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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캔들‘ 어떤 영화/방탕한 선비 ‘은밀한 게임’ 뒤끝은…

    점잖은 대갓집 양반이라고,규방을 지키는 천하의 정절녀라고 원초적 본능이 없었을까.‘정사’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의 멜로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제작 영화사 봄·새달 2일 개봉)는 바로 이 지점에 주춧돌을 놓고 출발했다. 미지의 드라마를 상상력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은 영화보기의 큰 즐거움 중 하나.그런 점에서 감독은 대단한 위험수를 뒀다.그러나 모험은 성공한 듯하다.시간배경만 조선시대로 바꿨을 뿐 빤히 알려진 줄거리에 충실했는데도 온통 새 작품 같은 신선함이 느껴진다.각본도 감독이 직접 썼다. 과거에 급제하고도 풍류에 빠져 사는 방탕한 선비 조원(배용준)과,그가 ‘누님’이라 부르는 내연의 여자이자 명문가의 정실부인인 조씨부인(이미숙)이 은밀한 게임을 시작한다.천하의 바람둥이 조원이,얼굴 한번 못본 남편을 잃고도 꼿꼿이 수절하는 소문난 정절녀 숙부인(전도연)을 유혹할 수 있을지 ‘능력’을 시험키로 한 것. 영화는 세 사람이 주인공인 사랑게임에 주변인 몇몇을 거멀못으로 엮어넣어 에로물의 단순함을 극복하려했다.조씨 부인의 덫에 걸려드는 청춘남녀 인호(조현재)와 소옥(이소연)이 그들.조씨 부인은,남편이 소실로 들이려는 꽃다운 소옥을 좌의정의 아들 인호와 의도적으로 맺어줌으로써 남편에게 복수하려 한다. 영화 전편에 떠도는 주제어는 질투와 욕망,억압이다.거침없이 발산되는 조원의 정복욕,은밀하고 간교한 조씨 부인의 질투심,인습에 얽매인 숙부인의 도덕적 강박 사이를 영화는 쉼없이 줄타기한다. 이미숙이 치맛자락 밖으로 감질나게 내미는 버선코,극도로 폐쇄적인 전도연의 옷매무새 등에서 역설적이게도 아찔한 욕망이 스며나온다.“당시대에 일반화했던 억압의 이미지로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계산은 잘 맞아떨어졌다.철저히 고증된 복식과 소품들을 과감히 클로즈업하는 화면이,백지위에 뚝뚝 떨어진 선혈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황수정기자
  • “참여정부 민주화운동 세력 늘었지만 수적 열세이고 시행착오”/송두율씨 30일 심포지엄 발제문 요약

    현재 국가정보원 조사를 받고 있는 송두율(사진) 독일 뮌스터대 교수는 노무현 참여정부에 대해 “민주화운동 세력이 많이 참여하긴 했지만 수적으로 열세이고 이들 개혁세력이 민주주의의 구심적 구성에 광범하게 참여하는 게 절박하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오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와 학술단체협의회(상임공동대표 조희연)가 ‘한국민주화운동의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공동주최하는 학술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조발제문을 발표할 예정이다.미리 공개된 송 교수의 발제문을 요약한다. 한국민주화운동은 ‘광주항쟁’이나 ‘6월투쟁’에서 드러난 엄청난 도덕성과 실천력에도 불구,지역주의에 지배됐다는 한계를 지닌다.그러나 민족분단이란 구조 속에서 경제발전을 동반한 정치발전의 모범을 창출한 동력이 됐다는 점은 제3세계 어느 곳도 따라갈 수 없는 성과이다.한국전쟁 이후 반공과 친미가 주축이 된 남한사회의 정체성은 유신을 거치면서 경제성장을 위해 정치적 자유를 유보하는 경제주의로 발전했으며 이것이 오늘날 ‘박정희 신드롬’의 구조다. 김대중 정부는 오랜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인물에 의한 정권접수에도 불구,지역주의에 기초한 합종연횡에 기댔다.그런 와중에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극적인 형식은 분단으로 설정한 임계선을 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그러나 대북송금특별법 통과이후 햇볕정책이 심각한 훼손을 맞는 상황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정치가 새로운 규범을 창출하기보다는 법에 의존한 정치를 논거의 틀로 삼았다. 현재 참여정부는 민주화운동 세력이 수적으로 열세이고 시행착오도 있다.남한사회의 총체적 개혁은 물론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중장기적 해결과제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을 결집시키는 촉매제로 민주화운동은 제도속에서 지속되어야 한다.민주화운동은 현재의 긴장을 긍정적인 힘으로 전화시키면서 ‘국가’와 ‘시장’사이에서 제3의 영역을 만들어내야 한다.이것은 일본의 ‘창조적 보수주의’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나는 이를 ‘보수적 진보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김성호기자 kimus@
  • 이 조종사들 ‘팔 공습’ 거부 파문/“민간지역 공습은 비도덕적” 참모총장, 군법처리 밝혀

    |예루살렘·카이로 외신|이스라엘 공군 조종사 27명이 최근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인구밀집 지역에 대한 공습 임무를 거부한다는 서한을 단 할루츠 공군참모총장에게 보내 이스라엘 군부가 발칵 뒤집혔다. 24일 이스라엘 언론들에 공개된 ‘항명 서한’에서 현역과 예비역 공군 조종사들은 “자치지구에 대한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작전 명령을 거부한다.”고 밝혔다.이들은 이어 “죄없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라디오는 공군 조종사들이 이런 서한을 제출한 것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했다.영자 일간지 하아레츠에 따르면 이들은 서한에서 “이스라엘을 사랑하고 시온주의(유대민족주의) 이상에 기여하도록 교육받은 우리들은 민간인 밀집지역에 대한 공습 참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자치지역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원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표적살해’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하아레츠는 지적했다.채널2 TV는 서명한 조종사들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공격 거부뿐 아니라 이 지역으로 이스라엘 지상군을 수송하는 임무도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2000년 9월 팔레스타인 인티파다(反이스라엘 봉기)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은 무장헬기와 전폭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과격단체원들에 대해 수십차례의 표적공격을 가했으며 이로 인해 민간인과 무장대원 등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동안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군 복무 대신 감옥행을 택한 이스라엘 군인은 모두 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지난해 1월25일에는 예비역 장교와 사병 등 52명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근무를 거부한 바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19만명의 남녀 현역병과 45만명의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할루츠 참모총장은 채널10 TV 회견에서 “명령을 거부하는 조종사들을 군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이들을 전역 조치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스라엘군 자문위원회는 남녀 모두 18살이 되면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는 현행 징집제도를 폐지하고 소외계층 교육 등 비군사적 기능은 민간에 이양하는 내용의 군개혁 보고서를 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국방비 삭감 등 경제적 부담이 3년간 계속되는 팔레스타인과의 유혈분쟁으로 인한 내부 갈등과 겹쳐 군 개혁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 기고/‘집단항의’ 한국병 빨리 고쳐야

    우리사회에서 최근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과격한 집단항의(mass protest)이다.집단항의 때문에 많은 국책사업이 취소되거나 중단되었다.예를 들면 얼마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설 문제로 부안군수가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오랫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새만금사업도 2006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중단된 상태이다.이 시점에서 우리의 과격한 행동양식과 사고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한국병’(Korean-pathology)이란 말은 국민에게 오래 공유되어온 병적 행동과 의식구조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병에 관한 ‘논의’는 1920년대에 이미 있어왔다.춘원 이광수는 l922년 ‘민족개조론’에서 조선인의 고질적 병폐를 8가지 제시했다.▲거짓말하기 ▲공리공론 일삼기 ▲표리부동한 성격 ▲공사(公私)의 불분명 ▲전문성 부족 ▲낭비하는 습관 ▲위생관념 부족,그리고 ▲용기와 결단력의 부족이다. 외솔 최현배가 1926년 ‘조선민족 갱생의 길’에서 제시된 유형도 비슷하다.그 내용은 ▲의지 박약 ▲용기부족 ▲활동력 부족 ▲의뢰심 많음 ▲저축심 부족 ▲성질의 음울함 ▲신념 부족 ▲자존심 부족 ▲도덕심 타락 ▲정치·경제적 파멸이다.이 주장은 당시한 일간지에 실려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당시의 한국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를 과감히 지적했다고 할수 있다. 그러면 최근 불거진 한국병은 무엇일까.아마 ▲한탕주의 ▲퇴폐주의 ▲왜곡된 교육열 ▲파벌주의 ▲무질서와 대중적 폭거(항의를 포함) ▲과소비 ▲조급증 ▲‘대충’주의 ▲특권의식 ▲흑백논리 ▲불신 풍조 ▲지역이기주의 ▲냄비근성 등일 것이다.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앞에서 제시한 한국병 중 치유 가능한 것,또는 가장 손쉬운 것부터 하나씩 고쳐가자.예를 들어 민주적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약속 지키는 일을 고칠 수 있다.둘째는 ‘할 수 있다 주의’(candoism)의 재강조이다.‘할 수 있다 주의’는 성숙된 ‘헝그리 정신’으로 표현되며 이에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행동이 따라야 한다.즉 ▲적극적 사고와 일에 대한 헌신 ▲기로에서의 현명한 선택 ▲변화하는 환경에의 적절한 대응 ▲실패에서 배우는 자세 등이다.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뒤에야 전구의 필라멘트를 발명할 수 있었다. 셋째는 직업윤리의 강조이다.우선 경기규칙을 준수해야 한다.언제나 바르고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또 만사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당연하다.소명의식과 장인정신을 갖추어야 하고 주인의식과 봉사정신도 가져야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유지할 수 있다. 넷째,위에서 열거한 여러 유형의 한국병을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근본적인 가치 즉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주의 관행,희생봉사,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정직 등을 우리사회에 정착시키는 일이다.사물을 흑백으로 나누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다자선택(multiple choice)방식도 뿌리내려야 한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주장하듯이 우리는 제3의 물결 속에서 커다란 환경변화에 직면해 있다.하루속히 한국병을 고쳐서 스스로 대변혁을 하지 않으면 이같은 큰 소용돌이에서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이다.예컨대 사이버 혁명에 적극적으로 대비해 정보혁명을 이루는 것과 같은 일이다.이러한 노력들을 하는 것과 함께 과격한 집단적 폭거 등을 고처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세계에 모범이 되는 ‘성숙한 한국인’‘건강한 한국사회’를 이루어 결국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유종해 명지대 객원교수 본지 자문위원
  • 강삼재의원 정계은퇴 선언/홍총무 “의원직 사퇴 승인 안해”

    안기부 예산 횡령사건으로 23일 실형을 선고받은 한나라당 강삼재(사진·5선) 의원이 24일 국회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관련기사 3면 강 의원은 이날 마산 회원 지구당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의 잘잘못이나 저의 억울함을 떠나 1심의 유죄선고로 공인으로서의 도덕적 자격은 일시 정지됐고,정상적인 의정활동 또한 어려워졌다.”며 “공인으로서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의원직 사퇴는 물론 정계은퇴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법원의 판결을 승복할 수 없는 만큼 당 차원에서 강 의원의 사퇴를 승복할 수 없다.”고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를 승인하지 않을 뜻임을 밝혀 강 의원은 당분간 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진경호기자 jade@
  • 책 / 아동의 탄생

    필립 아에리스 지음 / 문지영 옮김 새물결 펴냄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굳이 이런 진부한 속담을 초들지 않더라도 아이 혹은 자식에 대한 사랑은 충분히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이다.그런 만큼 우리와 다른 사회,다른 시대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다르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프랑스 역사학자 필립 아리에스가 펼치는 주장은 사뭇 도발적이다.중세 유럽에는 아동기에 대한 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아동에 대해 현재와 같은 의식이 확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는 것이다.그에 따르면 중세에 아동기는 성인이 되기 전에 잠깐 거쳐가는 과도기 정도로 무시됐으며,아이들은 젖을 떼자마자 어른들 사이에 섞여 함께 생활했다. 필립 아에리스의 방대한 저서 ‘아동의 탄생’(문지영 옮김,새물결 펴냄)은 아동은 이처럼 철저하게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심성사(心性史)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은 1960년에 처음 나왔지만 이제서야 국내 번역본을 갖게 됐다. ●17세기 들어서야‘아동' 인식 생겨 저자는 아동과 가족에 관한 의식의 기원과 전개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살핀다.특히 프랑스 사회를 중심으로 중세와 17세기 이후의 아동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밝혀낸다.‘미래의 희망으로서의 어린이’라는 이미지는 17세기에 들어서야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중세 프랑스 사회에서는 영아살해가 공공연히 자행됐다.그것은 도덕적인 타락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심지어 근대적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계몽사상가 루소조차 다섯 명의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맡겨버렸다.‘인간회복’을 일관되게 주장한 루소의 이상적인 모습만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비정’은 당혹감을 안겨줄 만하다. ●중세 프랑스선 영아살해도 공공연히 자행 중세의 아이들은 그저 몸집만 작을 뿐 어른과 다를 것 없는 존재로 간주됐으며,아동기는 나름의 독자성을 지닌 시기로 인정받지도 못했다.이를 반영하듯 중세의 도상(圖像)에서는 아이들이 전혀 아이다운 특징을 보이지 않는다.아이의 외형적인 특성을 살린 도상들이 나타난 것은 14세기 경부터다.아이들의 인격을 고려한 듯한 이런 경향은 16∼17세기의 아이 초상화,벌거벗은 아기 그림인 푸토(putto) 등으로 발전했다.마침내 아동이 ‘발견’된 것이다.이에 따라 그전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생겨났다.아이들에게 어른들과 다른 옷을 입혔고 이전까지는 구분하지 않던 어른과 아이들의 놀이도 비로소 구분했다. 중세의 학교는 성직자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었지 아이들을 의한 교육기관이 아니었다.때문에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뒤섞여 수업을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연령에 따른 학급 구분은 프랑스의 경우 17세기에 가서야 어느 정도 정착됐다.나폴레옹과 더불어 본격화된 민족국가 건설 과정에서 아이들은 병영처럼 운영되는 학교에 격리돼 ‘국민교육’을 받기 시작했다.미셸 푸코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아이들은 이제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림에서도 아이다운 모습 찾기 어려워 아동에 대한 의식의 역사를 추적해온 저자가 연구의 종착지로 삼는 것은 가족의식이다.근대 이전에는 개인의 삶의 중심은 가족이 아니라 사회였다.그러나 18세기 들어 사회 중심의 삶은 위축되고 가족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가족의식은 이웃이나 친구관계 등 전통적인 관계들을 희생시키며 점차 강화돼갔다.흔히 근대에 개인주의의 발달이 이뤄졌다고 하지만,저자는 “승리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단언한다.2만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盧 뮤지컬관람’ 논란 확산/한나라 “盧 사과하라” 靑, 언급 자제속 곤혹

    한나라당은 태풍 ‘매미’ 상륙 때 뮤지컬을 관람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이틀째 공세를 폈다.박진 대변인은 23일 “대통령 자신부터 위기불감증,도덕불감증에 빠져 있었으니 태풍 와중에 아랑곳없이 골프를 친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문책할 수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최병렬 대표 또한 “미국도 허리케인이 왔는데 당시 백악관은 요르단 국왕을 만나는 것도 미루고 국민들과 함께 대피훈련을 했다.”면서 “다른 나라 같으면 내각 전체의 진퇴가 걸린 문제”라고 압박했다.그러나 노 대통령은 뮤지컬 관람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특별히 추가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정만호 의전비서관은 “일부 참모진들 사이에서는 취소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도 나왔다.”면서 “하지만 그날 노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 태풍과 관련해 보고를 받고 지시도 해놓은 데다 주말에는 부산과 마산의 피해현장을 방문하려는 계획도 잡은 상태라 오래 전에 예정된 일정대로 관람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면서 “잘못이라면 ‘가십시오.’라고 한 비서들의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말단 공무원까지 비상근무에 돌입한 마당에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대통령은 일이 터질 때마다 공식 일정을 취소해야 하느냐는 옹호론도 일부 있었다.ID ‘상식이 있으면’은 “비상근무체제의 정점은 대통령”이라면서 “태풍 대책을 못 세웠다고 공무원을 질책하는 데 영(令)이 서겠느냐.”고 지적했다.반면 ID ‘갯마을’은 “(비판 기사가) 법치나 시스템 없이 여전히 인치를 최고의 통치술로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존 리드 NYSE 임시회장 월급 1弗

    존 리드(사진·64) 전 시티그룹 회장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임시 회장에 선정됐다. 천문학적인 연봉 문제로 여론의 비난을 받으며 사임한 리처드 그라소 전 회장의 후임을 맡게 된 리드 회장이 한시적인 임기 동안 받게 될 급여는 단돈 1달러다. NYSE측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임시 회장 및 최고 경영자(CEO)에 리드 회장을 임명했다면서 “그가 임시회장직을 수락해 기쁘고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후임으로 물망에 올랐던 5명의 후보들이 모두 회장직을 고사한 데 대해 로렌스 D 핑크 회장선정위원회 의장은 “12명의 최종 후보 가운데 리드 회장은 단연 첫손에 꼽힌 인물이었다.”면서 리드 회장의 경영 능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30일부터 임시회장직을 수행할 리드 신임 회장은 “NYSE는 너무도 중요한 기관”이라며 의욕을 보였다.그러나 “수년 동안이 아닌 수개월 동안만 회장직을 맡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임무를 마치고 물러날 뜻을 밝혔다.또 정식 회장 후보로도 나서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고액의 연봉 스캔들이 불거지면서도덕적·구조적으로 위기에 처한 NYSE의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은 리드 임시 회장은 정식 회장 선임과 지배구조 쇄신이라는 일차 과제를 안게 됐다. NYSE 안팎에서는 현재 통합돼 있는 회장과 CEO직을 분리해 권력집중을 막아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리드 회장도 운영계획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메트로 플러스 / 도덕산등에 도립공원 조성

    경기도는 휴식공간 확충과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오는 2007년까지 공원 및 녹지 늘리는데 모두 5200여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도는 1000여억원을 들여 서울 올림픽공원 및 월드컵공원과 같은 도립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도립공원은 우선 광명시 도덕산과 군포시 초막골 등에 40만평 규모의 근린공원 형태로 조성하고,이어 대학이나 군부대 이전부지 등을 활용해 경기 북부지역 등에 100만평 규모의 대공원 1∼2개를 만들 계획이다.
  • 이라크파병 지상논쟁 / 전문가 6인 5대 핵심 쟁점 점검

    보내야 하나,보내지 말아야 하나.최선의 국익은 무엇인가.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찬반 논쟁이 격화일로다.오는 24일 이라크 현지 조사단 출국 등 파병에 대한 결단의 시간은 가까워지고 있지만 득실을 판단할 정보를 쥔 정부나 정치권은 아직까지 국민들에게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파병 찬성론에 선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류길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목진휴 국민대 교수와 반대론에 선 김재홍 경기대 교수,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로부터 핵심 논란사항에 대한 의견을 들어 서면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1.美 이라크戰 정당성 논란 ●김재홍 이라크전은 미국의 입맛에 맞는 정권 수립을 위한 일방적인 침략 전쟁이다.석유자원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도 배경이 됐다.미국이 내세운 전쟁 명분은 거의 거짓으로 드러났다.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전쟁을 위한 각종 정보 왜곡 등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서항 후세인 정권의 교체가 가장 큰 목적이고,석유자원 문제도한몫 했다고 본다.그렇다고 일각의 주장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기는 곤란하다.9·11테러 이후 새로운 국제 관습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목진휴 테러에 대한 응징이다.물론 9·11 테러가 없었다면 이라크전쟁은 없었을 것이다. ●정욱식 기본적으로 제2의 산유국인 이라크를 손안에 넣어 석유시장을 통제하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려는 것이다.후세인 독재라는 ‘악’이 미국의 식민통치라는 더 큰 악으로 대치된 것에 다름아니다. 2.전투병 파병 국익 득실 ●정욱식 전투병을 파병하면 미국의 이라크 점령 계획에 우리가 일조하는 것이 되고,이는 세계 평화의 위협적 존재인 미 신보수주의자들의 재기에 기여하는 어이없는 결과로 이어진다.안보의 가장 큰 목적은 국민의 생명 보호다.한국의 젊은이들을 사지로 보내는 것은 안보의 가장 큰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국가와 기성세대 스스로가 ‘정의’를 저버림으로써 미래 세대의 가치관 혼란을 가중시키고 이는 유무형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백학순 장기적으로 실(失)이 많을 수밖에 없다.사상자가 늘면서 수렁에서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극단적으로 말해 미국의 대리인 또는 용병으로 가는 우리 군대의 활동과 실체가 아랍권에 두드러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아랍권 전체와 우리 한국이 종교·문화적으로 대치하는 양상이 된다.명분없는 전쟁 뒤치다꺼리에 무슨 득이 있겠는가. ●김재홍 파병의 명분으로 한·미동맹을 들고 있는데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직접적인 외세의 공격을 받았을 때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경우가 다르다.파병을 하지 않는 것이 상호방위조약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다. ●이서항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 관계이다.동맹이라하면 필요할 때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류길재 굳건한 동맹관계없이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존재할 수 없다.싫든 좋든 파병은 불가피한 상황이다.파병 반대론자들은 한·미동맹 관계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또 파병시 중동국가들과의 향후 관계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국제정치를 모르는사람들의 생각이다.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복원된다. ●목진휴 한·미동맹관계와 함께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보내야 한다.전후 복구 과정에서 적극 관여할 수 있을 것이다.이런 부분들은 국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일각에선 ‘침략전쟁’ 운운하는데 어차피 전쟁 이후 치안 문제를 논하면서 국가간의 도덕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3.파병하지 않을 경우 전망 ●이서항 한반도 안보의 가장 중요한 축인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하루 아침에 동맹관계가 없어지거나 무효화되지는 않겠지만 관계는 점차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김재홍 일각에서는 미국의 파병 요청을 우리가 거부할 경우 양국 관계가 매우 껄끄러워질 것이라고 한다.하지만 양국간의 관계가 이 문제 하나로 모든 것이 헝클어질 만큼 단순한 관계는 아니다. 미국도 파병문제와 주한미군 재배치 등 다른 한반도 관련 현안들과 연계하지 않는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목진휴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당장 부시가 재집권할 경우 우리 정부에 대한 엄청난 압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경제적인 분야가 하나고,또하나는 북한핵 문제가 될 것이다. ●류길재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정책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만큼 파병을 거부할 경우 이를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미국과의 군사적인 관계가 변질될 수밖에 없다.미국은 한반도 정책을 미국의 국가 이익에 맞게 자의적으로 집행할 것이다. ●정욱식 중요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국제평화와 이라크 사태 종결,국익의 관점에서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가장 중대한 문제는 미국에 대한 심리적 종속과 근거없는 불안감이다.한국은 50년 전과 정치 경제 군사 분야에서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4.베트남전과 상황 비교 ●이서항 베트남전과 맞비교는 곤란하다.베트남의 경우 게릴라전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반면,현재의 이라크는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난 상황이다.얼핏 보기에 파견의 형식이 미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유사성을 띠고 있지만,상황은 그때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류길재 여건으로 관찰하자면 지금은 베트남전 당시보다도 파병여건이 더 나쁘다고도 볼수 있다.당시는 돈을 받고 파병했다.경제적 이득을 꾀하고자 하는 배경도 있었던 것이다.지금은 거의 유일한 이유가 미국과의 동맹관계 때문이다. ●목진휴 일단 파병이 이뤄졌을 경우 현지에서 빨리 철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점은 비슷하다.또 이라크 국민들이 과거 월맹처럼 대응한다면 상황은 정말 유사해질 수도 있다.하지만 후세인 독재정치가 끝나고 후세인이 제거된다면 상황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백학순 베트남전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베트남은 민족주의와 이념이 뒤섞인 전쟁이다.이번 이라크전의 경우 이라크인들의 입장에선 종교 전쟁이다.선과 악의 전쟁인 것이다.미국을 악으로 보는데,미국의 대리자로 나선 우리 군을 어떻게 보겠느냐.베트남전 못지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미 국민들도 이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부시 대통령이 지난 7일 의회에 이라크 비용 870억달러를 요구하는 연설을 한 그 다음날 이라크 전쟁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들이쏟아져 나왔다. ●김재홍 베트남전때는 양국이 처음부터 파병을 놓고 협상이 있었다.파병 조건과 비용 부담 등 모든 조건을 따졌다.하지만 지금은 동맹만 내세우면서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이는 절차적으로도 앞뒤가 안 맞는다. 5.파병여부 결정시 고려사항 ●김재홍 국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파병 반대 여론을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국회와 언론 등이 바로 그런 기능을 할 수 있다.따라서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파병 지지 시사 발언은 정부간 협상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파병을 하더라도 유엔의 모자를 반드시 써야 하고,비용 역시 유엔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는 것도 전략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백학순 파병은 반대한다.하지만 파병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게 우리 입장이란 것도 인정한다.문제는 협상이다.정부는 북한 핵문제와 연계시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안된다.한·미동맹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미국은 우리의 파병 여부와 상관없이 협상을 통한 대화 해결로 북핵정책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정부는 대신,파병 규모,재정 분담 문제,그리고 향후 주한 미군의 주둔 비용 등을 협상테이블에 올려야 할 것이다. ●정욱식 ‘편협한 국익론’에 앞서 ‘이라크 비극의 해소’ 관점에서 봐야 한다.이라크인들의 고통을 덜면서도 한·미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미국이 강조하는 ‘치안유지’나 ‘테러세력 척결’과는 다른,전후 복구 역할에 중점을 둬 ‘이라크 전후 복구 지원단’을 구성해 식수와 의약품을 지원하고 상하수도,병원,학교,전기시설,도로 등을 재건하는데 주력하자.이라크인에게 환영을 받으면서도 한·미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서항 파병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꽤 많다.현재 한·미 당국간에 협상중인 미2사단 이전 등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도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또 파병부대 주둔지 선정문제,배속부대와의 지휘권 문제 등 미세한 문제까지 우리측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적극 협상을 해야 한다.이런 협상을 위해서는 가급적 신속한 결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 김수정 조승진기자 crystal@
  • 新4당 정국 / “의원 30~40%공천심사때 물갈이”한나라 소장파 당 쇄신방안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이 19일 “현역의원 30∼40%를 경선 전 공천심사위 심사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인위적 물갈이론’을 제기,중진·소장파간 당내 갈등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오세훈 의원은 “도덕성 결여 등 결격 후보자의 공천을 제도적으로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다수의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공천심사위를 재구성해야 한다.”면서 “여기서 복수 후보자를 결정해 지구당 경선에 회부토록 하되,공천심사위에 ‘물갈이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오세훈·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미래연대 소속 의원 10명은 지난 18일 밤 워크숍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당 쇄신방안을 마련했다.아울러 ▲공천제도는 완전개방형 경선제를 전제로 한 상향식 공천제도를 실시하되,경선은 중앙선관위가 관리하는 경선공영제를 채택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조항 개정 등을 추진키로 했다. 지구당위원장직 동시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모임의 절반 가량만이 수용의사를 표시해 추후 논의키로 했다는 전언이다. 이들의 주장은 그러나공천심사위에 ‘인위적 물갈이’ 권한을 부여토록 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의 공천권 행사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병렬 대표 취임 후 단행된 당내 인사에서 공천심사위의 주요 보직은 최 대표 측근들로 채워진 상태”라면서 “그런 공천심사위에 ‘물갈이’ 권한을 부여하자는 얘기는 곧 최 대표의 ‘제왕적 공천권’을 인정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지운기자 jj@
  • [사설] 판사 꾸지람 들은 교장 선생님들

    교장 선생님들이 법정에서 판사에게 호된 꾸지람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근무 시간에 학교를 비우고 수뢰 혐의로 구속된 충남도 교육감의 재판에 ‘응원 방청’을 갔던 게 문제였다.공판을 심리하던 부장 판사가 방청석을 향해 “업무 시간인데도 많은 학교장들과 교육청 간부들이 이 자리에 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교육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질타했다는 것이다.학교를 지켜야 할 교장 선생님들이 얼마나 법정으로 몰렸기에 재판장이 ‘스승’을 훈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말인가. 세상의 사표라는 교장 선생님들이 근무 시간에 교장실을 떠나 법정으로 향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진다.선생님으로서 양심은 고사하고 최소한 직업 윤리마저 내팽개쳤다는 비판에 무어라고 항변할 수 있단 말인가.문제의 재판은 보통 재판이 아니다.깨끗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뇌물이 오간 혐의를 심판하는 법정이다.교장 선생님들은 교육감 선거에서 인사권을 흥정한 각서 파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가 된 비리 정도는 개의치 않을 만큼 의식적 공범이 되었단 말인가.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일반 사회는 물론 학생도 학교를 믿으려 들지 않는다.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 현장에서 반교육적 행태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교육부는 즉각 이번 응원 방청의 진상을 조사해 자초지종을 밝혀야 한다.교사적 양심을 추스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행여 교육의 이름 아래 개인의 입신을 도모하는 ‘정치 교장’이 있다면 교단에서 추방해야 한다.혼탁한 윗물을 놔두고 교육 현장을 맑게 할 수는 없다.교육계 일부의 도덕 상실은 서둘러 치유되어야 한다.
  • [열린세상] 대통령과 인기

    대통령은 인기를 얻기 힘든 자리다.국민의 시선과 기대가 집중되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의 대상이 된다.별것 아닌 말 실수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권력이 큰 만큼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대통령이라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구분하지 않는다.경제사정이 나빠져도 대통령 탓이고,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려도 대통령을 탓한다.심지어 과외열풍도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밀월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야당과 언론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풍토에서는 대통령이 인기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잘한 부분은 외면하고 잘못한 부분만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기란 믿을 것이 못된다.미국의 39대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재임 중 인기가 없었다.그는 대선 때 도덕정치론을 내세워 닉슨 행정부의 스캔들에 환멸을 느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선했다.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결단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 주는 데는 실패했다. 강력한 대통령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그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더구나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1980년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구출작전에 실패하자 카터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재선에 도전했으나 참패하고,81년 임기를 마치자 고향으로 돌아가 집짓기 봉사활동을 하는가 하면,세계의 분쟁지역을 찾아가 평화를 중재했다.1994년에는 북한을 방문해서 남북화해와 정상회담을 주선한 적도 있다.이런 활동으로 카터의 이미지가 새롭게 부각되었고,미국인들은 지금 자랑스러운 전임 대통령으로 존경하고 있다. 카터와 대조적으로 재임 중에 인기가 비등했으나 결국에는 망국의 지도자로 매도되는 사람도 있다.아르헨티나의 페론이 대표적인 경우다.페론은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직을 맡았고 그가 죽자 부인 이사벨이 승계할 정도로 열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페론의 인기영합주의는 아르헨의 비극을 부르는 마녀의 유혹이었다.선심정책을 남발하여 경제파탄을 초래하고 국민들의 삶을 빈곤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한때세계 10대 부국의 하나였던 아르헨은 지금 국가부도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낙오자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따라서 페론은 이제 아르헨의 우상이 아니라 원망의 표적이 돼 있다. 막스 베버는 대의에 헌신하는 열정과 소명의식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강조했다.그것으로부터 신념의 윤리가 파생한다고 보았다.해야 할 일이면 기어이 해 내는 정신이 신념의 윤리다.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이것이 책임의 윤리다. 인기를 초월하여 신념의 윤리와 책임의 윤리를 실천한 대표적인 지도자가 링컨이다.1860년대 미국 사회의 보수 세력들이 노예해방을 주창하는 링컨의 진보정책을 신랄하게 공격했지만 그는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갔다.결국 암살까지 당하는 비운을 맞았지만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등 링컨이 이룩한 업적은 미국인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신화가 되었다. 페론과 링컨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국가 지도자에게 중요한 것은 인기가 아니라 업적이라는 사실이다.인기가 있어도 업적을 남기지 못하면 실패한 지도자가 되고,인기가없어도 업적이 있으면 역사와 함께 살아있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노 대통령도 인기에 괘념치 않는 신념의 승자가 될 것을 기대한다. 김 호 진 고려대교수 정치학·전 노동부 장관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9)현기영-남북한 민주주의와 통일의 현단계

    지금이야말로 탈중심의 변방 정신이 필요한 때다.지구를 파괴하고 인류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자본의 무한 질주에 제동을 걸려면 거부와 저항의 변방 정신이 아니고는 안 된다.왜냐하면 자본운동은 질주의 관성만 있고,자신을 멈출 이성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여전히 흰 턱수염이 두덕두덕,면도한 지 이틀은 되었음직한 얼굴이시다.응접 세트며 책상이며 모두 길이 안든 물건이라 그런지 썩 편치 않게 보이는데 실은 그게 선생의 매력이다.어느 공식석상에서도 작가다운 모습. “문예진흥원 일은 어떠세요?힘든 일이 많으시지요?” “글쎄,꼭 내 일인가 고민하다 하게 되었어요.예술 활성화와 사회에 창조적 의욕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일한다는 의미가 있으니까.기금 배분의 어려움은 있지만 시민들이 순수문화와 예술을 널리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지방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일도 하고 있고.” ●민주주의엔 ‘무제한의 자유' 함정 도사려 “직무를 수행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일이 많으실 텐데요.” “예전에도 열심히 해왔습니다만 진흥원 활동을 조금 더 활기차고 적극적인 쪽으로 바꾸고 싶습니다.무엇보다 예술 자체가 몸을 비틀면서 굉장한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미술·음악 등 고전적 의미의 장르 틀 속에 갇힐 수 없는 것이죠.문학과 미술이 만나기도 하고 미술이 평면에서 입체로 가기도 하고,비디오 영상과 음악·무용이 결합하고 있기도 해요.이러한 변화에 문예진흥원 같은 국민의 기관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계획을 세우려 합니다.” “작가로서 공인에 더 가까워지셨는데요.저는 한국과 북한의 민주주의에 관해 묻고 통일 문제에 관해서도 여쭈어 보려고 합니다.요즘 한국은 정치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요.” “아직도 한국사회는 다양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서로 상충하고 갈등하고 있어요.민주주의라면 우선 자유 아니겠습니까,자유.그전에는 독재정권 파시즘 속에서 개인 자유가 희생되고 억압되었습니다.지금은 정치적인 자유는 많이 확보되었죠.그러나 그 자유를 무제한,무책임의 자유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생겨났어요.무제한의 자유를 갈구하다 보니까 풍속도 문란해지고 개인도 도덕적인 해이를 보이는 면이 있지요.민주주의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죠.무제한의 자유에 자기 몸을 싣다 보면 일탈로 가게 되죠.그리고 일탈은 중독을 낳습니다.인터넷 게임,사이버 섹스,알코올,마약….그러니까 민주주의에는 무제한의 자유라는 함정이 있는 셈입니다.공동체도 개인도,책임과 셀프 거번먼트(self government),자신을 다스리는 자치 말이지요.이게 있어야 합니다.인내가 필요합니다.” 나는 평소에 가깝게 뵌 분께 이렇게 딱딱한 질문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문학인이나 문화인이 나라와 민족의 문제를 도외시한다면 그것 또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사회가 이제까지 성장을 꾀했으니까 지금부터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 소외된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지나친 성장위주는 곤란하다는 거지요.성장을 꾀하면서도 공동체의 삶의 질을 생각해야합니다.성장이라는 게 인간 크기의 성장이어야지 인간을 훨씬 능가해 버리는 성장은 오히려 인간을 잡아먹게 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사회적 갈등의 표현을 맛보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까 파시즘이 새롭게 등장해야 한다는 견해까지 부상하잖아요.기업가도 노동자도 오늘의 상태를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한국사회를 진단해 주시지요.” “이제 외형상 민주주의는 확보된 것 같습니다.이제는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심성이 구체적으로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정치적 파시즘이 없어졌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죠.파시즘 정권은 사라졌어요.민중은 많은 자유를 갖고 있어요.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완전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건 아니에요.많은 국민이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하나의 예죠.지역감정에 사로잡혀서 그것에 골몰하면 그 지역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파시즘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거죠.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개인의 내면이 민주화되어야 합니다.지역과 지역이 어떤 표결 없이 바라볼 수 있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대결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정교한 외교로 대등한 한·미관계를 내친 걸음이다.나는 4·3의 작가에게 미국이라는 오늘의 화두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기로 한다. “미국이라는 존재도 한국의 민주주의와 뗄 수 없는 문제 같은데요.”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도 중요한 책임이 있습니다.내면의 민주화는 외부로부터 지배받지 않는 것,부당한 지배를 받지 않는 것이죠.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세계 민주주의에 어떤 저해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한국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가야 되는데,방법은 강대국과 약소국 일이기 때문에 정교한 외교로 대처해야지 피맺힌 절규로 해결될 수 있는 일만은 아닙니다.” “미국은 지금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을 자임한다는 것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일한 강대국이 되었다는 것인데,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사태만 봤을 때 미국이 참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나중에 어떤 사고의 전환이 올지는 모르지만계속 그런 사고와 행동을 밀고 나간다면 미국이 강대국이기 때문에 지구가 파멸까지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테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전쟁이 있고 나면 반드시 테러가 뒤따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마련입니다.이것이 점점 규모가 커지고 테러나 전쟁의 규모가 커지면서 인류의 재난이 온다고 생각해요.미국의 사고 전환이 중요합니다.미국 시민의 애국주의도 잘못된 편견의 소산입니다.수정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미국 국민들이 사실은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거든요.그 두려움을 방어적·공격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지요.문제는 그게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죠.두려움은 공격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다원주의가 굉장히 큰 미덕이죠.남을 이해하고 남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기독교 국가인 미국과 이슬람 국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경할 수 있는 큰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지금이 중세 십자군 시대하고 뭐가 다릅니까.” 이제 마지막 관문이다.나는 평소에 북한체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으로서도 화해 정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던 참이다.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유일한 방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반면 북한체제 문제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대응방법이 요구된다고 보는 사람들도 뚜렷한 집단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햇볕정책이 유효하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어떤 포스터를 보고 느낀 건데,아마 중동의 팔레스타인 소년 이야기일 거예요.소년인 형이 아우를 등에 업고 있어요.그래서 ‘무겁지 않으냐,내려놓지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제 아우인데요.’라고 반문했단 말이에요.북한은,남한인 우리가 형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이에요.그러니까 짐스럽게 느끼면 안 되죠.아우가 힘들고 빈사상태에 빠져있는데 업고 있어야지요.” “북한 인민과 체제로서의 김정일 정부는 또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사회주의 정권에서 중국은 많이 변모하고 있습니다.그게 모델이 되어서 북한사회도 그런 쪽으로 변모하면 되리라생각합니다.또 그렇게 수정되지 않으면 안됩니다.그러려면 지금 당면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것이 선결되어야 합니다.” ●北, 중국 모델 따라가도록 시간 줘야 “김정일 체제에 대해서,체제만 살찌게 하는 건 아니냐 하는 견해가 있지 않습니까?” “예컨대 이슬람 국가들의 증오와 분노와 절망은 강요된 것이지요.북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봉쇄정책을 쓰면 그것은 북한의 집행부,지배 집단,김정일만이 아니라 북한사회 전체를 압박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절망이 깊숙하게 자리하면 증오에 의해 어떠한 범죄도 일어날 수 있어요.9·11테러는 깊은 절망에서 일어난 거예요.남북이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절망과 분노로 내달리지 않도록 하면서 평화와 미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화해정책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북한사회는 점진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으니 중국 모델을 따라가도록,시간을 두고 북돋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통일은 궁극적인 목표죠.1국가 2체제든 1국가 1체제든.1국가 2체제는 먼 이정표일 뿐이고 지금은 화해와 교류가중요합니다.” “‘통일전망대’ 같은 TV 프로에 나오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금강산에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북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좀 낯설지만 그것이 우리 이전 모습이에요.1950년대,60년대의 남한 국민들의 표정과 심성 같은 거지요.정치적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들은 순박하고 타락하지 않은 심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얼마 전에 교보문고에 나갔다가 선생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보았습니다.‘느낌표’라는 TV 프로그램 영향도 크겠지만 세상 많이 변했더군요.” “뭐,하도 안 팔려서 베스트셀러는 예술작품이 아니구나 생각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베스트셀러가 되다 보니 내 소설이 예술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나는 내 문학이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남북한 관계를 위해서 문화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문화예술에는그 민족의 고유한 형식과 정서가 들어있고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담론보다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화예술을 공유해야 합니다.앞으로 남북 화해나 통일을 생각할 때 문화와 예술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선생은 내방객들을 저녁식사 자리로 데려간다.딱딱한 인터뷰에 무척 지친 듯한데도 그 인자한 눈빛을 바꾸는 법이 없다.나는 그런 선생에게서 인(仁)을 느낀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가 현기영 현기영 선생은 나와 같은 마포 주민이다.선생은 망원동 사람이고 나는 합정동 사람으로 상암동 경기장으로 가는 길이 넓혀지는 바람에 내가 서교동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한두 달에 한번씩은 꼭 합정동 로터리 근처나 망원동 근처에서 합석을 해서는 문학 이야기며 세상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낯선 공간서 만난 낯익은 얼굴 선생은 귀가 크고 길어서 후덕하게도 생기셨지만 무엇보다 미덕은 젊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부족한 점까지 너그럽게 포용하면서 문학과 인생의 길을 함께고민할 줄 아는 소인(素人)의 성품이 있으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선생이 언제까지나 마포구 망원동 주민으로서 나와 같은 문학도나 상대하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는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시고 잘 안 들리는 귀에 손바닥을 대고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실 줄 알았다. 그런데,이게 웬걸.선생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나뵙게 될 줄이야.그런데 원장실에서 만난 선생은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어떨지 몰라도 옛날 그 자리에 있던 바로 그분이시다.자리가 달라지면 안색도 따라서 달라지는 소인(小人)이 아니라 언제나 희고 소탈한 소인(素人).그가 바로 현기영 선생이다. ●제주로 빚은 선굵은 문학세계 작가 현기영 선생은 1941년 제주 출생이다.제주가 낳은 많지 않은 소설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선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무대로,4·3 문제를 화두로,인간과 역사와 자연을 대주제로 삼은 선 굵은 문학세계를 일구어 왔다. 서울대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선생은 작가로서는 드물게 해병대 출신으로 사석에서 부르는 해병대가를 패러디한 노래는 이어도 노래와 함께 단연 일품이다.1975년에서야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니 이른바 늦깎이인 셈인데,학교 선생도 그만두고 문학에 매진하되 상업성과 허명을 멀리하고 역사와 인간에 대한 물음을 놓치지 않았다. ‘순이삼촌’‘마지막 테우리’‘변방에 우짖는 새’‘바람 타는 섬’,그리고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대변되는 현기영 문학은 한국문학사에서 단연 이채를 발하는 제주의 문학,‘변방’의 문학이자 새로운 탈중심의 문학이다.
  • 南北 교과서언어 이질화 심각/전문용어등 큰 차이 번역해야 이해

    최근 남북한 교과서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이질화가 아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지난 4월부터 8월 말까지 북한 초·중·고에서 사용하는 국어·음악·수학·지리·화학·역사·도덕 등 7개 과목의 교과서를 분석한 데 따르면 문법과 한자어,외래어,전문용어 등에서 남북간 언어 차이가 매우 컸다. 예를 들어 북한 고등중학교 4학년 교과서에서 ‘제형에서 두 옆변의 가운데 점을 맺은 선분을 제형의 중간선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하는 것을,남한 고교 수학 교과서식 표현으로 바꾸면 ‘사다리꼴에서 두 측변의 이등분점을 잇는 선분을 사다리꼴의 중간선이라고 부른다.’고 적어야 한다.또 북한 고등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의 ‘일 없어.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못 잡으면 꽝포쟁이가 되거던…’이라는 표현을 남한식으로 바꾸면 ‘괜찮아.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못 잡으면 허풍쟁이가 되거든…’이 된다. 이밖에 북한과 남한의 교과서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현격한 차이는 전등알-백열전구,드문가스-비활성기체,세평방정리-피타고라스의 정리,불타기반응-연소반응,녀성고음-소프라노,소리표-음표,산줄기-산맥 등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월프람-텅스텐,주무랑마봉-에베레스트산,시누스-사인(sine),코시누스-코사인(cosine),탕겐스-탄젠트(tangent),휘거-피겨스케이팅,뽈스까-폴란드,깔리만딴섬-보르네오섬,마쟈르-헝가리 등 외래어 사용에서도 차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15일 “분단이 길어지면서 남북간 언어의 이질화가 갈수록 심화되고,특히 청소년들의 교과서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 심각한 상황”이라며 “언어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간 공동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마당] 바람난 ‘가족’의 향방

    스크린에서는 ‘바람난 가족’이,브라운관에서는 ‘앞집 여자’가,책에서는 불륜소설이,모니터에서는 연재만화 ‘폐인가족’이 연일 상종가를 치며 중산층 가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여름이었다.독신과 이혼과 무자녀와 자유연애와 혼외정사와 자살가족은 이제 더이상 금기의 단어들이 아니다.금지된 것들이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바람난 세태를 고발하면서 시대의 바람을 부추기는 듯하다. 얼마 전에 본 ‘바람난 가족’의 인상에 남는 대화 둘.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뒤 아들 내외에게 자신의 외도를 당당히 선언하는 60대의 시어머니 왈 “얘야,인생은 솔직하게 살아야 되는 거더라.그렇지 않으면,그게 사는 게 아냐.” 시어머니의 돌출발언을 지지하는 30대의 아내가,바람을 피우는 남편에게 왈 “이제 딴 거 신경쓰지 말고 당신도 당신 일생 살아.” 영화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고착된 가족 관념,가족의 가치에 대해 딴죽을 건다.주인공들은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숨기지 않으며 가족이라는 집단이 강제해온 도덕률을 무시한다.가족 구성원의 자유와 진정한 행복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을 불편하게 한다. 감독은 지금과 같은 가족제도 안에서는 인생을 솔직하게 산다는 것,혹은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걸까? 진정,구성원으로서의 가족의 행복과,단독자로서의 개별 자아의 행복은 위배되는 것일까? 신이 죽었고,이데올로기가 죽었고,이제 가족마저 죽어가는가? 가족은 우리 삶의 뿌리이자 기둥이다.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며 죽을 때까지,이 황폐한 현실에서 따뜻한 힘을 주는 생명의 공간이자 비호(庇護)의 공간이 바로 가정이 아니던가.그러나 그 내밀한 비호성은 동시에 폭력적 억압성과 식민지성을 지닌 것이기도 했다.특히 가부장제,모성신화,중산층 이데올로기 등은 가정을 전쟁터로 만드는 대표적인 기제들이다. 어쩌면 올 것이 왔는지도 모른다.‘바람난 가족’,‘폐인가족’으로 수식되는 가족해체의 징후들 속에는 가족 그 자체의 해체보다는 아버지로 상징되는 남성중심적 억압질서,어머니로 상징되는 강요된 여성의 희생,중산층으로 상징되는 허위의식에 대한 강력한 부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고개숙인 아버지,몸통뿐인 어머니,분방한 자식들,이 모두에게 희생과 억압을 강요하는 가족이라면 분명히 문제적이기는 할 것이다. 부계중심사회로의 혁명과 산업혁명을 인류의 가장 큰 변혁으로 파악하면서,가족제도의 혁명에서 제3혁명의 가능성을 찾았던 이도 있었다.21세기 벽두에 ‘타임’지는 21세기에는 오늘날과 같은 결혼제도는 완전히 소멸될 것이라고 비전 아닌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었다.아닌게 아니라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조심스럽게 대안가족이나 평등한 가족 이념이나 또 다른 형태의 유목민적 가족의 양상이 모색되고 있고,전통적 복고주의의 가족 양상이 재론되고 있는 걸 보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그러나 대안모색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올 여름을 뜨겁게 했던 ‘바람’이나 ‘폐인’이라는 수식어가 단지 가십화,희화화하는 선에서 멈출 게 아니라,가족의 문제를 결혼,성,육체,사회,문화,경제 등의 관점에서 재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그리하여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평등하고 보다 행복한 가족의 이념과 형태를 재정립할 자극제가 된다면 거풍하는,환해지는,꽃을 피워내는 그런 ‘바람’과 ‘폐인’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정 끝 별 열린사이버대교수 시인
  • 부방위 체육행사비 전용 물의/“출범초기 업무비 부족해 국내여비로” 해명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부패방지위원회가 국내여비(출장비)를 체육행사 경비로 전용 집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감사원은 8일 ‘2002 회계연도 결산검사 보고서’를 통해 부방위가 지난해 10월 열린 가을 체육행사 때 국내여비에서 1인당 일비와 식비에서 각 1만원씩을 집행하는 등 출장비 290만원을 전용했다고 밝혔다. 부방위의 이같은 행위는 액수의 다과에 관계없이 ‘범 사정기관’으로서 끊임없이 요구되는 도덕성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예산회계법’ 36조에 따르면 세출예산은 목적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만큼 체육행사 경비는 일반업무비에서 집행해야 하며,국내여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부방위에 주의요구를 했다. 부방위는 또 지난해 4월 6일 모 정보통신업체로부터 과장급 이상 간부 30명이 사용할 목적으로 키폰전화기 1330만원어치를 구입했으나 자체 교환시설과 호환성이 없어 사용하지 못한 채 방치했다.같은날 예산 554만원을 들여 디지털 전화기 28대를 구입해 현재 사용중이다. 아울러 지난 2001년 12월 서울 중구 서울 시티타워 15∼17층까지 12억 6000여만원에 2002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건물임대차계약을 하면서 전세권 존속기간을 2004년 3월까지만 전세권설정 등기를 해 놓아 이후 자체 청사마련을 통해 중도계약을 해지하거나 소유주가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하더라도 이에 대항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방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범초기로 일반업무비가 부족해 체육행사에 국내여비가 일부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사설] 폐기약품 버젓이 팔다니

    인체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는 의약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니 충격적이다.얼마전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수혈용 등으로 출고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는데 이번엔 불량 의약품 유통이라니 현행 의료관리체계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재발 방지대책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성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2개 제약사의 38개 의약품이 함량 미달이나 붕해·융출·미생물허용시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제약사들에게 불량 의약품을 수거해 폐기토록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83.5%가 회수되지 않고 시중에 유통됐다.특히 모 제약사 주사제의 경우 환자들이 집단 쇼크를 일으켜 한명이 숨지는 인명사고까지 났다.그럼에도 이 회사는 불용성 이물질이 포함된 주사약 등 4종류의 불량 의약품 가운데 79.3%를 수거해 폐기하는 데 그쳤다. 의약품 사고는 그 성격상 만의 하나에 대비하는 치밀함이 요구된다.하지만 일반 의약품은 유통 중인 2만여종 가운데 한해 2000∼3000여종을 표본 조사하는 데 그치고 있다.식약청의 조치가 문제의 의약품이 병·의원이나 약국 등으로 판매된 뒤 이뤄지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병 주는 약’을 나몰라라 파는 제약사들의 파렴치한 상술이 일차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하지만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제약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보건당국의 대책도 시급하다.제약사들이 불량의약품 리콜제도를 적극 시행토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안일 수 있다.백신이나 혈액제제에 시행 중인 사전 국가검정제도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 [대한포럼] 2003년의 추석 맞이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추석 선물 얘기들이 무성하다.햇곡으로 음식을 장만해 수확의 성취감을 이웃과 나누던 농경문화의 미풍양속일 것이다.추석 선물도 세월 따라 변했다.예전엔 갈비나 대하(大蝦)가 회자했지만 요즘엔 취업 소식을 최고의 선물로 친다고 한다.집집마다 취업을 못한 아들 딸로 애를 태우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실직한 가장 때문에 속을 끓이는 집안이 한둘이 아니라는 세태를 말하는 것일 게다.2만달러 시대 격양가를 부르던 우리가 어쩌다 일자리 넋두리를 늘어 놓게 되었단 말인가. 추석은 1년중 가장 커다란 보름달이 뜬다고 한다.보름달은 우러러 볼 수 있어 좋다.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사람들은 예부터 간절한 소원이라면 둥근 달에 빌곤 했다.그러나 올 추석엔 야속하게 보름달마저 볼 수 없다고 한다.구름이 하늘을 가린다는 기상 예보다.카드빚 자살극이 꼬리를 물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민을 떠나겠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을 아예 가리고 싶었을 게다. 요즘 좌절의 시대를 살고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정치권은 혼돈의 늪을 허우적거리고 있다.무슨 부동산 대책이 자고 나면 하나씩 나온단 말인가.세상 사람들은 두 패로 나뉘어 사사건건 으르렁거린다.문화계는 ‘코드 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문제는 현실에 대처하기는커녕 지금의 위기를 위기로조차 보지 못하는 데 있다.세상을 조각조각 분리시켜 나가는 원심력을 제어할 구심력이 없다.나라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메인 스트림이 해체된 공백기의 혼란일 것이다. 시련은 이른바 민주화 세력의 착근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보여 진다.권위주의 체제의 틈새에서 일궈낸 민주화 정권이 권력형 부패의 덫에 걸려 새로운 사회적 역량으로 성장하질 못했다.신진 세력은 권력을 얻자 곧바로 기존 세력의 부정 부패 악습을 답습하고 만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민주화 세력이 도덕적 우위마저 상실하며 국민적 지지를 잃고 말았다.설상가상으로 세력 다툼마저 보태지며 국민적 실망을 증폭시키고 있다. 어설픈 민주화는 기형적인 포퓰리즘을 낳았다.국가적 결정에 온 국민의 산술적 참여를 미덕의 틀로 만들었다.만인의 입에 맞는 떡을 만들지 않으면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도록 해 놨다.그러나 만인의 비위에 맞는 정책은 처음부터 있을 수 없다.좌표 잃은 세상을 만들었다.허구한 날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토론만 하다가 날을 지새운다. 토론은 제대로 써야만 약이 되는 독이다.토론은 본디 여러 경우에서 최선의 방향을 찾은 수단이지 가치를 판단하는 시스템이 아니다.옳고 그름은 토론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토론은 참여자가 동등한 역량과 소양,자질과 열정을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역가를 발휘한다.책임을 분산시키는 소모적인 토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서로 입장이 고착된 이질적 구성원의 토론은 끝내 입씨름으로 끝날 것이다.자칫 사회 역량을 쓸데없이 탈진시킬 수 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이쯤 해서 한국판 엑소더스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예삿일이 아니다.물론 예전에도 이민가는 사람은 있었고 1998년 이후 조기 유학이 점차 늘어왔다.문제는 작금의 ‘한국 탈출’이 사회의 ‘승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다.지식층이요 경제적으로 유복한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조국을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새로운 꿈을 찾아 이민을 떠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그들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조국을 떠나고 있다.추석에 기상 예보가 빗나가 보름달이라도 떴으면 좋겠다. 정 인 학 논설위원 chung@
  • 민주 신·구당파 움직임/추석연휴 민심을 잡아라

    신당파의 국정감사 전 탈당선언으로 사실상 분당상태에 돌입한 민주당 신·구당파가 추석연휴 기간 여론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8일 현재까진 신·구당파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세싸움을 하고 있지만 민심향배에 따라 급속히 대세가 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향 활동 결과 중도 성향은 물론 신·구당파 의원들조차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따라서 신·구당파는 중도파 공략은 물론 연휴기간 민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신당파는 속전속결식 딴살림으로,구당파는 당직정리촉구로 상대를 압박 중이다. ●신당파,전국구·당직정리 부심 신당파는 이날 창당주비위 운영위원회의를 갖고 분과위원장단 구성,국회교섭단체 등록 및 다음달 발기인대회 개최를 위한 세부일정 등을 논의했다. 신당파는 ‘22일 이전 탈당→교섭단체 등록→신당연대·통합연대와의 연대 본격화→창당준비위 발족’ 등 일정을 사실상 확정했고,추석 직후 2단계에 걸쳐 각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영입인사 명단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이상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나라당 탈당파 5인 등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임을 밝힌 뒤 “10만 발기인을 각자 모집해,10월말쯤 창당발기인대회를 하고 창준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함께 신당의 성패는 탈당의원 숫자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추가탈당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신당파는 그러나 50명 이상의 최종탈당을 주장하면서도 초기 대세장악을 못하자 우려하기도 했다.특히 김근태 고문이 합류했는데도 김 고문 계보 의원 대부분이 합류하지 않고 도리어 김 고문을 비판하자 곤혹스러워했다.비례대표인 전국구 의원과 사표를 낸 당직자들의 신변정리 문제를 놓고도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구당파,추가이탈자 막기 총력전 구당파의 축인 정통모임은 조찬모임을 갖고 주비위 참여와 동시에 사의를 표명한 당직자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당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하지만 정대철 대표가 이 사무총장의 사표만 수리하고 다른 당직자의 사표는 추후에 처리키로 하자는 중재안을받아들이기도 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추진이 정당사상 가장 추악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민족이 속한 퉁구스족은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용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신랄히 비난했다. 구당파는 신당참여를 선언하고 나선 의원들의 지역구 중 신당파 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조직책 내정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아울러 ‘비상대책기구’ 구성도 검토하고 연내 전당대회 개최 준비에 들어가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구당파는 또 신당관련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여론 향배에 신경을 쓰고 있다.아울러 정 대표의 잔류를 강력히 요청하는 등 명분축적에도 애썼다. 특히 구당파 핵심인물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중도파 의원들과 골프라운딩을 강행하면서 당잔류를 간곡히 설득하는 등 이탈가능 중도파 설득에 총력전을 폈다. ●몸값 오르는 중도파,“통합해야” 신·구당파들로부터 파상적인 구애공세를 받고 있는 통합모임 공동대표 조순형·추미애 의원은 이날 정대표를 면담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이들은 집권당 분열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분명한 입장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추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민주당을 떠나 있지만 막상 탈당하려하니 우리 정치사에서 최대의 배신행위가 되고 배은망덕으로 낙인찍힐까봐 차마 탈당하지 못하고 측근들에게 은밀히 지시해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왜소화시켜 없애 버리고자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고 압박했다. 김영환 의원은 김근태 고문에게 보낸 개인편지에서 노 대통령을 신당의 배후로 지목한 뒤 “분당을 막는 것이 최선의 개혁”이라고 촉구했다. 이춘규기자 ta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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