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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권력교체 격동] 미국

    [지구촌 권력교체 격동] 미국

    2012년 대선을 치르는 국가중에서 국제 정치·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국의 대선 기상도를 미리 살펴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출사표를 던진 후보중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자들을 중점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정권교체’냐, ‘4년 더’냐.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 후보들은 하나같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단임 대통령에 그칠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바마에게 대통령 자리를 맡겼지만 경제 회생에 실패한 만큼 이제는 권력을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오바마는 “4년이라는 시간은 경제를 회생시키기에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더 일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연임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오바마의 재선 가능성은 안갯속이라 할 만큼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의 재선 확률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경제 회복 여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재선에 찬성하는 사람보다는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은 것은 오바마가 처한 현주소를 분명히 드러낸다. 반면 공화당 대선주자 가운데 썩 매력적인 인물이 없다는 점은 오바마에게 고무적인 부분이다. 공화당 후보들과의 1대1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근소하게 나마 앞서거나 백중세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 국민들이 공화당 후보 가운데 뚜렷한 ‘대안’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3일부터 시작되는 공화당 경선은 일단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양자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깅리치는 공화당 주류 강경파의 지지를 받는 반면 롬니는 온건파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깅리치가 치명적인 실수나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추가로 발견되지 않는다면 롬니를 꺾고 후보자리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만일 깅리치가 돌출 악재로 급락한다면 그의 지지세는 롬니보다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나 론 폴 하원의원,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 등 강경파 후보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공화당 경선은 본질적으로 롬니 대 반(反) 롬니의 구도로 볼 수 있다. 만약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오바마를 압도해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질 경우 민주당 내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후보로 대신 내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민주화 대부’ 김근태 1947~2011] 김근태의장의 영전에 부쳐

    김근태 의장이 눈을 감았다. 길게 늘어선 행렬이 끝나고, 세상도 하늘의 별들도 모두 귀로에 들고 난 후, 지친 육신에 남은 마지막 호흡이 멎은 것이다. 영원히 하늘로 간 것인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인지 아는 이가 없다. 바람으로 티끌로라도 다시 스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이것이 실존의 끝이 아님을 믿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인간의 신체만큼 냉정한 것은 없다. 한국의 골목에서 이제 다시는 그 기울어진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부드러운 미소가 떠나자마자 참으로 정직하게 드러난 진실 앞에서 누구도 고개를 들지 못한다. 철딱서니 같은 주문들. 가볍게 좀 웃으세요. 정치권에서도 비분강개로 버티실 겁니까? 코가 비뚤어졌다고 투덜거릴 때마다 흥분을 금할 수 없었다. 신새벽 뒷골목에서, 그것도 숨죽인 채 엎드려야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었던 저 무서운 시대의 종결자 앞에서, 5·18을 겪고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외치던 1980년대 감각의 창조자 앞에서. 대한민국은 민청련 김근태 의장의 코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공개적 사회운동의 시대를 맞을 수 있었다. 왜 자꾸 갑옷 입은 사람처럼 걸으세요? 젊은이들처럼 좀 경쾌하게 움직이셔요. 등에 칠성판을 지었던 분에게, 그것을 27년이나 내려놓지 못한 고문의 현재진행형에게. 민주화 운동에서 만난 수많은 전설이 그의 본 모습을 가렸는지 모른다. 민중과 함께 막걸리 잔을 들거나 아무라도 어깨를 결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언제나 진정성이 무기였으며, 어떤 위협 앞에서도 도덕적 자긍심이 낮아지지 않았다. 풀잎처럼 부드럽고 대추씨처럼 단단한 ‘존재 예술가’였다. 10년 동안의 수배생활, 최초의 대중운동의 창조, 죽음에 이르는 고문을 견디면서 이룩한 그 엄청난 김근태 이미지는 강철 같은 의지보다 연민이, 단호함보다 망설임이 많았고, 민감함, 흔들림, 갈등, 비애가 협연한 창조적 작품이었다. 현실정치인이 사회적 구성원의 합의를 정의와 효율의 잣대로 끌어낸다면 김근태 의장은 정의 때문에 효율을 선택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다. 진정성의 무게 때문에 웃음의 추가 기우는 분, 정직성 때문에 가벼워질 자유를 잃어야 하는 분, 반가움보다 먼저 진지한 얼굴이 드러나고 마는 분. 이제 빈집처럼 싸늘한 ‘영혼의 그릇’ 앞에서 김근태 의장을 잃은 슬픔과 터져 나올 듯이 가득한 격정을 견뎌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때로는 실패의 행로에서 전봉준의 위대함을 읽듯이, 어쩌면 ‘김근태적 비애’가 내뿜는 마술적인 매혹은 순교의 거룩함을 통해서 비밀이 풀릴지 모른다. 그 업적을 이야기하기 위해 정치적 수사를 가동하는 것은 구차한 일이다. 만약 우리가 인간의 생명을 존엄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 존엄성이 역사적 고통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위엄을 지켜낸, 인간 김근태와 숨 쉬었던 행운에 긍지를 느껴도 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세상을 이야기하고 그와 함께했던 동시대를 기쁘게 떠나보내도 될 것이다. 그 같은 감수성을 얻은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의 눈에 단테 신곡의 마지막 문장에 나타난 별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김형수
  • 고교 역사교과서에도 ‘자유 민주주의’ 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마련 당시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개정 고교 역사교과서에도 그대로 쓰인다. 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라는 표현도 모두 포함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0일 지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 적용을 위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마련해 확정·발표했다. 11월에 나온 중학교 국어·도덕·경제·역사 교과서에 이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추가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새 고교 역사교과서는 2014년부터 사용된다. 확정안에 따르면 개정 한국사 교과서에는 ▲자유민주주의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 등은 중학교 집필 기준과 동일한 원칙에 따라 서술된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집필 기준에 빠져 논란이 됐던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친일파 청산 노력 등 관련 내용도 모두 명시됐다. ‘일본군 위안부’ 용어도 기술된다. 일제강점기에 태평양전쟁에 징용·징병 및 ‘일본군 위안부’ 등 강제 동원과 물적 수탈을 강행했다는 내용도 서술된다. 시안에는 이런 용어가 빠진 채 “태평양전쟁기에는 강제 동원과 물적 수탈을 집중적으로 강행했고…”라고만 돼 있었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등이 빠진 것이 논란이 되자 집필 기준은 “태평양전쟁기에는 징용, 징병 및 일본군 위안부 등 강제 동원과 물적 수탈을 집중적으로 강행했고…”로 바뀌었다. 교과부는 지난 8월 국사편찬위원회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의뢰해 개발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공동연구진을 구성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학계 의견을 반영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21일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안을 교과부에 제출했다. 교과부는 26일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와 교과용도서운영심의회 등의 심의 및 자문을 거쳐 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확정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발된 집필 기준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올바른 역사관을 고취할 수 있는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등의 용어가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이어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그대로 사용되면서 역사학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 역사교육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역사 교과서의 내용은 물론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교과부에 역사교육과정 시행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책꽂이]

    ●철강왕 박태준 경영 이야기(서갑경 지음, 윤동진 옮김, 한언 펴냄)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포항제철의 파란만장한 성장사를 엮은 책. 하와이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1992년 포스코 초청 세미나에서 강연한 것을 계기로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박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 1969년 한·일 양국이 포항제철 프로젝트의 기본협정에 서명한 순간 12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일군 뒷얘기 등이 사진 자료와 함께 생생하게 담겼다. 1만 4000원. ●제7대 죄악, 탐식(플로랑 켈리에 지음, 박나리 옮김, 예경 펴냄) 중세 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탐식(貪食)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천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중세에 일곱 가지 죄악 가운데 하나로 치부됐던 탐식은 현대에 와서도 죄로 여겨진다. 영양학적 견해 때문에 탐식하는 사람에게 죄책감이 남고, 사회적·도덕적 약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 1만 9800원. ●소설 러일전쟁 군의관(비켄치 베레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마마미소 펴냄) 러일전쟁에 관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문학작품은 아직 없었다. 이 전쟁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으로는 최초로 한국어로 번역됐다. 러시아 스탈린대상 수상 작가이자 양심적인 의사인 저자의 대표작. 저자는 러시아군 이동 야전병원 군의관으로 러일전쟁에 참전해 만주전선에서 겪은 사건을 실화 문학으로 엮었다. 1만 4000원. ●모자 씌우기 1, 2권(오동선 지음, 모아북스 펴냄)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의문의 우라늄농축실험,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 CIA, 참여정부 그리고 과학자들 사이의 긴장과 갈등의 이면, 2007년 말 이명박 정부로의 인수인계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역사 속에 가려져 있던 민감한 남한의 핵에 관한 내용을 팩션 형태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평화방송 라디오 PD로 일한 바 있다. 전권 2만 6000원. ●창백한 죽음(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문학에디션뿔 펴냄) 지난 8월 국내에 출간된 스릴러 소설 ‘사라진 소녀들’로 인기를 얻은 독일 작가의 신작 소설. 무자비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100명 중 4명꼴로 존재한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소시오패스’의 실체를 파헤친다. 여형사와 사립 탐정이 잇따라 벌어진 끔찍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1만 3800원. ●아버지 당신을…(소재원 지음, 책마루 펴냄) ‘나영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등을 쓴 작가의 신작 소설. 치매 진단을 받은 퇴직 교사 아버지와 명예퇴직을 당한 중년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냈다. 1만 2000원.
  • “선거때 돈 뿌린 후보도 50배 추징금 부과해야”

    대다수 네티즌은 선거 때 유권자가 후보자에게 돈을 받으면 50배의 추징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후보자에게도 50배의 추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개방국민경선제 도입” 78.93% 인터넷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이프리젠이 권문용 전 서울 강남구청장 의뢰로 지난 21~23일 사흘간 네티즌 11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8.58%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돈을 건넨 후보자에게도 50배의 추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9.24%에 그쳤고, 나머지 12.1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공천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완전개방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8.93%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6.84%,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14.22% 등이었다. ●“내년 총선 ‘깨끗한 인물’ 당선됐으면” 이 밖에 내년 총선에서 어떤 인물이 당선됐으면 좋겠느냐는 주관식 질문에 ‘깨끗한 인물’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뤄 후보자의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깨끗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총선과 대선에 나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답했고, 다른 네티즌은 “깨끗한 후보는 없겠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이 정도면 되겠다 할 정도의 후보를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밍크코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밍크코트’

    현순(황정민)의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그녀가 깨어날 확률이 1% 미만이라며 연명치료 중단을 고려해보라고 권한다. 현순은 어머니를 보낼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한다. 언니와 동생 부부의 반응은 다르다. 과도한 병원비가 부담스러운 그들은 희망을 접는다. 익숙한 이야기다. 가족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전개 양상에도 특별한 점은 없다. 유별난 건 ‘밍크코트’가 이야기하는 태도다. 흔히 단순하다고 여기는 소재를 두고 왜 단순하게 대하느냐고 따지는, ‘밍크코트’는 그런 영화다. 예술은 통증이다. 건강한 웃음을 행복이라 믿는 사람에게 ‘밍크코트’는 고통을 거치지 않으면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만큼 ‘밍크코트’를 보는 시간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영화가 다루는 주제를 보기 편한 방식으로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게다. 선생이 아이를 가르치듯 바른말을 늘어놓거나 나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두 감독, 신아가와 이상철은 그깟 태도로는 자신들이 키워온 주제를 제대로 전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밍크코트’는 고통스럽고 이상한 영화다. 종교극처럼 보이지만 희생과 구원의 제의에 매달리거나 특정 신념을 지지하지(혹은 배척하지) 않는다. 사회물처럼 보이지만 딱히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지목해 잘못을 꼬집어 비판하지 않는다. 도덕극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른 길인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가족 멜로드라마처럼 보이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환부를 쉬 도려내 관계를 복원하지 않는다. ‘밍크코트’는 외면하고 싶은 ‘좁은 문’으로 애써 들어가려 한다. 좁은 문 안에는 각자의 얼굴이 노출되어 있다. 내가 얼마나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못된 마음을 품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는지 알려면 자기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된다. 자신의 못난 얼굴을 내내 노려보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게 있을까. 그 잔혹함에 눈을 돌리려 할수록 일그러진 얼굴은 폐부를 더 파고든다. 여기엔 죄인도 선인도 없다. 아니, 둘 사이를 가르는 선을 부정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희생당하는 존재이자 신의 말씀을 듣는 인물인 현순조차 인내하는 얼굴로 채찍질에 응하며 성녀(聖女)로 화하지는 못한다. 때때로 그녀는 생활과 가족에 치여 살다 사이비 종교에 미친 여자처럼 군다. 그럼에도 영화는 그녀를 꼭 부여안는다. 그녀는 제정신으로 이 사회를 견딜 수 없음을 보여주는 인물이고, 정상에서 벗어나면 어떤 박해를 받게 되는지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까닭에 우리가 거짓의 심연을 바라보도록 뒤흔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들고 찍기의 유의미한 사용과 더불어 클로즈업의 탁월한 활용이 돋보인다. 보통의 영화에서 시선의 교환이 감정의 교류를 의미한다면, ‘밍크코트’에서 스크린을 가득 채운 눈빛들은 서로 감정을 차단한다. 노한 자는 부릅뜬 눈으로 응징을 선언하고, 억울한 자는 붉어진 눈으로 방어막을 치고, 죄지은 자는 비겁한 눈으로 속내를 감추고, 뻔뻔한 자는 얄팍한 눈으로 우월을 가장한다. 그들의 감정을 연결해 읽는 건 관객의 몫이다. ‘밍크코트’는 요즘 드물게 기운이 팽팽한 독립영화다. 자신을 보호하려고 타인의 믿음을 깔아뭉개던 자들을 논쟁의 장으로 끌어낼 만한 힘이 느껴진다. 1월 12일 개봉. 영화평론가
  • [열린세상] 사회적 정의와 줄탁동시/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회적 정의와 줄탁동시/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정의(正義)란 의(義)를 바르게 한다는 말이다. 개인의 의로움은 마음에 의하여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자기의 능력을 역할에 맞게 마땅히 지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존재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과 유사하다. 정의는 항상 모두를 아우르고 베풀며 올바르기 때문에 세상이 잘 다스려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리라고 말할 수 있다. 정의는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와 함께하면서 보다 나은 삶이 무엇인지를 구현해 보라는 화두이기도 하다. 사회적 정의란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회를 효율적으로 구성·유지시킬 수 있는 올바른 원리가 무엇이며 시대 상황에 맞춰 어떻게 도출할 것인가 하는 개념이다.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때 사회 전체에서 지켜야 할 덕목을 말한다. 마땅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 등 분별력과 연계되어 있다. 분별은 때와 장소,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기준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안배하는 것이다. 사회적 정의가 당위성을 갖고 추진동력을 얻는 근원적 이유가 바로 배려와 보살핌의 분배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정의는 각자의 능력과 역할에 맞게 균형적인 보상이 이루어지고 서로를 이롭게 하여 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될 때 모두로부터 인정받음으로써 힘을 갖게 된다. 사람은 지구상에서 수천년 동안 진화하면서 가장 강인한 영장류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진화는 막대한 물질의 혁명을 통해 일견 윤택한 삶을 제공해 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부의 편재를 초래했고 소수의 경제적 독점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노출시켜 사회적 갈등만 심화시켜 왔다. 사람의 마음도 동시에 진화했다고 보면 정신적 도덕혁명은 별로 이루어진 것이 없으니, 세상이 시끄럽고 어수선한 것이 당연한 것이리라.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정의가 작동되지 않고 있어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우리가 서 있다는 점이다. 줄탁동시(?啄同時)란 벽암록 16칙에 나오는 말로 깨달음으로 나가고자 하지만 어리석음의 껍질을 혼자만의 힘으로 깨기 어려우니 큰스님께서 쪼아서 깨트려 주십사 하는 제자의 간청이다. 본래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될 때가 되면 새끼는 알의 안쪽을 쪼지만 워낙 힘이 약해서 반드시 어미가 지껄이면서 동시에 알 밖의 같은 곳을 쪼아야 껍질이 깨져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의 이치는 혼자만의 힘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이 역할에 맞게 힘을 보탤 때 조화를 이루며 한 껍질씩 변화가 모색되고 각자의 몫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정의도 줄탁동시로 풀어야 할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요즈음 우리는 어느 때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훨씬 다양하게 많이 갖고 있지만 행복한가에 대하여 물으면 대부분 부정한다. 전쟁이 남긴 잿더미 속에서 가장 시급했던 것은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자를 끌어들여 기업에 특혜를 주면서까지 산업을 일으켜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데 성공하여 굶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박정희식의 경제개발은 60여년 동안 공룡이라는 거대한 재벌을 탄생시켰고 치유하기 어려울 만큼 소수가 국가의 부를 독식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세습되는 기업제국, 즉 이단아를 낳게 만들었다. 시대적 아픔에서 만들어진, 분배를 무시한 정의가 오늘날 도전에 직면한 것은 당연하다. 과거 방식으로는 행복할 수 없으며 도저히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대한 저항의 물결이 지금까지의 사회적 정의를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기의 능력에 따라 역할이 부여되고 그 결과에 걸맞은 보상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정의이고 이것이 하늘의 뜻일 것이다. 이렇게 변화되어야 한다. 하늘은 항상 세상의 모든 것을 이롭게 아우르기 때문이다. 이 땅에 다시 정의가 숨쉬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우습게 보고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가진 자는 가난한 자의 몫에 나누어 보태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사회적 정의는 모두가 합심하여 만들어 나가는 공동의 선이요, 희망의 동력임을 알아야 한다.
  •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일부 감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때문에 억울하게 카드론 채무자가 된 피해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업계는 피해자 구제를 위한 공통 기준을 이르면 이달 안에 확정할 예정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회사들은 보이스피싱 카드론 피해자에게 피해금 일부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피해 구제 요구를 거부했지만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 여론을 카드사들이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이스피싱에 대해 금융회사는 책임지지 않고 피해자만 책임을 떠안는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카드사들이 만들 피해자 구제 공통 기준의 대상은 12월 8일 이전에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이후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받을 때 본인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또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일부만 감면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감면율은 피해자의 과실을 따져보고 사례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피해자 중에는 카드사의 확인 전화를 받고도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 카드사의 설명이다.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는 올해 1분기에 첫 피해 사례가 신고된 이후 11월 말까지 1999건이 발생했다. 이미 피해자 중 490명은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카드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또 금감원은 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자가 카드사의 채권추심을 받는 일이 없도록 최근 카드업계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이래도 의약품 리베이트 못 없애겠다는 건가

    제약업체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아온 의사 1600여명이 어제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 7월부터 2차 단속을 벌인 결과 의사 5명을 포함해 1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4명을 약식기소했다고 전담수사반은 밝혔다. 리베이트 관행이 뿌리 깊게 박혀 있음을 방증하는 수사 결과다. 리베이트 수수는 몰염치한 수법으로 이뤄졌다. 2쪽짜리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 뒤 건당 5만원씩 의사 858명에게 13억원가량을 뿌렸는가 하면 병원의 창립기념품 구입비를 대납하거나 개업자금을 지원해 왔다. 문제는 의사, 약사, 관련업체 등의 총체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윤리의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21일 의약품 거래를 둘러싼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자정 집회에 대한의사협회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보인 행태가 단적인 사례다. 의협은 “개업의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시장경제 아래서 어느 부문에나 있는 거래의 형태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황당한 논리다. 리베이트는 당사자끼리 은밀히 주고받는 불법행위다.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다. 세금 포탈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지하경제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국민이 떠안게 돼 있다. 현행법상 의약품은 선택권이 환자에게 없고 의사한테 있다. 따라서 병원이나 의사가 약값을 정부가 정해준 최고가격(건강보험 인정가격)보다 비싸게 사면 건강보험 재원에서 돈이 빠져나가 재정이 악화된다. 의약품이 공공재적 성격이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의약품 관련 리베이트는 처방금액의 20%로 연간 2조원 규모라고 한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정부가 눈을 뜨고 국민의 이익을 지켜내지 못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만이 리베이트 관행을 척결할 수 있다. 처벌 규정 강화로 일정 금액 이상의 리베이트를 받다 적발되면 면허를 취소하거나 사표를 받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약산업의 공정경쟁 여건을 조성하고 병·의원이 리베이트 의혹을 피하기 위해 시도하는 각종 편법도 차단해야 한다.
  • [北 김정은시대] “南 조문 방해는 남북관계 파국 가져올 것”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우리 측이 향후 대북정책을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북측은 민간의 조문을 최소화한 우리 정부의 조치를 직설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내년 1월 1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의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정확한 메시지가 전달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추세로 점쳐 볼 때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는 큰 틀에서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조문하는 남측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고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 당국이 각 계층의 조의방문길을 악랄하게 가로막고 있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이번 조의 방해 책동이 북남관계에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남측 당국의 조치에 대해 북측 당국이 보인 첫 공식입장 표명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온 겨레는 이번에 남조선 당국의 도덕적 한계뿐 아니라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남측 각계의 조문 허용 수위를 지켜본 뒤 향후 남북관계 개선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북한이 남측 조문단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민주통합당 등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조문과 관련한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중심의 조문단 파견 요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과 맞물려 남남(南南)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길섶에서] 체면/박대출 논설위원

    연일 송년 모임이다. 여럿이 만나면 늘 비슷하다. 1차 식사, 2차 노래방이다. 다들 취기가 오른다. 분위기를 이끄는 이는 항상 있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한다. 트로트가 주 메뉴다. 그런데 누군가 휴대전화를 꺼낸다. 손가락으로 열심히 긁어댄다. 뭔가를 찾아 내더니 옆 사람에게 들이댄다. 함께 키득거린다. 멀리 앉은 이들도 달려간다. 휴대전화를 돌려 보기도 한다. 스마트폰 시대의 새 풍속도다. 그들이 본 건 다른 게 아니다. 야동, 즉 야한 동영상이다. 화제가 된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A양 동영상은 아예 기본이다. 한편으론 궁금해진다. 무슨 내용일까. 관음(觀淫) 본능이 꿈틀댄다. 하지만 애써 외면한다. 혼자만 잘난 척하기도 내키지 않는다. 괜스레 초점을 돌린다. 그들에게 핀잔을 준다. 한물 간 청춘들은 할 수 없다고. 양기(陽氣)가 눈까지 올라왔다고. 궁금증을 막은 건 양심이 아니다. 도덕성도 아니다. 그저 체면 때문이다. 그게 점잖지 못한 짓을 주저하게 해준다. 이쯤 되면 체면도 꽤 쓸모 있는 덕목이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김정일 사망 이후] 北주민들 억지 울음?

    “평양주민들이 거짓으로 울었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달리) 냉정을 되찾는 시간이 빨랐고 평양과 지방의 온도차가 확연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민간단체 관계자가 전한 현지 분위기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와는 차이를 보였다. 이 관계자가 평양을 떠날 때까지 마주친 호텔 종업원과 안내원, 비행기 승무원 등은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하지만 평양시내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주민들은 동요했으나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특이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평양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평양 출신의 탈북자 민모(30)씨는 “중학교에 다닐 때 김 주석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의 평양시민이 땅을 치며 통곡했다.”면서 “당시 주변에선 통곡하는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했다.”고 전했다. 민씨는 최근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TV를 통해 본 평양 분위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평양시민들이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통곡소리도 너무 작아 진짜 사망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21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뒤 북한 주민의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북한 주민들이 억지로 슬픔을 연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당이 나서 기업과 농장, 학교별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점도 그렇다. 배경에는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을 모두 겪은 북한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김 주석이 북 주민에게 나름대로 존경스러운 지도자였던 반면 김 위원장은 경제난과 부도덕한 사생활 탓에 거부감을 줬다는 것이다. 김 주석 통치기는 북한 경제의 성장기로, 적어도 주민들이 식량문제로 고통받다가 대규모 탈북을 감행하는 일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 통치 때는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다.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 이후 무리한 국제행사 개최와 식량난, 폭압정치가 겹치면서부터다. 청진 출신의 탈북자 송모(57)씨는 “일제강점기를 경험했던 노인들이 ‘수백만명이 굶어 죽은 김정일 시대는 일제강점기보다 열악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도 방송 인터뷰에서 “‘빨리 죽길 잘했다’라는데 이게 북한의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평양과 지방의 온도차도 열악해진 경제 상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공대 교수를 지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평양 시민은 그래도 잘살지 않느냐.”면서 “그런 사람들이니까 슬프고, 카메라까지 들이대면 그 슬픔을 표현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 있는 1500만 북한 주민은 배급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표정이 다르다. 지역에 따라서 계층 간, 세대 간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단둥에서도 “조문 귀국 인파가 몰리고 있지만 김 주석 사망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은 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2011년 관가 10대 뉴스] (10) 은진수 감사위원 파동

    [2011년 관가 10대 뉴스] (10) 은진수 감사위원 파동

    올 한 해 동안 예기치 않게 가장 큰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정부 부처는 단연 감사원이었다. 감사원의 대다수 직원들은 “1963년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해였다.”며 아직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른바 ‘은진수 파동’. 지난 5월 은진수 당시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감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감사원은 하루아침에 쑤셔진 벌집이 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부터 2년 동안이나 부산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로 일한 사람이 저축은행 감사 결과를 심의한 부도덕한 업무과정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은 전 위원은 사표를 냈지만 감사원 안팎의 소란은 갈수록 커져 갔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근간으로 감찰업무를 펴는 국가 대표기관의 차관급 인사가 피감기관의 뇌물을 받고 감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자체만으로도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감사원 내부는 아예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기관의 존립 명분이 흔들리는 치명타였기 때문이다. ‘낙하산’으로 감사위원이 되면서부터 뒷말이 많았던 은 전 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실은 정국을 더욱 큰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2008년 쌀 직불금 사태로 개원 이래 처음으로 국정조사를 받았던 감사원이 2년 반 만에 또다시 국조를 받을 처지에 놓이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야 했다. 2007년 감사원은 쌀 직불금 감사를 벌였으나 석연찮은 감사 결과 비공개 과정과 청와대 개입 의혹 등으로 이듬해 직불금 국조를 받았었다. 감사원의 한 직원은 “국가를 대표하는 사정기관에 몸담았다는 자부심으로 일해 왔는데, 쌀 직불금 파동의 악몽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무렵 또다시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져 조직원들이 너나 없이 허탈감에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은진수 비리는 MB정권 말기 레임덕 가속화 논란까지 불러왔다. 지난 1월 신년 벽두부터 대통령의 측근인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 문제를 놓고 가뜩이나 정국이 소란스러웠던 끝에 또 불거진 일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정 후보자의 사퇴 이후 취임한 양건 감사원장은 ‘사고수습 반장’의 역할을 떠안아야 했다. 부패척결과 공직기강 확립을 기치로 내걸고 취임한 양 원장은 취임 석 달 만에 긴급히 조직 쇄신안 마련을 선언했고,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지난 7월 전례 없는 대규모 쇄신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제2의 은진수’를 예방하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감사원이 첫손에 꼽은 대책은 앞으로 정치인은 감사위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3년 내 정당에 가입했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한 적 있는 정치 경력자는 감사위원 임명제청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이었다. 내부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직원 행동수칙도 엄격하게 재정비했다. 감사활동이 주업무인 직원들은 평상시에도 직무 관련자와의 사적인 접촉이 제한됐으며, 부득불 외부인과 식사를 하더라도 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하는 등 특단의 조치였다. 감사 결과와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감사위원은 심의에서 배제하는 제척 요건도 명확히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파동을 겪으면서 모두가 힘든 한 해였지만, 투명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확산되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현기환·장제원 의원도 “총선 불출마”

    현기환·장제원 의원도 “총선 불출마”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부산 사하구갑)과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이 20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 한동안 잠잠했던 ‘불출마 러시’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이들 두 의원의 용퇴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의원은 이상득·원희룡·홍정욱 의원 등 모두 5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초선인 현·장 두 의원의 불출마는 각각 친박(친박근혜)계와 친이(친이재오)계 의원으로는 처음인 데다 텃밭인 부산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당내 중진의원들의 불출마를 이끌어 내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가 가진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재선하고픈 마음이 있지만 영남 초선의원인 제가 먼저 내려놔야만 한나라당이 비워지고 쇄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사전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장 의원도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의 불출마를 선언한다.”며 “쇄신의 도덕적 기준을 가혹하리만큼 엄하게 세워야 국민의 신뢰를 돌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 자신 기꺼이 쇄신 대상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최근 산악회 회원에게 돈 봉투를 건넨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 당한 장 의원은 “선관위가 당사자에게 단 한번의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특정인의 진술만 듣고 검찰에 고발한 뒤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한마디로 사실무근이며, 반드시 검찰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의원의 불출마가 지역과 계파를 초월해 다른 의원들의 자발적 용퇴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들의 거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내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영남지역 다선·고령 의원 5~6명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용퇴해야 한다는 이른바 ‘영남권 물갈이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친박계 초선인 현 의원이 몸을 내던지면서 영남권 다선·고령 의원들의 거취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쇄신 대상들은 나 몰라라 하는데 아까운 초선들만 총대를 메고 있다.”면서 “자발적 용퇴가 아니라면 공천을 통해 물갈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개탄했다. 영남권의 다른 초선의원도 “현 의원의 결단으로 이전과는 상황이 확 달라졌다.”면서 “박 비대위원장이 대대적인 당 쇄신을 통해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중진들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자발적 용퇴론에 기름을 부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열린세상]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의 처방/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열린세상]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의 처방/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실장

    2011년 12월도 10여일 남았다. 뒤돌아 보면 2011년 국가적으로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재정 건전성이 아니었나 싶다. 초등학생 무상급식의 내용과 방식을 두고 예기치 않은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고, 서울시의 집행부가 바뀌었다. 신문이나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가 국가부도에 처한 외국을 반면교사(反面敎師) 혹은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삼아 우리의 재정 건전성을 화제에 올렸었다. 내년의 중요한 화두 역시 재정 건전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자녀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지닌 사람이 42.9%에 이를 정도로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양극화뿐 아니라 고령자 및 아동·장애인·실업자 등에 대한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복지와 관련한 이런저런 공약이 봇물을 이룰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런 점에 견주어 볼 때,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집행 건전성을 한층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지자체들은 1991년 재정자립도가 79.1%였으나 불과 10년 만인 올해에는 51.9%로 겨우 50%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덕적 해이에 버금갈 정도로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예산의 효율성을 논하다가도 중앙에서 예산이 온다고 하면 운영 부실이 뻔히 보이는데도 우선 재정투자를 하고 본다. 빈집에 황소가 들어오면 소도 잡아 먹는 격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보기가 공공시설물이며, 문화시설 투자가 특히 그러하다. 문화수준 함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2011년 현재 전국에 2083개의 문화기반시설이 건립되어 있고, 여기에 특산품이나 각종 체험·학습을 겨냥한 전시관·테마관 등을 합치면 그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도 전국에 48개나 건립되어 있다. 세트장 건립비용이 평균 50억원이라고 해도 2400여억원의 재정이 투입된 셈이다. 대부분이 운영비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어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투자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사전경보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지자체의 재정투자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지자체 재정 파산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서 강도가 낮은 셈이다. 사후적 처방성격이 강한 이 같은 ‘저강도(低强度) 정책’에 더해 문화시설 등 지자체의 공공시설이 건립되기 이전 단계의 처방도 중요하다. 특히, 재정투자에 대한 ‘사전 타당성 분석’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걸러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자체가 건립하는 공공시설의 사전 타당성 분석은 ‘용역관계’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지자체가 용역을 발주하고 전문기관이 건립의 타당성을 따지는 관계에서는 공정한 결과의 산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자체 공공시설 투자센터의 건립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견본(見本)이 된다. 중앙부처 투자사업에 대한 조사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원함으로써 조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편성 단계에서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2011년 9월부터 의무화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민이 예산편성에 직접 참여하여 공공시설 투자사업과 지역 특성·여건의 부합성을 따져 봄으로써 집행부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다 근본적·거시적인 차원에서는 일자리를 통한 복지 창출 등의 처방이 필요할 것이지만, 공공시설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압박하고 또 그럴 개연성이 상당히 농후함을 고려할 때, 2012년의 재정 건전성을 보다 강화화기 위한 촘촘한 장치 개발을 통해 한발 앞선 대비가 필요하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8) 이기론(理氣論) 확립한 ‘주자’

    “사람을 잡아먹는 가르침”(루쉰), “우주에 가득 찬 엄숙한 기운”(주자학을 접한 한 유학자), “한없이 지루한 학문”(육상산). 동아시아 700년을 좌지우지한 요지부동의 사상, 엄숙주의와 비장함으로 유학자들조차 손사래를 치던 학문, 타도되어야 할 전근대의 표상. 우리에게 각인된 주자(朱子)의 이미지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높은 관직에 오른 적이 없다. 그는 여러 번 금주선언을 하지만 실패한 애주가였고 제자들을 그 누구보다도 아끼던 스승이었으며 자식들에 대한 끔찍한 사랑을 보여준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 주자는 1130년 남송(南宋)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1200년 조용한 서재에서 죽음을 맞았다. 그의 삶은 배움을 향한 여정이었다. 스승들을 찾아다니기에 바빴던 10대와 20대, 친구들에게 배우며 자신의 한계에 직면해야 했던 30대와 40대, 거짓학문이라는 비난과 눈병으로 글을 볼 수 없게 되었음에도 나아가야 할 길을 더 명확하게 보게 된 50대와 60대. 주자에게 공부하는 순간만큼 즐거운 일은 없었다. 주자는 큰 질문을 품고 공부의 세계로 들어섰다. 5살이 되던 해, 주자는 아버지에게 묻는다. “하늘 위는 무엇일까요?” 우주의 끝을 알고 싶어 했던 소년 주자. 이후 이 질문은 그만의 독특한 우주관으로 변주된다. 주자는 우주의 끝을 알기 위해 일단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격물(格物)하고 치지(致知)해서 우주의 모든 이치를 꿰뚫으려는 공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주자가 질문을 품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수록 세계는 더욱 커져갔다. 주자는 죽기 3일 전까지도 책을 읽고 글을 고치며 제자들과 토론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주자에게 우주는 끝이 없는 앎의 배움터였다. 주자는 불교와 도교, 역사와 병법 등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다. 한번은 역사책을 읽다가 눈병이 나고 책에 밑줄을 너무 많이 그어서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된 적도 있었다. 독서의 경계를 두지 말 것, 책을 꼼꼼하게 읽을 것, 자신의 질문을 향해 오늘 하루 진보할 것. 주자는 배움을 청하러 오는 이들에게 이렇게 절실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자는 이 길이 아니고서는 어떤 공부도 높이와 깊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앎이 곧 삶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 흔히 주자의 학문을 집대성(集大成)이라고 부른다. 잡다한 것을 모아 크게 이루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집대성이 단순한 종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이질적이고 서로 섞이기 힘든 것들을 자기 질문을 가지고 통과하려고 했던 노력의 소산이다. 주자는 유교적 전통에 도교의 우주론과 불교의 인식론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으로 재구성한다. 그가 구한 답처럼 학문은 근본적으로 우주라는 무한한 배움터로 향하는 하나의 질문이어야 했다. ●술과 사람을 사랑한 ‘인간’ 주자 주자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50년 동안 관직에 있었지만 그는 늘 한직에 머물렀다. 공부 때문이기도 했지만 체질적으로 정치와 맞지 않는 그의 성품 탓이기도 했다. 말년의 주자는 황제의 측근이 되어 중앙정계로 나간다. 하지만 직언을 서슴지 않다 결국 45일 만에 쫓겨나고 말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자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 주자는 친구의 죽음에 부조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자신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자는 제자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아끼지 않는 스승이었다. 한때 주자의 제자들은 2000~3000명에 달했다. 주자는 곤궁한 생활에도 이들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서재는 계속해서 늘려갔다. 제자들이 많아질 때는 체계도 없고 어수선하기만 한 학당의 잔소리꾼이었다. 특히 공부하지 않고 밤새 딴짓을 하는 제자들에게는 단호했다. “가는 길이 틀리니 이제 충고 따위는 하지 않겠습니다.” 주자가 늘 호랑이 선생이었던 것은 아니다. 술을 좋아했던 주자는 제자들과 술을 마실 때면 흥에 겨워 시를 읊고 취묵(醉墨)을 써주곤 했다. 제자가 자신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면 주자는 어린애처럼 매달렸다. “내일 꼭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떠나간 제자들에게도 주자는 수시로 편지를 썼다. ‘보고 싶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주자는 자식들 걱정에 안절부절 못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장남을 친구 여조겸에게 보내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주자는 자주 편지를 썼다. 공부에 뜻을 두지 않으면 엄하게 다스려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의 안부가 궁금하다고 적었다. 주자는 특히 손자들을 귀여워했는데 손자에게 애교가 잔뜩 섞인 편지를 쓰곤 했다. “이 할애비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벽에 걸린 사자그림을 좋아했으므로 지금 한 장 그려 보냅니다.” 이런 이유로 주자 주변에는 늘 사람들로 가득했다.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찾아왔다. 병이 심할 때 제자들이 손님 만나는 것을 줄이라고 충고했지만 주자는 거절했다. “사람들은 모두 손님 만나기를 싫어하는데 대관절 무슨 마음일까? 나는 한 달이라도 만나지 않으면 한 달 큰 병을 앓을 것 같은데. 문을 닫고 손님을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것일까?” 하지만 주자의 만년은 외롭고 쓸쓸했다. 주자학은 국가(남송)로부터 사이비 학문으로 낙인찍혔고, 이에 따른 주자 탄핵 열풍이 그의 신변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제자 채원정은 유배지에서 목숨을 잃었고 이른바 위학자 리스트는 주자의 주변인물 59인으로 채워졌다. 주자를 주살해야 한다는 탄핵문도 등장했다. 위협을 느낀 제자들은 하나 둘씩 뿔뿔이 흩어졌다. 주자의 운명과 더불어 주자학이 사실상 와해된 것이었다. ●주자의 학문과 국가학으로서의 주자학 주자학의 핵심은 이기론이다. 기(氣)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이(理)는 그 현상이 일어나는 이치를 의미한다. 주자 이전까지 유학은 기본적으로 윤리론(실천론)이었다. 인간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 주자는 이러한 유학의 범위를 우주까지 확대시킨다. 만물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 주자는 이와 기에 의해 만물이 생성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우주를 떠다니는 기가 뭉쳐서 만물이 되고 만물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를 다하며 살아가는 것. 이때 만물은 자신의 본모습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주자의 이기론은 전통적인 기(氣)일원적 사유에 대해 이(理)의 우위를 주장한 새로운 차원의 존재론이자 인식론이었다. 이기론은 거대한 우주로부터 미물까지를 관통하는 사유의 틀이었지만, 다른 한편 그것은 자신이 품었던 평생의 질문에 스스로가 구한 답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자 사후 이기론은 다시 윤리론으로 축소되어 버린다. 이와 함께 주자에게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우주, 지리, 풍수, 귀신 등은 잡술이나 미신으로 여겨져 주자학에서 퇴출된다. 존재와 윤리를 일치시키고자 했던 주자의 기획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자학’으로 신봉되면서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우주의 리듬 대신 인간의 도덕만을 남겨 버렸던 것이다. 1313년, 주자의 학문은 드디어 원나라의 관학(官學), 즉 국가의 학문이 되었다. 하지만 주자의 학문은 국가학이 되면서 오히려 퇴색되어 간다. 따지고 보면 위학의 참변을 당한 것이나 사후 40년 만에 해금(解禁)된 것, 이후 동아시아 사상의 주류가 된 것 등도 모두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원나라가 유학 지식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주자학을 관학으로 규정했을 때, 주자학을 사이비학문이라 몰아세웠던 남송은 부랴부랴 주자학이 자신들의 학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일까. 오늘날 우리에게 주자학은 국가학으로서의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생동감 넘치는 철학이나 앎의 현장이 아니라 무겁고 피하고 싶은 과거의 낡은 유산. 하지만 진정으로 주자가 원했던 것은 자신의 학문이 이 세상의 이치를 공부해가는 사다리가 되는 것이었다. 학문에 임하는 주자의 마음과 도그마가 된 주자학은 구별되어야 한다. 주자는 평생을 통해 배움을 갈구하는 모든 학인들의 마음으로 삶을 개척했다. 앎에 대한 욕망과 무한한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진정어린 따뜻함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가 아닌가. 앎을 향한 과정과 삶의 간격 없음, 삶의 끝없는 과정 위에서 배움을 실현하기! 주자는 말한다, 아니 그렇게 살았다. 류시성 감이당 연구원
  • 시장은 ‘관망중’… “내년 주택 수요 증가” 우세

    시장은 ‘관망중’… “내년 주택 수요 증가” 우세

    서울 강남권 부동산 규제를 크게 완화한 ‘12·7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시장의 눈길은 파급효과에 쏠리고 있다. 극약처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호가만 높아졌을 뿐 거래는 여전히 썰렁한 상황이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았던 올해 마지막 부동산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 대출과 침체된 주택거래 활성화란 난제를 두고 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에 12·7대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후속 조치와 시장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부동산 대책 이후 부자들이 과연 어떻게 움직이며, 내년 전세난이 재연되고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세입자들은 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다. 12·7대책은 사실상 강남 재건축 시장을 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를 완화했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를 2년간 유예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했다. 뒤이어 나온 서울시의 가락시영아파트 종 상향 결정은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안정화’나 ‘활성화’가 아닌 ‘정상화’라는 데 주목한다. 참여정부 시절 주택 양도차익에 징벌적 과세를 도입한 뒤 득세한 ‘주택은 자산이 아니어야 한다.’는 비현실적 도덕론을 제자리로 돌리려는 노력이란 것이다. 예컨대 전체 가구의 3분의 1인 550만 가구가 주택을 임차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임대주택 건설이 한계를 드러냈다면,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지닌 여분의 주택을 싼 값에 임대시장에 공급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9년 이후 3년간 소비자물가와 주택가격을 비교하면 수도권 주택의 실질가격은 10%가량 하락했다.”면서 “그동안 주택가격이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니 너도나도 전세를 찾아 전셋값이 급등하고 물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서민들이 살기 좋아진다는 기대와 달리 공급자 우위 시장에선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임대비용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화란 의미 부여에도 불구하고 12·7대책은 되돌아 볼 3가지 쟁점을 만들었다. 과연 부자들이 지갑을 열고 움직일까 하는 의문이 첫 번째다. 주택시장에선 부자들이 움직이면 중산층과 서민이 뒤따라 움직인다는 통설이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강남지역 프라이빗뱅킹(PB) 센터 관계자들은 “부자들은 여전히 현금 보유를 늘리며 시장을 관망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재건축 가격의 소폭 반등 움직임에 따라 부자들 간 거래가 점차 늘고, 옥석가리기로 진행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전후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재건축 시장은 가격 변동폭에 상관 없이 거래가 많이 이뤄질 것이란 긍정론이 상당수다. 물론 주택시장의 글로벌 동조화 현상에 따라 미국 주택시장 회복 여부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12·7대책이 내년 입주물량 감소와 어떻게 화학적으로 융합하느냐는 것이다. 2006년 20만 가구를 넘던 분양실적은 지난해 10만 가구로 떨어졌고, 내년 입주물량도 이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다. 오윤섭 닥터아파트 대표는 “2012년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10년 만에 최저”라며 “이는 중산층 이상의 내집 마련 대기수요를 실수요로 전환케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봄 전세난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고 서울에서 인천·경기로, 아파트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세대로 엑소더스가 펼쳐질 것”이라며 “실질소득 감소로 구매력이 떨어졌으나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내집 마련 수요가 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내년 금리와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이 12·7대책과 어떻게 맞물려 움직이느냐는 궁금증이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는 게 정설이지만 2007년 이후 이런 흐름은 깨졌다. 노무라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3%, 인플레이션이 3.3%, 금리는 2.75%선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가격이 내릴 만큼 내렸다는 가격상승 기대심리와 내년 지방 주택시장의 약세가 동반된다면 이 같은 경제상황에서 수도권의 내집 마련 수요는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부터 수도권 공공기관들이 세종시와 지방혁신도시로 이주를 시작하면서 직원들의 ‘나홀로 이주’에 따른 이중 주거비 부담이 발생, 주택구매 수요가 더 위축된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지적을 미뤄볼 때 변수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메스 대신 멸치액젓 든 의사/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메스 대신 멸치액젓 든 의사/최광숙 논설위원

    멸치액젓의 쓰임새가 이리도 다양한 줄 미처 몰랐다. 한창 김장철이라 멸치액젓이 잘 팔리나 했더니만 그게 아닌가 보다. 김치 담글 때 쓰는 비릿한 액젓이 이젠 내 뜻과 다른 ‘패거리’들을 혼쭐낼 때 쓰는 요긴한 물건이 된 세상이다.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총회에서 경만호 회장 얼굴에 날아든 것도, 다음 날인 11일 야권통합을 놓고 폭력이 난무한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투척된 것도 모두 멸치액젓이다. 국민 입장에선 내놓은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정치권이야 그렇다 해도 평소 하얀 가운 입고 ‘선생님’ 소릴 듣던 의사들의 회의장에 액젓이 등장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한 사회에서 다양한 계층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제각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뭐라 나무랄 수야 없다. 하지만 나서야 할 사람이 있고, 그러지 않아야 될 사람도 있는 법이다. 불경기 엄동설한에 다른 이들보다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산다는 의사들마저 편이 갈려 ‘밥그릇’ 놓고 싸우는 꼴은 정말 볼썽사납다. 의사들까지 액젓 들고 치고받으면 우리 사회에서 들고 일어나지 않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고들 하지만, 올해 유난히 사회지도층의 탈선이 두드러졌다. 누구보다 깨끗해야 하지만 이런저런 구실로 검은돈을 받은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들, 저축은행으로부터 피 같은 서민의 돈을 받아 챙긴 감사원 감사위원, 친구인 변호사에게 사건을 몰아준 부장판사, 그랜저·벤츠 검사, 치정과 비리사건의 주인공 같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얼마 전 출근길에 만난 한 택시 운전기사가 “이 나라가 썩었어요. 병들었어요.” 하며 열을 올린 것도 다 이런 사회지도층에 대한 분개였다. 사회지도층의 일탈이 문제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위법행위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의 건전한 상식과 그들이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덕목을 배신했다. 어찌 보면 요행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범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주고, 선량한 시민들을 분노케 한 게 더 죄질이 나쁠 수 있다. 10·26 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이나 최근 20대 취업, 30대 보육, 40대 하우스 푸어와 같이 세대별로 쏟아져 나오는 현실의 어려움 역시 그들이 누려야 할 것들을 빼앗겨서가 아니다. 그들의 노력과 성실함·근면함이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 사회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깔려 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리더십, 고용, 경제 등 10가지를 거론한 바 있다. 그는 일본의 활력이 떨어진 원인을 고령화가 아닌 사회지도층의 정신적 자세에서 찾았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가 회복되지 않으면 일본은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로마가 한니발과 싸울 때 전세가 불리했음에도 최전방에서 싸우다가 10여명이나 죽은 이들도 바로 로마의 지도층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걸 보면 꼭 일본 짝인 것 같다. 일부 사회지도층의 일탈이야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강부자 내각’이니 뭐니 하는 현 정부 들어 사회지도층의 도덕·윤리의식이 더 혼탁해진 게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을 주는 이들이 있다. 최근 화재 진압 중 순직한 두 소방관, 중국의 불법어선 단속 중 순직한 해경, 폐지를 모은 돈 1억원을 기부하고도 남은 재산을 다 기부하겠다는 위안부 할머니,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1000만원을 기부한 익명의 독지가, 30년 모은 돈 1억원을 선뜻 내놓은 은퇴 샐러리맨. 이런 이들의 봉사와 희생, 선행을 보면 과연 누가 진정 우리 사회를 지켰고, 누가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게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사회지도층이라면 적어도 평범한 시민들의 희생과 노고를 결코 헛되이해서는 안 된다. 경제 위기, 고령화, 양극화 등과 같은 난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사회지도층은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재무장해야 한다. bori@seoul.co.kr
  • [사설] 채점표를 조작해 교사 뽑은 광주시교육청

    지역교육청이 사립학교 교사들을 공립 교사로 특채하는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합격자를 바꿔치기한 사실이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지난 2월 사립 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공립 특채 공고를 낸 뒤 공모에 응한 D여고 등의 교사 10여명을 심사해 6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이 중 5명은 전교조 소속으로 이 학교가 교비 15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재단 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고 한다. 문제는 당초 합격 대상자로 지목된 교사가 빠진 것을 뒤늦게 알고 심사위원들을 불러 재채점을 통해 합격자를 바꿨는데, 합격을 통보받은 교사가 다시 불합격 처리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불거지게 됐다. 관할 학교법인과 일선 학교를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지역교육청이 점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특정 교사들을 대거 선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선발 규정 위반은 물론 도덕적 해이의 극치로 보여진다. 이번 사태를 그냥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지역교육청과 해당 학교법인 사이의 유착관계 여부다. 시 교육청은 해당 학교법인이 외고를 만들기 위해 학급 수를 줄이는 바람에 사립학교 교사 정원을 넘는 ‘과원’(過員)이 발생해 공립학교로 파견을 보냈다가 이번에 공립교사로 특채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학교법인이 외고를 만들겠다는 진정성을 찾기 어렵고 합격자 대다수가 학교법인의 횡령 의혹을 제기한 전교조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 간에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시 교육청이 학교법인의 요청으로 사사건건 문제를 삼는 교사들을 공립 교사로 특채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교과부는 특채 과정에 위법성이 있는 만큼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외고 설립에 대한 해당 학교법인의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면 추가적인 진상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 뚜렷한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 끝까지 추적해 학교법인의 잘잘못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이 같은 일이 다른 지역교육청에서 재발하지 않을 것 아닌가. 선발과정의 투명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MB와 선긋기” vs “정권 흔들기”… 여야 모두 ‘MB 정조준’

    집권 3년 8개월째를 맞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터져 나오는 친인척 비리에 휘청대면서 여야가 드물게 한목소리로 이 대통령을 정면 조준하고 나섰다.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 보좌관의 거액 뇌물 사건에 이어 김윤옥 여사 사촌오빠까지 제일저축은행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며 정권 후반기 친인척 비리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임기말 정권 흔들기 차원에서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고, 여당은 흔들리는 대통령과의 차별화, 나아가 대통령 탈당을 통한 선긋기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은 13일 전방위로 확산되는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겨냥해 당내 ‘권력형 비리 진상조사위원회’를 ‘대통령 측근비리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신건)로 전환, 파상공세에 나섰다. 위원회에는 내곡동 사저·형님·사촌오빠·저축은행·이국철 게이트 등 사안별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측근 비리에 휘말린 ‘형님’ 이 의원을 넘어 최종적으로 이 대통령을 겨누겠다는 속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네티즌 사이에서 이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인 MB가 ‘멀티 비리’로 통한 지 이미 오래”라면서 “이 대통령이 ‘현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큰소리쳤지만 임기 말 봇물처럼 터지는 친인척 비리를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총체적 비리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도 결은 다르지만 야당과 궤를 같이했다. 표현 수위는 서로 다르지만 대통령 탈당론이 핵심이다. 재창당을 주장하는 쇄신파는 물론 친이계 내부에서도 현 정권과의 명확한 선긋기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 사이에선 특히 수도권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 탈당, 당명 교체로 ‘MB 색채’를 빼지 않는 한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쇄신파이자 친이계인 권영진 의원은 전날 “재창당 과정에서 대통령이 입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원희룡 의원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단절과 정리가 필요하지만 당적 문제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수위를 낮췄지만 역시 현 정권과의 단절론을 주장했다. 이재연·강주리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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