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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보험사들 새해 맞아 임직원 산행] KEB하나은행, 북한산서 “글로벌 일류 도약”

    [금융·보험사들 새해 맞아 임직원 산행] KEB하나은행, 북한산서 “글로벌 일류 도약”

    함영주(앞줄 왼쪽 다섯 번째) KEB하나은행장과 임직원들이 지난 1일 북한산 비봉 사모바위에 올라 “올해를 글로벌 일류은행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자”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 [2016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의 질주: -김지윤

    1. 속도에의 욕망과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속도가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던 근대적 속도가 낯설고 경이로웠던 시절에, 속도는 삶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하여 무한한 공간을 열어주는 듯했고, 그 가능성의 마력에 매혹된 도시의 길들은 질주하는 기계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인간사의 모든 매혹이 그렇듯, 익숙해진 후에는 무뎌짐과 권태가 찾아든다. 이제 빠른 것들은 도처에 흔하게 넘쳐나고 현대가 ‘속도의 시대’라는 말은 진부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는, ‘더 빠른 것’을 계속 갈구해 왔다. 급기야 ‘클릭 한 번으로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빛보다 빠른 통신망을 이루어내는 데에 이르렀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빨라진 것일까? 사실 ‘속도’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간과해 온 진실이 숨겨져 있다. 속도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현대인들은 줄곧 커다란 대가를 치러왔다. ‘움직임’을 상실하고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는 대신, 인간들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안에 부동자세로 앉은 채, 혹은 컴퓨터 모니터나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묻은 채 속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다. 자기 자신의 움직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옮겨질’ 뿐이다. 스스로 속도를 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귀청이 먹먹하게 울부짖는 바람의 저항에 맞서 속력을 높인다는 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건 아찔한 일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몸으로 속도를 내는 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속도가 주는 고통과 환희의 감각을 날카롭게 느끼고 견디며, 거센 바람 소리로 현재를 가득 채운다. 반면에, 이동하는 ‘탈것’ 안에 안전하게 앉아서 닫힌 창문 밖으로 내다보기만 하는 사람들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을 일그러지게 만든다.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그 일그러짐이 심하면 심할수록, 지나쳐가는 대상들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질수록,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몸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깥 풍경과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은 속도의 체험으로부터 사실상 단절된다. 결국 감각할 수 없는 풍경들은 개별적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한다. 속도에 안전하게 ‘탑승’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빠르게 도착해야 하는 지점’만이 남아 있을 뿐이고 수많은 길목들은 소거된다. 이원의 세 번째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 지성사, 2007)는 바로 이런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서 시인은 속도와 질주에 대한 끈질기고 깊은 사유를 보여 준다. 이 시집에서는 가장 큰 모티프로 ‘오토바이’가 등장한다. 얼핏 생각할 때 또 하나의 ‘속도 제조기’로 느껴지는 오토바이에는 과연 다른 교통수단들과 무언가 차이를 만드는 점이 있는 것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직접 노출되어 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토바이는 사실 매우 모순적인 존재다. 기계의 속도를 빌려 질주하면서도 강렬한 신체적 경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속도를 올리며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이 기울어져야 하는데 그때마다 탑승자는 온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또한 오토바이는 다른 ‘탈것’들과 달리 길이 아닌 데서도 달릴 수 있다. 자유롭게 길을 벗어나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고 수많은 길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 시 속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을 가지게 된다. 1968년생인 이원 시인은 청년기에 사이버 문화를 접한 소위 ‘모니터킨트’ 1세대에 속한다. 80년대 도입되어 90년대를 풍미했던 PC통신은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정보소통의 길을 열어 보여주었다. 아날로그적 유년기와 디지털 청년기의 간극을 몸소 느낀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모순된 특징은 어떤 내면적 딜레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신을 형성해 준 유년기와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청년기 사이의 간극과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시적 언어에 어떤 정신적 흔적을 남겼을까. 오토바이의 모순성은 바로 그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겹침’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겹침의 힘으로 인해 모든 장소를 사실상 ‘무장소’로 만드는 디지털 세상의 무감각성과 획일화에 대항하여 느낌과 의미, 그리고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서 이 시대의 문학이, 그중에서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장르라 할 수 있을 ‘시’가 어떤 응전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광속도의 디지털문명 속에 살면서 느리게 곱씹어 읽어야 하는 빈 여백투성이인 시를 쓴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답에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지. 이 글은 바로 그런 기대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2.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 ‘길 없음’과 찾을 수 없는 ‘나’ 일단 이 시집 제목의 ‘오토바이’ 앞에 붙어 있는 ‘가벼운’이라는 형용사에 눈길이 간다. 그냥 가벼운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라는 것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오토바이가 ‘가볍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튼튼하고 무겁고 길에 잘 붙어 있을수록 안전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볍다고 한 것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내재한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이 시집의 오토바이는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바람결에 떠다니는 가랑잎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토바이는 금방이라도 길을 벗어날 듯 불안한 주행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길 자체가 불안하기 짝이 없고, 도무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길이라면 그 위기감은 최고조로 증폭된다. 이원의 시세계의 근원을 살펴보기 위해 바로 전 시집인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2001, 문학과 지성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시집에서 ‘길’에 대한 인식이 이미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한 것은 ‘길’에 사막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다는 점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뚜렷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모래의 특성상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길이 만들어질 수 없다. 사막에서 끝없이 부는 바람은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결에 움직이는 모래로 인해 사막은 끊임없이 다른 지형으로 변모한다.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속의 시적 화자는 ‘인터넷을 가볍게 따닥 클릭’하는 행위로 많은 것들을 클릭하고, ‘세계를 연속 클릭’하기까지 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그리고 수많은 클릭의 맨 끝에, 화자는 결국 ‘나를 클릭한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 검색 엔진 안에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많은 사이트 어디에도 나라는 실체는 없다. 그러나 꼭 금방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는 자꾸만 ‘클릭’을 한다.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 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 소리가 들린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부분 검색하는 과정이 무한한 하이퍼링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라는 텍스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하이퍼텍스트를 참조해야만 한다.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는 착각처럼 나를 찾으려는 욕망은 곧 실현될 것만 같지만, 점점 더 퍼져나가 무수한 파편이 되는 ‘나’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검색어와 연관어를 따라 클릭을 거듭하다 보면 때로는 처음의 검색어와 전혀 다른 것이 되곤 한다. 찾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것이다. 마치 계속 모래바람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사막처럼, 길이 계속 생명체처럼 모습을 바꾸며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길은 없다는 것, 또한 원하는 목적지에 가 닿을 아무런 방법도, 지도도 없고 어떤 검색 엔진으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시의 요지다. 그러니 이 시의 제목처럼 클릭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클릭할수록 나는 ‘편재’한다. 점점 더 파편화되고 실체를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존재를 결코 확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는 셈이다. 이원 시인의 코기토가 디지털문명의 사유를 넘어서서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시로 변주되고 있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결론이 결국 ‘부재’에서 끝났다면 이 시는 부재함으로써 존재한다는 패러독스를 보여 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론적 성찰을 담는다. 모든 부재는 존재를 드러낸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그 사람의 존재감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공백이 필요해진다. 주체의 자리는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비워져야 한다. ‘나는 부재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 “생기는 순간마다 제 몸을 삼키는 것이 시간이며 그러므로 매 순간 다시 삼켜야 할 제 몸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시간이며 그 시간의 몸이 바로 나이며”라는 시 구절은 이런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존재가 ‘없음’으로부터 유래한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내적 불안을 동반하는 것처럼 이원 시에서의 ‘길’은 대부분 갑자기 끊기거나 모습을 바꾸는 등 ‘길 없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으로 그려진다. 파편화된 주체의 공백이 존재를 찾으려는 욕망을 생성시키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형되고 사라지며 다시 만들어지는 임시적이고 위태로운 길은 건너가고자 하는 욕구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런 길을 건너가려면 길에 매달리고 집중해야만 한다. “내 앞까지 온 길은 거울 앞에서 접촉 불량 회로처럼 끊어졌다.” “내가 일어서자 거울 밖으로 나갈 노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녹슬고 구겨진 길들” 방금 나열한 구절들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의 수록시 ‘모니터, 캔산소, 거울’에 언급된 ‘길’에 대한 부분들이다. 이원 시에서 길들은 대개 이렇게 위태위태하고 불길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 길에 대한 그러한 인식은 더욱 심화된다. 이 시집 속에 나오는 길들은 위험을 배태하고 있는 지뢰밭과 같고, 안전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사막과 같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다고? 3. 휘발되는 불빛들 사이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 시집의 많은 주인공들은 오토바이를 탄다. 그들은 폭주족, 오토바이 배달부, 퀵서비스맨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 사이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정해진 길이 아니어도 달릴 수 있다. 길이 없는 데서도 달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오토바이는 다른 모든 탈것들과 차별화된다. 폭주족들이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뒤따라 달려오던 한 무리의 폭주족들은 끊어진 길 속으로 빠진다/ 끈적끈적한 괴성과 경적이 함께 묻힌다/ 봄밤이 눈물처럼 반짝이다 마른다 매몰의 시간을 잘 아는/ 길은 금방 아문다/ 시간의 만다라로 타오르며 폭주족들은/ 길을 꿀꺽꿀꺽 삼키며 달린다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이 히드라처럼 꿈틀거린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 ‘폭주족들’ 부분 그 다음 시의 제목이 ‘영웅’이고 역시 폭주족을 다루고 있듯, 폭주하는 이 오토바이족들은 ‘영웅’들로 간주된다. 그들은 금방이라도 사라지고 끊어질 듯 위태로운 길에서 불안을 딛고 달린다. 여기서 오토바이라는 소재는 빛을 발한다. 버스든, 기차든, 비행기든 대부분의 교통수단들에게는 도로, 철로나 항로와 같이 정해지고 계산된 길 안에서 안전하게 달릴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주어진 길을 벗어날 수 있다. 그들은 오프로드를 달림으로써 규정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길은 자꾸만 단절되고 사라지지만, 수동적으로 길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길을 새로 만들어가며 필사적으로 계속 전진하려는 것이 폭주족들의 목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끊어진 길을 굉음을 내며 건너뛴다’. 이 도약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며, 전력을 다해 내질렀던 ‘괴성’ 같은 그의 시도는 바닥으로 고꾸라져 버린다. ‘매몰의 시간’이다. 하지만 ‘길은 금방 아문다’. 폭주족들은 길 안에 매몰되어서 그 길을 삼켜버리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길을 만들어 낳는다. 하지만 “하나의 길을 삼키는 순간 다시 두 개의 길이 생겨난다”라는 구절은 근본적으로 그들의 시도가 절망스럽다는 것을 표현한다. 끝없이 길을 찾으려고 하지만 길은 계속 갈라지고 갈림길들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미로가 된다. 가면 갈수록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점점 더 미로화되면서 결국 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텅 빈 길’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그래서 “길과 폭주족들은 서로에게 로프처럼 매달린다”. 이 지점에서 폭주족은 ‘왜 질주하는가?’란 질문에 “휘발되지 않으려면 질주해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시집의 다른 시 ‘주유소의 밤’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차들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라는 이 시의 의미심장한 구절은 휘발되는 것이 ‘불빛’임을 보여 준다. 불빛은 길을 길답게 만드는 존재다. 길이 길일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따라가면 어디엔가 ‘도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딘가 도달하기 위해 전진하려면 길이 그쪽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길의 물질성이 사라진 곳에서 물리적인 길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불빛이다. 오랜 옛날부터 사막에서 길을 찾는 이들은 별빛에 의지했다. 길이 사라진 데서도 별빛은 오롯이 빛나며 길을 찾는 사람들을 인도했다. 별빛이 만드는 방향성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길이 된 것이다. 소위 ‘전자사막’인 도시의 밤,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길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도 ‘불빛’이다. 신호등과 네온사인, 자동차 라이트 등이 만드는 불빛은 도시의 밤길을 길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불빛이 항구한 것이 아니라 ‘잠깐만 빛나는’, 즉 ‘휘발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꿈 역시 휘발되는 것이다. 언젠가 깨고 마는 꿈처럼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빛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질주의 이유가 있다. 휘발되어버릴 꿈, 비전을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 하므로 폭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길은 ‘휘발되는 불빛을 믿고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모든 ‘탈것’들은 그 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상당수의 폭주족들은 질주하다 ‘벽’을 만나고 결국은 ‘질주하던 몸은 날계란처럼 터지’고 만다. 그래서 ‘폭주족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끝난다. “길은 시체와 꽃이 함께 떠다니는 갠지스 강이 된다”고. 시체가 불타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이 몸을 씻으며 기도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숭고한 구도의 마음으로 이 성스럽고 절망스러운, 찰나의 불빛을 따라 길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 끝없이 전진하는 인간은 ‘영웅’이 된다. 시 ‘영웅’에서 낡은 오토바이 위의 시적화자는 ‘무서운 속도로’ ‘철가방을 싣고’ 달린다. 이 철가방은 그의 순수한 염원과 욕망을 표상한다. 그의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이 은색’이고,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으로 상징되는 거짓되지 않은 절실한 욕망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 그릇들은 ‘불에 오그라든 자국’을 숨김없이 노출한다. ‘배달’은 곧 자신의 욕망이 어딘가에 도달함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는 시간 안에 달려가려고 애쓴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라는 구절은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력은 짜장면을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말하자면 ‘현실원칙’인 셈이지만 중력을 이탈해버리면 아예 자유로워진다.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든 그쪽이 중심이 된다면 짜장면이 어느 쪽으로 쏠리든 상관없다. 그래서 ‘영웅’은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라고 내뱉는다. 오토바이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렬한 현장성이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오토바이는 반드시 맨몸으로 타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즉, 그의 온몸, 전 생을 지금 이 순간에 걸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게 되는 것이다. 지제크의 책 제목과 같이 ‘삐딱하게 보기’가 가능해지는 순간이다. 지제크는 이 책에서 ‘비스듬한 왜상적 응시’로만 실제 세계를 명확하게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체에 도달하기 위한 ‘길’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진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상적인 응시로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삐딱하게 보기를 결정하는 순간 그는 세상이 규정한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나와야 한다.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라고 시적화자는 말한다. 비정상의 영역, 삐딱한 시선의 세상은 진지한 현실원칙들을 위배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삐딱함’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이 허용하는 가치들에서 비껴나 ‘간절’함으로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삐딱하게 보아야 볼 수 있는 저 ‘불빛’은 견고한 어둠에 가끔 생기는 균열에서 흘러 들어오는 것이며 현실세계가 아닌 저 너머의 ‘실재계’에서 오는 것이다. ‘영웅’ 폭주족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반짝이는 찰나의 불빛이 가리키는 희미한 저곳을 향해 폭주하여 달려가며, 자신을 땅에 붙들어 놓았던 현실원칙인 ‘중력’을 이탈하려 한다. 하지만 과연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그는 더욱 비장해진다.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 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 지점에 이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미 그에게 의미가 없다. 도착할 수 없음이 너무 명확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질주이며 도약 그 자체이고, “무한한 진행”이다. ‘한 남자가 간다’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만 텅 빈다”라는 구절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비어 있다는 것은 채워짐을 욕망하므로 끝없는 현재로서 질주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 ‘지금’은 텅 비어야 한다. 4.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이원 시에서 없음, 허공의 이미지는 매우 강박적일 정도로 반복된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다시피 부재는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없음’이 절실해지는 것은 존재에 대한 욕망 때문이다. ‘온몸이 구멍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주족들’은 그 욕망에 자신을 전부 맡김으로써 폭주가 가능해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속력을 높이다 보면, 공중의 허공으로 몸을 날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벼워진다. 속도가 줄 수 있는 쾌감은 마치 탈중력의 상태와 같은 지극한 가벼움이다. 노자는 유와 무의 관계를 통해 생명성을 강조했다. 특히 ‘무’와 ‘허’(虛)는 생명의 근원으로 해석되곤 한다. 노자는 바퀴의 가운데를 가리켜 ‘무의 쓰임’이라고 하고 바퀴는 바퀴살이 꽂혀 있는 ‘가운데의 없음’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 한쪽 눈은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내 몸속의 신이 깔고 누워 있던/ 죽음을 엿본 죄다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은 내게서 파내졌으므로 나는 죽음을 모르므로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낯선 얼굴을 매달고 라면을 먹는다/ 낯선 얼굴도 입을 오물거린다 그 입에서도 고소한 스프 냄새가 난다/ 햇빛들이 창 속으로 빠르게 들어온다 부딪쳐 멈출 곳이 없는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얼굴이 달라붙는다’ 부분 욕망은 실현되는 순간 ‘빈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코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어야 끊임없는 추구가 가능하고, 영원히 지연되는 미완의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채워짐’은 욕망의 끝이며, 곧 죽음을 의미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죽음을 엿본 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연상시킨다. 오이디푸스의 눈이 파내진 것은, 삶을 계속하게 하기 위함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끝나버렸음에도 오이디푸스는 죽지 않는다. 도려낸 눈구멍의 빈자리를 드러낸 채 그는 광야에서 계속 걸어간다. 이 시에서도 시적화자는 ‘욕망을 정면으로 마주쳤던’ 눈 자체를 없애버림으로써 다시 결핍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그는 ‘생의 시간으로 일렁인다’. ‘빈 곳’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 요인이다. 그는 계속 살아가려고 라면을 먹는다. 삶이란 무한한 진행이므로, 그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장소인 ‘둥그런 탁자는 쉴 새 없이 시간의 트랙을 돈다’. 또한 상징적 의미에서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줄지 않아야만 한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허공을 난다 울음 속에서 살을/ 쏙쏙 빼먹으며 난다 활짝 열어놓은 안이 불룩하다/ 보여주지 않는 안이 팽팽하다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위태로워 반짝인다 공기들이 비닐봉지의 천수관음으로 붙어간다/ 비닐봉지가 잉잉거린다 바람의 안쪽이 맥박처럼 터진다 천수관음이 된 비닐봉지에/ 시간의 모서리가 닳는다 사라지는 자리가 쌉싸름하다/ 그렁그렁하다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 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 둥근 것은 뜨겁다 비닐봉지가 허공을/ 오므린다 허공이 주렁주렁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비닐봉지가 난다’ 전문 비닐봉지는 비어 있다. 그러므로 가벼울 수 있고, ‘살을 쏙쏙 빼먹으며’ ‘맥박처럼 터진’ 등의 표현에서 보듯 생명력을 충전하며, 터질 듯 생동감 있게 허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닌다. 시집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에서는 시 ‘비닐봉지가 난다’와 ‘매트리스, 매트릭스’ 두 편 모두에서 비닐봉지가 등장한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에 나오는 것은 ‘검은’ 비닐봉지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색이라 ‘보이는 밖이 남김없이 검다.’ 그런데 이 시는 바로 이어서 ‘위태로워 반짝인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날아다니는 비닐봉지는 분명 위태롭다.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그럼에도 이 비닐봉지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임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활짝 열어’ 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열림, 이 균열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불빛이 있기 때문에 이 비닐봉지에는 빛남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완전히 어둡지 않은 것이다. 이원 시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어둠의 이미지는 두 가지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눈앞을 가리는 칠흑 같은 절망의 어둠- 시 ‘길’에서 ‘어둠이 길들을 천천히 멍석처럼 말아갑니다’라고 노래했듯 길을 없애고 ‘세계를 닫는’ 어둠,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해가는 ‘밤’으로 묘사된 그런 어둠-이기도 하고, 어떤 근원적인 것, 살아 있는 모든 것이 회귀하기를 꿈꾸는 자궁의 어둠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궁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던져진 순간, 필연적으로 분열을 겪어야 한다. 일체의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나, 자궁 속의 어둠을 그리워하지만 그것은 회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원의 다른 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이 ‘어둠’에 관한 어떤 처연한 광경을 보여 준다. 아기는 ‘제가 두고 온 어둠을 미끌미끌한 길을 빨아댄다.’ 아기는 ‘알몸으로 빠져나온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매장의 시간에 익숙한 여자의 손 안에서 아기의 머리통이 녹는다 순식간에 상한다 검어진다.’ 여기에서 ‘검어지는’ 것은 자궁의 어둠과는 다르다. 절망적이고 견고한 어둠 속에서 썩어가는 부패의 ‘검은색’이다. 이에 반해 자궁의 어둠은 어둠이되 ‘적막하고 환한 물속의 집’으로서 어둡지만 환한 곳이다. 그런데 어둠이 환하다면 과연 완전한 어둠이라 할 수 있을까? ‘어두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때로 아름다운 것은 어두운 것이다’(‘사막에서는 그림자도 장엄하다’)라는 시 구절처럼 환함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에 자궁의 어둠은 불완전해진다. 어둠이되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어둠인 것이다. 자궁에는 항상 산도(産道)라는 입구가 있고 ‘열림’의 가능성을 배태하고 있기에, 언젠가 열릴 것이거나 언젠가 열렸었던 공간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회귀할 수 없는 원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기에 절망적이다. 자궁은 여전히 열린 틈새로 ‘환한 집’을 보여 주고 있지만 돌아가거나 닿을 수는 없다. 다시 시 ‘비닐봉지가 난다’로 돌아가 보자. 이 검은 비닐봉지의 어둠은 어떤 어둠인가. 이 비닐봉지는, 어쩌면 아기를 밀어낸 후 텅 비어 있는 자궁과 같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러나 보여 주지 않는 비닐봉지의 안은 ‘저 너머의’ 세상이기에 그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시인은 비닐봉지가 ‘천수관음’이 된다고 말한다. 천수관음의 천수천안은 모든 이의 괴로움을 천개의 눈으로 보고, 천개의 손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천수관음의 세상은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소원을 성취시키는 유토피아 그 자체이며 현상적 규정을 초월하는 영원불멸한 ‘저 너머’이므로 ‘시간의 모서리가 닳’아서 ‘시간이 둥글어진다’. 천수관음의 ‘천개의 손이 눈이 다 둥글’어진다는 표현은 불교의 ‘일원상’(一圓相)을 연상시킨다.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시작도 끝도 없는 이 ‘一圓’은 가운데가 빈 허공이기도 하다. 허공을 나는 비닐봉지는 그 자체가 공(空)인 것이다. 반면에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의 비닐봉지는 비어 있지 않고 오렌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무겁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들고 가던 여자가 순간 봉지를 놓치고 만다. 아마도 꼭꼭 묶여져 있었을 비닐봉지는 여자가 손에서 놓지 않는 현실원칙이며 생명체를 살게 하는 음식은 그 현실과 직결되는 ‘무거운 것’이다. ‘젖이 불은 유방 같은 오렌지 하나가 매트리스 앞으로 굴러간다.’ 오렌지 하나가 비닐봉지를 탈출한 것이다. 묶여져 있는 비닐봉지에서 오렌지가 나오려면, 비닐봉지는 분명 터져 버렸을 것이다. 터진 틈새로 ‘몸을 놓칠세라 그림자가 앞서간다’. 집요하게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오렌지의 그림자는 나를 현실에 붙들어놓는 ‘중력’과 같은 것이다. 오렌지는 필사적으로 굴러가지만, 그림자는 오렌지를 붙들고 여자는 터진 비닐봉지의 틈새를 알아차린다. 이 균열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봉합할 것인가. 균열을 감수한다면, ‘위태로운 반짝’임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이 반짝임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어서 그녀를 현실로부터 일탈하게 하여, 어쩌면 미치게 할 수 있을 어떤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광기도 위태로움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헤진 그림자로 온몸을 틀어막고 주저앉아’ 멈추어 있기를 선택한다. ‘매트리스, 매트릭스’에서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놓은 바와 같이 매트릭스는 고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결국 매트리스로 회귀하려는 오렌지의 시도는 실패한다.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한 오렌지는 땅바닥을 굴러 매트리스까지 가지 못하고 ‘매트리스와 여자 사이에서 멈춰 있다.’ 시 ‘비닐봉지가 난다’의 시의 결구는 의미심장하다. ‘나는 것들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날아가는, 중심을 이탈한, 가벼워진 것들에는 그림자가 필요 없다. 그러나 ‘철망 같은 제 그림자를 온몸에 뒤집어쓰고’(‘광화문에서’) 있으면 결코 가벼움을 획득할 수 없다. 그림자를 떼어내어 버리고, 온전한 ‘텅 빔’이 되어서 그림자를 벗은 가벼움이 되어 질주하는 것이 주체의 소망이다. 이 시집에서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시적 화자들의 질주는 영웅적이라고 간주되며, 한계를 넘어가는 위반의 극치를 보여 준다. 모든 것을 ‘무’로 돌린다는 것은 새로운 생성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없음’은 에너지의 새로운 분출로 다시 시작하려는 근본적인 의지를 내부에 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창조적인 행위이며, 현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부정함으로써 탄생한 ‘공백’의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5. 흔들리면서 ‘저 너머를 향해’ 가기 자아의 안락과 현실에의 순응을 추구하는 쾌락원칙이 맹렬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그 너머의 금지된 희열을 향한 충동은 여전히 강하게 지속된다. 충동은 현실적인 삶이 부과한 경계 너머의 실재를 향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라캉은 모든 충동을 ‘죽음충동’이라 보기도 했다.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죽음, ‘무’의 상태로 되돌려 공백의 상태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창조의 의지인 것이다. 진정한 새로움은 무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공백은 창조의 시작이다. 탈(脫)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았던 90년대 우리 문학은 어떤 세기말적 징후로 가득해 있었다. 방향성을 잃었다는 느낌, 어떤 ‘파국’이 도래하였다는 감각은 이전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고지향이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나타났다. 거대담론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자기 안으로 침잠했고 일종의 자폐성을 띤 2000년대 시는 1인칭의 내면 고백으로 가득 찼다. 2007년에 나온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는 혼잣말 같은 메모장과 일기장 밖 현실 세상으로 나온 존재가 새로운 시작을 꾀하려 하는 모색의 지점을 보여준다. 방향이 없는 곳에서, 길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저 너머로 넘어가려는 이 시집의 역동성은, 끊긴 길 앞에서 멈추어 정체되어 있던 걸음을 다시 옮기게 만드는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속되는 디지털화, 인문학의 위기와 경제 불황 등으로 인해 ‘문학의 종언’이 이야기되는 시대에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더 처절하게 고민하려는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문학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면, 이원의 2000년대 시집들에서도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원의 시편들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했던 시인의 ‘모니터킨트 1세대’라는 특징과도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위 한국형 ‘X세대’의 맏형 격인 세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서 성인으로의 전환기를 보낸 이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워진’ 세계를 이해하고 인식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60년대 이후 출생한 문학인들이 90년대에 활동을 시작하며 주목받았던 것은 탈냉전에 접어들며 가치의 혼란과 부재, 문학의 위기를 논하던 90년대 한국문단에 새 흐름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장정일, 유하의 경우와 같이 60년대 이후 출생 시인들은 소비사회, 매스컴과 테크놀로지 등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새롭고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었다. 1968년생이며 1992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하고 96년에 첫 시집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를 출간한 이원 시인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유년기를 보내며 정체성을 형성해 갔던 시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시대가 아니었다. 이원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과 소비사회에 대한 매우 예민한 반응 역시 디지털 시대에서 태어난 최근의 젊은 세대처럼 태생적인 디지털문화에서 자라나지 않은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 ‘초기 X세대’들은 디지털을 ‘학습한’ 세대이면서도, 처음으로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기본을 만들었던 세대라는 약간 이중적으로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세대적 특성은 이원 시에도 일련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원이 전자제품과 사이버문화를 광범위하게 시의 직접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고찰하는 방식은 비교적 고전적이라는 점이다. 기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묵직한 존재론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기술의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기 자신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자아의 어떤 이질감 같은 것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다. 디지털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는 있지만 후천적으로 익힌 것이기에, 디지털 문화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자신의 몸처럼 편안히 여기는 최근 세대들에 비해 때때로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는 디지털 문명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 세계의 변화에 대한 예민한 인식은 전망 부재의 시대에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물론 읽는 것 역시 ‘길 없음’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일과 같지 않을까. 이원의 비유를 빌리자면 ‘가벼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일이다. 의미에 도달한다는 것의 불가능성 속에서 간신히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2010년대에 도달하여 출간한 시집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2012) 표지 뒷면에 적혀있는 시인의 말은 뼈저리다. “넘어가지 못한다 해도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넘어가지 못하는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너머에는, 닿아야 했다.” 시인은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시를 마치는 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첫 페이지는 비워둔다/ 언젠가 결핍이 필요하리라.’ 이원 시집에 등장하는 무수한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바로 이 결핍 때문에 달린다. 그들의 목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어차피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목적은 달리는 것, 그 자체이고 현재를 사는 지금 이 순간, 질주와 속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 것이다. 불가능성 때문에 추구는 더 집요해지고, 시 ‘영웅’의 화자처럼 ‘온몸이 데는’ 것도 불사하는 경지에 이른다. 서커스에서 불타오르는 원형의 가운데를 뛰어넘는 오토바이 묘기와 같다. 이 불타는 허공으로 뛰어드는 묘기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단지 통과하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삶은 지속되어야만 하는 무엇이다. 그렇기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질주한다. 온몸을 걸고, 온 생이 기울어지고 흔들리면서. 목적지에 닿기 위해 정해진 길로 달리며 획일화된 ‘무장소’에서 체험을 상실하는 현대인들의 ‘속도’와 달리, ‘가벼운 오토바이’와 그 오토바이의 질주는 다른 수많은 현대적 속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며, 그 속성들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결핍 속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 속에서 순간적으로 강렬해지는 삶, 그 강도 높은 삶의 기록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것, 도착하리라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보이지 않는 너머’에 닿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욕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형편없이 미끄러지고 고꾸라지면서도 다시 또 오토바이 위에서 속력을 높이는 이원 시 속 화자들처럼, 끝없이 의미에 ‘미끄러지는’ 언어들로 계속 행간에 발을 헛디디면서도 이 미끄럽고 위태위태한 길을 속도로 넘어가 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끝없이 맴돌기만 할 뿐 영원히 실패한다고 해도, 계속 달려간다면 길은 끊어지고 또 새롭게 만들어질 터이다. 어차피 삶은 여정 위에 있다.
  • [사설] 위기 극복하고 해고자 복직시킨 쌍용차의 낭보

    쌍용자동차 노사가 그제 해고자의 단계적 복직에 최종 합의했다. 이법 합의는 노동개혁이 국회의 직무 유기로 미뤄지고, 그로 인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 나온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고 할 만하다. 극한 대립을 접고 6년 만에 마침내 상생의 길을 찾아낸 쌍용차 노사에 박수를 보낸다. 대승적 차원에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쌍용차 노사는 이제 서로 아픔을 치유하고,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한마음이 돼 힘을 모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새해에는 이 낭보(報)가 노사 갈등을 겪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들려오길 기대한다. 쌍용차의 비극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정관리에 이은 대규모 정리해고로 노동자 2646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에 반발해 노동자들은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한 채 극한의 파업을 벌였고,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한 미래 등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와 그 가족 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을 포함해 28명이 해고 사태와 관련된 원인으로 세상을 등졌다. 노동자들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을 비롯해 길거리에서 회사의 강제 정리해고를 규탄했고, 사측은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그렇게 6년이 흘렀다. 정리해고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고는 회사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쌍용차 노사는 지난 1월부터 대화를 재개했다. 해고자 복직, 회사 정상화, 손배소송 취하, 유가족 지원 등 4대 의제를 중심으로 총 32차례의 실무 협의와 10차례의 대표협의 끝에 마침내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노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170여명을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고, 앞으로 직원 충원 때 ‘해고자 3, 희망퇴직자 3, 신규채용 4’의 비율로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티볼리 등 신차판매 호조 추세가 이어진다면 공장 가동률이 높아져 복직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돌이켜보면 쌍용차 사태는 노사 양측에 너무도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런 아픔이 또 있어선 안 된다. 사실 고용안정과 구조조정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은 어느 사업장이나 직면할 수 있다.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과 노동개혁 5개법이 통과되면 정리해고가 더욱 빈번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노사가 역지사지한다면 상생할 수 있다. 기업인들은 노동자 편에서 한번 더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노동자들은 경영진의 고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동주공제(同舟共濟·한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감)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 2016 서울의 꿈을 소개합니다

    2016 서울의 꿈을 소개합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구청장은 거대도시 서울의 균형 발전을 책임지는 작은 시장들이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2016년, 서울 구청장들이 각 구의 특성에 맞는 새해 계획을 내놓았다. 25개 자치구가 각각 개성 있는 꽃을 키워, 올해는 백화제방(百花齊放)처럼 지방자치가 만발하고 ‘서울’이란 꽃이 활짝 피어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서울 시청팀 ■강서 남북 지나는 광역철도 건설 “강서의 교통을 사통팔달하도록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광역철도를 추진하겠다. 경기 부천에서 강서구청을 지나 강북으로 향하는 철도를 건설해 이동권을 확장하고 주민 불편을 줄이겠다. 마곡첨단도시·의료관광특구의 위상을 높이고 촘촘한 복지서비스를 지켜 나가겠다.” ■양천 민관 손잡고 복지 사각 해소 “이웃이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는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사업을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특히 올해는 민·관이 손을 맞잡고 복지사각지대 해소라는 결승선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한 해로 삼겠다.” ■구로 가리봉동 새로운 마을 공동체로 “한국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가리봉동을 새로운 마을공동체로 탈바꿈시키겠다. 가족통합센터를 만들어 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로공단의 삶을 돌아보는 역사관을 세워 과거와 현재를 조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균형발전도시, 지식·문화도시로 나아가겠다.” ■금천 공군부대부지 G밸리와 연계 “공군부대 이전 부지 12만 2666㎡에 SH공사와 협업을 통해 G밸리 배후지원시설을 만들어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라는 지역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G밸리 성장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개발의 성공 모델로 만들어 나가겠다.” ■관악 토종 씨앗 심는 친환경 도시 “관악은 올해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친환경도시로 거듭난다. 삼성동에 1만여㎡ 규모의 관악산 도시농업공원을 만들고 토종씨앗을 보급하는 채종업, 양봉 등에 나설 것이다. 또 상자 텃밭과 자투리 텃밭도 확대하는 등 텃밭도시 관악을 체험하도록 하겠다.” ■은평 악성 채무 줄여 금융 복지 실현 “심각한 가계부채가 삶을 압박한다. 금융 소비자 주권 보호, 서민 경제 성장의 디딤돌이 절실하다. 사회적 경제기금을 통해 악성 추심에서 주민을 구제하고 금융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자립을 도울 예정이다. 따뜻한 공동체와 나눔의 경제로 주민의 삶을 지키겠다.” ■서대문 ‘주빌리’로 서민 고통 덜기 “올해는 주거복지, 일자리 창출, 공동체사업을 중점 추진함과 동시에 주민의 악성 부채 탕감에 나선다. 악성 채무를 해결해 일반 가정의 건전성을 높여 주는 ‘주빌리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악성 채권추심으로 고통받는 서민이 없도록 할 것이다.” ■마포 교육·문화로 주민 자존감 ‘업’ “올해는 ‘함께 꿈꾸는 마포, 교육문화도시로 가자!’란 구호가 마포주민의 일상 속에서 실현될 것이다. 주민 한 명 한 명의 자존감을 세워 주는 다양한 교육·문화사업을 확대하고 위기에 내몰린 소외계층을 위해 빛이 되는 복지정책을 실천하겠다.” ■영등포 문래예술창작촌을 관광지로 “쇳소리와 북소리가 어우러지고 허름한 식당 간판조차도 작품이 되는 문래예술창작촌, 차가운 철과 뜨거운 예술이 함께하는 이곳에 앵커시설인 종합지원센터와 안내센터 등을 만들어 영등포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육성하겠다.” ■용산 복지 재단 세워 맞춤형 지원 “용산복지재단을 출범시켜 구민 맞춤형 복지를 실현하겠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어린이청소년종합타운’을 옛 용산구청 자리에 올해 착공하겠다. HDC신라면세점 등 기업들과의 업무협약으로 구민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 ■성동 교육 특구, 평생학습관 신설 “융·복합혁신 교육특구 지정을 기반으로 ‘교육 때문에 찾는’ 도시를 만들겠다. 금호·옥수와 왕십리 지역에 일반계 고등학교를 신설하고 입시진학상담센터, 글로벌 영어하우스는 확대 운영하려 한다. 평생학습관 건립도 추진해 전반적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 ■성북 미래 키우는 아동 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성북에서 나아가 아동친화국가로 가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아동친화도시가 국가적 의제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한다. 또 마을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추첨제 민주주의 방식을 도입하는 등 주민을 정책 참여자로 만들겠다.” ■종로 아동 친화 조례·의회 구성 “2017년 유니세프 인증을 목표로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3월까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정책과제를 발굴할 것이다. 아울러 근거 조례 제정, 아동의회 구성 등을 추진한다.” ■동대문 청량리 재개발로 동부 거점화 “청량리 4구역 개발을 시작으로 청량리역 주변이 ‘젊음의 거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에 나서겠다. 이를 통해 동부서울의 성장거점도시로 거듭나겠다.” ■중구 ‘정동야행’ 등 문화 자원 발굴 “서소문역사공원, ‘정동야행’, 필동 서애대학문화거리, 성곽예술거리 등 무궁무진한 역사문화자원을 키워 가겠다. 숨은 자원을 보물처럼 빛내 줄 명소 사업에 속도를 내고 미래인재 육성과 밀착복지 등 구민 행복을 견인할 정책 수행에 열정을 다하겠다.” ■중랑 코엑스 조성·면목패션지구 추진 “‘자생력 있는 자족도시, 머물고 싶은 정주도시’로 자리매김하게 계속 노력하겠다. 중랑 코엑스(COEX) 조성을 가시화하고 면목동 136 일대가 ‘면목패션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되도록 하겠다. 또 중랑형 복지와 교통체계를 완성하겠다.” ■노원 공교육 띄우고 격차 줄이고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최우선인 사람 중심의 도시, 일자리가 조화로운 자족도시, 수준 높은 문화가 풍요로운 도시,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녹색 미래도시를 만들겠다. 또 민·관·학 협력체제를 강화해 공교육 활성화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 ■도봉 서울아레나로 창동 살리기 “서울아레나를 축으로 창동 신경제중심지 조성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 서울아레나는 당초보다 1년 이상 앞당긴 2017년 말에 착공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창동을 다양한 볼거리와 독특한 스토리가 있는 문화도시로 만들겠다.” ■강북 근현대사기념관, 역사 벨트 완성 “올봄에 개관하는 근현대사기념관과 연말에 개통하는 우이~신설 경전철 개통에 발맞춰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 근현대사기념관에 이어 우이동 가족캠핑장, 진달래 도시농업체험장 등 역사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광진 광장동 시설 지하화 민원 해결 “광장동에 체육공원을 조성하고 현재 광장동 사업부지 지상에 있는 광장집하장과 제설발진기지, 건설자재 보관 시설 등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공공시설물을 지하화한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공공시설물 자원 관리가 가능하게 하겠다.” ■강남 영동대로 지하 공간 통합 개발 “영동대로 지하를 관통하는 6개 광역교통의 환승시설 구축을 위해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을 추진하고 해외 관광객 800만 시대를 열겠다. 테헤란로에는 2017년까지 6000명의 인력을 유치하고 매년 2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 ■서초 전국 첫 ‘아버지센터’ 건립 “아이와 엄마, 가족 모두가 활짝 웃는 건강하고 즐거운 보육·교육 환경을 만들겠다. 내년에 국공립어린이집을 13곳 늘리고 권역별 육아지원센터도 만들겠다. 또 전국 최초로 ‘아버지센터’를 만드는 등 ‘일과 가정생활’이 균형을 이루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 ■송파 교통안전체험관 설립 ‘안전도시’ “세계가 인정한 ‘WHO 공인 안전도시’에 걸맞게 모든 지역에서 주민이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2016년에는 교통안전체험관을 만들고 각종 생활 범죄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폐쇄회로(CC)TV와 24시간 통합관제센터 운영 등에 나서겠다.” ■동작 30년 로드맵, 미래 먹거리 만든다 “미래 30년의 로드맵인 도시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 수산시장 2단계 부지 개발과 한강문화관광벨트를 포함한 관광활성화 방안을 연계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겠다. 한국문학관도 유치한다. 범죄예방디자인 기본계획을 만들어 ‘안전 동작’의 원년으로 삼겠다.” ■강동 고덕상업복합단지 본격 추진 “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는 서울 동남권의 경제지도를 바꿀 강동구 최대 프로젝트다. 이케아와 대형 복합쇼핑몰을 유치해 청년층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연 1000만명 이상이 찾는 동부수도권 경제중심지로 도약하겠다.”
  • “4대 개혁 완수해 30년 성장기반 마련”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병신년(丙申年) 신년사에서 “지난 한 해에도 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있었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신뢰와 성원을 보내 주셨기에 변화와 희망을 향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면서 “새해에는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힘차게 도약을 하고, 그 결실을 국민 여러분께서 하나하나 거둘 수 있도록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창조와 지혜를 상징하는 붉은 원숭이 해를 맞이하여 우리 모두 창조적 열정과 지혜를 함께 모아서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며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는 국가 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며 “빈틈 없는 안보태세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추진해 온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잘 마무리하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확실하게 뿌리내려서 우리 경제에 활력과 일자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도 반드시 완수해서 미래 30년 성장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하겠다. 이와 같은 변화와 혁신, 도약의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도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신년사를 끝맺었다. 신년사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세 살부터 80대까지 2016 새해의 희망을 가슴에 안고 달렸다

    세 살부터 80대까지 2016 새해의 희망을 가슴에 안고 달렸다

    “올 한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부모님이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달렸어요.” 2016년 첫 날 열린 ‘서울신문 해피 뉴런(Happy New Run)’ 대회에 참가한 2016명의 시민들은 저마다의 새해 소망을 빌면서 서울 도심의 청계천 일대를 달렸다. 1일 대회가 치러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부터 전태일다리까지 이어지는 2.5㎞ 구간은 올해 첫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 본사 앞 광장은 이날 오전 8시쯤부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붐볐다. 2016년의 첫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몰려든 참가자들은 대회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씩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방송인 배동성씨의 사회로 진행된 사전 몸풀기에서 2016명의 참가자들은 아이돌 그룹의 칼군무처럼 일사불란하게 동작을 맞췄다. 외투를 벗어던진 채 몸을 풀던 이두영(33)씨는 “겨울에 열리는 대회가 드문 데다 이번 대회는 새해 벽두 첫 대회이기 때문에 열 일 제쳐두고 참가하게 됐다”며 “10㎞를 달리면서 올 한해 내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머릿 속으로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유독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참가한 시민들이 많았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는 가족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아들 민혁(12)군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탁창준(40)씨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마라톤 매니아다. 탁씨는 10년 동안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아들과 함께 10㎞를 달렸다. 탁씨는 “아들이 원숭이띠인 만큼 올해는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해”라면서 “의미있는 올해 첫 날 열리는 대회라 꼭 아들과 함께 참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민혁군은 “조금 더 늦게까지 자고 싶었지만 아빠와 함께 운동하고 싶어서 나왔다”며 “처음이라 자신은 없지만 아빠와 함께 달리면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몸 풀기가 끝난 뒤 출발선인 청계광장으로 이동했다.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 김영만 서울신문 사장을 비롯해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문종·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정세균 의원은 “올해는 참가자들 모두 전진하시고, 대한민국도 함께 전진하자”고 말했고, 최창식 종로구청장도 “서울의 중심에서 힘차게 새해를 출발하시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다. 홍문종 의원은 “올해 새로 도약하는 첫무대인 만큼 대회에 참가한 모든 분들이 성공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의진 의원도 참가자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구수한 입담으로 진행을 이어가던 배동성씨는 오전 9시가 되자 “오늘 대회를 통해서 서울 도심 경치도 보고 좋은 꿈 이루는 한해가 되시길 바란다. 올해 첫번째 마라톤 대회가 이제 시작된다”며 대회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참가자들은 양손을 하늘 높이 들고 카운트다운을 셌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함성과 함께 새해 첫 마라톤이 시작됐다. 청계천 일대는 함성 소리와 함께 사람물결이 출렁였다. 총성이 울리자 2016명의 참가자들은 질서정연하게 출발점을 박차고 나섰다. 아빠의 손을 잡고 뛰는 어린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마음만은 20대에 뒤지지 않는 70·80대, 반팔과 반바지 차림의 20대 청년, 반팔조차 걸리적거린다는 듯 아예 웃통을 벗어부친 40대, 한국인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뛰는 외국인. 3세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새해 소망을 가슴 속에 품은 채 청계천을 질주했다. 2.5㎞ 구간의 반환점을 돌면서 마라톤 동호회 회원 등 운동으로 다져진 참가자들이 선두권을 형성했다. 후미그룹의 가족 참가자들은 천천히 뛰면서 청계천 경치를 감상하기도 했다. 이날 10㎞ 마라톤은 ‘청계광장-모전교-광교-삼일교-관수교-마전교-배오개다리-전태일다리’의 2.5㎞ 구간을 2차례 왕복(편도 4차례)하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반환점을 돈 참가자들은 마주오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힘내라”, “화이팅”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언니 현화(26)씨와 나란히 달린 유현지(24)씨는 언니의 권유로 이번 대회에 참석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두 자매는 “마라톤을 완주하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올해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느꼈으면 한다”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올해 고3 수험생이 되는 김동영(18)군은 학교 친구들 10명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김군은 “친구들 모두 목표로 한 대학에 입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5살배기 친동생이 탄 유모차를 끌고 달린 중학생 참가자도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참가한 유성헌(15)군은 아직 제대로 뛰지 못하는 동생을 유모차에 태운 채 10㎞를 달렸다. “2016년에는 학교 성적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던 유군은 완주한 뒤에도 동생이 멀미를 하지는 않았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이번 대회는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의 페이스를 조절해 응급환자 발생을 막는 역할을 하는 ‘페이스 메이커’와 교통통제를 담당한 모범운전자 88명과 경찰 100여명의 협조 덕분에 무사히 치러졌다. ‘페이스 메이커’로 참가한 주재현(56)씨는 “응급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다. 선수로 대회를 참여했을 때보다 더 보람을 느낀다”며 “올해는 가족들이 건강한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전했다. 이날 대회 교통통제 봉사를 담당했던 모범운전자 권창순(58)씨는 “10년째 마라톤 대회에서 교통통제 봉사를 하고 있다”며 “오늘 대회는 시민들의 협조가 잘되서 별다른 사고나 민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출발한 지 35분을 넘어서자 1등 완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했고, 50분이 지나가자 참가자들이 본격적으로 결승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완주한 참가자들은 새해 덕담을 나누고, 청계광장이나 청계천을 배경으로 새해 첫 사진을 찍기도 했다. 오전 10시 30분쯤 열린 시상식에서는 남자부·여자부 5위까지 상이 주어졌다. 남자부에서는 35분 6초의 기록으로 완주한 박성찬(36)씨, 여자부에서는 39분 33초의 이선영(38)씨가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장영철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1945년 분단된 이래 남북한이 공동으로 아리랑 못지않게 즐겨 부르는 노래는 아마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 것이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담은 이 노래가 북한에 전파된 이후 남북한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에서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들만의 모임에서도 애창되는 단골 메뉴가 되면서 그야말로 국민 노래로 승격된 느낌이다. 이 노래가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분단된 지 벌써 70년이 넘었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 단일민족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이면서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분단을 극복한다면 우리뿐만 아니라 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에 평화의 기운을 가져오는 일대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아직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처럼 꿈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비록 이러한 노래는 없었지만 통일을 이룬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이제는 통일 초기의 혼란을 극복해 유럽의 대국, 나아가 세계 대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졌다.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부러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독일 사람들은 통일이 갑자기 찾아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홈런을 친 것 아닌가. 독일 통일처럼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역량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마침 독일의 앞선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무척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선조가 한반도에 정착하면서부터 대륙을 활보하던 기상은 점차 사라진 것 같다.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보다는 반도라는 좁은 무대에서 내부 정치에 몰두한 결과 수많은 외세의 침입에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식민지로 전락했다. 해방 후 아직도 그 후유증을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남한은 대륙과의 연결 통로가 단절되면서 사실상 고립무원의 섬나라 처지가 됐다. 다행히 단기간에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수출입국의 기치를 내건 선견지명의 정책이 있었고, 묻혀 있던 기마민족의 기질이 살아나면서 바다를 건너 전 세계로 뛸 수 있었던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남북한 간 소득격차가 너무 커져 통일 부담의 확대를 우려해 통일에 유보적인 자세를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독일의 예로 볼 때 통일의 편익이 부담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새로운 투자나 산업 창출이 지연되는 등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제2의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남북 통일이 획기적인 계기가 됨은 분명하다. 통일한국이 대륙과 해양세력의 접점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지정학적인 이점을 살리는 막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장을 맞게 된다. 더구나 북한 지역의 경제개발로 그동안 억제됐던 출산율이 올라가면 남북한 인구 규모는 현재의 8000만명보다 훨씬 많아지고, 인근 지역에 대한 흡인력까지 고려한다면 내수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재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면 서민층의 삶도 회복되는 희망이 생길 것이다. 최근 북한의 시장경제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경제가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경제 발전은 주민들의 생활 향상은 물론이고 차후 통일 비용도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통일의 기운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통일 이후 취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들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경제적, 군사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단절돼 다른 정치체제에 살던 사람들이 자칫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차제에 우리 내부의 분열상도 통일해 나가는 진정한 통합적 리더십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가사처럼 통일의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테니스 미래’ 정현 호주서 새해 첫 문 연다

    ‘테니스 미래’ 정현 호주서 새해 첫 문 연다

    지난달 말 남자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결승을 끝으로 2015시즌을 마무리한 테니스가 가장 먼저 2016시즌을 시작한다. 새달 3일 호주 퍼스에서 개막하는 국제 혼성복식 단체전 호프먼컵에 이어 4일에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시리즈 첫 대회인 브리즈번 인터내셔널이 시작돼 2016시즌 남녀프로테니스(ATP·WTA) 투어의 대장정을 알린다. 로저 페더러(세계 3위·스위스)와 니시코리 게이(8위·일본), 마린 칠리치(13위·크로아티아) 등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하는 이 대회에는 프로 무대 2년차에 접어든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19)도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30일 호주로 출국했다. 지난해 세계 랭킹 51위까지 도약한 정현에게 2016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챌린저급 선수로 시작한 시즌 도중 투어급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처음으로 ‘풀타임 투어급 선수’로 뛰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끝내고 동계훈련을 해 왔던 정현은 출국 전 “시즌 개막 준비를 2주밖에 하지 못해 근육량이 줄었다”면서 “브리즈번 대회를 뛰면서 컨디션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왔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은 “올해 세계 랭킹을 몇 위까지 올리겠다고 정한 것은 없다”고 말을 아끼는 대신 “랭킹을 올리는 재미도 있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해인 만큼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문화마당]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마당]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한 해의 끝자락에서 영화 ‘히말라야’를 봤다. 영화를 보면서 ‘숟가락’이란 단어를 떠올린 건 순전히 주연 배우 황정민 때문이었다. 황정민과 숟가락, 연유는 이랬다. 10년 전 거의 무명이었던 황정민은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그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지순한 사랑에 올인하는 시골 노총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일약 출세작이 된 것이다. 연기도 연기였지만 더 큰 감동은 그다음에 있었다. 수상 소감이 일품이었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렸습니다.” 황정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울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감사치레로 그간 도움을 준 사람들을 굴비 엮듯 호명하는 의례적인 수상 소감과는 확연히 달랐다. 영광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밥상을 차려 준 ‘숨은 공로자’에 대한 헌사를 통해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미덕을 보였다. 지금도 회자되는 수상 소감의 레전드다. 결정적 순간에 터져 나온 가식 없는 언사는 삶 자체가 그러질 않고는 감동이 따르지 않는다. 그 이전 대학로의 힘든 무명 세월을 알기에 나는 황정민답다는 생각을 했다. 날것 속의 진심이란 것을 알았다. 황정민은 1994년 소극장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초기 멤버로 데뷔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을 무대로 한 기층민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에서 그는 건달을 비롯해 1인 다역을 묵묵히 소화했다. 이젠 재즈 보컬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나윤선, 영화배우 방은진·설경구·조승우 등이 당시 이 무대에서 활동한 뒤 스타덤에 올랐다. 황정민은 이들보다 늦게 빛을 본 편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온다. ‘히말라야’는 따뜻한 영화였다. 내가 아는 배우 황정민의 삶과 실제 모델이 된 인물(엄홍길)의 그것이 오버랩되면서 극 중 서사(敍事)와 잘 어울렸다. 얼마 전 만난 중견 여성 시인으로부터 신년 벽두에 발표될 모 신문 신춘문예 심사 소감을 들었다. “우리는 지금 심장이 죽은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인간과 사회에 예민해야 할 요즘 문청(文靑)들의 시는 기교만 앞서지 따뜻한 가슴은 죽었다는 한탄이었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본 ‘히말라야’는 큰 위로가 됐다. 무모하지만 숭고한 가치를 좇는 진짜 인간들의 뜨거운 심장이 거기에서는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이제 숟가락 이야기를 더 해 본다. 어느 조사에서 올해 젊은이들이 꼽은 신조어 1위가 ‘금수저’와 ‘흙수저’라고 한다. 취업 공포에 내몰린 우리 청춘들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은유로 십분 이해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자발적인 개척 의지와 긍정적인 사회 변화의 가능성 대신 계층적 결정론에 매몰된 게 안쓰럽다. 이런 세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그렇다고 청춘들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미래는 청춘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경제 호황기 사회 진출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잘 차려진 밥상의 숟가락’ 같은 존재가 아닐까 가끔 자문하곤 한다. 아버지 세대의 피나는 노력으로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고 무임승차한 건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요즘 청춘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영화 ‘히말라야’가 말하듯이 숨은 공로자 없는 성취는 불가능하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청춘들에게 용기와 도전을 요청한다. 보기에 앞 세대가 아무리 못났더라도 긍정 마인드로 앞 세대를 딛고 힘차게 도약해 달라고. 금수저와 흙수저 처지는 앞으로 펼쳐질 오랜 인생길에서 무시로 바뀔 수 있는 사소한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부처님 말씀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 “갈등 씻고 평화의 길 열 지혜 모아야”

    “갈등 씻고 평화의 길 열 지혜 모아야”

    ‘갈등과 분열을 씻고 화합과 상생의 한 해를.’ 종교계 수장들이 2016년 병신년을 앞두고 신년사를 일제히 발표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새해 많은 갈등이 예상된다며 지혜를 모아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소외된 이웃 돌보는 공동체 되기를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올 한 해도 여러 가지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자비로운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지녀야 한다. 희망은 믿음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가 더 정직해지고 믿음과 신뢰가 흘러넘치는 공동체가 돼야 하겠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더 잘 돌보며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 북녘 동포들에게도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린다. 어려움 극복하는 역사적 한 해 기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영특함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원숭이의 기운을 받아 국민 여러분께 웃음과 희망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1236년 병신년에 어려운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팔만대장경 불사를 시작했던 것처럼 2016년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새롭게 선출되는 지도자들은 미래를 향한 지혜를 모아 제시하고, 국민들이 여기에 공감할 때 모두가 상생과 평화의 길을 열어 갈 수 있다. 화해의 시대 열어 통일 기초 마련해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 과거의 반목과 갈등, 불화와 분열을 넘어 화목과 화합, 연합과 일치를 위해 도약할 때다. 화해, 일치, 연합의 시대를 열어 갈 때 남북 통일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화목은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할 때 가능하다. 남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고 배려하고 양보하며,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면 화합은 꽃피게 될 것이다. 사랑의 삶을 사는 2016년이 되기를 기도한다.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 민족의 화해와 평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갈등은 화해로, 반목은 화목으로, 증오는 이해로 바뀌어 가기를 희망한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세상이기를 바란다. 민족의 차이, 피부색의 차이, 이념의 차이, 취향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기원한다. 국가에 관심 갖고 건강한 사회 이뤄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경석 한국회장 새해, 가정연합은 실천 신앙의 전통 위에 창시자이신 문선명 총재 탄신 100년이 되는 2020년을 향해 ‘희망 4년 노정’의 역사적 출발을 하고자 한다. ‘희망 4년’을 향한 가정연합의 모토는 국민 종교로의 성숙이다. 애천(愛天)·애인(愛人)·애국(愛國) 이념에 따라 국가적 의제에 관심을 갖고 모든 역량을 투입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겠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서울 도심에 임대료 없는 ‘문화 창작소’

    서울 도심에 임대료 없는 ‘문화 창작소’

    2013년 6월 이스라엘의 작은 융·복합 콘텐츠 벤처 업체인 웨이즈가 구글과 페이스북의 치열한 경쟁 끝에 구글에 인수됐다. 인수가는 11억 달러(약 1조 2300억원). 웨이즈의 기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결합한 융·복합 서비스다. 홍의재(43) 엠랩 대표도 웨이즈와 같은 대박 스타트업의 꿈을 꾸고 있다. 홍 대표는 세계 처음으로 동영상에 SNS 태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융·복합 플랫폼 서비스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창업한 엠랩의 전체 직원은 홍 대표까지 8명. 홍 대표는 최근 글로벌 인터넷 업체와 접촉해 보유 중인 특허 기술에 대한 투자 검증을 위한 미팅을 가지는 등 ‘한국판 웨이즈’ 신화를 꿈꾸고 있다. 엠랩은 29일 문을 연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에 당당히 입성한 93개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다. 직전까지 용산 삼각지역 인근 쪽방 사무실에서 월 임대료 200만원을 주고 스타트업을 꾸려 오던 그가 정부의 무상 임대료 지원을 받는 육성 기업이 된 셈이다. 홍 대표는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와 결합한 동영상 검색 태그 업체가 되는 것이 꿈”이라면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하면서 얻는 경제적 효과는 3억~4억원의 투자 효과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글로벌 문화 융·복합 콘텐츠 양성소를 꿈꾸는 실리콘밸리들의 인큐베이터와 같은 기능을 하는 코리아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이날 문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소식에서 “지금 우리한테는 그동안의 성장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면서 “문화창조벤처단지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큰 발전을 선도하여 신산업을 일으키고 365일 멈추지 않는 경제재도약의 심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거점으로, 정부가 2017년 말까지 구축할 예정인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두 번째 프로젝트다. 박 대통령은 “저는 우리가 직면한 여러 가지 도전을 해결할 열쇠가 우리의 문화에 있고, 문화콘텐츠산업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콘텐츠산업은 제조업의 2배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청년의 열정으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청년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문을 여는 이곳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여러분의 미래이자 국가의 미래이기도 하다”며 “글로벌 문화산업을 선도해나갈 인재와 우수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탄생하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행사를 준비한 CJ그룹에 대해 “경영 공백으로 어려운 가운데도 뒷받침해 왔다”면서 특별한 감사를 표시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고와라 좋아라 ‘고아라’

    고와라 좋아라 ‘고아라’

    “청명 공주는 시대적 아픔을 많이 담고 있는 캐릭터예요. 멜로 연기를 하면서도 슬픈 역사를 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청춘 스타 고아라(25)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한국 영화로는 30일 올해 마지막으로 개봉하는 ‘조선 마술사’를 통해서다. 왕실의 종친 가문이지만 3대째 벼슬에 들지 못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가 청나라가 조선에 왕자의 첩으로 삼을 공주를 요구하자 하루아침에 공주 신분으로 포장돼 팔려가는 청명을 연기했다. 실제 효종의 양녀가 돼 청나라로 시집 간 열여섯 살 의순 공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고아라는 소녀 감성에 여인의 마음도 엿보이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는 것은 거의 만 4년 만이다. 2012년 초 ‘페이스 메이커’, ‘파파’가 잇따라 개봉했었다. 2007년 일본·몽골 합작 영화 ‘푸른 늑대’에서 테무친의 두 번째 부인을 연기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첫 사극 출연이나 다름없다. “드라마와 영화로 자주 접하며 이따금 장면을 흉내도 내보던 장르라 그렇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막상 도전해 보니 옛날 말투와 복장 자체가 쉽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퓨전 사극이라 조금은 편안하게 접근하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비롯해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버거움을 느끼기도 했단다. 고아라는 청명 공주의 호위 무사인 안동휘 역할을 맡은 이경영 등 주변의 도움으로 좋은 장면을 빚어낼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경영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현장을 너무 재미있고 편안하게 이끌어 주셨어요.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도 선배님이 기다려주고, 받아쳐 준 덕택에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었죠.” ●생각 깊은 유승호의 배려·도움 많이 받았어요 사실 ‘조선 마술사’는 지난해 제대한 국민 남동생 유승호의 스크린 복귀작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세 살 아래인 유승호와 애절한 멜로 연기를 펼쳐 느낌이 색다를 법도 하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와 상대역으로 연기한 적은 처음이라고. “승호씨가 생각도 깊고 배려심도 많아 연기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현장에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환희와 청명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2003년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의 주인공 옥림이로 데뷔, 큰 인기를 모으며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 고아라. 이후 드라마, 영화를 오갔지만 늘 그 언저리에 머무르며 껍질을 깨지는 못했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13년 ‘응답하라 1994’의 왈가닥 캐릭터 성나정을 만나면서다. 고아라는 이 역할을 따내고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다고 돌이켰다. ●‘응사’ 나정이 역할 따냈을땐 눈물 흘렸어요 “작품마다 절실함이라는 게 있지만 그 타이밍에는 ‘응답하라 1994’가 절실하게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오디션 제의가 왔을 때 정말 좋았죠. 두 차례나 오디션을 받은 끝에 결국 나정이 역할을 맡게 됐어요.” 연기자로 데뷔한 지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이제야 연기자로서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나가는 단계라고 고아라는 말한다. “많은 사랑을 받은 나정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하며 분위기를 이어나가야 한다거나 너무 다른 캐릭터를 해야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대학에서 연기 공부를 하며 배우로서 제 위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제 나이 또래에 표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골라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게 제 몫인 것 같아요. 청명 공주도 그래서 선택했죠. 그동안 공부를 하느라 작품을 많이 하지는 못했는데 앞으로는 쉬지 않고 연기하며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KAI, KFX 개발 메카… 설계~시험 원스톱

    KAI, KFX 개발 메카… 설계~시험 원스톱

    28일 경남 사천. 공항을 나서자 항공기 모형을 머리에 인 택시들이 눈에 띄었다. 차로 15분 거리를 달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찾았다. 이날 문을 연 사천 KAI 산하 ‘항공기개발센터’는 18조 4000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 개발 사업 ‘KFX’에 대한 본격적인 기술 개발을 이끈다. KAI는 이날 방위사업청과 KFX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KAI는 이날 이와 함께 KFX를 비롯해 소형민수·무장헬기(LCH·LAH) 등 대형 항공개발 사업을 주도할 항공기개발센터 준공식을 열고 내년 말까지 600~700여명에 달하는 신규 연구인력을 뽑는다고 밝혔다. KAI는 이들 사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400여명의 신규 연구 인력을 선발했다. KFX 사업은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무려 14년을 끌었다. 개발센터에서 만난 한 KAI 관계자는 이에 대해 “KFX 사업은 앞으로 업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항공기 개발 계획을 밝힐 때마다 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KT1, T50은 지금 수출도 하고 있다. KFX 사업은 국내 항공 산업에 또 다른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센터는 KAI와 국방부 사전 승인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 개발센터는 KAI 본사 내에 지상 7층, 지하 1층 연면적 2만 4512㎡(7415평)로 꾸며졌다. 1500여명의 연구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분산돼 있던 항공기 설계, 항공전자, 비행제어, 시험 시설 등을 통합 운영해 개발환경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지난해 9월 착공한 항공기개발센터는 1년여 만에 건립을 끝냈다. 건립에는 410억원이 투입됐다. KFX는 2026년, LCH·LAH는 각각 2020년, 2023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 유리벽 너머로 2000년대 초반 양산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항공기 KT1이 구름 위로 솟았다가 사라졌다. KT1은 공군 제3훈련 비행장에서 기초 비행 훈련기로 쓰인다. 하성용 사장은 개소식에서 “세계적인 항공기 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가 항공우주산업 비전인 2020년에 생산 2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하 사장을 비롯해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지역 기관장, 협력사 대표 등 모두 3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방사청과 KAI는 이날 KFX 사업 본계약 협상에서 KFX 사업의 개발 위험을 분담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FX 개발을 위한 내년 정부 예산이 670억원으로 삭감돼 재정적 압박이 커졌고 사업 일정 지연으로 투자금 환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사천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시론] 성과중심 인사관리의 전제조건/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성과중심 인사관리의 전제조건/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인사혁신처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인사혁신처는 많은 혁신 어젠다를 발굴해 정책화하고 기존의 제도를 개선해 공직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지난 1년여간 상당한 제도들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이를 통해 정부 인적 자원들의 역량을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 노력했다는 면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공무원 인사 업무만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정부의 인사제도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혁신에는 저항도 있을 수 있고, 의욕이 앞서 무리한 제도의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들을 극복하고 이해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혁신적인 제도들을 정착시켜 나가면 공직사회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인사혁신처가 그동안 발표한 혁신안들 중 일부는 다소의 논쟁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 공무원노조,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쟁점들을 제거해 왔다. 그중 최근에 발표한 능력과 성과중심 인사관리 방안은 다른 어떤 제도보다도 공직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무원들의 성과중심 인사관리가 과연 가능할지, 그 성과에 근거를 두고 보수체계를 연동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왜냐하면 제도의 핵심이 일 잘하는 공무원과 못하는 공무원의 연봉 차이를 크게 한 데다 퇴출의 길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혁신안에 따르면 고위공무원의 경우 개인별로 연봉이 최대 1800만원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일을 못하는 공무원들을 직권면직이나 직위해제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동안 철밥통에 비유됐던 공무원 신분 보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성과가 미흡한 사람들에게 만회 기회를 부여하고 지원도 해 준다.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적절한 절차를 거쳐 면직 처분을 내리게 된다. 반면 상위 2%에 해당하는 성과 우수자들에게는 특별성과급이 주어진다. 실무직에겐 특별승진과 승급의 인센티브도 제공해 동기 부여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혁신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용되는 기준이 엄격하고 절차가 공정해 결정 후 법적 다툼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여러 국가들이 공무원 성과평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만족할 수 있는 평가제도를 도입하지 못했다. 이유는 적용 대상자들인 공무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제도를 개발하지 못한 데다 민간기업과 달리 성과평가 기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혁신처도 이런 상황을 파악해 절차를 강화했고, 개인평가와 함께 부서평가 등 다차원적인 평가를 함께 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다툼의 소지는 존재한다. 이 때문에 평가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마련해야 하는데, 공직은 정량적 측정이 어려운 게 문제다. 따라서 매우 세밀하게 구분되고 경우의 수가 다양하게 포함된 논변적 측정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직무와 성과가 연동된 보수체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직무명세서가 정치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각 직무명세서 내용은 일종의 성과평가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계급제 체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직무성과계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계약 당사자들인 부서장과 구성원들이 연초 상담을 통해 성과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측정 방법을 사전에 설정해야 한다. 이의 수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과정 상담을 성실히 하면 인사혁신처가 추진하고자 하는 성과중심 인사관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부서장들의 업무와 조직 관리의 책임성을 강화해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함께 진행한다면 계급제하에서의 성과평가제도가 갖는 한계를 다소나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가공무원들의 경쟁력은 지방공무원의 경쟁력으로 확산될 수 있다.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래서 인사혁신처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다.
  • 8년 만에 마이크 앞에 선 은둔의 경영자 “자본시장 DNA 바꾼다

    8년 만에 마이크 앞에 선 은둔의 경영자 “자본시장 DNA 바꾼다

    대우증권을 품에 안은 박현주(57)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은둔의 경영자’다. 2007년 3월 홍콩에서 해외 펀드 판매 관련 기자회견을 끝으로 미디어 앞에 공식적으로 선 적이 없다. 그런 박 회장이 28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8년 만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약을 선언한 박 회장은 시종일관 ‘혁신’과 ‘도전’을 화두로 던지며 우리 금융시장의 변신을 ‘갈망’했다. 박 회장은 “(알려진 대우증권 입찰가 2조 4000억원보다) 더 쓸 생각도 있었다”면서 “대우증권을 꼭 인수해 (우리나라) 금융과 자본시장 DNA(유전자)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업은 투자를 먹고사는 생물’인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업계가 너무 위축됐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삼성 같은 금융사를 만들려면 리더 그룹이 불가능한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병철과 정주영 등 선대는 지금의 삼성, 현대를 만들기 위해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세상을 꿈꿨다. 우리도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다. 상상을 믿고 좀 더 큰 꿈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미래에셋그룹을 일군 증권업계의 신화적 존재이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대우증권을 품을 생각까지는 못했다고 한다. 지난해 금융 당국이 대우증권 매각설을 흘렸을 때 처음으로 인수를 결심했고, 지난달 9600억원 유상증자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박 회장은 “1조원 가까운 증자가 쉬운 게 아닌데 (대우증권을 인수할) 운명이었는지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 “1+1은 2가 아닌 3이나 4, 5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래에셋은 자산관리가 강하고 대우증권은 IB 역량이 탁월하니 충분히 승산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미래에셋 주가는 대우증권 인수 기대감으로 9.67%나 오른 2만 1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우증권 인수 작업이 끝나면 미래에셋은 자기자본 7조 8587억원의 압도적인 몸집을 자랑하게 된다.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이 없다면 지점 수 177개, 임직원 4700명의 매머드 증권사로 재탄생한다. 박 회장은 “아직 갈증이 남았다. 증권업은 자기자본이 많아야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자기자본 28조원에 직원 수가 2만 6000명에 이른다”며 추가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공개 입찰 당시 KB금융지주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에 아직 거부반응이 강하다. 노조는 이날 공개질의서를 통해 고용승계 등에 대한 답을 요구했다. 다음달 4~6일 총파업 찬반 투표 일정도 잡아 놓았다. 박 회장은 “증권업계의 기존 인수합병(M&A) 구조조정 사례는 참조하지 않겠다”며 “업계 후배들(대우증권 직원)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리더로서 역량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자본 규모를 고려해 지점 수를 250개까지 늘릴 수 있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수 후 회사명에 대해선 “증권사에서 대우증권이 남긴 공적을 감안해 개인적으로 미래에셋대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패키지로 인수한 산은자산운용은 국내 대표적 헤지펀드 전문회사로 키우겠다고 했다. 미래에셋을 금융지주사 체제로 재편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주사를 만들면 관리하기는 좋지만 야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느슨한 연대가 좋겠다”고 박 회장은 답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부담감을 떨쳐라”… 매킬로이, 스피스에 새해 조언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인자 조던 스피스(미국)에게 “2016년에는 부담감을 떨쳐 버릴 것”을 조언했다. 매킬로이는 27일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내년 스피스에게는 올해보다 훨씬 더 높은 기대와 관심이 쏟아질 것”이라며 “그것이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스는 2015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제패하며 미국골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한 해 메이저 대회를 두 차례 우승한 선수가 이듬해에 어떤 성적을 냈는지 잘 알 것”이라며“스피스가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매킬로이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매킬로이는 2014년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 1인자의 자리에 올랐다. 이같이 화려한 한 해를 보냈지만 매킬로이는 2015년에는 발목 부상 등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지난 11월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플레이오프 마지막 대회인 두바이 월드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내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날아라 ‘1992 잔나비’

    날아라 ‘1992 잔나비’

    원숭이띠 스포츠 스타들이 나흘 뒤 떠오를 2016년 병신년 새해를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특유의 스피드와 기량을 바탕으로 국내 프로무대와 해외 빅리그, 특히 리우올림픽 등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각오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1992년생)은 2016년이 기대되는 대표적 원숭이띠 스타다. 최근 선발 대신 교체 출전 등으로 어수선하지만 언제든 축구팬들의 기대와 신뢰는 여전하다. 23세 이하만 나갈 수 있는 리우올림픽에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메달을 따낼 경우 군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올해 국내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두고 격돌했던 1992년생 동갑내기 이재성(전북)과 황의조(성남)도 K리그 무대를 또 한 번 휘젓고 다니겠다는 각오다. 중국 프로축구에서 옌볜FC의 2부리그 우승과 1부리그 승격을 이뤄낸 박태하 감독(1968년생)도 1부리그 강팀과의 대결을 고대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마무리에서 선발투수로 복귀를 선언한 LG의 베테랑 좌완 봉중근(1980년생)의 부활이 기대된다. 미국프로야구 등에서 뛰다 국내로 돌아와 2007~2011년 LG의 에이스 선발을 도맡았던 봉중근은 2011년 팔꿈치 수술 후 마무리를 맡아 왔지만 내년 시즌 선발투수로 복귀를 준비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넥센 염경엽 감독(1968년생)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홈런왕’ 박병호, 자유계약선수(FA)로 넥센을 떠난 마무리 손승락 등으로 투타에 생긴 공백을 극복해야 할 숙제를 안고 새해를 맞는다. 프로농구에서는 대학시절 각각 고려대와 연세대를 이끌고 프로 데뷔 후에도 신인왕 등을 놓고 격돌했던 이승현(오리온)과 김준일(삼성·이상 1992년생)이 골밑 경쟁을 계속한다. 골프에서는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 차에 접어드는 장하나를 비롯해 이민(이상 비씨카드) 등 1992년생들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내년 리우올림픽 유망주 가운데는 특히 1992년생 원숭이띠들이 많다. 부상으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중도 포기한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수원시청)이 다시 뜀틀로 날아오를 채비를 갖췄고, 역시 런던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장미(우리은행)도 2회 연속 금 사냥을 준비하고 있다. ‘금밭’으로 손꼽히는 태권도에서는 런던올림픽 남자 58㎏급 은메달리스트이자 12월 현재 올림픽랭킹 1위인 이대훈(한국가스공사)이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국가대표팀 발탁이 올림픽 메달보다 힘들다는 양궁에서는 올해 리우 프레올림픽 남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김우진(청주시청)이 금메달을 정조준한다. 남자유도의 김원진(양주시청·60kg급), 곽동한(하이원·90kg급), 조구함(수원시청·100kg급) 등도 메치기 한판을 단련하고 있고, 두 명의 남자 탁구 단식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정영식(대우증권)도 메달을 위해 ‘타도 중국’을 부르짖고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2015 문화계 결산] 8월 영화계 ‘쌍천만’ 탄생… 대종상 사상 초유의 보이콧

    2015년은 국내 영화계에 ‘쌍천만’ 등 흥행 진기록이 쏟아진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사상 처음으로 관객 1000만명 돌파 작품이 같은 달 동시에 나왔다. 돌파 시점 기준으로 한 해에 네 편이나 1000만 영화가 터졌다. 우리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4년 연속 1억명, 외화까지 포함한 전체 관객은 3년 연속 2억명을 돌파했다. 국내 영화계는 ‘국제시장’이 개봉 28일 만인 올해 1월 13일 1000만명을 돌파하며 기분 좋게 새해를 열어젖혔으나 후속 흥행작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대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명)을 비롯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612만명), ‘쥬라기 월드’(554만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384만명) 등 외화 흥행작이 잇따랐다. 흐름이 바뀐 것은 애국심에 크게 기댄 ‘연평해전’(604만명)이 6월 말 개봉하면서부터. 7월 말 ‘암살’(1270만명), 8월 초 ‘베테랑’(1341만명)이 뒤따르며 진공청소기처럼 관객을 빨아들였다. 광복 70주년인 8월15일 ‘암살’이, 2주 뒤인 같은 달 29일 ‘베테랑’이 천만 고지를 밟았다. 이후 ‘사도’(624만명), ‘검은 사제들’(544만명), ‘내부자들’(600만 돌파·상영 중)이 흐름을 이어갔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612만명), ‘마션’(488만명) 등 외화의 선전도 있었으나, 한국 영화의 기세가 압도적이었다. 덕택에 상반기 42.5%에 그쳤던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11월까지 50.8%로 치솟았다. 황정민·유아인 상한가… 이병헌 부활 ‘국제시장’과 ‘베테랑’의 황정민은 ‘쌍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품었다. ‘베테랑’과 ‘사도’에서 열연한 유아인은 ‘아인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최고의 해를 보냈다. 지난해 스캔들 이후 바닥을 쳤던 이병헌은 ‘내부자들’을 통해 부활했다. 260여편 개봉… 100만 이상 동원은 24편뿐 ‘대박’의 이면으로 양극화 논란이 어김없이 뒤따랐다. 올해 국내 영화는 260여편이 개봉했으나 100만명 이상 동원한 작품은 24편에 불과했다. 100만명대 작품이 10개, 200만명대는 5개, 300만명대는 2개에 그쳤다. 국내 영화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뒷받침할 ‘중박’ 작품이 부족한 것이다. 때문에 일부 대작들이 스크린을 독식하며 흥행하고, 대다수 작은 작품들은 제대로 존재도 알리지 못한 채 사라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여전했다. 이런 가운데 구작이 신작을 위협하는 재개봉 상영도 두드러졌다.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이 30만명을 불러 모았다. 첫 개봉 당시의 배에 달하는 기록이다. 앞서 2월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15만명, 5월에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5만 6000여명의 관객을 다시 불러 모으는 등 재개봉작의 역주행이 잇따랐다. 연말에는 영화제 이슈가 영화계를 흔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 이후 정치적 외압 논란에 휩싸이며 끊임없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협받았지만 올해 20회 성년식을 성황리에 치러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부산시가 이용관 공동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인 대종상영화제는 올해도 구설수에 올랐다. 참가상 논란 등을 자초했다.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을 비롯해 다수의 후보들이 스케줄을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때문에 대리 수상이 거듭되는 촌극이 연출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프로농구] 성탄전야 3연승 선물 받은 동부

    [프로농구] 성탄전야 3연승 선물 받은 동부

    동부가 전자랜드를 꺾고 3연승을 달리며 공동 3위로 도약했다. 동부는 24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프로농구 정규리그 전자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86-79로 승리를 챙겼다. 전자랜드전 6연승을 달린 동부는 19승14패로 공동 3위로 올라섰고, 전자랜드는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동부의 웬델 맥키네스는 더블더블(27점, 11리바운드)로 펄펄 날았고, 올스타전 인기투표 1위에 빛나는 허웅도 20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김주성도 14득점을 올리며 제 몫을 다했으나, 이날 블록은 기록하지 못해 2개가 부족한 1000블록 기록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동부와 전자랜드는 전반전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전자랜드는 2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정병국과 정효근의 연속 3점슛으로 39-35로 앞섰으나, 동부는 허웅의 연속 5득점으로 40-39로 경기를 다시 뒤집으며 전반을 마쳤다. 승부의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경기는 4쿼터 중반 들어 동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동부는 75-70 상황에서 허웅, 웬델 맥키네스가 연달아 슛을 성공시키며 9점 차까지 달아났다. 전자랜드는 종료 1분 4초를 남기고 정병국이 3점슛을 성공시키며 2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동부는 김주성이 3점슛을 성공시킨 데 이어 박지현도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편 ‘꼴찌’ LG는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KCC를 98-94로 꺾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4쿼터 4분여를 남기고 86-79로 앞섰던 LG는 이후 트로이 길렌워터와 유병훈이 잇따라 5반칙으로 물러난 뒤 크게 흔들렸다. 이번 시즌 들어 역전패를 반복했던 LG의 악몽이 떠오를 무렵 김영환이 29초를 남기고 레이업을 성공시키고, 한상혁이 자유투를 넣으며 승리를 굳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유일호팀’ 비상한 각오 없이는 위기 못 넘는다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지명되자 기대보다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역대 경제 부총리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에서 남은 2년여 동안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친박 정치인인 유 후보자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재선 의원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지냈다. 박근혜 정부의 3기 경제팀 사령탑을 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40여일 전까지 총선 출마를 위해 표밭갈이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경제위기를 타개할 역량과 전략을 보여 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비상계획의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내년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과거 독재정권이 했던 ‘북풍’(北風) 공작에 빗대 현 정권이 경제불안 심리를 조작하는 ‘경풍’(經風) 공작을 전방위적으로 펼친다고 비난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은 실제로 위기상황이 맞다. 내년은 한국 경제의 명운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시기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저성장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분기점에 서 있다. 대내외적인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은 7년 만에 금리를 올린 뒤 내년에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중국 경제 둔화는 나아질 조짐이 없고 저유가 쇼크는 내년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수출이 끝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내년 초 ‘소비절벽’이 예상되는 등 내수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1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은 언제든 뇌관이 터질 수 있다. 100만원을 벌어서 24만원을 빚 갚는 데 쓸 정도로 빚에 허덕이고 있다. 안팎의 악재 속에 신임 경제수장의 역할과 책무는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애초 경제 부총리에는 정통 경제관료가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집권 하반기 들어 정부에 정치적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친박계의 의견에 따라 유 후보자가 경제사령탑에 내정됐다는 말도 나온다.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경제 정책이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도 유 후보자의 몫이다. 유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한 말이겠지만 돈을 미리 끌어다 쓰는 식의 단기적인 경기 부양은 이미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내년에는 돈을 풀어서 경기를 띄울 만한 재정적인 여력도 없다. 기존 정책을 따라 하는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기일수록 대증요법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비상한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경제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유 후보자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한계기업의 정리 등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도 나서는 등 적절한 처방을 실기하지 않고 내놓아야 한다. 3기 ‘유일호 경제팀’이 ‘약체’가 아니냐는 걱정을 보란 듯이 떨쳐 버리고 한국 경제가 반등할 수 있는 탄탄한 초석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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