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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세대] 고통이 필요한 사회/김영준 작가

    [2030 세대] 고통이 필요한 사회/김영준 작가

    올해로 전업 작가가 된 지 3년이 되었다. 이렇게 기고를 하고 책을 쓰고 매주 유튜브에 모습을 비추다 보니 늘 마주하는 게 사람들의 리뷰와 반응이다. 사람들의 반응에는 언제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콘텐츠 생산자가 되면 양쪽 반응 모두 투명하게 볼 수 있다. 호평은 언제 봐도 기분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그 반대 측면엔 비평과 비판, 더 나아가 악평도 존재한다.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마주하기란 썩 쉬운 일이 아니다. 비판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하지만 여기서 꽤 심한 스트레스를 겪을 때도 많다. 설사 그 비판이 타당한 것이고 분명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 있음에도 말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 긍정적인 이미지와 상반되는 정보를 마주하게 되면 거부감이 먼저 들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비판을 받아들이라는 것이 말은 쉬워도 실제로는 어려운 이유다. 불편과 고통을 피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면 비판과 비평을 마주하는 건 그 본능을 정면으로 거슬러야 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비판을 마주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뒷담화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부정적인 표현과 비판은 내가 보고 들을 수 없는 곳에서 나온다. 나를 걱정하는 조심스럽고 아주 친한 친구 정도만이 내 앞에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강도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뿐이다. 사회적 지위와 조직 내 위치가 오를수록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줄어들다 보니 비판에서 더욱 멀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편향성은 더욱 강화된다. 하지만 그 현실은 허망하다. 2014년 영국 사회심리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범죄로 수감된 사람들도 친절함, 관대함, 자기통제와 도덕성 분야에서 비수감자보다 자신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우리의 편향성이 우리에게 숨기는 진실이다. 다들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은 훌륭한 지성과 논리를 갖춘 인간인 반면 타인은 그렇지 못한 열등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 같다. 많은 사회적인 논란과 분쟁들을 관찰하다 보면 보이는 태도들이다. 이것은 비판과 비평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남들보다 훌륭하다는 태도는 이 비판과 비평을 회피하기에 매우 유리한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사회에 필요한 것은 벌거벗은 한 인간으로 스스로를 마주하고 비판이란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소상공인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재연장 가능성

    소상공인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재연장 가능성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가 한 번 더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의 간담회 후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굉장히 어렵다고 해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금융위·금감원이 처음 개최한 합동간담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 단체들은 입을 모아 금융지원 조치 추가 연장을 요구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 상황에서 금융지원이 예정대로 종료되면 경영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2020년 4월 시행된 금융지원은 4차례 연장돼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재연장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추가 연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원 재연장 요청을 많이 했고, 한두 달 전부터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며 “오늘 의견까지 포함해 관계 부처와 마무리를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성실하게 빚을 갚는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감면 대책 등 새출발기금에 대한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새출발기금 상담·신청 시 소상공인의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고 도덕적 해이와 빚 탕감 등과 같은 오해가 없도록 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또 일시적 한계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교육 강화 등도 건의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4일 출범 예정인 새출발기금과 관련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안내와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새출발기금과 관련해 “의견을 반영해 크게 바뀔 게 있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확인해 볼 필요는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BTS 특수 노린 상술 막자”…부산시·야놀자 공정거래 캠페인 전개

    “BTS 특수 노린 상술 막자”…부산시·야놀자 공정거래 캠페인 전개

    방탄소년단(BTS)의 부산 콘서트를 앞두고 바가지 숙박 요금 논란이 이는 가운데 부산시와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공정거래 캠페인을 벌인다. 부산시와 야놀자는 다음 달 15일 부산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부지에서 열리는 BTS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Yet To Come’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기 위한 공정거래 캠페인을 벌인다고 1일 밝혔다. 지난달 24일 이 콘서트의 부산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 일부 숙박업소가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숙박비를 과다하게 책정한 뒤 재판매에 들어가는 등 불공정 영업 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캠페인으로 야놀자는 부산지역 670여 개 파트너 숙박업체에 ‘준비된 도시, 역량 있는 도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달라’는 내용의 팝업 공지를 게시한다. 숙박업소가 불공정 영업을 삼가하도록 유도하고 부산 숙박업계의 이미지도 제고하기 위해서다. 한편, 대한숙박업중앙회 부산시지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일부 비도덕적인 영업자 탓에 부산 숙박업체 전체가 얄팍한 한탕주의에 빠진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불공정 영업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원 숙박업소와 함께 자정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부산 숙박업계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업체가 있다면 시와 공조해 즉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시도 구·군과 합동 점검반을 꾸려 콘서트 개최일까지 예약 일방 취소, 숙박비 과다 요구 등 영업행위 방지에 나선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가용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빈틈없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혐오사회 기획 돋보여… ‘어뷰징’ ‘일잘러’ 등 용어사용 신중해야

    혐오사회 기획 돋보여… ‘어뷰징’ ‘일잘러’ 등 용어사용 신중해야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9층 회의실에서 제154차 회의를 열고 8월 서울신문 보도를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과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정은(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등의 기획기사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기사 제목에 ‘어뷰징’(중복 전송),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신문을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다며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혐오에 가능한 법 조치 의견 더했으면 박경미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기사는 혐오를 단순히 양극화 문제가 아니라 법조계 등 여러 배경으로 확산하며 혐오의 민낯을 잘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지난달 성소수자의 인권을 기사화했다면 이번 달에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지적했다. 가시화된 혐오 표현을 연대기로 다룬 게 인상적이었고 혐오를 단면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능력 중시라는 가치와 연결한 분석이 돋보였다. 특히 6회에서 미디어 심리학 전문가와의 실험을 통해 언론의 영향력을 다룬 형식이 신선했고 기자들의 성찰이 돋보였다. 다만 연속 보도 특성상 글이 많아지니 가독성을 더 신경 쓰면 좋겠다. 김재희 민감한 주제인 혐오를 정중하고 세련되게 다뤘다. 6회에 걸친 회차별로 명확한 주제를 드러냈고 불필요한 저항감과 갈등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드러냈다. 그래픽을 적절하게 사용해 방대한 취재량을 도식화하고 기사의 잔상을 남겼다. 각 회차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각 기사가 어느 회차에 해당하는지 표시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정일권 유튜버, 약자, 다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혐오를 종합하면서 법적인 조치가 부족하다고 짚었는데 어떤 법적 조치가 가능했을지 의견을 내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해외에선 어떤 법 체계가 있고 이를 우리 사회로 들여오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등의 논의가 나오면 더 좋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박경미 여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기사는 의원총회부터 시기별, 일정별로 어떻게 굴러갔는지 정리가 잘돼 있다. 다만 여당에 비해 야당의 기사는 많지 않았다. 비단 더불어민주당 외 다른 야당도 균형감 있게 다뤄져야 하는데 당대표 경선 이후에는 야당 기사가 거의 없었다. 별도로 여성가족부가 폐지 수순인데 이후 어떻게 되고 있는지 다뤄 주면 좋겠다. 정일권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낙마와 관련한 기사에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거나 도덕적 결함이 있었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정책 추진 과정에 집중한 게 좋았다. 어차피 모든 국민이 환영하는 정책은 없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할 때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았어야 하는지 과정의 중요성을 잘 짚었다. 김정은 ‘매 맞는 교도관’ 기획 기사는 교도관의 열악한 현실이 생생히 느껴져 좋았지만 기사 제목이나 중심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 심정을 조명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제목을 더 섬세하게 정했으면 하고 앞으로 더 많아질 공직자 인터뷰 기사에서 정부 부처의 역할을 다뤄 주면 좋겠다. 김재희 ‘우리 삶을 바꾼 변론’ 코너를 눈여겨보고 있는데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대법원 판결문에 드러나지 않는 상세한 이야기를 드러낸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의미 있는 판결은 보통 스트레이트 기사로 먼저 나가는데 ‘우리 삶을 바꾼 변론’과 한 달 정도 간격이 있어 시의성을 고려해 발빠르게 인터뷰하면 좋겠다. ●금리인상과 관련된 사설 부족한 느낌 정일권 반지하 퇴출 정책과 관련한 기사에서 정책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정책이 잘 기능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추가로 필요한지 모순점과 한계를 잘 짚었다. 정책의 목적을 잘 이루기 위해선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생각을 많이 한 기사라고 느꼈다. ‘교도소 대신 수해 복구 지원을 선고합니다’ 기사의 내용은 재밌었는데 제목과 내용과 그래픽이 일치하지 않았다. 그래픽을 담당하는 기자가 기사에 맞는 그래프를 구상해 완성도를 높이면 좋겠다. 이동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사회복지 시스템의 발굴 능력을 짚었는데 실제 복지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전체적으로 다루면서 정부의 시스템을 점검하는 기획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싶다. 박경미 건설사의 사업 확장 이야기를 다루면서 앞으로 유통업계 변화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독자가 경제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나 예시를 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재희 전기차에 대해 다룬 ‘먼저 온 주말’ 기사에선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전기차에 대해 흥미로운 제목으로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용에는 전기차의 장점에만 치중하고 독자들이 가진 전기차에 대한 불안함과 단점을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아 아쉬웠다. 23일자 ‘3시 반이면 영업 끝… 은행만 거리두기 중’ 기사는 일상생활에서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동규 기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서울신문 역시 크게 다뤘는데 다른 신문에 비해 사설 면에서 금리 인상 관련 사설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신문이 항상 경제 이슈를 많이 다뤄 왔는데 사설 면에선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펠로시 대만 방문 북미 시각서 잘 다뤄 김숙현 역사적 의미가 굉장히 큰 한중수교 30주년과 관련해 특집 기사로 다뤄 공을 많이 들인 만큼 유익했다. 향후 한중 관계의 발전 등을 다루기가 쉽지 않을 텐데 독자 친화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사에 나오는 전문가 중 한국 측 전문가가 많아 중국 측 전문가의 의견도 청취했다면 어떨까 싶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는 비판적인 시각에서의 보도가 많이 나왔었는데 서울신문은 대만 방문을 강행한 점에 대해 북미적 시각에서 날카롭게 분석했다. 김정은 학생으로서 한중수교 30주년 기사에 전문가 인터뷰가 많아 한국과 중국 양국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대학에서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중 정서나 혐오가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 한중 유학생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조명하는 기사는 어떨까 싶다. ●스포츠엔 이야기 있는 해설 늘어 좋아 정일권 8월엔 스포츠 기사에서 사실에만 충실한 기사가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해설 기사가 늘어 좋았다. 최근 기사가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통찰력 있는 설명을 통해 해석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주관이 들어가되 독단적이지 않도록 쓰는 기자가 잘 쓰는 기자라고 생각한다. 박경미 1일자 기사 제목에 ‘어뷰징’이라는 용어가 들어갔는데 제가 모를 정도면 대다수의 독자들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괄호 안에 ‘중복 전송’이라는 설명을 달았는데 충분히 쉬운 말로 대체 가능한 어려운 단어는 제목에 쓰지 않는 게 적절할 것 같다. 또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신문을 가볍게 보이게 한다고 생각한다. 정일권 학계에선 ‘어뷰징’이란 단어가 많이 쓰여 저는 익숙했는데 제겐 16일자 ‘일잘러’가 더 충격이었다.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용어라 친화적일 수 있지만 어떤 측면에선 신문이 가벼워 보일 수 있다.
  • 6년간 1700억대 횡령에도 금융권 임원은 ‘고액 연봉’

    6년간 1700억대 횡령에도 금융권 임원은 ‘고액 연봉’

    최근 금융권 횡령 사고가 연이어 불거지는 가운데 지난 6년간 은행 등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통제 등 횡령과 관련한 책임이 있는 임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해에도 거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챙겨 비판을 받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무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이달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는 총 327회, 1704억원 규모다. 금융권 횡령 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2017년 144억원 수준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주춤했지만 2019년 131억원, 2020년 177억원, 지난해 261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8월까지 집계됐지만 이미 876억원을 넘어 2017년과 비교해 6배가량 급증했다. 특히 하나은행(17회)과 단위농협(59회), 신협(58회)에서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6년 동안 3회 이상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은행·보험·상호금융 등 11개사의 등기임원들이 사고가 발생한 해에 받은 급여와 성과급 등 보수 총액은 642억원에 달했다. 양 의원은 “횡령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영진과 임원들이 사고 발생 당해 연도까지 고액 연봉과 상여금까지 챙긴 것은 금융계의 고질적 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지금부터 연체? 2년만 신불자?… 새출발기금, 꼼수 막는다

    지금부터 연체? 2년만 신불자?… 새출발기금, 꼼수 막는다

    “지금부터라도 3개월 연체하면 새출발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발표한 다음날인 29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자영업자 중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부채에서 재산가액을 뺀 금액(순부채)의 최대 80%를 탕감해 주기로 한 부분 때문이다. 고의적으로 지금부터 연체해도 원금 탕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꼼수’가 없는지 문의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우선 오는 10월 새출발기금 정책 시행 후라도 90일 이상 대출을 연체한 소상공인 역시 원금조정 관련 채무조정 신청이 가능하다. 금융위가 발표한 새출발기금 운영 방안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은 10월부터 1년간 채무조정 신청을 받은 후 필요하다면 최대 3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원금 탕감은 빚이 재산보다 많을 때만 해당한다. 재산이 부채보다 많을 때는 90일 이상 연체하더라도 원금 탕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부실차주 채무 중에서도 금융사가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담보대출은 원금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위는 또 신청 자격을 맞추고자 고의 연체하거나 고액 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 등은 철저한 심사를 통해 가려내겠다는 계획이다. 채무자가 고의로 신청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만큼 부실우려차주의 세부 기준이나 채무조정 거절 요건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채무조정을 받더라도 허위로 서류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연체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바로 무효화된다. “꾸역꾸역 빚을 갚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연체할까 싶다”, “열심히 갚은 사람만 손해 아니냐”는 등의 허탈한 반응도 여전했다. 금융위는 성실히 빚을 갚은 사람과의 형평성을 위해 원금조정 지원을 받을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신용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부실차주는 채무조정 이용 사실을 신용정보원에 2년간 공공정보로 등록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신규 대출, 카드 이용·발급 등 사실상 정상적 금융생활이 제한된다. 다만 2년 경과 시 등록된 공공정보는 해제된다. 일부 소상공인은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하는데 원금을 탕감받은 후 2년만 참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공정보에서 삭제되더라도 최대 5년간 신용평가사(CB) 신용점수에 반영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위기 가구’ 6배 폭증… 까다로운 기준 탓에 복지혜택 못 받았다

    ‘위기 가구’ 6배 폭증… 까다로운 기준 탓에 복지혜택 못 받았다

    정부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위기가구 발굴에 힘을 쏟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기초생활보장 등 공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산 기준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정부의 복지망에 포착되더라도 공공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6년간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분석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은 29일 최근 6년간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등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통해 파악된 복지 대상자 지원 현황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단전이나 단수, 체납, 연체 등 34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해 2개 이상의 징후가 포착된 위기 가구를 선별하는 시스템이다. 전체 복지 대상자는 2016년 20만 8652명에서 지난해 133만 9909명까지 6배 이상 증가했다. ●공적서비스 비율 24.9%까지 줄어 그러나 복지 대상자로 선별됐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한 대상자는 같은 기간 16만 1872명에서 67만 6035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위기 가구를 발굴해 내는 역량은 늘어났지만 실제 복지 지원으로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2016년 복지 지원 대상자의 65.5%가 공적 서비스를 받았지만 이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24.9%까지 떨어졌다. 복지 지원을 받는 대상자 중에서도 공적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의 비율은 줄어든 반면 이를 민간 서비스가 채우고 있어 공공의 역할이 발굴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적 서비스로 편입될 때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제도와 자산·소득 환산의 엄격한 기준이 공적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봤다.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직, 채무 등으로 긴급한 빈곤 위기 상황에 처했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집이나 차 등이 자산으로 잡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 단계에서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설계돼 있다”며 “복지에서의 도덕적 해이를 크게 경계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위기에 돌입하는 단계에서 복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기준이 엄격해 선별적이고 지속가능성 없는 민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활고에도 복지 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은 빈곤층에게 채무가 더 가혹하게 돌아가는 ‘채무 자본주의’와 의료기관이 환자를 사회 복지와 연결시키는 제도, 이사를 하면 복지 연계가 안 되는 전출입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제 기능을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다. 류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적 서비스로 연계하는 과정에서 민간 서비스가 시급한 가구에 일시적인 지원 역할을 하며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복지 시스템 방식은 민간이 공적 서비스를 아예 대체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 위기가구 늘었지만 기준 까다로운 탓에 지원 줄었다···“기초생활보장제도 문턱 낮춰야”

    위기가구 늘었지만 기준 까다로운 탓에 지원 줄었다···“기초생활보장제도 문턱 낮춰야”

    최근 6년 간 전체 복지 대상자 늘었지만공적 서비스 수급 비율은 줄어 들어“부양의무자 등 공적 서비스 기준 엄격”“일시적인 민간 서비스에 의지” 지적도정부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위기가구 발굴에 힘을 쏟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기초생활보장 등 공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산 기준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정부의 복지망에 포착되더라도 공공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은 29일 최근 6년간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등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통해 파악된 복지 대상자 지원 현황을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단전이나 단수, 체납, 연체 등 34종의 위기 정보를 수집해 2개 이상의 징후가 포착된 위기 가구를 선별하는 시스템이다. 전체 복지 대상자는 2016년 20만 8652명에서 지난해 133만 9909명까지 6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복지 대상자로 선별됐음에도 지원을 받지 못한 대상자는 같은 기간 16만 1872명에서 67만 6035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위기 가구를 발굴해내는 역량은 늘어났지만 실제 복지 지원으로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2016년 복지 지원 대상자의 65.5%가 공적 서비스를 받았지만 이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24.9%까지 떨어졌다. 복지 지원을 받는 대상자 중에서도 공적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의 비율은 줄어든 반면 이를 민간 서비스가 채우고 있어 공공의 역할이 발굴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적 서비스로 편입될 때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제도와 자산·소득 환산의 엄격한 기준이 공적 복지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직, 채무 등으로 긴급한 빈곤 위기 상황에 처했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집이나 차 등이 자산으로 잡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 단계에서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설계돼 있다”며 “복지에서의 도덕적 해이를 크게 경계하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위기에 돌입하는 단계에서 복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기준이 엄격해 선별적이고 지속가능성 없는 민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생활고에도 복지 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 같은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은 빈곤층에게 채무가 더 가혹하게 돌아가는 ‘채무 자본주의’와 의료 기관이 환자를 사회 복지와 연결시키는 제도, 이사를 하면 복지 연계가 안되는 전출입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제 기능을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다. 류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적 서비스로 연계하는 과정에서 민간 서비스가 시급한 가구에 일시적인 지원 역할을 하며 공적 서비스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복지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은 민간이 공적 서비스를 아예 대체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 ‘韓과 전혀 다른’ 대만의 논문 표절 대처 [이철의 차이나 핀홀]

    ‘韓과 전혀 다른’ 대만의 논문 표절 대처 [이철의 차이나 핀홀]

    대만의 정치 세력은 크게 세 개다.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중화민국을 세운 국민당, 그리고 민진당을 탈당해 대만민중당을 만든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 그룹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민진당은 반중, 국민당은 친중’으로 보는데 필자가 볼 때 이런 인식에는 다소 왜곡이 있다. 국민당은 대만의 정체성이 중국 대륙에 있다고 보는 것일 뿐 ‘친중’ 성향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국민당은 이렇다 할 비전이나 전략 없이 시대의 흐름에 끌려 다니고 있어 그런 오해를 받아도 변명이 쉽지는 않다. 오랫동안 대만은 민진당과 국민당이 격돌하는 정치 구도를 유지해왔다. 이들의 갈등은 우리나라 양대 정당의 충돌 못지 않으며 때로는 더 치열하다. 대만에서 선거철이 되면 ‘택시도 골라서 타야 한다’는 말이 나돈다. 택시 기사와 승객이 지지 정당을 두고 논쟁이 벌이다가 치고 받는 사례가 종종 생겨나서다. 그간 대만은 북부에선 국민당이 우세했고 남부에선 민진당이 유리했다. 북부는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덕분에 산업 벨트로 육성됐다. 덕분에 국민당에 호의적이다. 반면 남부는 농업이 중심이고 제도권 정치에서도 배제됐다. 국민당에 대한 반감으로 민진당이 우위를 차지한다. 이런 정세는 대만에 세 개의 서로 다른 성향의 집단이 존재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 부류는 외성인(대만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장제스가 40만 병력을 이끌고 건너올 때 동행한 이들로, 대만의 정치·경제 권력을 대부분 장악했다. 자신을 ‘중국인’으로 여기고 대만에서 힘을 길러 대륙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에서 국민당을 ‘친중’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두 번째 부류는 내성인 혹은 본성인(대만 토박이)이다. 17세기 명·청 교체기에 일부 한족이 청나라에 저항하고자 이곳으로 들어와 터를 잡았다. 푸젠 지역에서 해상 세력을 이끌던 정성공(鄭成功·1624~1664)이 1661년 병력을 이끌고 건너와 유럽 세력을 몰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청의 지배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자치를 유지했다. 청 말기에는 형식적인 간섭조차 사라졌지만 얼마 안 가 일본에 할양돼 식민지 시기를 보냈다. 일본이 패망하자 다시 방치됐다가 국민당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 때문에 내성인들은 국민당을 ‘점령군’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이라고 생각한다.세 번째 부류는 내·외성인과 인종이 다른 고산족(高山族·높은 산속에 사는 원주민)이다. 대만에 가장 먼저 정착했기에 ‘진짜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시각에서 보면 대만은 포르투갈과 청나라, 일본 제국이 차례로 지배했고 마지막은 외성인이 차지한 상태다. 내성인이나 외성인 모두 ‘남의 집 안방을 힘으로 빼앗고 주인 행세를 하는 이들’에 불과하다. 대만의 인구 구성을 보면 내성인 85%, 외성인 12%, 고산족 원주민 2% 정도다. 일반적으로 외성인들은 국민당을, 내성인과 고산족은 민진당을 지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타이베이 공항이 자리잡은 타오위안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TSMC 공장이 있는 신주는 북부 지역의 도시임에도 민진당의 지지세가 높다.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낮고 교육 수준이 높은 데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2월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신주시장인 린즈젠이 민진당의 타오위안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이 지역이 민진당 우세 지역인 데다가 린 후보의 이미지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낙승이 점쳐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린 후보의 석사 학위 두 개가 잇따라 표절 의혹에 휘말리면서 상황이 꼬였다. 그가 2017년 1월 국립 대만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이 같은 학교 출신 위정황의 2016년 7월 논문을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대만대는 우리나라의 서울대에 해당하는 최고 명문 학교다. 위정황은 대만 정부 조사국 공무원으로 린 후보처럼 대만대 국가발전연구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두전화 전 대만대 교수는 “두 논문의 유사도가 70%에 달한다”며 린 후보의 지도 교수였던 천밍퉁 대만 국안국장(국정원장)을 겨냥해 “이렇게 부실한 논문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 이를 제대로 해명할 수 없다면 린 후보는 선거에서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앞서 린 후보는 2008년 중화대에서도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국민당 소속 왕홍웨이 타이베이시의원이 “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같은 해 중화대 과학기술관리학과가 외부 기관에 위탁 수행해 제출받은 연구 보고서를 그대로 표절했다”고 추가 폭로했다.린 후보는 차이잉원 총통이 매우 아끼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차이 총통은 이번 논란에 대해 “그가 스스로 표절이 아니라고 말했다면 응당 믿고 지지해야 한다”고 감싸고 돌았다. 민진당도 “우리당 차기 유력 정치인에 대한 흠집내기를 멈추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우군을 확보한 린 후보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논문 집필 과정을 설명하며 “표절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포기하지 않겠다. 끝까지 싸워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썩 명쾌해 보이지 않았다. 곧바로 국민당 왕홍웨이 의원은 두 논문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분을 거론하면서 “오타까지 똑같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당 입법의원 출신이자 미디어 재벌인 자오샤오캉도 방송에서 “이는 ‘복붙’임이 분명하다”고 비꼬았다. 여론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더 버티는 것이 무의미하고 느낀 린 후보는 결국 시장 선거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수세에 몰린 민진당은 현 입법위원인 정윈펑을 새 시장 후보로 긴급 투입했다. 정 후보는 지난달 린즈젠이 간담회를 열었을 때 그를 도우려고 자리를 함께 했다. 자신의 논문임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린 후보와 달리 그는 논문과 관련된 이슈들을 명확하게 짚고 설명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당시 기자회견은 ‘포스트 차이잉원’으로 주목받던 린즈젠이 추락하고 ‘민진당 구원투수’로 정원펑이 떠오르는 순간으로 남게 됐다. 학위 논문 표절 논란을 두고 대만대가 취한 단호한 태도는 지금 우리나라 대학들과 달랐다. 대만대는 해당 논문을 신속하게 검토한 뒤 논문에 문제가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린즈젠과 민진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 앞서 말했듯 타오위안은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여당이 린즈젠 문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했다면 그의 도덕성 논란에도 여전히 선거 승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만대의 판단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판이 달라졌다. 시장 선거 구도가 ‘민진당 대 국민당’에서 ‘민진당 대 대만대’, ‘거짓 대 진실’로 바뀐 것이다. 민진당이 정치적 실책을 범해 ‘지는 게임’을 자초했다. 차이 총통 역시 지지도가 급락해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린즈젠은 대만대는 물론 중화대 석사 학위까지 취소돼 대만 정치인 가운데 두 개의 석사 학위를 동시에 취소당한 최초의 인물로 남게 됐다.반면 대만대는 이번 논란에 진정성있게 대응해 자신의 권위를 지킬 수 있었다. 대만대 출신 사회 리더들도 명예와 존엄, 진실을 지키려고 용기를 낸 모교를 응원했다. 시민들도 대만대에 박수를 보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 시절 이기붕 국회의장이 자신의 아들 이강석을 이 대통령의 양자로 보냈는데, 덕분에 이강석은 두 사람의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서울대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졸업은 할 수 없었다.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던 교수들이 대통령의 아들에게 ‘FM대로’(봐주지 않고 엄격하게) 학점을 준 탓이다. 필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들 박지만을 서울대가 아닌 육군사관학교로 보낸 것이 당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기 때문으로 본다. 한국의 대학들은 대통령도 함부로 다루지 못할 만큼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자 애썼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이제 대학 학위는 남의 생각을 가져다가 짜집기를 해도 대가만 충분히 지불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품’으로 전락한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남의 논문을 ‘대폭 참고’했어도 대학은 공식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일부 교수는 “우리 분야에서 표절은 피할 수 없다”며 이를 대놓고 두둔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이를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할 야당도 크게 나은 것은 없어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논문 표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말이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논문 표절 여부를 판정할 능력과 식견을 갖고 있지 않다. 대학과 교수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논문 표절 문제에 침묵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더 이상 상아탑의 도덕성과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진리와 정직을 목숨처럼 지킨다던 대학의 명예와 전통이 우리나라에선 모두 사라진 것일까. 대학들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있고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논문 표절 여부를 판단했는지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정치인이어도 그의 거짓은 지지할 수 없다’는 대만 민중들의 정치의식에 경의를 표한다. 오래전 졸업한 모교의 빛 바랜 교훈을 이들에게 헌사하고 싶다.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
  • [데스크 시각] 100일 지난 윤석열 정부, 경제팀 갈 길 멀다/김미경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100일 지난 윤석열 정부, 경제팀 갈 길 멀다/김미경 경제부장

    ‘사진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지난 7월 24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2014~2017년 워싱턴 특파원을 하면서 미국의 경제·금융 당국 수장들이 종종 만나 협의하는 것을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기에 이들 수장의 만남과 협의 자체가 상당한 메시지를 던져 시장 반응도 긍정적일 때가 많았다. 대한민국 경제가 그야말로 위기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악재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파고’에 직면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시장 불안에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경제 침체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부총리를 중심으로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두 달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이례적으로 4차례나 개최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위기 인식이 그만큼 엄중함을 보여 준다. 그동안 이들 당국이 여러 이유로 서로 ‘거리두기’를 하거나 삐그덕거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원팀’으로 뛰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정부가 지난 6월 비상경제 체제로 전환한 뒤 윤 대통령도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5월에 이어 지난 24일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금융위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말 IMF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트라우마가 상당하기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융위기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겨우 100여일이 지난 윤 정부의 경제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치·사회 등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는 것은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민생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논란이다.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이들을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임에도 ‘부실차주 최대 90% 감면’ 등에 대한 도덕적 해이 지적에 금융당국이 뒤늦게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뒷북 대응을 하다가 최종 발표조차 늦어졌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의 엇박자를 지적하기도 한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도 어렵게 쌓아 가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 최근 ‘8·16대책’ 발표 시 1기 신도시 재정비 수립 추진이 “2024년 중”으로 연기되자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대통령 공약 파기”라고 반발했고, 이에 정부는 “조속한 재건축 추진”으로 말을 바꿨다. 급기야 윤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1기 신도시 빨리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청했고, 원 장관은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 정부의 ‘경제안보’ 중시에도 우려스러운 상황들이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의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 브리핑 발언인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났다”는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구체적 대안은 없이 말만 앞세운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국내 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자 관계 부처들이 뒷북 대응에 나선 것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중국 요소 사태나 대러 제재 동참 때 빚었던 부처 간 엇박자는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다. 윤 정부의 임기가 1700여일이나 남았다. 그만큼 경제 원팀의 갈 길이 멀다. 국민이 지지하는 정교한 경제정책으로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 급선무다.
  • 연체 가능성만 있어도 이자 감면… 신용평점 조작 우려 기준 비공개

    연체 가능성만 있어도 이자 감면… 신용평점 조작 우려 기준 비공개

    ‘90일 이상 연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부실차주와 달리 기준이 모호한 ‘부실우려차주’에 대한 지원은 새출발기금이 다른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자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의 연체나 신용평점 조정 등으로 부실우려차주 요건을 갖춰 지원을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2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운영 방안에는 부실우려차주의 세부적인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에 따르면 부실우려차주가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면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어 실질적으로 이자를 탕감받을 수 있다. 다만 부실차주처럼 원금을 탕감받을 수는 없다. 우선 연체 30일 이전에는 기존 약정금리를 유지하되 연 9%를 초과한 고금리 대출분에 대해 9% 금리로 일괄적으로 조정받을 수 있다. 신용점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연체 30일 이후에는 상환 기간에 따라 금리가 3%대 후반~4%대 후반으로 낮아진다. 또 이자만 갚을 수 있는 거치 기간이 1년(부동산 담보대출은 3년) 주어지고, 대출 상환 기간은 최대 10년(부동산대출은 20년)까지 늘어난다. 거치 기간 중인 1년 내에는 이자 유예도 가능하다.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실우려차주의 기본 조건은 폐업자, 6개월 이상 휴업자,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용차주 중 추가 만기 연장이 거절됐거나 이자 상환유예를 이용 중인 차주, 신용정보 관리 대상에 오른 차주 등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신용평점 점수 등 세부적인 판단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평점 등을 공개하면 본인의 점수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며 “10월 문을 열 예정인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빚 80% 탕감’ 불공정 논란에… 딱 한 번, 최대 15억까지로 축소

    ‘빚 80% 탕감’ 불공정 논란에… 딱 한 번, 최대 15억까지로 축소

    재산이 빚보다 많으면 혜택 제외주택 구입 등 자산 형성 대출 제외심사 강화… 은닉재산 발각 땐 무효대상자는 대출 제한 등 불이익도출범 전부터 ‘역대급 빚 탕감’ 정책으로 불리며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논란, 도덕적 해이 우려가 쏟아졌던 새출발기금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새출발기금 운영 방안을 통해 재산·소득 심사 강화 등을 통해 은닉 재산이 드러나면 채무조정을 무효로 하고, 채무조정 한도를 기존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추는 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을 공개했다. 고의 연체 등을 방지하고자 ‘부실우려차주’의 세부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새출발기금 신청을 1회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재산·소득 심사나 고의 연체 적발의 실효성 등을 이유로 도덕적 해이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 및 소상공인(법인 포함)이다. 사업자 대상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을 받은 적이 있거나 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한 이력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 피해 자영업자 중 원금 탕감은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만 가능하다. 부실차주에 대한 원금 탕감은 부채에서 재산가액을 뺀 금액(순부채)의 60~80%(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최대 90%)로 기존 방안이 유지됐다. 자영업자가 받은 사업자대출, 가계대출 모두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주택 구입 등 개인 자산 형성 목적의 대출, 전세보증대출, 부동산 임대·매매업 관련 대출, 대출 취급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대출 등은 제외됐다. 부실차주의 재산이 많으면 원금 탕감 폭은 줄어들고, 재산이 빚보다 많으면 한 푼도 탕감받을 수 없다. 보유재산에 따라 총부채 대비 감면율은 0~80%가 된다는 얘기다. 빚이 재산보다 더 많으면 이자와 연체 이자는 모두 감면된다. 원금 탕감 이후 남은 돈은 최장 1년 동안 상환을 미룰 수 있고, 최대 10년(부동산대출은 20년) 동안 분할상환할 수 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무조정 시 소득·재산에 대한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치며, 요건에 맞지 않는 차주는 채무조정이 거절될 수 있다”며 “정기적인 재산 조사를 통해 사후에도 은닉 재산 등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무효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의적·반복적인 채무조정 신청을 방지하고자 새출발기금 신청은 한 차례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다만 부실우려차주가 새출발기금 이용 과정에서 상황이 악화하면 부실차주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부실차주는 장기연체정보가 해제되는 대신 2년간 채무조정 이용정보가 신용정보원에 등록돼 전 금융권과 신용정보회사에 공유된다. 신규 대출,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부실차주는 5년간 신용평가에 채무조정 이력이 반영돼 신용 불이익을 받는다. 금융위는 다음달 통합콜센터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무소 등 현장창구에서 안내·상담을 진행하고, 10월 중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해 지원 대상 확인과 신청을 시작한다. 신청 이후 채무조정 약정 체결까지는 최대 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인간 넘어 이젠 모든 생명이 중심… 그의 서가는 우주를 품는다[김언호의 서재탐험]

    인간 넘어 이젠 모든 생명이 중심… 그의 서가는 우주를 품는다[김언호의 서재탐험]

    # ‘지구와사람’ 창립-생명·지구공동체 지향… 다양한 학술행사·교육·출판 등 기획# 내 기억 속의 노무현-탈권위적 이상주의자… 그의 사유는 수평적이고 늘 열려 있어# 책 탐닉하는 법률가-문학·철학·종교·사상 등 편식 없이 탐독… 인생책은 ‘슬픈 열대’ # 인생의 전환점과 책-정치 근원 고민할 때 만난 마루야마 마사오… 영세 계기도# 희망·격려가 된 작가-토머스 베리의 삶에 대한 성찰과 경축… 더 큰 관점 얻게 돼# 지구중심주의 모색-인간중심적 세계관에 지구 황폐화… ‘우주적 겸손’ 필요해강금실 변호사가 이끄는 ‘지구와사람’은 생명공동체·지구공동체를 지향한다. 2015년에 창립했다. 다양한 학술행사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생태연구회·지구법학회·기후와문화연구회를 통해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문명, 인간과 비인간의 동등한 삶을 구현하려 한다. 정기 콘퍼런스와 기후 변화 컬로퀴엄, 지구법 강좌, 생명문화 강좌를 연다. 생명의 시작(詩作), 생태기행 등 문화예술 플랫폼을 펼친다. 출판기획으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지구중심주의를 대중적으로 모색한다. ‘지구와사람’은 여느 사회문화운동 모임보다 대안적이고 실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의한 젊은 변호사 강금실의 법무부 장관 임용은 우리 정치사에 기록될 만한 파격이었다. 정치가 노무현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인문주의자·생태주의자 강금실에게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진정한 민주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였습니다. 현실적인 정치인이라기보다 탈권위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습니다. 그의 사유는 수평적이고 늘 열려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진면목은 퇴임 후 그의 고향 마을에서의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봉화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마을 사람들과 막걸리잔을 들었다. “자전거 뒷자리에 손녀를 태우고 들판을 달리는 할아버지 노무현이 우리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닙니까.” 2008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함께 헤이리 북하우스를 방문했다. 토요일 오후였다.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드렸더니, “선배님, 그간 잘 계셨습니까”라고 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선배님’이라는 인사를 받다니. 노 전 대통령은 그날 두어 시간 북하우스에 머물면서 책방과 미술 전시, 책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나는 노 전 대통령에게 우리가 펴낸 준초이의 대형 사진집 ‘백제’를 선물했다. “이런 큰 책 받아도 됩니까.” “농사지으면 이웃과 나누기도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지은 책 농사입니다.” 내 고향 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마을과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뒷산에 올라가면 저 멀리 봉화산이 보인다. 나는 고향 갈 때면 봉화에 놀러 가겠다고 말씀드렸지만 그때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대통령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나는 강 변호사에게 가까이서 모신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창의적이고 꿈꾸는 영혼이었습니다. 현실보다 한발 앞서서 사회의 진보를 모색했습니다.” ●시 읽기로 빠져든 독서 강 변호사는 시 읽기를 좋아했다. 민음사가 펴내던 ‘세계시인선’을 모조리 읽었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보르헤스를 탐닉했다. 그의 시, 그의 소설을 모조리 읽었다. 이기영의 불교 책들, 보조국사 지눌을 읽었다. 카뮈와 사르트르를 읽었다. 문학을 넘어 철학과 사상, 종교와 신학을 읽었다. 에리히 프롬, 디트리히 본회퍼, 카를 바르트, 파울 틸리히, 헤겔이 그 저자들이었다.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 구스타보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탐독했다. 김우창의 ‘궁핍한 시대의 시인’,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을 읽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1980년대 젊은이들의 필독서이듯이 그의 독서목록에도 들어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두 별호를 받았다. 새벽빛을 뜻하는 ‘효명’(曉明)과 보랏빛 노을이라는 의미의 ‘자하’(紫霞)인데, 효명과 자하는 여명·일몰과 같은 이미지다. “브라질 원주민 사회의 현장조사를 기행문 형식으로 저술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는 ‘내 인생의 한 권의 책’입니다. 마르세유에서 출발하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 삶의 원감각(原感覺)을 그리면서 ‘슬픈 열대’는 시작되지요.”●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 일본의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은 법률가 강금실의 인생에서 한 전환점을 만든 책이다. 노무현 정부에 참여하면서 정치란 무엇인가를 근원적으로 생각하는데, 민주적인 사회를 어떻게 구현할지를 치열하게 생각하는 실천적인 지식인 마루야마의 이 책을 읽었다. 영세받는 계기를 만든 책이었다. 마루야마의 대형 에세이 ‘일본 파시즘의 사상과 운동’을 나는 1980년 초 차기벽·박충석 교수가 편한 ‘일본현대사의 구조’를 기획하면서 읽었다. 1990년대부터 펴내는 ‘한길그레이트북스’의 한 권으로 이 책을 출간하는데, 내가 지금까지 펴낸 3500여 권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기억되는 책이다. 인간과 정치, 권력과 도덕, 지배와 복종,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깊게 성찰하고 있다. 2014년에 작고한 이론과실천사의 김태경 대표가 펴낸 율리우스 푸치크의 ‘교수대로부터의 리포트’. 강금실이 그의 삶에서 두고두고 기억하는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이다. 저자 푸치크는 히틀러가 체코를 점령했을 때 레지스탕스 운동을 한 저널리스트였다. 체포돼 고문을 받다가 1943년 9월에 처형된 푸치크가 감옥에서 남긴 글과 편지를 묶은 것이다. 누이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아내를 부탁한다. “나는 내가 없어지더라도 그녀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강금실은 현실 정치에 참여하면서 한나 아렌트를 만난다. 유대인으로서 근대 세계의 ‘근본악’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사상가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과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본격적으로 대면한다. 정치현실을 관조하는 형이상학적 분석을 넘어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실천적 철학을 온몸, 온정신으로 탐구하는 아렌트에게 인문주의자 강금실은 경도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유대인 학살의 주범 아이히만 재판을 현장에서 취재해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천명한다. 생각하기의 무능으로부터 빚어지는 악의 평범성은 수많은 사람들을 경각시킨다. “사유하지 않으면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유하게 하는 사회적 학습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토머스 베리의 ‘위대한 과업’ 강 변호사는 2009년 대학원에서 토머스 베리의 ‘위대한 과업’을 읽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주의 일부인 지구에서 피어난 생명으로서 인간이 지닌 물질적·정신적·영적 차원의 의미를 파악하고, 인간중심적 세계관이 지나쳐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이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생태문명을 제시합니다. 그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위대한 과업’입니다. ‘위대한 과업’의 문장은 이지적인 차원을 넘어 시적으로 혼을 울려서 황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제6장 ‘생존력 있는 인간’은 인간의 신체와 영혼을 만들어 낸 우주의 원형적 상징의 하나로 ‘생명의 나무’를 말합니다.” 베리의 사상은 문명사와 생태학과 우주론의 결합으로 압축할 수 있다. 생태학의 지평을 정치·경제와 같은 사회적·과학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우주와 영성의 차원까지로 넓혔다고 평가받는다. “삶에 대한 베리의 핵심 메시지는 ‘성찰’(Reflection)과 ‘경축’(Celebration)입니다. 이 주제는 삶의 여러 어려움으로 고민할 때 나에게 희망을 주었고 격려가 되었습니다. 50대까지 사회와 권력에 관심을 두었다면,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온 우주와 지구의 온 삶을 깨달아 가고 있다고 할까요. 지구와 우주의 생명과 존재라는 더 큰 관점에서 삶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의 틀을 새로이 얻게 됩니다.”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탐구하는 강금실은 베리의 또 다른 책들인 ‘모든 존재는 권리를 가진다’, ‘우주 이야기’, ‘지구의 꿈’, ‘황혼의 사색’을 우리들에게 권독한다. ●산·강· 꽃도… 모든 존재는 권리 가져 오늘날의 과학·산업문명과 자본주의의 끝없는 욕망이 인류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기계론적 세계관, 물질적·경제적 가치관이 인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오늘의 자본주의와 과학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일깨우고 있다. “난민 수용소의 아이들이 굶주리면서 죽어 가고 있지만, 인류를 살인하는 군산복합체의 무기상들은 호화로운 연회장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굶어 죽어 가는 노숙자들의 현실은 외면하면서 주가 몇 포인트 떨어졌다고 야단스럽게 떠드는 미디어의 현실을 보십시오!” 오늘의 인간들은 자신의 권리만을 부르짖고 있다. 이제 자신의 권리보다 ‘의무’를 중시하고 각성하는 삶이 요구되지 않는가. “오늘 우리 인간에게는 ‘우주적 겸손’이 필요합니다. 권력지향적인 사고를 넘어 예술가의 심미안이 필요합니다. 윤동주 시인이 말했지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보라’는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2020년 지구법학회 회원들이 공동으로 ‘지구를 위한 법학’을 출간했다. 지구법학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연구자들이 모이고 있다. “인간 중심에서 모든 생명의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존재는 권리를 가진다. 강에는 강의 권리가, 산에는 산의 권리가 있다. 곤충에게는 곤충의 권리가, 꽃에는 꽃의 권리가 있다. 이제는 인간을 위한 체제가 아니라 지구공동체 모두가 참여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지금 강금실이 추구하는 주제다. 강금실은 저간의 공부와 생각을 두 권의 책 ‘생명의 정치’(2012)와 ‘지구를 위한 변론’(2021)에 담았다. ‘생명의 정치’가 산업문명의 대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생명중심의 생태학적 관점을 소개했다면, ‘지구를 위한 변론’은 보다 구체적인 시대상황과 대안을 담론한다. 강금실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책 읽기를 진행한다. 함께 토론하기, 함께 생각하기다. 함께하는 삶은 의미 있고 재미있다. ‘성찰’과 ‘축제’의 삶이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다정한 왼손/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다정한 왼손/미술평론가

    ‘돈키호테’ 2편 43장에서 돈키호테는 시종 산초에게 수신제가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다가 이런 말을 한다. “글을 읽을 줄 모르거나 왼손잡이인 인간은 비천하기 짝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났든가 그 자신이 삐뚤어지고 구제 불능이라서 남의 가르침을 듣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기사담에 파묻혀 지내다가 살짝 맛이 가서 자신도 책에 나오는 기사처럼 돼 보겠다고 가출하기는 했으나 돈키호테는 지극히 상식적인 도덕관을 지닌 16세기 스페인의 시골 양반이다. 그런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니 왼손잡이에 대한 당대의 일반적 의견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람들은 왜 왼손잡이를 싫어했을까? 고대 철학자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상만사를 몇 개의 개념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기를 좋아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우주의 구성 요소를 남성과 여성, 빛과 어둠, 선과 악, 오른쪽과 왼쪽 등 열 개의 대립항으로 나누었다. 기독교 문화도 이를 이어받아 왼쪽을 혼란, 죄악과 짝 지웠다. 미술은 그런 이분법적 사고를 시각화했다. 그림에서 이브는 왼손을 내밀어 선악과를 따고, 음탕한 악마는 벌거벗은 처녀의 왼쪽을 공격한다. 이런 가운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통치자 로렌초 데메디치는 대담하게 왼쪽 옹호론을 펼쳤다. 로렌초는 오른손이 무기를 들어 공격하는 손, 압제적이고 변덕스러운 손이라면 왼손은 온화하고 품위 있는 손, 사랑의 활을 당기는 손이라고 주장했다. 봉건귀족처럼 전사가 아니라 머리를 쓰는 사업가였던 로렌초는 왼손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통치를 평화와 사랑의 이미지로 감싸려고 했다. 왼쪽이 지닌 부정적 개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중립적으로 돼 갔다. 하지만 무의식을 탐구하기 위해 왼손을 사용하는 초현실주의, 왼손을 통제하는 우뇌를 주관성, 감성과 결부시키는 오늘날의 심리학자에 이르기까지 피타고라스학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근대 회화도 왼쪽이 오른쪽보다 유혹적이라는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에서 한 여성이 왼쪽 어깨와 등을 활짝 드러낸 채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 “원숭이두창, 미국 ‘비밀 생물무기’…우연 아냐” 러 음모론 부채질 [월드PICK]

    “원숭이두창, 미국 ‘비밀 생물무기’…우연 아냐” 러 음모론 부채질 [월드PICK]

    러시아가 원숭이두창 확산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러시아가 ‘원숭이두창은 미국 정부가 은밀하게 만들어낸 생물 무기’라는 근거 없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FP는 러시아 국방부와 관영 매체들이 원숭이두창 확산이 미국 탓이라는 음모론을 퍼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타스와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관영 언론은 원숭이두창 유행이 본격화한 5월부터 음모론을 확대·재생산에 앞장섰다. 타스통신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미국 지원을 받은 나이지리아 실험실에서 퍼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보도에서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 방어사령관 이고르 키릴로프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나이지리아에서부터 확산했다. 나이지리아에는 미국이 구축한 최소 4개의 생화학 실험실이 있다”며 원숭이두창 유행과 미국 사이의 관련성을 암시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 언론에 따르면 2021년 뮌헨 화상 안보회의 때 원숭이두창 대유행 상황을 가정한 대응 시나리오 논의가 있었다”며 “과연 이게 우연이겠느냐”고 강조했다.작년 3월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정부 당국자 등이 포함된 전문가 패널은 2022년 5월부터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퍼지는 상황을 가정, 생물학적 위협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논의했다. 그때 제시된 시나리오는 실험실에서 조작된 병원균이 테러에 악용돼 1년 반 동안 30억명이 감염되고 2억 7000만명이 숨진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은 이후 여러 나라로 퍼졌다. 공교롭게도 안보회의 때 제시된 시나리오처럼 올해 5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확산했다. 지난달 23일 WHO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FP는 러시아가 이를 빌미로 원숭이두창 유행이 미국 탓이라는 음모론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리나 야로바야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부의장은 4일 원숭이두창 미국 유출설을 주장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국의 군사적 생화학실험실의 비밀’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러시아가 전염병과 관련해 ‘미국 배후설’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는 코로나19 역시 미국 실험실에서 유출된 바이러스 탓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옛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만들어내 흑인을 겨냥한 무기로 활용한다는 허위 정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FP는 이런 러시아의 선전전에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비도덕적인 국가’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부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도를 훼손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풀이했다. 국내적으로는 러시아가 성소수자에 부정적인 정서를 부추겨 차별과 혐오의 선동정치에 이용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으로 FP는 추정했다.한편 ‘최후의 청정 지역’이었던 와이오밍주마저 뚫리면서, 미국 50개주(州) 전체가 원숭이두창 위험 지역이 됐다. 22일 와이오밍 보건 당국은 주도 샤이엔이 포함된 라라미 카운티에 사는 성인 남성 한 명이 원숭이두창 바이스러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의하면 5월 중순 매사추세츠에서 첫 번째 환자가 보고된 이후 미국에서는 22일까지 50개주 1만 4100명이 원숭이두창에 걸렸다. 17일 기준 전 세계 92개국 원숭이두창 환자는 약 3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 [마감 후] 가자미를 굽듯이/송수연 경제부 기자

    [마감 후] 가자미를 굽듯이/송수연 경제부 기자

    가자미는 초보자가 요리하기에는 난도가 꽤 있는 생선이다. 고등어나 삼치 같은 등푸른생선보다 살집이 얇고 부드러워 굽다가 자칫하면 살이 으스러지기 일쑤다. 기름기가 부족한 편이라 팬에 오일을 충분히 두르고 달궈 약한 불에 구워야 한다. 생선을 팬에 올려놓고 기다리다 보면 잘 익고 있는 것인지 뒤집고 싶은 조바심이 든다. 참지 못하고 가자미를 몇 번 뒤집다 보면 역시나 실패다. 뒤집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적당한 때를 노려 한 번만 뒤집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한참 기다리다 뒤집을 타이밍을 놓치면 껍질이 팬에 마구 눌어붙어 반쯤 버리고, 종내 형체 모를 생선을 먹어야 한다. 생선 굽기가 이리 어려우니 노자가 도덕경에서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고 한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다. 최근 이관섭 신임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도 이를 인용했듯 나랏일을 운영할 때는 작은 생선 다루듯 조심스러워야 하고 때를 기다려야 함을 이르는 말일 테다. 최근 다가올 경제위기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책들이 잇따라 논란을 빚었다. 까딱하다 전체 요리를 망칠 수 있는 작은 실수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야심 차게 내놓은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는 금융 부실을 예방하고자 한 종합 민생경제정책이다. 그런데 ‘125조원+α’ 규모의 방대한 지원책을 한 대목 때문에 태울 뻔했다. 청년층 채무조정 지원에 대한 정책 도입 취지로 “주식, 가상자산 등 청년 자산투자자의 투자 손실 확대”를 근거로 든 게 화근이었다. “빚투까지 정부가 보전해 줘야 하냐”는 원성이 불같이 번졌다. 급기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나서 “현실을 좀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다 보니 발표에 투자 손실 얘기가 들어갔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논란이 커진 뒤였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난데없이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 한 게 정치적 이유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당시는 2030세대 남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이 전 대표 지지자 측에선 ‘윤심에 의한 찍어내기’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가뜩이나 낮은 대통령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융위가 이 같은 분위기에서 반전을 꾀하고자 암호화폐 투자 비중이 높은 2030세대를 위한 정책임을 부각시키다 논란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작은 실수는 또 있었다. 금융위는 당초 금융권 대상으로 소상공인 지원책인 새출발기금 관련 대규모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돌연 이를 취소하더니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권에서 정부의 ‘일방통행’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국에서는 세부안 발표 후 설명회도 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견 청취 후 정책 발표’와 ‘정책 발표 후 의견 청취’는 엄연히 다르다. 익지도 않았는데 상에 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결국 금융위는 예정된 세부 방안 발표를 취소했다. 업계 의견 청취를 형식적으로 생각했던 정부의 인식만 드러낸 꼴이 됐다. 좋은 정책일수록 디테일이 중요하다. 작은 실수가 반복되면 정책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이미 요리를 망쳤다는 얘기는 아니다. 경제 위기 속 취약층을 위한 금융 지원책은 분명히 중요하다. 숙련된 요리사가 더욱 필요한 때다. 백석 시인도 좋아했다던 가자미, 겉면이 바삭하게 잘 익은 가자미가 먹고 싶다.
  • [2030 세대] 독서하는 여름밤/김현집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역사·철학과

    [2030 세대] 독서하는 여름밤/김현집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역사·철학과

    늦은 밤에 어려운 책을 찾는다는 것은 낮에 일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힘이 남아도니 말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읽으려 작정한 데릭 파핏(1942~2017)의 철학책이 침대 옆 의자 위에 쌓여 있다. 파핏은 천재 혹은 괴짜 철학자였다. 영국 옥스퍼드에 살았다. ‘연구 성과’와는 거리가 먼 학자였다. 출판 횟수로 따지자면 말이다. 그의 책은 ‘Reasons and Persons’ 그리고 ‘On What Matters’뿐이다. 굳이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존재하는가, 내가 죽으면 ‘나’는 소멸되는가, 이런 태산같이 무거운 질문들을 해댄 사람이다. 파핏은 사소한 것에 매이지 않으려 매일 똑같은 메뉴의 식사를 했다. ‘효율적’인 삶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사진찍기였는데, 그가 찍은 풍경 사진을 보면 사람은 없다. 파핏이 모두 편집해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파핏에게 철학의 요령에 대해 묻고 싶다면, 그가 19살 학생에게 준 조언을 참고할 수 있다. 소설을 많이 읽으며 ‘씨를 뿌려라!’ 나는 파핏의 책을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읽는다. 마치 난도 높은 퍼즐을 맞추는 것 같다. 이런 독서에서 나오는 기쁨은 이지적이다. 내 작은 방에서 기류를 타고 떠 있는 느낌이다. 칸트의 철학을 읽으면 방에 불이 켜지는 것 같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말이다. 마틴 에이미스(1949~)도 읽는다. 에이미스는 영국 소설가이며 말재주꾼이다. 24살에 ‘레이철 페이퍼스’라는 소설로 유명해졌다. 바이런도 24살 어느 날 아침에 위대한 작가로 눈을 떴다. 24살이라니! 에이미스의 에세이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퍼즐을 찾는다. 그의 글에선 언어의 소리와 의미, 운율이 기막히게 딱딱 들어맞는다. 어느 시인이 시는 완성될 때 상자가 닫히듯 ‘똑’ 하고 소리를 낸다 했는데, 정확히 여기에 맞는 표현이다. 에이미스의 글은 너무 리듬을 타는 까닭에 오히려 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플라톤 시절부터, 말이 달콤하면 수상쩍게 여겼다. 쾌락과 진실, 시(詩)와 철학, 오래되고 낡은 대립이다. 내가 알기로도 진실은 더 딱딱하고, 더 차분하고, 더 회색빛이다. 진실도 색과 감각이 있다. 깊게 파고들 여유가 없는 우리는 진실을 흔히 감으로만 가늠한다. 철학이나 소설에선 감으로밖에 다가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사실이나 원리를 알려주기보다는 섬세하고 낯선 감각을 키우도록 돕는 게 전부일 것이다. 흔히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지만, 세 번째 길을 달리는 글이 가끔 있다. 독자가 읽기 편한 글일수록 알 수 없는 모순에 빠지게 하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지만 멀리서 거리를 지킨다. 견고한 듯한데 발아래서 없어지는 글, 이게 고수다. 여름밤은 짧고, 책 읽는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 싸늘하게 식은 민주당의 심장 호남… “당심 마지막 경고”[집중 분석]

    싸늘하게 식은 민주당의 심장 호남… “당심 마지막 경고”[집중 분석]

    더불어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의 당심이 싸늘하게 식었다. 6·1 지방선거에 이어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도 투표율이 30%대에 머물며 무관심을 드러냈다. 지난 20~21일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였다. 세 지역 평균 투표율은 35.49%로, 전국 평균 투표율 36.43%에도 못 미쳤다. 대구(59.21%)·경북(57.81%)과 부산(50.07%)보다도 훨씬 뒤졌다. 자동응답전화(ARS)를 제외한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율에서도 호남 세 지역 평균은 17.3%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호남은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118만명 중 42만 3600여명(35.9%)이 포진, ‘당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매번 전국 투표율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부터 이상기류가 나타났다. 광주(37.7%), 전북(48.6%)이 전국 투표율(50.9%)보다 낮았고, 심지어 광주는 전국 꼴찌였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22일 BBS에서 “호남 투표율 저조는 지방선거에 이어 매우 큰 경고음”이라며 “텃밭이 흔들리면 다른 데는 더 볼 일이 없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날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를 지지하며 최고위원 선거에서 사퇴한 윤영찬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당의 뿌리인 전남·전북·광주의 처참하게 낮은 전대 투표율은 민주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라고 말했다. 호남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 된 선거 구도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 때 호남 투표율이 낮았던 이유와 똑같다. 결과가 뻔하기에 굳이 투표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라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탓에 흥행에 참패한 것”이라고 했다. 개딸(개혁의딸) 등 이재명 후보 강성 지지층에 선거가 휘둘리며 혁신·쇄신보다 당헌 개정 논란, 이 후보 사법 리스크 의혹 등이 이슈를 잠식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민 의원은 “전통적으로 당을 뒷받침해 왔던 당원들이나 온건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소수 강성그룹이 과다하게 대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호남은 도덕성 등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지금 민주당 돌아가는 모습이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투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된 뒤 호남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면 20대 총선 때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대안 세력으로 호남을 싹쓸이한 것처럼 이 후보를 대체할 제3의 세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된 뒤 윤석열 정부를 압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인다면 호남은 이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 통역사 “뉴진스 ‘쿠키’ 선정적 가사…미성년 그룹에 부적절”

    통역사 “뉴진스 ‘쿠키’ 선정적 가사…미성년 그룹에 부적절”

    유튜브에서 영어 교육 채널을 운영 중인 동시통역사가 걸그룹 뉴진스의 곡 ‘쿠키(Cookie)’ 가사의 선정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영어 동시통역사 김태훈씨가 운영하는 영어 교육 유튜브 채널 ‘브릿지TV’에는 최근 ‘뉴진스 쿠키 가사 선정성 논란, 빼박인 결정적 증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김씨는 “노래를 듣고 나서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아니었다”며 “이 영상을 만들기 전 고민이 됐다. 왜냐면 다 미성년자로 된 멤버들이었고, 이 친구들이 엄청 노력을 하고 고생을 해서 데뷔를 했을 텐데 이런 식의 논란이 따라붙는 것도 불미스럽고 안타깝지 않냐”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영상을 통해 최소한 미성년 가수에게 가사를 줄 때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에 제작을 하게 됐다”고 영상을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뉴진스의 노래 ‘쿠키’에 대해 “여기서 ‘쿠키’는 여성의 생식기를 의미하는 게 맞다. 이건 팩트다. 이걸 보고서 아니라고 하는 건 너무 눈 가리고 아웅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쿠키에 여성의 생식기를 대입해서 가사를 보면 너무 경악스럽다”며 “영어를 쓸 줄 알고 편하게 구사하는 사람에게 이 노래 가사를 들려주고 이게 과연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게 들리냐고 물어보면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섹슈얼한 가사”라고 설명했다.그는 “소속사 측은 쿠키를 굽는 마음으로 열심히 소중히 앨범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엉터리 해명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선정성 논란일 수가 없고 빼박인 이유는 쿠키를 ‘cookies’가 아닌 ‘cookie’ 단수로 썼다. 우리가 먹는 쿠키는 ‘cookies’라 쓴다. 여성의 생식기로 쓸 때 ‘cookie’ 단수로 쓴다. 이건 대놓고 성적인 가사다. 여기 들어간 가사는 모두 성적인 비유”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성인이 부르는 건 상관없다. 문제는 미성년자가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라며 “서양사람들도 선이라는 게 있다. 어린 친구들이 이런 노래를 부르면 굉장히 불편함을 느낄 거다. 실제로 이 노래에 그런 반응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데뷔를 하자마자 꼬리표가 선정성 논란 아니냐. 애들한테 상처다. 너무 잘못됐다. 상도덕을 어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이걸 필터링을 못했다는 게 회사의 내부적인 문제이지 않을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었어도 바로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노이즈 마켓팅을 노린 것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음 앨범을 만들 때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뉴진스가 성인이 되기 전까진 적어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하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뉴진스는 김민지(18), 하니(18·베트남), 다니엘(17), 혜린(16), 이혜인(14) 등 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평균 나이는 만 16.6세다. 뉴진스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가 처음 선보인 걸그룹이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톱스타급 아이돌 그룹의 활동 콘셉트와 브랜드 마케팅을 맡아 가요계에 잘 알려진 민희진 대표가 데뷔 과정을 총괄했다.
  • 호남 투표율 35% 싸늘…“이재명 아닌 대안 세력 나오면 호남 싹쓸이할 것”

    호남 투표율 35% 싸늘…“이재명 아닌 대안 세력 나오면 호남 싹쓸이할 것”

    더불어민주당 최대 텃밭 호남의 당심이 싸늘하게 식었다. 6·1지방선거에 이어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도 투표율이 30%대에 머물며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방선거에 이은 또 한 번의 위기 경고음이 울렸다는 진단 아래 이재명 후보가 향후 당 대표가 된 뒤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호남 민심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1일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였다. 세 지역 평균 투표율은 35.49%로, 전국 평균 투표율 36.43%에도 못 미쳤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59.21%)·경북(57.81%)과 부산(50.07%)보다도 훨씬 뒤졌다. ARS(자동 응답 전화)를 제외한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율에서도 호남 세 지역 평균은 17.3%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호남은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118만명 중 42만 3600여명(35.9%)이 포진, ‘당심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매번 전국 투표율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부터 이상기류가 나타났다. 광주(37.7%), 전북(48.6%)이 전국 투표율(50.9%)보다 낮았고, 심지어 광주는 전국 꼴찌였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22일 BBS에서 “호남 투표율 저조는 지방선거에 이어 매우 큰 경고음”이라며 “텃밭이 흔들리면 다른 데는 더 볼 일이 없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날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를 지지하며 최고위원 선거에서 사퇴한 윤영찬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당의 뿌리인 전남·전북·광주의 처참하게 낮은 전대 투표율은 민주당을 향한 마지막 경고”라고 했다. 호남 투표율 저조 원인으론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시작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 된 선거 구도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지방선거 때 호남 투표율이 낮았던 것과 이유와 똑같다. 결과가 뻔하기에 굳이 투표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라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 탓에 흥행에 참패한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확대명’으로 이 후보가 이미 당 대표에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라 투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개딸(개혁의딸) 등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에 선거가 휘둘리며 혁신·쇄신보다 당헌 개정 논란, 이 후보 사법리스크 의혹 등이 이슈를 선점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호남은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도덕성 등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 지금 민주당 돌아가는 모습이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투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박용진 대표 후보는 MBC에서 “민주당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이고, 실망감과 절망적 체념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셀프 공천’과 ‘서울시장 자출론’ 등이 당에서 제대로 평가되고 책임지고 해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또 (이 후보의) 출마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전통적으로 당을 뒷받침해 왔던 당원들이나 온건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소수 강성그룹이 과다하게 대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박 평론가는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된 뒤 윤석열 정부를 압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인다면 호남은 이 후보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은 지금 친문에서 친명으로 주류 교체 시기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된 뒤 호남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면 굉장한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20대 총선 때 민주당이 아닌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대안 세력으로 호남을 싹쓸이한 것처럼 이 후보를 대체할 제3의 세력이 나타나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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