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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 칼럼] “이 공약 꼭 실천하라” 보도 유용/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옴부즈맨 칼럼] “이 공약 꼭 실천하라” 보도 유용/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

    서울시장 선거일이다. 지난여름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열풍에 이어 온 나라가 ‘희한한’ 정치바람에 휩싸인 지 두 달여 만에 마침내 결승점에 이르렀다. 전세대란, 물가난, 양극화 심화 등에 시달려온 국민은 기존 정치권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정부와 여당의 국정 실패와 야권의 무기력에 분노를 표출하였다. 시민사회세력인 제3세력에 대한 지지라는 놀라운 선택을 통해 정당정치의 위기를 경고하였고 반성과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였다. 새로운 바람은 우리 정치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선거운동 과정을 지켜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기성 정치인 대 시민사회후보 간의 대결이라는 아주 새로운 형태의 선거전임에도 내용은 기존 정치의 구태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정책도 없고 전략도 없고 아무런 감동도 없는 선거. 정치권과 시민사회,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등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선거. 그래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결과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한 보궐선거의 차원을 넘어서는 선거이다. 시장자리가 갖는 상징성과 의무, 책임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정치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갑자기 등장한 여야의 두 후보를 검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두 후보는 ‘안철수 바람’과 ‘박근혜 효과’에 의존하고 있어 후보들만 놓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 정당들은 익숙하지 않은 대결구도에 적합한 선거전략을 수립하지 못하고 직업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에 따른 낡은 선거전략에 의존하였다. 검증과 네거티브는 엄연히 다르다. 책임 있는 주체에 의한 공식적인 경로로, 정당한 근거가 있는 팩트를 바탕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검증대상이다. 그 정도가 일반 국민의 상식선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당연히 네거티브에 해당하겠지만 그것에 대한 판단과 평가 역시 유권자의 몫이자 권리이다. 후보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대부분 언론매체들은 마땅히 해야 할 검증절차까지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몰고 갔다. 서울신문도 22일 자 ‘점입가경 네거티브전’ 관련 기사를 통해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의 도덕성 검증과정을 네거티브전으로 간주하는 듯이 보였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도 22년 만에 양 후보 진영에 네거티브 선거전 자제를 촉구하는 경고 서한을 보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네거티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지적과 판단이 없다. 대중은 유명인들의 숨겨진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귀 기울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사실 상대방을 흠집 내는 선거 전략이 진부해도 먹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선거처럼 ‘네거티브전’을 통해 알게 된 후보들의 이력과 배경을 바탕으로 유권자가 그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능력을 검증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정책선거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보의 도덕성 검증 또한 중요하다. 국민의 높아진 정치의식에 비추어 볼 때 후보 간의 의혹 제기는 도덕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부분이란 것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공약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한 가운데 서울신문은 매우 유용한 기사를 제공하여 두 후보의 정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5일 자 서울신문과 매니페스토 본부의 ‘이 공약 꼭 실천하라’는 기사는 각 후보가 제시한 수십 개의 공약을 두 차례 심층 분석한 후 적은 예산으로 서울 시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꼭 실천해야 할 공약’을 선정 발표한 것이다. 이 공약의 핵심은 시민의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 제도 정착과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정책들이다. 오늘 서울 시민들은 시정을 책임질 대표를 선택한다. 2011년 현재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시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바람이 무엇인지, 시민들이 무엇에 감동할 것인지, 유권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지도자가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 도가니 합의금, 세금·후원금으로 냈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게 건네진 수천만원의 합의금은 인화학교 재단인 우석법인의 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석법인이 현행법상 정부보조금과 후원금을 받고 있었던 만큼 국민 세금과 선의의 지원금이 결과적으로 성폭행 합의금이라는 비윤리적·비도덕적 용도로 부당하게 쓰인 것이다. 성폭행범인 인화학교 김모(2010년 사망) 교장은 재단 설립자의 큰아들, 행정실장은 설립자의 작은아들이다. 24일 경찰청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재수사 결과, 2005년 사건이 불거졌을 때 우석법인 측은 교장 등이 청각장애 원생을 성폭행한 것과 관련, 피해자와 형사 합의를 하면서 법인 자금으로 비용을 충당한 뒤 보상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위장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사장 등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인 차원의 보상금 형태로 허위로 꾸며 합의금을 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추가 성폭행 건과 달리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사장 A씨는 “개인 합의를 진행한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 자금 집행 여부는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기간에 발생한 학생 간 성폭행 사건과 관련, 인솔 교사들이 사건을 은폐한 뒤 탈선 행위로 조치했다는 진술도 받았다. 앞서 광주시교육청은 지난달 초 성폭행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교사 6명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우석법인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게다가 경찰은 학교 관계자들이 2005년 당시 성폭행 사건을 감추기 위해 상급생을 시켜 피해자를 세탁기에 집어넣고 때리게 한 사실과 함께 증거도 확보, 이들을 폭행 혐의로 처벌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습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않거나 실습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 허위 증명서를 발급한 인화원 관계자들은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이 적용될 것”이라면서 “실습확인증명서를 받은 수십명의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취소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시론] 서울시장 후보에게/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서울시장 후보에게/박형준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주말 따뜻한 햇살에 이끌려 딸아이와 동네 공원을 찾았다. 가을의 고즈넉함을 즐기며 오랜만에 딸과의 산책을 바랐던 기대는 서울시장 선거유세를 위해 출력을 최대로 올린 확성기 소리에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너무 시끄러워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생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기 확성기에서 말하는 서울시장이 뭐 하는 사람이야?” 이 기회에 딸에게 사회 공부를 시킬까 해서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서울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편안하고 안전하며,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자 딸아이가 물었다. “어떻게 만든다는데?” 이에 갑자기 말문이 막혀서 잠시 우물쭈물하는 사이, 다시 물었다. “아빠, 그런데 피부과 이야기랑, 협찬 이야기가 서울을 살기 좋게 만드는 것과 관계 있어? 저 아저씨들이 그런 이야기만 하던데?” 갑자기 창피해서 내 얼굴에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현재의 선거는 더 나은 서울과 시민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에 의존한 네거티브 전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신문 기사도, 시민들이 그것에 관심이 있어하는 줄 알고, 후보자의 공약정책 비교와 실현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와 관련 인물들 기사로 연일 지면을 채운다. 물론 후보자의 도덕성과 바른 몸가짐도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이야기했듯이 매우 중요한 시장 후보자의 판단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이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바라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란 세금을 통해 마련한 귀중한 재원을 바탕으로 한정된 예산하에서 어떻게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시민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실현 가능하고, 소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는 정책선거여야 한다. 그래서 어느 후보자의 정책이 나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내가 바라는 서울을 만드는 데 더 근접해 있는지를 판단해서 유권자가 투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유권자가 구체적 정책을 요구하고 이에 따라 투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겠다. 그래야지 언론도, 정치인들도 시민의 표에 대한 수요와 판단기준이 구체적 정책에 있음을 알고 서울을 발전시키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고자 진지한 고민과 공부를 더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주위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던 딸아이가 또 물어본다. “그런데 시장은 누가 나와? 저 아저씨들이 박근혜 아줌마와 안철수 아저씨 이야기만 많이 하던데?” 나는 “아니야.”라고 대답했지만 왜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하는데 중앙의 정치와 연계되어야 하고 그분들의 이미지가 선거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아저씨들은 서로 핏대를 올려가며 “나경원 후보가 맞다.”, “박원순 후보가 맞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서로 다른 윤리적·도덕적·정책적 가치가 경쟁하고, 상대방의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여 이를 인정하며, 토론과 치열한 논리적 논쟁을 통해서 상대의 주장에 대한 인정과 이해, 설득의 과정을 통해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사회야말로 또 다른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상식이 지배하기보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관점의 상식이 지배하는 것 같다. 너무 자기만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며, 남을 가르치려고만 하고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문화가 팽배하다. 이런 갈등들이 사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차기 시장 당선자는 물질적인 부분의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드는 정책 이외에도 이러한 점도 고려하는 정책들을 내놓았으면 한다. 고려말 가정 이곡 선생이 목민관으로 떠나는 관리에게 건넨 ‘一心之義利 而庶民之休戚係焉 可不謹哉’(일심지의리 이서민지휴척계언 가불근재·목민관 한 사람이 마음의 의를 추구하느냐 이익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백성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데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을 시장 후보자들도 깊이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WHO&WHAT] 인구 10억명 시대 경제학자 맬서스 ‘2011년판 70억 인구론’

    누구는 이달 말이면 된다고 하고, 누구는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이라고 한다.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 넘었다고도 한다. 누가 맞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 인구 70억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꼼수’가 등장했다. 유엔은 아예 31일을 ‘70억 인구의 날’로 정했다. 한발 더 나아가 아동인권운동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북동부 우타르프라데시아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를 ‘70억번째 아이’로 공인한다고 발표했다. 1초마다 2.5명, 1분에 150명씩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죽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누가 70억번째인지 어차피 알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벤트인 셈이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70억이 사는 지구는 마냥 축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화 ‘덕택’에 한 나라의 불행은 다른 나라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지며 지구는 이미 완벽히 ‘연동’된 상태다. 과연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해줄 만한 사람의 강연을 들어보기로 했다. 바로 역사상 가장 ‘비관적’인 책을 쓴 사람으로 꼽히는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1766~1834)다. 지난 200여년간 그의 저서 ‘인구론’에 비할 만한 논쟁을 낳은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일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10억명 시대에 살았던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 맬서스는 오늘날의 지구를 어떻게 평가할까. 2011년에 부활한 맬서스의 인구론 1, 2강을 들어보자. 제1강 ‘음울한 과학’ 인구론 전형적인 영국 신사의 강연을 기대했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시는 분들의 표정이 보이는군요. 네. 전 선천성 구개파열, 소위 말하는 언청이죠. 그래도 지금 보시다시피 말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은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한 이후에 여러 웅변대회를 휩쓸 정도였으니 강연에 대한 실망은 접으셔도 됩니다. 강단에 올라오기 전에 좀 들어보니 다들 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시더군요. 이해합니다. 200년이 지났으니, 제가 한 일만 남고 제 자신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우선 간단히 제 배경을 얘기하면서 시작하죠. 전 대학을 졸업한 후에 목사로 일했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1793년에는 지저스 칼리지의 평의원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주요한 관심은 당시의 정치와 경제에 있었습니다. 특히 복지정책이나 식량가격정책에 대해 깊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39살에는 이스트인디아컴퍼니 칼리지의 교수가 되면서 역사, 정치, 상업, 금융을 가르쳤습니다. 담당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처음 만들어진 분야였죠. 흔히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시조라고 여기지만, 스미스는 도덕철학 담당 교수였어요. 결국 제가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가 된 셈이죠.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오늘 여기 선 이유가 된 책. 바로 ‘인구의 원리에 관한 소론:고드윈, 콩도르세 및 기타 저술자의 연구를 논평하면서 장래의 사회개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함’이죠. 너무 기니까 그냥 여러분들이 부르는 대로 ‘인구론’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원래 제 아버지와의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사였던 제 아버지 대니얼 맬서스는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당시 철학가나 정치인들과 비슷했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고 양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귀족과 중간계급이 대규모 목양지를 만들기 위해 토지를 닥치는 대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도시빈민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역시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전 이 정책이 눈앞의 문제만 해결하려는 장기적인 악수가 될 것으로 봤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합니다. 초판의 서문에 전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실 책은 사라지고 이 문구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구는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설명해 보죠. 인간은 가급적 많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구는 1, 2, 4, 8, 16, 32…로 증가하죠. 반면 식량은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기 때문에 1, 2, 3, 4, 5, 6, 7, 8…로 늘어납니다. 그럼 지금 인구와 식량이 1:1이라면 200년 후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은 259:9, 300년 후에는 4096:13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식량생산 기술을 개발하면서 격차는 좁아지겠지만 균등하게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인류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는 거죠. 물론 인구론은 그 해결책 역시 담고 있었습니다. 인구 증가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전쟁, 기아, 질병 같은 ‘적극적 억제’와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예방적 억제’가 있습니다. 전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습니다. 목사인 제가 어떻게 적극적 억제를 하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혼을 늦게 하거나 빈민에게 청결을 권고하지 말고, 도시의 거리와 집은 더 좁고 많은 사람이 북적거리게 하면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평균수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잔혹하다고요. 인구증가로 모두가 파멸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구론은 ‘성경’이 아닙니다. 단지 제 스스로 생각했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제 주장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 평생 악평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사회학적으로 해결책을 고찰했던 제 이론들은 빈민구제나 복지정책에 대한 반대 근거로 사용되며 기득권만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18세기에 저보다 앞서 이런 내용을 발표한 사람은 많았죠. 단지 제 이론이 산업혁명 급변기의 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또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쓰여졌기 때문에 당시를 대표하는 이론이 되지 않았을까요. 제2강 ‘수정 인구론’ 자, 그럼 현실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11년의 오늘을 보니 제가 예측했던 것과 확실히 다르군요. 200여년이 지났으니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259:9여야 한다는 말인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전 산업혁명의 초창기의 암울한 분위기에 치중했던 나머지 인류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을 할지 미리 내다보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구와 식량에 대한 제 전제를 다시 써야 하겠죠. 다만 변명을 하자면 저는 생전에 제 의견을 고치려고 노력했다는 겁니다. 인구론은 개정판이 나왔고 그때 내용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는데, 지금 사람들은 초판만 기억합니다. 예를 들어 2판에서 인구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낙관하기도 했죠. 또 빈민구제도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보며 조절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강조했던 예방적 억제는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인구억제 정책을 썼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를 적게 낳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결혼연령을 늦추고 피임을 유도하는 등 제 200년 전 주장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인구증가율은 둔화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언제 실질적으로 줄어드느냐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인구증가가 식량과만 연관을 맺는 것뿐 아니라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제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인구증가는 아직도 막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제 전제는 분명 틀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산업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 생산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아진 경우도 있더군요.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아직 굶어죽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교적 충분해진 식량을 어떻게 나눌지를 고민하는 분배의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오늘의 강연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사회상황에 치중해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것을 택할지는 전문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몫입니다. 제 시절에 장 바티스트 세이는 “공급이 수요을 창출하기 때문에 공급 과잉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전 공급 과잉 현상이 충분히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훨씬 적합한 얘기 아닌가요. 이래도 제가 단순히 한물 간 경제학자, 거짓 예언자이기만 할까요.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답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없습니다. 70억이 살아가는 지구라면 더 그렇습니다. 2025년에는 80억의 지구가 됩니다. 그 이후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박중서/네이버 인물세계사) 교양세계사(동서역사문화연구회/우물이있는집) 경제학콘서트(팀 하포드·이진원/웅진지식하우스) 부의 탄생(윌리엄 번스타인·김현구/시아출판사) 더 이코노미스트 2011년 10월 22일/‘세 섬 이야기’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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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금융산업이 고객성공의 서포터가 되려면/장영철 캠코 사장

    [CEO 칼럼] 금융산업이 고객성공의 서포터가 되려면/장영철 캠코 사장

    최근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함께 점거하자(Occupy Together)’ 시위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시위를 촉발시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해 놓고 ‘돈잔치’를 벌인 월가의 금융회사들의 뻔뻔함이다.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이른바 ‘금융공학’이라는 현란한 기법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왔다. 복잡한 파생상품 등 투기적 거래를 조장해 오다 큰 손실을 입게 되자 이 손실을 손쉽게 국민부담으로 떠넘겼다. 자신들이 무너지면 국가경제가 붕괴될 것이라고 미국 정부를 협박해 공적자금을 받았다. 그래 놓고 이 돈으로 위기 이전 수준의 막대한 성과급과 연봉을 지급해 도덕적 해이의 상징물이 됐다. 금융회사는 사적 기업이지만 화폐공급, 지급결제 기능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독과점적으로 공급하다는 측면에서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면허제로 운영되고 있고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금융회사가 사적 기업과 공공서비스 공급자라는 이중적 성격을 자의적으로 활용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공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조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원받았음에도 2009년부터 매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186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급여 수준은 생산성이 비슷한 제조업 대비 1.5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이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금융회사가 산업경쟁력 강화나 후생확대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수수료로 연간 수조원대 수입을 올리는 등 고객부담을 증가시키는 기형적 수익구조를 보인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사회 전체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을 금융의 기본 기능으로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의 기본적 수익모델은 자금을 조달해 높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는 고객에게 투·융자하고 그 과실을 나누는 것이다. 제조업이 생산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직접 창출한다면 금융회사는 가치의 이전을 통해 유망 고객을 발굴·육성하고 고객의 성공을 도와줌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즉, 고객의 성공이 금융회사 수익의 원천이요, 금융회사 자체가 고객의 사업을 뒷받침해야 하는 등의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 조직인 것이다. 산업발전과 경제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에 있어서도 금융의 기능은 마찬가지이다. 뛰어난 혁신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더 나아가 기존에 없던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도 하지만, 혁신은 실패의 위험 또한 매우 높다. 따라서 혁신에 대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려면, 고객과 신사업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금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 은행 문턱을 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담보에만 의존하는 전당포식 영업이나 복잡한 금융공학으로 만들어진 파생상품 등만이 아닐 것이다. 담보가 아닌 고객의 잠재력을 보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투자하는 고객 지향적인 금융서비스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우리 금융산업은 한정된 자본을 유망한 분야에 효율적으로 배분해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제는 금융소비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도 해야 한다. 또 신사업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관찰과 투자를 통해 녹색기술, 첨단융합산업 등이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월가 시위와 금융회사에 대한 비판이 우리 은행들과 금융회사로 하여금 혁신의 요람이자, 공생공영의 경제생태계 조성 등 금융의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다시 한번 자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로써 우리 금융산업이 고객을 자라게 하는 진정한 ‘서포터’가 되기를 기대한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오감도’ 이상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오감도’ 이상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 1934년 식민도시 경성의 여름은 뜨거웠다. ‘조선중앙일보’에 7월 24일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작품 ‘오감도’(烏瞰圖) 때문이다. 작가는 2000여편 중에서 30편을 골라 연재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15회를 넘기지 못했다. 띄어쓰기 무시! 문법 파괴! 기호와 숫자가 문자를 대신하는 시! 독자들은 분노했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당장 원고를 불살라라, 작가가 미쳤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을 미쳤다고 비난하는 독자들에게 반문한다.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년씩 뒤떨어져도 마음 놓고 지낼 작정이냐?’ 그가 보기에 대중은 게으르고 편협했다. 자신은 지금 시대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뛰어넘고 있는 중인데 독자들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문학관만 소비하는 중이니 말이다. ‘오감도’의 작가 이상(李箱·1910~1937). 그는 정말 시대와 불화한 천재였을까. 시대가 박제시켜 버린 천재였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이나 영감에 의지해 개성을 뽐내는 그런 천재는 아니었다. 모두가 문명화, 근대화라는 덧없는 망상 속에서 허둥댈 때, 그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문명의 메커니즘을 보고, 시대의 이면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비상(非常)한, 비상(飛上)을 꿈꾼 지식인이었다. ●모던 경성, 적빈(赤貧)의 시공간 1910년 9월생인 그는 일본어를 국어로 하는 세상에서 태어나 문화통치 기간인 1920년대에 학교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1920년대 중반이 되면 제국 일본의 식민 경영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게 된다. 아울러 경성의 도시경관은 총독부 건물, 경성제국대학, 백화점을 중심으로 근대 도시의 풍모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안에서 근대적 학교교육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출판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그리하여 1920년대에는 신문과 잡지를 통해 동시대의 근대문화를 흡수하고 소비하는 ‘대중’이 유럽풍 옷가지와 장신구로 몸을 두르고 커피 한잔을 찾아 방랑하는, 보들레르가 명명했던 ‘산보객들’이 경성 한복판에 등장하기에 이른다. 경성고등보통학교 건축과 학생이었던 이상 역시 화구통을 메고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가난이었다. 끼니를 잇기 힘든 가난한 중인 가문의 장남이었던 그는 현미빵을 팔아 학교를 다녔다. 그가 배우는 최신 기하학과 건축학이 식구들과 이웃의 허기를 달래줄 날은 참으로 요원했다. 하지만 이런 물질적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신의 가난이었다. 생활은 점점 더 돈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돈은 아비와 자식, 친구와 애인을 연결시켜 주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였다. 의리도 인정도 돈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었다. 지독한 정신의 가난은 가난한 서민들뿐 아니라 도시인 전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대중매체가 선전하는 소비와 향락, 학교에서 강요하는 청결하고 근면한 생활. 이상이 보기에 이것은 실상 일본식 유행풍속을 좇아 양복을 입고 몇 개 안 되는 다방을 전전하면서 ‘교양입네’ 하는 꼴이었다. 제국 일본의 식민도시 경성은 제대로 문명화를 구가하지도 못하면서 박래품 소비에만 열광하는 ‘무늬만 근대도시’였다 경성의 도시인들은 모두 ‘모던’(modern)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지만, 정작 자신의 텅 빈 정신은 보지 못하는 불구자들이었다. 왼팔을 들면 거울 속의 나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기묘한 형국처럼 도시인들은 자신을 비추는 문명의 거울 앞에서 분열증에 시달렸다. 지독한 정신의 가난 속에서도 겉으로는 잘사는 척, 문명인인 척하기에 급급한 삶이라니! 이상은 이 사태가 공포스러웠다. 그 수선스러움에 질식할 것 같았다. 이 가난에 맞서야 한다! ●나의 펜은 나의 칼이다 1930년 ‘조선’에 연재된 첫 장편소설 ‘십이월 십이일’을 필두로, ‘이상한 가역반응’, ‘삼차각설계도’, ‘건축무한육면각체’ 등 기하학과 일본어가 맞물린 시들과 ‘지도의 암실’ 등의 소설, 다양한 수필이 발표된다. 문명을 지탱하는 정신의 가난과 대결하면서 그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언어의 문제였다. 식민지 조선에서는 일본어가 국어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조선어다. 그는 식민지에서의 가난과 소외가 무엇보다도 언어와 그 언어 사용자 사이에 놓인 간극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1930년대를 지배하는 ‘모던’이라는 말 안에는 그 어떤 진지한 성찰도 부재했다. 도시의 소비자들은 양복(洋服), 양행(洋行)과 같이 서양풍을 내세운 습속에만 매달릴 뿐 왜 서양식 옷을 입고 서양에서 나온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자문하지 않았다. ‘모던’이란 말은 식민지 조선에서 텅 빈 기호였다. 그 안에서 어떤 정신적 가치도 찾을 수 없었다. 이상은 그런 시대를 ‘활자허무시대’라고 명명했다. 이상은 그렇게 기호에 갇혀 자기 삶의 진실을 외면하는 문명인의 삶을 해부하기로 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런 그에게 문학은 대중이 기대하는 여가선용이나 위안의 도구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하듯 특정한 계급의 현실을 드러내고 정치적 방향을 선동하는 이념의 도구에 머무를 수도 없었다. 문명의 매커니즘을 해부하고, 소외된 삶을 극복하는 것! 이것이 문학의 일차적인 임무여야 했다. 이상에게 펜은 그런 가난한 문명과 나태한 정신을 향해 휘두르는 칼이어야 했다. 그의 시 ‘오감도’는 숫자와 여러 가지 기호들을 통해 근대적 삶의 폐쇄성과 불구성을 해부하는 ‘메스’로서의 문학이었던 셈이다. ‘오감도’ 연재가 중단된 후 자신의 시도가 불러일으킨 적대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상은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을 몰라보는 대중을 무시하지도 않았으며, 관광객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을 관조하지도 않았다. 속악한 돈의 횡포나 비정한 이기주의를 직시하면서도, 그는 자신 역시 허위에 찬 근대의 산물임을 처절하게 의식했다. 박태원과 김기림 같은 지인들은 이상이 퇴폐적 카페를 열고 여급들과 연애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문학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도 문명을 비판하고 자조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감추려고도, 미화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겪은 배반과 궁핍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근대문명을 고민하고, 그 안을 휘청거리며 걸었다. ●이상, 시대의 혈서를 쓰는 자 1936년 가을, 이상은 일본 도쿄로 떠났다. ‘날개’를 통해 평단으로부터 큰 주목과 호평을 받은 직후였다. ‘날개’는 돈으로 마음과 정신을 사고파는 근대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여기서 이상은 주인공이 날개를 얻어 비상할 것을 꿈꾸는 장면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해부를 넘어 새로운 도덕을 발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그 도덕적 비전이 식민지 조선 바깥에, 현해탄 건너 문명의 본산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도쿄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허영의 낙원이었다. 특가품, 할인품, 온갖 상품들로 넘쳐나는 긴자 거리에서 사람들은 모두 성병에 걸린 듯 화려하게 치장한 채 돌아다녔으며, 최신 서적들은 그저 교양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거기에도 자기 삶의 정열을 태우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가 더 노골적으로 발산되고 있었다. 영국 런던에 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딜 가도 적막, 암흑, 권태뿐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새로운 도덕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20세기가 그토록 찬미해 마지않는 문명이란 정신의 가난만 키우는 황금만능의 허위 세계임을, 이상은 낯선 땅에서 뼛속 깊이 절감한다. 그해 겨울 도쿄 거리에서 이상은 불온한 조선인으로 낙인찍혀 감방에 갇히게 된다. 도일(渡日)하기 전부터 앓았던 폐병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문명의 속악성은 그의 마음에서 한 가닥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글을 쓰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1937년 4월 17일. 채 십년이 되지 않는 창작 기간 동안 오직 근대문명의 실상을 파헤치기 위해 글을 썼던 이상이 죽었다. 그의 죽음은 친구 김기림의 말대로 제 육체의 마지막 조각을 갖고 제 혈관을 짜서 쓴 시대의 혈서였다. 죽기 몇 달 전 탈고한 소설 ‘종생기’(終生記)에서 이상은 자신의 묘지명을 작성한다. “일세의 귀재(鬼才) 이상은 그 통생(通生)의 대작 ‘종생기’ 일편을 남기고 서력 기원후 일천구백삼십칠년 정축(丁丑) 삼월삼일 미시(未時) 여기 백일(白日) 아래서 그 파란만장(?)의 생애를 끝막고 문득 졸하다. 향년 만이십오세와 십일개월.” 자신을 죽이고, 그 시체로부터 생과 예술의 본질을 투시하려 했던 자. 임박한 죽음 앞에서도 이상은 그렇게 끝까지 예리한 언어의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 오선민 남산강학원 연구원
  • [사설] 나라망신 미인대회 성추행 조사하라

    최근 국내에서 열린 국제미인대회에 참가한 영국의 10대 소녀가 대회 관계자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며, 수상을 미끼로 성 성납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참가자는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엉망인 대회 조직위의 횡포를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에 신고했으나 소용이 없어 대회 도중 귀국했다고 밝혔다. BBC, 데일리메일 등 해외 언론들은 이 소녀의 주장을 일제히 보도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것 자체가 나라망신이다. 대회를 어떻게 치렀길래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이 소녀는 “2명의 주최 측 관계자가 성추행을 했다.”며 “한 명은 내 상의를 벗기려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행사 스폰서 업체와 사진을 찍으면서 부적절하게 내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조직위 관계자들이 나와 일부 참가자를 각각 따로 불러 ‘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않느냐’고 말하더라. 우리는 그게 성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고도 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회 관계자들이 수상을 무기로 참가자들에게 성 상납을 요구했다는 뜻이 된다. 이는 명백한 범죄일 뿐 아니라 국제적 망신거리다. 요즘 세상에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면서도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대회 관계자의 해명은 궁색하고 꺼림칙하다.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는 점에서 나라의 명예가 걸린 일이다. 입상자들의 명예 또한 중요하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입상은 성 상납 결과물이 되고 만다. 결코 흐지부지 넘겨 버릴 사안이 아니다.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그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격에 먹칠을 한 대회 관계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해외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구해야 한다. 이대로는 나라 밖에서 얼굴 들고 코리안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를 계기로 각종 국제대회 개최 자격 및 심사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 신임 대법관 김용덕·박보영 제청

    신임 대법관 김용덕·박보영 제청

    김용덕(왼쪽·54·사법연수원 12기)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보영(오른쪽·50·16기) 변호사가 다음 달 20일 퇴임하는 박시환(58·연수원 12기)·김지형(53·연수원 11기)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됐다. 박 변호사가 취임하면 김영란(55·10기·현 국민권익위원장) 전 대법관과 전수안(59·연수원8기) 대법관에 이어 사법사상 세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 차장과 박 변호사를 차기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 두 후보자는 대통령이 제청을 받아들여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구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 대법관으로 임명된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8일 김 차장과 박 변호사 등 7명을 대법관 후보로 양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양 대법원장은 “전문적 법률지식,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소신, 합리적 판단력, 인품 등 대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자질과 건강, 국민을 위한 봉사자세, 도덕성 등에 대한 철저한 심사·평가 작업을 거쳤다.”고 제청 배경을 밝혔다.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김 차장은 서울민사지법·고법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 법원 내 요직을 거쳐 지난 2월 법원행정처 차장에 임명됐다. 또 법원의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 상사법무연구회 회장도 지냈다. 특히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총괄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4년 3개월 동안 맡아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당시 사회적 주목을 끈 굵직한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 형성에 기여했다. 재판 실무와 법리에 정통하고 사법행정에도 밝아 애초 차기 대법관 ‘1순위’로 꼽혔다. 박 변호사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전주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나왔다. 박 변호사는 비(非)서울대에 호남 출신, 여성이란 점에서 대법관 구성에 다양성을 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원지법·서울지법·서울고법 판사로 재직했다. 특히 서울가정법원에서 배석판사와 단독판사, 부장판사 시절 세 차례에 걸쳐 근무해 가사소송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1998년 서울가정법원 단독 시절 ‘재산분할 실태조사’ 논문을 통해 전업주부도 재산분할 비율이 30~4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통계로 밝혀 이후 50%까지 확대하도록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장래에 수령할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200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올해 1월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맡았다. 한양대 캠퍼스커플이던 남편과 2004년 이혼했다. 전 남편은 출가(出家)를 했다. 박 변호사는 1남 2녀를 두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소설엔 주인공 없어야 한다, 20여명 모두가 ‘주인공’

    소설엔 주인공 없어야 한다, 20여명 모두가 ‘주인공’

    “난 지금까지 소설에 ‘사랑’이란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아직 그 두 글자가 장악이 안 됐다. 매일 사랑을 쓰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다. 남은 생에 사랑을 몇 번이라도 써볼 수 있는 행복한 날이 있으면 좋겠다.” 전작 ‘내 젊은 날의 숲’이 사랑한단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연애소설이었다면 신작 ‘흑산’(학고재 펴냄)은 다시 김훈(53)의 장기라 할 만한 역사소설이다. 그의 역사소설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내면을 그린 ‘칼의 노래’는 100만부, 병자호란의 참담함을 다룬 ‘남한산성’은 60만부가 팔렸다. 소설 발간에 맞춰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김훈은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윈의 ‘종의 기원’을 100페이지쯤 읽다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윈의 문장을 좋아한다. ‘종의 기원’은 인류의 역사를 엎었다. 하지만 그 진화론에 목적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는 거대하고 장엄한 자연의 질서만 있다.”면서 “자연에서 전개된 생명의 웅대한 흐름과 끝이 ‘흑산’에 나오는 정약전이나 황사영과 같은 배교자와 순교자가 꿈꾸던 도덕과 자유와 사랑의 목표와 만나는 미래를 그려 보려 했다.”고 말했다. ‘흑산’은 전국 각지에서 민란이 일어나던 끔찍했던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의 조선이 배경이다. 올 4월부터 경기도 선감도에서 원고지 1135장으로 완성한 소설의 원래 주인공은 정약전이었다. 천주교에 연루된 정약전은 한때 세상 너머를 엿보았으나 끝내는 배반의 삶을 산다. 유배지 흑산도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에 비견할 만한 실증적 어류 생태학을 담은 ‘자산어보’를 남긴다. 그의 동생 정약종은 참수, 순교했고 막냇동생은 한국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이다. 김훈은 소설의 구상 과정에서 정약전을 주인공의 위치에서 끌어내린다. 정약전과 그의 조카사위로 낡은 조선을 쓰러뜨리고 새로운 천주의 세상을 열고자 했던 황사영의 삶과 죽음이 소설의 뼈대를 이루긴 한다. ‘흑산’에는 김훈의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은 2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책에는 주인공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현실에서는 아무도 주인공이 아니다. 소설에는 주인공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등장인물을 대등한 위치에서 그렸다.”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와 배교자인 황사영과 정약전의 이야기에 조정, 양반, 중인, 하급 관원, 마부, 어부, 노비 등 여러 계층이 생생하게 얽힌다. 작가는 서울 양화대교 옆의 천주교도들이 처형된 성지인 절두산 밑을 지나다니며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15년 전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이사하면서 절두산 아래를 통과해 귀가히게 됐고, 불과 140여년 전에 ‘사학의 무리’라며 목이 잘린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는 것. 바윗덩어리를 보면서 너무나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책을 읽어서는 잘 생각이 안 나고 물건을 봐야 생각이 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설 말미에는 수십 권의 참고문헌과 연대기, 낱말풀이가 붙어 있다. 학고재의 손철주 주간은 “작가가 우리를 마소처럼 부리며 자료를 수집해 읽었다.”며 농반진반 곁들였다. 현재는 냉담 중이지만 작가는 천주교 유아 세례를 받았고 라틴어로 진행되던 미사에서 복사로 일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더 믿음을 지속할 수 없었지만 언젠가 다시 성당을 다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을 살짝 비쳤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영혼과 관련된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으며 관찰자의 시각을 견지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을 읽는 듯한 꼼꼼하고 건조한 묘사와 적확한 단어 구사는 역시 김훈의 역사소설이란 찬탄이 나올 만하다. 칼날처럼 냉정한 짧은 문장으로 그려낸 슬픈 역사는 다윈의 진화론처럼 반복되는 것이기에 더 슬프다. ‘정감록’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던 조선의 민초와 2011년 대한민국 서민의 삶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에서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또 한 번 그의 문장에 몸살을 앓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브루니 딸 출산… 사르코지 지지율 오를까

    니콜라 사르코지(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왼쪽·43) 여사가 19일(현지시간) 딸을 낳았다. 이날 태어난 딸은 두 사람 사이에서 출생한 첫 번째 자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전 부인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브루니 여사도 사르코지 대통령과 결혼 당시 10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현직 대통령이 자녀를 얻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임신 이전부터 사르코지 부부가 내년 대통령 선거 승리를 위해 임신을 하려 한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던 터라 득녀 소식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7개월 앞두고 20%대에 머물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겠지만 고전을 면하게 해줄 ‘한 방’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비아보이스’의 분석가 프랑수아 미케마흐티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아기 탄생이 정치인 재탄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사회·경제, 도덕, 정치적 문제가 딸 출산으로 상쇄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사기관 ‘입소스’의 분석가 장프랑수아 도리도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리비아를 방문했을 때도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최대 야당인 사회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올랑드의 승리를 예측한 응답은 60%나 됐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도봉 “숨은 보물 각석군 관광상품으로”

    도봉 “숨은 보물 각석군 관광상품으로”

    “조선 후기 집권 세력이었던 노론의 집권 이념과 학맥을 수려한 도봉산 계곡의 자연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서울의 유일한 곳이 도봉산에 있습니다.” ●도봉산에 선비들 소신 쓴 바위 15개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지난 19일 도봉산의 숨은 보물 각석군을 방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각석군이란 쉽게 말해 바위에 글을 새겨 놓은 무리가 모여 있다는 것이다. 도봉산에는 17세기에서 구한말까지 선비들이 자신들의 학문적 소신 등을 글이나 시구로 새겨 놓은 바위가 15개 있다. 내년부터 복원하기로 한, 조광조를 기리는 도봉서원과 함께 조선 후기를 만나볼 수 있는 역사문화 탐방 코스로 제격이다. 도봉산 초입에서는 어른 키보다 큰 바위에 노론의 태두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쓴 ‘도봉동문’(道峯洞門)이 우선 눈에 띈다. 도봉동 영역을 설정하는 기준으로 잡는 이 각석은 우암이 62세 때 경기 양주 선산에 왔다가 개성 송도의 박연폭포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도봉산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가면서 남겨 놓은 글이다. 당시 도봉서원의 선비들이 글을 적어 달라고 해 가장 큰 붓으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봉문화원 홍기원 사무국장은 “충북 괴산 화양구곡에 있는 송시열의 글 ‘화양동문’과 견줄 수 있는 것으로, 여기에서 동문(洞門)이라는 것은 파라다이스”라고 귀띔했다. 홍 국장은 “화양구곡 각석군을 최고로 치는데, 도봉동문은 화양동문 각석군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수려한 도봉계곡에서 산행하며 인문학적 가치도 가져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런 곳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도봉산에서 이 구청장을 만난 등산객들은 “등산로에 있는 화장실에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며 민원도 하고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는 등 친근하게 구청장을 대하고 있었다. ●“최고 각석군 화양구곡과 견줄 만해” ‘도봉동문’에서 시작하는 각석을 다 둘러보려면 걸어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중요한 글로는 공자의 말에서 인용된 만절필동(萬折必東)에 어원을 둔 ‘필동암’(必東岩)이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물은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자연현상을 노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조선후기 집권 세력인 노론파의 집권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황하가 만번 꺾어져도 동쪽으로 흐른다는 말이지만 선조의 어록인 ‘만절필동재조변방’과 연결하면, 청나라가 들어섰더라도 망해가는 조선을 구해준 명나라에 대해 의리와 지조를 지키자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복호동천’(伏虎洞天)은 선비들이 파라다이스에서 때를 기다리며 수양하고 있다는 뜻이다. 곡운 김수증(1624~1701)이 쓴 ‘고산앙지’(高山仰止)도 도봉서원에서 배향하는 조광조의 선비 정신을 기린 것이다. ‘제월광풍갱별전료장현송답잔원’(霽月光風別傳聊將絃誦答潺湲)은 우암의 글로 주자의 도덕적 품성을 기르고 절대로 출세를 위한 과거공부나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망상을 하지 말도록 한두 편의 시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자연에 인문학적 가치를 부여한 조선 후기의 역사·문화적 보고를 잘 보전하고, 역사 문화 코스로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 역사적 의미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문화마당] ‘불편한 진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불편한 진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이다. 일단 코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흘렸을 개그맨들의 땀과 열정이 여실하게 느껴지고, 상식과 통념을 ‘약간’ 비틀어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감각도 매우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청중을 웃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나이쯤 되면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 예컨대 유행어, 호감과 비호감, 소통 코드에 대한 나름의 팁도 ‘개콘’을 보면서 얻게 되는 수확이라 할 것이다. ‘개콘’ 코너 가운데 ‘불편한 진실’이라는 게 있다. ‘생활의 발견’과 함께 일종의 ‘생활밀착형 개그’라 할 만한데, 이 코너의 재미는 우리가 무심결에 반복하고 있는 말이나 행위를 돌이켜 보게 하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연인인 남자와 여자가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를 고른다. 무엇을 시킬까 하는 질문에 여자는 늘 ‘아무거나’ 혹은 뭐든지 다 잘 먹는다고 말한다. 몇 차례의 설왕설래 끝에 남자가 메뉴를 정하면 그것 말고 다른 메뉴를 고르는 식이다(미안하다. 글로 풀다 보니 이 코너의 재미와 매력이 휘발된 듯하다). 이에 대해 내레이터(황현희)는 여자가 ‘아무거나’라고 하는 말은 여자가 먹길 원하는 것을 콕 집어서 시켜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라는 말이라며,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코너, 이른바 ‘불편한 진실’의 재미는 이처럼 일상 속에서 지나쳤을 정황이나 심리를 소프트 터치로 ‘콕 집어내어 펼쳐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불편한 진실’은 결코 소프트하지 않다. 근래 최고 화제작이 된 영화 ‘도가니’(황동혁 감독)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진실들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았던 것이다. 사실 이 영화 속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있었거나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다. 사건 자체가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 일어났던 것이고, 판결까지 내린 사건 아닌가. 그때는 언론에서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고, 따라서 일반인들도 아예 모르거나 지나쳐 버려 묻혀졌던 사건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그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영화의 ‘불편한 진실’은 청각장애아들에 대한 학교 관계자의 성폭행과 폭력행사라는 끔찍한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다. 사건은 실제 일어난 일이고, 그러므로 사실에 입각해 마땅한 법적 처벌을 받으면 된다. 물론 이것은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의 측면이지, 그들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비판까지 포함된 것이 아니며, 더구나 피해 학생들의 고통에 대한 구제도 빠져 있다는 점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다. 즉, 응분의 법적 처벌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제어장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과 사건처리 결과를 두고 볼 때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구현하지 못했다. ‘도가니’의 불편한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사회는 합리적이고 마땅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고 있으며, 야합과 부조리와 폭력과 부패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우리 스스로 묵인하거나 방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암묵적 동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새삼 영화 ‘도가니’를 통하여 비등한 여론은 어쩌면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수치와 그를 방관한 우리의 부끄러움 때문에 더욱 들끓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제는 차분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하여 억울한 것은 풀어주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하고, 사법정의를 세워 ‘도가니’의 아픔과 수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들끓는 여론과 말만 앞세운 정치권의 행태를 반복할 게 아니라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대개는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하기에 외면했던 사실을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진실은 알아야 하고 아무리 불편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는 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박원순 후보 지지 키워드] 안철수風, 反한나라

    [박원순 후보 지지 키워드] 안철수風, 反한나라

    박원순 범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지지세는 ‘안철수 효과’와 ‘반한나라당 후보’가 핵심 동력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층에서 박 후보 지지층으로 돌아선 유권자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지한 후보’라는 이유가 컸다. 다른 후보에서 박 후보를 지지하게 된 유권자들은 ‘범야권 후보’라는 배경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서울신문·엠브레인의 19일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 지지자 가운데 지지 이유로 ‘안철수 원장이 지지한 후보라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12.8%로 가장 많았다. ‘한나라당에 시장을 맡길 수 없다’(정권 교체)는 응답은 10.5%였다. 9.8%는 박 후보가 ‘범야권(진보) 후보’라서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안철수 지지해서” 가장 많아 ‘안철수 효과’에 대해서는 30대 이하 젊은 층, 주부층(18.2%), 학생층(14.6%), 판매·서비스(12.5%) 직종에서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박 후보의 지지층 유형을 분류해 보면, 특히 ‘지지 후보가 없다가 박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밝힌 응답자(44.5%)들이 ‘안철수 효과’를 지지 이유로 들었다. 14.8%를 차지했다. ‘정권 교체’는 9.6%, ‘공약·전문성’을 선택한 경우는 8.6%였다. 반면, ‘다른 후보를 지지하다가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22.7%는 ‘범야권·진보진영 후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정권 교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싫어서’라는 응답은 각각 13.6%였다. 전통적 야권 지지층이 대다수 포함된 경우다. 하지만 당초 박 후보에 대한 기대치로 거론됐던 ‘새로운 변화’,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성’은 각각 4.5%와 3.8%에 그쳤다. 엠브레인 측은 “범야권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새로운 정치 구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정작 박 후보 개인의 장점은 부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효과’는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중도 경쟁력’이다. 박 후보 지지층 중 특히 40대(13.1%)와 중도층(18.2%), 강남권(18.6%)이 ‘안철수 효과’에 각별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정치인과 차별성 부각 적어” 엠브레인 측은 “무응답층에서 나 후보를 선택한 비율은 35.4%인 데 반해 박 후보는 44.5%다. 박 후보가 9% 포인트 정도 중도 흡수력이 높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대한 연령별 지지 이유를 보면 20, 30대의 경우 ‘안철수 효과’와 ‘범야권 후보’를 주로 꼽았다. 50대 이상은 ‘정권교체’와 ‘도덕성·청렴성’을 택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책임보험 보장한도 제한 없어야”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책임보험(대인보상Ⅰ)의 보장한도를 무한대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종합보험(대인보상Ⅱ)무한 담보에만 가입하면 사망사고 등 중대 교통법 위반을 제외한 중상해 사고를 일으켜도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이 운전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9일 권익위 청렴교육관에서 국토해양부, 경찰청, 학계·보험업계·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 책임보험 제도개선을 통한 피해자 보호 강화’를 주제로 한 공청회를 열었다. 보험연구원 기승도 박사는 “자동차 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1981년 제정된 교특법이 당초 취지와 달리 여전히 피해자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책임보험인 ‘대인배상Ⅰ’의 보장한도를 무한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대인배상Ⅰ의 보상 한도액은 사망기준 최대 1억원으로, 자동차 소유자가 책임보험을 초과하는 사고를 내더라도 별도의 담보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사실상 보상을 받기가 어렵게 돼 있다. 기 박사는 “고액사고 피해자들이 피해액의 제한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운전자들의 대인배상Ⅱ 가입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교특법이 제정됐으나,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자가용은 전체 승용차의 4.0%인 64만여대, 영업용은 1.4%인 8000여대가 대인배상Ⅰ에만 단독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피해액이 보상 기준을 초과해 피해자들이 경제적 손실을 입은 사고 건수도 최근 들어 연평균 1만 8000여건에 이른다. 대인배상Ⅱ 가입자들이 사고를 냈을 경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 면제의 특혜를 받고 있어 운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등 현행 교특법의 허점도 크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 박사는 “사망이나 중대 교통법 위반 이외의 자동차 사고를 낸 경우 대인배상Ⅰ가입자는 형사상 공소 대상이 되는 반면, 대인배상Ⅱ 무한담보 가입자는 공소제기 대상이 되지 않는 처벌제도 자체가 불평등하다.”고 지적했다. 무보험 차량을 줄이는 방안도 제기됐다. 이경주 홍익대 교수는 “무보험 차량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합관리할 수 있는 전담기구 설치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금융권 고임금 비판에 반발할 명분 없다

    상당수 금융회사들은 1997년 말의 외환위기와 3년 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남았으면서도 탐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제대로 자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82개국에서 금융권의 탐욕에 분노하는 시위가 벌어졌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임직원들의 월급이 많은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다 비슷한 월급을 받으라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이 고임금 비판에 반발할 명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미국의 금융회사나 한국의 금융회사들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하등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은행을 비롯한 상당수 국내 금융회사들은 외환위기 때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회생할 수 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난 금융회사들이 국제 경쟁력은 갖추지도 못하면서 임직원들의 월급·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회사에서, 더구나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을 하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월급이나 성과급을 많이 주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수혈한 금융회사들이 돈잔치를 벌이는 것은 분명히 양심과 염치가 없는 짓이다. 어려울 때에는 세금으로 살아남고 돈을 벌면 대폭적인 월급 인상과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것은 국민의 분노를 자초하는 일이다. 올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20조원으로, 종전에 가장 많았던 2007년의 15조원보다도 5조원이나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과 예금이자의 차이가 벌어진 게 순이익이 불어난 으뜸 요인으로 꼽힌다. 2008년의 예대마진 평균치는 2.61%였지만 올해 6월 말에는 2.91%로 더 높아졌다. 은행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전당포식 영업으로 서민들은 피해를 보고 은행만 배 불리는 구조는 시정돼야 한다. 금융회사들은 국민의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합리화할 게 아니라 서민·고객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보다 따뜻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금융회사의 깊은 자기 성찰과 자제가 절실하다.
  • 민주 “실정법 위반하고도 꼬리 자르기”

    민주당이 연일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한 뒤 김인종 경호처장이 사의를 밝혔지만 ‘꼬리 자르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규정하며 국정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경호처장이 사임한다고 하지만 국민적 분노가 청와대로 향하니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밝힐 것은 밝히고 책임지워야 하기 때문에 책임 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함께 19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청와대가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비리가 있지 않지만 실수나 오해가 있어서’라고 했는데 얼마나 오만방자한가.”라면서 “편법증여 의혹과 업무상 배임죄 등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비리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맹공은 10·26 재·보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범야권이 선거 승부수로 ‘정권심판론’을 내건 상황에서 내곡동 사저 문제는 핵심 변수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위법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성을 지적할 수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대변인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아방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맞대응이기도 하다. 아울러 현 정권과 여당 서울시장 후보를 동시 겨냥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이보다 심각한 비리는 없다. 백지화했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벼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편 노무현재단은 나 후보가 ‘(사저 문제는)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모두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고 한 데 대해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아방궁’, ‘국민 혈세를 물 쓰듯’ 등의 막말을 퍼부은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이라면서 “나 후보는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다녀간 봉하에 와서 노 전 대통령 사저가 비판받을 부분이 무엇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라.”며 사저 공방에 가세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불교계 ‘10·27법난’ 명예회복 집단 움직임

    불교계 ‘10·27법난’ 명예회복 집단 움직임

    10·27법난 31주년을 앞두고 불교계가 이례적으로 피해사례를 대규모로 신고하고 명예회복을 적극 요구하고 나서 불교계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불교계의 법난 관련 집단 움직임은 최근 통일부의 금강산 신계사 남북 합동법회 허가를 둘러싼 잡음이 인 직후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계에 따르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 12일 은사인 정대 스님 등을 대신해 총무원이 취합한 피해 스님 29명의 신청서와 42개 피해사찰의 신청서를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위원장 영담 스님)에 제출했다. 같은 날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도 상좌 화평 스님을 통해 피해 및 명예회복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현직 조계종 총무원장이 10·27법난과 관련해 전격적으로 동일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불교계는 이 같은 집단 움직임을 놓고 지난 8월 정부가 법난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은 10·27법난으로 스님이 피해를 보거나 스님의 신분으로 숨진 경우 유족이 아니더라도 종교단체가 정부에 피해신고 및 명예회복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실제로 지난 12일 피해신고를 총무원 차원에서 접수시킨 것은 그 같은 입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한 켠에선 신계사 합동법회 허가를 비롯해 최근 정부가 불교계에 보여준 일련의 오락가락하는 입장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우선 신고된 피해자의 규모와 위상이 그런 입장을 대변한다. 피해자 29명은 전 총무원장 정대·진설 스님등 이미 입적한 조계종의 비중 있는 스님들이고 피해사찰 역시 조계사를 비롯한 교구본사와 주요 사찰이 망라돼 있다. 월주 스님은 법난 당시 총무원장으로 보안사 서빙고 분실에 강제 구금돼 위압적인 조사를 받고 23일 만에 풀려난 피해자다. 총무원과 월주 스님 측이 피해 및 명예회복 신청서를 내면서 밝힌 입장이 종전과는 달리 강경하다는 것도 그런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조계종 총무원 공승관 사회부 팀장은 “이번 법난 피해 신청과 명예회복 요구는 종전과는 사뭇 다르다.”면서 “종단이 접수한 피해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피해보상 특별법 개정운동을 종단 차원에서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월주 스님 측도 “10·27법난 때문에 조계종과 한국불교는 순식간에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됐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와 발로참회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불교계의 집계에 따르면 10·27법난 당시 전국에서 1929명이 검거됐고 물적 피해를 입은 사찰·암자가 5731개소에 달한다. 정부는 불교계의 법난 피해보상과 명예회복 요구에 따라 2008년 3월 ‘10·27법난피해자의 명예회복등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같은 해 연말 위원회를 발족했으나 지금까지 심의에서 인정한 피해사례는 52건에 불과하다. 피해 보상도 단순한 치료비 지급 정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불교계는 무엇보다 상해를 받은 스님만 보상토록 규정한 법을 개정하고 법난에서 피해를 입은 불교계 인사보다 보상해야 할 정부 관계자의 수가 더 많은 심의위원회를 재구성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 위원장 영담 스님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전국적으로 자행됐던 스님·사찰에 대한 폭력의 피해를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하기엔 현행법이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심의위원회의 활동 시한과 보상 한계 등 미비한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 예술과 쾌락의 줄타기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 예술과 쾌락의 줄타기

    농도 짙은 베드신을 볼 때 반응은 두 가지다. 두 육체가 빚어낸 아름다움에 가슴이 저릿하거나 아니면 머리가 텅 빈 채 침만 꼴깍 넘어가거나. 우리는 쉽게 전자를 예술이라고 하고 후자를 외설이라고 한다. 그렇게만 따진다면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영화시나리오를 원작으로 한 연극 ‘가자! 장미여관으로’은 외설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18일 서울 대학로 비너스홀에서 열린 ‘가자! 장미여관으로’ (예술집단 참) 제작보고회는 예상대로 자극적인 성행위 묘사와 출연배우들의 상당한 노출 등을 엿볼 수 있었다. 본 공연에서는 파격적인 전라연기가 등장할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고됐다. 주연배우인 이파니는 “이미 헤어누드 화보를 공개했기 때문에 전라연기에 특별히 부담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미여관이란 장소가 풍기는 이미지대로 연극은 도덕적 잣대나 사회윤리 등과는 동 떨진 곳이다. 쾌락으로 시작해 쾌락으로 끝이 난다. 연극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가수 지망생 ‘사라’가 장미여관에서 죽어가는 걸 본 ‘마광수’가 살해 용의자를 불러 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출가 강철웅은 “장미여관은 세속적 윤리와 도덕을 초월한 유토피아”라고 표현했다. 그런 장미여관으로 불려오는 세 남녀커플은 하나같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존인물들을 패러디한다. ‘장자연사건’의 배우와 성접대를 강요하는 기획사 사장, 남제자 여교사 불륜사건의 주인공들, ‘신정아 스캔들’의 신정아와 변양균을 각색한 남녀들도 등장한다. 극에서 신정아를 패러디한 인물의 이름은 ‘정아’다. 사회적 파장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출연인물들은 모두 쾌락을 쫓는 장미여관 투숙객들이다. 연극은 장미여관에서 벌어지는 세 커플의 노골적인 정사신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관객들이라면 적잖이 놀랄 수 있다.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20년 전 원작 시나리오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세미뮤지컬’ 표방한다. 10여 곡의 노래를 가미했으며 코믹요소를 삽입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강철웅 연출자는 ‘가자! 장미여관으로’을 두고 “은퇴가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김없이 다 보여줬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제작보고회에서 보여준 4개 주요장면은 아쉬움이 남는다. “어설프게 연기하면 야하게만 보일 수 있다. 제대로 된 모습으로 관객이 노출보다 연기에 집중케 만들겠다.”고 한 이파니의 결심이 아이러니하게도 이 연극의 아쉬움의 이유였다.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를 능가할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다. 이 연극은 마광수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고 섹시배우 이파니가 주연을 맡는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관심 때문에 ‘가자! 장미여관으로’은 제작보고회에 연극으로는 이례적으로 100명 가까운 취재진을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근원적 쾌락을 그린 성인연극도 예술로 재평가 받을 수 있도록 본공연에는 보다 세밀한 연출과 배우들의 프로다운 표현력이 필요하다. 한편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이파니, 이채은이 사라 역에 더블 캐스팅 됐으며 오성근, 윤시원, 최재웅, 최진우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부터 서울 대학로 비너스홀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열린세상] 유전자의 흐름과 효도 교육/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유전자의 흐름과 효도 교육/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리처드 도킨즈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담고 후세로 전달하는 매개체고, 생물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대부분의 신호는 이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유전자 보호를 위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으므로 ‘이기적인’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생물들은 마치 험악한 시카고 뒷골목의 갱들 간 전쟁처럼 서로 유전자를 남기고 보호하기 위해서 투쟁한다. 그래서 수백만년에 걸쳐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유전자 보호를 위해 진화해 온 것이 현재의 생물 형태라는 것이다. 다윈주의의 관점에서, 아주 사소한 변화라고 하여도 만일 그것이 생물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면 오랜 세월에 걸쳐 점차 큰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이론으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주의에 대한 설명이 쉽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집단 선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타적인 희생이 결국 그 집단 전체 유전자의 보존에 도움이 되므로 이러한 행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도킨즈의 주장은 과격한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이는 도덕적인 관점과는 상관없이 순전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소견이다. 그러나 생물들 중에서 사람만이 유일하게 문화를 만들고 이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도덕과 문화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론이기도 하다. 바로 우리 자신들이 이기적인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므로 거꾸로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리사랑이 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이유 하나를 대자면 자신이 남긴 유전자에 대한 보호 본능일 것이다. 자기가 남기고 지켜야 하는 유전자에 대하여는 정성을 쏟지만 이미 유전자를 받은 자식들은 부모에 대해서 그만큼의 사랑과 정성을 쏟기는 힘들다. 다시 말하면 유전자의 흐름이 항상 다음 세대를 향하기 때문에 그 흐름을 거스르는 것보다는 그 흐름에 맞는 사랑과 정성이 더 지극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에 비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큰 이유는,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에 대하여 100%의 확신이 있지만 원시시대의 집단 거주를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 그만큼의 확신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여성이 폐경이 오는 이유를 그 나이에 새로이 자식을 생산해서 유전자를 남기고 이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유전자를 4분의1이라도 갖고 있는 손자, 손녀를 잘 돌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유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최근에 노인 학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에서도 노인을 향해 막말을 해대는 젊은이들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는다. 노인을 능력을 다 소진한 사회의 짐으로 생각하는 풍조도 늘어나고 있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고령화사회로 연금,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보도로 은연중에 노인들 때문에 사회가 불안해지고 나라살림이 거덜나는 것처럼 노인들을 매도한다. 이러다가 현대판 고려장이 다시 부활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부모에 대한 효, 어른에 대한 공경이 유교를 비롯한 여러 문화에서 강조된 이유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흐름상 어른들이 자식이나 손자, 손녀를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미 유전자를 건네 버린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필자도 자식 생각은 매일 하면서도 부모님에게는 자주 연락도 못 드리고 있다. 그러나 노인은 우리에게 단순히 유전자를 건넨 소모성 존재가 아니다. 만일 이렇게 인간을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해 지배받는 단순한 전달도구로만 생각한다면 발달한 우리의 뇌가 아깝다. 우리가 전해야 할 유전자를 주신 분들도 그 어른들이고 현재 우리 사회를 만드신 분들도 바로 그 어른들이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교육밖에 없어 보인다. 갑자기 고리타분하게 노인 공경을 꺼내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고령화사회에서 이를 방치하면 결국 사회의 갈등과 불안 요인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 여자가 뒷담화 더 잘 하는 이유, 과학적으로 보니…

    여성들이 삼사오오 모여 손을 입에 가져다대고 수근대는 장면은 영화나 드라마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남자들도 물론 비슷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남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여성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인식이 높다. 해외의 한 언어학자가 여성들이 유독 뒷담화의 유혹을 참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 책을 내놨다. ‘듀얼 앤 듀엣’(Duel and Duets)이라는 책을 낸 언어학자 존 로크는 “여성은 기본적으로 주변 집단에 대해 염려하고 이야기하는 걸 필요로 하는 진화과정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로크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여성들이 수다를 떨고자 하는 욕망의 뿌리에는 자신의 삶 안에 있는 커뮤니티를 견고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됐다. 예컨대 여성들은 대부분 나쁜 주부, 나쁜 엄마, 문란한 여성에 대해 항시 우려하고 이를 가십화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위의 여성들이 그들의 커뮤니티 안에서는 매우 위협적이고 비도덕적인 존재이며, 이러한 ‘나쁜 환경’으로부터 자신의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이를 언급하게 된다는 것. 반면 남자는 주변 보다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기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지키는 것 보다는 자신과 타인의 힘을 비교하는데에 더 열중한다. 로크 박사는 “여성들은 주로 친밀함을 나누는 대화 도중 타인 또는 그들과 친구에 대한 사실들을 폭로하는 성향을 띠며, 이는 매우 상호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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