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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사무총장 “한국 코로나19 싸움에서 진전, 300만 달러 감사”

    WHO 사무총장 “한국 코로나19 싸움에서 진전, 300만 달러 감사”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8일(이하 현지시간) 한국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며 “WHO는 코로나19를 억제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그들의 참여에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장관이 (코로나19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위해 300만 달러(약 36억원)를 약속한 데 대해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 정부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안정화 초기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구·경북이 (환자 수 증가세가) 점차 안정화하는, (그런) 변화의 초기로 판단한다”면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은 아직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도 전국에서 확진 환자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 만큼 방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0시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환자는 총 7134명이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감소 추세다. 지난 5일에는 하루 518명, 6일 483명, 7일 367명이 각각 추가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탈리아 정부의 북부 지역 봉쇄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늦추고 국가와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대담하고 용기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들은 진정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며 “WHO는 이탈리아와 연대하고 있고 당신들을 계속 지지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쥐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경제·금융 중심 도시인 밀라노를 비롯한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주에 걸친 14개 지역을 추가로 ‘레드 존’으로 지정하는 행정 명령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가족을 만나거나 중요한 업무 목적을 제외하고는 레드 존으로 지정된 지역에 드나들지 못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 역시 정부 허가 없이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 격리 규정을 어기고 이탈하면 3개월 구류에 처할 수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하루 확진 1000명 넘자 伊, 1600만명에 “꼼짝 마”

    하루 확진 1000명 넘자 伊, 1600만명에 “꼼짝 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불어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적어도 1600만명이 사는 동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쥐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7일(이하 현지시간) 패션과 금융 중심지인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 베네치아가 포함된 베네토주, 파르마, 모데나 등 관광 명소들이 망라된 광범위한 지역을 격리 조치하는 내용의 정부 칙령에 서명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8일 아침부터 다음달 3일까지 거의 한 달 동안 시행된다.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외부에서도 가족을 만나려거나 비상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한다. 거의 중국 우한식 봉쇄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체육관, 수영장, 박물관, 스키장, 나이트클럽 등 다중이 모이는 모든 시설은 문을 닫는다. 레스토랑과 카페의 문을 걸어잠그지는 않는다. 다만 손님들은 1m 이상 떨어져 앉아야 한다. 주민들은 집 밖으로 나오면 3개월 동안 감옥에 갇힐 수 있다. 이전까지는 이탈리아 국민 5만명 정도만 봉쇄됐는데 1600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콘테 총리는 격리되는 주요 도시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피아첸차, 레지오 에밀리아, 리미니, 페사로 우르비노, 알레산드리아, 아스티, 노바라, 베르바노, 쿠시오 오쏠라, 베르셀리, 파두아, 트레비소 등이다. 부족한 의료진 충원을 위해 은퇴한 의사들의 면허도 부활시킨다. 이처럼 과격한 수단을 내놓게 된 것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누적 확진자 수가 5883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무려 1247명이 늘어 26.9%가 급증했다. 지난달 21일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36명 증가한 233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날 49명보다 덜 늘어났지만 다른 주요 발병국에 견줘 여전히 많다. 다만 BBC는 지난 24시간 신규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다르게 보도했다.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도 3.96%로, 전날(4.2%)보다 다소 낮아졌다. 사망자 수가 많이 줄어서가 아니라 새 확진자가 워낙 많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주요 발병국 치명률을 보면 중국이 3.8%, 이란 2.4%이며 한국이 0.69%로 가장 낮다.  연립정부의 한 축인 중도좌파 성향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도 걸렸다.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의사가 말했다”며 “나는 괜찮다. 다만 며칠간 집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썼다.  유럽 주요국 정치지도자 가운데 첫 감염 사례인데 그는 지난해 8월 극우 정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간 연정이 붕괴하자 오성운동과 새 연정 구성 협상에 산파 역할을 했다. 수도 로마가 속한 라치오주 지사를 겸하는 그는 평소에도 각 부처 장관을 포함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수시로 만나는 터라 내각 안에서의 두려움이 확산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미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주의 아틸리오 폰타나 지사와 스테파노 파투아넬리 산업장관은 보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곧바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유럽 주요국 확진자 수는 프랑스 949명, 독일 795명, 스페인 441명, 영국 206명, 네덜란드 188명이라고 BBC는 전했다.  한편 이란 보건부는 이날 21명이 더 사망해 지금까지 모두 14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역시 지난달 19일 첫 사망자가 나온 뒤 하루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다. 확진자는 전날보다 1076명 늘어 5823명이 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1000명을 넘겼다. 세계보건기구(WHO), 중국 등에서 보낸 코로나19 검사 장비가 지난달 말 이란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검사가 진행되면서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보건부 대변인은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전국적으로 1만 6000명 이상이 검사를 받고 있으며 1669명이 감염됐다가 완치됐다고 말했다. 이란에 파견된 세계보건기구(WHO) 책임자인 크리스토프 하멜만 박사는 이 나라의 병원과 치료시설들에 놀라운 진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최만진의 도시탐구] ‘자연의 복수’, 코로나19

    [최만진의 도시탐구] ‘자연의 복수’, 코로나19

    흑사병은 인류가 겪은 가장 심각한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페스트균이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나갔고 14세기에 절정에 다다랐다. 이로 인해 당시 유럽 사람의 절반 정도가 사망했고, 이전 수준으로 인구가 회복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릴 정도로 그 여파가 심각했다. 주로 쥐를 통해 감염되는 이 병이 하필이면 중세시대에 창궐하게 된 데에는 도시 구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에 상업과 수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해 많은 도시들이 생겼는데, 경제적 힘을 바탕으로 봉건 영주로부터의 자치권 쟁취가 가능하게 됐다. 이에 농노였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여들었다. 이처럼 도시가 부자로 독립하다 보니 방어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됐다. 이에 군사시설인 해자와 성벽을 설치하고, 중심부의 시장과 광장을 중심으로 밀집된 도시 구조를 가지게 됐다. 이러한 도시 과밀화 현상은 원활한 공기 순환과 햇빛 유입을 막게 돼 정주 환경의 악화를 불러왔다. 늘어나는 쓰레기와 오물을 처리하는 것도 역부족이었고, 하수시설마저도 갖추지 못해 위생 상태가 매우 열악했다. 이는 쥐가 흑사병을 옮겨 오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이후 르네상스시대에는 포탄 등 무기의 발달로 성벽이 무용지물이 돼 도시를 외부로 확장하며 위생적으로 많이 개선할 수 있었다. 이어진 바로크시대에는 절대 권력을 가진 왕권이 넓고 기하학적 특성을 가진 청결한 도시를 건설해 전염병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새로운 위협을 야기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또다시 몰려들었고, 초과밀화와 슬럼화, 그리고 이로 인한 주거 환경의 악화는 잊었던 흑사병의 악몽과 공포를 또다시 떠오르게 했다. 조르주외젠 오스만은 19세기에 이러한 문제에서 파리를 구한 도시계획가로 나폴레옹 3세라는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바로크식 도시 개조를 실행했다. 사유재산권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무자비하게 길을 뚫고 건물 층수를 제한해 바람과 햇빛을 도시로 유입했고, 수로와 하수도를 개설해 오염과 오물을 해결했다. 오늘날의 아름답고 건강한 대도시 파리는 그의 공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우한을 중심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전염은 현대 도시에서의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류는 지금도 반성하기는커녕 도시 건설을 위해 자연과 생태계를 무리하게 파괴해 가고 있다. 발달한 현대적 의학, 약품, 의료 시스템이 몹쓸 병에서 우리를 쉽게 구해 낼 것이라고 믿는 것은 크나큰 착각임을 이번 사태가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제는 정말 우리가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자연과 더불어 살고, 이를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에볼라, 메르스, 사스, 코로나19에 이어 또 다른 정체불명의 병균이 불현듯 나타나 인류에게 복수의 칼을 들이댈 것임이 틀림없다.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세상의 시작에 ‘쥐’가 있었으니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세상의 시작에 ‘쥐’가 있었으니

    경자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쥐’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도시화와 더불어 쥐들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쥐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쥐는 인간이 사는 근처에 맴돌며 같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작은 눈을 반짝이며 잽싸게 도망치는 쥐는 사람들을 소스라치게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사람들은 귀여운 쥐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아낀다. 12간지의 첫 번째 동물도 쥐가 아닌가.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중국의 여러 민족이 전승하는 신화에서도 쥐는 언제나 세상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다. 윈난성 나시족의 창세신화 ‘흑백지전’(黑白之戰)은 마을에서 정화(淨化)의례를 거행할 때 사제들이 읊는 경전에 들어 있다. 빛의 신과 어둠의 신이 환한 해와 달을 차지하기 위해 기나긴 싸움을 벌이는 비장미 넘치는 서사인데, 그 전쟁의 시작에 은빛 쥐가 등장한다. 어둠의 신이 사는 곳에는 검은 해와 달이 떠 있고 산도 들판도 모두 검었다. 반면 빛의 신이 사는 곳은 해와 달이 환하게 떠 있었다. 두 종족은 하늘까지 솟아오른 높은 산을 가운데 두고 각각 산의 반대편에 거주했는데, 어느 날 은빛 쥐가 그 산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산의 중간을 관통하는 작은 구멍이 생기자, 어둠의 땅에 찬란한 빛이 스며들어 왔다. 빛의 존재를 모르고 살던 어둠의 종족은 암흑을 밝혀 주는 빛에 매료됐다. 자기들도 그렇게 하얀 해와 달을 갖고 싶었고, 빛의 신의 아들 아루를 청해 환한 해와 달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루는 흔쾌히 수락했지만, 아버지인 빛의 신은 어둠의 종족에게 해와 달을 만들어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아루는 어둠의 땅으로 가서 해와 달을 대충 만들어 거꾸로 걸어 놓고 보물을 챙겨 도망쳤다. 속은 것을 안 어둠의 신은 분노했고, 아들 애세미웨가 아루를 추격했다. 그러나 빛의 신은 어둠과 빛의 경계에 일찌감치 철조망을 쳐 놓았다. 함정에 빠진 애세미웨는 그만 죽고 말았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어둠의 신은 비통함에 빠졌다. 어둠의 신은 아들의 원수를 갚고자 아름다운 자신의 딸을 빛의 신의 땅으로 보내어 아루를 유혹하게 한다. 그렇게 비장한 전쟁의 서막이 열리고, 두 종족은 밀고 밀리는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태초에 쥐가 있었으니, 장엄한 전쟁의 서사가 한 마리 은빛 쥐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편 윈난성 남부 다이족의 신화에 등장하는 쥐 역시 태초의 존재이다. 아득한 옛날, 세상엔 인간이 있었으나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몰라 매일 배를 곯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쥐와 새가 싼 똥 속에 들어 있는 곡식 알갱이를 골라내어 물에 씻어 씹어 보았는데, 의외로 고소한 맛이 났다. 사람들은 쥐와 새가 먹었으니 인간 역시 그것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인간은 곡식을 먹기 시작했으며, 그것을 뿌려 농사도 짓게 됐다. 이후에 사람들은 쥐와 새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게 된 것은 모두 쥐와 새 덕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쥐가 창고 안의 곡식을 조금 먹어도, 벼가 익었을 때 새가 날아와서 좀 쪼아 먹어도 그냥 두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 얻은 곡식이지만, 쥐와 새에게도 곡식을 나눠 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쥐가 부정적 존재로 여겨진다고 해도, 인간과 유전자가 90퍼센트 이상 유사한 은빛 쥐는 실험용으로 쓰이면서 인간을 위한 희생을 하고 있고, 포유류 먹이사슬의 하층부에 존재하는 쥐는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돼 주고 있다. 많은 창세신화의 시작에 쥐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좋든 싫든 쥐는 앞으로도 인간과 그 역사를 함께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 발로 뛰는 주민밀착 사업… 양천 ‘레벨 업’ 원년 선포

    발로 뛰는 주민밀착 사업… 양천 ‘레벨 업’ 원년 선포

    중점사업비 12.9% 인상해 7012억 집행 구청장, 18개 주민센터 찾아 소통 강화“경자년 새해에는 부지런한 쥐처럼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지난 13일 올해 ‘YES 양천’의 6대 비전 실현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이 같은 각오를 밝혔다. 양천구는 특별히 올해를 ‘역동적인 변화와 방향성을 잃지 않는 해’로 정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중점 사업을 위해 지난해 대비 12.9% 인상된 7012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과시적인 성과를 이룩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가족친화·복지사업 1722억원 ▲교육·문화 268억원 ▲녹지·에너지·환경 148억원 등이 쓰일 예정이다. 중점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소통 강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김 구청장은 새해 업무보고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김 구청장은 지난 7일 신월3동 주민센터를 시작으로 21일 신월5동 주민센터까지 18개 동 주민센터를 차례로 모두 찾았다. 지난 13일 신정1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구청장은 “지금이 주민 밀착형 특화 사업들을 구체화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할 시기”라며 “양천구는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여 주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의 6대 비전별 사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신개념 복합공간인 ‘건강힐링문화관’, 목동 주변 5대 공원의 맞춤형 리모델링,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시재생 사업, 어르신 의료 복지를 위한 ‘100세건강돌봄’ 사업, 지식의 창고인 양천중앙도서관 건립, 주택 복지인 공공주택 품질검수반 운영 등이다. 이 가운데 5대 공원 맞춤형 리모델링 사업과 양천중앙도서관 건립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점 추진 사업에 포함됐다. 구는 지난해 ‘1동1창의놀이터’의 확장과 신정종합사회복지관 신축 등 주민 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들을 발굴해 왔다. 아울러 민선 6기부터 추진해 온 ▲혁신교육지구 사업 ▲1동1도서관 조성 ▲나비남 프로젝트 ▲50스타트센터 개소 ▲양천생활안전체험교육관 개관 ▲아이원건강센터 개소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조성 등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구청장은 “민선 6기가 주민들의 삶을 꼼꼼히 챙기는 생활정책을 펼쳤던 시간이었다면 민선 7기 특히 2020년은 양천구의 미래 30년을 위한 굵직한 개발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레벨 업’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쥐꼬리만 하다’ 무시 마라…지혜와 풍요의 ‘팔색쥐’

    ‘쥐꼬리만 하다’ 무시 마라…지혜와 풍요의 ‘팔색쥐’

    경자년(庚子年) 흰쥐의 해가 밝았다. 12년마다 돌아오는 쥐의 해 중에서도 올해가 특별히 흰쥐의 해로 불리는 까닭은 육십갑자를 이루는 10간(干) 중 경(庚)과 신(辛)이 백색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흰쥐는 다른 쥐들보다 지혜롭고, 생존 적응력이 뛰어나 뭇 쥐의 우두머리로 꼽힌다. 쥐는 12지(支)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쥐가 열두 동물 가운데 맨 앞자리에 놓인 연유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중 발가락 개수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음양 사상에 따라 홀수 발가락과 짝수 발가락을 가진 동물이 번갈아 나오도록 배치했는데 쥐는 앞발가락이 4개, 뒷발가락이 5개로 음양을 겸비한 유일한 동물이어서 가장 앞에 서게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릴 적 들었던 다음과 같은 민간 설화가 기실 더 친숙하다. ‘옛날옛적 옥황상제가 하늘의 문에 빨리 도착하는 동물 순으로 지위를 주고자 경주를 벌였다. 소는 경주에서 우승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나 몸집이 작은 쥐는 정정당당한 경쟁으로는 소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꾀를 냈다. 경기 당일 소의 등에 몰래 올라탄 쥐는 소가 결승선에 다다르기 직전 재빨리 뛰어내려 1등을 차지했다.’ 영민하고 민첩한 쥐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 주는 설화와 기록은 이외에도 여럿이다. ‘삼국사기’에는 쥐 8000마리가 평양을 향해서 갔다는 기록과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적시해 다음해의 흉년을 미리 암시하는 쥐의 예지력을 칭송했다. ‘쥐가 배에 없으면 침몰한다’, ‘쥐가 천장에서 소란을 피우면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다’는 속설 등은 위험을 감지하는 쥐의 남다른 능력을 잘 보여 준다. 함경도에서 전승되는 서사 무가 ‘창세가’에는 쥐가 사람보다도 뛰어난 지혜를 갖춘 동물로 등장한다.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쥐의 습성은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부지런하고 준비성이 철저하기 때문에 ‘쥐띠는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말도 있다. 번식력과 생존력이 탁월한 쥐는 다산과 풍요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임신기간이 21일 정도로 짧아 1년에 6~7번 출산하고, 한 번에 6~9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지혜롭고, 근면하고, 예지력까지 갖춘 덕에 열두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서생원’이라는 관직까지 받았지만 실제로 쥐는 대대로 우리 실생활에서 환대보다는 홀대받는 존재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병을 옮기고, 곡식을 축내고, 책이나 가구를 갉아먹는 등 인류에 끼친 피해가 너무 큰 탓이다. 쥐의 몸에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 흑사병은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쥐를 간신이나 수탈자, 혹은 도둑으로 묘사하는 속담이나 설화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옹고집전’은 사람의 손톱과 발톱을 먹은 쥐가 사람으로 둔갑해 주변인을 괴롭히는 오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들쥐는 구멍 파서 어린 낟알 숨겨 두고/ 집쥐는 온갖 물건 안 훔치는 것이 없어/ 백성들은 쥐등쌀에 나날이 초췌해 가고/ 기름 말라 피 말라 피골까지 말랐다네’라고 한탄했다. 왜소하고, 소란스러운 쥐의 특징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속담은 차고 넘친다. ‘쥐꼬리만 하다’, ‘쥐뿔도 없다’, ‘태산명동 서일필’(큰 산이 떠나갈 듯하더니 쥐 한마리) 등이 대표적이다.쥐를 박멸하기 위한 인류의 전쟁은 역사가 깊다. 1809년 빙허각 이씨가 가정살림을 기록한 ‘규합총서’에도 ‘정월 첫 진일과 매달 경인, 임진일과 북단일에 쥐구멍을 막으면 다시는 안 뚫는다’처럼 쥐를 없애는 여러 가지 속신이 담겨 있다. 1970년대에는 쥐꼬리 하나당 연필 한 자루를 나눠주며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역사에서 쥐가 박멸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쓰레기가 늘어나고, 기후온난화 등 도시 환경이 변화하면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히려 쥐의 개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쥐가 인간에게 피해만 끼치는 건 아니다. 인간의 노화나 질병 치료, 신약 개발에 쥐 실험은 필수적이다. 스스로를 희생해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이타적인 존재가 바로 쥐다. 생쥐가 실험 대상으로 처음 등장한 건 1650년이다. 이후 1800년대 중반부터 과학자들이 실험동물로 쥐를 본격 사육하기 시작했다. 최근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고령실험쥐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실생활에선 쥐가 혐오와 척결의 대상이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선 꾀 많고, 귀여운 캐릭터로 자주 등장한다. 고양이 톰을 골탕 먹이는 생쥐 제리처럼 말이다. 월트 디즈니를 대표하는 만화주인공 미키마우스도 1928년 탄생 이후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뿐인가. 영어로 쥐를 뜻하는 ‘마우스’(mouse)는 컴퓨터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쥐는 최초의 포유류로, 약 3600만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과 쥐의 인연은 농업이 시작된 2만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인류에게 쥐는 애증의 대상이자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다. 쥐가 인류에게 미치는 해악을 최소화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은 없는 걸까.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참고 자료> -김종대 중앙대 교수, ‘쥐, 근면함과 예지력을 갖춘 동물’ -김재호 과학칼럼니스트, ‘최초의 포유류 쥐: 먹이 대신 탐험을 즐기다’
  • 스크린으로 옮긴 ‘메모리’…왜 자꾸 시계를 보게 될까

    스크린으로 옮긴 ‘메모리’…왜 자꾸 시계를 보게 될까

    캐스팅 화려… 특별한 줄거리는 없어 줄곧 이어진 노래, 피로감 느끼기도1981년 초연 이후 30여개 국가, 3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된 스테디셀러 뮤지컬 원작에 ‘레미제라블’을 만든 톰 후퍼 감독,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주디 덴치 등 화려한 캐스팅까지 더해 영화 ‘캣츠’에 쏠린 관심은 뜨거웠다. 의인 아니 의묘화된 인간의 모습이 무대 아닌 스크린에 올랐을 때의 모습이 어떨지, 설명이 필요 없는 히트 넘버들은 어떻게 재현될지 세간의 추측이 쏟아졌다. 막상 뚜껑을 열자, 전 세계 유력 언론들에서 악평에 가까운 혹평이 쏟아졌다. “전혀 본 적 없는 끔찍한 장르의 포르노를 보는 느낌”(뉴욕타임스), “완벽하게 끔찍한 고양이 토사물”(가디언) 등이다. 정작 한국에서는 이 같은 평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끊임없이 리트윗돼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작용했고,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부른 ‘메모리’(Memory) 영상이 1000만뷰를 기록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2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한국에 공개된 ‘캣츠’는 ‘사람에게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도시의 쓰레기장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세계’라는 원작 서사에 충실했다. 1년에 단 하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고양이를 선택하는 젤리클 고양이 축제가 점점 무르익는 가운데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이드리스 엘바 분)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 그대로다. 뮤지컬도 T S 엘리엇(1888~1965)의 동시집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라는 원작에서 가져왔다. “구조는 있는데 스토리는 없는 것이 ‘캣츠’의 특별한 지점”이라는 시나리오 작가 리홀의 말처럼 ‘축제’라는 설정 외에 특별한 줄거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영화는 서사를 만들기 위해 버려진 고양이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 분)를 등장시켜 그의 여정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한다. 1980년대가 배경인 뮤지컬과 달리 영화는 193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소호와 런던 시내 중심가의 좁은 골목을 걷는다. 원작자 엘리엇이 살았던 시대를 끄집어낸 것이다. 영화에서 독보적인 것은 빅토리아의 존재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헤이워드는 발레가 곁들여진 가뿐한 몸놀림, 유려한 몸 선으로 절로 시선을 끈다. 청아한 고음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묵직한 보이스의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 분)와 어우러져 ‘메모리’에 깊이를 더한다. ‘마성의 고양이’ 럼 텀 터거 역의 제이슨 드룰로의 퍼포먼스는 재기 발랄하고, 젤리클 고양이 축제를 주재하는 ‘올드 듀터로노미’ 역 주디 덴치의 카리스마는 빛난다. 문제는 고양이를 표현하는 인간의 한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과 영화라는 매체의 차이에서 오는 듯하다. 대사 없이 줄곧 노래만 이어지는데, 뮤지컬과 달리 현장성이 없다 보니 간헐적이던 경이감이 피로로 이어진다. 주위 집중할 만한 줄거리가 없어 결코 길다고 보긴 힘든 러닝타임 109분이 길게 느껴졌다. 12세 관람가. 24일 개봉.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페스트 이야기

    [이재갑의 감염병 이야기] 페스트 이야기

    중국 베이징에서 페렴형 페스트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가 거쳐 간 병원 응급실은 폐쇄됐고, 방역 당국은 페스트에 노출된 사람들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하며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다. 페스트는 매우 오래된 질병이다. 고대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발병했다는 기록이 있고 성경 새뮤얼서에도 페스트로 의심되는 질병의 기록이 남아 있다. 첫 대규모 유행은 6세기 비잔틴 왕국에서 발생해 약 4000만명이 사망했다. 14세기에는 중국에서 시작된 유행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확산해 7000만~2억여명이 사망했다. 페스트로 유럽의 역사적 지형이 바뀌었다. 마지막 대유행은 1850년대 중국에서 시작했다. 1894년에는 홍콩으로 확산했고, 이후 남아프리카, 미국, 태국, 스리랑카, 인도, 유럽으로 퍼져 1900년대 초반까지 유행이 지속됐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페스트가 창궐한 도시의 비참한 사회상을 다루기도 했다. 이렇게 위세를 떨치던 페스트도 1900년대 이후 미생물학의 발달로 쥐와 벼룩이 옮기는 세균성 감염병이란 사실이 확인되고, 위생이 점점 나아지면서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사라진 감염병은 아니다. 아직 중국 내륙지역, 아시아, 미국,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과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연간 2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의 가장 큰 대규모 유행은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했다. 무려 2417명이 페스트에 걸렸다. 페스트의 원인균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다. 쥐벼룩에 물리거나 감염된 동물의 사체와 접했을 때, 감염된 동물의 분비물을 흡인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전파된다. 폐렴형 페스트는 비말(침 방울)을 통해 사람 간에 전파될 수 있다. 잠복기는 1~6일(평균 1~4일)이다. 림프절을 주로 침범하는 림프절형, 패혈증형, 폐렴형으로 발병할 수 있으며 패혈증형이나 폐렴형은 잘 치료해도 50%가 사망한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최근 마다가스카르의 유행 상황을 보면 2417명 중 80% 이상이 폐렴형 페스트였음에도 사망자는 209명(약 9%)이었다. 기록에 남은 50% 이상의 사망률은 의료 자원이 부족해 치료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페스트는 주로 항생제로 치료하며, 진단과 동시에 항생제를 투여해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또한 노출된 사람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발병을 줄일 수 있다. 일부 백신이 나와 있긴 하지만 상용화되어 유통되고 있진 않다. 그렇다면 이번 중국의 페스트는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인가? 14세기나 19세기 말과 달리 인류는 페스트의 전파 경로도 알고 있고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는 항생제도 있어 전 세계적인 유행이 다시 시작될 것 같진 않다. 노출자들에게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어서 베이징 내에서 대규모로 유행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우리나라로 확산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1~2주 동안 중국 베이징의 상황을 지켜보면 앞으로 유행이 어떻게 될지 알게 될 것이다.
  • ‘스토브리그’ 오정세 출연 확정, 노규태와 180도 다른 매력 [공식]

    ‘스토브리그’ 오정세 출연 확정, 노규태와 180도 다른 매력 [공식]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오정세가 SBS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로 대세 행보를 이어간다.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선수가 아닌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들의 치열한 일터와 피, 땀, 눈물이 뒤섞인 고군분투를 생동감 있게 펼쳐내는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다. 오정세는 극 중 구단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는 실질적인 구단주 ‘권경민’으로 분한다. 현재 맹활약 중인 ‘동백꽃’ 하찮은 귀요미 노규태와는 180도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다수의 작품에서 증명된 케미 자판기답게 이번에는 남궁민과 남다른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정세는 최근 영화 ‘극한직업’, ‘스윙키즈’, ‘조작된 도시’ 드라마 ‘조작’, ‘미씽나인’, ‘뱀파이어 탐정’ 등을 통해 장르와 배역을 불문한 폭넓은 연기를 펼쳐왔다. 참여하는 작품마다 스스로의 얼굴을 바꾸며 대중들을 놀라게 하는 오정세가 ‘스토브리그’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시청자들의 기대가 모인다.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 SBS ‘스토브리그’는 ‘배가본드’ 후속으로 오는 12월 13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 된다. 사진 = 프레인TPC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이호준 시간여행] 담배막을 아십니까?

    [이호준 시간여행] 담배막을 아십니까?

    경상북도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오지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어 산골 마을을 지나는데, 동승했던 친구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저 이상한 건물이 뭐야?” 도시에서만 산 까닭에 시골에 가면 궁금한 게 많은 친구였다.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니 담배막 한 채가 웅크리고 있었다. 담배막이라고 말해 줘도 쉽사리 알아듣는 기색이 아니었다. 담배막은 담뱃잎을 말리는 시설을 말한다. 담배건조실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밭에서 거둔 담뱃잎을 새끼줄로 엮어 그 안에 매단 뒤 불을 지펴 말린다. 황초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담배 농사를 일러 옛날에는 ‘뼛골 빼는 농사’라고 했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 어떤 작물보다 농사짓는 기간이 길고 손도 많이 간다. 하지만 자식만큼은 ‘펜대를 굴리며’ 살기를 원하는 우리네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뼛골 빠지는 줄도 모르고 담배 농사를 지었다. 담배 농사는 이른 봄 경칩을 전후해서부터 시작한다. 비닐하우스에 씨앗을 파종해서 떡잎이 나오면 밭에 이식한다. 이랑을 만들고 그 이랑 위에 비닐을 덮은 다음 비닐에 구멍을 뚫고 한 포기씩 심는다. 자주 물을 주고 살충제를 뿌려 줘야 하며 순도 따 줘야 한다. 보통은 사람 키 이상으로 자라는데 잎이 노란 빛깔을 띠기 시작하면 맨 아래부터 차례로 따서 말린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불볕더위에 담뱃잎을 따려면 숨이 턱턱 막힌다. 더 큰 고역은 담뱃잎에서 나오는 진액이다. 하얀 색깔의 이 액은 피부에 묻으면 벌겋게 부풀어 오르며 쓰리다. 밭에서 담배막으로 옮긴 담뱃잎은 새끼에 엮어 건조대에 달아매고 불을 지펴서 말린다. 다 마르면 새끼줄에서 하나씩 빼서 창고에 쌓아 둔다. 건조실에 불을 지필 땐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 없다. 불길을 조절하는 데 실패하면 색깔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수매에서 하등품 판정을 받으면 뜨거운 여름의 수고는 허공으로 날아가고 눈물만 남는다. 담배막을 높게 지은 것은 통풍성을 감안해서일 것이다. 또 습기를 잘 빨아들이는 흙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재료다. 이렇게 담배를 따서 옮기고 말리는 과정은 여름 내내 계속된다. 다 말렸다고 담배 농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을걷이를 마치고 나면 창고에 쌓아 두었던 마른 잎을 꺼내어 색깔별로 분류하고 다발로 묶어야 한다. 이 작업도 만만치 않아서 밤을 낮 삼아 일했다. 된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 무렵이 되면 잎담배 수매를 시작했다. 잎담배가 제값을 받던 시절에는 담배 수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지역 전체가 들먹거렸다. 수매에서 좋은 등급을 받으면 목돈을 쥐게 된다. 농민들은 그 걸로 빚도 갚고 아이들 등록금도 마련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술집에 틀어박히거나, 외지에서 온 노름꾼의 꼬임에 넘어가 ‘1년 농사’를 날리기도 했다. 요즘은 담배 농사를 짓는 농가가 거의 없다. 값싼 수입 담배의 영향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뿐더러 1년 내내 담배 농사에 매달릴 노동력도 없기 때문이다. 오지에 담배 농가가 소수 남아 있지만, 언제 폐농할지 모른다. 이렇게 담배 농가가 줄어들고 건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담배막은 쓸모없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산골에서 만난 어느 농부는 “뜯어버리기 뭐해서 창고로 쓴다”고 말했다. 그 어려운 시절을 같이했으니 정도 들었을 것이다. 흙집이 생각보다 오래간다고는 하지만 수명이 영구할 턱이 없다. 그러니 어느 곳은 옆구리가 뻥 뚫려 바람이 드나들고 어느 곳은 지지대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너져 가는 담배막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리다. 한숨이 깊어진 늙은 농부들의 허전한 가슴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 상관없죠, 해봐야 잘할 수 있어요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 상관없죠, 해봐야 잘할 수 있어요

    “기술과 그를 활용한 작업은 여전히 남성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 속에서 주체성과 철학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 나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기술’이 ‘모두의 기술’이 되길 바랍니다.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과 ‘일’에 주목하며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여성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과 여성들의 네트워킹을 주도하는 ‘여기공 협동조합’(이하 여기공)의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이 팀의 모토다. 지난해 8월 ‘여성기술자 네트워킹 플랫폼 여-기’라는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을 시작한 여기공은 현재 협동조합 법인화 과정에 있다. 여기공의 ‘여기’는 ‘여성 기술자’의 줄임말이다. ‘공’은 물건을 만드는 공작의 공(工), ‘함께’를 뜻하는 공(共), 공공성의 공(公), 공간의 공(空)을 아우른다.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여성들이 기술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기술을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판’을 마련한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겼다.지난해부터 여기공이 기획한 워크숍의 면면을 보면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여기공이 그간 해 온 프로젝트는 헌옷을 이용해 타피스트리라는 직조 방식으로 직물을 만드는 ‘일상 속의 직조: 직조 속의 일상’ 워크숍을 비롯해 나무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는 오븐을 직접 만드는 ‘화목 오븐 워크숍’, 용접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실습하는 ‘용접의 기술-시작하는 용기’, 드라이버, 전동드릴, 망치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도구의 사용법을 배우는 ‘공구 사용법 워크숍’ 등이다. 20대 후반 여성 5명으로 구성된 여기공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다(이현숙·26)와 세모(민재희·29) 이사를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수평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외부에서 활동을 하거나 워크숍에서 만난 수강생, 외부 강사들과 대화할 때도 닉네임을 사용한다. 2017년 두 사람은 하자센터가 설립한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작업장’ 과정 중 만났다. 도시에서의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 학교에서 두 사람은 내 삶에서 필요한 것을 나 스스로 만드는 ‘적정기술’을 배웠다. 적정기술 장인들로부터 직조, 목공, 용접, 흙미장 등을 배운 두 사람은 손에 잡히지 않는 최첨단 기술이 아닌 일상의 구체적인 기술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여기공이 생각하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인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 과정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많이 멀어지게 되죠. 자본주의 시대에서 회사가 기술을 독점하려 들거나 ‘발전주의’ 시각으로 기술을 대할 때 기술의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고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에서 나오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기술의 과정을 이해하고 일상의 문제를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적정기술을 배우면서 그 철학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생각하는 기술을 적정기술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저희의 기술에는 ‘젠더’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보다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공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세모 “기술을 접하면서 늘 궁금했어요. ‘어딘가에 여성 기술자들이 많을텐데 그 기술자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여성 기술자들이 모여서 한목소리를 낸다면 안전한 기술 터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재미있는 상상이 이뤄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기술을 다루는 현장에 가면 50~60대 남성이 대부분이거든요. 그 분들을 만나면서 저희가 고민했던 건 ‘기술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젠더 문제나 인권 감수성 이슈를 어떻게 풀어 갈 수 있을까’ 였어요.” 인다 “실제로 기술을 배우러 갔을 때 현장에서 ‘여자가 이런 걸 할 수 있나’, ‘여자 얼굴에 흠집 나면 어떡하려고’ 이런 말들을 종종 들어요. 이런 불편함이 없는 기술 워크숍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고 관련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기술 영역 내 젠더 갈등’이라는 소재는 여기공 내 연구 커뮤니티인 ‘여기LAB’에서 계속 연구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이 여성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 활동에 나서게 된 건 본인들이 직접 기술을 배우면서 경험한 삶의 변화가 바탕이 됐다. 두 사람은 기술이 “생각보다 든든한 자립의 동반자이자 고민을 실체감 있게 풀 수 있는 도구”라고 입을 모았다.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면 많은 것을 ‘소비하는 인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두 사람은 주변에 있는 공구를 직접 손에 쥐어 보면 그 순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라고 자신했다. -기술을 직접 배우고 난 뒤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세모 “하자센터 청년작업장 과정을 마친 직후였던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경남 진주로 귀농을 했었어요. 생태적이고 자립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저와 비슷한 고민과 목표를 지닌 청년 동료들과 농사도 하고 집을 짓기도 하고 작업복을 만들기도 했어요. 재미있게도 모두 의식주와 관련된 일이고, 무언가를 짓는 행위더라고요.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들이고 소비적 관점에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제가 직접 만들어 보니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공간이 입체적으로 보였어요. 도시에서는 모든 것을 소비할 때 항상 피로하고 불안했었거든요.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요. 짓는 행위가 실체감 없이 붕 떠 있었던 제 삶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어디서든 굶어 죽진 않겠다는 근본적인 자신감, 예전보다 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만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어요. 이런 무모한 일들을 가능하게 했던 건 드릴을 사용해 보는 아주 사소한 계기들이에요. 그동안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거의 한번도 주어지지 않은 경험이었죠. 처음 드릴을 잡았을 때, 용접을 해 봤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사소한 기술 하나로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엄청 많아졌으니까요.”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인다 “용접 수업에 참여했던 한 친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선천적으로 불을 두려워해서 불꽃놀이도 못 봤대요. 근데 막상 해 보니 저희보다 용접을 잘할 정도로 실력이 좋더라고요. 그 친구가 용접이라는 기술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자신의 능력을 알 기회도 없었겠죠. 이런 분들을 만날 때 참 반가워요. 워크숍에 40~50대 여성도 한두 분씩 꼭 계시거든요. 한 50대 여성이 본인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데 늘 마지막에 용접 부분만 남자에게 부탁하셔야 했대요. 어느날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내가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정작 배울 기회가 없어서 저희 워크숍에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세모 “해 볼 기회가 있어야 앞으로도 직접 할 수 있잖아요. 누가 ‘이거 고칠 수 있는 사람 있냐’고 질문했을 때 제일 많이 나서는 건 경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은 조금 더 경험이 많은 남성일 확률이 높고요. 그런 의미에서 용접 워크숍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성들도 배우지 않으면 쉽사리 하기 어려운, 문턱이 가장 높은 영역이니까요. 용접이라는 기술을 익히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기술은 어렵지 않게 마음 내서 도전할 수 있거든요.”-워크숍을 할 때 여기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인다 “최근 공구 워크숍 때도 수강생들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워크숍 한 번으로 전문가가 되길 바라는 것보다 ‘나도 이걸 할 수 있다’는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해요. 기술은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번에 어떤 근육이 완성되기는 어렵지만 삶의 물꼬를 트는 용기를 내보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워크숍 때 비중 있게 합니다.” 여기공은 기술 워크숍뿐 아니라 기술자들을 위한 젠더 감수성 교육을 중요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당장 건설 산업 현장만 보더라도 여성 노동자는 남성의 보조 역할에만 머무르거나 남성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의 신체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무 환경 역시 ‘기술 노동자’라는 범주 안에서 여성을 배제한 결과다. 두 사람은 “기능을 익히기 위한 숙련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다루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기술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얼마나 열악한가요. 인다 “저희가 최근에 기획한 ‘여기의 기술자들을 위한 젠더스쿨’이라는 강좌에서 강연자로 모셨던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건설 현장에 보조인력으로 투입된 사람들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2년 정도 보조 기간을 거친대요. 이후 남자는 현장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기능공으로 올라가지만 여성에게는 배움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안전관리 같은 보조적 업무만 하게 된다고요. ‘여성은 기능공을 잘할 수 없다’는 오래된 업계 내 성차별적 인식 때문이죠.” 세모 “최근까지만 해도 건설 현장에 여성을 위한 탈의실이나 샤워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대요. 휴게실도 따로 없어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여자 혼자 쉬어야 한다든지 현장에서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을 여건이 되지 않으니까 아예 집에서 작업복을 입고 왔다가 그대로 퇴근을 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기술을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다면 기술자의 성평등에도 도움이 될까요. 인다 “건설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남성과 임금을 동등하게 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여자가 남자보다 기술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성인식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차별 없이 기술을 향유한다면 이런 인식은 바뀔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서 매년 기술자 대회를 여는데 작년에 최초로 출전한 여성 목수가 2등을 하셨어요. 처음 출전한 것도 의미가 있는데 2등까지 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어요.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기술을 어떻게 숙련하고 이어 가는지가 더 중요하죠.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런 장면을 더 많이 마주한다면, 그리고 스스로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봐요.” 세모 “그런 점에서 저희는 우선 작업 현장의 기존 기술자들이 새로 진입하는 여성 기술자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젠더 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을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인다 “올해 저희가 여성기술자 인터뷰 잡지 ‘그리고’를 제작하면서 여성 기술자 7명을 인터뷰했어요. 다양한 영역의 기술자들을 발굴하면서 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여성 기술자들이 모일 수 있는 네트워킹 파티와 이들이 자신의 기술을 통해 다른 여성과 연대할 수 있는 협업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경북 의성으로 활동 공간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저희 팀이 서울시에서 하는 지역연계형 청년 창직·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넥스트 로컬’에 선정됐거든요. 내년 4월까지 의성에서 여성 기술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4월 이후에는 여성 친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여성 기술자들의 거점 공간이자 도시 여성과 지역 여성이 만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사진들] “놀란 표정이 귀엽다고요 그게 다가 아닌데” 2019 WPY 수상작

    [사진들] “놀란 표정이 귀엽다고요 그게 다가 아닌데” 2019 WPY 수상작

    길 가다 여우와 맞닥뜨려 깜짝 놀라는 마멋의 표정과 몸짓이 귀엽기만 하다고요? 중국 사진작가 바오용칭이 치렌(祁連) 산맥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WPY) 대상을 차지했는데 조금 섬뜩한 진실을 담고 있다고 영국 BBC가 1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포유류 행동 부문 상을 함께 받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우는 마멋을 잡아 먹기 때문이다. 어미가 뒤늦게 달려와 구하려 했지만 하릴 없었다. 바오용칭이 촬영한 다른 사진을 보면 여우가 입으로 마멋의 머리부터 통째로 삼키는 모습도 담겨 있다. 바오용칭은 “이게 자연”이라며 칭하이-티베트 평원의 고산 늪지에서 몇 시간째 웅크린 채 숨죽여 기다리다 작품들을 촬영했다고 털어놓았다. 여우도 요동도 안한 채 누워 있다가 마르모트가 세상 모른 채 다가오자 펄쩍 뛰어올라 장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냉정하게 먹어 치웠다고 했다. 로즈 키드먼 콕스 심사위원장은 “지금까지 WPY에 출품된 사진들과 비교했을 때 역대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주니어 부문 대상은 11~14세 부문의 크루즈 에르드만이 대상을 차지했는데 인도네시아 북부 술라웨시 근처 렘베 해협에서 촬영한 무늬 오징어(bigfin reef squid)를 밤에 촬영한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다이빙해 수중에서 오랜 시간 견뎌 이 작품을 카메라에 담은 점이 놀랍기만 하다. WPY라고 약자로만 불리기도 하는 이 상은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주관해 시상하며 비슷한 상들 가운데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런던의 사우스켄싱턴 연구소에서 18일부터 일반에 전시 공개된다. 내년 출품작은 21일부터 접수를 받는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다음은 다른 부문 수상작들이다. 독수리의 착륙-오던 리카르드센(노르웨이)조류 행동 부문 수장작인데 황금독수리 둥지에 카메라와 플래시를 설치하고 3년을 기다려 이 한 장을 얻었다고 했다. 허들-스테판 크리스트만(독일)포트폴리오 수상작. 남극 동쪽 에크스트룀 빙붕 앞에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 몸을 비벼대는 황제펭권 5000여 마리를 렌즈에 담았다. 바다로 간 암컷들을 대신해 수컷들이 발 아래 알들의 온도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쥐 반상회-찰리 해밀턴 제임스(영국)도시의 야생동물 수상작. 찰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 작가로 전 세계 쥐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는데 이 작품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근처에서 촬영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리모컨으로 셔터를 누르길 사흘 동안 기다렸더니 쥐들이 낯을 가리지 않고 다가와 이 순간을 선사했다. 건축가 부대-대니얼 크로나우어(미국)무척추동물 행동 부문 수상작. 코스타리카의 병정개미들을 담았는데 중세 왕관처럼 생긴 이 건축물을 매일같이 세웠다 해체했다 반복을 했다고 대니얼은 털어놓았다. 개미들은 150m쯤 떨어진 곳에 비박 야영지를 세우기도 했다고 했다.  눈에서의 노출-막스 와우(미국) 흑백 부문 수상작. 늘상 화이트아웃(설맹) 사진이 WPY에 출품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아메리칸들소인데 땅에 묻힌 풀들을 뜯어 먹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머리를 쳐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득달같이 셔터를 눌렀다.  설원의 유목민들-판샹젠(중국) 환경 속의 동물 부문 수상작. 수컷 치루(티베트의 영양과 염소 교배종) 떼가 중국 알툰샨 자연보호지구 안 쿠무쿨리 사막의 눈덮인 설원을 지나치고 있다. 작가는 1㎞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에 담았다. 해발 고도 5500m로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곳인데 그나마 날씨가 풀려 모래둥지가 드러났다. 똑같은 장소와 각도에서 두 마리의 곰이 이동하는 장면도 촬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20년 뚝심으로 ‘청량리 천지개벽’… 젊은 동대문이 열린다

    20년 뚝심으로 ‘청량리 천지개벽’… 젊은 동대문이 열린다

    오는 2023년 서울 동대문구의 중심인 청량리역 일대가 초고층 주거단지로 변신한다. 청량리역은 현재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경춘선,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강선 등이 운행되고 있으며 향후 왕십리~제기동~상계로 이어지는 동북선, 강남으로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인천 송도에서 마석으로 이어지는 GTX B노선, 청량리~목동으로 이어지는 강북횡단선 등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최고의 교통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청량리 하면 성매매 업소가 밀집된 속칭 ‘588’을 떠올릴 정도로 슬럼화된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서울 동북부 중심 도시로 천지개벽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청량리 개발론’을 처음 제안해 관철시킨 이 지역 최초 4선 구청장인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있다. 그는 청량리 일대의 물리적인 개발과 함께 인근에 밀집한 20개 전통시장을 현대화하면서 동시에 젊음의 활기를 불어넣는 일에도 힘 쏟고 있다. 지난 16일 청량리의 대표 전통시장 중 하나인 경동시장에 들어선 청년몰인 ‘서울훼밀리’에서 그를 만났다.-동대문구의 중심인 청량리 개발이 완성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1998년 민선 2기 구청장으로 취임해 ‘청량리 개발론’을 내놨다. 동대문의 중심인 청량리에 윤락 여성 600~700명이 몰려 있는 588 집창촌(청량리4구역)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동대문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는 반응이었다. 지주들 가운데는 먼 미래의 개발보다 당장 손에 쥐어지는 월세 수입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완강히 버티는 세입자인 포주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2010년 민선 5기에 다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업을 본격 추진했고, 그 결과 지난해 첫 삽을 떴지만 보상을 요구하는 남은 세입자들의 농성은 풀어야 할 과제였다. 결국 지난 7월 철거 대상 상가 건물에 직접 올라가 마지막까지 남아 시위를 벌이던 최후의 농성자 2인을 설득해 옥상 시위 현장에서 내려오게 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20년간 진행한 사업이 2023년 드디어 결실을 본다. 집창촌 터(청량리4구역)에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 백화점, 공연장 등을 갖춘 42층짜리 랜드마크 타워 1개 동이 들어서며 동대문에 새 시대가 열린다.” -청량리 4구역뿐 아니라 일대가 온통 재개발되는데. “청량리 4구역을 포함해 일대 재개발을 동시에 추진했다. 당장 동부청과시장이 있던 용두동 39-1번지 일대에는 2023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지상 59층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을 짓고 있으며, 인접한 청량리 3구역에도 지상 40층 주상복합건물 2개 동이 2023년 1월 준공한다. 성바오로병원 자리에는 오피스텔이 건립되고 청량리역 건너편에 위치한 미주아파트 재건축도 추진될 전망이다. 청량리 일대 공사가 마무리되면 분위기가 이전과는 확 바뀌면서 젊은 세대의 유입도 자연스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일대 노후한 전통시장에 200억원을 투입해 도시재생사업도 하고 있다.” -청량리가 대형 마천루로 채워지면 전통시장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보면 시골 농촌 작물들이 그대로 공급되는 형태다. 시장을 잘 발전시키면 젊은이들에게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구 대표 시장 중 하나인 서울약령시가 전국 한약재의 약 70%를 유통하는 명소라는 점에 착안해 2017년 건립한 한의약복합문화체험시설인 서울한방진흥센터는 한옥형의 독창적인 외관뿐 아니라 한의약박물관 등 각종 시설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을 소개한다면. “동대문구에는 모두 20개의 전통시장이 있는데 이들 시장에 캐노피(하늘을 덮는 차양)를 설치하는 등 현대화 사업을 부단히 진행하고 있다. 향후 청량리청과물시장과 청량리종합도매시장 사이 420m 구간에 사업비 160억원을 투입해 주차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으며, 경동시장 본관에 규모 1180㎡의 경동시장 문화예술극장도 조성된다. 전통시장 일대가 쇼핑, 문화, 체험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공존하는 서울 최초의 상생스토어인 ‘이마트 노브랜드’가 지난해 4월 경동시장 신관 2층에 문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다. 평소 전통시장에서 구매하기 힘들었던 공산품, 생활용품, 간식류 등이 있고 경동시장에서 판매하는 과일, 채소, 수산물 같은 신선식품은 팔지 않는다. 어린이 놀이터, 휴게 공간, 작은 도서관 등 편의시설도 넣었다. 이곳 경동시장 신관 3층에 최근 개장한 청년몰도 같은 맥락이다. 젊은층을 전통시장으로 끌어 모을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경동시장 청년몰은 젊은이들이 장사하는 데 임대료 부담은 없는지. “전통시장에 젊음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곳 경동시장 신관 3층에 약 890㎡(약 270평) 규모의 청년몰이 지난달 문을 열었다. 15억원을 투입해 만든 이곳에는 20~30대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한식, 중식, 분식 등 7개 푸드코트와 디저트 카페 7개, 가죽공예, 패브릭만들기, 플라워카페 등 특화 문화체험점 등 총 20곳이 입점했다. 2년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본인이 사용하는 수도요금과 전기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청년몰을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은 물론, 특화된 공간 구성으로 젊은 세대와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도록 계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계속 이름이 거론되는데. “그동안 계속 고사해왔으나 주민들 사이에 총선 출마 요청이 빗발치고 있어 심사숙고 중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구민의 눈높이에서 구민들의 뜻에 따라 구정을 펼치는 한편 동대문에서 정치 여정을 잘 마치고자 한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정리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그가 걸어온 길 민주화운동 헌신 부마항쟁 이끌어 ‘동대문 정치’ 30년… 첫 4선 구청장 대학 시절 반독재 시위를 주도하며 ‘부마항쟁’의 첫 불씨를 당긴 주인공이다. 이후 재야 민주화운동을 거쳐 30대 초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서울 동대문구와 인연을 맺은 뒤 30년 넘게 동대문구에서만 다섯 번의 당선을 기록한 동대문구 첫 4선 구청장이다. 중학교 졸업 후 서울에 사는 동네 형을 찾아 상경한 뒤 빵집, 신문보급소 등에서 먹고 자며 고학했다. 이후 항해사를 하는 큰형님의 도움으로 부산에 자리를 잡은 뒤 동아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고, 2학년인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반유신 시위인 부마항쟁 당시 동아대 학생 시위를 이끌며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부마항쟁 주동자로 몰려 수배령을 받은 뒤 도피 생활 7개월 만인 1980년 5월 28일 은신 중이던 서대문구 아현동 친구 집에서 체포돼 부산 지구 보안대로 압송되어 36일간 고문을 당했다. 그해 7월 2일 구속돼 부산 제15헌병대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 헌병대에서 다시 부산 사상구 학장교도소로 이감돼 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지만 대학에서 제적돼 졸업장을 받는 데 12년이 걸렸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에도 재야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어갔다.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선전부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조직 국장을 맡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지원했다. 1985년 최훈 민주당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동대문과 인연을 맺었다. 서울시의원(운영위원장, 원내대표)을 거치며 지방자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민선 2기 동대문구청장에 출마해 당선된 뒤 처음으로 청량리 개발론을 내세웠으며, 8년간의 정치 공백 이후 2010년 7월 민선 5기 구청장으로 돌아와 민선 7기까지 내리 3연임하고 있다. ▲1954년 전남 나주 출생 ▲서울 송곡고, 동아대 정외과 졸업, 경희대 법학 석사 ▲민주당 중앙당 조직국장(1992) ▲제4대 서울시의회의원(운영위원장, 원내대표)(1995~1998) ▲민선2기 동대문구청장(1998~2002) ▲민주당 중앙당 사무부총장(2007)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장(2015~2016) ▲민선 5·6·7기 동대문구청장(2010~) ▲부인 정승교 박사(세명대 교수)와 2녀.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시들지 않는 꽃, 건조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시들지 않는 꽃, 건조화

    식물을 그리는 일은 늘 숲에서 시작한다. 숲의 식물 곁에서 이들이 살아 있는 모습을 최대한 많이 기록하고, 식물을 채집해 작업실에 가져와 그린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 같은 경우 가져오는 동안 식물이 시들어버리거나 다른 식물을 그리는 동안 말라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개체 하나하나가 소중하기에, 이런 일을 대비해 나는 아예 표본을 만들어둔다. 식물을 채집해 바로 신문지 사이에 넣어 눌러두거나 액제에 넣어두면 시간이 지나도 식물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돼 언제든 꺼내 보고 그릴 수 있다.물론 식물을 채집해 가져와 그리는 건 숲에서 바로 보고 그리는 것만 못하고, 표본을 보고 그리는 건 바로 가져와 그리는 것만 못하지만 언제든 원하는 때에 꺼내어 관찰할 수 있다는 차선책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식물의 시간에 쫓겨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단 몇 점의 식물만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 좋아하는 책 사이에 예쁘게 물든 단풍잎을 끼워둔 일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책 사이에 끼워둔 잎은 시간이 지나 수분이 바짝 말라 수십 년이 지나도 처음 그 모습을 유지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 어쩌면 인간이 자연에게 원하는 모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꽃의 아름다움은 한순간이기에 우리는 손을 내밀어 그 아름다움을 쥐고 싶어 한다.책 사이의 단풍잎에서 더 발전해 요즘은 압화와 건조화가 인테리어 산업에서 한몫을 한다. 건조한 부들이나 갈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카드에 붙여 팔거나, 시내의 꽃 자판기에는 탈수한 숙근안개초로 만들어진 꽃다발이 판매된다. ‘잠깐 피는 거, 돈 아깝게 꽃을 뭐 하러 사’라며 유독 화훼식물에 냉정한 사람에게 내밀 수 있는 꽃, 건조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수분을 제거한 건조화 말고도 액제에 꽃을 넣어 그 모습을 감상하도록 만든 인테리어 용품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약술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인삼을 넣어 술을 만들어두면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안의 인삼 형태가 변하지 않듯, 액제로 식물의 변화를 억제하는 원리다. 재밌는 건 최초로 인류가 식물을 말린 건 관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식량으로 먹거나 약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다. 차나무 잎과 국화꽃과 같은 차를 위한 식물, 혹은 한약방의 인삼이나 강황과 같은 약재처럼 말이다. 또 어떤 식물은 수분을 제거하고 다시 불리는 과정을 지나야 독이 사라져 식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말린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식물을 이용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였다. 건조화로 활용되는 식물은 전 세계 2500종 이상으로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소재가 되는 식물 또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외국 식물이다. 애초에 우리나라 자생식물이 플라워 디자인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건조화 연구까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식물을 기록하느라 표본을 만들어두면서 나는 늘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건조화 가능성을 상상해왔다. 특히 지금 한창 들에 피어 있는 국화과 식물들 표본을 볼 때면 더더욱 그랬다.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건조화 소재인 헬리크리섬 또한 국화과로서 애초에 식물에 수분이 적어 만지면 바스락하는 소리가 나 종이꽃, 밀짚꽃으로 불려 건조화에 최적이다. 물론 꽃이 아름답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은색을 띠는 잎과 노란색 꽃은 빈티지하고 자연스러운 형태의 꽃다발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헬리크리섬 외에도 숙근안개초, 황매화, 스타티스 등 비교적 수분 함량이 적은 식물 외에도 우리가 늘 먹는 식용작물인 벼, 밀, 보리, 조, 수수 등도 꽃 시장의 건조화 코너에서 판매되고 있다. 건조화로 활용될 수 있는 꽃은 특별한 게 아니다. 이것은 건조화 산업의 장점이기도 한데, 모든 식물의 모든 부위가 건조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와 꽃다발을 넘어 액세서리와 생필품, 심지어는 냉장고나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에서 식물의 수분을 유기용제로 대체한 후 냉동 건조를 통해 식물을 오랫동안 싱싱한 상태로 보존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여러 문제로 아직은 상용화되지는 않고 있다. 늘 그래왔듯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우리가 식물을 더 자주 접할수록 더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감상하고자 원하는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다. 어쩌면 먼 훗날, 영원히 지지 않는 생화를 시장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식물은 도시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까지 활용돼 발전해 나갈까. 도시의 식물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건 그래서 흥미롭다. 동시대 우리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사람을 폭력적으로” (연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사람을 폭력적으로” (연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사람을 폭력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 데일리메일 일요판인 메일온선데이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와 콜로라도주립대 공동 연구진이 미국인 8600만명을 대상으로 한 13년간의 대규모 조사자료를 자세히 분석해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폭력 범죄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미세먼지와 유독성 가스가 인체 뇌의 적절한 기능을 방해해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더 높인다고 말했다. 국제 학술지 ‘역학 저널’(journal Epidemiology) 온라인판 25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는 대기오염 물질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각 도시에서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한 더 많은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또 매체는 최근 런던 대기 배출원 조사(LAEI·London Atmospheric Emissions Inventory)에서는 런던에서만 200만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대기오염이 불법 수준으로 심한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이런 지역에서는 더 많은 폭력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폭력 범죄가 더 자주 일어났다는 것을 단순하게 조사한 것은 아니다. 이들 연구자는 미국 전역의 도시와 교외 그리고 시골 등 301개의 다양한 카운티에서 기록상 범죄가 어떻게 증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했는지 그리고 대기오염 수치와 관련이 있는지를 자세히 살폈다. 쉽게 말하면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증가했을 때 범죄가 증가했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폭력 범죄에 대해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절도 등 비폭력 범죄는 관계가 없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우리 연구는 대기오염과 각 지역의 강력 범죄 수준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다. 폭력 범죄는 대기오염 물질이 하루에 10㎍/㎥ 증가할 때마다 1.17%씩, 오존 물질이 10ppb 증가할 때마다 0.59%씩 증가했다”면서 “대부분의 영향은 폭력의 증가에 의해 유발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대기오염에 따른 폭력성 증가가 가난하거나 부유한 지역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한 지역에서도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폭력 범죄 발생률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쥐와 개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는 경유차 매연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준의 미세먼지에 노출된 동물들은 공격성과 자기영역성, 즉각적 보상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었다면서 마찬가지로 대기오염 노출 역시 불안감을 높여 범죄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대기오염의 급성 신경학적, 행동적 건강 영향의 증거로 조심스럽게 해석하며 그 영향 경로를 더욱더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연구에서는 특히 망간과 수은 등 미립자의 금속 성분이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고 말했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중국] 게임중독 부잣집 아들, 집안 살림 모두 팔고 노숙자된 사연

    아버지가 출장 간 사이 집안 살림을 몰래 팔고 도주한 아들의 사연이 화제다. ‘게임 중독’ 탓에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공모, 부모님이 집을 비운 동안 집 안에 있던 고가의 가전제품을 몰래 팔아치운 채 1년 간 도주 생활을 한 것. 중국 충칭시 출신 주 씨(51)는 지난 8일 행방불명된 지 1년 만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아들 샤오저우 군(27)의 소식을 공안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해당 지역 공안국은 둥관시(东莞) 공원과 거리 일대에서 노숙을 하는 젊은 청년의 신분을 조사하던 중 1년 전 부재자 신고가 접수된 샤우저우 군이라는 것을 확인했던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업가 출신 주 씨를 아버지로 둔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샤우저우 군은 20대가 된 이후부터 줄곧 심각한 게임 중독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판단 능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가지고 있던 현금이 바닥나자, 일용직을 전전하며 광저우, 선전, 둥관 등의 도시를 유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도시에서 노숙하는 동안에도 수중에 돈이 생기면 곧장 PC방을 찾아 게임을 할 정도로 그의 게임 중독 증상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돈이 있을 시 먹고, 자는 비용을 충당하는 대신 게임방을 찾아 온라인 게임에 돈을 탕진한 탓에 샤우저우 군의 겉모습은 친아버지인 주 씨 조차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왜소해진 상태였다. 샤오저우 군이 심각한 게임 중독 상태에 이른 것은 그가 중학생 무렵에 시작됐다. 샤오저우 군의 아버지 주 씨는 농민공 출신으로 대도시에 정착하기 위해 짐꾼, 길거리 리어카 음식점 운영, 일용직 노동자 등을 전전했던 탓에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알린 이후부터는 줄곧 아들에게 충분한 용돈을 지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는 “어려서 아내와 내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갖은 고생과 무시를 당한 것이 마음에 사무쳤다”면서 “아들만큼은 내가 당한 수모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남들이 받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용돈으로 준 것이 화근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주 씨는 아들 샤오저우 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무렵부터 줄곧 1주 평균 500~1000위안(약 8만 5000원~17만 원)의 용돈을 손에 쥐어줬다. 하지만 주 씨의 이 같은 방식의 자녀 사랑은 곧 아들 샤오저우 군이 용돈의 대부분을 게임에 탕진하는 등 게임 중독에 빠지는 지름길이 됐다. 당시 중고교 시절의 샤오저우 군은 하교 후 온 종일 집 안에서 컴퓨터 게임에 집중, 학업 성적 하락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만 친구를 사귄 탓에 오프라인 상에서는 친구를 사귀는 것 자체를 힘겨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업 중 집중력이 떨어진 탓에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아르바이트 등 단순 업무 조차 담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 씨는 아들의 사회 적응력을 돕기 위해 1개월 동안의 기한을 두고 아르바이트 업무를 완료할 시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을 상금으로 지급한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샤우저우 군은 단순 업무의 아르바이트 직에서 단 15일 만에 퇴사, 아버지가 약속한 10만 위안의 돈만 갈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무렵 주 씨는 아들이 좋은 여자 친구를 만나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것이라 기대, 가입비만 2~3만 위안(약 340만 원~510만 원)에 달하는 유명 만남 주선업체에 아들을 등록하기도 했다. 좋은 여성을 만나 결혼 등을 통해 샤오저우 군이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길 원했던 것. 하지만 샤오저우 군은 해당 업체가 주선하는 여성과의 만남 일체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그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는데, 가족 또는 오프라인 상에서 알게 된 이들과는 일체의 소통을 거부하기 시작했던 것. 더욱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틀 동안 집을 비운 지난해 샤오저우 군은 부모님 집 안 살림을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 헐값에 넘긴 뒤 도주했다. 당시 출장 후 집에 돌아온 주 씨 부부는 자신들의 집이 강도의 침입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공안에 신고했을 정도로 집 안 살림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주 씨는 곧장 자신의 아들 샤오저우 군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직후 신고를 취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1년 만에 둥관시 거리를 떠돌던 아들 샤오저우 군을 만난 주 씨는 “아버지의 그릇된 사랑 방식 탓에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다”면서 눈물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게임 중독 상태가 심각한 수준의 샤오저우 군은 아버지와의 만남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다만 아버지 주 씨가 아들 샤오저우 군의 두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길 간청하자, 그는 아버지 뜻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 공안국 소속 선전 인민병원 정신의학과 왕주옌 주임 의사는 “현재 샤오저우 군은 정신적으로 심각한 게임 장애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에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의 사회적응 능력을 키워주는 치료가 시급하다. 큰 병원을 찾아 정신과 정밀 진단을 받아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소리에 둘러싸인 시간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소리에 둘러싸인 시간

    꼼짝없이 습기에 잠기고 열기에 갇혀 있던 무더운 여름. 월화수목금금금인 양 끝이 보이지 않던 무더위가 입추를 보내고 말복 지나니 어느 순간 변했다. 에어컨으로 견디던 하루였는데 선풍기도 가끔 꺼도 될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낯선 손님처럼 찾아왔다. 어쩌다 간간이 들리던 풀벌레 소리였는데 어두워지니 어느새 광장을 채운 촛불처럼 웅성거리며 온 마당을 채우고 있다. 무수한 풀벌레 소리에 둘러싸여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시골생활 하며 얻은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도시에선 늘 이어폰으로 음악 들으며 사는 것이 일상이었다. 시골에 내려오니 함께 살아가는 그들이 많고, 보이지 않는 그들이 많다 보니 소리에 민감해져 간다. 말을 할 수 없는 그들이기에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를 자칫 놓치게 되면 곤란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함께 사는 고양이가 평소와 다른 목소리를 내어 돌아보니 쥐를 물어온 것이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를 내어 돌아보면 길냥이가 들어와서 경계하는 것이었고 또 돌아보면 울타리를 벗어나 집에 들어온 강아지 때문에 그런 경우도 있었다. “깍깍!” 유난스런 물까치 소리에 나가 보니 유혈목이가 둥지를 침입해서 두 마리 물까치가 뱀을 쫓아내느라 소리치는 것이었다. 비 오기 전의 개구리 울음소리, 봄이 왔음을 알려 주는 꾀꼬리와 여름 문턱에서 들려주는 뻐꾸기 소리로 계절이 오고감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그중 제일 맘을 사로잡는 것은 밤공기를 가르는 풀벌레 소리가 아닐까 싶다. 가을을 재촉하기도 하지만 눈을 감고 듣다 보면 소리가 보여 주는 너른 광장을 만나게 된다. 밤하늘을 채우는 무수한 별이 거리에 따라 우리에게 와서 빛나는 순간이 달라지듯. 풀벌레들이 들려주는 높고 낮은 소리를 듣다 보면 하염없이 넓어져 가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가까이 눈길만 돌리면 만날 듯한 귀뚜라미의 선명한 소리, 풀섶에 앉아 열심히 날개를 부비고 있을 여치와 베짱이들이 내는 협주, 서로 메아리인 양 주고받다가 그 사이에 희미하게 물 흐르듯 흐르는 소리들. 더 작은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을 어귀까지 다다를 듯하다. 그 소리 사이로 부스스 깨어나신 엄마 소리가 들린다. 엊그제 농사짓는 이웃에게 고추 열 근 사고 참깨 한 말 구하셨는데 그 거 손질 하시나 보다. 바스락바스락 마른 수건으로 부비는 소리. 밤이 깊어가니 정겹기만 하다.
  • ‘N● 재팬’ 힘 보태는 성북구청장

    ‘N● 재팬’ 힘 보태는 성북구청장

    릴레이 참여 이끈 계성고 학생들 만나 “성북은 항일 근거지… 구민과 함께 실천”“소녀상의 꽉 쥔 주먹은 일제 만행에 대한 저항과 분노, 억울함을 담고 있다고 해요. 오랜 세월 통한이 켜켜이 쌓인 주먹을 이제는 풀어주고 싶은데, 일본의 억지와 악행은 날로 심해지기만 하니 마음이 아파요.” 지난 6일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가로공원 ‘한중 평화의 소녀상’ 앞. ‘평화의 소녀상 해외 건립 도시 응원 챌린지’를 선도한 계성고등학교 나유정(17)·진영주(17)·박민서(18)·임유성(18)·배재현(19) 학생과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만났다. 일본의 수출품목 규제 조치에 이어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에 강력 항의하고 일본제품 불매·일본 여행 안 가기 등 ‘노 재팬’ 운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10대 소녀들은 꽉 쥐어진 소녀상 주먹을 쓰다듬으며 수십 년 전 또래 소녀들의 아픔에 공감했다. 과거 소녀들을 대신해 이 시대 소녀들이 나서 일본의 만행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성북구 청소년들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한다는 각오다. 이 구청장은 과거와 현재의 소녀들 손을 꼭 잡아 주며 힘을 실었다. 학생들은 지난달 14일 평화의 소녀상 해외 건립 도시 응원 챌린지를 시작, 각국 시민들의 ‘릴레이’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들의 챌린지는 이 구청장이 주도한 ‘고마워요 글렌데일 손편지 보내기’가 모태가 됐다. 미국 글렌데일시는 성북구 자매도시로, 2014년 해외 도시 중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일본 우익단체의 끈질긴 소녀상 철거 압박에 맞서 소녀상을 지켜오고 있다. 지난 3월 성북구를 찾은 글렌데일시 자레 시내니언 시장은 이 구청장에게 일본의 압력과 방해가 심하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시내니언 시장과 면담 이후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학교 관계자들에게 글렌데일시 관계자와 시민들의 노력을 학생들에게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 구청장의 노력이 학생들을 움직였다. 관내 초·중·고교생 1500여명이 감사 편지를 작성, 구청에 전달했다. 이 구청장은 “성북구는 만해 한용운 선생을 비롯해 많은 독립투사들이 활동한 항일운동 근거지였다”며 “일제 불매운동, 일본여행 보이콧 등 구민 생활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구 차원에서 일본산 제품 거래를 중지하고 공무상 일본 방문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잇따른 미국 총기 난사…민주당 ‘트럼프 책임론’ 제기

    잇따른 미국 총기 난사…민주당 ‘트럼프 책임론’ 제기

    미국 텍사스주 월마트에서 총기 난사 참사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오하이오주에서도 총격 참사가 벌어지는 등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총기 참사가 발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총기 참사는 ‘증오 범죄’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추정되면서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사가 비극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간) 텍사스주의 국경도시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어스(21)가 쏜 총에 맞아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쳤다. 엘패소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이 ‘증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크루시어스가 범행 전에 이미지 공유 사이트 ‘에잇챈’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선언문에는 “히스패닉이 내가 사랑하는 텍사스 주정부와 지방정부를 장악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 28일에는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해마다 열리는 음식 축제인 ‘길로이 마늘 페스티벌’에서 산티노 윌리엄 리건(19)의 총격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마쳤다. 리건은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리건의 범행 동기로 추정됐던 ‘증오 범죄’의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총격 참사 사망자 3명과 부상자의 상당수가 유색인종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혐오 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근거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더 엄격한 총기규제를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민주당의 흑인 중진의원인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의원을 향해 “잔인한 불량배”라면서 “커밍스의 지역(볼티모어)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4일에는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의원 4명을 겨냥해 “이들은 정부가 완전히 재앙이고, 최악이고, 가장 부패했고, 무능한 나라 출신”이라면서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서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한 폭력 사태로 3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다쳤을 때도 “두 편에 다 책임이 있다”면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참사로 11명이 숨졌을 때도 평소 선동적 언어가 우파 극단주의자를 부추겼다는 비판론에 휩싸였다. 고향이 엘패소인 민주당 대선주자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인정한 인종주의자이고 이 나라에서 더 많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모든 증거는 우리가 인종주의자이자 백인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외국인 혐오자 대통령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참에 총기 규제 문제도 정면으로 꺼낼 태세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보도자료에서 “더는 안 된다. 공화당의 계속된 무대책은 무고한 남성과 여성,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엄숙한 의무를 손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선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미 총기협회(NRA)를 이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총격 참사와 관련해 트위터에 “비극적인 뿐만 아니라 비겁한 행동”, “정당화할 어떠한 이유나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또 별도 포고문에서 애도의 표시로 백악관을 비롯한 관공서에 조기게양을 지시했다. 하지만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인종차별 막말 트럼프, 이번엔 흑인 의원에 “잔인한 불량배”

    인종차별 막말 트럼프, 이번엔 흑인 의원에 “잔인한 불량배”

    前 흑인 관료 149명 트럼프 비판 기고문 오바마 “美위해 싸우는 그들 자랑스럽다”민주당의 초선 여성의원 4인방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막말로 도마에 올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민주당의 흑인(아프리카계) 중진인 엘리자 커밍스 미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과 그의 지역구인 볼티모어를 비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나 언사에 극도로 말을 아껴 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비판 대열에 가세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커밍스 위원장은 남부 국경 상태에 관해 국경경비대의 위대한 남녀 대원에게 고함치고 소리 지르는 ‘잔인한 불량배’였다”며 “실제로 그의 볼티모어 지역은 훨씬 더 나쁘고, 더 위험하다. 그의 지역은 미국에서 최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비하 발언을 퍼부었다. 볼티모어는 커밍스 위원장의 지역구인 메릴랜드 7선거구에 해당하는 도시로 흑인 비중이 전체 인구의 52%로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 트윗’은 지난주 하원 감독개혁위가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을 청문회로 불러 멕시코 국경 이민자 수용시설의 열악한 상황을 지적한 데 따른 반격으로 해석된다. 미 정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초선 여성의원과의 설전에 이은 트럼프발(發) 인종차별 논란 ‘2라운드’로 보고 있다. 인종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1인자이자 볼티모어가 고향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인종차별주의적 공격을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대변인 마이클 리시는 이메일을 통해 “볼티모어는 진정한 우리 주의 심장부이다. 정치인끼리의 더 많은 공격은 우리를 그 어느 곳으로도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볼티모어와 주민을 옹호했다. 보다 못한 오바마 전 대통령도 결국 말문을 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아프리카계 전직 관료 149명의 공동 기고문을 소개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기고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는 늘 이 팀이 나의 행정부에서 이뤄 낸 일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이뤄 낸 것보다 더 나은 미국을 위해 이들이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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