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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성장과 효율의 위험한 유혹/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열린세상] 성장과 효율의 위험한 유혹/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지난 대선의 결과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승리였다기보다 노무현정부의 패배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유권자 표심의 기준이 이명박 후보의 능력과 도덕성 검증이 아니라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였기에 수차례에 걸친 위장전입도, 자녀들의 위장취업도, 그리고 주가조작에 대한 의혹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지난 5년 동안 서민경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사회 양극화는 더할 수 없이 심화되었다. 취업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비정규직의 비중은 더욱 커졌다. 온갖 정책을 다 동원하여도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고, 사교육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진보정권하에서 오히려 서민들이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유권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경제살리기에 집중되었고, 현대건설 신화와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무장한 이명박 후보는 손쉽게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만들면서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참여정부의 핵심명제는 이름 그대로 국민참여와 권력분산에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과제는 경제살리기일 것이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가치는 ‘성장’과 ‘효율’이 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의 성장과 효율은, 과정과 절차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지상주의였다. 민주적 의견수렴보다는 상명하달식의 일사불란한 정책집행을 전제로 하였다.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저항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경제적 성과가 시급하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가시적 성과를 보여 줄 욕심으로 성장과 효율의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총선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의 논의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을 보노라면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우선 한나라당의 공천논쟁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당선인의 의중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든가, 올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 모두 매우 비민주적인 발상이다. 과민한 해석인지 몰라도 이러한 발언의 저변에는 효율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영도력 하에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난날의 강박관념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공천논쟁의 핵심은 시기가 아니라 공천의 주체와 방법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공천시기를 놓고 계파간 유·불리를 계산한다는 것은 공천이 당원과 국민이 아닌 계파 간의 나눠먹기로 결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발상이다. 지난 대선의 경선에서 보여준 비민주적이고 소모적인 정치싸움을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천방식에 관한 제도와 절차를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천방식을 지난 총선에서 일부 도입하였던 국민경선제를 확대할 것인지,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할 것인지, 아니면 영국의 노동당이나 보수당처럼 공천권을 중앙당과 지역당 그리고 당원들에게 분산시킬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하루가 멀다 하고 굵직굵직한 발표를 쏟아내고 있다.7% 경제성장, 정부조직 개편, 신용불량자 구제, 통신비 20% 인하, 남북경협 사업 재검토 등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정책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출범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인수위가 결코 간단치 않은 사안들을 어찌나 과감하게 결정하고 신속하게 발표하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설사 대선공약이라 할지라도 국가정책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 게다가 지난 대선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였지 이명박 후보 공약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 역으로 말하면 임기 내 모든 공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5년 임기는 너무나 짧다. 이명박 정부는 성장과 효율의 위험한 유혹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 차분히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성이 경희대 한국정치 교수
  • 인수위 ‘오럴 해저드’… 시장은 “헷갈려”

    인수위 ‘오럴 해저드’… 시장은 “헷갈려”

    새 정부 출범 준비를 위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시장을 혼돈스럽게 만들고 있다. 신중해야 할 경제 분야에서 설익은 정책을 남발해 시장의 혼란은 물론 불확실성마저 야기하는 ‘오럴해저드’(언어 해이) 양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소외자 지원 등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계획을 발표했다가 며칠 뒤 말을 바꾸거나,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 흘러나오기 일쑤다. 유류세 인하 등은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책의 토대를 닦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수위 오럴해저드 심각하다 인수위가 발표한 대표적인 ‘설익은’ 정책은 금융소외자 신용지원 방안.500만원 이하 소액채무자 가운데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금융소외자에 대해 신용회복기금을 만들어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기관들의 연체기록 삭제도 중요 내용이다. 그러나 인수위는 발표 하루만에 “원금 탕감은 없고, 공적자금 등 재정 투입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고 신용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수위가 여론을 떠보기 위해 ‘풍선’을 띄웠다가 720만 금융소외자들의 가슴에 두 번 못질한 꼴이 됐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 역시 인수위에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곧바로 1년 뒤에 결정하겠다고 말을 뒤집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인수위나 한나라당 안에서는 조기 인하의 필요성 여부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수위 역할은 아마추어 인수위의 ‘입’을 자처하는 관계자들도 인수위의 ‘갈지자 행보’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금융통화위원회의 한국은행 분리’,‘산업은행 IB부문과 대우증권, 우리금융 통합 매각’의 출처는 모두 ‘인수위 관계자’들이었다.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등 핵심 인사들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친기업적’ 노선을 표방하는 새 정부가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 정책도 있다. 휴대전화 통화료 인하, 유류세 인하 등이 그것이다.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공약에 따라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업체들은 ‘가격 결정은 시장의 권한’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인수위의 역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교수는 “인수위는 우리 사회의 현황을 파악하고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준비하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면서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실제 집행 기관처럼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탓에 국민과 시장에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자원은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실용’은 자칫 선언적인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으로 변질될 수 있다.”면서 “차기 정부의 공약 가운데 실현 가능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유익한 정책을 현실화하는 로드맵을 그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올브라이트 전 장관 “인권 이유로 對北협상거부 안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차기 미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한 인권문제를 이유로 대북 협상을 거부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날 발간된 ‘차기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내는 메모:미국의 명성과 지도력 회복 방안’이라는 책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관은 책을 통해 “가까운 장래에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한이 이웃 국가나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차기 미 대통령도 북한을 안보보다 인권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면서 “인권침해 등 도덕적 기준 때문에 안보문제에 대한 협상을 거부하면 두 가지 모두 진전이 없을 것이고, 결국 차기 정부가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외교적 수단을 통한 대북 접근법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인들은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질질 끌려다니길 원치 않는다.”면서 “한·미동맹은 열정보다 상호 편의를 위해 이뤄진 결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웨슬리대 동문으로 그녀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힐러리가 승리할 경우 국무장관이나 대북 외교정책 수립 분야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같은 입장 표명은 미 정권 교체시 더 적극적이고 융통성 있는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dawn@seoul.co.kr
  • 중국 남녀 엿보기/에버리치홀딩스 펴냄

    중국 남성들은 ‘슈퍼맨’에 가깝다. 직장생활 하랴, 자녀 하교시키랴, 시장보고 저녁 준비하랴….24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좀 과장해 말하면 퇴근 후 남편이 해주는 저녁 먹고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TV를 보면 끝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가장’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전횡을 일삼는 대발이 아버지의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남성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해박한 지식으로 중국 역사와 사회를 독창적으로 해석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중톈(易中天) 중국 샤먼(廈門)대 교수.‘삼국지강의’‘중국 도시 중국 사람’ 등을 펴낸 저자가 이번에는 남녀평등을 넘어 여성상위의 중국 남녀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중국 남녀 엿보기’(홍광훈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가 그것이다. 남녀 유형과 성생활, 결혼, 부부생활, 창녀와 매음, 바람 피우기, 음담패설을 가감없이 쏟아낸 이 저작은 ‘춘추좌씨전’이나 ‘사기’‘수호전’‘삼국지’‘홍루몽’ 등 고전소설부터 진융(金庸)의 ‘신조협려’까지 역사서와 문학작품,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남녀의 사례를 종횡무진 끌어내 시종 경쾌한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남녀유별과 현모양처 등의 개념, 결혼을 앞두고 중매를 서는 과정이나 첫날밤을 치르는 모습 등 중국의 풍습은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저자는 ‘중국 남자 엿보기’ 편에서 우유부단하고 연약한 남성상을 다루며 중국 남녀관계의 실상을 밝힌다. 중국 문학작품들이 전통적으로 나약하고 여성화된 백면서생이나 여성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강호호걸이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도덕군자 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강함’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중국 여자 엿보기’편에서는 현모양처 되기가 지극히 힘든 만큼 그것이 못될 바에야 차라리 맹렬 여성이 될 수밖에 없는 ‘정황’을 살핀다.1만 6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기고] 교육의 본령을 생각하자/ 심우섭 성신여대 사범대 명예교수

    교육철학의 본질은 인간을 인간답게 기른다는 교육의 근본목표를 포괄해 지(知)·덕(德)을 겸비한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의 인성과 품격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또 이루게 하는 것이 교육자 본연의 과제라고 본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위기를 표현하면서 교실 붕괴, 학교 붕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같은 말은 교육의 본령인 진리탐구와 인격도야를 통해 바람직한 전인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말이다. 전인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식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 오늘의 사회는 실리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 인심은 날이 갈수록 위태롭게 되고 윤리·도덕은 땅에 떨어져 가고 있다. 바로 교육자가 지·덕을 겸비한 바람직한 가치관 확립을 위해 청소년의 인성교육에 적극 나설 시기인 것이다. 생각건대 교육의 목적이 바람직한 인간상, 즉 전인적인 지성인을 양성하는 데 있다면, 지성인과 지식인은 구별되어야 한다. 지성인이라 할 때, 그 성(性)은 ‘하늘로부터 인간에게 부여한 성’의 의미로써 신령스럽고 소박성을 지닌 명덕(明德)과 같은 개념이다. 마음속에 중심을 잡고 있는 흠이 없는 진주와 같은 개념이다. 지성인의 지(知)는 양지(良知)와 같은 지로서 알면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성인은 윤리, 도덕의 가치관을 갖추고 있는 기초 위에 학식을 구비한 사람으로서 옛날의 성인과 같은 인물을 의미한다. 학식이 많고 아는 지식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바람직한 인간가치관이 결여돼 있을 때는 참다운 인물이 될 수 없는 것이요, 전인적인 인물이라 일컬을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지식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지식인과 지성인은 구별되어야 한다. 오늘날 지덕을 겸비한 전인교육을 실행해야 할 학교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육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와의 관념이 일치돼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교육자 자신이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투철한 교육철학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철학이 결여되고서는 바람직한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환언하면 교육작용의 근본, 본질을 탐구하고 연구해 내는 것이 교육철학의 근본이다. 고전에 조단호부부(造端乎夫婦)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가정교육의 시발점이요 윤리의 시발점이 된다는 뜻이다. 부모가 자기의 맡은 바 명분을 다하고 부모로서의 개념을 충분히 발휘할 때 자녀들을 교화시킬 수 있고 또한 자녀들은 부모의 좋은 행위를 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심리분석학에 의하면 3∼6세 사이에 인격 형성이 70∼80% 이뤄지고 나머지 20∼30%는 14∼16세쯤 완성된다고 했다. 자녀들의 온전한 인격형성은 부모들이 갖추고 있어야 할 명덕과 사랑의 조화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또 가정 교육과 사회 교육은 한 포기 나무에 비유할 수 있다. 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튼튼해야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튼튼한 열매를 맺게 할 수 있듯이 사람도 온전한 인격이 형성된 바탕 위에 지식의 조화를 이뤄내야 지식인이 아닌 지성인, 즉 전인적인 인물이 될 수 있다. 교육제도의 개선만으로 전인적인 인물을 양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날은 지성인보다 지식인 교육, 즉 물질 교육에 치우쳐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전국의 학부모, 학생, 교육자들이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되어 함께 지·덕을 겸비한 전인교육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통치자는 확고한 교육철학을 갖고 전인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교육의 백년대계를 다시 세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염주영 칼럼] 공약,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논설실장

    [염주영 칼럼] 공약,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논설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속도전을 펴고 있다. 연일 초대형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수위는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 이전까지 새 정부 5년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너무 서두는 것 같다. 인수위가 쏟아낸 정책들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제시된 내용들이다. 게 중에는 집권 초기에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이나 4대 연금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이 그런 경우다. 이런 과제들은 집단이기주의가 심하고 기득권층의 뿌리가 깊다. 시기를 놓치면 저항이 커져서 개혁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집권 초기에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밀어붙이기와 속도전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공약 가운데는 밀어붙이기나 속도전으로 안 되는 일들이 있다. 경제성장률 7% 달성과 일자리 300만개 창출은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친기업 친시장 정책이 가져올 이명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국내외 경제여건상 무리다.‘7% 성장론’은 공약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비전제시로 봐야 할 것이다. 목표는 일단 높게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으면 여론의 압력에 밀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게 될 위험이 커진다.7% 성장론을 고집한다면 5년내내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목표 성장률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운하 공약도 문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마련했더라도 여론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과제다. 청계천과는 다르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치밀한 검토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비록 공약이라 해도 정부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신용 대사면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소외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신용사면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이를 위해 친기업 친시장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있다. 신용사면은 그 철학에 어긋난다. 시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의 연체기록은 금융기관이 대출 여부와 금리수준을 판별하는 지표다. 그 기록을 말소하면 금융기관더러 눈감고 대출하라는 얘기가 된다. 또한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세금으로 갚아주는 것은 채무자를 돕는 일 같지만 실제로는 채권자를 돕는 것이 된다. 떼인 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빚갚은 사람과의 형평성도 문제이려니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낳아 신용불량자를 더욱 양산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력으로 빚을 갚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옳다. 빚을 대신 갚아주기보다는 직업교육이나 취업알선, 생계지원 등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의 책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선이 곧 모든 공약에 대한 승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성급한 판단이다. 정파의 대표로서 다른 후보들과 표를 놓고 경쟁할 때와,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을 책임있게 이끌어야 할 때의 판단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 그제 인수위가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통해 현황 파악을 마쳤다. 이명박 집권 5년의 청사진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공약이라도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가리는 지혜를 기대해본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내각 관료위주 인선에 무게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은 관료 위주로 짜여질까, 아니면 학자와 정치인 등 비(非)관료 중심으로 갈까.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전자(前者)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에서 지난 10년간 1급 이상을 역임한 공무원들의 인사 파일을 중앙인사위로부터 받아 갔다고 한다. 전력(前歷)과 관계없이 차관보급 이상 장·차관을 거친 인사들을 각료 인선의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중앙인사위를 비롯해 모든 기관으로부터 확보한 인사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만큼 당선인측의 인력 풀에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공직에서 검증된 인물들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고위 관계자도 “막상 일을 같이 해보니 학자들은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면서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이 확실히 낫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학자 출신은 논문 표절 문제까지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물이 하나 더 있는 셈”이라고 했다. 실적과 실용을 중시하는 이 당선인의 성향도 ‘검증된 인물 기용론’에 힘을 실어 주는 요인이다. 당초 비정치인 위주로 짜여질 듯하던 인수위 간사진이 결국 정치인과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 단적인 예로 거론된다. 이 당선인의 최측근 정두언 의원도 각료 인선과 관련, 기자들에게 “마땅한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기존 정부와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해서 배제한다면 유능한 인재를 선발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관료 출신 위주의 조각(組閣)이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점으로는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고 실무능력이 검증됐다는 것이다. 반면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자칫 개혁에 소극적일 가능성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역대 정부에서 처음에 야심차게 비관료를 중심으로 개혁에 나섰다가 결국 나중엔 관료라는 거대한 바다에 삼켜졌던 전례들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노무현 정부만 하더라도 외교장관에 대학교수를, 법무장관에 여성 변호사를, 정통부장관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행자장관에 말단 이장 출신을 기용하는 등 파격 조각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은 대부분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특히 교육부총리의 경우 교수 출신인 이기준·김병준씨가 각각 임명 3일과 13일 만에 도덕성 논란 등으로 조기 하차, 관료 출신으로 대체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료냐, 비관료냐 하는 획일적 구분보다는 부처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조각’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통·폐합이 되는 곳은 이해관계가 얽힌 특정 부처 출신보다는 정치인 등 중립지대 인물이 장관으로 적합하고, 핵심 개혁 공약을 실천할 곳은 학자 등 선거캠프의 핵심 인물을 기용해야 하며, 외교안보 라인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곳은 관료 출신들이 무난하다는 식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co.kr
  • 盧·李 입지 ‘이명박 특검법’이 가른다

    盧·李 입지 ‘이명박 특검법’이 가른다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는 긴장감 속에서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헌재의 결정이 정국에 미칠 파장 때문이다. 속단은 이르지만 헌재가 전에 없이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로 한 점에 비춰 볼 때 절충안을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정권 인수·인계과정에서 막다른 골목을 택했다. 일찌감치 허니문을 청산한 듯한 모양새다. 때문에 10일 헌재의 선택으로 두 사람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헌재가 헌법소원을 각하 또는 기각하거나 합헌 결정을 내리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특검 수사는 예정대로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의 대치 전선은 날카로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총선을 앞두고 정국 긴장도도 높아진다. 헌재의 합헌 결정과 특검 수사는 이 당선인의 집권 행보를 상당부분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는 것만으로도 ‘도덕적 결함’을 갖고 가는 당선자라는 굴레를 안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노 대통령의 입지 확대로 이어질 여지는 많지 않다. 다만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와 비교할 때 노 대통령으로서는 특검법 공포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향후 운신의 폭을 보다 넓혀 나가는 기회를 잡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범여권의 체제 정비와 맞물려 대통합민주신당에도 나쁘지 않다. 대선 참패 이후 정국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견제세력으로서의 정치적 입지를 마련할 계기가 된다. 총선 직전이라 더더욱 그렇다. 반대로 헌재가 위헌이나 부분 위헌 결정을 내린다면 BBK 정국은 종결된다고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중압감이 커지게 된다. 특검을 철회하고 사건 종결과정에서 야기할 수 있는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해야 한다. 국정 마무리 국면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당선인과의 관계도 차별화에서 협조모드로 노선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역으로, 이 당선인에겐 마지막 악재를 걷어내면서 정통성과 도덕성을 동시에 회복하는 호재가 된다. 그만큼 정국 주도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참여정부와의 차별화를 더욱 분명히 하면서 본격적인 이명박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충청권 총리론 너무 정략적이다

    조만간 뚜껑이 열릴 새정부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들려오는 소식들이 마뜩찮다.4월 총선이 인선의 주요 고려 요인이 되리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총리 임명은 새정부 인사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새정부가 안정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러한 정치논리로 총리를 지명했을 때 돌아올 부작용은 만만치 않으리라고 본다. 지금 대통령직 인수위 주변에서는 ‘충청권 총리론’이 제기되고 있다. 과반의석 확보를 위해 충청권 표심에 부합하는 인물을 총리로 발탁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회창씨가 추진 중인 신당을 견제하려는 속셈이 읽혀진다. 그 연장선에서 이씨와 연대한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의 총리 기용설이 나온다.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충청권 출신이란 점에서 물망에 오르는 인물이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는 외가가 충청권이므로 총선용 총리로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으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일 잘하는 사람을 중용하겠다며 인사 실용주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총리 인선을 정략적으로 한다면 실용주의가 의심받는 것은 물론 새 정부가 원활하게 국정을 운영하기 힘들게 된다. 심 대표의 경우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연대를 논의하다가 이회창 후보쪽에 합류한 인사다. 이회창 신당 창당 작업에도 깊숙이 간여하고 있다. 아예 거국내각을 만들 요량이라면 몰라도 총선만을 의식한 무리한 총리 인선은 자제해야 한다. 이 당선인은 참여정부의 책임총리제를 이어받을 생각은 없는 듯싶다. 그렇다 해도 헌법은 총리를 행정 각부 통할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 능력을 갖춘 것은 기본이며 임명만으로 국민통합을 이뤄낼 인격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골라야 한다. 충청권 출신을 떠나 그런 자질을 가졌는지 집중검증하는 게 옳은 길이다. 총리 인선에 정략적인 의도가 없을 때 오히려 4월 총선에 도움을 받을 것이다.
  • ‘신불자 사면대책’ 실효성 의문

    ‘신불자 사면대책’ 실효성 의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신용불량자 대사면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회복의 대상이 720만명에서 300만명까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고, 신용회복의 구체적 방안도 명쾌하지 못하다. 여기다 언론보도마저 과열되자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인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은 “원금탕감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강경하게 나갔다.”고 지적한다. ●신용등급 7∼10등급은 누구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이용자 3463만명 중 금융소외계층은 7∼10등급의 720만명이다. 이 중 330만명이 사채이용자이며, 이 가운데 90%(297만명)가량이 500만원 이하의 소액신용대출을 이용한다고 추산했다. 그래서 신용회복 대상이 720만명에서 300만명까지 들쭉날쭉이다. 7·8등급은 과거 단기 연체정보가 여러 차례 누적된 사람들로, 현재 신용회복위원회나 배드뱅크 1·2를 이용해 ‘신용회복 중’인 사람들도 여기에 일부 속한다. 이들도 제도권내 금융을 이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에 따르면 7·8등급이 각각 160만명,217만명에 이른다. 9·10등급은 과거 3개월 이상 장기연체정보가 누적돼 있고, 현재 연체정보가 있는 사람들로 각각 169만명,154만명에 이른다. 이밖에 현재 제도 금융권에는 262만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더 있다. 은행 등에서 50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들로, 한때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이었던 사람들이다. 즉 720만명의 금융소외자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은행 등 제도권의 채무를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들은 신용등급도 하락하고, 더 이상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등록·무등록 대부업체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금탕감 없이 ‘빠른’ 신용회복 어려워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신용회복프로그램인 배드뱅크 1·2는 연체이자를 감면해 줬으나 원금을 탕감하지 않았다. 그러나 채무자의 부실채권을 각 금융기관에서 매입한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비교적 싼 가격에 매입했다. 예를 들자면 A씨의 100만원짜리 대출을 매입할 때 부실채권인 만큼 20만∼30만원에 매입했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캠코와 한국신용평가정보는 매입한 채권가격보다 채무자가 더 많이 갚을 경우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인 캠코가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장사만 잘했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새 정부에서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원금탕감없이 신용회복에 나설 경우 신용불량자들이 신용을 회복하는데 더디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캠코에서 신용회복 중인 사람들 중 연체가 발생하는 사람은 다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가 채무를 30%가량 감면받기도 한다. 금융권에서는 신용회복위원회처럼 연체이자는 물론, 싸게 사온 부실채권 수준으로 원금의 일정 부분을 탕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금리 환승론은 빨리 추진해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연체하지 않고 정상납부하는 비율이 전체 이용자의 58%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2004년 연체없는 정상납부자가 2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개선이다.3개월 이내 연체자도 2004년 38%에서 2006년 22%로 크게 줄었다. 대형대부업체의 연체율은 8% 안팎에 불과하다. 때문에 성실하게 빚을 갚아 나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연간 50% 이상의 고금리의 피해자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이자 환승론’이 빨리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소영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형광고양이/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형광고양이/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얼마 전 경상대와 순천대 연구팀에서 적색형광 고양이의 복제에 성공했다. 듣자 하니 고양이에게는 약 250가지의 유전병이 있는데, 그 상당수가 인간의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때문에 이 기술은 앞으로 유전적 난치병의 연구, 인간의 질환모델 동물의 복제 등에 응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호랑이나 표범, 삵 등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복원하는 데에도 쓰일 거란다. 형광동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형광을 발산하는 제브라피시는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팔리고 있다. 물고기에 형광 쥐와 형광 닭이 등장했다.1999년에는 브라질 출신 미국작가 에두아르도 칵이 어둠 속에서 푸른 빛을 발하는 형광토끼 ‘GFP 바니’를 선보였고,2006년에는 타이완의 연구자들이 녹색형광단백질(GFP) 유전자를 첨가해 돼지를 복제한 바 있다. 동물의 몸에 형광색을 집어 넣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원래 형광단백질은 어떤 유기체 속에 해당 유전자가 제대로 발현되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마커로 사용되던 것. 하지만 이런 기술적 용도를 떠나 색 자체에 매료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 동물이 예술작품이 된다. 에두아르도 칵의 ‘GFP 바니’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동물이다. 애초의 용도에서 떨어져 나와 감상의 대상이 될 때 도구는 작품으로 간주된다. 가령 고려청자가 더 이상 술을 따르거나 꽃을 꽂는 데에 사용되지 않을 때, 그것은 순수한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서 작품이 된다. 형광단백질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실용성에서 떼어 내어 감상의 대상으로 삼자, 그것은 예술의 재료가 되고, 그것으로 복제한 동물은 예술의 작품이 된다. “왜 개는 아직 붉은 점에 푸른 털을 갖고 있지 않으며, 왜 말은 아직도 저녁 초원 위로 형광 색채를 발산하지 않을까? 왜 동물의 사육은 여전히 주로 경제적 관심사일 뿐, 미학의 영역으로 옮겨 오지 않았을까?” 90년대 초 미디어 이론가 빌렘 플루서는 이렇게 물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동물의 사육은 이미 미학의 영역으로 넘어 왔고, 상업화의 단계에 이르렀다. 푸른색과 국방색을 보는 데에 지친 전방의 병사처럼, 지상에 사는 동식물의 색채가 무척 지루했던 모양이다. 이 미디어 이론가는 언젠가 분자생물학자들이 지상생물들 색채를 열대바다 속의 물고기들처럼 화려하게 바꿔 주기를 기대한다. 그 세계는 얼마나 멋있을까? 파란 개, 노란 쥐, 빨간 고양이, 녹색 비둘기, 보라색 까치, 주황 참새, 분홍 파랑새, 연두 돼지, 세피아 소, 코발트블루 말…. 과거의 예술가들이 색채를 내기 위해 물감을 사용했다면, 미래의 예술가들은 색채를 내는 데 유전자를 사용한다. 과거의 예술가들이 화폭에 풍경을 그렸다면, 미래의 예술가들은 글자 그대로 새로운 풍경을 창조한다. 유전자로 생명을 작곡하는 이 새로운 예술을 플루서는 일종의 ‘대지예술’로 간주한다. 하긴, 이거야말로 진정으로 대지의 풍경을 바꿔 놓는 작업이 아닌가. 성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 그 ‘말씀’을 요즘은 유전자 코드라 부른다. 게놈을 해독했다는 것은 곧 창조의 암호를 풀었다는 얘기. 이는 인간이 마침내 신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인간은 이미 동물과 식물을 디자인해 쓰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섬뜩함이 있다. 이 불안감, 이 두려움은 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바벨탑 얘기에는 아직 신의 자리를 엿보는 인간의 죄책감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니체가 신에게 사망선고를 내려 인간을 죄책감에서 해방시켜 주었다.‘도덕’이라는 이름의 신을 대신하는 것은 ‘예술’이라는 이름의 우상. 아름다우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 현대인은 점점 더 유미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 거대한 디즈니랜드로 변한 세상에서 그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 여성이란 성욕의 주체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1) 여성이란 성욕의 주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무조건적인 욕망은, 존재욕이다. 존재하려는 욕망, 곧 살아 있고자 하는 욕망이다. 존재욕은 다시 두 가지 욕망을 구체화된다.‘예기’는 이렇게 말한다.“음식과 남녀는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 존재하는 곳이다.” 음식을 먹는 것과 남녀관계, 곧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다. 아니, 그 욕망이 곧 인간이다. 인간은 식욕과 성욕의 구성물인 것이다. 식욕이 없다면, 인간 개체는 소멸한다. 성욕이 없다면 종으로서의 인간이 소멸한다. 그런 까닭에 식욕과 성욕은 인간을 성립시키는,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 욕망이다. 식욕은 음식과 인간 개체와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이다. 이에 반해 성욕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욕망이다. 그리하여 성욕은 보다 복잡한 욕망이 된다. 또 인간 개체가 소멸해도 인간이 남을 수 있는 것은 성욕 때문이다. 성욕이야말로 어떤 억압에도 사라지지 않는 가장 근원적인 욕망인 것이다. 이제 그림 두 폭을 보자. 혜원 신윤복의 그림 ‘서생과 아가씨’의 왼쪽에 고운 아가씨가 기둥에 기대어 있고, 유건을 쓴 서생은 시선을 한 곳에 모으고 단정히 앉아 있다. 젊은 두 남녀는 서로 아는 사이인가? 선비가 아가씨를 불렀던가. 아닐 것이다. 선비가 아가씨를 불렀다면 저럴 수가 없다. 아가씨가 사모하던 선비를 찾아간 것이다. 또 다른 혜원의 그림 ‘영감님과 아가씨’에서는 몸을 돌린 아가씨를 안경을 쓴 초로의 남자가 문을 열고 내다보고 있다. 여자의 인기척에 내다본 것일 게다. 둘 사이의 은밀한 사연이야 알 길 없지만, 예사롭지 않은 관계라는 것은 쉬 짐작할 것이다. 젊은 여자와 늙은 남자의 조합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개인간의 합의의 결과라면, 누가 무어라 할 것인가. 어쨌건 위의 그림에는 성적인 아우라가 감돌고 있다. 때는 조선시대다. 우리는 여자가 흠모하는 남자를 직접 찾아간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과연 그럴까. 잘 알려진 어우동을 생각해 보자. 어우동은 수많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죄로 사형을 당한다. 이것이 죽을 죄가 된다면, 왕이 여러 명의 후궁을 거느리는 것은 왜 죄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탐식한다고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다. 비난할 수는 있어도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우동이 미움의 대상이 된 것은, 직접 나서서 남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어우동은 욕망의 주체였던 것이다. 남성의 가부장적 욕망은 여성이 성적 주체가 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한데 조선 초기의 ‘실록’을 읽어 보면, 어우동과 마찬가지로 성적 주체로 행동한 여성이 적지 않다. 기록에 남지 않은 여성들은 더 많았을 것이다. 흔히 어우동 사건을 똑 따내어, 어우동을 성리학이 강요한 도덕의 억압에 항거한 최초의 여성으로 보지만, 그건 아니다. 어우동의 시대에 성리학의 도덕적 족쇄는 막 만들어지고 있었을 뿐이다. 해서 여성은 남성을 찾아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다. 어우동은 그저 그 시대의 사랑의 문법을 따라 과감하게 행동했을 뿐이다. 어우동은 결코 여성해방론자가 아니다. 이 시기 여성이 사랑에 적극적일 이유는 충분히 있었다. 조선은 1392년 성리학을 국가이데올로기로 삼아 건국되었지만, 건국 즉시 모든 인간이 성리학에 의식화되지는 않았다. 양반-남성은 고려의 국가권력을 찬탈하고 성리학을 국가이데올로기로 삼는 국가를 건설하고, 이 국가의 권력을 이용해 인간과 사회를 성리학으로 길들이고자 했지만, 그 과정은 오랜 시간을 요구하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여성과 남성의 위상 조정이었다. 어우동이 살던 시대의 결혼제도는 남성이 여성의 집에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처가살이혼이었다. 남성이 처가에서 살고 아이들이 외가에서 성장하는 가족제도 하에서 가부장적 권력이 일방적으로 관철될 수 있겠는가. 사회는 가부장제 사회인 것은 분명했지만, 가부장제의 관철 강도는 상당히 미약했던 것이다. 처가살이를 시집살이로 바꾸려고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고,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거친 뒤인 17세기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시집살이혼이 시작되었다. 여성이 남성의 본격적인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사랑의 형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결혼 전에 자신이 바라는 남성을 만날 수 없었고, 결혼 뒤에는 남성의 집안에 유폐되었다.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것은 음란한 일로 치부되었다. 중종조의 인물인 조광조의 경우를 든다. 그의 옆집에 결혼식을 치르기 전에 신랑이 사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과부가 된 여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 봄날 홀로 지내는데 옆집의 미남 조광조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린다. 끓어오른 춘정에 여자는 담을 넘어 그 남자에게 남녀 음양의 이치를 알려달라고 애걸한다. 그 젊은 도덕군자는 절개를 지켜야 할 여자가 음란한 짓을 한다면서 종아리를 쳐서 쫓아낸다. 내쫓긴 여자는 돌아가 수치감에 목을 맨다. 자초지종을 들은 조광조의 아버지는 어찌 그리 야박한 짓을 했느냐고 아들을 심하게 나무랐지만, 무슨 소용인가. 조광조는 중종조의 사람이지만,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 보자. 처가살이에서 시집살이로 이행하면서 조선 후기의 가부장제는 보다 강고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성의 성을 출산과 쾌락으로 분리했으며, 후자에 부도덕의 굴레를 씌웠다. 여성이 쾌락과 관련된 성욕을 추구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었다. 아니, 상상하거나 말하는 것도 모두 부도덕한 일이었다. 이제 성욕의 발현 형태로서의 사랑 역시 모습을 바꾼다. 여성은 남성이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존재로 규정되었다. 춘향을 찾은 것은 이도령이었고 춘향이 아니었다. 옥에서 낭군을 기다린 것은 춘향이고, 그 춘향을 구원하는 것은 이도령이다.‘춘향전’은 불변의 사랑을 말하지만, 그것은 기다리는 여성과 찾아가는 남성, 고난에 빠진 가련한 여성과 그 여성을 구하는 씩씩한 남성의 이야기다. 그 사랑은 평등한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적 사랑이다. 하지만 가부장적 사랑도 여성의 성적 주체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었다.‘기문습유’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서울 용산에서 물건을 수레로 옮겨주는 수레꾼이 있었다. 어느 날 담벼락에 소변을 보는데, 누가 부른다. 보니 젊은 여성이 좀 들어오라고 유혹한다. 들어가 수작을 해 보니, 남편은 별감인데 숙직하러 갔단다. 수레꾼이 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데, 남편이 짬을 내어 돌아와 아내를 품으려는 것이 아닌가. 수레꾼은 놀라 숨었고, 여자는 쌀쌀 맞게 남편을 거부했다. 숙직소를 오래 비워둘 수 없는 남편이 떠나자, 여자는 다시 수레꾼을 불러내어 황음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황홀경에서 벗어난 수레꾼은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또 생각해 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음란한 여자가 아닌가. 내친 김에 죽이고 말았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그 여자의 남편이 지목받아 죽게 되었다. 수레꾼은 우연히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여자의 남편을 보고, 관에 출두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다. 관에서는 음부를 죽이고 억울한 사람을 살린 의인이라고 해서 죄를 면하고 상을 내린다. 나는 이 여성의 부도덕함을 말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끌어온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여성 역시 성욕의 주체임을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우리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남성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성적 주체라고 생각한다. 한데 과연 그럴까. 무엇이든 일반화는 위험한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성욕은 인간 자체이기 때문에, 성욕의 봉쇄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성리학은 여성의 자기 성욕과 사랑의 주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담론을 진리처럼 유포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다. 도덕적 담론의 존재가 곧 리얼리티는 아니다. 그렇다 해서 도덕적 담론이 없는 리얼리티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도덕적 담론과 욕망이 맺는 그 관계에 우리가 보고자 하는 성의 리얼리티가 존재할 것이다. 성욕은 윤리와 도덕을 초월해 존재하며, 도덕의 완강한 족쇄에도 성욕은 언제나 틈을 비집고 나온다. 그 모습을 위의 두 그림이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홍순영 칼럼] 미국이 지도자 국가가 되는 이유

    [홍순영 칼럼] 미국이 지도자 국가가 되는 이유

    왜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려는 것일까. 월남한 한국인이나 탈북 난민이 한반도가 공산화될까봐 겁이 나서 미리 자유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고백을 하는 것과 달리 보통 한국 사람들이 미국 가서 살고 싶다는 동기는 결국 더 행복한 삶을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에서는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정직하게 말하고 처신하면 작은 사업이나 작은 직장으로부터 시작하여, 규제나 압박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자유의 연장선에서 미국은 다원화 사회이다. 미국은 큰 용광로이지만 인종도, 직업도, 생각도, 행태도 다양한 다원화 사회이다. 서로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토론하고 존중하며 사는 복합사회이다. 자유사회, 다원화 사회, 이것이 미국 사회의 특성이면서 동시에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자유정신의 역사는 길다. 이미 1776년 미국 독립선언에 자유정신이 건국정신으로 선포된 바 있다. 약 100년 후인 1861년에 링컨 대통령에 의한 흑인해방이 있었고 그로부터 약 100년 후인 1963년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워싱턴 행진이 있었다. 링컨에 의한 흑인해방 선언은 마틴 루터가 주도한 종교개혁에 준하는 자유화의 금자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흑인해방의 큰 흐름 다음에 여성해방-여권신장의 큰 흐름이 일어났다. 미국은 지금도 자유민주주의의 제 원칙을 지키고 증진하기 위하여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자유의 가치를 전 지구촌에 전파하는 것을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고 있다. 이 자유민주주의의 힘에 바탕을 두고 미국은 시장경제와 세계화의 큰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은 단지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강대국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다. 학문 분야에서도 자연과학만이 아니고 인문과학 분야에서, 더 나아가 철학과 종교학에서도 세계 선두에 서 있다. 물질 분야에서뿐 아니라 정신 분야, 도덕윤리 분야의 연구개발에서도 앞서가고 있으므로 미국의 지도자 국가로서의 지위는 그 기초가 매우 견고해 보인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이데올로기 대결이 첨예했던 동서냉전을 성공적으로 주도하였고 탈냉전시대에는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세계 평화질서 유지의 큰 책무를 수행하여 왔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이 전쟁은 군사력에 의한 제압뿐 아니라 점령지역 내의 가치관 문제, 서방 문물에 대한 저항, 빈곤과 족벌정치의 문제, 부족간·종파간 갈등의 문제 등 간단히 얘기하면 치안과 행정 즉, 바른 정치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관리하여야 하는 다원화 전쟁이다. 다시 말하면 군사력·도덕력·행정력을 함께 필요로 하는 전쟁인 것이다. 이 테러와의 전쟁은 초기의 혁명적 공산주의와 벌인 전쟁과 유사하다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말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그리고 이란 및 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에서 광의의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국제 공동체의 동참과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전쟁의 승부는 국제 공동체의 동참 정도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군하는 시점과 관계없이 미군의 철수가 곧 미국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철수하였던 미국의 행보를 상기한다면 쉽게 이해되리라 본다. 역사의 흐름은 미국이 지향하고 주도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관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미국의 진로에 관하여 낙관하고 있다. 홍순영 전 외교부·통일부 장관
  • [한반도 대운하 커지는 논란] “설득과정 거쳐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당장 착공할 뜻을 비추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선인 측근들은 선거 과정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만큼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정책으로 결정해 추진해도 무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론 주도층의 80%는 공론화가 빈약했다며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맞서 있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데도 공론화가 부족했던 사정과 갈등을 없애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한반도 대운하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이 공론화 과정이 빈약했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정책으로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격언에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雖有忙心 線不繫鍼·수유망심 선불계침)’고 했다. 좋은 정책이라도 서두르지 말고 국민 의견 수렴과 법적 절차를 지키라는 뜻이다. 대운하 공약을 밀어붙이려는 이명박 당선인측 정치인들이 되새겨볼 만한 말이다. 서울신문 조사 결과 여론주도층은 대운하 공약은 공론화 과정이 충분치 않아 철저한 토론과 여론을 수렴한 뒤 정책 채택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책 결정 이후에는 비용을 줄이고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운 뒤 첫 삽을 떠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운하 공약 보고 찍어준 것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책 결정과 착공에 앞서 이번 선거의 참뜻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준섭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약은 많았지만 검증은 불가능했던 대선이었다.”며 “유권자들이 후보 공약이나 도덕성을 따져 투표했다기보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대운하 공약을 정책으로 밀어붙이기에 앞서 공론을 거쳐 국민을 이해시키고, 유권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을 무시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BBK 사건과 같은 외부 변수에 휘둘린 것도 공약 이해와 검증, 공론화를 빈약하게 만들었다. 정치 컨설팅업체 인뱅크코리아 황근환 팀장도 “이번 선거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당선자가 공약을 정책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타당하지만 시기·절차, 법적 뒷받침을 확보하기 위한 여론형성 과정을 거쳐야 ‘뒤탈’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 예로 16대 대선 기간 많은 공론을 거쳤던 행정수도 이전 공약도 법적 안정성 없이 추진하다 위헌판결을 받은 것을 들이댔다. 유권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공청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던 것도 여론 공론화 작업이 부족했음을 말해 준다. 그나마 몇 차례 열린 공청회는 정치적 공방으로 끝나거나 일방적인 주장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 당선인 지지자조차 여론 공론화 주문 여론 형성이 빈약한 공약을 정책으로 강행하면 자칫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실장은 “대운하 공약은 지역마다 이해관계가 다른데, 막연한 호불호(好不好)를 묻는 국민투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전문가들이 충분히 점검하고 토론한 결과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갈등과 국론분열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절대 다수인 83%가 대운하 건설은 당초 약속대로 여론을 수렴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명박 지지자 중에서도 76%가 이같이 답변해 광범위한 여론수렴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이론적 뒷받침을 해준 전문가들조차 여론 공론화 과정을 주문했다. 정동양 교원대 교수는 “대운하는 물류 기능뿐만 아니라 하천생태 복원과 국가 차원의 물관리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경제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공약”이라고 확신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번 선거는 네거티브가 너무 강해 대운하 공약을 제대로 토론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도 “선거 기간 내내 공약 홍보를 못했고 토론회마저 차단당했다.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인수위에서는 절차를 따라 문제없이 나가고 있으며, 여론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며 “공약을 정책으로 추진하는 데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反노무현이면 무조건 善이냐… 소금 계속 뿌리면 대응할 것”

    “反노무현이면 무조건 善이냐… 소금 계속 뿌리면 대응할 것”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참여정부 정책과 차별화하면 무조건 선(善)이다, 이것은 포퓰리즘”이라며 전날에 이어 이틀째 교육과 정부조직개편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강력 비판했다. 정책 노선의 차이에서 비롯된 신·구 권력의 갈등 양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참여정부 심판하는 것이 새 정부의 전략인 것처럼, 새 정부가 국민에게 지지를 받는 방법인 것처럼 하면서 참여정부 정책을 계속 속전속결식으로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안 그래도 초라한 뒷모습에다 좀 심하다 싶은데 소금까지 날아온다.”며 새 정부의 참여정부 비판에 각을 세웠다. 그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ABC(Anything But 클린턴, 전임 클린턴 대통령과는 뭐든 반대로 했다는 뜻)정책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ABN(Anything But 노무현)이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소금을 더 뿌리지 않으면 오늘로 이야기를 그만하겠지만, 계속 소금뿌리면 저도 깨지고 상처를 입겠지만 계속 해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인수위의 신용불량자 사면 방침을 겨냥,“5년 전 제가 신용불량자(문제에) 부닥쳐 화끈하게 밀어주고 싶었지만, 잘못 건드리면 도덕적 해이 일어나고 빚을 갚지 않기 시작하는 경제주체의 왜곡된 행동이 불붙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 신불자를 잡았다.”면서 “저는 절대로 포퓰리즘 정책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불도저 경제의 시대가 아니라 지식경제 시대이며, 속전속결하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정책을 이끌어 가야 할때”라고 말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인수위 업무보고와 관련된 일부 장관의 구두보고를 받은 뒤 “인수위는 다음 정부의 정책을 준비하는 곳이지, 호통치고 자기반성문 같은 것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다. 정부조직 개편은 신중해야 하고 특히 교육정책은 더더욱 그렇다.”면서 “인수위의 정책추진 과정이 다소 위압적이고 조급해 보인다. 미리 결정부터 해버리고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측은 “상황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어떤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호통을 치고 얼굴을 붉히는 자리는 없다.”면서 “상황 인식이 잘못됐으니 비판과 진단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KBS, 인수위 비판 보도 ‘눈길’

    공영방송인 KBS가 3일 메인뉴스인 ‘뉴스 9’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활동을 비판하는 논조로 보도, 눈길을 끌었다. 전날 정연주 사장이 신년사에서 “오만한 권력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 데 따른 게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사례로 비판받은 정 사장이 이례적으로 신년사에서 ‘권력 비판’을 강조하자 한나라당 등에서 ‘퇴진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이날 인수위의 경제·교육·대운하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을 강화했다. 인수위의 신용회복기금 조성 계획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되새겼고, 금산분리 완화 정책과 관련해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지 못하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프로다운 K리그를 기대한다

    축구장에선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수도원처럼 적막한 것도 좋지 않지만, 지나친 열정 탓에 금도를 넘어선 행동은 곤란하다. 또 한 해를 맞으면서 축구장에서 반복돼선 안 될 세 가지를 회고하고자 한다. 먼저 경기장 난동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난해 K-리그 경기장은 어수선했다. 구단과 선수, 심판, 팬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공을 차야 하는 선수가 상대의 허벅지를 걷어차고 열심히 응원해야 할 팬들이 물병을 던지며 서로 욕설을 했다. 구단은 서포터들의 과잉 행동을 방치했다. 학교 교실이나 은행 창구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 당장이라도 사회의 도덕이 땅에 떨어진 것처럼 야단법석일텐데, 축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충 수습하고 넘어갔다. 축구장이 도서관처럼 조용할 수는 없지만 왜 폭력의 현장이 되어야 하는가. 다음으로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있다. 생물학자들은 아무리 창조성이 결여된 사람일지라도 기본적으로 시행착오에 따른 학습 능력은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위원회에 대해선 생각을 달리 할지도 모른다. 몇 년째 반복된 일들이 개선되지 않고 고스란히 재연되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급하다고 하면서 일은 더디게 진행했다. 그러다가 마감이 닥쳐오고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 꼼꼼히 따져야 할 문제를 부랴부랴 처리해 버렸다. 해외파 운운하면서 넉 달을 끌다가 불과 반나절 만에 국내파로 급선회한 것을 반드시 기록하고 복기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엔 적어도 시행착오의 오류라도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로 의식의 실종이다. 이 역시 축구로 생계를 도모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프로란 여가 선용이나 취미 생활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구단에선 일관성 없이 입장료를 받는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법한 예외 규정 때문에 정상가로 표를 사는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서포터들도 맹렬한 함성만을 지고의 선으로 삼는다. 내셔널 리그 우승팀이 한사코 승격을 꺼리는 빈약한 수익 구조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몸값은 요지부동이다. 서너 명의 몸 값이 한 해 팀 운영비에 버금갈 정도인데, 물론 대다수 선수들은 간신히 생계 유지를 할 정도다. 프로라는 단어에 따라다니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라는 표현이 유독 선수 연봉에만 관철되는 듯하다. 그럼에도 새해는 들이닥쳤다. 허정무 신임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해 조광래, 황선홍 같은 스타 프로구단 감독들이 그라운드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몇 해 동안 겪었던 사회 곳곳의 놀라운 일들을 돌이켜보건대, 우리 사회는 안 되는 일도 많지만 기필코 되는 일도 대단히 많았다. 새해의 싱그러운 그라운드를 상상하며, 한 마디 하고자 한다.“프로가 프로다워야 프로지.” 독자 여러분도 올해 내내 싱싱하게 공 차시기 바랍니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문화마당] 386세대가 문학을 알았더라면/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사람들은 흔히 문학을 정치나 사회와는 별 상관없는 순수하고 고고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문학작품은 당대의 정치풍토와 사회상을 다각도로 반영하고 있으며, 일상현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입안자들의 눈에 문학이나 인문학은 별 효용가치가 없다. 비현실적이고, 가시적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국가에서 배정해주는 연구비도 문학이나 인문학의 중요성을 인정해서라기보다는, 단순히 소외된 분야에 대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선심용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인문학이 제공해주는 정치와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보다 나은 삶에 대한 도덕적 통찰은 한 민족의 삶과 한 나라의 역사를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노벨상 수상후보로 해마다 거론되는 미국작가 토머스 핀천은 바로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다.1960년대 중반에 이미 매트릭스 이론을 설파했던 핀천은 ‘제49호 품목의 경매’(1966년)라는 소설에서 컴퓨터의 조합인 0과 1 사이를 오가는 편협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930년대 극좌파들의 독선과 1950년대 극우파들의 횡포를 목격했던 핀천 세대는 자유주의 시대였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제3의 가능성을 추구했다.60년대 세대의 그러한 정서를 핀천은 “마르크시즘과 산업자본주의는 둘 다 엄습해오는 공포일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로 요약했다. 그런데 우리는 1960년대 이후 시작된 그러한 변화의 물결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우파 독재정권과 좌파 독선정권 사이를 오가다가 2007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야 겨우 마르크스주의의 망령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수년 동안, 세계의 시민으로 길러 냈어야 할 우리의 젊은이들을 민족주의자로 만든 교사들과 교수들, 철지난 19세기 마르크스주의를 불변의 절대적 진리로 신봉했던 학자들과 정치가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을 투쟁과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삼고 정치권력을 향유했던 작가들과 예술가들은 두고두고 반성하며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적 오류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문열이 ‘달아난 악령’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한 시대를 잘못 이끌어갔던 지도자들은 결코 자신들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는다. 사거리에서 서투른 수신호로 수많은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보냈던 정치가들, 선로를 잘못 연결해 기차를 그릇된 길로 보냈던 신호수들은 나이 들어 죽거나, 사라져버리거나, 기껏해야 감옥에 가는 것으로 그치겠지만, 그들이 파멸의 길로 보낸 죄 없는 사람들의 엄청난 피해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핀천은 위 소설에서 매카시즘 시대인 1950년대를 잘못 이끌었던 미국의 우파 정치가들을 비난하며 이렇게 말한다.“제임스 국방장관, 포스터 국무장관, 조지프 상원의원 등은 지금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들은 모두 자리를 옮겼거나 감옥에 갔거나 추적해오는 수색대를 보고 놀라 달아났다.” 우리의 좌파 정치가들이 문학을 알고 핀천의 작품들을 읽었더라면,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서로를 적대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들만이 절대적 진리이고 타자는 모두 틀렸다는 그릇된 편견도 갖지 않았을 것이며, 오직 좌파 이데올로기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헛된 미망에도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 시대를 잘못 이끌어놓고 무책임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실패한 386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이 젊은 시절 ‘자본론’과 ‘모택동 선집’과 ‘러시아혁명사’ 대신 차라리 시대의 변화를 예시해주는 좋은 문학작품을 읽었더라면 우리의 삶과 역사가 이렇게까지 피폐해지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 [새 정부에 바란다] “李 도덕성에 문제…추진력은 굿”

    [새 정부에 바란다] “李 도덕성에 문제…추진력은 굿”

    “추진력은 높지만 도덕성이 문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최대 장점으로 42.6%가 ‘과감한 추진력’을 꼽았다. 반면 이 당선자의 ‘도덕성 논란’은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다. 응답자의 52.1%를 차지했다. 이 당선자의 장점으로는 과감한 추진력에 이어 ‘경제전문가’(25.8%),‘강력한 리더십’(15.6%)이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효율적인 국정수행능력’(5.0%)과 ‘국민을 통합하는 중도실용주의’(3.9%)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조사 결과, 이같은 응답 분포는 연령과 지역, 이념적 성향 등 최근 선거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젊은 유권자든, 나이 든 유권자든, 호남 유권자든 영남 유권자든, 그리고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응답자가 이 당선자의 장점으로 ‘과감한 추진력’과 ‘경제전문가’를 꼽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가 가장 핵심 이슈로 부각되었는데도 ‘경제전문가’라는 응답보다 ‘과감한 추진력’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이같은 결과는 이 후보가 당선된 원인 중의 하나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과정에서 보여줬던 강력한 추진력이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은 화려한 수사보다 실천력을 중시하며, 바로 그 점에서 이 당선자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고, 앞으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직종별 구분에서 농·어업 종사자와, 학력별 구분에서 중졸 이하의 응답자는 이 당선자의 ‘경제전문가’이미지를 최고의 장점으로 택했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서민층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이 당선자의 단점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도덕성 논란’을 꼽았다. 다음으로 ‘밀어붙이기식 리더십’(13.3%)이 지적됐고,‘측근인사 중시’(8.4%),‘기업 위주의 시장주의 논리’ (6.4%),‘가벼운 언동’ (6.2%) 등의 순이다. 단점에 대한 응답에서도 연령별·지역별·이념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나이가 젊고 진보 성향을 가진 응답자일수록 이 당선자의 단점으로 ‘도덕성 논란’을 지적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나이가 젊고, 진보 성향일수록 국가지도자의 덕목으로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당선자의 도덕성 문제를 단점으로 지적한 응답자가 많은 것은 새삼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대선 내내 BBK사건과 위장 전입, 탈세 문제 등 각종 비리 의혹이 이 당선자의 뒤를 쫓아다녔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당선자의 장점으로 지목된 ‘과감한 추진력’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밀어붙이기식 리더십’을 단점으로 지적한 응답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당선자의 과감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기대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그리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욱 교수·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민주화 그 이후를 말한다-신년좌담] “냉전형 보수 아닌 시장 친화형 新보수로”

    [민주화 그 이후를 말한다-신년좌담] “냉전형 보수 아닌 시장 친화형 新보수로”

    2007년 12월 ‘실용’과 ‘선진화’를 표방한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의 당선으로 한국정치는 10년에 걸친 ‘민주화 세력 집권기’를 마감했다.2월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둔 한국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우파로의 권력이동을 알리는 징후들이 감지된다.서울신문은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와 손혁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를 초청,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년을 전망하는 좌담을 마련했다. 사회는 황진선 정치담당 수석부국장이 맡았다. 1. 이명박 집권의 의미 ●손혁재 교수 민주개혁의 시대로부터 신보수의 시대로 이행했다. 신보수는 구보수와 다르다. 구보수가 권위주의적 통치에 기반을 둔 냉전·안보형 보수라면 신보수는 시장친화적 보수다. 물론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한 노력이 의미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다만 10년 동안 민주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민들이 시장형 보수를 선택한 것이다. ●제성호 교수 1948∼1997년 구보수의 집권시기 빚어진 정치적 억압과 권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민주화가 도래했다. 그런데 민주화 주도세력이었던 386세대가 도덕적 절대주의에 빠져 반대파를 외면하고 배제하는 일방주의 정치를 펼쳤다. 반면 지난 10년 동안 구보수는 처절히 반성했다.‘뉴라이트’가 등장하고 한나라당도 변화를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말이 아니라 실적과 능력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이런 것으로 국민 속에 파고들어 정권교체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구보수로의 회귀가 아니다. 신보수는 과거의 냉전·안보형 보수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실용·시장형 보수다. ●강원택 교수 장기적 요인에 주목하고 싶다.87년 민주화 이후 유권자들이 가졌던 중요한 고민은 군정종식·정경유착 혁파·재벌개혁 등 대부분 정치적인 것들이었다. 모두 권위주의 시대에 뿌리를 둔 이슈다. 그런데 이게 더이상 설득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 온 것이다. 그만큼 지난 20년간 민주화와 탈권위주의가 진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진전되고 새로운 이슈에 대한 갈망도 커졌는데 진보진영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반면 보수진영은 과거 냉전·수구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용적 보수로 탈바꿈했다. 2. 이명박식 보수, 무엇이 다른가 ●손 교수 지난 10년간 보수는 능동화됐다. 집권세력의 대북포용·대미(對美) 비판적 정책들에 불만을 느낀 보수세력이 결집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거에 대해 철저한 반성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국보위 입법의원 경력을 가진 인사를 임명한 것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는 ‘보수의 노무현’이었다. 한나라당내 비주류가 국민의 지지에 바탕을 둔 ‘보수적 포퓰리즘’으로 당을 접수하고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구보수 50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제 교수 사실 구보수와 신보수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파가 조직화되고 보수 시민단체가 등장한 것은 현정부 집권 이후다. 대북정책과 한·미관계 등 안보현안과 관련된 정책들이 국가정체성과 안보근간을 흔든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뉴라이트가 실용·선진화를 말하지만 그 기저에는 현정부의 이념 문제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구보수와도 연속성을 갖는다. 뉴라이트는 그러나 국민들을 상대로 경제·안보 이슈 전반에 걸쳐 철저히 국민들에게 파고들어 공감대를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반면 좌파 시민단체는 기득권화되고 정권과 유착하면서 순수·독립성을 상실했다.‘시민정치’라는 게임에서 좌파진영이 뉴라이트에 패배한 것이다. ●강 교수 신보수와 구보수의 구분은 중요하다. 이명박의 당선은 과거의 보수가 갖고 있었던 색깔이나 정체성에서 탈피해 개혁·변신에 성공한 결과다. 대선에서 이명박을 지지했던 상당수가 과거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자였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사실 이번에 이명박을 지지했던 386세대는 여전히 박근혜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명박이 과거와 다른 보수라는 느낌을 줬기 때문에 편안하게 표를 던졌다. 게다가 부패하고 낡은 구보수의 이미지는 이회창이 가져가 준 덕분에 이명박은 실용적 보수라는 이미지를 독점할 수 있었다.‘중원을 장악한 보수’가 된 것이다. 3. 선진화,새로운 시대정신인가 ●강 교수 우리사회가 민주화 이후 새로운 시대로 이행한 것은 맞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이를 상징한다. 사실 5년 전이라면 이명박의 당선은 불가능했다. 이명박은 이를 선진화 담론을 통해 극복했다. 산업화·민주화를 완성한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목표라는 의미에서 선진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적절히 활용했던 셈이다. ●손 교수 산업화·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진단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선진화인지는 의문이다. 이명박 진영이 이야기하는 선진화는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다. 이런 의미의 선진화는 이미 우리사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그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명박식 선진화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획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제 교수 선진화 속엔 ‘제2의 산업화’‘제2의 민주화’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70∼80년대식의 관치개발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구보수도 큰 경제를 지향했다. 이제 대세는 ‘작은 정부·큰 시장’이다. 그게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으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민주화세력이 민주정부를 표방했는데, 헌법을 무시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등 과거 권위주의 시절과 같은 반민주적 행태가 이어졌다. 민주화도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4. 李정부,단절이냐 연속이냐 ●손 교수 실용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은 대처리즘에 가깝다. 현재 대처리즘의 우파적 버전이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중도적 버전이다. 이명박 정부의 좌표는 메르켈과 사르코지 정부의 중간쯤이 아닐까 싶다. 다만 실용주의로 가는 것은 좋은데 규제를 무조건 푸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는 필요하다. 그것까지 없애면 ‘실용’과 ‘시장친화’란 것도 거대자본에만 유리하고 서민과 중소기업에겐 불리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강 교수 대통령제는 기본적으로 지배관계의 중심에 인물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임자와 후임자가 같은 정당 출신이라도 기본적으로 단절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다만 변화를 추구하더라도 실현가능한 변화의 양은 크지 않다.5년은 지나치게 짧다. 이른바 ‘대처 혁명’도 집권초기 5년 동안은 이뤄진 게 없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하려고 무리하면 실패한다. 전임정부가 추진했던 모든 일들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새 정책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원하는 몇가지 분야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제 교수 현정부 정책 가운데 계승할 것과 버릴 것, 고쳐갈 것을 식별해 정책과제를 뽑고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승계할 것도 적지 않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저출산 고령화대책 등이다. 그러나 수능 등급제, 대언론 정책, 대북정책 등은 수정보완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폐기보다는 수정보완될 부분이다. 하지만 기업 투자를 규제하는 정책은 과감히 풀어야 한다.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지만 그 후유증은 나눔과 희생, 봉사를 통해 재조정해야 한다.‘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구현되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손 교수 참여정부가 친노동·반재벌적이었다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 금산법 문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등 참여정부는 철저하게 기업·재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와 정책에 있어 연속성을 갖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특히 기업·재벌에 대한 정책들은 대부분 재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업들은 더 많은 자유를 달라는 것인데,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이다. 5. 교육의 공공성인가 다양성인가 ●강 교수 사람들의 불만은 크게 2가지다. 우선 교육의 질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외로 많이 나간다. 다음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크다. 이 때문에 지표상의 국민소득만큼 생활수준을 못 누린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실질적인 소득 증가 및 복지와도 관련이 깊다. 사교육비가 올라감으로써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점 낮아진다. 사회적 이동성 차원에서 굉장히 큰 문제다. 교육문제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180도 정책을 바꾸기 힘들다.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만 시장주의는 또 다른 도그마가 될 수 있다. ●제 교수 사실 너무 많은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려고 한다. 반드시 필요한 몇 과목으로 줄이면 안 되나. 차라리 70년대의 ‘예비고사-본고사’ 제도가 더 낫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한다. 교육체계를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핵심은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저비용·고효율의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만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언론과 국민이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손 교수 공교육이 붕괴돼서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게 아니라 사교육이 지나치게 커져 공교육이 위축된 것이다. 물론 사회가 다양화됐기 때문에 교육도 다양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옳다. 하지만 공공성이 훼손돼선 안 된다. 교육제도를 손보는 것은 좋지만 자율형사립고 100개 만들겠다는 처방은 문제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같지만 이 자체가 입시전쟁을 확대시키고 사교육 수요를 키운다. ●제 교수 물론 공공성도, 국가 개입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고,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한 국가발전과 성장동력 확보도 가능하다. 6. 4·9총선을 전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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