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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잔] 르포르타주 만화 ‘평양’ 등 그린 기 들릴

    [저자와 차 한잔] 르포르타주 만화 ‘평양’ 등 그린 기 들릴

    예루살렘의 일상을 통해 기나긴 갈등과 분열의 심각성을 보여 준 르포르타주 만화 ‘굿모닝 예루살렘’으로 2012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은 기 들릴(48)이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주인공의 천진난만하고 유쾌한 시선을 통해 정치와 종교, 분쟁, 민족갈등 등 심각한 문제의 본질을 건드린다는 평을 듣는다. 서울 방문은 처음이지만 이미 세 편이 국내에 번역 출간돼 한국 그래픽노블 팬들에게는 친숙한 그를 지난 19일 주한 프랑스문화원에서 만났다. →취재와 탐사가 바탕이 되는 르포르타주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그 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다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활동하는 아내 덕분에 일반인들이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세계 여러 곳에서 장기간 체류할 기회가 생겼다. 생경한 나라에서 아이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르포르타주 형식의 만화로 그려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한국어로 번역되진 않았지만 첫 작품 ‘중국’이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2007년 출간된 ‘굿모닝 버마’는 가족과 함께 1년간 미얀마의 양곤에 머물렀던 이야기를 담았다. ‘굿모닝 예루살렘’은 2008년 약 1년간 예루살렘에 머물렀을 때 경험한 팔레스타인 지역의 정치와 종교, 문화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 것이다. 4년여 동안 취재와 원고작업을 거쳐 세상에 나왔는데 큰 상을 받게 됐다. →처음 국내에 번역된 작품 ‘평양’(2문학세계, 2004)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2001년 애니메이션 작업을 위해 두 달간 평양에 머물게 됐다. 통역자와 운전기사가 항상 곁에 붙어 있어서 자유롭게 다닐 수는 없었지만 눈에 띄는 모든 것이 내게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가족에게 그림엽서를 쓰는 식으로 기록을 담은 여행일지라고 할 수 있다. 낮에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기억을 더듬어가며 만화로 재구성했다. →‘평양’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북한은 가기 쉽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관심이 매우 높았다. 경직된 그곳의 분위기를 익살스럽지만 가볍지 않게 다룬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한국을 포함해 12개 국어로 번역됐고, 지금 현재 할리우드에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려고 준비 중이다. →평양 체류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평양은 무척 조용하고 경직된 도시였다. 곳곳에 서 있는 거대한 조형물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자유도 없이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점이 더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독재국가였던 미얀마에도 살아봤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김정일의 사망 뉴스를 듣고 북한 사회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권력이 세습되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작은 변화는 있을지언정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르포르타주 만화 형식을 취한 작품을 계속할 것인지. -한 나라를 다루려면 적어도 1년은 그 나라에 머물면서 체험하고, 스케치와 자료조사가 돼야 한다. 아내가 국경 없는 의사회 활동을 중단했고, 아이들도 커서 당분간 장기간 외국 체류를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최근에는 코믹터치의 어린이용 만화책과 단편에 집중하고 있다.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책으로 꿈꾸는 미래’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책으로 꿈꾸는 미래’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18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책을 살펴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이날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세계 23개국의 369개 출판사가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 전시회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성년 된 서울국제도서전 외형 줄이고 속은 알차게

    성년 된 서울국제도서전 외형 줄이고 속은 알차게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는 국내 최대 책 잔치 ‘2014 서울국제도서전’이 18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쳐진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올해 ‘책으로 만나는 세상, 책으로 꿈꾸는 미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역대 최대 규모(25개국 610개 출판사)로 열렸던 지난해보다는 규모가 다소 줄어 올해는 23개국 369개 출판사가 참여하지만 주빈국 부스와 컬처 포커스, 저자와의 대화, 인문학 아카데미, 한국 근현대 책표지 디자인전 등 알찬 내용이 많아 기대해 볼 만하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지난해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내용은 더 알차게 준비했으며 국제도서전인 만큼 B2B(기업 간 거래) 시장도 적극적으로 지향할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여러 근원적 문제가 드러났는데 책을 통한 개인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행사의 의의를 전했다. 특히 올해 주빈국은 오만으로 아랍권의 이색적인 출판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만의 문화, 문학, 경제, 여행지 등을 소개한 간행물 60여종을 전시한다. 19일 낮 12시 30분에는 ‘신드바드와 유향의 나라, 오만’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린다. 중동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교수가 한국 측 발제자로 참여한다. 오만의 전통 의상과 생활풍습을 소개하는 ‘오만 전통 의상 및 장신구 전시’도 마련된다. 아랍 여성의 전통 미용 풍습인 헤나를 소개하는 ‘헤나 체험관’, 오만 왕립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왕립 오만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린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컬처 포커스국’으로 참여하는 이탈리아는 예술, 디자인, 소설, 평론 등 희귀 서적 300여권을 전시한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발터 시티가 20일 낮 12시 ‘사회·문화적 고찰 속에 나타나는 욕망과 소비’라는 주제로 작가 초청행사를 갖고 21일 오전 10시 30분에는 범죄 소설 작가인 잔카를로 데 카탈도가 ‘고통스러운 필요 악, 국경을 넘어선 범죄소설 이야기’로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한성순보(1883년)부터 ‘태백산맥’(2000년)까지 우리나라 책 표지 디자인의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한국 근현대 책표지 디자인 특별전’,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인정받는 한국 작가 35명의 도서를 전시하는 ‘주제가 있는 그림책’, 아동도서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도서 전시 등도 펼쳐진다. 또 ‘저자와의 대화’에는 조정래, 은희경, 성석제, 윤대녕, 김탁환, 신경림, 최영미 등 한국 대표 작가 22명이 참여한다. 칼럼니스트 강창래, 미학자 진중권, 의학박사 이시형 등 유명 인사 7명이 전하는 인문학 강좌 ‘인문학 아카데미’도 진행된다. ‘북 멘토 프로그램’에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조선희 사진작가, 이상희 그림책 작가가 참여한다. 국내외 출판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국제도서산업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국제 출판유통 전문가 초청 콘퍼런스’ 등 출판 관련 세미나도 6회에 걸쳐 열린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英왕세자비 “‘마당을’ 손자들에 꼭 읽어줄 것”

    英왕세자비 “‘마당을’ 손자들에 꼭 읽어줄 것”

    ‘2014 런던도서전’ 개막 이틀째인 9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의 한국 도서전시관에 영국 찰스 왕세자의 부인인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이 ‘깜짝 방문’했다. 이날 도서전을 찾아 자국 출판인들과 인사를 나눈 카밀라 왕세자비가 경호를 받으며 발길을 옮긴 곳은 한국의 ‘마켓 포커스관’(주빈국관)이다. 이번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선정된 한국은 ‘마음을 여는 책, 미래를 여는 문’이라는 주제로 전시장 내에 마켓 포커스관(516㎡)을 설치해 운영했다. 그 자리에서 한국 문인들을 대표해 왕세자비와 인사한 이는 도서전 조직위원회가 ‘오늘의 작가’로 선정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씨다. 예고 없이 전격 방문한 왕세자비는 황씨에게 “만나서 반갑다. 몇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했느냐”고 물었다. 또 그의 대표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인도네시아·영국·중국판으로 번역된 것을 보고는 “대단하다”며 “꼭 책을 읽은 뒤 손자들에게 직접 읽어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개막한 런던도서전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0일 폐막했다.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黃 “감옥생활 세 번 해서 역사적 상처 많이 알아” 申 “앞 못 보는 사람 얘기나 실패한 사랑 얘기가 차기작”

    黃 “감옥생활 세 번 해서 역사적 상처 많이 알아” 申 “앞 못 보는 사람 얘기나 실패한 사랑 얘기가 차기작”

    “세번이나 감옥에 들락날락해서 누구보다 역사적 상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역사소설을 쓴 것은 작가로서의 책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상황이 되면 마찬가지로 대응하겠지만 돌이켜보면 작가로서는 불운했다고 생각한다.”(황석영) “현대인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산다.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 특히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 간직해야 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쓰고 싶었다.”(신경숙) 현대 한국 문학의 대표주자인 소설가 황석영과 신경숙이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열리는 2014년 런던 도서전에서 유럽 독자들과 만났다. 8일(현지시간)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린 두 작가와의 대화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황 작가는 영국의 파키스탄계 소설가 카밀라 샴지와 문학, 역사를 주제로 대담하면서 “오에 겐자부로와 르 클레지오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난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나는 자유가 있는 그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국가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사나운 마누라와 함께 사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한국인들의 내면은 쓰레기 더미 위에 핀 들꽃처럼 어둡다. 그렇지만 문화적 의욕은 매우 강하다. 감옥에서 나왔을 때 집도 없고 통장에는 한달치 생활비만 남아 막막했던 나를 살려낸 것은 한국의 독자들이었다. 그런 독자들이 있는 한국에 태어난 게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펜클럽과의 문학살롱에 참석한 신 작가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의 문학담당 에디터인 아리파 아크바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집필 기간은 1년 반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쓰인 작품”이라며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밤 기차에서 엄마의 고단한 얼굴을 보고 저 고단한 엄마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소설의 씨앗”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너무나 빠르게 뭔가가 변화하고 뭔가를 상실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우리가 끝까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다 ‘엄마’라는 상징성을 떠올려 주제로 삼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또 “이 작품을 통해 엄마도 나처럼 어린 시절이 있었고 또 다른 엄마의 배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울면서 태어났다는 것, 강해 보이지만 상처가 많고 그 자신도 엄마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8년 발표된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해외 31개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이 소설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011년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해외 번역본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예컨대 “한국에서 부부간 정을 담아 쓰는 호칭인 ‘당신’이 무미건조하게 ‘you’라고 번역된 부분 등은 아쉬웠다”고 했다. 차기작이 무엇이냐는 독자의 질문에는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볼 수 없게 된 사람 이야기, 네 사람의 실패한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연결되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며 “빨리 정해서 당장 내일부터라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런던도서전 초대받은 이문열·황석영 등 작가 10명 ‘한국문학 세계화’ 머리 맞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황석영, 이문열, 이승우, 신경숙, 김인숙, 한강, 김영하 등 소설가와 시인 김혜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 웹툰 작가 윤태호 등 2014 런던도서전 초대작가들이 개막식에 앞서 7일(현지시간)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마켓포커스(주빈국) 초청기념 리셉션에 모였다. 이들은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번역자들의 역할, 국가브랜드 제고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석영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이 좋은 번역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영어번역자가 붙는다면 우리 문학이 위력이 있는 만큼 틀림없이 반응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영문번역자를 키워 내고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열은 “1995년부터 영어권 시장을 두드려 왔는데 별 진전이 없었다. 글을 신통치 않게 썼는지 모르지만 번역의 문제도 컸다고 생각한다. 런던도서전이 새로운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인숙은 “한국작가는 한국어로 글을 쓰고 그 작품이 다른 나라 독자들을 만날 때 그 중간에 전문번역가가 필요하다. 보다 많은 번역가가 양산돼 작가와 잘 소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국가 브랜드도 문학작품의 세계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문열은 “나라의 힘이 곧 문학작품의 힘이 된다. 나라와 나라 문화의 힘이 크면 작품이 번역되거나 다른 나라로 진출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숙도 “번역도 중요한 문제지만 국가에 대한 호감도도 중요한 것 같다. 작가를 모르더라도 한국의 작품을 궁금해하고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한다. 국가 이미지가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도서전 조직위의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황선미는 “6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책을 읽고 온 사람들이 캐릭터 간 관계의 상징성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면서 영국 독자들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지난주 런던에서 출간돼 일주일 만에 소설분야 베스트셀러로 기록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끼’, ‘미생’ 등으로 유명한 웹툰 작가 윤태호는 “웹툰이 온라인 기반이다 보니 출판이나 순수문학보다는 해외 쪽으로 진출이 더 용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문학은 지난해까지 총 37개 언어권에서 2820종이 출간됐다. 그 가운데 한국문학번역원 지원 출간 도서는 영어 112종을 포함해 28개 언어권 628종이다.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유럽에서 ‘출판·문학 한류’ 가능성 봤다

    유럽에서 ‘출판·문학 한류’ 가능성 봤다

    ‘유럽 도서문화의 본고장에서 출판·문학 한류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국이 주빈국인 마켓포커스(Market Focus) 국가로 참가하는 2014 런던도서전이 8일(현지시간) 런던시내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10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마켓포커스관(516㎡)을 설치하고 알에이치코리아, 블루래빗 등 국내 출판사 10곳과 북잼, 북앤북 등 전자출판업체 7곳 등 25개사의 비즈니스장을 마련했다. 특히 올해에는 한국번역문학원과 영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이문열, 황석영, 신경숙, 황선미, 한강, 김영하 등 작가 10명을 초대해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통해 한국문학의 저력을 영미권 출판계에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2012년 베이징국제도서전, 2013년 도쿄국제도서전 주빈국 참가에 이어 올해 런던도서전 마켓포커스 국가로 참가해 아시아를 넘는 영어권 시장으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개막식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은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고, 직지심체요절과 조선왕조실록 같은 세계기록유산들이 보여주듯 오래전부터 출판문화를 발전시켜 왔다”면서 “이번 도서전 마켓포커스 참가를 통해 한국의 출판물을 소개함으로써 오랜 전통과 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잭스 토마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은 “한국은 세계 13위의 국가 경제규모에 걸맞게 세계 10위 출판시장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 최강국답게 전자출판계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런던도서전에 초대된 한국 저자들은 이미 이곳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한 만큼 한국의 융성하는 출판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영수 출협회장은 “유럽 출판시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런던 도서전에 마켓포커스로 참여함으로써 유럽권 내 한국 출판의 경쟁력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43회를 맞는 런던도서전은 세계 최대 규모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버금가는 대규모 도서전시회로 영미권에서 저작권 교류가 가장 활발한 행사로 꼽힌다. 올해에는 세계 114개국에서 2만 5000여명의 출판전문인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런던도서전에서는 전자출판 분야의 저작권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영국의 출판시장이 최근 전자출판 쪽으로 빠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문화원 코르티나 버틀러 문학담당국장은 “2012년 기준으로 영국의 출판시장이 전년 대비 1% 성장한 데 비해 전자출판물 구매액은 34% 포인트 늘어난 2억 1600만 파운드(약 4000억원) 규모로 전자책이 영국 전체 출판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막 전날인 7일 QEⅡ 콘퍼런스 센터에서는 영국출판협회, 아마존, 하퍼콜린스, 펭귄 디지털출판사, 예스24 등 약 20여개의 출판 및 콘텐츠 관련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제6회 디지털 마인드 콘퍼런스가 열렸다. 전자책 시장의 잠재력,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등 디지털 시대의 출판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편 소설가 이정명은 런던도서전을 계기로 한국 문학 불모지인 런던 서점가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가가 윤동주 시인의 삶을 소재로 쓴 팩션 ‘별을 스치는 바람’(The Investigation)은 현지 출간 열흘 만인 지난 7일 대형 서점 워터스톤즈의 소설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금까지 8개국(영국,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대만, 일본) 출판이 확정됐다. 그는 런던도서전 초청작가는 아니지만 지난 7일 런던 세실코트의 유명 서점인 골드스보로에서 사인회를 여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구름빵과 해리포터/최광숙 논설위원

    글로벌 스포츠 기업 나이키의 로고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170억 8500만 달러로, 글로벌 브랜드 순위 2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1971년 나이키 공동설립자인 필 나이트의 의뢰를 받고 나이키 로고를 제작했던 여대생 캐럴린 데이비슨이 회사에 청구한 디자인 가격은 불과 35달러다. 너무나 단순했던 로고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그녀는 디자인 값을 그야말로 헐값에 팔았던 것이다. 회사가 승승장구하자 1983년 나이트 회장은 그녀에게 나이키 주식 500주와 함께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반지를 선물로 줬다. 작가 조앤 롤링 역시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인세로 불과 2000파운드, 우리 돈으로 360만원을 받았다. 12개의 출판사로부터 출판 거절 통보를 받은 끝에 블룸스베리라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자 그녀는 흔쾌히 그 출판사와 굴욕적인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첫 책이 출판된 바로 그해인 1997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미국의 스콜라스틱 출판사에 눈에 띄면서 그녀의 인생 역전이 시작됐다. 스콜라스틱이 해리포터의 미국 내 판권을 10만 5000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에 사들이면서 미국 출판사로부터 높은 선인세를 받게 된 것이다. 저작권 대행업체를 통해 저작권을 당당하게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 후 책 인세와 영화 등 관련 상품의 로열티도 받게 돼 이제 그녀의 재산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3억 2000만 파운드)보다 훨씬 많은 5억 6000만 파운드로 영국의 갑부 대열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문화융성위에서 동화 ‘구름빵’을 거론했다. “ ‘구름빵’이란 콘텐츠가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대박이 났는데 작가 수입은 고작 2000만원도 되지 않는다”면서 “이래서야 한국에서 조앤 롤링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고 우리의 불공정한 콘텐츠 산업구조를 지적한 것이다. 최근 록밴드 시나위의 리더인 신대철도 “현재 음원을 판매하는 서비스업체가 ‘슈퍼갑’이고, 음반유통사는 ‘슈퍼을’이며, 가수와 저작자는 ‘병’, 연주자는 ‘정’인 현실에서 대중음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음악산업 구조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지금 문화계 전반에서는 ‘불공정한 계약’들이 작가들의 창의력을 꺾고 있다. 작가들이 산고 끝에 내놓은 작품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은 멀기만 할 것이다. 아울러 작가들도 자신들의 자식 같은 작품에 대한 저작권 인식을 높여야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정유미 감독의 ‘먼지아이’ 볼로냐 아동도서전 대상

    정유미 감독의 ‘먼지아이’ 볼로냐 아동도서전 대상

    애니메이션 감독 정유미의 그림책 ‘먼지아이’가 제51회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4일(현지시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홈페이지에 따르면 심사위원들은 “흑백의 대비를 통해 일상의 단면을 상세하게 보여준 힘 있는 작품”이라며 먼지아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작가의 특출난 창조성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호평도 이어졌다. 먼지아이는 2009년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펴낸 것으로, 주인공 유진이 겨울밤 청소를 통해 삶의 지혜를 깨닫는 과정을 연필 드로잉으로 그려냈다.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은 문학성이 뛰어난 제3세계 어린이 문학작품에 주는 상이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은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유럽 출판 중심에서 한국 출판 경쟁력 찾는다

    유럽 출판 중심에서 한국 출판 경쟁력 찾는다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업계가 ‘출판 한류’로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문학번역원, 주영 한국문화원, 한국예술위원회 등과 힘을 모아 오는 4월 8일부터 10일까지(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리는 제43회 런던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마켓 포커스관을 설치, 운영한다. 출판 전문인만 참여하는 런던도서전은 상반기에 열리는 해외 도서전 중에서 저작권 교류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행사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3일간 55개국 1500여개 사가 참가한 가운데 방문객 수가 2만 5000명을 넘어섰다. 고영수 출협 회장은 “외수시장 개척과 출판 콘텐츠의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출판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16㎡ 규모로 꾸미는 마켓포커스관은 ‘마음을 여는 책, 미래를 여는 문’을 주제로 삼았다. 이곳에 알에이치코리아 등 출판사 10곳과 인쇄업체, 북잼 등 전자출판업체 7곳이 참가해 저작권 상담을 진행하는 비즈니스관과 한국근현대문학사 특별전과 웹툰·만화 홍보관 등이 설치되는 특별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전시 기간 중 이벤트홀에서는 장르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작가특별전도 마련된다. 올해 런던도서전에는 소설가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김영하, 김인숙, 이승우, 한강, 시인 김혜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 웹툰 작가 윤태호 등이 참가한다. 지난 13일부터 4일간 독일 라이프치히 국제전시관에서 열린 2014년 라이프치히도서전에서는 한국관특별전이 열렸다.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국도협)가 주관한 특별전의 주제는 ‘한식(韓食), 자연의 지혜로 빚은 점잖은 음식’으로,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동양사상에 근거한 자연식을 추구해 온 한국의 식 문화를 담은 서적 150여점이 소개됐다. 특히 1460년 필사된 ‘식료찬료’ 원본, ‘고사신서’ 목판본,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등 음식 관련 고문헌 원본 및 영인본과 ‘조선요리제법’(1937년) 등의 근대 요리 관련 문헌, 한국전쟁 이후 외국인들이 만든 외국어로 된 한국 음식 조리서 등 희귀 자료들이 관심을 모았다. 이기웅 국도협 이사장은 “지금까지 시도됐던 한국 문화 알리기와 다르게 책을 매개로 한국을 알린다는 점에서 유럽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며 “2023년까지 사업을 지속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출판산업의 가능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남극기지 대원들의 펭귄 알 부화 작전

    [이주일의 어린이 책] 남극기지 대원들의 펭귄 알 부화 작전

    안녕, 폴/센우 지음·그림/비룡소/44쪽/1만 3000원 생선이 콕콕 박힌 팬케이크, 흰 눈밭과 다홍빛 노을이 맞닿은 남극의 풍광, 갈색 반점마저 실감나게 찍힌 펭귄 알 무더기, 엄마 품을 파고들듯 장화 속에 하나씩 들어앉은 점박이 알들…. ‘안녕, 폴’은 재기 넘치는 시각적인 장치로 먼저 시선을 멈추게 하는 동화다. 평면 드로잉에서부터 갖가지 소품을 활용한 세트 구성, 사진 촬영에 그래픽 작업까지. 하나하나 손이 가는 정교한 표현 기법이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담은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그림책이 완성됐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모두 생존을 위해 분투해야 하는 남극. 남극기지 대원들을 위해 매일 밥상을 차려내는 이언의 눈에 수상한 친구가 포착된다. 쓰레기를 뒤지더니 주섬주섬 끌고 가는 아기 펭귄, 폴이다. 매일매일 이언을 찾아오지만 “집은 어디니?” “친구들은 어디 있어?”라는 이언의 질문 세례에는 입을 꼭 다무는 폴. 눈 폭풍이 몰려온다는 예보가 있던 날, 대원들은 살금살금 폴의 뒤를 밟는다. 대원들이 발견한 것은 허겁지겁 발걸음을 옮기는 폴과 부화하지 못하고 깨진 채 얼어붙은 알 무더기. 폴의 절박한 상황을 그제야 알아챈 대원들은 힘을 합쳐 엉뚱하고 기발한 알 부화 작전을 펼친다. 작가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남극기지를 등지고 걸어가는 펭귄의 뒷모습을 보고 이야기에 착안했다. 지구 온난화라는 엄혹한 현실과 인간과 펭귄이 어우러지는 판타지가 결합되면서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지난해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가장 독특한 그림책 5’에 선정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중국, 태국에도 판권이 수출됐다. 5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조계종, 불교문화 산업화 추진… NCCK, 노숙인 다시 서기 도와

    조계종, 불교문화 산업화 추진… NCCK, 노숙인 다시 서기 도와

    종교계가 주도하는 이색 대중 행사가 나란히 열려 화제다. 조계종이 다음 달 6∼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진행하는 ‘2014 불교박람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하는 ‘제1회 노숙인 창작음악제’다. 불교박람회가 불교 전통문화와 산업의 연결이라면 ‘노숙인 음악제’는 소통과 관계 회복 차원에서 열리는 행사라 눈길을 끈다. 조계종 ‘2014 불교박람회’ 도심에서 산중 불교를 체험하고 관련 산업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자리다. 전통문화에 바탕해 불교계 관련 산업을 대중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민간 주도로 시작됐지만 더 내실을 기하기 위해 올해부터 조계종이 직접 나섰다. 사찰의 부엌인 공양간과 장독대, 선방(禪房), 불교용품 상점까지 한자리에 모인 백화점식 개념의 행사다. 국내외 250여개 불교 관련 업체가 350여 부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세종시 영평사의 된장·구절초 장아찌,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 지역의 유명한 차(茶)를 음미할 수 있다. 사찰요리교실이 열리는가 하면 작은 선방 모양의 공간에서 명상도 할 수 있다. 불교 도서전과 불교 만화, 디자인 상품, 천연 염색 제품과 개량한복 등이 전시되며 혜자 스님과 월호 스님, 티베트 상계넨파 린포체 등 스님들의 법문과 대중 강좌도 이어진다. (02)2231-2013. NCCK 제1회 노숙인 창작음악제 노숙인과 비노숙인의 소통을 통한 오해, 편견 해소와 이웃 관계 회복을 겨냥한 행사다. 노숙인과 노숙을 경험하지 않은 봉사자들이 어울려 함께 준비해 왔다. 음악제는 ▲다시서기센터 소속의 노숙인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팀 ‘두드림’의 사물놀이로 시작될 예정이다. ▲짧은 뮤지컬과 ▲‘거리의 천사들’ 소속 노숙인으로 구성된 ‘봄날밴드’ 공연에 이어 모두 함께 부르는 합창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모든 순서와 준비가 재능 나눔과 봉사로 이뤄진 게 큰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신청한 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전 MBC 합창단장을 역임했던 조우현씨의 지휘, 지도 아래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서울 영등포구 굿피플 3층에서 연습하고 있다. 뮤지컬은 노경실 작가(한솔수북) 작사, 윤정인 대표(맥씨어터) 작곡의 3곡을 포함해 노숙인과 봉사자가 함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02)742-8981.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190장 그림으로 경고한 ‘자연 경시의 최후’

    [이 주일의 어린이 책] 190장 그림으로 경고한 ‘자연 경시의 최후’

    빅 피쉬/이기훈 지음/비룡소/56쪽/1만 8000원 대지가 잎맥처럼 쩍쩍 갈라지는 메마름에 목타는 사람들. 소를 잡아 바쳐 보아도 까마귀들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사람들은 머릿속에 동굴 벽화에서 물을 뿜어내는 물고기를 떠올린다. 마을 사람들이 뽑아 세운 전사들은 아찔한 낭떠러지와 산을 온통 뒤덮은 폭포 줄기를 건너 산 꼭대기에 다다른다. 그들을 맞이한 것은 허공에 뜬 채 물기둥을 쏟아내리는 거대한 물고기. 어렵사리 물고기를 포획하자마자 사자, 표범, 코끼리 등 성난 동물들이 덮칠 듯 몰려든다. 성마르게 덤비던 동물들은 물고기를 가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리를 지어 자취를 감춘다. 승리의 환희에 달뜬 사람들이 잠든 지 얼마나 됐을까. 물고기의 입에서 물줄기가 조금씩 비어져 나오더니 삽시간에 땅 전체가 거친 물길에 휩쓸린다. 하늘에선 그토록 고대하던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지만 사람들은 바다가 되어버린 땅 속으로 집어삼켜진다. 대홍수의 한가운데 노아의 방주가 구세주로 등장하지만 동물들이 자리를 꿰찬 지 오래다. 방주에 올라타려 안간힘을 쓰는 인간들을 동물들은 무심히 내려다본다. 글 하나 없이 190여장의 크고 작은 그림으로 쌓아올린 상상력의 세계가 독자들을 압도한다. 자연을 ‘소유물’로 전락시킨 인간의 최후를 경고하는 메시지는 묵직하고, 이야기로 서서히 끌어당기는 그림의 흡인력과 표현의 밀도는 바늘 하나 꽂을 틈 없이 치밀하다. 2010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기훈 작가의 신작이다. 5세부터.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가을, 축제에 젖은 전국] 울산, 한글의 속살을 들추다

    [가을, 축제에 젖은 전국] 울산, 한글의 속살을 들추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인 울산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글문화예술제가 열린다. 울산시는 외솔 선생 탄생 119주년 기념 ‘제2회 한글문화예술제’를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태화강 대공원과 외솔 기념관 등에서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개막식은 11일 태화강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12~13일에는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마당극, 외솔 선생의 일생을 다루는 마당극 ‘한글이 목숨이다’, 칸타타 ‘외솔의 노래’ 등 다채로운 무대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는 한글문학 도서를 출판사에서 소개하고 판매하는 한글도서전과 저자가 참여하는 한글책방 등 ‘한글 책 축제’도 선보인다. 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체험, 인쇄활판 체험 행사로 활자와 한글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울산대에서는 7일 홍윤표 한글박물관장이 ‘한글이 걸어온 길’, 8일 강병언씨가 ‘한글의 멋과 미’, 10일 서경덕 교수가 ‘한글 세계 홍보 이야기’를 발표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朴대통령의 끝없는 ‘인문학 사랑’

    朴대통령의 끝없는 ‘인문학 사랑’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인문학의 힘’을 강조해 왔다. 인문학이 새 정부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 융성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물론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이 장기적으로 국력을 끌어올리는 뿌리라는 점에서 인문학을 중흥시킨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양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의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인문학 분야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오찬은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이후 처음 가진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나도 과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낼 때 인문학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문학이야말로 인간과 역사에 대한 통찰력으로 시대의 변화,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또 그런 토양과 토대를 제공하는 학문”이라며 “앞으로 새 정부는 국민이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문학적 자양분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인문학의 틀에서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제안과 관련, “편협한 자기 생각을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며 영혼을 병들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 혼을 구성하는 있는 역사에 대해 갈라지게 되면 국민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찬에 참석한 인문학 석학들의 뼈 있는 조언이 쏟아졌다. “기초예술 분야는 거의 빈사 상태다. 자본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초예술에 정부 돈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 무형 문화유산이야말로 블루오션 분야다”, “언어 폭력이 난무해서 사회의 질이 크게 저하됐다”, “100세까지 사는데 모든 나라가 신체 건강에만 매달려 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정신 건강이 유지되겠나” 등 우리 사회의 인문학 경시 풍조에 일침을 가하는 표현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개인정보단말기(PDA) 보급 등 첨단 교육 시스템 도입 문제에 대해 “정말 큰일 날 일”이라면서 “아이들일수록 종이 책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인문학 챙기기’는 일회성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박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구입한 인문학 책 5권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사들인 유일한 물품이다. 박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에도 외국어 실력과 동양 고전 지식 등 인문학 지식이 밑바탕에 자리한다. 다만 인문학 중흥을 위한 정교한 ‘액션 플랜’을 언제 어떻게 내놓을지는 남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오찬에는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소설가 박범신·이인화,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 등 인문학 분야 지성 13명이 참석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 서민 거주지역인 버러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템스강 건너편의 금융지구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지면서, 사무지구가 이곳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의 빌딩 상당수에는 ‘임대’ 또는 ‘매매’ 간판이 붙어 있고 건물 신축 현장도 곳곳에 보였다. 이 중 탠저린이 자리 잡은 빌딩은 일종의 ‘미디어아트 센터’다. 디자인 기업과 건축설계 사무소 등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형 기업들이 모여 있다. 조이 글로버 탠저린 마케팅총괄이사는 “비슷한 생활 패턴과 성향을 가진 기업들이 이웃에 있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런던에만 이런 센터가 200여개, 회사수는 4000개가 넘는다. 디자이너들의 작업장은 좁았지만 열기가 넘쳤다. 사무실 벽에는 디자인 시안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고 목업(실물모형) 제품들도 쌓여 있었다. 특히 서울 광화문의 ‘KT 무한상상실’이나 신도의 새 복사기와 로고 등 한국 고객의 작업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5년간 탠저린은 ‘제품 디자인’의 역사를 바꿔 왔다. 히스로 공항과 런던 시내를 연결하는 ‘히스로익스프레스’, 토요타의 콘셉트카, LG전자와 삼성전자 냉장고, 래미안아파트 주방과 욕조, 니콘 카메라,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지게차와 굴착기 등이 탠저린에서 탄생했다. 특히 2000년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좌석은 탠저린을 디자인 업계의 최고로 끌어올린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마틴 다비셔 대표는 “당시 항공기 좌석은 무조건 박스형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S자로 마주 보게 만들면 탑승객들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석을 교체한 뒤 영국항공의 영업이익은 연간 8000억원씩 증가했다. ‘디자인의 경제적 효과’가 실제 숫자로 입증된 사례다. 산업계 전반에 걸친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탠저린의 전체 직원은 30명에 불과하다. 글로버 이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회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사람을 뽑을 때는 ‘그림을 잘 그리는 디자이너’가 아닌 ‘생각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산업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가 시작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창조적 영국)의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힌다. 당시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에 기원을 두는 산업들과 지적 재산의 형성과 이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들’로 정의했다. 광고, 건축, 디자인, 영화, 방송 등 모두 13개 산업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육성정책이 시작됐다. 다비셔 대표는 “당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핵심적인 흐름을 오히려 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완전히 망가진 영국에서 유일한 활로가 ‘창조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늦은 결정조차 다른 나라보다 앞선 선택이었고, 창조산업 정책은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영국 창조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3년 2.6%에서 2008년 4.5%로 증가했고, 1997~2006년 영국 창조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영국 전체 경제성장률(3%)의 두 배를 웃도는 6.9%에 이르렀다. 김병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영국은 창조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 아래 지원책을 펼쳤고, 실제로 성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본보기가 됐다”면서 “이후 다른 국가들은 물론 유엔도 창조산업과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처음으로 창조경제의 개념을 도입했던 영국산 문화는 이제 ‘해가 지지 않는 문화제국’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영국의 창조산업이 ‘영어로 쓰인 콘텐츠’라는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창조경제는 문화기반이 아닌, 창조적 아이디어를 전 산업에 심는 새로운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비셔 대표는 “한국은 창조산업을 성장시킬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등 영국형 창조산업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기보다 기술에 새로운 가치를 심어 주는 것”이라며 “기술이 없다면 디자인도 의미가 없지만 경험상 한국의 기업과 한국인들은 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심는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01년 저서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창조경제)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립한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창조경제는 새로운 산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새로운 가치를 심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이 중점을 뒀던 ‘문화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사회적 전통의 산물이다. 리처드 몰렛 영국 출판협회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간) 런던 홀본 협회 본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양산업이라고 모두가 지목하던 출판업 역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정책으로 부흥을 이뤘다”면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는 수백년간 영국에서 출간된 책과 다를 것 없는 모양새였지만, 해리포터가 이룬 결과물이 창조경제가 아니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360억 파운드(약 61조 8500억원)에 이르는 영국 창조산업 중 출판은 50억 파운드를 차지하고, 이는 영화나 음악산업보다 크다. 몰렛 총장은 “출판시장에서는 과거처럼 개인의 창작 욕구를 고취시키는 정책과 인터넷 등 디지털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됐다”면서 “전통적인 출판시장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전자는 무명 작가였던 롤링에게 스코틀랜드예술위원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해리포터를 낳았고, 후자는 출판 콘텐츠의 영화 비디오화와 전자책 등 출판산업의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출판시장의 4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생길 수 있는 저작권이나 디지털 플랫폼 등 중요한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간 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몰렛 총장은 ‘영어로 된 영국 콘텐츠여서 문화수출이 가능하다’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시장에서 수요자들은 익숙한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내년 런던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예정돼 있는데, 한국 출판이 뻗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지난 3일 개막한 일본의 도쿄국제도서전은 규모 면에서는 후발 주자인 중국의 베이징국제도서전에 밀리고 있지만 세계 제2의 출판 시장을 자랑하는 ‘출판 대국’답게 전세계 출판 경향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것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20회를 맞은 올해는 특히 1994년 첫 행사부터 매년 참가해온 한국이 처음으로 주제국(주빈국)으로 초청돼 의미가 더욱 크다. 최근 국내의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열풍에서 엿볼 수 있듯, 아직은 한·일 양국 간 출판 교류의 불균형이 심각하지만 드라마·가요에 이어 ‘출판 한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주제국 행사의 하나인 ‘한·일 출판 포커스’ 세미나에 참석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은 한·일 간 저작권 무역 역조가 심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본도 점차 한국 책을 소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출판 한류’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한·일 출판 교류에 힘써온 일본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는 “일본에선 황석영·신경숙 작가가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공지영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가 김애란 등 유망 신진 작가들을 널리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대 주제국관 중 최대인 500㎡ 규모의 한국관에는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과 일반 관람객들의 호기심 어린 발길이 이어졌다. 조선통신사부터 시작된 양국의 문화 교류를 조명한 ‘필담창화 일만리’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안내하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의 특별전시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일 양국의 번역 도서 50종씩을 전시한 ‘한·일출판교류전’에도 인파가 몰렸다. 다이닛폰출판사에 근무하는 요타 와나가와는 “한국에서 번역된 일본 책들이 많아서 놀랐고, 책 표지 등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주제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이었다. 4일 오후 열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 특임교수의 대담은 ‘디지털 시대, 왜 책인가’를 주제로 시대를 뛰어넘는 책의 본질적 가치, 효용과 더불어 디지털화 시대에 걸맞은 책의 변화 등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전망을 제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전 장관은 “입시를 위한 강압적인 독서 교육이 책읽는 즐거움과 감동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내 인생 최초의 책은 문자로 적힌 책이 아니라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 오감으로 전해지던 생명의 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어머니의 몸’ 같은 책, 즉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여권의 저서를 쓴 저술가인 다치바나 교수는 “최근 2400자 원고 하나를 쓰기 위해 수십 권의 관련 서적을 사서 읽었다”고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책을 즐겨 읽고 만드는 사람들은 존재하며, 이러한 책의 재생산이야말로 국가의 문명을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3일 오후 열린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대담도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30년 지기인 이들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의 정치적 차이점과 동아시아 문명의 보편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유교 문화의 핵심 정신, 즉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는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선 오정희, 한강, 김연수, 김애란 등의 국내 작가들이 ‘한국 문학을 말하다’ ‘여성의 자의식과 문학’ ‘문학에 있어서의 소통이란’ 등을 주제로 일본 작가들과 문학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일 양국 출판인들의 학술 세미나도 마련된다. 글 사진 도쿄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도쿄국제도서전 가장 귀한 손님 한국

    도쿄국제도서전 가장 귀한 손님 한국

    한국이 주제국(주빈국)으로 참가하는 ‘2013 도쿄국제도서전’이 3일 일본 도쿄의 종합전시장 빅사이트에서 개막했다. 오는 6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도서전에는 한국 등 40여 개국이 참가했다. 한국은 ‘책으로 잇는 한·일의 마음과 미래’라는 주제국 표어 아래 조선통신사에서 한류에 이르기까지 한·일 문화교류를 재조명하는 ‘필담창화 일만리’를 비롯해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한·일 출판교류전’, ‘한국의 미’ 등의 특별전으로 주제국관을 꾸몄다. 주제국 집행위원장인 최선호 세계사 대표는 “올해 20회째인 도쿄국제도서전에 한국이 주제국으로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한국 출판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제국관 개막식에는 윤형두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 김성곤 한국번역문화원장 등과 유 가네하라 일본서적출판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일왕의 둘째 아들인 아카시노 왕자 부부가 주제국관을 방문, 조선통신사 자료 등에 대한 설명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윤형두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일 양국 간 다소 소원해진 관계가 출판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교류를 통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가네하라 부회장은 “양국은 그간 자국어에 기반을 둔 안정적 출판시장을 유지해 왔지만 저작권 문제 등 공통의 과제도 많다”면서 “양국의 출판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쿄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도서전에 간 박 대통령/이순녀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도서전에 간 박 대통령/이순녀 문화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전시장에서 손수 책을 구입하자 출판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올해 19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47년 경기도 학무국이 주최한 교육전람회가 시초다. 1954년 도서전으로 이름을 바꿔 2회 행사를 치른 뒤 매년 전국도서전을 열어오다 1995년 국제도서전으로 외연을 넓혔다. 현직 대통령이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4년 만이니 출판계가 흥분할 만하다. 박 대통령도 1978년 청와대 시절 도서전을 찾은 이후 35년 만의 방문이니 감회가 남달랐을 듯싶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책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구현하는 인프라”라면서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출판산업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기는커녕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출판업계로선 가뭄 끝에 단비나 다름없다. 책에 대한 애정과 지원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 못지않게 박 대통령은 이날 중요한 메시지 두 가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하나는 인문서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시장에서 인문서 출판사 ‘책세상’ 부스에 들러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답성호원’, ‘철학과 마음의 치유’, ‘유럽의 교육’,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일러스트판 등 다섯 권의 책을 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문서적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출판계가 고무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986년 설립된 ‘책세상’은 사장까지 포함해 총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작은 출판사이지만 인문·사회과학, 문학, 예술 분야에서 양질의 책을 내는 것으로 평판이 높다. 벌써 ‘대통령이 산 책’이라는 후광 효과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가로 책을 산 것이다. ‘책세상’의 이영희 부장은 “도서전 기간에는 할인 행사를 하지만 대통령께는 정가로 드려야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요즘 정가제가 문제 아니냐’고 관심을 보이면서 정가로 구입하셨다”고 전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계의 해묵은 현안이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 도서만 최대 19%까지로 할인율을 제한하고, 그 이후의 책값 할인은 무제한이다. 하지만 갓 나온 신간마저도 온라인 서점의 온갖 편법과 마케팅 술책에 할인 규정이 유명무실해지면서 경영난을 못 견딘 출판사와 중소서점이 줄도산하는 등 출판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이에 따라 기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입법 추진되고 있지만 온라인 서점의 반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가로 책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도서정가제 개정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이벤트성으로 ‘인문서’를, 그것도 ‘정가’로 구입한 것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한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인문서에 등 돌린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도서정가제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의 계기를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coral@seoul.co.kr
  • 朴대통령, 도서전서 책 구매 까닭은

    朴대통령, 도서전서 책 구매 까닭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5권의 책을 구입해 관심을 끈다. 박 대통령은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한 뒤 도서상품권으로 조선시대 유학자인 율곡 이이가 우계 성혼과 주고받은 서신을 정리한 ‘답성호원’을 비롯해 5권의 책을 직접 샀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조선시대 정조가 세자 시절 실학자 홍대용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을 기반으로 김정현 원광대 교수가 철학 상담 치료에 관해 적은 ‘철학과 마음의 치유’,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간된 ‘일러스트 카뮈’,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로맹가리의 데뷔 소설인 ‘유럽의 교육’ 등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도서전 주빈국인 인도의 인적자원개발부 장관으로부터 ‘스리라트나 김수로-한국의 인도 공주 전설’을 선물받기도 했다. 이 책은 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과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결혼 등에 관한 얘기를 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막식 축사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구현하는 데 책은 소중한 인프라”라면서 “우리 출판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좀 더 중요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책을 기반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음악과 뮤지컬,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가 연계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어 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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