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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어떤 책 많이 읽혔나

    ◎「여보게 저승갈때…」 1위/「… 목민심서」 2위 차지/이념소설 퇴조,페미니즘류 인기 끌어 「책의 해」인 올해는 어떤 책들이 많이 읽혔을까. 종로서적이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1위는 석용산스님의 「여보게 저승갈때 뭘가지고 가지」가 차지했다.물론 서점의 위치나 성격에 따라 책이 팔리는 경향도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서울시내의 대표적인 대형서점 가운데 하나인 종로서적의 베스트셀러 순위는 올해의 독서경향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순위는 종로서적이 지난해 12월1일부터 11월말 현재까지 집계한 것.「여보게…」는 이 기간 동안 모두 1만3천6백38부가 팔려,9천4백21부가 팔려 2위를 차지한 황인경의 「소설 목민심서」를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여보게…」의 판매부수는 지난해 1위를 차지한 「오직 이 길 밖에는 없다」의 60.4%에 머물러 「책의 해」임에도 올해의 책시장이 위축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보게…」의 독주비결은 다양한 독자층을 끌어들이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에 비해 「반갑다 논리야」는대학수학능력시험의 바람을 탔다. 영화의 흥행성공에 힘입기는 했지만 「서편제」와 31위를 차지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잊고 있던 우리 자신을 다시 찾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 대표적인 베스트셀러.그러나이책들이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주춤해진 반면 「경제기사소프트」(24위)와 「멀티 레벨 마키팅전략」(44위)등 경제상식 및 경영혁신 이론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서점측의 설명이다.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1백위까지를 분야별로 보면 소설이 32종으로 가장 많고 수필이 18종,시가 14종,사회과학 16종,인문과학 10종,기독교 9종,어린이 1종(매직아이1)이다.자연과학도서는 1백위안에 한권도 오르지 못해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요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의 경우 문민정부 출범이후 이념소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내게 금지된 것을」(28위),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48위)등 남녀의 성차별을 조명한 페미니즘류가 인기를 끌었다.또 첨단기법과 추리기법을 동원한 「영원한 제국」(51위)과 「펠리컨 브리프」(15위)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신세대 독자들의 정서를 드러냈다.그러나 시의 경우 아직도 문학성에 관계없이 청소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부류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오히려 우려를 낳고 있다.
  • 「책의해」 어떤 성과거뒀나/격월간 「문화체육가족」서 특집

    ◎“책을 생각케 한것만으로도 성공적” 평가 「책의 해」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지난 1월19일 선포식 이후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책의 해」는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가. 문화체육부가 격월간으로 내는 「문화체육가족」11·12월호는 「책의 해를 정리한다」는 주제로 그 성과는 무엇이고 과제는 무엇인지를 특집으로 다루었다.참여한 사람은 출판평론가 이중한씨와 김경희 지식산업사대표,이성원 한국청소년도서재단대표,윤청광 책의 해 조직위원회대변인등 출판·독서계 중진들. 이들은 『책의 해는 국민 누구나가 한번쯤은 책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주었다는 점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는데 평가를 같이하고 『책의 해는 저물어가고 있지만 책에 대한 생각을 모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좀 더 조직적으로 정리해야하는등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중한씨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내 어디서건 책을 구해볼 수 있는 「책의 전달 기능」의 확대가 절실하다』면서 전국적인 도서배포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그는『책의 해는 이 시대의 삶과 내일의 삶의 준비를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로 급히 읽어야할 책,질적으로 최선인 책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면서 『이제부터 그런 책을 찾아내고 만둘 수 있게 하는 사회적 기능을 조직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표는 『책의 해는 책을 거들떠보지 않던 성인들에게 책을 전면에 부각시킨 공이 크다』면서 『올해는 「책의 해」 원년일 뿐 앞으로 우리 출판·독서계는 「책을 더 읽는 해」「더 좋은 책을 만드는 해」「읍·면·동에 도서관을 두는 해」로 문화운동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표는 학교와 군부대에 책을 기증하는 운동을 펼쳐 책의 조직위원회로 부터 「8월의 책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그는 『책의 해 지정 이후 세무혜택을 받기 시작하고 주위의 우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윤대변인은 『개인이건 단체건 기업이건 독서력이야말로 발전과 번영의 열쇠라는 사실을 절감했던 한해였다』면서 『책의 해의 성과는 앞으로도 이어져 책읽는 국민이 이 땅의 주인이 되도록 끊임없는 독서운동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HANA망 애용가/이광수교수·박찬정연구원(국제화·선진화의 기수들)

    ◎「인터네트」 상용화/PC통해 자료교환 검색·이론문답/멀잖아 움직이는 화상 수신도 가능 정보가 재산인 시대에 살고 있다.정보통신망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면서 학문과 연구의 세계도 이제 조그만 컴퓨터단말기 하나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인터네트(INTERNET)」로 통칭되는 국제학술연구망은 국가간 연구자료교환에서 자료목록검색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베이스(DB)를 신속히 전해 준다.때문에 국내 학자들은 연구실에 가만히 앉아서 다른 나라의 학자가 최근 무엇을 연구하며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금방 알수 있고 자신의 연구과제에 참고로 삼기도 한다. 숙명여대 전산학과 이광수교수(34)는 미국 유학시절인 지난88년부터 5년째 인터네트를 이용해 오고 있다.마침 전공과목도 이 분야라 컴퓨터망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남다르다. 지난해 4월부터는 한국통신의 인터네트인 「하나(HANA)망」을 통해 국제 학문교류를 하고 있다.숙명여대가 이 망에 가입치 않아 개인자격으로 가입한 이교수는 틈날 때마다 모니터를 켜고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다른 나라의 학문세계를 들여다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HANA망 가입자들이면 누구나 애용하는 전자우편(E­Mail)을 그 역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외국의 전문가와 편지로 간단한 컴퓨터 조작부터 깊은 이론에 이르기까지 문답을 교환함으로써 최신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 또 데이터를 검색하다가 외국 유명대학 교수의 한학기 강의내용을 발견하면 곧바로 자신의 강의에 참고하고 미국 AT&T연구소나 대학등의 연구보고서도 저널에 공개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어 여러면에서 도움을 받는다. 『각 나라의 문헌DB나 도서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보의 출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인터네트의 최대 장점이지요.그러나 전산학·물리학 등 이공계통 외에 다른 학문전공자의 사용이 어려운 점은 빨리 개선돼야 합니다』 그는 『인터네트에 뜨는 자료가 공개성 때문에 제한적이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면서 『우리도 이제 외국자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알찬 연구결과 등을 컴퓨터망에 올리고 지방대학 등의 기관가입도 서둘러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통신 SW연구소의 박찬정연구원(28·하이텔DB연구실)도 HANA망을 통해 지구촌 학문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서강대 전산학과를 나와 과학기술원 석사과정을 마친 그녀는 올해로 컴퓨터를 만난지 10년째.지난 90년 입사 당시에는 연구자료를 전화나 팩시밀리를 통해 모았으나 이제는 인터네트로 출력까지 가능해 여간 편리하지 않다고 한다. 그는 특히 인터네트 전자우편을 이용하면서 미국·영국·일본·싱가포르·캐나다·호주 등의 외국인 친구를 1백여명이나 사귀었다.요즘은 그 친구들과 전자편지를 주고 받는 재미로 하루에 몇 시간씩 컴퓨터앞에 붙어 있다. 그는 전자우편 외에 하나망서비스에서 제공하는 「화일전송」과 「화일검색」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이렇게 해서 개인적으로 모은 외국DB도 수백개나 된다. 『인터네트는 지금 당장 없는 자료라도 파일만 있으면 망이 연결된 곳이면 어느 나라에서나 책처럼 바로 뽑아볼 수 있어 유용한 정보를 얻는데는 이 보다 더 좋은 시스템이 없지요.특히 일반우편이나 전화로 외국의 정보를 구하려면 시간과 돈이 엄청나게 들지만 간단한 컴퓨터조작만으로 다량의 정확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에는 현재 HANA망을 비롯,연구전산망(KREONET),서울대의 교육전산망(KREN)등 3개망이 인터네트에 연결·가동되고 있다. 한국통신연구개발단의 송주형박사는 『인터네트는 현재 문자와 그림정보만 다루지만 몇년안에 멀티미디어시스템을 도입,움직이는 화상까지 보냄으로써 태양계와 은하계의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는 등 세계의 초·중·고등학생들의 산교육을 위한 국제망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강원 양양군 해발1천m두메 “우편 애독자” 황강연씨

    ◎“서울신문은 세상 내다보는 창”/“바깥소식 갈증 해소에 유일한 청량제”/5년전 간경변 진단받고 홀연히 도시 떠나/라디오도 안들리는 곳… 우체부권유로 인연/“우리집 4번째 식구… 새인생 동반자” 「매일 이 험한 1백30리길을 오토바이로 우편물(서울신문)을 배달해주는 우체부아저씨를 기다리는 마음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오늘의 새소식과 도시에 있는 친구들의 근황,가족들의 안부,세상의 변화등을 날마다 기다리게 한다.」오지 산간마을에 5년째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신예 작가 황강연씨(35).그는 최근 출간한 수상집 「산속의 피아니스트」(도서출판 한가람)에서 「하루늦게 보는 우편배달 신문의 재미」라는 소제목으로 매일 매일 서울신문을 기다리는 마음을 이렇게 털어놨다. 불꽃처럼 타올랐던 「세상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결국은 자연속에 묻혀버린 그에게 서울신문은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유일무이한 「문구멍」이다. 작가라기 보다는 차라리 자연운동가이고 싶어하는 그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 갈천약수터마을. 『서울신문은 「새로운」 인생살이의 전부이며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숨어살기를 자처했던 황씨가 서울신문과 이같이 진한 인연을 맺기 시작한것은 31살때인 지난 89년 11월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 평택에서 큼직한 농장을 운영하던 황씨는 그해 봄 걸핏하면 감기증세를 보여 망설임끝에 병원을 찾았고,결과는 간경변증이었다.삶의 종말을 예고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끌며 황씨는 어느날 홀연히 심신산골을 찾았다.만삭의 부인 김순옥씨(32)와 함께 서로 끌어주며 밀어주며 몇개인가 고개를 넘어 해질녘 걸음을 멈춘곳이 바로 갈천마을이었다. 그러나 갈천리는 단절된 공간­. 해발 1천m가 훨씬넘는 준령들에 빼곡히 둘러 싸여 그 흔해빠진 TV는 커녕 라디오전파조차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해 11월 중순,그러니까 서울신문 44번째 창간기념일 무렵이었다.가뭄에 콩나듯 산골을 찾아주는 유일한 외지인인 우체부아저씨를 만나 세상소식에 대한 타는듯한 목마름을 털어놨다.집배원 김수환씨(55·양양군 수상우체국)는 즉석에서 서울신문정기구독을 권유했고 황씨도 귀가 솔깃했다. 신문배달이 늦을 수 밖에 없는 오지마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부터 김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비슷한 시각,다른 산촌·어촌의 집배원과 마찬가지로 세상소식을 담은 서울신문을 날라다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비록 하루 늦기는 하지만 어김없이 배달되는 서울신문은 시한부 인생의 마지막 즐거움이었고 정신적인 치료제였습니다』 유폐지같은 산골마을에서 부인의 정성어린 간호와 식이요법으로 투병생활을 한지 1년여­남몰래 병원을 찾은 황씨는 기적적인 쾌차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됐다.예비 사형선고의 악몽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찾은 황씨는 임시로 머물던 그곳에 아담한 집을 짓고 2천여평의 밭을 일궈 감자심고 수수를 심었다.그리고 토종벌도 치며 대학시절부터 틈틈이 갈고 닦아온 문학수업도 계속했다. 서울신문을 길잡이 삼아 신문사·잡지사에 투병생활·전원생활,서울신문을 통해 새삼 깨달은 세상사에 대한 연민등을 투고 해왔다.그렇게 써온 글들을 모아 「산속의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한권의 책을 펴냈으며 그 인연으로 「제법 알려진 작가」가 됐다. 『저와 제 아내 그리고 여기서 태어난 아들과 함께 서울신문은 어느새 우리집 네번째식구가 됐지요.서울신문은 우리가족에게 기쁨이요 희망이요 사랑입니다』 너그러운 대지가 오순도순 다가앉은 식구끼리의 밥상을 채워준다면 전국 구석 구석까지 배달되는 서울신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그득히 해주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표현하는 황씨는 『서울신문만큼 정론지로서의 사명을 다하려는 매체가 어디에 또 있겠느냐』고 건강한 웃음을 터뜨렸다.
  • “한달에 책 한권도 안읽는다”/성인 50.4%

    ◎청소년 권장도서 「지구…」 등 30권 발표 ○…우리나라 어른의 절반 이상은 한달에 한권의 책도 읽지않는등 거의 독서를 하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출판연구소(이사장 김경희)와 책의해조직위원회(위원장 김낙순)가 실시한 「제1회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밝혀진 것.이 조사는 지난 8월26일부터 9월18일까지 18세에서 69세까지의 남녀 성인 2천명과 국민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학생 2천7백명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지난 한달동안 책을 읽은 사람」은 성인의 경우 49.6%에 지나지 않았다.나머지 50.4%는 한달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은 셈이다.성인들의 한달 평균 독서량이 1.2권으로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책은 읽는사람만 읽고 읽지않는 사람은 전혀 읽지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학생들의 경우에는 지난 한달동안 책을 읽은 사람이 93.9%로 한달 평균 독서량은 국교생 13권,중학생 4.6권,고교생 4.7권으로 나타났다.
  • 세계 「정서표」 한자리에

    ◎애서가 클럽,오늘∼23일 영풍문고서 소개행사/21개국 740여점·국내작가 30여명 출품/그림·글자로 책 소유주 표시… 장서인은 동양풍습/15세기 「고슴도치」후 다양한 형태 발전 장서표는 글자와 그림으로 책의 소유주를 알려주는 종이표식이다.보통 판화로 찍어 속표지에 붙인다.누구의 책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장서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장서인이 동양의 풍습이라면 장서표는 유럽 문화권에서 주로 쓰였다. 한국애서가클럽은 이 생소한 장서표를 우리에게 소개하는 행사를 갖는다.16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영풍문고에서 여는 「제1회 세계의 장서표전시회」가 그것.장서표를 통해 그동안 소홀히 취급되어 온 책의 가치를 드높이고 책을 아름답게 가꾸어 책의 해에 책사랑운동을 널리 확산시키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이 전시회에는 세계 21개 나라의 장서표 7백40여점과 국내작가 30명의 장서표가 출품된다.또 한국작가들의 원화는 팔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부터 개인의 책이나 도서관의 장서에 누구누구의 책,어느 도서관의 책이라는 글자를 담은 장서인을써왔다.장서인을 찍은 장서인표를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소형인이라고 하는 그림도장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이에 비해 장서표는 글자와 그림을 함께 담아 글자로는 내용을 직접 전해주고 그림으로는 내용 이외에도 상징이나 비유의 뜻을 나타낸다.무엇보다 따로 만들어 붙임으로써 갖가지 색깔을 가한다든지,다채로운 형상으로 표현해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는 책을 아끼는 마음을 길러줄 수 있다. 장서인과 마찬가지로 장서표도 기본적으로 책값이 매우 비싸던 시절의 산물이었다.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것으로 가장 오래됐다는 15세기 독일의 신부 한스 이글러의 장서표는 「고슴도치(이글러는 고슴도치의 독일말 발음과 비슷하다고 한다)가 당신에게 상처를 낼것이다」라고 새겨 함부로 보거나 가져가면 안된다는 내용을 담았다.귀중품에 붙여놓는 애교있는 경고문이었던 셈이다. 장서표는 독일 르네상스의 움직임 속에서 미술의 거장인 알브레히트나 크라나흐 같은 사람들에 의해 더욱 풍부하고 매력넘치는 형태로 발전했다.이후 19세기후반 책이 대량 생산되면서 개인장서가가 대거 출현해 절정기를 맞았고 유럽세력의 팽창과 함께 세계로 퍼져나갔다.일본의 경우는 19세기말 전래된뒤 지금까지 성행하고 있고 중국은 내전과 혁명의 와중에서 크게 성행하지 못하다가 80년대부터 장서표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 41년10월 서울의 백화점전시장에서 장서표전시회가 열려 3백여점이 선보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그러나 이제는 장서표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잘 알려져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애서가클럽의 이양재 총무이사는 『우리조상들은 장서인이나 장서인표를 썼지만 앞으로는 장서표가 책의 소유주를 알리는 보편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 『비록 장서표가 서구에서 발전해 왔으나 장서인과 장서인표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간 등소평 참모습 생생/등 막내딸 용저「나의 아버지 …」 상권

    ◎유년∼국민당 몰락시키기 과정 다뤄 중국의 최고실력자 불도옹 등소평(83)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나의 아버지 등소평」(도서출판 삼문간)상권이 출간됐다.지은이는 등소평의 2남3녀중 막내딸인 등용(43). 등용은 등소평의 공식·비공식 비서로 현재 중국국제우호연락회부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저명한 여류문필가이기도하다.「모모」라는 필명으로 집필한 「나의 아버지…」는 내용상 등소평의 삶중 전반부에 해당하는 유년시절과 프랑스유학기부터 1949년 중국공산당이 국민당정권을 대륙에서 몰아내는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1950년부터 지금까지를 담은 하권은 오는 95년 출간을 목표로 현재 집필중이다. 등용은 아버지 등소평의 눈과 귀가 되어 자신이 직접 겪은 체험과 아버지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그리고 모택동,주은래,강택민,양상곤등 혁명세대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담에 역사의 현장을 직접 탐문하는등 6년여에 걸친 작업끝에 「인간 등소평」의 참모습을 이 책에 담았다. 등소평에 대한 전기는 지난88년 중국공산당이 발행한 연대기수준의 기록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나의 아버지…」는 지난8월 중국현지에서 발간되자마자 초판 13만5천부가 매진되는등 대단한 화제를 모았었다. 등용은 12일 하오6시30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나의 아버지…」한국어판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위해 지난 9일 내한했다.
  • 고서의 수난(외언내언)

    지난 9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되돌려준 「휘경원원소도감의궤」는 1백27년이 지났음에도 보관상태가 양호해서 마치 새로 출간된 싱그러운 책을 보는 듯했다. 「휘경원」 묘역사업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기록한 이 책은 서울대 규장각등에도 4권이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외규장각의 다른 도서들과는 달리 물론 유일본은 아니다. 1866년 프랑스가 약탈해간 3백40여책외에 「직지심체요절」은 당시 프랑스 공사관의 서기관이 서울거리에서 구입한 것이고 혜초의 「왕오천독국전」은 프랑스 탐험가 페리오가 돈황 천불동 답사과정에서 수집해간 것이다.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소장품으로 우리가 돌려달랄 명분은 없다.그러나 이들의 수집 역시 적법적인 절차를 밟긴 했지만 외규장각침략중 자행된 약탈과의 관련을 배제할 수는 없다. 책은 유일본이 귀중본이지만 긴 세월이 담긴 고서란 그속에 흐르는 역사의 기록 때문에 더욱 소중하고 값지다.또 책은 어디서 누가 소장하든간에 얼마나 잘 간직하느냐에 따라 그 생명은 빛난다. 외국의 도서관들은 통풍과 항온·항습등의 과학적 설비로 어느 책이나 보관상태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한데 하필 미의회도서관에 비치된 우리고서2천여점이 곰팡이가 필 정도로 허술하게 방치되어 있다니 여간 놀라운 일이다.더구나 일본과 중국의 고서귀중본은 보존여건이 훌륭하고 자물쇠까지 채워진 별도 서가에 비치돼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밝혀진 고서중 도은 이숭인선생시집 우주두율 근사록등 7점은 임란전의 판본으로 우리로서는 귀중한 역사문헌들이다. 외국도서관이 수집소장한 도서를 보관소홀을 이유로 시비할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러나 김영삼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미의회도서관·미국립 문서보관소·미해군사관학교 도서관에 분산돼 있는 우리고서와 문화재에 대한 분류·보관상태등 우리문화사랑과 관심을 철저하게 반영시킬 만하다.
  • 한국 고서 2천여점 미 의회도서관 방치

    ◎도은시집 등 귀중본… 일부는 크게 훼손 【워싱턴 연합】 지난 1406년 간행된 도은선생 시집을 비롯,귀중본 다수가 포함된 한국고서 2천여점이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채 일부는 곰팡이가 필 정도로 허술하게 미의회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고서는 더욱이 고 백락준박사가 미유학시절인 지난 1936년 기초목록을 작성한 뒤 여지껏 재분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적지않은 분량이 책이름 등만 적힌 채 아예 분류번호가 없어 소재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실제 도서관측이 고 백박사의 친필이라고 밝힌 옛 목록뭉치 사본을 토대로 도은선생 시집과 1915년 간행된 야은선생 언행습유의 열람을 도서관측에 요청한 결과 컴퓨터에 입력조차 돼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도서관 한국과 직원들도 일부 한국고서가 보관된 서가에서 이들을 찾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또 한국과 서가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지난 1865년 간행된 조선조 법전인 대전회통 목판본과 회재록은 곰팡이가 쓸어 겉장부분이 반쯤 없어지는등 이미 크게 훼손됐으며동국문헌비고(1770년)도 보존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일본과 중국등의 고서중 귀중본 등은 보존여건이 좋고 자물쇠까지 채워진 별도서가에 비치돼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미도서관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에따라 김영삼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미의회도서관은 물론 미국립문서보관소와 미해군사관학교 등에 분산돼 있는 한국고서와 문화재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명사 감동시킨 책 1백80여권 전시

    ◎김수환추기경 등 84명이 77종 추천/국립중앙도서관서 내일∼11월7일까지 명사들을 감동시킨 책들은 어떤 것일까. 국립중앙도서관은 종교계·학계·문화예술계·정계·재계등 각계의 인사 84명으로부터 추천받은 책 77종 1백80여권을 모아 29일부터 11월7일까지 1층 전시실에서 「나를 감동시킨 이 한권의 책」이란 이름으로 전시한다. 책을 추천한 인사는 김수환추기경·권이혁학술원회장·김희집고려대총장·송자연세대총장·김상하대한상의회장·이기택민주당대표·박찬종신정당총재·구상·서정주시인·이문렬소설가·이태영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윤석중아동문학가 등이다. 이들이 추천한 책도 다양해 「사기」「지구를 구하기 위한 50가지 간단한 방법」「그로미코 회고록」등 역사서·전기·소설·철학서·회고록·과학이론서등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3명이,「논어」「퀴리부인전기」「역사의 연구」등은 2명이 동시 추천했다. 명사들의 추천이유도 함께 전시되는데 조양희의 「도시락 편지」를 권한 김추기경은 『도시락을 챙겨주는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조병화시인은 일본 유학시절 읽은 로망 롤랑의 「베토벤의 생애」를 추천하면서 책속에 나오는 「Durch Leiden Zur Freude」(괴로움을 돌파하여 기쁨으로)라는 구절을 소개했다. 이밖에 윤석중씨는 북한의 창작동화집인 「친구 없이는 못살아」를,서정주시인은 「삼국유사」를 각각 추천했다.
  • 중국대학가/서구화 열풍/학문 등한시(세계의 사회면)

    ◎독서보다 유행옷·신발 구입에 관심/대자보는 “실종”… 영화광고판은 범람 중국 대학에서 이념문제가 사라지고 있다.사회주의 「이념」 대신 「돈」과 「유행」이 학생들의 머릿속을 점령해가고 있는 것이다.최근 중국내 몇몇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명일보,중국청년보 등의 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대학생들의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이 서방학생들과 비슷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서관 가면 책많다” 광명일보는 대학생 기숙사에 들어가면 책장이나 책상 침대 머릿맡에 책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는 것은 이제 옛날얘기가 됐으며 요즘은 책 대신 의복이나 신발등이 채워지고 있다고 전했다.그 이유는 학생들이 많은 책을 사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책값이 오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책을 읽는 흥취가 사라져가고 있는 점이 더 중요한 것같다.천진대의 한 학생은 『나는 책을 사고 싶지 않다.책은 입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다.하물며 도서관에 가면 평생을 읽어도 못다 읽을 책이 있지 않는가』고 말했다 한다. 대학구내에서 학생들의 눈을 가장 많이 끄는 게 광고 게시판이다.여기에 정치성 대자보가 사라진건 이미 옛날이고 학술강연이나 지식보급활동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대신 각양 각색의 영화와 비디오 관람안내가 매일같이 정신없이 나붙고 있다.천진의 남개대학 한 학과 42명에 대한 조사에서는 영화나 비디오를 한달에 두번 관람하는 학생이 95%,네번 이상 보는 사람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중국대학생들은 시장경제 도입과 상업주의 물결이 사회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어서 순수하게 학문을 닦을 것인가,아니면 장차 돈벌이를 목표로 그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하느냐로 고민중이라고 중국청년보는 보도했다. ○외국인기업에 호감 직업선택 문제에서는 놀든 말든 해고염려없이 평생 보장되는 이른바 쇠밥(철반완)을 원하는 학생은 8.8%에 불과한 반면 쇠밥통이든 흙밥통(잘못하면 해고우려가 많은 직장)이든 가리지 않고 수입이 많은 직장을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37.2%로 가장 많았다.이밖에 외국인이 참여하는 기업으로 보수가 가장 좋다는 이른바 3자기업에17.98%가 호감을 보인 반면 35.96%가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는 관망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학생생활중에서도 아직 구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분야는 상호 신뢰문제인 것 같다.그것은 80.4%의 학생들이 대학에서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고 말하고,그 이유가 학생 서로간의 경계심이라고 밝혔다.이곳의 한 학생은 『저 친구와 가까이 하다보면 나의 잘못을 주임교수나 학교당국에 밀고할지도 모른다는 불신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 책가방 너무 무겁다(교육 개혁해야 한다:4)

    ◎현장서 진단하는 문제점·개선방향/「청소년 정서」 짓누르는 “과다학과목”/한학기 무려 24과목… 외국의 2배/도시락 2개씩… 짐꾼같은 등·하교 서울 경복고 3학년생인 권경준군(18)은 매일 아침 6시30분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등교준비를 시작한다. 권군이 속한 이과반 4반의 매주 월요일 수업시간표는 상오8시40분 1교시인 정보산업과목을 시작으로 체육·수학·영어·독어·국사까지 모두 6교시로 짜여져 하오3시10분이면 일과가 끝난다. 물론 이에앞서 상오7시30분부터 50분간의 보충수업 준비도 해야한다. 권군은 수업을 위해 이들 과목의 교과서 뿐만 아니라 참고서·영어사전·공책·필기구·체육복·도시락등을 챙겨 넣는다. 권군은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복어처럼 책으로 가득찬 가방을 들고 20분동안 걸어서 등교해야 한다는 사실이 지겹다는 생각뿐이다. 권군이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걸어서 통학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고교3년은 물론이고 중학교·국민학교 시절도 그러했다. 그나마 요즘은 대입준비로 교련·미술등 준비물이 많은 학과목이 빠져 한결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이날 보충수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본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분반돼 있으나 권군은 본고사반에 속해있다. 권군의 친구들은 방과후 1∼2시간씩 보충수업을 받기도 하고 학원 또는 그롭과외를 받거나 도서관등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다. 이 때문에 친구들의 상당수가 도시락을 하나더 준비해야하고 교재들도 많아 보조가방까지 가지고 다니느라 고생이 더하다. 이럴때면 권군은 이따금씩 텔레비전에서 본 외국고교생의 학교생활을 떠올린다. 학교에 설치된 개인사물함,대학생들처럼 간단한 준비물만을 들고 이동수업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권군은 물론 우리나라 중·고교생들은 책가방을 「고생 보따리」라고 부른다.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와 빽빽이 들어있는 교과서와 참고서가 보기만해도 지겹다는 뜻이다. 인문계고교 자연계열 학생들의 경우 이수과목수는 무려 24개과목. 국민윤리·국어·국사·일반수학·체육·교련등 공통필수과목이 12개 과목이고 이과생의 선택과목은 문학·작문·세계사·수학(◎)·물리·화학·생물 또는 지구과학·한문·제2외국어·기술 또는 가정,실업·교양등 12개이다.그것도 하루종일 교실에서 딱딱한 걸상에 앉아 열심히 외고 쓰고 들어야 하는 힘든 수업이다.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학과목수가 평균 2배이상 많다. 이같은 많은 과목을 소화하자니 하루 6∼8교시를 꼬박 교실에서 생활해야 한다.따라서 개인의 적성이나 특기·취미등은 살리기 위한 특별활동 등은 전혀 상상조차할 수없는 것이 우리교육의 현실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같은 현실을 고려,앞으로 교과개편을 통해 유사한 과목을 통폐합하거나 느슨한 고교과정을 단축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마침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교과목통합방식으로 출제되는 만큼 이번 수능시험을 계기로 유사한 과목이 통폐합돼 과목수가 대폭 줄어들었으면 하는 것이 권군의 생각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인근 시립종로도서관에서 가장 부족한 과목인 국어를 중심으로 본고사대비에 열중한다. 정확히 하오9시면 귀가해 식사를 하고텔레비전 앞에서 휴식을 취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 『공부하라』는 어머니(56)의 성화에 짜증이 나기도 한다. 권군의 지난 제1차 수능시험성적은 2백점 만점에 1백81.8점. 이 성적은 경복고 이과생 가운데 전체 수석이며 수능시험 전체응시생 71만여명중 8백여등에 해당한다. 그는 학교에서 줄곧 1∼2등을 다투어 왔고 수능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지망예정대학인 서울대의 전기·전자·제어군이나 건축과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몰리는데다 수능시험의 반영비율이 20%에 불과해 처음 치러보는 본고사로 당락이 결정되는 만큼 불안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머니가 항상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것도 이해한다. 권군은 이날도 좋아하는 텔레비전을 뒤로하고 책상앞에 앉는다. 책꽂이와 책장속에 즐비하게 진열돼 있는 수많은 교과서와 참고서,사전등등. 권군은 고교3년 줄곧 왜 이토록 많은 교과서와 참고서에 매달려 씨름해야 하는지 부아가 치민다. 그에게는 대전EXPO가 그림에 떡이고 청소년들을 위한 가을 음악회나 연극제등도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좋아하는 영화도 못본지 오래이다. 아름답게 낙엽진 숲속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부담 어떻게 줄일까/“교과 통폐합·사물함 설치 급선무”/교과서 분책도 바람직/예산확보등 과제 산적/이정근 서울중경고 교감 학생들이 책가방 무게 때문에 신체가 이상 성장하고 학교가는 것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행이다.가장 발랄한 학창시절을 보내야 할 학생들이 과중한 학과목 위주의 학교교육에 얽매어 고통을 당한다는 것은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될 최대 과제이다. 견학·실험·실습등 이동식 수업이 거의 없고 교실에서만,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잘못된 학교교육이 어린 학생들에게 몇십㎏씩의 무거운 책가방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책가방만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며 도시락가방·신발주머니·체육복이나 교련복,거기에다 학숩준비물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힘겨운 짐이 되고 있다. 국민학교 학생이면 거의 도보 등교가 가능하지만 중학교·고등학교학생은 버스를 타고 등교해야 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다.맨몸으로도 버스타기가 힘이 드는데 두세가지 이상의 짐을 들고 만원버스를 탈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내 모 남자중학교 3학년 2학급 93명중 책가방,도시락등 등교시 지참하는 물건으로 인해 느끼는 부담은 ①괜찮다 14명 ②좀 무겁다 59명 ③꽤 힘들다 18명 ④아주 힘들다 2명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모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남학생 52명중 ①괜찮다 18명 ②좀 무겁다 23명 ③꽤 힘들다 9명 ④아주 힘들다 2명으로 나타나 비교적 남학생의 경우는 부담을 덜 느끼는 편이다. 그러나 여학생의 경우 53명중 ①괜찮다 1명 ②좀 무겁다 11명 ③꽤 힘들다 2명 ④아주 힘들다 39명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학생이 아주 힘들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우선 교과목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또한 학생마다 사물함을 설치해 주고 교과서를 분책해야 한다.그러나 이 사물함도 관리가 힘든데다 설치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고 예산의 확보 문제로 아직 소수의 학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교과서를 2∼3권으로 나누는 분책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물론 분책을 하면 교과서 공급문제·단가의 인상·학습 시간에 연결단원의 참조가 안되는 문제점이 없지 않다.그러나 일부 학생 가운데는 스스로 분책해서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가방을 가볍게 해주는 것은 학교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과제이다. ◎외국의 경우/「교과서 교육」 탈피… 흥미과목 치중/교과서·교재등 무상 제공… 학교에 비치/스웨덴/학교마다 사물함… 꼭 필요한 책만 휴대/미국/독 사흘 실습·이틀 강의·이틀 가정학습/독일 선진국들은 이미 학교에서 교과서위주교육을 탈피한지 오래다. 교과목수와 교실안에서의 수업시간을 대폭 줄여 견학학습과 실험·실습 및 다양한 특기 및 취미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능력과 적성을 세밀히 파악,진로지도를 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의 덕택으로 학생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직업이나 삶의 방향을 선택,학습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학교생활을 하고있다. 우리나라처럼 전과목 우등생을 기르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찾아내 이를 최대한 계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학교교육이 대학입시의 볼모가 되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와 같은 교육행태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선진외국에서는 우선 일선 학교가 대학 또는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고 학부모들도 그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진학문제는 순전히 학생 개인의 문제이며 학교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학교에서는 다만 친절한 상담을 통해 상급학교에 진학하고자하는 학생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해준다.때문에 특정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스스로 입시준비를 한다. 스웨덴 학생들의 경우 의무교육기간은 9년이다.교과목수는 1∼3년은 스웨덴어·영어등 8과목,4∼6년은 12과목,7∼9년은 16과목에다 외국어등 선택 4과목이다. 결코 적은 학과목은 아니다.그러나 진학또는 취업을 앞둔 7∼9년을 제외하고는 과목수가 우리나라의 절반수준에 불과해 다양한 특별활동에 열중할 수있다. 교과서나 소모적인 교재는 모두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학교에비치되어 있고 가정은 학교에서 배운 과정을 실천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때문에 학교측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갖가지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반드시 이수해야 할 과목이 고교 3년동안 10여개에 불과하며 그 외의 시간은 자신이 스스로 찾아 활용한다. 학교마다 개인 사물함이 설치돼 있어교과서는 이곳에 보관하고 참고서나 꼭필요한 책만 2∼3권정도 들고 다닌다.게다가 도서관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비싼 참고서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과목수나 이수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비슷하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은 이미 해소된지 오래다. 특히 공통필수과목을 크게 줄이는 대신 선택과목수를 늘려 원하는 학생에 한해 수강하게하는 이동식수업을 하고있다. 완전한 지방자치제로 운영되는 영국의모캄고교는 전교생이 1천3백명이나되는 큰 학교인데 1∼3학년은 전교과목이 공통필수이나 4∼5학년은 영어·수학만 필수과목이며 6∼7학년은 필수과목없이 일반교양과목과 함께 선택과목을 공부한다. 6∼15세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뉴질랜드는 건강교육이나 미술·실과등 실제적인 과목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학제도 전일제나 부분시간제로 운영돼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은 있을 수 없다. 우리와 학제가 전혀 다른 독일은 18세까지 2단계로 실시되는 의무교육기간동안 3일동안은 현장 실습,2일간은 학교공부,나머지 2일은 가정학습으로 짜여져 있다. 학생들은 1단계 9년간의 의무교육을마치면 대학진학 또는 도제로 진로를 정하며 도제일 경우에도 계속 학교에 나갈 수 있어 지식과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 논리적 사고/표현력 향상/인내력 배양/어린이 독서·글짓기교실 붐

    ◎유치원·국교생중심 학원수강 과외까지/자신의 경험·생각 솔직하게 쓰는게 비결/기능주의식 지도는 창의력 가로막을 우려 최근 유치원이나 국민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들사이에 「어린이 글쓰기 교실」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2∼3년전부터 일기시작한「독서를 통한 논리력키우기학습」붐이 올해부터 시작된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로 인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어린이에 맞는 좋은책을 선정하고 권장하는등 어린이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학부모·교사들의 모임 「어린이 도서연구회」회원이 각 지역에 마련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흥사단 서울지부의 「도산 어린이 글쓰기교실」등 각 단체의 「글쓰기교실」에 많은 수강생이 몰리고 있고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사를 초빙,4∼5명의 어린이가 그룹을 지어 강의를 받는 과외형태의 글쓰기 학습까지 성행하고 있다. 지난 겨울·여름 방학에 이어 7일부터 12주 계획으로 「글쓰기강습」에 들어가는 흥사단 서울지부의 사회교육부 박용간사는 『방학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학부모 요청으로 학기중에도 프로그램을 마련케 됐다』며 TV나 만화등 쉽게 「보는」것에 길들어져 즉흥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던 아이들이 차분하게 책을 「읽는」습관을 들이게 된것이 학부모들의 호응 이유라고 말한다. 6개월정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논후 생각을 그대로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된 뒤 논설문이나 감상문,주제문 등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쓰는 단계적인 학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도서연구회」 이주영사무국장은『최근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을 쏟는 것은 좋은 현상이나 자칫 빠른 시일내 많은 것을 기대한 나머지 수능시험에 대비한 기능주의 독서및 글쓰기로 빠져 아이들의 사고를 규격화시키고 창의성을 가로막을수 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같은 어린이 글쓰기 학습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자녀들에게 올바른 독서·글쓰기를 지도해주기 위한 학부모대상 글쓰기 프로그램도 인기다.「어린이 도서연구회」내 「학부모를 위한 독서글쓰기지도모임」이 매주 월·화·목 상오 10∼12시 진행되고 있으며 서울 흥사단에서는 국민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부모글쓰기 독서교실」프로그램도 7일부터 어린이 글쓰기 교실과 함께 동시에 개설한다.
  • 「열린 교육…」 출간 숭문고교사 허병두씨(인터뷰)

    ◎“도서관 제기능 다하도록 정책지원 절실”/담당교사·학생들 열정만으론 운영에 한계 『도서관은 교실과는 달리 개인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수준차도 인정되는 공간입니다.교실에서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 자기수준을 넘는 어려운 참고서를 보지만 도서관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열린교육과 학교도서관」(고려원간)을 펴낸 숭문고국어교사 허병두씨(33)는 『교실중심의 학교교육이 도서관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처럼 도서관은 교실과는 다른 민주적인 교육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열린교육…」은 허씨가 지난 89년 모교인 숭문고에 부임한뒤 그동안 학교도서관을 운영한 경험과 앞으로의 개선방향을 제시한 책.그는 당시 굳게 자물쇠가 채워져있던 구석진 도서관을 현재의 단독건물로 옮기고 2천5백권의 신간을 확보하는가하면 「책누리」라는 도서반을 만들어 회지를 발간하는 등 숭문고도서관을 학교도서관의 성공사례로 만들었다. 허씨는 그러나 『우리도서관은 이제 수업부담을 안고있는 담당교사와 도서반학생들의 봉사활동만으로는 더이상 감당할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학교도서관이 제기능을 다하기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껴 이 책을 쓰게됐다』고 밝혔다. 허씨에 따르면 도서관이 활성화되면서 이용학생이 많아져 체계적인 도서관리는 물론 단순한 대출과 반납등 간단한 일상업무조차 힘겨운 실정이라는 것.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교의 사서교사는 모두 합해 2백74명에 불과합니다.또 교육부안에는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어요.담당교사와 학생들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학교도서관을 살리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허씨는 『정부가 학교도서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없이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교육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누구나 「책을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되자 책읽기를 더욱 강조하지요.그런데 시험을 위해 책을 읽어야하는 순간 그동안 성실하게 책을 읽어왔던 아이들도 시험이 끝나는 순간 책과 멀어집니다』 허씨는 이제교사와 정부는 물론 일반인들도 책읽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무용평론가 정병호씨(이세기의 인물탐구:37)

    ◎민속춤 발굴을 평생의 업으로/30년동안 전국 돌며 잊혀져 가는 농악·굿 채록/진도 씻김굿 등 재현… 24개춤 문화재 선정 기여/양반춤 어깻짓도 일품… 요즘 「최승희무용」 재평가작업 몰두 상모달린 전립과 전복을 입고 세마치장단인 왼삼채와 덩더궁이로 농악패가 동네를 휘돌기 시작하면 온몸에 뜨거운 피가 솟구치면서 두둥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무용평론가 정병호씨는 어릴 때부터 농악대 리더인 열두발 채상돌리기 상쇠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천하지대본의 기를 앞세우고 쇠꾼이 추는 부들상모놀이며 장고잡이들의 설장고춤,북을 멘 북잡이들의 설북놀이와 상모쓴 버꾸잡이들의 채상놀이,징과 꽹과리소리에 맞춰 정신없이 빠지다보면 자신도 농악의 한 패거리가 되어 지치도록 신명을 낸 기분이다.실제로 그는 부모 몰래 옷자락 펄럭이며 추는 무동의 꽃사비춤을 출만큼 농악과 굿에 홀려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전국의 굿판이나 농악판에는 그가 나타나지 않는 자리가 없다. 전남 영광의 풍년굿인 칠월꽃대림굿·농사굿·메굿과 여수에서 한참 들어가는 여천 백초리 가장농악,진도 소포리 마을농악,부여에서만 볼 수 있는 은산별신제며 충북 옥천 마티(마치)마을 부락제,경기도 도당굿,통영 오구새남굿,진도 도깨비굿,강릉·양주·횡성·예천·남원등등 굽이굽이 누비고 다닌다. 민속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현장조사를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지난 30년동안 최남단 도서지방에서 각도 산간벽지에 이르기까지 춤이 있는 곳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큼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예인 기질 타고나 현장에 가서 하나의 굿을 보고 유래를 더듬거나 채록하려면 춤꾼들에게 술을 대접하거나 사례비를 내기도 하고 자신의 춤으로 흥을 돋우기도 한다.너름새가 크고 어깻짓이 일품인 그의 양반춤·한량춤은 그곳 토박이 춤꾼들을 한눈에 매혹하여 춤과 춤이 어우러져 흥청거리는 한밤을 지샌다. 평소에 점잖고 근엄하기만한 대학교수로서 그의 일면에 그런 한량기질·예인기질은 어쩌면 타고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서민층에서만 추어지던 병신춤이며 곱사춤 발탈과 휘겡이춤도 냉대받고 천대받던 것을 그가 발굴해서 정립해놓은 춤이다. 농악이나 굿은 마을전체가 축제분위기로 어울리는 협동춤이라면 병신춤이나 곱사춤은 신분이 다른 계층에 대한 익살과 풍자,서민의 애환과 해학을 담아 지난날의 시대상과 지역의 풍습을 꾸밈없이 반영하고 있다. 병신춤만해도 처음은 허튼춤으로 시작하여 턱붙인 곱사춤,엉덩이 빠진 곱사춤,안팎 곱사춤,문둥이 곱사춤,절룸발이 곱사춤으로 이어지고 곰배팔이와 오리발 흉내등 명연기가 곁들여져 인간의 진한 삶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병신춤으로 유명한 공옥진도 바로 그가 발굴해낸 인기 연희자다. 78년4월 전라도 정읍에서 남의 집 잔치에 불려다니던 공옥진을 서울에 데려다가 처음엔 그녀가 묵고 있던 종로 청진여관 옥상에서 몇사람에게 병신춤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자그마한 공옥진은 손과 발을 오그려뜨린 괴상한 춤사위를 다양하게 선보였고 이 연희는 그가 회장으로 있던 전통무용연구회 주최로 공간사랑에서 한달간 공연되어 민속예술분야로서는 최장기록을 세울만큼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그다음은 울진·강릉·주문진·삼척등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오귀굿·용굿으로 대를 잇고 있는 김석출을 소개,이는 70여명의 무인을 배출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세습무가로 지금도 30여명의 무인을 이끌고 풍어제를 위한 미포별신굿을 보존케 하고 있다. 그외에도 목포출신으로 전국각지로 돌아다니며 정착치 못하고 있던 호남승무·살풀이춤의 이매방의 YMCA강당 공연을 주선,무형문화재 지정에 앞장섰고 밀양 백중놀이와 덧배기춤의 하보경옹,진도 씻김굿의 박병천,필봉농악 양승룡,이동안옹의 태평무와 발탈도 그가 발굴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케이스다. 조금도 늦추지 않고 민속춤에 대한 연구와 발굴에 정열을 쏟는 한편 마을춤의 복원과 대중화를 실천해나가면서 최근에는 몽골등 동북아 무용의 비교로 한국춤 원류찾기,친일파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40여년간 어둠속에 묻혀버린 최승희의 삶과 예술에 손대고 있다. ○나주 부농의 종손 전남 나주 산정동 대지 3천평이 넘는 「산정밑에」로 유명한 대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는 집에서 피아노와 첼로·아코디언을 배울만큼 부족함이 없는 밝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피아노보다는 집안 머슴들과 이뤄진 농악팀에 합류하기를 즐겨 엄격한 부친에게 걸핏하면 매맞고 갇히기 일쑤,집안에서 쫓겨나기가 다반사였다. 부친 정홍봉씨는 호남지방에서 알아주는 토호의 종손에다 시대에 앞장서는 인텔리로 일찍이 서울에 유학하여 휘문고와 서울대공대 전신인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시인 이상과는 서울공대 동기동창생이다. 전남 제일의 방직회사인 종방 대표이사로 있다가 6·25후 광주공업고와 여수고 교장을 지낸 교육자. 그러고보니 4남2녀중 집안을 이어갈 장남이 춤과 꽹과리장단에 미친 모습은 가관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어쩌다 저런 것이 우리 집안에 태어났나』 『엉뚱하게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느냐』는 노발대발이 그치지 않았고 어머니 김수순여사는 이런 아들을 부군에게 감추고 빌기 위해 한숨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귀족적인 부친에게 반발하는 기분으로 농악이며 굿판에 끈질기게 따라다녔고 43년 광주극장에서 공연된 최승희의 무용발표회를 본 것이 춤에서 영영 헤어나올 수 없는 계기가 돼버렸다. 그때도 집에서 돈을 주지 않아 아끼던 아코디언을 전당포에 잡혀 무용발표회 입장권을 샀다. 『이세상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예인이 있었던가』 온통 넋을 빼앗긴 채 천하의 개인을 한번쯤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고교를 졸업하자 서울에 뛰쳐올라왔고 지금 명동 YWCA자리에 있던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 들어갔다.당시 현대무용의 선두주자이던 한귀봉씨에게 현재 극작가로 활약하는 차범석,「춤」지 발행인 조동화와 함께 춤을 배우면서 최승희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서울음대에 입학 한편으로는 서울대음대에 적을 두고 전봉초씨에게 첼로를 배우다가 6·25후 고향에 내려가 다시 조선대를 졸업.춤추기보다 무용평론과 이론으로 돌게 된다. 그는 반짝이는 다재다능으로 악보 없이 쇼팽의 마주르카 원무곡을 칠 수 있는 피아노 솜씨를 지녔으나 고향의 머슴방에 드나들며 두들기던 꽹과리소리를 잊지 못했고 가슴을 후비듯 스치는 마을의 신들린 축제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문예진흥원이 사라져가는 민속무용에 관심을 기울이자 그는 그가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그때부터 전국을 누비며 징과 꽹과리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순간 움츠렸던 영혼이 잠을 깬듯 온몸에 활기와 생기가 솟구쳤다.어디선가 굿판이 벌어진다는 정보에 따라 좇아가기도 하지만 현장에 가서 소문을 듣고 즉흥적으로 탐사를 떠나기도 한다. 민속학자 임동권씨는 『아마 그가 하지 않았다면 농촌의 현대화 물결에 밀려 우리만의 독특한 민속·무속춤이 그대로 소멸될 뻔했다』고 할 정도다. ○청정한 성품 지녀 특히나 「멀고 아득한 땅」이란 인식 때문에 조선조 유배지로 유명한 진도 씻김굿과 동네번영을 위한 도깨비굿,사람의 죽음을 삶의 연장으로 승화시키는 다시래기는 이 지방 특유의 것으로 50∼60년전부터 서서히 사라져가는 것을 그가 채록하여 보충해서 재현시킨 「작품」이다. 지난해 30년동안 몸담았던 중앙대를 정년퇴직하면서 그는 그가 10대때 흠모해 마지않던 세계적 무희 최승희무용의 재평가작업에 본격적으로 집착하여 일제시대 최승희의 라이벌이었던 영화배우 이향란(지금은 야마구치 도시코로 개명),최승희평전을 쓴 가바시오 사부로(고도웅삼낭)등 인터뷰된 사람만도 90여명.최근에 집필에 들어갔다.가족은 부인 서정구여사(61)와 아들형제.근면성실하고 예술에 대한 청정한 일념이 성품이다. 그처럼이나 춤을 만류하던 부친의 뜻대로 그는 무대에서 춤추는 대신 부친처럼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춤의 아름다움은 은은하고 고요한 가운데 맺고 어르면서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무동작의 여백일뿐,무수한 선들과 숨막히는 정지가 바로 그의 몸부림에 끊임없이 명멸하고 있음을 그만은 알고 있다. □연보 ▲1927년 전남 나주출생 ▲1946년 광주농업고졸업 ▲1946년 서울대음대입학(첼로전공) ▲1947년 조선교육무용연구소(현대무용가 한귀봉사사) ▲1955년 조선대 문이대 체육과(무용전공)졸업 ▲1961년 서라벌예대 무용과강사,고대출강 ▲1962년 서울대 대학원입학,서울대 사대강사,단국대체육과조교수 ▲1963년 중앙대무용과교수 ▲1964년부터 민속무,무속무 발굴 위한 현장답사 ▲1974년 중앙대 대학원졸업 ▲1976년 문화예술진흥원 무용교원 심사위원 ▲1977∼85년 전통무용연구회회장 ▲1978∼현재 민속학회 상임이사 ▲ 〃 국제극예술협회(ITI)한국본부 상임위원 ▲1981년 문화공보부 문화재위원 ▲1989년 홍콩화교대학서 명예문학박사 ▲1992년 중앙대 정년퇴임 중앙대 명예교수 이대 숙대 세종대 한양대학원출강 문체부 문화재위원 시문화재위원 국립극장운영위원·무용분과 레퍼토리위원 진도씻김굿 밀양백중놀이 필봉농락 호남승무 이동안 태평무와발탈 진도다시래기 평택,강릉,이리농락 통영검무 영산재 통영사도놀음 송파답교놀이 김숙자살풀이춤 이매방살풀이춤등 24개 문화재지정을 위한 발굴조사 보고서 외 논문 250편,평론 1백여편 발표 「창작무용」(교육무용협회 69년)「세계의 민속무용」(교육도서 71년)「민속춤」(청림사 74년)「춤사위」(문예진흥원 81년)「한국춤」(열화당 85년)「농락」(열화당 86년)「한국민속춤」(삼성출판사 91년)「민속기행」(눈빛사 92년)일본어판 「한국□민속무용」(동경백제사 93년)등 16권 전라남도 문화상,한국무용협회 학술분야 문화대상,한국출판협회「올해의 책」(「한국춤」「농악」)선정
  • 잠자던 과학교육 일깨운 “엑스포 충격”(교육 개혁해야 한다:2)

    ◎현장서 진단하는 문제점·개선방향/상상 못했던 최첨단세계에 경탄/“현장학습·실험 중시” 새진로 각성 ▷외우기론 안된다◁ 『야,열차가 뜬다』 『처음보는 것이 너무나 많아요』 요즘 93대전 EXPO 행사장은 초·중·고교생들의 탄성으로 가득하다. 학생들이 「대전」에서 받고있는 「과학의 충격」은 대단하다. 지난 21일 상오10시쯤 엑스포 자기부상열차관에서 미래의 교통수단이라는 최첨단 자기부상열차를 탄 남춘천국민학교 4학년 학생 80여명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전시장 탄성·환호 열차가 레일위를 떠서 달린다는 사실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놀라움이었다. 『열차가 떨어지지는 않나요』부터 『열차가 뜰 수 있는 다른 원리는 없나요』라는 질문까지 아이들은 동승한 자기부상열차 안내요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부었다. 인솔교사 이말숙씨(34)는 『이틀동안 엑스포를 단체관람시켰는데 아이들이 그토록 대단한 호기심을 나타낼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흐뭇해했다. 어린 국민학생들만이 놀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일 하오 대전엑스포 전기에너지관안의 미래 주거도시 모형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전시물을 구경하던 조영재군(17·천안북일고 1년)은 넋을 잃은 채 미래의 주거도시모습과 주택시설을 관찰하고 있었다. 조군은 『앞으로 공대를 지원하려고 하지만 솔직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장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었고 이론위주의 공부가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주 들었다』면서 『그러나 이곳에 전시된 태양에너지로 움직이는 첨단미래도시의 모습과 주거모습을 보고 나의 미래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준민군(대전 대덕고 1년)은 지난 19일 하오 정보통신관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화상통신장치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원리장치를 직접 조작하며 자리를 뜰줄 몰랐다.『정보화산업의 기술이 이렇게 최첨단에까지 도달해 있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는 것이 박군의 말이었다. ○국제화시대 실감 지난 21일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온 이동하군(16·충남 공주중3년)은 엑스포에 전시된 각종 첨단 과학기술이 자신이 평소 학교에서배운 기초 과학지식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평소 실험은 거의 없고 외우기만하는 학교공부에 갑갑함을 느껴왔던 이군이 엑스포를 보고 가슴이 마구 뛴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엑스포는 아이들에게 「국제화시대를 실감할 수 있는 충격」이기도 하다. 지난 21일 하오 4시쯤 국제전시구역의 중국관을 관람하고 나오던 권봉근군(15·경남 함양중 2년)의 표정은 다소 들떠있었으나 『세계 1백7개국을 여행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오히려 진지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평범한 곳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9일 재생조형관에서 만난 김양신양(14·수원 영복여중1년)은 백남준씨의 고물 TV을 이용한 대형 거북선 비디오아트 전시물등 각종 재생 예술품들을 보며 『폐자원을 활용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품들을 만들어 낸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충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면 그동안 죽은 교육을 시켜온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곤 합니다』 21일 학생들을 인솔하고온 황성배교감(59·서울 홍익사대부중)의 말이다. ○“미래에 자신감” 『그동안 학교교육은 교과서를 통한 이론공부,그것도 외우기 뿐이었어요.아이들에게 미래의 모습을 보여 준 적도 없고 학생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장교육을 너무 등한히 해왔어요』 단체관람학생들의 진지한 관람을 바라보며 최락훈교사(51·전북 전주중앙여중)는 『엑스포를 통해 부족한 현장교육을 보완하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우리의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대전엑스포를 관람한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은 모두 2백50여만명으로 전체의 45%정도.나머지 학생들도 앞으로 모두 엑스포를 관람하게 된다. 학생들은 생생한 과학교육현장에서 내일에의 꿈을 가꾸고 있다. ◎현미경 관찰법 등 기초부터 착실히/흥미·관심 이끌 노력을/투자 등 혁신책 세워야 ▷어떻게 가르칠까◁ 많은 학생들이 대전EXPO를 보고 놀라고 있다는 사실은 학과시험과 입시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맹점을 가장 단적으로 증명하는 현상이다. 교과서와 이론 위주의 수동적인 주입식·암기식교육이 우리 청소년들을 「과학 지진아」로 만들었다는 심각한 상황을 우리는 너무 늦게 목격하고 있다. 지난해 한 교육전문기관의 조사결과 과학과목의 경우 전체 이해도가 50%미만이라고 응답한 학생이 국민학교때는 2.1%,중학교 22.4%,고등학교는 과목별로 25∼42%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이 「과학」에서 이처럼 멀어지고 있다. 오는 21세기는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경제성장은 과학기술과 정보력이 기초가 되어야한다. 학교교육은 학생들이 21세기의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을 쌓도록 해주는 데 목표를 두어야한다. 특히 과학교육은 이를 위해 학생들의 창조력개발과 자발적 탐구정신의 함양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과학과목의 탐구정신은 현장교육·실험실습등을 통해 개발된다. 탐구활동은 크게 보고 듣고 느끼거나 만지는 3부분으로 이루어지는 데 이제까지 우리교육은 보고 듣는 수준에서 그것도평면적인 교육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과학교육을 위한 예산가운데 초·중·고교생 1인당 1년예산은 5천5백50원,순수 실험재료비는 1인당 1천4백38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투자로 과학교육 운운하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열악한 과학교육비가 결국 「값싼 과학」을 만드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선학교에서 예산부족을 핑계삼아 과학교육을 등한시하는게 아니냐는 점이다. 과학적 탐구방법을 가르치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령 현미경같은 평범한 실험도구로 조그만 나뭇잎 하나를 치밀하게 관찰하는 것도 얼마든지 탐구정신과 과학적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 유전공학자가 새로운 유전자법칙을 발견해낼 수 있는 것도 최첨단 전자현미경 덕택이 아니라 현미경을 통한 꾸준한 관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꾸준히 탐구정신과 상상력을 통한 과학적 창조력을 배양할 기회가 없어지며 일선교사들도 시험점수 잘따는 학생을 길러내는데 신경 쓸 뿐 이미 과학은 안중에 없는게 현실이다. 엑스포를계기로「과학」에 새로운 흥미와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학생들이 계속 탐구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과학교육 혁신책을 마련하는 일이 우리교육의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기본원리 충실」로 이룬 “선진화”/실습캠프 설치… 일선교사 철저한 재교육/미국/초중고 실험기자재비 전액 국가서 지원/영국/「이과 진흥법」 제정,6천5백억 투입 착수/일본 ▷외국의 경우◁ 미국·영국·일본 등 과학선진국들은 학생들의 과학교육을 전부 현장위주 또는 실험·실습위주로 실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초과학을 중시하여 기본원리교육에 치중하면서 학생 개개인의 창의력 개발과 흥미유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영국의 과학교육은 현장견학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하나만 봐도 우리 교육현실과의 현격한 차이를 실감나게 한다.동물·식물·곤충·지질부등 6개 연구부와 4개 지원분야에 8백60명의 전문인력이 1천3백만 파운드의 예산으로 연구·전시·교육활동을 하고 있으며 6천6백만점의 표본을 보존·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이같은 박물관과 함께 초중고 교사가 실험실습을 위해 기자재와 비용 내역서를 작성,제출하면 국가가 이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를 구비해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통해 살아있는 교육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각급학교에 오버헤드 프로젝트(컴퓨터 영상화면조작기기)·슬라이드·영화필름등과 각종 실험실실습장비를 갖추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다. 여기에다 주별로 다양하게 개발된 프로그램을 수업시간에 실시하고 있다.특히 전국을 일률적으로 포괄하는 시간편제가 없고 각 지역별로 일선 학교가 형편에 맞게 교육을 실시하도록 다양한 모델을 준비해놓고 있다. 학생들의 과학적인 사고배양을 목표로 하는 일본은 실험실습을 반드시 병행해 과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고등학생들에게 직접 실험실습계획을 작성,실험을 통한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문부성은 「이과진흥정비법」을 만들어 실습기자재를 확충해왔으며 앞으로 12년간 국민학교엔 4백64억엔,중학교에 4백70억엔의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실험실습기자재를 확충키로 했다.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교사들에게 학교자료실을 개방,슬라이드·비디오등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과학교사 협의회는 고급중등학교에서 배우는 각종 과학교재를 개발,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90년 5월 연방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교육·인력자원분과위원회를 설치,과학교육을 연방차원에서 조정하고 있는 미국은 92회계연도에 위원회 예산의 65%인 19억달러를 국립과학재단과 초중등 과학·수학교육에 배정해 집행했다. 이는 연간 학생 1인당 과학실습비가 교육부예산의 1%정도에 지나지않는 우리나라의 형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학생들을 위한 실습을 강화한 과학캠프등을 운영하고 과학교사의 과학적인 배경을 향상시키는 재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중등교육과정 개편,고졸자에 대한 직업훈련제도 확충,생산현장에서의 기술활용 증대와 함께 초중등 학교와 대학간의 고속정보망을 마련,과학도서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간의 정책연계성을 확보,현장실습을 통한 초중고생의 과학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일본이 컴퓨터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실을 중시해 각 대학마다 「연구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 10월의 책의 인물/에스콰이아 그룹 이인표회장

    ◎도서관 건립,기업이익 사회환원 「10월의 책의 인물」에 에스콰이어그룹회장 이인표씨(71)가 선정됐다. 책의 해 조직위원회는 이씨가 국내 기업인으로 드물게 도서관 건립에 힘 써 기업이윤을 사회에 되돌려온 점을 높이 평가해 「이달의 책의 인물」로 선정케 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83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재단법인 한국사회과학도서관을 세운뒤 이사장을 맡아 10년째 지원하고 있다. 그는 또 90년부터는 어린이도서관 설립작업을 벌여 서울 구로동을 비롯해 상계동 태백 진도등 국내에 13개,중국의 길림성과 심양,러시아의 사할린과 알마아타등 해외에 5개등 모두 16개 지역에 「인표어린이도서관」을 세웠다.이 어린이도서관은 내년에 하얼빈과 도문에도 문을 여는등 모두 20개를 목표로 설립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씨는 이밖에 산간·벽지어린이에게 어린이신문을 보내고 비행청소년을 위한 보호관찰소 안에도 인표도서실을 설치하는등 청소년의 미래를 밝히는 사업을 계속해왔다. 선정패 증정식은 「책의 날」인 11일 하오 2시 출판문화회관에서 있다.
  • 다섯 수레의 책(외언내언)

    『독서란 일종의 행복이다』 30대 후반 관직에서 물러나 독서와 명상의 은둔생활을 보낸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얘기다.책을 읽다 어려운 구절이 나오면 손에서 책을 놓았다는 그는 제임스 조이스 같은 작가를 「본질적으로 실패한 작가」로 보았다.책은 읽기에 힘이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독서에도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도서관은 일종의 마술상자다.이 상자속에는 인류의 가장 좋은 정신들이 마술에 걸려있다』고 말한 그는 마술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책장을 펼치고 인류가 낳은 훌륭한 사람들을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보르헤스는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규정했다.그에 의하면 인간이 사용하는 여러가지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랄 만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책이다.다른 것들은 신체의 확장에 불과하다는 것.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을 확장한 것이고,전화는 목소리의 확장이며 칼과 쟁기는 팔의 확장인데 책만다르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도 다섯수레 분량의 책읽기를 권장하며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는 「책의 해」.24일부터 30일까지는 「독서주간」이기도 하다.그런데 책이 오히려 안팔린다고 한다.출판협회 통계는 올 상반기 도서발행부수가 지난해보다 2.4% 줄어들었다고 밝힌다.또 아태경제사회위원회보고서는 한국이 술·담배의 과소비국가이면서 도서구입에는 일본 홍콩 대만보다 훨씬 못한 구두쇠임을 보여준다. 책이 안읽히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분석된다.개혁과 사정바람속에서 신문이 더 재미있기 때문에 책이 안 읽힌다는 분석도 있고 오디오 비디오시대의 독서저하 현상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도 있다.독서량에는 문제가 있으나 독서의 내용에 있어서는 거품현상이 걷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자위의 소리도 들린다.어쨌거나 「책의 해」독서주간이 부끄럽지 않아야겠다.
  • 「꿈돌이는 내친구」 출간/이순희씨(인터뷰)

    ◎“어린이들에 미래에 대한 상상력 자극” 『어린이들에게 엑스포는 현실로 보는 꿈이라고 할수 있습니다.어린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대전 엑스포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를 위한 엑스포 가이드북 「꿈돌이는 내친구」(글사랑간)를 쓴 동화작가 유순희씨(24)는 『대전 엑스포가 기대와는 달리 외국인의 참여가 거의 없는 집안잔치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럴수록 가장 의미있는 관람객인 어린이들의 편의를 위해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꿈돌이는 내친구」는 유씨가 세차례에 걸쳐 엑스포대회장을 둘러보고 쓴 기행동화.우주탐험관과 테크노피아관등 주로 미래세계와 연관된 전시내용을 글과 사진을 통해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했다. 『엑스포에서는 만화나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는 것들을 볼수 있어요.그런데 엑스포는 서기 20 50년의 미래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바로 지금 어린이들이 앞으로 만들어 가야할 세계지요.어린이들에게 엑스포가 단순히 재미있고 환상적인 놀이터로 이해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꿈돌이…」는 당초 엑스포를 관람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기획됐다.그러나 막상 개막되고 보니 하루에 두군데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도 벅찼다고 한다.엑스포장에 갔더라도 관람한 것은 전체의 일부분이 될수 밖에 없더라는 것.따라서 책은 엑스포를 구경한 어린이는 물론 그렇지 못한 어린이도 엑스포에 담긴 정신을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은 지난 8월말 나온뒤 이미 주요서점의 아동도서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어있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씨는 12종의 어린이 도서를 펴낸 신예 아동작가.그는 『출판계가 어린이 도서에 너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이 책이 많이 팔려 출판계가 어린이를 위한 창작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
  • 불 도서관 여직원의 사표/윤청석 국제부기자(오늘의 눈)

    외규장각 도서반환은 서울을 찾았던 프랑스 미테랑대통령이 우리에게 안겨준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경위야 어쨌든 미테랑 대통령이 청와대를 이례적으로 두차례씩이나 방문,우리 문화재를 전달하는 광경은 최근들어 한껏 고조되고 있는 양국간의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이제 한불정상의 합의에 따라 두나라 전문가들이 조만간 외규장각도서의 「장기임대」에 관한 법률적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과거 프랑스가 불법적으로 약탈해간 다수의 문화재들이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될 전망은 훨씬 밝아졌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은 17일 프랑스국립도서관 여직원 2명이 외규장각도서의 한국 양도에 항의,사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문제의 여직원들은 지난 15일 외규장각도서가 반환되기 직전까지 「책을 껴안고 울면서 내놓기를 거부했다」던 바로 그들이었다.물론 그들의 사임은 직업윤리에 충실하겠다는 실무자로서의 불만의 표시로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불거진 행동이 꼭 그같은 이유에서 나온 것만 같지 않은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우리를 찜찜하게 하고 있다.혹여 이번 반환이 선례가 되어 이집트·그리스등지의 세계적인 문화재들을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 문화관계 실무자들이 직면한 어려운 입장표명이라면 우리의 직접적인 관심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한불간의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에서는 이번 문화재 반환문제와 관련,프랑스측이 또다른 「의도」로 사전에 언론을 통해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번 한국문화재 반환과정에서 국내법상의 제약 뿐만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과 실무자간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우리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가 진정 문화의 나라임을 자부한다면 두나라 정상간에 합의한 문화재반환 약속은 군말없이 지켜야 한다. 프랑스엔 『명확하지 않은 것은 프랑스적 방식이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혹여 몇몇 사람들의 명확하지 않은 행동으로 한불우호에 금이 가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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