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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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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2개각 청문회’ 늦어도 새달초 마무리

    여야는 ‘3·2개각’에 따른 신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정부가 다음주 중에 국회에 공식 요청하면 이달 말까지 해당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열 예정”이라면서 “행정공백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청문회를 개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안경률 수석부대표도 “환경부장관 후속 인사가 오는 15일쯤 마무리되고 정부에서 요청이 오면 법적 시한인 다음달 5일까지는 청문회 일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사청문 대상은 이용섭 행자, 김명곤 문화관광, 노준형 정보통신,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와 발표가 늦춰진 이재용 환경장관 후임자 등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를 비롯해 업무수행 능력이 기본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선거용 땜질 개각’에 대한 비판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집권 후반기 정책 집행력과 양극화 문제에 대한 식견을 꼼꼼히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성추행 관용론이 더 문제다

    성추행 파문을 낳은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이 여야 일각에서 잇따랐다.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라거나, 본인이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군중심리에 휩싸여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등의 옹호론이 일부 동료의원들에게서 제기된 것이다. 심지어 ‘아름다운 이성에게 자연스레 시선이 가는 기본적 본능 자체를 무력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 저변의 이같은 관대함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 발언은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로 국회의원직까지 내놓아서야 되겠느냐는 신분차별적, 남성우월적 몰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 의원의 추태보다 더 심각한 것이 우리 사회 저변의 이런 후진적 성 도덕이라고 본다. 서울지검 부장검사,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을 거친 3선 국회의원으로서의 명예를 이번 일로 모두 잃게 된 것이 본인은 억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의원직보다 더 중요한 것이 피해자의 성 주권이며, 정신적 고통임을 최 의원과 우리 사회는 알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 인권을 침탈 당한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감히 성추행과 의원직을 저울에 달려는 시도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파문은 결코 최 의원의 진퇴로 갈무리될 일이 아니다. 그 어떤 형태의 성범죄에 대해서도 사회 전체가 단호히 대응하고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야에 당부한다. 이번 파문을 호재니 악재니 하며 선거정국에 활용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6개월째 방치돼 온 성폭력 관련법안 처리에 즉각 머리를 맞대야 한다. 파문의 유·불리를 따지는 저급한 자세야말로 왜곡된 성 문화를 바로잡는 데 최대의 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 [EBS플러스1]

    /ci002307:00 고1 특강 종합 국어(상)(1)(2), 도덕, 과학(1)(2)11:10 수능특강 선택 고3 종합 물리Ⅰ, 화학Ⅰ, 생물Ⅰ, 지구과학Ⅰ14:30 수능특강 종합 고3 수리영역 수학Ⅰ(1)(2), 언어영역(1)(2)18:10 수능특강 종합 고3 외국어영역(1)(2), 수리영역 수학Ⅱ(1)(2)22:00 구술·심층면접 인문계, 자연계
  • [EBS플러스1]

    07:00 고2특강 수학Ⅱ07:50 고1특강 도덕, 국사09:30 수능특강 선택 고3 공업입문10:20 수능특강 선택 고3(재) 상업경제, 정치, 경제, 국사13:40 수능특강 고3(재) 한문14:30 고2특강(재) 수학Ⅱ16:10 수능특강 선택 고3(재) 공업입문, 한문19:00 고1특강(재) 도덕20:00 수능특강 고3(재) 경제
  • [사설] 이런 엉터리 재산공개 하면 뭐하나

    고위 공직자들의 수억원대 재산증식이 국민의 입방아에 올랐는데, 실상은 상당수가 실제보다 훨씬 적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나 말문이 막힌다. 장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조차 15억원대 아파트를 3억원으로 신고했는가 하면,100평짜리 아파트를 75평으로 신고한 경우도 있다. 다른 공직자들의 재산신고 내용도 대동소이해서 거론하나마나다. 이렇게 엉터리로 재산을 공개할 요량이면 뭐하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해서 그렇게 했다 하니 일방적으로 그들의 도덕성을 비난하거나 문제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직자 재산공개는 13년째 시행 중이다. 공직을 이용해서 재산을 부당하게 늘리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덕분에 공직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한몫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눈가리고 아웅식’ 재산공개가 계속된다면 원래 취지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주택·토지 등의 경우 소유변동이 없으면 몇년전 공시지가·기준시가로 신고해도 무방하게 돼 있다. 아파트는 분양면적이 아닌 전용면적이 기준이다. 그러니 실제가격과 신고가격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직계 존·비속의 고지거부제도를 악용한 재산은닉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재산공개 때마다 지적됐지만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손아귀에 법이 들어 있으니 고쳐질 리 만무 아닌가. 재산증식 과정이 석연찮은 공직자에 대한 조치도 언제나 솜방망이였다. 정부가 뒤늦게 재산 부정증식 공직자에 대해 수사에 준하는 조사를 실시하고, 부동산 시세변동이 반영되도록 법과 제도도 개선하겠단다. 다시 고치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실효성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외자유치 MOU ‘요란한 빈수레’?

    [인천 경제자유구역 명암] 외자유치 MOU ‘요란한 빈수레’?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민선 단체장들은 경쟁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섰다. 외자유치 만큼 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기에 좋은 메뉴도 없다. 따라서 자주, 그리고 요란하게 발표되는 것이 외국기업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이다. 통상 외자유치는 투자의향서(LOI)-양해각서(MOU)-계약(Contract)의 단계를 거친다.LOI는 글자 그대로 투자에 앞서 일방에 의해 참여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다.MOU는 정식계약 체결 이전단계에서 당사자간 교섭 결과 양해된 사항을 확인, 기록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은 없고, 위반했을 경우 도덕적 책임이 있는 정도다. 이처럼 MOU는 상호입장을 조율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에 실제 계약으로까지 이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MOU 가운데 30∼40%만 계약해도 성공”이라는 것이 지자체에서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솔직한 토로다. 인천만 해도 MOU만 맺고 정식계약에 실패한 사례가 부지기수다.1999년 미국 CWKA사는 용유·무의관광단지에 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MOU를 인천시와 맺었으나 자격미달임이 드러나 2002년 취소됐다. 프랑스 아키에스사의 용유도 해상호텔 건설과 한국중화총상회의 영종도 차이나타운 건립이 무산된 것도 유사한 케이스다. 이같은 ‘MOU의 실패’는 지자체가 우선 드러나는 성과에만 집착해 정확한 검증없이 성급하게 MOU를 체결하는 데서 비롯된다. 더욱이 재선을 노리고 생색내기에 골몰하는 단체장들의 전시욕은 “MOU는 체결 당시에만 의미있을 뿐”이라는 평가절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지난날 어떤 단체장은 선거가 다가오자 외국기업에 사정을 하다시피 해 MOU를 맺은 일조차 있었다. 이렇게 맺은 MOU가 내실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은 당연하다. 제대로 된 다국적 기업들은 투자시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등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기이한 것은 MOU가 훗날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 공표되는 일이 좀처럼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실상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MOU 체결을 부지불식간 외자유치로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MOU 자체가 외자유치 과정에서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측에서 볼 때 행정절차나 입장조율 등 구체화작업을 위해 상당한 효용이 있고, 외국기업측에서도 파이낸싱이나 협력 투자자 모집 등을 위해 MOU는 요긴한 존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MOU의 효력을 과장하는 세태가 문제지,MOU의 절차적 필요성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면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고,MOU를 기어코 계약으로 귀결시키려는 치열한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MOU=뻥튀기’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동화처럼 즐거운 현실적인 경제학

    원 교수는 이제 경제학이 ‘더러운 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량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다루는 주류경제학은 ‘깨끗한 손’일 수는 있어도 현실을 이해하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제목, 산뜻한 표지, 마치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듯 가벼운 사례 위주의 설명…. 경제를 쉽게 풀어주겠다는 경제학 입문서나 에세이가 선택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런 책은 대개 미국식 주류경제학만 담고 있다. 지난해 번역·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괴짜 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은 도덕이나 윤리문제마저 ‘인센티브’로 설명하려 든다는 점에서 지극히 주류스럽다. 이번에 출간된 ‘상상+ 경제학블로그’(당대 펴냄)는 같은 전략을 쓰되 정반대 입장에서, 미국식 주류경제학을 비판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자 원용찬 전북대 교수의 질문은 단순하다. 왜 뇌물받은 돈을 자식에게 주기는 꺼림직하고, 대형마트 놔두고 길거리 불쌍한 노파에게 더 비싸게 찬거리를 사고, 딸은 가격표를 일일이 떼내고 선물을 건넬까. 뇌물받은 돈도 어차피 돈이고, 대형마트엔 싼 물건이 넘치고, 이왕 주는 선물은 생색이나 팍팍 내면 좋을 텐데.그 해답 역시 간단하다. 주류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우는 “최소비용으로 최대만족을 추구하는 합리적(rational) 인간형”은 실생활에서는 ‘바보’이거나 ‘재수없는 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원 교수는 이제 경제학이 ‘더러운 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량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 다루는 주류경제학은 ‘깨끗한 손’일 수는 있어도 현실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교수는 경제학설 자체보다 칼 폴라니, 페르낭 브로델, 게오르그 짐멜, 피에르 부르디외와 같은 문화인류학, 사회학, 철학의 다양한 연구성과를 끌어들여 경제를 설명한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9) 가치와 사실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9) 가치와 사실

    누구나 인생을 가치있게 보내려 한다. 그 가치가 무엇인가? 가치는 경제적 가격과 대단히 유사해 보인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인기가 있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사람도 만인의 인기에 의하여 그 가격이 결정된다. 가격이 비싼 사람은 그만큼 가치도 많아 보인다. 현대의 정치와 문화가 모두 상업화되어 가는 마당에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하여 모두 총력을 기울인다. 가치가 꼭 가격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이 좋아하지 않는 가치는 슬픔의 상처를 안고 밀려난다. 역사에 이런 슬픈 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가격과 가치가 불일치한 경우다. 좌우간 가치나 가격은 세상사가 다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이기에 생긴다. 이 말은 사회생활에서 상대방의 인정과 승인을 얻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 소유욕을 말한다. 소유욕은 단적으로 인간사이에 먹으려는 욕망이 원초적이라는 것과 통한다. 불교에서는 이 먹고 싶은 욕망을 사식론(四食論)이라 부른다. 음식을 쓸어 요리해서 맛있게 먹고싶은 단식(段食), 남녀간에 피부로 접촉해서 먹고싶은 촉식(觸食), 상호간 의사소통에서 상대방을 설득 동화시키고 싶은 의사식(意思食), 자기의 지식으로 대상을 정복해서 자기 것으로 삼고 싶은 식식(識食) 등을 사식이라 한다. 헤겔과 마르크스가 잘 통찰한 바와 같이, 사회생활에서 타자로부터 인정과 승인을 얻고 싶은 욕망은 불교적으로 보면 다 타자를 먹고 싶은 소유욕과 같다. 음식 먹기도 문화여서 타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하여 맛있고 우아하게 먹으려 하고, 성욕도 사회적인 승인을 통해 배출하려 한다. 원초적으로 인간의 사회생활은 먹고 먹히며 서로 인정받고 승인받기 위한 투쟁과 갈등의 연속이다. 가격과 가치가 그런 상호주관적인 욕망관계에서 생긴다. 그런데 가치는 가격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격은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도태되면 그것으로 수명이 끝이지만, 가치는 인간의 마음이 개입된 복잡한 욕망의 주장이다. 가격경쟁에서 실패했지만, 마음이 겨냥한 가치가 무의미하게 사라졌다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상호주관적 욕망이다. 비록 시장에서 탈락되었으나, 언젠가 나의 가치를 인정승인할 날이 올 것이라고 앙앙불락 기대한다. 그것이 신념일 수 있고, 나쁘게 보면 고집일 수 있다. 인류사의 가치론을 볼 때 한때 가격에서 탈락되었으나, 세월이 지난 다음에 엄청난 경쟁력을 새롭게 지니게 된 가치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가격과 가치가 불가분이지만 꼭 일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면 그 가치가 무엇인가?‘내가 가치있게 살고 싶다.’할 때의 그 가치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정치적, 도덕적, 예술적, 학술적 생각을 사회적으로 타자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다른 것이 아니다. 앞의 사식(四食) 가운데 의사식(意思識)이나 식식(識食)이 주로 여기에 해당하겠다. 가치는 상호주관적 사회생활에서 소유론적 욕망과 직결된다. 사회생활이 없다면 가치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가치는 ‘내가 생각하는 것(cogito)’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의사식이나 식식에서 타인을 설득시키고 지식으로 지배하기 위하여 논리를 정리하고 이념을 창출한다. 이것이 시장에서의 광고처럼 이념에서의 선전이다. 이념의 선전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cogitamus)’으로 만들기 위한 소유욕의 책략이다. 특히 소유욕의 책략에서 정치적 가치가 예술적 가치보다 훨씬 강하다. 왜냐하면 정치적 가치는 세속적 지배를 원하는 종교적 가치처럼 지배의지를 진리의지와 동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20세기 프랑스의 정신분석가인 구조주의 철학자 라캉이 그의 저서인 ‘기록’에서 한 말이다.“내가 존재하는 곳에 나는 생각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뜻 무슨 말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상호주관적 사회생활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가 소유하기 위함이지, 내가 존재하는 사실을 언명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나의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고, 생각이 일어나서 분별하는 경우는 모두 소유를 위한 동기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일어나는 경우는 모두 호오와 시비와 선악을 내가 취사선택한 한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모든 가치는 나의 생각의 산물이고, 이것은 또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의사식과 식식의 경우에만 ‘나는 생각한다.’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단식과 촉식의 경우에도 내가 먹는 음식이나 나의 몸매가 만인이 부러워하는 선망의 표적이 되게끔 만인을 홀리려 한다. 라캉의 생각처럼 사회생활에서 모든 것이 소유와 피소유의 관계로 환원된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사회생활이 그래왔었기 때문이다. 라캉은 프로이트 계통의 학자인데, 결국 성욕이 인류사회의 가장 원초적 언어활동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겠다. 성욕과 소유는 같은 말이다. 그래서 우리도 무의식중에 가치있는 인생을 향유하기를 기원해 왔다. 가치없는 인생은 타자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가치는 결국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만인에 의하여 평가받고 싶은 소유욕에 다름 아니다. 가치는 나의 기호를 만인의 기호로 변경시키려는 확장욕에 불과하다. 이 확장욕은 우리가 앞 글(1·2·3·6·7·8회)에서 여러 번 지적한 본능의 소유욕에 해당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어떤 충격을 받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가치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서 가치가 결국 무의식적 본능의 소유욕을 의식의 명분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가치는 각자의 심층적 소유욕을 무의식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 가치가 정치적 사회적 이념과 각별하게 연관된 것일수록 더 사회지향적 선전이 심하다. 그런 가치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그것이 우리의 가치가 되도록 각색한다. 대개의 역사는 정치적 사회적 이념을 정당화시킬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세계사를 통하여 널리 확산되어 왔었다. 그래서 구조주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초기 실존주의에서 후기 사회혁명주의로 기운 철학자 사르트르와의 역사논쟁에서 사르트르적인 공산주의 지향의 역사의식을 비판하면서, 역사는 늘 어떤 이념적 경향성을 잠복시킨 내용적 편파성과 외연적 부분성을 띠고 있으므로 역사를 과학으로 인정하기를 그의 저서인 ‘야생적 사유’에서 거부했다. 그는 이념적 가치의 편향성에 의한 사실왜곡이 거의 없는 인류학과 민족학을 역사에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 이 말은 많은 경우에 정치적 사회적 이념의 가치는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을 언명함이다. 왜냐하면 그 가치는 세상을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세가지의 한계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그것이 가장 자기에게 좋은 것만을 선택했다는 한계고, 다른 하나는 자기선택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하여 사실을 왜곡한다는 한계고, 마지막으로 그것은 가치의 선동선전에 미쳐서 모든 가치가 필연적으로 반가치(4회 참조)를 품고 있는 측면을 전혀 도외시한다는 한계다. 그러면 모든 가치는 다 문제적인가? 세상을 소유하고 지배하겠다는 경향성이 희소한 순수 종교적, 예술 미학적 가치가 가장 사실성에 부합되는 것이 아닌지? 그러면 무엇이 진짜로 사실인가? 객관적으로 증명가능한 것만을 사실성으로 인정하는 실증주의적 시각이 옳은가? 실증주의는 사실성을 밝히는 데 너무 좁고 미흡하다.10여년 전 뒷길 교통신호대도 없는 네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내가 냈는지 당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때에 그 사고의 원인은 길 건너 앞차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의 진로를 알려주지 않아서 내가 거기에 신경이 빼앗겼기에 다른 차와 접촉하는 사고가 생겼다. 이것은 나의 심증이지 물증이 없다. 이처럼 실증주의는 사실을 인식하는 방식이 너무 좁다. 소유론적 무의식을 지닌 가치가 다 편파적이고 부분적인 사실의 왜곡에 기인한다면, 지공(至公)한 사실의 인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앞으로 21세기적 모든 학문의 의미는 가치론보다 사실론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모든 가치는 결국 자아중심적 소산이다. 자아가 어떤 색깔로 물들어 있어서 그 색깔로만 세상을 바라보므로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자는 두가지 부류겠다. 하나는 이념적 가치를 위하여 일부러 사실을 거짓말로 속이는 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기가 어떤 특정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모르고 그 색깔로 세상을 늘 보는 자이다. 무의식의 소유욕이 그런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전자는 진짜로 언급할 만한 거리도 못되는 정신적 사이비다. 그러나 후자는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업장에 갇힌 자이고,20세기 프랑스의 현상학적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용어로는 잠재적인 ‘암묵적 전(前)의식’의 집단무의식에 갇혀 사는 자이다. 다 같은 생각을 개진한 것이겠다. 업이나 집단적 무의식에 걸리면, 그 업과 무의식이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생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의식이 모른다. 이것이 문제다. 우리는 미래의 교육에서 가치관 형성에 열을 올리지 말고, 인간이 자아를 가진 한에서 얼마나 편견과 아집의 노예가 되기 쉬우며, 가치의 이름으로 세상을 헛보게 만드는가를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모든 가치가 반가치를 필연적으로 띤다는 것(4회), 가치는 자기 기호의 선택이므로 전체를 보는 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아를 무아로 점진적으로 바꾸는 교육이 실제로 자아의 가치관교육보다 더 미래의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을 말해주어야겠다. 역사와 세상과 자연의 전체 사실을 여여하게 보는 눈을 키우는 공부가 미래의 철학교육이리라. 미래의 철학은 어떤 특정가치를 세상에 뒤집어 씌워 편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아의 탐욕이 없는 마음에 비쳐지는, 존재하는 필연성을 아는 데 있겠다. 신경병도 과거 억눌렸던 상처를 알아차리는 데서 치유된다. 가치의 주입이 아니라 무명(無明)의 알아차림이 더 중요하다. 눈 뜬 장님들이 세상의 사실을 왜곡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EBS플러스2]

    09:00 중3 영어,기술·가정, 도덕11:40 중1 기술·가정12:20 중 컴퓨터13:00 중2 도덕, 국사14:20 중3 마스터 영어15:00 학습자료실(재)17:00 중1 도덕, 기술·가정18:20 중 컴퓨터(재)19:00 중2(재) 도덕, 국사20:20 중3 마스터(재) 영어23:00 영어단기정복24:20 부동산 경매 강좌
  • [사설] 교도관 성추행 감싸고 돈 법무부

    교도관의 여성 재소자 성추행이 사실로 밝혀졌다. 한심한 일이다. 더 한심한 것은 법무부다. 법무부는 처음에는 이 여성은 가족관계를 비관, 자살을 기도했다며 성추행을 부인해오다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조사결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는 교도관에게 불려가 성폭행 수준의 추행을 당했으며,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몇차례 치료를 받다 수용실에서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도관은 재소자의 가족이 문제제기를 하자 합의금으로 2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법무부가 반인권적이고 파렴치한 재소자 성폭력 사건을 단순 자살사건으로 발표한 것은 두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선 법무공무원들에게 짙게 깔려 있는 재소자는 범죄자이고 따라서 그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선입관과 편견 때문에 합의금을 주는 등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데도 피해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게 편향된 시각으로선 인권, 정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 또 하나는 사실을 덮으려 했을 가능성이다. 만약 은폐의도가 있었다면 국가기관, 그것도 법을 다루는 법무부의 도덕성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 외에 군산에서도 여성 재소자 4명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됐다고 한다. 교도관 앞에 여성 재소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는 만큼 교정시설내 성폭력의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여성 재소자 인권보호를 위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교도관이 재소자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갖지 않도록 인성교육도 뒤따라야 한다.
  • 儒林(55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0)

    儒林(550)-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0)

    제5부 格物致知 제2장 居敬窮理(40) 퇴계가 율곡에게 가르쳤던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이것이 바로 이(理)’란 말 중의 이는 서양철학에서는 이성(理性:reason)이라고 불린다. 이성이란 인간의 논증적 사고능력을 가리키며, 직관적 능력을 가리킨다. 또한 ‘사물을 판단하는 힘’을 의미하며 참과 거짓, 선과 악을 구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선과 진리를 가늠케 하는 이성은 욕망과 감정으로부터 해방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동물과 구별짓게 하는 순수한 정신능력인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다.’라는 인간에 대한 고전적인 명제가 성립된다. 특히 이퇴계보다 약 100년 후에 태어난 데카르트(1596∼1650)는 처음에는 수학과 과학을 연구하여 ‘빛의 굴절법칙’을 발견한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으나 점점 학문에서 확실한 기초를 세우려하면 적어도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모두 의심해 보아야 하는데, 모든 사물의 존재를 의심스러운 것으로 치더라도 이런 생각, 이런 의심을 하는 자신의 존재만은 의심할 수 없으므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ergo sum)’라는 근본원리를 확립한 근대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대사상가였던 것이다. 데카르트는 만인이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게 갖고 있는 이성능력을 ‘양식(良識)’ 또는 ‘자연의 빛’이라고 표현하였으며, 이성은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정의해 왔다. 이성으로 우주의 여러 사상(事象)을 어떤 비례적, 조화적 관계로 바라볼 때 어두운 혼돈(카오스) 속에서 일정한 법칙에 놓여 있는 조화로운 우주가 나타난다. 따라서 본래 그리스어인 로고스(logos:이성), 또는 라틴어인 라티오(ratio:이성)에는 조화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밝은 빛으로서의 이성에 대비해서 말하면 감정적 욕망이나 정념(情念)은 어둡고 맹목적인 힘이다. 기쁨, 슬픔, 노여움, 욕망, 불만들의 감정은 어둡고 비합리적인 힘으로 내부에서 폭발한다. 이것을 이성적인 의지로 통제할 수 없다면 정신의 자율성은 유지될 수 없다. 우리 마음 속에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결정하는 이성적 능력이 있는데, 그것에 의해서 도덕적 행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서양철학의 ‘이성론(理性論)’은 퇴계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과 다르지 않음이니, 퇴계가 12살 때 황홀하게 깨달았던 ‘모든 사물에서 마땅히 그래야할 시(是)가 바로 이’라는 명제는 바로 데카르트가 주장하였던 이성론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퇴계는 서양철학에 있어 근대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보다 100여 년 앞서 ‘이기론(理氣論)’을 주장한 동양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퇴계의 위대한 점이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원효를 불교에 있어 우리민족이 낳은 대사상가라면 퇴계는 유교에 있어 우리민족이 낳은 대사상가이며, 해동공자(海東孔子)로 불리는 유가의 완성자이자 공자의 현신인 것이다.
  • [CEO칼럼] 이제는 기업활동에 힘 쏟아야/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

    [CEO칼럼] 이제는 기업활동에 힘 쏟아야/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

    삼성그룹이 최근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삼성 임직원 15만명이 앞으로 연 20시간 이상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최근엔 양극화 해소의 재원으로 사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발표 이후 “도와달라.”는 민원 전화에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적지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연설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국가적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양극화 대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여부와 관계없이 이슈의 수위는 높아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삼성의 거액 기부는 다른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국민소득의 4.5%, 수출의 20.8%를 기여하고 있다. 수만명에 이르는 고용인원 창출과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사회 공헌사업을 해온 삼성이었기에 그 파급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사회 공헌활동은 기업 전략과 목적에 의해 전개된다.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상업적인, 경제적인 현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 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은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과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지속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지속 불가능한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들이 돕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의 기부 이후 세인들의 관심은 기업들에 쏠리고 있다. 기업들도 삼성 사례에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삼성은 회사 자금이 아닌 개인 재산을 출연키로 했다는 점이다. 삼성의 사회기금 8000억원으로 ‘삼성 스트레스’라는 신조어까지 재계에 나돌고 있다. 삼성과 비교해 외형과 규모 면에서 비교도 안 되는 기업까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이 자칫 과거 잘못에 대한 대가처럼 비쳐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기업인도 있다. 기부금만이 사회공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례가 정서적, 사회적 측면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성과의 관점에 맞춰져야 한다. 기업의 목표는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익 창출이야말로 기업 최고의 사회 공헌활동이다. 기업과 기업인의 사기를 높여 성장동력을 유지해야 재분배의 기능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각자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연초다. 기업들이 새 기록들을 세우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경제 전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기업인, 샐러리맨의 의욕 넘치는 활동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최고 상품, 최고 경영을 통해 최고 기업, 경제 강국을 만드는 것에 총력을 다하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최근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인 벤저민 프리드먼은 ‘경제성장의 도덕적 결과’라는 저서에서 “개인의 기회 확대와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수”라고 밝히고 있다. 경제 성장은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진보적인 사회정책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 공헌활동이 이번 삼성의 8000억원에 영향을 받지 않고,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속의 한 축으로 묻어나길 바란다. 이제는 삼성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 [EBS플러스1]

    07:00 고1 특강 종합 국어(상)(1)(2), 도덕, 과학(1)(2)11:10 수능특강 선택 고3 종합 물리Ⅰ, 화학Ⅰ, 생물Ⅰ, 지구과학Ⅰ14:30 수능특강 종합 고3 수리영역 수학Ⅰ(1)(2), 언어영역(1)(2)18:10 수능특강 종합 고3 외국어영역(1)(2), 수리영역 수학Ⅱ(1)(2)22:00 구술·심층면접 인문계, 자연계
  • 比 3차 ‘피플파워’?

    필리핀에 결국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1986년 2월25일 `피플파워(민중혁명)´로 독재자 마르코스를 몰아낸 지 정확히 20년 만에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현 대통령이 축출 위기를 맞게 됐다. 아로요 대통령은 24일 사전에 녹화된 TV 연설에서 “정부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경고”라며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는 “군의 일부 세력이 민간정부 축출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분쇄했다.”고 밝혔다.AP통신 등 외신은 정부가 집회 금지, 긴급체포권, 언론 통제, 군부 개입 조치를 발동했다고 전했다.●정부 전복 가능성이 비상사태로 이어져 그동안 피플파워 20주년을 겨냥한 군부 쿠데타설은 끊이지 않았다. 에르모게네스 에스페론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 음모에 가담한 준장 1명과 고위급 장교 등 3명을 체포했고 8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쿠데타 수사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혁명’이라는 문건이 적발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22일 14명의 하급장교가 체포됐지만 대통령궁 폭발사고의 배후로 알려진 군부 단체들은 ‘아로요 퇴진’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로요에 대한 쿠데타 기도는 공식 확인된 것만 6차례다.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이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성직자들을 비롯한 5000여명은 “아로요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물대포로 맞선 경찰과 충돌했다.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EDSA 고속도로에도 수백명이 모여 하야를 촉구했다. 피플파워 20주년인 25일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예고돼 있다.●오늘 ‘피플파워’ 20주년 필리핀 피플파워는 1차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축출을,2차로 영화배우 출신으로 국정을 농단한 조지프 에스트라다를 각각 몰아냈다. 이제는 2001년 피플파워로 권좌에 오른 아로요를 향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우군이었던 아키노와 라모스 등 2명의 전직 대통령조차 등을 돌렸다.특히 아키노 전 대통령은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하며 반(反)아로요 세력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야당 지도자인 테오도로 카지노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무장통치를 하겠다는 가혹 정치의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필리핀 국민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가톨릭교단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조작 의혹이 제기될 당시 교단은 아로요를 두둔했다. 그러나 이번에 가톨릭 교계가 아로요 대통령을 비판하면 3차 피플파워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자넬 히로니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대선조작 의혹과 경제난, 부패가 원인 아로요 위기는 부정선거 의혹과 경제난에서 촉발됐다. 아로요 대통령은 2004년 5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듬해 선거관리위원과 상대 후보와의 개표 차이를 논의한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민주선거의 정통성을 상실했다. 게다가 남편의 뇌물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도덕성도 추락했다. 경제 실정(失政)은 국민들이 아로요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결정타가 됐다. 그의 집권 기간 외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육박했다. 빈부격차도 극심해져 8400여만 인구 중 40% 이상은 하루 수입이 1달러를 밑도는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했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 기자가 전날 10여명의 장교와 기업가들의 만찬에 참석해, 체포된 다닐로 림 준장이 스피커폰으로 ‘반(反)아로요 계획을 실행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EBS플러스1]

    07:00 고2특강 수학Ⅱ07:50 고1특강 도덕08:40 겨울방학 특강 사회09:30 수능특강 선택 고3 공업입문10:20 수능특강 선택 고3(재) 상업경제, 정치, 경제, 국사13:40 수능특강 고3(재) 한문14:30 고2특강(재) 수학Ⅱ16:10 수능특강 선택 고3(재) 공업입문, 한문19:00 고1특강(재) 도덕20:00 수능특강 고3(재) 경제
  • 미래에셋 임원8명 상장하자 매각 20억 차익 경영 뒷전… 잿밥만 눈독

    상장회사 임원들이 경영은 뒷전으로 미루고 사내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로 차익을 챙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계열 증권사를 증시에 상장한 미래에셋그룹은 임원들이 소액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유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결의하기 직전에 7배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남에겐 사라 하고, 나는 팔고 2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김모 부사장 등 그룹 임원진 8명은 증시 상장일(15일)부터 3일 동안 보유지분 총 4만 6200주를 처분,2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대주주가 임원 몫으로 헐값에 나눠준 지분을 주가가 급등하기 쉬운 상장시점에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긴 셈이다. 임원들은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미래에셋증권 주식(액면가 5000원)을 각각 주당 7000원과 8400원에 받았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상장 이후 3일 평균 6만 3000원을 기록했다. 임원진에 대한 지분 배정가격 8400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미래에셋증권 김 부사장은 9000주를 받아 최소 4억 9140만원을 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모 사장은 1만 2400주를 받아 6억 7704만원, 맵스자산운용 정모 사장은 1만 1500주를 받아 6억 279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특히 임원들은 박현주 그룹회장이 투자자에게 주가 방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임원진의 보유지분을 1년 동안 신탁기관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지난 17일 이전에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고,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으나 도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나만 아는 정보로 주식매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회사의 인수·합병(M&A) 계획 등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로 부당이득을 챙겨 적발된 사례가 124개 상장사에서 240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닥기업 T사의 대표는 회사가 곧 부도가 날 것이라고 여기고 서둘러 보유주식을 팔아 22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P사의 대표는 신기술 개발과 특허권 획득 사실을 공시하기 직전 주식을 매입했다가 일반에 공개후 주가가 크게 오르자 매각해 3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같은 사례는 2003년 27건(63명),2004년 40건(77명),2005년 57건(100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내부자 거래 등으로 적발된 240명 가운데 53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이런 사례는 코스닥기업 중심에서 최근에는 번듯한 거래소 상장사로 확대되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혁신’ 뒤늦은 통일부

    지난해 정부부처 업무평가에서 혁신부분 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통일부가 23일 혁신대열에 동참했다. 지난해 행정자치부에서 시작된 혁신바람이 마침내 통일부로까지 확산된 셈이다.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책의 품질과 효율성을 높이고 성과 중심의 조직운영을 위해 오늘부터 팀제를 전면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책기획팀과 개발기획팀, 법제기획팀, 회담관리팀, 사회문화교류2팀 등 5개 팀이 신설되는 등 통일부 조직은 과 단위에서 57개 팀으로 개편됐다. 과장급 5명은 팀원이 됐고, 최초의 5급 팀장은 회담사무국 연락팀장을 맡게 된 권영양 사무관이다. 권 팀장은 판문점 연락관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다. 조직개편 및 인사를 통해 젊고 유능한 여성 팀장이 종전 2명에서 5명으로 늘어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통일부는 조직개편을 앞두고 지난 주말 장·차관과 직원들이 참석한 브레인 스토밍의 결과를 조직개편에 반영하고, 실·국장으로부터 산하 팀장별로 3배수로 추천을 받아 후보자를 대상으로 업무능력과 도덕성, 인화력 등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그러나 1급 이상 고위직에 대해서는 앞으로 업무성과를 봐가며 인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통일부는 지난 주말 브레인스토밍을 가진데 이어 24∼25일과 3월 2∼3일에 두 차례에 나눠 250명씩 참석하는 혁신워크숍을 청평에서 가질 예정이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공직45년’ 회고록 내는 이의근 경북지사

    ‘공직45년’ 회고록 내는 이의근 경북지사

    민선 3연임을 하고 오는 6월말 물러나는 이의근 경북지사는 22일 “단체장은 무엇보다 명확한 비전과 통합의 리더십, 도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전은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비전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 지사는 “지시와 통제 위주의 리더십이 아니라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주민들의 주인의식이 높아져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리더십으로 지역의 발전을 이끌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덕성”이라고 단언했다. 이 지사는 “아무리 비전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성을 지니지 못하면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한순간에 모든 것이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행정은 인간의 가치에 중점둬야” 이 지사는 이어 “행정은 인간의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가능하면 낮은 곳으로 임해 필요로 하는 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정이어야 한다.”고 지론을 폈다. 이 지사는 공무원 9급으로 출발해 관선 한차례를 비롯, 모두 4차례나 경북지사를 역임한 ‘행정 달인’이다. 최근 지역신문 등의 여론조사에서 거물 정치인들을 제치고 대구·경북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한때 5월 지방선거에 대구시장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지역에 나돌았다. 그는 오는 27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히말라야시다의 증언을 들으리라’(도서출판 한울)는 회고록의 출판기념회를 갖는다.‘이의근의 목민실서’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공직생활 45년, 도지사 재직 12년 동안 경험하고 실천했던 삶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27일 세종문화회관서 출판기념회 그는 “개인의 삶보다는 45년 공직생활 동안 겪고 감당한 공적인 일들을 중심으로 썼다.”며 “이 글이 젊은이들이나 후배 공직자들에게 귀감은 못되더라도 앞날을 위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이 책에서 가난한 산골마을의 소년으로 태어나 해방 전·후의 혼란 속에서 지낸 성장기의 고백과 4·19를 계기로 공직에 입문, 소용돌이치는 역사 속에서 공직자로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뜻하지 않게 민선 경북지사에 도전하게 된 과정,IMF체제란 어려운 상황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최를 결정해야 했던 일, 동북아자치단체연합 창설을 주도하고 치열한 경쟁 끝에 사무국을 유치했던 과정 등도 들어 있다. 이 책은 ‘물을 차고 거슬러 오르리라.’ ‘바르게 가면 길이 된다.’ ‘변화와 혁신의 지도를 그리다.’ ‘아시아로, 그리고 세계로’ 등 8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책 제목은 어느 날 집무실에서 도청 담을 따라 하늘을 향해 우람하게 서있는 히말라야시다를 보고 “곧게 뻗은 나무는 자신의 그림자가 굽어질까 염려하지 않는다.’는 ‘정관정요’의 한 구절이 떠올라 그 느낌을 적은 자작시에서 따왔다고. 이 지사는 “민선 10년째인 지난 해 지역의 한 신문에 삶의 뒷이야기를 연재한 것을 주위에서 책으로 엮으라고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공직생활 45년 동안 일선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적은 글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가 끝나면 대구·경북지역에 남아 어떤 식으로든 지역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칠 작정이다. 그동안 자신에게 보내준 지역민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대구에 거처를 알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38년 경북 청도 ▲학력 대구상고, 영남대 경제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 ▲경력 대구 9급 공무원, 부천시장, 안양시장, 내무부 지방행정국장, 경북지사, 대통령 행정수석비서관 ▲좌우명 무실역행(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행한다) ▲가족 이명숙 여사와 2남, 출가 ▲취미 독서, 등산 ▲애창곡 고향무정 ▲골프 핸디 18 ▲주량 소주 반병 ▲기호음식 된장찌개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8) 선악의 대결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8) 선악의 대결

    도덕이 얼마만큼 우리의 이기적 마음을 변경시킬 수 있을까? 철학공부를 한 내가 접한 도덕윤리학의 이론이 나의 이기심을 얼마나 변화시켰을까? 그것이 나를 바꿔 놓지 못했다. 그것은 다만 내 안에 이기심의 강력한 충동에 저항하는 반이기적 도덕심의 반작용을 움트게 했을 뿐이다. 젊은 시절에 나는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울부짖은 대로 “내가 원하는 바 선을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치 아니하는바 악을 행하는도다.”라는 구절을 무척 좋아했다. 나는 실존적 고뇌를 느꼈으나 마음의 구원을 맛보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공부에 몰입했을 때에, 나는 선악도 시비도 이해관계의 대립도 없이 스스로에 대하여 가장 평화스러웠고, 타인에 대해서도 가장 열려 있는 마음의 변화를 느꼈다. 젊은 날에 나는 유신론적 실존주의와 이어서 주자학에 심취했다. 유신론적 실존주의는 ‘로마서’의 사도 바울이 말한 분위기와 유사한 실존적 자각을 일깨워 주었고, 이어서 나는 주자학을 통하여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기약하는 공부가 진정한 마음의 공부라고 여겼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마음은 선악이 싸우는 장소가 아니라, 생각을 허공처럼 비워야 하는 장소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기심과 도덕심의 이원론적 싸움을 멈추는 곳에서 내 마음이 바뀐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도덕심은 이기심을 지우지 못하는데, 오히려 무심한 마음이 이기심도 지우고 도덕심도 생각하지 않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마음은 자연스러운 기호이지, 억지로 강압해서 되는 당위의 적용장소가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필자가 앞 글에서 자주 언급한 마음, 즉 기호를 뜻한다. 마음 즉 기호는 유교경전인 ‘대학’에 나오는 구절처럼 “악취를 싫어하고 좋은 색을 좋아하는” 자연적 마음의 경향을 일컫는다. 이런 마음의 경향을 ‘대학’은 ‘자겸(自謙=스스로 좋아함)’이라고 명명했다. 마음이 하고 싶어 하는 기호에 두가지의 경향이 있다. 그 하나는 본능이 하고 싶어 하는 기호요, 또 다른 하나는 본성이 하고 싶어 하는 기호다. 주자학은 본능이 하고 싶어 하는 기호의 이기적 경향을 거슬려 반본능적 도덕심의 의지로 마음의 기질을 새로 바꾸려 하는 당위적인 수양법이고, 양명학은 마음이 본능의 경향을 제어하는 대신에 오히려 마음에 본디 있는 본성의 자연스러운 경향이 나타나도록 하는 무위적 현성법(現成法=자연스럽게 나타나게끔 하는 법)을 제창한다. 좌우간 위에서 언급된 ‘대학’의 구절에서 말해진 ‘자겸’이 본능적인 기호인지 본성적인 것인지 모호해서 주자학과 영명학의 갈래가 나뉘어진 것처럼 보인다. 주자학은 보통사람들의 기호가 본능적 경향을 띠기에 그것을 억제해서 마음이 본성의 기호를 다시 회복하도록 도덕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고, 양명학은 마음이 무심의 경지에 이르면 저 본성의 기호가 본능의 기호를 제치고 나타나기에 무위적으로 무선무악의 심정에 이르는 길만 가면 세상은 좋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잠깐 주자학과 양명학의 사상적 계보를 일별해 볼 필요가 있다. 저 두 계보를 함께 안고 있었던 분이 유교의 교조(敎祖)인 공자고, 그 다음이 맹자였다. 공자와 맹자는 그만큼 거목인 셈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주자학적 수양법을 대표하는 이가 증삼(曾參)이고, 현성법을 상징하는 이가 안연(顔淵)이다. 저 두가지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에서 일차로 수렴되고, 맹자에서 이차로 집약되었다. 맹자는 본성의 화신으로 요순(堯舜)임금과 탕무(湯武)임금을 예시했는데, 전자는 자연스럽게 본성이 현성된 무위적 성인들이고, 후자는 도덕적 당위로 수양하여 본성을 회복한 성인들이다. 주자학은 탕무를 본성회복의 준거로 들었고, 양명학은 요순을 본성의 자연적 존재양식의 표본으로 간주했다. 주자학과 영명학은 어떻게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본성이 되살아나는 길을 터득할 수 있는가 하는 방법에서 갈라진다고 하겠다. 본성이 되살아나서 사회생활이 지선(至善)의 경지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 주자학이나 양명학의 공통이념이다. 주자학의 지선은 인간의 도덕심이 이기심을 이겨 도덕적 선의 승리가 천도(天道)의 성선(性善)과 합치하는 것이 지선이겠고, 양명학의 지선은 마음이 무선무악의 무심한 상태에 이르면 그 무념지념(無念之念)의 경지가 바로 본성이 현성하는 지선의 상태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방법이 우리 사회를 행복한 사회로 가꾸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필자의 개인 생각으로는 마음이 선악의 대립으로 긴장되어 투쟁할 때보다 마음이 어떤 일에 몰입되어 무심과 무아의 경지에 있을 때가 더 안온했고 타인들에 대해서도 귀가 더 열렸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지선은 선의 승리가 아니라, 무선무악의 경지에 가까웠다. 모든 세상만사의 존재방식은 작용과 반작용의 동시성적인 원리와 유사하다. 작용이 강하면 반작용도 역시 그만큼 강해진다. 선의 작용이 강하면 악의 반작용도 그만큼 완고해진다. 앞의 글(1·3·4회)에서 약(藥)의 이면이 독(毒)이듯이, 선(善)의 이면에 악(惡)이, 복(福)의 이면에 화(禍)가 이미 코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존재의 이중성 법칙을 보았다. 그 까닭은 약과 선과 복이 독립적으로 존립할 수 있는 실체가 아니라, 반드시 독과 악과 화와 동시적으로 상호의존해야만 발생할 수 있는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이 없으면 약이 생기지 않고, 악이 없으면 선의 생각이 일어나지도 않고, 화가 없으면 복을 좋아할 리도 없다. 이런 존재양식을 불가에서 의타기성(依他起性)이라 부른다. 상호의존적 존재양식이라는 뜻이다. 본능의 기호와 본성의 기호도 서로 의타기적이다. 본능의 기호는 소유론적이고, 본성의 기호는 존재론적이라고 앞의 글(1·2·5·7회)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어 나왔다. 본능과 본성이 아주 유사하기에 사람들은 그 구별을 잘 하기 어렵다. 그리고 소유와 존재의 개념이 서로 모호하여 한국어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언어에서도 소유와 존재가 서로 혼동되어 쓰일 정도다. 이것은 프랑스의 언어학자 벵베니스트가 ‘일반언어학의 문제’에서 밝힌 바이다. 한국어에도 “나는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는데 이미 소유와 존재가 뒤섞여 쓰이는 용례다. 소유욕이 존재의 평온을 압도하는 사회생활에서 본성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본성이 잘 현성되는 순간은 내 마음이 선악이나 시비나 이해관계로 갈라지지 않고 고요하고 무심할 때에 잘 드러난다. 이런 순간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마음이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여 거기에 몰입한 무심무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이 경지를 양명학은 성인(聖人)의 경지라고 일컬었다. 성인의 경지가 아득히 높은 구름 위의 세계가 아니라, 비근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성인의 마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명학의 창시자인 명나라의 왕수인(王守仁)은 ‘전습록(傳習錄)’에서 “거리의 사람들이 다 성인”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예컨대 요순과 공자가 100%의 순금괴라면, 거리의 갑남을녀는 5%,45%,70% 등등의 금함량으로서 잡석과 함께 섞여 있을 수 있다. 잡석 속의 금도 금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다만 100%의 성인은 아니지만,5%,25%,70% 등등의 성인도 성인이다. 왕수인의 이 주장은 매우 중요한 뜻을 함의하고 있다. 비유컨대 주자학처럼 나머지 잡석이 불순하므로 그것을 순금으로 변경시키려고 노력하려는 모든 도덕주의적 순수론은 불가능한 꿈이다. 주자학이 교기질론(矯氣質論)을 내세워 불순한 기질을 교정하여 순수한 좋은 기질로 변화시킬 것을 수양법으로 종용했으나, 그런 교기질(기질교정)은 불가능하다. 마음의 기질을 바꾸는 주자학의 부정적 처방보다 양명학의 가르침대로 각자가 무심으로 일할 때의 그 마음의 기호를 장려하는 긍정법이 좋은 사회를 일구는데 더 유효한 길이겠다. 불가에서 이런 무심의 상태에서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을 선기(禪氣)라고 부른다. 고려의 보조국사 지눌이 ‘원돈성불론(圓頓成佛論)’에서 각자가 자기에 주어진 재성(才性)에 따라 무심으로 일하는 그 몰아(沒我)의 순간이 바로 여래의 지혜광명이 나타나는 순간과 같다고 천명했다. 무념으로 일하면 사람들은 다 성공한다. 본능과 본성의 마음은 다 기호적이라서 이익을 좋아한다. 이것은 악취를 싫어하고 좋은 색을 좋아하는 ‘대학’의 구절과 같다. 다만 본능은 남과 다투어서 이익을 바깥에서 타동사적으로 쟁취하는 이기심(利己心)이지만, 본성은 자기 안에서 본성이 지닌 능력을 자동사적으로 꽃피워 그 이익을 남에게 시여하려는 자리심(自利心)이다. 이것이 두 기호의 차이점이다. 이기심은 배타적이나, 자리심은 이타적이다. 당위적 도덕의식은 사회의 팔자를 바꿔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도덕적 심판은 덜 또는 더 오염된 인간들이 자기는 순수하고 상대방은 뭐 묻었다고 비난한다. 그렇다고 법의 심판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법의 심판은 적극적 사회를 일구지 않고,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는 소극적 기능을 맡을 뿐이겠다. 우리는 지금 계속 우울하게 여러 개의 선악으로 사회를 쪼갠다. 도덕적 선악의 뒤에는 심리적 호오(好惡)가 반드시 숨어 있다. 나 중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선이고, 싫어하는 것이 악이 된다. 여러 개의 선악으로 사회가 중층적으로 대립되면, 여러 개의 호오로 사회가 지리멸렬해진다. 결국 만인이 만인을 다 미워하는 결과로 틀림없이 치닫는다. 그보다 너는 10%의 성인, 당신은 50%의 성인, 그대는 80%의 성인 등으로 우리가 서로 긍정적으로 인정하자. 물론 함량은 겉으로 표시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모두가 자기의 타고난 몫대로 이타적인 발심을 할 것이다. 이것이 즐겁고 행복한 사회다. 지금 국민의 60% 이상이 기회가 오면 이민가고 싶어하고, 아기 낳기를 가장 원치 않는 나라가 되었다 한다. 이 심리가 어디서 오는가? “교육비가 비싸고 키우기가 힘들다.”라는 겉 이유보다 더 깊고 깊은 심리적 상처가 우리에게 다 있다. 우리 스스로 만든 업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월드 리포트] 대사관 신축 ‘도청 신경전’

    [월드 리포트] 대사관 신축 ‘도청 신경전’

    중국과 미국의 수도 한가운데서 한창 진행중인 두 나라의 대사관 신축 공사가 양국 언론간 묘한 ‘신경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청 문제 때문이다. 촉발은 지난 1월 워싱턴타임스의 기사에서 비롯됐다. 기사는 “워싱턴의 ‘데이스인’ 호텔에 어느날 갑자기 중국인들이 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195개의 모든 객실과 식당, 술집 등을 점령했다. 이들은 앞으로 2년반을 이 곳에서 머물 계획이다.”로 시작한다. 이 기사는 “중국 정부가 신축 대사관 건물내에 미국 정보기관에 의한 도·감청 장비 설치를 막으려고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중국에서 보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보도는 “과거 보잉사가 중국에 팔았던 정부 고위관리 수송용 여객기에서 여러 개의 도청기가 발견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중국 언론이 발끈했다. 워싱턴보다 두달 앞선 2004년 2월 시작된 주중 미국대사관저 공사를 다룬 기사가 잇따랐다. 언론들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비록 이 공사에 1500명의 중국 노동자가 투입돼 있지만, 도청 방지를 위해 주요 부분 공사에서는 기술자와 건자재를 모두 미국에서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다소 감정 섞인 지적도 나왔다“중국 제품이 우수하고 값도 훨씬 싼데 미국 것을 쓸 이유가 없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과거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간 첩보전 당시 미국의 도청 행위도 자세히 기술했다. 이에 대해 정작 정보 관계자들은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다.”는 반응들이다.“베이징에서든 워싱턴에서든,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할 외교관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란 얘기다. 도청이야 당연한 것이고 언론간 신경전은 양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도덕적 자존심 싸움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대사관 신축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한국과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베이징 뉘런제(女人街) 부근의 미 대사관 신축공사장 바로 옆에는 오는 10월 입주를 목표로 한국대사관 신축공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국내 유력 S건설이 짓고 있으나,“특정 부분은 중국 업체랑 함께 시공해야 한다.”는 요구 등 생각지도 못한 걸림돌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반면 중국측은 서울에서 주한 중국대사관을 증·개축하는 과정에서 한국 규정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정보 관계자는 “저마다 다른 국내법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같은 신경전에는 도·감청 등에 의한 정보 노출을 방지하려는 기본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도청은 국제사회에서는 ‘관례’가 된 지 오래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그 관례를 따르는 게 국제사회의 ‘미덕’일지 모른다. 다만 그 미덕에는 반드시 대상을 가리는 ‘절제’가 뒤따라야 할 일이다. 이지운 베이징특파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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