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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주노총,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폭력사태로 얼룩지면서 노사정 대화 복귀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해 8월과 지난 1월에 이어 세번째다. 특히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대화 복귀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지고 시너와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온갖 추태가 난무했다. 산하 기아차 노조의 채용비리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마저 도덕성 추락에 가세함으로써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마저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년 동안 도덕성과 민주성을 무기로 사용자와 정부를 압박하면서 노동계의 한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기아차 사태 때도 지적됐듯이 총파업을 무기로 강경일변도의 투쟁노선만 고수한 결과, 현장 및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라는 따가운 눈총도 받았다. 그래서 출범한 것이 사회적 협약을 공약한 이수호체제다. 그럼에도 강경파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안건의 상정마저 저지한 것은 ‘민주’란 간판을 내건 단체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거나 다름없다. 민주노총은 이달 중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사회적 교섭 안건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총체적인 내부진단과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땅에 떨어진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목소리에 걸맞게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 경제 활력 회복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야만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조직률도 높일 수 있고, 사용자에 대해서도 투명성과 도덕성을 요구할 수 있다. 올해는 비정규직 보호법안 마련, 노사관계 로드맵 완성 등 노사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현안들이 즐비하다. 민주노총이 진정 노동자들을 위한 단체라면 노사정 대화기구에 참여해 노동자의 권익부터 챙기는 것이 순리다. 산하 대기업 강성노조에 휘둘려 총파업 전략만 고수하다가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개혁을 통해 민주노총이 새로 태어나기를 촉구한다.
  • 한나라 “이대로 가면 250만표 진다”

    “이대로 가면 250만표차로 진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2일 내놓은 ‘2007년 승리를 위한 당 혁신방안 보고서’의 내용이다. “전멸”“패배주의”“근성 부족”“구심력 없다.”등 통렬한 자성이 담겨져 있다. 이런 가운데 3일 시작되는 연찬회는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비주류의 공세로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보고서는 ‘위기의 한나라당’을 보여주는 6가지 징후를 들었다. 무엇보다 ▲당 지지층조차 귀족적이고 수구적인 정당으로 꼽고 있고 ▲전체 유권자 과반을 차지하는 20,30대의 33.2%가 한나라당을 절대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당과 보수는 이 사회의 소수일 뿐이라는 게 골자다.20대와 30대의 표심이 한나라당에 부정적이고, 인터넷 대응능력이 부족하며, 당 체질은 둔감하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이를 밑바닥에 깔면서 전체적인 기류는 ‘희망’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중도 실용주의에 기반한 민생 정치로 내부를 혁신해야 한다.”는 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된 처방이다. 보고서는 현 위기 상황에 대해 지도부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대선에서 두번이나 실패하고도 제대로 반성하지 못한 당 전체의 체질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 때문에 ▲중도 실용주의에 기반한 민생정치 ▲반부패·탈기득권을 위한 내부혁신 ▲외연확대를 통한 전국정당화 ▲정책·디지털·도덕정당화 등을 이루면 대권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소속 의원이 여름에는 농활을, 겨울에는 공활을 가도록 했고, 의원 세비를 재원으로 나눔펀드를 조성하고 의원 한명이 소년소녀 가장을 한명씩 후원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8가지 제시했다. 당의 이미지 쇄신 방법으로는 국가보안법 명칭을 변경하고 ‘한반도 선진공동체통일방안’을 제시하는 등 반(反) 통일정당 색채도 씻자고 제안했다. 반면 비주류로 손꼽히는 이재오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발전연과 수요모임 의원 13명이 모여서 의논한 결과 연찬회에서 함께 목소리를 낼 사안을 6가지로 압축했다.”며 ‘반박(朴) 행보’를 공식화했다. 모임에는 홍준표·김문수·박계동·배일도·이재웅·고진화·정병국·남경필·권오을·권영세·이성권·박형준 의원이 참석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임원은 비밀유지·도덕성·품위 필수”

    ‘혁신 전도사’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이 이번에는 ‘임원의 자세와 의무’를 들고 나와 관심을 끌었다. 김 부회장은 1일 경기도 이천의 LG인화원에서 LG 신임임원을 대상으로 가진 ‘혁신의 시대-LG경영자의 길’이란 주제의 특강에서 “회사의 임원은 ‘움직이는 브랜드’”라며 ‘3대 의무’와 ‘5대 자세’를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회사의 경영진인 임원이 되면 기업에서의 역할 변화, 특별한 대우를 받는 신분 변화, 모범적인 상관의 자세와 가정과 회사의 적절한 조화를 요구하는 생활 변화 등 여러가지 변화가 따른다.”면서 “동시에 엄격한 의무도 따르는데 회사의 기밀을 입밖에 내지말고(비밀유지), 어떤 청탁도 받아서는 안 되며(도덕성), 항상 바른자세를 가져야(품위유지)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임원의 5대 자세로 가장 기본적인 건강관리, 정확한 인식과 냉철한 판단을 위한 머리관리, 업무의 기반이 되는 비즈니스 네트워크인 인맥관리, 도전과 모험, 솔선수범을 들었다. 김 부회장은 “올초 LG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휩쓰는 등 최근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고유가와 원화절상, 내수침체, 원자재 가격상승, 중국·일본의 공세 등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임원들이 ‘혁신 리더’가 돼 변화에 불씨를 지펴달라.”고 강조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기독교 근본주의’ 美 정치전면에

    미국 정치 전면에 기독교 ‘복음주의’세력이 약진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도덕과 가치관으로 무장한 복음주의 세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성공시키면서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월7일자)는 가장 영향력있는 복음주의자 25명을 선정해 보도했다. 이들은 목사, 저술가, 정치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음주의의 전사가 되고 있다. 빌리 그레이엄의 ‘복음의 제국’을 이어받을 아들 프랭클린 목사, 신도 2만 2000명의 캘리포니아주 소재 새들백 교회 복음전도사 릭 워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목사로서 도덕 문제에 소리높여 말할 권리가 있다.”며 정치·사회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언론인 출신의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 마이클 거슨 등은 부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공적 일에서 종교적 이상이 빠진다면 사회정의의 원천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는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속세에 알리는 전령사 역할도 맡고 있다. 더그 코 의회 기독교모임 ‘펠로십 파운데이션’의 운영자나 데이비드 바턴 텍사스주 공화당 의장 등은 정계에서 신앙을 정치에 반영시키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제임스 돕슨처럼 가족의 가치를 옹호하는 단체를 설립,250만명에 이르는 지지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발송하고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동성간 결혼 금지와 낙태 반대 운동을 벌이는 사회활동가들도 포함됐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부시 “이라크 총선은 확실한 성공”

    |워싱턴 이도운특파원|30일 실시된 이라크 총선에 대해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이라크전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언론들까지도 “성공적”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라크 총선은 분명한 성공이었다.”고 선언하고 “미국은 이라크 국민이 자체적으로 치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오늘 이라크 국민은 세계에 자기 의사를 표현했고 세계는 중동의 중심에서 나오는 자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이라크인들이 계속되는 폭력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투표장에 나온 것을 높이 평가했다. 리처드 루가(공화·인디애나) 상원 외교위원장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라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이라크전 비방자들로부터도 공로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선거 이후를 잘 봐야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이면서 “최선의 길은 일부 병력을 지금 철수한 뒤 추가로 철수협상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 투표소에 나간 용감한 시민들로 구성된 이라크를 계속 지켜줄 도덕적·실질적 의무를 지고 있다.”고 논평하며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측면 지원했다. 뉴욕타임스도 “무장세력의 총선 방해 공작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총선을 통해 이라크전을 한 단계 마무리함에 따라 이란을 ‘중동 민주화’의 다음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갈수록 유력해지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시리아가 모두 이라크의 정치적 과정을 파괴하려는 행위를 해왔다.”고 비난하면서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데 세계가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걸프 지역을 방문 중인 존 볼턴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아랍 지도자들에게 이란 핵 개발의 위협을 설명하고 있다. dawn@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간디

    지은 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앉아서 폭력을 고스란히 감수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마하트마(위대한 혼)’라는 존칭으로 불리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 ‘간디’는 예외였다. 그는 제국주의의 폭력에 무저항으로 일관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음과 같이 결의할 수 있게 해주소서.‘나는 지상의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직 신만을 두려워할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악한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가 뭐래도 불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진실로 거짓을 정복할 것이다. 그리고 거짓에 항거하기 위해선 어떤 고통도 견뎌낼 것이다.’라고….”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며 그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간디의 고백은 그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 단순히 물리적 폭력을 고스란히 감수하는 패배자의 정신에서 기인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폭력을 행사하는 데도 그 폭력에 굴하지 않는 사람, 더구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까지 잃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왜 저 자는 쓰러지지 않는가. 쓰러지기는커녕 왜 오히려 당당한가. 저 자의 얼굴에 감도는 저 평화로운 미소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대체 어떤 믿음이 저 자로 하여금 마음의 평안을 잃지 않게 하는가. 힘에 있어서는 내가 저 자보다 우위에 있을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본다면 저 자가 나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닐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내심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바로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로부터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이 이런 불안이다. 폭력을 가하는 자는 불안하고 오히려 폭력을 감수하는 자는 평화롭다는 이 역설을 이해할 때만이 우리는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영화 ‘간디’는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의 한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1928년 12월 간디는 1년 이내에 인도에 주권을 달라는 요구를 내걸고 완전 독립을 달성할 때까지 전국적인 비폭력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한다.1930년 3월에는 소금세 신설 반대 운동을 시작한다. 소금 굽는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가지만 영국군은 인도인들을 총칼로 제지한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팔짱을 끼고 행진을 계속한다. 영국 군인들의 폭력에 부상을 당해도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행진을 계속한다. 그들을 걷게 만드는 힘은 진리는 반드시 승리하고야 만다는 믿음이었다. 진리에 대한 믿음, 옳음에 대한 확신이 그들을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폭력 앞에서도 온화한 인도인들의 표정은 폭력을 이기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사랑’임을 말해 준다. 그들에게 그 온화한 표정을 가르친 자가 다름 아닌 간디였다. 이후 간디의 사상은 독재에 항거하는 모든 평화운동의 근본이 되었다. 리처드 아텐보로 감독, 벤 킹슬리, 캔디스 버겐 주연,1983년작.
  • 느림과 비움/장석주

    20여년간 출판사를 경영하며 그 누구보다 바쁜 도시인으로 살다가 서울살이를 접고 안성으로 내려갔던 시인 장석주. 낮음을 지키며 사는 낮은 사람이 산다는 뜻의 ‘수졸재’(守拙齋)에서 그는 나무를 심고 밭을 일구며 느림과 비움의 삶을 산다. 그리고 매일 노자의 ‘도덕경’을 한 장 한 장 읽으며 무위와 자연의 삶을 배우고 있다.10여년간 도덕경을 머리맡에 두고 읽어왔다는 그가 시골생활에서 얻은 기쁨에 노자의 사상을 버무린 도덕경 에세이 ‘느림과 비움’(뿌리와 이파리 펴냄)을 냈다. “투명한 마음의 눈을 뜨고 집착에서 자유로워지자 정말 경이로운 삶의 기회가 내게 찾아왔습니다. 저열한 이기주의와 집착, 출세와 부의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그렇습니다. 나는 그걸 감히 경이로운 기회라고 말합니다. 나는 ‘살아’ 있습니다. 온전히, 백 퍼센트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저자는 이처럼 수졸재에서 지난 세월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자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고 토로한다. 도서출판 청하를 직접 운영하며 그 누구보다 도시의 삶의 생리에 철저히 맞춰졌던 그는 ‘禍莫大於不知足 咎莫大於欲得’(만족할 줄 모르는 것만큼 큰 화가 없고, 욕심을 내어 얻고자 하는 것만큼 큰 허물은 없다.)이란 도덕경의 구절처럼 비움의 삶을 실천하며 온전히 내 삶을 사는 법을 전하고자 한다. 총 81장에 달하는 도덕경을 자신의 시골 일상과 버무리며 한 편 한 편 풀어내는 지은이의 필치가 유려하다. 팍팍한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과 함께 피동적 타성의 삶을 살도록 강제하는 도시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의 메시지가 읽혀지는 책이다.1만 1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도덕성 시비 대기업 노조] (下) 노·사 상생의 해법은

    [도덕성 시비 대기업 노조] (下) 노·사 상생의 해법은

    ■ ’일그러진 노조’ 왜? 노동 전문가들은 기아차의 ‘취업 장사’로 불거진 노조의 도덕적 해이가 “결국 곪은 것이 터진 것뿐”이라며 “특정 대기업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노조(약자) 편향성, 강성 노조에 대한 사측의 눈치보기, 노조의 비민주성 등이 어우러져 ‘일그러진 노조’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정치세력인 대기업 노조를 감싸는 듯한 정부의 태도,‘당근’을 제시하며 노조 간부 회유에 나서는 사용자, 이를 통해 권력화된 노조가 우리 사회의 ‘귀족 노동자’들을 양산해 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정부의 중재와 불법파업에 대한 사측의 엄격한 노조원 징계, 노조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시스템 정착만이 건전한 노사 문화와 상생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대기업 노조의 도덕성 상실을 이유로 아직도 사측의 전횡에 시달리는 비정규직과 영세 노조까지 싸잡아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규직·영세노조와 구분돼야 노사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보완, 노사정 3자의 파트너십 정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조의 1차 대화 상대인 사용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노조의 권력화 이면에는 사용자의 묵인이 일정 부분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사용자가 끝까지 책임을 묻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불법파업에 대해 사측이 노조에 제기한 손배·가압류는 갈수록 줄고 있다.2002년 59건,2003년 33건, 지난해 17건으로 조사됐다. 연세대 연강흠 교수는 “정부나 사측이 불법파업에 대해 노조를 제대로 응징한 적이 있느냐.”면서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흐지부지 넘어간 것이 결국 ‘브레이크’없는 노조를 만들었다.”며 현행 법률의 엄격한 적용을 주문했다. 홍익대 김종석 교수는 노조의 이권 개입을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해석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을 주장했다.“대기업에서는 힘의 균형추가 노조로 넘어간 만큼 외부 견제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자신만의 논리에 빠져 자정 기능을 상실한 노조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제2의 기아차’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 절대권력에 사용자 대항권 부족” 자유기업원 권혁철 박사는 “노조의 힘은 사실상 일부 간부들의 독점적인 지배구조와 조합비에서 나온다.”면서 “회계와 노조활동의 투명성을 높인다면 노조의 권력화는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불법에 대한 정부와 사측의 합당한 처벌까지 이뤄진다면 지금의 귀족 노조는 발을 붙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영자총협회 김영완 전문위원은 “노조의 절대 권력은 사용자의 대항권이 부족해서 나타난 결과”라면서 “대체근로 허용 등 노조에 맞설 수 있는 권리를 사용자측에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연구원 이주희 박사는 “기아차와 같은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노조가 그렇다는 것은 ‘오버’”라면서 “무엇보다 사측과 노조 간부들간에 이뤄지는 음성적이고 왜곡된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 개혁의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美 윤리·투명 노조운영 법으로 규정 미국은 윤리적이고 투명한 노조 운영을 위해 법(Landrum-Griffin)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우선 노조로부터 조합비 미납에 따른 징계를 빼고는 그 어떤 조합원도 벌금이나 정직, 제명 처분을 받지 않도록 했다. 또 재정에 대한 회계처리 사항과 노조·사용자 사이의 자금 이동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개한다. 특히 신탁관리제를 도입해 노조의 자금운영에 대한 부정부패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해 무제한적인 노조의 교섭 요구 남발을 방지하고 있다. 노조의 단체교섭권은 노조 설립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교섭파트너로 인정받아야 획득할 수 있다. 영국은 파업 찬반투표 실시 7일 전에 사용자에게 일시 및 참가자 수를 통보해야 하며, 법정 투표용지 사용 의무화와 우편투표제를 실시한다. 경총 김영완 전문위원은 “국내 일부 노조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개별 조합원을 방문해 투표를 종용하고, 미리 찬반투표를 가결시켜 놓고 교섭에 임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노조의 비민주성이 이같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밖으로만 시선을 돌리는 노조의 행태는 극히 비이성적”이라고 꼬집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결별한 ‘파업동지’ …그후 10년 “사고없이 멋진 공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엑슨모빌사에 현대중공업 노조를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회사 고객인 세계 최대 정유회사 엑슨모빌사측에 지난 26일 감사 편지를 보냈다. 회사측은 노조의 감사편지가 선주사에 노사안정과 기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게 해 앞으로 수주활동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울산에 있는 또 다른 대기업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도약을 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은 비정규직 문제로 요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지난 19일에는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는 바람에 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하루종일 멈췄다. 회사측은 이날 투싼 260대를 생산하지 못해 46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위원장 탁학수)은 조합원 2만여명, 현대차(위원장 이상욱)는 조합원 4만 1000여명(울산 공장 2만 5000여명)으로 우리나라 노동계의 양대 축이다. 1987년 동시 창립한 두 거대 노조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에 걸쳐 우리나라 노사분규를 주도하고 흐름을 좌지우지했던 강성노조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던 두 노조가 뚜렷이 비교되는 다른 길을 지금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실리·합리 노조로 탈바꿈했다. 고공농성의 효시로 불리는 ‘골리앗 크레인 점거 투쟁(1990년 4월)’을 했던 투쟁지향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민주노총과도 ‘정치성 투쟁에 치중한다.’며 한동안 거리를 두다 지난해 9월 결별했다. 노조는 결별을 선언하면서 “어떤 노조도 시도하지 못했던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겠다.”며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는 노조활동 관행을 과감하게 떨치고 개인·회사·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21세기 노동운동의 방향타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여전히 투쟁하는 강성이미지로 남아 있어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이다. 노조 설립 뒤 94년 한 해를 빼고 해마다 파업을 거르지 않았다. 올해도 사정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내 비정규직 문제에다 2년마다 돌아오는 단체협약 협상까지 걸려 있다. 현대중공업이 떠난 민주노총을 지탱하는 핵심사업장으로, 사업장 밖의 각종 노동관련 문제에 대해 노·정 대리전에 나서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노조 행보가 달라지게 된 원인은 두 사업장의 작업특성 때문이라는 게 노동전문가 등의 공통된 견해다. 조선업은 한두달 작업을 중단해도 나중에 몰아치기로 일을 해 공기를 맞출 수 있지만 자동차의 경우 파업은 바로 생산차질로 이어져 타격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사측은 원리원칙을 벗어나는 노조 요구에 대해서는 파업으로 압박하더라도 끝까지 수용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1988년에는 이듬해까지 128일 동안 파업을 견뎌낸 적도 있다. 이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원칙으로 자리잡아 노조측도 인식을 바꾸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장기간 파업을 견뎌내기 어려운 나머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더러 수용하는 바람에 노조 입지와 목소리가 강해졌다는 해석이다. 현대차 노조가 단협 때마다 인사권과 경영권 관여를 주장, 일부 요구를 관철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인사·경영권은 회사 고유권한으로 인정,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한편 현대차 현장에도 1∼2년 전부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파업투표 찬성률이 낮아지고 집행부의 무리한 투쟁을 지적하며 제동을 거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많다. 잦은 파업에 염증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데다 조합원 평균 연령(현대차 41세·현대중공업 44세)이 높아지면서 성향이 경제적 안정을 중시하는 온건·합리로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창당 5돌 민노당 ‘힘든 겨울’

    창당 5돌 민노당 ‘힘든 겨울’

    30일 창당 5돌을 맞는 민주노동당이 요즘 힘들다. 밖으로 당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 소속 기아차 노조의 ‘취업장사’논란과 안으로 중앙당기위원회 징계 결정 파문 등 각종 악재들이 민주노동당을 괴롭히고 있다. 창당대회 당시 당원 수 1만 2000여명의 ‘초미니’ 원외 정당에서 지난해 총선을 통해 의석 10석을 확보, 원내 3당으로 도약하면서 이제는 당원 수도 무려 7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당 바깥 사정이 순탄하지 않다. 의원 10명중 ‘유이(唯二)한’ 지역구 의원인 경남 창원을 권영길 의원과 울산 북구 조승수 의원이 각각 노동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의원직 상실의 위기에 놓여 있다. 기아차 노조 간부의 취업 관련 금품 수수에 대해 ‘침소봉대하지 말라.’는 논평으로 노조의 부도덕함을 감싸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바람에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자초했다. 중앙당기위 징계결정도 당 내부갈등의 빌미가 됐다. 지난해 8월 두 남성 중앙 당직자가 술자리에서 여성 당직자를 폭행했던 사건에 대해 최근 중앙당기위원회가 ‘당원 자격정지 4년’을 결정했다. 당원들의 즉각적인 반발과 함께, 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NL(민족해방)-PD(민중민주) 노선 문제까지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회찬 의원은 27일 서울시당강연회에서 “당이 원내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얻었으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며 비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원복교수 ‘먼나라… 미국 3편’ 노대통령 빗대 논란

    최근 출간된 이원복 교수의 만화책 ‘먼나라 이웃나라’ 제12권 ‘미국 3-대통령 편’이 노무현 대통령을 빗댄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의해 제기됐다. 이 만화는 230여 년 간 미국을 이끈 역대 대통령 43명의 일대기를 다뤘다. 프레시안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21대 대통령 체스터 A 아서,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 편 등이다. 이 교수는 책에서 잭슨 대통령이 “미국정치에 뿌리뽑을 수 없는 ‘패거리 정치’라는 사악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쓰고, 잭슨 지지세력을 노 대통령 지지세력인 ‘노사모’에 빗대어 ‘잭사모 지도자’ ‘잭위병 나팔수’ ‘귀족 저주 굿판무당’으로 표현했다. 제21대 체스터 A 아서 대통령 편에서는 “나는 너무 잘 하고 있는데 무조건 흠집내려고…모든 게 언론 탓이야.”라며 “언론 개혁해서 신문을 모두 없앴으면…”이라는 대목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제39대 카터 대통령 편에서는 “자신의 도덕성만 내세워 현실성 없는 개혁에 집착하면서도 당면한 문제에는 무능을 드러내 결국 1980년대 선거에서 국민들의 버림을 받고 말았다.”는 부분도 노 대통령을 빗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며 “지금 우리사회 좌우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이라 모두 너무 예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월드 이슈-부시2기 행정부와 네오콘] ‘네오콘’ 역사와 인맥

    [월드 이슈-부시2기 행정부와 네오콘] ‘네오콘’ 역사와 인맥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시조(始祖)는 레오 스트라우스다.1899년 독일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실존주의 철학자로 당초 좌파 성향에서 미국에 귀화한 뒤 우파로 바뀌었다.2차대전 이후 70년대 초까지 25년간 시카고대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했다. ●네오콘의 시조는 레오 스트라우스 그는 기독교 근본주의에 근거, 야만인들로부터 도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이의 적임자로 미국을 꼽으며 ‘로마제국의 현대화’,‘세계의 경찰국가’ 등을 주창했다. 그의 제자인 앨런 블룸과 하비 맨스필드 등은 시카고대와 하버드대에서 ‘스트라우스 학파’를 발전시켰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네오콘의 기관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 윌리엄 크리스톨은 이들로부터 수학했다. 네오콘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이후 전면에 부상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과 인연을 쌓은 딕 체니 부통령이 정권 이양의 중임을 맡으며 네오콘을 대거 중용했다. 90년대 초 국방정책 차관이던 울포위츠는 미래의 적에 ‘선제공격’ 개념을 도입, 미 국방계획 지침을 마련했다. 체니는 이를 수용하고 지지했으나 온건파인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과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제동을 걸었다. 이후 체니와 베이커측의 사이는 멀어졌으나 울포위츠와의 관계는 돈독해졌다.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1997년 워싱턴에서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가 발족하면서다. 기업연구소(AEI) 회장을 지낸 존 볼턴 전 국무부 군축협상 차관과 더글러스 파이스 국방정책 차관 등이 앞서 후세인 정권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네오콘의 기치를 걸고 공식 활동에 나선 것은 PNAC가 처음이다. ●리비는 울포위츠에 직접 배워 체니·울포위츠·크리스톨·파이스·볼턴 이외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피터 로드맨 국방부 안보담당 차관보, 엘리엇 에이브럼스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보좌관,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여했다. 리비는 예일대에서 울포위츠로부터 직접 배웠다. 네오콘의 역할이 과대평가됐다고 비판한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 홉킨스대 교수와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로버트 로웬버그 선진전략정치연구소 회장 등도 포함됐다. 베이커와 함께 일했던 로버트 졸릭 신임 국무부 부장관은 PNAC의 정책을 지지했으나 그가 네오콘인지 여부에는 논란이 있다.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으로 옮긴 로버트 조지프 전 백악관 핵확산방지 국장은 네오콘의 작품으로 알려진 ‘이라크-니제르 정보 커넥션’을 퍼트린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파면당할 대상이 승진한 케이스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백악관에서 호흡을 맞췄으나 라이스 ‘견제용’으로 체니가 NSC에 심었다는 게 정설이다. 국방부의 윌리엄 루티 근동담당 부차관보와 리처드 롤리스 아태담당 부차관보는 체니가 기용한 네오콘으로 분류된다. 특히 루티 부차관보는 이라크전쟁을 주도한 특수작전국(OSP)을 맡아 백악관에 직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니가 네오콘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으나 ‘좌장’인 것만은 틀림없으며 럼즈펠드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라이스를 네오콘으로 보지는 않는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시론] 채용비리,사회자정의 계기로 삼아야/선한승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조는 도덕성을 가질 때 강력한 힘이 나온다.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조건 개선투쟁을 할 때, 노조를 지탱해주는 힘의 원천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탄탄한 도덕성에 기인한다. 노조가 도덕성을 상실할 때, 이미 노조는 생명을 다하여 죽은 것과 같다. 민주노총이 권위주의 시대에도 꺾이지 않고 줄기차게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 배경도 따지고 보면 강한 도덕성과 선명성이다. 민주노총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민주성, 투명성,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여겨져 왔다. 그래서 지난 17대 총선에는 우리 사회에 소금이 되어 달라고 민주노총에 기반을 둔 민주노동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그러나 이번 기아차노조의 채용비리사건은 이러한 기대를 저버렸으며,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이 축적했던 사회변혁적 기반을 매우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러기에 이번사건은 단순히 기아차 내부의 문제로 보기에는 파급효과가 너무나도 크다. 더구나 이번 채용비리는 노사 합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 보수진영에서는 노조만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번 채용비리에 대해 사측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말로만 인사경영권 확보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채용의 권한만큼은 확실히 챙겨야 하는데 기아차 경영진은 이를 포기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권력층과 사회유력인사가 채용과정에 개입하도록 방치해서야 어떻게 유능한 일꾼을 뽑을 수 있을까 자문해보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이번 채용비리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노조가 저지른 사건이기 때문에 우선 노조의 책임부터 따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첫째, 채용과정에서 거액을 다른 사람이 아닌 노동자로부터 받았다. 이는 돈이 없으면 일자리도 못 구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둘째, 노조가 비리를 저지른다면 경영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사측은 노측의 약점을 잡고 노사교섭에서 이를 가지고 위협한다면 노조가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이번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기아차 노조는 민주노총에서 영향력이 높다. 기아차 노조조합원수는 2만 3000명으로 금속연맹에서 현대차 다음으로 많다. 세계노동운동은 금속노조가 이끌고 있으며 한국은 자동차노조가 선도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 미칠 파고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다 이제 막 제도권으로 발을 들여놓은 민주노동당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민주노동당의 최대지분은 노동계를 대변하는 민주노총이다. 민노당의 전체 대의원 중 노동계의 비중이 28%로 농민의 14%보다도 배나 많다. 끝으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기아차 노조간부의 비리문제를 빌미로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그룹을 공격하려는 보수진영의 논리다. 이번 노조의 채용비리가 발생한 배경에는 기업, 정치인, 관료 등 이른바 기득권층도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이번 사건을 도덕불감증을 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와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각계의 자정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노동계는 이번 치부를 감추려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자성 속에 거듭나야 한다.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관료화, 권력화 등 부정적인 요소를 뿌리뽑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측도 이번 사건에 대해 방기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칙없이 노조와 권력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하며 최소한 채용권만큼은 경영권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권력형 부정부패의 씨앗이 노동계에 전이됐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모두 이번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우리 사회가 건전한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서울 명문여대생 돈받고 중간고사 대리시험

    서울의 한 명문 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끼리 금품수수를 조건으로 대리 시험과 대리 출석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학 성악과 4학년 이모(23)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재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포털사이트에 “겨울방학 계절학기 수업에 대리 출석과 대리 시험을 도와주고 성적을 B학점 이상 거두면 25만∼3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글을 본 약학부 2학년 조모(21)씨는 이씨와 짜고 수업에 대신 들어가고 중간고사 과제물도 냈다. 이후 조씨가 사례금을 받기 위해 이씨에게 전화했으나, 이씨는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그제야 속은 것을 알게 된 조씨는 포털사이트에 “억울하다.”며 진실을 공개했다. 이씨가 글을 올리자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들의 사례가 이 사이트를 통해 줄줄이 알려졌다. 대리 출석했지만 돈을 받지 못했다는 학생 10여명이 학교측에 탄원했으나 이씨가 훈방조치만 받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대학은 지난 2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씨의 퇴학을 결정했다. 조씨가 다니는 약대도 다음주에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 사이트 게시판에는 27일 하루 동안 수백개의 글이 폭주했다. 한 학생은 “다른 학교 친구가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돈만 줬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글까지 올라오는 것은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학생은 “다른 학교에 비일비재한 일인데 우리만 억울한 것 아니냐.”고 따지는 등 도덕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도덕성 시비 대기업 노조] (상)실태-노조가 ‘NO’하면 사업추진도 불가능

    [도덕성 시비 대기업 노조] (상)실태-노조가 ‘NO’하면 사업추진도 불가능

    기아자동차 노조의 ‘취업 장사’는 권력화된 대기업 노조의 도덕성 상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노조가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임을 드러냈다. 대기업 노조가 비대화되면서 기업의 인사 및 경영권은 크게 훼손돼 가고 있다.2회에 걸쳐 대기업 노조를 점검하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 본다. 대기업 노조는 비대해진 몸집을 무기로 사측에 무리한 요구와 경영침해를 일삼고 있다.A자동차는 공장 이전이나 새로운 설비를 회사 마음대로 들여오지 못한다. 노조와 합의하도록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옮기려면 6개월 전에, 새로운 설비를 도입할 경우에는 3개월 전에 노조에 통보하고 합의해야 한다. 요즘 분규를 겪고 있는 K사는 신규투자 및 한계사업 포기 등을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이 내려졌는데도 불법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노조위원장 ‘부사장급’ 대우 받아 이들 대기업 사업장의 노조위원장은 ‘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 보유 중인 조합비만도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조합 행사에도 수천만∼수억원씩 지출해 업자 선정을 놓고 말썽을 빚곤 한다. 그러다보니 위원장 선거는 물론 내부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회사측이 이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모른 체한다. 대기업 노조가 타락한 데는 회사측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 노조는 또 ‘귀족노조’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실제로 H자동차 노조는 전임자만도 90여명에 이른다. 한해 걷히는 조합비는 60억을 넘는다는 게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조합비 적립금만도 80억원이나 된다. 재정만 풍족한 게 아니다. 회사는 위원장에게 그랜저XG를 제공하고 있으며 노조에는 산타페를 포함,10대의 승합·승용차를 지원하고 있다. ●신기술 도입 등 전략사업도 노조 동의 얻어야 B자동차는 신기술 도입과 신차종 개발 등 회사 수뇌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을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이러한 중대한 문제에 노조가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대외적으로 극비에 부쳐야 할 이같은 사항조차 노조에 미리 통보하고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조가 ‘노(NO)’하면 사업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기아자동차도 공장 이전·통폐합, 사업장간 차종 이관, 지점 이전 및 통폐합, 인력 전환 배치, 신차종·신기술·신기계 도입으로 인한 작업환경 개선, 시간당 생산대수 조정 등의 항목에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27일 “자동차는 물론 조선·중공업 등의 업종은 대부분 단체협약에 이와 비슷한 조항을 갖고 있거나 묵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단체협약 조항이나 관행은 긍정적으로 보면 근로조건 악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행동을 가로막아 기업 경쟁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게 경제계의 중론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경쟁시대에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최재황 정책본부장은 “이런 사례는 결정적인 경영권 침해”라며 걱정스러워했다. ●노조의 경영·인사 참여, 자칫 화 부를 수도 숭실대 조준모(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 노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반화된 노조의 경영 및 인사참여는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사관리의 불투명성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며 결국 조합원들의 지지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대표적 국민기업인 P사도 노조 집행부가 부패사건에 연루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특정지역, 특정학교 출신을 주로 뽑는 폐쇄적인 채용관행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노조의 생명인 도덕성 상실이 노조의 붕괴 원인이 되고만 셈이다. 이런 점에서 기아차 노조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지배구조가 불투명했던 기아차의 경우 사측이 노조에 많은 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노조에 제공함으로써 사측이 노조의 타락을 부추긴 꼴이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했지만 이같은 조직관행은 그대로 유지됐고 폐쇄적인 관행은 부패로 연결됐다. ●외부 견제시스템 마련 절실 대기업 노조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활동의 불투명성이 제거돼야 한다.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자주성과 건강한 조합활동을 보장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조합비 등 ‘돈’의 흐름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조 교수는 “재정과 활동이 투명해졌을 때 사용자에 대한 요구가 정당성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인 장치로 ‘사외감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학계와 노동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 노조의 재정을 1년 단위로 검증하는 등 감시활동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가 이같은 자율적인 개혁장치를 마련했을 때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다. 최영기 노동연구원장도 “대기업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야 한다.”면서 “막대한 권한에 비해 외부견제시스템이 없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회계 감사가 곤란할 경우는 상급단체에 의해서라도 정기적인 감사와 함께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위노조에 집중된 권한도 지역이나 업종노조로 분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권리남용, 횡포 등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적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노동운동의 가장 큰 덕목 상실” 민주노총 홈피 비난글 빗발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 자유게시판을 점령(?)한 네티즌들이 거친 용어를 마다하지 않고 연일 민주노총과 지도부를 강도높게 질타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기아차 노조의 비리가 노동운동의 가장 큰 덕목인 도덕성을 상실했다.”고 성토했다. ID를 ‘총사퇴’라고 밝힌 네티즌은 “범죄 수법이 조폭을 능가한다. 엄청난 범죄가 드러났음에도 개별 사업장 노조의 내부 부정이라면서 애써 외면하고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몰염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강남싸나이’라는 네티즌은 “장관 자리가 안 부러운 직업이 노조 간부”라면서 “노조원을 위한다면서 노조원의 피를 빨고 하청 노동자의 등골을 빼먹고 사는 것이 노조간부”라고 맹비난했다. ID가 ‘고산자’인 네티즌은 “이번 사태가 기아만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대기업노조, 귀족노조 전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어떤 이는 “일자리로 장사하는 ×들이 진정한 노동단체냐.”며 민주노총 관할 전 사업장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기아차 사태가 수그러지지 않고 일파만파로 번지자 민주노총도 불끄기에 나섰다.‘유감 표명’ 정도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전격 ‘사죄’했다. 충격에 휩싸인 민주노총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조 간부가 채용비리에 개입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자정노력과 함께 진상조사를 통해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진상조사대책위(단장 강승규 수석부위원장)를 본격 가동해 사측의 노조 무력화 및 채용비리 사건의 전모를 밝힐 계획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한화갑 “연정하려면 대통령 탈당해야”

    김효석 의원의 입각 제의설로 촉발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6일에는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한화갑 전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도 청와대측이 전날 ‘연정(聯政)론’을 거론한 것을 집중 성토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측근인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연말 합당설’을 제기, 오히려 불씨를 더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이날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한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을 향해 “속임수”“철면피” 등의 격한 용어를 써가며 비난했다. 한 전 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남의 당 사람을 입각시키려면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연정을 구성해야 떳떳하지 않느냐. 연정을 하려면 먼저 국민에게 계획을 발표하고 탈당한 뒤 각당 대표들과 만나 협의해야지, 자신은 당적을 유지하면서 다른 당 사람들을 열린우리당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어 “정략적 합당은 반대한다. 민주당에서 한화갑만 빼면 언제든 합당할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데, 가고 싶은 사람 다 가라고 했다. 나는 남아서 당을 지킬 것이다.”고 말했다. 또 “열린우리당은 도덕적으로 민주당에 대해 그런(합당) 요구를 할 자격이 없다. 민주당을 부패세력, 지역세력으로 매도해 놓고 이제 손을 벌리는 것은 철면피도 보통 철면피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진화에 나섰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청와대 브리핑’의 취지를 확대해석해선 안 된다.”면서 “연정 의사가 있거나, 앞으로 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도 “민주당과의 합당 얘기가 자꾸 나와 곤혹스럽다.”면서 “당내에서 그런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는데 너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형제당으로서 서로 돕고 지냈으면 좋겠다.”며 호감을 붙였다. 그러나 염동연 의원은 이날 YTN과의 전화통화에서 “올 4월과 10월, 두 차례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 양당이 모두 굉장한 위기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결국 연말쯤 민주 정통 세력을 지지했던 국민들 사이에 합당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고, 그 때부터는 본격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연말 합당론’을 제기했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주식 신고제·선물 안받기 큰효과”

    LG전자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주는 ‘제1회 투명경영 대상’을 거머쥐었다. 경총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1회 투명경영 대상’ 시상식을 갖고 대상에 LG전자, 우수상에 우리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모범상에 아시아나항공·대우인터내셔널·한일시멘트를 각각 선정했다. 과거 일부 단체에서 비슷한 상을 제정한 적은 있지만 재계 전체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투명경영 기업을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LG전자 김쌍수 대표이사 부회장과 장석춘 노조위원장이 함께 상을 받았다. LG전자는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과감히 전환해 재벌들의 고질적 문제점인 ‘순환 출자’ 구조를 개선한 점과 이사회 절반과 감사위원회 전체를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노력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김 부회장은 “옳고 바른 방법으로만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정도경영이야말로 2010년 글로벌 톱3 진입의 기본 전제조건이자 투명경영 실천의지의 집약본”이라면서 “주식 자진신고제,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 등을 전개한 것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들어서는 도덕성이나 업적보고의 공정성 위배 행위에 대한 자진신고제를 도입했다.”면서 “무엇보다 1980년대 말 대규모 노사분규를 겪은 것을 계기로 대립 위주의 기존 노사 관계를 ‘노경(勞經)관계’로 재설정한 것이 열린 경영의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儒林(274)-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4)-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절대 권력은 지상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갖기 마련이다. 절대 권력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지위가 만드는 것이다. 힘은 인간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 권력자는 그 지위가 가진 힘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절대 권력자는 자신이 발휘하는 힘이 절대선이라는 함정 속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가져야 하는 윤리의식과 도덕주의는 태생부터 권력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법과 정의는 제우스신과 나란히 앉아 있다. 권력을 가진 이가 하는 모든 일, 그것은 그대로 법이고 정의일 수밖에 없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오는 이 구절은 권력의 속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명언인 것이다. 인류가 낳은 3대 성인 중의 하나인 공자의 현존도 위나라의 영공을 변화시킬 수 없었으며, 노나라의 권신이었던 계씨들에게 정의를 심어주지 못하였다. 하느님의 아들이었던 예수를, 수천 년간 메시아를 기다려온 유대인들이 바로 하느님을 모독한다는 역설적인 죄를 뒤집어씌워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아이러니처럼 위대한 완성자였던 공자의 충고도, 설득도 그 무렵 정치가들의 마음에 전혀 윤리의식을 심어주지는 못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오직 ‘권력을 가진 이가 하는 일이 곧 법이고 정의일 뿐이다.’라고 말한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기록이 오히려 권력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는 진리인 것이다. 공자조차 이루지 못한 왕도정치를 그보다 2000년 후에 감히 권력에 접목시키려 하였던 조광조.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었던가, 아니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예지자였던가. 예지자라면 비록 실패하였다 하더라도 후세에 깊은 영향을 주어 서서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어야 할 텐데 조광조의 순교에도 왕조 500년의 권력은 전혀 변화되지 않고 있음이다. 어디 왕조뿐이겠는가.21세기의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치는 권력을 가진 자가 제정하는 법과 정의에 의해서 왜곡되고 있음이니. 권력은 여전히 총구(銃口)에서 나오고, 힘은 여전히 독재에서 출발하고 있음인가. 그에 비하면 이퇴계(李退溪:1501~1570). 조광조보다 불과 18년 늦게 태어난 이퇴계는 같이 공자의 유교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광조와는 전혀 그 성격을 달리한다. 조광조가 공자의 정치적 이상을 현실에 접목시키려 하였던 실천적 제자라면 이퇴계는 공자의 말년 6년 동안에 집중된 학문과 사상을 계승발전시킨 동양최고의 학문적 제자이다.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되어 당나라의 선종을 거쳐 발전되어 오다가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성인, 원효(元曉)에 이르러 불교의 정수가 매듭지어진다. 마찬가지로 유가사상이 2500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나 유교의 정수도 해동의 이퇴계에 의해서 매듭지어졌으니, 인류사상 최고의 정신문화의 유산인 불교와 유교가 모두 우리나라의 두 거인에게서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우리나라를 변방의 작은 소국이라고 자괴할 수 있을 것인가. 원효와 퇴계를 낳은 세계 최고의 정신문화 선진국. 이퇴계의 위대함은 조광조와는 달리 유가사상에만 전념하여 공자의 사상을 성리학으로 완성하였던 것이다. 퇴계는 평생 동안 79번이나 벼슬자리에서 스스로 사퇴하였다. 본명이 이황(李滉)이었던 그가 퇴계라는 호를 지은 것도 말년에 자신의 고향인 토계( 溪)로 돌아와 마을이름을 퇴계라 고치고 더 이상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세상과 완전히 손을 끊겠다는 의지를 논어에 나오는 ‘조정에서 물러나다(退朝)’에서 따온 ‘물러갈 퇴(退)’자를 사용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진인왕, 한국판 전륜성왕?

    요즘은 ‘우담발라’가 꽤 자주 피는 것 같다. 연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최근에도 충북 단양군청과 충남 논산 성불사에 우담발라가 피었다고 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법화경’에 보면 우담발라는 부처나 전륜성왕(轉輪聖王) 같은 성인이 출현할 때만 핀다고 한다.3000년에 겨우 한 번 필까 말까 한다는데 생물학자들은 그것이 실상 풀잠자리알 또는 곰팡이에 불과하단다. 어쨌든 우담발라가 피어 있는 성불사의 금륜 스님은 상서로운 징조라며 “을유년에는 평화와 번영, 남북통일을 기원하고 싶다.”고 했다. 우담발라. 작디 작은 몇십 송이 꽃인가, 곰팡이에 스님은 참 크고 묵직한 기원을 매달았다. 그런데 나는 우담발라가 피면 등장한다는 전륜성왕과 ‘정감록’의 진인왕 사이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한다. 전륜성왕은 부처의 세속적 모습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불경을 결집한 아소카 왕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불심이 깊고 태평성대를 실현할 왕이 바로 전륜성왕인데 민중은 진인왕에게 바로 그런 역할을 기대했다. 정감록의 진인은 무엇보다 현실의 고난을 헤쳐 간 민중의 꿈을 형상화시킬 의무를 졌다. 진인왕은 조선왕조의 기득권층인 양반을 벌주고 신분구조를 뒤엎으며, 서구열강과 그들의 종교를 물리치고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할 민중의 구세주였다. ●진인은 못된 양반을 생지옥으로 1785년 정조 9년 또 한 차례 정감록 사건이 터졌다. 주모자들은 나라가 셋으로 쪼개진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유씨, 장씨, 김씨가 삼국의 왕이 된다고 했다. 그 뒤 나라를 통일할 진인(眞人)은 제주 700개 섬 가운데 어딘가 숨어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사건의 주모자들은 그 진인이 마음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능력의 소유자라고 하면서 이미 서씨와 정씨 두 사람이 진인의 명에 따라 사람들의 허물을 낱낱이 기록한 일종의 ‘선악적(善惡籍)’을 작성중이라고 했다. 18세기말 민중이 진인의 출현에 걸었던 기대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되는 게 그 ‘선악적’이란 장부다. 딱히 양반의 허물만 기록한다고 명기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평민을 못살게 구는 양반들의 악행을 기록하는 데 그 중점이 있다고들 여겼을 것이다. 진인은 민중의 구세주였기 때문이다. 나라가 바뀌어도 무식한 아랫사람들로서야 당장 무슨 벼슬을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저 양반놈들 망하는 꼴 좀 보자.’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었다. 현실은 물론 정반대였다. 여러 지방에서 양반들은 동약(洞約)이나 향약을 실시해 장부를 비치해두고 말 안 듣는 하층민들을 기록해 뒀다가 벌을 줬다. 윗사람을 몰라본다, 불효한다, 형제간에 불화한다는 등의 죄명이 양반들의 ‘선악적’에 기록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인이 민중의 편에서 선악 장부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은 진인의 인기를 더욱 높였을 법하다. 통상적으론 양반 편에서 작성하는 것인데, 양반을 벌줄 수 있는 선악적이라니 얼마나 통쾌하랴. 진인의 상벌은 현세에서 시행된다는 점도 민중으로선 무척 달가운 일이었다. 자기들은 별다른 죄도 없이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약자들을 괴롭히며 놀고먹는 양반, 놀부 같은 그들이 밉고 싫었을 것이다. 민중은 자기들 눈앞에서 그런 못된 양반들이 생지옥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민중들은 지옥이란 말을 꺼낼 때마다 자연스레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옥(범어 나라카·Naraka)은 사후세계란 뜻인데 그 참혹한 광경은 ‘목련경’에 자세하다. 석가모니의 큰 제자 목련존자의 지옥방문 이야기는 민간에 널리 알려졌다. 문맹인 사람들도 지옥도란 종교화를 통해서 지옥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다. 불교의 지옥은 종류도 많아서 각기 8대 열지옥(뜨거운 지옥)과 한지옥(추운 지옥)이 있고, 그 아래 또 32개 소지옥이 있다고 한다. 진인은 선악 장부에 기록된 악인을 문자 그대로 생지옥에 보낼 것이 분명했다. ●푸른 옷(靑衣)은 천주교 신부요, 서구열강이다 진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있었다. 어찌 보면 좀 뜬금없는 소리 같기도 한데, 진인은 서양 종교인 천주교도 퇴치해야만 했고 서구열강도 물리쳐야 했다. 물론 이런 기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말까지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북경에 파견된 조선의 사신일행이 거기 와 있던 예수회 신부를 알게 된 것은 이미 17세기부터였으나 천주교가 국내에 유입되어 본격적인 신앙운동이 벌어진 것은 18세기 후반이었다. 조정은 잔뜩 긴장하여 천주교를 엄금하였지만 그 세력은 제법 급속하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1801년 신유박해를 비롯, 천주교도에 대한 박해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하층민들의 일부는 천주교의 문을 두드렸지만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정의 ‘계몽’도 한몫했지만 천주교에서 조상의 제사를 금지한다는 게 그들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천주교에 대한 민중의 반발과 두려움은 정감록에도 감지된다.1923년판 정감록의 일부인 ‘무학비결(無學秘訣)’에서 푸른 옷이 남쪽에서 쳐들어오는데 ‘스님 같되 스님은 아니라’고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여태 한반도엔 없었던 새로운 부류의 성직자 즉, 신부들이 침략자란 것이다.‘푸른 옷’은 본래 좀더 먼저 쓰인 ‘도선비결(道詵秘訣)’에서만 하더라도 미지의 외부인으로 해석될 뿐이었다.‘푸른 옷을 입고 남쪽에서 오니 오랑캐도 아니요, 왜적도 아니다.’라고 했다. 하필 왜 푸른 옷인지를 누구도 설명할 수 없다가 천주교의 국내 활동이 심각성을 띠게 되자 푸른 옷은 어느덧 서양신부로 비화됐다. 19세기 초에는 서양 함대의 파병을 요청하는 천주교 신자 황사영의 편지가 발각되어 여론이 비등했다. 연달아 천주교박해사건이 터졌으며 국내에 잠입한 프랑스 신부도 처형되었다.19세기 중반에는 그 여파로 프랑스 함대가 공격했고 설상가상 통상문제로 미국함대도 쳐들어 왔다. 그러자 이제는 서구열강 자체가 침략의 장본인으로 부상했다. 이런 변화를 기록한 것이 역시 정감록의 일부인 ‘토정가장결(土亭家藏訣)’이다.‘푸른 옷과 흰 옷이 서쪽, 남쪽에서 동시에 침략한다. 이때 정씨가 바다 섬에서 군사를 이끌고 나온다.’ 역사란 아이러니요, 거기서 나는 또 정감록이 갖는 현실 적응력을 본다. 서양선박의 출몰을 계기로 17세기 후반에 해도진인설이 등장했었는데(연재3호 참고),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9세기 말엔 거꾸로 해도진인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 서양함대요, 서양신부였으니 말이다. ●동학의 최제우 새 세상 구현할 진인으로 1859년 최제우는 서학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동학’이란 이름의 새 종교를 만들었다. 그 뒤 1894년 동학은 서양과 일본을 물리치고 탐관오리를 내쫓아 백성을 구하겠다며 갑오동학농민운동을 벌였다. 한 마디로 동학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내부의 지배층만이 아니라 외세란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 바탕 위에 동학은 새 세상을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그것이 이른바 ‘후천개벽’이다. 최제우의 제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그에게서 진인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다. 그들에게 최제우란 존재는 새 세상을 구현할 초인이었다. 진인은 서양세력의 위협에서 민중을 구해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가져다줄 구세주였다. 그러나 모든 일을 진인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방씨, 두씨 및 곽씨 성을 가진 3장군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각각의 성씨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들의 활약상이 ‘토정가장결’에 나와 있다. “곽장군이 요동의 군사를 이끌고 방씨, 두씨 장수와 함께 왜적과 서남 오랑캐를 무찌른다. 청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돕는다. 정씨를 돕고 이씨를 공격한다. 그러면 이씨는 제주로 들어갈 것이나 4∼5년간의 운수에 지나지 않는다.” ●진인은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한다 두어 줄밖에 안 되지만 숨가쁜 격변, 그것도 국제적인 변화를 예언한다. 하층민중이 국제정세에 민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그들 나름의 생각이 없지 않았을 것은 물론이다. 특히 주목되는 구절은 일본과 청나라를 멸망시키고 이어서 조선의 이씨왕조를 무너뜨린다고 한 점이다. 먼저 외부에서 제기된 문제를 극복하고 그런 다음 비로소 내부문제에 착수한다고 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 아는 대로 일·청 두 나라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통해 한국을 괴롭힌 장본인으로 수백 년이 지난 뒤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했다. 더욱이 두 나라는 19세기말 한국에 진출, 내정을 간섭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런 까닭에 대다수 민중은 진인이 나타나 그들 두 나라도 없애버리기를 바랐던 것이다. 특히 일본의 멸망에 대한 기대가 커, 일본 정벌론까지 등장하게 된다. 정감록의 한 파트인 ‘서계이선생가장결(西溪李先生家藏訣)’엔 호랑이해부터 뱀해 사이 진인이 일본을 쳐서 항복을 받는다고 했다. 호랑이는 섬나라 일본에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왕이며 뱀은 용과 더불어 성인, 또는 왕을 상징한다. 구한말 한반도 지도를 그릴 때도 한국 사람들은 이를 호랑이로 인식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포항과 장기 앞바다에 등대를 설치한 것에 원한을 품기도 했다. 그곳은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데 등대가 세워지면 호랑이 꼬리에 불을 지른 셈이라는 것이다. 호랑이를 죽이려는 계략이라며 등대를 당장 허물라고 했다. 웃고 넘어갈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막강한 일본을 이기려면 그런 주술에라도 호소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예언서에 언급된 일본정복설은 허망한 소망에 불과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한국산 미곡을 수입했고, 값싼 면직물을 한국으로 대량 수출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민중은 전례 없는 쌀 부족에 시달렸다. 값싸고 품질 좋은 수입산 면직물을 당해낼 길 없어 일반 농가의 면포(綿布) 생산은 위축돼 갔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른 뒤 한국을 집어삼키려고 혈안이 돼 있었다. 예언서에는 그런 역사적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했던 민중의 열망이 표현돼 있다. ●진인왕과 보양법, 밀교 그야말로 초인적인 업적을 이룰 진인왕에 관해 정감록의 일부인 ‘동차결’은 이렇게 점치고 있다.‘태조의 성은 정(鄭), 이름은 홍도(紅桃), 자는 정문(正文), 무오생이다. 섬 가운데 평실에서 나와 계룡산에 건국한다.’ 정진인의 이름 ‘홍도’(붉은 복숭아)는 도교적이다. 복숭아는 수명과 성적 능력을 상징한다. 특히 그 빛이 붉다면 복숭아 중에서도 일품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름은 ‘정문’, 문(文)을 바로잡는다고 돼 있다. 통치 질서와 윤리도덕을 바르게 한다는 뜻으로, 말하자면 진인은 유교적 덕성을 겸비한 존재다. 무오생이라 함도 의미가 있다.10간의 5번째인 ‘무(戊)’와 12지의 7번째인 ‘오(午)’는 각기 중간의 홀수, 즉 중양(重陽)이다. 진시황의 생일도 단오 또는 중양이었다. 이런 남성은 불세출의 영웅이라 한다. 진인왕은 도교적 성격이 강한 만큼 도교서적에 나오는 진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도교에선 양기, 성적 능력을 극대화시키면 절로 진인이 된다고 본다. 그것이 양생법이다. 불교의 분파인 밀교에도 거의 똑같은 가르침이 있다. 당나라 때 도사 손사막이 지은 ‘방중보익(房中補益)’을 보면, 정액을 잃지 않고 93명의 여성과 성교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했다. 몸에 내재한 이성성(二性性)을 살리게 돼 진인이 된다는 말이다. 허무맹랑한 얘기 같지만 밀교는 물론 힌두교에서도 다 그렇게 봤다. 정액을 몸 밖으로 쏟아내지 않고 변화시켜 뇌로 보낼 수만 있다면 열반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사종교의 지도자들은 이를 빙자해 간음 사건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그들로서는 진인 될 수행을 했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1937년엔 백백교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주 전해룡은 간음과 범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무려 350명의 남녀신도를 살해했다고 한다.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 진인왕이 다스릴 새 세상의 특징을 ‘동차결’은 이렇게 적어놓았다.‘여러 대를 두고 내려오던 양반은 상사람이 되며, 상사람은 오히려 양반이 된다. 부처를 섬기는 사람들 가운데서 인재를 뽑아 쓴다.’ 짧은 내용이지만 정감록을 믿던 민중에겐 결정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진인왕이 평등사회를 실현한다고 볼 순 없지만, 조선사회의 신분질서를 뒤엎고자 한 민중의 의지가 뚜렷이 드러나 있다. 상사람이 양반되고 양반이 상사람 된다고 하였으니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진인왕은 유불선 삼교합일의 바탕 위에 존재하지만 그 본질은 불교적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재를 불교에서 구할 리가 없지 않은가. 또한 여기서 나는 조선후기 민중이 성리학적 지배 이념에 반발해 불교에서 대안을 찾고 있었음을 본다. 조선말의 혁명가 김옥균도 불교신자였으며, 이동인과 같은 개화승려도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어떤 사람들은 불교를 융성시킬 진인왕은 전륜성왕이라고 생각한다. 불교 경전에 보이는 전륜성왕은 모두 4명이다. 공교롭게도 예언서에서 진인왕에게 왕업을 도울 세 아들이 있다고 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신라의 진평왕도 아들의 이름을 동륜, 금륜 등으로 불렀다. 그 역시 스스로를 전륜성왕으로 봤다는 증거다. 전륜성왕 가운데 첫 왕은 철륜왕인데 진인왕이 그에 해당한다. 그 뒤를 이어 동륜왕·은륜왕·금륜왕이 차례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다. 불교신자로서 정감록을 믿는 사람들은 진인왕의 협력자인 세 아들에게도 당연히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전륜성왕이 출현할 때 우담발라가 핀다고 했다. 서두에서 말했듯 이미 우담바라는 피었다. 과연 전륜성왕은 오는 것일까. 전륜성왕이 가진 7개의 보물 중 하나인 거사보(居士寶)는 고아, 노인, 병자 등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을 모두 구원하는 능력이 있다. 더러 전륜성왕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예언서 속의 진인왕은 서양열강, 중국, 일본을 평정하고 동아시아에 새 질서를 구축한다고 했다. 정감록은 당대 민중의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할 대안이었다. 그 예언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했느냐는 별개 문제다. 대안이란 점에서 정감록은 예언서로서 생명력을 오래도록 유지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信不구제 혈세 쓰나’ 논란

    ‘信不구제 혈세 쓰나’ 논란

    정부가 다음달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여당이 국민세금을 신용불량자 부채탕감에 동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자금 마련방안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는 정부 안에서조차 ‘모럴 해저드’(여력이 있는데도 돈을 갚지 않는 등의 도덕적 해이) 확산과 세금 전용(轉用)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납세자들로부터 “혈세(血稅)를 쓰는 것은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정에서 1조원 마련해 신용회복 지원 열린우리당은 지난 25일 비전2005위원회를 열어 스스로 회생할 능력을 상실한 한계 신용불량자의 빚을 금융기관이 손비(損費)처리 하는 방식으로 탕감해 주고, 그 손실분을 금융기관과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정부쪽 재원은 각 부처의 경상비 예산을 5%(1조원 추정) 삭감해 마련키로 했다. 이 방안은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아이디어로 추진됐다. 강 부의장은 “외환위기 때에도 공무원 임금 등 정부재정을 10% 절감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지원을 금융기관에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부의 공동부담이 불가피하다.”면서 “공무원 봉급 등 필수경비를 손대는 게 아니라 재정의 비효율성을 줄여 충당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비 예산은 기관의 유지·운영에 쓰는 것을 통칭하는 말로 관서운영비, 여비, 업무추진비 등이 대표적이다. ●재경부 “국가가 너무 깊이 간여하면…” 이 방안의 현실성에 대해 정부 안에서 먼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이 앞장서 정책집행의 ‘실탄’을 마련해주겠다는 데 대해서는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상호계약에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면서까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방안대로라면 상당수준의 부채 원금탕감이 불가피해 정부정책의 골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여당의 계획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단 원금탕감까지 고려하는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여러차례에 걸쳐 “원금을 깎아주면 신용질서가 무너지게 되므로 모럴해저드 방지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혀왔다. ●가구당 6만원…사실상 공적자금 투입?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경상비라는 것이 어차피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기 때문에 절감을 통해 생겨나는 돈 역시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국민의 세금”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생각하는 규모 1조원을 우리나라 가구 수(2003년 말 주민등록 기준 1700만)로 나눌 경우 한 가구당 거의 6만원의 세금을 낯모르는 신용불량자 지원에 쓰는 꼴이 된다. 또 오는 4월 재·보궐선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대표적인 민생정책을 정치권이 주도할 경우 ‘선심’으로 흐를 가능성도 우려된다. 취약계층과 생계형 이외에 좀더 사정이 나은 신용불량자들로 수혜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경상비는 국민세금이기 때문에 이를 다른 곳에 쓸 경우 결국 다음 회계연도에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일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와 안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의 방안은 당장이야 신용불량자 수를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자나 금융기관 모두의 모럴해저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균 전경하기자 windsea@seoul.co.kr
  • 儒林(273)-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3)-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다른 성리학자들이 공자의 사상을 다만 학문으로만 연구하고 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조광조는 공자의 사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애를 쓰다 목숨을 잃었던 순교자였다. 격랑의 역사를 온몸으로 부딪쳐 유가의 도를 실현하려다 산화한 순교자였던 것이다. 종착역이던 안동역까지의 소요시간은 무려 6시간, 아침을 거르고 나온 나는 열차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파는 승무원에게 도시락을 샀다. 도시락으로 아침을 때우면서 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열차의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예전 그대로의 산야였고, 어쩌다 스쳐가는 강과 계곡은 의구하였지만 피란기차와도 같았던 열차의 내부는 마치 위생적인 병원의 복도처럼 정갈하였고 승무원이 파는 도시락 역시 훌륭하였다. 아침을 먹고 나서 뜨거운 물을 마시며 나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평일이었으므로 승객들은 만원이 아니었지만 마침 봄이라 드문드문 등산객과 관광객 차림의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도록 의자의 방향을 바꾸어 앉아서 즐겁게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철도노선에는 소백산이나 태백산, 치악산 같은 명산들이 있어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조춘(早春)이라 산야에는 벚꽃들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나 개나리와 같은 성미 급한 봄꽃들이 홍역을 앓는 어린아이의 몸에 돋아난 붉은 발진처럼 울긋불긋 피어나 있어 그런대로 신열(身熱)이 오른 나른한 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일부러 중앙선열차를 타고 단양까지 가고 있는 것은 참혹했던 청춘의 옛 추억을 반추해 보려는 낭만적인 생각보다는 지난 1년 동안의 역사추적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조광조로부터 시작된 역사추적은 2500년 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공자로까지 이어졌었다. 조광조가 그토록 실현하고 싶어 했었던 공자의 유교식 개혁정치, 즉 왕도정치가 무엇인가를 나는 공자의 생애를 더듬어봄으로서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작업을 통해 나는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조광조가 유가사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애를 쓰다 실패하였던 정치가라면 공자역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무려 13년 동안이나 주유천하를 하였지만 마침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실패한 사상가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실패한 정치가란 점에서는 한 개의 수정란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생아처럼 닮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광조는 어째서 공자의 정치적 주유천하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낡은 풍습과 사상을 공자의 유교식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개혁정치를 펼치다 역시 실패하여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던 것일까. 어째서 조광조는 이미 실패로 끝난 공자의 왕도정치의 철학을 개혁정치의 신 이데올로기로 맞아들인 것일까. 그렇다면 조광조의 유교적 개혁정치는 처음부터 실패로 끝날 것임이 예정되어 있음이 아닐 것인가. 공자의 왕도정치. 그것은 우선 군주와 힘을 가진 권력자들의 높은 윤리의식과 엄격한 도덕주의가 요구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절대 권력자들이 인·의·예·지의 유교적 이념을 철저히 실천하여 군자가 되는 것이 바로 공자의 지치주의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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