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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쿠니 가오리 소설 영화화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소설 영화화 ‘도쿄 타워’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 가오리 원작의 동명소설 ‘도쿄타워´를 바탕으로 만든 ‘도쿄타워´가 개봉됐다. 그래미상 8관왕에 빛나는 노라 존스의 ‘sleepless nights´ 오프닝곡만 들어도 본전은 뽑은 셈. 도쿄의 야경이 매혹적인 로맨틱한 시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 23일 개봉한 ‘도쿄타워’는 이런 선언적 메시지를 전면에 띄우고 출발하는 멜로영화이다.‘냉정과 열정사이’‘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 스크린으로 옮겨진 원작소설들을 통해 국내 팬층이 두꺼운 일본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원작. 금지된 사랑과 이를 극복하려는 남녀의 순수한 열정을 그린 영화에서는 심미안적 감성이 화면 밖으로 철철 넘쳐난다. 스물한살의 대학생 도루(오카다 준이치)는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마흔한살의 유부녀 시후미(구로키 히토미)와 3년째 사랑에 빠져 있다. 남몰래 만나고 있지만 도루에게 시후미는 이제 삶의 전부이다. 시후미가 좋아하는 음악에 둘러싸여 온종일을 보내며, 그녀의 전화가 걸려오기만 기다리는 게 일과가 됐다. 엄마뻘 되는 여자와의 비밀스러운 만남으로 화면을 흥분시키는 영화는 그러나 끈적이는 호흡의 달뜬 멜로물과는 거리가 멀다. 대담한 소재로 이성과 욕망을 끊임없이 충돌시킨다. 그럼에도 감미롭되 절제된 화면은 사랑의 불가항력적 힘을 웅변하는 쪽으로 영화를 이끈다. 도루-시후미의 만남이 채도낮은 단조풍이라면, 영화는 고민없이 유부녀를 만나는 도루의 친구 고지(마쓰모토 준)를 내세워 드라마의 균형감각을 일깨운다.“유부녀는 귀엽다. 그들은 재미에 굶주려 있으니까.”라는 당돌한 대사를 날리는 고지는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35세의 유부녀 기미코(데라지마 시노부)와 장난처럼 만났다가 뜻밖에 특별한 감정을 느껴간다. 고감도 화면이 미덕인 동시에 허점이다. 극도로 감상적인 화면, 감성신경을 자극하는 직선적 화법의 내러티브 등은 담백한 관객들에겐 부담스러울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주목할 만한 성취가 분명히 있다. 불륜멜로의 태생적 한계에서 출발했으되 영화적 관습과 편견을 뛰어넘어 멜로의 새 전형을 다듬었다는 점이 특히나 그렇다. 당장, 남녀 주인공이 그리는 엔딩만 해도 기대치 이상으로 ‘쿨’하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고희탁씨, ‘황도유교’ 창시자 다카하시 재조명

    다카하시 도루. 동경제대 출신으로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종교조사촉탁과 조선도서조사촉탁 등을 맡아 조선의 유학을 연구정리한 인물이다. 오늘날 우리가 ‘조선 유학’과 관련해 배우는 주기론, 주리론, 사단칠정같은 개념도 모두 다카하시에 의해 부각됐다. 일제 관변학자로 일왕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황도유교(皇道儒敎)’의 창시자다. 그러니 ‘다카하시 극복’이 최근 유학자들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다카하시의 논의를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글로벌컬처연구소 고희탁 연구원이 반년간지 ‘오늘의 동양사상’에 기고한 ‘다카하시 도루의 조선사상사론의 양면성’이 화제의 글. 고 연구원은 외려 “이제 우리도 식민사관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한다. ●“식민사관 콤플렉스 벗어나야” 사실 조선 지배층의 헤게모니는 임진왜란에서 끝났다. 임진왜란은 지배층의 무능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궁궐을 불태우고, 임금이 뻔히 궁궐에 앉아 있는데도 궁내를 휘저으며 도둑질하고, 피란길에 오른 임금에게 돌팔매질을 했다. 왜란이 끝난 뒤 조선 지배층이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반동적 보수화였다. 그럼에도 우리 연구자들은 조선후기사를 부정적으로 그려내는데 상당히 망설인다. 부정적으로 그리면 결국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할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고 연구원의 글도 이런 맥락에 있다. 그는 먼저 다카하시의 연구를 ‘지식사회학적 관점’이라 본다. 조선 유학을 철학적 기반이나 개별 학설보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본다는 것. 고 연구원은 “다카하시가 단순히 조선 유학을 폄하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학문적 논쟁이 점차 정치적 권력투쟁과 연결되면서 굉장히 소모적으로 흘러간다는 점에 비판적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다카하시가 다산 정약용에 주목하는 과정을 눈여겨 본다. 다카하시는 조선유학에 대한 비판과 달리 유학의 실용적 측면을 되살리는 다산을 “조선 사상사의 석학”이라고 극찬한다. 재미있는 점은 다카하시가 1930년대 이런 주장을 내놓는 시점에서 조선 민족주의자들도 ‘실학’을 연구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다산은 조선사상사의 석학” 다카하시의 조선 유학 비판에 대해 고 연구원은 ‘학자지배’ 사회에 대한 와타나베 히로시의 연구를 인용한다. 와타나베는 되묻는다.“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지배층이 왜 학문에서는 이를 모른 체하고 ‘도의’라는 엄숙한 자기규율적인 이론체계를 채택하는가.”그것은 학자지배 사회의 근본조건과 관련되어 있다는게 와타나베의 지적이다. 즉, 존재 이유가 불명확한 특권층일 경우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입증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는 것. 왜란 이후 조선 유학자들이 주자학을 극단적으로 경직된 이론체계로 밀어붙여버린 이유를 알 수 있는 열쇠라는 게 고 연구원의 설명이다. 고 연구원의 주장에 따르면 의외로 다카하시는 지금 우리와 비슷하게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공공성 개념이 약했다는 점에서 조선 유학을 비판하지만 실학과 양명학을 연구하면서 상당히 변화한다.”물론 한계는 있다. 고 연구원은 “관변학자로서 ‘황도유교’ 철회를 선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민재 14억… 독수리 품에

    유격수 김민재(32)가 스토브리그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4년 동안 계약금 5억원과 옵션 1억원을 포함, 총액 14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김민재와 계약했다고 8일 발표했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유격수 틸슨 브리또의 수비불안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화는 원소속 구단과 교섭기간(7일자정)이 종료된 직후인 새벽 1시쯤 발빠르게(?) 움직여 팀사상 첫 외부영입 FA 김민재를 붙잡았다. 지난 1991년 롯데에서 데뷔한 김민재는 2001년 첫 FA자격을 획득,SK로 옮긴 이후 두번째 FA에서도 만족스러운 계약을 맺어 ‘베팅의 귀재’다운 면모를 뽐냈다. 빈틈없는 수비가 장기인 김민재는 지난시즌 타율 .277에 2홈런 37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지뢰밭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SK는 소속 FA 가운데 김민재, 박재홍(32), 위재영(33)을 놓쳤지만 마감시한 직전인 7일 자정 정경배(31)와 3년간 총액 16억원에 ‘막차’로 계약을 맺었다. 반면 장성호(28·기아)와 함께 FA시장 ‘빅3’로 꼽혔던 박재홍과 송지만(32)은 원소속팀과 10억원 이상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FA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SK는 23억 5000만원을 제시했지만 박재홍은 35억원에서 물러서지 않았고, 현대는 17억원을 내걸었지만 송지만은 33억원을 요구했다. 수준급 불펜투수 위재영과 내야 전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한 ‘유틸리티맨’ 홍원기(32·내야수)도 포지션의 희소성을 바탕으로 FA시장에 명함을 내밀었다. 이밖에 전준호(36)와 전상열(33), 김창희(32·이상 외야수)도 ‘FA의 바다’에 합류했다. 한편 롯데는 ‘영입 0순위’ 장성호가 기아에 눌러앉자 FA영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는 수준급 용병 영입에 ‘올인’할 것으로 알려졌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지금 그곳은] 서울역 무료진료소

    [지금 그곳은] 서울역 무료진료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역 노숙인 무료 진료소’를 찾았다. 네 평 남짓한 공간에서 의사와 약대생·간호대생 등이 하루 평균 80∼100명의 노숙인을 돌본다. 2002년부터 ‘노숙인다시서기 지원센터’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시내에서 노숙인 무료진료를 해주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야간진료가 시작된 지 30분이나 지났는데도 이곳을 찾아오는 노숙인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많아졌다. 환절기라 감기·몸살 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싸움 등으로 크게 다치거나 오랫동안 지병을 앓는 환자들도 간간이 찾아왔다. 다리를 절면서 찾아온 김모(65)씨가 힘들게 의자에 앉아 엉덩이를 보여주자 의사 이규훈(한양대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씨는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욕창이 난 것이다. 곪은 지는 한달 정도 됐다고 했다. 이씨는 김씨에게 간단한 소독을 해주고 반창고를 붙여주며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씨는 “고령의 노숙인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활동이 적어 욕창이 악순환되기 십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마에 상처를 입은 노숙인 황모(42)씨에게 의사 이씨는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은데다 이마도 빨리 꿰매야 한다.”면서 서울의료원 응급실로 치료를 받기 위한 진료의뢰서를 써줬다. 이곳에서 가능한 치료는 기본적인 것으로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진료소와 협약을 맺은 서울의료원, 시립동부병원, 국립의료원 등 2·3차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게 된다. 보험적용이 되는 진료과목은 무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비용주체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호사 최안숙씨는 “노숙인이 협약 의료기관이 아닌 곳을 찾아갈 경우 대부분의 병원이 노숙인을 무시하면서 진료를 안 해준다.”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치료를 시급히 해야 했던 한 노숙인이 사립병원에 갔다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와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노숙인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는 뜻이다. 술냄새를 풍기면서 들어온 최모(39)씨는 다짜고짜 의사 이씨에게 영양제를 달라고 했다. 이씨는 “술을 먹으면서 영양제도 먹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면서 “차라리 술을 안 먹는 게 낫다.”고 말했지만, 최씨는 “술을 먹어야 정신이 말짱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약을 처방해주면서 “알코올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전체 거리 노숙인의 60%나 된다.”면서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밖에서 30여분 동안 소란을 피우는 노숙인도 있었다. 진료소 맞은편에 서울역파출소가 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경찰을 부르지는 않았다. 간호사 최씨는 “대화상대가 없는 노숙인의 특성상 평소 하고 싶은 말들을 진료소에 쏟아낼 때가 많다.”면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 경찰을 부르면 노숙인들이 이 곳(진료소)을 자주 찾지 않게 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타일러서 보낸다.”고 말했다. 야간 진료는 9시30분쯤 끝났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지는 주간 진료를 받은 환자까지 합하면 93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주간 진료는 공중보건의가 맡아서 하고 야간 진료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선재마을의료회, 한대병원, 고대병원 등 20여개의 단체·기관 소속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이뤄진다.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의 활동가 이수범씨는 “그나마 전국에서 형편이 나은 편인 서울역무료진료소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면서 “노숙인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공간·인력·예산확충 등 노숙인을 위한 정책적인 추가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프로야구 2005 포스트시즌] 곰 “사자도 잡는다”

    두산이 ‘파죽지세’로 4년 만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움켜쥐었다. 두산은 10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환상의 계투로 한화 타선을 무력화시키며 1-0으로 신승했다. 이로써 두산은 홈에서 파죽의 3연승을 질주, 지난 2001년 우승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오른 것은 원년인 1982년을 비롯해 1995년과 2000년,2001년에 이어 통산 5번째이며 이 가운데 2000년을 제외한 3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산의 전상열은 10타수 6안타(타율 .600)에 3타점 1득점으로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상금 300만원)의 영예를 안았다. 두산은 4일간의 꿀맛 휴식을 취한 뒤 오는 15일 오후 2시 적지인 대구에서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을 벌인다. 준플레이오프의 격전으로 마운드가 고갈된 한화는 이날 찬스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한 데다 뼈아픈 수비 실책으로 결승점까지 허용,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두산 선발인 ‘루키’(18세9개월5일) 김명제는 나이답지 않은 대담한 피칭으로 5이닝동안 삼진 3개를 낚으며 4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이로써 김명제는 김수경(19세2개월10일·현대)을 제치고 포스트시즌 최연소 선발승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 선발 최영필은 7이닝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단 2안타 1실점(비자책)의 눈물겨운 호투를 했으나 통한의 수비 실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김명제와 최영필의 숨막히는 0-0 투수전은 5회말에야 균형이 깨졌다. 전상열이 2사후 중전안타에 이은 2루 도루를 감행할 때 상대 포수의 악송구로 3루까지 내달렸고, 중견수 데이비스의 어이없는 3루 악송구로 홈까지 밟아 선취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 한 점이 결승점으로 굳어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이후 두산은 이혜천-이재우-정재훈이 무실점으로 계투,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김민수 이재훈기자 kimms@seoul.co.kr [감독 한마디] ●승장 두산 김경문 감독 9회 2사까지 승리를 예감 못했다. 막내 김명제가 기대 이상으로 호투해줬다.1점차 승부에서 이겼다는 것은 우리 팀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분좋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 삼성은 불펜이 강하니 선취점을 얻는 데 주력하겠다. ●패장 한화 김인식 감독 두산 투수진이 너무 강했다. 공격진이 너무 힘을 못 쓴 게 아쉽다. 점수를 내준 상황은 브리또와 백재호의 사인이 맞지 않았고 공이 빠졌을 때 백업 들어간 최영필도 공을 놓치는 등 운이 안 따랐다. ■ 플레이오프 MVP 전상열 “프로 13년 만에 최우수선수(MVP) 되긴 처음입니다.” 두산의 외야수 전상열(33)이 한화와의 플레이오프(PO) 3경기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친정팀을 울리며 MVP의 영광을 안았다. 전상렬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PO 3차전에서 결승득점을 올리는 등 3타수 2안타로 맹활약하며 1-0 승리를 이끌어 한국시리즈행에 일등공신이 됐다. 전상렬은 PO 3경기에서 10타수 6안타(타율 .600) 3타점을 기록했고 특히 1·2차전 결승타점,3차전 결승득점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는 계약금 700만원을 받고 삼성에서 프로에 입문한 뒤 2군을 전전했고, 한화로 둥지를 옮겼다가 지난 99년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진가를 유감없이 뽐냈다. 특히 이날 5회말 2사에서 한화 선발 최영필에게 안타를 뽑고 빠른 발로 2루까지 훔친 뒤 상대의 연속 실책을 틈타 홈으로 파고든 장면은 이번 시리즈의 백미. 전날 2차전에서도 천금같은 2타점 적시타와 그림같은 수비로 팀 사기를 드높이는 등 시리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전상열은 “정규리그 때 부상으로 제 몫을 못했는데 포스트시즌에서 보탬이 돼 너무 기쁘다.”면서 “삼성도 친정팀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강원도 ‘쿨러닝’의 도전

    ‘동네 철공소에서 만든 봅슬레이가 아스팔트를 달린다.’ 중남미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주제로 한 영화 ‘쿨러닝’의 얘기가 아니다. 한 동계 스포츠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의 연습장면이다. 9일 강원도 횡성군 현대성우리조트에서는 강원도루지·봅슬레이경기연맹 주최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강습회 및 시범대회가 열렸다. 오는 ‘2014년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기원과 동계 꿈나무 선수 육성을 위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들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여명의 고교 및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다소 생소하지만 봅슬레이와 루지, 스켈레톤은 대표적인 동계스포츠 종목이다. 이들은 굴곡이 있는 얼음으로 된 코스를 달린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평평한 얼음 위를 달리는 스케이트와는 다르다. 종목이 생소한 만큼 국내에는 연습장은 아예 없고, 장비도 많지 않다. 실제로 대회를 앞두고 장비가 없어서 스켈레톤(1인승)과 봅슬레이(4인승)는 강릉의 한 철공소에 주문제작했다. 다른 점은 칼날 대신 인라인스케이트의 바퀴를 달았다는 것이다. 얼음 연습장이 없는 만큼 아스팔트에서 연습과 경기를 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강습을 받으러 온 학생들은 이같은 장비를 아스팔트 위에서 타면서도 이들 종목의 감을 익히려 애를 썼다. 국가대표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철공소 등에서 만든 장비와 헬멧으로 무장한 채 땀을 흘리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꿈을 키웠다. 루지 국가대표 이용 선수는 “외국 전지훈련이나 대회에 앞서 경기에 대한 감을 읽히려면 이렇게 연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메달획득 조건은 밝다.”고 강광배 선수 겸 감독은 말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프로야구 2005] 김인식-김경문 ‘사제 충돌’

    [프로야구 2005] 김인식-김경문 ‘사제 충돌’

    ‘스승의 관록이냐, 제자의 패기냐.’ 느긋하게 플레이오프(PO) 진출팀을 기다려온 두산과 힘겹게 준PO를 통과한 한화가 8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번 PO의 최대 관심사는 6년간 감독-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한화 김인식 감독과 두산 김경문 감독의 사제 대결. 김인식 감독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의 사령탑이었다. 그는 특유의 ‘믿음 야구’로 무너졌던 두산을 추슬러 95년과 2001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 패권을 잡았다. 김경문 감독은 98년부터 배터리 코치로 김인식 감독을 보좌하다 지난해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김인식 감독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경문 감독은 투수 운용이 뛰어나다. 함께 일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띄웠고, 김경문 감독은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에게 맡기는 선 굵은 야구를 펼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모두에게서 묻어났다. 양 팀은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9승9패의 절대 호각세. 상대 타율도 .268로 똑같은 데다 방어율도 두산이 3.44, 한화가 3.48로 차이가 없다. 다만 ‘대포군단’ 한화는 홈런 22개로 ‘소총부대’ 두산(10개)을 압도했고, 두산은 빠른 발로 도루 14개를 기록, 한화(8개) 내야를 흔들었다. 일단 일주일간 한껏 충전된 선발진을 보유한 두산이 객관적으로 우세하다. 그러나 한화는 준PO 통과의 상승세를 타 결국 양팀의 승부는 안개속인 셈이다. 두산은 다니엘 리오스, 한화는 김해님을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올시즌 기아에서 이적한 리오스는 15승12패, 방어율 3.51에다 탈삼진 공동 1위(147개)에 오른 에이스. 리오스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화전 1경기,6과3분의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김해님은 준PO에서 선발진을 모두 소진한 한화의 고육책. 정규시즌 6승8패,4.28의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두산전 6경기에서 1승1패,2.86으로 호투, 기대를 모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두산 김경문 감독 마운드 운용에 초점을 두겠다. 확실한 1·2선발(리오스와 랜들)이 있는 만큼 이들을 중용하되 나머지 경기에서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선발을 정하겠다. 잠실은 넓고 대전은 상대적으로 좁아 변수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끝내고 싶다. ●한화 김인식 감독 선발이 한정돼 있다보니 김해님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태균의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4번으로 계속 기용할 생각이다. 현재로서는 몇 차전까지 갈지 전혀 점칠 수 없다. 두산을 적이라는 생각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하겠다.
  • [즐거요 New 스포츠] (1) Teeball

    [즐거요 New 스포츠] (1) Teeball

    ‘미국 부시 대통령이 매년 여름 백악관에 선수들을 초청, 관람하는 스포츠’‘2008년 우리나라 학교 체육에 도입될 뉴스포츠 종목 가운데 하나’ 다음 두 질문의 공통 정답은 티볼(Tee-ball)이다. 영어 뜻 그대로 긴 막대 모양의 티 위에 공을 올려놓고 야구 방망이로 친 뒤 달리는 경기다. 투수 없는 야구인 셈이다. 티볼은 1980년 초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처음 시작됐다. 소프트볼이나 야구를 갓 배우기 시작하는 6∼12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전국에 퍼졌다. 미국에서는 1988년에 국제야구연맹(IBA)과 국제소프트협회(ISF)가 협력하여 6∼8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티볼의 룰을 확정했다. 일본에서는 1993년에 대학소프트볼연구회가 중심이 돼 일본티볼협회가 발족되었다. 일본에서는 어린이뿐 아니라 여성, 노인 등을 대상으로 룰을 만들어 새로운 개념의 뉴스포츠로 발전시켰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비교적 늦은 1998년. 한국티볼협회(회장 조정환)가 2000년에 창립했다. 풋살과 함께 2008년 학교 교육에 도입될 정도로 대중화 바람을 타고 있다. 티볼은 야구나 소프트볼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고안됐다. 공은 고무, 배트는 우레탄 등 부드러운 재질이다. 티볼은 야구의 투수와 포수가 필요 없다. 때문에 한 팀에 7명만 뛴다. 야구처럼 1∼3루까지 다 있다. 글러브는 안 끼어도 된다. 스트라이크는 ▲헛스윙을 하거나 ▲티를 쳤을 때 ▲파울볼이 됐을 때 선언된다. 번트를 대도 안 된다. 대신 티 높이는 알아서 조정할 수 있다. 스리아웃으로 공수가 바뀌어도 나갔던 주자는 죽지 않고 그 다음 공격때 계속된다. 이닝은 3∼7회까지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외야 펜스는 30∼55m 이상으로 야구의 절반 이하다. 홈런은 60m 이상 날아가야 한다. 도루와 슬라이딩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프로야구 2005] SK·한화 6일 ‘마지막 혈투’

    플레이오프행 티켓의 주인은 결국 마지막 5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SK는 5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이호준의 2점포와 넬슨 크루즈-위재영(6회)의 특급 계투로 한화를 6-1로 물리쳤다. 벼랑에 섰던 SK는 이로써 2승2패를 기록하며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돌렸다. 최종전은 6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부상 투혼’을 발휘한 이호준.3차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이날 출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호준은 1루수 겸 5번타자로 자원 출장해 3경기 연속 홈런 등 3타수 2안타 2타점 1몸에 맞는 공으로 눈부시게 활약했다. 특히 이호준은 3차전에서 4타수 4안타의 맹타를 터뜨린 데 이어 이날 2회와 4회 홈런과 2루타를 기록,6연타석 연속 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종전 5연타석을 경신한 포스트시즌 최다 연타석 안타. 또 7개의 안타로 준PO 최다안타 타이. 하지만 이호준은 8회 무릎에 공을 맞아 5차전 출장이 불투명해졌다. 선발 크루즈는 5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3안타 4사사구 1실점(비자책)으로 막았다. 이어 등판한 위재영은 2와3분의2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의 퍼펙트 피칭으로 나란히 승리의 한 축을 담당했다. 반면 1차전에서 완투승을 거뒀던 한화 선발 문동환은 제구력이 흔들리며 6과3분의1이닝 동안 9안타 3사사구 4실점(3자책),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한화는 1·2차전에서 펄펄 날던 조원우(4타수 무안타, 삼진 3개)와 주포 김태균(2타수 무안타)의 방망이가 헛돌면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SK는 0-0이던 2회 김재현의 안타로 맞은 무사 2루에서 이호준이 문동환의 슬라이더를 통타, 중월 2점포를 뿜어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기세가 오른 SK는 3회 1사 후 김민재의 우중간 깊숙한 타구가 실책성 3루타로 연결됐고, 이어 이진영의 2루 땅볼로 가볍게 1점을 보태 3-0으로 달아났다.4회 1점을 허용한 SK는 6회 2사 후 박경완의 2루 도루에 이은 악송구로 맞은 3루에서 김태균의 적시타로 귀중한 1점을 추가, 한화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으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대전 김민수·임일영기자 kimms@seoul.co.kr
  • [프로야구 2005] 두산 PO직행…”마지막날 웃었다”

    ‘곰들의 뚝심이 빛났다.’ 두산이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SK에 극적인 뒤집기로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움켜쥐었다. 두산은 시즌 마지막날인 28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에서 고비마다 특유의 집중력으로 기아를 7-2로 꺾고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이로써 두산은 72승51패3무(승률 .585)를 기록, 이날 패한 SK(70승50패6무, 승률 .583)에 0.5게임차로 앞서 2위를 확정지으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두산은 한 숨 돌린 뒤 새달 8일부터 준PO 승리팀과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나선다. 줄곧 2위를 놓치지 않았던 SK는 이날 안방인 문학에서 잇단 적시타 불발로 LG에 2-3으로 덜미를 잡혀 아쉽게 3위로 시즌을 마감, 분루를 삼켜야했다. 이로써 SK는 새달 1일부터 4위 한화와 피말리는 준PO(5전3선승제)를 치른다. LG는 이날 승리로 54승71패1무(승률 .432)를 마크, 현대를 단 1리차로 제치고 6위로 시즌을 마쳤다.LG의 이병규는 타격(타율 .337)과 최다안타(157개)에서, 박용택은 도루(43개) 1위, 데이비스(한화)와 득점 공동 1위(90점)로 각각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삼성은 대구에서 한화를 5-2로 눌렀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으면서도 타이틀 홀더가 없는 삼성 선동열 감독은 오승환과 배영수를 잇따라 투입,2개 타이틀을 챙겼다.4회 등판한 오승환은 승률 요건인 시즌 10승(1패16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승률 1위(.909)에 등극했다. 오승환에 이어 5회 등판한 배영수도 삼진 1개를 낚아 시즌 147개로 다니엘 리오스(두산)와 공동 탈삼진왕에 올랐다. 래리 서튼(현대)은 이날 출장하지 않은 김태균(한화)을 2개차로 따돌리고 타점(102개) 타이틀을 차지, 홈런(35개)·장타율(.592)과 함께 타격 3관왕에 우뚝 섰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서재응·김병현·최희섭 키운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서재응·김병현·최희섭 키운 광주일고 허세환 감독

    ‘꿈의 무대’라고 했다. 처음엔 영화나 소설속에서나 접했다. 그래서 먼 나라, 남의 나라 얘기였다.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와도 무척 가깝다. 내로라하는 세계 톱스타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 야구, 언제부터인가 한국 선수들이 야금야금 접수했다.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김선우(콜로라도 로키스)…. 이른바 ‘한국인 빅리거’들이다. ●세명이 50회 청룡기 우승 일궈 잠깐, 여기에서 꼭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미국에 진출한 ‘빅리거 5명’ 중 3명이 같은 고교 출신이라는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같은 고교 출신 3명이 동시에 활약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단 흔치 않은 일이다. 주인공은 서재응을 비롯해 김병현 최희섭 모두 광주일고 출신이다. 흥미로운 것은 1995년 6월 제50회 청룡기대회 결승에서 한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일궜다는 점이다. 이때 3학년 서재응은 3루에서,2학년 김병현은 투수로,1학년 최희섭은 1루를 굳건히 지키며 금자탑을 세웠다. 이쯤되면 영화 소재거리가 아닌가. 또 있다. 이들을 키워낸 의지의 한국인 허세환(45) 광주일고 야구감독이다.‘한국인 빅리거의 스승’이라는 찬사가 늘 뒤따른다. 아울러 세 선수 모두가 허 감독의 뛰어난 안목과 지도력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시 북구 누문동 광주일고 운동장. 광주일고 야구부 선수들이 허 감독의 지시 아래 열심히 연습 중이었다. 수비 위주의 기본기 훈련이었다. 잠시 후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이때였다. 약속이나 한 듯이 선수들은 축구 대형을 갖춘다. 아니 야구선수들이 축구를? 이유를 물었더니 허 감독은 “순발력 향상에는 축구가 더없이 좋다.”면서 다들 축구실력도 훌륭하다고 웃는다. 서재응이나 김병현도 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썩 잘했으며, 최희섭은 농구를 무척 좋아했다고 귀띔했다. 점입가경이다. 이어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봐 기다리면 공이 오나. 뛰어, 그래 슛이야 슛!”을 연발했다. 도대체 야구감독인지 축구감독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빅리거를 키워낸 비결이 무엇이냐고 했다. 지체없이 “야구나 모든 스포츠는 기본이 가장 으뜸이 아니냐.”면서 “선수들에게 항상 열심히 하라, 최선을 다하라, 스스로 인성을 길러라.”는 말을 늘 강조한다고 했다. 즉 기본기 체력 인성 등 세 가지를 갖춰야 앞으로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다는 정신자세를 심어주는 것이 감독이 할 일이라고 했다. 다행히 선수들도 자율적으로 알아서 열심히 따라준다고 했다.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선배를 본받으려고 한단다. 미국에 진출한 빅리거 트리오도 똑같이 그런 과정과 환경 속에서 스스로 성장을 잘 해줬다고 대견스러워했다. ●TV중계 반드시 챙겨 가족들에 소감전해 허 감독은 이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TV중계를 반드시 본다고 했다. 시합이 끝나면 광주에 사는 가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소감을 전해준다. 요즘에는 셋 다 경기내용이 좋아 칭찬하기에 바쁘다고 했다. 허 감독은 빅리거 트리오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서재응(28·뉴욕 메츠):낙천적이며 아주 외향적인 성격이다. 노래도 잘 부른다. 이역만리 타향에서도 향수병 없이 잘 견디고 있다. 원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0㎞. 하지만 직구 위주에서 요령껏 구질 개발에 성공했다. 광주 충장중학교 때 3루수였다. 공 던지는 자세가 너무 좋아 광주일고 입학 전부터 투수감으로 점찍었다. 입학 후 본격 조련을 받으며 후배 김병현과 함께 광주일고 마운드를 지켰다. 김병현(27·콜로라도 로키스):악바리다. 내성적이면서도 꼼꼼하고 승부근성이 뛰어나다. 광주 무등중학교에서 유격수였다. 수비능력도 좋고 손목 힘이 뛰어나 유격수로만 쓰기에 너무 아까웠다. 본인도 투수를 원했다. 그래서 투수 연습을 시켜보니 가능성이 있었다. 체구가 작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밤마다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시켰다. 체구가 작고 빨라 수비 반경이 넓었다. 공을 던질 때 손목으로 채는 힘이 좋아서 빠른 공을 잘 던진다. 평소 영화감상을 좋아한다. 최희섭(27·LA 다저스):대인관계가 원만하다. 붙임성도 좋고 순박한 시골총각이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기까지 하다. 원래는 서재응과 김병현 졸업 이후 투수로 키울 생각이었다. 우선 큰 체격과 왼손잡이라는 점이 투수로서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타자로 대성할 체격조건과 기량을 발견했다. 그래서 고3 때부터 타자로 바꾸도록 했다. ●선동렬 감독과 동창 유격수로 활동 “이들 셋은 모두 3학년때 팀 주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났습니다. 자랑스럽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만큼 부와 명예를 잘 이루기를 바랄 뿐이죠.” 허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시멘트 부대로 야구 글러브를 만들어 야구를 즐겼다. 광주일고 56회 졸업생인 그는 선동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고교 동기동창. 광주일고 당시 유격수 출신의 잘나가던 1번타자였다. 선동열과 함께 80년 대통령배 우승의 주역으로 이 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초일류급 고교야구 스타였다. 이같은 실력으로 인하대에 스카우트됐다. 대학 졸업식 때 선후배들과 친선 축구대회를 하다 그만 인대를 다쳤다. 해태 타이거즈의 1차 지명도 있었지만 의사의 만류 등으로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84년부터 실업팀 포항제철에서 8년간 선수생활을 했다. 이후 92년 모교인 광주일고 코치로 부임하면서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당시 광주일고는 이종범(기아)이 활약했던 88년 청룡기 우승 이후 침체된 분위기. 허 감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수들의 정신무장과 팀 정비에 나섰다. 그 결과 부임 2년 반 만에 빅리거 트리오와 함께 95년 청룡기대회의 우승컵을 안았다.98년까지 광주일고를 맡았고, 이후 충장중학을 거쳐 2002년 12월 다시 모교인 광주일고로 돌아왔다. “원래는 체육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야구란 인생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홈에서 출발해 홈으로 돌아오거든요. 남의 도움으로 1루에서 2루로 갈 수도 있고 또 뜻하지 않은 실책으로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런 기구함의 연속이 아닌가요.” ●부와 명예는 노력에서 얻는 것 광주일고가 어떻게 해서 야구명문이 됐을까. 허 감독은 “광주지역에 초등학교 7개팀, 중학교 4개팀, 고교 3개팀 모두가 전국 상위권”이라고 했다. 풍수지리적인 이유도 있을 법했다. 광주일고 운동장에서 멀리 무등산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 허 감독은 무등산의 정기와 학교의 터가 풍수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선수를 키워낸다며 웃었다. 이어 운동장 한 편에 있는 학생운동 기념탑을 가리킨다.“바로 저기가 일제시대 때인 1929년 11월3일 발생한 광주학생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연습 전에 항상 탑을 향해 묵념한다고 했다. 예전에도 학교를 여러 차례 이전하려고 했지만 이 탑이 늘 마음에 걸려 옮기지 못했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조상들이 광주일고 출신 선수들이 해외에서 국위선양하도록 힘을 보태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 아니냐.”면서 선수 각자의 눈물나는 노력이 없다면 오늘날의 명예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빅리거 트리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각자의 인생에서 잠시 자신을 만났을 뿐 스스로가 앞길을 잘 헤쳐가고 있다며 무등산쪽을 바라본다. 이윽고 축구시합을 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움직여. 기다리면 공이 오나.”라고 다시 크게 소리친다. 그에게 “저들 중에 당장이라도 메이저리그에 갈 선수가 있나요.”라고 질문했다.“암요, 있지요 1∼2명 정도는 충분합니다.”라며 자신감에 넘쳤다.“누구냐고 물으면 답을 안 해주겠지요.”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또 다른 빅리거 탄생이 머지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1년 광주 출생 ▲광주 남초등·동신중·무등중학교에서 야구선수로 활약 ▲81년 광주일고 졸업 ▲84년 인하대 졸업 ▲84년 12월∼92년 12월 포항제철 선수 ▲92년 2∼10월 광주일고 야구 코치 ▲92년 10월∼98년 11월 광주일고 야구감독 ▲99년 광주 충장중학교 야구감독 ▲2002년 12월 광주일고 야구감독 ■ 수상경력 80년 대통령배에서 타격상, 타점왕, 수훈상, 최다안타상, 도루상 수상, 황금사자기 준우승.82년 백호기 우승.93년 광주일고 감독을 맡아 청룡기와 황금사자기 3위 입상.94년 1회 무등기 우승, 전국체전 3위 입상.95년 청룡기 우승(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출전).96년 전국체전우승(김병현 출전).97년 황금사자기 준우승(최희섭 출전).2003년 무등기 우승, 봉황기 준우승.2005년 황금사자기 우승, 봉황기 준우승 등.
  • 장수천 물 흐리는 낚시꾼들

    하천살리기 운동 등으로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는 인천 장수천(남동구 장수동∼서창동)에 낚시꾼들이 몰려들어 환경 복원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시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사업비 44억원을 들여 5.41㎞의 장수천을 생태하천으로 꾸미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1단계 사업기간에는 2.31㎞에 대해 하천정화사업을 펼쳤다. 지난해 말 1단계 사업을 마친 뒤 장수천은 올 봄부터 송사리가 살기 시작했다. 여름부터는 뱀장어와 버들치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요즘엔 참게도 보인다. 농약사용 등으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 도심에선 구경하기 어렵게 된 참게의 등장은 장수천이 완전히 옛모습을 회복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1급수에서만 산다는 버들치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물좋은 자리’를 노리는 낚시꾼이 장수천으로 몰리자 장수천 복원에 온힘을 쏟고 있는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은 긴장하고 있다. 남동구에서는 ‘낚시 금지’라는 플래카드를 장수천에 설치해 놓았지만 소용이 없다. 사람들이 낮 시간을 피해 야간에 낚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측은 하루에 수백명의 낚시꾼이 장수천을 찾는 것으로 추산했다. 따라서 시와 구는 장수천에서의 낚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시 관계자는 “썩은 물이 흐르던 장수천이 물고기가 살 정도로 깨끗해진 것을 낚시로 인해 도루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프로야구 2005] 심정수 ‘대포본색’ 쾅쾅

    ‘헤라클레스’ 심정수(30·삼성)가 홈런 2방을 쏘아올리며 꺼져가던 홈런 경쟁에 불씨를 지폈다. 심정수는 4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1회 상대 선발 이승호로부터 135m짜리 우월 3점포를 뿜어낸 데 이어 6회 구원투수 송현우를 상대로 2점포를 쏘아올렸다. 이로써 심정수는 시즌 25호 홈런을 기록, 이범호(한화)와 홈런 공동 2위를 이루며 선두 래리 서튼(현대)에 5개차로 다가섰다. 특유의 몰아치기를 과시하고 있는 심정수는 앞으로 12경기가 남아 이변없이 끝날 것 같던 홈런 레이스에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은 심정수의 3타수 3안타 6타점 등 장단 21안타(올시즌 한 팀 최다안타 타이)를 폭죽처럼 터뜨리며 18-5로 대승했다.18득점은 올시즌 한 팀 최다득점. 삼성은 2위 SK와의 승차를 4.5게임으로 벌려 독주체제를 공고히했고, 마운드가 초토화된 6위 LG는 꼴찌 기아에 1.5경기차로 쫓겼다. 양준혁(삼성)은 3득점을 보태 통산 최다득점(1046득점)을 달성했다. 종전은 장종훈(한화코치)의 1043득점. 양준혁은 통산 최다 안타(1814개)와 2루타(354개), 사사구(1017개) 등 4개 부문에서 1위. ‘미리 보는 준플레이오프’로 관심을 모은 대전에서는 뒷심의 두산이 ‘똑딱이 타자’ 윤승균의 짜릿한 결승포로 한화에 5-4로 역전승,3연패에서 탈출했다. 올시즌 주로 대주자로 나서 타율은 .169에 그쳤지만 34도루를 성공시켜 ‘신 대도’로 떠오른 루키 윤승균은 9회초 데뷔 첫 홈런을 결승아치로 장식했다.롯데는 사직에서 주형광의 호투로 현대를 4-2로 잡고 모처럼 3연승을 달렸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서울 서대문 ‘동해별관’

    서울 서대문 ‘동해별관’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보양식 삼계탕.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을 나느라 먹었던 삼계탕에 질렸다면 한약재 향이 진한 닭과 해물의 조화,‘해신탕’을 먹어보자. ‘바다의 신’이 먹을 정도로 고급스럽다는 음식인 만큼 가격도 보통 8만∼10만원선으로 비싸지만 서울 서대문에 있는 ‘동해별관’에서는 2인분이 2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해신탕에 들어가는 재료는 그대로 쓰되 크기를 줄여 가격대를 맞췄다. 한약재로 쓰이는 전복 껍질(석결명)을 8∼10시간 우려 만든 육수에 영계와 가시오가목, 녹각 등을 넣고 푹 끓인다. 토기냄비에 옮겨 담아 전복, 새우, 가리비, 낙지 등의 해물과 함께 상에 준비된 휴대용버너에 올린다. 상 위에서 바글바글 끓어 오르는 해신탕에서 한약재 냄새가 향긋하게 퍼진다. 닭과 해물을 맛보기 전에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입안에 약재향이 퍼진다. 한약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첫 맛에 약간 움츠러들 수도 있겠다. 진한 국물과 함께 연하게 씹히는 닭살과 쫄깃한 해산물을 번갈아 먹은 뒤 자작하게 국물이 남으면 죽을 넣어 바닥까지 긁어 먹으니 뿌듯한 포만감이 느껴진다. 해산물은 김도형(28) 사장의 고향인 포항에서 하루 2번씩 공수해온다.30년 이상 포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의 어머니가 직접 골라 올려보낸 재료인 만큼 튼실하다. 해신탕이 마니아 취향이라면, 동해정식은 믿을 수 있는 해산물로 만든 대중적인 메뉴다. 고둥 소라 조개를 넣어 만든 죽과 해물전, 멍게, 잡채 등이 전채로 나온다. 전어 광어 물가자미 등 7∼8가지 재료 중 3∼4가지 회가 계절별로 나와 모임 메뉴로 좋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한 점심식사라면 아귀탕, 아귀맑은탕(지리), 도루묵탕 등을 선택해 먹는 동해점심특선이 추천메뉴. 지난해 11월 ㄷ자형 한옥을 리모델링해 내부는 깔끔하면서도 푸근하다. 선선한 바람이 좋은 늦여름 밤이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분위기와 건강을 생각한 음식을 먹을 장소로 손색이 없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2005프로야구] OK! 경완포

    ‘포도대장’ 박경완(33·SK)이 포수 최다홈런 타이인 통산 252호째 홈런을 뿜어냈다. 박경완은 17일 문학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서 1-2로 뒤진 3회말 무사 1·3루에서 주형광의 4구째 슬라이더를 통타, 좌월 3점포를 터뜨렸다.1991년 프로에 뛰어든 박경완은 이로써 14년,1472경기만에 포수 최다 타이인 252호(시즌 11호) 홈런을 작성,‘헐크’ 이만수(47·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대 통산 홈런에서도 장종훈(340개·한화코치)-이승엽(324개·일본 롯데)-양준혁(295개)-심정수(284개 이상 삼성)에 이은 공동 5위. 지난 94년 이후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박경완은 한국프로야구 유일의 4연타석 홈런(2000년 5월19일 한화전)을 비롯, 포수로는 전무후무한 ‘20(홈런)-20(도루)클럽’에 가입하는 등 독보적인 길을 걸어왔다. SK는 전주고 시절부터 배터리를 이룬 박경완과 선발투수 김원형의 합작으로 롯데에 6-3으로 역전승했다. 김원형은 7이닝 동안 산발 7안타 3실점으로 12승째. 롯데는 4연패에 빠지며 4위 한화와 8.5경기차로 벌어져 가을잔치 희망에서 더욱 멀어졌다. 대구에선 선두 삼성이 3방의 홈런을 몰아치며 두산을 8-4로 물리치고 5연승, 독주 채비를 갖췄다. 삼성은 3회 양준혁의 홈런으로 12경기 476타석 만에 ‘홈런 가뭄’에서 탈출했다. 잠실구장에선 래리 서튼과 송지만의 랑데부포를 터뜨린 현대가 LG를 7-4로 꺾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서튼은 시즌 28호 홈런으로 98년 타이론 우즈(전 두산) 이후 7년 만의 용병 홈런왕 기대를 부풀렸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프로 감독 가운데 6번째로 대망의 700승 고지를 밟았다. 기아-한화의 대전경기는 비로 순연됐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MLB] 서재응, 매덕스 눌렀다

    컨트롤 마법 대결에서 서재응(28·뉴욕 메츠)이 매덕스(39·시카고 컵스)에게 완승을 거뒀다. ‘면도날 제구력’의 서재응은 7일 셰이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7과3분의1이닝을 4안타 무실점 탈삼진 4개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3개월 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값진 1승을 따냈다. 시즌 3승1패에 방어율은 1.42로 떨어뜨렸다. 팀은 2-0으로 승리했다. 서재응은 지난 5월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데 이어 무실점 행진을 14와3분의1이닝으로 늘려갔다. 또한 2-0으로 앞선 8회 1사 2루에서 서재응으로부터 마운드를 물려받은 구대성(37)은 두 명의 왼손타자 중 맷 로튼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토드 워커를 빗맞은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 시즌 여덟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구대성 역시 방어율을 3.68로 낮췄다. 반면 ‘원조 컨트롤 마법사’ 그레그 매덕스는 7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고, 팀의 첫 안타와 도루까지 성공하는 등 고군분투했지만 동료들이 서재응에게 맥을 못춘 탓에 시즌 9패째(8승)를 당했다. 팀타율 .273, 팀홈런 137개로 각각 내셔널리그 2위에 올라 있는 막강한 컵스의 타선은 서재응의 완벽한 제구력에 맥을 추지 못한 채 영패를 면치 못했다. 이날 서재응의 투구에는 위기 자체가 없었다.호세 마시아스와 헨리 블랑코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5회가 유일한 고비였다.매덕스의 희생번트까지 이어지며 2사 2ㆍ3루 위기를 맞았지만 로튼을 투수앞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6회와 7회는 주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는퍼펙트 투구. 메츠는 1회 좌월 2루타로 출루한 미겔 카이로를 데이비드 라이트가 좌전적시타로 불러들여 선취점을 올렸고, 3회에도 중전안타로 출루한 호세 레예스가 재치있는 3루 도루와 카를로스 벨트란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태며 서재응의 메이저리그 복귀무대를 지원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히로시마 원폭투하 60주년] 日 피폭생존자들의 증언

    [히로시마 원폭투하 60주년] 日 피폭생존자들의 증언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지옥과 같은 경험을 알리고 싶습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가리기 위해 목이 긴 정장을 입은 가야시게 준코(66)는 히바쿠샤(원자폭탄 생존자)다.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 비행기가 떴고, 굉장한 폭발이 있었다.6일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다.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같은 방에 있던 언니는 폭발 때문에 집 안쪽으로 날아갔고, 곳곳에 시체 무덤이 쌓여 있었다. 히바쿠샤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도 같은 일본인들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았다. 가까운 친척이나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원폭 피해자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야시게는 다른 히바쿠샤처럼 침묵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원폭 경험을 알리는 강연을 다니고, 박물관에서 평화 자원봉사자로 일한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전쟁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제 경험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차별을 두려워한 히바쿠샤들의 침묵 때문에 아직 세상 사람들이 원자 폭탄의 참상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게 가야시게의 생각이다. 히바쿠샤들의 평균 나이도 72살로 암 발병률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미토야 도루(89)는 세 명의 자식 가운데 두 명이 뇌암에 걸려 한 명이 사망했다. 미토야 본인도 위암 수술을 받았다.27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히바쿠샤들은 미토야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히로시마 대학의 가미야 겐시교수는 “암에 걸리는 원폭 피해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 2020년쯤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방송을 통해 밝혔다. 전쟁 이후 미국은 폭탄 피해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의 결과를 연구, 전세계 핵관련 종사자들에게 안전한 피폭 지침을 제시했다. 매년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일본 총리가 기념연설을 한 뒤 히바쿠샤 대표와 악수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히바쿠샤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전통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사라졌다. 히로시마 평화 박물관의 방문자 숫자도 매년 줄고 있다. 가야시게는 “이라크에서 폭탄을 맞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모든 무기 사용이 중단될 때까지 나의 경험을 알려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프로야구 2005] 전준호 첫 500도루

    전준호(36·현대)가 사상 첫 통산 500도루 고지에 우뚝 섰다. 전준호는 5일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서 1회말 번트안타로 출루한 뒤, 정수성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했다.16년차 전준호는 이로써 1705경기만에 개인 통산 첫 500도루의 위업을 일궈냈다.2위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기아)으로 464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리키 핸더슨의 1406개(79∼03년), 일본은 후쿠모토 유타카의 1065개(69∼88년)가 최고. 국내 ‘최고 대도’의 자리에 오른 전준호는 지난 1993년 도루왕 타이틀(75개)을 틀어쥐며 한 시즌 ‘70도루 시대’를 열었고,95년(69개)과 지난해(53개)에도 도루왕에 오르는 등 빠른 발을 자랑해왔다. 현대는 캘러웨이-조용준(8회)의 특급 계투로 롯데를 10-1로 대파했다. 현대는 4연패의 롯데를 반게임차로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SK는 광주에서 김원형의 호투와 김재현·박경완의 홈런 2방으로 기아를 2-1로 꺾고 5연승을 내달렸다. 박경완은 5회 1점포로 10호 홈런을 기록,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역대 세번째)을 일궈냈다. LG는 잠실에서 조인성의 만루포로 오랜만에 배영수를 선발로 내세운 삼성을 7-3으로 잡고 2연패와 잠실구장 9연패에서 벗어났다. 삼성은 3연패로 2위 두산에 3.5게임차로 쫓겼다. 두산은 대전에서 장단 14안타로 4위 한화를 12-6으로 따돌리고 3연승했다.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사회인 야구 ‘나이트 시대’

    사회인 야구 ‘나이트 시대’

    “나이트(Night)게임, 라이트(Light·조명탑)에 적응하라.” 해님이 고개를 숨긴 지난 10일 오후 8시30분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 신월교 인근 한양대 구장. 직장인 30여명이 야구를 하느라 땀에 흠뻑 젖어들었다. 이날 경기는 주신리그 루키그룹 ‘진건 엘리펀트’와 ‘단무지2’의 한판으로 5회까지 다툼을 벌여 진건이 14대 4라는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특히 두 팀은 낮 경기에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뽐냈다. 진건은 투수 이석근(42)과 중견수 박광현(29)의 각 2안타 등 타자 29명이 돌아가며 20타수 7안타를 터트렸다. 단무지2 역시 22타자에 중견수 권용화(22)와 좌익수 이충우(33)의 2안타 등 21타수 7안타를 뿜어냈다. 똑같은 안타수에도 불구하고 진건은 사사구 9개와 도루 8개 등으로 뛰어난 선구안과 기동력을 발휘해 단무지 진영을 흩뜨려 놓은 끝에 낙승을 거뒀다. 일주일 뒤인 17일 싱글A그룹에 속한 ‘풍산 화이터즈1’과 ‘타이탄스’의 야간경기에서도 재미가 넘치면서도 알찬 내용이 잇달아 쏟아졌다. 풍산이 6대5로 역전극을 펼쳤다. 그러나 타이탄스가 1회 말 먼저 2점을 뽑아내자 풍산이 3회 1점으로 반격하고 말 공격에서 타이탄스가 1점을 보태는 등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타이탄스의 지명타자 이용석(35)이 3안타를 터트리는 등 타이탄스 9개, 풍산 7개의 안타가 폭죽처럼 터져 타격전을 이뤘다. 도루도 양팀 통틀어 6개 나왔다. 완투한 타이탄스 투수 유현우(32)는 삼진을 7개나 솎아내는 위력을 선보이고도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처럼 갈수록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사회인 야구판에도 ‘나이트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막 시작됐지만 열기는 프로야구를 방불케 한다. 리그마다 오후 6시 이후 플레이볼에 들어가는 야간경기가 직장인들 위주인 야구 동아리들이 페넌트레이스를 갖는 매주 토·일요일 이어지고 있다. 주신리그만 해도 지난 3월19일 2005시즌의 막을 올린 뒤 지금까지 311경기 가운데 35경기를 야간에 치렀다. 앞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두번째 야간경기는 보통 오후 8∼9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장소별로 하루 두 차례까지 경기가 가능하다. 경기도 시흥시 생활체육야구연합회가 주관하는 시화리그에서는 자체 구장에서 야간경기를 치르는 것은 물론,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없는 평일을 이용하려는 후발 동호회까지 나이트게임 신청이 몰려들어 과연 야구 붐이 대단하구나 하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해안고속도로 인근에 우뚝 선 시화리그 구장에는 올 3월 중순 거대한 조명탑이 들어섰다. 모두 6개의 탑이 밤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조명탑 한개에 적어도 1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활체육 종사자들이 이러한 시설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대역사(大役事)로 꼽힌다. 시화구장에도 5억여원이 들어갔다. 시화구장에서는 평일 야간경기 회원을 모집 중이다. 리그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동호인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야구하는 사람들도 내심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제1구장 외에도 올 들어 김포시에 2∼4구장과 유소년 경기장을 갖춘 코리아리그에서도 조명탑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시와 달리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야구장 자체가 불법이라는 낙인 아닌 낙인이 찍혀 어려운 실정이다. 안양리그 호프스 야구단의 포수 강대영(34)씨는 “중·고교 때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 뛴 동호인들도 야간경기를 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퍽 신기해하며 문의하는 편”이라면서 “언제 조명탑 아래에서 야간이라는 똑같은 환경에서 운동할 기회를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씨는 이어 “매주 토·일요일 정규리그 각 2경기씩, 주중에도 한두 경기를 야간에 치르기 때문에 전체의 20% 정도를 나이트게임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학교 성폭력 은폐자 파면하라/강지원 변호사

    익산에서 또다시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13일 익산J중학교 남학생 2명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도루코칼로 위협해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이 J중학교는 지난 4월, 그로부터 1년여전에 일어났던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을 은폐했다가 뒤늦게 들통이 났던 바로 그 학교다. 은폐 사건의 진상은 지난 7월6일 밤 방송된 KBS2 TV 추적 60분에서 관계자들의 생생한 진술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경위는 이렇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5일 이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4개 중학교 남학생 8명에 의해 여중생에게 저질러졌다. 그들은 밖에서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까지 했다. 불량서클 명칭은 ‘끝없는 질주’였다. 이 사건은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금년 4월에야 경찰수사에 의해 전모가 밝혀졌다. 피해자의 부모도 그제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부모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학교당국은 훨씬 전부터 사건내막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부모에게 일체 비밀에 부친 채 다른 이유를 들어 타학교로 전학가라고 강요했고 부모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까지 그같은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 여중생은 9월 들어 가출, 무단결석을 보름 정도 했다. 그러곤 9월말 학교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때 학생의 기억으로는 학교측이 무단결석사실과 함께 “○○○와 안 좋은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며 집단성폭력사건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할 수 없이 “예”라고 대답했고 나중에는 자술서까지 써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성폭력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학교측의 이같은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한 가해학생 부모가 지난해 10월7일 학교에 불려가 그같은 사실을 통보받았고 그날 J중학교 관계자도 그 학교에 왔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무료법률지원팀은 그외에도 생생한 증언들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자,이런데도 학교측은 계속 ‘오리발’을 내밀 것인가. 그래서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빠져 나갈 생각인가. 또 성폭력이 아니라 단순한 성관계인 줄, 심지어 화간인 줄 알았다고 계속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할 것인가? 도대체 한 장소에서 한 명도 아닌 8명이 교대로 그랬는데도 화간이었다고? 그리고 당시에 여학생이 반항을 안 한 점이 이상하다고? 그렇다면 그것이 반항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그 기막힌 상황에서의 여자아이의 심리를 그렇게도 상상할 수 없단 말인가? 그 아이는 지금도 언제 치유될지 모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대인공포증,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게 화간이었다고? 그래서 은폐조작했다고? 그게 바로 교육자의 양심이고 교육적 조치란 말인가? 도대체 교육부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북도 교육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진국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2차,3차 재발을 막기 위해 이미 총력전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교육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니 직위해제 2달만에 어느새 복직까지 시켜 줘 네티즌들의 몰매까지 맞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러니 똑같은 사건들이 또 발생하는 것이다. 더 말할 것이 없다. 지난 사건부터 전면 재조사하라. 그리고 은폐관계자들을 색출해 가차없이 파면하라. 직접 조사했다며 은폐가 없다고 보도자료를 낸 익산교육청 책임자들, 공립·사립을 막론하고 학교책임자들을 모두 파면하라. 세상에 사건사고는 늘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똑 부러지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중의 한 가지가 범죄보다 더 나쁜, 은폐라는 더 큰 범죄를 막는 일이다. 피해여중생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선생님의 ‘선’자는 먼저 ‘선’자 아닌가요? 저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사신 분들이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더 원망스러워요. 제 억울함을 풀어 주실 거죠?”라고. 강지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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