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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균 前해경청장 영장 기각… 檢, 재청구 검토

    김석균 前해경청장 영장 기각… 檢, 재청구 검토

    법원 “형사책임 부담 여지 있어” 밝혀 유가족 “법원 기계적으로 판단… 착잡” 구조 실패 책임 놓고 지리한 공방 예상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55)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6명이 모두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해경 지휘부의 구조 실패 책임을 놓고 지리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현 단계에서 도망 및 증거인멸의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9일 오전 0시 30분쯤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관련 형사판결 등에 의하면 지휘라인에 있었던 피의자가 업무상과실에 의한 형사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사고 발생 후 영장청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수사 및 조사 진행 경과,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수준, 출석 관계 등 수사에 임하는 태도, 직업 및 주거관계 등의 사정과 재난구조 실패에 관한 지휘 감독상의 책임을 묻는 사안의 성격을 종합했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김수현(63)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한 뒤 “상위 직급자인 피의자들이 형사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같은 구속사유의 존재와 구속 필요성 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9일 영장을 기각했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김 전 청장 등 6명은 모두 곧바로 풀려났다.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영장 기각 소식을 접한 뒤 “법원에서 너무 기계적으로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 착잡하다”면서도 “쉬운 싸움은 아니라고 봤다. 끝까지 해보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김 전 청장의 영장심사에 들어가 피해자 진술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장 위원장은 영장심사에서 “당시 해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4월 16일 당일 사고 현장에 직접 갔을 때 (해경 등이) 단 한 명도, 그 어떤 구조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면서 “참사 당시 즉시 구속됐어야 했다. 5년 9개월이 지난 지금 구속도 너무 늦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7일 법원에 영장심사 방청 요청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심문이 끝날 때 즈음 잠깐 들어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전 청장은 전날 법원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 “저로 인해서 유가족들의 그 아픈 마음이 달래질 수 있다면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면서 “급박한 상황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법정 앞 복도에서 대기 중인 유가족들과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장 위원장은 “유가족의 복수가 아니다”면서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세월호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수난구호법상 중앙 구조본부장은 현장 지휘를 통괄 조정하면서 현장에서 보고되는 상황 정보에 맞춰 적기에 퇴선 탈출 명령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은 지난 6일 김 전 청장 등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청장 등은 참사 당시 승객들을 배에서 탈출시키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배에 들어가 구조 활동을 하지 않아 303명을 숨지게 하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 지휘부는 초동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숨기기 위해 각종 보고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헬기 구조 지연 의혹’도 수사하고 있지만 이번 영장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사참위는 참사 당일 고(故) 임경빈군 대신 헬기에 타고 있던 김 전 청장 등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수사단에 요청했다. 참사 이후 5년 9개월 만에 첫 신병 확보에 나섰다가 실패한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세월호 구조실패’ 해경 지휘부 6명 구속영장 모두 기각

    ‘세월호 구조실패’ 해경 지휘부 6명 구속영장 모두 기각

    법원 “구속 필요성·상당성 인정 어려워”세월호 참사 당시 충분한 초동조치를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전 청장과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여인태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현 단계에서 도망 및 증거인멸의 구속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9일 영장을 기각했다. 임 판사는 “당시 현장지휘관에 대한 관련 형사판결 등에 의하면 지휘라인에 있었던 피의자가 업무상과실에 의한 형사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일련의 수사 및 조사 진행 경과와 그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의 수준, 출석 관계 등 수사에 임하는 태도, 직업 및 주거 관계 등의 사정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과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유연식 전 서해해경청 상황담당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신종열 부장판사 역시 3명의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5년 현장지휘자에 대한 형사처벌 전례 등에 비춰 볼 때 상위직급자인 피의자들의 형사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 전 청장은 전날 법정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저로 인해 유가족의 아픈 마음이 달래질 수 있다면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면서도 “급박한 상황에서 해경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김광배 사무처장은 유족을 대표해 영장심사 법정에 섰다. 유족 측은 법정에서 가족들이 받아온 고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복수심 때문에 구속을 원하는 게 아니라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김경수 경남지사 ‘수도권에 맞서는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김경수 경남지사 ‘수도권에 맞서는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8일 “올해 도정은 청년특별도와 교육인재특별도,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을 만드는데 집중해 도민이 체감하는 행복한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김 지사는 이날 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도정운영방향을 밝혔다. 그는 “올해 도정은 청년특별도, 교육인재특별도,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 등을 3대 핵심과제로 삼고 혁신과 성장, 체감하는 변화를 2대 정책방향으로 정해 도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청년과 함께 청년이 직접 만드는 청년정책을 추진해 청년이 돌아오고 찾아오는 청년특별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형 아이돌봄 모델 개발,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확대 등을 추진해 우수한 인재를 지역공동체가 함께 길러내는 교육(인재)특별도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특히 “초광역 협력을 강화해 동남권을 또 하나의 수도권인 메가시티 플랫폼으로 만드는 과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울산과 협력해 대형항만, 공항, 철도 등 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북아 물류플랫폼과 동남권 수소경제권을 구축하고, 동남권 에너지 및 부품소재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동남권 광역관광벨트를 조성하고, 광역 도로망 및 철도망을 건설해 경제생활권을 동남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서부경남KTX 건설사업과 창원 스마트산단 조성, 진해신항 건설 등 3대 국책사업은 추진 속도를 높여 완료 시기를 앞당기고 경제·사회·도정 3대 혁신도 중단 없이 추진한다”고 강조해다. 김 지사는 질의답변을 통해 도정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그는 “동남권 메가시티 플랫폼 구축을 위해 부산·울산시와 관련 사업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올해 초광역 협력사업 기획예산이 국비로 책정됐고 중앙부처와도 논의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남부내륙고속철도 역사 유치 경쟁과 관련해 “역사 유치는 지방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국토부 등에서 노선과 정거장 등을 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한 마산 로봇랜드 문제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는 2단계 사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근본적인 해법을 주문해 놓았으며 곧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진주권역 공공병원 설립문제와 관련해 “공론화위원회에서 권고안을 만들면 그 권고안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가 현재 경남도청 서부청사로 쓰고 있는 옛 진주의료원 자리에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권고하면 도는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해법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행정이 할 일이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오는 21일 예정인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 2심 선고 공판과 관련해 “사법적 판단은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서 “제가 노력이 부족해서 결과가 안 좋게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임재현 해명 “‘그알’ 프레임 미리 짜고 취재..사과 요구“[전문]

    임재현 해명 “‘그알’ 프레임 미리 짜고 취재..사과 요구“[전문]

    가수 임재현 소속사 대표가 음원 사재기 의혹을 보도한 ‘그것이 알고 싶다’가 편파 방송이라고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임재현 소속사 디원미디어 김청원 대표는 8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저희는 1월 4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의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에 관련해 왜곡 편파돼 방송된 것에 대한 사과, 정정 보도를 요청한다”며 “방송 후 가해지는 여론재판 및 인격살인 등의 2차 가해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에서는 지난해 11월 박경이 실명으로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파헤쳤다. 여기에는 신인가수 임재현도 포함됐다. 하지만 임재현 측은 해당 방송에 대해 “저희는 취재 당시, 광고바이럴 업체와 사재기업체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우리는 왜 그 사재기업체와 관련이 없는지에 대해 2시간 넘게 자료를 증빙하고 설명했고 이는 단 1초도 방송되지 않았다”고 편파 방송을 주장했다. 이어 “‘그알’ 측이 방송에 사용한 모든 자료와 주장은 하나도 검증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방송 후반부 ‘우리가 드디어 그 실체를 잡았다’라는 식으로 웅장한 음악을 깔며 의기양양하게 내놓은 자료들은 정작 모자이크에 삐-처리가 되어 아무것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허망한 자료들이었다”며 차라리 실명을 언급하길 바란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소속사 측은 “‘그알’이 프레임을 미리 짜고 취재하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사재기도둑으로 몰려 전국민적인 인격살인과 여론재판을 당하고 있는 그 팀들의 눈물도 최소 10초는 방송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하 디원미디어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임재현 소속사 입니다. 저희는 1월4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이후 ‘그알’)의 ‘조작된 세계-음원사재기인가’ 편에 관련해 왜곡 편파되어 방송되어진 것에 대한 사과, 정정 보도를 요청합니다. 방송 후 가해지는 여론재판 및 인격살인 등의 2차가해에 대해 참담함을 느낍니다. 1. 왜 편파 방송인가 그알 측이 저희에게 취재요청을 하던 당시 저희가 일관되게 요구한 사항은, “우리편을 들어달라는게 아니다. 중립의 입장에서 보도해달라”는 거였고 그알 쪽은 반드시 지켜주겠다 하였습니다. 중립이란건 상대측 주장이 5분 보도되면 다른편 주장 역시 5분 보도되야 형평성에 맞을것입니다. ‘100분 토론’ 에서도 공정한 사회자는 양쪽의 주장을 똑같은 시간을 할애하여 발언건을 줍니다. 허나 한쪽에게 5분, 한쪽에겐 1분의 발언건을 준다면 이건 “한쪽은 악의무리 라는 결론을 이미 내고 시작하는 토론”과 다름 없습니다. 저희는 취재 당시, 광고바이럴 업체와 사재기업체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우리는 왜 그 사재기업체와 관련이 없는지에 대해 2시간 넘게 자료를 증빙하고 설명했고 이는 단 1초도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2. 그래서 임재현은 왜 사재기와 관련없다는 것이냐 그알의 주장대로 바이럴업체가 곧 사재기 업체나 다름없고, 그들이 가수측으로 부터 높은 지분을 얻어 그들의 욕심만큼 사재기를 행했을수도 있습니다. 허나 저희는 그 광고바이럴업체에 지분을 준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광고단가를 주고 정해진 광고가 끝나면 더이상의 지분이나 광고집행 없이 깨끗이 광고는 종료됩니다. 지분도 없는 광고업체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저희의 음원을 사재기 해줬을 동기가 전혀 없습니다. 이는 그알 측과 취재 당시 저희가 충분히 소명하고 증명했던 부분 입니다. 3. 왜 왜곡방송 인가 그알 측이 방송에 사용한 모든 자료와 주장은 하나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방송 후반부 ‘우리가 드디어 그 실체를 잡았다’라는 식으로 웅장한 음악을 깔며 의기양양하게 내논 자료들은 정작 모자이크에 삐-처리가 되어 아무것도 들을수도 볼수도 없는 허망한 자료들 이었습니다. 그런데 모자이크 실수 때문에 뉴이스트 라는 그룹이 노출되었고 그알은 이에대해 사재기그룹 맞다라고 인정도 아닌 그렇다고 사과도 아닌 ‘유감이다’ 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습니다. 결국 자신들의 보도에 인정도 사과도 아닌 책임지지 못하는 스탠스를 취할거면서 방송에선 웅장한 음악을 깔고 멋있는 사회자 멘트로 그 도둑을 잡은듯한 영웅놀이 정의 팔이를 했습니다. 이건 제작진이 취재한 자료의 객관성에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뉴이스트에게 유감이란 애매한말 말고 정식으로 뉴이스트와 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 하시고, 그 취재자료들이 정말 사실과 팩트에 기반한게 맞다면 현재 인격살인 당하고 있는 6팀에 대해 의혹만 키워서 ‘욕 좀 먹어봐라’ 식으로 빠지지 말고 책임감 있게 나머지 자료를 공개 해주십시요. 그알이 잡았다는 그 도둑들의 플레이리스트에 그 6팀중 한팀도 속해 있다고 했는데 책임감있게 그게 누구인지 공개 해주십시요. 윤민수님은 공개 입장문을 통해 공개를 원하셨으니 저희도 공개를 원하고 거기서 임재현 이름이 나온다 해도 그알 쪽을 고소하지 않겠습니다. 자 6팀중 이제 2팀 동의 했습니다. 그 6팀 중 이걸 공개하기 원치 않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은 아마 범인 일 확률이 큽니다. 하지만 6팀 모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그알이 그 가수가 누군지 공개를 원치 않는다면 그알이 ‘주작방송’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애초에 그 자료는 뉴이스트 건 처럼 신빙성이 없는 자료거나, 아님 애초에 그런건 존재하지 않았는데 의혹과 시청률을 위해 있는것처럼 부풀릴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 카드를 공개 해주시고, 급히 그 카드에 아무 이름이나 적어서 제출했다는 의혹이 없도록 1월4일 방송전 취재과정에서 획득한 자료라는 증거를 함께 증빙해서 공개 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국민들도 그 카드에 써있는 가수가 누군지 보기 원할것 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이 방송은 이미 인터넷에 떠도는 의혹만 짜집기로 주욱 늘어놓고 그 의심받는 6팀의 가수들에게 모든 화살과 의혹을 돌려버린 무책임한 보도 행태라 할수 있습니다. 4. 선동 당한 여론 방송 직후 포털사이트 뉴스란에는 ‘닐로 방송후 sns댓글창 닫아’와 같은 기사가 랭킹뉴스 1위에 오르고 그 밑의 베플에도 ‘임재현등 다른 가수들도 닫았다’등 거짓기사와 여론이 형성되어 마치 이들이 방송 후 도망다니는 듯한 여론과 선동이 이어졌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가수 임재현을 비롯 타가수들도 방송전이든 후든 똑같이 팔로워 들에게만 댓글작성을 허용해왔고 팔로워 안하는 일반 회원들도 모두 공개적으로 그 댓글창을 볼수 있게 열어놨습니다. 설령 방송 후 댓글창을 실제로 닫았다해도 그건 순간적으로 몰리는 몰지각한 악플러들을 피하기 위함일뿐 그어떤 도피행위도 아닙니다. 1분만 확인해보면 알수있는 사실과 팩트들이 어떻게 그렇게 버젓이 가짜로 포장되어 국민 전체가 보는 포털사이트 뉴스기사 1위에 오르고 네티즌들이 그걸 사실로 믿어 베플이 형성되는지 한국 인터넷 문화에 대해 개탄스럽습니다. 또한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저희가 유튜브에 올린 저희 노래 가창 영상등을 가리켜 부정 바이럴광고 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의 가창 영상에 출연한 모든 인물 장소 등은 심지어 저희가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광고 영상도 아닌 지인들이 핸드폰으로 찍어준 가창 영상들입니다. 가수가 본인의 신곡을 가창한 영상을 저희의 유튜브채널 등에 업로드 하는것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위이며 금품이 오가는 채널도 아니고, 광고 피드에 돈을 주고 올린 모든 광고행위는 ‘광고표시법’을 엄격히 준수했고 그알 취재 당시 모두 소명 했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그게 설령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바이브 측이 밝혔듯 박경도 같은 방식의 바이럴광고를 이미 수차례 해온바 있으며 이미 차트에 있는 80프로 이상의 타가수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홍보 하고 있습니다. 이는 박경 혹은 타가수들 모두 불법 가수라는 뜻이 아니며 대부분 선량하고 합법적인 가수의 정당한 신곡 홍보 방식 입니다. 인터넷 바이럴 뿐만 아니라 신작 영화 개봉과 신곡 홍보를 위해 TV 예능방송에 출연하는 모든 가수들 배우들 역시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방송에서 부르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그알 취재 당시 마치 ‘너희들만 그러잖아’ 라는 식의 프레임을 미리 짜고 취재하는 인상을 받아 저희쪽은 ‘그건 사실이 아닌데 만약 그런 프레임으로 방송을 굳이 해야겠다면 타 가수들도 똑같은 방식을 하고 있으니 이들 모두가 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보도해달라’며 타가수들의 홍보방식 관련한 모든 자료와 증거를 제시하며 요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제작진은 그 부분에 대해 약속을 하였습니다. 허나 이는 방송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이는 공정보도의 책임이 있는 시사다큐 프로그램으로서는 편파 방송을 했다는 의혹을 비켜갈수 없을 것입니다. 그알이 정말 양측의 발언과 입장을 똑같은 시간을 들여 보도할수 있는 공정한 사회정의 시사다큐 프로그램이라면 방송에서 나왔던 한 제작자의 “사재기 때문에 내가 무능한건지 의심이 들며 힘들다”며 눈물을 흘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장면을 40초간 방송한거에 대해서, 똑같이 또다른 입장인 사재기도둑으로 몰려 전국민적인 인격살인과 여론재판을 당하고 있는 그 팀들의 눈물도 최소 10초는 방송했어야 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낭만닥터 김사부2’ 안효섭X이성경 통했다..시청률 동시간대 1위

    ‘낭만닥터 김사부2’ 안효섭X이성경 통했다..시청률 동시간대 1위

    ‘낭만닥터 김사부2’가 첫 방송부터 흥미진진한 전개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일 처음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극본 강은경/연출 유인식) 1회에서는 여전히 사람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는 김사부(한석규 분)와 차은재(이성경 분), 서우진(안효섭 분)이 돌담병원에서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운명적인 만남이 담겼다. 또 김사부를 중심으로 여전히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돌담병원 응급실 의료진들의 전경과 차은재, 서우진, 윤아름(소주연 분) 등 돌담병원에 흘러들어온 청춘들의 사연이 눈 뗄 수 없이 스피드하게 휘몰아치면서 시청자들을 단 번에 사로잡았다. 강은경 작가는 다양한 사건사고와 얽히고 설킨, 캐릭터들의 서사를 맛깔나는 필력으로 박진감 넘치게 펼쳐내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또한 유인식 감독은 세심함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영상미로 스펙터클한 화면을 완성시킴과 동시에 각 캐릭터들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한석규는 특유의 나지막한 목소리와 심장을 정통으로 저격하는 ‘돌직구’ 독설, 경지에 오른 수술실력 등 압도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의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로 완벽하게 귀환했다. 한석규는 돌담병원에 내려올 외과 의사를 구하기 위해 거대병원을 찾았다가 아수라장이 된 응급실을 속전속결로 정리해주는 가하면, 응급환자들을 방치한 의사들에게 사자후를 날리는 등 김사부표 카리스마를 고스란히 발산했다. 더욱이 거대병원에서 퇴출된 서우진에게 능청스럽게 말을 건네고, 응급실 환자를 제쳐두고 질문하러 달려온 차은재에게 직설적으로 호통을 치는 김사부의 모습은 3년을 손꼽아 기다린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성경은 울렁증 때문에 진정제를 먹고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잠이 들어버린, 노력형 공부천재 흉부외과 펠로우 차은재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이론으로 배운 지식들은 똑부러지게 설명하면서도, 심리적인 문제로 실전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유발, 자괴감에 빠지는 차은재의 고뇌를 통통 튀는 신선함으로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안효섭은 의사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벌어야하고, 급기야 돈을 갚지 못해 얻어터지고 도망까지 치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외과 펠로우 차우진의 감정선을 시니컬한 무표정에 그대로 담아냈다. 선배 의사의 비리를 내부 고발했다는 이유로 거대병원에서 왕따를 당하고 쫓겨났는가 하면, 김사부 앞에서 자신을 돈으로 사라며 건조하게 흥정을 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행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진경 임원희 변우민 김민재 윤나무 등은 탄탄한 연기력을 증명하며 돌담병원을 묵묵히 지켜왔던 ‘돌담져스’의 화끈한 소환을 알렸고, 최진호는 거대병원 재단 이사장으로 3년 만에 복귀한 도윤완의 악한 기운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또한 김주헌 신동욱 소주연 박효주 윤보라 등 새롭게 등장한 배우들은 더욱 풍성해진 스토리를 기대하게 했다. 그런가하면 이날 엔딩에서는 김사부가 상처투성이 만신창이 몰골로 돌담병원에 들어선 서우진과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수술을 끝낸 김사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차은재와 윤아름에게 다가선 순간, 얻어맞아 엉망인 상태의 서우진이 들어와 김사부에게 돈이 필요하다면서 “얼마에 사시겠습니까”라고 무감각하게 물었던 터. 김사부가 돈에 자신을 팔겠다는 서우진을 기가 막힌 듯 삐딱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대립양상이 펼쳐져 앞으로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날 ‘낭만닥터 김사부2’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부 10.8%(이하 동일), 2부 14.9%를 달성하며 첫방송부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행정도시서 성장형 자족도시로… ‘제2의 탄생’ 힘 쏟는 과천

    행정도시서 성장형 자족도시로… ‘제2의 탄생’ 힘 쏟는 과천

    인구 5만 8000명 경기 과천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1980년대 한 지역에 집중된 정부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탄생한 행정도시 과천. 주요 부처 세종청사 이전으로 위상이 추락하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침체의 깊은 늪에 빠졌다. 과천이 위기를 변화와 성장을 위한 기회로 바꾸고 있다. 정부의 오랜 보호와 지원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을 갖춘 최첨단 자족도시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과천지식정보타운의 핵심인 지식기반산업단지에 4차 산업혁명, 미래 신기술을 갖춘 유망 기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해 신지식산업벨트의 중심에 다가섰다. 과천시 성장을 견인할 또 다른 축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공공주택지구(155만㎡·7000가구)에 연구개발(R&D) 중심의 자족용지(36만㎡)를 확보해 지속성장 기반을 다졌다. 6일 김종천(47) 과천시장을 만나 시의 미래 계획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3기 신도시 지정은 市 성장 절호의 기회 관악산 자락에 있는 과천청사 2층 김 시장 집무실에는 멋진 그림이나 화려한 장식물이 없었다. 미래 도시모습을 담은 개발계획안과 도면, 항공사진이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과천시가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보여 주었다. 주요 역점사업의 하나로 시는 과천공공주택지구 자족용지에 R&D 중심의 의료·바이오 산업집적지(클러스터)를 조성해 바이오헬스산업 거점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고령화 시대에 잠재력이 매우 커 정부가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키우는 분야다. 김 시장은 “과천공공주택지구가 올해 지구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다”며 “2020년은 자족용지 사업방식과 참여지분 등이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6월이면 자족용지의 정확한 위치와 용적률·건폐율 등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3만~7만명 고용유발 효과, 연간 2조 7000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해 시 성장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대부분 개발제한구역인 과천동 일원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은 시로서는 절호의 기회다. 2018년 정부가 이 지역을 주택 공급 대상지로 확대하려 하자 김 시장은 베드타운 전락 우려와 극심한 차량 정체를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런 반발은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시는 3기 신도시 4곳 중 가장 높은 비율(23%)의 자족용지와 광역교통개선대책 예산 7000억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김 시장은 “이번 신도시로 지정된 왕숙·교산·계양지구 모두 유망기업 유치에 나서 자족용지 유치 홍보활동까지 벌여야 할 판”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시장은 지난해 1월 수원에서 열린 의료융합클러스터 조성 콘퍼런스에 참석해 학계, 의료계 관계자, 기업인을 대상으로 자족용지 홍보에도 나서는 등 전방위로 뛰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해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정부 부처와 국회, 경기도, 서울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수십 차례 방문했다. 시 자족기능을 확충하고 국·도비를 확보하는 한편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갈현·문원동 일대 135만㎡ 부지에 조성하는 업무와 교육, 문화, 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친환경 복합도시다. 지식기반산업단지(22만㎡)를 만들고 공공, 민간, 임대주택 등 8000여가구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특히 지식기반산업단지는 4차 산업과 미래 유망 신기술(6T), 19대 성장동력을 갖춘 기업이 입주할 사업의 핵심이다. 또 강남(양재 R&CD특구), 판교(창조경제밸리), 광교(테크노밸리)를 잇는 지식산업벨트의 중심이다. 김 시장은 “신설 예정인 4호선 지식정보타운역 등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핵심요충지로 지식산업의 신1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 12개 블록, 21개 필지에 건폐율 70%, 용적률 420~500%, 최고 15층 높이로 지구단위계획을 완료했다. 지난해 시는 지식기반산업용지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김 시장은 “정보통신, 엔지니어링, 전기·전자, 신소재 업종 등 77개 기업이 입주하며 투자 규모도 3조 5000억원에 달해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법인, 소득, 재산세 등 연간 419억원의 세입과 4만 4000여명의 신규 고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과천청사 부지 효율적 활용 방안도 모색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정부과천청사 부지 활용 방안도 찾고 있다. 67만 5665㎡ 부지의 중앙동 정부과천청사에는 공무원교육원, 융합시험연구원, 국사편찬위, 중앙선관위, 정부청사 등이 들어서 있다. 시는 청사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했다. 지난해 말 나온 용역 결과를 보면 의료바이오헬스 산업집적지,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야외체험장, 4차 산업혁명 기술 테스트베드 등 활용 방안이 나왔다. 김 시장은 “청사 부지는 행안부 소유의 국유지여서 정부의 의지와 협조가 중요하다”며 “정부에 청사 부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활용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최첨단시설을 갖춘 지역 안팎의 산업단지와 산업집적지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해 줄 광역교통망도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 김 시장은 “사통팔달 초광역교통망은 어떤 역점 사업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광역교통망이 없다면 확장된 도시는 제 기능과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택 공급도 크게 늘어 2023년이면 과천 인구가 2배까지 급격하게 팽창해 조속한 광역교통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시민 숙원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정부과천청사역이 2018년 12월 확정돼 정부에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 3구를 지나는 과천위례선 과천구간 연장사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용역 결과 기본노선(경마공원~복정)을 원도심까지 연장하는 3개 대안 중 정부과천청사역이 경제적 타당성(BC 0.93)이 가장 높았다. 시는 용역 결과를 사업에 반영하기 위해 국토부에 사업건의서를 제출했다. 수도권 남부지역 광역철도망인 과천위례선은 상대적으로 철도인프라가 열악한 남부지역 지하철 4호선, 신분당선, 분당선 등 3개 노선을 동서로 연결한다. 상시 차량정체 구간인 과천~서울 이수 간 교통대책으로 과천대로와 동작대로 밑을 통과하는 5.4㎞ 지하복합터널도 건설한다. 이 외에도 과천대로와 헌릉로 연결도로 신설, 과천~송파 간 민자도로 연장, 과천 우면산도로 지하화 등 다양한 광역교통 개선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과천시는 안정적 행정도시에서 성장형 자족도시로의 급격한 환경 변화가 시작됐다. 최고 수준의 주거·교육환경과 최첨단시설, 사통팔달 광역교통망을 갖춘 자족도시로 제2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김 시장은 “이젠 과천시민이 지향하는 가치와 사고도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도시 미래를 결정하고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주도적 성장을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단독] 장벽 넘고 추격하고… 미국식 경찰 체력시험 추진

    [단독] 장벽 넘고 추격하고… 미국식 경찰 체력시험 추진

    특정 기준 넘으면 통과하는 방식으로 여경 치안력 논란 잠재우려 평가 변화 뉴욕·캐나다 경찰시험 도입 방안 유력 “여경 비중 확대 취지와 안 맞아” 지적도3년 뒤인 2023년부터 경찰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남녀 가릴 것 없이 같은 체력시험을 치르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존에는 팔굽혀펴기 등 기본 신체능력을 주로 측정하고 남녀 채점 기준도 달랐지만 앞으로는 미국 뉴욕경찰(NYPD)처럼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직무 적합성을 측정할 수 있는 공통 종목이 도입된다. 종목별 점수를 배정하는 대신 특정 기준을 통과하면 되는 ‘패스 오어 페일’(Pass Or Fail) 방식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순경 공개 채용에서 남녀 선발 비율을 폐지한다. ‘성평등 관점’에서 조직 내 여경 비율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남녀 선발 비율을 9대1 수준으로 뽑다가 2년 전부터는 여성 경찰관 비율을 확대하기 위해 대략 남녀 8대2 비율로 선발해 왔다. 경찰은 2022년까지 여경 비중을 15%로 높이고, 경감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도 7%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전체 경찰관(12만 5267명) 가운데 여성 경찰관은 1만 5106명(12.1%)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여성 경찰관 비율이 상대적으로 늘면 강력한 제압이 필요한 치안 현장에서 신속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난해 5월 취객과의 몸싸움에서 여성 경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 남성은 여성 경찰관에게 유리한 체력시험 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실제 경찰 체력시험의 남녀 채점 기준은 다르다. 대표적인 게 팔굽혀펴기다. 여성 지원자의 최소점(1점) 기준은 10개인데 남성 지원자는 12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무릎을 바닥에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게 돼 있다. 현재 순경 체력시험은 ▲1000m 달리기 ▲1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좌우 악력 등 5개 종목을 평가한다. 경찰은 여경 치안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뉴욕경찰이나 캐나다 경찰의 체력시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체력시험이 중심(코어) 근력, 순발력, 상지·하지근력 등 특정 신체능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앞으로는 경찰관으로서 실제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 보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뉴욕경찰은 도망치는 피의자를 잡는 데 필요한 ‘용의자 추격하기’(182m 달리기), ‘장벽 뛰어넘기(1.8m)’, ‘계단 오르내리기’를 평가한다. 또 사람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마네킹 끌기’도 있다. 뉴욕경찰은 남녀 구분해 평가하지 않고, 최저 기준(4분 28초)을 두고 정해진 시간 내에 해당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합격·불합격 방식으로 평가한다. 경찰은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지난해 8월 한국 사정에 맞는 남녀 동일 체력시험을 만들어 달라고 경희대 스포츠학과에 연구용역을 준 상태다. 남녀 경찰 선발 시 같은 체력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여성 경찰 확대라는 원래 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5~2011년 미국 경찰 채용 체력시험에서 여성의 합격률은 남성의 20%에 그쳤다. 여경 채용 비율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남성과 동일한 절차로 뽑는 뉴욕시의 여경 비율은 2016년 기준 14.2%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러 국가기관에서 채택한 경찰 체력시험 방식을 한국 사정에 맞게 적용하면 치안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많이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문 대통령에 한 남겼던 낙동강 살인사건 30년만에 재심

    문 대통령에 한 남겼던 낙동강 살인사건 30년만에 재심

    지난 1990년 발생한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이 30년 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면서 당시 경찰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등 진실이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6일 최인철씨와 장동익씨가 제기한 재심 청구에 대해 재심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부산 북구 엄궁동 낙동강변 도로상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고 함께 있던 남성은 격투 끝에 도망친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이 지난 1991년 11월 부산 사하경찰서는 사하구 하단동 을숙도 유원지 공터에서 무면허 운전교습 중 경찰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금전을 갈취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최씨를 검거했다. 이어 최씨의 자백으로 장씨도 구속했다. 사하경찰서는 두 사람으로부터 낙동강변 살인사건에 대한 자백을 받고 부산지검으로 송치했다. 최씨 등 2명은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경찰에서 조사된 내용을 보완해 두 사람을 기소했다. 두 사람은 무기징역이 확정돼 21년 이상 복역하다가 2013년 모범수로 특별감형돼 석방됐다. 재판과정에서부터 출소 이후까지 계속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던 두 사람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고문을 당하고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며 2017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특히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지난 2016년 SBS에 출연해 이 사건을 회고하며 “변호사 생활을 통틀어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경찰의 고문, 가혹행위 등 직무상 범죄와 수사기록 상 나타난 공문서 위조, 연행 과정에서의 불법성 등 개별적으로 여러 재심 사유들을 제시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 부분은 경찰의 고문 여부였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해 지난해 5월 23일부터 같은 해 11월 14일까지 6차례에 걸쳐 심문기일을 진행했으며, 각 공판 과정에서도 경찰의 고문이 있었는지가 주요 사안으로 다뤄졌다. 최씨 등 재심 청구인들은 고문 장소와 방법, 당시 수사관들의 언행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인으로 나선 당시 수사관 4명은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물고문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의 주장이 더욱 신빙성이 있으며, 경찰의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서 직무상 범죄에 대한 재심은 직무상 범죄가 법원의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됐을 때로 제한하고 있는 것에 비춰봤을 때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들은 원심에서 대법에서 형이 확정되기까지 수사관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며 “그뿐만 아니라 형 집행기간과 출소 이후 당심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일관되게 동일한 주장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의 주장은 고문 장소와 방법 등이 구체적이고, 당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하다”며 “또 당시 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동료 수감자들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최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 조사에서 두 사람의 고문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고 재심 청구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반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들은 당심에서 진술을 번복하거나 고문사실을 묻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 다고만 말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있었다”며 “또 증언에 나선 한 수사관은 두 사람의 범행을 확신한다면서도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증언을 하는 등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당시 같은 경찰서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고문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 등을 볼 때 경찰이 재심 청구인들에게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의 재심 결정 이후 최씨는 “저를 고문한 경찰관에게 절대 용서란 없다”며 “용서는 비는 자만이 받을 수 있는 관용이고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하늘 아래서 고문 경찰관들과 함께 사는 게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고문 경찰관에 대한 고발 여부와 관련해 박준영 변호사는 “무엇보다 두 분의 의사가 중요하다. 두 분이 고소를 진행해달라 하면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우리는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이경우의 언파만파] 우리는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가

    영화 ‘라쇼몽’은 “그래서 범인은 누군데?”에 대한 답을 안 한다. 애초부터 그럴 의도가 없었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말하는가, 말할 수 있는가.’ 이런 물음이 영화 전체에 주제처럼 흐른다. 범인이 누군지에 눈을 돌리면 혼란스러워진다. 각각의 인물이 하는 말에 틈이 없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 사람이 죽었다. 범인으로 의심받는 한 사내가 잡혀 온다. 이름은 다조마루. 근처에서 악명을 떨치던 산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사무라이를 죽였다고 시인한다. 그런데 진실만을 말한다며 당당하다. “나는 사무라이를 밧줄로 묶었고, 그의 아내는 내 말을 따랐다. 한데 그녀가 ‘두 남자를 둘 수는 없다. 한 명은 죽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정정당당해지고 싶어서 사무라이에게 칼을 주었다. 치열한 결투가 벌어졌고, 내 칼에 그가 찔렸다.” ‘살해’라기보다는 정당한 결투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사무라이의 아내는 다른 증언을 한다. “산적이 나를 범하자 남편은 나를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욕적이었다. 견딜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단도를 주며 ‘죽여 달라’고 울부짖다가 기절해 버렸다. 깨어나 보니 남편이 죽어 있었다.” 아내는 자신이 정숙한 모습을 지키려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춰 사건에 대해 말했다. 사무라이가 무당의 몸을 빌려 나타난다. “아내는 산적에게 나를 죽이고 같이 달아나자고 했다. 산적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고, 나를 풀어 주었다. 그사이 아내는 도망을 갔다. 나는 수치스러워서 아내의 단도를 내 가슴에 꽂았다.” 사무라이는 죽었으나, 명예는 지키고 싶은 듯했다. 이 사건을 지켜보던 나무꾼이 말한다. “여자는 두 남자에게 결투를 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두 남자는 마뜩지 않았는지 멈칫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는 둘 다 남자답지 못하다며 비웃었다. 두 남자가 서로 겁에 질린 모습으로 싸웠다. 산적의 칼이 남편의 가슴을 찔렀다.” 한데 나무꾼은 뒤늦게 자신이 여자의 단도를 몰래 가져갔다고 밝힌다. 관찰자로 보였던 그도 이해관계가 있었다. 영화에선 누구도 그들에게 묻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맘껏 내놓는다. 그들이 한 말에 대한 판단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 된다. 영화는 말한다. 인간은 객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털끝만 한 이해관계가 있어도 우리는 거기에 얽매인다. 그 순간 사물이나 사건은 각기 다른 언어로 나타난다. 인간 세계는 얽혀 있다. 우리는 얼마나 어떻게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 ‘사랑의 불시착’ 결방, 아쉬움 달래는 김정현 스틸 ‘훈훈 비주얼’

    ‘사랑의 불시착’ 결방, 아쉬움 달래는 김정현 스틸 ‘훈훈 비주얼’

    ‘사랑의 불시착’이 오늘(5일) 결방하는 가운데, 아쉬움을 달래 줄 김정현의 스틸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독특한 설정과 명품 배우들의 열연, 예측을 불허하는 스토리로 안방극장에 열풍을 불러일으킨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전개에 박차를 가하며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뚜렷한 개성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저격하는 등장인물들 가운데 특히 김정현(구승준 역)은 흥미로운 전개의 키를 쥔 인물로 활약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극 중 구승준(김정현 분)은 화려한 언변과 사업 수완을 자랑하는 영국 국적의 사업가로, 공금을 횡령해 북한까지 도망쳐 와있는 신세다. 공소 시효가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숨어 살아야 했던 그는 뜻밖에도 대한민국에서 결혼까지 할 뻔했던 윤세리(손예진 분)와 재회하며 북한 땅에서의 생활에 터닝 포인트를 얻게 됐다. 그녀와의 얽히고설킨 인연을 이용하려는 구승준의 검은 속내가 서서히 드러나며, 전개에 위기를 불어넣을 것이 예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리정혁(현빈 분)의 약혼녀인 서단(서지혜 분)과도 수차례 인연이 닿는 모습으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연 구승준이 리정혁, 윤세리, 서단 세 사람과 함께 어떤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 이들의 특별한 케미스트리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 12월 28일과 29일 각각 방송된 5, 6회에서는 윤세리의 작은오빠 윤세형(박형수 분)에게 위치가 발각된 구승준의 모습이 그려져 위기감을 조성했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구승준은 재빠르게 협상을 시작하며 사업가다운 기질을 발휘했다. 특히 구승준은 자신을 윤세형에게 넘기려는 천 사장의 음모를 알아채고 총구를 겨누며 이전까지와는 다른 서늘한 분위기를 발산, 반전미(美)로 안방극장을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평양에서 다시 만난 서단에게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요”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전달해 의외의 다정한 면모로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한결 부드러워질 서단과 구승준의 관계 또한 암시되며, 과연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5일 밤 9시에는 지난 방송 몰아보기와 미방송분 비하인드로 구성된 ‘사랑의 불시착 스페셜-사랑불을 켜라’가 방송된다. ‘사랑의 불시착’은 안전하고 건강한 제작현장 확보를 위해 새해 한 주 간 휴식기를 갖고 11일 7회 방송으로 안방극장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동아리 여성회원 2명 성폭행 혐의’ 명문대생 구속 기소

    ‘동아리 여성회원 2명 성폭행 혐의’ 명문대생 구속 기소

    동아리 대표를 맡으면서 동아리 회원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명문대생이 재판에 넘겨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대학생 A씨를 강간상해·준강간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시내 자신의 집에서 동아리 부원 B씨를 성폭행하고, C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며 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대학 연합 동아리 대표인 A씨는 지난달 18일 여러 대학 학생들이 참여한 신입부원 면접과 뒤풀이를 마친 뒤 두 여성 회원 B씨와 C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피해자 C씨는 먼저 잠들었고, 피해자 B씨는 A씨와 술을 더 마신 뒤 잠이 들었다. A씨는 다음날 이른 아침 자고 있던 B씨를 성폭행했고, 저항하는 C씨는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하며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A씨의 손가락을 물어 상처를 입힌 뒤 도망쳐 나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를 체포해 구속하고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같은 달 26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들이 속한 동아리는 A씨가 만든 대학 연합 동아리로 일반인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활동을 주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영화같은 탈출’ 곤 전 회장, 할리우드 컨설팅 받았나

    ‘영화같은 탈출’ 곤 전 회장, 할리우드 컨설팅 받았나

    여러 나라 여권을 갖고 전용기를 타고 감시자들로부터 벗어난 도망자….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일본 ‘탈출’은 할리우드 액션 첩보영화라도 봐도 무리가 없을 만큼 긴박했다. 실제로 곤 전 회장이 지난달 도쿄 자택에서 유명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오스카 수상작 ‘버드맨’(2014)을 제작한 존 레셔를 만나 일본 당국이 자신을 부당하게 구금했으며 자신은 그에 맞서 결백을 입증하고자 싸우고 있다고 강변했다. 곤 전 회장은 영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동정적 견해를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주변 인사들은 곤 전 회장이 지난달까지만 해도 재판을 통해 결백을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법정에서 승리를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사법제도에 투쟁한 유명 사례를 파고들었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 ‘곡스’ 설립자 마크 카펠레스에 관한 책을 출간한 언론인 제이크 애덜스타인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덜스타인은 “‘일본 사법당국은 정의에는 신경을 안 쓴다. 그들은 이기는 데만 관심이 있다’라고 그에게 말했다”고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밝혔다. 이러한 노력 끝에 곤 전 회장은 ‘99% 유죄율’을 보이는 일본 사법제도와 싸움에 승산이 거의 없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인들은 짐작했다. 그의 심리를 잘 아는 지인은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투지로 불타오르던 곤 전 회장의 태도가 급반전을 보인 건 성탄절 무렵이라고 NYT에 말했다. 지난달 일본 법원은 성탄 시즌에 아내와 휴일을 보내고 싶다는 곤 전 회장의 요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몇 달간 곤 전 회장에게 두 차례 아내와 전화 통화를 허락했고 그마저 변호인 입회하게 했다. 그는 아내와 성탄절 휴가를 보내기는 커녕 법원 심리에 출석해야 했다. NYT는 곤 전 회장과 레셔 사이의 영화 제작 논의는 예비단계 성격이고 진척은 없었다는 주변인들의 말을 전하면서 “어떻게 보면 곤 전 회장이 충격적 반전 설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추측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여기는 남미] 하필이면 킥복싱하는 여주인과 마주친 도둑의 최후

    [여기는 남미] 하필이면 킥복싱하는 여주인과 마주친 도둑의 최후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빈 집에 들어간 남자 도둑이 여성 주인에게 붙잡혀 흠씬 매를 맞고 경찰에 넘겨졌다. 알고 보니 집 주인은 평소 킥복싱으로 체력을 다진 여성 체육인이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주 라플라타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자는 가족이 모두 외출한 오전시간에 문제의 집에 들어갔다. 대문을 부수고 들어간 집에는 돈이 될 만한 게 많았다. 약 2시간 동안 집에 머물면서 도둑은 페소(아르헨티나 화폐)와 달러, 귀금속, 노트북 등을 챙겼다. 동전이 들어 있는 저금통까지 집어 든 그가 신바람이 나서 집을 나서려고 할 때 하필이면 여주인이 귀가했다. 딸 2명과 함께 돌아온 여주인은 대문 열쇠가 부서져 있는 걸 보고 순간 도둑이 든 걸 알아차렸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공포심에 얼른 피하는 게 보통이지만 여주인은 달랐다. 대문을 활짝 열고 집에 들어간 여주인은 돈과 귀중품을 챙겨 나오던 도둑과 딱 마주쳤다. 평소 연마한 킥복싱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건 이때부터다. 여주인이 날린 발차기 한 방에 도둑은 그대로 바닥에 자빠졌다. 도둑은 훔쳐가던 노트북과 현찰 등을 모두 버려두고 줄행랑을 쳤지만 여주인은 도둑이 도망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옆집에 설치된 CCTV에 담긴 당시 영상을 보면 대문에서 튀어나오는 도둑이 보인다. 이어 여주인이 쫓아 나오고, 두 딸이 그 뒤를 따른다. 여주인은 도둑을 쫓아가면서 계속 발차기를 날린다. 결국 도둑은 길바닥에 쓰러져 여자에게 완전히 제압된다. 도둑은 이웃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한편 여주인은 올해 41살로 8년째 운동을 하고 있는 킥복서였다. 경찰은 "여자가 워낙 킥복싱에 능숙해 남자를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면서도 여자의 행동은 매우 위험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선 도둑이 총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범죄자들이 총기를 소지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면서 "자칫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상황에선 저항을 하거나 제압을 하려들지 말고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그 책속 이미지] 스스로 괴롭히지만 결국 구원에 이르는 예술

    [그 책속 이미지] 스스로 괴롭히지만 결국 구원에 이르는 예술

    꼬마 인간들이 사는 집을 부숴 버린 거대 인간이 묻는다. “보여 줘. 어떻게 하면 우릴 구할 수 있는지.” 굳건한 표정으로 거대 인간을 바라보는 꼬마 인간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와이 아트’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의미를 설명한 어른용 그림책이다. 9명의 예술가는 갑자기 닥쳐 온 거대한 손의 공격에서 도망치고, 숨었던 곳에서 꼬마 인간들이 사는 작은 박스를 발견한다. 그곳에 자기와 똑같은 꼬마 인간을 만들어 놓더니, 심술이라도 난 양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예술은 무엇이고, 예술가는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 보라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짧은 이야기에 담긴 철학의 울림이 크다. 2018년 이그나츠 어워드 그래픽 노블상 수상작.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폭력집회’ 전광훈 목사 영장 기각… “구속 필요성 인정 안돼”

    ‘폭력집회’ 전광훈 목사 영장 기각… “구속 필요성 인정 안돼”

    지난해 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구속을 피했다. 법원은 구속 사유나 필요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 목사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집회의 진행 경과와 방법, 집회 현장에서의 피의자의 구체적 지시와 관여 정도, 증거수집 정도를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 목사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집시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전 목사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 목사는 영장심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폭력 집회를 사주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도망갈 일도 없고, 도망갈 거면 이런 일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도망갈 일 없다” 끝까지 혐의 부인한 전광훈 목사

    “도망갈 일 없다” 끝까지 혐의 부인한 전광훈 목사

    지난해 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보수 단체의 불법·폭력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전 목사는 경찰과 충돌을 빚은 탈북자 단체 등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전 목사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했다. 전 목사는 영장심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폭력 집회를 사주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당시 한기총과 관계없는 탈북자 단체가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하며 경찰 저지선을 돌파해 30명 가까이 연행됐고, 이마저도 하루 만에 훈방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망갈 일도 없고, 도망갈 거면 이런 일을 하지도 않았다”면서 “당시 영상도 유튜브에 다 있어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외에도 내란 선동과 불법 기부금 모금 등 6가지 혐의로 고발됐다. 그는 그동안 경찰 소환 조사를 거부해 오다 5번의 통보 끝에 경찰에 출석해 11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집시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전 목사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곤 전 르노닛산 회장 ‘폭탄발언’?…日정부, 8일 기자회견에 초긴장

    곤 전 르노닛산 회장 ‘폭탄발언’?…日정부, 8일 기자회견에 초긴장

    영화를 방불케 하는 탈출극을 감행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회장이 오는 8일 레바논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곤 전 회장의 육성을 타고 전세계에 일본 사법당국과 사법제도에 대한 비난이 이뤄질 가능성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NHK,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일 레바논 현지 대리인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간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현지 언론들도 그의 기자회견 계획을 전하며 일본을 탈출한 이유와 경위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NHK는 “곤 전 회장의 출국을 놓고 아내의 지휘 아래 주도면밀하게 준비됐으며 민간보안업체가 개입돼 있다는 설이 나오는 가운데, 그가 어떻게 출국심사 등 그물망을 뚫고 레바논까지 이동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설명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도쿄지검에 의해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했다.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일본 사법당국은 바짝 긴장하게 됐다. 그가 일본의 구속 이후 줄곧 검찰과 사법제도를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곤 전 회장은 이번에 탈출에 성공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31일 밤(현지시간)에도 자신의 대변인을 통해 “일본의 사법제도는 유죄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차별이 횡행하고 기본적 인권이 부정당하고 있다“며 “나는 정의에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정의롭지 않은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피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검경은 곤 전 회장의 탈출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곤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그의 탈출을 도운 인물이 여러 명인 것으로 보고 그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 등의 방범카메라 영상 등을 분석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부산시,유라시아·태평양 관문도시로...조례 공포

    부산을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관문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부산역과 부산신항역의 유라시아철도 출발역 추진에 관한 조례(이하 ‘유라시아철도 조례)’를 공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유라시아철도 조례 제정으로 시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시는 부산역을 유라시아대륙 관문도시로서 국제 여객철도역으로 조성하기 위한 지원시설 설치, 부산신항역을 철도와 항만물류 통합처리 거점인 국제 화물철도역으로 조성하기 위한 철도 자동하역시스템 구축 및 컨테이너 야드(CY)기지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국내외 유라시아철도 관련도시와 네트워크 구축, 교류협력, 유라시아 관문도시 상징 조형물 건립 등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시는 올해를 유라시아 관문도시 기반 조성의 원년으로 삼고, 부산이 국제복합운송체계 기반의 글로벌 교통·물류 관문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공항-항만-철도를 연결하는 트라이포트(Tri-Port)전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이번 유라시아철도 출발역 조례 제정으로 해양과 대륙을 잇는 관문기능을 되살리고, 교통·물류네트워크의 중심도시 부산의 역할과 위상 강화 및 유라시아 철도 출발역 이슈를 선점할 방침이다. 부산시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의 관문도시로서 다양한 기반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철도 물류인프라 확충을 위해 부산역 및 부산신항역을 중심으로 철도시설 재배치 및 광역철도 연계교통망 확충, 부산역과 국제여객터미널의 교통 연계를 통한 관문기능 강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유라시아철도 관문도시 추진전략 연구 중 실시한 시민의식도 조사결과, 바람직한 국제철도역의 추진전략으로는 트라이포트 연결에 기반을 둔 추진을 꼽았으며, 국제철도역 추진 유치활동으로는 유라시아철도의 기종점역 유치를 위한 조례 제정을 꼽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 부산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철도망이 연결되면 북방과의 철도·항만 등 교통·물류 연계에 큰 도움이 될것 ”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2020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들 -강성은의 시

    1. 별일, 없습니까? 강성은을 줄곧 예의주시하던 독자라면, 그녀가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현대문학, 2018)에서 보여 준 세계가 결코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 여기에는 비록 논리적 인과가 생략되어 있지만, 그동안의 그녀의 작품 세계를 떠올려 보자면 이러한 결말은 거의 필연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일단 그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도록 하자. 타인의 죽음을 노래하던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보다 무서운 것은, 그녀의 ‘별일 없습니다’라는 말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강성은의 세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현실의 비틀림을 시적 언어로 치환하여 구조적 폭력과 그 속에 놓인 주체를 치밀하게 조망한다. 그 세계는 희생자의 관점에서 추상된 세계이기에, 폭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자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타자의 영역으로 남는다. 세계는 악몽이며, 깰 수 없는 꿈이라는 인식 속에서 강성은은 극복이나 초월을 말하지 않으며 단지 악몽을 더듬어갈 뿐이다. 그간 강성은이라는 시인이 평단과 독자 양쪽 모두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그녀의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해석이 부재했던 것은 타자의 세계와 응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기묘한 매력이 있음을 동시에 암시해 준다. 이 낯선 세계와 마주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져 보자. 별일 없다고 말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에게는 보다 대담한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령 악몽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악몽’을 나란히 세워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자리에 스즈키 고지 원작의 영화 ‘링’1)을 놓아보자. 악몽에 일상을 겹쳐 놓음으로써 ‘이것은 악몽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악몽에 또 다른 악몽을 겹쳐 놓음으로써 강성은 시의 깊이에 초점을 맞춰 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세계가 가진 디테일과 그로부터 펼쳐지는 어떤 파국의 매혹에 대해, 그리고 그 파국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심층적 의미에 대해 깊게 응시할 수 있을 것이다. 2. 죽음을 상연하는 세헤라자데의 서커스 -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창비, 2009)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시인은 ‘세헤라자데’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는 아직 비어 있다. 드러나는 것은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마치 본 사람 중에 살아남은 이가 없어 아무도 그 내용을 모르는 ‘링’2)의 비디오처럼. 옛날 이야기 들려줄까 악몽처럼 가볍고 공기처럼 무겁고 움켜잡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가버리는 이야기 조용한 비명 같은 이야기 천년 동안 짠 레이스처럼 거미줄처럼 툭 끊어져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이야기 지난밤에 본 영화 같고 어제 꿈에서 본 장면 같고 어제 낮에 걸었던 바람 부는 길 같은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 (…) 당신이 마지막으로 했던 이야기 매일 당신이 하는 이야기 내가 죽을 때까지 죽은 당신이 매일 하는 그 이야기 끝이 없는 이야기 흔들리는 구름처럼 불안하고 물고기의 피처럼 뜨겁고 애인의 수염처럼 아름답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이야기 (…) 어젯밤에 내가 들려준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내일 밤 내가 당신 귀에 속삭일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 ‘세헤라자데’ 중에서 천일야화 속 등장인물인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 가는 인물이다. 예컨대 그녀는 왕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도록 매혹해야 하는 숙명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위의 시에서 소재가 되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성격에서의 매혹과는 다른 결로 표현되어 있다. 그 이야기는 ‘무겁고’, ‘툭 끊어’질 것 같고, ‘비릿하고’ ‘개 같’다. 심지어 화자는 그것을 ‘흔해빠진 낯선 이야기’라고 말한다. 혼란에 빠진 듯 두서없이 말하는 시에서 내용이 아닌 목적에 맞춰 질문을 던져 보자. 그녀는 이런 설명으로 어떻게, 어떤 청자를 매혹하려는 걸까? 보편적 매혹과 구별되는 설명이 매혹으로 작용하는 경우에 대해 떠올려 보자. ‘링’의 첫 대목은 여고생의 통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저주받은 비디오에 대해 상대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보면 죽게 되는 비디오’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기묘하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영화의 시작을 장식하는 것처럼, ‘세헤라자데’가 시집의 첫 작품으로 배치될 때 환기시키는 것은 위험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매혹이다. 그렇다면 ‘세헤라자데’는 누구로부터 죽음을 연기하려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집에서 ‘죽음’이 특정한 사건이 아닌, 세계에 만연해 있는 일상으로 묘사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나’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서커스 천막 안에서’), 자줏빛 스카프와 같은 사물에 의해 살해당하기도 하며(‘누가 그레텔 부인을 죽였나’), 때로는 바람이 몰아쳐 내장을 쏟아내며 죽기도(‘새벽 두시의 변기’) 한다. 그 외에도 무수하게 변주되는 죽음의 양상 속에서, 죽음은 특별한 인과가 아니라 세계의 이상성을 보여 주는 한 표지(標識)가 된다. 여기에 덧붙여 화자가 죽음을 ‘신의 집에서 벌어지는 서커스’(‘잠의 형제’)라고 말한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죽음은 슬픔, 그리움, 안타까움과 같은 감정을 동반하는 사건이 아니라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그 무엇이다. 이 시적 세계에서 인물은 신의 유희를 위한 희생양의 위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희생양의 위치는 공포영화 속 인물의 위치와 같다. 공포영화에서 인물이 죽는 것은 살인마에 의해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관객의 긴장과 응시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영화에서 인물의 삶과 죽음은 오직 내적 서사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을 염두에 둔 상태로 전개된다. 영화 ‘링’의 결말 부분에서 인물의 죽음은 직접적인 묘사를 통해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눈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달된다. 눈은 1차적으로 내적 맥락인 사다코의 저주를 표상하지만 이는 동시에 외적 맥락인 관객의 응시 또한 형상화한다. 이어지는 엔딩에서 여주인공 아사가와는 다른 이에게 저주의 비디오를 전달하러 떠난다. 자신의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다른 이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서 ‘세헤라자데’ 또한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예컨대 자신의 죽음을 연기하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계속해서 상연하는 서커스라고 말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집에서의 수많은 죽음은 화자의 죽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연을 위해 화자가 뒤집어쓴 인물들의 죽음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신 앞에서 계속 죽음을 연기(演技)해야 하는 저주받은 자이고, 그것이 시집에서 표상되는 세헤라자데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화자는 ‘구두 위에 구두를 또 신’고, 종국에는 ‘구두 속에서 나오지도 않’게 된다.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세헤라자데의 저주받은 삶을 표상하는 문장인 셈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신체 절단과 같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서커스에 연관될 수 있는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작품 외적으로는 시인의 개성적인 상상력이면서, 작품 내적으로는 신의 눈을 홀리는, 화자가 계속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의 그로테스크함은 통각의 언어이면서, 화자의 세계를 지탱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의 증상3)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그로테스크한 발화를 다룰 때, 그것을 단순히 희생자의 광기 어린 토로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가끔 그녀의 감은 눈꺼풀 속 검고 깊은 구멍 속에서 하얀 꽃잎들이 흩어져내렸네’(‘나무가 되는 법’)라거나 ‘나는 나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점들은, 살점들은,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순간 선명하게 붉은 점이 되었다’(‘태양의 반대편’)라고 말할 때, 이는 화자의 광기를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하고 유지하려는 절박한 시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때에 나타나는 난해성은 해석에 저항하는 관성적 구성물로서 증상의 필연적 산물이다. 결국 증상들로부터 예증되는 이 그로테스크한 절박함이야말로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이 펼쳐 보인 시적 세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Komm, s廓r Tod) -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를 통해 강성은은 저주받은 세헤라자데의 몸을 빌려 독자적인 시적 세계와 그 속에서의 증상적인 발화를 보여 주었다. 그녀의 첫 시집은 이렇듯 죽음을 연기(延期)하기 위해 죽음을 연기(演技)하는 분투였다. 이는 두 번째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에도 이어지는 것으로서, 여기에도 강성은은 자신의 시가 본질적으로 하나의 연기(演技)이자 제스처라는 방식을 줄곧 유지한다. 가령 ‘외계로부터의 답신’에서 화자는,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 내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어떤 날은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 - ‘외계로부터의 답신’ 중에서 라고 말하며 삶과 연기의 간극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두 가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이 시집이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 첫째로 자신의 삶이 하나의 연기임을 완전히 선언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삶이 수많은 배역의 연기임을 드러냈지만, 이 같은 대비를 전경화하지는 않았다(전작에서 화자는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는 점에 유의하자). 두 번째는 연기와 삶 사이의 틈을 무대화한다는 점이다. 그 틈은 ‘단지 조금 이상한’ 것으로, ‘아직 이름이 없고 증상도 없는/어떤 생각에 빠져 있을 땐 멈춰 있다가/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생동’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 병/잠처럼’(‘단지 조금 이상한’)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으며 드러나지 않지만, 해소될 수도 없는 틈. 화자는 그 틈을 어렴풋이 감지하며 그것의 윤곽을 그려 나간다. 이처럼 연기와 화자 사이의 틈이 무대화되는 지점에서 화자는 존재론적 물음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올란도’에서 화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 몇 세기에 걸쳐 꿈을 꾸었다 수많은 계절들의 반복과 변주 수많은 사람들의 반복과 변주 어제와 내일의 경계가 사라져도 이 꿈은 사라지지 않아 죽기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지면 다음 생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밤이 저 오랜 질문을 던지고 슬그머니 얼굴을 바꾸면 다음 날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몇 세기에 걸쳐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 나의 노래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나의 얼굴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이 오랜 꿈이 끝나고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 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 - ‘올란도’ 전문 타자의 몸을 빌려 그로테스크한 죽음을 상연하던 것에 대해 이제 화자는 그것을 하나의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꿈은 깨지 않는 꿈이고 사라지지 않는 꿈이다. 그 꿈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실체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에 직면한다. ‘너는 누구지? 너는 누구야?’ 그러나 화자는 대답할 수 없다. 무수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란 ‘켜켜이 쌓여’가는 반복과 변주라는 사후적 형식으로만 파악될 뿐이다. 그렇기에 질문은 존재론적 해답을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에는 빗나가며 실패한다. 화자는 그 빗나감과 실패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희미한 윤곽선만을 그려본다. 그 대답을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며 사후의 순간에 은유할 뿐이다. 이때 ‘죽음’이라는 기표는 이전과 다른 의미로 조직된다. 이전 시집에서 그것이 신의 유희를 위해 상연되는 것이었다면, 이제 죽음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게 될 시간, 화자가 ‘밤’이 되는 순간으로 재전유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변화를 의미할까? ‘링’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는 아사가와의 표정을 상기해 보자. 이 장면에서 아사가와는 우연히 저주받은 비디오를 봐 버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매개물이 되어 자신의 부모에게 저주를 전염시키러 떠나고 있다. 여기에서 아사가와는 슬픔에 찬 눈과는 대조적으로 약간의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그 표정이 저주에 사로잡혀 공포에 떨던 표정도,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조해하던 표정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표정은 한결 평온해 보인다. 이 지점에서 ‘링’을 구성하는 두 개의 쇼트 형식4)은 완전히 겹쳐지고 영화는 끝이 나는데, 이는 아사가와가 저주로 인한 삶의 비틀림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그녀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더이상 시달리지 않는다. 앞서 ‘올란도’를 통해 보았듯이 화자는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전 시집에 비해 연과 행의 나눔이 정갈해지는 변화 또한 이 같은 요소로부터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아사가와가 저주를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임으로써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벗어났듯이, ‘단지 조금 이상한’의 화자 또한 죽음을 언젠가 찾아올 필연적 사건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말하기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이다. 이 같은 태도는 ‘기일(忌日)’과 ‘불 꺼진 방’, 그리고 ‘구빈원’의 세 편의 구도를 통해 다른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앞선 두 편의 시는 동일한 장면에 대한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관점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기일(忌日)’에서는 화자가 집 밖의 쓰레기장을 바라보며 거기에 버려지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반면 ‘불 꺼진 방’에서 화자는 내다 버려진 ‘죽음’의 입장에서 주변을 바라본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의 두 관점은 그 내용에서 두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는데, 이러한 차이는 ‘구빈원’이라는 작품을 통해 변증법적 종합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종합은 통상적 정·반·합의 구도와는 다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실은 모두가 버려지고 있다/너무 먼 곳에 버려져 잊었을 뿐이다/이 행성이 우주의 거대한 쓰레기장이라는 걸/우리는 모른다/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화자의 가장 비참한 형상(죽어 버려진 모습)을 자신의 인식론적 밑바탕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 준다. 마치 ‘링’의 아사가와가 저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자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자기 삶의 변화된 기반으로 인정하고 그로부터 나아가듯이 말이다. 4. 커져가는 소음 속에서 자라나는 것 - ‘Lo-fi’ (문학과지성사, 2018) 그러나 세계는 여전하고, 화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듯 잠자는 듯했지만/엄마 오늘밤 우리의 악몽은/태어나지도 깨어나지도 않는 영원한 불길함입니다’(‘양수 속에서’,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중)라고 표현했던 세계에 있다. 단지 자신의 죽음을 필연적인 것으로, 그것을 인식의 기반으로 삼음으로써 화자의 관점만이 변화했을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화자의 시각장을 재조직한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 그의 눈에 포착되면서, 시는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간다. 이 지점에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요소가 생활감 있는 유령들의 출몰일 것이다. k는 죽은 후에도 가끔 산책을 한다 p는 죽은 후에도 가끔 시를 쓰고 담배를 핀다 r은 술을 마시고 꿈도 꾼다 어제는 오래전 죽은 친구를 만나 강에서 수영을 했는데 죽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b는 살아 있는 사람인 척 온종일 카페에 앉아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 떠드는 사람들도 살아 있는 척하느라 그런 것 같았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 ‘계면’ 중에서 인용된 작품 전반부에서 죽은 이들은 생전과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종종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이어 간다. 이 가운데 화자는 도시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누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이러한 독백 이후로 화자는 산 사람들의 삶을 나열한다. 그들(z, w, n)은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죽음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물론 강성은의 시에서 죽은 이의 출몰은 늘 있어 왔다. 그러나 이전 시집에서 죽은 자들은 악령이었거나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모습이었던 반면 여기서 포착되는 죽은 자들은 보다 생활감 있는 이미지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스로가 죽었음을 알면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아래는 시의 후반부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 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 가수는 노래하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죽고 죽고 죽어도 다시 살아나 노래하고 s는 어제 쓴 일기를 반복해 써 내려가고 c는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을 매일 베껴 적는다 불행한 일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불운한 날들이 빛처럼 쏟아져 내려도 도시가 잠기도록 비가 내려도 - ‘계면’ 중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도망가지도 않’는다면, 죽음과 살아 있음의 차이는 경미해진다. 시에서 죽은 인물들과 산 인물들의 이미지가 대비가 아닌 나열의 방식으로 나타나듯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면/죽음이 무슨 소용인가요’라고 화자가 독백할 때, 여기의 행간에는 앞선 산 자와 죽은 자의 비교로 인해 ‘삶이 죽음보다 더 죽은 것 같다면’이라는 문구가 새겨지고, 죽음과 삶의 의미는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산 자는 알 수 없는,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문구이다. 물론 이것은 불온한 인식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 세계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축으로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Lo-fi’는 이런 불온한 인식이 거듭 쌓여가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그 여자는/살아 있을 땐 죽은 여자 같더니/죽고 나선 산 여자처럼’(‘Ghost’), ‘공동묘지와 아파트가 구분되지 않고/살아 있다는 것과 죽어 있다는 것이 구분되지 않는’(‘0℃’)과 같은 독백들, 혹은 ‘오늘 죽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고/오늘 산 자는 영원히 살지 않고//결코 다시 죽지 않으리’(‘안티고네’)와 같은 발화에서, 그 불온한 인식은 임계점을 향해 가는 힘처럼 시집에 거듭 축적되어 간다. 여기에 더불어 ‘이상하게도 그가 삶을 포기하고 나면/죽음을 기다리고 있으면/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카프카의 잠’)라는 독백은 그러한 힘이 어떤 예기치 못한 결과를 발생시킬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여기서 잠시 ‘링’으로 돌아가 보자. ‘링0’5)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저음질의 소음이 영화를 메운다. 이는 공포영화 특유의 클리셰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인 사다코의 스트레스와 사건의 상관관계를 알려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음질의 소음은 일종의 시그널로, 현재의 장면 속 어딘가에서 포착할 수 없는 일이 준비되고 있으며 그것이 곧 현실로 분출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 소리는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로 들리다가, 사다코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영화의 절정 부분에서 최대치에 이르게 되며, 이는 저주를 통한 살해의 시발점이 된다. 어쩌면 ‘Lo-fi’ 또한 이러한 공포물의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시집이 계속될수록 쌓여가는 불온한 힘이 저음질(Lo-fi)의 소음과 같은 형태로 점차 커져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시집에서 이처럼 커져가는 소음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현실의 밑에 차곡차곡 쌓인 어떤 것이 이윽고 분출되리라는, 절정이 곧 다가오리라는 암시인 것일까? 그것은 화자의 파멸인가, 아니면 세계의 파열인가? 이러한 맥락에서 화자가 ‘섣달 그믐’에서 말하고 있는 한 점에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밖에선 종말처럼 어두운 눈이 내리고 있고/나는 이제 잠에서 깨버릴 것 같’다고. 이때의 ‘잠’은 이전 시집의 ‘올란도’에서와 유사한 의미로 들린다. 그때에 화자가 ‘나 자신이 희고 빛나는 밤이 될 때/이것이 어떤 잠이었는지 알게 되리’라고 했던 점을 상기하자면, 이는 곧 화자가 ‘밤’이 될 시간이 도래하고 있음을 예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의 시집들을 경유하여 살펴보자면 그 ‘밤’이 이성의 빛이 도래하기 이전의 암흑의 시간으로서의 ‘밤’이 아닌 것은 분명할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헤겔적 의미에서의 ‘세계의 밤’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탈구시키는 근원적 혼돈이자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잉여인 동시에 그것의 결핍을 드러내는 틈으로서의 ‘밤’. 그것은 주체의 출현을 암시하는 강력한 은유이다. 그러므로 ‘섣달 그믐’의 시점에서 ‘올란도’를 돌이켜본다면, 이는 다음과 같이 재의미화된다. 그녀가 온다.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그녀가. 그때 이 모든 잠의 의미를 우리는 알게 되리라. 5.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것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안개가 도시를 뒤덮어 이윽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이야기(‘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로. 처음에는 국소 범위였던 안개가 점차 도시를 가득 메워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B시에서 일어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M시의 사람들은 이윽고 그것을 촬영하던 리포터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공포에 휩싸인다. 이제 안개는 B시를 넘어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확산의 이미지는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반복된다. ‘꿈에서 배를 가르자/흰 솜뭉치가 끝없이 나왔다’(‘소설(小雪)’), ‘불행의 구렁텅이에 차오르는 빛 하나로/서로의 손과 발을 묶고’(‘첫아이’), ‘그가 가방을 열고 모래를 꺼낸다 가방에서 모래가 끝도 없이 나온다’(‘손님’), ‘그의 주위로 쇄기풀이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풀은 무섭게 자라 기관실을 뒤덮고 곧 모든 객차를 넘실거리며 물결칠 것’(‘객차’) 등등. 이 같은 이미지들 가운데 ‘객차’의 ‘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보자.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공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풀은 모든 것을 잠식하는 공포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기차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해서 달린다. 이러한 상황에 이어 재난상황은 확산과 그로 인해 퍼져가는 공포감을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제시한다. 재난이 벌어졌다고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고 우리들의 육체와 영혼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다줄 것이며 이후로는 결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방송을 하던 남자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했다 (중략)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며 재앙을 계속될 것이라고 1분 후 다음 재난 방송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더욱 경악할 만한 재난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였다 일요일 오후였다 - ‘재난 방송’ 중에서 화자는 재난 방송을 본다. 냉정한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리포터마저도 그것을 잊게 만들 정도로 사태는 심각해져간다. ‘이후로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은 재난 규모가 미증유의 것임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이다. 화자는 방송을 바라보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커피를’ 끓이며 일요일 오후의 일상을 준비한다. 마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왜 화자는 재난 앞에서 평온한 것일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왜 화자는 ‘별일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여기서 잠시 ‘링’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자. 사다코의 원한을 해결했으니 이제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한 류지는 자신의 방에서 밀린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방에 놓여 있던 TV가 갑작스레 켜지며, 예의 저주받은 비디오가 재생된다. 경악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류지를 향해 사다코는 우물에서 기어 나와 점차 다가오기 시작한다. 마침내 사다코가 TV에서 빠져나와 현실에 나타났을 때, 류지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통상적 해석을 따르자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이 현실화되는 재앙의 순간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보자면, 이것은 류지에게는 재난이지만 사다코에게는 출생의 순간이 아닐까.6) 마찬가지의 구도를 이 시집에 적용해보자. 세계에 몰아친 재난은 화자가 출생하기 위한 조건인 것은 아닐까? 계속해서 축적되어온 불온한 힘이 마침내 이야기의 틀을 넘어 현실로 넘쳐흐르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와 더불어 ‘링’에서 거듭해서 나타나는 자라나는 머리칼의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점차 자라나며 외부를 향해 확산되는 머리카락은 섬뜩한 무엇이면서, 사다코가 점차 비디오를 넘어 현실로 틈입해 들어오고 있음을 예시하는 이미지이다. 마찬가지로 강성은이 이 시집을 통해 반복해서 제시하고 있는 확산의 이미지들 역시 서서히 증식되는 불길함의 이미지이면서 주체의 출현을 알리는 내러티브인 것은 아닐까? 그것은 세계의 입장에서는 악몽이지만 화자에게는 출생의 사건이다. 그리고 그 출생은 모든 의미가 혼란에 빠지는 시간이며 주체가 세계를 잠식하는 사건이다. 이 시집에서 안개의 확산을 거대한 재앙으로 표현한 것은 이 미증유의 사태에 대한 서사화이며, 지젝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체적 보편성으로서의 주체가 추상적 보편성으로서의 세계를 잠식하는 과정이다. 강성은의 시세계는 이 지점을 통해 재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악몽이었으되, 주체가 출현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고 말이다. 오직 그 악몽으로부터, 그것을 자기 삶의 기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체가 출현하기 위한 조건이다. 서서히 고조되는 불온한 분위기에서 스스로의 출생을 예감하고 마침내 세계를 잠식한다는 점에서, 강성은의 시적 주체의 탄생은 세계를 정지시키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로부터 다음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네 권의 시집을 거쳐 비로소 태어난 이 시적 주체는 과연 누구이며 무엇인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자면, 여기에는 그간 강성은이 여성 화자를 강조해왔다는 사실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구체적인 여성과 거리가 멀다. 강성은의 여성 주체는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에서, 궁극적으로는 세계 전체에 대한 부정항으로 출현한다. 억압된 것의 귀환 혹은 여성 주체의 직립. 그녀는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는 희생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위협하던 세계를 위협하는 공포다. 아사가와에서 사다코로의 기묘한 이행, 이것이 강성은의 궤적이며, 악몽을 거쳐야 태어나는 어떤 것이다. 1) 여기에서는 ‘링’의 시리즈 가운데 ‘링’(나카타 히데호, 1998)과 ‘링0-버스데이’(쓰루타 노리오, 2000)를 주요 텍스트로 삼고 있다. 이하 글에서는 ‘링’과 ‘링0’로 표기하도록 하겠다. 2) ‘링’의 주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방송국 기자 아사가와 레이코는 보면 일주일 후 죽게 된다는 어떤 비디오에 대한 학생들 사이의 소문을 취재하던 중 조카 도모코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도모코와 같은 날 죽은 세 명의 학생들이 같은 비디오를 봤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사가와는 그 비디오를 찾아나선다. 결국 아사가와도 그 비디오를 보게 되는데 그는 죽음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다. 3) 지젝은 라캉이 말하는 증상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것은 특수하고 병리적인 기표적 형성물로 해석과 소통에 저항하는 관성적인 오점이면서 사회적 유대의 네트워크 속에 포함될 수 없는 얼룩이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러한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실정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슬라보예 지젝, 이수련 역,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새물결, 2013, 132쪽 참조. 4) 영화 ‘링’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전개된다. 둘은 숏의 형식을 통해 구별된다. 현재는 시간과 날짜가 표기되며, 컬러 화면으로 구성된다. 반면 과거는 인물의 회상적 발언이 표지의 역할을 하며 흑백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 둘이 뒤섞이는 것은 영화에서 딱 두 번 나타난다. 하나는 저주의 장본인인 사다코가 TV화면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위에 예시된 아사가와의 장면이다. 사다코의 경우 흑백의 화면에서 컬러의 세계로 빠져나와 클로즈업되는 반면, 아사가와는 컬러의 세계로부터 흑백의 화면으로 넘어가며 롱숏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5) ‘링0-버스데이’는 저주의 비디오가 태어나게 된 계기인 사다코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사다코는 어머니의 자살 이후 극단에 소속되어 연기자로 살아간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영적인 능력이 의지와 상관없이 발현되면서 극단은 공포에 휩싸인다. 계속되는 불길한 현상과 단원들의 죽음에 패닉에 빠진 단원들은 사다코에게 집단 린치를 가해 살해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사다코가 귀신이 되어 저주가 구체적인 형태로,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얼룩으로 세상에 남게 되는 계기가 된다. 6) 이 장면에서 사다코가 좁디좁은 TV 브라운관으로부터 고통스레 기어 나와 천천히 두 다리로 선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머리부터 빠져나와 두 팔을 뻗는 사다코의 모습은 자궁으로부터 빠져나오는 태아의 모습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고통스레 두 다리로 직립을 시도하는 모습은 인간의 성장 과정을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처럼 느껴진다.
  • [2020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발이 도마가

    [2020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발이 도마가

    엄마는 내가 좀 특별한 아이래요. 내가 뭘 잘 하든 못하든, 그건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오빠는 내가 좀 이상한 아이래요. 내가 뭘 잘하든 못하든, 진짜 이상하다고 혀를 차요. 엄마가 다른 사람 보고 혀 차는 건 나쁜 버릇이랬는데. 난 글을 잘 못 읽어요.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친구들과 좀 다르거든요. 잘 못 읽고, 잘 쓰지도 못해요. 아직 내 이름을 쓰는 것도 어려워요. 1학년 때는 받아쓰기를 빵점만 받았는데, 엄마는 그래도 항상 잘했다고 칭찬해 줬어요. 어차피 선생님이 불러 주는 건 받아 쓸 수 없으니, 나는 글자 대신 그림을 그렸어요. 가끔은 생각나는 글자를 한 글자씩 마음대로 쓰기도 하고요. 엄마는 빨간 줄이 주욱주욱 그어진 받아쓰기 공책을 한참씩 들여다보며 맞는 글자를 찾았어요. “와, ‘가’ 자에 ‘ㄱ’을 이번엔 거꾸로 쓰지 않고 아주 예쁘게 잘 썼네!” 한 줄에 한 글자씩만 똑바로 쓴 글자가 있어도, 엄마는 백점만큼 잘한 거라고 칭찬해 줬어요. 빵점을 맞아도 방실방실 웃는 나와 엄마를 보면서 오빠는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죠. “무슨 초등학생이 글자를 모르냐고?” 아, 혹시 우리 오빠처럼 오해할까봐 다시 말하는 건데요, 전 글자를 못 읽는 게 아니라 글을 못 읽는 거예요. 물론 얼마 전까지는 글자도 잘 못 읽었지만. 오빠는 자꾸 그게 그거라고 하는데, 그건 분명히 다르거든요. 자꾸 헷갈리는 표정인 걸 보니 우리 오빠처럼 이해를 잘 못하시는군요? 그러니까 저는 ‘가’를 읽을 수 있고 어렵지만 ‘방’도 읽을 수 있어요, 이제. 하지만 아직 ‘가’하고 ‘방’이 붙으면 머릿속에서 글자들이 막 춤을 추며 날아다녀요. 글자만 보고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안 돼요. 하지만 괜찮아요. 언어치료 선생님이 한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언젠가 두 글자가 만나도, 세 글자가 만나도 잘 읽게 되는 시간이 올 거라고 했어요. 학교에서도 난 좀 특별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날 아주 많이 도와준다는 걸 알고 있어요.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칠판에 글을 열심히 쓰고 난 후에도 꼭 나와 눈을 맞추고 다시 한번 읽어 주세요. 내가 잘 모르겠다고 눈을 깜빡거리고 있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읽어 주세요. 그건, 선생님과 나 사이의 신호 같은 거예요.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선생님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주시죠. 어떨 땐 다른 친구가 일어나서 읽어 주기도 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지훈이, 예슬이, 선우, 지은이. 계속 계속 읽어 주죠. 받아쓰기를 한 후에도 선생님은 내 공책에는 빨간 줄 대신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주세요. 어차피 내 마음대로 쓴 글자지만 선생님은 정답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랬어요. 그래서 내 받아쓰기 공책은 1학년 때처럼 빨간 비가 오는 공책이 아니라, 노란색 애벌레가 점점 자라 허물을 벗고 예쁜 분홍나비가 되어 가는 그림이 예쁘게 그려져 있죠. 그런데요, 우리 선생님은 글자도 예쁘게 잘 쓰고, 예쁜 목소리로 동화 구연도 잘하시고 다 잘 하시는데, 나보다 애벌레는 못 그리는 것 같아요. 처음 선생님의 애벌레 그림을 보고는 우리 오빠가 휴지 위에 뱉어 놓은 껌인 줄 알았다니까요.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갈 때쯤,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김민철이 우리 교실에 들어왔어요. 김민철은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을 자꾸 괴롭히던 아이예요. 엄마에게 일렀더니, 엄마는 “민철이가 너무 심하게 굴면 선생님이나 엄마에게 다시 한번 자세히 이야기해 줘. 하지만 민철이가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엄마는.” 하고 말했었죠. 민철이는 우리 교실을 한 바퀴 쓱 둘러보고는 내 앞에 앉은 예슬이 책상 앞으로 다가왔어요. “야, 너 아까 문방구에서 콜라볼 사더라. 나 한 줄만 줘.” “안 돼. 이거 이따 방과 후 수업 전에 애들이랑 나눠 먹기로 했단 말이야.” “참나, 어차피 나눠 먹을 거니까 나도 좀 달라고. 너 아침에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사왔다고 니네 선생님한테 다 이른다.” 예슬이는 민철이를 째려보며 가방에서 콜라볼을 꺼냈어요. “이걸 어떻게 나눠 달라는 거야?” “가위로 반 잘라 주면 되겠네.” “한 줄만 달라며?” “마음이 바뀌었어.” 예슬이는 화가 났는지 곧 울음이 터질 것같이 빨간 얼굴이 되었어요. 예슬이가 울게 생겼는데 내가 어떻게 나서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콜라볼은 예슬이가 방과 후 수업 가기 전에 나에게도 나눠 주기로 했던 거란 말이에요. “야, 김민철. 너 왜 예슬이 괴롭혀?” “니가 뭔데 그래.” “친구 거 뺏는 건 나쁜 거잖아.” 점점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었어요. 웅성웅성 우리 반 친구들이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어요. “무슨 일이야?” “김예슬 울어? 왜 울어?” “김민철, 너 왜 김예슬 울려?” “왜 남의 반에 와서 난리래?” 김민철의 얼굴도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김민철이 나를 툭 밀며 말했어요. “야, 너 장애인이라며?” “뭐라고?” “우리 형이 그러는데, 너 글자 못 읽는 장애인이랬거든? 뭐라 그랬지? 나, 난, 뭐라고 했는데.” 당황스럽고 속상한 마음에 내 눈에도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우리 오빠가 울면 지는 거라고 그랬는데, 울면 안 되는데…. 나는 꾹 참으며 김민철에게 소리쳤어요. “장애인이 뭐 어때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예슬이도 벌떡 일어나서 김민철에게 따지며 소리쳤어요. “너 진짜 못됐구나!” 곁에 있던 친구들도 화난 목소리로 김민철에게 한마디씩 했어요. “야, 김민철! 우리 엄마가 친구한테 못되게 굴면 다시 다 자기한테 돌아온다고 했어.” “야, 박하민 장애인 아니거든!” “맞아, 글자 좀 못 읽는 거 가지고! 그건 배우면 되는 거지!” “우리 아빠가 사람은 다 똑같은 거라고 했거든. 막 다른 사람 차별하고 무시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그 순간 나는 참고 참던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그건 김민철이 미워서가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말을 들은 게 속상해서가 아니라, 내 편이 되어 준 친구들이 고마워서 터져 나온 울음이었어요. 김민철은 당황한 표정을 하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우리 형이 그랬다고. 내가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아예 책상에 엎드려 울어 버렸고, 김민철이 언제 어떻게 가버렸는지는 모르겠어요. 5교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내 방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기분이 점점 좋아지거든요. 난 힘들고 속상한 일은 금방 잊어요. 그건 오빠도 인정한 나의 특별한 점이에요. 그런데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온 오빠가 집으로 들어오며 시끄럽게 내 이름을 불러댔어요. “박하민! 박하민! 엄마, 박하민 어디 있어요?” 소란스럽게 내 방 문을 연 오빠는 나를 다그쳐 물었어요. “야, 김민철이 몇 반이야? 오늘 너 괴롭혔다며?” “어, 어떻게 알았어?” “방과 후 시간에 다 들었어.” 오빠의 방과 후 수업은 줄넘기 수업이었으니, 아, 지훈이가 오빠에게 다 얘기했나 봐요. 그리고 오빠는 다시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 전했죠. “우리 하민이가 많이 속상했겠네.” “괜찮아요. 우리 반 친구들이 다 내 편이 돼서 김민철한테 막 뭐라고 해줬어요.” “우리 하민이 곁에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감사한 일이네.” 엄마가 날 보고 웃어주자 오빠가 투덜댔어요. “엄마, 그냥 그렇게 넘어갈 게 아니라, 내일 가서 혼내줘야 한다니까요. 김민철 몇 반이냐고?” “아, 오빠는 참견하지 말라고. 무슨 5학년이 2학년하고 싸우려고 하냐고.” 나는 오빠가 정말 김민철을 찾아가서 혼내줄까봐 걱정이 됐어요. 다음날 나는 학교에 가자마자 지훈이에게 가서 다짐을 받았어요. “야, 오늘 우리 오빠가 너한테 김민철 몇 반이냐고 물으면 절대 알려주면 안 돼! 알겠지?” “왜?” “우리 오빠가 김민철 혼내주러 간다고 했단 말이야. 절대 안 돼! 알겠지?” “진짜? 하랑이 형이 김민철 혼내준대? 우와, 형 멋지다!” “멋지긴 뭐가 멋져? 5학년이 2학년하고 싸우는 게 말이 되냐고! 알겠지? 절대 알려주면 안 돼!” 난 오빠가 2학년 교실을 뒤지고 다닐까 봐 하루종일 걱정이 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김민철 때문에 좀 속상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벌써 어제 일인걸요. 그리고 5학년이 2학년을 불러서 시비를 거는 건 너무 치사한 일이잖아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은 난 도서관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가려고 교실을 나섰어요. 그런데 오빠가 2학년 교실이 모여 있는 2층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깜짝 놀랐지만 오빠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뒤로 살살 걸어가다가 김민철네 반으로 냅다 들어갔어요! “김민철, 도망가!” 하지만 교실엔 김민철이 없었어요. “야, 아직 김민철 급식 먹으러 갔다가 안 왔어!” 아, 괜히 큰 소리로 김민철을 부르는 바람에 옆 반 교실을 지나던 오빠가 내 목소리를 듣고 달려왔어요. “김민철이 어디 있다고?” 나는 숨이 차도록 달려서 급식실로 가다가 1층 복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김민철을 만났어요. “야! 김민철! 우리 오빠가 너 잡으러 쫓아오고 있어! 빨리 도망쳐!” “뭐라고?” “빨리 도망가라고!” 나는 김민철의 팔을 붙잡고 급식실 안 쪽, 선생님들이 아직 식사 중인 식탁 옆으로 뛰어갔어요. “박하민, 멈춰! 급식실에선 위험하니까 절대 뛰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선생님에게 잡힌 나는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어요. 오빠가 급식실 입구에서 우리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었어요. “후! 하! 그러니까요, 선생님. 뛰면 안 되는 건 아는데, 안 뛸 수가 없어서….” 내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민철네 담임선생님도 김민철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이고, 우리 민철이가 같이 뛰었구나! 아까도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뛰다가 혼난 걸 그새 잊으시고?” 우리는 담임선생님을 따라 우리 교실로 와서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교실 뒤 사물함 앞에 가만히 서 있어야 했어요. “자, 가만히 서서 급식실에서 뛰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반성하고 있어.” 선생님은 교실 앞 선생님 책상으로 가서 수업 준비를 하셨어요. “박하민, 너 때문이잖아!” “야, 그래도 이게 나을걸. 우리 오빠한테 잡히는 것보다. 우리 오빠가 너 잡으면 가만 안 둔댔단 말이야!” 김민철이 입을 꾹 다물었어요. “야, 김민철. 오늘 5학년도 5교시 하는 날인 거 알지? 너 이따가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까지 뛰어가라. 문방구 같은 데 들렀다가 우리 오빠랑 마주치지 말고. 알겠냐?” 김민철은 한숨을 푹 쉬며 물었어요. “야, 니네 오빠가 날 언제까지 잡으러 다닐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우리 오빠도 바쁜 사람이고, 뭐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으니까 며칠 있으면 잊어버리지 않을까?” “니네 오빠 힘 세?” “우리 오빠 여섯 살 때부터 태권도 다녔거든.” 김민철의 한숨 소리가 더 커졌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니네 형한테 우리 오빠 얘기하면 안 된다. 5학년들끼리 싸우면 엄청 무섭댔어.” “야,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거든!” “누가 반성하랬더니 시끄럽게 떠들지?” 투닥거리는 우리 소리를 들으셨는지, 선생님이 주의를 주셨어요. 우리는 동시에 입을 꾹 다물고 바짝 서 있었죠. 점심시간이 끝나기 5분 전 예비종이 울렸어요. “자, 민철이는 너희 교실로 가서 수업 준비해. 하민이도 자리로 들어와 앉고.” 나는 교실로 돌아가는 김민철을 쳐다보며 입을 삐죽거렸어요. “잘 가라.” 내 인사를 듣고는 잠시 머뭇머뭇 대던 김민철이 조용히 소근거렸어요. “박하민, 미안해. 어젠 내가 좀 나빴어. 그리고 사실, 나도 아직 받침 두 개 달린 글자는 잘 몰라.” “야, 나는 그거랑은 좀 다르다니까.” “어쨌든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김민철은 자기 할 말만 후다닥 하고는 자기 교실로 쪼르르 가버렸어요. 참, 나. 나는 피식 웃음이 났어요. 난 그거랑 좀 다른데. 하지만 상관없어요. 지금 중요한 건, 오늘은 5학년도 5교시 수업까지 한다는 거니까. 나는 서둘러 종합장을 꺼내 크게 글자를 썼어요. 우리 오빠가 김민철을 찾기 전에 내가 이 쪽지를 김민철에게 먼저 전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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