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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양심에 털 난’ 대구도시공사

    대구시 산하단체인 대구도시공사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최근 대구도시공사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모두 33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감사결과에 따르면 대구도시공사는 직접 운영하는 유니버시아드레포츠센터의 무료이용권을 2010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2년 5개월 동안 무려 2만 3322장을 뿌렸다. 이 중 골프연습장 무료이용권 2800장은 도시공사 임직원들이 사적으로 사용했다. 센터 내 스크린골프장 임대료가 감정평가액의 20% 수준에 불과했고 입장권 판매 대장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등 상식을 벗어난 운영을 했다. 이처럼 방만한 운영이 계속되면서 레포츠센터는 2009년 3억 3500만원 흑자에서 2010년 3억 5100만원, 지난해 4억 7700만원 적자가 나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됐다. 또 법인카드로 칵테일바 등에서 술값을 결제한 것은 물론 공휴일이나 심야시간에도 사용했다. 이같이 법인카드 사용지침을 위반하다 적발된 것이 지난해 7월 이후 180건이나 됐다. 이와 함께 직원들의 사내복지기금 대출 이율(3%)이 정기예금 이율 3.5~4.3%보다 낮아 대출받은 돈을 예금하면 앉아서 돈을 버는 기형적인 구조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다 성서5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한꺼번에 높은 금리로 조달해 2100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했다. 죽곡청아람 등 3개 임대아파트 위탁관리용역비 산정도 높게 해 1590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규정에도 없이 20년 근속한 직원들에게 1인당 순금반지 11.25g(3돈)을 기념품으로 지급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에게 모두 2041만원이 집행됐다. 올해도 연말까지 34명에게 모두 2800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 밖에 대구도시공사는 통합경영정보시스템 기능추가 용역사업을 부적절하게 시행했고 사옥 청소·경비용역 보험료를 정산하지 않아 1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 시 관계자는 “감사결과에 따라 대구도시공사 직원 20명에 대해 징계 등을 요구했으며 13건은 개선, 2건은 시정조치토록 했다.”며 “앞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해 비리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선거법 위반 김형태 집유 2년

    선거법 위반 김형태 집유 2년

    사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소속 김형태(59·포항 남·울릉) 국회의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부(부장 이근수)는 31일 김 의원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여론조사를 가장한 홍보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직원 김모(24)씨에 대해서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고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도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1년간 선거구민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초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 선진사회언론포럼이라는 사무실을 연 뒤 직원과 전화홍보원 10명에게 1년 동안 여론조사를 가장한 홍보활동을 하도록 지시하고 급여 명목으로 50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하우스푸어 문제만 지적 말고 대책 내놓아야

    주먹구구식으로 추산돼온 하우스푸어의 윤곽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그제 조사한 결과, 지금 당장 집을 팔고 갖고 있는 금융자산을 털어넣어도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10만 가구로 집계됐다. 집값 하락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가 57만 가구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하우스푸어는 수입이 있는 가계 구성원의 세전 소득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카드대출 등 금융권 부채의 원리금 상환에 들어간 돈의 비율이 6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그동안 7만~198만 가구로 들쭉날쭉 추정되던 하우스푸어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의미가 작지 않다.57만 하우스푸어는 단순히 개인 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고민해야 할 우리 사회· 경제 전체의 문제다. 소득이 줄어 집값이 떨어지면 이들이 먼저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실업이나 사업 실패에 빠질 경우 하우스푸어의 몰락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잠재적 위험대상인 57만 하우스 푸어의 금융권 부채는 150조원에 육박한다.하우스푸어의 심각성을 놓고 우리 사회는 그동안 갑론을박만 되풀이해 왔다. 금융당국조차 엇박자를 냈다. 금융감독원은 우려할 만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상황을 감안하면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위원회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자칫 하우스푸어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부작용도 있는 만큼 금융위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는 사이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하우스푸어 대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 대책은 개별은행 차원에서 다뤄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하우스푸어 대책은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우스푸어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하우스푸어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재정이나 공적자금 투입은 무주택자들의 공감대 형성 등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섣불리 접근할 일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먼저 은행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 수렴에 나서기 바란다. “범정부적인 하우스푸어 대응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후속 대책이 기대된다.
  • 부패 제로! 클린 은평! 오늘 청렴도 활성화 워크숍

    서울 은평구는 직원들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1일 충북 충주시 서울시수안보연수원에서 ‘2012년 하반기 청렴도 워크숍’을 개최한다. 인·허가와 지도·점검업무 담당직원, 신규·전입 직원 등 참석자 50여명은 청렴·반부패 교육과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 청렴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회도 열린다. 워크숍에선 김은경 지방행정연수원 교육자문위원이 ‘공공 리더와 청렴문화’에 대해 강의하고, 최동규 감사담당관이 청렴·반부패를 위한 제도와 의식의 변화를 위한 ‘사회환경 변화와 공직자 청렴’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청렴·반부패 브레인스토밍(자유발언)과 발표회를 통해 공직사회의 청렴 문화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준비했다. 김우영 구청장은 “공직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청렴과 도덕이 강조되는 분야인 만큼 청렴 의식을 일깨우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공정하고 투명한 ‘청렴 은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자유무역이 득 된다고? 그건 거짓말”

    “자유무역이 득 된다고? 그건 거짓말”

    “‘상품과 금융의 세계화가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라는 지난 30년간의 통념은 신화에 불과하다. ” 프랑스의 저명한 경제학자 자크 사피르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가 2011년에 ‘탈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펴낸 책이 ‘세계화의 종말’(유승경 옮김, 올벼 펴냄)로 번역돼 나왔다. ‘자유화’와 동의어로 쓰이는 ‘세계화’에 오늘날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 신흥 경제국의 금융버블,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적·환경적 위기, 유럽의 재정위기 등에 세계 금융위기의 뿌리가 있다면서 ‘탈세계화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냉정하게 비판한다. 사피르 교수는 1850~1929년 함선을 내세워 개방을 강요하던 제국주의 시절의 자유무역은 그나마 선진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현재의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조차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임금을 떨어뜨려 가계부채를 늘리며, 일자리의 안정성을 해치고, 국가 부도의 재앙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의 신화’는 언제쯤 생겼을까? 1994~1997년 국제무역이 수치상 크게 증가한 뒤다. 국제무역이 각국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통념이 강화되면서 무역장벽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는데, 사피르 교수는 이것은 통계의 착각이자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첫 번째 원인은 1991년 소련이 붕괴돼 과거에는 한 국가 내부의 거래로 잡혔던 수치들이 대외무역으로 분리된 것이고, 두 번째는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물량이 증가하지 않았는데 가격으로 환산되며 늘어난 것으로 잡혔다는 것이다. ‘자유무역 신화’의 강화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서 절정에 이른다. 세계무역의 자유화에 따른 이득이 8320억 달러이며, 이 중 개도국의 몫이 5390억 달러라는 추정치를 발표한 것이다. 자유무역이 개도국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이념이 확산됐다. 문제는 이 자료가 2년 뒤인 2005년 홍콩 WTO각료회의 예비토론에서 뒤집힌 것. 자유무역에 따른 이득은 2900억 달러로 줄고, 이 중 개도국의 이익은 9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나마 개도국 몫은 중국을 제외하면 거의 ‘제로’(0)로 나왔다. 사피르 교수는 전체이득의 3분의2가 사라지고, 개도국의 이익이 5분의4 이상 줄어든다면 자유무역의 이득이 과연 존재하느냐고 반문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허구도 지적한다. 관세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FTA는 무역이 활성화되면 국민 소득이 높아지고 세수가 증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소득의 증가로 인한 세수증가가 즉각 관세수입의 감소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민소득의 증가가 현실화될 때까지 국가는 공공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교육, 연구, 보건, 인프라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재정압박에 따라 증세를 결정하게 되는데, 개도국의 빈곤층이야말로 신규 세금에 죽어난다는 논리다. 자유무역은 부도덕한 무역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의 산업폐기물이 개도국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이 되면 폐전자제품이 2007년보다 7배를 웃돌고, 인도는 같은 기간에 20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에 의한 두 나라 간 무역이 서로 득이 된다는 설득 역시 허구라고 비판한다. 사피르 교수는 제목에서 이미 결론을 밝혔다. ‘탈세계화’해야 하고, 질서 있는 탈세계화를 위해 각 국가는 연대하라고 주장한다. 또 세계화가 가져온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내수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한다. 과거처럼 수출에 목숨을 걸고 자신의 상품을 더 싼 가격에 많이 팔아 경제회복을 이루겠다는 욕심에 돈을 무한정 찍어내게 되고, 결국 ‘화폐전쟁’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일본·유럽에서 양적 완화를 하겠다며, 경쟁적으로 돈을 푸는 것이 그래서 걱정스럽다. 사피르 교수는 특히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유로화 체제에서 탈피해 자국 화폐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통화주권, 재정주권을 확보하지 않고는 유로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가계부채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열린세상] 가계부채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김관기 김&박 법률사무소 변호사

    경제주체의 지급불능 상태를 처리하는 첫번째 방법은 정부가 대신 갚아 주는 것이다. 부채의 사회화이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불가피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명분으로 흔히 정당화된다. 그렇지만 사실은 타인의 희생 아래 자신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사회적 권력의 표현이리라. 두번째는 실패한 채무자의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나누는 파산절차이다. 기업은 소멸하고, 절차에 순응한 개인은 과거의 채무를 면한다. 기업구조조정이 쉽고 실패한 기업가도 재기할 수 있다. 파탄에 이른 서민과 중산층도 과도한 부채상환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을 수 있게 되니 은행도 이익이다. 무엇보다도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한다. 극심한 가계부채로 인한 내수 침체로 기업들이 힘들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아닌가. 이러한 평상시의 조정이 없으면 사회는 대량의 채무를 누적하여 위기가 심화된다. 미국은 신용카드 회사들의 1억 달러짜리 로비로 2005년부터 중위 소득자 이상의 파산신청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담보대출을 갚을 수 없는 중산층 주택소유자들이 더 이상 집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하우스푸어들의 상황도 별로 다른 것 같지 않다. 담보대출이 많은 ‘깡통’주택이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 이들의 심정이겠지만 집을 지키지 못하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경매로 집값은 떨어지고 그것은 연체 안 한 사람의 대출 갈아타기도 봉쇄하여 새로운 연체자를 만든다. 다시 경매가 나오고 악순환이 시작된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가계부채 대책을 세우는 것은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뜻한다. 안철수 후보는 파산자에게 300만원을 주고 또 20만원씩 3개월 더 준단다. 무엇인가 주었다는 말을 들으려면 0 하나는 더 붙여야 할 판 아닌가. 개인적 선택이고, 내부화를 추구하는 파산제도에 먹칠을 하는 발상이다. 차라리 그분이 이전에 입이 닳도록 설파하던 벤처 기업가 정신을 듣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업가들이 파산으로 채무를 면하는 것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박근혜 후보도 가계소득 증대, 이자부담 완화, 주택지분 매각 같은 대책을 이야기한다. 문제는 그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점이다. 과학은 과거에 이랬으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논한다. 어제 가난한 사람은 내일도 대략 가난할 것이다. 가계소득 증대로 부채 문제를 풀겠다는 것은 공상 수준이다. 이자 완화, 지분 매각은 금융기관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지금은 그들의 팔을 쉽게 비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차라리 1962년 6월에 군사혁명위원회가 내놓은 농어촌고리채정리법을 참고하는 것이 어떤가. 문재인 후보는 이자를 제한하고 위압적 추심을 금지하는 등 ‘피에타 3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과거의 재탕이라는 점에 있다. 이자 제한도 좋고 공정한 대출과 추심도 그럴듯하다. 그러나 법률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지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노련한 법률가라면 현실에서 왜곡된 법집행의 형평성을 회복한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어떤가. 변제할 의사 없이 돈을 빌렸으니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고리 사채를 피하여 도망한 성매매여성을 교도소로 보내는 현실을 개선할 생각은 없는가.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파산법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법률가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법원이 금융채무의 면책을 쉽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파산제도의 운용을 전환한 것이 불과 10여년 전이다. 짧은 기간에 나름대로 빛나는 업적을 쌓았지만 기존에 쌓인 부채 정리에는 미흡하였으며, 그나마 중산층과 기업가들의 보호는 지난 5년간 퇴보하였다. 사법엘리트들이 힘든 투쟁으로 도입한 실무가 이토록 무너진 것은 파산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금융권의 주장이 기술적인 경제용어에 윤리적 의미를 첨가하여 자신의 잘못을 투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하였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빚 진 자를 용서하는 것은 우리가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에게, 법률가들에게 외치고 싶다. “바보야, 문제는 파산이야!”
  • [영화프리뷰] ‘파괴자들’

    [영화프리뷰] ‘파괴자들’

    ‘파괴자들’은 할리우드의 거장 올리버 스톤 감독의 개성이 곳곳에 드러난 영화다. ‘플래툰’, ‘JFK’, ‘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연출하는 작품마다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다뤄왔던 그는 기존의 자신의 스타일에 강렬한 색감을 더해 독특한 느낌의 액션 영화를 내놓았다. 범죄 소설 ‘개의 힘’으로 유명한 돈 윈슬로의 소설 ‘새비지스’(Savages)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다루는 소재부터 풀어가는 방식까지 상당히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영화는 멕시코와 미국 간의 불법 마약 전쟁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납치당한 두 남자가 애인을 구하는 여정을 거친 액션과 함께 그린다. 대학에서 경영학과 식물학을 전공한 평화주의자 벤(애런 존슨)과 해병대 출신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촌(테일러 키치)은 특A급의 마리화나를 재배해 판매하면서 돈을 번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사업까지 함께하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두 사람은 매력적인 여자 오필리아(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한집에 살면서 모든 것을 함께 즐긴다. 그러던 중 멕시코의 거대 마약 조직이 벤과 촌에게 거래를 하자는 제안을 해오자 이들은 불리한 조건을 거부하고 잠시 떠나 있을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마약 조직의 무자비한 여자 보스 엘레나(셀마 헤이엑)와 그녀의 부하 라도(베네치오 델 토로)는 두 남자의 가장 큰 약점인 오필리아를 납치해 감금한다. 벤과 촌은 평소 뇌물을 주며 관리하던 마약단속국 요원 데니스(존 트라볼타)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오필리아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2010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소설 10권’에 선정된 원작 소설 ‘새비지스’는 ‘야만인’이라는 뜻처럼 세상의 도덕과 관습, 법을 무시하고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담하게 그렸다. 스톤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원초적이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때론 선정성과 폭력성이 강조되다가도 어느 순간 경쾌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영화적인 쾌감을 강조하는 그의 장기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화끈한 액션 영화의 미덕이 강조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돈과 권력과 배신, 부패한 정치인 등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세 명의 젊은 남녀 주연의 연기도 인상적이지만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표현한 연기파 배우들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델 토로는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이는 냉혈한이지만 여두목 엘레나에게는 한없이 나약한 킬러 역을 잘 소화했고, 헤이엑은 카리스마 넘치지만 모성애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엘레나 역을 잘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마초적인 분위기가 짙게 풍겨 불편할 수도 있으나 스톤 감독의 표현 방식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즐기기에 큰 무리가 없다. 3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진실 규명에 시한 없다” 역사 심판 나선 벨기에

    벨기에 정부가 1950년 8월 발생한 공산당 지도자 줄리앙 라오 암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60여년 만에 벨기에판 ‘과거사조사위원회’를 구성, 역사심판 작업에 나선다고 A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진실 규명에는 만료 시한이 없다’는 제목으로 벨기에 측 움직임을 전했다. 벨기에 정부는 지난 62년간 묻혀 있던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기금 출연을 승인했으며 이에 따라 이른바 ‘기억할 의무’를 다하고 도덕적 파급 효과를 내기 위해 조사위를 구성, 활동에 나섰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벨기에에서는 논쟁 끝에 왕자인 보두앵이 왕위를 넘겨받는 조건의 입헌군주제가 이뤄졌다. 보두앵의 왕위 승계를 승복할 수 없었던 공산당 당수 라오는 승계식 날 “공화국이여 영원하라.”고 국민들에게 외쳤다. 그 다음 주 라오는 자택 앞에서 2명의 괴한이 쏜 총탄을 맞고 숨졌다. 정치적 암살이 분명했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당시에 막 터진 한국전쟁이 냉전체제를 더욱 심화시킨 상황이어서 범인들은 잡히지 않았고, 배후에 대한 의혹은 ‘냉전의 안개’ 속에 파묻혔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조사위 가동이 이뤄진 배경에는 당시 라오 암살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문건이 최근 발견된 것도 한몫을 했다. 당시 한 정보원이 내무장관에게 보낸 라오 암살 관련 보고서가 드러난 것. 이 정보원은 보고서에서 “라오가 결국 소련 첩보원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을 덮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책임을 맡은 역사학자 에마뉘엘 제라드는 “조사위는 정치적 당파와 무관하며 진실 규명에 주력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생명의 窓] 도고일장 마고일장/손흥도 원불교 교무

    [생명의 窓] 도고일장 마고일장/손흥도 원불교 교무

    올해는 유난히 큰 태풍이 많았었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지난 태풍에 100그루가 넘는 아름드리 큰 나무가 세찬 바람에 시달리다가 뿌리째 뽑히며 힘없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유심히 관찰해 보니 넘어진 나무들은 주로 옮겨 심은 적이 있는 큰 나무들이었고, 오히려 작은 나무들은 가지만 일부 꺾였을 뿐 뿌리째 뽑히지는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서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며,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풍성하다.’하였다. 작은 잔디나 들풀에 비해 큰 나무일수록 뿌리가 깊지 못하면 거친 비바람에 흔들릴지니 어찌 홀로 당당하겠는가. 태풍이 지나간 후 뿌리째 뽑혀 쓰러지고 만 거목들을 나무로만 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부분만 보고 안주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고일장 마고일장(道高一丈 魔高一丈)이라는 말이 있다. 도가 한 길 커 나가면 마도 한 길 커 나간다는 말이다. 공부나 사업을 하는 데 실력이나 지위가 높아지면 그에 상응하는 마군이도 한 길 커 간다는 말이다. 수행자들의 경구이다. 공부나 사업 간에 나타나는 일체의 경계와 나를 시험하는 마군이를 나를 채찍하고 격려해 주는 스승이요, 벗으로 삼을지언정 마가 없기를 바랄 수 없음이라. 단지 그 경계를 감당할 힘이 적음을 걱정하여 내면의 힘을 갖추어 가는 데 일단정성을 다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의사와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병은 늘어만 가고, 각종 첨단의학에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해도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몇 년 전 출현하였던 신종플루야 면역기능 강화를 필요로 하는 일과성의 병이겠지만, 근래 들어 늘어가는 각종 성인병들 중 치매와 암 또한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정신을 과도하게 많이 쓰고 먹거리가 풍요로워진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질병을 통해 중도와 중용의 도를 일러주는 대자연의 큰 언어이다. 얼마 전 국가대표 선수로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까지 획득하여 전 국민에게 큰 박수를 받았던 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서 학위논문 표절이 문제가 되어 수난을 겪은 일이 있다. 성취욕을 앞세운 과욕 때문에 한순간 그의 일생 명예에 크게 먹칠을 자초한 결과를 보면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에 이 시대를 함께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에게 사회적 의무로서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중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새롭게 조명 받는 요즘, 어느 분야에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그 신분에 상응하는 의무와 책임이 뒤따름을 알고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고 작은 것부터 성실하게 실행해 가는 성숙한 선진사회 모습을 기대한다. 이때 그 지도자가 나라를 이끄는 최고 책임자라면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는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으로 지도받는 사람 이상의 지식을 가질 것, 지도받는 사람에게 신용을 잃지 말 것, 지도받는 사람에게 사리를 취하지 말 것, 일을 당할 때마다 지행을 대조할 것을 원불교 ‘정전 최초법어’에 밝혀 주었다. ‘주역’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천지만물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한 것으로, 주역의 64괘는 사람이 살아가는 64가지의 길을 말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데에는 크게 64가지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중 15번째 괘이름은 ‘겸’(謙)괘이다. 겸괘는 겸손을 뜻하는 것으로, 주역은 ‘겸한 즉 일체 재앙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14번째 괘의 이름이 대유(大有)이니, 정신·육신·물질 간에 크게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안으로 겸손해야만 재앙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극절한 가르침인가. 크게 가진 사람은 가득 채우면 오히려 넘친다. 스스로 낮추어도 사람들은 그를 더욱 우러러보며, 스스로 감추어도 그 덕은 더욱 빛난다. 오늘도 바람이 분다.
  • [책꽂이]

    ●정치적인 것의 개념(카를 슈미트 지음, 김효전·정태호 옮김, 살림 펴냄) 오늘날 대의민주제가 진짜 ‘대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급진 좌파들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바로 그 책이다. 저자의 본문뿐 아니라 미국 네오콘의 대부로 꼽히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주석, 그리고 오늘날 슈밋 열풍에 대해 그리 동의하지 않는 듯한 역자의 해제까지 함께 붙어 있다. 2만 5000원. ●마르부르크 강령(프란츠 폰 리스트 지음, 심재우·윤재왕 옮김, 강 펴냄) 요즘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다소 퇴색한 감이 있지만, 형벌의 기본 원칙은 도덕 위반이 아니라 법익 침해를 처벌하는 것이며 처벌의 목적은 사회복귀이다. 저자는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사촌 동생이다. 차병직 변호사가 해제를 달았다. 1만 5000원.
  • [사설] 대선후보 가계부채 대책에 담긴 도덕적 해이

    차기 정부 초반 경제운용의 성패는 1000조원으로 추산되는 가계부채 해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 미국의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떠올리게 할 만큼 폭발력이 큰 사안이 가계부채 문제다. 세계적 불황과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려 개인 파산이 속출하게 된다면 단기적 금융위기 차원을 넘어 사회적 대혼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가계부채 대책을 쏟아내는 것도 사안의 심각성과 시급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데 문제는 이들 대선주자의 처방이라는 게 지극히 즉응적이고 단선적이라는 데 있다. 다각도의 대책을 내놓았다고는 하나 크게 보면 이자율을 낮춰주고 정부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이자율 상한을 현행 39%에서 25%로 낮추고 개인회생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정부 재정과 금융 자금을 투입, 2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파산가구를 지원하고 주택담보 채권자의 임의변제를 막겠다고 했다. 조만간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 역시 금리 경감과 가계 채무 재조정 등을 위해 정부 재정을 대거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국민 혈세 투입과 재정부담 가중, 금융질서 왜곡, 금융회사들의 부담 증가 등 2차 부작용이 빤히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382만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든 2004년 신용카드 대란은 국민의 정부의 카드 남발에 이어 2002년 대선이 도화선이 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표를 의식한 후보들이 원리금 감면 등 선심공약을 앞다퉈 쏟아내면서 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부르고 결국 더 큰 화를 낳았다. 가계부채는 결코 졸속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성장 정책과 연계한 입체적 대책이 요구된다. 각 후보들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표를 얻을 생각부터 버리기 바란다.
  • [‘대통령 아들’ 특검 출두] 兄·처사촌오빠·처사촌언니… MB일가 사법처리 ‘잔혹사’

    [‘대통령 아들’ 특검 출두] 兄·처사촌오빠·처사촌언니… MB일가 사법처리 ‘잔혹사’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가 현직 대통령 아들로는 처음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지난 7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 기소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여럿 사법 처리된 상황에서 아들에 대한 소환 조사까지 이뤄져 정권의 도덕성이 또다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일가의 잔혹사는 시형씨 소환으로 정점을 찍는 모양새다. 앞서 대통령 부인 김윤옥(65)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72)씨가 세방학원 이사로 재직하면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2)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김 여사의 사촌언니인 김옥희(76)씨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자리를 주겠다며 김종원(71)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에게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대통령의 형으로서 인사 전횡을 휘둘렀다는 의미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렸던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 575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특검팀이 시형씨 소환 조사에 이어 김 여사를 소환할지도 관심사다. 이번 주 중 소환될 것으로 보이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 부부에 이어 김 여사의 소환이 이뤄질 경우 현직 대통령 일가가 줄줄이 특검 조사를 받는 수난을 겪게 된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김 여사 소유의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자기 명의로 6억원을 대출받은 것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소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검토하고 필요하면 소환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어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여사 소환 여부는 시형씨에게 6억원을 대출해 준 농협 청와대 지점 직원과 이 회장 부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통령의 친·인척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을 보좌했던 측근들도 대부분 수감 중이다.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희중(44)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도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다. 또 신재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SLS 이국철 회장에게 청탁 대가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기고]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기고]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한 대기업 총수의 구속은 종전의 집행유예 선고 석방이라는 면죄부 부여의 관행과는 달라 크게 주목을 끈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일부 재벌대기업의 모럴 해저드 현상의 만연과 심각성은 조속히 치유해야 될 병폐다. 한국은 세계 7번째 ‘20-50클럽’에 올라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20K)와 인구 5000만명(50M) 이상을 달성한 국가는 지금까지 단 6개국에 불과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서울대 석좌교수는 “기적의 한국 경제를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세계 유례 없는 초고속성장을 이룩한 저변에는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탁월하고 선견적인 경영자들과 이들의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발전의 초석이었다. 근자에 재계에서 연이어 터진 대기업 및 그룹 오너들의 비리와 작태는 더 이상 선대의 모습이 아니다. 형제간 유산상속 분쟁, 자금 유용과 거액 해외 은닉, 저축은행의 고객예금 횡령과 유용 등은 대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단초다. 프랑스 기업인들이 ‘부자세’ 신설로 증세를 주장하고, 미국에는 ‘워런 버핏세’로 기업인들이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모습들과 비교해 볼 때 사뭇 대조적이다.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자본주의사회의 기업은 그 역할이 매우 크다. 경영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가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가장 대표적·지배적인 기구”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업과 경제발전의 주역인 공인으로서의 CEO가 본업으로부터 일탈된 행태를 보일 때 대다수 국민들에게 기업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촉발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재벌 대기업들은 최대의 지원자이자 최대의 고객인 국민을 존중하며 어렵게 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재벌 대기업은 권위주의나 비민주적 요소를 청산하고 의식개혁, 도덕성 회복을 통해 기업, 사회 및 국가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권은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며, 기업이 매출을 많이 올리고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과 CEO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해서는 기업의 미래는 없다. 미국의 경우, 사랑받는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평균수익률은 미국 500대 기업 평균 수익률의 9배에 달했다고 하니 사랑받는 기업이 돈도 많이 버는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주요 투자기관들이 세계기업들의 매출, 경영관리, 사회공헌도 등을 평가한 바에 따르면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 삼성전자는 36위에 올랐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창의와 혁신만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의 오늘은 기업주의 노력, 정부의 지원, 국민의 희생, 임직원의 헌신이라는 4자의 공동작품임을 명심하고, 기업과 CEO들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이때 비로소 한국경제는 세계 속에서 지속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민병훈 감독의 ‘터치’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민병훈 감독의 ‘터치’

    민병훈은 잠쉐드 우스마노프와 공동 연출한 ‘벌이 날다’로 데뷔했다. 타지키스탄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도덕극을 더 사랑한 건 외국 평단이었다. 이후 우스마노프가 유럽으로 기반을 옮긴 것과 달리, 민병훈은 가시밭길을 걷는 수사처럼 변방을 떠돌았다. 우즈베키스탄의 산골로 들어가 ‘괜찮아, 울지마’를 연출했고, 한국 주변부에서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내놓았다. 그의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은 힘겹게 완성되었다. 초기의 유머가 가신 자리에 무거운 상념이 자리 잡았고, 인물들이 인간으로서 품어야 할 책임은 깊어 갔다. ‘포도나무를 베어라’의 윤리, 철학, 종교적 물음은 너무 심오해서 그가 자칫 대중과 거리를 두는 듯했다. 행여 그의 이름과 영화가 잊힐까 안타까웠다. 마침내 올해, 민병훈은 ‘터치’로 복귀했다. 그리고 ‘생명에 관한 3부작’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터치’는 남편과 아내가 따로 보낸 며칠을 다룬다. 동식은 중학교 사격팀 코치다. 알코올 중독은 한때 국가대표였던 그의 삶을 나쁜 방향으로 내몰았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아내 수원은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불법 의료행위에 가담한다. 어느 날, 동식은 술김에 차를 몰다 사격팀 학생을 친 뒤 뺑소니친다. 수원은 딸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아이를 뒤쫓다 생명이 꺼져가는 여인을 발견한다. 부부 사이는 멀어지고, 두 사람은 질문 앞에서 무언가를 택해야 한다. 새로운 3부작의 시작임에도, 민병훈이 바라보는 세상은 암울하고, 인물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눈에 띄는 변화가 카메라의 움직임이라면, 영화의 진정한 변화는 대중적인 화법에 있다. 이전까지 그의 영화는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아, 이야기를 제대로 들으려면 예민한 눈과 귀가 필요했다. 대사에 기대지 않는 방식이 여전하면서도, 이번 작품은 몸짓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이 돋보인다. 인물의 섬세한 감성을 뒤따르다 보면 영화가 말하는 바를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다. 전작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동식이 학교 이사장과 술을 나누는 장면을 보자. 눈빛 하나로 상대방을 쉬 조종하는 사악한 상황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알게 된다. 민병훈은 돈이 폭력을 휘두르는 현실에 함께 뛰어들어 저항하고 묻는다. 누군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썼다 한다. 그런 걸 머리로 셀 정도로 한가한 작자는, 흔들릴 틈도 없이 한숨과 눈물과 분노를 쏟아내야 하는 삶을 이해하지 못할 게다. 구차한 부탁의 자리에 수원이 앉아 있을 동안, 창밖에선 살랑대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린다. 나무처럼 무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많다. 민병훈은 먼저 스스로 질문한 다음 관객과 나누는 경우다. 그가 뼈를 깎는 고뇌로 풀어나갔을 과정은 고스란히 관객에게로 넘어온다. 민병훈은 삶이 고통스럽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잃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영화를 보며 각자 찾을 일이다. ‘터치’의 엔딩은 이안의 ‘아이스 스톰’(1997)에 버금갈 정도로 서늘한 것이며, 나는 ‘터치’가 올해 개봉작 중 최고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도덕적 곤경’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민병훈은 한국의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라 하겠다. 11월8일 개봉. 영화평론가
  • [사설] 지방의회 대수술 필요성 일깨우는 징후들

    지방의회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지방의회 9곳을 대상으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엉뚱한 곳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어제 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사용이 금지된 유흥주점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생활비 등 사적인 용도로 쓰기도 했다. 지자체 공무원이 며느리에게 법인카드를 줘 생활비로 썼다가 적발된 데 이어 이제는 지방의회 의원들까지 법인카드를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니 이들에게 도대체 공인의식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지방의회 상임위원장은 집 근처 치킨집 등에서 가족식사를 하는 데 법인카드를 썼다. 모친의 생일잔치 등의 식사비용을 법인카드로 낸 지방의회 의장도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매상을 올리기 위해 82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쓴 지방의회 부의장도 있으니 의원직이 아예 가족사업을 위한 위장취업 자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방의회 예산 역시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지 전출 공무원 전별금, 가족 입원 위로금 등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한 사례도 있다. 업자를 해외연수에 동행시켜 향응접대와 로비의혹도 제기됐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또한 ‘낙제점’이다. 경기 성남시 의회는 4개월째 문도 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미는 의장 후보가 떨어지자 새누리당이 등원을 거부해서라고 한다. 그래도 시의원들은 그동안 매달 수백만원의 의정비를 꼬박꼬박 챙겨갔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이 이뤄지지 않아 시 행정은 거의 마비상태다. 저소득층 생계비도, 영·유아 보육료도 지급이 중단될 판이다.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지난 지금도 왜 지방의회 무용론이 잦아들지 않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부당하게 사용된 업무추진비를 환수하는 것은 물론, 부패 의혹이 있는 의원들에게는 반드시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권익위도 밝혔듯 이참에 업무추진비의 세세한 집행기준을 마련하고 집행내역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나아가 비리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해 다시는 지방선거판을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지방의회 법인카드는 ‘눈먼 돈’

    지방의회 법인카드는 ‘눈먼 돈’

    한 지방의회 상임위원장은 집 근처 통닭집, 피자가게, 빵집 등에서 가족이나 지인과 수시로 식사를 하면서 법인카드를 생활비처럼 물 쓰듯 썼다. 다른 지방의회 의장은 어머니 생일잔치나 처가 식구들과의 식사에서 법인카드로 120만원을 결제하고 해외연수 때 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양주와 같은 개인적인 선물도 법인카드로 180만원어치를 샀다. 또 다른 지방의회 위원장은 공공기관 법인카드 사용이 금지된 유흥주점에서 모두 109건, 전체 755만원을 결제했다. 지방의회 연수 때 업자와 국외여행을 비밀리에 함께 가고, 이듬해 이 업자는 시로부터 보조금 9억원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감사 사각지대로 방치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국민권익위원회가 처음 조사한 결과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마구 쓰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24일 나타났다. 의정 활동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감사 무풍지대’였던 지방의회에 대해 권익위는 지난 7~8월 광역시·도의회 3곳과 기초의회 6곳을 선정해 업무추진비 집행 내용과 외국연수 실태를 처음 조사했다. A의회 부의장은 가족 이름으로 운영되는 식당에서 매상을 올려줄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45회에 걸쳐 82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법인카드는 클린카드라고 하여 태극마크를 새기고, 카드사와 계약 때 유흥업소나 밤 11시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주로 지방 은행과 법인카드 계약을 맺고, 한 번에 백만원이 넘는 식사비를 결제하거나 하룻밤에 세 번씩 법인카드로 술값을 냈다. 법인카드뿐 아니라 무분별하게 현금으로 인심을 쓰는 사례도 드러났다. 한 의회 의장, 부의장은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갈 때 1025만원을 격려금으로 안겼다. 다른 지방의회에서 2년 6개월간 지출된 현금 격려금은 1억 5000만원에 이르렀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주로 관광이다. 의장협의회 소속 의장 8명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국외연수’란 명목으로 떠난 이집트와 터키 8일 연수는 낙타 투어, 나일강 크루즈, 보스포루스해협 크루즈, 각종 신전 관광 등으로 채워졌다. 업무추진비 카드는 의정활동비와 별도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방의원이 따라야 하는 구체적 행위 기준이 없어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부당하게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환수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부패의혹이 있는 사건은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또 지방의원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과 행동강령을 자율적으로 제정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지자체 곳간은 텅텅 직원 검진비는 펑펑

    지자체 곳간은 텅텅 직원 검진비는 펑펑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원 및 지방의원들의 1인당 건강검진비로 수십만원씩을 지원해 선심성 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권인 자치단체들이 전국 최고 수준의 직원 검진비를 지원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경주시는 올해 청원경찰 등 직원과 시의원 등 1460여명의 검진비로 예산 4억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010년 3억 4980만원을 지원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격년제로 직원 1인당 23만~30만원 지원한다. ●성주, 해마다 35만원씩 꼬박꼬박 포항시도 올해 직원 1000명의 검진비로 예산 3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는 시의원 35명도 포함됐다. 지난해엔 직원 등 936명의 검진비 2억 7400만원을 시비로 썼다. 영주시는 40세 이상의 직원에 한해 검진비를 준다. 2010년 처음으로 직원 660명에게 검진비 1억 3200만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674명에게 1억 3480만원을 줄 예정이다. 시의원 14명은 올해 처음으로 1인당 20만원씩 받게 된다. 올해 재정자립도 10.5%로 전국 최하위권인 봉화군은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직원 1인당 검진비가 50만원으로 가장 많다. 전국 최상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5%로 도내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구미시가 직원 1인당 검진비가 30만원씩인 것을 감안하면 봉화군의 지원액은 파격적이다. 봉화군은 올해 예산 1억 5000만원을 편성해 놨다. 울진군도 올해 직원 1인당 검진비 40만원씩, 모두 398명(군의원 8명 포함)에게 1억 6000만원 정도를 지원한다. 성주군은 2008년부터 도내에서 유일하게 매년 직원 580여명에게 검진비 35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4년간 8억 1200만원을 지원했다. 성주군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16%다. 의성·청송·고령·청도·칠곡군 등도 격년에 30만~35만원씩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지원액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별 가입자에게 지원하는 검진비(암 제외) 4만여원의 10배 안팎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군은 내년에 1인당 10만~20만원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경시는 도내 시·군 가운데 유일하게 직원들의 검진비를 지원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김의섭(한국지방재정학회장) 한남대 교수는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쓸 예산이 지자체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의 검진비로 마구 지출되는 것은 개선돼야 할 문제”라면서 “정부가 검진비 지원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경, 경북내 유일하게 지원금 없어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직원들에 대한 검진비 지원은 전국 자치단체가 마찬가지며, 대상 및 규모도 비슷하다.”면서 “최근 직원 ‘돌연사’가 잇따르는 등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자치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직원 보호책을 마련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경북도 시·군에서 지방세 수입으로 소속 공무원의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곳은 울릉, 울진, 봉화, 예천, 성주, 고령, 청도, 영덕, 영양, 청송, 의성, 군위 등 12곳이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씨줄날줄] 판사 모니터링/육철수 논설위원

    법정에서는 가끔 배석판사가 재판장(부장판사)에게 진지하고 공손한 자세로 쪽지를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방청객들은 재판 관련 주요 전달사항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쪽지에는 대개 ‘오늘 점심은 어디서 누구하고 먹습니다.’라는 내용이 씌어 있을 뿐이다. ‘식사 쪽지’ 전달은 막내이자 총무 격인 좌배석 판사의 몫이라나?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말 소통을 위한 특별 송별회를 마련하려고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145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부장판사들에게 ‘업무와 무관하게 평소 배석판사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라고 물었다. 대답은 ▲오랜만의 회식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질 때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다가 부장이 나타나면 입을 꽉 다물 때 ▲함께 야근하면서 부장만 빼놓고 밥 먹으러 갈 때 ▲식사 때 부장 혼자 말해야 하고, 부장이 말을 안 하면 적막감이 흐를 때 등이었다. 배석판사들은 ‘부장판사에 대한 뒷담화를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얘기가 나오면 가끔 한다(58명)거나 ▲자주한다(21명)고 응답했다. 대부분이 부장에 대한 험담을 한다는 얘기다. 판사들은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후회할 때도 있다고 했다. ▲월급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될 때 ▲일이 너무 많아 가족과 어울릴 시간이 없을 때 ▲ 근무평정이 확대·강화될 때가 바로 그렇다고 한다. ‘법정의 제왕’이자 ‘신(神)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판사들도 이렇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느 직장인들처럼 소소한 고민거리가 많다. 업무는 또 좀 많은가. 일주일에 재판은 한두 차례이지만 사건마다 수백~수만장에 이르는 소송기록을 읽고 기일에 맞춰 판결문 초고를 ‘납품’(판사들의 은어)해야 한다. 수백건이나 되는 벌금사건을 처리하고, 수형자들의 반성문·탄원서까지 모두 읽으려면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란다. 이런 가운데 통찰력과 판단력을 기르고 도덕성으로 완전무장을 해야 하니 그 스트레스를 짐작할 만하다. 법률소비자연맹이 대학생 5000명을 32개 법원에 투입해 최근 1년간 모니터링했더니 재판 도중 막말을 하고, 지각하거나 꾸벅꾸벅 조는 판사들이 이번에도 꽤 ‘적발’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판사들이 미덥지 못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판사들의 격무 탓도 있겠으나, 재판받는 당사자들에겐 인생이 걸린 중대사 아닌가. 법정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인 판사들은 스스로 ‘감치(監置)명령’을 받은 심정으로 자세를 가다듬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기독교·불교 등 현대 종교가 ‘토테미즘’보다 뛰어나다고?

    기독교·불교 등 현대 종교가 ‘토테미즘’보다 뛰어나다고?

    기독교나 불교처럼 유일신 사상에 기초한 종교가 무당의 점술이나 토테미즘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인류학계를 풍미했던 사회 진화론적 관점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사회 진화론적 관점이 인류학에 적용되면 유럽사회는 선진적이고 그 밖의 나라나 민족·부족은 미개하거나 야만적인 정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된다. 이른바 근대적 정신 세계다. 그러나 1915~1918년 트리브리안드 군도에서 집중적으로 민족 연구를 한 브로니슬로 말리노프스키(1884~1942)나, 1940년대 인류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1908~2009) 등은 신화나 토테미즘, 주술 등이 서양의 백인 성인들이 추종하는 종교와 비교해 원시적이거나 태고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구조주의’ 문화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의 1962년 저작인 ‘오늘날의 토테미즘’(왼쪽·류재화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이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간된 데 이어, ‘감성적 기능주의’ 인류학자인 말리노프스키의 핵심 저작 중의 하나인 ‘산호섬의 경작지와 주술(전3권)’(오른쪽·유기쁨 옮김, 아카넷 펴냄) 이 국내에서 처음 번역돼 나왔다. 평소 인류학이나 문화론과 관련한 비판서를 읽으면서 레비 스트로스나 말리노프스키의 민족지 연구 등이 거론될 때마다 원전을 읽지 않아 자꾸 위축됐다면, 이 두 위대한 문화인류학자의 저서를 읽어볼 법하다. 프랑스 출신인 레비 스트로스는 이 책에서 문화체계를 이루는 요소들이 구조적 관계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인류학이 상대성과 차이를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감상적·도덕적·역사적 잣대를 갖고 선별하고 판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즉 문화가 직선적 진화성이나 진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문명이 원시보다 낫다거나, 현재가 과거보다 낫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폴란드 출신의 말리노프스키는 영국 사회인구학의 창시자로서 현장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시점에서 인간의 욕구충족 장치로서 문화의 ‘기능’을 규명하고자 했다. 역자인 유기쁨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사회진화론적 사고로 인류학을 연구한 프레이저와 달리 나와 다른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한 성과를 담은 책”이라며 “곳곳에 ‘혹시 편견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우려하는 모습들이 다른 사회를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건인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국 인류학자인 프레이저(1830~1936)는 인류의 정신이 주술-종교-과학으로 발전한다는 3단계 도식을 제창해 유럽 중심적 사고방식을 전파하는 데 일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깡통주택’ 속출·연체액 급증하는데…당국·은행은 ‘먼산 보듯’

    ‘깡통주택’ 속출·연체액 급증하는데…당국·은행은 ‘먼산 보듯’

    하우스푸어가 소리 없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금융감독 당국은 이제서야 실태 파악에 착수한 상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가계부채 위험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인식과 동떨어진 진단을 내놓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기는 하우스푸어 자신도 마찬가지다. ‘깡통 주택’(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주택)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신한은행이 최근 내놓은 하우스푸어 구제책 신청자는 50여명 정도다. 대선 정국 등과 맞물려 “좀 더 버티면 (나라에서) 어떻게 해 주겠지.”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의 8월 말 현재 하우스푸어 연체액은 900가구 1000억원이다. 가구당 연체액이 1억 1000만원인 셈이다. 하우스푸어에 대한 ‘공유 개념’이 없다 보니 규모도 제각각이다. KB금융그룹 산하 KB경영연구소는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30%를 넘는 가구를 하우스푸어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 중 16.2%가 하우스푸어다. 대출 가구 열 집 가운데 한두 집은 하우스푸어라는 얘기다. 이 가운데 깡통 주택도 18만 5000가구라고 파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처분소득(세금이나 연금 등을 빼고 실제 쓸 수 있는 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이 40% 이상인 가구를 하우스푸어로 본다. 이 잣대로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0% 수준인 108만 가구가 하우스푸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09.6%로 1년 전보다 6.2% 포인트 높아졌다. 세금, 보험료 등 비소비성 지출을 제외하고 소비할 수 있는 돈보다 금융권에 진 빚이 더 많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은행은 자체 하우스푸어 대책인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12일 발표했던 초안에서는 집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되 최장 5년까지 연 5% 대출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내도록 했지만, 이 임대료를 4% 수준으로 1% 포인트 내렸다. 신탁보수(집값의 0.2~0.4%)도 당초에는 집주인에게 물릴 방침이었지만 은행이 부담하기로 했다. ‘1가구 1주택 실거주자’ 요건에서 ‘실거주’ 요건을 빼거나 아예 1가구 2주택으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실거주 요건을 빼거나 2주택으로 조건을 완화하면 대상자가 확 늘어나지만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어 좀 더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세부 요건을 확정지어 늦어도 이달 안에는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의 고민은 신한은행의 사례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자체 하우스푸어 대책인 ‘주택 힐링 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갔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 60~70%인 연체자 약 3만명을 하우스푸어로 보고 연체이자 한시 감면 뒤 상환 등의 혜택을 줬다.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신청자는 57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구제책의 핵심인 이자 유예를 받은 사람은 1억 5200만원을 대출받은 한 명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우스푸어 문제는 대출자, 금융기관, 금융당국 모두에 책임이 있는 만큼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보니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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