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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 년 미스테리 밝혀졌다…칠레서 ‘신종 범고래’ 발견

    수십 년 미스테리 밝혀졌다…칠레서 ‘신종 범고래’ 발견

    "고래와 상어를 잡아먹는 고래가 살아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종이었다니까요" 칠레 남부에선 그간 이런 증언을 하는 어부들이 많았다. 바닷가에 놀러 왔다가 이 고래를 봤다는 피서객도 적지 않았지만 학계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학계를 놀리기라도 하듯 그간 고래는 학자들의 눈을 잘도 피해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간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종의 범고래가 칠레에서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조사팀이 지난 1월 칠레 남부 바다에서 새로운 종으로 보이는 범고래 24마리를 목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최근 보도했다. NOAA는 역시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범고래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견된 범고래의 길이는 6~7.5m로 기존에 알려진 다른종의 범고래보다는 덩치가 약간 작은 편이다. 생김새도 약간 다르다. 범고래의 상징인 눈가의 흰색 원형 무늬가 기존의 범고래보다 작고 머리통은 더 둥근 편이다. 현재 DNA 분석 중으로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건 아니지만 식성도 기존의 범고래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칠레의 범고래는 주로 바다사자 등을 사냥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범고래는 물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칠레 언론은 "처음 보는 고래가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훔쳐갔다는 어부들의 증언이 많았다"면서 범인은 바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범고래였다고 보도했다. 한 어부는 "범고래가 낚시에 걸린 물고기를 훔쳐가는 데 매우 능숙했다"면서 "고생해서 물고기를 잡았지만 돌고래 도둑을 만나 빈 배로 돌아오는 어부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범고래들은 한 번에 많게는 물고기 90Kg를 훔쳐 먹기도 했다. 한편 범고래가 목격된 곳은 칠레 최남단 오르노스 곶 앞바다다. 현지 언론은 "남극과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종의 범고래가 발견된 건 아직 남극이 미지의 세계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또 다른 자료"라고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울타리 넘다 벌집에 착지한 도둑 ‘8만 꿀벌’ 공격받아

    울타리 넘다 벌집에 착지한 도둑 ‘8만 꿀벌’ 공격받아

    최근 영국의 한 공원에서 꿀벌 8만 마리가 절도범을 막은 사연이 세상에 공개됐다. 메트로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런던 남부 버몬지에 있는 포터스필즈 공원에서 파손된 벌통 4구가 시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들 벌통은 전날 밤 누군가가 공원 안으로 침입을 시도하다가 파손한 것이었다. 각각의 벌통에는 2만여 마리의 꿀벌이 들어있었기에 벌통을 부순 괴한은 이들 꿀벌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당했을 것이라고 현지 한 양봉가는 설명했다. 공원 내 벌통을 관리하는 양봉가 데일 깁슨(61)에 따르면, 누군가가 높이 240㎝의 울타리가 쳐있는 공원으로 들어가려고 울타리 밖에 있는 건물용 컨테이너로 기어올라 울타리를 넘었다. 그런데 이 누군가는 울타리 안쪽 바로 밑에 있던 이들 벌통 위로 착지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깁슨은 “절도범은 울타리 위에서 뛰어내리며 자신도 모르게 이들 벌통을 부쉈을 것이다. 심한 충격을 받은 꿀벌들은 화가 잔뜩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사건으로 분실된 물건은 없다. 하지만 문제의 괴한은 공원에서 보관하는 값비싼 원예 도구를 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마 이 괴한은 꿀벌들의 맹공격에 혼비백산해 달아났을 것이라는 게 깁슨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괴한을 공격한 꿀벌들은 장렬히 ‘전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꿀벌은 말벌과 달리 벌침을 쏘면 내장이 빠져 죽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날씨가 양호해 살아남은 꿀벌들은 다시 벌집을 지을 것이라고 깁슨은 설명했다. 한편 깁슨을 비롯한 현지 양봉가들은 문제의 괴한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괴한은 이미 벌들에게 호되게 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3살 아기의 의족 훔쳐 달아난 양심불량 도둑들

    3살 아기의 의족 훔쳐 달아난 양심불량 도둑들

    냉혹한 도둑들이 귀여운 스티커가 붙어있는 3살 아기의 의족을 들고 달아났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벨빌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으로 다리 한 쪽이 없는 요시아(3)는 의족을 잃었다. 폭스뉴스는 지난 3일 해당 사건을 보도했고 요시아의 어머니 브리 레이니(30)는 “딸의 의족을 훔쳐간 사람들이 이 뉴스를 본다면 그 의족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고 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요시아는 바테르증후군(vacterl syndrome)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다. 바테르증후군은 척추(Vertebral) 기형, 항문(Anal) 폐쇄, 심장(Cardiac) 기형, 식도 폐쇄를 동반한 식도-기관(T-E) 이상, 요골(Radial) 기형 혹은 신장(Renal)기형 중 2~3개 이상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상의 기형이 동시에 일어나는 사례가 매우 드물어 각 기관의 첫 자를 인용한 VACTER 연합이라고 부른다. 신생아 10만 명 중 16명 정도에서 나타나며, 당뇨 산모에서 더 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요시아는 이 질병으로 태어날 때부터 왼쪽 다리가 없었고 여러 차례 수술도 받았다. 요시아에게는 다리나 다름 없었기에 요시아는 좋아하는 캐릭터 ‘미니언즈’ 스티커로 의족을 도배해놓기도 했다. 그런 요시아의 의족이 사라진 걸 발견한 건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요시아의 어머니 브리는 전날 밤 차안에서 잠든 요시아의 언니 알리아를 데리고 들어가면서 차 문을 잠그는 걸 깜빡하고 그래도 두었다. 금요일 아침 차문을 열었을 때 차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요시아의 의족이 든 배낭과 지갑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브리는 즉각 도난 사실을 신고했고 지역 언론에 요시아의 의족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의족 제작에는 보통 4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걷는 걸 좋아하는 요시아에게는 의족 회수가 절실했다. 브리는 “요시아는 공원을 산책하고 사다리를 오르고 계단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한다. 의족이 없으면 몇 달 간 요시아는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리가 발달 장애를 겪고 있어 아직 의족이 사라진 걸 알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요시아의 소식을 들은 브리의 친구들은 요시아의 새 휠체어 구입을 위한 기금 모금에 나섰고, 지난 2년간 요시아의 치료를 담당해온 세인트루이스의 아동병원은 요시아에게 의족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8일 해당 병원이 보통 4개월이 걸리는 의족 제작 기간을 1주일까지 앞당길 수 있도록 각 담당자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요시아가 곧 새로운 의족을 얻게 되자 요시아의 어머니 브리와 할머니 캐런은 생각지도 못한 축복이라며 감동을 표했다. 브리는 “딸의 새 의족을 이렇게 빨리 구할 수 있게 될 줄 몰랐다”면서 “딸이 아끼던 미니언즈 의족을 잃어 안타깝지만 어서 요시아가 새로운 의족에 적응해 다시 예전처럼 뛰어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가게 주인 잠든 사이 돈 훔치는 간 큰 도둑

    가게 주인 잠든 사이 돈 훔치는 간 큰 도둑

    가게 주인이 잠깐 조는 사이 카운터에서 돈을 훔치는 도둑의 대범한 행동이 CCTV에 포착됐다. 6일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2017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바랏주 부키팅기의 한 가게 CCTV 영상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뒤늦게 소개했다. 영상은 가게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 잠을 자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얼마 후 오토바이 헬멧을 쓴 수상한 남성이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레 가게 안으로 입장한다. 가게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남성은 카운터 앞으로 다가가 주인이 잠들어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어 손을 뻗어 서랍을 열던 남성은 책상 위에 놓인 10만 루피아(한화 약 8천 원)를 발견하곤 우선 주머니에 챙긴다. 그리곤 팔을 걷고 본격적으로 돈이 가득 든 서랍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서랍은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웠고, 남성은 그만 서랍을 놓치고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주인이 잠에서 깨고, 남성은 놀라서 가게 밖으로 도망쳐버린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주인은 책상 아래에 숨겨 놓은 거대한 칼을 들고 도둑을 쫓는다. 하지만 도둑은 이미 멀리 도망갔고, 주인은 다시 가게로 돌아와 서랍을 정리하는 것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사진·영상=South China Morning Post/유튜브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서현, 나무엑터스와 전속계약 “소녀시대→배우 안착, 높은 잠재력”

    서현, 나무엑터스와 전속계약 “소녀시대→배우 안착, 높은 잠재력”

    가수 겸 배우 서현이 나무엑터스와 인연을 맺었다. 서현이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와 전속 계약을 맺고, 한 단계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현의 영입에 대해 나무엑터스 관계자는 “글로벌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서 전세계를 무대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서현과 인연을 맺게 돼 기쁘다. 가수뿐 아니라 배우로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서현이 연기 열정과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가수 활동 역시 적극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2007년,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한 서현은 2013년 드라마 ‘열애’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비롯해 ‘도둑놈, 도둑님’ 등 장르와 캐릭터에 한계를 두지 않고 성실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시간’에서는 뚝심 있는 열연을 펼쳐 배우로서도 잠재력이 크다는 호평을 받았다.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에는 배우 지성, 유준상, 이준기, 문근영, 천우희, 신세경, 박민영, 김향기 등이 소속돼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총검 찔린 유관순, 헌병 군중 발포 막으려 총 잡은 채 “대한독립”

    총검 찔린 유관순, 헌병 군중 발포 막으려 총 잡은 채 “대한독립”

    “피고인 유관순은 이화학당 생도인데 경성(서울)에서 손병희 등이 조선독립의 선언을 발표하고 단체를 만들어 조선독립만세를 외치고 각 곳을 열을 지어 걸으며 독립시위운동을 하고 있음을 보고 13일 고향으로 돌아와 4월 1일 충남 천안군 갈전면 병천시장 개시(開市)를 이용해 조선독립시위운동을 할 것을 계획하고 자택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휴대하고 오후 1시쯤 시장으로 달려가 수천명의 군중들과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독립만세라 외치고 독립시위운동을 함으로써 치안을 방해했다.”(1919년 6월 30일 경성복심법원 형사부 재판장 쓰가하라의 판결문 앞부분에 담긴 공소사실) 1919년 4월 1일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병천시장)에서 일어난 만세운동 주도자 11명의 판결문은 당시 17세 학생이던 유관순으로 시작된다. 함께 만세운동을 추진한 감리교 속장(기도회 관리인)이었던 조인원(당시 54세)과 유관순의 작은 아버지인 유중무(44)도 유관순과 함께 11명 중 가장 높은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판결 이유의 첫 시작은 유관순부터다. 판결문은 만세운동을 ‘계획’한 유관순을 따로 떼 맨 앞에 설명한 뒤 나머지 피고인들을 참가자로 나열했다. 유관순이 당시 만세운동의 핵심 주동자라고 본 것이다.●1심 보안법 위반·소요죄로 이례적 5년형 받아 1심인 1919년 5월 9일 공주지방법원의 판결문은 남아 있지 않다. 다만 1심에서 유관순과 유중무, 조인원은 각각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크게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보안법 위반과 소요죄로 징역 5년이 선고된 것은 매우 중한 처벌이었다. 게다가 판결문의 공소사실은 크게 두 가지 뿐이었다. 아우내 장터 장날인 4월 1일 오후 1시 군중들과 만세운동을 했다는 것과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자 이들을 헌병주재소에 부축해 데려갔고, 제지하는 헌병들에게 항의하며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징역 5년이나 선고된 데는 유관순 등의 치열한 법정 투쟁을 일제 사법부가 법정 모독으로 받아들여 ‘괘씸죄’를 덧씌웠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유관순은 “제 나라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르는 것이 왜 죄가 되느냐? 죄가 있다면 불법으로 남의 나라를 빼앗은 일본에 있는 것이 아니냐”면서 “나는 도둑을 몰아내려 했을 뿐이다. 당신들이 남의 나라를 빼앗았는데 도둑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고 격렬하게 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2심 판결문 속에서도 유관순은 아우내 장터와 1심 법정에서의 모습처럼 한결같았다.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 주도자 11명의 2심 판결문에는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 현장과 헌병주재소에서의 소요 상황을 짧지만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1·2심 공판시말서(공판조서)와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의 신문조서 등이 인용됐다. ●“50보 앞 만세 행렬에 헌병 발포… 19명 즉사” 장날 3000여명이 참여한 만세운동이 벌어지자 병천헌병주재소 헌병들이 막아섰다. 유관순은 경성복심법원 재판에서 “만세를 부른 장소와 헌병주재소는 약 50보 거리였다. 만세를 부르고 있을 때 헌병이 와서 군중을 향해 발포하고 검을 찔러 즉사 19명, 중상자 30명이 발생했다. 나의 아버지도 그때 찔려 살해됐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병이 군중에게 발포하려고 총을 겨누고 있을 때 나는 양쪽을 제지하기 위해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총을 잡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 이미 유관순도 헌병의 총검에 옆구리를 찔렸다. 이 상처는 제대로 치료되지 못해 형무소 생활 내내 유관순을 고통스럽게 했다고 전해진다. 눈 앞에서 아버지 유중권(56)과 어머니 이소제(44)가 일제의 총검에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17세 유관순은 더욱 격하게 일제에 항거했다. ●부모님 일제에 희생… 숙부·오빠도 옥살이 유중무가 쓰러진 형을 둘러멨고 유관순, 만세운동을 함께한 주민 40여명과 함께 헌병주재소로 몰려갔다. 유중무는 두루마기의 끈을 풀고 큰소리로 헌병들에게 항의했고 주재소 입구를 막고 있던 헌병보조원 맹성호에게 “너는 보조원을 몇 십년 할 것 같으냐. 때려죽이겠다”고 화를 냈다. 유관순은 고야마 헌병소장을 붙잡아 흔들고, 주민들을 제지하지 못하도록 그의 가슴에도 매달렸다. 김용이는 헌병에게 돌을 던지고 손을 잡아당겼고, 보조원 정춘영에게 “조선인인데 무엇을 하느냐. 죽여버리겠다”며 주전자를 그의 가슴에 던졌다. 조인원의 아들 조병호는 헌병 주곡정의 뺨을 때렸고, 다른 주민들은 주재소원의 총과 탄약합을 빼앗고 소장을 죽이라고 소리쳤다.●“나라 되찾으려는데 왜 무기로 민족 죽이냐” 유관순은 앞서 1심 재판에선 “만세를 부른 뒤 주재소로 가서 보니 아버지의 시체가 있어 화가 난 나머지 ‘내 나라를 되찾으려고 하는 정당한 일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 군기(軍器·군 무기)를 사용해 민족을 죽이느냐’고 말했는데 헌병이 총을 겨누자 죽지 않으려고 갑자기 그 가슴에 매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유관순·유중무·조인원을 각각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유관순이 직접 그린 뒤 아우내 장터에서 휘둘렀던 태극기는 법원에 압수됐다. 함께 재판을 받은 11명 중 유관순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고등법원에 즉각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관순은 주변의 설득에도 끝내 상고하지 않았다. “삼천리 강산 어디인들 감옥이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단호한 입장이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PD수첩’ 방용훈 사장 아내 故 이미란 죽음 의혹 추적.. “살아보려 애썼는데”

    ‘PD수첩’ 방용훈 사장 아내 故 이미란 죽음 의혹 추적.. “살아보려 애썼는데”

    ‘PD수첩’이 조선일보 대주주이자 코리아나 호텔 방용훈 사장의 부인 이미란 씨의 죽음에 대해 재조명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방용훈 사장의 부인 고(故) 이미란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미란 씨는 지난 2016년 9월 1일 한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인이 사망 전 친오빠에게 남긴 음성메시지에는 남편 방용훈의 이름이 언급됐다. 고인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겁은 나는데 억울함을 알리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방용훈 사장은 고 방일영 조선일보 회장 둘째 아들이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다. 그는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면서 조선일보 4대 주주다. ‘PD수첩’ 보도에 따르면, 이미란 씨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전 4개월 동안 지하실에서 지냈다. 고인은 유서에 “4개월 간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냈고 강제로 끌어내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또한 자녀들에 의해 사설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쫓기듯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 시도가 실패할 경우 방용훈이란 남편이 어떤 가혹한 행위를 할지 죽기로 결심한 두려움보다 그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방용훈 사장이 고인에게 폭행을 해 온 사실도 적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전 가사도우미는 “사모님이 안 나가려고 소파를 잡자 (자식들이) ‘도둑년아 손 놔’, ‘손 잘라버려’라고 외쳤다”면서 “자기네는 1층에서 파티처럼 밥 먹고 깔깔댔지만 사모님은 지하실에서 아침에 고구마 2개, 달걀 2개 먹고 나중에는 입에서 썩은 내가 올라올 정도로 속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용훈 사장은 ‘PD수첩’ 측에 “우리 마누라가 애들을 얼마나 사랑한지 아세요? 우리 애들이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부인이 죽고, 이모가 고소를 하고, 할머니가 애들을 고소하고. 그 이유는 왜 안 따져보는가? 제 입장이 한번 돼 보시라. 저는 한가지로만 말씀드리고 싶다. 사람하고 이야기 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PD수첩’의 보도에 따르면, 고인과의 가정 불화는 유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방용훈 아들 방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20년 전 방용훈 사장이 어머니 이미란 씨에게 50억원을 맡겼는데 그 돈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미란 씨 언니는 “동생이 죽기 세 달 전쯤 너무 놀랐다고 말하더라. 남편이 자기한테 준 돈이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다시피 했다. 그런데 (방용훈 사장이) 아들 돈이라고 말했다는 거다. ‘네가 알아서 (돈을) 찾아서 가져라. 엄마가 돈을 다 썼기 때문에 유산이 한 푼도 없다’고 (방용훈 사장은 아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친정에서 돈 빼돌렸다는 말 밖에 할 얘기가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울증으로 죽었다고 밖에는 할 얘기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란 씨의 친오빠는 “이혼을 생각 안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몸을 사렸다. 자신들에게 이야기한 내용도 없애라고 하더라. 법무법인이 망한다고”라고 했다. 경찰은 이 씨의 큰 딸과 큰 아들을 공동존속상해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강요죄로 죄명을 변경해 기소했다. 이미란 씨의 사망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PD수첩은 2016년 11월 1일, 방용훈 사장과 아들이 각각 얼음도끼와 돌멩이를 들고 고인의 친언니 집으로 찾아가 문을 두들기고 현관을 걷어차는 등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당시 방용훈 사장은 아들을 말리기 위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CCTV에는 오히려 아들이 방용훈 사장을 말리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용산경찰서는 방용훈 사장에게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을 냈다. CCTV 자료에서 방용훈 사장이 아들을 말리는 장면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실제 CCTV 내용과 다른 결론에 제작진은 당시 수사를 했던 용산경찰서 이 모 경위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 경위는 CCTV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PD수첩’이 이 사건에 대해 방용훈 사장에 묻자 그는 오히려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쉽다”면서 “녹음하고 있을 테지만 편집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이건 협박도 뭐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PD수첩’은 6.2%(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방송분 중 가장 높은 시청률 기록이다. 사진=MBC ‘PD수첩’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눈이 부시게’ 김혜자, 시간 돌리는 시계 포기 “모든 일엔 그만큼의 대가”

    ‘눈이 부시게’ 김혜자, 시간 돌리는 시계 포기 “모든 일엔 그만큼의 대가”

    ‘눈이 부시게’가 짙은 감성과 여운으로 눈부신 2막을 열었다. 4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김수진, 제작 드라마하우스) 7회에서는 시간을 다시 돌리려던 혜자(김혜자 분)의 예상치 못한 선택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멀쩡히 움직이는 시계를 발견하고 혼란스러운 혜자는 시계를 버린 건물로 갔다. 그곳에는 준하가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혜자의 바람과 달리 준하는 “혜자(한지민 분)가 돌아와도 달라질 것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혜자는 시계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시계를 만지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계 할아버지(전무송 분)의 반응도 심상치 않았다. 혜자는 홍보관에 나오지 않는 할아버지의 주소라도 알아보려 경찰서를 찾았다가 같은 시계를 찬 젊은 남자를 발견하고, 그가 시간을 돌린 것이라 확신한다. 혜자는 자신의 시간도 되돌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시계를 찾으려는 결심을 한다. 뒤엉킨 시간으로 사라진 건 혜자의 젊음만이 아니었다. 화목했던 가정은 어느새 서먹해졌다. 심지어 엄마(이정은 분)는 이혼 서류를 준비 중이었다. 혜자와 준하, 혜자네 가족까지 손댈 수 없을 만큼 혼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방법은 시계밖에 없었다. “버린 시계가 다시 나타난 것도, 고장 난 시계가 멀쩡하게 고쳐진 것도 운명”이라고 각오를 다진 혜자는 잠든 할아버지의 손목에서 시계를 빼내려다 도둑으로 몰려 홍보관에서 쫓겨났다. 달래러 나온 준하에게 “기다려. 혜자가 도와줄거야”라고 전한 말은, 혜자의 각오이자 소망이었다. 혜자의 결심은 의외의 곳에서 무너졌다. 그냥 다쳤다고 생각했던 아빠(안내상 분)의 다리가 의족임을 알고 충격에 빠진 것. 아빠의 목숨과 젊음, 꿈, 사랑 정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욕심이었다. 시계의 등가교환 법칙은 냉정했다. 다시 혜자가 시계를 돌려 젊음을 되찾으면 무엇이 희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박을 할 수 없었다. 혜자는 가족을 선택했다. 다시 홍보관에 나온 시계 할아버지와 나란히 않은 혜자는 다정히 말을 붙였다. “시간을 돌려서 뭘 바꾸고 싶으셨어요. 가족의 행복, 이미 잃어버린 건강, 못다 이룬 아련한 사랑. 뭐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길 바라요. 이미 아시겠지만 모든 일은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니까요” 시간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혜자와 할아버지의 대화와 눈물은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운명처럼 혜자의 인생에 다시 찾아온 시간을 돌리는 시계. 그를 향한 간절함은 젊음과 시간의 가치를 느끼게 했다. “누구에게나 기본 옵션으로 주어지는 젊음이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를 보면 알잖아. 너희들이 가진 게 얼마나 대단한지.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엄청난지.” 당연한 것을 잃어버린 혜자의 후회와 절절함은 시계를 뺏으려던 간절한 연기로 폭발적인 힘을 가지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 혜자가 결국 현재를 선택했다. “좋은 꿈을 꿨다”고 후회를 털어내고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혜자의 선택이 가진 의미였다. 인생을 관통하는 명대사들은 김혜자의 연기와 입을 통하며 진정성을 더했다. 후회와 선택의 기로에서 혜자가 절대적인 가치로 삼았던 것은 가족이었다. 이혼을 고려하는 엄마에게 “난 무조건 엄마 편이야. 어떤 선택을 하든”이라고 힘을 주고, 아빠의 의족을 보고 시간 돌리기를 포기했다. 그저 묵묵히 가족을 믿어주고, 가장 바랐던 것을 포기까지 하는 혜자의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했다. 혜자와 준하의 애틋한 교감은 시간을 뛰어넘어 계속됐다. 스물다섯으로 돌아갔던 꿈속 재회는 혜자만의 기억이었고, “내가 다시 돌아가도 나 잊으면 안 돼. 나는 여기 기억으로만 사는데 네가 날 잊어버리면 나 너무 속상할 것 같다”던 혜자의 절규는 준하에게 닿지 않았다. 준하는 혜자를 여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러 가겠다던 혜자의 말을 떠올렸을 때 준하에게 홍보관이 아닌 다른 삶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희원과 병수가 노인들에게 받는 보험 계약서의 문제점에 의심도 품게 된 준하. 다시 그에게 빛나던 시간이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준하를 볼 때마다 발작을 일으키는 시계 할아버지의 정체에도 궁금증을 증폭했다. 한편 ‘눈이 부시게’ 8회는 오늘(5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삐삐가 많이 울린 날, 25일/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삐삐가 많이 울린 날, 25일/손성진 논설고문

    접는 휴대전화가 첫선을 보였다. 음향기기와 통신기기의 진화는 끝이 없다. 1970년대에 등장한 카세트 라디오는 혁신적이었다. 부피가 큰 릴 테이프가 아닌 카세트테이프를 라디오에 넣어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성이 큰 장점이었다. 삼성, 금성, 일본 소니 제품도 있었지만 당시 대세는 국산 성우전자의 독수리표 쉐이코(sweico) 카세트 라디오로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던 물건이었다. 스테레오 듀얼 스피커가 내는 풍부한 음량이 큰 매력이었다. 그러나 가격이 그때로서는 상당히 비싼 11만 5000원이었다. 현재 가치로는 백만원이 넘을 것이다. 카세트 라디오는 도둑들이 노리는 귀중품이었다(동아일보 1979년 1월 31일자). 1980년대에 최고의 히트를 친 전자제품은 문고판 책만 한 카세트인 ‘워크맨’이었다. 고성능 헤드폰을 겸비한 워크맨은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다. 1979년 소니사가 개발한 워크맨 가격은 15만원 정도로 한달치 월급과 맞먹었다. 워크맨을 몸에 소지하고 헤드폰을 귀에 쓴 젊은이들의 모습은 기삿감이었다. 기사는 워크맨이 외부 소리를 못 듣게 해 교통사고를 유발해 문제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파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혁신 중의 혁신, 초소형 MP3플레이어는 ‘제2의 워크맨’ 붐을 일으켰다. 1998년에 나온 MP3플레이어는 이미 녹음기, 카메라, 라디오 기능을 같이 갖고 있었다. MP3플레이어의 등장은 LP에 이은 CD의 퇴장, 음반(레코드) 회사와 음반 가게의 몰락을 예고했다. MP3플레이어를 한국 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1997년의 일로 개발 회사는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였다. 그러나 “그렇게 잘될 거면 미국이나 일본에서 벌써 시작하지 않았겠느냐”는 국내 대기업의 외면에 이 기업은 미국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사에 겨우 300만 달러에 팔렸다(한겨레 1999년 4월 5일자). 뒤늦게 삼성 등 국내 기업이 뛰어들었지만 때를 놓쳤다. 1990년대 제1의 히트작은 40대 이하 세대에게는 생소한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였다. 1982년 처음 개발된 삐삐는 당시로서는 최고의 통신수단이었다. 또한 삐삐로 개인택시를 부를 수 있었고 꽃배달 주문을 할 수 있었으며 축구 중계를 문자로 받을 수 있었다. 휴대전화와 삐삐 보급이 함께 늘어나는 기현상도 있었다. 1997년 삐삐는 보급 대수가 1500만대를 넘어서 보급률이 세계 1위였다. 삐삐가 가장 많이 울리는 날은? 25일이었다고 한다. 월급날이다. 1999년부터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삐삐 가입자는 격감했다.
  • ‘맹독성 농약 고기’로 반려견 7마리 죽이고 사체 훔친 개도둑

    ‘맹독성 농약 고기’로 반려견 7마리 죽이고 사체 훔친 개도둑

    맹독성 농약이 묻은 고기로 남의 반려견을 유인해 죽인 뒤 사체를 훔쳐간 김모(62)씨에 대해 부산 강서경찰서는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경찰이 김씨에게 적용 혐의는 동물보호법 위반 및 특수절도다. 김씨는 지난 1일 오전 5시쯤 부산 강서구 엘코델타시티 공사현장에서 A(45)씨 소유의 반려견에게 맹독성 농약을 뿌린 음식물을 먹여 죽인 뒤 사체를 트럭에 싣고 달아나는 등 8차례에 걸쳐 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2개월 사이에 부산 강서구 일대에서 반려견 도난 신고가 잇따르자 경찰은 사건 발생지 주변에 7일간 잠복근무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김씨가 체포될 당시 낯선 사람에 겁을 먹고 평상 밑에 숨어있는 개에게 고기를 건네며 유인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가 체포되면서 8번째로 희생될 뻔한 반려견은 목숨을 건졌지만, 앞선 7마리는 모두 숨졌다. 주로 삽살개와 진돗개 등 대형 개들이 희생됐다.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실충제가 묻은 고기를 개에게 주면, 반려견이 이를 먹고 10~15분 사이에 쓰러졌다. 개가 쓰러지면 김씨가 준비한 장비로 목줄을 끊고 개를 차에 옮겨 실었다. 경찰은 김씨 차에서 개들에게 먹인 농약 섞은 고기 등을 발견하고 압수했다. 개에게 준 고기에는 주로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로 사용되는 ‘무색무취’의 메토밀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을 인정한 상태”면서 “개 사체를 무엇에 쓰려고 가져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아 조사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이같은 범행을 사주한 제3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맨유 구단, 전직 선수들의 얼굴 담은 스티커 판매 금지한 이유

    맨유 구단, 전직 선수들의 얼굴 담은 스티커 판매 금지한 이유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이 전직 선수들의 얼굴을 그린 스티커를 판매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파니니 칩스케이트’란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알렉스와 시안 프랫쳇 커플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서글픈 시절이다. 맨유 구단이 접촉해와 전직 선수들을 시시하게 그린 우리 그림들을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여러분이 하나 주문하면 우리는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차적인 일이긴 하지만 오늘 아침 유럽연합(EU)의 상표권 관련 지침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소송을 암시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옥스퍼드에 사는 이들 부부는 현재 판매를 중단한 상태라고 BBC는 26일 전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해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여러 나라 매체들의 주목을 받자 지난해 러시아월드컵까지 같은 일을 한 이들 커플은 이미테이션 물품을 수집하는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맨유 구단은 붉은 악마 뱃지와 같은 트레이드마크를 지나치게 많이 쓴다는 점을 판매 금지의 배경으로 들었다. 구단 대변인은 “맨유의 지적 재산권을 사용하는 허가는 오직 공식 라이선스 업체들과 파트너, 후원자들에게만 한정된다”며 “파니니 칩스케이트 품목들은 맨유의 마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불행히도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커플은 공식 뱃지 사진과 맨유 구단이 “지적 재산권을 도둑질했다”고 주장하는 자신들의 작품을 나란히 올리며 항변하는 듯했다. 법적 소송까지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다지 그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방탄소년단,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한국 대중음악 널리 알리겠다”

    방탄소년단,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한국 대중음악 널리 알리겠다”

    방탄소년단이 국내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에 올랐다. 26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시상식은 록, 포크, 재즈, 일렉트로닉, 힙합 등 장르를 망라한 국내 음악인들이 모여 서로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축제의 장이 됐다. 전 세계에 케이팝 신드롬을 일으킨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이날 시상식에서도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종합 부문 3개 부문을 포함해 총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5월 발표한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노래’에 선정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음악인’까지 올라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시상식 초반 다른 일정으로 대리수상을 했던 방탄소년단은 시상식이 끝나기 전 나타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트로피를 직접 품에 안았다. 리더 RM은 “이 상이 가지는 품격과 권위에도 작년에 불참해서 가슴 속에 한이 컸는데 직접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한국 대중음악을 널리 알리라고 주신 걸로 알고 겸손하게 열심히 작업하고 공연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종합 부문 중 ‘올해의 음반’은 장필순에게 돌아갔다. 장필순은 앨범 ‘수니 에이트 : 소길화’로 ‘최우수 팝 음반’ 부문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장필순은 “음반이 나올 때마다 음반이 팔리는 장소와 상관없이 여러분들, 특히 음악 하는 친구들의 애정에 힘입어 지금까지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 동지인 조동익을 언급하며 “30년 동안 저와 함께 숨 쉬고 불붙이고 그 붙은 불을 꺼주기도 하고, 제 음악 속에서 항상 살아 숨쉬는 동익이 오빠에게 이 상을 제주에 가서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종합 부문인 신인상은 싱어송라이터 애리가 수상했다. 무대에 올라 눈물을 펑펑 쏟은 애리는 “음악을 시작하면서 용기가 필요했다. 음악을 시작하고 힘든 일도 고마운 일도 많았다”며 “모든 음악가분들에게 수고하신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방탄소년단과 장필순 외에도 다관왕 수상자가 많았다. 라이프 앤 타임은 ‘최우수 록’ 부문, 세이수미는 ‘최우수 모던록’ 부문, 김사월은 ‘최우수 포크’ 부문 등에서 노래와 음반상을 모두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세상을 먼저 떠난 선배 음악인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국 재즈 1세대 뮤지션 이동기, 한국 현대대중음악의 시작을 알린 최희준,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을 추억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가수보다 음반과 곡에 주목하고, 판매량이 아닌 음악적 성취를 선정 기준으로 삼아 주류, 비주류의 경계 없이 한국대중음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자 설립됐다. 이날 열린 시상식은 다음달 21일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방송된다.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23개 부문 수상자·작] 올해의 음반 : 장필순 ‘수니 에이트 : 소길화’올해의 노래 :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올해의 음악인 : 방탄소년단최우수 랩&힙합(음반) : 뱃사공 ‘탕아’최우수 랩&힙합(노래) : XXX ‘간주곡’최우수 알앤비&소울(음반) : 제이클레프 ‘플로, 플로’최우수 알앤비&소울(노래) : 수민 ‘너네 집’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음반) : 공중도둑 ‘무너지기’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노래) : 예서 ‘허니, 돈트 킬 마이 바이브’칭따오 올해의 신인 : 애리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최우수 연주) : 송영주 ‘레이트 폴’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크로스오버 음반) : 니어 이스트 쿼텟 ‘니어 이스트 쿼텟’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재즈 음반) : 이선지 ‘송 오브 에이프릴’최우수 포크(음반) : 김사월 ‘로맨스’최우수 포크(노래) : 김사월 ‘누군가에게’공로상 : 양희은최우수 팝(음반) : 장필순 ‘수니 에이트 : 소길화’최우수 팝(노래) :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최우수 메탈&하드코어(음반)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더 로드 오브 섀도우스’최우수 모던록(음반) : 세이수미 ‘웨어 위 워 투게더’최우수 모던록(노래) : 세이수미 ‘올드 타운’최우수 록(음반) : 라이프앤타임 ‘에이지’최우수 록(노래) : 라이프앤타임 ‘잠수교’ 글·사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패소하면 인간 포기”..‘리갈하이’ 진구 VS 윤박 ‘저작권 소송’ 정면승부

    “패소하면 인간 포기”..‘리갈하이’ 진구 VS 윤박 ‘저작권 소송’ 정면승부

    ‘리갈하이’의 괴태 진구와 에이스 윤박이 변호사 평판을 걸고 저작권 소송으로 맞붙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리갈하이’(극본 박성진, 연출 김정현, 제작 GnG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6회에서 “이 노래 내 노래야. 표절이야!”라고 소리치며 서재인(서은수)의 절친 남설희(문예원)의 카페에 등장한 소피아(현쥬니). 그녀는 안토니오(강두)와 함께 록밴드 ‘자폭하는 영혼’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설희의 소개로 고태림(진구) 법률 사무소를 찾아간 이들이 “내가 만든 노래를 도둑맞았다”며 지목한 노래는 바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스윗걸즈’의 ‘루나스타’였다. 사무장 구세중(이순재)은 “(이 곡을 만든) 작곡가 제임스박(변우현)의 명성 때문에 화제가 될 거고 앞으로 연예계 인사들의 수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조언했고, 고태림는 손해배상에서 승소하면 금액의 절반을 성공보수로 받는다는 조건으로 소송을 맡았다. 제임스박이 소속돼있는 디팍스엔터테인먼트와 법률 고문 계약을 맺고 있던 B&G 로펌은 강기석 변호사를 내세웠다. 본격적인 스승과 제자의 법정 승부를 알린 것. 이렇게 저작권 소송의 재판이 시작됐고, 고태림은 표절을 주장하며 음원판매 및 그 밖의 모든 판매 금지와 전체 수익의 70%, 즉 29억5천만원 지급을 요구했다. 표절의 근거로는 가사와 악보를 분석한 세계관과 멜로디의 유사성을 주장했다. 이에 강기석은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함수 그래프를 제출하면서, “공통되는 비율을 산출했더니 37% 이하였다”며 “과거 표절로 판정난 곡들의 경우 50%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었다”고 맞섰다. 각각 진술에 나선 제임스박과 소피아 역시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제임스박은 “자폭하는 영혼이란 밴드를 이번 일로 처음 들어봤다”며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히트곡이 표절이라는 이 소송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피아는 “가로등, 눈물, 낙엽, 향수를 읊어대던 사람이 갑자기 우주라뇨? 말이 안 된다”며 “내꺼가 오리지널이야. 내놓으라구!”라고 소리쳤고, ‘록스피릿’으로 소동을 피웠다. 강기석은 고태림 보다 한발 앞서 여론을 움직일 인터뷰를 제임스박에게 제안했다. “노래는 팬 여러분들 모두의 것이다. 이걸 모르고 돈이나 달라고 하는 건 팬과 노래에 대한 모독”이라는 제임스박. 이에 여론의 질타는 물론,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고태림 법률 사무소는 욕과 저주가 쓰인 돌멩이 테러를 받았다. 소피아 역시 공연 무대에서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당분간 몸을 피하라”는 경찰 측 권고로 고태림과 구세중은 서재인의 집으로 피신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고태림의 제자가 아닌 변호사 강기석”이 되기 위해 고태림을 이겨야만 하는 강기석. 이번 재판에서 패소하면 “거액에 사수를 배신하고도 몸값도 못해 쫓겨난 한심한 변호사로 낙인찍힐 상황”이다. 고태림 역시 “단 한 번이라도 패소하면 인간이길 포기한다”는 선언했던 바. 치열한 법정 승부의 결과가 기대되는 이날 방송은 시청률은 전국 2.7%, 수도권 2.9%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리갈하이’ 매주 금,토요일 밤 11시 JTBC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리갈하이’ 진구 VS 윤박, 짜릿한 법정 승부 “실컷 머리 굴려봐”

    ‘리갈하이’ 진구 VS 윤박, 짜릿한 법정 승부 “실컷 머리 굴려봐”

    ‘리갈하이’가 진구와 윤박의 짜릿한 법정 승부를 예고했다. JTBC 금토드라마 ‘리갈하이’(극본 박성진, 연출 김정현, 제작 GnG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가 오늘(23일) 본방송에 앞서 스승과 수제자 사이였던 고태림과 강기석의 짜릿한 법정 승부를 예고하는 스틸컷을 공개했다. “정렬적인 템포의 삼바”와 “품위 있는 왈츠”라는 메타포로 대비되는 두 변호사. 언제나 그렇듯 자신만만하게 법정에 선 고태림과 차분한 카리스마로 변론을 시작하는 강기석의 상반된 모습이 시선을 끈다. 지난 방송에서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하자 “브라더!”라고 외치며 반가움을 격한 포옹으로 나눈 강기석과 고태림. 그도 그럴 것이 강기석은 지난 2년간 고태림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며 고태림의 모든 것을 보고 배운 수제자였으며, 고태림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수제자를 오래도록 기다려왔기 때문. 하지만 강기석의 선택은 고태림 법률사무소가 아닌, 고태림의 저격수를 원하는 B&G로펌이었다. 이후 강기석은 ‘알바생 살인사건’ 항소심에서 판도를 바꿀 새로운 증인을 찾아내 고태림에게 첫 패소 위기를 안겼고, ‘웨딩촬영장 손해배상청구’ 상대 변호사로 서재인을 지목해 재판을 주도했다. 강기석은 의뢰인을 위해 변론하되, 자신만의 정보원을 이용해 의뢰인을 따로 조사했고, 재판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증거가 나오자 상대 변호사에게 합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역시 고태림의 수제자다운 방식이었던 것. 그리고 마침내 서재인을 상대로 승소, “기뻐? 이겨서?”라고 묻는 고태림에게 “네, 다음엔 선배하고 제대로 한 번 붙어 보려구요”라고 답했다. 물론 서재인이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고도 의뢰인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고태림의 ‘축하 선물’로 한방 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지만. 방송 직후 공개된 예고 영상(https://tv.naver.com/v/5477466)에서 “내가 만든 노래 도둑맞았어요”라며 고태림 법률사무소를 찾은 소피아(현쥬니)와 안토니오(강두). 고태림이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B&G로펌에서 꺼낸 카드는 바로 강기석이었다. 드디어 스승과 수제자의 법정 승부가 마련된 것. 재판을 앞두고 “신경 쓰이지?”라고 묻는 민주경에게 “아뇨. 고선배하고 제대로 붙어보고 싶어서니까”라고 답하며 의지를 드러낸 강기석과 그런 그를 두고 “실컷 머리 굴려봐”라는 고태림. 두 변호사의 짜릿한 법정 승부는 어떻게 전개될까. 그리고 고태림에게 승소하는 것이 “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라는 강기석의 속내는 무엇일까. ‘리갈하이’ 제6회, 오늘(23일) 밤 11시 JTBC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지리산 자락에 터잡고 재력 키운 류씨 가문… ‘조선판 엘도라도’ 꿈꾸다

    지리산 자락에 터잡고 재력 키운 류씨 가문… ‘조선판 엘도라도’ 꿈꾸다

    1776년 음력 3월, 52년이나 왕위를 누렸던 영조가 승하하고 정조가 즉위했다. 양력 3월, 지구 반대편에서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출간했고, 7월에는 미국의 독립선언이 있었다. 정조는 18세기 영정조 문예부흥의 꽃을 피웠고, 국부론은 자본주의의 이론적 근거를, 미국 독립선언은 민주주의의 정치적 토대를 마련했다. 바로 그 해, 한반도 남쪽에선 한 지방 관료가 지리산 자락에 일생일대의 집을 지었다. 집의 이름은 ‘운조루’(雲鳥樓).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왔다고 하니 세계의 거대한 변화와 다소 동떨어진 소박한 꿈의 실현이었다.●금거북이 진흙에 들어간 ‘금구몰니’ 터에 자리 창건주 류이주(1726~1797)는 대구 태생으로 무과에 급제해 용천부사까지 역임한 고위 관료였다. 영남 양반인 그가 전라도 낙안군수를 지낼 당시 인근 구례 땅에서 명당 터를 발견하고 이곳에 정착할 뜻을 두었다 한다. 그는 소싯적부터 학문보다 사냥을 즐겼고, 관직은 주로 남한산성과 함흥성 공사 등 국영 건설업에 종사했다. 무신의 주임무는 국가 방위지만, 평화 시에는 산성 수축 등 건설 사업을 담당했다. 사냥은 땅을 읽는 능력을 개발하고, 건설업은 건축적 자신감을 키운다. 류이주는 자신의 두 능력을 활용해서 운조루를 창건한 것이다. 운조루가 자리 잡은 곳은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동이다. 이 동네에는 3개의 진혈(眞穴) 터가 있다는데, 금거북이 진흙 속으로 들어간 ‘금구몰니’, 지리산 선녀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금환락지’, 그리고 다섯 보물이 서로 모여 있는 ‘오보교취’의 땅이다. 운조루 창건 시 땅속에서 거북 모양의 돌이 출토되어 가보로 삼았으니, 금구몰니 혈을 운조루가 차지한 셈이다. 이후 이 집은 대를 더하며 재력을 키운 명문가가 되었으니 오미동은 풍수설을 입증한 대표적인 명당 마을이 됐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조선총독부 보고를 보면 20세기 초에 풍수적 목적으로 오미동에 이주한 가구가 100여호에 달했다.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나머지 두 곳의 진혈을 찾아온 이들이다. 운조루 류씨 가문의 당시 일기에 의하면 금환락지의 땅을 발견하고 집을 지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한 해에도 서넛이 됐다. 그러나 엘도라도의 꿈은 꿈일 뿐 대부분 몇 년 버티지 못하고 가산만 탕진한 채 다시 떠나갔다. 아직도 몇 개의 흔적은 남아 있다. 앞마을 샛뜸정은 둥그런 동네 윤곽을 가지고 있고, 환동 마을의 곡전재는 아예 담장이 동그란 모양이다. 서로 금환락지의 진혈이라 주장하듯, 가락지의 동그란 형태를 따라 집과 마을을 지은 까닭이다.●오미동가도에서 읽는 한옥의 정신 정말 류씨 가문이 쌓았던 막대한 부가 명당 때문이었을까? 가부를 묻지 말자. 풍수설이란 입증 불가능한 패러다임으로서 믿음의 문제이다. 오히려 250년간 이 집을 가꾸어 온 주인들의 성실한 노력에 주목하자. 5대주 류제양은 무려 70년 동안, 7대주 류형업은 40년간 일기를 써서 남겼다. 이들의 철저한 기록 정신은 건축에 대한 여러 도면도 남겨서 그동안의 건축적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한옥으로서 이처럼 정확하고 지속적인 건축 기록은 거의 유일하다. 가장 주목할 것은 1800년대 초 작품으로 추정하는 ‘전라구례오미동가도’이다. A1 정도 크기에 초창기 운조루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인데, 건물 몇 칸을 제외하곤 지금의 모습과 놀랄 만큼 일치한다. 심지어 마당의 위성류(버드나무의 일종)까지도 그대로 그렸다. 이 그림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보여주기 위한 설명용이다. 집에 대한 주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어서, 이 한 장의 그림만으로 운조루와 조선시대 한옥의 중요한 특징들을 이해할 수 있다. 가난한 집을 일컫는 ‘초가삼간’은 세 칸짜리 건물 한 채를 의미하며, 그 자체가 한 집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한옥은 사랑채, 안채, 행랑채 등 여러 건물들이 모여 한 집을 이룬다. 이 그림에는 10채가 넘는 기와집들이 그려져 있다. 한 건물 안에 수십 호의 집이 있는 아파트와는 반대로 한옥이라는 건축은 여러 건물의 집합이다. 특히 건물들이 그려진 방식이 특이하다. 어떤 건물은 옆으로 자빠졌고, 또 어떤 것은 아예 뒤집혀졌다. 이런 그림의 방법을 ‘사면전개도법’이라 부를 수는 있지만, 그 전개되는 뭉텅이가 여럿인 것이 특이하다. 2~4동의 건물들은 하나의 마당을 향해 전개되어 있는데, 이 건물들은 이 마당 소속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한옥의 중심은 비어 있는 마당이며, 건물들은 마당을 둘러싸기 위한 시설에 불과하다. 운조루의 경우 바깥사랑마당, 안사랑마당, 안마당, 책방마당, 곳간마당, 사당마당 등 적어도 6개의 마당이 중심을 이룬다. 담장 바깥 뒷산에 울창한 솔숲을 세워서 대문 앞에는 운치 있는 연못을 뒤집어 그렸다. 뒤 솔숲과 앞 연못은 운조루에 속하는 조경시설이라는 의미다. 담장은 소유권의 경계선이 아니라 집안의 마당을 만들기 위한 시설물에 불과하다. 더 뒤쪽 멀리 지리산 노고단과 형제봉을, 멀리 앞으로는 섬진강과 그 건너 오봉산을 역시 뒤집어 그렸다. 이제 운조루는 뒤로 지리산부터 앞으로 섬진강까지 대자연을 소유하게 된다. 물론 법적 소유가 아니라 심리적 경관적 소유이다. 집 그림은 자연과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한옥의 자연관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다. 집이란 결국 사람을 위한 환경물이다. 오미동가도에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서쪽 큰사랑 누마루에 남자 주인을, 동쪽 안사랑 누마루에 여자 주인을 그렸다. 두 인물은 조선시대 한옥이 갖는 내외 구별의 상징인 동시에 건물과 마당과 외부의 자연까지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천인합일의 주인공이다.●방부터 대문까지… 비어 있는 공간 사이 ‘흐름’ 한옥은 온돌과 마루를 한 지붕 아래에 가진 집이다. 따뜻한 온돌과 시원한 마루는 각기 겨울과 여름을 나기 위한 시설이다. 온돌방은 닫혀 있고, 마루 대청은 비어 있다. 또 대청 앞마당도 뒷마당도 대문간도 비어 있다. 이 비어 있는 공간들 사이에는 흐름이 생긴다. 문전옥답인 너른 귀만들부터 집 앞의 연못을 거쳐 개울을 건너 대문을 통하고, 마당과 대청이 서로 연결되고, 그 흐름은 뒤뜰을 거쳐 다시 뒷산으로 이어진다. 자연과 건축이 하나가 되고, 건축과 인간이 일체가 된다. 비어 있는 마당은 모든 건축의 중심이며, 운조루 구성의 기본 틀이다. 이 집을 지을 당시 창건주인 류이주는 함흥, 상주, 용천 등 외지의 관직에 있었고, 실질적인 공사는 조카 류덕호가 맡았다. 그러나 류이주는 다년간의 국가 기반시설 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운조루를 직접 설계했고, 류덕호는 그 설계를 충실히 따라 감리 역할을 했다. 류이주는 대지의 남쪽과 중앙에 긴 행랑을 직각으로 설계했다. 남쪽 행랑은 집의 안과 밖을 구별하며, 중앙 행랑은 남자와 여자의 영역을 구획한다. 남자 영역은 바깥사랑마당을 중심으로, 여자 영역은 안마당과 안사랑마당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주인들의 영역 뒤로는 나뭇간과 우물 등 작업 영역이 위치하고, 집의 동쪽 뒤 양지바른 곳에 사당을 두어 조상의 영역을 마련했다. 매우 조직적이고 합리적인 설계였다. 이 집 곳곳에는 땅 위에 떠있는 누마루를 마련했고, 안채에는 아예 2층 다락인 층루들을 두었다. 이들은 마당을 내려 보고 먼 산의 경관을 바라보는 곳이다. 바깥의 경치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와 내 것으로 만드는, 이른바 ‘차경’을 위한 곳이다. 한옥의 앞마당에 정원을 가꾸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정원을 차경하기 위함이다. ‘오미동가도’ 주인 내외가 각자의 누마루에 앉아 있는 모습도 멀리 앞산의 차경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집 그림과도 같이 실제 운조루의 생활도 그처럼 평화롭고 풍요로웠을 것이다. 오미동의 형국을 하늘에서 떨어진 금가락지 모양이라 한다면, 그 정점에 위치한 운조루는 너른 풍요의 들판과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 경치를 자기 것으로 삼았다. 그러나 해방 후 토지개혁으로 대부분 가산을 해체당하고, 해방 공간의 빨치산 전쟁으로 장손을 잃는 등 가문의 운세도 기울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집의 문화재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수십 차례 도둑과 강도가 들어 가보를 비롯한 소장품들을 강탈해갔다. 그 중요한 ‘오미동가도’도 절취당해 복사본만 남아 있다. 천혜의 명당도 추악한 역사를 피해갈 수는 없는가. 언젠가 명당과 명가라는 공간의 힘이 현대사라는 시간적 질곡을 치유하고 극복할 날이 오리라.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건축학자
  • 파우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 의전 차량 284대 돌려달라“

    파우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 의전 차량 284대 돌려달라“

    파푸아뉴기니 경찰이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각국 정상들이 이용한 의전 차량 300대 가까이가 반환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되찾지 못한 차량 중에는 랜드크루저, 포드, 마스다, 파예로 등 고급 차종들이 즐비하다. 승용차들이다. 다행히 대당 10만 달러(약 1억 1200만원) 이상 되는 가장 비싼 마세라티 차량들은 반환 받았다. 물론 이들 차량은 수입한 것들이다. 데니스 코코란 파푸아뉴기니 경찰청 총경은 12일(현지시간) 수도 포트 모레스비에서 이들 차량을 찾아내기 위한 특별 수사대를 소집한 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APEC 회의 기간 각국 관료들에게 제공한 284대의 차량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세라티 40대와 벤틀리 3대가 최고의 차량들이었는데 경찰에 따르면 9대는 도둑질 당했고, 몇 대는부품 일부가 사라졌다. 나머지 차량들도 “상당히 파손된 채”로 반납됐다. 지난달 정부 관리들은 차량 대부분이 회수됐고 5대만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는데 축소 보고한 것이었다. 인구 730만명의 이 나라 지도자들은 정상회의를 유치하면 투자와 국제적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회담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차관을 빌려야 했고, 보안을 강화한다며 호주와 미국, 뉴질랜드의 특수부대 병력을 제공받았다. 당시에도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이 이렇게 가난한 나라가 이런 비중 있는 회의를 개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심했다. 수백대의 관용 차량을 제공하는 것 역시 정부가 돈을 낭비하는 사례란 비난이 쏟아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400년 된 분재 도둑 맞고 “도둑님들 자식처럼 돌봐주세요”

    400년 된 분재 도둑 맞고 “도둑님들 자식처럼 돌봐주세요”

    일본 도쿄 근처 사이타마에 사는 이이무라 세이지와 후유미 부부는 알아주는 분재 애호가다. 그런데 한달 전 상을 받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은 분재를 비롯해 일곱 점을 집 마당에서 도둑 맞았다. 부부의 상심은 대단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식처럼 귀한 분재들이 어설픈 이들의 손길을 타다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대단했다. 이이무라는 “우리의 감정을 묘사할 단어를 찾기가 어렵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비롯해 동아시아에서는 분재가 섬세하고 정교한 재배 기술을 요구해 단순한 작물 재배를 넘어 예술의 경지로까지 인정받는다. 미국 CNN은 분재 하나에 1300만엔(약 1억 3000만원) 나가는 것이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도둑 맞은 분재 중에는 수집가와 애호가들에게 표적이 되고 있는 400년 된 참향나무(Shimpaku Juniper) 분재가 포함돼 있다. 1000만엔(약 1억원) 이상 값이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부부의 걱정도 그 분재에 맞춰졌다.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심파쿠는 400년 이상 살았다. 보살핌이 필요하고 물 없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다. 영원히 살 수도, 우리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살 수 있다. 누구라도 적절하게 물을 줘 죽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인 세이지는 12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분재를 찾지 못했다며 “슬픔에 빠져 제정신이 아니지만 우리 분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존경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계속 길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는 동호인들과 수집가들이 이이무라 부부에게 동정과 연대를 표하고 있다. 한 애호가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도둑들은 일곱 점은 고사하고, 단 하나라도 분재를 훔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도둑들이 따듯하게 보살피길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다른 애호가는 “분재는 인간의 탐욕을 넘어서야 한다. 이 글을 읽으니 가슴이 찢어진다”고 적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런 남자 못 만나” 한혜진, 차가워진 서장훈에 폭탄 발언

    “이런 남자 못 만나” 한혜진, 차가워진 서장훈에 폭탄 발언

    사랑꾼 서장훈이 다시 입 쎈 오빠로 돌아온다. 오늘(12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될 KBS Joy 로맨스파괴 토크쇼 ‘연애의 참견’ 26회에서는 서장훈이 스튜디오를 찾은 사연들에 거침없는 팩트 폭격을 선사하며 꿀잼지수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지난 주 안방극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25회 드라마 사연 결말도 함께 공개된다고 해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녹화 현장에는 몸이 허약한 것은 물론 각종 사건 사고에 잘 휘말리는 여자친구 때문에 고민에 빠진 남자의 사연이 찾아온다. 2년째 예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여자친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빈혈, 위염, 장염 등을 앓을 뿐 아니라 집에 도둑이 자주 들어 항상 사연남의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바쁜 일과 잦은 출장에 여자친구를 잘 돌보지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여자친구와의 갈등이 생긴 것. 참견러들 역시 그런 여자친구의 고난(?)에 걱정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 속에서 서장훈은 의심의 촉을 세우며 사연을 주도면밀하게 관찰한다고. 특히 손목을 다쳤다며 “손목이 끊어질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여자친구에게 “손목은 절대 끊어지지 않습니다”라며 폭풍 단호한 태도를 보여 참견러들을 박장대소하게 한다. 한껏 차가워진 그의 태도에 참견러들은 “오늘따라 정말 차갑다”며 놀라움을 표한다. 더불어 한혜진은 서장훈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런 남자는 못 만난다”고 폭탄선언까지 했다고 해 대체 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늘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며 오빠미(美)부터 남다른 사랑꾼 면모까지 보이던 그가 왜 다시 냉철함 가득한 참견을 남기게 됐는지 오늘(12일) 방송에 대한 본방사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한편 이날 녹화 현장에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지난주 방송 드라마 사연의 결말이 공개된다. 결혼까지 결심할 만큼 많이 사랑하고 의지했던 남자친구가 전 남자친구의 사촌 동생임을 알게 되면서 애정전선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사연녀의 앞에는 어떤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오늘(12일) 화요일 밤 10시 50분 KBS Joy 로맨스파괴 토크쇼 ‘연애의 참견 시즌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금요칼럼] 선비타령/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금요칼럼] 선비타령/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설 연휴에는 서재에서 조용히 옛 선비들의 글을 읽었다. 글은 옛글이라도 느낌은 더욱 새로웠다. 어수선한 시절 탓이리라. 옛날의 유학자는 기득권층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소문은 서양에까지 널리 퍼졌다. “가난한 사람은 감히 부자와 다투지 못하는 법인데, 엔간한 부자라도 중국의 유학자와는 다투지 않는다.” 이런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도 부정부패의 장본은 글 읽은 선비였다. 명종 때 남명 조식이 쓴 상소문이 생각난다. 남명은 경상도 단성현감에 임명됐으나, 부패한 세상을 비판하며 사직을 고집했다. 그가 올린 상소문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하급 관리들은 시시덕거리며 주색을 즐기고, 벼슬 높은 고관들은 제 일은 하지 않고 뇌물을 모으느라 여념이 없었단다. 요샛말로 누구도 나라의 적폐를 청산할 마음이 없으니, 이거 참 큰 문제라는 것이었다. 정승판서들은 부하들을 요로에 낙하산으로 앉혀 놓고, 이익을 독점하느라 부산했단다. 그러는 사이 지방관들은 성난 이리떼처럼 백성의 재산을 빼앗는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앞장서 세상을 망가뜨리는 축은 책권이나 읽었다는 지식인들이다. 그들은 공개 석상에서는 위선을 떨고 체면을 차리지만, 이권 앞에서는 품위고 신념이고 따질 겨를이 없다. 모두가 도둑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로 진지한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법이다. 18세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선비의 올바른 행실, 요즘 식으로 말해 지식인의 자세를 걱정했다. ‘배웠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간사한 말, 거짓말을 하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여간 꿋꿋하고 방정한 이가 아니고서는 줏대를 가지고 똑바로 살기가 어렵다. 이름만 선비일 뿐 바람에 나부끼는 풀잎 같은 사람이 많다. 모름지기 내 마음을 굳게 지켜야겠다. 그래야만 세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때 그 시절에도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정조 때 영의정이었던 채제공의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진주목사 정재원에 관한 일화였다. 목사는 임지에서 병으로 갑자기 숨졌다. 비보를 들은 그의 아들들이 달려가 통곡했다. 그들이 아전들이 가지고 있는 장부를 살펴보았더니 고을의 회계가 엉망이었다. 그런데 숨진 아버지의 머리맡에 작은 상자 하나가 있었다. 아들들이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아버지가 평소에 기록한 기다란 문서 한 장이 나왔다. 관청의 재무 상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 문서를 바탕으로 아들들은 진주 관아의 회계장부를 완벽하게 정리했다. 채제공은 그 일을 낱낱이 기록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도 남거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이 선비는 마지막까지 벼슬살이하는 법도가 이처럼 삼가고 정밀했던가. 진주목사는 다산 정약용의 아버지였다. 그래서였을까. ‘목민심서’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글귀가 있다. “지혜로운 선비는 평소에 서류를 잘 정리해 둔다. 임기가 끝난 그 다음날 소리 없이 관아를 떠나는 것은 맑은 선비의 법도다. 모든 장부를 투명하고 바르게 마감하여 절대 이러쿵저러쿵 잡음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지혜 있는 선비가 할 일이다.” 오늘날이라고 다르겠는가. 배운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위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결코 타인의 하수인이 돼서는 안 된다. 세상의 평판이나 돈에 휘둘려서도 곤란하다. 그런 독립적인 인간이 참된 지식인이다. 이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낭보를 알리는 기해년이 됐으면 좋겠다.
  • 창업자가 세상 떠나니 가상화폐 1533억원 행방도 오리무중

    창업자가 세상 떠나니 가상화폐 1533억원 행방도 오리무중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여기 있다. 캐나다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창업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수백만 달러에 접근할 수조차 없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이름은 ‘콰드리가(Quadriga)’. 고대 로마 시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가리킨다.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 위의 그 마차 이름에서 따왔다. 그런데 제랄드 코텐 콰드리가 창업자가 지난해 12월 3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신용 보호 조치가 취해져 1억 8000만 캐나다달러(약 1533억원)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코인의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노바스코샤 최고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미망인 제니퍼 로버슨은 고인이 “회사 일을 볼 때 썼던 랩톱 컴퓨터 역시 암호로 잠겨 있고, 패스워드나 복구 키(key)도 모른다”며 “반복해 샅샅이 뒤졌지만 어떤 곳에서도 (고인이) 적어놓은 암호 등을 찾아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전문 조사원을 고용해 어떤 정보라도 찾아낼 수 있는지 살폈으나 코텐의 컴퓨터와 전화로부터 기껏해야 약간의 정보를 얻어내 코인 몇 개를 되찾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계좌를 튼 이는 11만 5000여명, 가상화폐 가치는 2억 5000만 캐나다달러, 이 중 1억 8000만 캐나다달러는 실제 화폐를 저당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돈 대부분이 ‘콜드 지갑(cold wallet)’ 또는 ‘콜드 창고(cold storage)’로 불리는 오프라인 장소에 보관 중인데 해킹이나 도둑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암호를 걸어놓았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지난해 1월 캐나다 CIBC 은행이 누가 진짜 돈 주인인지 특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2570만 캐나다달러의 계좌를 동결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이런 판국에 코텐이 지난해 인도 여행 중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지난달 31일 콰드리가는 온라인 성명을 통해 “콜드 지갑에 보관돼 있는 가상화폐 금고의 위치를 파악하고 확보하기 위한 노력 등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5일 노바스코샤 최고법원은 콰드리가 측을 출두시켜 앞으로의 절차를 독립적으로 감독할 회사로 에른스트 앤드 영을 임명하는 것에 관한 심리를 벌일 예정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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