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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노무팀 해체·경영진 감봉”

    KBS가 최근 물의를 빚은 ‘노조회의 도청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무팀 해체와 함께 정연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전체에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KBS는 25일 오후 ‘KBS 경영진 일동’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 할 KBS가 국민들에게 깊은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 담당 한 실무자에 의한 우발적 사고였지만, 결과적으로 KBS의 도덕성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의 상징인 노무팀을 해체하고, 경영진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KBS는 또 도청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노사 공동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에 대한 중징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노조는 “예정대로 29일 오전 10시 정 사장에게 사퇴건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추후 회의를 통해 사측의 제안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정 사장이 이번 도청사건에 대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지고 29일까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전 조합원과 함께 정 사장 퇴진운동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한편 PD협회와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사측의 낙후된 노무시스템을 비난하면서도 “진상조사나 조합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사건을 정사장의 거취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조의 성급한 행동을 질타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우리금융 스톡옵션 논란 ‘봉합’

    우리금융지주 임원들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부여를 둘러싼 우리금융과 예금보험공사간의 신경전이 양측의 입장조율로 봉합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25일 황영기 회장과 사외이사 등 6명이 받았던 31만여주의 스톡옵션을 반납한데 이어 나머지 임원 43명도 각기 받았던 스톡옵션을 모두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2일 황 회장을 포함한 임원 49명에 대해 163만 5000주의 스톱옵션을 부여하기로 결정했으나, 예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따라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보는 28일 열리는 우리금융의 주주총회에서 이들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결정을 정식 거부하기로 했다. 예보는 다만 우리금융과 재논의한 뒤 적당한 시점에 임시 주총을 열어 특별결의 형식으로 임원들에 대해 일정 규모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규모 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측은 주가와 경영성과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사회에서 결의한 스톡옵션 부여를 예보가 반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수 없다는 주장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에 160여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일뿐더러 절차상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 맞서 논란을 빚어왔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사설] 프랑스의 주35시간제 포기

    프랑스 하원이 주 35시간 근로제 완화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상원의 형식적 절차가 남아 있으나 곧 공식 발효될 전망이다.35시간제의 포기는 1998년 사회당 정부가 도입한 이후 7년만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이 실패로 끝난 것을 의미한다. 당시 사회당 정부는 900만명에 이르는 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10% 줄이면 돈 안 들이고 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호언(豪言)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희망은 참담한 결과로 되돌아 왔다. 기업들은 노동시간이 줄어들자 추가 고용을 회피했다. 경쟁력을 위해 임금이 싼 헝가리·체코 등 구(舊)동구권으로 공장들을 옮기는 바람에 일자리 창출은커녕 실업률만 높아졌다.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잠재적 성장동력 상실로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사합의에 의한 35시간제를 채택한 독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짧은 근로시간, 긴 휴가’를 내세웠던 유럽 여러 나라의 근로시간 단축정책은 부작용만 키운 셈이다. 지금은 불황타개와 일자리 확보를 위해 추가 임금인상 없이 노동시간을 다시 늘리는 ‘U턴’ 분위기가 확산되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유럽형 노동정책 모델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온 우리 정부와 노동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처럼 ‘고용없는 성장’과 생산공장의 해외이전이 줄을 잇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창출 등에 매달리는 정부로서는 프랑스 등 유럽식 사회주의의 실패 사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 [EBS플러스1]

    07:20 수능특강 선택 한문 08:10 2006 대학입시가이드 09:00 고2특강 수학Ⅰ, 수학Ⅱ 10:40 수능특강 선택 공업입문 11:30 구술·심층면접 자연계 12:20 고1특강(재) 국사, 도덕 14:00 수능특강 선택(재) 한문 15:40 수능특강 선택(재) 물리Ⅰ, 지구과학Ⅰ, 국사 18:10 고2특강(재) 수학Ⅰ, 수학Ⅱ 19:50 수능특강 선택(재) 공업입문 20:40 구술·심층면접 자연계(재)
  • 영세자영업 빚 상환 1년유예로 ‘재기’ 의문

    정부가 고민 끝에 극빈층 등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기대하는 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의 대책으로 해결되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주된 대상인 데다 가장 중요한 금융기관들의 협조가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들은 벌써부터 ‘관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영세자영업자에 대해 최장 1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자활능력을 높이기 위해 2000만원 가량의 신규대출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겨우 1년 만에 뚜렷하게 나아지리란 보장이 없는 데다 2000만원 정도로 자생력이 회복될지도 의문스럽다. 게다가 신규대출에 금융기관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하는 형국이어서 실제 집행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프로그램에 동의하지 않은 금융기관에 빚이 있을 경우에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원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금융기관은 군소업체를 빼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의 상당수가 대형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안돼 영세 금융기관으로 옮겨간 점을 감안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신용불량자가 정부 전망보다 늘어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신한·하나은행은 100억원 안팎, 국민은행은 200억원 정도 등 은행별로 100억∼200억원 정도의 추가부담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통상 연체 1년 이상의 장기 신용불량자들은 상환의지가 별로 없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현 명지대 교수는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이번 지원책이 실제 효과를 내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기초수급자)의 원리금이 사실상 탕감되는 등 신용불량자들에게 커다란 혜택이 주어지는 데 따른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도 우려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신용불량자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또 채무탕감 형식의 대책이 나옴에 따라 다른 고객들도 돈을 안갚으려 하는 등 모럴해저드가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하 김미경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정부 주도 信不者대책 마지막돼야

    정부가 어제 생계형 신용불량자(신불자)와 채권추심전문회사(SPC) 설립을 통해 일반 신불자를 구제하는 내용의 신불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지난해 말 361만명에 이르는 신불자 중 140만명가량이 신불자의 낙인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배드뱅크, 개인워크아웃, 개인회생제 등 각종 신불자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자활능력을 상실한 계층에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던 게 사실이다. 신불자는 줄이지 못한 채 도덕적 해이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이들에게 삶의 활로를 터주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번 대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상자들의 자활의지, 지속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감 확보,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동참 등 선행조건도 적지 않다. 언제까지 정부가 금융기관에 부담을 떠넘기는 식의 신불자대책을 쏟아낼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인 빈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동반성장의 궤도에 들어서려면 절망 속에 방치된 영세 신불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이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추구해야 할 ‘공익가치’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이 신불자를 위한 마지막 대책이 돼야 한다고 본다. 시장의 흐름과 역행하는 대책은 항상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부터 영세민들이 자활할 수 있게 국가경제 전체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 [씨줄날줄] 검찰인사 청탁/ 우득정 논설위원

    ?:국민의 정부 시절, 검찰 인사를 관장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집무실.A국장의 전화기 옆 메모꽂이에는 휘갈겨 쓴 메모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주로 외부에서 온 인사청탁이란다. 불과 보름 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인사청탁을 하면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한 엄포가 무색할 정도였다. 장관과 총장의 약속대로 메모지에 적힌 당사자들만 불이익을 줘도 인사하기 쉽겠다고 하자 “동냥을 주지는못할 망정 쪽박을 깰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A국장은 청탁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실력자들이라면서 갈수록 인사청탁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며칠 후 B 부장검사의 방. 연수원 14기(사시 24회)인 그는 13기 때문에 검찰의 물이 흐려졌다고 목청을 높였다. 사시 300명 시대의 첫 주자인 13기가 부장검사 승진을 앞두고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바람에 당시 검찰 수뇌부가 고심 끝에 한명의 열외없이 모두 승진시켰다는 것이다. 집단적인 로비로 ‘선별 승진’이라는 보루가 무너진 만큼 인사 로비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 인사철만 되면 전국의 검찰청 주변에는 ‘∼카더라’식의 소문에서 익명의 투서에 이르기까지 인사청탁과 관련된 온갖 풍문이 나돈다. 요직에 발탁된 검사 뒤에는 ‘누구의 줄을 잡았다.’는 해석이 그럴듯한 정황 증거와 함께 덧붙여진다. 어떤 검사들은 고위층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형, 아우 사이’임을 공공연하게 내비친다. 실제 출입기자들을 앞에 두고 고위층에 전화를 걸어 ‘형님, 접니다.’라고 떠벌린 검사도 있었다. 참여정부에서는 달라졌겠거니 싶었는데 아닌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내달 초 퇴임을 앞둔 송광수 총장이 여기저기에 인사청탁을 하고 다니는 검사는 ‘용심’을 부려서라도 옷을 벗기겠다고 경고했겠나.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전례없을 정도로 높아졌는데 2년에 걸친 송 총장의 검찰 바로세우기 노력이 인사청탁 잡음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되지나 않을까 안타깝다. 서울 고검 검사에서 옷을 벗은 한 변호사는 사석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보직을 놓고 다투지 말라.”고 충고했다. 별 볼일 없다는 고검 검사도 변호사 3명 정도의 값어치가 있더란 말과 함께.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공직자 윤리와 부동산] 도덕성 잣대 ‘껑충’…공직자 윤리는 ‘제자리’

    [공직자 윤리와 부동산] 도덕성 잣대 ‘껑충’…공직자 윤리는 ‘제자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공직자의 재산 증식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여야 정치권이 도입을 추진 중인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부동산도 포함하는 방안을 본격 제기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공직자에 대해 부동산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합리적인 잣대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3년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도입된 이후 부동산은 국회의원, 장·차관, 고위 공직자들의 ‘무덤’이 돼 왔다. 여론은 공직자에게 공직을 택할 것이냐, 재산을 택할 것이냐를 때로는 강요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의 과다 보유를 문제삼던 초기에서, 취득 과정의 불법성 여부나 매각과정의 투명함을 요구하는 쪽으로 시각이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의 투기 잣대는 강화중 부동산 소유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시민단체는 ‘투기’라고 공격하고, 공직자는 ‘단순 투자’라며 방어해 왔다. 그러나 일단 논란이 되면 해당 고위 공직자들은 여론재판에 떠밀려 대부분 낙마하거나, 어렵게 임용된다고 해도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어 업무수행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한화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사는 “선진사회로 진행하면서 도덕성의 잣대는 계속 강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처럼 공직을 맡는 사람은 국민의 최소 의무인 국방·납세의 의무를 준수했는지 여부가 임명의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사회 지도층은 본질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불법적 행위가 공소 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국민들이 눈감아주지는 못한다.”면서 “앞으로는 부정한 재산 증식이 있어서는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시금석이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영삼 정부 때 도입된 이 제도의 첫 희생자는 뜻밖에도 여당 소속의 국가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박준규 전 국회의장이었다. 1993년 3월 1차 재산공개에서 아들을 포함해 고위 공직자로서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박 전 의장은 결국 국회의장직을 사퇴했고, 나중에는 의원직까지 내놨다. 당시 들끓었던 여론의 비난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만한 상황이다. ●매도과정 적법성도 중시 경제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공직자의 부동산 과다소유를 두고 투자 또는 투기라고 딱 잘라서 말하지 못한다. 경제적 논리로만 볼 경우 투기도 투자의 일환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높은 위험을 감수해 많은 이윤을 얻어내는 투자기법이라는 논리다. ‘토지정의시민연대’ 남기업 사무국장은 “투기와 투자를 구별하기는 어렵다.”면서 “전국민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동산 투자의 진흙탕 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분석한다. 그는 그러나 “고위 공직자들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므로 ‘여론재판’이라는 지적이 있더라도 엄격한 잣대로 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경제부총리의 사퇴를 몰고온 ‘부동산 취득 및 매각’과정은 그러나 현재 국민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의 잣대’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의 부동산 파문은 경기 광주 소재의 전답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전답은 현지인이 아니면 소유할 수 없으므로 주소지 이전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했다. 이것은 위장 전입으로 ‘불법’이 된다.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매수뿐만 아니라 매도 과정도 적법한가, 또 그 과정에서 부가되는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초기 재산공개를 보면서 ‘국민정서법’이 작용했다면 이제 ‘법적 합법성’을 더 강조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이재근 투명사회국 간사는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투기와 투자의 분류가 아니라, 재산축적 과정의 불법성 여부”라면서 “이헌재 전 부총리나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은 모두 20년 전의 일이라고 해도 위장 전입을 통해 토지를 취득했고, 그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투기 의혹 부동산을 기증하기도 투기 논란을 ‘증여’ 등을 통해 해결한 공직자들도 있다.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은 지난해 부동산투기 의혹이 일자 문제의 경기 동두천의 70평짜리 땅을 ‘지구촌 나눔운동’에 기부했고, 충남 홍천의 임야 3000평도 ‘탄허불교재단’에 기증해버렸다. 이보다 앞서 이명박 서울시장은 민자당 비례대표시절 과도한 부동산 소유로 문제가 되자 서초동 주변의 노른자위 땅을 공시가격 이하의 무척 싼 가격에 매각해 여론을 무마해 나갔다. 참여정부의 공직자 검증 강화는 다른 한편으로는 현직의 공직자들에게 반면교사 역할도 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의 한 부인은 최근 5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의 재개발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했으나 양도세가 3000만원이라 ‘방법’을 찾고자 했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무주택자인 동생에게 ‘위장 매매’를 통해 세금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그 부인은 현재 참여정부의 공직자 인사검증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탈세행위를 포기했다. 중앙부처의 또 다른 고위 공무원도 지방발령으로 갑작스레 서울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아파트 가격이 한 차례 폭등한 탓에 양도세는 2500만원 수준이었다. 그는 아파트 구매자가 취득세를 적게 낼 수 있도록 매매가를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사문서 위조”라며 거절했다. 현재는 부동산 실명제와 실거래가 신고 등이 도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70·80년대식 불법·편법의 사례들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이야기다. 현재 시중에서 동원되는 불법·편법의 방식으로는 ▲주소지 이전을 통한 농지구입 ▲가족이나 친척의 이름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형질변경전까지 현지주민 이름으로 위장매입 ▲매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작성하는 ‘다운(Down)계약서’ 작성을 통한 탈세 등이 거론된다. 문소영 박준석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공직자는 ‘부동산 완패’?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러나 이제 고위 공직자들은 부동산문제에 걸리면 웬만해선 살아올 수 없다는 ‘부동산 완패’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올해도 부동산의 덫에 걸려 낙마한 ‘높으신 분들’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의혹은 받았지만 여론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인사도 있다. 요즘 공직자들 사이에선 부동산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고위직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최근 물러난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는 청와대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로 돌아간 경우이다. 아무리 사회기여도가 높더라도 부동산에서 깨끗하지 못하면 ‘국민정서법’이 가만 두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이기준 전 총리는 부임 57시간 만에 물러났다. 안동수 전 법무장관이 지난 2001년 43시간 만에 사퇴한 것에 이은 역대 2위의 단명장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총리는 미국 국적의 장남 명의로 거액의 부동산을 은닉한 의혹을 받았다. 잠잠하던 부동산 망령은 지난달 말 다시 불거졌다. 경제수장인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도마에 올랐다. 공직자 재산공개과정에서 부동산 분야만 재산이 7년 사이에 46억원이 불어 투기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어 부인이 경기 광주시 전답을 매입하면서 위장전입을 했다는 것이 추가로 드러났다. 올해 국정 최대의 화두를 경제회복으로 잡은 청와대로서는 이 부총리를 살리려고 했지만 끝내 여론에 두손을 들고 말았다. 최근엔 높은 도덕성이 필수적인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마저 부동산 덫에 걸려들었다.20여년전 농지를 사면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 위원장은 사퇴는 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텼다. 청와대도 위장전입한 때가 오래 됐고 사회봉사활동을 높이 사 그냥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이주성 국세청장,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관문을 무사히 뚫었다. 크고 작은 부동산 의혹이 제기됐지만 설득력있는 해명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미성년자인 장남이 외조모로부터 아파트를 물려받은 사실에 대해 “우리부부가 장모를 모시고 살아 손자를 배려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효’를 내세워 의원들을 설득했다. 허 청장도 2003년 부인이 대전에 아파트를 산 뒤 1년도 안돼 되판 사실에 대해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투기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허 청장은 “동생이 아버지의 노후를 위해 구입했다가 되판 것”이라고 말해 역시 ‘효’를 내세워 청문회 의원들의 예봉을 피했다. 뚜렷한 부동산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양승태 대법관은 청문회에서 단번에 합격점을 받았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독자의 소리] 교사들 윤리의식 향상이 먼저/이경수 전남 함평군 함평읍 수호리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학업성적 관리 종합대책’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성적 관련 비리를 막고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최소한 제동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성적비리에 연루된 교사는 파면 또는 해임 등 중징계와 함께 교단에서 퇴출당하고 해당 학교장과 학교에도 연대책임을 묻게 된다. 또 교원연수를 강화하고 교사 2명 시험감독제와 학부모 보조감독 참여 등의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대해 제기되는 의문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비리교사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비리가 사라질 것은 아니며 연수강화가 교사의 윤리의식 향상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험감독자 수 확대와 학부모 보조감독 참여 방안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부족한 교사의 수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이며 학부모를 학교현장에 동원시키겠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대책은 서울시내 일부 고교 교사들의 성적조작 비리가 드러나면서 제기된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교사들의 반성과 윤리의식 제고가 중요하다. 교원 단체들도 교사들이 불명예의 굴레를 벗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교사 윤리강령제정과 자정운동전개 등 깨끗한 교직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의 성적관리 방향은 처벌 일변도보다는 교사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도덕적 타락을 막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 이경수
  • “박찬욱 감독 히치콕에 견줄만”

    |뉴욕 연합|영화 ‘올드 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명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에 견줄 만하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임스는 오는 25일 ‘올드 보이’의 뉴욕 개봉을 계기로 이 영화의 줄거리와 관람 포인트를 소개하고 박 감독의 영화 세계를 상세하게 조명하면서 그의 영화적 기교를 격찬했다. 타임스는 “일부 평론가들은 박 감독의 소름끼치는 영상과 고도로 창의적인 폭력이 관객의 감정을 ‘착취’한다고 폄하하지만 그의 영화적 기교를 평가절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박 감독이 “색채와 공간을 놀랍도록 간명하게 통제하고, 줄거리를 전개하는 감각은 세련되고 대칭적이며, 연기자들과의 호흡은 창의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주관적인 영상을 세련되게 사용하는 능력은 히치콕 감독에 견줄 만하다.”고 밝힌 타임스는 “히치콕과 마찬가지로 박 감독은 우리를 주인공의 머릿속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도덕적으로는 용납하지 못할 주인공의 끔찍한 행동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감금됐던 ‘올드 보이’ 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가 풀려나자마자 일식집으로 가 산낙지를 통째로 씹어먹는 ‘충격적인’ 장면을 소개하면서 “이것은 의미를 내포한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박 감독의 ‘올드 보이’를 비롯해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등 흥행 대작들에 힘입어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보다 국산영화가 더 인기를 모으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소개했다.
  • 문희상 輪禍·유시민 당비논란…與경선 2대변수

    문희상 輪禍·유시민 당비논란…與경선 2대변수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이 21일 중반에 접어들면서 두 가지 변수가 돌출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문희상 후보는 20일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고, 문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는 유시민 후보는 당비를 체납했다가 뒤늦게 납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곤혹스러운 유시민 후보 유 후보는 이날 부산MBC 합동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 당원으로 많이 가입하라. 당비는 월 2000원”이라며 “이제부터 나는 열린우리당 ‘왕삐끼’”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왕삐끼’를 자임한 유 후보는 그러나 5개월치 밀린 당비 700만원을 지난 17일 뒤늦게 납부한 것으로 밝혀져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 당비를 납부하는 기간당원 육성은 유 후보가 강력히 주장해 온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일부에서는 현재 당헌당규상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지 않을 경우 기간당원의 자격이 박탈된다는 점을 들어 후보자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납 논란은 인천의 한 당원이 당 게시판에 “8명의 후보는 당비납부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유 후보만 공개를 미루다가 17일 미납당비를 뒤늦게 납부한 뒤 18일 게시판에 소명했다. 유 후보측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체납은 지난해 2월과 4월 각 200만원과 8월·9월·10월 각 100만원 등 700만원이었다. ●중앙당 “당비 독촉 등기서류 있다” 논란이 발생하자 유 후보는 부산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비 미납은 중앙당에 납부하던 것을 도당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라며 “그동안 납부를 독촉받은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당 관계자는 “2차례 등기까지 보낸 서류를 갖고 있다.”고 유 후보의 ‘착오’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직책 당비가 미납될 경우 한달에 1∼2회 의원회관으로 편지를 보내고 등기도 보낸다.”면서 유 후보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우체국에서 등기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면서 논란이 확산되면 열람시킬 용의가 있음을 알렸다. 한편 최규성 사무처장은 “유 후보의 기간당원과 피선거권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불안한 문희상 후보 부산 동아대 병원에 발이 묶인 문희상 후보측은 “1등을 달리다가 선거운동을 못 하게 되니 불안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날 오전·오후 두 차례나 국회 중앙기자실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호소작전’도 병행했다. 교통사고로 동정표가 몰릴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이 있는가 하면, 현장 접촉이 없기 때문에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공존하고 있다. 문 후보측은 “미디어선거인데 3∼5차례 TV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면 큰 손실”이라며 “현장에서 설득력 있는 후보의 연설을 대의원들에게 들려줄 수 없고, 다른 후보의 공격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참 어렵다.”고 걱정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인권위원장 사퇴 부른 국민 눈높이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이 마침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 들어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퇴한 고위 공직자는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왜 한 달에 한 번꼴로 최고위급 공직자가 낙마했을까. 청와대의 고위공직자 검증제도가 엉망이라서 그런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가 새삼스럽게 늘어나서 그런지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타의에 의해’ 물러난 공직자들은 전문성과 능력이나 업무실적에 있어서 최고수준의 평가를 받아 왔던 사람들이다. 과거 시절이라면 이 정도의 의혹은 몰랐거나, 문제가 됐더라도 사퇴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십수년 전의 의혹까지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제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특정인의 과거가 발가벗겨질 수 있는 인터넷 시대라는 데 그 해답이 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정당한 평가와 비판보다는 공개재판식 여론 형성과 교조적 중우정치의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시대의 변화는 받아들이되 위험요소들에 대한 검증장치나 국민의식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에 대해 청와대측은 대체적으로 ‘안타깝다.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그 정도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은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온정주의도 곤란하다. 물론 청와대의 공직검증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한계는 있을 것이다. 또 불법과 도덕성을 드러난 자료만으로 검증하기는 충분치 못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고위 공직자의 불법이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평가기준이 높아졌다는 흐름을 거스르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공직자들의 자기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재산이나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지는 인사권자보다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감추거나 어물쩍 넘어가던 시대는 갔다. 공직을 요청받는다면 나아갈지, 고사할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 “경기 작년 재판 우려”

    국내 경기가 지난해 재판(再版)이 될지 모른다는 재계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20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주장하지만 재계의 풍향계는 다소 다르다.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지난해에도 경기가 3월까지는 매우 좋았다.”면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한창 커질 무렵, 난데없는 폭설에 대통령 탄핵정국, 중국 금리인상 등이 터지면서 2분기부터 경기가 고꾸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올해도 이 달까지는 지표경기가 좋지만 독도 분쟁, 북핵 문제 등 조짐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업체의 임원도 “지난해가 대내 문제였다면 올해는 대외문제라는 것만 다를 뿐, 전개되는 양상이 지난해와 매우 흡사하다.”고 걱정했다. 반짝 호조 끝에 찾아왔던 지난해의 긴 악몽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고유가와 환율에 발목잡히고 있는 점도 지난해와 비슷하다. 금융기관장을 지낸 한 고위인사는 “주가든 환율이든 높거나 낮은 것은 괜찮다.”면서 “문제는 진폭”이라고 우려했다. “요즘처럼 시장이 출렁대는 것은 불길한 징조”라며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시장 혼란기의 전형적 특성”이라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인권위원장 투기의혹 서글프다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이 위장전입을 통해 농지를 매입했다는 투기의혹과 관련,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해를 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젊은 시절 사려깊지 못한 과오”라고 자책하면서 국가인권위원장을 마지막 봉사의 자리로 삼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불과 2주일 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투기의혹을 명쾌하게 떨쳐버리지 못한 채 중도 낙마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참여연대 공동대표, 민변 회장, 대한변협 인권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시민운동의 ‘도덕성’처럼 떠받들어지던 인물에게서 탈법과 투기의 전형(典型)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의 해명처럼 20,30년 전에는 부유층 사이에 위장전입을 통한 농지 매입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해졌다. 최 위원장의 경우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해외 밀반출되려는 토기를 사들여 국가에 기증하고 무료 변론에도 앞장서는 등 나름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앉은 이상 이러한 공(功)도 탈법 투기라는 허물을 덮지는 못한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은 감싸면서 어떻게 남의 잘못을 꾸짖고 소외층의 인권을 보듬을 수 있겠는가. 공직자의 기본자세는 남에게는 도량을 베풀더라도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한다. 우리는 최 위원장이 여론의 향배를 살필 게 아니라 그러한 흠결을 안은 채 공명정대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자문해봐야 한다고 본다. 상대방의 눈에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공직자들은 투기문제로 국민을 더이상 슬프게 해선 안 된다.
  • [EBS플러스1]

    06:30 수능특강 선택 국사, 한국근현대사 08:10 수능특강 선택 정치, 경제 09:50 수능특강 선택 물리Ⅰ, 화학Ⅰ 11:30 수능특강 선택 생물Ⅰ, 지구과학Ⅰ 13:10 고1특강 종합 국어(상), 도덕, 과학 17:20 구술·심층면접 인문계, 자연계 19:00 수능특강 종합 언어영억 20:40 수능특강 종합 외국어 영역 22:20 수능특강 종합 수리영역-수학Ⅰ, 수학Ⅱ 24:00 오답노트 언어영역
  • 최영도 인권위장 사의 안팎

    최영도(67)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다른 문제도 아닌 부동산 투기의혹은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나 무거웠다. 결국 최 위원장은 투기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18일 전격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인권위 위원장에 취임한 지 85일 만이다. 사실 최 위원장은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물러날 만한 사안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자신의 잘못이 ‘여론을 무마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인생을 회고하건대 지금까지 돈과 권세와 지위를 추구하면서 살지 않았고, 그런 인생을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소전문’이라고 자조했을 만큼 시국 및 인권사건 전문 변호사였던 최 위원장은 사실 우리나라 문화재 기증문화의 선구적 존재이기도 하다. 그는 2000년 자신의 표현대로 20년 동안 ‘커다란 빌딩은 하나 족히 샀을’ 정도의 비용을 들여 모은 토기 1578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앙박물관이 올 가을 개관하며 ‘최영도 기증실’을 별도로 만들 계획일 정도로 수준 높은 컬렉션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회공헌에도 투기의혹에 대한 ‘건물 밖’의 분위기는 달랐다. 여론은 일제히 부동산 매입을 위한 위장전입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며 등을 돌렸다. 인권위원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공동대표로 있던 참여연대마저도 그의 사퇴를 준열히 촉구했다. 이날 밤 반포동 자택에서 만난 최 위원장은 기자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친정’격인 참여연대의 사퇴 촉구를 두고 “예상했던 바이고, 나로 인해 몸담았던 단체들이 부담을 갖거나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성명서를 읽어 보니 고심의 흔적이 보이더라.”면서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더구나 장남의 위장전입 의혹에 “몸이 불편한 장남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려고 임야를 아들 이름으로 등기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잦아들기는커녕 둘째·셋째아들에게까지 ‘불통’이 튈 기미를 보이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던 듯하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EBS플러스1]

    07:20 수능특강 선택 한문 08:10 2006 대학입시가이드 09:00 고2특강 수학Ⅰ, 수학Ⅱ 10:40 수능특강 선택 공업입문 11:30 구술·심층면접 자연계 12:20 고1특강(재) 국사, 도덕 14:00 수능특강 선택(재) 한문 15:40 수능특강 선택(재) 물리Ⅰ, 지구과학Ⅰ, 국사 18:10 고2특강(재) 수학Ⅰ, 수학Ⅱ 19:50 수능특강 선택(재) 공업입문 20:40 구술·심층면접 자연계(재)
  • [日 3·16도발] 盧대통령 “우리는 정신적 침략을 당했다”

    [日 3·16도발] 盧대통령 “우리는 정신적 침략을 당했다”

    독도문제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침묵의 이면에 강한 분노가 깔려 있음이 감지된다. 노 대통령은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지 않았고, 사회봉을 NSC 상임위원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줬다. ●외교적 파장 고려 직접 언급은 자제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외교적 파장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화났다.’는 식의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다. 당초에 ‘대일 신 독트린’을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이 발표하려다 정 장관으로 바꾼 것도 사실상 대통령의 의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담과 함께, 발표의 격은 높인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사실상 우리는 정신적 침략을 당했다.”면서 “한·일관계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 대통령은 우선 일본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7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임기 중에 과거사를 거론하지 않겠다.”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설정한 배경에는 일본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반성은커녕 시마네현 조례 제정, 역사교과서 왜곡 등으로 이런 기대에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과거사 거론 않겠다’ 호의 무시한셈 “우리의 선의와 호의를 무참히 무시하는 일본은 해도 너무한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에서 노 대통령의 배신감과 분노의 강도가 감지된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일본 사람들은 반성을 안 하는 사람들”이라고 국민성까지 거론하면서 강력하게 비난한 것도 청와대의 기류와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이 ‘대일 신 독트린’에 직접 개입하는 형식은 피했지만 실제로는 노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은 다 들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배상할 게 있으면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부분에 대해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은 이날 “군위안부·사할린 동포·원폭피해자 등에 대해 일본정부는 도덕적 책임을 지라.”고 구체화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데스크시각] 신격호 회장의 카리스마/홍성추 산업부장

    롯데 그룹 신격호 회장은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창업주다.83세의 고령임에도 일본과 한국을 넘나들면서 근무하는 이른바 ‘셔틀 경영’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9일 귀국, 한국에서의 집무가 시작되면서 신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롯데 그룹이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음을 감지한 신 회장이 어떤 대응카드를 들고 나올 것인가 하는 궁금증 때문이다. 지금까지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카리스마’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23세 때인 1945년 일본 도쿄의 한 낡은 창고를 빌려 가마솥을 걸어놓고 기름·비누공장을 설립, 오늘의 ‘롯데 왕국’을 키워냈다. ‘조센징’이라는 핍박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 냈다. 당시 교포들 대부분은 ‘파친코’나 불고기집,‘야쿠자’ 등으로 흘러들었지만 신 회장은 제조업으로 승부, 일본인들도 놀랄 정도로 기업인으로 성공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 67년 한국에 진출, 그룹을 명실상부한 식품과 유통의 대명사로 키웠다. 현재 건설 화학 음료 등 41개 계열사에 연 매출 22조원을 기록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됐다. 지주회사격인 롯데칠성의 주가는 100만원을 웃돌아 ‘황제주’로 대접 받고 있다. 지금은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를 매출이나 순익에서 크게 앞지르고 있다. 그만큼 한국에서도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신 회장은 철저한 현장주의 경영자다. 아침에 일어나면 2시간30분 이상을 걸어다니며 잠실 롯데월드를 꼼꼼히 챙겨 직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백화점이나 호텔도 마찬가지다. 안전과 품질에 대한 완벽은 결벽증에 가깝다. 또한 수치 감각이 뛰어나 어떤 전문경영인도 신 회장 앞에 서면 쩔쩔 매고 만다고 퇴임한 전직 임원이 전했다. 그 대신 롯데는 대부분 정년을 보장해 주는 편이다.IMF 환란 사태 이후 수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펼칠 때도 롯데만큼은 남의 얘기였다. 최근 롯데호텔에서 명퇴를 받는다고 했을 때 오히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냉철한 승부사 기질도 가지고 있다.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이 분가할 때나 막내 동생인 롯데햄 신준호 회장이 권위에 도전했을 때 보여준 냉정함은 그의 단면을 보여준 일화다. 이러한 롯데에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영등포 롯데백화점 에스컬레이터 고장으로 승객이 사망한 사건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직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다가 직원 잘못으로 밝혀지면서 도덕성에까지 먹칠을 하고 말았다. 입점 점포직원이 고발하면서 사실이 밝혀졌다는 후문은, 롯데의 현주소를 그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입점 상인들에게 백화점 직원들의 ‘횡포’가 대단하다는 얘기다. 서울 소공동 본점 옆의 옛 한빛은행 자리에 들어서는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을 둘러싸고 노점상들과 충돌하는 것 역시 시민들에게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메이저 그룹으로서의 일처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것이다. 말끔한 일처리와 도덕·안정성을 철학으로 삼고 있는 신 회장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신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계열사 별로 업무보고를 받으며 직접 현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그룹 정기인사에서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에게 상당부분 경영을 일임했던 신 회장이었다. 신 부회장은 10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그러한 와중에 일련의 일들이 잇따라 터져 신 회장 부자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신 회장은 작금의 사태들이 자칫하다가는 그룹의 위기로까지 비화될 수 있음을 감지하고 있는지 모른다. 특히 유통업계의 지존으로까지 대우받던 롯데가 최근 할인매점인 이마트 등에 밀려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유통업의 변신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데 따른 실책이라고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현재의 롯데는 분명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2세로의 경영권 이양 연착륙과 훼손된 유통 명가의 자손심을 시급히 회복하는 일이다. 신 회장 특유의 ‘카리스마’가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재계는 주시하고 있다. 홍성추 산업부장 sch8@seoul.co.kr
  • 정운찬 총장 교육부직원특강 전문

    한국 대학의 현실과 이상 1. 대학의 위기론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위기, 고등교육의 위기론이 들려온지도 제법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의 대학이 짧은 시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감당해온 성취에 대해서 객관적인 인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의 유례없는 발전의 배후에는 물론 전 국민의 피땀어린 노력과 참여가 있습니다만, 그러한 성취동기를 교육을 통해 승화시키고 전문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던 대학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백년에 걸쳐 대학제도를 발전시켜 왔던 구미의 경험과는 달리 한국의 대학은 그 역사가 매우 짧습니다. 이웃 일본에 비해서도 우리는 매우 짧은 시기에 변화와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한국 대학이 수행해온 역할과 수고에 대한 응당의 평가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이 어떤 형태로든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사회로부터 대학에 요구하는 것이 달라졌고, 학생들이 교수와 맺는 관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분화된 학문체제, 입시제도, 교육방식과 학교운영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상들도 자꾸 출현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며 복합적입니다. 한국경제의 발전 수준에서 볼 때 연구의 수준과 교육의 질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론이 이야기되다가 이공계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급격히 변화하고 달라지는 사회를 대학이 채 따라가지 못해 현실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염려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이 별로 쓸모가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학부모들과 중고등 학생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대로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 대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부적합성과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제도적 노력을 개혁이라고 한다면 대학도 현재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있음은 분명합니다. 2. 세계화, 정보화, 신자유주의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의 고등교육, 대학의 위기는 도대체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요? 어떤 분들은 교수진을 탓하고 어떤 분들은 학생들의 질을 탓합니다.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것이 위기의 요인들임은 분명합니다만, 보다 원천적으로 위기의 성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위기상을 지나치게 특수한 것, 즉, 우리만의 잘못된 현상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학들은 유사한 문제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가장 선진적인 대학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대학개혁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한국 대학의 위기상도 20세기 말 이후의 세계사적 변화와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합니다. 저는 크게 세가지 현상이 위기의 배후에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세계화입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상호작용의 빈도가 급증하면서 많은 영역에서 표준의 세계화, 즉 글로벌 스탠다드의 강화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나라별로, 지역별로 독자적인 개성을 갖고 존립이유를 찾아오던 제도나 기관, 관습들이 이 압력앞에 위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영어권이 아니면서 문화적인 축적 수준이 높은 아시아 국가의 대학들이 더욱 심한 몸살을 앓게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두 번째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전달 매체의 발달에 따른 사회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정보의 산출과 유통방식이 지금까지와는 현저하게 달라지면서 전통적인 지식생산과 유통의 책임기구였던 대학의 위상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성적 담론 대신 감성적인 이미지가 더욱 중요시되는 변화도 함께 등장합니다. 지식을 전수하고 공유하는 절차도 현저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대학의 위기를 가져오는 요소로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의 확산을 들 수 있습니다. 시장과 경쟁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서 효율성을 극대화 하려는 논리가 큰 힘을 얻게 되면서 대학의 안팎에서도 경쟁논리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수들의 연구나 교육도 무한경쟁의 시스템 속에서만 더욱 발전하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가정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대학간에도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기업처럼 홍보전략이 중시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대학이 기업연구소나 여타 지식정보기관들과 지식생산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우리 대학의 위기론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연구와 교육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의 시급성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이 선진국대학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는 관점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도 위기나 개혁이 이야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점에서 대학의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도 좀더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것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21세기 세계질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럼에도 무엇이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이해와 대응이 없이 한국대학 만의 미시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한국적 특수성 그러나 한국대학의 위기상은 한국적 특수성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대학이 차지하는 엄청난 사회적 위상에 비해 대학 자체의 존립기반은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특수한 위기를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대학입시 뉴스가 사회의 톱뉴스가 되고, 대학 정책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 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의 대학입학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정도로 교육에 온 정성을 다 쏟는 것도 한국사회의 두드러진 모습니다. 사교육비가 큰 경제부담으로 되는 사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대접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유난히 강한 곳도 한국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대학의 위상이 한국처럼 강한 사회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 반면에 한국사회에서 정작 대학의 존립기반은 매우 취약합니다. 한국 근대 역사 속에서 우리는 대학이 과연 무엇하는 곳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먼저 제도적으로는 대학이 자신의 교육철학과 연구여건을 독창적으로 구축해나갈 자율성과 내적 권위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정부의 대학정책 역시 자율성과 대학개성의 확립이란 점에서는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적으로는 대학이 연구와 교육에 지출하는 수준은 결코 충분하지 못합니다. 국립대학은 국립대학대로, 사립대학은 사립대학대로 우리 대학의 재정은 선진 교육과 연구를 감당하기에 한참 부족합니다. 사회적인 관심은 대단하면서도 정작 대학자체의 자율적 역량과 지적 권위는 뚜렷하지 못한 괴리로 인해 대학은 늘 대학외적인 문제들로 휘둘려온 감이 있습니다. 때로는 정부로부터, 때로는 기업이나 시장으로부터, 때로는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요구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진정으로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오히려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대학이 지성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독자적인 권위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대학에게 점점 더 당장 쓰여질 기술교육, 전문교육을 요구합니다. 대학을 기업연구소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그로 인한 대학교육의 파행을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대학을 자녀의 입시관문이란 잣대로만 바라봅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실상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도 입시만은 최대의 관심대상이 됩니다. 정부기관이 대학을 행정과 규율의 대상으로만 파악하는 사례도 종종 경험합니다. 잠시 저희 서울대학교의 예를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대학이 나름대로의 장점과 수행해야 할 지적 과제들이 있다고 봅니다만 특히 서울대학교가 한국사회에서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장 뛰어난 연구자들을 기르고 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지식산출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오늘 서울대학교의 연구여건은 매우 열악합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지식 산출기관임에도 정작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크게 부족합니다. 대학 본연의 역할을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연구와 교육 자체와는 거리가 먼 일들로 대학의 지적자원이 소진되어야 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입시제도의 난맥상 못지 않게 대학이 뚜렷한 자기비전을 갖고 독자적인 연구와 교육의 내실을 키워가지 못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심각한 위기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서울대학교 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대학과 사회 간에 서로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의 편차가 커지고 상호작용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야기되는 혼란과 불만,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대학이 존립이유와 자기정체성을 뚜렷하게 확립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기의 징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에 위기극복을 명분으로 시행된 여러 가지 하향적 제도 개혁이나 정부간섭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기는 반드시 대학 내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대학-사회-정부가 한데 얽혀 있는 구조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라 생각합니다. 4. 개혁의 방향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매우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학이라는 제도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 본래적인 의미를 재확인하는 작업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대학이 우리 사회에 ‘진리’의 존재와 그 불멸의 가치를 알려주는 지성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고답적인 도덕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세속적인 이해관심에 좌우되는 공리주의에 지배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저는 대학의 이런 정체성이 위협을 받는다면, 안팎의 어떤 요구나 강요에도 흔들리지 말고 우리 자신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변함없는 역할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교육과 연구입니다. 이 둘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아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의 사정과 여건에 따라 둘 중 어느 한곳에 더욱 집중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양자는 대학의 존립근거입니다. 오늘날 대학교육은 너무도 기능위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있는지 저는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때로는 막스베버가 말한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기조차 합니다. 개인의 명예나 출세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과 인류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진지한 젊은이들을 키우는 대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날 대학이 대중교육기관처럼 일반화되기 했지만 그래도 대학은 한 사회의 엘리트 집단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입니다. 대학은 단순한 지식전수기관이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학생들이 즐거워할 취미활동이나 당장 쓰여질 기술교육의 장소도 아닙니다. 대학교육은 학생들의 잠재적인 지적 재능을 키워내고 그들이 창의적이고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길러내는 최고수준의 가르침입니다. 때로는 힘든 훈련을 거쳐 유능한 연구자를 키워내는 과정이어야 하고, 냉정한 평가를 통해 지적으로 단련된 지성인을 키워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역사적인 분기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사고할 줄 아는 식견과 혜안을 길러주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대학교육이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더욱 고급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이런 기대와 매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보는 바대로 오늘날 뛰어난 인재들이 고시공부로, 의대진학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 사회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단일한 가치를 추구하고 당장에 쓰여질 효용과 개인적 안락만을 중요시할 때 그 사회의 발전 잠재력이 약화될 것은 분명합니다. 대학이 이차적이고 직업적인 훈련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이유가 그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직접적 효용성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 진리 그 자체, 연구 그 자체의 의의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성찰성을 중시하는 인문학적인 연구나 실험논리를 중시하는 자연과학적 연구는 그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치합니다. 최근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이분법적 논의를 자주 접합니다만, 이 둘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과학의 양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함께 중시되어야 할 대학의 본령이 연구입니다. 자발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진지한 연구성과를 존중하는 학문적인 분위기가 대학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한국대학은 여전히 선진국으로부터 최신의 지식들을 도입하고 전파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우리 자신이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지식을 산출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해방후 50년이 훨씬 넘은 역사 속에서 여전히 지적인 종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급속한 경제발전, 민주화, 남북관계의 변화, 정보사회로의 이행 등 한국사회가 보여준 현대사의 족적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현상임에도 아직 우리 대학이 이를 세계학계에 내놓을 수준의 연구물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의 개혁이 절실합니다. 한국의 대학은 연구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너무 빈약합니다. 교수들의 연구를 진작시킨다는 명목으로 요즈음 경쟁논리가 곳곳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교수사회도 좀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연구활동에 참여해야 하며 자기쇄신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쟁구조와 관료적인 평가논리가 곧 연구역량의 강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연구에는 연구자의 각오와 역량 못지 않게 연구를 가능케 하는 여건과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자연과학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인문사회과학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연구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행정지원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자만을 다그치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열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해야 할 젊은 교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쏟아야하는 땀이 진정으로 연구작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제도적 강요로 인해 창조성을 잃고 연구역량을 소진해 가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개별연구자들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조직입니다. 또한 다양한 사고와 행동이 인정되고 공존하는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전체적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민주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민주적 의사결정은 추진력의 빈약함으로 귀결된다는 오해가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되고 그 속에서 결집된 의사가 확인될 수만 있다면 어떤 결정이나 개혁적인 조치들도 어렵지 않게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사회에 좋은 모델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의 하나입니다. 대학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각 대학이 자신에 맞는 최적의 구조들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학 본연의 특성과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의 강요나 요구로부터 자율적인 권위를 민주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학부모나 기업, 정부 당국 등은 모두 대학이 스스로의 권위를 지적인 차원에서 구축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의 권위를 우리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고, 대학을 행정기관의 하나로 보거나 투자기관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학 자체는 물론이고 우리사회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제도만능주의적 사고도 재고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특정한 제도의 도입이 곧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 가진 문제 자체가 복잡 다양하며, 여러 대학간의 사정이 또한 다릅니다. 국립대학의 여건과 사립대학의 여건이 다르며 종합대학과 단과대학의 여건 또한 다를 것입니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틀 위에서 각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사회의 요구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대학입시와 졸업이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대학개혁의 핵심은 오히려 대학본질의 회복, 다시 말해 지성의 권위를 확립하고 창조적인 지식생산의 능력을 배양하며 지적이고 비판적인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에 일차적인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저희 경우를 말씀드려 죄송합니다만 서울대학교가 지역균형선발제를 비롯한 다양한 선발기준을 모색한다거나, 국내외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구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지식공동체로 개혁해 보려는 구상을 하는 이유도 이런 생각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각 대학마다 구체적인 형태는 달라도 대학 본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유사한 개혁과제들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대학이 자율성과 독창성을 가진 교육과 연구의 중심지로서 제 기능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대학개혁의 근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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