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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다시 맞는 법정·혜암스님의 가르침과 삶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다시 맞는 법정·혜암스님의 가르침과 삶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나누어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나눔은 자기확산 같은 것이다. 우리가 고독을 체험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이지 거기 머무르기 위해서는 아니다.”(‘진리와 자유의 길’ 356쪽) “남을 도와주고도 도와주었다는 생각도 내지 말고 대가도 바라지 마세요. 그냥 도와주어야 행복합니다. 도와주었다는 한 생각을 내는 순간 괴롭기 때문입니다.”(‘혜암 평전’ 512쪽) 오는 19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생전에 존경받았던 불교계 큰 스승들의 가르침과 삶을 담은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한국 불교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스님들의 면모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다.도서출판 지식을만드는지식은 ‘무소유’와 ‘맑고 향기롭게’ 운동을 이끈 법정스님(1932~2010)의 미발표 육필원고를 묶은 책 ‘진리와 자유의 길’을 출간해 13일부터 서점에 내놓는다. 법정스님은 1980년부터 1991년까지 송광사 수련원장을 맡는 동안 수련생들을 위해 불교의 핵심 내용을 담은 교재를 집필하고 강연했으나 이후 이 교재는 잊혔다. 법정스님의 제자인 덕조스님이 최근 원고를 발견하면서 출간하게 된 것이다. 법정스님의 육필원고가 책으로 나온 것은 2008년 ‘아름다운 마무리’ 이후 13년 만이다. 책은 불교 출현의 역사적 사실과 초기 불교의 특징, 교법 등을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특히 법정스님은 서문에서 “어느 절이나 법당 앞과는 달리 법당 뒤는 마냥 깜깜하다. 등은 절간보다도 거리나 어두운 길목에 켜서 여러 중생의 발부리를 밝혀주는 일이 널리 일어났으면 한다”고 일침 한다. 덕조스님은 “불자들이 스님을 그리워한다면 이런 가르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30년 만에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조계종출판사는 조계종 10대 종정 등을 지낸 혜암스님(1920~2001)의 탄생 101주년을 맞아 최근 ‘혜암 평전’을 출간했다. 박원자 불교전문작가가 쓴 이 책에는 20세기 후반 한국 불교의 정신세계를 이끌던 혜암스님의 삶과 가르침이 오롯이 담겨 있다. 10대 때 일본 유학 도중 불교에 첫발을 딛고 출가한 이후 성철스님 등과 함께 수행하는 과정이 담겼다. 제자들에게 “공부하다 죽어라”며 수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님은 출가한 날부터 50년간 하루 한 끼 식사만 하는 ‘일종식’과 눕지 않고 좌선하는 ‘장좌불와’, ‘두타고행’ 등을 실천하며 진정한 행복을 설파한다.박원자 작가는 “스님의 삶을 글로 쓰면서 정진하는 삶만이 생명의 존엄을 드러내는 일임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영상] 400년 전 영국 고서(古書) 책갈피에 호랑나비 완벽 보존

    [영상] 400년 전 영국 고서(古書) 책갈피에 호랑나비 완벽 보존

    1600년대 낡은 고서(古書)의 책갈피에서 나비 표본이 발견됐다. 10일 데일리메일에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홀 도서관 소장도서 사이에서 보존 상태가 완벽한 나비 표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트리니티홀 도서관 측은 1634년 출판된 곤충 관련 서적 ‘곤충 극장’(The Insectorum Sive Minimorum Animalium Theatrum)에서 나비 표본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트리니티홀 도서관 수석 사서 제니 레키-톰슨 “곤충 관련 고서적을 살피다 우연히 호랑나비 표본을 발견했다. 책 속 나비 그림과 표본 사이에 유사성이 상당했다. 곤충 애호가들이 다양한 종을 식별할 수 있도록 의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해당 고서는 영국에서 출판된 최초의 곤충 서적이다. 트리니티홀 도서관이 한 수집가 가족에게 기증받아 1996년부터 소장했다. 보존 가치가 높은 17세기 희귀 고서라 기증 이후 줄곧 서고에 보관했다. 하지만 누가 언제 나비 표본을 책갈피에 끼워두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사망한 수집가 역시 나비 표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나비 표본이 수세기 동안 책갈피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는 게 도서관 측 설명이다. 표본이 수세기 동안 책갈피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고서 전문가들의 진단도 함께 전했다.레키-톰슨 사서는 “기증 직전 책의 주인은 고고학 서적 수집가였다. 책 속에 곤충을 압착시키는 수집가는 보지 못했다. 고서를 보존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보존 상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물질을 끼워넣는 수집가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17세기 최초의 책 주인이 넣어두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나비 표본은 400년 가까이 보존된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책 속에 숨죽이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자연박물학회인 런던 린네협회 관계자 역시 “놀라운 발견”이라고 힘을 실었다. 또 고서 속에서 곤충 표본이 발견된 것 자체만으로도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린네협회 윌 베하렐은 “식물 표본 발견 사례는 꽤 흔하지만, 이렇게 곤충 표본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찰스 다윈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진화론자 알프레드 러셀 월리스가 예외적으로 곤충 표본을 책갈피에 붙여놓곤 했다고 덧붙였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작가 울리는 ‘깜깜이 서적 유통’ 출판전산망이 눈물 닦아줄까요

    작가 울리는 ‘깜깜이 서적 유통’ 출판전산망이 눈물 닦아줄까요

    영화나 공연 티켓처럼 서적 판매량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출판전산망)이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최근 과학 장르 전문 출판사 아작이 작가들에게 계약금과 인세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이는 가운데, 출판전산망이 고질적인 ‘깜깜이 서적 유통’을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장강명 작가 “불투명· 비도덕적 유통관행 바꿔야” 박은주 아작 대표는 지난 1일 “여러 작가에게 판매 내역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사과문을 올렸다. 아작은 자사와 계약하고 책을 출간한 작가들에게 줘야 할 계약금과 인세 일부를 누락하고, 작가와의 협의 없이 오디오북을 발행했다. 피해 작가 중 한 명인 장강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영화는 전국 관객이 몇 명인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공개되는데,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출판계에 오래도록 뿌리내린 채 개선되지 않는 불투명하고 비도덕적인 유통 관행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아작은 사과문에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가입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작가도 “출판사와 서점들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준비 중인 통합전산망에 가입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출판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신진 작가나 인지도가 낮은 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가경 작가는 “장 작가가 인지도가 있어 그나마 목소리를 냈지만, 그렇지 못한 작가들은 출판사에 찍힐까 봐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다”면서 “작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출판사가 2쇄, 3쇄를 내는 사례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조광희 작가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출판계약서에는 인세 정산에 관한 방식과 시기 등을 명시하는데, 이 계약서대로 실행이 잘되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면서 “작가 혼자서 나서기엔 불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풍토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책의 유통 과정과 재고 상황 등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서 시작된다. 서점은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판매하고, 안 팔린 책은 출판사로 반품한다. 출판사, 유통사, 서점은 책 판매와 반품 수량을 공유한다. 그러나 각각 다른 시스템을 쓰기 때문에 사실상 전체 책 판매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대형 체인서점과 온라인서점은 자체 판매관리시스템인 공급망관리(SCM) 서비스를, 지역서점은 판매관리시스템 현황을 모아 집계하는 서점온 시스템을 쓴다. 이러다 보니 서점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결과도 모두 다르다.●캐나다·독일·일본·프랑스선 이미 활성화 무엇보다 작가들이 책 판매량을 확인할 수 없어 잡음이 불거진다. 출판사가 통보해 주지 않으면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알 길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작가 1532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책 판매량을 출판사로부터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저작권위원장은 “출판사가 작가들에게 분기나 반기별로, 혹은 연간으로 인세가 얼마나 들어왔는지 알려줘야 하는데 이를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판매량 집계를 확인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오는 9월부터 운영하는 출판전산망은 기존 제각각이었던 출판·유통 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제공한다. 출판사가 책 제목, 저자명,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출간일, 가격 등의 서지정보를 입력하면, 유통사와 서점이 이를 공유해 활용한다. 특히 책을 구입했을 때 결과도 통합해 집계한다. 출판물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정보를 통합 관리해 유통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7년 1월 송인서적 부도 이후인 2018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앞선 사례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들 수 있다. 영화나 공연 티켓을 구입하면 어느 곳에서 얼마나 봤는지 전산화했는데, 이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해 투명성을 높였다. 예컨대 영화전산망 홈페이지(www.kobis.or.kr)에 들어가면 개별 영화에 대한 정보는 물론, 관객 수와 해당 영화의 일별 매출액, 전체 매출액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박스오피스 순위도 전국적으로 통합돼 나온다. 많은 나라에서 서적 분야 통합전산망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의 북넷캐나다, 독일의 엠파우비, 일본의 JPO, 프랑스 CLIL 등이다. 북넷캐나다는 책에 대한 정보가 279만건, 엠파우비는 정보 건수가 210만건에 이른다. ●빅데이터로 시장트렌드 파악·반품도 줄여 출판진흥원 측은 출판전산망을 통해 책의 판매량을 투명하게 알고, 판매 정산도 정확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김진우 출판진흥원 출판유통선진화센터장은 “출판사가 도서 정보를 기반으로 도서를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하고, 여기에서 생성되는 빅 데이터로 경영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서점과 유통사는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반품률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요 높은 책을 적시에 보유할 수 있어 재고 관리와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출판전산망이 영화전산망이나 공연전산망처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출판사, 유통사 서점 등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여 따라가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송성호 대한출판문화협의회 상무이사는 “한 해 나오는 영화가 300개 안팎에 불과한 영화계 사정과 출판 쪽은 상황 자체가 아주 다르다. 작은 출판사부터 시작해 대형 출판사까지 5000개 안팎 출판사가 한 해에만 8만종의 책을 내고 있고, 이해관계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현재 출판진흥원은 1600개 출판사가 출판전산망에 회원으로 돼 있지만, 시스템이 적용되면 얼마나 정보를 공개하고 따라올지에 대해서는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서점에서 출판전산망을 달가워하지 않는 일도 걸림돌이다.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서점들이 사용하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에 설치해야 하는데, 매출이 이 과정에서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송 상무이사는 “출판진흥원 측은 통합전산망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와 보상에 대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점선 매출 노출 부담… 지역별 공개도 고려를 출판전산망이 성공하려면 우선 해당 업체의 가입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참여에 따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화전산망은 가입 의무조항도 법에 명시하고, 운영 주체인 영화진흥위원회가 가입 영화관에 전송지원금을 준다. 영화상영 신고를 면제하는 혜택도 줬다. 이에 따라 스크린 연동률이 99%에 이른다. 반면, 법적 의무조항 없이 시작했던 공연예술전산망은 2018년 데이터 수집률이 38%에 그쳤는데, 이듬해 각 예매처의 티켓 발권 데이터 전송 의무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김 센터장은 이와 관련, “현재 출판사와 서점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로 가입에 따른 이점을 알리고 있다”면서 “직접적으로 서점 판매 자료를 공개하는 일을 꺼린다면, 지역별로 집계해 일부 공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좀더 확보해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중·하종훈 기자 gjkim@seoul.co.kr
  • 꿈 키우고 상상 실현하는 ‘서초도서관’

    꿈 키우고 상상 실현하는 ‘서초도서관’

    ‘꿈과 끼를 키우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도서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서초청소년도서관’. 고층 빌딩들과 아파트 단지 사이로 책장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알록달록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평일 오후임에도 도서관 3층에 마련된 어린이자료실은 독서 삼매경에 빠진 어린이들로 가득 찼다. 지하 1층 ‘스마트메이커팩토리’에서는 이용객이 예약한 작업물을 출력하느라 3D 프린터가 분주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서초청소년도서관이 다양한 도서뿐 아니라 4차산업 관련 장비를 갖춘 어린이·청소년 특화도서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초청소년도서관은 도서 2만 5000여권(비도서 272점)을 보유하고 있다. 9일 도서관 측에 따르면 개관 이후 하루 평균 550여명(주간·야간)이 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이 운영하는 ‘독서퀴즈(AR) 영어독서 프로그램’은 인기 만점이다. 프로그램은 영어 읽기 레벨테스트(SR)를 통해 영어독해 능력을 파악한 후 본인 수준에 맞는 책을 읽고 독서퀴즈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퀴즈에 대비해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자세히 읽게 된다는 게 도서관 측의 설명이다. 도서관은 영어 도서 3500권을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만난 이보배(37)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의 영어 수준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영어책을 많이 빌리러 오게 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7세 이상 도서관 회원이면 신청할 수 있으며, 현재 2기 모집이 마감됐다. 3기는 오는 10월 모집할 예정이다. 스마트메이커팩토리는 도서관의 ‘핫플레이스’다. 3D프린터, 레이저커팅기, 의류용프린터, 컵프린터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춰 어린이·청소년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디지털갤러리, 가상현실(VR) 체험, 코딩교실, 미디어테이블 등 미래산업에 적응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하버드대학이 아닌 동네 작은 도서관이었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처럼 제2의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자라는 서초청소년도서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초구는 내년에 ‘숲’을 테마로 한 ‘방배숲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서초구의 모든 권역(반포·내곡·서초·양재·방배)에 구립 공공도서관이 세워진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리처드 J 라자루스 지음, 김승진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가 기념비적 기후변화 관련 소송인 2007년 ‘매사추세츠주 대 미국 환경보호청’ 판결의 막전 막후를 공개했다. 영세한 환경 단체 무명 변호사의 헌신적 노력이 온실가스 규제 정책을 이끌어내고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한 과정을 파헤친다. 372쪽. 1만 8000원.중국과 일본(에즈라 보걸 지음, 김규태 옮김, 까치 펴냄) 동아시아 분야 석학인 고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1500년에 달하는 중국과 일본의 교류사에서 주요한 전환점을 살펴보고, 중일 관계에 미친 영향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문명의 기초를 배운 7~9세기와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근대문명을 배운 20세기 등을 각각 조명해 양국 협력방안을 제시한다. 592쪽. 2만 7000원.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유대인 출신 미국 심리학자 에디트 에바 에거 박사가 어린 시절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극한의 역경을 헤치며 살아남고 심리치료 전문가가 되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저자가 상담한 다른 사람들의 사연도 함께 실었다. 484쪽. 1만 7500원.사이언스 고즈 온(문성실 지음, 알마 펴냄) 순수 국내파 과학자로 미국에서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문성실 박사가 펼치는 과학 에세이. 낯선 땅에서 외국인, 여성, 엄마라는 세 가지 정체성으로 코로나19 최전선인 연구실에서 사투하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276쪽. 1만 6500원.역사 전쟁(박석흥 지음, 기파랑 펴냄) 언론인 출신인 저자가 3·1운동 이후 100년간 한국의 역사학과 역사의식에 대한 논쟁을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했다. 일제하 국권회복운동,민중사관, 분단사관과 반일종족주의 논쟁까지 대한민국을 둘러싼 역사논쟁을 분석하고 한국사 연구방법론의 문제를 짚었다. 436쪽. 2만 3000원.지금 너를 마중 나간다(이서인 지음, 도서출판 품 펴냄) 여군 장교 출신 이서인 시인이 2012년 등단 이후 출간한 첫 시집. 100편으로 이뤄진 이 책은 ‘마중’이라는 단어를 주축으로 전개된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자연, 인연, 고향, 나라를 마중 나가는 듯한 시인의 심정이 곳곳에 녹아 있다. 192쪽. 1만 5000원.
  • 빌 게이츠 부부 이혼 사유, 힌트는 멀린다 저서에?

    빌 게이츠 부부 이혼 사유, 힌트는 멀린다 저서에?

    ‘모범 부부’로 전 세계에 알려졌던 빌 게이츠 부부가 전격 이혼을 발표한 가운데 외신은 공개되지 않은 이혼 사유에 대한 힌트가 부인 멀린다의 저서에 담긴 일화에 있다고 봤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멀린다가 2019년 펴낸 저서 ‘누구도 멈출 수 없다’(원제 The Moment of Lift)에 나오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빌 게이츠 부부가 공동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매년 초 연례 서한을 발표하는데, 2013년 이 연례 서한을 누가 작성할지를 두고 티격태격하다가 부부 싸움이 벌어졌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은 2000년 이 재단을 세우고 함께 운영하면서 지구촌 기아와 불평등 퇴치, 교육 확대 등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재단의 시초는 1996년 설립된 게이츠 도서재단과 1998년 합병된 아버지 윌리엄 게이츠의 재단이지만, 재단이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규모로 자선과 연구 지원에 나선 것은 부인 멀린다의 영향이 컸다. 재단은 연례 서한을 통해 운영 방향과 세계적 이슈 등에 대한 빌 게이츠 부부의 견해를 장문으로 밝혀왔는데, 주로 빌이 작성해왔다. 그러다 2013년 멀린다가 자신도 서한을 공동 작성하겠다고 나섰는데, 빌이 이를 못마땅해 했다는 것이다. 다툼 끝에 결국 빌은 재단의 연례 서한은 자신이 쓰는 대신 멀린다는 별도의 주제로 글을 따로 작성해 올리기로 합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후 2015년에는 두 사람이 연례 서한에 공동 서명했다.멀린다는 저서에서 “빌은 연례 서한 업무가 수년간 잘 진행돼왔는데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면서 “그는 어떻게 해야 동등한 것인지, 나 역시 어떻게 하면 한발 더 올라가 동등해질 수 있는지 배워야 했다”고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빌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멀린다의 기나긴 여정이 두 사람의 이혼 발표로 새로운 장에 들어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빌과 멀린다는 이날 각자의 트위터에 올린 공동성명에서 “우리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과 노력 끝에 우리는 결혼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해 충격을 줬다. 이들은 “우리는 신념을 여전히 공유하고 재단에서 계속 함께 일하겠지만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멀린다는 빌과 재단을 운영하면서 2015년에는 여성과 가족에 초점을 맞춘 투자회사 ‘피보탈 벤처스’를 설립하는 등 여권 운동가로서의 입지도 구축해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멀린다는 해당 저서에서 세계 빈곤의 원인과 관련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가족계획, 무급노동, 조혼, 여자아이 교육, 직장 내 성 평등 문제 등 9가지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 이 책의 부제는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세상이 바뀐다’(How Empowering Women Changes the World)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내 이름으로 책 만들자” 시민 책 쓰기 운동 지원

     허석 순천시장은 언론인이자 30여권의 책을 펴낸 문학인이다. 시정 경험을 다룬 ‘시장실 25시’와 간부 공무원 혁신 제언서 ‘신(新) 우리는 일꾼’, 전남 22개 시군의 대표 설화를 정리한 ‘설화와 인물’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런 경험을 활용해 시민들의 다양한 책쓰기 운동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허 시장은 “사람이 태어나서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 권을 낸다고 하는 것은 정말 의미가 있는 일이다”는 말을 주변에 자주 한다. 시민 누구나 각자의 얘기를 담은 책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뒤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하게 책을 내고 있다. 1인당 50만원씩 출판비를 지급한다. 시민 26명, 시청 공무원 28명이 본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발간했다.  문맹이었던 할머니들이 글을 배워서 인생 얘기를 쓴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는 미국이나 유럽에 거주하는 출향민들에게까지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창작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시는 올해 ‘특정 날짜에 시민들이 출간한 도서가 가장 많은 도시’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아이 좋은 ‘공공 키카’ 맘까지 사로잡은 강동

    아이 좋은 ‘공공 키카’ 맘까지 사로잡은 강동

    양육지원 등 영유아 복합 커뮤니티 시설자연친화적 콘셉트로 코로나 블루 위로내년까지 3곳 확충… 총 10곳 운영 계획지점별 여건에 맞는 특화 서비스 제공“출산·양육·가족 친화 정책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아이 키우기 좋은 강동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서울 강동구의 신흥 주거타운으로 떠오른 고덕동 아파트 단지 ‘육아 맘’들의 시선이 지난달 15일 상일동역 인근 고덕그라시움일반상가 2층에 있는 ‘아이·맘 강동 7호 고덕점’에 쏠렸다. 강동구의 히트 상품인 공공 키즈카페 아이·맘 7호점이 이날 주민들에게 첫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개소식을 찾은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아이·맘 카페처럼 도시 곳곳의 공간을 혁신해 부족함 없는 육아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자신하며 이같이 말했다. 36개월 된 딸을 동반한 A(41)씨는 “이웃들로부터 아이·맘 카페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잘돼 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그동안 천호점에 갔었는데 아이·맘 카페가 집 가까운 곳에 생겨 반갑다”며 기뻐했다. 아이·맘 강동 카페는 건강하고 행복한 양육 문화 지원을 위해 구가 직영하는 영유아 복합커뮤니티 시설이다. 이 구청장은 저출산 시대 양육지원과 영유아의 놀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로운 놀이 환경 구축을 위해 아이·맘 강동을 권역별로 설치해 돌봄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말 개소한 암사점에 이어 올해 8호 암사시장점도 차례로 개소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둔촌·성내 권역과 강일2지구 권역에 카페를 추가 확충해 총 10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이·맘 강동은 장난감, 도서, 육아용품 등의 대여와 부모와 함께 놀이할 수 있는 열린놀이터, 영유아 발달 촉진을 위한 통합발달 놀이 프로그램 공간 아이자람터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다. 호점별로 여건에 맞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열린놀이터와 부모들이 육아정보를 공유하는 자조모임 공간으로 조성돼 운영된다. 열린놀이터는 영유아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그물 놀이터, 자연을 느끼고 촉감 및 신체놀이를 할 수 있는 나무놀이터, 부모와 함께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마음놀이터 등 이 외에도 상상놀이터와 창의놀이터 공간에서 영유아가 자유롭게 놀이하며 놀이의 기쁨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이·맘 강동 7호 고덕점 관계자는 “고덕점은 코로나19로 외출을 잘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나무, 숲, 물 등을 느끼며 놀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콘셉트로 카페를 기획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은 화~토요일 오전 9시~오후 6시며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는 점심시간 및 소독·정비 시간으로 운영이 중단된다. 이용 대상은 취학 전 영유아와 (조)부모이고 지역 어린이집 등에서도 단체로 이용할 수 있다. 예약 신청은 강동어린이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아이·맘 강동 7호 고덕점(02-3425-9435~6)으로 문의하면 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톡톡 쿵쿵 곰곰 슥슥 어른들 모르는 박공형 정거장

    톡톡 쿵쿵 곰곰 슥슥 어른들 모르는 박공형 정거장

    건축가들은 사용자의 생활을 관찰하고 요구를 파악한 뒤 자연과 역사, 도시적 맥락을 고려해 공간을 디자인한다. 때로 사용자들을 적극적으로 디자인 기획에 끌어들이기도 한다. 전주시립도서관 3층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트윈세대 전용 공간 ‘우주로 1216’의 경우다. ‘트윈’(tween)은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의 합성어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의 연령대를 가리킨다. 공간 구축을 맡았던 이유에스플러스건축의 공동대표 서민우·지정우 건축가를 만나 참여설계를 기반으로 한 우주로 1216의 설계 과정을 들어 봤다.우주로 1216은 도서관 건물에 자리잡았지만 조용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도서관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맘껏 떠들고 쿵쿵거리며 친구들과 뛰어다녀도 된다. 친구들과 몸을 던져 놀기도 하고 다락방 같은 곳에서는 책을 읽다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혼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아이, 소파에서 독서 중인 아이도 있다. 한 테이블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생 둘이 3D 펜슬로 자동차도 만들고, 어떤 아이들은 블록 쌓기를 한다. 어떤 아이는 책 보다가 철봉을 넘기도 한다. 녹음실에서는 친구들과 목청을 높여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선생님에게 뜨개질 수업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형님뻘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그물망 위의 아지트에서, 언니뻘 되는 아이들은 창가에 마련된 바테이블에서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중이다. 다양한 디자인의 가구와 설치물을 이용해 자유롭게 놀고, 만들고, 얘기하고, 그러다 지치면 책을 본다. 아무튼 다들 즐겁다. 트윈세대는 나이로 치면 12세에서 16세,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의 아이들이다. 어느 정도 자기 의견이 서고 취향이 생기는 중요한 시기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거의 없다. 중요도에 비해 그들을 위한 공간 자원은 마련돼 있지 않다. 지정우 건축가는 “트윈세대는 어린이의 세계에서 청소년의 세계로 건너가는 전환점에 선 나이”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영역에 호기심이 생기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지만, 집과 학교 공간은 그 요구를 채워 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는 “학교는 천편일률적이고 집도 아파트나 빌라여서 구조가 단순하고, 도서관은 너무 딱딱하다. 키즈카페와 입시학원 사이에서 안전한 탐험공간과도 같은 곳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트윈세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제안은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도서문화재단씨앗에서 비롯됐다. 첫 사업으로 전주시립도서관 1개 층 전체를 트윈세대의 전용공간으로 구축하기로 하고 벤처 1세대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C프로그램이 프로젝트 기획과 진행을 맡아 ‘스페이스 T’ 프로젝트가 2019년 1월 출범했다. 콘텐츠 기획은 진저티프로젝트가 맡았고 어린이박물관과 학교 등의 디자인 경험이 축적된 이유에스플러스 건축은 물리적 공간의 구축을 맡게 됐다.두 건축가의 접근 방법은 시작부터 달랐다. 아이들에게 ‘주말에 가는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가 있나요?’,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이 담긴 ‘트윈 공간노트’를 나눠 주고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했다. “원하는 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아이디어를 단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전주시라는 도시적 맥락에서 트윈세대의 일상이 어떤지, 아이들이 주로 가는 곳,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 등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글을 써 보도록 했습니다.” 서민우 건축가의 말이다. 트윈세대 공간은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것인 데다 공간을 새로 짓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부터 어떤 구상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층고는 똑같고 옆으로 기다란 평면적인 공간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구상할지 처음엔 막막하기도 했다”는 지 건축가는 “아이들과 디자인워크숍으로 만나면서 이들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 디자인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낀 세대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의 우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집과 학교 외에 가장 마음 편하게, 자주 가는 곳이 고작 편의점이었다. 돈이 좀 있다면 모아서 친구들이 함께 노래방에 가서 발산하는 정도였다.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제한적이었지만 원하는 공간은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 의무감이 없는 공간, 친구네 집같이 편안하면서도 자유로운 공간, 공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아이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서인지 생각을 촘촘하게 얘기해 주었다. 이 공간에서 갖게 될 감성과 느낌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워크숍에서 얻은 아이디어에 “트윈공간노트를 해부하면서 전주라는 지역 특성을 살린 ‘길’을 디자인 콘셉트로 도출할 수 있었고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간개념을 구체화시켜”(지 건축가) 설계를 완성했다. 우주로 1216은 박공형 구조물이 설치된 길 ‘트윈가로’를 중심으로 네 개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다. 구역은 구획을 짓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트윈세대 아이들의 다양한 에너지 레벨과 생각, 감성과 의지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각 구역은 조금씩 다른 재료와 분위기를 갖는다. 아이들이 각기 다양한 관심사와 삶의 방식, 그날의 감정에 따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를 넓고 깊게 확장시켜 나가도록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 데스크를 거쳐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소통을 위한 ‘톡톡존’이고, 그 다음은 ‘쿵쿵존’이다. 공연을 하거나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우주선이 안착한 것 같은 고무재질의 구조물이 놓여 있다. 사내아이들은 여기에 몸을 던지며 논다. 천장에는 각이 진 철봉이 나란히 박혀 있다. 아이들은 뛰고 뒹굴고 매달리면서 에너지를 발산한다. ‘슥슥존’은 무엇이든 만들어 보며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간이다. 종이, 물감, 실 등 창작을 위한 모든 재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편안한 의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는 곳은 사색의 공간 ‘곰곰존’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독서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구석진 곳에는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책상도 마련돼 있다. 벽장 뒤에는 비밀 공간도 있다. 서 건축가는 “학교든, 놀이터든 디자인을 할 때 자칫 범하기 쉬운 오류가 있는데 그건 어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이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 하면서 디자인을 한다”고 했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정해 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잘 알아서 이용한다”면서 이용자인 아이들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덧붙였다.우주로 1216에서 아이들은 유별난 ‘우주인’이 된다. ‘우주’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트윈세대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우주정거장 같은 역할을 하는 안내 데스크는 ‘지구인 출몰지역’이라고 이름 지었다. 전주시립도서관 사서들은 이곳에서 ‘지구인’의 역할을 맡아 우주인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에만 등장한다. 코넬대 선후배 사이인 지정우·서민우 건축가는 비슷한 또래의 트윈세대 아이들을 두었다. 집에서 아이들과 소통할 때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다는 그들은 건축가인 동시에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고 했다. “건축 설계의 완성은 사람이 한다고 하는데 이 공간 역시 아이들이 완성해 주고 있어요. 아이들은 누가 무얼 하라고 지시하거나 참견하지 않아도 이곳에 와서 그날의 기분에 맞게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가서 원하는 것을 합니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공간을 이용해 본 아이들이 점점 많아졌을 때 우리 사회도 바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서 건축가) “우주로 1216이 트윈세대에게 인생이라는 너른 우주로의 창의적인 탐험을 위한 정거장의 역할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레 크리에이터가 됩니다. 이곳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20·30대가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지 건축가) 우주로 1216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상(대통령상)과 국토교통부 주최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곳을 찾은 날 전주에는 봄비가 제법 내렸다. 나무들이 봄비 속에 싱싱하게 자라는 것처럼 이곳에서 뛰어노는 트윈세대 아이들이 푸른 꿈을 쑥쑥 키워 나갈 거란 기대감이 커진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민감한 시기에… 한명숙 “난 결백” 자서전 출간

    민감한 시기에… 한명숙 “난 결백” 자서전 출간

    노무현재단 초대 이사장인 ‘친노 대모’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등에 대한 소회를 담은 자서전을 출간한다. 2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도서출판 ‘생각생각’과 함께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 :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출간을 앞두고 펀딩을 진행 중이다. 출간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5월 23일) 즈음인 이달 말쯤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로 예상되는 여권의 대선 예비경선 등에서 검찰·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주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한 전 총리는 책의 머리말에서 “난 결백하다. 그것은 진실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 근 10년 동안을 어둠 속에 갇혀 살았다”며 “6년 세월을 검찰이 만든 조작재판과 싸웠다. 결국 불의한 정권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무자비한 공격에 쓰러져 2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고 했다. 이어 “그리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출소 후 2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혹독한 시련이었다”고 토로했다. 이해찬(4대 노무현재단 이사장)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부독재에 기생해 ‘그렇게 살아왔던’ 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을 탄압하고 누명을 씌웠는지 그 진실이 담겨 있다”고 추천사를 적었다.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한 전 총리의 대담도 자서전에 반영됐다. 앞서 한 전 총리는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또한 대검찰청은 지난 3월 한 전 총리 재판에서 모해위증 의혹이 제기된 재소자를 무혐의 처분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보은군에도 극장 생겼다…결초보은 문화누리관

    보은군에도 극장 생겼다…결초보은 문화누리관

    보은군에 영화관과 군립도서관을 갖춘 ‘결초보은 문화누리관’이 30일 개관했다. 결초보은 문화누리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2002㎡ 규모다. 1만 5000여권의 도서를 보관할 수 있는 보존서고, 자료실, 91석(3D 54석 1관, 2D 37석 1관)의 관람석을 갖춘 영화관, 다목적실(세미나실), 일반열람실, 야외 휴게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영화관은 ㈜씨네큐가 수탁 운영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시설 점검을 위해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하고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개 상영관에서 각각 하루 3차례 최신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관람료는 일반영화 6000원, 입체영화 8000원이다. 사병(의경포함), 국가보훈 대상자, 청소년(만 18세 이하), 장애인, 경로우대자(만 65세 이상)는 신분증을 제시하면 10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개관 기념으로 이날 ‘톰과제리’와 ‘미션파서블’이 1회 무료상영된다. 첫 유료상영작은 ‘내일의 기억’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다.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책과 자료를 만날수 있다. 1층 어린이 자료실에는 아이들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유아·어린이 도서 1811권과 학습 및 게임을 병행할 수 있는 디지털 플레이 그라운드가 구축됐다. 실버·장애인 자료실에는 점자도서 20종 82권이 마련됐다. 장애인 편의 제공을 위해 독서확대기, 전동식 높낮이 책상, 휠체어 등도 갖췄다. 2층 종합자료실에는 보은군 출신으로 대한민국 실경산수화 개척자인 이열모 화백이 소장했던 미술관련 도서 446권과 기증받은 도서 등 총 1만954권이 진열됐다. 군이 직영하는 도서관은 코로나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야외는 분수, 물놀이시설, 탈의실, 샤워시설 등으로 꾸며져 여름철 어린이들의 인기 피서장소가 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지역에 첫 영화관이 문을 여는 등 군민들의 수준 높은 문화생활이 기대된다”며 “지역주민들의 문화활동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 한인·흑인 눈으로 본 美인종갈등

    한인·흑인 눈으로 본 美인종갈등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스테프 차 지음/이나경 옮김/황금가지/404쪽/1만 3800원 1992년 4월 29일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은 흑인을 구타한 백인 경찰관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분노한 흑인들이 한인 상점을 약탈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왜 한인 상점이었나. 이 답을 알려면 1년 전 일을 돌아봐야 한다. 한국계 상점 주인 두순자씨는 열다섯 살 흑인 소녀를 강도로 오인해 목숨을 빼앗았지만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흑인 사회에선 두 사건이 하나가 되면서 분노가 치솟았다.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치열한 생존이 미국 주류사회 편입과 돈벌이에 집착하는 억척스러움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소외받는 흑인들에겐 ‘어글리 코리안’으로 비칠 수도 있다.재미 교포 작가 스테프 차(한국명 차영애)의 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이런 한인과 흑인 가정의 시선을 모두 담아 미국 인종갈등의 실상과 딜레마를 그렸다. LA타임스 도서상을 받은 이 책은 1991년과 2019년을 넘나들며 인종갈등을 부추긴 구조적 문제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남긴 깊은 상처를 짚는다. LA 한인 마켓에서 약사로 일하는 교포 그레이스 박은 최근 경찰에 의해 사망한 10대 흑인 소년 추모 열기에 불편해하는 부모를 보고 의아해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정체 모를 괴한의 총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28년 전 어머니가 한 흑인 소녀를 사살했던 일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어릴 때 누나 에이바를 눈앞에서 잃은 숀은 강도 사건으로 수감된 사촌 레이를 대신해 남은 가족들을 돌보며 살아왔지만,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레이가 불안하기만 하다. 독자는 그레이스의 어머니에게 총을 쏜 범인이 과연 누구일지 궁금증을 품으면서 책장을 넘기게 된다.작가는 ‘두순자 사건’의 비극적 진실을 최대한 살리되 인종, 가족, 폭력, 용서의 문제를 모두 파고들었다. 뒤늦게 어머니의 잘못을 알게 된 그레이스가 숀을 찾아 용서를 구하지만, 숀에게는 알량한 자비를 구걸해 위안을 구하려는 행위로 보일 뿐이다. 그레이스는 어머니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한인 교회 사람들에게 “세상을 더 나쁜 곳으로 만들고, 하느님에게 잘못했다고 하면 되는 거예요?”(226쪽)라고 일침을 가한다.성공 지향적이고 한국식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부모 세대와의 갈등 등 2세대 한인 교포 여성의 시점에서 그리는 이민자 사회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방인’으로 남은 이민 가정의 애환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로서의 한인 사회도 균형 있게 조명해 ‘인종의 용광로’에 융합될 것을 촉구해서다. 아울러 현재에도 진행되는 인종차별과 동양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30년 전과 별반 다름이 없음을 고발한다. 한 한인 가정의 ‘아메리칸 드림’이 인종차별의 악몽으로 변모하는데도 이를 방치하는 미국 언론과 공권력의 무지함도 폭로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모든 역경에 저항하는 인간 존엄의 힘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한 짓을 용서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 사람은) 용서해요. (중략)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게 어떤지 저도 아니까요”(382쪽)라는 숀의 이모에게서 화해를 통한 변혁의 가능성을 엿본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인종 차이를 넘어 소통해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소설을 덮고도 곱씹게 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일성 회고록’ 심의 대상 아냐” 간행물윤리위…판매금지 법적 불가 [이슈픽]

    “‘김일성 회고록’ 심의 대상 아냐” 간행물윤리위…판매금지 법적 불가 [이슈픽]

    현재로선 판매 금지 법적 근거 없어책 ‘세기와 더불어 8권 세트’, 김일성 원전그대로 옮겨 ‘사실 왜곡’·실정법 위반 논란출판사 “원전 그대로 출간이 왜 법 위반이냐”시민단체 판매금지 가처분…교보, 판매 중지간행물윤리위원회가 28일 최근 국내에 출간돼 실정법 위반 논란으로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가 판매를 중지한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심의하지 않기로 했다. 이념성 도서는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윤리위측 판단이다. 김 주석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로 6·25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 전쟁을 촉발해 수많은 희생과 민족적 아픔을 낳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념성 도서는 심의 대상 포함 안해” 간행물윤리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사무소에서 심의위원 임시 전체회의를 열어 이념성 도서는 심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간행물윤리위 관계자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18조에 따른 심의 대상은 소설, 만화, 사진집 등으로 김일성 회고록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났기 때문에 심의도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간행물윤리위가 심의 결과 유해 간행물로 지정하면 해당 간행물은 수거, 폐기되지만 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지난 23일 서울서부지법에 판매·배포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결과에 따라 판매 가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은 지난 1일 출간한 김일성이 저자인 ‘세기와 더불어’(8권 세트)는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사실 왜곡과 국내 실정법 위반 등의 논란이 일었다.출판사 “김일성 항일운동 인정해줘야” 민족사랑방의 김승균(82)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송구스럽다”면서도 “김일성의 항일운동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 특수자료 취급 인가를 받은 남북교역 주식회사를 통해 2012년에 원전을 들여온 거라서 원전을 그대로 출간했다고 법 위반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김 대표는 북한 관련 무역 등을 하는 중소기업인 남북교역 대표도 맡고 있다. 한국출판협동조합 관계자는 “출판사에서 책을 유통해달라고 하면 철회 의사가 없는 한 계약 관계에 따라 절차상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를 중단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교보문고 판매 중지 “법 판단 후 재개”“독자 보호 차원…정치적 판단 무관” 다만 교보문고 등이 판매를 중지했고, 총판을 맡은 한국출판협동조합도 서점에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구매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보문고 측은 지난 22일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향후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따라 추후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北정보 통제는 국민 유아 취급”“국민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해야” 김일성 회고록 등 북한 출판물의 국내 출간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면서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다.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자”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핵심은]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지로 ‘보안법’ 다시 논란

    [핵심은]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지로 ‘보안법’ 다시 논란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국내 출간교보문고 등 대형 온라인서점 잇따라 판매 중지시민단체, 회고록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신청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보안법’ 비판 의견도‘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수영 시인이 국가보안법(보안법)을 규탄하고자 1960년에 쓴 시다. 김일성을 찬양하든 비판하든 그것은 개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자 자유이며 국가가 이를 압제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보안법 존폐에 대한 논쟁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최근 교보문고가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를 자체적으로 중단하면서 보안법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랐다. 핵심 ① 독자 처벌 우려해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지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1992년 북한에서 김일성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대외 선전용으로 발간했다. 김 주석의 출생부터 해방 전 항일무장투쟁 기간을 다루었다. 북한에서 8권의 책으로 출간한 내용을 지난 1일 국내 출판사 민족사랑방에서 그대로 옮긴 것이다. 회고록이 출간되자 국내 실정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법원에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경찰과 통일부도 해당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보안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소지가 있었는지 검토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이 책의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과거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민족사랑방 대표 김승균씨는 회고록을 연구기관 등에 공급하기 위해 9년 전 당국의 승인을 받고 북한에서 들여왔다고 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말로 번역 출판된 책으로, 남한은 출판 허가제가 아니라 괜찮다고 봤는데 본의 아니게 논란이 커져 송구하다”며 “경찰이나 통일부 등과 협의할 게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800여 개의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 공급됐다. 출판사와 서점 간 직거래 방식아 아니어서 서점이 선별해 들일 수 없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책이 입고되고도 한동안은 판매되지 않다가 한 언론사의 ‘이적표현물 논란’ 보도가 나가면서 소량 판매됐다. 교보문고를 비롯해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각각 10여부씩 판매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출간 직후에는 온라인서점뿐만 아니라 매장에도 비치해 판매하고 있었지만, 한 언론사에서 국보법 위반 문제를 제기해 23일부터 신규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며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독자가 살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문고는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판매 여부를 다시 결정할 방침이다. 다른 인터넷서점들도 줄줄이 판매를 중단했다. 예스24 측은 “이적표현물 논란이 일고 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졌다”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판매 적합성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고 한국출판협동조합에서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어쩔 수 없이 중단한 것”이라고 했다. 알라딘 관계자 역시 “수급이 안 되는데 어떻게 판매하겠냐”며 26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영풍문고, 인터파크 도서, 반디앤루니스 등 다른 대형 온라인서점들도 책 제목을 검색하면 상품 정보가 없다고 나오거나 품절됐다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핵심 ② 시대 변화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보안법 잔존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는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판매·소지·반포·판매·취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국가보안법 7조 5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명백한 이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북한 문헌 등 학술 목적의 자료로 취급 인가를 받은 대학·연구기관·도서관 등이 관련 출판물을 보관하고, 이를 별도로 허가 절차를 밟은 사람이 열람하는 것은 문제없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박병태)는 27일 ‘세기와 더불어’ 8권에 대한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NPK) 측 도태우 변호사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책이 합법적 채널로 유통되는 것은 헌법에 나온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에 배치된다”며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대법원에서 이미 이적표현물로 규정한 바 있다. 2011년 대법원은 허가 없이 방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에 대한 원심판결(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확정하면서 “‘세기와 더불어’를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200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북한 서적 전문판매점에서 ‘세기와 더불어’를 구매해 보관하고 있었다. 간행물윤리위도 김일성 회고록을 유해간행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간행물윤리위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거나 체제전복 활동을 고무 또는 선동해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으로 ‘보편타당한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민족사적 정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에 해당하면 유해간행물로 본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북한 관련 콘텐츠를 접하기 쉬워진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유튜브만 검색해봐도 북한에서 출판된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수두룩하다. 정보가 열려 있어야 실상을 파악하고 때론 더욱 경계할 수 있다. 단순히 북한 권력자를 미화한 콘텐츠를 보고 동조할 만큼 인간은 단순하지 않으며 시민의식도 높아졌다. 북한 관련 사안에 민감한 보수정당들도 이번엔 우려를 표했다.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일성 회고록은) 북한의 허황된 김일성 우상화의 실체를 깨닫게 해줄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체제의 우월성을 믿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식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자”는 글을 올렸다. 법도 사람 간 약속이라 시류를 타고 변화한다. 1948년 제정돼 군부독재시절 민주주의를 염원하던 수많은 시민을 탄압하는 데 악용돼온 보안법도 이제 그 필요성을 돌이켜볼 때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모든 이들 행복하길”…정진석 추기경 선종, 다 주고 떠나다(종합)

    “모든 이들 행복하길”…정진석 추기경 선종, 다 주고 떠나다(종합)

    1970년 최연소 주교2006년 국내 두번째 추기경청주·서울대교구장 42년 활동‘교회법전’ 번역·해설서 역작 평가신학생 때부터 번역·저술 50여권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이날 “정 추기경께서 오늘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하셨다”며 “현재 장기기증 의사에 따라 안구 적출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발명가 꿈꿨던 소년 정진석, 최연소 주교에서 교회법 권위자로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은 최연소 주교로 발탁돼 42년간 청주교구·서울대교구장을 지낸 한국 가톨릭교회의 대표 인사다. 정 추기경은 어린 시절 발명가를 꿈꿨으나 한국전쟁의 참상을 겪고서 사제의 길을 택했다. 언제나 책과 가까웠던 그는 60년 사목 활동 중에도 독서와 집필을 놓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현직에서 떠난 뒤로는 매년 책을 내는 학자형 신부였다. 그가 20년 가까이 교회법전을 번역하고 해설서를 펴낸 일은 한국 가톨릭계에 큰 자취로 남아 있다. 발명가를 꿈꿨던 소년, 가톨릭 사제가 되다 천주교계에 따르면 1931년 12월 2일(호적상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나흘만인 6일 ‘니콜라오’라는 세례명으로 유아세례를 받았다. 외할아버지가 당시 명동성당 사목회장이었을 만큼 집안 신앙생활은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교적 부유했던 외가에서 자란 그는 당시 서울 명동의 계성보통학교에 다닐 때 책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인근 소공동에는 일본인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책을 접했고 이때 발명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중앙중학교를 거쳐 6·25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 발명가, 과학자의 길로 한 걸음 다가섰으나 불과 두 달 만에 터진 전쟁은 그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놨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가 정 추기경의 회고를 토대로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했던 ‘추기경 정진석’에는 그가 겪은 전쟁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 추기경은 1950년 9월 6촌 동생과 함께 은신해있던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만 폭격으로 무너져내린 서까래에 동생이 숨지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충격적인 사건은 그에게 동생 몫까지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불러왔고, 후에도 그는 동생의 안식을 기도했다고 한다. 정 추기경이 사제가 되기로 한 데에는 책 한 권이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첫 번째 역서이기도 한 ‘성녀 마리아 고레티’이다. 한국전쟁에 국민방위군으로 징집됐던 정 추기경은 미군 통역병으로 일하며 알게 된 미군 군종 신부의 책장에서 이 책을 가져와 읽게 됐고, 성녀의 행적에 사제의 길을 갈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마리아 고레티 성녀’의 이야기는 그의 영혼에 크고 환한 빛을 비췄다. 희미하던 새벽의 어둠이 해가 뜨면서 사라져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사제가 돼야겠다’”(허영엽 신부 책 ‘추기경 정진석’ 中) 당시 외아들을 신학교에 보내려면 주교의 허락이 필요했는데, 노기남 주교는 입학을 반대했다고 한다. 아들이 사제가 되기를 바랐던 정 추기경 어머니의 완곡한 부탁에 노 주교도 학교 입학을 허용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최연소 주교·청주교구장 28년…서울대교구장에 추기경 서임까지 1954년 신학교에 입학한 그는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신자들과 함께하는 신부로, 신학교 교사로, 교구장 비서로 봉직한 그는 1968년 로마 우르바노 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다. 후일 교회법 전문가로서 길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1년 반 만에 교회법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방학 때 미국 교회를 방문하는데 이곳에서 자신이 주교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당시 만 39세였던 그가 최연소 주교가 된 것이다. 그는 1970년 가난하고 힘들었던 청주교구장에 취임했다. 정 추기경은 첫 사목 표어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었다. 주교로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의 적극적인 사목활동으로 1970년 4만 8000명에 그쳤던 교구 신자 수는 1990년 8만명으로 불어났다. 그가 서울대교구장으로 부름을 받은 건 1998년이다.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정년을 맞아 교황청에 사직서를 내자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그가 후임 교구장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는 2012년까지 14년간 서울대교구장을 지내며 여러 변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뒤로 신부들의 투표로 교구 지구장을 선출토록 해 지구 중심의 사목 체제를 만들었다. 2000년에는 교구 시노드(synod)를 개최했다. 시노드는 교리와 규율 등을 전반적으로 토의하는 자문기구 성격의 교회 회의체다. 교구 시노드는 1922년 열린 이후 약 80년 만에 다시 개최된 것이다. 정 추기경은 청주교구장 때부터 생명을 사목활동의 맨 앞에 뒀는데, 2005년 비로소 생명 운동을 본격 추진할 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생명 운동의 연장선에서 그는 일찌감치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2006년 서울대교구 성체대회 당시 공개적으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약속하는 사후 장기기증에 서명했다. 당시 서울대교구 사제 중 600여 명이 교구장이었던 정 추기경의 뜻에 함께했다.‘교회법’ 권위자…집필에 평생 바친 사제 정 추기경의 생애를 돌아볼 때 교회법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제가 된 뒤 신학교 교사를 하며 라틴어를 익혔던 정 추기경은 1968년 로마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교회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유학 시절 라틴어-일본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는 그가 라틴어 교회법전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는 결심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청주교구장으로 있던 1983년 교회법 번역위원회를 출범하고, 교회법을 전공한 사제 10여명과 함께 교회법전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게 시작한 장도는 1989년 라틴어-한국어 대역판 교회법전을 내놓으며 결실을 봤다. 그는 역작을 낸 뒤로도 교회법을 쉽고 정확히 알리고 싶었던 바람을 놓지 않았다. 교회법 해설서를 틈틈이 쓰기 시작해 2002년까지 총 15권짜리 교회법 해설서를 완간했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교회법에 매달린 성과였다. 정 추기경은 매년 책을 쓰는 신부로도 유명했다. 1955년 ‘성녀 마리아 고레티’를 시작으로 그가 우리말로 번역한 역서는 13권이다. 저서로는 1961년 낸 ‘장미꽃다발’부터 2019년 쓴 ‘위대한 사명’까지 45권에 이른다. 50권을 훌쩍 넘는 집필의 힘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독서에서 비롯됐다.명동성당서 선종미사…장례는 5일장으로 거행 정 추기경은 지난달 22일 병실을 찾은 서울대교구장 후임인 염수정 추기경 등에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데, 빨리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하자. 주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한다”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 더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 모든 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정 추기경이) 25일 통장 잔액을 모두 필요한 곳에 봉헌하셨다. 당신의 삶을 정리하는 차원에서인지 몇 곳을 직접 지정해 도와주도록 했다”며 “나머지 얼마간의 돈은 고생한 의료진과 간호사들, 봉사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당신의 장례비를 남기겠다고 하셔서, 모든 사제가 평생 일한 교구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 그건 안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28일 0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미사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다. 정 추기경은 이날 오후 10시 15분 노환으로 입원해있던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그의 시신은 선종미사 동안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된다. 정 추기경의 선종미사는 명동대성당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그의 장례는 5월 1일까지 5일장으로 진행된다. 조문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한 가운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할 수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일성 회고록 국가보안법 무력화”…배포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

    “김일성 회고록 국가보안법 무력화”…배포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

    북한 김일성 주석을 미화했다는 항일 회고록에 대한 판매·배포금지를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 재판이 27일 열린 가운데 신청인 측이 “김일성 회고록 배포는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박병태)는 이날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8권에 대한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NPK) 측 도태우 변호사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책이 합법적 채널로 유통되는 것은 헌법에 나온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우리 체제를 수호할 수 있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을 밝혀주시라”고 요청했다. 이번 심문기일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나흘 만에 열렸다. 피신청자인 도서출판 민족사랑방 측은 출석하지 않았다. 피신청인 측 소송대리인은 이날 재판에 앞서 법원에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기일을 종결하고 신청인 측 추가 자료를 2주 내로 받아보기로 했다. 앞서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은 지난 1일 김일성을 저자로 한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를 출간했다. 이 책은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 왜곡과 국내 실정법 위반 등 논란이 일었다. 교보문고는 지난 23일부터 온·오프라인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등 다른 온라인 서점도 총판을 통한 판매를 중단했다. 경찰은 이 책과 관련한 고발을 접수해 수사하고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올해는 60+ 책의 해”…전화로 책 읽어드려요

    “올해는 60+ 책의 해”…전화로 책 읽어드려요

    책을 읽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게 전화로 책을 읽어주는 ‘전화로 책 읽어 드립니다’. 60세 이상이 직접 글을 쓰고 작가가 되어보는 ‘작가와 함께하는 행북(BOOK) 학교’. 요양원, 노인정 등으로 찾아가 어르신의 삶에서 의미 깊었던 책을 소개받는 ‘백 세 인생 내 인생의 책’. 고령인구 증가에 맞춰 노인들의 독서 증진을 위한 여러 사업이 추진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를 ‘2021 60+ 책의 해’로 정하고, 고령층을 위한 독서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들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책을 읽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60+ 세대’에게 전화로 책을 읽어주며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를 꾀하는 ‘전화로 책 읽어 드립니다’가 우선 눈에 띈다. 지자체 3곳을 선정해 낭독 활동가들이 비대면으로 책을 읽어줄 예정이다. ‘60+ 세대가 60+ 글자로 건네는 책 이야기’는 60대 이상이 60글자 이상의 독후감을 쓰는 공모전이다. ‘백세 인생 내 인생의 책’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다. 소개받은 책은 60+ 책의 해 홈페이지(60book.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놀며 즐기는 독서·인문·문화 프로그램 ‘60+ 책 마실 가세’도 진행한다. 전국 10개 도서관을 모집해 큰글자책 활용 프로그램, 조손이 함께 도서관에 방문하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이밖에 60+ 책의 해 캠페인과 방송 프로그램, 책 사진 공모전, 독서 동아리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을 연중 이어간다. ‘60+ 책의 해’ 실행을 위해 출판, 독서, 도서관, 서점, 작가 등 관련 민간단체들이 ‘2021 60+ 책의 해 추진단’을 구성하고 이날 오후 출범식을 온라인으로 열었다. 출범식에서는 ‘60+ 책의 해’ 엠블럼과 표어, 포스터를 공개했다. 엠블럼은 숫자 60과 +, 안경을 활용했다. 표어는 ‘나이가 들다, 독서가 늘다’로 정했다. 문체부는 2018년 ‘책의 해’를 지정하고 특정 부문·계층별로 행사를 추진한다. 지난해에는 ‘청소년 책의 해’로 정해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교보, ‘이적 논란’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교보, ‘이적 논란’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교보 “고객 보호 차원…정치적 판단과 무관”예스24·알라딘 판매 중…총 100여부 주문시민단체 등 법원에 판금 가처분 신청 접수‘이적표현물’ 출간 논란을 부른 김일성 북한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교보문고에선 판매 중단됐다.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이 책에 대한 신규 판매를 더는 하지 않기로 하고, 당일 오후 4시부터 온라인서점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조처했다.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최근 낸 ‘세기와 더불어’(8권 세트)는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 왜곡 및 법 위반 등 논란이 일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출간을 막을 수가 없고, 판매 역시 일종의 도매상인 한국출판협동조합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각 유통사에게 배분하는 것이라 책을 받고 안 받고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인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면서 “향후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추후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책의 전체 주문량은 100여 부로 알려졌다. 교보문고에서는 10여 부가 판매됐다. 비슷한 수치로 주문된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는 29~30일 출고 예정이라고 고지돼 있다. 지난해 11월 출판사 등록한 민족사랑방은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김승균씨가 대표로 있다. 그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세계 여러 나라말로 번역 출판된 책으로, 남한은 출판 허가제가 아니라 괜찮다고 봤는데 본의 아니게 논란이 커져 송구하다”면서 “판매 수익금은 통일운동 기금에 사용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나 통일부 등과 협의할 게 있으면 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이 책의 심의 요청을 해놨다. 일부 시민단체와 개인들도 최근 법원에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11년 대법원이 이 서적을 ‘이적간행물’로 판단했기 때문에 간행물윤리위가 유해간행물로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 간행물윤리위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거나 체제전복 활동을 고무 또는 선동해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으로 ‘보편타당한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민족사적 정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에 해당하면 유해간행물이 된다. 이 경우 해당 시군구청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사법기관에 의한 수거, 폐기가 이어진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교보문고, “김일성 항일운동 인정”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교보문고, “김일성 항일운동 인정” 김일성 회고록 판매 중단

    교보 “책 사면 독자도 처벌…정치적 판단 무관”출판사 “원전 그대로 출간이 왜 법 위반이냐”시민단체 판매금지 가처분…현재 강제 못해하태경 “우상화 속을 국민 없다, 허용해야”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국가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간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판매를 중단했다. 교보문고 측은 “대법원이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책을 산 독자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 “고객 보호 차원”“법원 판단시 주문 재개 결정” 25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 23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세기와 더불어’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일 오후 4시부터 온라인서점에서도 ‘세기와 더불어’가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나 판단과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향후 법원이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따라 추후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빠른 판단이 이뤄져서 이런 상황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김일성을 저자로 해 지난 1일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8권 세트)는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 왜곡 및 법 위반 등 논란이 일었다.현재 주문량 100여부 교보문고는 이에 앞서 22일 광화문·강남 등 2개 오프라인 매장과 파주북시티 본사 물류센터에 있는 책 총 3부를 회수해 총판인 한국출판협동조합에 반납했다. 이 책은 출판사와 서점 간 직거래 방식이 아니라 800여 개의 국내 출판사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출판인단체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서만 온·오프라인 서점에 유통한다. 현재까지 전체 주문량은 100여 부로 알려졌다. 교보문고에서는 10여 부가 이미 판매됐고,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현재 이 책을 주문하면 예스24와 알라딘은 각각 오는 30일과 29일 배송이 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개인들이 최근 법원에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경찰과 통일부 등도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지만, 현 상황만으로는 책 판매 금지를 강제할 수 없다. 출판사 “김일성 항일운동 인정해줘야”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의 김승균(82)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한은 출판 허가제가 아니라 괜찮다고 봤는데 논란이 커져 본의 아니게 송구스럽다”면서도 “김일성의 항일운동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나 통일부 등과 협의할 게 있으면 하겠다”면서 “특수자료 취급 인가를 받은 남북교역 주식회사를 통해 2012년에 원전을 들여온 거라서 원전을 그대로 출간했다고 법 위반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을 지낸 그는 북한 관련 무역 등을 하는 중소기업인 남북교역 대표도 맡고 있다. 한국출판협동조합 관계자는 “출판사에서 책을 유통해달라고 하면 철회 의사가 없는 한 계약 관계에 따라 절차상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를 중단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北정보 통제는 국민 유아 취급”“국민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해야” 김일성 회고록 등 북한 출판물의 국내 출간을 허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면서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다.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자”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하태경 “김일성 회고록 속을 사람 어딨나…표현의 자유 보장하자”

    하태경 “김일성 회고록 속을 사람 어딨나…표현의 자유 보장하자”

    “북한 정보 통제, 국민 유아 취급하는 것”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사가 담긴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딨나”라며 출간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이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김일성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하 의원은 “우리 사회도 시대 변화와 높아진 국민 의식에 맞춰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라면서 “이제 국민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적극 보장하자”고 나섰다. 이어 “우리가 북한 책을 금지하면 한류를 금지하는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있겠나”라면서 “북한은 금지하더라도 우리는 북한 출판물을 허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자”고 강조했다. 앞서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은 지난 1일 김일성을 저자로 한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라는 이름의 책을 출간했다. 과거 북한에서 출간된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과거 김일성 미화와 사실관계 오류 등 회고록 내용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1990년대 회고록을 출간하려고 한 또 다른 출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이 있어 이번 출간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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