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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파릇파릇’ 겨울 속 초록 ‘제주’

    ‘일시적 빙하기’라지요? 한 달 가까이 혹독한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동장군이 휘두른 날선 칼날은 도시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벨 기세였습니다. 이 엄혹한 도시에서 ‘따뜻한 남쪽나라’가 떠오른 것은 당연했지요. 인공위성에서 본 대한민국이 온통 흰눈과 얼음으로 덧칠돼 있을 때, 동장군의 서슬을 뚫고 초록으로 빛나는 곳은 제주가 유일했습니다. 제주에서라면, 따스한 바람과 도처에서 만나는 초록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얻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겨울 속 초록 풍경을 좇아 제주로 ‘철 없는’ 봄마중을 떠났습니다. ●‘쑥대낭’(쑥쑥 자라는 나무) 늘어선 사려니숲길 겨울 숲에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이파리가 무성할 때는 보이지 않던 숲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수없이 겹쳐진 나무 둥치며, 사이사이 빼곡히 들어찬 흰 눈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제주가 자랑하는 숲은 여럿이다. 그 중 겨울 제주 특유의 그림을 만들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사려니숲길에 한 표를 던지겠다. 사려니숲길은 진초록빛 삼나무와 난대림의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있는 공간이다. 물찻오름 등 오가며 만나는 오름들은 풍경의 덤. 지난해 15만명이 다녀갈 만큼 여행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최근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현빈)이 라임(하지원)을 두고 오스카(윤상현)와 자전거 하이킹 내기를 펼친 곳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들머리는 제주시 봉개동 절물휴양림 인근 1112번 도로다. 예전엔 대부분 그냥 지나쳤지만, 물찻오름 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평일에도 수십대의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려니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물찻오름 쪽을 기준 삼을 경우, 성판악휴게소로 내려가는 코스(9㎞)와 붉은 오름을 돌아 내려가는 코스(10㎞), 그리고 사려니오름 방향으로 가다 월둔삼거리에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14㎞) 등 세개다. 여기에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옆에서 출발해 삼나무 전시림, 사려니오름 등을 돌아 오는 6.5㎞ 순환코스가 더해진다. 이중 대다수 외지인들이 선택하는 길은 원점회귀 코스다. ‘참꽃나무 숲’ ‘치유와 명상의 숲’ 등 볼거리들이 어어져 있다. 원래 사려니숲길은 1112번 도로에서 물찻오름, 월둔삼거리 등을 거쳐 사려니오름에 이르는 15.5㎞ 구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월둔삼거리에서 1.5㎞쯤 지난 곳에서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길이 끊겼다. 보호지역이어서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돌아오거나, 붉은 오름을 거쳐 내려와야 한다. 삼나무가 펼쳐내는 올곧은 수직세상과 만나려면 남원읍 한남쓰레기매립장 쪽에서 올라야 한다. 가장 덜 알려진 코스이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들머리 옆이 쓰레기매립장이어서 첫인상은 꺼림칙하지만, 일단 능선을 밟고 서면 색다른 제주의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이 코스의 자랑은 삼나무 전시림이다. 제주 사람들은 삼나무를 쑥쑥 자란다는 뜻에서 ‘쑥대낭’이라 부른다. 널리 알려진 봉개동 숲터널의 수령 30~40년 된 삼나무보다 곱절은 오래된, 나이 80세 이상의 ‘쑥대낭’들이 빼곡하게 차 있다. 총 1850그루. 숲길 가운데 970m의 목재 데크를 깔아 관람 편의를 더했다. 사려니오름(513m) 정상에서 마주하는 제주 풍경도 각별하다. 제주의 4분의1에 해당하는 지역이 한눈에 잡힌다. 들머리에서 삼나무 전시림과 사려니오름을 돌아오는 데 6.5㎞, 3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들머리에 차량 20여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 코스는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된다. 입장객은 평일 100명, 주말 200명으로 제한된다. jejuforest.kfri.go.kr, 혹은 ‘제주시험림 탐방예약시스템’을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매주 월, 화요일은 쉰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064)732-8222. ●늘푸른 곶자왈 아래 거대한 용암동굴 제주의 이색적인 숲 가운데 하나가 곶자왈이다. 척박한 탓에 농토로 쓰이지 못하고, 가축을 방목해도 효율성이 떨어져 사실상 버려졌던, 불모의 땅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덕에 태곳적 모습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고, 최근엔 ‘제주의 허파’란 상찬 속에 생태적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곶자왈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류(熔岩流)가 분포한 지대에 형성된 숲’이다. 쉽게 말해 굳은 용암 위에 형성된 숲이다. 제주의 여러 곶자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선흘리 곶자왈이다.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이라고도 불린다. 곶자왈에 들면 아늑하다. 간간이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을 뿐, 초록빛 일색이다. 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은 “곶자왈이 포근한 것은 지하에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라며 “노루 등 동물들이 동백동산 내 26개에 달하는 동굴(숨골) 주변에서 겨울을 난다.”고 전했다. 곶자왈 안에 수많은 양치식물과 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반면 여름엔 표층보다 찬바람이 분다. 곶자왈은 요철 형태의 지형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이곳 같다. 뱀과 오소리 등도 많이 서식한다. 산책로 이외의 지역을 들여다보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란 얘기다. 습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돌아보는 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용암 위가 곶자왈이라면, 아래는 거대한 용암동굴군(群)이다. 선흘리 곶자왈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제주가 세계에 자랑하는 용천동굴이 있다. 2005년 구좌읍 월정리 인근 전신주 교체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이듬해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길이는 약 3.6㎞.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의 전용문 지질학 박사는 “용천동굴은 20만~3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용암종유, 용암석순 등 용암에 의해 형성된 생성물은 물론, 동굴진주 등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석회 생성물들도 가득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희귀한 동굴”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3일 제주·세계7대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선포식 이후 관계 당국의 협조를 얻어 용천동굴 일부를 둘러봤다. 용암이 흐르며 만든 거대한 동굴 속에 각종 생성물들이 빼곡하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세계다. 숨 한 모금 내뱉기도, 발걸음 한발 내딛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겨우 100m쯤 돌아봤는데도 동굴의 존재감은 방문객을 무겁게 압박했다. 아쉽게 용천동굴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겨우 사람 한명 들어갈 정도의 입구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딛고 선 발 아래 수십만년 전의 기이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럽다.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어우러진 풍경 초록의 겨울 풍경이라면 차밭도 빼놓을 수 없겠다. 초록빛 녹차밭과 눈 덮인 한라산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 서귀포 도순동의 도순다원이다. 규모로는 오설록녹차박물관을 품은 서광다원이 앞서지만, 서정적인 풍경이라면 도순다원에 한 수 양보해야 한다. 차밭 사이 고샅길에 서서 팔을 뻗으면 한라산 부악이 한 손에 잡힐 듯하다. 멀리 발 아래로는 물비늘 반짝이는 서귀포 앞바다가 두 눈에 가득 찬다. 초록 계단엔 녹차잎들이 줄지어 섰다. 그 고운 자태에 가슴에서 날 선 긴장이 가뭇없이 사라진다. 입 끝엔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초록이 주는 위안이다. 도순다원은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달 14일 다시 문을 연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4) →가는 길 사려니숲길은 1131번 도로 교래입구삼거리에서 절물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전 1112번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중간쯤에 있다. 숲에 편의시설은 없다. 물과 도시락 등은 지참해야 한다. 선흘리 곶자왈은 1136번 도로에서 태왕사신기세트장 쪽에 있다. 제주관광공사 740-6000. 도순다원(739-0419)은 16번 국도를 타고 서귀포시 도순동까지 간 뒤, 도순2교에서 한라산 쪽으로 1.5㎞쯤 오르면 나온다. →맛집 서귀포 색달동의 기원뚝배기(738-7722)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집. 오분자기 뚝배기가 주종목이다. 한림읍사무소 앞 이가네흙도야지가든(796-4705)은 흑돼지 요리 전문집. 모자반으로 만든 향토 몸국도 별미다. →잘 곳 표선면 해비치호텔은 시승차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슈페리어 1박과 조식권(2인)에 실내수영장, 헬스클럽 무료 이용 등을 묶었다. 차종은 K5, K7, 제네시스 등이다. 당일 상황에 맞춰 배차된다. 24시간 쓸 수 있어 제법 알차다. 주중 27만원, 주말 33만원. 780-8000.
  • [새벽 2시 강남 ‘호빠’선 무슨 일이…] “누나, ‘민짜’ 원해? 있기야 있지”… 여성 탈선 ‘무법지대’

    [새벽 2시 강남 ‘호빠’선 무슨 일이…] “누나, ‘민짜’ 원해? 있기야 있지”… 여성 탈선 ‘무법지대’

    지난달 말 서울 논현동 유흥가. 새벽 2시 무렵 우성아파트 사거리 일대를 지나 한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현란하게 네온사인을 밝힌 유흥주점이 줄지어 나타났다. 이 중에서 룸살롱과 호스트바가 ‘1, 2부 형식’(저녁에는 룸살롱, 새벽에는 호스트바)으로 운영된다는 K업소를 찾았다. 내부로 들어서자 문 열린 객실 틈으로 40대 중년 남성들과 업소 아가씨들이 섞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옆방에서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남성들이 30~40대 여성들에게 입으로 안주를 먹여 주거나 윗옷을 벗고 춤을 추는 등 낯뜨거운 광경이 펼쳐졌다. 같은 공간에 남녀 접대부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 이 가게의 1부 영업을 관리한다는 한 실장은 “1, 2부를 확실히 구분지어 영업한다. 업소 아가씨들이 남성 접대부들과 같이 일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그만두는 일이 잦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팁은 시간당 3만원 안팎 이곳에서는 양주 한병에 기본 18만원을 내야 한다. 고급 호스트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일부 주부들과 회사원 사이에 ‘부담 없이 놀기 좋은 장소’란 입소문이 난 곳이다. 5분 남짓 기다리자 ‘모델’, ‘보이’ 등으로 불리는 ‘박스’(10명 안팎의 호스트들로 꾸려진 팀)가 일렬로 들어왔다. ‘선수’(호스트를 지칭하는 은어)들은 업소에 상주하지 않고 손님이 찾을 경우 다른 곳에서 대기하다가 전화를 받고 오는 일명 ‘보도’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남성 호스트에게 지불되는 팁은 시간당 3만원.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에 오후 9시 이후에는 주부와 회사원, 새벽에는 여대생부터 유흥업소 종사자들까지 다양한 부류의 여성들이 찾는다고 했다. 선수들 가운데는 고교생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도 보였다. “화끈한 준이에요.”, “끝나게 노는 현우예요.” 이런 투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두 명을 ‘초이스’한 뒤 이야기를 나눴다. “더 어린 친구는 없나?” “누나 ‘민짜’(미성년) 좋아해? 있기야 있지. 아까 두 번째 애도 올해 수능 봤어.” 4년째 호스트 생활을 하고 있다는 20대 남성 A씨는 “미성년자는 주로 업소보다 보도에 많다.”면서 “간혹 여자 손님 중에 미성년자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2차’가 가능한지 물었다. “에이, 알면서…. 누나가 맘에 들어 해서 좋아. 근데 이게 시간당 계산되는 거라서….” ●일부 룸안에서 즉석 성매매까지 한 20대 선수는 눈치를 살피며 말꼬리를 흐렸다. 2차 비용에 대한 이야기인 듯싶어 “50만원 정도면 어때?”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간혹 룸 안에서 즉석 성매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찰 단속이 뜨면 내가 웨이터라고 말하거나 누나랑 아는 사이라고 하면 돼.”라며 손님으로 가장한 취재진을 안심시켰다. 한참을 ‘놀다’ 일어서려는 취재진에게 한 선수가 투정 부리듯 말했다. “누나, 단속은 걱정 안 해도 돼요. 다 방법이 있어요.” 백민경·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런던통신] ‘잠잠해진 돌풍’ 볼턴의 이청용앓이

    [런던통신] ‘잠잠해진 돌풍’ 볼턴의 이청용앓이

    ’블루 드래곤’ 이청용 없는 볼턴 원더러스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모두가 품었던 공통된 질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떠한가?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과(2-0승)의 박싱데이를 끝으로 이청용이 떠난 이후 볼턴은 4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꽤나 큰 후유증이다. 볼턴은 첼시 원정에서 0-1로 패했고 리버풀 원정에서 1-2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위건과의 홈경기에서는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그쳤고 스토크 시티 원정에서도 0-2로 완패했다. 첼시와 리버풀전 차치하더라도 위건과 스토크 시티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단지 이청용의 부재로 돌리기에는 확실한 증거 자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볼턴은 이청용이 있을 때에도 리버풀에 패했고 위건과 비겼다. 스토크 시티전의 경우 홈에서 2-1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번에는 원정경기였다. 당시와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또한 4경기 중 3경기가 원정이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올 시즌 볼턴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홈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 내적인 부분이다. 이청용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볼턴의 경기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위건전을 비교해보자. (편의상 지난 해 10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위건 원정(1-1)을 1차전으로, 지난 1월 5일 홈경기(1-1)를 2차전으로 명명한다) 일단 수치상으로 1차전보다 2차전이 나았던 점은 패스 횟수다. 볼턴은 1차전에서 총 407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이중 266개를 성공했다. 반면 최근의 2차전에서는 총 467개 중 317개를 성공했다. 그러나 1차전이 원정 경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패스 횟수의 숫자는 단지 홈과 원정의 주도권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띠는 차이는 가로채기와 태클이다. 일단 가로채기의 경우 전체 횟수는 비슷했지만 그것이 행해진 위치의 차이는 명확했다. 이청용이 있었던 1차전의 경우 가로채기 대부분이 상대 진영에서 이뤄졌으나 2차전은 볼턴의 수비 진영에서 이뤄지며 역습으로 빠른 전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태클의 횟수는 거의 2배에 육박한다. 이청용이 있었던 1차전에서 볼턴은 무려 105개의 태클을 시도했고 이 중 65번을 성공했다. 반면 이청용이 없었던 2차전에서는 총 60개 중 37개를 성공했다. 즉, 상대를 압박하는 강도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수치만으로 이청용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1차전에서 이청용의 활약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다른 경기들에 비해 미비했다. 가로채기도 1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태클도 11번 중 5번 성공에 그쳤다. 그리고 후반 65분 비교적 일찌감치 교체됐다. 그럼에도 이청용이 있을 때 볼턴이 내용면에서 더 좋은 경기를 했다는 것은 기록 외에 이청용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경기 결과와 내용만으로 최근 볼턴의 하락세가 이청용의 부재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매우 어렵다. 선수층이 얇은 볼턴의 하락세는 이미 시즌 중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으며 이것이 이청용의 이탈과 맞물리며 더욱 부각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볼턴은 이청용이 없이 최대 두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 상대는 얼마 전 0-1 패배를 안긴 첼시와 지난 해 11월 원정에서 가까스로 3-2 승리를 거둔 울버햄턴이다. 볼턴은 이청용 없이는 승리할 수 없는 것일까? 과연, 볼턴의 ‘이청용앓이’가 아시안컵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측근·보은인사가 문제… 인재풀 늘려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로 이어진 인사파동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꼽았다. 측근 중심의 기용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공직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청와대에서 인사검증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해결에 노력했지만, 결국 인재 풀이 확대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앙대 이상돈 교수는 “감사원장이나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경우 객관적으로 자격이 있다고 납득이 가는 사람들을 앉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인사의 기준이 아예 붕괴됐고, 사적 관계에 의해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중도성향 인사도 임용해야” 세종대 이남영 교수도 “이 정부는 우선 인력풀이 좁은 데다 그 안에서도 다소 흠집 있는 사람을 쓰는 관행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는 안일한 인식이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보은인사가 아닌 능력을 바탕으로 한 인사를 해야 한다.”면서 “빚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한 자리씩 주면 결국 내부 갈등만 증폭된다.”고 강조했다. 폭넓은 인재 풀을 갖춰 중도 성향의 인사까지 임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어떤 정권이든 후반기로 갈수록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막기 위해 측근을 기용하려고 한다.”면서 “그렇게 한다고 레임덕이 막아지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역대 정권을 통해 알 수 있는데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당·청관계 더이상 대안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당·청관계에 대해서는 “더이상 대안이 없다.”며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상돈 교수는 “한나라당 내 비주류 집단인 친박계나 소장파가 아닌 주류에서 먼저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자멸의 징조를 보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도 “수습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강원 태백 함백산 눈꽃 트레킹

    강원 태백 함백산 눈꽃 트레킹

    함백산(咸白山)에 갑니다. 백두대간의 일부이면서 눈꽃 트레킹 명산으로 제법 이름 높지요. 주변 풍광도 빼어나 베테랑 산꾼뿐 아니라, 초보 산꾼들도 즐겨 찾습니다. 도시인에게 겨울산행이 쉬운 도전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에 적응했던 두 다리는 쥐가 날 정도로 뻐근하겠지요. 맛있는 커피를 탐하던 입술은 밭은 숨결 내뱉느라 닳을 지경일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풍경은 고생한 자의 몫이란 겁니다. 발품 팔아 오른 그 산엔 당신만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결한 눈이 쌓여 은빛 세계로 변해 있을 함백산. 신기루처럼 눈앞에 아련하게 오버랩되더니, 조급증 걸린 두 발은 어느새 강원도 태백시로 향합니다. ●첩첩첩 산산산… 높은 산 깊은 풍경 설악산과 오대산, 대관령에서 뻗어온 백두대간이 남하하다 태백 인근에서 불끈 솟구친 산이 함백산(1573m)이다. 만항재와 화방재를 경계로 태백산과 이웃하고 있다.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 ‘태백의 지붕’이라 불리는 태백산(1567m)보다 높다. 예로부터 묘고산이라고도 불렸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과 같은 의미로, 신성한 산이란 뜻이다. 두문동재(1268m)와 은대봉(1422m), 피재(935m)로 이어지며 백두대간 코스를 이룬다. 산행에 앞서 온도계를 본다. 영하 17도다. 두터운 외투를 헤집고 살을 에는 칼바람이 밀려 온다. 태백시내가 이 정도면 산 정상은 얼마나 추울까. 산행 들머리는 두문동재다. 대체로 만항재에서 출발해 정암사나 두문동재로 내려 오는 게 일반적이다. 만항재가 1330m이니 함백산 정상까지는 243m만 오르면 된다. 하지만 길이가 짧은 대신 정상까지 된비알이 심하다.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 풍경과 마주할 여유를 갖지 못할 바엔 쉬엄쉬엄 오르는 편이 낫다. 두문동재에서 만항재까지는 약 8㎞. 4시간가량 걸린다. 태백시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두문동재터널이 나온다. 터널 바로 위가 백두대간 선상의 두문동재다. 고개 이름이 독특하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의 ‘두문’과 같은 한자를 쓴다. 풀자면 ‘문을 닫아 둔다.’는 뜻일 터. ‘태백시지’나 태백문화원에서 발간한 ‘우리 고향 태백’ 등 문헌을 보면 이름에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 이후, 고려 신하 가운데 72명이 조선의 녹을 먹지 않겠다며 벼슬을 버리고 현 황해도 개풍군 광덕산 기슭에 은거했다. 조정에서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질렀지만, 이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불타 죽고 만다. 그때부터 광덕산 일대를 두문동이라 불렀다. 그런데 72명의 충신 가운데 7명이 태백으로 내려와 인적 드문 함백산 아래 산간 마을에 몸을 숨겼고, 이를 계기로 마을 이름은 두문동, 고개 이름은 두문동재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은빛 설원과 파란 하늘 하나 된 풍경 은대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도로에서 한 발짝만 떼면 곧 백두대간 능선이다. 내심 기대했던 상고대(나뭇가지 등에 서리가 얼어붙어 눈꽃처럼 핀 것)는 없다. 하지만 숲은 여전히 눈밭이다. 다져진 등산로를 살짝 벗어나면 금세 무릎 언저리까지 푹푹 파묻힌다. 봄철 연분홍 꽃잎을 곱게 밀어올렸을 철쭉 가지에도, 길가에 낮게 몸을 움츠린 산죽의 푸른 잎에도 순백의 솜털 옷이 달렸다. 여기에 코발트빛 하늘이 멋진 조합을 이루며 잠시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한다. 신갈나무와 사스래나무 숲을 지나 능선에 올라 붙자니 뒤편으로 광활한 산경이 펼쳐진다. ‘첩첩첩 산산산’이다. 대간 능선 트레킹은 이런 매력이 있어 좋다. 멀리 산자락 위편엔 새하얀 풍력발전기 여러 대가 서있다. 삼수령(각각 동·서·남해로 흘러드는 오십천·한강·낙동강의 발원지) 인근의 매봉산 자락에 세워진 현대판 풍차다. 한때 백두대간의 정기를 훼손한다며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것이, 어느새 풍경의 보고가 됐다. 등산로 초입은 제법 가파르다. 대간 마루의 이름값을 하는 것일 게다. 코가 땅에 닿을 듯, 허리 굽혀 40분 남짓 오르면 은대봉 정상이다. 너른 공터에서 잠시 다리쉼 하기에 맞춤하다. 사방이 나무에 가려 조망은 그리 좋지 않은 편. 이후 1~3 쉼터까지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펼쳐진다. 3쉼터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함백산의 명물인 주목 군락지와 만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장생의 나무다. 말라 비틀어져 고사목처럼 보이지만, 이 추위에도 끄떡없이 살아 있다. 주목의 푸른 바늘잎이 싱싱한 생명력을 새삼 일깨운다. 눈을 딛고 선 주목들의 장한 자태를 담느라 산꾼들의 카메라도 덩달아 바빠진다. 예서 정상까지는 줄곧 급경사다.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고, 허벅지에 경련이 일어날쯤에야 함백산은 비로소 제 몸을 허락했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 바람이 땀을 씻는다. 차긴 하되 더없이 맑고 상쾌한 바람이다. 온갖 잡념들도 한줌 남김 없이 바람에 실어 보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백두대간의 힘찬 줄기를 품는다. 천천히 정상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대간의 고산준봉들이 거칠 것 없이 줄달음치고 있다.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머물던 ‘일망무제’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북쪽 대간 길을 따라 은대봉, 싸리재, 금대봉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고, 서쪽으로는 두위봉과 백운산, 장산이 산너울을 이룬다. 멀리 도심속에서나 보았던 검은 띠가 산과 하늘을 가르고 있다. 속세의 홍진이 모인 것인지, 대기오염 탓인지 알 길은 없으나, 승속을 구분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청명한 날이면 동해 앞바다까지 한눈에 찬다던데, 그런 행운은 없었다. 하지만 하늘과 맞닿은 곳에 서서 일망무제(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음)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충분히 벅차다. ●태백산 눈조각전만 열려 구제역 여파로 ‘2011 태백산 눈축제’가 12일 전격 취소됐다. 하지만 핵심 행사인 눈 조각 전시회는 오는 21~30일 예정대로 진행된다.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과 함백산 아래 오투리조트, 그리고 시내 황지연못 등이 주 무대다. 올해 특징은 눈 조각의 대형화다. 지구촌 곳곳의 문명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특히 주 행사장인 당골광장 사랑동산에는 ‘세계의 불가사의’라는 주제로 ‘진시황릉 병마용’과 ‘스핑크스’ 등 높이 4.5~11m, 길이 12~30m에 이르는 초대형 눈조각 11점이 전시된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내처 달리면 태백이다.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가 태백산 눈꽃열차 상품을 내놨다. 전세 기차를 타고 축제장과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는 당일 상품이다. 21~25일, 29~30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출발한다. 4만 3000원. 버스는 2만 4900원. ▲맛집 닭갈비가 별미다. 볶음식의 춘천 닭갈비와 달리 고구마, 냉이 등을 육수와 함께 끓여 낸다. 대명닭갈비(552-6515)가 입소문 난 집. 태백닭갈비(553-8119)는 복매운탕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한우마을(552-5349)은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쇠고기집. 강산막국수(552-6680)는 막국수와 감자 부침 등 토속 음식을 잘한다. ▲주변 볼거리 태백의 명소를 전부 둘러보자면 하루해가 짧다. 구역별로 묶어서 계획을 짜는 게 좋겠다. 귀네미마을과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대단위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곳. 설경도 이에 못지 않게 빼어나다. 인근에 삼수령, 자작나무 군락지도 있다. 구문소(求門沼)는 약 5억만년 전의 고생대 지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수능천석(水能穿石)의 격언을 실감할 수 있는 기이한 세계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철암역두 등을 한 코스로 묶을 수 있다. 태백체험공원은 폐광지를 체험관광지로 조성한 곳이다. 석탄박물관과 함께 돌아보면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는 별도 코스로 계획하는 게 좋겠다. 예수원은 구제역으로 출입금지 상태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550-2081~5. ▲잘 곳 시내에 깨끗한 모텔이 많다. 5만원선. 가족과 함께라면 함백산 정상 아래 오투리조트(580-7000)를 고려하는 게 좋겠다.
  • 지방채 10년새 90% 늘어 3조弗… 최대 100곳 파산 위험

    지방채 10년새 90% 늘어 3조弗… 최대 100곳 파산 위험

    #사례1 :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에 위치한 소도시 차우칠라가 이달 초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실업률이 18%에 육박하고 재정적자가 100만 달러나 되는 차우칠라는 시청 개보수 공사를 위해 지방채 590만 달러를 발행했다가 1월분 채무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주정부 관계자는 “차우칠라는 단지 이례적인 경우일 뿐”이라며 진화에 부심했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위기설이 연례행사가 돼 버린 캘리포니아야말로 ‘제 코가 석자’라고 꼬집었다. #사례2 : 모두가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던 지난 연말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의 주도인 해리스버그는 파산보호절차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소각로 구입을 위해 2억 8800만 달러의 채무를 지게 된 시 정부는 막대한 운영비로 고전하던 끝에 결국 올해로 예정된 5000만 달러 채무 상환이 불가능하다며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해리스버그는 주법에 따라 지출을 억제하는 대신 주 정부로부터 재정 보조를 받게 됐다. 기업으로 치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홍역을 치른 미국이 이번에는 지방재정 악화라는 ‘잔혹극 2막’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지방채 규모는 2조 9000억 달러나 된다. 10년 사이에 90%나 늘었다. 부채 규모는 갈수록 느는데 경기침체 영향으로 세입은 줄었다. 거기다 방만한 예산집행까지 겹쳤다. 그동안은 지방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메웠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방채 시장이 최근 현금이 고갈된 주와 시 정부의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라고 지난 8일 전했다. 또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연방정부가 1650억 달러 규모로 내놓았던 연방보조금 성격의 ‘빌드 아메리카 본드 프로그램’이 2010년 말 만료되면서 지방채 시장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주·지방정부 재정 악화 불안감 확산 주 정부·지방정부의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졌다는 또 다른 징표는 미국 대형 은행들이 지방재정 악화에 따른 지방채 신용부도 스와프(CDS) 수요 급증 전망을 배경으로 CDS 거래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 증권예탁결제원(DTCC)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채권에 대한 CDS 총거래 잔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방정부들은 지방채 CDS 거래업무 확대가 채무 불이행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기 거래 확대를 유발해 재정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미국 주 정부 가운데 CDS 프리미엄이 가장 높은 일리노이는 11일 현재 328bp이고 지난해 7월에는 370bp까지 치솟기도 했다.”면서 “이 정도면 최근 재정위기설이 거론되는 스페인 수준이고, 500bp를 넘어서면 사실상 파산으로 본다.”고 말했다. 재정악화는 미국 전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은 8일 46개 주 정부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공공의료보험인 헬스케어 예산을 삭감하면서 일자리 40만개가 사라졌다면서 재정긴축이 광범위한 산업공동화 현상을 일으켜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1% 포인트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 최근 보고서는 주 정부에서 필요한 재정과 집행 가능한 재정 규모 격차가 지난해에만 1710억 달러나 됐고 올해도 16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정부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대응은 긴축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지난 5일 주의회 연두 연설을 하면서 뉴욕 주가 위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약 100억 달러에 이르는 주 정부 재정적자를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 긴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선 딜 조지아 주지사는 공·사립 대학생들에게 제공해온 희망(HOPE) 장학금 축소 문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고등학교에서 평균 3.0 이상 학점으로 주내 공·사립대학에 진학해 평균 3.0 이상의 학점을 유지하는 학생들에게 1인당 최대 6000달러까지 지급하는 장학금의 재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근본 해법 없는 허리띠 졸라 매기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시장분석가 가운데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메러디스 휘트니는 지난해 12월 20일 CBS 시사프로 ‘60분’에서 “규모가 큰 지방정부 가운데 최소 50개, 많게는 100개가 채무 불이행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LA타임스는 “많은 캘리포니아 지방정부들이 2008년 파산했던 발레호 시처럼 되지 않을까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최근 CNN머니 보도에 따르면 마크 빈터 웰스파코 수석경제학자는 “우리는 지방채 시장이 또 다른 붕괴하는 도미노라고 우려하는 얘기를 곳곳에서 듣는다.”면서도 “나는 그 문제로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용어클릭 ●CDS 프리미엄 CDS는 대출이나 채권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 채무자의 신용을 사고팔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CDS 매도자는 채무자가 이자 지급을 못 하거나 채무조정을 진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을 CDS 매입자에게 보상해 주도록 돼 있다. CDS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CDS프리미엄이라고 하며 bp(basis point)라는 단위로 나타낸다. 1bp는 0.01%와 같다. 손해보험에 가입할 때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처럼 채권의 발행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질수록 CDS프리미엄은 상승한다.
  • 포르투갈 구제금융 임박 유로존 또 신용불안 위기

    유로존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포르투갈이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스페인도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예정된 포르투갈의 국채 발행이 성공할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AFP는 10일 유럽 국가들이 포르투갈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익명의 유럽연합(EU)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유럽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7.18%까지 치솟았다. 연초에는 7.25%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포르투갈이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포르투갈까지 구제하려면 EU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를 늘릴 수밖에 없으며, 당초 책정 규모인 4400억 유로에서 7000억 유로까지 기금이 확대되면 독일, 프랑스까지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전남 다도해 개발 탄력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일대 2927만㎡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에서 풀려 다도해 섬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진도군은 환경부와 주민 20가구 이상 거주하는 마을과 농경지 등이 위치한 일부 지역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하고 지정 고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수혜 지역은 조도, 임회면 등 2개면 35개 마을이고, 1967가구에 2329명이 거주하고 있다. 진도는 여수, 신안, 완도, 고흥 등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이 위치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면적이 해제됐으며, 20가구 미만 마을은 농경지 등이 자연환경지구에서 마을지구로 확대 지정됐다. 이로써 150여개 섬으로 구성된 조도면은 앞으로 가옥 증·개축은 물론 관광개발 등 각종 개발 사업의 걸림돌이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진도군은 동서 남해안 발전 종합계획에 따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조도면 어류포·명지·활목지구 항만정비와 마리나 리조트, 콘도미니엄 등 가족 중심의 해상관광휴양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진도 지역은 632㎢(육상 63㎢, 해상 569㎢)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이 가운데 해제되는 육상 면적은 13㎢로 전체의 20%가 넘는다. 이동진 진도군수는 “국립공원 지정 해제로 30년 묵은 해양관광 사업의 활발한 추진 등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 “올 상반기까지 자연보전지역을 개발 등이 가능한 관리구역 및 용도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이명세 감독 “입김에 자유로운 비영리 상영관 절실”

    이명세 감독 “입김에 자유로운 비영리 상영관 절실”

    박찬욱, 봉준호, 김혜수, 원빈, 고현정, 소지섭 등 국내 스타 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릴레이로 출연해 관심을 끄는 광고가 있다. “맥주맛도 모르면서.”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맥주 광고다. 화면 하단으로 흐르는 자막에 시선이 꽂힌다. ‘이 광고의 출연료 전액은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에 기부됩니다.’ 시네마테크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은 스타들이 후원에 나섰을까.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세(53) 감독을 지난 6일 서울 보광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네마테크가 영화 학도나 마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낯설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해 영화 도서관이다. 좋은 영화에 관한 자료를 모아 그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곳이다. 흔히 시네마테크 하면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올드하다는 느낌을 털어버리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영화는 21세기의 첨단 예술인데 시네마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시네마테크는 왜 필요한가. -우리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영화 속에 다 있다. 거기에 담겨진 시대와 문화를 보면 느낄 수 있는 게 많다. 요즘 우리 영화계에 세대 간극이 엄청난데 시네마테크가 일찌감치 있었다면 1970년대 고(故) 하길종, 홍파, 이장호 등 ‘영상시대’ 선배들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시네마테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시네마테크는 좋은 영화의 전범(典範)을 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심형래·진중권 논쟁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시절엔 영화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풀었나. -지금은 영화제가 많지만, 내가 젊었을 때는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다. 비디오가 보급되기도 이전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그 덕에 오히려 상상력이 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네마테크가 오래 전 정착됐다면 한국 영화의 진화는 보다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서울아트시네마가 있지 않나. -맞다. 내년이면 10주년이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좋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데 필름을 빌려와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 재원이 무척 중요하다. 지금 서울아트시네마는 장소를 빌려 운영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그때그때 도와주는 방식이었는데, 지난해 영진위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지원금이 크게 줄었다. →시네마테크는 공익적이고 비영리적인 성격이 강하다. 아예 정부 기관이 맡는 게 낫지 않을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바뀔 때마다 기호에 따라 지속 여부가 갈린다면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는 정착되지 못한다. 외부 지원이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운영의 독립성은 지켜야 한다. 시네마테크는 당장 눈앞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미래를 바라보는 문화 유산이다. 21세기가 영상의 시대이고, 문화의 시대라면 당연히 힘을 쏟는 게 맞는데도 불구하고 (시네마테크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깝다. →전용관 건립은 내년이 목표인데. -올해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기금을 모아야 한다.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전용관이 홀로 세워지는 것보다 다른 문화 분야와 연계해 세워졌으면 좋겠다. 경복궁 옆 옛 기무사 자리에 들어설 현대미술관이나, 한남동에 세워지는 뮤지컬 전용극장과 함께 들어선다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외국에서 손님이 왔을 때도 한국 문화를 복합적으로 알릴 수 있는 구심점이 되지 않겠나. →전용관 추진위 위원장이라 어깨가 무겁겠다. -정부 정책을 결정하고 후원해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해야 하는데 (영화)작업을 하는 사람이라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박찬욱이나 봉준호, 류승완 등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임을 자처하는 영화인 모두 각자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수준이다. →2007년 ‘M’ 이후 작품이 없었다. 최근 윤제균 감독의 JK필름과 작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지난해 초 일본 사무라이 영화와 군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를 찍으려고 했었는데 진척이 잘 안 됐다. 윤 감독과 손잡고 한국형 007 격인 ‘미스터 K’를 준비하고 있다. 봄 정도면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여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형사’를 내놓기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인정사정’으로 한창 잘나갈 수 있었는데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후회는 없나. -계속 작업을 이어갔으면 두편 정도 더 찍었을 거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행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때가 아니었으면 영화를 다시 바라보고 공부할 수 있는 행운의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뉴욕에서 4년 정도 체류하며 그곳 시네마테크인 필름포럼에 일주일에 2~3차례 등교하다시피 했다. 수백편의 영화를 봤다. 나홀로 대학을 졸업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론 너무 좋았다. →‘인정사정’ 이후 작가주의 경향이 짙어져 대중과 멀어졌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결코 아니다. 나는 예술 영화, 상업 영화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흥행이 되고 안 되고에 따라 구분을 짓는 게 이상한 일이다. ‘형사’와 ‘M’은 장르적인 특성을 강화한 영화였을 뿐이다. 소재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미스터 K’는 소재적인 측면에선 관객들이 폭넓게 받아들일 작품이 될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공백기가 길어지면 현장에서 밀려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오히려 더 좋은 일 아닌가. 어딘가에 자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니까…. →배우든 감독이든 해외 진출이 붐이다. 해외 시장을 노크한 선배 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 시대는 정말 행운의 시대다. 좋은 감독과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세계 속에서 한국 영화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이제는 시장을 넓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체되면 그대로 무너진다. 한국적 관점이 아닌 아시아적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DDP 벽에 패널 4만5000장 설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외관에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외장 패널이 설치된다. 서울시는 DDP 외관에 각기 다른 모양의 알루미늄 패널 4만 5000여장을 붙이는 작업을 3월에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비대칭의 곡선형 건축미를 살리는 데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골조공사가 끝나는 3월부터 내년 5월까지 DDP 벽면에 700억원을 들여 1만 4000장의 평판 패널과 3만 1000장의 곡면 패널을 부착할 예정이다. 도면설계도 3차원 입체 설계 방식인 ‘BIM’ 기법을 도입했다. BIM이란 2차원인 평면도면 정보를 3차원으로 전환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설계와 시공에 활용하는 기법이다. 공공 건축물에서는 DDP가 처음 도입하는데, 앞으로는 500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에 반드시 이 설계 기법을 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장 패널에는 ‘오픈 조인트’ 방식이 적용된다. 패널과 건물 벽면 사이에 15∼25㎜의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기가 순환되고 곰팡이 서식이 불가능해 오염방지 효과까지 있다. 외장 패널 하단부에는 방수층, 단열층, 방습층 등이 있다. 특히 4만 5000여장의 외장 패널 중 3000여장이 태양광 패널이어서 5~10%의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전셋값 고공행진… 전셋집 구하기 이렇게

    전셋값 고공행진… 전셋집 구하기 이렇게

    요즘 부동산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전셋값’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은 올해도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를 전망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할 입주물량과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를 감안하면 불안요인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9일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세난을 뚫을 해법이 많지 않다. 수요자들의 고민은 여기서 비롯된다. 먼저 할 일은 거주해야 할 지역과 필요로 하는 주거환경을 결정하는 것이다. 출·퇴근 거리와 교통 여건, 학군 등을 고려해 대상 지역을 고르는 게 핵심이다. 금리 인상 등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해 적절한 수준에서 전세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전셋값 덜 오른 500가구 이상 대단지 닥터아파트의 최근 전셋값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3.3㎡당 평균 전셋값은 730만 8000원이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 용산, 중구, 양천, 광진 등의 순으로 높았다. 전셋값이 가장 낮은 곳은 금천구로 3.3㎡당 463만 1400원이었다. 도봉구(491만 5400원)와 강북구(496만 3400원)도 비교적 저렴했다. 85㎡ 아파트를 기준으로 1억 2000만원 정도면 전셋집을 얻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셋값이 7.6% 오른 강남지역 500가구 이상 대단지 가운데 1년간 전셋값 변동이 없는 곳도 있었다. 논현동 동현아파트 109㎡는 2억 7500만원으로 1년간 오르지 않았다. 인근 신동아 아파트 102㎡도 3억원으로 전년보다 1000만원가량 올랐다. 개포우성 7차의 전셋값은 2억 5000만원으로 전년보다 500만원 뛰었다. 지난해 전셋값이 10.3%나 오른 송파지역에선 거여동 도시개발1단지 82㎡(1억 3250만원)와 거여5단지 115㎡(1억 9000만원)가 전년과 변동이 없었다. 문정동 현대1차 102㎡(2억 1000만원)도 마찬가지다. 반포동 미도1차 114㎡(2억 8500만원), 서초동 삼풍 114㎡(3억 2500만원)도 각각 1000만원 올라 상승 폭이 작았다. 대부분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곳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은 노후했지만 강남개발 초기에 지어져 교통이나 다른 입지 조건은 괜찮은 편”이라고 전했다. 강북지역에선 번동 주공1단지 85㎡(1억원)와 수유동의 극동아파트 92㎡(1억 2000만원)의 전셋값이 오르지 않았다.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 111㎡(1억 7000만원)는 500만원 뛰었다. 월계동 초안2단지 82㎡의 전세가도 전년과 같은 1억원이었다. 상계동 주공3단지 82㎡는 1억 500만원으로 250만원 올라 2.4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단독·빌라로 눈 돌리는 것도 방법 역발상을 한다면 올해 입주를 시작하는 신규 단지가 해법이 될 수 있다. 깨끗하고 시설이 좋아 경쟁이 치열하지만 물량 증가가 예상되는 곳에선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질 수 있다. 강북권에선 은평, 동대문, 마포, 성북 등의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 단지 입주가 이뤄진다. 경기지역에선 고양 덕이지구와 김포 한강신도시, 광교신도시 등의 입주가 예정됐다. 인천 서구에선 8076가구의 입주 물량이 나온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주거의 편리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격요건을 갖춘 전세 수요자라면 올해 서울에서 공급될 예정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SH공사는 이달에만 1400여 가구의 시프트를 공급한다. 강남 세곡리엔파크 4단지에선 전용 59㎡ 144가구, 84㎡ 83가구 등 227가구가 나온다. 전세금은 59㎡ 1억 1150만원, 84㎡ 2억 140만원 선이다. 다만 지하철 3호선 수서역이 차로 15분가량 소요되는 등 교통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세난을 딱히 벗어날 묘안은 없다.”면서 “조건이 된다면 근로자 대상 저리대출을 받으면 되지만 가장 좋은 대안은 미리 집주인과 터놓고 얘기해 적정한 수준에서 전세금을 ‘타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김동현기자 sdoh@seoul.co.kr
  • 고민 없는 소비 감염되는 걸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직렬 6기통(V6) 배기량 3000㏄짜리 엔진을 탑재한 차가 고급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요즘 길을 가다 보면 3000㏄는 지천이고, 12기통에 6000㏄ 엔진을 단 승용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버스에 버금가는 배기량이다. 버스보다 한참 작은 승용차를 움직이기 위해 12개나 되는 실린더에서 휘발유를 태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언젠가부터 소비는 경쟁력이고, 존재감이며,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됐다. 사회는 소비를 부추겼고, 개인은 정신 없이 소비를 진행했다. 40인치 TV를 작다고 느끼고, 새로 산 휴대전화는 길어야 6개월 정도면 낡은 제품이 된다. 기업들은 짧은 기간 내에 끊임없이 ‘신상’을 내놓으며,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라고 충동질한다. 대중들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얼리 어답터’는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그렇지 못하면 왠지 시대에 뒤처지고 경쟁에서 낙오한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한 여가수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무 거리낌 없이, 되레 자랑스레 ‘신상녀’를 고집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니었을까. ‘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박웅희 옮김, 나무처럼 펴냄)는 자본주의 과잉생산 체제에 대해 아무 고민 없이 소비하는 현대인이 미래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어플루엔자’는 풍요(affluent)와 유행성독감(influenza)의 합성어로, 소비 중독과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1997년 미국 공영방송 P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연출자 존 그라프와 환경학자 데이비드 왠, 경제학자 토머스 네일러 등이 공동집필했다. 책은 우리의 일상과 생활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잠시도 상업광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 어쩌면 끊임없이 상업광고를 좇는다. 내가 바로 이 상품을 소비한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어플루엔자 감염이다. 경쟁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충동으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어플루엔자에 감염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소비욕망은 수많은 사회적, 환경적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게 된다. 소비중독으로 인해 환경은 오염되고, 공동체는 해체되며, 세계적 불균형은 가속화된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인간도 소비재일 수밖에 없고, 소비재로 전락한 인간은 기술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도구화되고 대상화된다. 대안은 있을까. 책은 이 증상을 사회현상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몸의 병이라 인식해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영어 투의 표현들이 거슬리긴 하나 꽤 공감 가는 사례들이 많다. 2만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韓銀의선택은

    오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한은이 뽑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가파른 물가 상승을 눈감을 수도, 5% 성장을 외면할 수도 없다. 금통위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부와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없는 고약한 처지에 몰린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친(親)정부적인 행보를 걸어온 금통위인 만큼 누구를 탓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최석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5일 “연초 물가상승 압박은 지난해 한은이 지나치게 정부 눈치를 보면서 적절하게 금리인상을 하지 못해 발생한 측면도 있다.”면서 “금통위원 1~2명이 반대를 한다고 해도 올해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위론을 따진다면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가 쏠린다. 한은 스스로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3.7%로 예측한 만큼 물가만을 고려한다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한은은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운용 수단으로 삼은 1999년 이후 기준금리를 1월에 인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한은이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전격 인상한다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더 확실해질 수 있다. 또 지난해 금리 인상에 실기했다는 책임론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전방위적인 물가안정 대책마련에 나서면서 묘한 복선을 깔고 있다. 정부의 물가잡기 총력전이 역으로 한은에 ‘동결 압박’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서다.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비롯한 서민물가 잡기에 나서는 만큼 한은은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신호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5% 성장과 3% 물가’라는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 속에서 한은의 선택이 궁색해졌다. 한은 금통위 회의 일정과 정부의 물가대책 발표 날짜도 공교롭게도 13일로 겹친다. 같은 날 물가대책과 금리인상이 동시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시장에서는 읽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다음 달로 예측한다.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물가를 제때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을 포함한 입체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기준금리를 올리면 5%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서 물가를 잡을 대체 수단을 찾는 것 같다.”면서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면 금리인상을 동반한 강력한 수단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경기 특성화산단 조성 잇따라

    2020년까지 경기지역에 해양·항공·신재생 에너지 분야 등 특성화된 산업단지가 잇따라 조성된다. 경기도는 4일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서해안발전종합계획을 토대로 초일류 첨단산업벨트 구축을 위한 거점별 특성화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에 2013년 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1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해양산업특화 전곡해양산업단지가 163만㎡ 규모로 조성 중이다. 이곳은 보트·요트의 제조·수리·판매·연구·개발(R&D) 기능이 입주하는 국내 최초의 해양종합산업단지로 꾸며진다. 해양산업단지는 2013년까지 개통 예정인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되는 평택~시흥 간 고속도로 마도IC와 10㎞ 이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평택항 및 인천국제공항과 근접하고 있어 수출입은 물론 기업물류비용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주대상 업종은 섬유제품, 금속가공, 전자부품, 의료, 전기장비, 기타기계, 자동차 및 트레일러, 기타 운송장비, 가구 등 9개 업종이다. 도는 2005년부터 33만㎡ 규모로 공사를 시작해 현재 95%의 공정률을 보이는 김포 대곶면 항공산업단지를 130만㎡로 확대해 2017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또 서해안 일대에 ‘레저항공 콤플렉스(복합단지)’를 조성한다. 복합단지에는 무게 600㎏ 이하 초경량 비행기나 경비행기의 이·착륙을 위한 활주로, 관제·정비시설, 기초훈련장, 클럽하우스는 물론 스카이다이빙과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활공장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밖에 화성시 마도면에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그린기술’ R&D 시설이 집중적으로 입주할 산업단지가 174만㎡ 규모로 조성된다. 현재 운영 중인 파주 LG디스플레이 인근 문산읍 일대에는 내년부터 2014년까지 330만㎡ 규모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조성이 계획 중이다. 안산 시화호 일대에도 대체에너지 연구를 선도하기 위한 185만㎡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복합체험지구 조성 사업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개발계획을 수립 중이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백마강 나루터 13곳 복원

    백마강 나루터 13곳 복원

    백제의 한이 서린 백마강이 수상 관광지로 탈바꿈한다. 충남 부여군은 2012년까지 1단계 부여읍 정동리 부여보~군수리 부여대교 간 8.4㎞에 이어 2014년까지 2단계 부여대교~양화면 시음리 간 36.7㎞ 등 모두 45.1㎞를 수상관광지(지도)로 개발한다고 4일 밝혔다. 1단계로 옛 나루터 5곳이 복원되고 부여대교 하류에 인공 섬인 ‘보물섬’이 만들어진다. 나루터는 4대강 사업으로 공사 중인 부여보와 백제문화단지, 구드래, 수북정, 인공 섬에 각각 설치된다. 부여보에는 금강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금강역사문화관’도 지어질 예정이다. 인공 섬인 보물섬은 30만㎡에 가로 800m, 세로 200m 규모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선착장뿐만 아니라 사계절 꽃밭이 꾸며지고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들어선다. 수상 레일바이크와 오리배 등을 탈 수 있는 수상레저존도 생긴다. 부여군 관계자는 “인공 섬은 비닐하우스가 설치됐던 둔치의 육상 방면으로 물길을 내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단계에서는 옛 나루터 8곳이 복원되고, 강 주변에 친환경농업 생태관광지 및 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이 구간은 방울토마토로 유명한 세도면을 끼고 있어 토마토 축제 등도 적극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금강의 부여 구간인 백마강은 백제 때 서해안을 연결하는 해상왕국으로 명성을 떨치며 나루터만 모두 13곳에 달했다. 지금은 황포돛배 8척 등 유람선이 운항되고 있으나 이용하는 관광객이 많지는 않다. 군 관계자는 “물새나루, 갓개포구 등 옛 나루터 이름을 붙이고 인공 섬을 만들어 황포돛배를 운항하면 백마강의 운치가 살고 관광 가치도 크게 높아져 육상 중심의 부여 관광 패턴이 수상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여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의 신년공동사설과 대북정책/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북한의 신년공동사설과 대북정책/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북한은 2011년 새해를 맞아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라는 제목의 공동 사설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경제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경공업 발전을 통해 인민생활을 향상시켜 2012년 강성대국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와 핵무기를 통해 정치사상 강국과 군사 강국은 달성하였지만, 저조한 경제적 성과가 강성대국으로 진입하는 데 장애로 보고 2011년을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결정적 전환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의 해로 정하여 지상 최대의 명절로 정하고 이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올해 인민들에 대한 선전, 선동 및 강도 높은 사상 학습과 동원이 예상된다. 특히, 2011년에 후계체제 완성과 함께 강성대국을 열기 위해 후계체제 공고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김정은과 함께 현장지도를 빈번하게 실시하고 경공업 발전을 통한 경제강국 건설의 업적을 권력세습 정당화의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원 마련의 필요성 때문에 대외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북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면서 조선반도에 조성된 전쟁의 위험이 가시고 평화를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의 전술적 변화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남북관계 개선 등을 통해 대내외적 환경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평화공세와 무력 도발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2011년 북한 후계체제 구도 완성을 위해 김정은 업적 전시용으로 선군정치를 앞세워 3차 핵실험 및 각종 유형의 대남 무력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로 이어지는 권력 계승 작업 과정에서 내부의 불만을 억제하기 위해 남한을 외부의 적으로 삼아 체제 생존의 위협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의 결속력 강화와 군부의 충성심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력은 북한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함과 동시에 국제적 고립국면을 벗어나 외부로부터의 제재 감소 및 경제적 지원 확보를 위한 위장 평화공세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는 당분간 유화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강조하는, 대화와 경제협력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러한 전술이 남한에 통하지 않을 경우 무력도발 등의 총공세로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신년사설에서 남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대화를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 말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둔 변화를 요구하였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 위협에도 남북 대화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북한이 진지한 태도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올 경우 경제적 지원을 획기적으로 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에 대한 전망은 매우 어둡다. 비핵화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고 전군에 대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요구하는 등 대남 강온 양면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진정성 없는 북의 태도에 여전히 우리 정부도 회의적이고, 따라서 단기적으로 남북한 관계는 경색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기회로 장기적이면서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통일부의 2011년 업무보고를 보면 바른 남북관계를 위한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라는 기본 목표는 늦었지만 바람직한 목표라고 판단된다. 북한의 유화적 제스처에 따른 남북대화와 협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주도면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고, 국방에 대한 투자에 앞서 철저한 개혁을 통해 국가 안보 기반을 마련해야 하겠다.
  • 한·미·중 ‘남북대결 부담’… 올 상반기 대화국면 분수령

    한·미·중 ‘남북대결 부담’… 올 상반기 대화국면 분수령

    2011년은 향후 수년간의 한반도 정세를 운명 지을 중대한 시기다. 이듬해인 2012년이 남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까지 권력 교체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각국의 국내 정치적 요인이 외교에 투사되면서 매우 복잡하고 예상하기 힘든 국면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일단 한·미·중은 대결보다는 대화를 선호할 법하다. 한국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정권을 끝내기가 개운치 않다. 단임제 정권으로서 역사적 평가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잇달아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전쟁불안 심리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점도 찜찜하다. 미국 역시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관리’에 실패했다는 공화당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경제성장 궤도를 유지하려면 한반도 정세가 안정될 필요가 있다. 아직은 미국과의 정면대결이 중국으로서는 부담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김정은 업적 쌓기’로 충분하다고 계산한다면 이번엔 돈을 ‘구걸’하기 위해 대화로 전환하려 들 것이다. 반면 아직 김정은의 업적 쌓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 몇 차례 더 도발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이 대결 국면을 지속할 경우 중국도 차선책으로 북한 비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등 5세대 차기 지도부로서는 군부에 선명성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동맹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중국을 옥죄고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남북 대치 국면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도 북한의 자세변화 없이 무작정 대화로 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서울신문의 새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60.1%)가 단호한 대북정책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건은 북한이 경제제재를 버틸 여력이 있느냐다. “올해 봄 정도면 여력이 고갈될 것”이라는 한 정부 당국자의 전망이 들어맞는다면 대화 국면 전환 가능성은 크다. 이 경우 당장 남북정상회담으로 가기보다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때처럼 남한 특사의 방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때만큼 남북관계가 험악하기 때문에 일단 특사로 돌파구를 여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특사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특사설도 나돈다. 남북정상회담은 특사 외교의 성공에 따른 결과물이 될 것이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 안에서는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높게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에는 현 정권의 힘이 떨어지는 임기 막판인 데다 선거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상반기가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男 흡연율 첫 30%대로 떨어졌다

    男 흡연율 첫 30%대로 떨어졌다

    성인 남성 흡연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낮아졌다. 보건 당국은 금연환경 조성 등 비가격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 이르면 하반기 담뱃값 인상 등 가격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의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0년 하반기 흡연실태조사 결과, 남성 흡연율이 39.6%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2010년 상반기 42.6%보다 3.0%포인트 낮아진 수치이자 첫 30%대 진입이다. 또 여성 흡연율은 2.2%로 상반기보다 0.6%포인트 하락했고, 이에 따라 전체 흡연율 역시 20.7%로 상반기 대비 1.7%포인트 떨어졌다. 연령별로는 50대 남성의 흡연율이 2010년 상반기 41.5%에서 31.3%로 크게 낮아졌고, 40대 남성 흡연율도 같은 기간 50.0%에서 43.4%까지 낮아져 전체 흡연율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30대 남성 흡연율은 2010년 상반기 48.5%에서 하반기 52.2%로 오히려 3.7%포인트가 상승했고, 20대 남성도 같은 기간 38.2%에서 40.9%로 2.7%포인트가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담뱃값이 어느 정도면 금연에 효과적인가.’라는 금연의향가격에 평균 8055.6원이라고 답했으며, 최초 흡연연령은 21.1세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85개 지자체의 금연구역 조례 제정 등 금연환경 조성을 흡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27.3%·2008년 기준) 등 선진국보다 크게 높아 올해부터 금연정책에 더욱 가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히 젊은 층의 흡연율이 오히려 늘어나 ‘진입장벽’을 높이기 위한 담뱃값 인상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수입의 3~4.6%를 차지했던 국민건강증진기금(담배 판매 기금) 지원이 올해를 끝으로 소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향후 대책 마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담뱃값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민원신청 받고 현장서 즉각 처리해요”

    김학인(76·서초구 염곡동)씨는 지난달 2일 진익철 구청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씨는 사흘 전이던 11월 29일 “집중호우 때 내곡동 헌릉로 물이 염곡동 탐성마을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빗물받이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진 구청장은 방지턱을 설치하고 도로도 포장할 예정”이라고 알려줬다. 10월 31일 찾아가는 직소민원실에 “무질서한 강남대로 노점을 말끔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건의한 김정우(36·서초동)씨에게도 사흘 만인 지난달 3일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민들의 보행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진 구청장은 지난 28일 “소비자 불만도 나은 제품을 만드는 아이디어에 바탕이 된다.”며 “최상의 연구로 탄생한 제품도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아 오래 사랑받는 기업은 소비자의 소리를 소중하게 다룬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홈페이지엔 ‘최고경영자(CEO)에게 바란다’란을 개설하는 등 소비자 목소리를 들으려는 듯하지만 대부분 CEO에게 전달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초구는 민선5기 들어 매일 오전 9시 구청장 주재로 ‘구청장에게 바란다’ 보고회를 개최한다. 구민 의견을 놓고 관련 부서장과 담당자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새 아이디어를 발굴해 정책에 반영한다. 예컨대 스마트폰 및 태플릿PC의 급속확산에 맞춰 전자도서관을 설치하자는 이모(서초동)씨 건의에 “내년부터 연중 무휴로 이용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을 국회도서관 및 국립도서관 시스템과 연계해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직원은 “현장에 답이 있으니 민원이 있는 곳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방문해 곧장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지시로 머리에 쥐가 날 정도”라며 웃었다. 진 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구민의 소리’ 명칭을 ‘구청장에게 바란다’로 바꾸고 “~할 계획입니다.” “시정토록 하겠습니다.”라는 애매한 표현과 부서명만 기재하는 등 형식적인 답변에서 벗어나 현장사진, 도면 등을 첨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부서장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한다. 답변도 구청장 명의로 하고 특정 민원에 대해서는 이동중이라도 주민에게 경과를 확인해 결과를 통보해 줄 정도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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