제조 공정은 지금도 ‘일급비밀’이다. 사양산업이었던 섬유 회사인 핫타타테아미도 신축성·통기성이 뛰어난 ‘더블 라셸 메시’라는 신소재를 만들면서 부활했다. 이 소재로 만든 신발을 신은 여성 마라토너 다카하시 나오코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놀랍게도 혁신의 주인공들은 모두 중소기업이었고 더 강해졌다. ●비결2: 여러분 시장을 하지 않겠습니까 2006년 5월 사바에시 시장이 된 지 2년째인 마키노 하쿠오는 섬유, 안경에 이어 정보기술(IT)을 키우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젊은 IT 기업인들은 그에게 “시장님 블로그부터 만드세요. 휴대전화 기종을 바꾸세요”라고 권했다. 마키노 시장이 개설한 블로그에 도쿄에 사는 다케베 미키가 접촉하면서 지역 활성화를 주제로 한 콘테스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마키노 시장과 다케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장차 일본을 짊어질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하겠다면 일본이 안고 있는 난제인 지역 활성화에 도전해 보지 않겠습니까”라는 시장 공개 모집 광고를 냈다. 도쿄대, 교토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전국에서 청년들이 사바에시로 모여들었다. 그중에서 24명의 시장이 선발됐다. 대성공이었다. 사바에시와 전혀 인연이 없는 학생 시장들이 지역 발전을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마키노 시장은 이를 정책으로 채택했다. ●비결3:후쿠이만의 자발 교육과 여성 인센티브 저자는 후쿠이현의 직장 환경은 육아에 맞춤형이라고 말한다. 가구당 월평균 수입은 63만 6000엔으로 도쿄를 제치고 전국 1위이며, 여성 1인당 1.61명을 낳고 있다. 나쁘지 않은 출산율이다. 이 모든 게 맞벌이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후쿠이는 여성들이 사업을 하면 공공사업 입찰 우선권을 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일본 중소기업청은 이를 ‘호쿠리쿠 지역의 맞벌이를 통한 가치창조 모델’이라 부른다. 후쿠이현은 문부과학성이 해마다 실시하는 전국학력평가에서 1·2위를 다툰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오히려 전국 평균보다 낮다. 후쿠이의 학교들은 ‘10년 앞을 내다본 수업’을 모토로 한다. 시험 점수가 아닌 사고 능력을 묻는 자체 학력시험을 치른다. 후쿠이의 학교들은 종합적 사고 능력을 중시한다. 저자는 “오랜 기간 빈곤과 실패의 역사를 간직한 지역, 첩첩 산으로 둘러싸여 믿을 것은 사람밖에 없었던 마을,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지혜로워질 수밖에 없던 후쿠이는 지금 일본을 넘어 세계가 연구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 모델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힘겨웠던 경험은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며, 이 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이겨 낼지 응원하고 싶다”고 썼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日전문가 “위안부 합의, 끝이 아니라 시작…발전시켜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재단(‘화해·치유재단’)에 곧 10억 엔(약 109억 원)을 낸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일본 전문가는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를 궤도에 올리려고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반대하고 이를 부인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합의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이를 발판으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는 제언했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을 내는 것은 합의 사항이라 당연한 일이며 이보다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한다는 합의의 본질을 분명히 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음은 일본의 전문가들이 14일 연합뉴스에 밝힌 의견의 요지. ◇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한국학 연구부문장) 박근혜 정권은 광복절 전에 어느 정도 매듭짓는 것이 국내적으로 좋다고 생각했고 일본도 소녀상 문제 등 내부 불만이 있으나 어떻게 든 작년 말 합의를 궤도에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 것 같다. 양국 정부가 비슷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일 정부 합의에 대해 한국 내에 반대론이 꽤 강하다. 일본에서는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의견도 강하다. 이에 관해 양측이 명확히 정하지 않았으며 앞날이 불투명한 측면도 있다. 한국의 여론을 생각할 때 즉시 이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본이 내는 10억 엔은 우선 피해 당사자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다만 가능하다면 전쟁 때 여성의 인권이 짓밟히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내보내는 사업을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기념비를 만들거나 기념관을 건설하는 방법이 있다. 기념관 건설은 10억 엔으로 어려울 것이니 한국 정부의 (자금) 협력이 필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일본은 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남아 있는 것은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정부 간의 약속이므로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 다시 문제 삼으면 국제적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간 합의가 아직 사회적 합의가 된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정부 간 합의가 사회적 합의, 국제 사회에서의 합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한일 양국 합의로서 일본군 위안부가 끝난 문제이며 더 얘기할 일이 아니라는 일부의 목소리가 있다.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반면 한국에는 양국 정부 간 합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나도 그 이유는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건설적인 움직임으로 이어갈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합의를 전제로 하되 그 정신을 살리는 방법, 발전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끝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전 아시아여성기금 전무이사(도쿄대 명예교수) 8월 15일 전에 뭔가를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일본 측의 일방적인 태도에 매우 놀랐다.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일본이 국가의 가해 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돈은 낸다는 것이 합의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전화 회담 후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런 메시지가 이미 지워진 것 같다. 마치 일본이 돈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 같은 인상을 심으려고 하는듯했다. 사죄와 관계가 없는 돈을 일본이 내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이런 방향으로 돈을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일본 정부가 돈을 내는 것은 애초에 약속한 것이다. 당시 합의에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소녀상 철거와 연결짓지 않는 것(전제로 삼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의 사죄가 합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므로 일본이 이에 관해 표명하고 이를 문서로 피해자에게 줄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돈을 낼 때 그 돈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돈은 일본이 사죄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의료·복지 사업 외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사업, 존엄 회복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위령비 건설이나 역사 기념관을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기념관은 일본이 낸 돈만으로는 불가능하므로 한국 정부 예산도 필요하다. 위령비 건설은 일본 정부가 낸 돈으로도 가능하다. 연합뉴스
  • 맥아더 “전쟁금지헌법 日 총리가 제안했다”

    전쟁을 금지한 현행 일본 헌법 9조는 시데하라 기주로(1872∼1951) 전 일본 총리가 연합국총사령부(GHQ)에 제안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더글러스 맥아더 전 GHQ 사령관의 편지가 발견됐다. 이는 일본 헌법은 전승국이 강요한 것이므로, 개정해야 한다는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내 개헌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가 될 전망이다. 1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맥아더가 다카야나기 겐조(1887∼1967) 전 헌법조사회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쟁 금지 조항을 헌법에 넣자는 제안을 시데하라가 했다”는 글을 호리오 데루히사 도쿄대 명예교수가 발견했다. 시데하라는 1945년 10월∼1946년 5월 총리로 재직하며 헌법의 제정에 관여했다. 맥아더 당시 사령관은 1958년 12월 15일 다카야나기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데하라의 제안을 받고서 ‘놀랐다’. 총리에게 ‘마음으로부터 찬성’이라고 말하자 총리는 명백하게 안도하는 표정을 보여 나를 감동시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편지를 찾아낸 호리오 명예교수는 다카야나기가 일본 헌법의 제정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1958년에 미국에 건너갔고, 맥아더와 서신을 교환했다는 사실에 주목해 일본 국회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헌법조사회 관계자료를 뒤져 이 같은 영문 편지와 일본어 번역문을 올 1월 발견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 자체가 점령군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우리 손으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맏언니는 다시 꿈꿉니다… 4년 뒤 금빛 물살을

    맏언니는 다시 꿈꿉니다… 4년 뒤 금빛 물살을

    “올림픽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한국 수영의 ‘맏언니’ 남유선(31·광주시체육회)은 9일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섰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개인혼영 200m 예선 1조 경기. 힘차게 물살을 갈랐지만 기록은 2분16초11로 저조했다. 1조에서 4위, 전체 39명 중 32위다. 애초 기대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이 종목만 뛰는 남유선은 준결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올림픽도 접었다. 그는 “이틀 전 체한 기운이 있고 빈혈 증세도 겹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제 지나간 일이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태극마크’를 17년째 달고 있는 남유선은 한국 수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주인공이다. 15살 때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출발대에 처음 선 그는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에 이어 8년 만이자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인 리우 대회에도 출전했다. 올림픽 수영에 4차례나 나간 한국 선수는 남유선과 박태환뿐이다. 특히 아테네 때는 이 종목으로 큰 획을 그었다.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라 7위를 차지했다. 한국 수영이 1964년 도쿄대회에 첫선을 보인 이후 결선에 오른 유일한 여자 선수다. 남유선은 “첫 번째 올림픽은 아무 생각 없이 뛰었고 두 번째 올림픽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면서 “좋은 기록을 내니 세 번째 올림픽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세 번째 대회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확인한 그는 2012년 선수 생활을 접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선수권(러시아 카잔)에 참가해서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수나 ‘엄마 선수’들을 보면서 도전 의지를 다시 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유선은 ‘마지막’ 대신 ‘다음 기회’를 얘기했다.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기회가 되면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리우데자네이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야구 ‘도쿄’서 12년 만에 부활… 한국 ‘베이징’ 다시 한번

    본선 티켓 5장… 혼전 불가피 김자인 “클라이밍 채택 기뻐” “베이징에서의 야구 금메달 감격을 도쿄에서 잇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윈저 오세아니쿠 호텔에서 총회를 열고 야구·소프트볼, 서핑, 스케이트보드, 클라이밍, 가라테 등 5개 종목을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이로써 도쿄올림픽에서는 기존 28개에 추가 종목을 합친 33개 종목이 치러진다. 하지만 추가 종목은 도쿄대회에 국한돼 2024년 대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올림픽 프로그램의 혁신적인 조치”라고 환영했고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시로 무토 사무총장은 “젊은이들에게 인기 많은 종목이 치러지면서 차세대 선수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야구는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정식종목이 됐지만 2008년 베이징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다. 당시 IOC는 최고 기량의 메이저리그(MLB) 선수의 출전을 종용했지만 MLB가 시즌 중 선수 차출에 난색을 표하면서 퇴출됐다. 그러나 야구 강국 일본의 올림픽 유치와 함께 부활이 예고됐고 결국 12년 만에 올림픽 복귀에 성공했다. 베이징에서 금을 캔 한국야구는 재도약의 전기를 맞았다며 복귀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개최국 일본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남은 본선 티켓 5장을 놓고 혼전이 불가피해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아울러 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간판 김자인(28)은 단숨에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꿈꾸던 올림픽 무대를 밟을 기회가 생겼다”면서 “4년 뒤 33세가 되지만 출전권을 따도록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며 기뻐했다. 이에 견줘 서핑과 스케이트보드는 반응이 냉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종목 결정에 앞서 지난 3일 “많은 서퍼와 스케이트 보더들은 경쟁 스포츠가 아닌 데다 경기가 흥미 없고 지루해 TV 중계 등 올림픽 종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IOC 위원장에게 보내진 한 온라인 진정서도 “스케이트보드는 스포츠가 아니며 우리가 이용되고 올림픽 프로그램에 적합하도록 변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클라이밍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김자인 “그때는 서른둘이지만”

    클라이밍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김자인 “그때는 서른둘이지만”

    “물론 서른 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올림픽에 참가해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작은 키(152㎝)에도 국내는 물론 세계를 대표하는 클라이밍의 간판스타 김자인(28)이 벅찬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참가 차 중국 두연에 체류 중인 김자인은 4일 새벽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129차 총회에서 스포츠클라이밍 등 다섯 종목을 2002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추가된 데 대해 “좋은 결과가 나와 굉장히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클라이밍에 대한 지원이 열악했던 나라들에 대한 발전도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클라이밍이 점차 대중화되고 프로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그들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자인은 “올림픽은 모든 스포츠인에게 꿈의 무대인데, 그 무대를 밟을 기회가 생겼다”라면서도 “하지만 4년 뒤엔 한국 나이로 33세가 된다”며 웃었다. 이어 “클라이밍을 하기에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닌데, 몸 관리를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초등학교 때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한 김자인은 중학교 재학 시절부터 일반부에 참가해 어른들을 제치고 메달을 휩쓸었다. 16세이던 2004년 아시아챔피언십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를 평정했고,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 뒤 각종 월드컵 대회를 싹쓸이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김자인은 또 도쿄대회에서는 리드, 볼더링(줄을 이용하지 않고 손발로만 오르는 것), 스피드 세 종목을 통합해 메달을 결정하는 경기 방식에 대해 의견을 묻자 “각각 너무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2012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종목을 통합한 오버롤에서 금메달을 얻은 적이 있지만, 훈련을 할 때 세 종목 모두를 염두에 두는 선수는 거의 없다. 때문에 사실상 그 세 종목이 합쳐지는 것은 현재 클라이밍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 클라이밍이 올림픽에 채택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버롤 종목으로 시작해 점차 종목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5일 오후 예선을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 통산 1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뒤 오는 7일 밤 8시 45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첫 올림픽 女선수 없어… 오륜기 1920년 등장

    5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남미 대륙에서 개최되는 첫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다. 또 10명으로 꾸려진 ‘난민 올림픽팀’(ROT)이 올림픽 무대에 나선 것도 처음이다. 31회째를 맞는 올림픽 역대 대회에서 쓰여진 ‘최초’ 기록에 대해 알아봤다. 최초의 근대 올림픽인 1896년 아테네대회에서는 남자 세단뛰기의 제임스 코널리(미국)가 13m71을 뛰어 첫 올림픽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겼다. 2회 대회인 1900년 파리대회에는 여성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테니스 혼합복식의 샬럿 쿠퍼(영국)와 여자 골프 마거릿 애벗(미국)이 출전해 우승까지 일궜다. 4년 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금, 은, 동메달을 최초로 수여했다. 1908년 런던에서는 존 테일러(미국)가 금메달(남자 1600m 계주)을 딴 첫 흑인 선수가 됐다. 1912년 스톡홀름대회에는 5대륙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다. 프란시스코 라자로(포르투갈)는 피부 보호를 위해 밀랍을 바르고 마라톤 경기에 나섰다가 경기 중 처음으로 숨졌다. 1920년 안트베르펜 때는 오륜기가 등장했고, 1924년 파리에서는 선수촌이 만들어졌다. 1928년 암스테르담에서는 성화가 첫선을 보였고, 1932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금, 은, 동 세 계단 시상대가 나왔다. 1936년 베를린에서는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가 처음 봉송됐다. 1948년 런던에서는 수영이 실내경기장에서 펼쳐졌고 BBC방송은 1000파운드에 첫 중계권을 구매했다. 1956년 멜버른에서는 ‘보이콧’이 처음 나왔다. 영국, 프랑스, 이집트가 얽힌 수에즈운하 위기로 이집트와 레바논, 이라크가 불참을 선언했다. 1960년 로마대회 때는 위성을 통해 경기가 중계됐고, 1964년 도쿄대회는 아시아 대륙에서 처음 열린 올림픽이다. 1972년 뮌헨에서는 수영의 마크 스피츠(미국)가 7개 세계기록으로 7관왕에 올랐고 11명의 이스라엘 선수가 희생당한 ‘검은 9월단’ 사건으로 올림픽이 처음으로 테러에 노출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는 프로선수들이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미프로농구 ‘드림팀’은 한 수 위 기량으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2000년 시드니에서는 도핑테스트에 혈액검사가 도입됐고, 2004년 아테네에서는 성화 봉송이 전 세계에 걸쳐 이뤄졌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중국이 아시아 최초로 종합우승(금 51개)을 달성했다. 2012년 대회를 개최한 런던은 세 번의 올림픽을 연 첫 도시가 됐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와우! 과학] 인간의 관절과 근육을 가진 ‘근골격 로봇’ 개발

    [와우! 과학] 인간의 관절과 근육을 가진 ‘근골격 로봇’ 개발

    미래의 로봇은 우리 인간과 똑같이 움직여 눈으로 봐서는 구별하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과학자들이 사람의 근골격을 상당히 재현한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일간공업신문은 17일 일본 도쿄대 대학원 정보공학계의 아사노 유키 조교수와 이나바 마사유키 교수는 근골격 휴머노이드 로봇 ‘겐고로’(腱悟郎·KENGORO)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연구자들이 개발한 겐고로의 근육 개수는 106개. 실제로 우리 인간이 지닌 600여 개의 근육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인간형 로봇 개발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또 로봇의 운동 제어 성능을 나타내는 관절의 자유도는 114개를 실현했다. 인간의 관절은 약 230자유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관절 자유도는 관절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예를 들어 무릎의 경우 한 방향으로만 회전할 수 있어 1자유도, 발목은 세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어 3자유도다. 이렇게 만들어진 겐고로의 키는 165cm, 몸무게는 56kg. 스스로 움직이는 더미인형(차량 충돌 테스트 등에 쓰이는 인형)이나 운동기능장애 평가 등의 분야에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골격과 근육 배치를 재현해 유연하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다. 하나의 관절을 여러 근육으로 움직이는 등 일반적으로 모터의 기어로 구동하는 로봇의 제어 방법은 사용할 수 없지만, 감속 장치를 줄일 수 있어 로봇 경량화는 물론 인체에 가까운 구조를 재현할 수 있었다. 겐고로의 중량은 자유도당 약 3분의 1로 억제됐다고 한다. 근육의 장력을 조정해 관절을 부드럽거나 딱딱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유연성이 요구되는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다. 공간 절약을 위해 뼈의 내부에 배터리를 삽입했다. 가동 시간은 약 20분이다. 이에 대해 아사노 조교수는 “기술 개발은 아직 중간 단계다”면서 “왜 인간이 무릎 반사와 보행 등 어려운 동작을 습득할 수 있는지 해명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도쿄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춘향전 읽는 베트남, 정치학 배우는 케냐… 위풍당당 e스쿨 한국학

    춘향전 읽는 베트남, 정치학 배우는 케냐… 위풍당당 e스쿨 한국학

    ‘이 나라 사람들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도 피우며 이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녀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이들은 단 12개의 국가만 알고 있고 지도에 시암(태국) 너머의 땅은 나타나 있지 않다. 쌀과 다른 곡물들은 넘쳐날 정도로 재배되고 누에를 많이 치지만 좋은 비단을 뽑을 줄은 모른다.’ 일본으로 항해하던 중 태풍을 만나 조선에서 14년간 머물렀던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1630~1692)은 동인도회사에 제출한 보고서 ‘하멜표류기’(1668년)에서 우리나라를 이렇게 소개했다. 조선의 제도, 풍속, 지리, 물산 등 그가 보고 들은 단편적인 기록들을 모은 것이지만 하멜의 보고서는 처음으로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연구해 서구 세계에 조선의 존재를 알린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을 연구하는 학문, 곧 해외 한국학의 초기 형태인 셈이다. ●KF, 13개국 80개 대학 119석 석좌교수직 설치 하멜이 조선을 연구해 서구 세계에 알린 지 30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학은 놀라운 변신을 거듭했다. 하멜 같은 상인들이나 여행가, 선교사들의 ‘오리엔탈리즘’ 색채가 짙은 초기 형태를 벗어났다. 식민지시대 촉탁 학자들이 주도한 왜곡된 연구 시각을 극복하고 지금은 중국학, 일본학의 일부가 아닌 당당한 국제지역학의 한 분야로 다뤄지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들어 정부가 우리나라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자며 아예 국가적 사업으로 한국학 확산을 지원하면서 현재 한국학은 한국을 널리 알리는 공공외교 및 ‘지식 한류’ 확산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2일 한국학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이 기관의 지원으로 지난해 설치된 해외 한국학 석좌교수직은 총 13개국 80개 대학의 119석에 이른다. KF는 올해 미국 볼더대, 네덜란드 호로닝엔대, 호주 멜버른대 등 5개국 7개 대학에 한국학 교수직을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또 한국학 강좌 확대를 위해 올해 56개국 72개 대학에 77명의 객원교수도 파견한다. 해외 선교사나 학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국을 연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적극적으로 우리 학자들이 해외에 나가 한국학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온라인 글로벌 e스쿨 첫 도입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및 강원 일대에서 진행된 ‘해외 대학 박사 과정생 한국문학 워크숍’은 해외 한국학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행사에는 일본 도쿄대, 미국 미네소타대, 인도 델리대 등 11개국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23명의 박사 과정생들이 참가해 최근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해외 한국학 연구 방법에 대해 토의했다. 기조 강연은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지만 한국문학 연구 방법론에 대한 강의는 일본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그는 시인 윤동주 연구자로 국내 학계에서도 유명하다. 외국인 연구자들의 연구 주제는 다양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춘향전’이나 소설가 이광수, 이효석, 이상, 박태원 등의 작품은 물론 식민지시대 일본어로 글을 썼던 소설가 겸 극작가 김사량(1914~1950)의 작품들, ‘사하촌’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정한(1908~1996) 작품의 대만 번역 등 한국 문학계에서도 그간 외면받았거나 사실상 연구가 힘든 주제들까지 본격적으로 다뤘다. 국내 연구자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을 해외 연구자들이 보완하면서 함께 한국문학사를 재구성해 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KF 관계자는 “재단은 지난 25년간 해외 대학의 한국학 지원 사업을 지속했다”면서 “한국문학은 해외 한국학 진흥을 위한 필수 분야”라고 말했다. KF측은 이 사업을 통해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그에게 맨부커상을 안긴 데버라 스미스 같은 한국문학 전문가들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한국학 강의는 현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국내 대학의 강의를 듣고 국내 교수진 및 학생들과 토론을 나누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했다. KF가 2011년 처음 도입한 온라인 한국학 강의 ‘글로벌 e스쿨’ 사업을 통해서다. 글로벌 e스쿨은 현지에서 직접 한국학 강의를 들을 여건이 안 되는 학생들을 위해 고안됐다. 한국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증가했지만 현지의 한국 전문가는 부족한 현실을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극복했다. 글로벌 e스쿨은 국내외 대학이 실제 진행하는 한국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세계 각지에 송출하고 현지 방문, 특별 강연 등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프라인 강의 병행… 작년 3413명 수강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총 30개국 91개 대학에 200개 강좌를 열어 총 3413명의 학생이 한국학 강의를 수강했다. 종합대학의 한 학번 정도 규모의 외국인 학생들이 글로벌 e스쿨을 통해 한국학을 공부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학을 접한 학생들 중 일부는 본격적으로 한국학을 전공해 국내 대학으로 유학을 오기도 한다. 멕시코에서 글로벌 e스쿨을 활용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림수진 콜리마대 교수는 “비디오 콘퍼런스 방식이지만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은 실제 수업 이상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면서 “이 수업을 통해 지금껏 매년 2명 이상이 한국 대학교의 석사 과정에 진학했고 일부는 박사 과정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문화개론·한류 콘텐츠 등 인기 과목 글로벌 e스쿨은 시행 초기부터 아무래도 한국 사회·문화 전반에 관한 개론 강의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한류 문화 콘텐츠에 관한 강의들이 강세였다. 한국문학, 한국 전통문화, 한국의 미디어예술 등 문화 콘텐츠 관련 강의들은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을 막론하고 개설돼 폭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개설 강의만 보면 베트남 하노이외국어대에서 가을학기에 진행된 ‘현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 강의는 88명이, 대만 중국문화대에서 개설된 ‘한국의 문학’ 강의는 51명이 수강했다. ●한국 와서 석·박사 과정… 친한파 인사 배출 최근에는 강의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대학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해외 대학의 수요도 다양해지면서 한국학 강의가 인문·예술 분야를 벗어나 경영·정책 등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산업 발전모델에 대한 연구는 물론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한 강의와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세네갈 경영전문대학원(ISM)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과 아시아 기업의 글로벌 전략’ 강의가 개설됐다. 성균관대·인하대 컨소시엄은 카자흐스탄 국제정보기술대에서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 및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 케냐 나이로비대에서는 한국 정치학 관련 강의가, 몰도바 과학대학교에는 한국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관련 강의도 개설될 예정이다. KF는 나아가 글로벌 e스쿨과 연계해 펠로십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우수 학생들은 국내 대학에서 계절학기를 수강하며 온라인 강의보다 심화된 내용을 배우고 학점까지 딸 수 있게 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더불어 역사유적지 답사, 한국 문화체험 활동 등에도 참여한다. 학문뿐 아니라 문화 체험 등을 통해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지한파’ 인사들을 배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시형 KF 이사장은 “글로벌 e스쿨은 해외 한국학 교육 지역의 다변화 및 강좌 내용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국내외 대학 간 한국학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국내 대학의 국제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민단 70년] “야키니쿠·파친코로 버텼지만 자식들 귀화 못 막아”

    [민단 70년] “야키니쿠·파친코로 버텼지만 자식들 귀화 못 막아”

    “야키니쿠와 파친코.”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버텨 온 재일교포들이 먹고살기 위해 시작했던 상징적이며 대표적인 두 업종이다. 야키니쿠, 구운 고기 음식점으로 호구를 챙겼고 파친코로 교포 재정의 근간을 마련했다. 재일교포를 받아 주는 일본 회사가 없었던 1980년대까지 재일교포들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교토 지역 민단 활동과 한·일 문화교류 활동을 떠받쳐 온 왕청일(75) 민단 고문도 대학 졸업 후 부동산업으로 자산을 일궜다. 명문 리즈메이칸대를 나온 김준득(63) 민단 교토지방본부 사무국장은 “1970년대 초 대학을 졸업했을 때 입사를 받아 주는 곳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도쿄대, 교토대를 졸업한 재일동포 친구들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사법시험에 붙고도 연수를 거절당해 변호사가 되는 길조차 막혔던 재일 한국인 2세 김경득씨가 천신만고의 투쟁 끝에 일본 대법원의 연수생 허가 판결을 받은 것이 1977년이었다. “귀화하면 좋은 직업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귀화 생각은 안 해 봤냐”는 질문에 왕 고문과 김 국장은 “그런 생각은 떠올릴 수도 없었다”고 펄쩍 뛰었다. 귀화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민족 정체성이 강렬했던 때였다. 도쿄의 한 금융인은 “1990년대 말까지는 담보가 있어도 일본 은행은 재일교포에게는 대출을 해 주지 않았다”면서 “차별과 제약 속에서 신용조합 등 재일 한인 금융기관들이 생겨나 은행 거래가 어려웠던 교포들의 젖줄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 지역 민단 간부는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하면서도 차별 속에서 ‘나는 한국인’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졌던 참 특이한 민족주의가 우리 재일교포들에게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지금은 “자식들이 귀화하려 한다면 원하지는 않지만 ‘막는 것도 무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역사적 특수성이 인정된 ‘특별영주권자’지만 재일교포는 선거권도, 지방참정권도 없고 공립학교 교사도 될 수 없다. 행정 차별은 줄었지만 무언의 압력과 압박은 남아 있다. 한 지역 민단 관계자는 “한국 이름으로 단원들에게 우편물을 보냈더니 몇몇이 ‘다음부터는 일본 이름으로 바꿔 써 달라. 이웃 사람이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까 무섭고 싫다’는 요구가 돌아왔다”고 전했다. 교포들이 일본 이름을 대개 갖고 있는 것도 그들의 처지와 상황을 여실히 보여 준다. 교토·오사카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뇌 오류 고칠 표준설계도 만든 셈…알츠하이머·파킨슨병 정복 ‘성큼’

    뇌 오류 고칠 표준설계도 만든 셈…알츠하이머·파킨슨병 정복 ‘성큼’

    fMRI 영상 활용·알고리즘 적용 기존 뇌지도 비해 두배 이상 정밀 새로운 형태 AI개발 큰 도움 기대 여전히 인류가 개척해야 할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두뇌 연구가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공동연구진이 180개 영역으로 이뤄진 인간의 대뇌피질 지도를 완성한 것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질환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향후 연구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일종의 표준설계도를 작성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대뇌의 겉표면 부위인 대뇌피질은 감각과 언어, 사고, 인지, 행동 등에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사실상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부위인 셈이다. 이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뇌전증, 뇌성마비, 치매, 뇌경색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많은 연구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뇌피질의 영역별 역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대뇌피질의 역할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능별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며 이를 위해 세밀하고 정교한 뇌지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컴퓨터 서버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네트워크 지도를 보고 복구 계획을 세우고 전자제품이 고장 나면 회로도를 보고 고치는 것처럼 정밀한 뇌지도는 뇌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류를 고칠 수 있는 일종의 ‘표준 설계도’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지금은 항우울제 같은 약물이나 뇌자극으로 치료를 시도하지만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밀한 뇌지도가 있으면 우울증 환자 뇌의 어떤 부위가 이상이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해당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든가 줄기세포를 삽입하는 등의 치료를 통해 완치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오는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자폐증, 조현병, 우울증 등 난치성 뇌질환 치료법 대부분이 뇌지도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정밀한 뇌지도는 기존의 딥러닝 같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발전에도 도움을 줘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AI)과 로봇시스템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뇌지도 작성 연구에 뛰어든 상태다. EU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가 중심이 된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까지 1조 80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쥐와 사람의 뇌 구조 및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시뮬레이션한다는 연구목표를 세웠다. 이웃 일본에서는 2014년 게이오대와 도쿄대, 이화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영장류인 비단원숭이의 뇌영상 확보 및 뇌지도를 그리는 ‘브레인·마인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한국뇌연구원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특정 기능에 특화된 뇌지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20일 네이처지에 발표된 뇌지도는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눠 기존 뇌지도에 비해 두 배 이상 정밀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연구진은 뇌의 크기와 형태 등 개인차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없애고 정확한 뇌지도를 만들기 위해 불명확한 이미지 데이터를 제거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적용함으로써 표준 뇌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데이비드 반 에센 워싱턴대 교수는 “이번에 구축한 대뇌피질 영역 뇌지도의 일부 영역은 더 세분화되거나 다른 영역에 속한 부분일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대뇌피질 지도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종철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국제공동연구진이 보다 세밀하고 정확한 뇌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에는 활용하지 않았던 뇌 표면의 얇은 막인 미엘린 함량과 뇌가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의 fMRI 영상을 종합적으로 활용했고 개인차를 줄일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 책임연구원은 “네이처에 발표된 뇌지도가 대뇌피질 전체를 다루고 있다면 현재 한국뇌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이뤄지는 연구는 감각의 융합이나 판단과 같은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부위의 뇌지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뇌지도가 우리나라를 ‘시’나 ‘도’ 크기로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뇌지도는 골목길까지 자세히 나와 있는 지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로봇, 인간의 관절과 근육을 갖다…日 ‘근골격 로봇’ 개발

    로봇, 인간의 관절과 근육을 갖다…日 ‘근골격 로봇’ 개발

    미래의 로봇은 우리 인간과 똑같이 움직여 눈으로 봐서는 구별하기 힘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과학자들이 사람의 근골격을 상당히 재현한 인간형 로봇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일간공업신문은 17일 일본 도쿄대 대학원 정보공학계의 아사노 유키 조교수와 이나바 마사유키 교수는 근골격 휴머노이드 로봇 ‘겐고로’(腱悟郎·KENGORO)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연구자들이 개발한 겐고로의 근육 개수는 106개. 실제로 우리 인간이 지닌 600여 개의 근육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인간형 로봇 개발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또 로봇의 운동 제어 성능을 나타내는 관절의 자유도는 114개를 실현했다. 인간의 관절은 약 230자유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관절 자유도는 관절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예를 들어 무릎의 경우 한 방향으로만 회전할 수 있어 1자유도, 발목은 세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어 3자유도다. 이렇게 만들어진 겐고로의 키는 165cm, 몸무게는 56kg. 스스로 움직이는 더미인형(차량 충돌 테스트 등에 쓰이는 인형)이나 운동기능장애 평가 등의 분야에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골격과 근육 배치를 재현해 유연하게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다. 하나의 관절을 여러 근육으로 움직이는 등 일반적으로 모터의 기어로 구동하는 로봇의 제어 방법은 사용할 수 없지만, 감속 장치를 줄일 수 있어 로봇 경량화는 물론 인체에 가까운 구조를 재현할 수 있었다. 겐고로의 중량은 자유도당 약 3분의 1로 억제됐다고 한다. 근육의 장력을 조정해 관절을 부드럽거나 딱딱하게 할 수 있으므로, 유연성이 요구되는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다. 공간 절약을 위해 뼈의 내부에 배터리를 삽입했다. 가동 시간은 약 20분이다. 이에 대해 아사노 조교수는 “기술 개발은 아직 중간 단계다”면서 “왜 인간이 무릎 반사와 보행 등 어려운 동작을 습득할 수 있는지 해명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도쿄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일본의 위험한 야망

    일본의 위험한 야망

    전쟁국가의 부활/고모리 요이치외 4인 지음/김경원 옮김/책담/324쪽/1만 6000원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 사이/박삼헌 지음/알에이치코리아/320쪽/1만 8000원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 개정을 묻겠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직후 던진 말이다. 집권 자민당 등 이른바 ‘개헌파 4당’은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3분의2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한 만큼 개헌 발의 정족수를 확보했다.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전환시켜 ‘전쟁 가능한 나라’를 만들려는 아베 신조와 그 지지 세력의 ‘위험한 야망’이 현실에 한층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일본 우익 세력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개헌 몰이의 실상과 그 연원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일본의 진보 지식인 5명이 함께 쓴 ‘전쟁국가의 부활’과 건국대 박삼헌 교수가 19세기 중후반 일본을 탐색한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 사이’가 그것이다. ‘전쟁국가의 부활’이 아베 총리와 지지 세력의 헌법 개정 의도며 배경을 샅샅이 파헤쳤다면 ‘천황…’는 일본 국가 정체성의 뿌리를 추적해 알기 쉽게 전달하는 흐름이 흥미롭다. 지금 일본 개헌 몰이의 핵심은 1945년 태평양전쟁 패전 후 연합국 최고사령부(GHQ)에 의해 구축된 ‘전쟁과 군사 보유를 포기한다’는 일본 헌법 제9조(평화헌법)의 내용을 없애는 것이다. 여기에는 ‘군사 보유야말로 국가 고유의 주권이자 보통국가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조건’이라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전쟁국가의 부활’은 이 대목을 조목조목 짚어 그 야합의 모순과 폭력성을 생생하게 지적한다. 평화헌법 수호를 위한 이른바 ‘2015 안보 투쟁’에 앞장섰던 고모리 요이치 도쿄대 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대학교수 5명이 압축해 정리한 아베와 지지 세력의 역사인식은 명쾌하게 정리된다. 한마디로 “대일본제국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그 인식에 따라 1954년 창설된 자위대의 해외 파견 형태 변화를 샅샅이 추적했다. 미·일 군사동맹 체제 아래 진행돼 온 평화헌법 조항의 점진적 침식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법적인 테두리에서 보자면 일본은 ‘군대 없는 나라’이다. 하지만 실상은 2000년대 이후 군사비 지출 순위에서 세계 6위권을 수호해 온 ‘군사강국’이다. 우익은 줄곧 “미국 도움 없이 일본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되뇌면서 ‘군사 소국’임을 자평하지만 미국과의 공동작전까지 감안해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키워 왔다. 그 군사대국화 흐름을 주도하는 데 일본 재계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일본 재계를 대표한다는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총회가 작성한 ‘일본의 기본 문제를 생각한다’를 포함한 문서들은 그 단적인 증거이다. 이 문서들은 헌법의 평화조항(9조2항)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지원 활동을 강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이단렌의 핵심 위원회 중 하나인 방위생산위원회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군사산업의 발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이렇게 경고한다. “일본의 개헌은 전쟁할 수 있는 체제를 완성시킬 것이다. 일본의 전쟁은 미국이 참전했을 때 일본군이 동원되는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면 지금 일본의 군사대국을 포함한 우경화의 연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천황…’는 바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근거로 다가온다. 박 교수는 메이지유신으로 막부를 폐지하고 근대적 의미의 국가를 탄생시킨 19세기 중후반 일본을 샅샅이 살폈다. 책은 무엇보다 태평양전쟁에 이르기까지 50년 넘게 이어진 일본제국 체제에서 일본인은 일왕의 신하인 신민(臣民)으로 규정됐음에 주목한다. 실제로 1889년 제정된 메이지 헌법의 시작은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万世一系)의 천황이 통치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일본에서 부라쿠민(部落民)이라 불리며 차별받았던 불가촉천민 에타(穢多)와 히닌(非人)이 1871년 천칭폐지령으로 평민이 된 과정에 주목한다. 이들의 차별 폐지는 천부인권의 존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과 교류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방치하는 것을 국가적 모욕이자 왕정의 큰 결함으로 봤다는 것이다. 저자는 러일전쟁 전후 일왕과 신민은 혈연의 연결고리로 더욱 강하게 묶였다고 주장한다. 바로 ‘입헌적 족부통치국’이라는 개념이 그것이다. 그 개념에 따라 일왕은 일본 민족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일본 지도부는 잇따라 일으킨 청일전쟁과 대만 침공을 통해 일본인에게 애국심과 봉사·희생정신을 심어 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금 일본 우경화의 핵심 세력이 갖고 있는 국가관은 바로 그 정신의 계승이라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재 찾으러 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日 채용행사

    “인재 찾으러 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日 채용행사

    LG화학이 인재 확보를 위해 공격적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G화학은 박진수 부회장과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사장), 김민환 최고인사책임자(CHO·전무) 등이 지난 주말 일본을 찾아 인재 유치전을 펼쳤다고 3일 밝혔다. 지난 1일 저녁에는 도쿄대와 교토대 등 일본 상위 10개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 유학생 40여명을 도쿄 뉴오타니호텔에 초청해 채용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박 부회장은 “LG화학이 69년간 멈춤 없는 성장의 역사를 이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창업부터 이어져 온 고유의 정신을 고집스럽게 지켜왔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고객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인정신을 갖춘 인재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이 직접 인재 채용에 나서는 것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행사가 끝난 뒤 박 부회장은 LG화학의 강점과 기업 철학 등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기도 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자동차왕국 도요타, 로봇왕국 변신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메이커인 도요타가 2019년부터 가정용 로봇의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로봇 생산에 눈을 맞췄다. 집 안 청소, 노인 및 병약자의 생활 보조, 유아 돌봄 보조 등에 사용되는 로봇인 가정용 로봇의 수요가 초고령화에 맞춰 가파르게 늘 것으로 보고 로봇 시장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도요타자동차는 2020년까지 총 1000대가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가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는 것은 일단 인간 지원 로봇(HSR)이다. 로봇 개발 공장 등 제조 현장에서 가동하는 완력형 산업용 로봇과 달리 가정용 로봇은 인간과의 소통 등 대화 능력과 대응 등에 중점에 두고 있다. 시험 제작까지 마친 이 로봇은 60㎝의 팔을 이용해 물건을 줍고 이동시키는 것은 물론 펜이나 컵 등도 집을 수 있다. 고령자들은 태블릿 단말기나 음성을 통해 HSR에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도요타 측은 시험 제작한 HSR을 도쿄대 등에 임대해 운용 중이다. 도요타는 양산체제를 구축한 뒤 일반 가정에도 월 9만엔(약 101만원)에 임대할 계획이다. 특히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운전을 위해 인공지능(AI)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이 기술을 로봇에도 활용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HSR 로봇 개발은 선두 주자 소프트뱅크와 도요타자동차의 경쟁체제 속에서 더욱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도쿄도지사 출마 안 할 것” 존재감만 더 커지는 렌호

    “도쿄도지사 출마 안 할 것” 존재감만 더 커지는 렌호

    일본 제1야당 민진당의 간판급 여성 정치인 렌호(48) 대표 대행의 주가가 상한가다. 마스조에 요이치 현 지사가 지난주 부적절한 정치자금 파문으로 오는 21일 사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후보 인선이 진행되면서 여야를 통틀어 렌호 의원이 가장 강력한 후보감으로 부상했다.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당내 렌호 대행 출마론이 여전히 높아 관심이 쏠린다. NHK는 19일 렌호 대행이 다음달 31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가 전날 에다노 유키오 간사장과 만나 (출마 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민진당 지도부도 그의 출마를 사실상 단념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기자들과 만나 “(도쿄도지사 후보로서) 기대를 받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밝힌 뒤 “동료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여지를 남겨두기는 했었다. 하지만 18일 참의원 선거 사무실 개소식에서 “중앙정치에만 전념하겠다. 다음 세대에 가능성과 미래를 남겨 놓고 싶다”면서 완곡하게 출마를 사양했다. 다음달 10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당권에 더 관심을 둔 것으로 풀이됐다. 참의원 재선 의원인 렌호는 아버지가 대만 출신이다. 탤런트와 캐스터 등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2004년 참의원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고, 2010년 선거 때에는 도쿄에서 170만표를 얻어 큰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현 민진당) 정권 시절인 2010년 행정개혁담당상으로 입각, 각료 경험까지 갖췄다. 도쿄도지사의 갑작스런 공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한 렌호는 24세였던 25년 전 도쿄대 교수였던 마스조에 지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던 묘한 인연도 가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정치자금 사적 유용’ 도쿄도지사 결국 사퇴

    ‘정치자금 사적 유용’ 도쿄도지사 결국 사퇴

    전임 도지사 이어 ‘불명예 퇴진’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도쿄도 지사가 15일 결국 지사직을 사직했다. 정치자금의 사적 유용과 고액 해외출장 등으로 사퇴 압박에 몰려온 마스조에는 이날 가와이 시게오 도쿄도의회 의장에게 21일로 표기된 사직서를 제출했다. 마스조에는 고액의 해외출장 경비, 관용차를 이용한 별장 휴가, 정치자금의 사적 유용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그는 이날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정당이 불신임 결의안을 공동제출하기로 하자 사퇴의 길을 택했다. 전날까지 그는 자민당 등의 사퇴 종용을 거부하면서 “9월 리우올림픽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예해 달라”고 도의회에 읍소해 왔었다. NHK는 “그가 불신임 결의안 가결을 예상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마스조에는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6일 변호사들에게 조사를 의뢰하며 비판 여론의 무마를 시도했지만 결국 낙마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고액 숙박비·식비 등의 처리가 일부 부적절했지만, 위법성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전임자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 지사 역시 일본 최대 의료법인인 도쿠슈카이 그룹으로부터 지사 선거 직전 5000만엔(약 5억 5000원)을 부정하게 받았다는 의혹으로 사퇴했다. 도쿄의 수장 두 명이 연거푸 돈 문제로 사퇴하게 됐다. 후임 선거는 도의회 의장의 선관위 통보 날을 기준으로 50일 이내에 치러진다. 마스조에는 도쿄에 제2 한국학교 부지를 한국 정부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계약 등 필요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퇴해 부지 확보가 불투명하게 됐다. 그는 친한적인 발언과 활동으로 국수주의자들로부터 “조센징”(조선인)이란 비난을 들었고, 제2 한국학교 부지 제공 약속이 알려지면서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보육시설 자리도 없는데 외국학교에 자리를 주려 하는 매국노”라는 뭇매도 맞았다. 이번 그의 낙마도 국수적이고 우경화된 세력들에 의한 여론 흔들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의 행동은 부적절하지만 일본 실정법에 따르면 위법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그는 도쿄대 출신의 국제정치학자로서, TV 등에서 개방적인 시각의 국제정치 해설자로 활약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그는 2007·2008년 1차 아베 내각, 아소 내각 등에서 3차례 후생노동상을 지냈고, 자민당 소속으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참의원을 지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기와로 본 가야의 숨은 매력

    기와로 본 가야의 숨은 매력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가야 기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문화재청과 한국매장문화재협회, 국립김해박물관이 14일부터 오는 9월 18일까지 김해박물관에서 공동 개최하는 특별전 ‘기와, 공간을 만들다-최근 발굴 자료로 살펴본 영남지역의 기와’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흙, 인류문화와 함께하다’에선 토기와 기와를 통해 동서양에서 흙이 갖는 상징성과 인류가 흙과 더불어 일궈온 삶의 발자취를 되새겨 본다. 2부 ‘기와를 만들다’에선 기와 제작 기술 발전 과정, 기와 생산과 소비 양상을 시대별로 살펴본다. 특히 고령, 김해 등 가야의 옛 도읍지에서 나온 기와들을 통해 가야 기와의 멋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1호 고 한형준 제와장 보유자가 사용하던 기와 제작 도구 유품과 일본 도쿄대박물관이 소장 중인 고령 대가야왕궁터 출토 연꽃무늬수막새도 만나 볼 수 있다. 3부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다’에선 기와의 주재료인 점토를 과학적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기와 제작에 어떤 흙이 사용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체험도 할 수 있다. 4부 ‘기와 공간을 만들다’에선 기와가 삼국시대 이후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하며 아늑한 삶의 공간이 돼줬다는 점을 가야와 신라시대 사람들이 만든 집모양토기를 통해 고찰한다. 임학종 김해박물관장은 “그간 가야 기와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만큼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기와와 벽돌은 고대국가의 상징이다. 이젠 가야 기와도 연구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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